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을 80년으로 잡았을 때 잠으로 보내는 시간은 약 26년. 전 생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게다가 성인의 3분의 1은 수면장애를 겪는다니, 일생 3분의 1을 불면이나 수면 부족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질 낮은 삶을 이어가는 셈이다. 설상가상 2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의 질은 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수면장애 환자는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8년에 비해 1년 만에 13%나 증가해 2019년에는 64만 명 이상에 이르렀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아니라 해도 통상 수면장애 환자는 연간 8%씩 증가하는 추세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30분 이상 뒤척이며,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새벽을 맞는 일이 반복된다면 수면장애로 진단한다. 이런 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 수면장애자로 분류한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평균 수면 시간 8시간 22분에 비해 한국은 7시간 51분이다.
잠이 부족한 경우 다음 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면역력이 떨어지며 수명과도 직결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화두는 면역력이다.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개인의 면역력에 달렸다. 흔히 말하듯 잠은 보약 정도가 아니라 치료제인 셈이다. 각종 성인병과 치매 예방 등 건강의 관건은 질 높은 수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수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잠을 부르기 위해 우유 한 잔 마신다거나 따끈한 욕탕에 몸을 담그는 수준을 넘어, 숙면에 대한 갈급함을 IT 기술에 접목한 결과다. 질 높은 수면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슬립테크(Sleeptech : 잠과 기술의 합성어),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 잠과 경제의 합성어)라는 말이 생겨나며 바야흐로 수면 경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가 집계한 수면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2조 원에서 2019년엔 3조 원으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통해 불면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슬리포노믹스는 숙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침구류를 비롯해 숙면을 돕는 가전기기 개발, 수면 앱 등 다양한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숙면을 위한 솔루션을 살펴보자.
▶스마트 워치
도대체 얼마를 자야 충분히 잤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적정 수면 시간은 얼마일까. 많이 잤다고 해서 질 높은 수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마트 워치는 적정 수면 시간 및 부족한 수면, 깊은 수면 등을 분석, 파악하여 맞춤형 수면을 관리해준다. 가속도 센서를 장착해 자주 뒤척거리면 ‘얕은 수면’으로 측정하고, 움직임과 심박수가 함께 떨어져 있다면 ‘깊은 수면’으로 인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 밖에 24시간 심박수 및 스트레스 모니터링,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에 의한 수면 무호흡증, 건강 평가와 헬스 기능을 제공한다.
▶숙면 알리미
IoT 이불 밑에 깔아두기만 하면 수면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IoT 숙면 알리미’ 기기도 있다. 일종의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상품으로, 수면 중 호흡, 맥박, 뒤척임 수를 측정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수면의 질을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잠이 들면 불을 자동으로 끄는 기능, 냉난방 시스템 조절 장치도 함께 제공된다.
▶수면 목걸이
미세한 전자기 신호를 이용,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원리로 만들어진 목걸이나 클립 형태 제품. 낮 동안의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숙면으로 유도한다.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모드 선택도 가능하다. 비접촉 신경 자극 방식이라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아 수면 시 착용해도 부담이 없다.
▶스마트 침구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 중 하나인 코골이 감지 기능이 있는 침대가 출시되었다. 코 고는 소리가 감지되면 머리 부분을 자동으로 높여주는 센서를 장착했고, 발이 놓이는 부분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기능도 있어 편한 잠을 잘 수 있게 한다. 수면 중 몸의 움직임에 따라 침대 각도가 달라지면서 침대와 몸의 일체감을 주어 잠자리를 편하게 하는 전동 침대, 안고 자면 수면 호흡과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도하는 로봇 베개도 출시됐다. 잠든 채 에어컨, TV 등을 꺼주는 기능도 갖췄다.
▶인공지능 베개
스스로 높이 조절을 하는 베개. 수면무호흡증 등을 방지하기 위해 코 고는 소리를 감안해 기도를 확보해주는 기능과 목 부분 높이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최대 6단계까지 조절 가능하다. 잠이 깨지 않고 코골이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을 겪지 않게 하는 원리로 제작되었다. 연동된 앱을 통해 수면 시간과 코골이 정도 확인 등 수면 데이터를 주간, 월간, 연간으로 집계해 보여준다. 장기간 건강관리 측면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다.
▶수면 안경
일주일을 기준으로 매일 아침 2시간 동안 착용하면 밤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 수면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멜라토닌으로, 항염증·항노화 작용을 하며 면역력을 높여주고 바이러스를 억제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된다는 점이다.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검붉은 계열 조명이 도움이 된다. 푸른 계통의 조명은 각성 상태를 강화하여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안경의 녹색 자연광을 내뿜는 장치가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 밤에 집중적으로 활성화하도록 했다. 해외여행 때 시차 적응에도 유용하다.
