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 팔순이 넘은 집안 사촌 형님과 술자리를 했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팔순이 넘은 분과 술자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아직 없다. 예전에는 팔순이 넘은 분들이 살아 계셨지만 체력도 약하고 기억력도 희미해 대화가 쉽지 않아 인사 정도만 했다. 직접 살아본 체험만큼 좋은 경험도 없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오신 분들의 경험을 들어보는 일은 미래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나는 가능한 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술잔이 몇 순배 돌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말을 하신다.
“내가 말이야, 아들이 둘 있는데 며느리들이 제 딴에는 나한테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좀 부족해. 그래서 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숙제를 냈지.”
“예? 며느리에게 숙제를요?”
귀를 쫑긋하며 무슨 말을 하시려나 눈치를 살폈다.
“며느리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지. 내가 속옷이 없으니 몇 벌 사 보내라고 말이야.”
“예? 속옷을요? 젊은 며느리에게 어찌 그런 말씀을…?”
“짓궂다 이거지? 예전에는 홀로 있는 시아바지 속옷 빨래는 며느리가 다 하고 챙겨줬어. 요즘이야 세탁기가 빨래를 하지만 그 시절엔 손빨래를 했지. 내가 며느리더러 속옷 빨래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속옷을 사서 보내라는 건데 뭐. 마트에 가서 사다 주는 심부름인데 뭐가 이상해?”
“아니 형님이 직접 마트에 가서 사면 될 텐데 굳이 며느리에게 부탁하는 것은 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 좀 가지라는 말을 돌려서 표현한 것이지.”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큰며느리는 팬티하고 런닝구를 10벌씩이나 사서 보냈더라고. 몇 번 입고 버리라면서. 좋은 것은 아니고 보통 제품이야. 그런데 둘째 며느리는 알아보겠다고 답장은 보내왔는데 아직까지는 감감무소식이야.”
큰며느리는 한집에 같이 산 적이 있어서 시아버지 속옷 치수를 알지만 둘째는 사이즈는 물론 취향도 모르니 혼자 속만 태우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자식이 보고 싶으면 병원에 입원을 한 뒤 믿을 만한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어지럽고 힘이 없어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연락을 취한다고 한다. 그러면 전화를 받은 자식이 주동자가 되어 형제들에게 사발통문을 보낸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자식들은 “아버지가 또 우리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하고 한 사람씩 시차를 두고 병원을 방문해 이런저런 말벗을 해주다가 돌아간다고 한다.
외롭게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이미 100만 명이 넘었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외로운 노인들이 자식들 관심을 끌기 위한 아이디어가 점점 기발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과는 그때 가봐야 안다. 나이 들어가면서 혼자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전에 너무 빨리 독거노인이 되어간다. 핵가족 시대에 혼자 지내는 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대법원이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난 것 등이 이유라고 했다. 일할 수 있는 나이 60세 기준은 평균수명이 남성 67세, 여성 75.3세였던 30년 전 판결이므로 지금은 수정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제 평균수명은 남성 79.7세, 여성 85.7세로 당시보다 10년 이상 더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할 수 있는 나이와 일해야 하는 나이는 구별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더 벌어야 하거나 봉사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 일해도 된다. 그러나 일만 하다가 죽을 수는 없다. 일을 하면 수입이 생겨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그만큼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다.
