가을이면 바다와 산에서도 고기가 나온다. 고기의 쫄깃탱글한 식감을 연상케 하는 대하와 표고버섯이다.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축제가 열릴 정도로 대하는 가을 대표 별미다. 표고버섯은 사시사철 나지만, 건조한 가을에 낮은 기온에서 재배된 것이 가장 맛있다. 두 재료로 가을을 즐겨보자.
◇가을 대하찜(4인 기준)
재료 대하 800g, 오이 1/2개, 당근 1/3개, 홍고추·청양고추 1개씩, 달걀 2개, 소금·후추 약간씩
1. 대하의 머리와 꼬리를 제외하고 껍데기를 제거한 뒤 등 쪽에 칼집을 내어 내장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씻어 소금·후추로 밑간한다.
2. 오이·당근· 고추는 얇게 채 썰어 볶는다. 달걀노른자로 지단을 부쳐 채 썬다. 이때 소금으로 간을 한다.
3. 대하를 찜기에 넣고 센 불로 3분, 약불로 3분을 찐다. 불을 끄고 1분 뒤 그릇에 담고 볶은 채소를 대하 위에 얹는다.
◇표고버섯전(4인 기준)
재료 표고버섯 4개, 부추·쪽파 6줄씩, 양파 1/3개, 두부 1/3모, 달걀 2개, 부침가루 6큰술, 간 돼지고기 600g, 후추·소금 1작은술씩, 참깨 1큰술, 참기름 2큰술, 식용유 적당량
1. 표고버섯 밑동을 제거하고 표면에 칼집을 낸다.
2. 잘게 다진 쪽파·부추· 양파, 물기를 빼고 으깬 두부, 달걀노른자, 부침가루 3큰술, 간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버무린 뒤 후추·소금·참깨·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3. 표고버섯 뒷면에 앞서 만든 소를 적당량 넣는다. 남은 소는 동그랑땡으로 만든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침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약불에 타지 않게 굽는다. 표고버섯 소를 더 익히고 싶으면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려준다.
◇대하찜과 표고버섯전에 어울리는 반찬 머위장아찌와 오이초무침
요리 및 레시피 제공 이준구 오너셰프
미국 LA 유학 시절 요리를 시작했고, 알래스카에서 일본인 스승을 만나 스시에 눈을 떴다. 귀국 후 한식에 빠져 '연남동 이파리'와 '규자카야 모토'를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뒤 '마곡동 이파리'를 운영 중이다.
가을이면 바다와 산에서도 고기가 나온다. 고기의 쫄깃탱글한 식감을 연상케 하는 대하와 표고버섯이다.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축제가 열릴 정도로 대하는 가을 대표 별미다. 표고버섯은 사시사철 나지만, 건조한 가을에 낮은 기온에서 재배된 것이 가장 맛있다. 두 재료로 가을을 즐겨보자.
가을 대하찜(4인 기준)
재료 대하 800g, 오이 1/2개, 당근 1/3개, 홍고추·청양고추 1개씩, 달걀 2개, 소금·후추 약간씩
1 대하의 머리와 꼬리를 제외하고 껍데기를 제거한 뒤 등 쪽에 칼집을 내어 내장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씻어 소금·후추로 밑간한다.
2 오이·당근· 고추는 얇게 채 썰어 볶는다. 달걀노른자로 지단을 부쳐 채 썬다. 이때 소금으로 간을 한다.
3 대하를 찜기에 넣고 센 불로 3분, 약불로 3분을 찐다. 불을 끄고 1분 뒤 그릇에 담고 볶은 채소를 대하 위에 얹는다.
표고버섯전(4인 기준)
재료 표고버섯 4개, 부추·쪽파 6줄씩, 양파 1/3개, 두부 1/3모, 달걀 2개, 부침가루 6큰술, 간 돼지고기 600g, 후추·소금 1작은술씩, 참깨 1큰술, 참기름 2큰술, 식용유 적당량
1 표고버섯 밑동을 제거하고 표면에 칼집을 낸다.
2 잘게 다진 쪽파·부추· 양파, 물기를 빼고 으깬 두부, 달걀노른자, 부침가루 3큰술, 간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버무린 뒤 후추·소금·참깨·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3 표고버섯 뒷면에 앞서 만든 소를 적당량 넣는다. 남은 소는 동그랑땡으로 만든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침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약불에 타지 않게 굽는다. 표고버섯 소를 더 익히고 싶으면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려준다.
대하찜과 표고버섯전에 어울리는 반찬
머위장아찌와 오이초무침
모든 게 멈춘 듯하지만 바람결에 흐르는 숲의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과 뚝 떨어진 듯한 고요함은 적적하기까지 하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 깃든 한낮의 햇살은 방문객에게 여유로움까지 준다. 적당히 거리두기를 하며 숲속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 온전히 자연에 맡기는 시간으로 이보다 편안한 곳이 있을지. 치유 인자가 가득한 편백 숲길과 삼나무 숲속을 내어주던 서귀포 치유의 숲이다.
올레길이나 둘레길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그 길을 걷기 위해 사람들은 나선다. 그렇다고 보통 5시간 이상 마냥 걷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 서귀포 치유의 숲은 무리하지 않고 꼬닥꼬닥(천천히를 뜻하는 제주어) 걸으며 숲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두 시간 남짓이면 편백과 삼나무의 피톤치드를 받으며 숲의 기운을 온몸 가득 담을 수 있다.
숲길은 총 11km 길이로 10개의 테마 길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약 1.9km의 ‘가멍오멍숲길’에서 나머지 9개의 길이 뻗어나간다. 그 길에 쉼터인 쉼팡이 군데군데 있어서 편백 의자에서 쉴 수도 있다. 피톤치드와 테르핀, 음이온 등이 발산되는 환경에 쉬면서 치유의 힘을 얻게 된다.
또한 산림치유지도사의 치유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예약만 하면 풍부한 숲 이야기와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자연에 대한 이해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약은 입장료만 내고 자유롭게 숲길을 걸으며 산책하는 느영나영 힐링숲 탐방 예약과, 해설사와 동행하는 세 시간 정도의 궤영숯굴보멍 코스 예약으로 구분되어 있다.
“지금 바람이 불고 있어서 숲길로 가면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숲속에 야자매트가 쭉 깔려 있어서 걷기 편할 겁니다. 천천히 15분쯤 걸으면 쉼팡이 나옵니다. 편백나무 숲인데 그쯤에서 쉬어가는 게 좋아요.” 산림치유지도사의 말이다.