▶숙면 앱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 약 10년 전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과 수면을 유도하는 앱으로, 고즈넉한 숲속의 텐트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려주거나,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잔잔한 바람 소리, 모닥불의 자작자작하는 소리, 고요한 물가나 경쾌한 파도 소리 등 자연 및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빚어지는 소리를 설정하여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잠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휴대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편 숙면용 음악만 제공하는 콘텐츠도 있다. ASMR는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을 때 더 효과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7일 만 65세 이상이면 소득과 상관없이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나라는 노인 상대빈곤율이 지난 2018년 기준 43.4%에 달한다. 기초연금제도 도입 후에도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상대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 비율이다.
또 “현재 소득 기준은 의미도 없고 객관적이지 않아 혼란과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며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인정액 상위 30% 노인들은 일부 자산이 있어도 실소득이 없어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선별 복지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급액도 현행 최대 30만 원에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기초연금 소득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기초연금 제도는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 이하인 노인이 신청하면 월 최대 30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만 65세 이상 노인은 모두 연금을 받게 된다.
다만 공무원연금 등 특수연금 수령자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수령액을 일정 비율 감액하도록 규정했다.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3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2년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 이용과 입원일 수도 OECD 평균보다 많고 길지만 의사와 간호사 수는 적고, 병상과 의료장비는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OECD가 발간한 ‘보건 통계 2021’을 주요 지표별로 나눠 우리나라와 각 국가의 수준·현황을 분석해 20일 발표했다. 해당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 수명은 2019년 기준 83.3년으로 OECD 평균인 81.0년보다 2.3년 길었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80.3년, 여자는 86.3년으로, OECD 평균보다 각각 2년, 2.7년 길었다.
반면 자살사망률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4.7명으로 OECD 평균인 11.0명의 2배가 넘었다.
건강 위험 요인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 비율이 16.4%로 OECD 평균 16.4%와 같았다. 순수 알코올 기준으로 측정한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은 연간 8.3L(리터)로 OECD 평균 8.8L보다 적었다. ‘과체중과 비만’인 15세 이상 국민은 33.7%로 일본 27.2%에 이어 둘째로 적었다. 다만 과체중과 비만 인구 비율은 2009년 30.5%에서 2014년 30.8%, 2019년 33.7%로 증가 추세다.
한국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임상의사와 간호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 같은 의료인력 규모가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사(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 3.6명보다 적었다. 우리보다 의사가 적은 곳은 폴란드(2.4명)와 멕시코(2.4명)뿐이었다. 간호사는 인구 1000명당 4.2명으로 OECD 평균 7.9명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인력은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1명이 받은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7.2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OECD 평균 6.8회와 비교하면 2.5배 수준이다. 적은 수의 의료 인력이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도 18.0일로 일본 27.3일 다음으로 길었다.
의료 인프라 등 물적 자원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많았다.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4개로 일본 12.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OECD 평균 4.4개의 약 3배에 달했다. 인구 100만 명당 자기공명영상(MRI) 보유 대수는 32.0대, 컴퓨터단층촬영기(CT 스캐너)는 39.6대로 모두 OECD 평균MRI 18.1대·CT 28.4대를 크게 웃돌았다. CT 이용은 248.8건으로 OECD 평균 154.8건보다 많았고, 최근 10년간 CT이용은 연평균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장기요양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과 장기요양시설 침상 수 합’은 60.4개로 집계됐다. OECD 평균은 45.7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장기요양 수급자 비율은 2009년 3.2%, 2014년 7.0%, 2019년 9.6%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최근 10년간 장기요양 수급자 비율의 연평균 증가율은 12%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장기요양 수급자 증가에 따라 GDP에서 장기요양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0.4%에서 2019년 1.1%로 증가했다.
노형준 보건복지부 정책통계담당관은 “OECD 건강 통계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현 수준을 평가하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기초자료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비교 가능한 보건의료 통계의 지속적인 생산과 활용을 위해 OECD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갱년기는 흔히 여성 문제로 치부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중년 남성 사이에서 우울증이 급증하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갱년기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중년 남성의 경우 우울증을 방치하다가 병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어 더욱 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예방에 대한 통합적 정보를 제공하는 ‘2021 자살예방백서’를 5일 발간했다. 이 백서는 2019년 자살현황 및 우리나라 자해·자살 시도 현황과 OECD 회원국 자살 통계를 담았다.
2019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해 80세 이상(67.4명)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자살사망자 수는 50대가 28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자가 70.5%로 여자 29.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7년 기준 10만 명 당 23.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고, OECD 평균인 11.2명보다 2.1배 높았다.