나는 50세에 퇴직한 뒤 60세까지 개인 사업을 했다. 60세에 일을 접은 것은 성과도 없는데 살아남기 위해 더 투자를 하고 혹독한 고생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해외 박람회에도 열심히 쫓아 다니면서 바이어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생산기지였던 중국의 최저 임금이 너무 급격히 올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을 새로 개척해야 했는데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개인 사업을 할 때는 지인이 많아 큰 도움을 받았지만 협의를 하기 위해 실무자들을 만나면 내가 직책도 높고 나이가 많아 대하기 어렵다면서 젊은 직원을 보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실적이 불규칙해서 사람을 고용할 수도 없는 1인 기업이라서 젊은 직원을 따로 둘 수가 없었다. 몇 달간 얼굴도 모르고 메일만 주고받았던 해외의 한 바이어는 막상 내 얼굴을 보자 나이 때문인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중에 그 바이어에게 경쟁사의 젊은 여성이 드나드는 것을 알고 일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갑질하는 젊은 바이어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영업을 하면서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젊어서 내가 활동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60세 이후부터는 인생 2막의 삶을 시작하며 생활 방식을 바꿨다. 취미 활동과 사회봉사 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인들 중에는 그 시기에 고인이 된 사람도 많아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0세 시대라지만, 지금 시니어 중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수명은 남성 64.7세, 여성 65.2세다. 그 이후는 삶의 질이 떨어져 인생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얼마 전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힘든 여행은 이제 다니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여행길에 동행할 사람을 찾아봤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나는 그나마 잘 다져놓은 체력 덕분에 무사히 다녀왔으나 지인들은 내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여행길에 부지런히 나설 것을 권하고 싶다. 70대 중반만 되어도 여행사에서 꺼려한다는 얘기도 있다. 아직 체력이 받쳐주므로 먼 곳부터 먼저 다녀오고 더 나이 들면 가까운 곳을 여행할 작정이다.
마술은 손과 머리를 써야 하고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한다. 마술의 한 장면을 보여주려면 사전에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간단한 마술이라 해도 종이를 접고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이는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머플러를 말거나 로프로 여러 개의 매듭을 만들기도 한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학예회를 위해 소품을 준비하는 것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 공연에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연습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마술을 배우고 익힐 때는 집중을 하고 손을 사용하면서 뇌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렇게 익힌 마술을 사람들 앞에서 선을 보이고 즐거움을 주면 만족감도 얻는다. 설령 실수를 한다 해도 다음에 잘하겠다는 도전의식과 긍정적인 마음도 생긴다.
마술동호회 활동을 같이하는 멤버는 60대 초인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60대 중후반, 70대 중후반이다. 그중 제일 선배 되시는 분이 79세인데 69세 때 마술을 시작해서 올해로 10년이 된다고 한다. 내가 몇 달 전 마술을 배우기 시작할 때 “당신 나이쯤에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 당신은 지금 시작하길 잘했다. 늦지 않았다”면서 용기를 북돋워줬다. 이분은 팔십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러 행사에 초빙되어 약간의 출연료를 받으며 공연도 하고 예술봉사단에 소속되어 마술쇼 봉사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호회 후배들에게는 “마술을 재산으로 젊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좋다. 아무개 사장님으로 불렸던 때보다 단장님, 마술사님으로 불리며 나이 들어서도 사람들에게 대우받는 요즘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마술 연습 게을리하지 마라” 하고 조언하기도 한다.
마술의 기원은 약 5000년 전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마술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는 설도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마술이 오랜 옛날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마술에 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환술, 환술사라는 표현으로 실려 있다. 당시 모든 대중예술이 그러했듯 마술도 천시를 받기는 했지만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 것 같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가장 무서운 질병은 치매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책을 읽고 대화를 많이 나누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사람, 긍정적인 인지습관을 가진 사람은 치매가 늦게 온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4대 예방법, 즉 읽고, 쓰고, 말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손을 자주 사용하고 두뇌를 많이 쓰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마술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술은 카드나 동전, 풍선, 로프, 스카프 등 각종 도구를 다루고 신문이나 종이를 접거나 오리고 가위로 자르는 등 손도 많이 사용한다. 또 이 도구들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쓸 수밖에 없다. 마술처럼 손과 머리를 동시에 쓰게 하는 활동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어 좋고, 치매 예방 활동이 아니라 해도 마술은 자기만족감을 갖게 하고 가족, 지인들과 원만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손색이 없는 매개체라 생각된다.
