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예정됐던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범사업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한국에 입국해 서울에서 배정된 가정에 출퇴근하는 방식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제안했다. 이후 서울시와 고용부가 협의 후 지난해 12월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지연됐다. 시범사업은 심층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규모인 100명으로 서울시에서 운영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과 관련한 사안은 다음달 초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위원회 3개가 구성되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구체적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이달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현재 돌봄서비스 인력의 수급 불균형과 비용 부담 증가는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돌봄서비스 인력난 완화를 위해 내국인 노동자의 종사를 유도하는 것은 처우 개선 등으로 비용 부담이 되레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ICT, 로봇 등의 첨단 기술은 적기 해결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봤다.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력도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받는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문제와 이들 인력에 대한 관리 방안이다. 입국 후 타 업종으로 이탈한다던가,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보고서는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과 고용허가제 확대와 돌봄서비스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을 우회하기 위한 사적 계약 방식은 사용자가 ‘입주’를 제공하지 않으면 숙소와 관리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보고서는 사용자조합이 설립돼 공동숙소를 설립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결국 관리 공백을 완전히 해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사적계약 방식은 많은 돌봄 인력이 필요한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 등에서는 접근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것도 문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노동계의 반발이 커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 업종별, 지역별 차등 논의가 있었지만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이정식 장관은 27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수용성 높은 결론을 낼 것”이라며 돌파를 선언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당장 노인 돌봄 인력 수급에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다 줄 지는 미지수다. 당장 시범사업에도 직장 경력을 유지하며 육아 부담을 지고 있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 등이 우선 이용 대상으로 선정됐다. 시범사업 서비스 제공기관 모집 공고에는 가사서비스를 가구 구성원의 보호‧양육의 경우 만 12세 이하 아동 대상 육아 관련 서비스를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노인 돌봄에 대한 언급은 없다.
2023년 3월 미국 시사전문지 ‘US News & World Report’가 55세 이상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건강과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한 내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위 설문조사를 언급하며 “집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비율이 2년 전 본지가 조사한 결과보다 훨씬 높아졌다. 다만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신체적, 인지적 문제 또는 이동성의 한계 등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에게 간병이라는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간병 인력 공급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어 와이파이 및 AI와 결합된 홈센서를 통해 집안에서 노인의 움직임 및 환경 패턴을 감지함으로써 연중무휴 24시간 이용 가능한 재택 간병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령 집에서 냉장고를 얼마나 자주 여는지, TV에서 채널을 얼마나 자주 돌리는지 등 일상 데이터를 종합해 간접적으로 노인의 상태를 파악해내기도 한다. 아울러 챗봇 등 AI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위기 상황을 주변에 알리거나, 복약 시간이나 약속을 일러주고, 대화를 주고받는 등 반려자와 같은 역할도 해내리라 예측했다.
릭 로빈슨(Rick Robinson) AARP 고령친화기술 협력 총 책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간병 위기 문제의 해답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간병의 대상이 되는 노인을 비롯한 가족 및 전문 간병인들에게 안도감을 선사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이러한 이점들을 전망하면서도 "AI만으론 의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단순 노화나 가벼운 만성질환 등을 지닌 노인이 아닌, 위험 정도나 증상이 심한 질환자에게 AI 간병인만으로 대체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 아울러 현 단계로서는 AI가 허구의 메시지를 구현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판독이 어려워 액면 그대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제도 언급했다. 때문에 AI 간병인을 두더라도 결국 사람이 확인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ARP는 현 시점에서 완벽히 AI가 간병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간병인의 서비스 향상에는 일조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AI를 통해 노인 질환에 대한 정보나 투약하는 약에 대한 설명 등을 듣기도 하고, 보험 혜택이나 지원책 등에 대해서도 요청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바이오마커(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와 접목한 기술이 발달하면 약국, 병원 등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환자의 상태를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 가능해진다는 이점도 언급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라 민간의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 위험군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고독사 위험군의 전력·통신·수도 등 평소 사용패턴을 학습 후 사용량 급변 등 응급상황 감지 시 안부 확인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밖에 국내 3대 통신사(SKT, KT, LG U+)에서도 자사의 ICT 기술을 활용, 지자체와 협력해 AI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AI 노인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또한 현재로서는 응급 상황에 대한 감지나 소통의 도구 등으로 활용되며, 관제 센터 등에서 사람의 검토를 통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형편이다. 현재로서는 노인의 이동성 확보 및 물리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AI가 간병인의 도움을 대체하기보다는 지원하는 대책으로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사회에 고립이 문제가 되면서 다양한 기술이 해결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 그중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화형 스피커나 로봇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떤 기술이 중년의 고립에 도움을 주는지 알아본다.
1 메타버스로 마음 챙기기(뉴클)
뉴클은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를 도입해 학습 센터나 심리 치료 공간을 만들었다.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마음 스페이스’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전문 상담사와 개인 혹은 그룹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대면으로 상담하기 부담스럽다면 가상 공간에서 더욱 편리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 뉴클은 올해 한 기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케어 마음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음 챙김에 힘썼다. ‘마음 스페이스’의 심리상담은 음악, 미술, 색채, 독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상담뿐만 아니라 명상 공간, 사계절이 보이는 길 등을 만들어 마음을 치유하고 내면의 평화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설했다.
