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내려가겠다고? 그건 좀 미친 짓 아닌가?” 김화자(59, ‘꽃피는 산골농원’ 대표)는 이런 핀잔을 종종 들었다. 그러나 귀에 담지 않았다. 시골살이의 고독과 농사의 고난을 헤쳐나가느라 몸은 물론 마음마저 상할 수 있으니 충분히 숙고하라는 충고쯤으로 여기고 시골행에 시동을 걸었다. 시골살이는 김화자 부부에게 오래 묵은 로망이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부부 단둘이 시골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꿈에 무슨 결함이 있으랴. 김화자에게 귀농은 자연스러운 이행(移行)이었던 같다. 상류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것과도 같은 순행. 올해로 그는 귀농 11년 차를 맞이했다. 애초 귀농을 만류했던 이들의 말이 이젠 사뭇 달라졌단다. “어라, 이 사람들 성공했네!”
김화자의 집은 무주군의 명산 적상산 아래에 있다. 한갓진 외딴집이다. 집 앞엔 개활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인상적인 건 이 집에서 바라보이는 산 풍경이다. 뒤편으로는 적상산이 떡 버티어 집을 보듬었고, 앞쪽에선 대호산이 뭔가 서기를 풍겨 생동감을 부여한다. 저 멀리 아스라이 덕유산도 보인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그 산의 정상부는 아예 설산인데,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를 편집해 붙인 듯 신비감이 감돈다. 여기나 저기나, 앉으나 서나, 밤이나 낮이나 산들의 동향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산경(山景)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에게 적격인 삶터다. 김화자는 마땅한 시골을 물색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인터넷에 매물로 나온 이곳을 둘러보고 곧바로 부지를 사들였단다. 첫눈에 호감이 가서.
“이왕이면 산세 좋은 곳에 터를 마련하고 싶어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 지역 곳곳을 답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곳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강원도의 산세를 닮은 분위기에 보자마자 반했으니까. 깊은 맛을 풍기는 산세에다 탁 트인 경관까지 보기 좋게 어우러져 즉시 매입했다. 철탑이나 축사가 인근에 없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갖가지 꼼꼼한 점검부터 하는 게 매입 수칙이라지만 그런 걸 다 생략하고 샀다. 한참 뒤에 알고 보니 시세보다 훨씬 비싼 땅값을 치렀더라.(웃음) 하지만 억울하진 않았다. 취향에 맞는 터를 구입했다는 기쁨이 더 컸으니까. 터를 정하고 나자 지인들이 ‘미쳤다’는 소리를 또 끄집어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무주에서 무슨 재주로 살 거냐면서.(웃음)”
초기 5년은 혹한기
터 일대의 자연환경 하나에 꽂혀 일을 저지른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날 이때까지 대체로 순탄한 시골살이를 해왔으니까 말이다. 터에 서린 무슨 지령(地靈)의 선한 감독을 받았을 리 없겠지만, 첫눈에 반한 땅이 주는 만족감을 정서적 기반으로 삼아 순항을 해왔으니 김화자에겐 영락없는 명당이다. 귀농 전에 그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살았다. 남편과 함께 문구점을 18년간 운영하다가 접고 시골로 들어온 것.
“자영업이 대부분 그렇듯 자유시간이 없다. 스트레스도 많고 갑갑증이 난다. 더구나 우리는 휴일 없이 일에 매달려 살았다. 덕분에 문구점 규모를 키울 수 있었지만 언젠가는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 일찍부터 아이들을 다 키운 뒤엔 시골에 가서 마음 편하게 살 작정을 했는데, 마침내 적당한 시점에 이르러 가게를 청산하고 2013년에 이곳으로 내려왔다.”
도시에도 장점과 매력 요소가 많다. 시골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돈을 벌기엔 도시가 한결 유리하겠지만 만족할 만한 좋은 삶을 꾸리는 데엔 시골이 더 낫다고 봤다. 그리고 그 좋은 삶이란 시골의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텃밭을 일구고 정원을 가꾸는 식의 여유로운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고 평온하게 살고 싶어 오랫동안 시골을 꿈꾸었던 거다. 어휴, 도시는 참 싫다. 스트레스와 부자유는 물론 교통체증과 매연에 질렸다.”
농사는 어떤 작물을 하나?
“농원의 전체 부지 1800평 중 1500평에다 사과와 블루베리 농사를 한다. 처음엔 사과 농사만 하다 나중에 블루베리를 추가했다. 애초 우리는 귀촌 형태의 시골살이를 구상했다. 호미자루 한 번 손에 쥐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본격적인 농사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냥 한가하게 살고자 했다. 인근에 구천동 관광지구가 있으니 상황을 봐서 나중에 민박집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정작 들어오고 나서는 귀농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렇게 된 계기가 있겠지?
“원래 이 터 일부에 사과 과수원이 있었던 데다 마을 주민들이 사과 농사를 하라 권유를 해 입문했다. 무주는 사과 특산지구다.”
농사 초심자가 과수원에 뛰어들었다. 막막한 게 많지 않았을까?
“처음 1년은 너무도 힘들었다. 호미로 풀을 메다가 집어던지고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했다. 문제는 농사에 관한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덤벼들었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무주농업대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열심히 배웠다. 여러 해에 걸쳐 농업교육을 이수하면서 농촌체험학습지도사, 농식품가공기능사, 팜파티플래너 1급 지도사, 다육아트지도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땄다.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도 받았고.”
당초 귀농에 뜻을 두지 않고 내려왔지만 어차피 본격 농사에 승차했으니 제대로 한번 달려보자! 아마도 그런 결기가 작동했던 게 아닐까? 김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민감하게 움직이는 걸로 귀농 생활을 개척해나갔다. 그러자 매사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농사일이 즐거워졌다. 비록 고달픈 노동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나날이지만 도시에서와 달리 마음은 편하고 여유로웠다. 하지만 농사로 얻는 수익은 쉬 오르지 않더란다. 초기 5년은 혹한기였다는 것.
“월 300만 원, 즉 연간 3500만 원 정도의 순소득을 목표로 삼았다. 그쯤이면 부부 둘이 먹고살기에 충분할 거라 봤다. 하지만 손에 쥘 게 거의 없었던 초기 5년간은 많은 고심을 하며 지냈다. 다시 말하자면 자리 잡는 데 5년이 걸린 셈이다.”
그마저 괜찮은 성적이지 않나? 10여 년이 지나서야 궤도에 오르는 귀농인도 많다.
