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000만 명 시대라는 요즘 개나 고양이와 실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도시이든 시골이든 집마다 병아리를 앞뜰에 놓아 키우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병아리는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대명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때문인지 병아리풀이니 병아리꽃나무, 병아리다리, 병아리방동사니, 병아리난초 등처럼 이름에 ‘병아리’란 단어가 들어가는 식물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 6월에 피기 시작해 여름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7월에 만개하는 병아리난초가 오늘의 주인공 야생화입니다.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전국에 분포한다”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설명대로 제주도와 울릉도 등 섬 지역은 물론 경기·강원도 등 중부 지역까지 전국 어디서나 자라고 있습니다. 귀하디귀한 광릉요강꽃이나 복주머니란처럼 아주 제한된 자생지에서 드물게 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가 즐겨 찾는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서울 시내의 이름난 산에서도 만날 수 있어, 눈 밝은 이들은 간혹 예기치 않은 조우의 기쁨을 누리기도 합니다.
서식 환경 또한 반 그늘진 계곡의 바위는 물론, 높은 산 능선의 절벽 위 또는 바닷가 모래밭 등 아무리 열악해도 손바닥만 한 이끼와 몇 가닥 뿌리를 내릴 틈만 있으면 족합니다. 다시 말해 원예종 난초처럼 바람 불면 날아갈세라, 비 오면 뿌리가 썩을세라, 가뭄 들면 말라 죽을세라 애지중지하지 않아도 해마다 때가 되면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전형적인 야생 난초입니다. 일부러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작은 관심과 정성만 쏟으면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접근의 용이성은 더할 나위 없는 장점입니다.
‘병아리’란 이름 앞머리에서 상상되듯 키도 작고 체구도 가냘픕니다. 낱낱의 병아리난초는 너비 1~2cm, 길이 3~8cm의 타원형 이파리 한 장을 땅바닥에 깔고, 그 위로 높이 8~20cm의 꽃대를 올립니다. 6~7월 쇠젓가락보다 가는 꽃대 윗부분에 작게는 서너 개에서 많게는 20개 이상의 자잘한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층층이 달리는데, 꽃은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차례차례 핍니다. 1~4cm 꽃차례에 4~8㎜ 정도 크기의 자잘한 꽃을 촘촘히 달고 오뚝 선 모습은 첫눈에 귀엽고 깜찍한 게 ‘병아리난초’란 이름이 그럴듯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딱히 꽃이나 잎 또는 전초 등의 어떤 특정한 형태가 병아리와 닮았다는 것인지는 아리송합니다. 예로부터 전해오던 명칭이거나 우리 학자들이 새로 지은 식물명이라기보다는, 일본명 ‘히나(병아리)란(蘭)’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꽃 색은 옅은 홍자색인데, 간혹 흰색으로 피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같은 병아리난초 속 식물로 구름병아리난초와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가 고산지대에서 드물게 자생합니다.
Where is it?
전국에 자생한다. ‘바위난초’라는 이명에서 알 수 있듯 주로 계곡이나 능선의 습한 바위 위에서 자란다. 야생화 동호인들이 최고로 꼽았던 자생지는 경남 김해의 불모산 중턱. 7월 초 되풀이되는 태풍과 장맛비를 이겨내고 수백 촉씩 꽃 피우던 병아리난초 군락은 그러나 불법 도채(盜採)로 몇 해 전 거의 파괴됐다. 서울 관악산과 인천 무의도 바닷가, 충북 괴산의 이만봉도 병아리난초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자생지다. 특히 이만봉은 등산로 바위 절벽마다 자랄 만큼 병아리난초가 흔하다.