2 부착하여 안전 확보(디엔엑스)
디엔엑스는 데이터 기반 AI 서비스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갖췄다. 어르신의 건강한 생활 습관에 도움을 주고 위급 상황 시 대처할 방안으로 ‘터치태그·터치워치’, ‘AI 순이’를 만들었다. 어르신이 무의식적으로 자주 잡게 되는 사물에 ‘터치태그’를 부착해 사용량을 수집하고 ‘터치워치’로 걸음 속도와 폭을 측정한다. 각 기기들은 모두 ‘터치케어’ 앱과 연동되며,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순이’가 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 앱 모니터링을 통해 보호자는 어르신의 행동반경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는 상황인식 기반에 따라 먼저 말을 걸어주는 ‘AI순이’와 소통하며 우울감을 줄이고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3 인공지능 말동무(미스터마인드)
미스터마인드는 인공지능 돌봄로봇인 ‘초롱이’로 어르신과의 대화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콘텐츠와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어르신의 치매, 고독사, 우울증 등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서는 미스터마인드의 돌봄로봇을 입양했다. ‘초롱이’는 대화할 기회가 비교적 적은 어르신들에게 일상적인 대화를 건네며 감정을 교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4 전력량으로 위험 감지(에이나인)
지역별 소외된 1인 가구를 관리하는 공공복지 서비스가 있다. 서비스는 에어나인이 개발한 돌봄플러그를 통해 이뤄진다. 1인 가구의 전력량과 조도 변화를 24시간 관리하여 고립 위험을 막는다. 지역별로 담당자를 세분화해서 1명의 담당 관리사가 평균 4~6명을 관리하는 체계가 구축된다. 대상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일반군, 위험군, 고위험군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일정 시간 동안 전력 사용에 변화가 없으면 위기 알람이 전송되고, 방문 관리사가 대상자에게 전화하거나 집을 방문한다. 위험 상황에는 119를 연계해준다.
5 든든한 인공지능 돌봄(SKT)
SK텔레콤은 행복커넥트와 손잡고 ‘행복커뮤니티 AI돌봄’을 공동 추진했다. AI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여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건강을 증진하고 움직임을 감지하는 IoT센서, 심리상담 및 부정 발화어를 분석하는 ICT케어센터를 통해 안전을 강화한다. 어르신의 일상에 활력을 넣어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긴급 SOS 서비스로 안전도 책임진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게 ‘살려줘’라고 말하면 119 호출을 할 수 있고, 각종 알림과 치매 예방, 감성 대화 등을 제공받는다.
6 똑똑한 생활 돌봄이(로보케어)
로보케어는 로봇으로 두뇌 향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어르신의 신체와 정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보미2’는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분석하여 감정 케어를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심장건강도 등을 측정해 생체 정보도 제공한다. 사용자는 움직임을 인식하는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또 버튼이나 음성인식을 활용해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탑재했다.
SK텔레콤이 청소년들의 AI 역량을 함양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넘어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코딩 대회가 열렸다.
SK텔레콤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공동으로 이달 19~20일 양일간 ‘2023 SK텔레콤 청소년 코딩챌린지’(이하 2023 코딩챌린지)를 개최했다. 해당 대회에는 전국 35개 특수학교(급) 재학 장애청소년 104명과 교사 41명이 참가했다.
SK텔레콤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999년 정보검색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24년간 장애 청소년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행사를 지속해 오고 있다. 초창기 ‘정보검색대회’(`99~`04년)로 시작해, ‘IT 챌린지’(`05~`15년)와 ‘ICT 메이커톤대회’(`16~`19년)를 거쳐 2021년부터는 ‘청소년 코딩 챌린지 대회’로 자리매김 중이다.
올해 ‘2023 코딩챌린지’는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SKT 인재개발원에서 1박 2일로 진행됐다. 코딩 경진 대회와 더불어 레크리에이션, 영화 상영 등 청소년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20일 열린 코딩 경진 대회는 학생 2인과 지도교사 1인이 한 조를 이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며 경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종목은 총 4가지로 △대회 참가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드림챌린지’와 ‘소셜챌린지’ △지적장애 청소년을 위한 ‘미션챌린지’ △지적 장애 이외의 청소년을 위한 ‘베스트챌린지’ 등이다.
각각의 챌린지 프로그램은 AI 드로잉 기술을 활용해 창작 이미지를 만들거나, SKT의 알버트AI로봇을 이용해 코딩 미션을 완수하는 등 참가자들의 코딩 역량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한편 SK텔레콤는 코딩 챌린지와 더불어 2019년부터 전국 130여 개 특수학교(급)에서 ‘행복코딩스쿨’을 운영하고 장애유형별 코딩 교육 교재를 개발하는 등 장애청소년들의 ICT 교육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올해 ‘행복코딩스쿨’은 하나금융그룹이 새롭게 참여, 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졌다. 당초 장애청소년들을 위해 개발되었으나 올해부터는 비장애 청소년까지 영역을 확대,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장애 유형별 18종 프로그램 및 공통 과정 5종의 프로그램을 통해 올 연말까지 누적 2700여 명의 학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엄종환 SK텔레콤 ESG Alliance담당은 “AI의 활용이 점차 중요해지는 만큼 청소년들이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ICT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코딩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알려지며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보편적 설계’라고 하는데, 이 개념은 교육 분야에도 도입됐다. 바로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다. 장애가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전 생애에 걸친 평생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평생을 특수교육에 몸담아온 이한우(56) 국립특수교육원 원장이 생각하는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과도 같다.