큰길 옆의 숲으로 들어가면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좁은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가멍숲길이다. 중간쯤 가면 가베또롱숲길, 가멍오멍숲길이 나타난다. 요즘 길이 난 곳이라면 걷기 시합이라도 하는 양 그저 열심히 걷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걷다가 가만히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간간이 쉬어가는 게 좋다고 일러준다. 60년 된 편백나무 숲 쉼팡의 긴 편백나무 의자에 몸을 맡기고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계속 오르다 보면 가뿐하다는 뜻의 가베또롱숲길을 지난다. 걸으면서 드러나는 숲의 풍광에 감탄사를 멈출 수 없다. 숲속에선 맑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잠깐 멈추어 두리번거리다 다시 걷다 보면 조선시대 국영목장의 울타리 담인 잣성길을 옆에 끼고 지나는 숲길이 나타난다. 벤조롱 치유숲길은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상쾌하고 산뜻하다는 뜻의 길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각기 다른 숲을 걷는 듯한 느낌은 치유의 숲이 주는 매력이다. 각 숲길은 0.6~2km 내외의 길이로 조성되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숲길은 대체로 완만해서 오르는 동안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노약자는 물론이고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들의 나들이로도 문제없다. 잠수하던 해녀가 내뱉는 숨소리라 하는 숨비소리 치유숲길을 지나 오고생이길엔 돌이 많아서 더러 불편할 수도 있다. 오고생이는 있는 그대로라는 의미의 제주어로 돌길을 밟는 발걸음마다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나 역시 제주답다는 생각이 든다. 돌길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고즈넉함이 보존된 오고생이 치유숲길을 나서면 눈앞에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원시림의 숲과 하늘과 바람과 햇살만으로 가득 찬 풍경, 청명하다. 숨통이 트이는 게 느껴진다.
이어서 가멍오멍숲길을 다 만나고 엄부랑숲길(‘엄청난, 큰’이라는 뜻)을 지나 힐링센터까지 가면서 100년 된 거대한 편백과 삼나무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잘생긴 삼나무 숲의 위용이 압도한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찬 숲이다. 피톤치드를 내뿜는 길을 걸으며 오감을 열고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편안하다. 이쯤에서 비로소 숲의 신비로움에 스며든 자신을 보게 된다. 순수한 자연 속에서 그 숲의 신령스러움에 감싸이는 듯한 기분이다.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자연이 주는 위안으로 뭉클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숲 쪽으로는 군데군데 작은 오솔길이 있어서 숲속으로 들어가 파묻혀봐도 좋을 듯하다. 옆으로는 2km 정도의 하천이 흐르고 있다.
다 오른 곳에 산도록(‘시원한’이란 의미의 제주어) 치유숲길이 있다. 숲속 야외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참여자들의 맨발 족욕이나 산림교육도 이루어지는 곳이다. 명상과 복식호흡을 하며 차분한 시간에 잠겨보는 것도 좋다. 산책로에는 치유의 샘이 흐르고, 숲길 쪽으로 한참 걸으며 시오름 정상에 올라 한라산을 볼 수도 있다. 상쾌함의 최고조다. 경관 좋은 하늘바라기 숲길을 걸어보는 여유도 가져볼 만하다. 그러고는 아무 데나 멍하니 걸터앉아 숲이 일렁이며 내는 바람 소리에 고단했던 세상의 먼지들이 씻겨나가는 듯한 경험을 할 것이다.
숲길 끄트머리에 위치한 오소록 숲 주변에 자리 잡은 힐링센터는 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건강측정을 하거나 다담(茶啖)을 나누며 마무리하는 공간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때때로 개장이 불확실하므로 미리 확인해보는 게 좋다.
제주 서귀포시 호근동에 자리한 치유의 숲은 해발 320~760m에 위치한다. 사람이 가장 쾌적하다고 느끼는 높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말을 키우던 국영목장이었던 이곳에 100년 전쯤 화전민들이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현재 엄부랑 숲에는 사람이 살았던 집터가 있다. 그들마저 떠난 후 척박했던 삶의 흔적이 사라지고 덤불과 숲으로 뒤덮인 것이다. 그런 숲의 생태계를 그대로 보전해 지금은 편백과 삼나무 군락으로 치유의 숲이 되었다. 한라산의 다양한 식생과 조류, 야생동물들과 나무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어 산림의 환경 요소를 활용할 수 있는 복합 휴양형 치유 공간인 셈이다. 하루 적정한 탐방객 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무장애 데크 시설 덕분에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2019년과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열린 관광지’로도 지정되었다.
차롱 바구니에 담긴 제주의 로컬푸드
숲을 내려오면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차롱밥상이 기다린다. 차롱은 제주에서 음식을 담기 위해 대나무로 만들어 사용하던 제주의 전통 바구니다. 주로 밭에 나갈 때나 제사음식 담을 때 통풍이 잘 되어 신선하게 음식을 보관하던 용도였다.
차롱 도시락은 호근마을 주민들이 숲과 마을의 상생을 꿈꾸며 프로그램에 접목했다. 제주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당일 만든 도시락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각자 배정된 힐링하우스의 편백 테이블에 차롱치유밥상이 차려져 있다. 즉석에서 담아주는 따끈한 국과 김치, 그리고 동고량이라는 밥 차롱 바구니에는 한라산 표고버섯전, 빙떡, 브로콜리, 채소와 과일꽂이, 톳 주먹밥, 곰치 쌈밥, 고구마 등 푸짐하면서도 정성 가득 담긴 건강한 음식이 가득 차 있다. 제주의 음식문화와 향토의 맛을 체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귀포 치유의 숲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산 4
•문의처: 064-760-3067
•운영시간: 평일 매일 08:00~17:00 (하절기) 4~10월 18시, 매일 09:00~16:00 (동절기) 11~3월 17시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산림치유 프로그램: 성인 2000원, 어린이·청소년 1000원
•차롱치유밥상: 3일 전 예약해야 가능. 1인용 차롱치유밥상 이용금액은 1만 7000원. 계절이나 식재료 또는 행사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다. 064-760-3067〜8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법률가 브리야 사바랭이 1825년 발간한 ‘미각의 생리학’(원제, 한국어판 제목 ‘미식 예찬’)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미식과 식도락’의 경전이라 할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음식을 학문적으로 살펴본 미식 담론의 첫 번째 책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질병 저항력을 높여주는 신체 면역력이 집중 조명되면서 면역력 향상을 통해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음식과 조리법 등을 너도나도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면 건강하게 면역력을 높이고 자연 치유력을 기를 수 있는 식단이란 결국 공통적인 몇 가지로 압축된다. 건강한 식재료 사용, 가공 과정 최소화, 인공 조미료나 방부제, 풍미를 위한 착색제나 인공 향신료 사용 절제 등이다.
이런 담론을 거쳐 새롭게 부상하는 것이 유기농 재료로 구성된 친환경 생채식이다. 환자들이 먹는 특수한 식이요법이라고 생각했던 채식이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면역력 체질 강화를 위해 유기농 식재료를 구매하고 채식을 하려는 가정이 늘고 있다.