여름은 누가 뭐래도 ‘물의 계절’입니다. 폭염이 시작되면 산과 들로 향하던 발길이 자연히 시원한 바다와 강, 계곡, 연못 등을 찾기 마련입니다. 앞서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공중에서 천상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등칡꽃을 소개하면서 귀띔했듯,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땅과 하늘, 바다, 물 등 어느 곳에서든 꽃이 핍니다. 그중 연꽃과 수련을 비롯해 각시수련, 남개연, 어리연꽃, 마름, 자라풀, 통발, 물여뀌, 보풀, 물옥잠, 부들, 갈대 등 다양한 식물들이 저수지나 연못, 늪지, 습지 등에 자생하며 특유의 꽃을 피웁니다. ‘수생식물’이라 불리는 이들 중 어떤 것은 물밑 땅속에 뿌리를 내린 채 잎과 줄기를 물 밖으로 내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잎을 수면에 띄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뿌리와 줄기를 수중에 뻗은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식물체 전체가 아예 물에 잠겨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식물 중 6월이면 피어나 ‘물의 계절’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물풀이 있습니다. 처음엔 암꽃이었다가 그다음 날부터는 수꽃으로 살기에 ‘물의 요정’이라 부르는 순채(蓴菜)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연꽃이나 수련, 마름처럼 친숙한 수생식물이었습니다. 나물 채(菜) 자가 이름에 들어 있듯, 잎과 줄기 등을 쌈과 국 등으로 식용하거나 약재로 활용했을 만큼 전국적으로 폭넓고 풍성하게 자라던 우리 꽃입니다. 하지만 근대화와 산업화의 여파로 순채가 자라던 저수지, 연못, 물웅덩이 등이 없어지거나 오염되면서 대부분 함께 사라졌고, 일부만 살아남아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연못에서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는 순채는 고달픈 생존 투쟁의 와중에도 어김없이 5월 말부터 늦게는 8월까지 단아하면서도 품격 높은 홍자색 꽃을 선물처럼 내어줍니다. 꽃자루마다 하나씩 달리는 2cm 안팎의 꽃은 이틀 동안 피는데, 첫날 오전 암술이 성숙한 암꽃으로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물속에 잠깁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두 배 이상 높게 물 위로 솟아 수술이 가득한 꽃잎을 펼쳤다가 물속으로 잠깁니다. 처음 10개 안팎의 암술이 성숙한 암꽃이었다가 다음 날 20개 안팎의 수술이 암술을 감싸는 수꽃이 되어 수면 위로 높게 오르는 것은, 자기 꽃가루받이를 피해 열성 유전을 막으려는 고도의 생존 본능 결과라고 식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꽃의 크기는 지름 2cm 안팎이고, 각각 3장인 꽃잎과 꽃받침잎이 모두 꽃잎처럼 보이지만, 안쪽의 꽃잎이 바깥쪽 꽃받침잎보다 다소 길어 구분됩니다. 특히 순채의 물속줄기와 꽃줄기, 어린잎은 우무라 불리는 투명하고 끈끈한 액체에 싸여 있는데, 예로부터 약재이자 나물로 쓰였다고 합니다. 다 자란 잎은 길이 6~10cm, 너비 4~6cm 크기의 타원형으로 수면을 가득 채웁니다.
Where is it?
북쪽의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시작해, 중부의 충북 제천, 남으로는 경남 합천,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10여 곳 정도의 몇몇 오래된 연못이 순채의 자생지로 남아 있다. 제주의 경우 북제주의 선흘곶자왈을 비롯해 김녕, 동복, 덕천, 남제주의 하천과 신풍 등 6곳의 연못에 순채가 자라고 있어 비교적 만나기가 수월한 편이다. 자생지의 수는 적지만 자생지에 서식하는 개체 수는 풍부해, 찾아가기만 하면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낸드플래시(NAND Flash)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는 평택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설 계획을 밝힌 후 10여일 만에 추가 투자 공개다.
삼성전자가 평택 제2공장 파운드리·낸드플래시 라인 신설에 투자하는 금액은 최소 18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연이은 대규모 투자 집행으로 삼성전자의 ‘초(超)격차’ 전략이 속도를 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IM 실적 정상화도 기대
삼성전자는 올 4분기까지 클린룸 공사를 완공하고 내년 2분기까지 장비를 입고한 후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낸드 신규 투자 규모는 기존 65K에서 85K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상고하저’로 예상됐던 국내 관련 장비업체 실적은 삼성전자의 최근 투자 발표들로 인해 하반기 모멘텀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낸드 투자 는 올해보다 내년 집행이 많아 2021년 실적 반영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반기 발표되는 아이폰12 등 5G 스마트폰의 낸드 평균 탑재량이 증가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로 PC SSD 수요가 양호한 편이다. 올해 글로벌 낸드 수요 증가가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공급 증가치인 2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반기에 공개될 Sony PS5가 시리즈 중 처음으로 HDD 대신 SSD를 탑재하는 점도 낸드 수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당 825GB 탑재하고 연간 2000만 대 판매 가정 시 전세계 연간 낸드 수요 5%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하반기로 가면서 증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D램의 실적 개선으로 반도체부문의 이익 증가뿐만 아니라,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 회복으로 인한 IM(IT·모바일)사업부 실적 정상화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삼성전자를 올 하반기 반도체 최선호 종목으로 제시하며, 목표주가 6만8000원을 내놨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도 각각 ‘매수’와 목표주가 6만6000원, 6만4000원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2일 주가는 종가기준 5만1400원이다.