보건복지부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의 연령별 장애 분포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49.9%로 절반에 달했다. 2008년(36.1%) 이래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며, 75세 이상 초고령 장애인의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울러 40세 이상은 88.1%로, 장애인 10명 중 9명은 중장년임을 알 수 있다. 고령화에 따라 중장년 장애 인구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고령자는 시력·청력·인지력 등의 감퇴를 겪기에 장애 등록 여부를 떠나 불편을 호소하며, 돌봄과 안전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한다. 역으로 장애 학생 중에서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단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장애 학생과 노인을 위한 지원책에는 일치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장애 학생에게 유용한 서비스는 노년층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 TV 리모컨만 해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꼭 필요하지만 이젠 다들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도구잖아요. 거동에 문제가 없더라도 직접 TV 모니터의 전원을 누르러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휠체어 이동을 위해 계단 대신 경사면을 설치한다고 불편해지는 게 있나요? 그렇게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관련 서비스는 모두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죠. 혹여 사고로 또는 나이가 들어 장애를 겪게 된다면 나를 위한 것이 될 수 있고요. 통계를 보면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 중 후자가 90% 이상입니다. 건강하다고 해서 등한시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도 여전히 이러한 지원을 장애인을 위한 혜택처럼 여겨 반대하거나 불필요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애 학생 위한 콘텐츠, 고령자에도 효과적
올해 2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특수교육원도 이에 발맞춰 디지털 기반 장애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팬데믹 시기에 구축했던 클라우드 기반 장애 학생 원격교육 플랫폼 기능을 개선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화면 확대·대체 텍스트,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실시간 자막,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쉬운 화면 조작,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단순화 등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이한우 원장은 이러한 기술이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에도 활용 가능하리라 예상했다.
“최근 북유럽에서는 사회 서비스 패러다임이 ICT 기반으로 급변하면서 복지 기술(Welfare Technology)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립자조, 사회적 네트워크, 건강관리 서비스 접근성 등을 아우르는 복지 기술은 장애 학생과 고령층 모두에게 편리하게 활용 가능하죠.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원에서 개발한 플랫폼 설계 원리가 노년층을 위한 웹사이트 구축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봐요.”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 개발 및 보급에 힘쓰고 있다. 무인정보단말기 교육용 콘텐츠도 그중 하나인데, 이 원장은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도움을 받은 자료라고 덧붙였다.
“하루는 햄버거를 사러 갔는데, 주문을 받지 않는 거예요. 봤더니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가 있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나서 우리 원에서 비대면 무인서비스 확대에 따라 선제적으로 개발했던 장애학생 무인정보단말기 교육용 콘텐츠가 생각났습니다. 나도 한번 같은 콘텐츠로 학습해보기로 했죠. 시니어인 제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게 잘 설명돼 있었어요. 올해는 SK텔레콤에서 협력 사업으로 서울, 경기 특수교육기관에 강사와 무인정보단말기를 제공해 준 덕분에 학생들이 직접 우리 원이 개발한 콘텐츠를 실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교실에서 PC나 모바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 학생의 경우에는 실제와 유사한 무인정보단말기로 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과정이 우리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제는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자신 있습니다.(웃음)”
일찍이 이 원장은 해당 콘텐츠가 노인층에도 보급할 만한 유용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는 시니어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그 효과성을 검증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단다.
“강사분들 반응이 뜨거웠어요. 우리가 개발한 콘텐츠를 꽤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셨죠. 막연히 도움이 되리라 여겼지만, 현실적으로도 활용도 높은 콘텐츠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보시게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장애학생 교수학습 지원 사이트 에듀에이블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니 시니어 대상 디지털 교육 등에 널리 쓰였으면 합니다.”
장애 자녀도 언젠가는 자립해야
최근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가 아이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보도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같은 처지인 장애 자녀 부모들은 안쓰러움을 표하며 녹록지 않은 현실을 토로했다. 보통 자녀가 성인이 되면 양육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이들 부모의 사정은 좀 다르다. 때문에 자신의 노후에 대한 막막함과 더불어 성인기 자녀에 대한 미래도 막연해하곤 한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아는 이 원장 역시 보탬이 될 만한 지원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지만 장애 자녀를 오랜 기간 보살피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최근 성인기 장애 자녀를 둔 중장년 부모를 대상으로 필요한 지원에 대해 조사한 연구 결과, 각 연령대에 필요한 실제적인 정보 제공과 평생교육 프로그램 및 기관 확대 등을 원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장애가 심한 학생은 학교를 졸업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학령기에 습득한 기능조차 유지 못하고 퇴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이정표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우리 원에서는 ‘온맘’(장애 자녀 부모지원 종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맘 사이트에는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장애 자녀의 전 생애에 걸친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그밖에 2018년에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를 개원해, 장애인 평생교육 사업도 본격 추진 중이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국립특수교육원과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만 19세 이상 장애인 학습자 2550명에게 1인당 35만 원의 ‘장애인 평생교육이용권(바우처)’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한다. 이 원장은 일련의 사업 진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장애 학생의 평생학습을 꿈꾸며, 이를 실현하는 데 디지털 기술이 매개체가 되리라 내다봤다.
