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9

고령자 많은 회사는 생산성 낮다? 연구가 던진 뜻밖의 답

입력 2026-07-09 14:20

산업연구원, 연령다양성과 생산성 관계 분석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고령화가 일터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현장에는 20~30대만 있는 회사도, 50대 이상 근로자가 절반 가까이 되는 회사도 있다. 지금까지 고령화와 생산성의 관계는 주로 “나이가 많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질까”라는 질문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질문을 조금 다르게 던진다. 중요한 것은 ‘고령자가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는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산업연구원이 2026년 4월 발간한 연구자료 ‘고령화 시대 연령다양성(Age Diversity)과 생산성 간 관계 연구’는 산업과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령대가 다양한 조직이 생산성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분석했다. 연구는 ‘연령다양성’을 특정 연령층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연령대 근로자가 얼마나 고르게 분포해 있는지를 보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30대만 많은 회사보다 20대, 30대, 40대, 50대가 고르게 섞인 회사가 연령다양성이 높다. 문제는 이 다양성이 성과로 이어지느냐다.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 다양한 연령 섞여야

연구에 따르면 한국 산업 전반에서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50대 이상 근로자 비중도 모든 산업군에서 상승했다. 특히 비ICT 제조업과 비ICT 서비스업에서는 고령근로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ICT 관련 산업별 연령별 종사자 비중(산업연구원 연구자료 2026-04)
▲ICT 관련 산업별 연령별 종사자 비중(산업연구원 연구자료 2026-04)

그렇다고 고령화가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 수준 분석에서 ICT 제조업과 ICT 서비스업은 연령다양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생산성 증가율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ICT 제조업에서는 연령다양성 지수가 0.01 증가한 산업에서 생산성 증가율이 약 2.1%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젊은 인력의 신기술 적응력과 중장년 인력의 경험, 문제 해결 능력이 서로 보완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AI, 소프트웨어, 전자, 정보통신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일수록 오히려 세대 간 지식 교환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비ICT 산업 전체에서는 연령다양성과 생산성 증가율 사이의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5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이 40%를 넘는 ‘고령화산업’으로 좁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비ICT 산업, 특히 서비스업에서는 연령다양성과 생산성 증가율 사이에 긍정적 관계가 관찰됐다.

결국 핵심은 “고령자가 많으면 생산성이 낮다”가 아니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큰 회사일수록 세대 혼합이 더 어려울 수도

흥미로운 대목은 기업 단위 분석이다. 산업 전체로 보면 ICT 산업에서 연령다양성의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지만, 개별 기업 데이터를 보면 결과가 더 복잡해진다.

연구진은 기업-근로자 매칭 패널자료를 활용해 2020~2023년 기업 단위의 연령다양성과 생산성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 수준에서는 연령다양성이 생산성과 음의 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더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는 세대가 섞인다고 자동으로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일하면 경험과 기술이 결합될 수 있지만, 동시에 의사소통 비용, 업무 방식 차이, 조정 비용도 커질 수 있다.

▲환경요인으로서 위계문화의 작용 매커니즘(산업연구원 연구자료 2026-04)
▲환경요인으로서 위계문화의 작용 매커니즘(산업연구원 연구자료 2026-04)

특히 기업 규모가 중요한 변수로 확인됐다. 위계적인 조직문화냐, 혁신적인 조직문화냐는 연령다양성과 생산성의 관계를 일관되게 바꾸는 요인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300인 이상인지 아닌지, 즉 기업 규모는 두 변수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ICT 산업에서는 300인 이상 기업에서 연령다양성과 생산성 간 음의 관계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기술 변화가 빠르고 프로젝트 기반 협업이 많은 ICT 산업에서 조직 규모까지 커지면, 세대 간 업무 방식 차이와 조정 비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비ICT 산업에서는 300인 미만 기업에서 나타난 부정적 관계가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완화됐다. 비교적 직무가 표준화돼 있고 역할 구분이 분명한 산업에서는 큰 조직의 인사관리 체계가 세대 혼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에서 말하는 ‘연령다양성’은 고령자가 많다는 뜻이 아니다. 여러 연령대가 조직 안에 얼마나 고르게 섞여 있는지를 뜻한다. 같은 50대 이상 비중이라도 특정 연령대에 쏠린 조직과 여러 세대가 함께 분포한 조직은 다르게 봐야 한다.

정년 연장보다 중요한 질문, “어떻게 함께 일하게 할 것인가”

이 연구는 정년 연장, 중장년 재취업, AI 인재 양성 정책에도 시사점을 준다. 고령화 시대의 일자리 정책은 단순히 고령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하는 데서 끝나기 어렵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직무로, 어떤 세대와 함께 일하게 할 것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정책은 청년 인재 양성에만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 ICT 산업에서 연령다양성과 생산성의 긍정적 관계가 확인된 만큼, 중장년 근로자에게도 디지털 직무 전환과 재교육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 고령 인력이 기존 경험을 살리면서 AI, 데이터,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가 이미 진행된 비ICT 산업에서는 세대 간 숙련 전수가 중요하다. 숙련 근로자의 경험을 젊은 세대에게 넘기고, 젊은 세대의 디지털 활용 능력을 기존 업무 개선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멘토링, 세대 혼합형 팀, 직무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에도 과제가 남는다. 연령다양성은 자연스럽게 생산성으로 바뀌지 않는다. 세대가 섞인 조직일수록 갈등 관리, 업무 분장, 의사소통 구조, 교육훈련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큰 조직일수록 “다양한 나이대가 있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어떻게 협업하는가”가 중요해진다.

고령화 시대의 생산성 논의는 이제 나이 자체를 문제 삼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일터 경쟁력은 젊은 사람만으로도, 고령 인력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가진 경험과 기술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생산성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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