KT는 남양주종합재가센터에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기도 사회서비스원과 스마트 돌봄 및 노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기관은 이번 MOU를 통해 '스마트 돌봄 매니저'를 양성하고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계획이다. 스마트 돌봄 매니저는 노년층 대상 정보기술(IT) 교육을 위해 양성된 시니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를 의미한다. 이들은 홀몸노년층 대상 치매 예방 교육과 그 외 지역사회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IT 기술을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MOU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년층 일자리 사업 예산 지원을 포함한 사업을 총괄하고 KT는 정보격차 해소 교육과 노년층 일자리 신규 사업 콘텐츠 개발, 스마트 돌봄 매니저를 양성한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은 지역 내 스마트 돌봄 매니저 서비스 수요자를 발굴하고 매니저 양성 교육을 지원한다.
이들 기관은 시범적으로 올 12월까지 경기도 세 지역(남양주시·과천시·의왕시)에서 스마트 돌봄 매니저 60명을 양성하고 일자리에 배치한다. 내년에는 전국 500명 규모로 사업을 확대해 시행할 계획이다. 자세한 모집 계획은 6월 중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수행기관인 과천실버인력뱅크·의왕시니어클럽·남양주실버인력뱅크를 통해 공고된다.
스마트 돌봄 매니저는 60세 이상 남양주·과천·의왕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매니저들은 한 달 간 매니저 양성 교육에 참여하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근무에 들어간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 상무는 “이번 민관협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우리 시니어 계층이 더욱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KT는 스마트 돌봄 서비스 확충 등 고령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의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견조해 보인다. 물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신규 SI(System Integration) 프로젝트 집행 지연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매출액의 55%를 차지하는 정보기술(IT) 아웃소싱은 고객사들의 경상적인 업무수행에 필수적이다. 또 대외고객 비중이 5% 수준으로 낮아 실적 변동성이 낮아 주가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대면 경제 가속화로 수혜 예상
현대오토에버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한 3290억 원, 영업이익은 3% 감소한 114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다. SI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든 1468억 원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SI 프로젝트 일정 지연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보다 외형이 축소됐다.
하지만 ITO부문은 17% 늘어난 1823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 인력 통합과 인도 기아차 신공장 시스템 운영 증가로 크게 성장하며 SI부문 부진을 상쇄했다. 다만 비수기 영향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연구개발비와 감가상각비 증가로 수익성 둔화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SI부문 역신장을 국내외 계열사 IT인원 통합을 통한 ITO부문 강세로 상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앞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경제 인프라 구축(디지털전환) 가속화가 기대된다. 삼성에 이어 LG, SK도 앞으로 2년 안에 그룹 차원의 클라우드 전환 완료를 목표로 두고 있고, 민간 및 공공부문 확산이 예상된다.
이에 현대오토에버는 글로벌 One-IT,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빌딩·홈, 스마트모빌리티 등 전략사업 매출 비중 확대로 중장기 성장 강화 및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진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오토에버는 다년간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 솔루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오토에버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6000원을 제시했다. 또 NH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5만5000원을 유지했다. 지난 6일 현대오토에버 주가는 종가기준 4만750원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노후 자산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은퇴 후 고정수입이 줄었거나 사라졌다면 자산을 늘리기는커녕 지키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기다.
호주는 어떤 상황일까? 호주 국민은 노후 자산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호주가 전 세계 연금시장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그들만의 투자원칙이 있다. 김혜령 하나은행 은퇴설계센터 수석연구원은 “호주 국민의 투자원칙은 노후 자산관리 측면에서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을 만나 호주 국민의 노후 투자원칙에 대해 물어봤다.