백화점 식품매장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친환경, 유기농 코너가 그 면적을 넓혀가고 있는 것은 물론, 1인 가구용 유기농 맞춤 밀키트 배송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걸쳐 친환경과 유기농을 향한 마케팅이 뜨겁다.
채식이 유행이라지만 그다지 맛도 없고 만들기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곳을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생채식 전문 식당 ‘날일달월’이다. 각종 신선한 채소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곳은 몸속 독소를 배출하고 면역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기본으로 한 생채식으로 구성한다. 여기에 맛까지 훌륭해 소리 소문 없이 진화 중이다.
유기농 친환경 채소들의 집합소
생채식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재료인 채소일 것이다. 어느 친환경 유기농 농장에서 구매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어찌 보면 영업 비밀이랄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다 같이 건강하게 맛있게 먹고 행복하게 살겠다는데 영업 비밀이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날일달월의 초록초록 반짝이는 채소들의 원산지를 차례차례 들여다본다.
•쌈채소 전북 남원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배송
•파프리카 전북 무주와 남원 지지팜에서 배송
•잎줄기 채소 충남 홍성 젊은협업농장에서 배송
•표고버섯 경남 거창 빛솔농장에서 배송
•밤 충북 충주에 위치한 보늬숲농장에서 배송
•당근 & 깻잎 제주도 평대리 부석희 님이 농사지은 당근과 깻잎
•양배추 & 버섯 충북 괴산 박달마을에 위치한 꿈꾸는느티나무농장에서 배송
•양파 & 마늘 경남 창녕 낙붕이네농장에서 배송
•자색양파 & 청오이 전북 부안 총각네농장에서 기른 토종 청오이와 자색양파
•김치 생채소는 아니지만 배추를 발효시킨 김치 역시 채식의 주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음식이다. 날일달월에서는 경남 진주의 법성사 스님이 직접 농사짓고 담근 김치를 배송받고 있다. 종종 경주 김호 장군 종가집 종부의 김치도 테이블에 올라온다. 이밖에도 여희숙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의 도서관 친구들이 인근 로컬 농장에서 추천하는 건강한 채소를 필요할 때마다 배송받고 있다. 이외 채소류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과 ‘자연드림’에서 신선한 것으로 구입한다.
몸속 독소 빼주고 면역력 높여주는 해조류 맛 일품
재료가 신선하면 그 자체가 훌륭한 음식이 되는 대표적인 식재료, 해조류. 그래서 해조류는 재료를 걷고 손질하는 정성이 더욱 중요하다. 날일달월에서 사용하는 해조류는 김, 미역, 다시마, 톳, 꼬시래기 등으로 다양하다.
•김 전남 장흥 김양진 님이 생산하는 무산 김
•미역 자연식 식재료 청미래의 자연산 미역
•다시마 전남 장흥 이승호 님이 청정 해역에서 채취한 다시마
•톳 & 꼬시래기 전남 장흥에 위치한 에벤수산의 제품
생채식에서 빠질 수 없는 식물성 단백질 보고, 두부와 콩물
생채식 메뉴에서 빠질 수 없는 두부는 생식에 알맞은 식물성 단백질 보고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함씨네에서 직접 만든 토종 콩물과 두부, 순두부를 날일달월에서 선보인다. 또한 각종 소스 만드는 데 요긴하게 쓰이는 발효효소들도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제품을 엄선해 사용한다.
•발효효소 변산공동체에서 만든 생강청과 자하생강가루, 경남 하동에서 만든 매실효소, 경남 함양의 오미자청과 양파효소, 버섯균사체 발효 특허품인 현미와 17곡물 발효효소 등이 소스에 사용된다.
디저트를 책임지는 견과류
•생견과 충북상회 광희네 작품이다. 해바라기씨와 호박씨, 아몬드를 72시간 정제해 만들었다.
•잣 경기도 가평은 한국의 유명한 잣 생산 가공지다. 날일달월의 디저트에 들어가는 잣은 경기도 가평 살구재에서 생산된 으뜸 잣을 사용하고 있다.
•대추 충북 보은 국악대추농원에는 유기농 대추가 주렁주렁 열린다. 열린 대추를 날일달월에서 맛볼 수 있다.
전국 제철 과일
•포도 경기도 가평 아름농장
•사과 충북 괴산 가을농원 선녀와 나뭇꾼의 껍질째 먹는 사과
•깐 밤 충북 충주 보늬숲 밤농장
•유기농 감귤 제주도 응모루농장 / 제주도 김건호농장 / 제주도 서귀포 김상현농장
•바나나 자연드림
•단감 & 블루베리 경남 의령군 고상근농장
재료 고유의 맛, 샐러드는 이렇게 만들어요
1 샐러드는 잎채소, 줄기채소, 뿌리채소가 10가지 이상 골고루 들어가게 한다. 요즘 만드는 샐러드에는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공수해온 치커리, 적근대, 적치커리, 케일, 깻잎, 양배추, 트레비소, 겨자채, 뉴그린, 고구마, 당근, 양파 등이 들어간다.
2 먼저 양배추와 적양배추를 채썰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놓는다. 양배추 물기 빼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한다.
3 양배추 다음에는 잎채소들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놓는다.
4 물기가 마르는 동안 고구마와 당근을 잘게 채썰어둔다.
5 양배추와 고구마, 당근이 준비되면 씻어놓은 잎채소에 남은 물기를 깨끗한 행주로 닦는다.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기 제거가 가장 중요하므로 잎채소 한장 한장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준 후 잘게 채썰어놓는다.
6 큰 볼에 잘게 채썰어놓은 채소를 모두 넣어 골고루 섞어준다. 7 양파는 따로 채썰어두었다가 샐러드 먹기 바로 전에 섞는 것이 좋다.
샐러드소스
1 무는 무쌈처럼 얇게 썰어놓고 일부는 깍둑썰기한다.
2 유기농 황설탕, 자연드림 현미식초와 물을 1:1:1 비율로 섞고 빛소금은 1큰스푼 넣는다.
3 2~3주 숙성시킨 후, 무쌈은 건져내 해조류나 채소를 싸 먹는 쌈으로 준비하고, 숙성시킨 액체는 잘 섞어 샐러드소스로 사용한다.
오행현미죽과 오행현미밥 만들기
1 영산농원의 신선한 오행현미를 발아시키고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일주일 이상 잘 말린다.
2 천천히 충분히 말린 오행현미를 방앗간에서 살짝 빻아 가루로 만든다.
3 찬물에 가루를 풀어 잘 저어가며 빠른 시간에 살짝 끓여 빛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4 정제한 견과류와 참깨를 얹어 오행현미죽을 완성한다.
✽오행현미밥은 오행현미와 찰현미를 섞어 밥을 짓는다.
맛있는 채식의 조건, 채소 맛을 깊게 해주는 레시피
▶쌈된장 만들기
1 오래 숙성시킨 약된장에 양파효소, 매실청, 생강청을 넣는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3 충분히 발효된 된장에 수수조청과 원당으로 맛을 낸다. 4 상에 내기 전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섞는다.
