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 핼러윈(Halloween)을 앞두고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벌어졌다.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참사 다음 날인 30일부터 오는 11월 5일 밤 24시까지 일주일이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됐다.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핼러윈은 무슨 날이길래 매년 이태원에 사람이 몰릴까. 핼러윈은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 전야제(All Hallows’ Day evening)의 줄인 말이다. 매해 10월 31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축제를 즐긴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중세 유럽에서 켈트와 가톨릭 신앙이 혼합된 형태의 축제였다. 이후 1840년대 아일랜드인이 대기근으로 미국에 대거 이주하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유령을 쫓기 위해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의상을 입는 켈트족의 풍습이 미국으로 전파됐다. 유령이나 괴물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은 핼러윈에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다. ‘Trick or Treat’이라고 외치는데,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초반 본격적으로 핼러윈 문화가 전파됐다. 외국 유학생, 외국인 강사 등이 영어유치원, 영어학원 등에서 핼러윈 문화를 소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이 모여 사는 이태원을 통해서도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가 빠르게 전파됐다.
외국인들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모여 소규모 파티를 즐겼다. 이태원은 특히 클럽 문화가 발달해, 외국인들은 핼러윈 때 유령·해적·마녀 등 독특한 의상을 입고 이 지역 클럽을 찾았다. 이를 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코스튬 문화가 빠르게 퍼졌다. 해를 거듭할 수록 참여 인원이 많아지고, 축제의 규모가 커졌다.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독특한 분장을 하고 이태원 클럽을 찾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MZ세대의 젊은이들이 여의도 불꽃 축제를 즐기고, 크리스마스에 사람이 많아도 명동 거리를 걷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일상에서 벗어나 핼러윈을 즐기는 젊은이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핼러윈은 10월 31일이지만 앞선 주말에 이태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린 ‘야외 노마스크’ 행사였다. 오랜만에 빗장이 풀리자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폭 3.2m짜리 내리막 골목길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방수기능사는 말 그대로 건축 구조물의 안전도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도, 지붕, 벽, 욕조 등의 건축물에 방수 작업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 남녀에게 인기 좋은 직업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과 함께 짚어봤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202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방수기능사는 남녀 불문 50대 이상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이다. 방수기능사는 남성 여성 모두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성은 5493명, 여성은 1491명이 취득했다. 남성과 여성이 선호하는 자격증 1~3위는 다르기 때문에 방수기능사는 중장년 남녀가 공통으로 선호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방수의 뜻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말 그대로다. 물이나 습기의 침입 또는 투과를 방지하는 일을 말한다. 방수기능사는 현장에서 건축 구조물의 지하층, 지붕, 실내 바닥, 벽체 모르타르, 아스팔트 등에 방수재를 바르거나 도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최근 잦은 폭우로 관심이 높아진 방수기능사의 전망은 매우 밝다. ‘중장기 인력수급 수정 전망 2015~2025’(한국고용정보원, 2016)에서 미장공은 2015년 약 4만 4800명에서 2025년 약 4만 4000명으로 향후 10년간 800명(연평균 -0.2%) 정도 감소할 거라고 예상했다. 반면 방수기능사는 2015년 약 1만 2500명에서 2025년 약 1만 3300명으로 향후 10년간 800여 명(연평균 0.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자격증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건설 현장에 꼭 필요한 전문기술자격증이라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특히 중장년층은 건설 일에 많이 종사해 자격증 취득 시 유리한 점이 많다.
실기시험만 보고 자격증 취득 가능
방수기능사는 국가기술자격증으로, 1년에 4회 시험을 실시한다. 자격 연령에 제한이 없으며, 무엇보다 필기시험 없이 실기시험만 진행해 중장년층에게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실기시험이 결코 쉽지 않아 학원을 다니며 전문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 강사의 지도에 따라 최소 3번의 연습을 할 것을 추천한다.
방수기능사 실기시험에서는 각종 방수공사 작업 준비와 함께 시멘트 모르타르 방수, 시트 방수, 도막 방수, 실링 방수 등 공업의 시공에 대해 평가한다. 또한 모르타르 바르기 및 보호재 부착을 통해 보호층을 시공할 수 있는지도 검증한다.
