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그 유머러스한 제목에 궁금증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무대는 저마다 사연이 들어 있을 것 같은 수많은 서랍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창문을 막 넘으려는 100세 노인의 앙상한 다리를 비추고, 제 할 일로 부산한 4명의 배우가 등장하며 시끌벅적하게 막이 올랐다. 길고 긴 100년의 숨 가쁜 세월과 사건을 표현하기 위해 5명의 배우가 시대를 나눠 주인공 알란을 연기했다. 조실부모하고 배움도 짧지만 알란은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각 나라의 지도자를 만나는 등 근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혁혁하게 등장한다.
작품 속 알란은 세상 피곤한 인생 수레를 탄 듯 고단한 일들을 맞닥뜨리게 되지만, 매 순간 지혜의 기근을 겪지 않는 인물이다. 다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수월하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언제나 따끈하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에, 제아무리 장수시대라 하더라도 숱한 고비를 겪은 그가 100세를 누린 비결이 궁금해졌다. 1905년 출생해 2005년까지, 100세를 맞이한 이 현명하고 바쁜 개구쟁이 할아버지의 장수 비결은 어느 귀퉁이에 숨어 있는 것일까?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어머니가 남긴 이 말을 평생 빼지 않는 반지처럼 간직한 것이 알란의 장수 비결 일등 공신으로 보인다. 웬만한 일에는 불평불만 않고 순응하는 삶이랄까? 명심보감에도 ‘세상 만물이 순리로 찾아오거든 거부하지 말고, 세상 만물이 가버렸으면 아쉬워 뒤좇지 말라’고 나와 있다. 그 이치를 깨달은 것을 보니 어쩜 알란의 어머니도 공자를 공부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생각할수록 만사는 그 자체로 놔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뭐든 일어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놔둬야 하지. 왜냐하면 만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니까. 거의 항상 그래.”
비를 막겠다고 술잔에 우산을 씌우는 게 우리네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알란은 자신에게 벌어진 수많은 날벼락 같은 일들도 순순히 받아들임으로써 스르르 빠져나갔는지도 모른다.
노년기 알란은 “누울 수 있는 침대, 술 한 잔, 식사 한 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만 있다면 괜찮다”고 말한다. 100세 노인이 녹여낸 수수한 인생 철학이다. 듣고 보니 그 정도는 필요한 것 같다. 그 외에 더 필요한 게 있을까? 먹을 것과 잘 곳, 거기에 좋은 벗까지 있다면 인생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욕심을 내지 않으니 조바심도 둥지를 틀지 않는다. 장수한 알란에게 너무 많은 것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모두가 가버리고 홀로 남았지만 나는 어디론가 다시 떠난다.”
100세 알란의 발걸음은 조금 느려졌지만 도전정신은 여전히 퍼덕인다. 일하는 노인이 장수한다는 건 평범한 이야기지만 마음에 든다. 평생 일하며 도전해온 삶 또한 알란의 장수 비결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는 젊은 시절 정치적인 이유로 거세를 당했지만 사랑까지 끊어 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만다와의 결혼 덕분에 거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또, 나이 때문에 사랑에 뒷걸음질 치는 것은 알란답지 않다. 격동의 세월을 사느라 만나지 못했던 사랑을 이제야 품은 것이다. 열정적인 사랑이든 잔잔한 사랑이든 사랑은 꽃그늘이다. 나이를 셈하지 않고 사랑을 꿰찬 것도 그만의 장수 비법인 듯하다.
연극이 끝났다. 배우들이 남기고 간 땀 냄새 끄트머리엔 알란이 달려있었다. 이런저런 방법과 통찰로 건강한 100세를 기록한 알란이 결국 마음을 건드리고야 말았다.
“우리는 모두 자라나고 또 늙어 가는 법이지. 어렸을 때는 늙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해.”
유쾌한 알란은 “백 살이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야”라며 밑줄까지 그어준다. 마치 “아직도 사과는 다 익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아하다는 건 무엇일까. 직장이 우아할까? 가정이 우아할까? 부대끼는 현실 속에서 ‘우아’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인간이 스스로 우아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에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의 저자 박홍순(朴弘淳·55)은 “무언가를 창작하거나, 창작된 것을 접할 때”라고 답한다. 즉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삶이 우아해진다는 것. 더불어 인생에서 가장 우아할 수 있는 시기는 내면의 가치가 풍부해지는 노년이라 말한다. 나이 들수록 체력은 고갈되지만, 시간에 비례해 쌓이는 지혜가 바로 우아한 노후의 밑거름이다.
‘미술관 옆 인문학’, ‘생각의 미술관’ 등으로 미술을 통한 성찰과 인문을 이야기해온 박홍순 작가. 그는 새 책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에서도 그림과 문학, 예술 작품 등을 매개로 노년의 삶을 그렸다. 아직 노인이라고 하기엔 이른(?) 50대 중반인 그가 황혼의 인문학에 성큼 다가선 까닭은 무엇일까?
“노년이 꼭 생물학적 나이를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삶의 방식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요. 동년배를 보면 공무원이나 자영업자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퇴직했어요. 그들의 일상은 노년의 삶과 다름없더라고요. 집에서 TV 보며 시간을 때우고 할 일 없이 공원에 가거나 산에 올라요. 그때 느끼는 상실감, 박탈감, 당황스러움 등이 노인들이 갖는 정신적 공황과 비슷하더군요. 나이는 멀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노년은 제게 바짝 다가와 있는 셈이죠.”