“통계를 보면 장애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0.9%로, 비장애인의 참여율(40%)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게 현실입니다.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학습의 의미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에 기여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게 하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죠. 그런 가운데 장애인 평생학습 분야에서 ICT 기술이 도움을 줄 부분은 무궁무진합니다. 기존 교육에서의 물리적 제약을 없애주는 것만이 아니라 교수자와 학습자 간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학습자를 위한 챗봇, 지체장애 학습자를 위한 메타버스 아바타 등 ICT 기술은 장애인의 사고와 경험을 확장해줍니다.”
AI 보조교사 등장, 그럼에도 필요한 건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대전환을 맞으며 교육 분야에도 ICT 기술이 빠르게 침투했다. 최근 디지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원장은 1990년대 특수교사 시절부터 디지털을 접목한 교육에 관심이 많았단다. 덕분에 2020년 코로나 위기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현장을 지원하는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요즘에 코로나 학번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코로나 원장입니다.(웃음) 취임했을 당시 코로나 상황이었던지라 대응과 후속 조치 준비에 온 힘을 다했죠. 코로나 시기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과 달리 ‘우선 등교’ 대상이었다는 것 아시나요? 방역 업무와 더불어 장애 학생의 배움을 위해 많은 선생님들이 고군분투하셨습니다. 가정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죠. 무엇보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려고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나섰잖아요. 다들 애쓰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선생님의 목소리, 학부모의 요구, 학생들의 눈높이를 헤아리며 현장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보니,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 모든 특수교육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이 굳건해졌습니다.”
디지털 패러다임 속 이 원장의 ‘특수교육 가족’이라는 표현이 유독 살갑게 느껴졌다. 챗GPT 등의 출현으로 AI 보조교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교육만큼은 사람 간의 유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6월 교육부에서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학생별 맞춤형 수업을 디자인하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AI 엔지니어가 되라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가르치는 데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AI는 수업 과정에 최적화된 교수 학습자료를 검색해 학생 수준에 적절하도록 조합하고 반복적인 평가를 대행하는 역할 수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의 개별 요구에 정교하게 반응하는 교수 역량은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특수교사만의 고유 전문성입니다. AI가 잘하는 부분은 도움을 받으면서 교사는 개별 요구를 반영한 수업 기획, 학생의 사회성 제고, 정서 관리, 인간적 유대감 형성 등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겠지요.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기에 단정할 순 없지만, AI 보조교사와 잘 협업할 수 있다면 지금은 불가능했던 교육의 영역도 구현해내는 멋진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한국노년학회가 오는 5월 19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이화여자대학교 ECC 및 포스코관에서 ‘2023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건강, 경제, 돌봄서비스, 여가, 주거, 관계, ICT 기술 등의 다면적 차원에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응 방안과 전략”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기조 강연으로는 이윤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건강 노화의 과제와 전망” 에 대해 발표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기대수명은 83.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치고 있으며, 질병·부상으로 인한 건강상실년수도 2019년 기준 10.2년에 달한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로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을 다룬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8.4%,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4.2%에 그치고 있다.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를 위한 사람 중심 일차 의료 제공체계 모형”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 주은선 경기대학교 교수,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양재진 연세대학교 교수, 권순만 서울대학교 교수, 이용주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이윤신 보건복지부 과장이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이번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는 국민연금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사회보장정보원·한국 취약노인지원재단·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회·중앙사회서비스원·건강보험연구원·건축공간연구원·국 노인인력개발원·한국교통연구원 등의 기관 세션, 실천현장전문가 세션의 기획 발표가 이어진다.
보건정책, 예술치료, 사회복지, 노인 심리, 신진 연구, 뉴 라이프 스타일 등 자유 발표 세션도 있을 예정이며, “이야기 치료를 적용한 노인 상담”의 주제로 특별세션(내러티브 노인 상담)이 진행된다.
한국노년학회는 1978년 창립된 개인의 노화와 사회적 고령화에 관한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고 고령화 문제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이론적·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다학제적 학술단체다.
2025년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다차원적 접근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노인세대 진입과 젊은 노인층의 등장으로 소득, 건강, 재산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 노인 세대와는 다른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건강관리 및 위험 예측, 대화를 통한 심리적 안정감 제공 등 인공지능은 노인의 신체적·정서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노년의 삶에 영향을 미친 인공지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생각이나 학습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말한다. 영어로는 ‘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하며, 줄여서 AI라고 부른다.
2020년 한국신용정보원의 ‘AI 기술·시장 동향 : 핵심 기술, 시장 규모, 사업 리스크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38.4% 성장해 1840억 달러(약 204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25년 10조 50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올해 ‘인공지능 10대 핵심 사업’을 추진한다. 그중 주요 목표는 초고령사회 대비 ‘전 국민 AI 일상화’다. 독거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보살피고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상용 인공지능 제품·서비스를 국민 생활 곳곳에 확산하는 프로젝트다. 독거노인 인공지능 돌봄로봇 지원, 소상공인 인공지능 로봇 전화상담실 도입, 공공병원 의료 인공지능 적용 등이 주요 과제다.
의료 AI : 의사도 대체할까?