“우리는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와 블루베리를 생산한다. 따라서 품질이 좋다. 이게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사 자체는 쉽지 않다. 특히 자연재해엔 속수무책이다. 농부가 최선을 다해도 물과 햇빛이 도와주지 않으면 망칠 수 있다.”
일찍이 현자가 말했더라. 하늘은 때로 사람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논다고. 어떤 식의 자연재해를 경험했나?
“태풍이 몰아쳐 사과나무들을 쓰러뜨렸다. 낙과 발생이 극심해 팔 만한 게 없었다. 밤낮없이 나무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며 울었다.(웃음) 봄철에 느닷없이 쏟아지는 우박, 긴 장마, 겨울 가뭄 등 수시로 악재와 부닥친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걸 실감하며 산다. 그러나 행복감을 맛보는 때가 아주 많다.”
어떤 때에?
“창밖이 밝아오는 아침에 눈을 뜰 때, 가만히 피어나는 들꽃을 바라볼 때 참 좋다. 밭에서 힘겹게 일하면서도 내가 지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산다는 자각을 할 때도 행복하다. 이건 도시에서 가게를 할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다.”
괜히 시골에 들어왔다는 후회는 없었는지?
“한번은 사다리를 타고 사과나무를 돌보다가 떨어져 발목뼈 세 군데가 부러졌다. 게다가 수술마저 잘못돼 무려 2년간 심한 고생을 했다. 그때 처음으로 회의를 느꼈다. ‘아이고, 내가 왜 시골에 와서 이 고생을 하지?’(웃음) 하지만 잠깐 스쳐가는 후회에 불과했다.”
이미 얻을 건 다 얻었다
그의 농원은 정갈하고 쾌적하다. 2층으로 지은 살림집과 정원 공간, 체험장과 가공공장, 사과와 블루베리 밭, 또는 이리저리 이어지는 통로 등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조화로운 한편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부부가 쏟아부은 비지땀과 능력과 시간의 산물이다. 농장의 핵심 공간은 체험장이다. 이곳은 급조한 비닐하우스지만 내부 치장이 꽤 흥미롭다. 벽면에 걸린 수예품과 그림들, 선반에 올라앉은 공예품들, 너른 자리를 차지하고서 재잘거리는 수백 점의 다육식물들. 이것들은 모두 김화자가 손수 만들거나 가꾼 것이라는 점에서 가히 독창적이다. 그는 이곳에서 방문객들을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농원은 무주군 1호 치유농장이다. 과수 농사만 하다가 치유체험농장으로 전환한 이후 나름의 성장을 해왔다. 체험장에 있는 모든 사물이 치유 프로그램 소재로 쓰인다. 이건 실로 만족스런 대목이다. 나의 취미와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을 프로그램화해 남들과 공유하고 소득까지 올리고 있으니까.”
일과 취미를 접목한 셈인가?
“시골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는 게 기본 목표였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처음엔 농사만 했지만 노동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취미 역시 제대로 즐겨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흔히 원주민이나 귀농인이나 농사에 매몰돼 취미 내지는 문화 활동과 무관한 일상을 산다. 당신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내가 경험한 시골 인심은 정겹고 순박하다. 그러나 평생 호미를 쥐고 사는 할머니들을 보면 안타깝다. 때로 그들을 농원에 모셔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러면 무표정하던 얼굴에 생기가 돌더라. 귀농인들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난 읍내 합창단에 가입해 노래를 즐기기도 하는데, 문화 동아리도 많고 싼값에 볼 수 있는 공연이나 이벤트도 풍성한 게 요즘의 지방이다.”
성공한 귀농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지? 이제 농원에 무엇을 더 보탤 계획인가?
“2023년 매출이 약 9000만 원이다. 이쯤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차후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지을까 생각 중이지만 사실 얻을 건 이미 다 얻었다. 부부가 노후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자식들이 놀러 와 맘껏 놀다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니까. 무엇보다 그토록 바랐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어 기쁘다.”
원했던 곳에서 원했던 삶을 발굴해 지속한다는 건 아마도 인생의 최고봉이다. 섣부른 귀농으로 인생이 외려 꼬이는 수도 있지만 과욕 없는 열렬한 행보라면? 김화자의 방식엔 은근히 개성과 패기가 박혀 있다.
김화자가 주는 귀농 Tip
•마음을 비우고 귀농하자. 꽉 채워진 마음엔 새로운 게 들어설 자리가 없다.
•성향이나 기질이 농촌 생활과 어울릴지 면밀히 점검하고 귀농 여부를 결정하자.
•귀농 초기의 고생은 통과의례로 여기고 귀농하자. 5년 차까진 수련기로 작정하는 게 현명하다.
•처음엔 집을 빌려 쓰라고들 하지만 아예 내 소유 집부터 짓는 게 좋을 수 있다. 초기의 어려움에 질려 너무 쉽게 역귀농하는 사례를 볼 수 있는데, 집을 지어놨을 경우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인내하며 활로를 찾아가기도 한다.
•작목은 가급적 지역 특산물을 선택하자. 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생산물 유통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남자만의 귀농은 금물이다. 부부가 함께 귀농하자.
웰컴 에이징을 위해서는 몸 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생을 즐기면서 오래 살 수 있는 첫 단계다.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라고 하는데, 과연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손성준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봤다.
우리의 몸은 11개 기관(System)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기관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모두 제 기능을 해야 신체 대사 활동이 원활해진다. 신체 대사란 우리 몸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소모하는 과정을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노화 속도를 늦추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사망 위험 낮추는 심혈관계, 근골격계
노화와 관련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제일 큰 기관은 심혈관계다. 중장년 시기는 신체의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는데, 이는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기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고혈압, 고혈당증, 고지혈증은 물론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심혈관계의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손성준 교수는 “결론적으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알려진 대로 그냥 걷기만 해서는 안 된다. 숨이 약간 찰 정도까지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혈관계만큼 근골격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근육계와 골격계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년이 되면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며, 근감소증이 발병할 수 있다. 근육은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므로 근육이 약해지면 뼈나 연골에 문제가 생기는데, 시니어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골관절염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손 교수는 “골관절염 환자를 보면 과체중이거나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환자인 경우가 많다. 노화가 오면 11개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퇴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골관절염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이라는 점이다.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완쾌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근골격계 건강을 위해서는 푸시업, 스쿼트, 계단 오르내리기 등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그는 “근육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 섭취 또한 중요하다. 매일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낙상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노화가 오면 균형감각이 떨어지면서 낙상 위험이 높아지고, 건강이 퇴화된다. 손 교수는 “65세 이상 어르신이 낙상을 당해 2주 이상 병원에 누워 있으면 근육이 빠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면서 “실제로 어르신의 입원 일수가 30일을 넘어가면 30% 이상은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낙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키우는 스트레칭 운동이 필요하다. 손성준 교수는 한발 서기 운동을 추천했다. 한발 서기는 낙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40대는 20초, 50대는 15초, 60대는 10초 이상 버텨야 한다. 다만 손 교수는 스트레칭 운동은 유연성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른 운동과 함께 할 것을 추천했다.