남자들의 자살률이 여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50대 중년 남성의 우울증을 꼽는다. 중년 남성 우울증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0대 남성 우울증 환자는 2008년 이후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했고, 연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남성 환자 중 50~60대 환자가 전체에서 34%를 차지했다.
중년 남성 우울증, 원인은?
남성 갱년기는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지면서 주로 50~65세쯤 여러 징후를 보이며 나타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함께 감소하면서 우울증이 유발된다.
이러한 신체적 요인과 더불어 환경 요인도 중년 남성의 우울감을 심화시킨다. 중년 남성은 은퇴를 전후로, 노후 대책 우려와 가족 부양 부담이 겹치는 등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낀다. 이것이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50대 남성은 걱정거리를 묻는 질문에 노후생활과 자녀교육, 일자리 등을 많이 꼽았다. 자신의 일자리 유지와 노후생활을 장담하지 못하는 가운데 높은 주거비, 자녀교육과 부모부양 등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이 취업난으로 갈수록 독립이 늦어지는 20대와 30대를 부양하는 부모 세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과 치료 방안은?
1. 직업을 가져라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의 연구에 따르면 직업이 있는 50세 이상 중·장년층은 주부 또는 실직자보다 우울할 확률이 48%~6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직업 활동 같은 ‘활동적인 노화(active ageing)’ 과정을 거치면 우울증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2. 사람들과 교류하라
전문가들은 직업이 없더라도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혼자 있는 것은 우울증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정기적인 활동이 없을 경우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지로라도 친목활동, 가족모임 등을 자주 가지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3. 신체를 움직이는 취미활동을 하라
어떤 종류건 본인이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을 동반한 취미를 가질 경우, 떨어지는 체력도 향상시키고 기분 전환도 꾀할 수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취미활동을 하면 더 좋다. 그동안 똑같이 유지하고 반복하던 일상과 생활습관에 변화를 줘, 건강한 생활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중년의 우울증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도 필요하다. 50세 이상 시니어들이 기존의 직업 활동을 지속하거나 새로운 사회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허휴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성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혼자 견디려고 하기보다 가능하다면 가까운 사람과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황혼으로 접어드는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뛰어들어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시기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소위 ‘라떼’로 불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왕년’이었던 그 시절.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8090 시대의 감성을 듬뿍 담은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피끓는 청춘 (Hot Young Bloods, 2014)
교련복을 입은 채 덜컹거리는 통학 열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며, 스타벅스 대신 맛나당 빵집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두 남녀. 그 모습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면, 이 영화 또한 향수에 젖어 즐길 수 있다. 영화 ‘피끓는 청춘’은 1982년 충청남도 홍성의 한 시골 마을, 소위 ‘잘 나가는 애들’이 모인 학교 홍성농고를 배경으로 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일진 영숙(박보영),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서울에서 전학 온 청순한 여고생 소희(이세영), 그리고 홍성공고 최고의 싸움꾼 광식(김영광) 사이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교복 의무화의 마지막 세대인 1982년 농촌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동년배의 추억을 자극한다. 특히 양은 도시락, 롤러스케이트, 나팔바지, 맥가이버칼 등 반가운 소품이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더욱 생생하게 재현한다. 여기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까지 더해져 마치 고등학생 버전의 ‘전원일기’를 보는 듯한 재미를 자아낸다. 맑은 이미지로 사랑받은 배우 박보영과 이종석의 연기 변신도 압권이다. 학생들의 사랑싸움이 유치하게 느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애틋해지는 작품. 마음만은 ‘피끓는 청춘’이니 너무 상심해 말자.
2.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SAMJIN COMPANY ENGLISH CLASS, 2020)
1982년에서 약 10년 뒤로 시간 여행을 해보자. 장소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대기업 본사. 이곳에는 토익 600점을 목표로 영어 공부를 하는 고졸 출신 사원 세 명이 있으니, 바로 삼진그룹의 자영(고아성)과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이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승진을 위해 뭉친 삼진그룹의 말단 여직원들이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되고, 그 전말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는다. 실제 사건인 1991년 페놀방류사건을 모티브로 해 현실감을 더한다.
영화는 유니폼을 갖춰 입은 주인공이 대졸 직원들의 믹스 커피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상 나온 여자 직원이라면 능력에 관계없이 커피를 타고 상사의 재떨이까지 비워줘야 했던 그 시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자영이 심부름을 갔다가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되는 장면을 목격한 뒤로, 상황은 역전된다. 각 주인공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 회사의 비밀을 캐나간다. 힘없는 말단 직원들의 고군분투로 사회 정의를 도모하는 줄거리는 무모할지라도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여성 연대라는 시대적 메시지를 반영한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시니어가 사회의 중추를 이루었던 1990년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 현역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유쾌하게 볼 수 있다.