▶초고추장 만들기
1 오래 숙성한 전통 고추장에 고춧가루와 매실효소, 양파효소, 오미자청, 생강청을 넣는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이틀 동안 숙성시킨다. 3 충분히 숙성된 초고추장에 수수조청과 원당, 현미식초와 빛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통깨를 넣어 섞는다.
▶양념간장 만들기
1 숙성된 죽염 약간장에 양조간장을 반반 넣고 고춧가루를 넣은 후, 매실효소와 양파효소, 생강청을 더한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3 충분히 숙성된 간장에 수수조청과 원당, 빛소금으로 맛을 낸다. 4 여기에 다진 파, 생들기름, 통깨를 넣어 양념간장을 완성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면 종류의 음식은 멸치국수가 단연 으뜸이다. 멸치국수는 오랫동안 나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즐겨온 음식 중 하나다. 오죽하면 잔치국수라는 별칭이 붙었을까. 예전에는 잔치가 열리면 꼭 먹던 음식이다. 요즘은 멸치국수 대신 갈비탕이나 뷔페식이 잔치 음식을 대신한다. 그러나 옛날에는 잔치국수가 대표 음식이었다. 시골 잔치 때는 돼지도 한 마리씩 잡아 한 접시 가득 상에 올리곤 했지만 주 메뉴는 역시 멸치국수였다. 그만큼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최고의 음식이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된 요즘, 우리 가족은 가끔 특식으로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며칠 전 아들이 멸치국수를 하겠다고 나섰다. 통멸치를 다시마와 무와 함께 넣고 국물을 우려내는 과정부터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국수 위에 얹을 고명을 만드느라 애호박, 양파, 표고버섯, 당근도 다듬고 썰어 준비했다. 숙달이 안 된 탓도 있겠지만 멸치국수 만드는 과정이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한 시간을 쩔쩔매고 난 후에야 멸치국수를 식탁에 올렸다. 요리 과정을 지켜보니 시중에서 4000원 전후의 가격을 받는 음식치고는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 놀랐다. 아내가 가끔 해줄 때 쉬운 요리라 생각하고 먹었는데 결코 간단한 요리가 아니었다. 그 노력과 맛과 가격을 보면 가성비 최고의 음식임에 틀림없다.
오늘은 딸이 이탈리아 음식인 파스타를 해주겠다며 재료를 사 들고 왔다. 파스타 만드는 과정도 간단하지는 않았다. 멸치국수 만들듯 나름의 재료와 준비가 필요하다. 꽤 시간을 들여 만든 파스타는 역시 별미였다. 같은 면 종류의 음식이지만 그 맛은 사뭇 달랐다. 그런데 내 입맛에 썩 맞지 않았다. 멸치국수는 면발이 쫄깃하고 시원한 국물이 술술 넘어가는데 파스타는 왠지 뻑뻑한 식감이다. 파스타 요리의 나라 이탈리아에 갔을 때도 겨우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나라의 특별한 음식이니까 호기심으로 먹어보긴 했지만 영 당기는 맛은 아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면 몰라도 스스로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두 음식을 먹으며 의문이 떠올랐다. 음식 가격의 차이가 너무 나는 것이다. 멸치국수는 대부분 4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비빔국수도 5000원대다. 그런데 파스타는 최근에 가격이 좀 내렸다는데도 7000원대가 대부분이다. 분위기 있는 음식점에서 먹으면 1만 원을 훨씬 넘어 1만5000원대라고 한다. 멸치국수에 비해 서너 배 정도 비싸다. 뭐가 이런 차이를 갖게 한 걸까?
두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니 가격 차이가 날 만큼 파스타에 특별히 별난 게 들어가는 것 같지도 않다. 재료비에서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개인마다 음식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파스타의 대단한 맛을 느끼지 못하겠다. 옛 맛에 길들여진 때문인지 멸치국수가 훨씬 더 맛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은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아무리 그걸 감안한다 해도 몇 배의 가격 차이가 날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멸치국수를 값싸게 먹을 때마다 왠지 개운하지 않다. 우리 국수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멸치국수가 해외로 나가면 파스타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대우를 못 받을 이유가 없는 것 같다.
한국 음식이 세계화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어 보인다. 요즘 소비자들은 맛도 따지지만 분위기를 더 중요시한다. 기꺼이 돈을 더 주고서라도 고급 음식점을 찾는다. 커피값도 값싼 커피부터 값비싼 커피까지 천차만별이지 않은가. 경제적 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소비자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맛, 가격, 위생, 환경, 분위기? 소비자의 니즈를 좇아가는 게 답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는 식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감염 공포로 외식을 기피하고 대형마트 장보기도 꺼린다. 그렇다고 매일 배달 음식을 먹기에는지갑 사정이 부담스럽다. 결국 집에 있는 재료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다. 냉장고 속 평범한 재료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요즘 같은 시기 건강까지 관리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고 했다. 냉장고 재료로 면역력 챙기는 ‘보약 집밥’ 레시피를 자생한방병원 이형철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 땀 쏙 빼는 ‘콩나물국’ 양기 보충과 감기 예방 효과
콩나물국은 조리가 간단하면서도 건강에 이로운 음식이다. 한의학적으로 콩나물은 체내의 나쁜 기운인 습열을 제거하고 간 기능을 회복시켜 감기를 다스리는 데 좋은 식재료다. 예부터 콩나물은 서민적인 구황작물로써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했다. 고려 태조가 나라를 세울 때 콩을 냇물에 담가 콩나물로 길러 굶주린 병사들의 사기를 올린 일화가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전쟁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는 요즘 콩나물국은 승리를 위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대파는 몸의 양기를 보충할 수 있는 식재료다. 특히 대파의 흰 부분은 ‘총백(葱白)’이라 하여 해열에 효과적이다. 두 가지 채소 모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도 뛰어나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콩나물국 레시피]
① 멸치육수를 1500ml 가량 우려 준비한다.
② 콩나물 400g을 깨끗이 씻고 대파 1대도 어슷썰기를 해준다.
③ 콩나물과 육수를 냄비에 넣고 콩나물이 익을 때까지 뚜껑을 열지 말고 끓인다.
④ 다진마늘과 새우젓, 소금으로 간하고 대파를 넣어 한소끔 더 끓여 마무리한다.
◇ 영양만점 건강식품 김치의 변신 ‘김치볶음주먹밥’
김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건강식품이다. 배추김치의 경우 열이 많은 고추, 마늘, 생강,파 등과 서늘한 기운을 가진 배추, 무 등이 섞여 매우 조화로운 성질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김치에는 비타민과 섬유질뿐만 아니라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익균도 풍부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김치가 사스 등 바이러스 감염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하자 중국의 김치 수출량이 350% 가량 증가했던 일은 유명하다. 훌륭한 건강식인 김치와 함께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채소를 넣어 ‘김치볶음주먹밥’을 만들면 더욱 색다르고 맛있게 김치를 즐길 수 있다.