신체 활동 지수를 높여라
손성준 교수는 궁극적으로 신체 활동 지수(Physical Activity Level)를 최대로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신체 활동 지수가 낮으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고, 혈당 조절에 애를 먹으며, 고지혈증도 우려된다. 또한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근감소증이 생기고 밸런스를 잡는 것도 어려워 낙상의 위험이 따른다. 반대로 신체 활동 지수가 높을수록 다치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커지므로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체 활동 지수를 높이는 운동법은 무엇일까. 손성준 교수는 “유산소 운동 50%, 근력 운동 30%, 균형감각 운동 20%, 5:3:2 비율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하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운동 시간을 줄이고 빈도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일주일에 세 번에서 다섯 번 운동하는 것을 권고한다. 시간은 하루에 15분에서 30분 정도 운동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60분씩 일주일에 이틀 운동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꾸준히 조금씩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체 활동 지수를 한 단계 높이는 것을 3개월 정도 목표로 삼고 운동하기를 추천합니다. 예를 들면 걷는 운동만 한 분은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조깅이 되는 분은 빠르게 뛰기에 도전해보는 겁니다.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고, 11개 기관이 모두 좋아지면서 웰컴 에이징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습니다.”
엽전으로 떡볶이를 사 먹고, 방 탈출을 즐기고, 시장 재료로 만든 밀키트를 사 간다. MZ세대부터 중장년까지 전 세대가 어울려 시간을 보낸다. 전통시장은 더이상 장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온갖 제품과 식재료가 즐비한 좌판 사이를 헤치며 소소한 체험을 즐기는 곳이다.
◇경동시장
“오래된 공간을 활용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느낌을 줘요.” 미국 시민권자 앨리스 김(40대) 씨가 말했다. 외국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경동시장을 꼭 들른단다. 함께 온 칭 리(대만, 40대) 씨는 방금 체험을 마치고 받은 친환경 화분을 들고 있다. 이제 옛 극장 분위기를 살린 스타벅스 경동1960점으로 가 시간을 보낼 참이란다.
1958년 창업한 LG전자가 1960년에 문을 연 경동시장을 활성화하고자 만든 금성전파사는 열자마자 입소문을 타 하루 3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오픈 1년 남짓 되었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다. 금성전파사 직원은 “MZ세대가 전통시장을 더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중장년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했다.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싶다면 경동시장으로 가보자.
※금성전파사 체험 운영시간 11:00~19:00
(고민탈출은 사전 예약해야 이용 가능)
◇수유시장
“수유시장의 식재료로 당일 생산, 당일 판매해서 ‘당당한셰프’예요. 가족이 즐기기 좋은, 술 안주하기 좋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메뉴들을 개발했죠. 1년 남짓 됐는데 아주 인기가 좋습니다.” 김대원 당당한셰프 사무국장이 설명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머리카락이 새하얀 할머니가 밀키트를 고르고 있었다.
수유시장 내 당당한셰프 오프라인 매장에는 냉장 밀키트 4종과 냉동 밀키트 6종이 준비돼 있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도록 양을 늘린 꽈배기 핫도그도 있다. 하루에 얼마나 팔리는지 묻자 김 사무국장은 ‘영업비밀’ 이라며 웃었다. 밀키트는 쿠팡이츠, 네이버동네시장 장보기, 놀장 등 온라인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을 직접 방문해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한껏 즐긴 뒤, 마음에 드는 밀키트를 양손에 들고 전통시장의 신선함을 집까지 가져가 보는 건 어떨까.
※당당한셰프 오프라인 매장 운영시간 09:00~18:00
◇통인시장
“엄마, 엽전 주세요! 제가 낼래요!” 가족들이 엽전을 들고 통인시장 곳곳을 누빈다. 커플, 친구들과 놀러 온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한 상인은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경복궁 근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통인시장 내 ‘도시락카페’에서는 1만 원을 내면 엽전 20개와 빈 도시락을 준다.
엽전은 가맹 가게에서만 쓸 수 있다. 가맹점에는 통(通)이라는 글씨와 함께 엽전 모양의 간판이 입구에 달려 있다. 카페에서 QR코드로 지도를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만두 4냥, 떡볶이 4냥, 김밥 2냥이다. 길거리 음식뿐인가. 연잎밥, 구절판도 있다. 도시락을 채웠다면 카페로 돌아와 음식을 즐기면 된다. 남은 엽전은 환불받을 수 있다. 카페에서는 컵라면, 음료 등도 엽전으로 구매 가능하다. 수저는 무상 제공. 전자레인지도 비치돼 있다. 엽전을 들고 시장의 정취를 물씬 느껴보자.
※엽전·도시락카페 이용시간 11:00~15:00 (주말·공휴일은 16시까지)
매주 월요일·셋째 주 일요일 휴무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노화도 그럴까. 때마침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를 집필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물었다. 결과는 놀랍다. 그들은 10년 이상, 심지어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노화시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노화의 개인차가 점차 커져갈 현대사회, 전문가들이 전하는 감속 노화 방법을 알고 나면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노화는 갑자기 찾아와 놀라게 하는 불청객처럼 여겨지곤 했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 어느새 생긴 주름만큼 잃어버린 탄력… 모든 것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누구나 나이에 따라 신체 능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노화 연구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시간 외 다른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도 ‘슬로 에이징’이 가능하다고 외친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모두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고 답했다. 그중 40%는 현대 의학을 통해 노화를 거스르는 ‘리버스 에이징’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화시계를 1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답변은 80%에 달했다. 20년 이상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은 그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 몸이 어떻게 늙어가는지 내다보고 대비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의견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STEP 1 노화 이해하기
노화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에서 박성욱 아산의료원 의료원장은 “늙어가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역시 “노화에 따른 증상을 이해하고 수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노화 증상을 들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 호흡기내과 나이 들며 세포가 노화되면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 현대인, 특히 도시 거주자는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폐 손상이 되고, 반복적으로 섬유화 및 염증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이 생긴다. 폐암이나 간질성 폐 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 소화기내과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더디게 내려가거나 내려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연하곤란이라고 한다. 고령에서 잘 나타나며, 이때 쓰라리거나 뻐근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역류성 식도염도 잘 발생한다.