지난해 11월,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은 AI 시장 규모가 2027년에는 4070억 달러(약 563조 9000억 원)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종별로는 의료 및 생명과학 부문이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의 의료 AI 기술 수준도 빠른 성장을 이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2년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이 보유한 의료 AI 기술은 가장 우수한 미국의 74∼8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데 2년에서 3.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이 AI를 활용한 의료 영상 판독 분야에서 발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김현철 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장은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학습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 AI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쓰일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은 2월 28일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방암 검출 AI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는 ‘전 국민 AI 일상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공의료기관에 ‘닥터앤서’(Dr.Answer) 도입을 확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발한 닥터앤서는 데이터·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의사의 진료·진단을 지원하는 AI 의료 소프트웨어다. 심뇌혈관, 대장암, 유방암 등 주요 8대 질환의 예측과 진단을 지원한다.
닥터앤서의 도입 확대와 함께 챗GPT의 활용으로 의료 AI가 단순히 진단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의사를 대체하는 ‘AI 의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최근 챗GPT는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의 생화학, 진단추론, 생명윤리 3개 과목에서 52.4∼75.0%의 정답률을 보여 합격권에 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챗GPT 진단 결과의 정확도와 전문성이 떨어져 의사를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라은 가톨릭대 의료정보학교실 교수는 지난해 11월 ‘의료 인공지능의 시대, 의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토론회에서 “인공지능이 효과가 좋은 약물로 처방을 내릴지라도 환자가 그 약물을 사용하고 고통을 느꼈을 경우 인공지능이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궁극적으로 인류를 질병과 고통에서 구원할 수 있는 선동적인 역할은 인간 의사의 책무다”라고 말했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의 간호 로봇 ‘그레이스’가 세상 밖에 나왔다. 개발사 핸슨로보틱스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핸슨은 “그레이스와 같은 로봇은 의료 종사자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AI와 로봇 기술은 의료 종사자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 자료를 수집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스는 사람의 얼굴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환자의 체온과 맥박을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각종 센서 등을 탑재했다. 노인 돌봄을 전문으로 하는 로봇으로 환자의 말동무 기능도 갖췄다. 한국어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 AI : 사회복지사도 대체할까?
정부의 ‘전 국민 AI 일상화’ 프로젝트 과제 중 하나는 ‘독거노인 인공지능 돌봄로봇 지원’이다. 현재 지원되는 돌봄로봇은 AI 스피커 유형이다. 2016년 SK텔레콤이 국내 최초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한 이후, ICT 기업들은 AI 스피커를 잇따라 내놓았다.
SK텔레콤은 최근 노인 돌봄체계 지원 전문기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누구’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AI 기반 음성 안내 플랫폼 ‘누구 비즈콜’을 활용한다.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대상자들의 안전 및 안부 확인, 생활지원사들의 업무 효율을 향상하는 시범 서비스를 2만 명을 대상으로 제공한다.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은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AI 안부 전화 서비스다. 현재 전국 40여 개 지자체와 협력해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광주 등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클로바 케어콜은 돌봄 대상자에게 주 1~2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외출, 복약 등의 안부를 확인하고, 통화가 되지 않거나 이상자로 분류되면 담당 공무원이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클로바 케어콜의 차별화된 특징은 자연스러운 대화와 함께 위로·공감·지지·격려의 기술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인간과 정서적으로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AI를 지향한다.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올해부터 클로바 케어콜은 ‘기상 재난’ 주제의 목적성 대화도 가능해졌다.
KT의 AI 스피커 이름은 ‘기가지니’다. 평상시 하루 세 번 안부 확인과 안내방송 및 복약 알림의 양방향 소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이용자가 “지니야, 살려줘”라고 말하면, AI 스피커-KT텔레캅-119 안전신고센터가 365일 24시간 연동돼 응급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KT는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AI 케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시행 후 2년이 넘은 가운데 이정화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가지니 1, 2년 차 이용자 212명을 대상으로 한 ‘AI 스피커 기반 케어 서비스’ 연구 보고서를 지난 2월 발표했다. 조사 결과, 건강 수준 개선 및 유지 80.0%, 상태 불안감 감소 효과 72.6%, 고독감 감소 65.9%, 우울감 감소 63.5%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대해 묻자 이정화 교수는 “대부분의 이용자는 저소득층의 고연령층이었다.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은 복용 시간 알림이었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먹은 덕분에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스피커가 고독사 예방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심했던 이용자들의 우울감, 고독감도 감소했고, 친구가 생긴 것 같은 정서적 안정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광주 서구는 AI 스피커와 함께 ‘AI 복지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AI 복지사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사의 행정업무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는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AI 복지사 개발에 예산 26억 4000만 원을 배정했다. 이후 각 지자체에서 AI 복지사 서비스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사회복지 관련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AI 복지사가 늘어나면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화 교수는 기우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AI 복지사라고 하면 꼭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만 결국은 기계다.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화 교수는 “AI 스피커를 통해 볼 때 AI 복지사가 노인 돌봄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보통 돌봄 매니저는 한 사람당 노인 16명을 담당한다. AI 스피커가 도입된 후에는 돌봄 매니저 한 명이 노인 100명을 담당했다. 효율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매일 안부 연락은 AI 스피커가 하기 때문에 응급 상황 등 문제가 생겼을 때만 돌봄 매니저가 집을 방문해 조치를 취했다.”