안마는 손으로 몸을 두드리거나 주물러서 피의 순환을 도와주는 행동이다. 남의 몸을 더듬는 성추행이 아니라면 부부간에 또는 가족이 사랑이 듬뿍 담긴 스킨십, 즉 안마를 서로 해주고 받으면 좋다. 손자 손녀가 앙증맞은 손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어깨를 조근조근 주물러주면 시원하지 않아도 귀여워서 “아이 시원타! 아이 시원타!” 하며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다. 일터에서 돌아온 남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여보 우리 가족 위해 오늘도 애쓰셨어요.” 또는 가사와 육아에 지친 아내의 다리를 만져주며 “오늘 많이 힘들었지?” 하고 위로한다면 행복한 가정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는 건강한 노인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가 정답이라고 믿는다. 생산에 진력해야 할 젊은 세대에게 노인들 케어까지 맡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늙어가면 내 아내도 늙어갈 것이고 내 주위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이웃에게 말로만 하는 봉사보다 안마라는 신체활동을 통한 봉사가 좋은 봉사활동이라 믿었다.
이왕이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틈을 내어 민간 자격이지만 수지침사 자격을 필두로 발마사지, 피부마사지, 경락마사지를 차례로 배웠다. 물론 수강료를 내고 배웠다. 올바른 안마를 위해서는 인체의 경락을 알아야 하고 몸의 어느 부위를 사용하여 어떻게 힘의 강약을 조절할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도 시합 중 쥐가 나고 몸이 경직되면 마사지로 푼다. 안마는 스포츠 과학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안마를 해주다가 다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여보 나 어깨 좀~”
어느 날 아내가 미안해하며 안마를 해 달라고 한다. 나는 아내의 전속 안마사다. 안마는 사랑과 정성을 갖고 해야 한다. 안마하는 사람이나 안마를 받는 사람이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시원함을 찾아가면 된다. “응, 거기야. 거기 좀 더 세게 눌러봐”, “아 거기는 너무 아프다. 살살해”, “여기 근육이 뭉쳐 있네. 아플 거야. 좀 참아.” 이런 대화를 끊임없이 하게 된다. 안마를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상대의 몸을 보면서 힘의 강약을 줘야 할 곳과 주물러야 할 곳을 알아낸다. 상대의 미세한 표정을 읽기도 하고 몸을 가볍게 뒤틀거나 근육의 떨림을 보고 힘의 강약을 조절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안마를 참 좋아한다. 동남아 관광코스에는 안마가 거의 필수로 들어가 있다. 내가 배운 기술을 이용해 친구들한테도 안마를 해주고 친척이나 가족들에게도 해줬다. 공짜로 해주지만 내 손맛을 본 사람들이 “시원하다”라고 고마움을 표할 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은퇴(隱退)란 사전적 의미로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또 아름다운 말이다. 평생을 몸 바쳐 일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생하고 애썼으니 이제 편히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사회적 배려가 담긴 말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은퇴한 분들을 보면 우러러 보이기까지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한가히 지냄’이란 말이 거슬린다. 과연 ‘은퇴 후 한가히 지낼 만한가?’라고 다시 묻게 된다.
직장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민간기업은 정년과 관계없이 명예퇴직을 요구한다. 정년을 못 넘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설령 정년을 넘긴다 해도 한가히 쉴 만큼 여유가 없다. ‘55세 퇴직 61세 회갑’은 평균수명이 70세 정도일 때 적합한 말이 아닌가 싶다. 요즘처럼 100세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퇴직 때까지 벌어놓은 돈으로 좀 아껴 써가며 70세까지 사는 데 큰 무리가 없었을 때는 은퇴라는 용어가 어울렸다. 그런데 백세시대에는 퇴직 후 50여 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러니 이 기간을 생각하면 한가히 지낼 수가 없다.
