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란 전통적인 양조법을 계승 및 보존해 빚는 술을 말한다. 흔히 전통주 하면 막걸리를 떠올리고, 그 외의 전통주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전통주의 종류는 다양하고 즐기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전통주 시음회, 전통주 직접 만들기 등 전통주를 재미있게 즐기는 법을 알아봤다.
전통주는 ①주류 부문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②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③농어업 경영체 또는 생산자단체가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지역 특산주)을 말한다. 종류로는 막걸리(탁주), 약주, 소주, 과실주, 일반 증류주, 리큐어 등이 있다.
3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1년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3%가 최근 음용한 전통주는 막걸리였다. 모든 연령층이 막걸리를 제일 많이 마셨는데, 그중에서도 50대 남성의 68.8%, 50대 여성의 67.6%가 막걸리를 마셨다고 답했다. 50대가 마시는 전통주는 막걸리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
더불어 전통주 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서 25~34세 여성은 ‘요즘의 주류 트렌드’, ‘정성 들여 만드는 이미지’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35~44세 남성은 예전에는 ‘저렴한 술 이미지’였다면 요새는 ‘고급 술’이라고 답했다. 즉 전통주는 트렌디하면서도 귀한 술로 평가된다고 할 수 있다.
STEP 1. 전통주와 쉽게 친해지기
맛 보며 체험하는 방법
전통주 입문 첫 단계로 전통주갤러리부터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립한 전통주 홍보 공간이다. 지난 4월 강남에서 북촌으로 이전했다.
전통주갤러리는 방문객이 연간 10만여 명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다섯 주종(탁주, 약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 주류)의 500여 가지 전통주를 상설 전시한다. 우리술품평회 수상작, 찾아가는 양조장 제품, 대한민국 식품명인 술 제품, 품질인증 제품, 새롭게 소개되는 전통주 등이 포함된다. 더불어 월별 추천주, 계절별 우리술 등 다양한 특별기획전과 특별시음회를 운영한다.
전통주 시음회 중장년에게 ‘인기’
특히 전통주갤러리에서는 매일 상설시음회를 개최한다. 전문가가 선정한 이달의 술 5종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매일 7차례 상설시음회가 진행되는데(2회는 영어로 운영), 한 회당 최대 6명이 함께한다. 소요 시간은 20~30분이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시음회를 진행하며, 전통주 5종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각 전통주의 맛과 향, 특징은 물론 탄생 배경이나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전통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설명을 재밌게 들을 수 있다.
또 참석자 모두는 태블릿PC를 지원받아 각 술의 당도, 산미, 향, 색 농도 등을 평가하는 시음 노트를 작성한다. 시음하면서 ‘당도가 높다’, ‘산미가 강하다’ 등을 음미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중도가 높아진다.
남선희 전통주갤러리 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됐다가 4월부터 다시 시음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참여하시는 분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사실 온라인 예약이 어르신들께는 어려운 일 같지만 생각보다 어르신의 참여율도 높다. 비율로 따지면 50대 이상 참여율은 15%에 이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전통주는 무엇일까. 남 관장은 “아무래도 막걸리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탁주를 즐기시는 것 같다. 요즘 나오는 탁주는 도수가 6%에서 12%로 맛도 도수도 다양하다. 그래도 역시 어르신은 전통적인 막걸리의 맛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진짜 술맛을 선호하는 분들은 고도주의 증류주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선희 관장은 “예전에 비해 전통주의 종류와 맛, 그리고 개성이 다양해졌다”면서 우리술에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2000종이 넘는 우리술이 유통된다고. 그러면서 “우리술은 알고 마시면 더욱 맛있다”며 양조장 투어나 와이너리 방문 등의 여행을 추천했다.
전통주는 현재 국내외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러한 역사는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2006년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여주인공 한예슬이 막걸리를 많이 마신 것이 계기가 돼 해외에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남 관장은 “저는 우리술의 장점이자 단점이 로컬화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땅도 넓고 쌀도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됐다. 10년 후에는 미국 현지에서 만든 막걸리를 먹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면서 전통주의 세계화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STEP 2. 전통주 직접 만들어 먹자!
전통주를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엄두가 안 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전통주는 쌀, 누룩,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술이다. 전통주의 출발점 역시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빚어 만드는 술)다.
일가일주, 즉 집집마다 빚던 독특한 술 문화의 다양성이 일제강점기 수탈과 주세법 등의 영향을 받아 사라졌으나, 이를 계승·발전시키려는 국가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전통주갤러리뿐만 아니라 전통주 교육기관이 늘고 있다.
전통주 교육기관
전통주 교육과 관련된 사업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우리술 전문인력 양성기관’ 6곳과 ‘우리술 교육훈련기관’ 16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생에게는 국비 지원을 해준다.
우리술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우리술 산업을 선도해갈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6개월 이상)하기 위한 곳이다. 양조 관련 학과나 과정이 설치된 대학 또는 전문 연구소가 지정 대상이다.
우리술 교육훈련기관은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우리술 산업의 저변 확대와 건전한 술 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훈련(6개월 미만)을 실시하는 곳으로, 적절한 시설 및 인력을 갖춘 기관 또는 단체가 대상이다.
‘한국가양주연구소’는 두 조건에 모두 속한다. 한국가양주연구소는 대표적인 우리술 교육기관으로 꼽히며, 수도권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5분 거리다. 전통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우리술 빚기’ 교육을 하고, 전문가로 거듭나는 ‘전통주 소믈리에’, ‘한국술 최고지도자’ 과정 등이 있다.
삼해소주 만들어볼까?
서울의 전통주 아카데미로 삼해소주 공방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명인의 전통주를 만들어볼 수 있다.
삼해소주의 故 김택상 명인은 2017년 전통식품명인 제69호로 지정됐다. 고려시대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 등장하는 ‘삼해(三亥)소주’ 제조 방식을 계승해온 것을 인정받았다.