◇왜 미국과 유럽이 아닌 호주인가
“호주는 전 세계 연금시장 경쟁력을 평가하는 멜번-머서 글로벌 연금 인덱스(MMGPI)에서 3위를 차지한 나라입니다. 그 명성에 맞게 지난해 12월 기준 자산규모가 2조9000억 호주달러(약 2300조 원)나 됩니다.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을 6.7%나 거둬 성공적인 노후 자산관리 모델로 꼽힙니다. 비결은 ‘글로벌 자산배분’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지난 20년 동안 IT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의 부침 속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노후 자산관리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호주 국민은 어떻게 투자를 할까
“호주 국민은 자산배분에 능숙합니다. 요즘처럼 변동성이 커진 시기일수록 처음 수립한 자산배분에 충실합니다. 웬만해선 도중에 투자처를 바꾸는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야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니어 세대 역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자산을 불리는 식으로 멀리 내다보며 노후를 준비합니다. 한국의 시니어도 장기적인 전략으로 노후 자산관리를 실현해나가길 제안합니다.”
◇국내와 해외 중 어느 곳이 좋을까
“분산투자는 필수입니다.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까지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등 안전자산도 바라봐야 탄탄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글로벌 자산배분이 필수입니다. 미국 증시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연초 대비 20% 하락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회복세를 보이며 선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투자자산에 분산투자를 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길입니다.”
◇더 쉽게 글로벌 자산배분을 하려면
“글로벌 자산배분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합니다. ETF를 활용하면 자산배분이 더 빠르고 수월해집니다. IT업종이 유망하다고 판단되면 종목을 개별적으로 선별할 필요 없이 해당 업종 ETF를 매수하면 됩니다. 투자가 좀 더 쉬워지는 거죠. 예전에는 ETF 내 주식의 비중이 컸지만 요즘은 채권, 섹터, 원자재까지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ETF를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TF는 거래소에서 일반 주식처럼 빠르게 매매할 수 있습니다. 일반 펀드의 경우 매수와 매도에 따른 손익이 실현되기까지 7~8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ETF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합니다. 운용비와 수수료도 낮은 편입니다. 지난해 ETF 순자산 총액은 역대 최고 금액인 52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수익률은 해외 주요 증시와 연동된 상품이 좋았습니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80%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추천하는 자산배분 모델이 있다면
“연평균 6~7%의 수익률을 유지하는 호주의 연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주식 22%, 해외 주식 25%, 국내외 채권 21%, 부동산 및 인프라 12%, 현금 12%, 헤지펀드 등 7%로 다양하게 자산이 분배됐습니다. 국내 모델 중에는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사례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국민연금은 7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며 연평균 5%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50% 가까이 되는데, 최근에는 대체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자산배분 모델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당수익을 염두에 둔 투자 방법은
“배당주나 우선주 등에 투자하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우선주 중에선 최소배당금이 정해진 특수우선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배당수익을 지급합니다. 물론 지금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돼 배당액이 당분간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회복될 전망이라 투자 매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역시 장기적인 측면에서 자산배분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김혜령 하나은행 은퇴설계센터 수석연구원
전 교보생명보험 법인영업지원팀, 전 NH투자증권 연금운영팀, 전 미래에셋대우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은퇴설계 가이드북 ‘Hana하나 실천해보는 행복노하우’와 은퇴분석 보고서 ‘서구 은퇴소득시장 현황 및 시사점’ 저자, 하나은행 은퇴 및 연금설계 강사.
세월이 참 쏜살같습니다. 화창한 봄 가곡 ‘동무 생각’을 부르던 누이들 얼굴엔 어느덧 주름이 깊게 파이고 흰머리 가득한 할머니들이 되었습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들녘을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설익은 앵두처럼 풋풋했던 황혼의 누이들이 가만가만 속삭입니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 유자효의 시 ‘인생’ 중에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온 산이 풀빛으로 물들어가는 강원도 삼척의 고갯길을 지나다 갑자기 들려오는 웅장한 교향악 소리에 멈춰 섰습니다. 그 옛날 누이들이 입을 모아 합창하던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듯한 환청을 들었습니다, 수십, 수백, 수천 개의 관악기가 봄날의 환희를 노래하는 듯한 천상의 교향악을 들었습니다. 숱한 수가 한꺼번에 울리니 그 소리는 산과 계곡을 압도합니다. 숲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주인공은 바로 유별난 생김새를 무기로 단번에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등칡의 꽃입니다.