노년기 내면의 거울 ‘예술’
박 작가는 박수근의 ‘노인’, 김대섭의 ‘삶(生)-회(回)’, 고야의 ‘노파의 시간’ 등 작품 속 노인의 모습을 통해 노년의 삶과 죽음, 성(性)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그림이란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사회가 수치화한 노인의 삶보다 더욱 정확하게 현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중 노년 주제 도서 대부분 수치, 통계, 정책 등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론적 접근은 개인의 상황 고려 없이 한데 뭉뚱그려 일반화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거치죠. 그 결과 값이 유용하긴 하지만 현실을 나타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누군가의 인생이 수치로 표현 가능한 건 아니니까요. 한 개인의 삶으로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노인 문제는 계속 피상적으로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책에서 다룬 작품들은 주로 작가가 직접 노년을 겪으며 부딪히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에는 저마다 한 인간이 노인이 되기까지 그동안 쌓아온 삶의 내력이 녹아 있다. 박 작가는 여러 수단 중에서도 이러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노년의 삶을 성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권한다.
“그림은 생각의 여지를 가장 많이 준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무협 만화는 재미있는데 같은 내용의 영화는 유치할 때가 있죠. 만화는 칸과 칸 사이 상상의 여지를 주잖아요. ‘얍!’ 하고 다음 장면에 죽어 있는데, 독자가 그 과정을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모든 걸 다 보여줘버리니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죠. 그런 점에서 그림은 정지된 화면 속에 수많은 메시지를 압축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폭넓게 발휘됩니다. 그만큼 생각도 깊어지고요.”
여가도 훈련이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한 우탁의 시조 속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서 지름길로 오는구나’라는 글귀에 공감한다는 박 작가. 그는 막을 수 없는 늙음을 거부하며 젊음에 집착하는 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언제부턴가 안티에이징이 트렌드잖아요. 우리 사회는 젊음을 추구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늙어버린 것 같아요. 요즘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공무원이라고 답합니다. 생활의 안정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거죠. 청년, 노년 할 것 없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주하는 경향이에요. 젊음의 상징은 도전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신체적 노화보다 정신적, 심리적 노화가 심각하다고 봐요.”
그는 외면의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내면의 젊음은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앞서 언급한 젊음의 상징 ‘도전’을 통해서 말이다.
“공자는 논어에 30대를 ‘입지(立志)’라 했어요. 단순한 한자 풀이로는 ‘뜻을 세운다’이지만, 유가적 덕목으로 봤을 때는 ‘뜻을 세워 세상에 나아가 실현한다’는 의미죠. ‘실현’까지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지는 곧 도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공자 시대는 차치하고 조선시대만 해도 평균 수명이 50세도 안 됐을 거예요. 이제는 100세 시대잖아요. 당시 30대와 비교해 현재는 입지가 몇 살일까요? 60대겠죠. 그런데 40대부터 변화를 두려워해요. 한창 입지일 때 이미 불혹(不惑)에 도달해버린 거죠. 내면의 젊음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유지된다고 봅니다.”
박 작가는 다음 10년을 위한 준비가 안 된 노후는 한마디로 ‘꽝’이라 말한다. 특히 ‘여가를 즐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다.
“여가 없는 노년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다고 여가활동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오랜 훈련이 뒷받침돼야죠. 한국 사람이 미식축구를 보면 재미없잖아요. 살면서 본 적도 없고 룰도 모르니까요. 즐기는 방법이 훈련돼 있지 않은 거죠. 그렇듯 다른 여가활동도 마찬가지예요. 하루아침에 재미가 붙지는 않아요. 습관이 되어 쌓이고, 쌓인 것 위에 또 다른 게 더해질 때 점점 즐거워지죠.”
보는 만큼 알게 된다
미술에 관한 여가를 꿈꾸지만 자칫 어렵게 여기고 실천하지 못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미술에 일가견이 있는 박 작가에게 미술을 여가에 접목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한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유행했는데,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본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현실에서는 일종의 엘리트주의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거든요. 앎이 전제되고 행위가 뒤따른다는 거니까요. 예술은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보는 행위가 먼저이고, 봄으로써 감동하잖아요. 수영을 배우려 할 때, 수영 관련 책 10권을 읽는다고 잘하게 될까요? 재미가 있을까요? 수영을 하려면 일단 물에 들어가야죠. 몸으로 먼저 익히고 지식이 결합됐을 때 묘미가 생기는 거지, 처음부터 지식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수영도, 예술도 아는 게 아니라, 하는 거거든요.”
그는 여가로 미술을 즐기려면 자주 보고, 경험해야 하는데 아직 사회적 여건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일상에서 미술을 접하는 공간이 부족해요. 개인 소장 예술품이 많다는 것도 문제이고요.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이 원래부터 국가 소유였을까요? 처음엔 개인 소유였죠. 예술품은 저마다 역사를 지니고 있어요. 100년, 200년 지나면 그 작품은 어느덧 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죠. 한때는 개인의 재산일 수 있지만, 그쯤 되면 공공의 성격을 띠는 거예요. 그럴 때 소유자들은 작품을 기증하는데, 우리는 개인이 쥐고 있는 작품이 너무나 많습니다.”