삼해소주는 조선시대 사대부 사이에서 널리 음용되던 서울의 대표적인 소주다. 음력 정월 첫 돼지일(亥日) 해시(亥時)에 첫 술을 담근 다음, 36일 후 돼지일에 2차 덧술을 한다. 또 36일이 지난 후 3차 덧술을 한다. 이처럼 세 번 덧술을 쳐 술을 빚기 때문에 삼해주라는 이름이 생겼다. 술을 마시기까지 대략 100일이 걸려 백일주라고도 한다.
故 김택상 명인은 삼해소주 공방을 운영하면서 전통주를 알리고 제자 양성에 힘썼다. 고인이 떠난 후 김현종 대표가 삼해소주의 명맥을 잇고 있다. 김현종 대표 역시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면서 삼해소주와 인연을 맺었다. 삼해소주 공방은 지난해 북촌에서 마포로 이전했다.
삼해소주 아카데미는 술을 만들기까지 약 5개월의 과정이 걸린다. 첫 번째 날은 밑술을 한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와서 밑술에다 1차 덧술을 한다. 덧술은 멥쌀로 고두밥을 지어서 밑술과 같이 섞는 과정이다. 덧술을 해야 발효가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36일이 지나면 술이 익는데 바로 마시지 않고 2차 덧술을 한다. 2차 때는 누룩과 물, 그리고 1차 때와 다르게 찹쌀이 들어간다. 3차 덧술은 2차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한다”면서 “36일이 또 지나 숙성한다. 발효가 모두 끝난 이후에도 맑은 약주만 건져내 증류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삼해소주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 수강생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정된 날에 참석하면 된다. 김현종 대표는 반년의 시간 동안 계속해서 술이 잘 익는지 확인하고 보살펴준다.
김 대표는 “삼해소주는 굉장히 복합적인 맛이 난다”면서 “수강생들이 자신이 담근 술이 잘 익었다면서 만족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업을 거쳐간 사람만 5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김현종 대표는 “전통주 관련 종사자가 아니라 현업이 있고 취미 생활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요즘은 중장년층보다 20~30대 젊은이들이 수업을 많이 듣는 추세라고. 전통주 관련 사업을 계획하는 이들도 물론 있다.
김 대표는 “사실 저는 아카데미에 와서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관심 분야가 같기 때문에 금세 친해진다. 수강생끼리 모여서 술도 마시곤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에너지를 얻어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접 삼해소주 아카데미 수업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강생들, 그리고 공방 사람들한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전통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 반죽을 빚고 술을 담그는 과정에 힘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고,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술을 즐기면서 만든다는 생각이다.
전통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나이가 많다고 겁내지 말고 전통주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려보자.
막걸리 키트도 있지
아직 코로나19의 여파도 있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여유를 즐기면서 전통주를 만들어보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는 집에서 간편하게 전통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막걸리 키트를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키트가 있다. 키트에는 쌀가루, 누룩, 효모가 들어 있다. 1일 차에 술을 담그고, 2~4일 차에 술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탄산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하루에 한두 번씩 잘 섞어주면 된다. 5일 차에 술 거르는 과정까지 거치면 완성된다. 더불어 기호에 따라 재료를 추가해 자신만의 특별한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
막걸리 담다의 키트도 유명하다. 기본형부터 딸기, 바나나, 멜론까지 맛이 다양해서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해오름의 통곡물 현미 하우스 막걸리 키트는 물만 부어서 하루만 숙성하면 완성된다. 우리술방 막걸리 DIY도 물만 섞어주면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막걸리 병이 고급스러워서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미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60년까지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노인 돌봄을 위한 VR(가상현실) 요법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도에 따르면, 많은 회사가 요양시설 노인들에게 비약물 치매치료의 일환인 VR 회상요법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VR 요법을 통해 외상 및 만성 통증 환자를 치료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지는 추세다.
VR 회상요법, 노인에게 적합할까?
대표적인 메타버스 전문기업 ‘렌데버’(Rendever)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450여 개 시설과 협력해 노인 돌봄 및 치료 분야에 해당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치매를 비롯한 기억력 감퇴와 우울증, 고립감 등을 호소하는 노년층에게도 이러한 VR 요법이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팀은 VR 회상요법이 노인의 정신 활동을 자극해 우울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불안 장애 및 인지 능력 등을 향상시킨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2개월에 걸쳐 여러 세션을 거친 후 효과를 보기 시작했는데, 항정신병 약을 복용하던 노인들의 경우 그 사용량이 70%까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VR 회상요법이란 VR 기술을 통해 노인의 기억 속 과거 환경을 조성,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경험함으로써 행복감 증진 및 우울감 개선에 도움을 주는 비약물 치료법이다. 이러한 과정이 뇌의 기억력과 인지력을 자극해 치매 예방 및 치료에 주로 쓰인다. 이러한 VR 장치를 통해 노인들은 과거 여행했던 나라를 다시 가보기도 하고, 젊은 시절 추억의 장소로 순간 이동하기도 한다. 옷이나 스타일링도 그 당시 스타일을 재현한다. VR을 통해 고령자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경험을 회기하며 외로움을 해소하고 즐거움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히 과거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친척이나 친구의 결혼식, 장례식 등에서 녹화된 3D 비디오로 구현한 가상 행사에 참석하는 등 새로운 기억을 생성·강화하기도 한다.
이렇듯 VR 치료가 노인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치매환자 등 일부 노인에게는 부적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치매에 걸린 이들의 경우 VR 요법을 위해 헤드셋을 착용하고 눈을 가리는 등의 과정에서 신체에 불편을 호소하거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VR 회상 세션을 45분 정도로 제한하는데, 그 사이에도 개인에 따라 현기증이나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해당 요법의 활용이나 목적 등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 그 효과가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자칫 이러한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대면 서비스 등이 줄어 오히려 노인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 VR 회상요법, 대중화되려면?