시험 문제는 ‘주어진 가설물에 아래의 조건에 따라 도면과 같이 개량 아스팔트 시트 방수 작업을 하시오’라고 나온다. 시험 시간은 2시간 10분으로 130분이다. 긴 시간으로 생각되지만 1평이 넘는 가설물에 혼자서 시트 방수를 하는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작품이 미완성되면 실격 처리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또한 중장년층은 계속 앉은 상태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허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평소 체력 관리를 해두는 것이 좋다.
방수기능사 실기시험은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다. 그러나 실격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작품 미완성’은 실격 처리 대상이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사항은 ‘안전화, 안전모 중 일부라도 미지참한 경우’다. 반드시 시험 현장에 자신의 안전화와 안전모를 지참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또한 ‘방수 성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작품’도 실격 처리된다. 특히 올해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기 때문에 이를 인지해야 한다. 평가 기준을 보면 방수 치수에 대해 오차를 ±30mm까지 허용한다. 그러나 벽체 상부 아스팔트 펠트지 바탕노출 치수 오차는 ±20mm까지만 허용한다. ±30mm에서 ±20mm로 변경된 사항이니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중장년 취업 허와 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격증 취득에 연령 제한이 없고, 방수기능사라는 직업은 정년이 없다는 점이 중장년층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보수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시중에선 방수기능사로 취업하면 월 평균 25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방수기능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며, 이 자격증만으로는 구직이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방수공으로 2~3년 경력을 쌓은 후, 보일러 자격증, 배관 자격증, 전기 자격증 등을 따서 보일러 시공 및 유지보수 개인영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남양주시 N+생활기술학교와 함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남양주 한국건설직업학원의 김효미 실장도 “방수기능사 자격증 취득으로 방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실무에서는 시트 방수(자격증 시험 과제) 외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응하기까지는 실무 경력이 필요하다”면서 “끈기와 목표를 갖고 계속해서 일하면 전망은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고 비슷한 골자의 조언을 전했다.
더불어 김 실장은 “자격증을 취득하면 곧바로 건설현장관리인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현장관리인으로 일할 수 있다. 또한 방수기능사 자격증은 건설업 신규 면허등록을 위한 자격증으로 사용할 수 있고, 건설기술자 초급수첩 발급에도 이용할 수 있어 중장년층에게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생활은 쪽팔림의 연속이에요. 서로가 서로한테 쪽팔려요. 쪽팔려도 가장 나를 이해하고 믿어줄 거라는 그러한 믿음 하에 쪽팔림을 그냥 겪고, 또 그걸 겪으면서 감당해나가는 겁니다.”
6월 6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MBC)에서 5년째 문자로만 소통하고 신체적·정서적 접촉이 전혀 없는 부부에게 내린 솔루션 말미에 나온 말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쪽팔림의 역사
실제로 부부의 삶이란, 아이들을 키우고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것은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혹은 부모가 자식한테, 자식이 부모한테 끊임없이 쪽팔려 하는 시트콤 같습니다. 품위와 체면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비단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비슷합니다. 불편한 진심을 끄집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마음을 표현하려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 비난하는 것도 아닌데 본인은 굴욕감을 심하게 느낍니다. 관계도 어색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치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에서 주인공이 그랬듯이요. 내 치부와 허물을 붙잡고 죽음으로 몰고 가기보다 때로는 당당하고 뻔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쪽팔릴 준비 되셨습니까? 마음 미장공 열 번째 이야기는 쪽팔릴 줄 아는 용기를 북돋우면서 시작합니다.
안톤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
어느 아름다운 저녁, 행복에 겨워 오페라에 심취해 있던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바코프. 갑자기 재채기를 한 그는 앞자리에 앉은 상급 관리 브리잘로프 장군의 민머리와 목덜미에 침이 튀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괜찮다는 답을 들었음에도 그는 다음 날 접견실까지 찾아가 또 사과를 합니다. 일방적이고 계속되는 사과에 병적으로 집착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맙니다.
당사자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별일 아니니 괜찮다고 지나간 것을 기어이 들쑤시고 후벼 파서 상대와 자신을 괴롭히는 어리석은 짓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해왔을까요. 섣부른 판단과 고정관념, 선입견으로 일상을 지옥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사랑은 쪽팔림의 결정판
지난 추석 연휴에 케이블방송에서 영화 ‘접속’(1997)을 봤습니다. 아직 개인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PC통신 대화방의 상대인 줄 모르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 앉아 있던 두 주인공(한석규, 전도연 분) 사이에 한 청년이 손잡이를 잡고 섭니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왜소한 체격의 그 남자는 물건을 팔 거라는 승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말이 유독 서툴고 어눌하지만 창피를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에 말버릇을 고쳐보려 용기를 낸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이야말로 쪽팔림을 기꺼이 감수하게 하는 마법이 아닐까요.