[김치주먹밥 레시피]
① 김치200g를 잘게 썰어볶아준다. 양파, 당근 등 자투리 채소도 같이 넣는다. (참치통조림, 햄, 멸치볶음 등을 추가하는 것도 좋다.)
② 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을 한 밥3공기에 볶은 김치를 넣고 먹기 편한 크기로 빚는다.
③ 취향에 따라 김가루를 입혀준다.
◇ 면역력 향상시키는, 바삭하고 고소한 ‘부추버섯전’
애매하게 남아 있는 부추와 버섯으로도 먹음직한 ‘부추버섯전’을 만들 수 있다. 부추는 불교에서 수행에 방해가 된다며 금기되는 음식인 오신채(五辛菜) 중 하나일 정도로 스태미나에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부추는 “봄 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따뜻한 기운이 강해 겨울을 보내며 쇠약해진 기운을 차리는 데 효과적이다. 한방에서는 부추를 구채, 부추씨를 구자라 부르며 약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영양학적으로도 비타민 A와 C,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성분도 많아 면역력 강화 및 노화방지에 효과가 좋다.
자양강장, 해독, 향균 등에 효능이 좋은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등을 잘게 썰어 부추전에 함께 넣어주면 맛과 식감을 더할 수 있다. 또한 버섯은 베타글루칸 등 다당체가 풍부해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부추버섯전 레시피]
① 부추 200g를 적당한 크기로 토막 썰고 버섯 100g은 잘게 썰거나 찢어 손질한다.
② 물 200ml에 부침가루200g, 계란1개를 넣어 반죽을 만든다.
③ 손질한 재료를 모두 넣고 버무린 후 소금간을 한다.
④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올려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설이 다가온다. 이때쯤이면 제주 출신 나이 든 사람들은 고향의 빙떡이 생각난다. 빙떡은 제주의 메밀전병이다. 강원도, 경상북도 등지의 메밀전병과 또 다른 맛의 전병이다.
메밀전병은 지역마다 소가 다르다. 강원도에서는 갓김치를 넣으며 배추김치와 돼지고기도 넣는다. 경북에서는 표고버섯과 실파를 소로 넣는다. 충북에서는 당근과 쇠고기, 우엉 등을 넣는다. 그러나 제주도의 빙떡은 소도 가장 단순하고 부침개에 가깝다.
제주 빙떡은 한마디로 “삶은 무나물을 메밀전으로 싼 것”이라고 보면 된다. 소는 무채만을 넣는 것이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돼지비계로 지진 전에 약간의 간을 한 무채를 넣고 말아 만든다. 반죽에 무채를 넣어 '빙빙 만다'고 해서, 또는 '빙철(빙떡이나 전을 지질 때 사용하는 번철)'에 짓는다 하여 빙떡이라고 부른다. 또 멍석처럼 말았다고 해서 '멍석떡'이라고도 불린다.
제주 지역의 메밀 생산량은 전국 시.도 중 가장 많아 전국 전체 생산량의 35.5%를 차지한다. 지난해의 메밀 재배 면적이 845Ha(헥타르)로 메밀 생산량이 321톤이다. 제주에서 옛날부터 메밀 음식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설이 되면 제주도에서는 빙떡과 함께 메밀묵 등을 많이 해 먹는다. 명절과 잔치, 제사 등의 큰일이 있을 때는 메밀 빙떡과 메밀묵을 만들어서 상에 올리고 제사 후에 나누어 먹는다. 메밀 빙떡을 보관하는 것도 습기가 돌면 빙떡이 떠지기 때문에 대나무로 만든 차반지에 보관한다. (*차반지 : 공기가 잘 통하고 떡이 달라 붙지않음)
제주도 서귀포시 지역에서는 빙떡을 전기떡 또는 쟁기떡, 멍석떡이라고도 한다.
예전엔 큰 프라이팬이 없어서 깨끗한 무쇠솥 뚜껑을 뒤집어서 불 위에 올려 달군 후 미지근한 물에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서 얇고 둥글게 전을 부쳐내곤 했다. 요즘은 당연히 프라이팬을 사용한다. 메밀과 무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이 간편식의 역사는 약 700여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의 옛 정취를 그대로 담아낸 제주 토속음식 중의 하나다. 단맛을 내는 성분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는 은은하고 은근한 맛이라고들 한다.
빙떡을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식재료는 메밀가루 5컵, 반죽 물 1.6L(8컵 정도), 무 800g(한 개), 쪽파 100g 그외 소금, 참깨, 참기름 등을 적당하게 양념하면 된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메밀가루에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물을 섞어서 메밀 반죽을 한다.
②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을 한 후 프라이팬에서 둥그런 모양으로 전을 부쳐낸다.
③ 익힌 메밀 전을 깨끗한 도마나 큰 쟁반 위에 넓게 편 후 속을 준비한다.
④ 속에 들어갈 무채를 약간의 양념(파, 깨, 소금 등)과 함께 버무린다.
⑤ 만들어진 속을 익힌 메밀 전의 가운데에 놓고 메밀 전을 빙빙 말면 메밀 빙떡이 완성된다.
제주의 토속 음식 중에서도 빙떡이 대표 음식 격이다.
이번 설에도 제주도 사람들은 빙떡과 메밀묵을 차례상에 올릴 것이다.
같은 라면이라도 캠핑장에선 유독 맛있게 느껴진다. 그건 아마 캠핑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주변 환경 덕분일 게다. 산과 바다, 숲과 계곡 등 천혜의 자연을 둘러싼 곳에선 공기마저 달달하다. 그런 캠핑의 맛을 한층 더 돋우어줄 레시피와 더불어 자연까지 생각한 요리 에티켓을 담아봤다.
사진 및 레시피 제공 상상출판(캠핑 가서 잘 먹게 해주세요, 이미경 저)
✽레시피 1숟가락=일회용 숟가락 기준, 1컵=일회용 종이컵 기준
따끈한 안주가 생각날 땐? 홍합 바지락찜
캠핑의 밤이 무르익어갈 때쯤 가볍게 기울이는 한잔은 가을밤의 낭만을 더욱 짙게 만든다. 쌀쌀한 날씨엔 아무래도 따끈한 안주가 제격이다. 소주, 맥주, 와인 등 다양한 주종과 잘 어울리는 홍합 바지락찜을 추천한다. 깔끔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매력적이다.
레시피 *4인분 요리시간 20분
재료 홍합 500g, 양파 1/4개, 청양고추 1개, 대파 1/4대, 고추기름 2숟가락, 식용유 3숟가락, 다진 마늘 1숟가락, 참기름·통깨 약간씩 양념 재료 고추장 2숟가락, 고춧가루 2숟가락, 설탕 1/2숟가락, 물엿 1숟가락, 청주 2숟가락, 간장 1숟가락, 청양고추 약간
① 홍합은 껍데기를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은 뒤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을 약간 넣어 입을 벌릴 때까지 삶는다. 홍합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볶을 때 사용하면 좋다.