국내에서도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비롯한 대학병원, 요양원 등에서 VR 요법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이러한 기술을 연구하고 서비스를 보급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대면 치매 선별 기술 스타트업 ‘세븐포인트원’도 그중 한 사례로, 가상현실과 의료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케어 솔루션 ‘센텐츠’ 서비스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현재 센텐츠는 9단계로 조정된 인지 자극 콘텐츠를 35주 과정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로 요양원이나 데이케어 센터 등에서 5~10명씩 그룹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가정으로)방문 요양 서비스 패키지의 일부로 포함된다. 세븐포인트원 이현준 대표는 “센텐츠 VR 회상요법을 통해 환자의 기억 회상 단어 개수가 기존 1.2개에서 4.6개로 4배가량 상승했고, 폐 질환 관련 호흡량도 약 16%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며 “특히 현장에서 VR요법 시행 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효과는 어르신들의 ‘행복감’이다. 주로 아프기 전 젊은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회상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고 사용하는 말도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운영한 지는 만 3년 정도로, 보다 정밀한 결과를 도출하려면 계속해서 데이터를 축적해나가야 한다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셈. 앞서 해외 사례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에 대해 이 대표는 “실제 이용자(노년층) 수준에 맞춰 개발했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어려워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대부분 행복해하고 즐거워하신다”며 “그럼에도 VR 회상 요법의 경우 관련 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등 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소규모 기관 등에서는 이용을 부담스러워한다. 현재는 대부분 프리미엄급 대형 기관 등에서 시도하고 상황이다.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는 만큼, 정부나 지차제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관련 지원책 등이 나온다면 보다 대중적인 서비스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깜빡깜빡하게 되고 인지 능력 등이 떨어지며 ‘혹시 내가 치매인가?’라고 의심하는 중장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혹여 진짜 치매에 걸렸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실제 치매 환자 4명이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인정하까지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네 사람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이들이 자신의 치매를 의심하게 된 순간은 언제부터일까? 그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왜 갑자기 멍해지고 둔해졌지?”(Deb Jobe, 56세)
고객서비스관리자로 일하던 뎁은 평소 하던 일이 어렵게 느껴졌을 때 무언가 잘못됐음을 알아차렸다. 당시 50대 초반이던 그녀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멍하니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끊임없이 질문을 반복했다. 초반에 그녀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인 존 역시 그녀가 대화를 되풀이하고 기억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심상찮음을 직감했다.
결국 존의 권유로 그들은 병원을 찾았다. 뎁의 경우, 종종 일부 폐경 여성에게 나타나는 ‘브레인 포그’ 증상과 유사했지만 주치의는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정밀 검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스캔 검사 결과, 뎁은 공간 지각, 시각 처리, 계산 등을 담당하는 뇌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한 형태의 알츠하이머병인 ‘후피질 위축증’(PCA)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당시 했던 몇몇 검사 과정은 잊었지만, 진료실에서 최종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내 세상 전체가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속이 쓰라리고 울렁거리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며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라며 실감했다.”
그녀는 처음 6개월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을 뿐더러,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기도 막막했다. 그녀의 상황을 알게 된 친구 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들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 현재 뎁은 ‘알츠하이머 협회’(Alzheimer's Association)의 초기 단계 자문 그룹(Early-Stage Advisory Group)의 일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녀는 “일부 사람들이 나와 거리를 두는 것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알츠하이머 협회가 나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치료와 더불어 내가 기대고 이야기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녀는 더 이상 운전을 하지 않고, 수표에 ‘0’을 하나 더한 적도 있지만, 치매는 그녀의 삶에 이전에 없던 무언가를 선사했다. 바로 예술적 능력이다. 뎁은 성인용 컬러링북을 시작으로 최근 더욱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스케치 작업도 하고 있다. 스스로 “얼마나 매혹적인 작품인가?”라고 감탄할 정도로 긍정적인 태도로 일상을 살아간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될 이들에게 당부한다. “조기 발견이 핵심이다. 이상 증상이 있을 때 꼭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라. 자칫 이 시기를 놓친다면 당신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몇 년을 허비할 지도 모른다.”
“그게 뭐더라? 그 단어가 생각 안 나.” (Clare Sulgit, 51세)
목사였던 클레어는 발병 초기 이상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들조차 그녀의 질환을 확진하지 못했다. 알츠하이머 협회에 따르면, 65세 미만 미국인 200만 명이 초기 검사에서 알츠하이머 확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PET 스캔 등의 검사를 받고 난 뒤 올해 1월 51세 나이에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 장애 진단을 받았다.
클레어는 이상 증상을 느꼈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지난 해 여름, 내가 원하는 단어를 찾아 말하는 게 어려웠다. 그렇게 가끔 혼란을 느꼈는데, 내겐 무척 생소한 경험이었다.” 사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의식해 몇 번 의사와의 면담도 잡았지만, 이내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라 여기고 일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클레어 역시 아버지와 같은 ‘전두측두엽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매 진단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클레어는 “인생은 여전히 좋다. 나는 평생 치료법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살아갈 이유가 많고, 사는 동안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목사로서 계속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 믿음은 위안과 희망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최근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의 록펠러 신경과학 연구소의 임상 시험에 참여했다. 새로운 의학적 치료를 받으며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길 바라는 한편,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치매 환자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희망했다.
“알파벳 K를 알지만… 어떻게 쓰더라?” (Daniel Miller, 59세)
조달분석가였던 다니엘은 은퇴 후 타이핑 작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난독증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주치의마저도 나이가 들며 발생하는 관절염 정도라 일축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가 던진 한마디에 의사의 표정은 달라졌다. “알파벳 K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겠다. 또 K를 보면 그것이 K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K를 어떻게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사롭지 않은 그의 이야기에 의사는 MRI(자기공명영상검사) 전문의에게 그를 보냈고, 결국 알츠하이머병의 하나인 ‘후피질 위축증’(PCA) 진단을 받았다.