3. 국가부도의 날 (Default, 2018)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리던 그때, 나라를 뒤흔든 대규모의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 모두가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기대했지만, 가정이 무너지고 기업은 줄도산을 겪는다. 그 시절 경제 활동의 중심에 서 있던 시니어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은 대한민국의 명암이 동시에 드리워진 시기, 1997년 IMF 사건을 다룬다.
영화는 국가부도의 날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의 과정을 네 인물의 시각으로 그려낸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시현(김혜수)이 곧 나라에 닥쳐올 경제 위기를 막으려 할 때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정치의 판을 바꾸려 하고, 금융맨 정학(유아인)은 배팅의 기회를 노린다.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서로 다른 입장을 지녔지만, 같은 시간 속에서 악전고투를 벌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IMF 시대를 견뎌낸 모든 이들의 씁쓸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현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는 여성 원톱 영화로, 배우 김혜수의 열연이 돋보인다.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흘러나오는 그 시절 앵커의 목소리와 뉴스 소식에 21년 전 금 모으기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깨어남을 느낄 수 있다.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우 무겁게 다가온다. 특히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는 유가족에게도 더욱 고통스러움을 남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바이러스만큼 긴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로 ‘노인 자살’을 꼽는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 자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6.6명으로 OECD 37개국 중 1위다.
노인 자살, 원인은?
노인은 질병 만성화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우울감과 무력감을 겪는다. 이러다 보면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찰청 변사자료 자살 통계에 따르면 61세 이상의 자살 동기는 육체적 질병 문제가 41.6%로 가장 높았다. 정신과 문제가 29.4%로 뒤를 이었다. 생활고는 11.9%, 가정 문제는 6.9%였다.
육체적 질병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은 무려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육체적 질병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셈이다.
노인들이 보내는 경고 신호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살 사망자 566명의 유족 683명을 심층 면담한 ‘심리 부검’을 진행했다.
심리 부검은 유족의 진술이나 관련 기록을 분석해 자살 사망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패턴을 보였는지 살펴보고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과정이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경찰 등을 통해 심리 부검 의뢰를 접수했거나 면담을 신청한 유족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결과를 살펴보면 자살자 566명 중 529명인 93.5%는 사망 전 주변에 언어·행동·정서적 경고 신호를 보냈다. 죄책감이나 무력감 같은 감정 변화와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자는 식의 변화를 보였다.
노인들은 연령에 따라 조금씩 경고 신호가 달랐다. 50~64세는 갑자기 식사량 변화로 급격한 체중 변화가 나타났고, 65세 이상은 아끼던 물건을 주변에 나눠줬다.
사망 3개월 이내 더 심해지는 경고 신호, 주변의 관심이 중요
이러한 경고 신호는 대부분 사망 3개월 이내, 사망 시점에 가까워졌을 때 빈도가 잦아졌다. 자살 사망자 10명 중 9명인 91.2%는 사망 3개월 전에 주변을 정리했다. 사망 1주 전에 이러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경우도 절반에 가까운 47.8%였다. 하지만 이런 경고 신호가 나타났는데도 119명인 22.5%만이 주변에서 인지했다. 또 35.2%는 사망 전 이미 한 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했다.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까지 이르는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신체적으로 약한 노인들은 한 번의 자살 시도로도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많아 더 주의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해당 노인과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같은 주변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삶이 고독했다고 그 죽음마저 고독해서는 안 된다. 생의 마지막인 죽음이 외롭거나 고통스럽기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잘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들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와 나라, 이런 기본을 탄탄하게 갖추는 것이 경제력을 높이는 것보다 우선이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어제 먹었던 점심 메뉴가 가물가물하고, 방금 맛있는 곳이라며 지인에게 추천 받았던 음식점 이름을 두 번, 세 번 다시 묻는다. ‘자주 깜빡깜빡하는데, 혹시 나도 치매인가?’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한다.
치매는 시니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치매 발병률은 65세 이상 10%, 85세 이상에서는 40%에 달한다. 또 한국인은 치매 발병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최소 1.3배 이상 높고,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는 연령이 평균 2년 이상 빠르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과 언어 능력, 시공간 감각,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손상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대화 중 반복해 묻거나 약속을 잊는 등 기억력 감퇴로 시작해 자신의 이름, 주소 등의 신상 정보를 잊는 수준까지 병이 진행된다.
심한 경우 밤낮을 혼동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곳이지만 길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 최근 치매 환자가 실종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는 가운데, 실종된 치매 노인을 문자 메시지로 이른 시간 안에 찾는 ‘실종경보 문자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실종경보 문자 제도가 시행된 뒤로 총 24여 건의 실종경보 문자가 전국에서 발송됐다. 실종경보 문자 발송 대상자 대부분을 발견해 경보는 모두 해제된 상태다.