쪽팔려서 좋은 것들
버스에 안내원이 있던 시절 “여기서 내려요!” 이 말을 못 해서 내려야 할 곳을 몇 정거장 지나쳤던 적이 있습니까? 기어드는 목소리로 부들부들 떨지라도 쪽팔림을 불사해야 하는 이유는 가야 할 곳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첫 발표를 했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윗사람한테 신랄한 평가를 받았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려면 역시 쪽팔림을 이겨내야 합니다. 쪽팔림을 장벽으로 여겨서 주저앉을지, 징검다리로 생각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 자문해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사랑도 일도 일단 저질러볼까요. 이럴 때 ‘아니면 말고’와 ‘싫으면 말고’ 정신이 도움이 됩니다.
쪽팔릴 줄 아는 것도 용기입니다
‘아니 젊을 때야 뭔 짓을 못 해.’ ‘내가 그 나이만 됐어도 그 정도는 껌이지.’ 이런 말로 주저하고 쭈뼛거리며 변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조용히 물어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쪽팔릴 줄 아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렇다면 쪽팔리는 상황은 어떤 때일까요?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때는 부끄럽거나 치욕스러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려고 할 때, 무슨 말을 꺼내려 할 때, 그 마음먹은 바를 행동으로 옮길 때라야 비로소 쪽팔릴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를 걸림돌로 의식하지 않고 일을 도모하는 당신은 그래서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이왕이면 모양 빠지지 않고 근사하게 쪽팔리는 비법은 없을까요?
근사하게 쪽팔리는 방법
•내가 실수한 것은 화끈하게 인정합니다.
•약속에 늦었을 때는 반드시 사과합니다.
•모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서나 묻습니다.
•사랑과 감사 표현도, 친구랑 만남도 내가 먼저 제안합니다.
•조언이나 의견을 먼저 구합니다.
•‘그 나이에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고, 질문하고, 고백하고, 고맙다 하고, 제안한다고 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과해야 할 때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야말로 훨씬 쪽팔리고, 면이 안 서는 짓입니다. 나이를 빌미로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말리거나 막는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뭘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합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존심 살리고 자존감도 높이는 행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은 죽어도 못 하겠다면 하다못해 인터넷 검색을 해서 확인해도 됩니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내비게이션대로 운전해도 헤매고 있을 때 아직도 주유소에서나 주변 사람한테 묻지 않습니까? 예에 통달한 공자도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고 합니다. 풍습과 관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요. 그러니 묻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고, 서로 체면을 살려주는 일입니다.
‘근자감’에 희망을 준 사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인 말이 ‘근자감’입니다. 지난 50년 가까이 수학계 난제로 남아 있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을 대수기하학의 한 갈래인 호지(Hodge) 이론을 통해 증명해 수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필즈상을 거머쥔 허준이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학교 후배 학생들을 위한 강의에서 한 말입니다. 그동안은 과대망상이다, 허세다, 만용이다 하며 비웃음을 사거나 조롱감이 되었던 신조어가 바로 근자감입니다. 그런데 근거 있는 자신감도 줄이면 근자감이 될 텐데 왜 줄여서 부르지 않는지, 허 교수 얘기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성적이나 입상 경력 같은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여러 가지 불운한 일이 겹쳐서 힘든 과정을 만나고 그 근거를 잃게 될 경우 쉽게 부서질 수 있습니다. 반면 근거 없는 자신감을 지닌 사람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힘든 과정에 놓일 때도 유연하게 자신의 목표를 변경합니다. 근자감은 인생을 끝까지 잘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근자감이야말로 쪽팔림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바탕이자 에너지가 아닐까요. 이것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없더라도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는 무조건적인 자신감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간절해집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얼굴이 예뻐서, 내 말을 잘 들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고 방황을 해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부모 마음도 근자감의 원천이 됩니다. 그런 믿음이 있어야 쪽팔림을 당당하게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틈과 흠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빛
부서진 조각을 모은다 해도 온전히 합칠 순 없다
(중략)
완벽한 것은 없다
어디에든 틈은 있기 마련
빛은 그곳으로 들어오리니