그날 이후 그는 운전을 멈춰야 했다. 아내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야만 이동이 가능해졌다. 다니엘은 이러한 일상의 변화를 ‘독립의 상실’이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자신을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일상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알츠하이머의 단서를 찾았던 경험에서 비롯해 그는 당부한다. “자신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단호하게 바라보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병원 방문을 미루지 말라. 또, 의사를 만난다면 그런 자신의 상황을 가능한 한 아주 자세히 설명하라.”
“왜 내가 엉뚱한 공항에 왔지?” (Bart Brammer, 72세)
자동차 제조업 30년 경력의 바트는 잦은 출장 업무로 보통 일주일에 3곳 정도 타 지역에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날짜, 호텔, 렌터카, 비행기 등 주요 정보를 혼동하기 시작했다. 엉뚱한 공항에 도착해있는가 하면,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일찍 나타나는 등 그 증상이 심각했음에도 그는 곧장 의사에게 가지 않았다. 그저 바쁜 일정 탓에 잠시 헷갈렸거나 스트레스가 과해 벌어진 일 정도로 여긴 것. 그러던 중 70세가 되던 해 뇌졸중을 앓게 됐고, 회복하던 중 말을 더듬거나 기억력이 감퇴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단순 뇌졸중 후유증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주치의가 관련 검사를 진행했고, 바트에게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치매 진단 후 그는 공허함이 컸지만,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슬펐다. 가령 누군가 내년 7월 4일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면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던 것. 그는 “내가 그때는 그 사람 주변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먼 미래를 생각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6개월 동안 자신의 상태를 비밀로 했는데, 치매 환자로 낙인찍힌 삶에 대한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홀로 불안한 나날을 보낼 수 없었다. 결국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공유했고, 그 후로부터 삶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과거 치매를 앓기 전 그는 줄곧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다음은 무엇인가? 다음에 무엇을 할까? 다음에 어디를 갈까?” 그러나 이제 그런 질문은 불필요해졌음을 느낀다. 대신 “오늘을 위해 산다. 나는 그 순간에 있다”라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감사히 살아가고 있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어긋나 무효라는 판례를 내놓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1년부터 한국전자기술원의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되었다. 연구원은 2009년 1월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A씨는 임금피크제로 직급 2단계, 역량 등급 49단계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받게 됐다며, 2014년에 퇴직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지 못 하게 하고 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현 고령자고용촉진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임금이 일시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음에도 적정한 대상 조치가 강구되지 않았고 성과 연급제 전후로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성과 연급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례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 목적의 정당성과 임금 삭감에 따르는 업무량 조정 등의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한 점이 핵심이다.
지난 2019년 '문경레저타운 사건'으로 불리는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처음으로 근로자의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낸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변호사는 “사업장마다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은 기존과 같은 일을 시키면서 나이를 이유로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고 명시한 것”이라며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금지하고 있는 내용에 부합하는 정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2019년 대법원에서 내린 문경레저타운 노동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이후 두 번째 승소 사례가 되었다. 두 판결 사이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무효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40대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으로 이례적인 내용이었다.
김 변호사는 “원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조금 더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취지의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법적 정년인 60세보다 더 정년을 늘리는 것도 아니면서 정년 3~4년 전부터 임금을 2~30% 삭감하는 사업장이 많아 본래 제도 취지와 어긋나게 적용되는 곳이 많다”면서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취업규칙변경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했으니 임금피크제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천편일률적 판결을 많이 내놓았는데, 2019년 판례와 이번 판례를 통해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겼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영 중인 34만 7422개 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전체의 22.0%인 7만 6507곳이다. 규모가 '300인 이상'인 사업체로 좁혀본다면 총 3265곳의 53.6%인 1750곳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준 당연한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부당한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물의 흐름을 따라 일렁이는 형형색색의 수초들, 그리고 그 사이로 유영하는 물고기. 일상의 많은 자극을 잠시 멀리하고 수족관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은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취향대로 돌과 유목, 다양한 수초로 어항을 꾸미고,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이 늘었다. 여행도 운동도 즐거움이 잠시뿐이라면, 실내에서 꾸준히 즐길 취미로 ‘아쿠아스케이핑’은 어떨까?
수경 예술, 아쿠아스케이프는 Aqua(수중)와 Landscape(풍경)의 합성어로 이를 제작하는 행위를 아쿠아스케이핑(Aquascaping)이라 부른다. 다소 비주류적인 취미였지만 최근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멍’(물을 멍하니 바라본다는 뜻의 신조어)으로 마음의 안정을 노리거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실내에서 즐길 취미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도 올해 수산 양식, 수산업 경영 분야 등 아쿠아스케이프에 대한 기초 지식과 실무 능력을 익힐 수 있는 내용의 교과서를 개발할 정도다.
AGA, IAPLC, KIAC 등 아쿠아스케이프 수조를 예술적 조형물로 심사하는 국제 대회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대회에서는 수조를 촬영한 사진을 출품하면 심사위원들이 기술력, 독창성, 분위기, 장기 유지 가능성 등을 종합해 심사한다.
스무 해 동안의 ‘덕질’
수경 예술의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원하는 크기의 수조를 준비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후 바닥재를 깔고 각종 장식을 배치한다. 그 후 나무에 수초를 끈으로 엮는다. 여과기 및 기타 장비를 설치하고 물을 넣은 후 2주 정도 지나 수초가 자리 잡으면 물고기를 투입한다.
일반적인 수족관의 경우 어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했다면, 수경 예술은 수초가 중심이 된다. 수중 식물의 ‘서식 환경’이 더 강조된 형태다. 다양한 자연 소재를 통한 조형미를 추구함과 동시에 어류가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독특한 작업이다.