언론에서는 세 차례 퇴직 쓰나미를 이야기한다. 제1차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 전체 인구 중 14.3%)다. 710만 명의 퇴직이 시작된 지 몇 년 되었다.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8~74년생, 전체 인구 중 12.1%) 604만 명의 퇴직도 곧바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제3차 베이비붐 세대인 에코 세대(1979~85년생, 전체 인구의 10.8%) 540만 명이 그다음으로 퇴직한다. 에코 세대는 제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다. 우리가 맞이할 이 시기에 1955년생부터 1985년생까지 약 30년에 걸쳐 엄청난 퇴직 인구가 쏟아져 나온다(중앙일보 2015.1.15.일자 기사).
퇴직 쓰나미라는 말이 실감난다. 정년도 못 채우고 명퇴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정년을 채우고 은퇴를 해도 문제다. 명퇴자나 은퇴자나 다를 게 없다. 모두가 제2인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는 이미 첨단 산업에 밀려 빼앗긴 지 오래다. 컴퓨터 한 대가 수십 명의 몫을 해낸다. 우리가 개발해놓은 첨단 산업에 쫓겨나는 형국이다. 19세기 영국의 수공업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섬유기계를 파괴하는 폭동을 일으킨 사건인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다.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없어지는 산업만큼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은퇴자들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자신을 낮추고 보람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퇴직 후 한가히 쉴 수 없다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면 즐겁지 않다. 작은 일이라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아직 한가하게 쉴 입장이 아니라도 일의 노예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의 깊이도 달라진다. 지혜를 발휘할 때다.
새로운 다짐과 희망으로 가득한 1월 한 해를 시작하며 읽을 만한 신간을 소개한다.
◇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저ㆍ지식여행)
30년 넘게 전 세계인에게 회자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자인 아동작가 가도노 에이코의 에세이다. 2018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국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그녀는 여든이 넘은 현재까지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책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인생을 살기 위한 에이코 할머니만의 비법들을 담았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빛나는 자신만의 멋과 철학, 나이가 들어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패션, 오랜 세월 즐겨온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그릇들, 딸기색 벽을 가득 채운 수많은 책 등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마흔 이후 빨간색 옷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 한마디에 ‘딸기색’을 자신만의 색깔로 삼은 저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 매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옷장 속을 살피고 싶다”며 아름다운 삶의 비결과 꾸미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장은수 저ㆍ느티나무책방)
10대 여고생부터 80대 할머니까지,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30년 넘게 맥을 이어온 ‘할머니 독서모임’, 귀촌자가 모여 만든 ‘남원북클럽’ 등 저자는 전국 독서공동체 24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했다.
◇ 비가 와도 꽃은 피듯이 (노신화 저ㆍ포레스트북스)
말기 암과 치매를 앓는 시한부 아버지와 그 곁을 지키는 딸의 마지막 76일을 그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며 가족의 질병이 갈등과 붕괴가 아닌 치유와 사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저ㆍ다산책방)
‘뉴욕타임스’, ‘가디언’이 추천하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유럽 소설의 새로운 목소리’로 주목받는 톰 말름퀴스트의 소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으로 평범한 일상이 파괴된 한 남자의 비극을 담담하고 직설적으로 풀어냈다.
◇ 왕초보 책과 글쓰기 도전 (가재산 외 공저ㆍ노드미디어)
100세 시대를 맞아 시니어들이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책과 글쓰기 방법에 대해 정리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문서를 정리하는 등 글쓰기에 효율적인 스마트폰 활용 노하우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100세 시대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 이제 50대는 청년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은 그 이름대로 서울 시민 50세부터 64세까지인 50플러스 세대의 삶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2016년에 설립된 이후 재취업, 일자리, 교육, 정책 개발 등의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50플러스재단은 지난해 10월 김영대 전 국회의원을 대표이사로 임명해 향후 3년 동안의 사업 전개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최대 화두가 된 시대, 김영대 대표이사를 만나 50플러스 세대의 일과 삶에 대한 대안을 들어봤다.