나뭇가지를 휘감으며 최대 10m까지 길게 뻗는 줄기뿐만 아니라 10~26cm로 제법 큰 데다 하늘을 뒤덮을 듯 풍성하게 나는 심장형 잎이 칡을 빼닮았고, 무성한 가지마다 잎겨드랑이에서 꽃송이를 숱하게 늘어뜨린 것이 등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등칡이라 불리는 덩굴식물입니다. 그런데 누에고치 집을 U자형으로 구부려 놓은 듯한 길이 10㎝ 안팎의 꽃이 참 독특하니 매력적입니다. 4~5월에 피는 꽃의 구조는 단순해, 지름 18㎜ 정도인 꼬부라진 통부(筒部)와 3개로 갈라진 꽃가장자리로 되어 있습니다.
꽃 색은 다소 평범해 통부 입구의 꽃가장자리는 연한 노란색, 통부는 밝은 연녹색, 안쪽 중앙부는 연갈색이며, 밑에는 검은 자주색, 윗부분엔 보랏빛의 갈색 반점이 있는 등 전체적으로 황록색을 띱니다. 하지만 꽃 모양은 오묘해서 대개는 “앗, 색소폰을 닮았네”라는 첫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혹자는 한술 더 떠 통부를 옆에서 보면 남성의 상징을, 정면에서 보면 여성의 국부를 연상하게 된다며 “애들은 가라”라는 우스갯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선에 대해 식물학자들은 말합니다. “꽃은 곱건 밉건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꽃 색이 대부분 황색인 것은 수분을 돕는 꿀벌 등 곤충이 가장 잘 식별하는 색이 황색이기 때문이다.” 꽃 구조가 야릇해 마주보기가 민망한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말이겠지요. 실제 등칡의 생식기관인 꽃 안으로 벌이나 파리가 일단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 새끼손가락만 한 통부 안에서 발버둥을 치다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잔뜩 옮겨 수분을 돕게 된다고 합니다.
Where is it?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중국 및 극동 러시아, 그리고 함경북도에서 강원도까지 분포한다. 강원도 이북에서 많이 자란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남으로 경북 청송의 주왕산, 경남 거제도까지 개체 수는 많지 않지만, 널리 분포한다. 서울 등 수도권의 야생화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에 있는 화악산. 강원도 삼척 일대 계곡과 너덜지대에서는 등칡의 꽃이 줄줄이 달려 천상의 교향악을 울리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울산의 재약산에선 수령 300년 된 노거수 등칡 2그루가 발견되기도 했다.
2017년, 갑작스런 사위의 발령으로 인해, 손자들은 어학 준비를 못 한 채 파리의 국제학교에 입학했다. 영어, 불어, 모국어 사이에서 방황하는 손자들은 매일 아침 등교를 거부하였다. 낯선 이국생활의 시작은 딸 자신에게도 매우 버거웠다. 급기야 나에게 SOS가 날아왔고 딸바보인 나는 이틀 만에 프랑스에 도착했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손자들의 등하교 챙기기였다. 군소리 안하고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 등교 시 1유로씩, 하교 시 나를 쳐다보지 않고 앞장서서 제대로 집을 찾으면 1유로씩을 지급했다. 그리고 각종 생활수칙을 잘 지키면 즉시 현금 포상을 하였고, 특히 그 돈들은 절대 딸 내외가 손을 못 대게 하였다. 이렇게 등하교 및 이국생활 문제들은 해결되었고 애들은 점차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나자 손자들의 학교생활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먼저 식당에서부터였다. 프랑스에서는 급식시간에 모든 학생들에게 잼이 지급된다. 그런데 그 용기는 햄버거 가게의 토마토케첩처럼 손톱으로 찢어야만 한다. 그런데 외국 아이들은 그것에 매우 서투르다. 하지만 우리 손자들은 옷에 흘리지 않게 귀퉁이를 잡아 찢는, 그 섬세한 작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쉽사리 해 냈다. 그래서 점심시간마다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에게 잼 봉지 찢기 봉사를 하며, 손자들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 후 체육시간에 신발 끈을 제대로 못 매 쩔쩔매는 영국 애들, 교복 넥타이를 못 매는 독일 애들, 연필을 칼로 못 깎는 미국 애들까지 도와주면서, 타고난 손재주를 과시하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모두 한민족 유전자 덕분이었다.