박기민 작가는 수초, 돌, 유목 등을 활용해 수조의 환경을 아름답게 제작하는 사람, 아쿠아스케이퍼다. 2018년 KAC(한국아쿠아스케이핑 콘테스트, 현 KIAC) 특별상, 2019년 KAC 2위와 KAPS(한국관상어산업박람회) 수초 디스플레이 부문 은상을 거머쥐었다. 수경 예술 쪽에서는 꽤 알려진 전문가다. 이 분야에서 굵직한 이력을 가진 그도 처음엔 물고기 몇 마리 키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전주에서 식당을 하셨어요. 3m짜리 어항이 두 개 있었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레 물고기에 관심이 갔어요. 직장에 다니면서도 물고기를 키웠죠. 물고기만 있으니 텅 빈 어항이 허전해 보여서 어떻게 꾸밀까 찾아보다 아쿠아스케이프라는 걸 알게 됐어요. 벌써 20년 정도 됐네요.”
관상어에 대한 관심이 그 주변으로 퍼져 수조의 구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박 작가가 ‘물생활’(물고기를 키우는 취미를 뜻하는 신조어)을 시작할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아쿠아스케이프 교육 과정이 없었다. 대신 수경 예술의 기반이 마련된 일본의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 건설업에 종사했던 그는 일본에 출장 갈 때마다 틈틈이 수족관이나 수족관용품 숍을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일본에는 수족관용품 브랜드 ADA(아쿠아 디자인 아마노)가 있었어요. 창립자는 다카시 아마노인데, 자연 풍경 사진작가였죠. 사진을 위해 우연히 물속에 카메라를 넣었던 게 ‘물생활’의 시작이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물속 풍경을 조금 더 아름답게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을 거예요. ADA가 수초와 물고기가 최적의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조명, 흙, 비료, 여과 시스템 등 다양한 재료를 개발했고, 각종 대회도 개최하면서 기반을 많이 닦아뒀어요.”
박 작가가 꼽는 수경 예술의 매력은 무수히 많다. 편한 시간 일부만 투자해도 아름다운 수조를 유지할 수 있고, 어떤 자연환경을 조성할지 고민하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예쁜 관상어까지. 이들이 번식하면 얻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배설물이나 알레르기, 소음, 산책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물고기가 노는 모습을 관찰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삶의 원동력이 된 물생활
이 때문인지 박 작가의 물 사랑은 취미를 넘어 더욱 짙어졌다. 결국 마흔네 살이 되던 해, 부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수족관용품과 관상어를 취급하는 ‘아쿠아리스모’를 창업했다. “40대 중반인 데다 원래 직업과는 다른 분야라 새로운 도전이 망설여졌어요. 아내도 처음에는 많이 반대했죠. 한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치열하게 임했어요.”
취미가 직업이 된 후, 그는 소재의 구도와 배치에 대한 기본기를 다시 닦기 위해 건축학도 시절 전공 책을 펼쳤다. 관상어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대회 출품을 위해 사진 공부도 했다. 생물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전문가라도 모든 종류를 골고루 잘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물마다 좋아하는 수질이 다르고 남들과 같은 제품으로 세팅하더라도 지역마다 수질에 차이가 있으므로 미생물의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모든 수초가 만족할 수 있는 신비의 비료는 없으므로 수초들을 하나씩 관찰하면서 특정 영양분 결핍에 따른 증세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쿠아스케이핑이 취미라면 키우고 싶은 물고기의 특성만 알아두면 되지만, 직업으로 하다 보니 연구할 게 많아요. 다양한 수초와 물고기를 한 번에 관리하다 보니 종류에 따라 맞춰야 할 물의 온도나 수질이 조금씩 달라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물고기들이 아프면 어떤 원인으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수산 생명 질병학도 공부했어요.”
반지하에서 시작한 ‘아쿠아리스모’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어느새 번듯한 2층짜리 건물에 입주했다. 박 작가는 현재 전국 각지 물생활 입문자들의 지표가 돼주고 있다. “관상어를 키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수경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순간이 오죠. 20년 전 저처럼요.”
이 작업에 적응하고 나면 한 단계씩, 막연히 품어왔던 이상적인 자연의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면 된다. 이때 필요한 건 기다림과 인내다. 2주 정도 지나야 수초가 자리 잡고, 물속 생태계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수경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기다림 또한 취미를 향유하는 과정일 터. 기다림의 미학을 진정으로 느낄 순간이다.
초보 아쿠아스케이퍼를 위한 Tip
1 수조 조경을 시작할 때 소일바닥재, 조명, 이산화탄소 발생기, 여과기가 필요하다. 영양분이 함유된 소일바닥재와 조명, 이산화탄소 발생기는 수초의 성장을 돕는다. 여과기는 물의 흐름을 만들어 물이 부패하지 않도록 한다.
2 사육할 물고기의 종류와 원하는 수조의 스타일을 미리 생각해두면 좋다. 생물의 유형에 따라 수조의 크기, 수조 내의 수질 상태, 필요한 장비와 식물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3 수조를 세팅한 후 수초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 2주 정도 기다리는 것이 좋다. 물고기를 성급하게 넣으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분진이 떠오른다. 수조 속 생태 환경이 천천히 안정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4 초보자라면 구피나 네온테트라를 추천한다. 구피는 단색과 줄무늬 등 종류도 다양하고 수질에도 크게 민감하지 않다. 네온테트라는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과 잘 어울려 살기 때문에 여러 종을 함께 키우고 싶을 때 적합하다.
5 물고기가 예쁘다고 먹이를 여러 번 주는 경우가 있는데, 남은 사료가 물속에서 부패하면 암모니아가 과도하게 발생해 물고기가 죽을 수 있다.
6 관상어는 환절기 온도 변화에 따라 외부 기생충이 달라붙는 백점병을 흔히 겪는다. 물 온도를 28℃ 정도로 올려주고, 메틸렌블루 성분의 약품을 사용해 개선할 수 있다.