새해 이슈는 일자리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그 조짐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등 단순 서비스직 업계에서는 사람을 쓰지 않는 대신 자동화 설비, 로봇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니어가 은퇴 후 직업으로 많이 선택하는 택시 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카풀 논란 또한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미래의 택시 산업과 연결되는 사전적 갈등이다. 이처럼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줄어들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50플러스 세대는 노인 세대도 청년 세대도 아니어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모든 50플러스 세대가 생산적이고 준비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각 방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사실 생계형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곳은 이미 많습니다.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죠. 그래서 재단은 인생 후반 새로운 일의 유형으로 ‘사회공헌일자리’를 발굴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보통 ‘앙코르커리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지속적인 수입뿐만 아니라 개인적 보람, 사회적 가치 모두를 만족하는 활동, 일거리, 일자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일자리 해법
시니어에게 일자리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수명이 늘어나고 부양 의무가 계속되면서 현역으로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자리 마련을 위한 노력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정무적 책임을 갖고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도 50플러스재단을 발족해 시대적 화두에 동참했고, 최근 김영대 대표이사가 임명되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 중소기업 CEO 등의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남북경제협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임명에서부터 50플러스재단의 방향성에 대한 큰 그림이 느껴졌다.
“재취업, 일자리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십니다. 이제는 많은 분이 칠십까지 노동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되는데, 그중에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부분에 우리가 좀 더 노력해서 저소득, 취약 계층의 50플러스 세대를 케어하는 노력을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50플러스재단이 시니어 취약 계층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빈곤율은 OECD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0.2%에 달한다. 고령화 속도도 가장 빨라서, 높은 노인 빈곤율과 고령화의 쌍끌이 현상은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시니어의 일자리 확보가 본인 스스로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로운 틈새시장 공략해나갈 것
일자리를 찾아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중장년 일자리와 시니어를 매치시키는 것도 만만찮다. 현장에 가면 정책과 현장의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50대 이후의 직업 훈련, 생계를 위한 일자리 알선 등은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노동의 가치를 살려 저소득 취약 소외 계층, 그리고 일하고 싶은 분들을 잘 안내해야겠죠. 또한 서비스직, 문화관광, 기타 영업 마케팅 쪽으로 자기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구력과 경험 많은 분을 매칭하고 관련 프로그램과 직업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최근의 일자리 대책이 세대 융합 일자리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모범적인 사례를 찾아내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만큼 그런 사례를 만들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창업과 관련해서는 당사자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창업하는 분들 중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순식간에 돈을 까먹습니다. 조사해보니 창업자 10명 중 6~7명이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그 수를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창업을 철저히 준비하게 해야 하고, 창업자 수도 줄여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사전에 꼼꼼히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실행 전에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재단에서 올해 개발해볼 생각이에요.”
시니어가 대거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면 엄청난 손실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잃어서 순식간에 나이 들어버린다는 얘기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들려온다. 청년 때는 아래로 떨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있지만 나이 들면 어렵다. 따라서 선경험을 해보고 안 맞으면 빨리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설명을 들으며 김 대표가 말하는 “조사, 증명과 함께 새로운 길을 제안하는 방향”이라는 게 어떤 모양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 수를 보면 일본의 성장세를 우리나라가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건 관광 서비스하고도 맞물려 있어요. 관광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 중에 50플러스 세대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길들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관광 가이드, 문화관광 해설사, 외국인들을 안내할 수 있는 문화재 해설사 역할 등이 있겠죠.”