우리에게 ‘I’m your man’이란 노래로 알려진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입니다. 그가 1992년 발표한 ‘송가’(Anthem)의 이 노랫말은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불교 명상 지도자로 유명한 잭 콘필드(Jack Kornfield)의 책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은 허술하게 쌓은 것 같지만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는 법이 없습니다. 커다란 현무암 사이에 생긴 틈이 바람이 다니는 길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돌 사이 빈틈이 담장을 살리고 금이 간 틈새로 빛이 들어오듯, 사람 사이의 틈과 거리가 관계를 숨 쉬게 하고 살리게 하는 묘책이 아닐까 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흠집 있는 구슬 하나를 꿰어 넣는다고 합니다. 그 구슬을 ‘영혼의 구슬’(Soul Bead)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혜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고대 페르시아에서도 최고급 카펫을 짤 때 아주 작은 흠 하나를 굳이 짜서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페르시아의 흠’(Persian Flaw)이라 부르는 이 행위는 ‘영혼의 구슬’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란 완벽할 수 없으며 불완전한 존재라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빈틈이나 흠결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지 맙시다. 자신에게나 상대에게나 완벽한 잣대를 내려놓은 채 ‘근자감’을 등에 업고 ‘쪽팔릴 줄 아는 용기’로 무장한다면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당신이 지닌 틈과 흠에서 아름다운 빛이 나올 거니까요. 고맙습니다.
최근 카페, 식당, 영화관 등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를 배치한 곳들이 늘면서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만 55세 서울시민 중 ‘키오스크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 이상(54.2%)이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키오스크에 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한국부인회총본부에 따르면 연령대별 키오스크 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10대는 2%정도인 반면 60대는 5.5%, 70대는 10.2%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서울시는 대한어머니회와 함께 ‘디지털 약자’인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디지털재단의 키오스크 교육을 수료한 소비자단체 소속 활동가 10여 명이 강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참여자는 서울재가노인협회 소속 재가노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이다.
어르신들과 강사가 패스트푸드 등 상점을 함께 찾아 비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해 메뉴 선택부터 결제, 주문번호를 확인 후 음식을 가져오는 등 모든 과정을 차례로 체험해 보게 된다. 시와 소비자단체는 지난 9월 한 달여간 어르신 135명을 대상으로 시범교육을 실시했으며 10월부터 11월 두 달간 총 12회, 50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월 첫 교육은 11일 오후 2시로 KFC 일원동점(강남구 일원로 28)에서 어르신 25명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류대창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소비취약계층이자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이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필요한 소비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참여자들의 의견을 듣고 개선해 점차 교육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능력을 거래하는 ‘재능마켓’은 은퇴 후 구직난 속 시니어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능력과 기량을 뽐낼 기회의 장이 되는 것. 또 나이가 들면서 풀타임(Full time) 근무가 체력적으로 버거운 시니어에게도 좋은 대안이 된다. 취미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 중장년 인재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 전문가 서비스 매칭 플랫폼 ‘숨고’ 등이 대표적인 재능마켓이다.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에게 재능마켓은 도전 의식을 가져야만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왠지 2030을 위한 장일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일단 하나씩 시작해본다면 시니어에게도 재능마켓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좋은 기회가 된다. 재능마켓에 도전해보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먼저 그 시장에 뛰어든 시니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60대 후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었다. 2007년 12월 제주 올레길이 처음 시작되면서 서울에서 제주를 자주 오고 갔다. 그러면서도 도시를 벗어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느닷없이 서귀포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 ‘알레올레 차방’을 운영하는 배정자(81세) 씨는 제주로의 귀촌이 “운명적이었다”고 말했다.
‘알레올레 할머니의 차방’은 배 씨가 프립을 통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2만 원을 내면 그녀의 집 거실에서 그녀가 가꾼 차밭을 감상하며 그녀가 키운 꽃을 말린 꽃차를 내리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차와 함께 곁들이는 색색의 구절판 다식은 눈도 마음도 즐겁게 해준다. 이곳에 다녀간 이들은 하나같이 “따뜻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Q 2009년 2월 서귀포로 귀촌하고 에어비앤비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서귀포로 내려오면서 무엇을 할지 정하고 온 건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제주 올레길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숙소가 많이 없었거든요. 지인이 올레길을 가려 하는데 재워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죠.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하게 됐어요. 잠자리뿐만 아니라 아침도 만들어 제공했어요.
Q ‘알레올레 할머니의 차방’은 언제부터 하시게 되었나요?