▶ 이비인후과 고음역의 청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노화성 난청이 생긴다. 먼 곳에 앉아 있는 사람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또한 근골격계 약화와 더불어 양쪽 귀의 전정기관이 담당하는 균형감각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스포츠를 즐기기 힘들어진다.
▶ 안과 노안 증상은 대개 40대 중반부터 발생한다. 이때 흔히 느끼는 증상은 책이나 신문을 볼 때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책을 보더라도 눈과 책의 거리가 점차 멀어진다. 또한 근거리 작업 때 눈이 쉽게 피곤해지며, 심지어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 치과 치아 뿌리 주변 충치 발생 등 구강 건조로 인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연하장애(삼킴장애)로 사레에 잘 걸리기도 한다. 음식물을 씹을 때 뺨이나 입술을 자주 깨물게 되며, 상처가 잘 생긴다. 칫솔질할 때 잇몸이 아플 수 있다.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기도 한다.
▶ 산부인과 폐경 초기 증상은 홍조, 열감, 땀이다. 많게는 폐경 여성의 약 80%가 경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중기 증상으로 질 건조와 잦은 질염이 있다. 만성이 되면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STEP 2 가속 노화 피하기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다섯 명 중 네 명이 ‘100세 이상’에 표를 던졌다. 단, 늙어가는 속도는 개인차가 크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신기술이나 특효약이 아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는 “노화를 예방하는 마법 탄환 같은 약물은 없다”고 단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의 건강관리를 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속 노화의 주범으로는 과식, 흡연, 나쁜 생활 습관이 주로 꼽힌다.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는 “신체 활동량 감소와 그에 따른 체중 증가”를 가속 노화 요인으로 들며 “신체 활동 감소는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체지방을 축적해 고혈당과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흡연 역시 여러 진료과에서 지적했다.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뿐만 아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까지 비위생적인 구강 관리와 더불어 흡연을 가속 노화 원인으로 꼽았다.
STEP 3 감속 노화 가까이하기
천천히 나이 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일 먹는 밥, 즐기는 기호식품, 듣는 음악의 볼륨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보이지 않지만 그 차이가 훗날 분명 나타난다고 말한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의 대표 저자인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주기적인 몸 상태 체크로 노화를 미리 예방하고 치료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처음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감속 노화 방법을 들었다.
▶ 호흡기내과 대기오염이 심한 날을 피해 빨리 걷기나 등산 등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 소화기내과 소식하면 좋다. 소식이 노화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최근 미국 연구에서 나왔다. 식사 시 칼로리를 제한하면 다양한 대사·면역반응을 일으켜 수명을 늘린다. 본인에게 적절한 식사량을 찾고, 먹으면 불편한 음식을 조절해 먹는 것이 좋다.
▶ 이비인후과 불필요한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불필요한 큰 소음이란 헤어드라이어 정도 되는 소리를 매일 3~4시간 이상 듣는 경우를 의미한다. 소음 크기가 이보다 커지면 난청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어지럼증 없는 삶을 위해서는 하체 근력, 특히 뼈 건강이 중요하다.
▶ 안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 노안 증상을 더 어린 나이에 심하게 겪는다. 노안이 오면 당황하지 말고 안과 전문의에게 눈 상태를 정확하게 검사받은 뒤 비수술적 또는 수술적 치료법 중 선택해서 치료받아야 한다.
▶ 치과 올바른 구강 위생 관리와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실, 치간칫솔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도 필요하다. 초기 치과 치료도 중요하다. 아플 때 치과에 가면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서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 산부인과 나쁜 생활 습관 교정, 운동, 스트레스 줄이기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인 의사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추천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노화가 딱 그렇다. 최창민 교수의 당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화나 질병의 선을 넘어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채희동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
취재협조 서울아산병원
참고도서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안중호 외 16인·클라우드나인)
팔순 노인이 스스로를 ‘이팔청춘’이라 말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여기서의 나이는 행정적 나이도, 생물학적 나이도 아닌 ‘마음의 나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팔청춘 노인의 노후 또한 마음처럼 꽃다우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현실에서 늙지 않는 삶은 모순이다. 그러나 마음이 늙지 않는 삶은 가능한 일이다. 젊음을 유지하며 사는 법, 마음의 나이로 살면 그만이다.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웰에이징’(Well-aging)과 ‘안티에이징’(Anti-aging) 관련 정보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대체로 보면 일상에서의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등을 조언한다. 이러한 방법이 옳고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살아갈 것인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안티에이징 전문가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독일 항노화의학협회 회장)는 저서 ‘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를 통해 “영양 섭취와 운동은 변함없이 안티에이징에 중요한 주제다. 그러나 활력 넘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노화에 기여하는 건 바로 우리의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주관적 나이 따라 삶의 양식 달라진다
같은 맥락으로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은 ‘마음 나이’에 대해 언급했다. 나이는 크게 ‘주민등록상(객관적) 연령’과 ‘주관적 연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마음 나이’는 후자에 속한다. 주관적 나이는 심리적 나이 또는 정서적 나이와도 같다. 현장에서 수많은 중장년을 상담하고 교육해온 이 센터장은 “마음의 나이를 물었을 때 중장년은 대체로 실제 나이에서 20세 정도 더 젊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나 소비 방식 등을 보면 마음 나이에 기준이 있다.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나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삶을 일궈가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실제 나이보다 마음 나이를 더 젊게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회 활동 및 관계성, 일하는 빈도 및 수입 등에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마음의 나이를 더 젊게 여기는 것이 삶에도 더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고무적인 것은 실제 나이는 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지만, 마음의 나이는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행한 노후? 노년기 행복은 상승세
주관적 나이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나이 듦’에 대한 선입견이다. ‘노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홀로 있는 노인 등 쇠약하고 무기력한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그린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언론 및 미디어를 통해서도 노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줄곧 쓰인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노화가 두렵거나 회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회미래연구원 ‘한국인의 행복조사’(2021)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선행된 서구 선진국 연구들에서 연령대별로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은 중년에 감소했다가 노년기에 증가하는 U자형을 띠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나 자녀 양육 및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인 40대 전후에는 행복감이 최저에 이르지만, 이를 지나면 60대를 변곡점으로 행복 그래프는 상승세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80대 이후에는 그래프에 굴곡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령 80대가 넘으면 유익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지녔더라도 건강상의 문제들이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 또한 익히 예상한 터라 일상의 만족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간의 인생 경험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의 만족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시기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호선 센터장은 “노화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가령 노인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든지, 노인은 사회적 활동이나 성(性)생활을 할 수 없다든지 등이다. 대체로 이러한 편견은 20세기 소위 ‘뒷방 늙은이’ 시절에 만들어진 부정적인 노인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 액티브 시니어들은 스스로 이전 세대 노인과는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배움의 사치를 한껏 누릴 때