제도 도입 3일 만인 이달 11일 경기 수원시에선 실종된 치매 환자 A(79)씨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발견돼 가족 품에 안겼다. 경찰은 수원과 화성 지역 등에 실종경보 문자를 발송했고, 30분 만에 들어온 제보자 신고로 위치추적을 벌여 A씨를 찾아냈다.
지난 24일 전남 여수에서는 "치매 걸린 아버지가 나간 뒤 들어오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를 받고 오후 2시 16분에 실종된 치매 환자 C(75)씨의 인적사항을 담은 경보 문자를 발송했다. 발송 15분 만에 한 주민의 "치매 어르신에게 12시께 담배를 판 사실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실종자를 찾아냈다.
문병훈 여수경찰서장은 "실종경보 문자메시지가 실종 아동 등을 찾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실종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가 실종됐을 경우 실종자 정보를 주민들에게 문자로 발송하는 제도다. 재난 문자처럼 이동통신사의 무선기지국을 토대로 해당 지역 안의 주민에게 발송되며 문자에는 실종 대상자의 성명, 나이, 성별, 키 등 기본정보가 담긴다.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누르면 실종자 사진 열람과 상세한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치매 발병률이 갈수록 늘어가는 만큼, 치매 환자는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 있다. 실종 대상자를 봤을 때는 국번 없이 182로 신고하면 된다.
규칙적인 취침과 숙면은 이미 잘 알려진 100세 시대의 장수 비결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니어 5명 중 1명은 불면증을 겪으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시니어를 비롯해 수면 부족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현대인이 많아지면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면 관련 제품과 IT 기술을 접목한 ‘슬립테크’(Sleep Technology)가 잠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신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니어를 장수의 길로 한 발짝 다가가게 해줄 이색 슬립테크 서비스를 소개한다.
수면은 우리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작게는 매일 아침 컨디션을 좌우하고, 크게는 심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각종 중증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건강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얘기다. 실제로 수면 시간이 하루 5시간 이하인 시니어는 7~8시간 수면한 시니어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두 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매일 아침을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는 현대인은 대다수가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1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 바빠 잘 시간도 없었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잘 먹고 잘사는 것에 이어 잘 자는 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면서 ‘슬리포노믹스’(Sleepono mics)가 주목받고 있다. 잠과 경제학의 합성어로 수면과 연계된 모든 산업을 총칭하는 말이다. 단순 침구류뿐 아니라 무드등을 비롯한 소형 가전, 차(茶), 아로마테라피, 수면을 유도하는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 등 온라인 콘텐츠까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오늘날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는 ‘슬립테크’다. 다양한 IT 기술로 수면 중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개개인의 침구류나 수면 습관을 맞춤형으로 관리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슬립테크 시장은 2026년 약 320억 달러 규모로 2019년에 비해 3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개인의 체형에 따라 설계된 베개를 베고, 인공지능(AI) 비서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는 모습이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꿀잠’도 맞춤형…1:1 수면 컨설팅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초개인화’다. 개인의 특성과 상황 등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슬립테크 시장에서도 초개인화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 사람마다 체형이나 수면 자세, 수면 습관 등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맞춤형 침구류를 추천하고,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중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뜨고 있는 곳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슬립라운지’다. 슬립라운지는 토털 슬립케어 브랜드 이브자리에서 운영하는 무인 베개 체험 공간으로, 자가진단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개인에게 적합한 베개를 추천받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1시간 단위의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슬립라운지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출입문 좌측에 있는 카드리더기에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대고 들어서면 20여 가지 베개와 아늑해 보이는 침구가 눈에 띈다. 무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직원이 보이지 않아도 당황할 필요 없다. 키오스크가 웬만한 것을 해결해준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낯선 시니어는 홈페이지 예약 시 자유체험이 아닌 1:1 베개 컨설팅 프로그램을 선택해도 된다. 컨설팅은 매주 월·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비용은 체험과 컨설팅 모두 무료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디지털 경추 측정기에 등을 붙이고 바른 자세로 앉은 다음 경추의 길이를 잰다. 경추 길이는 측정기에서 가장 앞으로 튀어나온 스케일의 맨 뒤쪽 색상을 보면 된다. 그 다음 키오스크에서 ‘나만의 베개 찾기’를 누르고 경추 길이, 수면 자세, 선호하는 베개의 느낌 등 몇 가지 설문에 답을 한다. 결과가 나타나면 베개 진열장에서 추천받은 베개를 찾아 누워 안락한 정도를 느껴본다. 이때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침구에서 체험하는 것이 좋다. 체험한 베개가 마음에 들면 키오스크에서 곧바로 구매해도 된다.