은퇴자를 위한 귀촌 일자리 창출
김 대표가 생각하는 대안 중에는 귀농·귀촌도 있다. 귀농·귀촌이라고 하면 무조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농촌에 가서 생활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걸로 하고 귀촌을 하면 생기는 일자리가 있다. 수확기에는 일당 받는 일자리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통, 택배를 도와주는 일도 있다. 그리고 지방에 가면 축제가 많은데 축제에 활용될 인력으로 50플러스 세대가 가장 적합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살려고 하면 힘들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농한다고 부부가 함께 갔다가 몇 달 후 아내 혼자만 올라오는 일도 있고요. 차라리 가벼운 마음으로 일정 시간 귀촌해서 살아보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일주일 중 월화수목은 도시에, 금토일은 귀촌을 하는 거죠. 경험을 쌓고 그 속에서 익숙해지면 정착하는 걸로 계획을 세우게 해 너무 부담을 갖고 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 분들을 모아 집단으로 공유주택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귀농·귀촌과 일자리 문제 해결이 함께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북경제협력, 돌파구 될 수 있어
김 대표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것이 남북경제협력 부분이다. 현재 남과 북 사이에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분야가 경제협력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경제협력 전문가인 김 대표가 50플러스재단 대표로 임명된 것은 남북 간의 경제, 일자리 문제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은 아닐까.
“사실 정년에 걸려 배출되는 50플러스 세대가 많잖아요. 서울만 해도 교통공단, 시설관리공단, 교사, 금융인 등등 꽤 많은데 이분들이 제2인생을 설계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50플러스 세대가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있습니다.”
김 대표는 남북 간 교류가 진행되면 당장 철도에 대한 시설관리 점검에 들어가야 하는데 개선, 보수 부분에서 나름대로 시장이 꽤 크게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0플러스 세대의 인력들은 기능직이 많다. 북측의 도로 보수, 여러 가지 인프라 조성 등의 기간산업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는 50플러스 세대 기능직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50플러스재단이 중추 역할을 수행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건강하다면 계속 일할 것
“저 역시 50플러스 세대로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경험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대한민국 50플러스 세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은 실제 경험해본 사람이 시민들의 피부에 느껴지도록 설계해야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0플러스재단에서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기획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50플러스보람일자리’다. 은퇴한 50플러스 세대가 학교, 마을, 복지시설 등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경험과 전문성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인생 2막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2015년 6개 사업 총 442명의 규모로 시작해 지난해는 총 31개 사업에 2236명이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고용노동부, ㈜상상우리가 재단과 함께 풀어가는 사업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5060세대 1000명에게 전문 교육을 제공한 후 사회적기업 취업률 50%를 목표로 하는 장기 계획이다.
“저도 칠십 세까지는 일할 계획이 있고 그 이후에는 건강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건강할 때까지는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일하던 사람이 집에서 쉬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엄청난 여유가 있어서 여행만 다니며 살 조건도 못 돼요. 그래서 칠십까지는 일하고 이후에는 사회봉사형 일자리, 공헌형 일자리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담백한 목소리로 불필요한 부분 없이 실제를 말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읽고, 통찰력과 정책으로 다듬어진 김 대표 자신이 무엇보다도 50플러스 세대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 전문 작가로 알려진 박찬원의 ‘돼지가 우리를 본다’ 전시가 1월 1일부터 12일까지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015년부터 돼지 사진 촬영에 몰두해온 박 작가의 사진과 더불어 수채화, 미공개 에세이 등 12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만일 돼지가 우리를 본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지며 돼지의 시선을 통해 현대사회의 단면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드러낸다. 아울러 가축 동물로 인류와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인 돼지의 사회, 문화, 역사적 상징성과 의미를 재조명한다.