이정화 교수는 “AI 스피커가 돌봄 매니저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사람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더불어 “AI가 정서적인 부분도 케어하는 등 진화하고 있어 복지사의 역할을 충분히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AI 관리와 추가적인 서비스 제공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사회복지 역할을 할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저서 ‘바이오필리아’ (Biophilia)를 통해 ‘녹색갈증’에 대해 언급했다. 녹색갈증이란 자연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 또는 본능을 일컫는다. 그에 의하면 자연을 가까이할 때 인간은 행복과 평안을 느끼지만, 반대의 경우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생긴다. 삭막한 도시, 각박한 일상 속 사람들이 반려식물을 찾는 이유도 그러하다.
도움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김광진 농업연구관·이형석 농업연구사, 박신애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식물매개치료 전공교수
녹색식물을 향한 갈증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해졌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해 2021년 정점을 찍었다. 김광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은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야외 활동이 제약되며,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끼고 식물을 가꾸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실내 재배기나 원예 장비들이 다양하게 개발됐고, 반려식물병원·식물호텔 등 관련 서비스가 생겨나 반려식물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올해 2월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반려식물’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경기도 반려식물 활성화 및 산업 지원 조례안) 방성환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반려식물에 대한 국민적 수요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조례안의 취지를 밝혔다.
◇ 노후 일상에 생기 더하는 반려식물
조례안에 따르면 반려식물이란 ‘가정 및 회사 등 실내외에서 쉽게 기를 수 있고, 식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간과 짝이 되어 교감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식물’을 의미한다. 생겨난 지 오래되지 않은 용어라 구체적인 정의는 전문가나 기관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서적 교감’이 핵심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올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반려식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이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위해서’라고 답한 이가 과반수였다.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러한 목적성은 점차 증가한다.(△30대 52.1% △40대 54.4% △50대 56.2% △60대 이상 57.9%) 응답자들은 반려식물을 기르며 나타난 심리적 효과로 ‘정서적 안정’(76.9%)을 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행복감 증가’(73.1%), ‘우울감 감소’(68.4%), ‘희망이 생김’(56.4%) 등 긍정적 효과를 드러냈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반려식물이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 독거노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2020) 조사에서는 사례자의 94.6%는 ‘반려식물이 정서적 건강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78.8%는 ‘반려식물과 대화하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 반려식물 보급사업 결과 보고’에서도 참여자의 94.1%가 반려식물을 키우며 생활에 활력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참여한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식물 먼저 쳐다보고 잎사귀를 닦아주며 아기처럼 매일매일 자라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려식물 덕에 외롭지 않고 가꾸는 재미가 있다”, “혼자 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꽃이 피는 순간 기쁨을 느낀다” 등 반려식물을 통해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을 이야기했다.
◇다양한 질환에 접목되는 식물매개치료
과거에는 단순 취미나 실내 공기 정화 등을 위해 화분을 샀다면, 이제는 내면의 긍정적 효과까지 생각해 반려식물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서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자칫 원예를 정적인 활동으로 여기기도 한다. 동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식물의 특성도 이러한 오해를 부추긴다. 그러나 정성껏 화분을 길러본 이들이라면 알 테다. 인간이 대신 손발이 되어 더 바삐 움직여야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음을 말이다. 때맞춰 물을 주고, 양지로 화분을 옮기고, 이따금 가지치기와 분갈이도 하는 등 지속적인 신체 활동이 뒤따른다. 화초가 많거나 화분이 크다면 더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이렇듯 심신에 모두 이롭게 작용하는 덕분에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반려식물이 쓰일 때도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원예치료(치유)라고 한다.
박신애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식물매개치료 전공교수는 “식물을 매개로 한 치료는 무해(無害)하고 부작용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최근에는 뇌졸중, 우울증, 갱년기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원예치료를 접목한다.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과 원예치료를 결합한 형태의 처방도 이뤄진다. 병원 내 원예치료사를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저서 ‘몸과 마음을 살리는 녹색의 힘, 식물 치유’를 통해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원 가꾸기에 참여한 노인들의 경우, 인지 능력과 연관된 수치(BDNF, 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되레 수치가 감소했다. 또 자녀의 독립과 갱년기 등으로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50~60세 여성에게 식물매개치료의 신체적·심리적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이들은 치료를 통해 자기 정체성이 향상됐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60대 여성은 원예 활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며 극찬하기도 했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질환 개선을 목적으로 반려식물을 키워봐야겠다 싶을 수 있다. 박 교수는 “개인이 반려식물을 기르는 것만으로는 질환 개선 면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 치료 목적이라면 전문 복지원예사(구 원예치료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번에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 반려식물과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건강해지며 질환을 예방·개선할 수 있다. 이제는 식물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헬스케어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침을 깨우며 커피를 마시듯 녹색 생기를 충전하고, 잠들기 전 식물과 교감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등 매일매일 수시로 힐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반려식물 주목적은 교감, 건강은 덤
반려식물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몸을 이롭게 하지만, 건강 증진만을 목적으로 하면 그저 수단에 그치기 십상이다. 결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서적 교감. 최근에는 건강 증진을 위해 기르는 식물을 ‘헬스케어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같은 종의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장기적인 효과는 비슷할 수 있으나, 목적은 건강(헬스케어식물)과 교감(반려식물)으로 분명히 나뉜다. 이형석 농업연구사는 “헬스케어식물이란 재배 과정에서 느끼는 환경 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신체적·심리적 건강 유지와 증진을 도모하는 식물체를 말한다. 2021년부터 개념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건강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종에 따라서는 섭취함으로써 그 효과가 더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다. 먹는 작물은 반려식물이 될 수 없을까? (건강에 이로운) 공기정화식물은 반려식물로 두면 안 되나? 이 연구사는 “생각의 순서를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며 “가령 공기정화식물을 반려식물로 삼아도 되느냐보다 반려식물로 삼은 식물 중에 공기 정화 효과를 지닌 것도 있다는 식이다. 교감이 우선이지만 그 식물이 지닌 본연의 기능이나 특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효능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이다. 다만 반려식물은 인문학적인 요소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따라서 반려식물을 고를 때는 객관적인 효과보다는 주관적인 효과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식물의 어떤 반응에 내가 교감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다. 이 연구사는 “어떤 식물이 공기 정화에 효과적이냐고 물어보면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반려식물을 추천하긴 어렵다. 개인마다 느끼는 교감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생육 과정이 잘 보일 때 교감이 잘 형성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천차만별이다. 키가 빨리 자라는 걸 기준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잎이 많이 나고 무성해지는 것에 반응하는 이도 있고, 매일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통해 교감하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고 유행하는 식물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특별히 여길 식물이 적합하다”고 했다.