방문 당시 두 종류의 베개가 결과지에 나타났다. 추천받은 베개는 경추 길이 3~4cm 이상의 옆으로 자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신체가 닿는 부분에 따라 높낮이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가령 양 끝부분은 돌출된 어깨로 인해 머리와 바닥 간의 거리가 멀어지는 점을 고려해 중앙 부분보다 높고, 후두부 부분은 오목하게 들어간 경추 부분보다 낮게 설계됐다. 집에서 쓰는 베개와 다른 모양새지만, 직접 누워보니 발 크기에 꼭 맞는 신발을 신은 듯 안정감이 더했다. 조은자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사람마다 경추 높이나 수면 자세 등에 따라 적합한 베개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체험해보고, 몸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층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지하 1층에 위치한 이브자리 ‘슬립앤슬립 플래그십 스토어’를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베개뿐 아니라 마사지 기구나 수면 유도 차, 스프레이 등 잠을 부르는 이색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 또 전문 수면 컨설턴트인 ‘슬립코디네이터’가 상주해 개개인의 수면 습관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준다. 30분(3000원), 40분(4500원), 50분(6000원) 단위로 체험이 가능해 달콤한 단잠도 즐길 수 있다.
날로 커지는 시장…수면 질환 치료까지
수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신기술을 활용한 이색 슬립테크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코웨이의 ‘모션베드 프레임’은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에 따라 머리와 상체, 엉덩이, 허벅지, 다리 등의 각도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상체를 살짝 올리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두는 ‘무중력 자세’로 설정하면 체중을 분산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가 손을 대지 않고도 뒤척임을 자동으로 감지해 최적의 수면 자세를 만들어주는 기술도 나왔다. 스마트 매트리스 브랜드 아이오베드의 ‘스마트 슬립 시스템’이다. 아이오베드가 특허권을 따낸 이 기술은 매트리스 안에 들어 있는 스마트셀이 공기압의 변화를 감지해 매트리스의 푹신한 정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무너진 생체 리듬의 균형을 잡아주는 스마트 안경도 주목할 만하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페가시가 지난해 선보인 ‘꿀잠 수면안경’은 녹색 자연광을 내뿜는 장치를 이용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활성화시킨다. 낮 동안 햇빛에 노출될수록 분비가 왕성해지는 멜라토닌 특성상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에 기기를 착용하면 14시간 후 호르몬이 분비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페가시에 따르면 제품에 사용된 LED는 광생물학적 안정테스트를 통과해 사람과 동물의 눈에 직접적으로 조사되어도 안전하다.
시니어의 골칫거리인 각종 수면 질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기기도 최근 개발됐다.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2018년 교내 창업한 슬립테크 스타트업 아워랩은 수면 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구강 삽입형 기도 확장기 ‘옥슬립’을 개발하고,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교정기를 입에 물어 억지로 턱을 당기는 기존 기구와 달리 바로 누운 자세에서만 아래턱을 전진시키고, 옆으로 누워 잘 때는 턱의 위치를 되돌려 하관 근육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기기를 통해 수면 중 자세 변화나 작동 횟수 등도 확인할 수 있어 이용자 스스로 관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슬립테크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임영현 한국수면산업협회 회장은 “수면은 성인병과 치매 등 인간의 건강에 직결되고, 더 나아가 경제활동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 휴식 차원으로 인지해선 안 된다”라며 “일본은 이미 관련 시장의 성장 규모가 약 8조, 미국은 22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수면과 관련된 전 분야가 IT 기술과 병합해 슬리포노믹스 시장의 비중이 굉장히 막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의 편안한 밤을 위한 베개 컨설팅
① 밤에 더위를 많이 탄다면? 나이가 들면 온몸에 열감이 나타나 잠을 설치는 시니어가 많다. 호르몬 변화가 들쑥날쑥한 갱년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럴 땐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폴리에틸렌 파이프 소재의 베개를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 파이프 소재 베개는 내부가 원형 모양의 칩으로 채워져 있어 통기성이 뛰어나며, 잦은 세탁에도 손상이 적어 땀을 많이 흘리는 이들에게도 적합하다.
② 주변 환경에 예민해 자주 깬다면? 작은 소음에도 예민한 편이라면 내용물이 바스락거리는 파이프 소재보다 부드럽게 감싸주는 솜이나 메모리폼 소재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혹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입소문 난 기능성 베개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는데, 모양이 지나치게 굴곡지고 딱딱한 베개는 수면 중에도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③ 목에 잦은 통증이 느껴진다면? ‘높은 베개보다 낮은 베개가 좋다’는 기존에 알려진 건강 상식 때문에 높이가 낮은 베개만 선호하는 시니어가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베개 높이는 오히려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높은 베개도 마찬가지다. 누워 있을 때의 모습을 사진 찍어보고 목이 지나치게 꺾여 있거나 경직돼 있다면 베개 높이를 바꿔보는 것이 좋다. 누웠을 때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유지해주는 베개가 최적의 베개다.