전시장 1층에는 신작과 더불어 돼지 포트레이트, 작가가 직접 그린 돼지 초상화와 수필 등이 전시된다. 특히 수필 ‘돼지’는 박 작가가 60년 전 중학생 시절 교내지에 올린 글로 돼지 작가로서의 오랜 인연에 대해 되짚어보게 한다. 더불어 2016년 작가의 돼지 사진들을 세상에 알린 ‘꿀 젓 잠’ 전시 관람객이 글과 그림 등으로 남긴 방명록을 전시물로 재구성해 특별함을 더했다. 박 작가는 “작품은 작가의 손에서 탄생하지만, 전시되는 그 순간부터 작가의 손을 떠나 관람객의 작품이 된다”며 “작품을 통해 맺은 인연과 소통의 소중함을 다시 작품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돼지우리를 연상하게 하는 구조물을 설치해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사진 ‘고사돼지’와 ‘문화원돼지’는 돼지의 일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람이 돼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돼지가 사람을 본다’는 생각에 빗대어 바라보면 작품 속 돼지의 눈은 사뭇 기이하게 다가온다. 탐욕, 싸움, 시기, 상처로 가득한 인간들의 모습에 측은함을 느끼는 듯 안타까움 가득한 눈빛이다. 박 작가는 “돼지 포트레이트를 통해 인간의 동물적인 욕망을, 돼지저금통 모형물 등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욕망을, 고사 돼지머리를 통해 끝임 없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박찬원 작가의 새해 덕담
“저는 시니어가 되어 사진작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늦은 출발이지만, 경력에 비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중장년들은 사진이든 뭐든 프로가 되려 하지 않고 취미나 아마추어 영역에 만족하려 합니다. 시간이 너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그러나 100세 시대, 60세 이후에도 살아갈 20~30년은 뭔가 하나는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시간입니다. 여생을 때운다는 개념보다는 성취해낸다는 목표 의식으로 제대로 해내야 합니다. 새해에는 저마다 원하는 분야의 프로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생활에서 변화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영원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 편히 사는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갖게 된다. 행복하게 사는 또 다른 요인은 살면서 무수히 접하는 변화의 속성을 인지하여 이에 대처해야한다. 모든 변화는 조절이 가능한 것과 조절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뉜다. 따라서 이 둘을 구별 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절 불가능한 변화에 매달려 시간, 돈, 에너지를 허비하지 말고 수용 태세 갖춰 조용히 받아들이는 반면 조절 가능한 변화는 주저하지 말고 용기 있게 조절하면 행복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리코의 저서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를 통해 느낀 몇 가지를 적어 봤다.
타인의 생각, 행동, 감정, 말하기 등은 조절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타인의 생각, 행동, 감정 등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나도 타인도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부부, 가족, 친구, 남남 등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제자리에서 맴돈다. 타인의 감정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나 감정은 생각의 결과이기 때문에 변화시키기 어렵다. 선물을 주고도 받는 사람의 만족을 알기 어렵다. 그래도 감정은 미묘한 것이라 타인에 대한 배려는 해야겠지만 타인의 감정을 좌지우지 못한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허다한 과오를 저지르며 살아 왔다. 현재만이 존재하니 이를 되돌릴 수 없다. 현명하려면 과거를 받아들이고 이로부터 지금을 위한 교훈을 얻어 내는 것이다. 되돌아 올 것 같이 시간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 길은 다시 걸을 수 없다. 따라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가치 있게 써야 한다.
늙어 간다. 우리는 매일 늙어간다. 그것도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다. 100세 시대라고 요란스럽지만 늙어감을 막을 수 없다. 늙음이 주는 기쁨도 있다. 시간의 귀중함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사는 길은 조절 불가능한 변화에 몸부림치지 말고 슬기롭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저 최선을 다하여 삶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글로 쓰면 소설책 몇 권은 된다.” 예전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씀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글을 쓴다는 것은 전문 작가 외에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편리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 특히 독수리 타법에 난시와 노안까지 겹쳐 눈이 나쁜 시니어에게는 스마트폰이 구세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글을 쓰는 데 어떻게 유용하다는 걸까? 나이 들수록 눈은 침침해지고 타이핑 속도도 점점 떨어진다. 기억력도 자꾸 흐릿해진다. 또 메모를 해놓지 않으면 중요한 일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런 이유들로 시니어가 글쓰기에 도전했다가 포기하거나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나이에 관계없이 최신 스마트폰을 많이 쓴다. 아들딸들이 사줘서 100만 원이 넘는 비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니어도 꽤 있다. 그러나 그 비싼 스마트폰으로 전화통화나 카카오톡 정도만 하고 있다. 100만 원짜리를 겨우 3만 원짜리 전화기로 쓰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자료 수집, 타이핑 걱정도 끝!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글을 쓴다면 별난 사람 취급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납득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기술적 도약은 크게 음성 인식 기술, 이미지 인식 기술, 그리고 문자를 읽어주는 기술 등 3가지를 토대로 이뤄져왔다. 더불어 클라우드 기술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스마트폰으로 즉시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킹 환경을 가능하게 해줬다.