7 환수는 필수다. 육안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을 2분의 1 정도 남기는 부분 환수를 추천한다. pH와 물속 박테리아를 조절하며 건강한 수조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00세 시대에 정년 이후 일할 수 있는 기술 전문직이 점점 우대받고 있다. 특히 미래 전망이 밝은 기술 전문직 중 하나가 바로 전기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기기능사는 자격 제한이 없어 중장년이 은퇴 후 재취업으로 도전하기 좋은 직업이다. 실제로 2021년 국가기술자격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기기능사 자격증은 50대 이상 남성이 많이 취득한 국가기술자격증 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기기능사는 전기에 필요한 장비 및 공구를 사용해 회전기·정지기·제어장치 또는 빌딩·공장·주택 및 전력시설물의 전선케이블, 전기기계 및 기구를 설치, 보수, 검사, 시험 및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전기기능사는 전기 분야 기술사, 전기기능장, 전기기사, 전기산업기사가 되기 위한 첫 단계이다. 비전공자거나 경력이 없어도 누구나 자격증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기기사나 전기산업기사는 시설 분야의 경력이 없거나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았다면 바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시설·전기 관련 분야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전기기사는 전기산업기사 자격증 취득 후 시설·전기 분야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제2의 직업으로 전기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중장년들은 먼저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더불어 아파트 및 빌딩에서는 중장년 전기기능사 채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전망이 밝다.
전기기능사 중장년에 좋은 이유
전기기능사는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인정받는 자격증은 아니다. 전기 관련 업계에 처음 발을 디디는 사람이 따는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자격증이 없어도 건축 현장 등 일할 수 있는 곳이 있긴 하지만 전기공사 업체들도 정직원을 뽑을 때는 최소 전기기능사 이상을 요구한다.
즉 전기기능사 자격증은 전기 관련 경력은 없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격증이다. 더불어 전기산업기사나 전기기사 응시 자격을 갖추는 기본이 되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하면 정년이 더욱 보장된다.
전기기능사 자격을 갖게 되면 아파트나 빌딩의 전기 안전관리원이나 전기공사 시공업체, 전기기기 생산업체 등 다양한 곳으로 진출이 가능하다. 특히 중장년층은 아파트 시설관리 분야 중 하나인 기전직(기계+전기)으로 많이 진출하는 추세다.
기전직은 보통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로 근무한다. 한 달에 15일 정도 일하는 셈으로, 처음 시작할 때 평균적으로 월 250만 원을 벌 수 있다. 경비 관련 업무와 비교해 노동 강도가 높지 않고 보수가 훨씬 좋은 편이다. 더욱이 주민들의 갑질 문제에서도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적다.
특히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되면 70대까지 일할 수 있다. 전기 설비 용량이 1000kW 이상인 건물이나 산업 현장에는 ‘반드시’ 전기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한다. 이를 선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전기기능사는 선임이 될 수 없고, 상위 등급인 전기산업기사부터 가능하다. 그러므로 전기기능사 자격증 취득 후 일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해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자. 또한 주택관리사,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증도 취득하면 몸값이 더욱 뛰고, 일할 수 있는 선택의 폭 또한 넓어진다.
전기기능사 자격증 취득법
전기기능사 자격증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국가공인자격증이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시험으로 나눠져 있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자에 한해 실기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필기와 실기시험 모두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겨야 하고, 각각 1년에 네 번 시험을 볼 수 있다.
필기시험은 전기이론, 전기기기, 전기설비 세 과목이다. 필기시험 합격률은 평균 30%대로 경력이 없거나 문과 전공자라면 시험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까다로운 수학 계산 문제가 1/3 정도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수험생이 많다.
실기시험은 약 5시간 동안 전기설비 작업을 평가한다. 필기시험은 독학으로도 가능하지만, 실기시험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전문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은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여성, 중장년층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여성들은 배경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한번 배우면 잘 따라 하고 합격률이 높다고 한다. 중장년층은 노안 때문에 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잘 안 보이거나 손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올바른 학습과 철저한 준비가 더욱 요구된다.
중장년 위한 배움터 활짝
가장 쉽고 보편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은 자격 취득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 등 교육기관을 찾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하면 저렴하게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특히 중장년에게는 고용노동부 산하의 국책 특수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을 추천한다. 남인천캠퍼스에는 신중년특화과정 스마트전기과가 있다. 만 40세 이상의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교육비, 식비, 기숙사비까지 전액 국비로 운영된다. 1년에 두 번, 각각 25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전공 이론 수업은 물론 실무 양성 교육도 진행한다. 전공 실무인 기초전기에서부터 전기설비, 시퀀스제어 실무 교육을 받으며, 전기기능사 실기시험 준비와 수배전설비 실무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직업훈련 교육을 실시하는 서울남부기술교육원에도 전기학과가 있다. 전기 관련 자격증뿐만 아니라 승강기기능사, 공사산업기사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실제로 전기학과는 2년 연속 서울남부기술교육원 우수 취업학과로 선정되면서 높은 취업률을 자랑했다.
고령 위암 환자는 위암이 아닌 기저질환과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고령층 위암 환자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위암 환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뇌혈관질환 등 위암 이외의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밝혔다. 위암 연관 사망률보다 합병증 등 위암 이외 질환에 의한 사망률의 상승폭이 더욱 가파르다는 것이다.
만 40세 이상 대상으로 격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국가암검진 사업이 효과를 보이면서 위암 치료 성적 역시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조기 위암 단계에서 발견하면 완치율이 90~95%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위암에 의한 사망률은 국내 주요 암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다. 위암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 위험이 커진다. 연령대별 발병률은 60대에서 가장 높고, 70대 이상 역시 젊은 층보다 높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내시경이나 수술적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개인차가 커서 고령층 환자에 대한 진단·치료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 진단 및 수술을 받은 환자 2983명의 데이터를 65세 미만, 65세 이상 75세 미만, 75세 이상 세 그룹으로 분류해 노인 위암의 특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위암 환자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위암 연관 사망률이 6.3%(65세 미만)에서 10.4%(75세 이상)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이외의 질환에 의해 사망할 위험은 2.8%에서 18.8%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폭이 작았다.