노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뇌가 퇴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오해다. 이는 40년이라는 장기간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의 ‘시애틀 종단연구’ 결과로도 설명 가능하다. 해당 연구에서는 대상자들의 어휘, 계산, 귀납적 추리 능력 등을 조사했는데, 인생에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지능이 가장 높은 시기는 바로 중장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50대 후반 정도에 종합 지능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60대 중반 이후에도 꾸준히 지능이 높아진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젊은 층과 비교해 중년 집단의 지능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 앞서 언급한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 또한 저서에서 “뇌의 기능 중 몇몇은 노화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발달한다. 특히 선견지명과 통찰력은 노년에 점점 강화된다”며 “인간은 평생 배우는 존재로서 성격 또한 평생 발달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흔히 배움에도 때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장년기’가 바로 그 시기일 수 있다. 이호선 센터장은 “중년 이후의 공부는 이전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고 성취도도 크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일상에 여유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 덕분에 할 수 있는 가장 신나는 사치가 바로 ‘학습’이다. 요즘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중장년을 위한 학습 공간과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이러한 사치를 충분히 누리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일상이 축제, 잔치가 시작됐다
노후에 늘어난 여유 시간을 학습으로 채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실감에 빠지는 이도 있다. 이 센터장은 중년 이전을 서양화, 중년 이후를 동양화에 비유하며 이 또한 나이 듦이 주는 이점이라 설명했다. 이를테면 새로운 경험을 계속 채워나가는 젊은 시절은 색채가 풍부한 서양화에 가깝지만, 나이가 들수록 군더더기를 비우고 여백의 미가 강조되는 동양화로 화풍이 옮겨간다는 것이다. 즉 노년기의 긴 여유도 생각하기에 따라 누군가에겐 공허함으로, 또 누군가에겐 아름다움의 크기로 여겨질 수 있다. 이렇듯 일상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즐기려는 태도는 나이 들수록 삶을 더 유익하게 만든다.
이 센터장은 “매일의 일상은 신이 준 선물이자 축제와 마찬가지다. 오늘, 바로 이 시간을 지금 만끽하지 않으면, 내일은 더 늙어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헤아려보고, 이를 기쁘게 여기며, 주변과 나눌 수 있다면 ‘웰에이징’이 아닐까. 특히 노년기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눔은 사회공헌이나 봉사일 수도 있고, 가르침일 수도 있지만, 때론 누군가와 건강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을 실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최영미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 했다. 이에 반해 중년은 잔치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싶다. 변화를 꿈꾸고 실행하면서 나이 듦이 주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이다. 푸른 용의 기운을 받은 용띠 스타들이 펼칠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40대 이상 스타를 중심으로 2024년 행보를 알아봤다.
1976년생 용띠 | 용띠 클럽·지성·유지태, 열일 행보
1976년생 연예인 : 권상우, 김민준, 김선영, 김종국, 문정희, 박선영, 박정현, 백지영, 송승헌, 송종호, 안정환, 엄기준, 오지호, 유선, 유지태, 장혁, 조진웅, 정상훈, 차태현, 최원영, 홍경민, 홍경인 등(ㄱㄴㄷ 순)
용띠 스타하면, 연예계 사조직 ‘용띠 클럽’을 빼놓을 수 없다. 1976년생 연예인 모임으로 김종국, 장혁, 차태현이 대표적인 스타이다. 이들은 올해도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먼저, 능력자 김종국은 SBS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출연을 이어간다. 구독자 295만 명을 넘은 유튜브 채널 ‘GYM JONG KOOK’ 운영 또한 활발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을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있는 장혁은 올해 초 배우 최초로 포카앨범(포토카드 형태의 앨범)을 발매한다. 앨범 안에는 음악 대신 장혁이 기획, 연출, 액션 디자인까지 도맡은 느와르 시퀀스가 담긴다. 아이돌이 아닌 배우가 포카앨범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로 장혁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차태현은 현재 방영 중인 tvN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3’로 시청자들과 1월 말까지 만난다. 이후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아파트404’로 다시 안방 문을 두드린다. ‘아파트404’는 그와 함께 유재석, 오나라, 양세찬, 블랙핑크 제니, 이정하까지 6명의 입주민이 아파트를 배경으로 기상천외한 일들의 실제를 추적하는 시공간 초월 실화 추리극이다.
2017년 SBS 연기대상에 빛나는 지성은 오랜만에 SBS 드라마로 돌아온다.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커넥션’으로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 팀 에이스 형사가 친구의 죽음을 단서로 20년간 이어진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심리 범죄수사 스릴러다. 지성은 마약 팀 에이스 형사 역을 연기하며, 사회부 기자 역을 맡은 전미도와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비질란테’를 통해 호연을 펼친 유지태는 티빙 오리지널 ‘빌런즈’에 출연하며 연기 변신을 꾀한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범죄계의 소시오패스 역을 맡았다. 더욱이 유지태는 지난해 건국대학교 영상영화과 전임교수로 임명된바, 올해 보여줄 행보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1964년생|용띠 한석규·허준호·남경주, 거물의 존재감
1964년생 연예인 : 견미리, 김도균, 길해연, 남경주, 박상민, 박해미, 배종옥, 손범수, 안내상, 윤다훈, 이병준, 이선희, 한석규, 허준호 등(ㄱㄴㄷ 순)
한석규는 최근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제)’ 출연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MBC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지난 1995년 '호텔' 이후 29년 만이다. 한석규는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이자 이동딸을 혼자 키우는 아빠 연기를 펼친다.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추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 출연했던 허준호는 올해도 넷플릭스 드라마로 시청자와 만난다. 최근 그는 영화 ‘노량’ 인터뷰에서 “‘광장’ 캐릭터를 위해 6~7개월에 걸쳐 20kg을 감량했다”고 밝혔던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는 뮤지컬 ‘컴프롬 어웨이’로 관객과 만나고 있으며, 2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9·11 테러 당시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극으로 관람객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1세대 뮤지컬 배우’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올해도 열일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안성기는 1952년생 용띠 스타이다. 2022년 혈액암 투병 소식을 전했던 그는 최근 항암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소식을 전해 연기 활동에 기대가 모아진다. 양희은, 이덕화, 이계인, 임하룡, 배연정 등도 동갑내기 스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임종 체험’은 죽음을 미리 맞이해보는 과정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전국 다양한 기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데, 충청남도 천안시 백석웰다잉힐링센터(백석대 부속 웰다잉힐링센터)에 국내 최대 수준의 임종 체험관을 갖췄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봤다.