책을 출판하려면 글을 써야 하고 글을 쓰려면 여러 가지 자료 수집을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자료를 스마트폰이 대신 찾아준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 달라 지시하면 바로 검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원하는 자료만 복사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글을 쓸 때 시니어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자판을 치는 일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음성 인식 기능이 있어 손쉽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또 녹음을 했을 때 일일이 딕테이션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녹음과 동시에 바로 문서로 작성되는 애플리케이션이 생긴 덕분이다. 내 경우 이러한 기술을 활용했더니 글쓰기 관련 작업들이 3분의 1 정도로 단축되었다. 이제 번역이나 교정 등 책 출판 과정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작업을 다양한 무료 앱을 통해 대체할 수 있게 됐다. 기회비용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글쓰기 노하우
① 말로 해서 글쓰기 : 구글 문서 & 토크프리
이제는 말로도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구글 문서’를 이용하면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사용 중인 메일(gmail) 계정으로 구글 문서를 연 뒤,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하면 자동으로 음성이 문자로 변환된다. 간혹 잘못 인식되는 내용도 있어 교정 작업이 필요하지만, 글자를 하나하나 타이핑해서 글을 쓸 때보다 편리하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작성한 구글 문서를 복사해 ‘토크프리’ 앱으로 옮겨 읽어주는 내용을 들어보며 수정할 부분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② 사진으로 글감 정리 : 오피스렌즈 & MS 원드라이브
‘오피스렌즈’는 신문, 잡지, 도서 등 각종 인쇄물이나 문자로 된 간판, 현수막 등 설치물을 사진으로 찍어 그 안의 내용을 문자화하는 앱이다. 즉, 이미지 속 문자를 인식하는 기술인데, 전환된 텍스트를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으로 변환해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문자 변환을 원하는 이미지를 찍으면 저장 버튼이 나온다. 글을 쓸 때는 대부분 MS워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워드와 원드라이브를 선택해 저장하는 것이 좋다. 사진을 원드라이브에도 저장해놓으면 실수로 워드 파일이 삭제되어도 다시 찾아 문서화할 수 있다.
③ 번역, 교정까지 무료로 : 구글번역기 & 미러링
책 쓰기 자료로 외국어 번역물이 필요할 경우는 ‘구글번역기’를 이용하면 된다. 긴 문장의 번역에도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유 기능이 있어 ‘토크프리’ 앱 등으로도 전송이 가능하다. 오피스렌즈처럼 사진을 찍어 문자화한 뒤, 이를 다시 원하는 언어로 번역할 수도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리한 원고는 책으로 나오기 전 최종 교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작성한 문서를 확인하려면 화면이 작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때 TV나 PC 모니터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는 ‘미러링(mirroring)’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스마트 TV는 스마트 뷰(smart view) 기능을 사용하고, 일반 TV는 기기 뒷면 HDMI 단자에 연결하면 된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시니어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만 돌이켜봐도 책을 쓸 수 있는 자료가 무궁무진하다. 피터 드러커는 생전에 40여 권의 저서를 세상에 남겼는데 명저 대부분을 일흔이 넘어서 썼다. 책과 글쓰기는 해고도 없는 평생 직업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시니어는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꿈으로만 품고 있던 책 쓰기. 지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스마트폰으로 도전장을 내밀어보시라.
독수리타법에 난시와 노안으로 눈이 나빴던 나에게 구세주와 같았다.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예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책 집필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핸드폰 하나로 책과 글쓰기 도전’이라는 책을 냈고, 관련 강좌를 통해 널리 전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