또한 위암 연관 사망률이 약 1.6배 증가하는 동안 위암 이외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약 6.7배 증가했다. 위암 이외의 사망률을 높인 질환으로는 심뇌혈관 질환, 폐질환, 패혈증 등이 꼽혔다. 이는 모두 기저질환과 합병증에 큰 영향을 받는 요인들로, 이번 연구로 환자의 연령과 위암 연관 사망 위험, 기저질환이나 합병증으로 인한 위험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났다.
김나영 교수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위암 자체도 위험하지만, 위암 이외의 합병증 등에 의한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며 “고령 위암 환자의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연령과 함께 수술 전 기저질환을 확인하고 수행 점수 체계(Performance Score System)를 활용한 전신 상태 평가 등 적극적인 노인포괄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노인병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Annals of Geriatric Medicine and Research’(AGMR)에 게재됐다.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 정부는 2018년부터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돌봄을 제공하는 지역 주도형 사회 서비스 정책을 말한다. 커뮤니티케어의 도입 배경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어르신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노인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돌봄(케어)은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한 가운데 2017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르신 57.6%는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회상을 반영해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마련했다. 정부의 로드맵은 △2022년까지 선도사업 시행 및 핵심 인프라 확충 △2025년까지 커뮤니티케어 제공 기반 구축 단계 △2026년 커뮤니티케어 보편화라는 단계적 확대 방안이다.
4대 핵심 요소는 주거, 건강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 연계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다. 커뮤니티케어 자체가 자신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노후를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에서 출발했다.
케어안심주택이란?
주거 정책의 핵심은 케어안심주택이다. 노인이 사는 곳에서 건강관리를 받고 각종 돌봄 서비스를 편하게 누릴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말한다. 지역사회 복귀에 필요한 주택이 부재한 경우나 열악한 주거 환경에 처한 경우에 제공된다.
입원 치료 후 살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문의료·요양·돌봄 등의 케어를 필요로 하는 노인, 시설 보호를 받고 있으나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지역사회 이웃과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노인,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지만 돌봄 서비스 부족으로 입원의 위험성이 있는 노인 등이 대상이다.
정부는 2018년 당시 새롭게 공급하는 노인 공공임대주택은 모두 케어안심주택으로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에 2022년까지 노인 공공임대주택은 약 4만 가구가 공급된다. 14만 가구의 영구임대주택은 케어안심주택으로 탈바꿈된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케어안심주택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실버주택’과 ‘다가구매입임대주택’,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지원주택’ 등이 있다. 각 지자체는 LH, SH와 연계해 주택을 만들고 있다.
공공실버주택은 사회복지 시설이 설치된 영구임대주택을 의미하며,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은 지역사회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장애인 같은 주거 취약계층 대상에게 해당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 사업이다.
지원주택은 주거 취약계층이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거 및 관련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임대주택 정책 사업을 말한다. 케어안심주택은 내부 구조 또한 노인들의 낙상 방지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만든다.
정부는 우리나라 설정에 맞는 케어안심주택 모델을 찾기 위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선도사업을 실시했다. 16개 지자체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보배안심주택은 대표적인 우수 사례로 꼽힌다.
보배안심주택에는 9가구가 살고 있다. 입주자 대부분 80대 고령이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보증금 400만~500만 원에 월 임대료 21만~27만 원을 낸다. 사회복지사가 매일 입주민의 건강을 확인하고, 물리치료사, 한의사, 약사 등의 방문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시락 배달과 세탁물 처리, 문화 활동 등 다양한 돌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의료·돌봄 서비스 연계 중요
커뮤니티케어가 실시된 지도 5년이 지났지만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선도사업도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보건의료 시스템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경락 유원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케어안심주택이 노후 주거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만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한국형 케어안심주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덴마크처럼 24시간 케어가 가능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덴마크는 24시간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긴급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방문 건강관리를 실시해 지역사회에서 노인들이 보다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케어는 물리적인 주거 공간 확보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가 중요하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대한병원협회지 ‘병원’에 기고한 글에서 “영국 및 북유럽 국가들의 지역사회에서 노인 돌봄이 가능한 것은 필요할 때 건강상담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 의료기관 중심의 주치의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건강의료 서비스와 요양·돌봄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가정의학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으로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지역 방문진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방문간호 서비스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장기요양보험 간호사는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대한가정의학회도 일반 1차 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늙어가는 노동인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체 인구 중 중·고령층은 2011년 39.0%에서 2020년 49.1%로 10년 사이에 약 10.1%p가 증가했다. 특히 중·고령층 중 베이비 부머 세대(1955~1963년)는 전체 인구 중 15.8%를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약 4.8%p 증가했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도 5.2%p가 증가했다.
한편, 핵심생산인구(25~49세)가 속한 15~44세 인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노동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면서 15세 미만의 비율이 계속 감소 추세여서 장기적으로는 노동공급 감소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가 우려된다.
코로나19로 고령자 경제활동 위축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3월 ‘고령자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중·고령층의 노동시장을 분석했다. 2020년 중·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1.5%를 기록했다. 2019년 62.0%에서 감소한 수치이자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장년층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55~64세)와 고령층(65~79세)은 ‘5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로 분류됐다. 2020년 5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는 390만 명이었다. 이 중 정규직이 229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약 58.9%를 차지했다. 이어 단시간 근로 11.2%, 일일 근로 10.9%, 기간제 근로 6.9%, 특수형태근로종사 5.5% 순으로 나타났다.