11월 16일 백석웰다잉힐링센터. 임종 체험을 하기 위해 30여 명이 모였다. 평택남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단체로 참가,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 어르신들이었다. 최연소 참가자는 초등학생이었다. 한 중년 여성이 고등학생·중학생·초등학생인 세 아들을 데리고 와서다. 연령대와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삶의 의미를 찾고자 이곳을 찾았을 터. 생생한 후기를 전달하고자 기자도 직접 임종 체험에 참여했다.
영정사진 촬영부터 입관까지
임종 체험은 센터에 도착해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책상에 놓여 있는 ‘힐다잉(임종) 체험 신청서’는 인적 정보를 묻고 ‘행복하십니까?’, ‘사후 세계가 있을까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나요?’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신청서 작성이 끝나면 영정사진 촬영을 진행한다. 외모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한편에는 거울과 빗, 화장품 등이 준비되어 있다. 직원들은 어르신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사진 촬영을 할 때 “밝게 웃으세요”라고 말한다. 기자도 사진 촬영할 때 웃고는 있었지만, 셔터가 터지는 순간 조금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로 정용문 백석웰다잉힐링센터장(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마음 편히 살다가 잘 죽는 ‘힐다잉’을 강조하는 그는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얘기했다. 특히 ‘죽을 때 후회하는 세 가지’에 대해 ‘건강을 미처 챙기지 못한 것’, ‘있는 그대로에 감사하지 못한 것’,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는 영정사진과 유언서가 배부되고, 마침내 ‘임종 체험관’에 입장했다. 촛불 앞에 영정사진과 유언서를 놓으니 죽음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명상 타임을 갖고 여러 영상 자료를 보면서 삶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가사를 그림으로 재구성한 영상, 가족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중년 남성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니 이곳저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음에는 유언서를 작성했다. 다들 눈물 닦으랴, 글 쓰랴 바빴다. 일부는 센터장의 요청으로 유언서 낭독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가족, 배우자와 자식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한 여성 어르신은 가족 중 ‘엄마’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가 엄마보다 먼저 떠난다는 게 너무 불효인 것 같다”고 사과를 전하며, “여생 편하게 살다가 오세요. 먼저 가 기다릴게요”라고 말했다.
유언서까지 작성한 후에는 준비된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갔다. 살아 있는데 이런 경험을 해보다니, 너무 이상했다. 관에 누우면 관 뚜껑을 닫아주고, 실제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망치질 소리까지 낸다. 그리고 정용문 센터장은 “이제 여러분은 죽었습니다”라고 알려준다. 관 속에서는 5분 정도 시간을 보낸다. 암전 속에서 ‘정말 이 세상과 이별한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지난 삶을 돌아봤다.
가족의 소중함 깨달아
관이 열린 후 다시 밝은 세상을 마주했다. 참가자들은 생환과 앞으로의 행복한 삶을 축복하는 의미에서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정용문 센터장은 “행복한 사람, 아프지 않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참 모진 세월, 가족이 있어 버텨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오늘만큼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 ‘고맙다’고 말해줘라”라고 덧붙였다.
앞서 강연에서도 정용문 센터장은 가족의 소중함을 얘기했다. 그는 “과거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입관식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 유족에게 마지막으로 고인의 손을 잡아주고, ‘사랑한다, 고맙다’라고 말해주라고 한다. 살아생전에 그런 얘기를 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임종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종 체험 소감을 묻자 평택남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고, 남은 인생 잘 살아야겠다 생각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올해 70세가 된 윤재웅 씨는 “나는 잘 살아왔고, 즐거운 소풍 왔다 간다고 생각한다. 가족들도 웃으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40대 부부 지승혁·김시나 씨는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임종 체험을 해서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뜻깊었다”면서 “앞으로 죽을 만큼 사랑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옥경 백석웰다잉힐링센터 팀장은 “매일 임종 체험을 보지만 매일 눈물이 난다. 최근에 친구가 세상을 떠나서 감정이 더욱 올라오는 것 같다”면서 “정말 삶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고,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웰다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5년간 국내 고용률이 상승한 반면, 전 세대 중 40대만이 고용률 하락세를 보였다. 40대는 이혼률, 자살률 또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상당 부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12월 발표한 ‘50+정책동향리포트’에는 40대를 위한 중장년 정책의 확장 필요성이 언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취업자 수는 2022년 7월 이후 계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10~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국제 비교 자료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40대의 고용률은 2021년 77.3%로 OECD 평균 82.5%에 비해 5.2% 낮았다. 이는 38개국 중 31위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40대 퇴직자 중 47.8%(2022,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휴·폐업, 명예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자라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것. 이와 더불어 2023년 경기둔화,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으로 건설, 금융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돼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40대가 처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3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발표한 최근 5년(2019~2023) 소액금융 지원 건수 및 금액을 살펴보면 채무 성실 상환자를 위한 긴급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가 바로 40대였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채 부담이 40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경제적 위기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2022년 자살률이 전년 대비 3.2% 소폭 감소했음에도 40대의 자살률은 2.5% 증가했다. 40대 남성의 자살원인 1위는 경제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통계청, 2023). 또, 전 연령대에서 40대의 이혼률이 가장 높았는데, 2023년 이혼사유 2위는 경제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환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보고서를 통해 “40대는 일자리, 경제, 관계 등 3대 위기를 경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2024년 일자리 관련 예산은 청년 및 노인에게만 집중됐고, 40대의 지원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 세대의 취업난은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 등 경제 악영향과 중장년의 관계 위기로 이어져 중앙정부 지원이 미비한 시점에서 서울시 40대의 노후준비를 위한 지원방안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3대 위기에 직면한 40대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40대의 직업전환 및 직업역량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런4050 정책을 통해서 이를 좀 더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양한 일자리 진입을 위한 직업·직무능력개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일자리 연계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40대가 관계를 회복하고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40대 특화 전용 직업전환 및 소통 공간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23 서울시 보람일자리 성과공유회가 15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참여자가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의 한 해를 재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보람일자리는 연륜과 전문성을 지닌 중장년에게 지속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안정된 노후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이다. 2015년 442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2023년 5149명이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참여자 수와 규모가 증가해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의 일환으로 생애전환기인 40대도 참여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시대에 발맞춰 문화·예술·미디어, 환경 분야를 강화해 ‘중장년미디어활동가’, ‘도서관지원단’,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 등을 신설해 새로운 일자리 경험을 제공했다.