박 작가는 공적인 의미에서 사회 구성원들과 예술의 가치를 나누듯 노년에는 개인보다 사회를 위한 활동을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후엔 사적인 이익보다 공적인 가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대표적인 활동이 정치입니다. 개인의 신념과 소신에 의한 정당활동이나 시민활동 등 자기 정신을 객관화하는 일들이 좋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가치 있는 노후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내면의 젊음을 유지하길 바랍니다.”
건강 100세를 사는 방법은 다양하다. 식이조절이나 운동, 취미생활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한다. 그러나 과거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급변하는 미래 테크놀로지를 접하며 살아가는 시니어 세대에게 일상이 스트레스일 수 있다. 생활 속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어주는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홀리스틱힐링협동조합’의 곽승현(51) 대표다. 급변하는 사회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들어봤다.
삶의 균형을 되찾다
곽승현 대표가 개발·보급하는 홀리스틱 힐링 시스템은 인도 정통의학인 아유르베다를 통합적으로 적용한 프로그램이다.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요가, 자연요법 등과 함께 균형이 깨진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과정이다. 우리 몸을 정화하는 독소 제거 치유과정을 시작으로 올바른 식이요법, 올바른 운동과 호흡, 이완, 감정조절, 및 명상까지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쌓여 있는 스트레스와 질병을 완화하고 행복감과 긍정적인 자아를 되찾는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움직임과 균형을 통해 고요해질 때 평온과 행복을 느끼는 것에 방점이 있다. 홀리스틱 힐링의 마지막 단계는 사랑과 봉사로 균형 잡히고 온전한 삶을 추구 한다.
인도에서는 홀리스틱 아쉬람(공동체)이 체계화되어 있다. 곽승현 대표는 홀리스틱요가힐링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주체자로서 본질을 찾게 도와주는 힐링 전도다. 이렇게 산지도 벌써 20여 년은 됐다.
“요가는 20대 중반에 접하게 됐습니다. 생활고는 물론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학업을 지속해야 할지 갈등을 겪을 때였습니다.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고 해결하고 싶었는데 마침 한 단식원의 광고를 보게 됐죠. 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바로 찾아갔어요. 그런데 잠시 배운 요가명상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호흡을 통해 몸의 움직임, 조화 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요가의 길로 접어든 첫 단추였습니다.”
이후 명상과 수행을 위해 산으로 절로 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하던 중, 부인 이선 박사를 만났다고 한다. 당시 부인도 깨달음을 찾아 수행하고 있었다. 부인과 함께하면서 삶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명상과 수행만이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중요한 단서라는 점에 공감하고 체계적인 요가 수행을 위해 인도 유학길에 올랐다.
“인도 하리다와(Haridwar)에 있는 구랑클 캉그리(Gurukul Kangri) 대학에서 요가를 배웠습니다. 유명한 수행센터란 곳도 다 찾아다녔어요. 네팔, 미얀마, 그리고 스리랑카 등에 있는 유명한 수행센터는 거의 다 찾아다니면서 요가수행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요가의 본질과 다양한 수행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지요.”
곽승현 대표 부부는 오랜 공부와 요가수행을 하는 가운데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쳤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또한, 긍정적인 자아로 내면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행이 함께 하는 삶, 인도에서 배우다
곽승현 대표는 특히 인도 공동 수양체인 아쉬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이를 통해 인도인의 삶이 요가수행과 함께 체계화돼 정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도인은 일상생활과 요가수행이 어우러진 삶의 주기를 4단계로 나누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25살까지를 제1기 인생이라고 한다. 이때는 공부하는 학습기이다. 제2기를 칭하는 ‘그라스타’는 인생을 뜻하는데 결혼을 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결혼과 직업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돈을 버는 생활이 계속된다. 제3기 인생은 은퇴기로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고요한 숲속이나 아쉬람에서 요가와 명상으로 노후생활을 보낸다. 이처럼 인도의 요가 수행을 통해 균형 있고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 곽승현 대표는 구랑클 캉그리 대학에서 요가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홀리스틱 요가 힐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국내에 처음으로 보급하였다. 원광대학교 디지털대학의 요가학과 교수로 홀리스틱 요가 힐링 시스템 활용법을 가르쳤다.
온전한 인생을 찾아 살다
예측할 수 없는 빠른 사회 변화는 우리 삶을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곽승현 대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육체적 움직임이 느려진 시니어의 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심리적 압박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홀리스틱 요가 힐링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많은 수행을 통해 배웠습니다. 균형 잡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특히 인도에서 수행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서로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지도 체험했습니다. 제 건강한 삶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것을 나누다 보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되겠죠.”
혼자서 건강한 삶을 찾아가기보다는 함께 찾아간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찾아낸 홀리스틱 힐링 시스템이 추구하는 가장 높은 단계가 사랑과 봉사라는 점을 되짚어본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이란? 사랑과 봉사로 세상과 함께 나누며 미덕을 실천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새삼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신문에 연재되는 김형석 교수님의 ‘100세 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사건이나 흥미로운 주제는 찾아볼 수 없고 문체도 특유의 잔잔한 흐름이지만 읽고 나면 늘 묵직한 여운을 가슴에 남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분의 하루하루 삶 자체가 우리가 못 가본 미지의 세계가 아닌가.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미지의 시간 속에서 경험한 특별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이번 주 게재된 글의 소재는 사제간에 일어난 일화였다. 상대는 유독 김 선생님을 따랐던 중앙학교 시절의 제자이다. 만난 시점은 김 선생이 28세이고 제자가 18살 시절이다. 열 살 차이의 사제간은 그 후 70여 년 동안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그 제자도 충북대 교수를 지내고 은퇴한 지 오래였지만 늘 연락하고 지냈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 제자의 귀가 어두워져 전화도 어려워졌다.