제가 뜰을 가꾸는데, 꽃이 많아요. 2013년인지 2014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때 우연히 꽃차 교육이 있는 걸 알게 되어서 배웠거든요. 그러면서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어요. 이후에 꽃차 체험을 하러 온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강사로 조금씩 활동을 하게 됐지요. 또 뜰에 있는 꽃으로 차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나누기도 했고요. 그러다 지난해 12월부터 프립에서 꽃차 호스트로 활동하게 되었죠.
Q ‘알레올레’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알레는 불어에요. 영어로 말하자면 'go!'의 의미죠. 어딜 가라는 뜻은 아니고요. 유럽의 축구 경기를 보면 응원할 때 ‘알레! 알레!’ 하고 외치는 걸 볼 수 있어요. “자자, 열심히 해! 뛰어! 힘내!”라는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말이에요.
올레는 제주 올레길의 올레입니다. 이전에 에어비앤비할 때 알레올레라는 이름을 썼는데요. 이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서 알레올레 차방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Q 차방을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지난해에 80세가 됐어요. 나이가 드니 제일 걱정되는 게 “내가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싶더라고요.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내가 나를 알고 제대로 살다 가야 할 텐데 싶더라고요. 아마 내 나이쯤 되면 다들 치매를 두려워할 거예요.
그래서 운동도 하고 노력도 했지만, 사실 나이 들어가며 가장 부족해지는 게 사람들과의 소통이에요. 만나는 사람들도 제한적이죠. 온종일 서너 마디 할 때도 있어요.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정말 치매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무의미한 일상을 좀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요. 내가 좋아하는 찻자리를 열어 젊은 사람들과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시작했죠.
Q 온라인 플랫폼으로 차방을 시작하신 건데,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우리는 아날로그 세대잖아요. 제가 인스타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또래와 비교하면 많이 하는 편이지만, 디지털 시스템이 노인이 하기에 그렇게 편하지가 않아요. 그래도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서 하나하나 조금씩 해나가고 있어요. 적극적인 마음으로 배우려고 하면 누구든지 하실 수 있을 거예요. 플랫폼을 사용하면 무작위로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라 시간을 약속하고 예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Q 많은 분들이 수익을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모든 시간에 모든 사람을 꽉 채워 운영하고 있지는 않아요.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어서 그래요. 하루에 평균 두 팀 정도 하는데 가장 적을 때는 두 사람이 왔다 가는 셈이죠. 그래서 저는 충분히 넉넉한 용돈 정도를 얻고 있습니다. 아, ‘노인’에게 넉넉한 용돈이에요.(웃음)
Q 어떤 분들이 많이 오시나요?
20대 중후반부터 70대까지가 저희 차방을 찾는 고객들인데요. 자제분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지고 찾아오니 매일이 다르잖아요.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Q 운영은 어떻게 하시나요?
전체 손님 중에 한 40% 정도가 혼자 오세요. 제 프로그램은 원래 한 타임당 4명 정도를 받게 설계했는데, 모르는 사람들끼리 함께 하는 예약은 거의 안 받아요. 만약 혼자 오신다면 한 분만 받아요. 이곳에 와서 이야기하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매우 많으시거든요. 요즘 젊은 분들이 고민도 많고 아픔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과 섞이면 진솔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잖아요.
저는 차방을 비즈니스로 생각해서 수입을 내려는 목적이 아니었어요. 찾아온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거든요. 할머니가 손주 이야기를 듣고 “이러면 더 좋지 않을까~? 할머니 생각은 이래.” 정도의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제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볼 때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Q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던 마음이 잘 표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게도 어떤 세대와 이야기를 해도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고, 찾아온 손님들도 만족해하시고요. 어느 연령대가 오더라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에게도 고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소기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곳에 오는 손님들에게 방명록을 받아요. 우리는 들으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 싶은 건 방명록에 안 쓰는데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아니면 아니라고 한다면서요?(웃음) 고맙게도 차방을 운영하는 10개월 동안 많은 분들이 방명록에도, 프립에도 좋은 리뷰를 많이 적어주셨어요.
차방을 찾아주는 분들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해요. 알레올레 차방에 오시는 모든 분들은 저에게 ‘귀한 선물’이에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거나, 가맹점 창업을 준비하는 서울 시민이라면 무료로 역량 강화 교육을 들을 수 있다,
서울시가 가맹점 창업과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무료 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가맹점주와 예비창업자의 안정적 가맹점 창업과 운영을 지원하고 부족한 정보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 피해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교육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 분야 실무자와 변호사, 노무사 등 분야별 전문가가 직접 강사로 나설 예정이며, 10월 27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된다.
