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을 80년으로 잡았을 때 잠으로 보내는 시간은 약 26년. 전 생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게다가 성인의 3분의 1은 수면장애를 겪는다니, 일생 3분의 1을 불면이나 수면 부족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질 낮은 삶을 이어가는 셈이다. 설상가상 2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의 질은 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수면장애 환자는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8년에 비해 1년 만에 13%나 증가해 2019년에는 64만 명 이상에 이르렀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아니라 해도 통상 수면장애 환자는 연간 8%씩 증가하는 추세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30분 이상 뒤척이며,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새벽을 맞는 일이 반복된다면 수면장애로 진단한다. 이런 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 수면장애자로 분류한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평균 수면 시간 8시간 22분에 비해 한국은 7시간 51분이다.
잠이 부족한 경우 다음 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면역력이 떨어지며 수명과도 직결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화두는 면역력이다.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개인의 면역력에 달렸다. 흔히 말하듯 잠은 보약 정도가 아니라 치료제인 셈이다. 각종 성인병과 치매 예방 등 건강의 관건은 질 높은 수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수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잠을 부르기 위해 우유 한 잔 마신다거나 따끈한 욕탕에 몸을 담그는 수준을 넘어, 숙면에 대한 갈급함을 IT 기술에 접목한 결과다. 질 높은 수면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슬립테크(Sleeptech : 잠과 기술의 합성어),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 잠과 경제의 합성어)라는 말이 생겨나며 바야흐로 수면 경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가 집계한 수면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2조 원에서 2019년엔 3조 원으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통해 불면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슬리포노믹스는 숙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침구류를 비롯해 숙면을 돕는 가전기기 개발, 수면 앱 등 다양한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숙면을 위한 솔루션을 살펴보자.
▶스마트 워치
도대체 얼마를 자야 충분히 잤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적정 수면 시간은 얼마일까. 많이 잤다고 해서 질 높은 수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마트 워치는 적정 수면 시간 및 부족한 수면, 깊은 수면 등을 분석, 파악하여 맞춤형 수면을 관리해준다. 가속도 센서를 장착해 자주 뒤척거리면 ‘얕은 수면’으로 측정하고, 움직임과 심박수가 함께 떨어져 있다면 ‘깊은 수면’으로 인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 밖에 24시간 심박수 및 스트레스 모니터링,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에 의한 수면 무호흡증, 건강 평가와 헬스 기능을 제공한다.
▶숙면 알리미
IoT 이불 밑에 깔아두기만 하면 수면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IoT 숙면 알리미’ 기기도 있다. 일종의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상품으로, 수면 중 호흡, 맥박, 뒤척임 수를 측정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수면의 질을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잠이 들면 불을 자동으로 끄는 기능, 냉난방 시스템 조절 장치도 함께 제공된다.
▶수면 목걸이
미세한 전자기 신호를 이용,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원리로 만들어진 목걸이나 클립 형태 제품. 낮 동안의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숙면으로 유도한다.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모드 선택도 가능하다. 비접촉 신경 자극 방식이라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아 수면 시 착용해도 부담이 없다.
▶스마트 침구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 중 하나인 코골이 감지 기능이 있는 침대가 출시되었다. 코 고는 소리가 감지되면 머리 부분을 자동으로 높여주는 센서를 장착했고, 발이 놓이는 부분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기능도 있어 편한 잠을 잘 수 있게 한다. 수면 중 몸의 움직임에 따라 침대 각도가 달라지면서 침대와 몸의 일체감을 주어 잠자리를 편하게 하는 전동 침대, 안고 자면 수면 호흡과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도하는 로봇 베개도 출시됐다. 잠든 채 에어컨, TV 등을 꺼주는 기능도 갖췄다.
▶인공지능 베개
스스로 높이 조절을 하는 베개. 수면무호흡증 등을 방지하기 위해 코 고는 소리를 감안해 기도를 확보해주는 기능과 목 부분 높이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최대 6단계까지 조절 가능하다. 잠이 깨지 않고 코골이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을 겪지 않게 하는 원리로 제작되었다. 연동된 앱을 통해 수면 시간과 코골이 정도 확인 등 수면 데이터를 주간, 월간, 연간으로 집계해 보여준다. 장기간 건강관리 측면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다.
▶수면 안경
일주일을 기준으로 매일 아침 2시간 동안 착용하면 밤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 수면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멜라토닌으로, 항염증·항노화 작용을 하며 면역력을 높여주고 바이러스를 억제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된다는 점이다.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검붉은 계열 조명이 도움이 된다. 푸른 계통의 조명은 각성 상태를 강화하여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안경의 녹색 자연광을 내뿜는 장치가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 밤에 집중적으로 활성화하도록 했다. 해외여행 때 시차 적응에도 유용하다.
▶숙면 앱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 약 10년 전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과 수면을 유도하는 앱으로, 고즈넉한 숲속의 텐트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려주거나,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잔잔한 바람 소리, 모닥불의 자작자작하는 소리, 고요한 물가나 경쾌한 파도 소리 등 자연 및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빚어지는 소리를 설정하여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잠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휴대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편 숙면용 음악만 제공하는 콘텐츠도 있다. ASMR는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을 때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