마침 충주에 문상을 가야 한다는 제자의 따님과 동행하여 오랜만에 상봉키로 했다. 제자는 무척 반가워하며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상경할 시간이 되어 따님 차가 도착하고 작별하려는데 그 제자는 운전석을 가리키며 누구냐고 묻더란다. 딸도 몰라본 그 제자는 몇 달 후 별세했다는 연락을 딸로부터 받았단다. 무심코 읽어가다 그 제자의 나이를 생각해 보니 90세가 아닌가. 90세 먹은 제자라!
이 글이 주는 충격은 글의 내용에서라기보다 늘 제자는 어리고 싱그러운 존재라는 이미지의 고정관념이 깨진 데서 왔다. 흔히 부모는 아무리 자식이 나이를 먹어도 항상 어린애로 보는 것처럼 필자도 오랜 교사 생활 동안 만났던 제자들을 지금도 보면 피차 같이 늙어감에도 불구하고 늘 애로 보였다. 그런데 90살 먹은 제자라니. 이미지에 혼란이 오는 것이 당연했다. 김 선생에겐 90살 먹은 제자도 어려 보였겠지?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며 과거에 없던 새로운 사회현상이나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삶의 공식들이 무참히 깨져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환갑잔치가 없어진 지 오래고 주변에 자식에게 기대 살아가는 노인을 찾아볼 수 없다. 새파란 청년 같은 외모인데 정년으로 퇴임했다는 사람도 주위에 많다. 사실 어쩌면 일차 직장생활보다 더 긴 시간을 새로운 일과 함께 보낼지도 모른다.
필자도 교사생활을 접은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동네 복지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 70대부터 80대 초반의 분들이다. 아직 90세 넘은 분은 없다. 그런데 이상한 건 사제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려 보인다는 것이다. 80세 되신 할머니 학생이 그렇게 귀엽게 보일 수 없다. 요즈음 영어를 잘하는 손주들과 한마디라도 섞어보려는 야무진 요량으로 오늘도 어려운 발음을 열심히 따라 하신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남의 제자가 90세가 넘었다는데 놀라움과 이미지의 혼란을 느꼈는데 나의 80세 제자는 귀엽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이 사제지간이라는 특별한 관계의 오묘한 특성일 것이다. 남에게 어려 보이고 싶다면 무조건 그에게 배우려 들면 될 듯도 하다. 조선 시대부터 영정 신위에 쓰는 최고의 헌사가 ‘학생’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주름진 예쁜 우리 학생들이 빨리 보고 싶다.
큰 창 사이로 봄볕이 드는 넓은 복도 한편. 간이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쓴 그는 시간을 쪼개서 뭔가를 읽고 있다. 가방 안에는 공부해야 할 읽을거리와 책이 가득해 보인다. 정지한 듯 몰두해 있는 모습, 옛 러시아 영화의 롱테이크 장면처럼 깊고 안정된 정적이 흐른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다물었던 입술이 엷게 미소 짓는다. 아동문학계를 대표하는 현역 동시 시인이자 영원한 선생님 신현득(申鉉得·84). 벚꽃 만발하던 주말 오후의 데이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인터뷰 당일 생각보다 날씨가 꽤 추웠다. 봄꽃은 만발한데 새벽녘 눈까지 내렸다. 4월호 층층나무동시모임 취재로 만나 뵀던 신현득 시인을 인터뷰 지면을 통해 다시 모시기로 했다. 신현득 시인은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의 산 증인이자 스승이기에 얘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었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제자들과 함께 익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신현득 시인이다.
“동시는 재미가 있어요. 불가능이 없는 세계입니다. 말하자면 온갖 세상에 있는 것들. 살아 있거나 또는 생명이 없어도 언어를 가지고 표현할 수 있어요. 가령 컵이면 컵이 말을 하고 생각을 한다는 가정 하에 시를 구성합니다. ‘시원한 물이 담겼다’, ‘아이고 시원하다’. 이게 지금 컵이 느끼는 거예요. 뭐가 됐건 행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난 다음에 사유하는 겁니다.”
동시가 뭐냐고 물어보니 여러 가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한다. 얼굴에 화사한 기운이 도는 것을 보니 이미 마음은 아이로 돌아간 모양이다. 탁자에 놓인 컵을 보다가도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를 보다가도 시상을 이야기한다. 꽃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의견을 묻기도 한다.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심상으로 표현하고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영락없는 동시 시인이다.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현득 시인은 60여 년의 세월을 동시 짓는 현역 작가로 살고 있다. 물론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도 거르지 않고 있다.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아이도 좋아했어요. 안동사범학교를 나와서 곧바로 초등학교 교사가 됐는데 아이들과 생활하고 늘 보고 듣고 하니까. 노는 모습이 귀엽잖아요. 예쁜 모습을 하나씩 메모하다 보니까 시를 쓰게 됐지. 어린애들, 예술 아니에요? ‘아기는 시다’라는 말이 있어요. 어린애들은 말하는 것도 시이고 동작도 시이고 모습도 시이고 그래요. 아이들 모습이 희한해요.”