④ 허리가 불편하다면? 누웠을 때 허리가 바닥에서 떠서 종종 배긴다면 보디필로(전신베개)를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 몸의 압력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균형 있는 자세를 만들어준다. 그럼에도 통증이 느껴지면 매트리스에 꺼짐 현상이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특히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서 체중과 체형이 변하기 때문에 젊은 시절 구매한 매트리스를 쓰고 있다면 교체하는 것이 좋다. 고가의 매트리스가 부담된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매트리스 위에 토퍼(바닥형 매트리스)를 깔아도 된다.
도움 조은자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부소장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부작용 우려로 일부 국가에서 접종을 보류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차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4월부터 접종에 들어간 75세 이상 어르신들과 6월 중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해 접종이 예정돼 있는 65세부터 74세까지의 어르신들이 더욱 궁금해 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추진단)은 4월 15일 0시 기준 우리나라에서 총 128만 590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예방접종을 맞았고, 이 중 6만 569명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마틴스쿨에서 집계 중인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을 보면 한국의 인구 대비 접종률(1차 접종 포함)은 13일 기준 2.42%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5위다. 아시아 지역 평균인 3.21%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추진단은 지난 11일에 희귀혈전 부작용 논란으로 잠정 연기‧보류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12일부터 2분기 접종일정 계획대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0세 미만 접종은 중단했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11일 온라인 브리핑으로 “12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계획대로 재개한다”며 “단 30세 미만은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위험보다 크지 않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관련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30세 이상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접종 후 희귀혈전증 발생으로 인한 위험을 넘어선다며 예방접종을 권고했다.
다행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재개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획한 예방접종 일정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지켜질 것으로 예상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도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예방접종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계획대로 예방접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월 첫째주부터 75세 이상 어르신 364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이들은 2분기에 가장 빨리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을 활용하며, 지역별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추진단은 75세 이상 어르신들 중 몸이 불편하고 온라인 예약이 어려운 분들을 고려해 읍면동 주민센터 등 지역단위에서 사전등록부터 이동, 접종, 귀가, 접종 후 모니터링까지 책임지며 관리한다고 밝혔다.
65세부터 74세까지 어르신 494만 3000명에 대한 예방 접종은 6월 중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해 시작한다. 전국 1만개가 넘는 위탁의료기관을 활용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온라인 예약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고려해, 콜센터(1339)를 통한 예약접수도 준비하고 있다.
15일 현재 콜센터에서 예약접수를 받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콜센터를 통한 예방접종 예약접수를 현재 준비하고 있다”며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65세 미만인 어르신들은 언제쯤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추진단 계획에 따르면 3분기인 7월부터 9월 사이에 18세 이상부터 64세까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진행한다. 따라서 늦어도 3분기에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모두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백신 도입에 차질이 생기거나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예방접종 일정이 다소 변경될 수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2월부터 6월까지 1779만명 분의 백신 도입을 확정해 6월까지는 백신 부족으로 인한 예방접종 지연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을 미뤘거나 거부했던 어르신들이 다시 예방접종을 선택하면 언제 맞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정부가 정한 접종기간 내에 접종을 거부하거나 접종하지 못한 어르신들은 가장 나중에 맞게 된다. 즉 모든 예방접종을 끝낼 시기인 3분기가 지난 4분기인 10월부터 12월 사이에 맞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접종하려고 했지만 고열 등으로 부득이하게 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예약 시기를 조정해 늦지 않는 시기에 맞을 수 있다.
원무과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서 하릴없이 진료를 기다리고, 치료 장소를 찾아서 복잡한 병원을 누비는 풍경. 병원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 집에서 진료를 받거나, 버튼 하나로 진료비 결제가 끝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디지털 대전환과 더불어 코로나19는 병원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병원에 대해 알아보고, 전망을 살펴본다.
도움 및 참고 이지선(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의료팀장), 각 병원 자료 제공
2013년에 개봉한 ‘그녀(Her)’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소재와 더불어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에 관한 얘기로,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라 꼽기도 했다. 당시 인공지능은 생소한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놀라운 건 그로부터 3년 후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알파고’가 탄생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기술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현재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AI 기술을 X-ray 판독 시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병원도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 대신 사만다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만날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른다.