프랑스 주최인 2019년 5월의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의 명성은 상한가를 쳤다. 딸네가 살고 있는 파리 근교의 자그마한 동네(Chatou) 영화관에서도 ‘기생충’이 상영되었다. 딸 부부는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자막 없이 보는 한국 영화가 반가웠기도 했지만, 영화 종료 후 동네사람들이 딸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축하를 받으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다.
2020년, 우울한 시작이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한반도를 급습했다. 그러자 프랑스 사람들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교장선생님은 직접 딸에게 전화를 해 겨울방학 중 한국에 다녀왔는지를 물었다. 길거리에서의 동양인들은 기피 대상이었고, 2월인 작은 손자의 생일파티는 당연히 취소되었다. 그들에게 우리 한국인은 검정색 마스크를 쓴 채 파리 중심가에서 쇼핑하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유력 신문인 ‘르몽드’에 코로나19 확산의 주역인 신천지교회 이만희 총회장이 땅에 엎드려 절하는 사진이 실리면서, 그동안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급락하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IT산업 강국인 한국과 이상한 종교가 판치는 한국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원래 신체가 건장하고 생활수준도 높아 코로나19쯤은 걸려봤자 감기처럼 금방 낫는다고 자부했다. 자신들의 문화와 어긋나는 마스크 착용은 당연히 무시되었다. 그들에게 코로나19는 먼 극동의 비위생적인 국가들 얘기였다. 그런데….
프랑스에서의 코로나19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는 마크롱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19에 대한 논의를 하였고 그로 인해 G20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다시 롤러코스트를 탔다. 이제는 한국 방역모델이라는 말이 일반명사화 될 정도로 자주 등장하고, 한국을 걱정하던 이들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분위기로 급변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앞으로 또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리에서 3명의 자녀와 함께 4년째 거주하고 있는 딸과 사위는 이렇게 고국의 위상 변화에 얹어져 어지러운 롤러코스트를 타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겨울이 채 물러나기도 전 얼음장을 뚫고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이 서둘러 피더니 순식간에 온 숲에 연둣빛이 차고 넘칩니다. 산비탈과 계곡에 나뒹굴던 칙칙한 갈잎은 어느새 저만치 물러나고, 생기발랄한 신록의 이파리들이 오가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 이양하의 ‘신록예찬’ 중
그렇습니다. 이즈음의 신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하다는 데 동감하지만, 그럼에도 연둣빛 숲에 화룡점정(畵龍點睛)하는 또 다른 주연이 있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지랑이 피는 들녘을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노랑나비처럼, 여기저기 피어나는 샛노란 노랑붓꽃이 그 주인공입니다.
꽃봉오리가 먹물을 머금은 붓을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은 붓꽃. 붓꽃과 식물은 세계적으로 1500여 종이, 우리나라에도 20여 종이 자생한다고 합니다. 꽃이 크고 모양과 색이 화려한 데다 잎도 풍성해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하기에 적합해서인지, 예로부터 많은 화가의 그림 소재가 되어왔습니다.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도 붓꽃을 즐겨 그린 화가로 유명합니다. 그가 입원해 있던 프랑스 남부의 한 정신병원 화단의 붓꽃을 보고 그렸다는 일련의 붓꽃 그림은, ‘아이리스(Iris·붓꽃) 연작’이란 이름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노란색 꽃병에 가득 담긴 붓꽃’이 그러하듯 그 색은 보라색 일색입니다. 대표작 ‘해바라기’처럼 노란색 붓꽃도 그렸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쉽지만 이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바람입니다. 노랑붓꽃은 한국의 특산식물이기에, 그릴 수 없었겠지요. 학명의 ‘koreana’는 바로 노랑붓꽃이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임을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노랑붓꽃은 금붓꽃과 더불어, 4~5월 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계곡 주변 숲속 그늘에서 자라고, 키는 20cm 정도로 대표 종인 붓꽃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뿌리에서 나오는 3~4장의 잎은 선형인데 폭 1.3cm, 길이 35cm까지 자랍니다. 꽃 색과 형태는 금붓꽃과 흡사합니다. 다만 꽃대 하나에 1개의 꽃이 피는 금붓꽃과 달리 항상 2개씩 꽃이 달리는, 즉 1경(莖·줄기) 2화(花)라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화창한 봄, 연초록 숲에 핀 수십 송이의 노랑붓꽃은 하늘에서 내려온 샛노란 요정들을 보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합니다.