② 양파, 청양고추, 대파는 곱게 다진다.
③ 양념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 숙성시키면 더 맛있다.
④ 팬에 고추기름과 식용유를 넣고 다진 마늘과 양파를 넣어 볶다가 양념장과 청양고추, 대파, 홍합을 넣고 뒤적거리면서 볶는다.
평범한 마트 소시지는 NO! 캠핑용 수제 소시지
캠핑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릴’이다. 소시지 역시 캠핑장 그릴 위의 단골 재료다. 시중에 판매하는 소시지도 맛있지만, 좀 더 특별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수제 소시지’를 추천한다. 집에서 미리 만들어 쿠킹포일에 돌돌 말아 가면, 숯불에 바로 굽기만 하면 돼 편리하다.
레시피 4인분 요리시간 30분
재료 양파 1/2개, 당근 1/8개, 양송이버섯 4개, 불린 표고버섯 2개, 풋고추 1개, 소금 약간, 다진 쇠고기 200g, 다진 돼지고기 200g, 다진 마늘 2숟가락, 녹말가루 2숟가락, 식용유 적당량 고기 양념 재료 토마토케첩 2숟가락,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대체 식재료 쇠고기, 돼지고기 → 닭고기, 새우살
① 양파, 당근, 양송이버섯은 곱게 다진다.
② 불린 표고버섯은 물기를 꼭 짜고 기둥을 떼어 곱게 다지고 풋고추는 꼭지를 떼어 4등분해 곱게 다진다.
③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 당근, 양송이버섯, 표고버섯, 풋고추를 넣어 볶다가 소금으로 간해서 식힌다.
④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토마토케첩을 넣어 섞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⑤ ④에 채소, 버섯, 다진 마늘, 녹말가루를 넣고 치댄다.
⑥ 반죽을 끈기 있게 잘 치대어 길쭉하게 빚은 뒤 쿠킹포일로 감싸 그릴이나 팬에 익힌다.
마시고 남은 와인으로 만드는 상그리아
만약 캠핑 때 챙겨간 과일이 있다면 남은 와인을 활용해 상그리아를 만들어보자. 술에 약하다면 술의 양을 줄이고 주스를 더 넣어 약한 알코올음료로 즐기면 좋다.
레시피 4인분 요리시간 10분
재료 오렌지 1/2개, 굵은소금 약간, 사과 1/2개, 키위 1/2개, 레드와인 2컵, 크랜베리 주스 2컵 대체 식재료 사과 → 딸기, 키위 → 포도
① 오렌지는 껍질을 굵은소금으로 문질러 씻고,
사과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째 슬라이스한다.
② 키위도 껍질을 벗겨 슬라이스한다.
③ 레드와인에 크랜베리 주스를 붓고 섞는다.
④ 슬라이스한 오렌지, 사과, 키위 등을 넣은 뒤 고루 섞어 완성한다.
캠핑 요리 에티켓 & 주의사항
① 요리를 하며 나오는 쓰레기는 재활용, 음식물, 일반쓰레기 등으로 구분해 지정된 장소에 분리 배출한다. 특히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이나 오수를 캠핑장 바닥에 버리면 환경오염과 해충 발생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② 요리가 끝난 뒤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요리에 사용한 숯이나 번개탄, 목재 등에 불이 확실히 꺼졌는지 확인하고, 남은 재는 한곳에 모아 허가된 장소에 버린다. 특히 가을엔 제대로 끄지 않은 불씨가 화재로 직결되니 조심해야 한다.
③ 남은 음식물은 남겨두지 말고 바로바로 처리한다. 남은 음식물을 방치할 경우 야생동물이 찾아올 위험이 있다. 가급적 남은 재료를 잘 활용해 요리하는 지혜를 잘 발휘해보자. 요리한 음식이 많을 때는 캠핑장 내 이웃들과 나누면 사이도 돈독해지고 좋다.
깊고 외진 산골에 마녀들이 산다. 오순도순 친자매들처럼 정겹게 지낸다. 산골짝 여기저기, 멀거나 가까이에 떨어져서들 살지만 여차하면 만나고 모이고 뭉친다. 모임 전갈이 떨어지면 빗자루를 타고 나는 마녀처럼 모두들 득달같이 달려와 자리를 함께한다. ‘마녀들’이라지만 위험하거나 수상할 게 없는 아줌마들이다. ‘마음씨 예쁜 여자들’, 그걸 줄인 게 ‘마녀들’이라지.
‘마녀들’ 여섯 명은 모두 귀농인이다. 산골에서 산 세월의 길이는 저마다 다르지만 다들 농업을 통해 소득을 올린다. 모임을 제안해 만든 건 된장사업을 하는 임미숙(60) 씨.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녀는 귀농 동기인 강성대(70, 명박골 표고버섯) 씨를 왕언니로 해 동아리를 꾸렸다. 임미숙 씨는 도시에서 사업상의 부침을 거듭하다 활로를 찾아 7년 전에 이 산골로 귀농을 했다. 나 이제 욕심을 싹 비우고 살래! 그런 다짐을 하며 어버이처럼 푸근한 시골의 자연 속으로 거침없이 이주했다. 이후 용케도 그녀는 발랄한 또래 아줌마들을 만나 사교를 했다. 마침내 죽이 맞아 단단한 우애를 쌓게 되었다. ‘마녀들’이라는 모임 이름은 그녀의 작명.
“귀농으로 맺어진 우연한 인연이지만 친자매 같은 정을 나누고 지내니 큰 행운이죠. 귀농 직후 저는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어요. 무엇보다 된장을 만드는 기술도 힘도 부족했어요. 혼자 끙끙거리며 남들 몰래 공부를 하고 실습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던 중 인근 마을의 또래 아줌마들이 드나들며 일을 도와주었지요. 모두들 귀농 선배들이라 일 외에도 여러모로 배울 게 많았어요. 게다가 살가운 여자들이라 순식간에 정도 들었고요. 그게 ‘마녀들’ 모임의 배경이에요.”
우정이란 고독한 인생을 보완해주는 보약. 소소한 사교 이상의 결속력으로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마녀들’ 모임은 시골살이를 한결 생동하게 하는 힘이 돼주었다. 이들이 모이면 일이 벌어진다. 또는 일이 생길 때면 재까닥 모인다. 생일 같은 축일엔 파티를 펼친다. 김천농업기술센터가 개설한 음식연구회에 참여해 함께 요리를 배운다. 귀농 교육생들이 찾아들면 모두 발 벗고 나서 일을 거들거나 팜파티를 펼친다. 농번기엔 일손이 딸려 애를 먹는 곳이 농촌이지만 이들은 끄떡없다. 우르르 자매들의 농장으로 번갈아 달려가 일을 해치운다는 게 아닌가. 품앗이의 귀감이다.