앞서 예로 든 인공지능을 비롯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을 의료 서비스에 활용하는 병원을 이른바 ‘스마트 병원’이라 부른다. 원격의료부터 시작해 출입 시스템, 병원 행정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대형 병원은 스마트 병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원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디지털 뉴딜 차원으로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을 통해 수준 높은 정보통신기술을 다양한 의료 분야에 활용하고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검증한다면, 고도화된 의료 서비스 제공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ICT와 의료의 융합
스마트 병원의 등장 배경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고령화와 헬스케어 산업의 발달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까지 1269만 명으로 증가하고, 2060년에 이르면 1762만 명으로 인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령자의 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 중 65세 이상 인구의 의료비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진료비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12.4%를 차지하고, 전체 진료비에서 40.8%를 차지한다. 2060년에는 390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고, 도래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감염병으로 인한 폭발적 의료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부양 부담과 국가보건의료 재정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경상 의료비 증가율은 6.8%로 OECD 평균인 2.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적 혁신이 필요할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 병원 육성 방안’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기술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AI 헬스케어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하여 66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령화에 따른 헬스케어의 현안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수요 증가, 의료 비용 급증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때 고령자를 고려하여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ICT와 의료의 융합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을 관리하며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ICT의 발전에 따라 원격의료로 시작해 스마트 헬스케어, 병원과 가정 등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지능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의 결정체가 바로 스마트 병원이다.
비대면 출입부터 의료진 메신저까지
스마트 병원은 출입부터 진료까지 다방면에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된다. 안전한 감염병 통제를 위해 출입 시스템을 변경하고, 더불어 접수 및 퇴원 시 환자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서울병원은 지하철 승강장 출입 시스템과 유사한 스피드 게이트를 구축했다. 환자와 내원객은 감염병 예방 문진표를 작성하고 출입하는데, 문진표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스피드 게이트 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 체온이 정상이어야 출입문이 열린다.
또한 내원 후 환자들의 대면 접촉 및 체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페이스루(PAY Thru)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환자들이 검사와 투약, 처치를 받으려면 원무 창구에서 수납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든 진료가 끝난 뒤 한 번만 수납하면 된다. 특히 환자가 미리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해두면 원무 창구를 들르지 않고 곧바로 귀가할 수 있다. 페이스루 시스템을 이용하면 환자가 귀가 후 당일 진료받은 내역만 정확히 자동 계산돼 등록된 결제 방법으로 진료비 납부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편리하고 안전한 페이스루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는 곳도 생겼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현행법상 금지됐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민간 규제 샌드박스 1호’ 안건으로 상정해 2년간 임시 허가했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 화상전화나 웹캠이 설치된 PC로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인하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를 선보였다. 올해 2월부터는 내국민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서해 5도’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는 분, 자가격리나 만성 질환으로 내원이 어려운 분,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한 진료나 같은 질환으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을 받는 분을 대상으로 한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내원이 제한적인 특수한 상황이거나 의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자 가운데 비대면 진료 적합 여부를 꼼꼼히 판단한 뒤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이 등장해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도입한 배송 로봇 ‘클로이 서브봇’은 검체, 약품, 물품 등을 운반해 직원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돕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스템을 통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수술 및 회진 후 수기로 작성하던 수술 및 경과 기록지를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어떤 장소에서든 작성이 가능해졌다.
의료진 간의 새로운 소통 창구도 생겼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Y톡을 활용 중이다. 이 메신저는 담당 환자와 협진 환자 목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메신저상에서 협의가 이뤄진 진료 내용을 전자의무기록(EMR)에 즉시 입력 및 저장할 수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실적으로 법이나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기술은 좋지만 수가 제도가 미비해서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AI 영상 판독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완성도가 높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 및 처지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별도 수가가 책정되지 않기 때문에 도입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향후 더 많은 병원에서 쓰일 수 있도록 수가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스마트 병원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
2022년 개원 예정이며,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급성 병원, 커뮤니티 병원, 요양원이 함께 설립된다. 응급 단계부터 회복 또는 임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환자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의료팀이 항상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톈탄 병원
대표적인 스마트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 병실에서 환자는 자신의 사례 보고서를 읽거나 의사의 지시를 받을 수 있으며, 태블릿 컴퓨터로 음식 주문도 가능하다. 병실의 침대 패드는 심장 박동을 포함한 환자의 신체 기능을 모니터링한다. 병실료도 다른 일반병원과 동일하게 책정된다.
허페이 스마트 병원
길 찾기 시스템, 통신 시스템과 연결된 체크인 절차 등을 통해 환자 편의성을 좀 더 제고했다.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원격치료 옵션 또한 가능하다. 건물 관리 시스템, 병원 운영 절차 및 사물인터넷을 통한 환자 치료 지원 등 중앙 척추 역할을 하는 통합 네트워크가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