Where is it?
봄부터 가을까지 산과 들에 다양한 붓꽃이 핀다.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보라색 꽃을 피우는 붓꽃을 필두로 각시붓꽃과 난쟁이붓꽃, 솔붓꽃, 대청붓꽃, 부채붓꽃, 노랑무늬붓꽃, 등심붓꽃 등 20여 종이 조금씩 다른 저만의 독특한 꽃을 피운다. 제주도 이외 전국에 분포하는, 개체 수가 풍부한 금붓꽃과 달리 노랑붓꽃은 전북 변산반도 일대와 전남 내장산 일대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한다. 한반도 고유종인데, 이는 국내 자생지가 파괴되면 종 자체가 절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각별한 관심과 보호가 요구된다.
제가 사는 곳은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 길목의 인구 20만 명이 사는 도시입니다. 온타리오의 많은 주택지처럼 계속 인구가 팽창해 집값이 많이 오른 타운입니다만 제 주거지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큰길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건물의 콘도를 구입했던 게 6년 전인데 한적하고 운치 있는 동네를 떠나 큰길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은 결코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쾌적한 동네가 아니어서 망설이기는 했지만 수년 전 과감하게 결론을 내렸던 이유는, 제 연령대의 여성들에 비해 건강이 빨리 나빠지고 있어 시니어(senior, 65세 이상의 노인을 칭함)가 될 때를 위한 필수 준비를 서둘렀던 것입니다.
모든 편리한 시설들이 가까이 있습니다. 가정의 병원과 치과, 약국, 우체국, 급할 때 필요한 일용품과 간단한 식품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 버거킹 햄버거 숍까지 근처 500m 거리에 있어서 차를 더 이상 몰 수 없게 되었을 때 걸어서 가거나 휠체어를 밀고도 갈 수 있습니다. 1km 떨어진 곳엔 백화점이 있는 쇼핑센터와 거래 은행도 있습니다. 큰길 건너편에는 예술대학교가 있어 학교 입구에 여러 곳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들이 있고, 그 버스들은 대개가 버스로 5분 거리인 GO(Government of Ontario) train 기차역으로 연결되어 있어 근처 도시와 토론토까지 한두 시간 정도면 승용차 없이도 갈 수 있습니다.
캐나다 노인복지혜택은?
시니어가 된 후 처음으로 캐나다에 사는 시니어들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시에서 받는 일반 혜택은 전혀 없고 한국처럼 노인정 같은 편리시설은 인구 20만 명인 이 도시에 오직 두 곳인데 거리가 멀어 자동차 없이는 불편합니다.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나 수업료는 무료가 아니며 치매 환자들을 도와주는 데이케어센터(Daycare Center)도 없습니다. 집에서 오갈 수 있는 시니어 데이케어센터가 아니라 아예 치매 환자만 모여 있는 요양원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연방정부에서 받는 노인기본연금(OAS)과 시니어이지만 저축성 국민연금(CPP)을 적립하지 않았거나 다른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 시니어에 대한 보조금 액수도 알아봤습니다. 현재 캐나다 국적자이거나 영주권자 시니어가 정부에서 받는 노인기본연금은 최고 한도액이 한 달에 613.53달러(약 55만 원)이지만 누구나 똑같이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민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정책으로 40년 이상 캐나다 거주자만이 최고 한도액을 수령할 수 있으며 거주기간에 따라 수령액수가 달라집니다. 25년을 거주한 저는 현재 242.98 달러(약 21만 원)를 받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은 일절 없습니다. 저소득층 시니어에게 주는 정부 보조금(GIS)은 노인기본연금과 보조금을 합해 최고 한도액이 1529.95달러(약 136만 원)입니다.
정부 보조금으로는 생활 어려워
노인기본연금 수령액이 적든 많든 소득이 전혀 없을 경우의 총합계이며 별도의 소득이 있다면 보조금 액수는 적어집니다. 정부 보조금 최고 한도액은 916.38달러(약 81만3000원)입니다. 그리고 저축성 국민연금의 최고 한도 수령액은 한 달에 1200달러 정도이지만 그것도 얼마나 오래 적립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연금은 소득으로 계산되어 정부 보조금 수령액이 적어집니다.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매월 정부 보조금과 노인기본연금을 합한 최고 한도 수령액 1529.91달러(약 136만 원)의 연금과 저축성 국민연금 최고 한도 수령액 1200달러로 캐나다에서, 특히 GTA(Great Toronto Area) 토론토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는 보조금이 줄어듭니다. 제 경우는 저축성 국민연금 수령액이 약 600달러여서 정부에서 받는 노인기본연금과 국민연금 합계는 842.98달러입니다.