“마녀들 또 뭉쳤네!”
때로 외롭거나 따분할 수 있는 게 산골살림이다. 뒷산 소나무 외엔 불만을 털어놓을 상대가 더 이상은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 게 귀농생활이다. 하지만 ‘마녀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해결한다. 끝없는 수다와 깔깔대는 웃음이 꽃처럼 피어 내부에 웅크렸던 그늘을 헹궈낸다. 멀리 대구로 나가 뮤지컬이나 영화를 즐기기도 하고, 더 먼 곳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탄성을 내지른다지. “어라? 마녀들이 또 뭉쳤네!”
농사란 어쩌면 희한한 방식의 고행. 난다 긴다 하는 고수가 아니고선 실패하기 십상이지 않던가. 그런데 말이다, 놀랍게도 마녀들은 모두 순항하고 있다. 다들 김천 관내에서 손꼽히는 강소농으로 알려졌다. 면면을 볼까? 마녀들 가운데 유일한 독신인 임미숙 씨는 된장사업에 야무지게 매달려 기반을 잡았다. 조현숙(60) 씨는 보리떡을 만들어 기세를 돋운다. 구나윤(58, 삼도봉 천마농장) 씨는 천마 재배로 5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전경정(58, 새송이 청암농장) 씨는 고품질 유기농 새송이버섯을 생산하는 유력 농군으로 부상했다. 양봉으로 꿀을 생산하는 이선화(57, 도마네 꿀집) 씨도 억대농.
화려한 이력들이다. 모든 귀농인들이 사력을 다해 성공을 추구하지만 숫제 물거품이 되는 경우마저 숱하다. 마녀들은 하늘의 자비로운 협찬을 유달리 옹골차게 누렸을까? 그럴 리가. 그들은 남들보다 더 분발하고 남들보다 더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고서도 참담하게 무너지기도 했다.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바닥을 친 그 좌절의 힘으로 다시 튀어 올랐다. 인생이란 실로 역전과 반전의 드라마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얘길 들어볼까.
구나윤 “천마 재배 이전에 다른 작물을 다양하게 재배했어요. 하지만 실패만 거듭했죠. 가지고 있던 자금을 다 털어먹고 빚만 잔뜩 남았을 때 실의 속에서 착안한 게 천마 재배였어요. 그러나 이마저 뜻대로 되질 않았어요. 복잡한 재배와 생산 과정을 숙달하고서도 판로가 여의치 않더라고요. 게다가 값싼 중국산마저 마구 밀려들었고요. 그러나 끈질기게 한 우물을 파겠다는 신념으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초기엔 한 해 빚만 1억 원에 달할 정도로 큰 실패를 봤지만 무심한 하늘을 원망하는 것으로 실의를 털고 다시 일어서야만 했어요.”
전경정 “저는 귀농 1세대에 속해요. 원래 시골을 좋아했기에, 시골에 사는 게 꿈이었기에, 귀농에 만족했어요. 하지만 농업이란 정말 만만치 않았어요. 본격적으로 새송이버섯 재배에 나선 게 10년 전이었는데 처음엔 고전의 연속이었죠. 모든 재산이 경매로 사라지는 곤경에 처하기도 했어요. 벼랑 끝까지 몰렸던 셈이죠.”
구나윤 “저희 농장의 문제는 판로에 있었지요. 제아무리 고품질 천마를 생산한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하지 못하면 헛수고에 그치고 말아요. 그래서 인터넷 마케팅에 주력했고, 그건 매우 정확한 타깃이었어요. 현재 인터넷 단골 고객만 600여 명에 달해요.”
전경정 “한순간에 부도가 나자 주변 사람들이 말도 안 걸더라고요. 배척하는 그 분위기, 참 서글펐어요. 급기야 제가 간암 판정을 받는 상황까지 맞이했어요. 제대로 잘 살아보기 위해 귀농을 했는데 죽을병에 걸리다니…. 금전적 압박이 중병을 가져온 것인데 의지로 떨쳐야만 했어요. 암 치료 중에 부단히 운동을 하고, 모든 현실을 받아들여 순응을 하고 긍정심을 키우고…. 그런 노력 덕분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 버섯 재배에도 더 각별한 공을 들였어요. 남편과 함께 새벽까지 농장에서 불을 밝히고 일했어요. 그 결과 5년 전부터 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요. 저 들에 핀 꿋꿋한 풀꽃처럼.”
고진(苦盡)의 짝꿍은 감래(甘來)
하늘엔 때로 느닷없는 비구름이 엉기고, 인간사엔 자주 우환이 끼어든다. 하지만 지구상의 가장 강인한 생물에 속할 인간은 때로 무적함대처럼 용맹하다. 운세를 경영하는 촉이 살아 있을 경우 우환이라는 놈은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귀농으로 고진감래의 여정을 연수한 두 ‘마녀’의 술회엔 가슴을 파고드는 감명이 서려 있다. 뜬구름처럼 덧없는 게 인간사라지만, 어떤 상황에서고 할 일을 능히 찾아 치열히 행하고 볼 일이렷다.
농사 혹은 돈벌이만이 마녀들의 본분사는 아니다. 심혼을 촉촉이 적시는 정서적 만족감이 있어야 생이 즐거울 게 아닌가.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간에 이른 이 아줌마들이 갈구하는 건 즐거운 나날들의 지속일 테지. 그 어엿한 지향을 실현하기 위해 귀농을 택했고, 시골은 그녀들에게 응분의 선물을 주었다.
임미숙 “여자 혼자 사는 제 입장에선 일 자체가 매우 힘들어요.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는 게 시골생활이에요. 마녀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고 격려하며 지내는 일에서도 커다란 보람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흔히들 시골엔 문화 여건이 열악한 걸로 알지만 사실과 달라요. 가령 김천농업센터만 해도 다양한 문화강좌가 개설돼 있어요. 저는 그곳에서 우쿨렐레와 천연염색을 배웠어요. 제과제빵 기술도 배웠고, 한식요리사 자격증도 땄어요.”
이선화 “시골생활 초기엔 모든 게 힘들었어요. 그러나 원래 허약 체질이었던 몸과 마음이 온전히 건강해졌는데요, 우선은 거짓말 없는 자연에 마음을 두고 산 덕분이라 봐요. 잔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한 포기도 사랑스럽고, 하늘과 구름과 달과도 대화가 되는 기분이에요. 저희 부부는 이동 양봉을 합니다. 철 따라 꽃 따라 산천을 찾아다니는 일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모르겠어요. 제가 사실은 현대판 집시여인이에요.(웃음) 꽃이 좋아 꽃을 따라 늘 여행하는 여자라는 거.”