반려식물과 더 오래 함께하려면
애지중지 교감하며 키운 반려식물이 시들거나 죽는다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다시 식물 들이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 박신애 교수는 “식물 키우기를 꺼려하는 분들을 보면 대개 물주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꾸준히 잊지 않고 잘 주기도 어렵지만, 식물마다 필요한 물의 양이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농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ICT(정보통신기술)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식물 재배기나 관련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기술의 힘을 빌려 반려식물을 키우더라도 교감을 통한 긍정적 효과는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실패보다는 성공의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농업연구사는 “주변에 식물을 권하면 ‘내가 키우면 다 죽더라’며 고사하는 이가 많다. 혼자서 감(感)에 의존해 키우는 경우에 그러하다. 식물이 좋아하는 빛과 물의 양을 때맞춰 제공하는 제품도 있고, 사진으로 병충해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으면 누구나 건강하게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다. 관리도 마찬가지지만 교감에 대해서도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 없다. 식물은 꼭 적극적인 관심을 준다고 해서 잘 자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때때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키오스크의 시대다. 은행의 ATM 기계, 공공기관의 무인 발급기, 영화관의 무인 발권기, 주차장 사전정산 키오스크, 쇼핑몰 내 공간 안내 키오스크 등 코로나19는 일상 곳곳에 사람 대신 기계를 놓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정보를 얻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생긴다는 점이다. 유니버설 키오스크가 등장한 배경이다.
2021년 통계청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 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100% 기준)의 75.4%였다. 고령층은 69.1%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반국민과의 디지털 격차가 30%나 벌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다. 205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에 달할 전망이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 소외되는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선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의 노년층 : 포용 혹은 소외’ 보고서에서 “경제적 빈곤과 디지털 활용 능력 부족 등으로 변화에서 소외된 노년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은 온라인 기반의 각종 서비스와 비대면 서비스에서도 제외되어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면서 “나이와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ICT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노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요구와 능력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ICT 유니버설 앞당긴 비대면 시대
빠른 고령화와 비대면 시대로 인한 디지털 가속화는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앞당겼다. 최근 강남구청, 강남구보건소, 동대문구청, 금천구청 등 행정기관과 국립고궁박물관, 한국문화재단 등 문화시설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되고 있다. 비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고령자, 아이, 휠체어 이용자, 외국인 등 말 그대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키오스크다.
이 제품은 점자를 이용한 ‘닷 워치’와 ‘닷 패드’로 시각장애인들에게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소셜 벤처 ‘닷’(dot)이 개발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주문용 키오스크, 길 안내용 키오스크, 박물관용 촉각 전시 키오스크 등으로 나뉜다. 고미숙 닷 커뮤니티 매니저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정보 격차에 따른 디지털 소외계층이 더 많다는 걸 느껴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다가오면서 유니버설 키오스크는 빛을 발했다. 닷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에는 디지털 점자·촉각 패드가 있다. 음성 안내 버튼을 누르면 시각장애인도 스마트 키패드와 패드를 활용해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안내 서비스가 있으며,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외국어를 지원한다.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많이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한눈에 잘 보이는 UI를 설계했고, 고령자를 위해 글자 크기를 키울 수 있는 돋보기 기능이 있다. 또한 휠체어를 탄 사람, 허리가 굽은 노인, 키가 작은 아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 높이 조절 기능이 있다.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올려다보았을 때 빛 반사로 화면이 잘 안 보이는 경우를 고려해 각도까지 반영했다.
이용자가 가고자 하는 위치까지 가는 길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화면과 함께 음성 내비게이션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부산교통공사의 의뢰를 받아 50개가 넘는 부산 역사 내에 설치할 키오스크를 설계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 꼭 필요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들은 이 디자인을 통해 편리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이들은 고령자라고 입을 모은다. 인구의 30%가 고령자인 세상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고미숙 매니저는 “키오스크 이용법을 몰라 헤매다가 뒤에 줄 선 사람들을 보고 눈치가 보여 물러나는 디지털 약자가 많다”면서 “고령자를 위해서는 음성 안내 기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음성 안내 버튼을 눌렀을 때 ‘오른쪽 위 OO 버튼을 누르세요’ 등 음성으로 이용법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음성 안내 기능이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친절한 키오스크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고 매니저는 “요즘에는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종교 권유 활동이라고 생각해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면서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는데, ‘두 번 눌러주세요’, ‘메뉴 카테고리를 골라주세요’ 등의 안내 음성이 나오거나 누를 수 있는 키보드가 달린 터치패드 같은 형태라면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버설 디자인 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화장실·보행길을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다.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 때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인 구유리 홍익대학교 서비스 디자인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 총체적인 과정과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 디자인의 주요 대상이 장애인·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라고 한다면,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다.