아동문학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그에 대한 좋은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등단 이후 10년이 조금 지나 1971년에는 세종아동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금은 이런저런 상들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아동문학상 수상은 의심할 여지없이 좋은 글을 쓰는 시인으로 인정을 받는 중요한 지표였던 셈이다. 신현득은 20년 만에 교사를 그만둔 뒤 소년한국일보에서 15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이후 단국대, 서울예대, 한양여대 등 대학 강단에서 세계 아동문학사, 한국 아동문학사, 창작론을 가르치며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신현득은 한국 아동문학계의 큰 물줄기인 소파 방정환과 윤석중 선생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노래’를 비롯해 ‘새 신’, ‘고추 먹고 맴맴’ 등의 노랫말을 지은 윤석중 선생은 신현득 시인에게 가장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고마운 스승이다.
“윤석중 선생의 추천으로 신춘문예에 뽑혔어요. 선생 사무실에 자주 다니고 얘기도 많이 듣고요. 수시로 만나 봬면서 많은 공부를 했어요.”
스승을 잘 모신 덕일까? 지금껏 스승과 제자의 끈을 놓지 않고 함께 공부하는 층층나무동시모임이 13년째 이어오니 말이다. 이외에도 동시를 쓰는 시인들 다수가 신현득 시인의 제자임을 자처한다.
“나는 싫은데 제자들한테 떠받들리고 있어요. 내 영향을 받아서 시인이 됐다거나 수상을 했다거나 할 때마다 제자들 연락을 받죠. 그럼 축하도 해주고 격려도 하고 그래요. 금년에도 제자 두 사람이 상을 받았어요. 행복을 빌어주죠. 제자들한테 잘해주려고 애는 쓰지만 실제로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1분 1초가 바쁜 80대 현역으로 산다
요즘 신현득 시인은 일생일대 중요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본인의 일과 생활, 모든 생각을 정리해놓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60년 동안 신현득이라는 시인이 ‘이렇게 해서 시를 이루어갔다’ 하는 그런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신현득 동시 시법’이라고 가제를 일단 붙여놨어요.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언제 완성할지는 모르지만 될 수 있으면 금년 내로 완성하려고 합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책을 쓰고 싶지만 사실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는 신현득 시인. 애초에 세계아동문학사를 한번 써보겠노라고 집필을 시작했는데 생각한 분량의 절반 정도 쓰고서 접어둔 상태다. 밀려오는 원고 청탁과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순간도 소홀히 대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법보신문에 동시 해설 연재를 하고 있어요. 거기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달라고 했으니까 무한정이지. 대외적으로도 청탁이 많아요. 지금 일곱 군데에서 원고 청탁을 해왔습니다. 문예지 같은 데에서는 작품을 내놓아라, 안 그럼 칼럼을 써라.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할 일거리를 챙기면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간추립니다. 작품은 지하철에서 구상하고 씁니다. 일기도 꼭 지하철에서 씁니다. 지하철에서 안 쉬어요. 쉬질 않아요. 여유도 없고요.”
그럼 잠은 언제 자냐고 물으니 일하다가 졸리면 잔다고. 안 졸리면 계속 일을 한다고 했다. 이 바쁜 와중에도 문예지를 받아들면 앞에서부터 끝까지 읽고 난 뒤 문예지를 보낸 곳에 꼭 이메일로 잘 봤다고 회신 메시지를 남긴다. 책을 냈다며 보내오는 사람들에게도 모니터링을 해준다 했다.
일상에 동시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벼운 이야기를 해볼까 싶어서 다소 사적인 질문을 해봤다. 가족이랑 주로 뭘 하시는지? 시를 쓰는 것 말고 좋아하는 다른 것이 있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영화나 연극은 좀 보시는지, 최근에 여행을 해보셨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 취미생활이건 여행이건 “할 시간이 없다”였다. “워커홀릭이시네요”라고 말을 건네니 “나만치 바쁜 사람은 없을 거 같아” 하며 식 웃는다.
“나는 딱 한 가지밖에 안 해요. 동시와 관련한 건 내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거기에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니까 몰입합니다. 그 외에는 없어요. 시를 쓰니까 건강한 겁니다.”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건강이고 자신을 위해 먹는 한약재라고 말했다. 시를 쓰니까 건강도 좋고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신현득 시인은 말했다.
언제 쯤 쉬실 수 있을 거 같아요?
바쁜 이야기를 쭉 하다 보니 느리던 말투에 속도가 붙어 있었다. 언제쯤 쉬실 것 같냐는 질문에 무덤덤하게 생사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랐다.
“아직 생각을 안 해봐서 몰라요. 죽으면 쉬는 거지. 그땐 뭐 더 일할 수 없으니까요. 100세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말입니다. 사실 죽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해봤어요. 불교 신자라 윤회사상을 믿으니까요. 이 세상에 났다가 좋은 일 하면 또 좋은 세상에 태어나고, 여기서 착한 일 하면 또 좋은 세상에 태어나고, 나쁜 일 하면 지옥에 가고요. 죽고 난 다음에는 어떨 것인가 하는 건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묘비에 쓸 글귀 또한 생각할 틈이 없다고 했다. 인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 해내고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제가 만약 논문을 써야 한다면 글을 쓰기 위해서 공부도 해야 하고, 찾아서 정리할 자료들이 많잖아요. 글 쓸 준비는 다 해놓고 내가 쓰지도 않고 죽고 가버리면 낭패잖아요. 누가 그 일을 하겠습니까? 내가 다 못해놓고 죽을까봐서 겁이 나요. 지금 제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다음 세대에게 꼭 필요한 거란 말이죠.”