구나윤 “처음엔 시골이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았어요. 새벽부터 동동거리며 수많은 일들을 해야 했으니까요.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었죠. 몸은 망가지고, 부채만 쌓이고, 화병이 생기고, 참 문제가 많았던 시절이 길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누군가 귀농을 한다면 뜯어말리고 싶을 지경이에요. 하지만 시련기가 지나고선 서서히 안도와 행복을 느꼈어요. 판로를 구축해 천마 판매에 탄력을 붙이면서였어요. 나름의 부를 일굴 수 있었던 덕이죠. 이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삽니다. 사고 싶은 것 사고, 가고 싶은 곳 가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거의 맨날 붙어 지내는 남편과는 충돌이 많지만, 그동안 꾹 참고 살았지만 이젠 눌려 살진 않을 거예요. 밥을 찾아 먹거나 말거나.(웃음)”
전경정 “시골이 싫다는 여성이 많지만 저는 참 좋아요. 그래서 촌스럽게 생겼을까?(웃음) 마음도 촌스러워요. 주변 산과 꽃의 경이로움을 사진에 담는 일이 참 즐거워요. 그보다 좋은 건 ‘마녀’ 언니들과 어울리는 일이에요. 제겐 원래 언니가 없어서 이 언니들에게 더 기대는지도 몰라요. 음, 농사란 좋은 직업이라 봅니다. 생명공학도라 할까? 농부는 항상 자기개발을 하는 사람이라 봐야 할 거 같아요.”
인사만 잘해도 탈날 일 없어
수많은 인구가 넘실거리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을 골똘히 주시하지 않는다. 피차 피곤할 수 있는 간섭을 가급적 자제한다. 그러나 시골에선 다르다. 마을 인구가 워낙 적기에 이웃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마을 나름의 질서와 풍습을 고수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누군가가 귀촌을 했다면, 그는 이삿짐을 푸는 첫날부터 무대에 오른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 놓인다. 입길에 오른다. 야무지고도 건실한 마녀들, 이들은 원주민과의 융화에 애로를 느끼진 않았을까. 들어보자.
구나윤 “시골분들이 합리적이진 않을지라도 자연스럽게 물들며 살아왔어요. 가령, 모처럼 치장 좀 하고 외출할 경우, 저걸 옷이라고 입고 다니느냐는 투의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어요. 지나친 참견이죠. 하지만 귀농인들이 조심하며 지내는 게 상책이라 봐요.”
임미숙 “간섭으로 들릴 수 있는 얘기들을 간섭으로 듣지 않으면 돼요. 그냥 하는 소리니까요. 재치 있게 받아넘기는 게 필요하고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만 잘해도 탈날 게 없어요.”
전경정 “시골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건 이웃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일이었어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적극 노력을 했어요. 저희 남편은 마을의 초상집을 찾아다니며 시신까지 만졌어요. 궂은일을 도맡다시피 했죠.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면, 결국 도시로 돌아가야 하는 낭패를 볼 수도 있어요.”
마을 전체를 내 집으로, 마을 주민 모두를 내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실패할 일이 없겠지. 그게 쉽겠냐마는 마을 공동체를 존중하지 않고선 설 길이 없다. ‘마녀들’처럼, 우정과 공감에 찬 동아리를 만든다면 한결 든든할 테고.
소설가 박원식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2017년 12월 22일 경강선 KTX가 개통된다.
이 열차로 기존에 서너 시간 걸리던 서울에서 강릉까지 두 시간이 채 안 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22일 경강선 개통에 앞서 미리 시승을 할 기회가 있었다.
며칠 전 내린 흰 눈으로 온 세상이 은빛인 설원을 기차를 타고 달려본다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매우 설레고 기대되었다.
정책기자단 26명 기자님들과 같이 떠나게 된 이번 팸투어는 정말 기쁜 일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이번 팸투어의 취지는 이제 2시간도 채 안 걸리는 시간에 안락하고 쾌적한 열차로 서울에서 강릉까지 갈 수 있으니 굳이 숙소를 그곳에 정하지 않아도 평창올림픽을 하루에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올림픽 열리는 곳의 숙박업체에서 폭리를 취하려 해 제재해서 정상으로 돌렸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는데 강릉까지 이렇게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다면 관람하고 싶은 경기를 숙박하지 않고도 하루에 충분히 다녀올 수 있게 되었으니 반가운 일이다.
오전 10시 50분까지 모이라고 했지만,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일찍 서울역에 도착했다.
모임 장소에 가니 이제는 아주 오랜 친구처럼 친숙해진 기자님들과 여러 관계자분들이 벌써 모여서 반가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11시 반 출발인 열차를 타려는데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필자도 좋아하는 멋진 음악그룹으로 ‘외톨이야’를 부른 ‘씨앤블루’의 정용화 씨가 우리랑 같이 줄을 선 것이다.
연예인이어선지 그의 모습에서 빛이 나는 듯했고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 필자 일행과 사진도 찍었다.
평창 홍보대사인 용화 씨는 참 빛나는 잘생긴 청년으로 오늘 경강선 시승식을 같이 떠나게 되어 즐거웠다.
그런데 더 놀란 일은 오늘 시승식을 대통령님과 같이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으로 온화한 미소를 지닌 분이었다.
우리 정책기자단과도 한 사람씩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 꿈같은 일로 대통령님의 옆 옆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가깝게 대통령 옆에 서서 악수도 하다니 가슴이 뛰고 문재인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으로 길이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경강선에 오른 기자들은 모두 기분 좋은 분위기로 축제인 듯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리를 잡은 후 점심으로 ‘강원 나물밥도시락’이 제공되었다. 이 도시락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강원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기회로 삼으려 개발한 영양밥으로 강원도에서 개발한 품종인 오륜쌀과 오륜감자, 특허기술로 만든 참취, 곰취, 곤드레, 어수리와 표고버섯 등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지만 개선되어야 할 점은 음식이 좀 따뜻하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 뉴스를 보니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도시락을 드셨다고 했다.
창밖의 경치는 지난밤 쏟아진 함박눈으로 온통 은색의 세계였다.
편안한 좌석에 앉아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감상하니 어쩐지 시인이라도 된 듯 무언가 시상이 마구 떠오르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났다.
논스톱으로 달린 경강선은 정말 두 시간을 넘기지 않고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은 이제 평창올림픽 손님을 맞아 각 경기장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우리 기자단은 안목항의 커피 거리로 갔다.
작년 겨울에도 이곳에 왔었는데 그때 그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와 즐비하게 늘어선 커피집의 예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커피집이라는 산토리노에서 커피 한 잔씩을 마셨다.
산토리노 카페 3층 베란다에서 내다보이는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제 경강선 열차로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올 수 있으니 평창 올림픽도 많이 관람하고 또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맛있는 커피도 즐기며 행복한 멋진 추억을 많이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