그래서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자산이나 저축이 없는 시니어들은 연금으로 살 수 없어 집을 담보로 역대출을 받아 살아가든지 집을 팔고 정부 보조 임대 아파트로 옮겨가야 하는데 신청에서 입주까지 10년이 걸립니다. 이런 경우에도 무료가 아닌 연금 액수와 소득에 비례한 임차료를 정부에 지불해야 합니다. 결국 주택 소유자가 아니거나 수입원이 없거나, 저축한 돈이 없는 시니어들은 홈리스가 되거나 빈민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서민층의 오래된 아파트 임대료가 한 달에 1800달러(방1, 거실1, 부엌, 욕실), 2000달러(방2, 거실1, 부엌, 욕실)인데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시니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 식품비도 30%나 올랐습니다(온타리오 한국 식품점에서 판매하는 한국산 식품비는 2년 전에 비해 40~50% 상승). 지하철과 버스 이용료도 무료가 아닙니다.
캐나다의 IT 통신요금은 비싸기로 악명 높습니다. 제 경우 핸드폰 수수료는 8기가 사용료로 매월 82~100달러, 가정용 인터넷은 제한된 TV 채널 사용료와 전화비를 포함해 125달러를 지불합니다. 제가 받는 노인기본연금이 통신 시스템 사용료로 모두 쓰이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사는 콘도 관리비는 매월 1000달러, 주택세는 1년에 3000달러 정도 됩니다. 여기에 식품비, 약값, 보험료, 유류, 차량 유지비 등까지 더하면 아무리 절약해도 정부에서 받는 연금으로는 매월 수천 달러 적자입니다. 그러니 임대 아파트를 렌트해서 살든 자가 소유의 콘도가 있든 상관없이 정부가 저소득층 노인에게 주는 최고 한도액 보조금으로는 생존이 어렵습니다. 물론 직장연금(소방서원이거나 공무원, 은행 같은 대기업의 경우)을 많이 받는 시니어는 형편이 좋겠지만요.
의료 서비스는 무료이지만 시니어들도 예외 없이 MRI·CT 촬영, 암 검사 등을 하려면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전문의와의 상담은 최소 3~6개월 정도 걸리며 수술은 1~2년씩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약값도 개인이 지불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 시력검사, 폐렴·대상포진·독감 예방주사, 건강검진이 정부에서 무료로 주는 혜택이지요. 긍정적인 일은 슈퍼나 백화점이 일주일에 하루 시니어를 위한 날을 정해 5~10%의 할인 판매를 한다는 것입니다. 맥도널드는 시니어에게 커피를 1달러에 판매합니다.
복지국가로 소문난 캐나다이지만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캐나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시니어의 실상은 녹록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시니어들이 모여 놀 곳도 없는지 특히 남성들이 맥도널드 숍이나 백화점 입구 소파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 사는 시니어들만 힘든 게 아니고 한국에만 빈곤층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세계 어느 국가를 가도 복지국가 캐나다처럼 빈민도 있고 거지도 있고, 힘없고 돈 없는 퇴직한 노인들이 길거리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풍경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래도 한국에는 지하철 연결이 잘되어 있어 시니어들이 무료 지하철을 이용해 갈 곳도 많아 보였습니다. 또 빠른 의료 시스템, 치매 환자에 대한 국가 보조금과 간병 도우미를 쓸 수 있는 혜택이 있고, 노인 무료 데이케어센터도 있으니 여기 캐나다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만족하지 못하며 사는 것 같아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가난했던 나라에서 고생만 많이 하고 이젠 젊은 세대들에게 부양은커녕 존경도 받지 못하는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난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저 역시도 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에 삶을 다 바친 후 이 시대까지 숨차게 달려온 코캐네디언(Ko-Canadian) 시니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씁쓸하지만 이제 그 슬픔을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오마리
미국 패션스쿨 졸업, 미국 패션계 디자이너로 종사.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다.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구름 따라 떠돌며 구름 사진 찍는 나그네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