5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249.7만 원으로 나타났다. 50세 미만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 320.2만 원에 비해 약 70.5만 원 가량 적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단시간 근로의 증가 및 시간당 급여액의 하락으로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더불어 이들 중 41.3%는 이전에 일 경험이 있으나 현재는 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일한 경험이 없다는 비율은 3.4%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대졸 이상의 높은 교육수준을 갖추고 일 경험이 있지만, 현재 일을 하지 않는 비율은 34.5%로 높은 편이었다. 이들의 경력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 발굴 및 활성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퇴직 연령을 살펴보면, 50대에 퇴직했다는 비율이 41.9%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세 이상 29.9%, 40대 16.4%의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퇴직 연령은 52.8세였다. 현재 국민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이 60세에서 65세로 단계별로 상향 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기간 동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근로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취업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65.3%이며, 이 중 두 번 이상의 취업 경험자도 10.9%에 달했다. 그 일자리가 생애 가장 주된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약간+매우)'고 답한 응답자는 72.6%로 나타났다. 취업경험자 10명 중 7명이 유사 직무로 재취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장래에 일하기를 희망한다는 비율은 6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별로는 중졸 이하보다 고졸이나 전문대졸 이상의 계속 근로 희망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더불어 150~300만 원의 근로소득을 희망하는 경우가 49.9%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주요 구직층에 60대 주류로 등장
특히 고령자의 노동시장을 분석해 보면 60세 이상의 근로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전까지 고령층 근로자 가운데 워크넷의 주요 구직층은 55~59세 연령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5월을 기점으로 60~64세 연령대가 주요 구직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영향도 크다. 정부는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이후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점점 확대됐고, 이는 고령층의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고령층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근로 방식이 유연화됨에 따라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변화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개인들의 일·가정 양립 및 웰빙(well-being) 추세가 일부 반영되었다고 판단된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고용 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월에는 194만 명, 2월에는 204만 2000명, 3월에는 210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9일 발표된 고용 동향에 따르면 4월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475만 3000명이었고, 이 중 60세 이상은 213만 7000명이었다. 60대 이상의 전년동월대비 증감률은 매달 10% 이상으로 집계되는데, 4월은 12.5%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가입자는 보건복지 분야에서 6만 8000명, 제조업 분야에서 3만 9000명이 증가했다. 보건복지 분야에서 60세 이상의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부의 노인일자리 확대와 고령층이 시간제 일자리를 원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단기성, 단순 노무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지만, 실제 고령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형태임을 나타내는 자료도 적지 않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82만 개에서 올해 84만 5000개로 사업을 확대 추진했다.
대선 기간 동안 단순 노인 일자리 정책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던 윤석열 정부가 어떤 노인 일자리 제도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생존율이 비교적 낮은 암으로 알려진 췌장암 환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60대 환자가 30.1%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최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췌장암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췌장암 진료 인원은 2016년 1만 6086명에서 2020년 2만 818명으로 4년 새 4732명(29.4%)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6.7%다.
남성은 같은 기간 8264명에서 1만 741명으로 30.0%(2477명) 증가했고, 여성은 7822명에서 1만 77명으로 28.8%(2255명) 증가했다.
연령대 별로는 2020년 기준 전체 진료 인원 20818명 중 60대가 30.1%인 62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70대가 29.7%인 6190명, 80세 이상이 16.6%인 3458명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6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2.3%로 가장 높았고, 70대가 30.1%, 50대 17.2% 순이었다. 여성은 70대가 29.4%, 60대 27.8%, 80세 이상이 20.3%로 조사됐다.
2020년 췌장암 환자들의 총 진료비는 2789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2016년 1515억 원보다 84.1%나 증가한 수치다. 1인 당 진료비 역시 2016년 941만 8384원에서 2020년 1339만 8028원으로 42.3% 더 많아졌다.
건보공단 일산병원 간담췌외과 이진호 교수는 “건보공단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서 췌장암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에서 타 연령대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소득 증가 및 식습관의 변화에 따른 비만이나 당뇨 인구의 증가, 흡연 인구의 증가, 고령 인구의 빠른 증가 추세, 영상학적 진단 보편화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양 덩어리다. 췌장암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췌관세포에서 발생한 췌관 선암종이 90%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 낭종성암(낭선암),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 초기 단계에서는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명확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불행히도 통상적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된다. 초기 췌장암의 증상에는 체중 감소, 등쪽 통증, 복통, 구역과 구토, 소화불량, 새로이 진단된 당뇨, 복부 팽만감, 배변 습관의 변화, 졸음증, 가려움, 어깨통증, 황달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췌장암의 증상은 췌장내 암의 발생 위치와 병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췌장암의 대부분은 췌장 머리에서 발생(70%)하여 통증 없는 폐쇄성 황달, 체중감소, 구역, 구토를 유발한다. 이는 췌장의 머리 부위에서 발생한 췌장암의 종괴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담관 폐쇄를 유발하여 황달, 짙은 소변, 연한 대변색, 가려움증을 발생시킨다.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뚜렷한 예방법이나 수칙, 권고 기준은 없는 실정이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을 일상에서 제거하거나 피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흡연자에서 췌장암 발생이 2~5배 높게 보고되고 있으므로 흡연자라면 바로 금연을 시작하는 것이며, 췌장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 음주임을 감안할 때 금주, 절주가 필요할 수 있다. 고지방, 고칼로리 식이를 피하여 비만을 방지하고, 과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등 식생활 개선과 적당한 운동을 통한 암 예방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건보공단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선별검사를 전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췌장암의 고위험군은 역학적 고위험군과, 유전적 고위험군으로 나눌 수 있으며, 대표적인 역학적 고위험군으로 만성췌장염과 당뇨를 들 수 있다. 1년 이내에 새로 진단된 당뇨병 환자, 고령에서 갑자기 발병한 당뇨병 환자에서 췌장암 발병의 위험이 높아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유전성 췌장염, 가족성 암, 췌장암 증후군 등을 포함하는 유전적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선별검사는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향후에 국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겠다.
췌장암 치료는 수술, 수술 전·후 항암약물치료가 주된 치료이다. 이에 더해 보조적 방사선 치료가 있으나 그 효과에 대하여 명확한 역할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그리고 호르몬 치료나 면역 치료 등은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확립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