후세에 작은 것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하루하루가 1분 1초가 너무 아까웠음을 이제야 토로한다. 잠 잘 시간까지 아끼고 깨어 있는 매 순간 무엇인가 해야만 하는 신현득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가 없으면 안 되지. 이 세상에 동심만 있다면 다툼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겁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하니 아동문학학회가 있다며 경희대학교로 간다고 했다. 오전에 제자들과 함께하는 동시문학 모임을 끝내고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학회에 간다는 신현득 시인. 학회를 마치면 또 학회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할 거라고 말했다. 운전을 할 줄 아는지 물으니 지금까지 쭉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살았다고 했다. 우리 시대에는 자가용을 모는 일이 흔치 않았으니 이렇게 누군가 차를 태워주거나 아니면 대중교통이 내 자가용이라고 말이다. 경희대학교에 가까워질수록 개나리며 벚꽃이 절정의 모습으로 하늘거리고 있었다. 그가 말했듯 차 안에서 한시도 쉬지 않는다. 차가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출 때마다 기자에게 줄 자신의 시집에 조심스럽게 사인을 했다. 시상이 떠오를 때는 창밖을 쳐다보며 아이 같은 목소리로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동시를 쓰지 않았다면 신현득 시인은 80여 년 인생을 재미없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차에서 내려 미소에 존경을 담아 인사를 했다. 돌아서서 도서관으로 걸어가는 신현득 시인의 모습을 바라봤다. 건강하세요. 오래오래….
언젠가 ‘바람의 딸’로 유명한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 씨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참 공감 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노후에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 4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요? 하는 물음이었다. 세 가지까지는 모두가 아는 내용이어서 잘 대답했는데 네 번째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 4가지는 첫째가 돈이요, 둘째가 아내요, 셋째는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넷째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것은 ‘혼자서도 잘 노는 법’이라고 했다. 자녀들이 다 출가하여 빈 둥지가 된 집안에 아내와 함께 살아도 어느 정도는 각자의 취미도 있게 마련이다. 또한, 언젠가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노후가 되면 혼자서도 잘 노는 법을 터득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은 각자의 취미와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공부이다.
공부라고 하니까 뭐 거창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자격증을 따거나 시험에 합격하는 그런 것만이 아닌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하고 그 분야에 관련된 전공 서적을 읽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하던 그 분야를 알려면 책을 봐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머리에 흰 서릿발이 내린 노인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이것이야말로 혼자서도 잘 노는 법에 해당한다.
그림을 좋아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세계 유명한 화가에 관련된 책을 탐독하고 그림이 전시되고 있는 박물관을 탐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팝송을 좋아하면 올드 팝부터 현재 유행하는 팝송까지 섭렵하고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들의 콘서트를 참가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사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하는 어쩔 수 없는 농사가 아니다. 씨앗 한 알을 뿌려도 토양의 질을 달리해서 그 발아를 살펴보고, 기후에 따라 자라는 모양도 관찰해보며, 최적의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미 연구해 놓은 책들을 탐독하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다른 방법도 연구해 보는 것이다. 어떤 조건에서 파종하고 물을 주고 거름을 해야 최고의 소출을 낼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 선생이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며 생계가 어려워 닭을 키우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어떻게 처세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나온다.
유형지 강진에서 다산은 둘째 아들 학유가 닭을 키운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쓴다. “네가 닭을 기른다는 말을 들었는데, 닭을 기르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중에도 품위 있고 저속하며 깨끗하고 더러운 등의 차이가 있다. 진실로 농서(農書)를 잘 읽어서 그 좋은 방법을 선택하여 시험해 보되, 색깔과 종류로 구별해 보기도 하고, 홰를 다르게도 만들어 사양(飼養) 관리를 특별히 해서 남의 집닭보다 더 살찌고 더 번식하게 하며, 또 간혹 시를 지어서 닭의 정경을 읊어 그 일로써 그 일을 풀어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독서한 사람이 양계하는 법이다.”라고 했다. 이왕 닭을 기를 바에야 연구하여 품종을 개량하여 남의 집 닭보다 살찌고 번식력이 강한 닭을 기르고, 여가에 닭 기르는 책인 (鷄經)을 저술하라고 했다.
다산의 글 속에는 행복에 이를 수 있는 비법이 다 들어 있는 듯하다.
미국 어느 대학에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 조사를 했다. 결과는 ‘공부하는 것’이란 답이 나왔다. 이제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한다. 은퇴하고도 50년 가까이 더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할까 고민해야 한다. 제2의 인생을 출발할 때는 될 수 있으면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맞는 일이라고 힘들지 않고 고통이 없을 수 없지만,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그 일을 좋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즐거워하고 좋아할 수 있으면 그 어려움은 쉽게 감내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 인생을 오래 산 사람들이 꼽은 행복의 비결이라 한다. 행복하기 위해 진정 내가 하고 싶었던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가슴 설레어 보자. 인생이 달라 보일 것이다.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신간들을 소개한다.