이번 행사는 신규 사업 중 하나인 중장년미디어활동가 분야의 참여자였던 윤이다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프닝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아름다운 동행을 모티브로 한 ‘케이휠댄스프로젝트’ 팀의 공연이 펼쳐지며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후 장애인사업지원단 이지선 씨와 빗물관리지원단 김효 씨의 개회선언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성과보고를 맡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서울시 보람일자리는 중장년이 자신의 경력을 발휘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사회적 소속감을 얻는 동시에 적정한 근로시간을 통해 여가 활동을 겸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중장년 시민들에게 최적화된 서울시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올해 출산·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거나 가구 여건 등으로 정규 일자리를 갖기 어려웠던 40대 여성들의 참여가 많았다. 보람일자리 경험을 발판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런4050 시행으로 234명의 40대 참여자가 보람일자리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통계연구소 의뢰 조사 결과, 중장년 참여자들은 높은 만족도(86.8점)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했던 활동처(92.9점)와 최종 수혜자인 시민(95.3점)들의 만족도도 또한 상당히 높았다.
이날 행사에 축사를 위해 참석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참여자와 수혜자들의 반응과 만족도가 좋은 만큼, 계속되는 사업을 통해 많은 분들이 함께해나가며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서울시 또한 지난 1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사업을 잘 챙겨나가겠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축하했다.
이어진 ‘2023 보람일자리 유공자 표창’ 순서에서는 분야별 총 37명의 유공자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시각장애인생활이동지원, 건강코디네이터, 소상공인온라인홍보마케팅 분야 참여자들이 단상에 올라 좌담 형태로 활동 우수사례를 나누는 것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한편 2023 보람일자리 사례집 ‘모두를 위한 내 꿈. 다시 뛰자, 보람일자리’를 통해 참여자 및 활동처, 수혜자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사례집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홈페이지 또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온·온프라인 기사로도 확인 가능하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2022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52.4%인 1227만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층간 소음으로 범죄까지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첫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서, 입주민 약 1500명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의 이웃이다. 뿐만 아니라 입주민이 직접 아파트 시설을 설계·운영한다는데, 그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보고자 위스테이 별내를 찾아가 봤다.
입주민이 직접 만든 커뮤니티 시설
202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하는 위스테이 별내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2층의 7개 동, 총 491세대(60㎡, 74㎡, 84㎡ 3가지 주택형) 규모다. 약 1500명의 입주민은 모두 ‘위스테이 별내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아파트는 크게 전유부(거주하는 집), 공유부, 부대·복리 시설(커뮤니티 시설)로 나뉜다. 이 가운데 위스테이는 부대·복리 시설을 입주민이 직접 설계했다. 위스테이에서는 이를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명칭 했으며, 입주 전부터 거의 1년간 논의의 시간을 거쳤다. 그 결과로 법정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2777㎡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 내실을 갖춰 조성됐다.
위스테이 단지 중앙에는 잔디 광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커뮤니티 시설이 존재한다. 교류의 장인 동네카페를 비롯해 동네책방, 동네체육관이 있다. 작게는 빨래방, 공유주방도 형성됐다. 취미를 공유하는 공간인 동네창작소와 통네텃밭도 만날 수 있다. 아파트 외곽에는 협동상회도 존재한다.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 모두 입주민이다. 공동체 시설에 잘 어울리는 ‘동네’라는 이름 또한 투표로 결정됐다.
위스테이 별내 입주민들은 월세 10만 원을 내는데, 그중 5만 원은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다. 입주 초기에는 ‘나는 잘 이용하지 않을 것인데 왜 5만원이나 내야 하냐’면서 볼 멘 소리를 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각자의 사연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들 만족을 표한다. 위스테이에서 커뮤니티 시설은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위스테이에 사는 사람들
위스테이 별내는 남양주 일대에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아파트’로 소문이 났다. 전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며 교류할 수 있고, 관련 시설도 마련돼 있어서다. 단지 내에는 산새꽃어린이집을 비롯해 미취학 아동 및 방과 후 학생을 위한 돌봄 센터가 있다. 외출 시 이웃에게 자녀를 맡기거나, 학부모끼리 고민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어르신을 위한 공간은 없을까. 위스테이의 60세 이상 어르신은 30·40대 입주민의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내에 있는 ‘60+센터’가 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경로당이라고 하는 곳이다. 단순히 소통과 취미·여가를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힘쓴다.
“이웃은 나의 친구…여행보다 집이 좋아”
수요일 정오 무렵 ‘60+센터’에서는 맛있게 밥 익어가는 냄새가 났다. 오후 요가 수업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함께 밥 먹는 날이라고 했다. 가족을 표현하는 ‘식구’란 ‘끼니를 같이 먹는 사람’을 뜻하는데, 가족 같은 끈끈함이 느껴진다.
‘60+센터’ 어르신 가운데 김연진(76), 김석순(70) 씨와 얘기를 나눠봤다. 김연진 씨는 ‘비공식 요가 강사’이다. 시니어들의 요가 수업은 온라인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40년 넘게 요가 운동을 해온 그는 선배이자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석순 씨는 시니어 동아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이전에는 공동체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로 걱정이 많았지만, 현재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김연진 씨는 “최근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힘들기만 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우리 아파트가, 사람들이 많이 그리웠다”면서 “집이 제일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다.
공동체 삶의 장점을 묻자 김연진 씨는 “여기에서 요가도 하고, 라인댄스도 배우면서 사람들하고 정답게 살다 보니 건강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이웃들과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러깅 활동을 한다는 김석순 씨 역시 건강이 좋아졌다고 맞장구를 쳤다. 또한 그는 “꽁날(공동체의 날)에 우리 시니어들이 공유주방에서 반찬을 만들어서 팔았다. 다들 너무 맛있다고 계속 먹고 싶다고 해서 뿌듯했다. 또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할 때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게 된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위스테이에는 홀로 사는 80대 할머니가 있다. 김연진 씨는 언니인 그분이 마음에 쓰여 일부러 종종 찾아가 말도 걸고 같이 산책도 하고 그랬다고 한다. 이제는 언니가 동생을 먼저 찾는가 하면, ‘60+센터’에도 자주 나오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단다.