구 교수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디자인 철학을 새롭게 깨우쳤다. 디자인이란 미적·상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구 교수의 디자인 철학은 자연스럽게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연결됐다.
“저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학문이 아닌 철학으로 접근했어요. 그리고 그 철학에 접근하는 저의 스킬이 서비스 디자인이란 거죠. 제가 유니버설 디자인을 그냥 학문으로 접근했다면 형식적으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을 지키는 정답의 디자인, 전형적인 타입의 디자인을 했겠죠. 그런데 저는 사용자를 관찰하고 니즈에 맞게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제가 관심을 갖고 많이 만난 사용자가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메이저 대상으로 바라보는 장애인과 노약자였던 거죠.”
유니버설 디자인을 말하다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하나 보여줬다. 담장 너머의 축구 경기를 보려고 하는데, 키가 작은 사람은 경기를 보기 힘든 상황.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담장을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더 나아가 아예 담을 없애고 펜스를 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형평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누군가는 노인에게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노인이 겪는 불편함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다. 노인 입장에서 볼 때 형평성과 평등은 배려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에 편견을 갖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 느끼기에는 손해 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심미적인 아름다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구 교수는 “굉장히 좁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개념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애가 없다 하더라도 길을 잘 못 찾는 사람도 있고, 정보 습득이 느린 사람도 있죠. 노인이 되면 그런 요소가 많아지고 눈에 두드러지는 거고요. 그래서 노인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다 보면 모두가 편리하고 포용성 넓은 디자인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요즘에는 모든 사람이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고, 정의도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 자체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장애 시설뿐만 아니라 작은 변화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교수가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본상을 수상한 ‘스트레스프리 지하철을 위한 서비스 경험 디자인’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구유리 교수는 시민들이 겪는 지하철 스트레스를 조사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솔루션을 적용했다. 2·4·5호선이 모여 있어 복잡한 역사 내에 환승 구간 천장, 바닥, 벽면에 각 노선별 컬러로 화살표를 그렸다. 또한 혼잡 구간임을 알리는 스크린 도어 그림, 개찰구 근처의 ‘카드를 준비하라’는 메시지 등을 직관적으로 디자인해 시민들의 편의를 높였다. 실제로 디자인 적용 이후 시민들이 헤매는 시간이 65%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구유리 교수는 최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두경부암 환자를 위한 도움 책을 만들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구 교수는 두경부암 환자들과 의사들을 직접 만나 통증, 수술 과정, 재활 과정까지 파악한 후 책을 만들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활용하고 글을 줄였다. 또한 다양한 색으로 각 파트를 분리하고 집중도를 높였다.
“두경부암 환자는 노인이 많은데, 수술을 하면 말을 하기 힘들어지니까 의사소통이 더욱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의사와 환자가 의사소통이 필요한 부분을 시각화해서 만들었죠.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 중에서도 노인분들에게는 직관적인 이해, 정보의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적용했습니다.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스마트 도시를 꿈꾸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비용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건물이나 시설을 만들려면 복잡한 계획 수립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공사 기간은 두 배로 길어진다. 구유리 교수는 “처음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비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무장애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전환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유리 교수는 완성형 도시의 형태인 ‘스마트 시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 시대가 열리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무형의 유니버설 디자인이 중요해진다고 짚었다. 구 교수는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설계할 것이냐가 제2의 과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탄 분들은 보통 이동성의 제약이 많죠. 그런데 단순히 턱이 없어진다고 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안전한 경로는 무엇인지, 그리고 만남의 장소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하죠. 이렇게 무형의 서비스를 통해 유니버설 디자인에 접근하는 시도가 늘어날 거예요. 건축, 환경, 인프라, 서비스 등 모든 부분에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유리 교수는 지난해 국립재활원의 의뢰를 받아 미래 도시의 노인과 장애인의 삶을 설계한 바 있다. 구 교수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노인 4명의 캐릭터를 만들어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 디자인했다. 많은 대상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니즈를 반영했는데,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스마트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시나리오를 만들었죠. 스마트 글라스는 AR(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것인데, 길 안내도 해주고 위험한 상황도 감지해 알려주죠. 혼자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도 알려주고요. 기술자분들이 보기에는 이미 기술이 나와 있으니 대단한 얘기가 아닐 거예요. 그런데 사용자는 뭐가 있는지,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니즈 파악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구유리 교수는 디자이너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그는 기술과 정책을 이어주는 동시에 그것들이 실현되고 상용화될 수 있도록 한다. 구 교수는 “완성도가 낮지 않고 설득이 가능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콘셉트만 존재한 채 정책화되지 않거나 공감받지 못하는 디자인은 사용자의 삶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서 “사회 서비스 정책과 사용자의 삶의 경험이 최대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정책적인 지원도 확산되고 있죠. 이 기회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단순히 무장애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의 니즈와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그 개념이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하나예요. 그래야 우리 사회가 매우 포용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