◇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말
아이라 바이오크 저ㆍ위즈덤하우스
40년간 응급의학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종사해온 웰다잉 전문가 아이라 바이오크 교수의 에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온전히 치유하는 일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령 오랜 독설, 외면, 실망으로 얼룩진 사이라 해도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 소중한 네 마디 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네 마디 말은 “사랑해”, “고마워”, “용서할게”, “용서해줘”이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했어야 하는 말을 하지 못해 뼈저리게 후회하는 수많은 사람을 경험하며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할 말을 하자’라는 자세를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깊은 정을 나누길 희망한다.
아이라 바이오크는 꼭 죽음을 목전에 둔 이가 아닐지라도 평상시 다양한 상황에서 이 네 마디 말을 잘 활용해 건강한 인간관계와 정서적 안녕을 누릴 것을 조언한다. 누구든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용서, 감사, 사랑을 틈틈이 표현해야 한다는 것. 그는 책에서 네 마디 말을 서로에게 건넨 환자와 가족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한다. 가족의 불화, 개인의 비극, 이혼 등 어긋난 관계를 치유하고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는 단순하지만 귀중한 네 마디 말이었음을 되새긴다. 이해인 수녀는 “매일의 인생 여정에서 이 네 마디를 꾸준히 말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바로 곁에 있음을 새롭게 깨우쳐준다”며 “당장 사랑을 시작하자고 우리를 재촉하는 이 책을 많은 이와 나누고 싶다”고 했다.
◇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김형석 저ㆍ김영사
100세를 앞둔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저서 중에서 그의 삶의 철학 전반을 엿볼 수 있는 글을 추렸다. 1부 ‘잃어감에 관하여’, 2부 ‘살아간다는 것’, 3부 ‘영원을 꿈꾸는 자의 사색’, 4부 ‘조금, 오래된 이야기’ 등으로 나눠 삶의 의미에 대해 폭넓게 아우른다.
◇ 죽을 때 추억하는 것 코리 테일러 저ㆍ스토리유
소설가 코일 테일러가 뇌종양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 쓴 회고록이다. 유년 시절과 가족에 대한 추억,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고찰 등을 문학적 사색을 담아 표현했다. 아울러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추억하게 될지 물으며 삶의 방향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ㆍ청미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정신과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대표작이다. 부정과 고립,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죽음의 5단계’를 정의하며 죽음에 대한 태도와 반응, 시한부 환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소개하며 죽음과 죽어감의 의미를 이해하게 만든다.
◇ 인간가족 에드워드 스타이컨 저ㆍ알에이치코리아
1955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대규모 전시 ‘인간가족’ 전에 소개된 68개국 273명 사진작가의 흑백사진 작품 503점을 수록했다. 냉전시대에 지구촌 인간가족의 일상과 희로애락이 담긴 사진들 속에서 과거 6·25전쟁 당시 우리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육상 중에서 가장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 인생의 굽이굽이 한평생과 같다는 말로 이해한다. 인생에 있어서 초년, 중년, 말년이 있다면 마라톤에도 초반전 중반전을 거쳐 마지막 골인지점의 최후의 승부처가 있다. 초반이나 중반에 선두에 서지 못해도 힘을 비축하였다가 마지막 승부처에서 다른 선수를 따돌리고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우승자다.
인생에 있어서도 노년의 삶이 행복해야 ‘세상구경 잘하고 돌아간다’라고 말할 자격이 된다. 부모 잘 만나 잘 먹고 잘살았거나 중년에 떵떵거리며 거들먹거려도 노년에 아무도 찾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독거노인으로 지내다 세상을 하직한다면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하지 못한다.
마라톤은 긴 거리지만 결국은 속도경기다. 누가 전체의 거리를 빠른 시간에 주파했느냐가 관건이다.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려면 옆 사람과 이야기 하고 주로의 꽃구경을 하다가는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입에서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며 1초를 아껴야 한다. 사람도 살면서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이 어느 길을 가야할지 목표 없이 방황하거나 엉뚱한 샛길로 빠지거나 어두운 길로 들어서면 노년의 종착지 부근의 삶은 당연히 비극이 기다린다.
그러나 이제는 100세 시대다. 혼자 만 잘 달려 60세에 일등을 하고 은퇴를 해도 후반전의 40년이 남아있다. 애시 당초부터 죽자 살자 그렇게 빨리 달릴 필요가 없었다. 100년의 거리를 알아차리고 천천히 즐겁게 좌우를 살피고 남을 도와주며 달렸으면 더 여유로운 삶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는 100세 시대에 혼자 빨리만 달려서는 외로운 인생이 된다.
마라톤보다 더 먼 거리를 달리는 경기가 울트라 마라톤이다. 마라톤이 속도경기라면 울트라마라톤은 완주경기다. 오직 정해진 거리의 완주에 목적이 있으니 시합이나 경기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올림픽 경기에도 없다. 우리나라 울트라 마라톤 중 최장의 거리는 전라남도 해남의 땅 끝 마을에서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까지 무려 622km를 달리는 종단코스가 있고 강화도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308km를 주파해야하는 횡단코스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끝을 볼 수 있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이 일반적이다.
속도경기가 아닌 완주경기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다. 옆에서 함께 달리는 사람이 경쟁자가 아니고 동반자다. 옆 사람이 지치거나 다리에 쥐가 나면 부축해주고 마사지도 해주며 함께 달린다. 긴 시간 달리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주로에서 함께 밥도 먹는다. 마라톤경기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휴먼 스토리가 펼쳐진다.