‘60+센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니어는 30명 정도다. 이제 그들은 돈독한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김연진 씨와 김석순 씨는 “친구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하며 웃음 지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가 없으면 안 돼. 오죽하면 나중에 우리끼리 같이 살까라는 말도 했다니깐.”
부동산 문제 해결하는 주거 모델
대규모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는 주거 안정을 꾀하는 대안적 주거 모델로 꼽힌다. 1호 별내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2호 지축은 경기도 고양시에 각각 있다. 위스테이 사업을 주관하는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김종빈 부대표는 “위스테이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째 되어간다. 초반에 정부부터 주변 사람들까지 ‘과연 가능할까’라면서 의구심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니 입주민의 만족도도 높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 된다”라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더함의 창립 멤버들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었다. 김종빈 부대표는 아름다운가게․한솔교육희망재단 등 비영리 단체 출신이다. 양동수 대표는 공익 활동에 치중해 온 변호사였다. 그럼에도 그들이 뭉친 이유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였고, 자연스럽게 주요 대상층은 30․40세대가 됐다.
“소득을 기준으로 국민을 10분위로 나눠봤을 때, 우리는 중위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집중했습니다. 그중 8, 9, 10분위는 집이 있고, 1, 2분위는 공공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죠. 저희는 3분위부터 7분위 정도가 저희들의 타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이 결국 30․40세대인 거죠. ‘전세 난민’, ‘하우스 푸어’, ‘영끌족’ 등 모두 30․40세대에서 시작되거든요. 그래서 입주민을 모집할 때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세대 중에서 공동체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자’로 아예 표적을 설정했어요.”
더함은 2016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시범사업인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 사업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애초 취지와 달리 모든 이익을 건설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성을 보완하고자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공모 사업을 진행했고, 더함이 선정되면서 위스테이라는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의 뉴스테이 사업은 건설사가 자금을 대지만, 위스테이는 입주민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출자하는 방식을 취했다. 건설사는 단순 도급 형태로만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 대비 20% 저렴하게 제공하게 됐다. 별내는 보증금이 2억 5000만 원, 지축은 2억 9000만 원이다. 그중 4000만 원은 협동조합원으로 내는 출자금(임대차 계약 해지 시 환급)이다.
“위스테이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의무 임대 기간을 8년으로 정했고, 2년마다 재계약을 진행합니다. 별내는 이미 한 차례 재계약을 했는데, 보증금은 동결이었으며 임대료는 단 1% 상승했어요. 법의 기준은 1년에 5%씩 상승 가능해서 최대 10%까지 올릴 수 있죠. 그러니까 위스테이는 비용적인 측면만 봐도 좋은 부동산 주택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우리 사업 구조가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법 개정 요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죠.”
김종빈 부대표는 위스테이는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중·저 소득자를 위한 저렴 주택’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합리적 주택’이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어포더블 하우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야 한다. 두 번째, 합리적 주택 비용을 지불하는 정도 수준이어야 한다. 세 번째, 그 안에 좋은 커뮤니티가 존재해야 한다. 위스테이는 그 세 가지의 기본 개념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생활 주거 늘어나야
위스테이는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모델을 그렸다. 무엇보다 공동체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평생학습 모델인 ‘100개 마을 학교’와 ‘100개 마을 일자리’를 목표로 세웠다.
“100개 마을 학교는 이미 다 채웠어요. 악기 연주, 스포츠, 목공 등의 만들기 등, 현재 동아리를 보면 마을 학교에서 이어진 경우가 많죠. 그러나 일자리 제공은 50여 개밖에 되지 않았어요. 세입이 창출돼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마을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에요. 바리스타, 경비, 청소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정주부나 시니어가 하기 적합한 파트 타임 일자리가 많은 편이죠. 좀 더 양질의 일자리로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함의 직원 10여 명은 실제로 위스테이에 거주하는 입주민인데, 김종빈 부대표는 지축에 산다.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 참여도 하고 있다. 목공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은 아들과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누는 모임에 참석한다. 직접 거주하며 느낀 공동체 생활의장점을 묻자 그는 객관적인 시선을 위해 아내의 얘기를 전했다.
“사실 제 아내가 좀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위스테이로 이사 올 때 썩 내켜 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위스테이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동네에서 좀 알려지게 될 것 같고, 민원도 받을 것 같고 조금 부담스러웠나 봐요. 그런데 이 공간이 주는 힘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해서 지금은 굉장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둘째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학부모들끼리 엄청 친해졌더라고요. 여행도 다녀올 정도로요. 또 단지 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사람들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분명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가족끼리도 싸우는데 ‘갈등’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더함은 이를 예상했고, 조합원들이 입주 전 갈등 조정 교육을 60 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했다. 또한 위스테이는 갈등 조정 위원회도 두고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3대 분쟁은 주차·층간 소음·반려동물 문제를 들 수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Pet+Family)족’이 늘고 있는데, 위스테이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별내에서는 입주 초기에 반려동물 훈련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과 함께 ‘별나개(별내에 나쁜 개는 없다)’ 워크숍을 했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을 상대로는 에티켓에 대해 얘기했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족에게는 예상되는 불편함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죠. 그리고 세 번째로 같이 모여서 약속했어요. ‘목줄 잘 채워줘’, ‘배변 잘 치워줘’ 등의 약속이 오갔죠. 별내에서는 2년 전 조사 결과지만, 30~40% 정도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요. 1인 가구 거주율이 높은 지축은 50% 가까운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축에서는 목공 동아리에서 반려동물의 배변을 치울 수 있는 간이 부스를 만들었고, 운영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동아리가 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종빈 부대표는 물론 입주민은 위스테이와 같은 좋은 주거 모델이 지속해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꼭 위스테이 3호가 아니더라도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의 주거 모델’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근혜, 문재인, 현재의 윤석열 정부까지.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는 기간이었는데, 정부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모는 딱 한 번 이뤄졌어요. 위스테이와 같은 주거 유형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적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2100만 가구가 사는데, 딱 1000세대만 독특한 모델인 위스테이에 살고 있는 거죠. 앞으로 정부의 노력도 이뤄져서 그 숫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