필자는 마라톤 경기에 100여회 출전했다. 멀리 제주도 마라톤 대회도 갔다.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세 번이나 달렸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의 실천 장이 바로 울트라 마라톤이다. 울트라 마라톤은 선수보호를 위해 차량통행이 뜸한 한밤에 열린다. 별이 총총한 밤에 소수의 마라토너가 배낭에 음료수와 약간의 먹을거리를 짊어지고 느리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삶이 보인다.
소년출세가 인생에서 경계해야할 일인 것처럼 빠른 주법은 울트라마라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느리게 그러나 쉼 없이 달려야 한다. 빠른 속도보다는 방향이 우선이다. 방향이 맞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100세 시대에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지면 더불어 사는 이웃과 친척친지들과 호흡을 맞춰야 인생이 즐겁다, 서로 도와가며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이야 말로 100세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삶의 방법이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숨어서 소고기 구어 먹는다고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함께 해야 행복이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사는 민모(63) 씨는 6억 원대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은퇴하고 보니 겨우 집 한 채가 노후 재산 전부인데, 당장 처분하기도 마땅치 않다”며 “집을 작은 곳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정든 내 집에서 평생토록 살면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가입이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수는 축복이지만, 무전장수(無錢長壽)는 ‘100세 시대 쇼크’가 될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에 노후 준비가 부족한 시니어 계층이 현실적인 노후 대책으로 주택연금을 주목하고 있다.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겠다 52.6%, 주택연금 가입, 10년 만에 20배 ↑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7’에 따르면 전국 만 60~84세 주택 보유자 중 “보유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겠다”는 비율은 2008년 12.7%에서 2016년 25.2%로 증가했다.
이러한 시니어 계층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갈수록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신규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1만309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 515건에 비해 약 20배 증가했다.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대신, 주택연금에 가입해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하겠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부부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을 받는 제도다. 흔히 ‘역모기지론(Reverse Mortgage)’으로 불린다. 이처럼 주택연금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평생 동안 내 집에 살면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사망한 다음에도 연금액을 줄이지 않고 100% 지급해준다. 나중에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해 그동안의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면 된다.
가입 후 집값이 오르거나 내려도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이 적다.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처음 정한 월지급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다. 부부 사망 후 그동안 받은 연금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해도 상속인에게 별도로 청구하지 않는다. 반대로 집값이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가진 재산은 집밖에 없는데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매매하려고 해도 팔리지 않고, 향후 집값 하락을 우려한다면 주택연금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주택연금 가입 중에도 대출금은 언제든 별도의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전액 또는 일부 상환이 가능하다. 대출 금리는 은행권에서 우량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CD금리+1.1%’나 ‘COFIX+0.85%’다. 2018년 1월 11일 기준 ‘CD금리(1.66)+1.1%’는 2.76%다
단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60세를 넘어야 한다. 집값도 9억 원 이하이어야 하며 부부가 1주택만을 소유해야 신청이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2주택자는 3년 내 미거주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내 집 맡기면 얼마나 받을까…, 평균 72세, 2억9000만 원 주택, 월 99만 원
주택연금 월지급금은 주택 가격과 가입연령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만 60세(부부 중 연소자 기준)인 가입자가 3억 원 주택을 담보로 연금에 가입하면 평생 동안 월 62만9000원을 수령하고, 5억 원 주택을 맡기면 월 104만9000원을 받을 수 있다(종신지급형, 2017년 2월 기준).
주택 가격이 동일해도 가입연령이 높으면 월지급 금액은 높아진다. 70세인 가입자가 3억 원 주택을 맡기면 월 92만4000원, 5억 원 주택을 담보로 하면 월 154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 주택별 구체적인 금액은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www.hf.go.kr)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 부부의 연령과 주택 가격을 입력하면 월지급 금액이 간단히 조회된다.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17년 11월 말 기준 총가입자 4만8904명이 맡긴 주택의 평균가격은 2억8700만 원, 월 평균수령액은 9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금 평균 가입연령은 72세다.
알쏭달쏭 주택연금 Q&A
주택에 선순위 담보대출이 있는데 주택연금 가입할 수 있나?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인출한도(대출한도의 50% 초과 70% 이내) 범위 내에서 일시에 찾아 쓰고 나머지 부분을 매월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주택 가격 대비 최대 인출한도는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3억 원 주택을 담보로 70% 인출할 경우, 최대 인출한도는 60세일 경우 8610만 원, 70세는 1억1361만 원, 80세는 1억4553만 원이다.
주택연금은 어떤 수령 방식이 있나?
일반 주택연금은 평생토록 연금을 받는 종신형과 일정 기간에 받는 확정기간(10년, 15년, 20년, 25년, 30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은 인출한도 외 나머지 부분은 매월 평생 동안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월지급금의 지급 유형은 월지급금을 평생 동안 일정한 금액으로 받는 ‘정액형’과 초기 10년간은 정액형보다 많이 받다가 11년째부터 초기 월지급금의 70% 수준으로 받는 ‘전후후박형’이 있다.
연금 수령을 일시중지할 수 있나?
취업이나 퇴직금 수령 등으로 예상치 못한 수입이 발생했을 때, 연금 수령을 미룰 수 있다. 이때 연금 지급액이나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지급 재개를 요청할 때까지 쌓인 미지급 금액을 나중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택연금 이용 도중 이사할 수 있나?
이사는 가능하다. 단 이사한 주택으로 담보주택을 변경해야 한다. 이사 시점에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의 가격을 각각 평가해 월지급금이 변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