교육내용은 가맹점주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가맹사업 관련 법령·제도 △정보공개서 분석 등 가맹계약 체결 시 유의 사항 △가맹점 인력 관리 △가맹점 경영 기술 등을 위주로 진행, 가맹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업 운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 중심으로 구성됐다.
또 계약 및 운영 관련 피해 시 분쟁조정 및 구제 수단 등도 자세하게 알려준다. 특히, 가맹사업거래 공정화 관련 법률과 가맹계약 체결 및 운영 관련 법령 등 자칫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알려준다.
교육 참여를 원하는 가맹점주와 예비창업자는 큐알(QR)코드, 온라인에 접속해 신청하거나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 후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총 150명의 교육생을 모집하며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유서 깊은 도시이면서 별나고 소박한 곳이자 서울의 심장과도 같은 곳’. 지난해 문화·엔터테인먼트 전문 온라인 매체 ‘타임아웃’이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29곳’에 종로3가를 3위로 올리며 남긴 한 줄 평이다. 별나고 소박한 서울의 심장에는 유서 깊은 솜씨로 몇 십 년 가까이 그곳을 지키는 베테랑들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한 사람의 고유한 성정이 도드라지듯, 지역에는 정체성이라는 나이테가 남는다. 대학로에는 스물의 젊음이 넘실대고, 여의도 빌딩숲엔 양복쟁이들이 평일만 되면 파도처럼 밀려들며, 홍대앞에는 예술인들의 아지트 같은 작업실이 빼곡히 들어찼다. 모든 과정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체성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종로는 다소 오묘한 곳이다. 탑골공원에서는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고, 책가방 멘 청년들은 종로 학원가의 어학원을 들락이며, 그 옆 인사동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바글거린다. 종로의 거리에는 SNS상에서 인증샷 장소로 인기인 카페와 빛바랜 노점상이 공존한다. 서울의 어제와 오늘, 젊음과 노련함이 뒤섞이는 지역을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종로의 정체성을 정의해야 한다면 모든 것을 끌어안을 줄 아는 중후함이라 하겠다. 그중에서도 나이테처럼 남아 종로 그 자체가 되어버린 베테랑을 찾아 나섰다. 예지동 시계골목, 귀금속거리와 광장시장, 낙원상가를 들러 네 가지 빛깔의 노련함을 담았다. 가게 문 손잡이에 손때가 묻고, 매일 두르는 앞치마의 색이 바랬을지언정 그들의 열정은 청춘 못지않게 빛나고 있었다.
권동희(85)
58년 경력, 진선미주단
“스물일곱 때 시작해 여기서만 60년 가까이 일했어요. 여기에선 내가 최연장자일걸.”
1904년 개장한 광장시장은 12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권동희 사장은 광장시장 2층 주단한복부의 터줏대감이다. 곱게 빗어 올린 머리와 화사한 한복 차림으로 58년째 주단을 취급하고 있다.
그가 ‘출근 룩’으로 한복을 고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사장의 옷차림이 보기 좋아야 손님에게 옷을 권할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다. 한 달에 딱 하루, 마지막 주 일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한복을 입은 셈이다. 그 덕에 처음 보는 손님과 어울리는 색상의 주단을 뽑아 드는 것쯤은 예삿일이다.
“일? 안 지겹고 항상 즐거워요. 여긴 행복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라 덩달아 즐거워지거든.”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와 혼주가 진선미주단의 주 고객이다. 알음알음 입소문 타던 ‘베테랑의 솜씨’가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개량 한복 찾는 젊은이들, 해외로 이민 갔던 사람들 발걸음까지 잡아 이끈다. 한복에 대한 어머니의 열정은 딸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큰딸은 강남에서 한복 사업을 하고, 막내딸은 한복대회 모델로 활동했다.
점차 예식 규모가 축소되고 결혼식 모습이 다양해지는 요즘,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한복 차림 혼주들도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다. 아쉽지만, 그는 끝까지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려 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전통 한복 한 벌쯤 간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한국을 대표하고 빛내는 것이 한복이잖아. 요즘 같은 시대에 한복 입는 것이 나라 사랑이나 다름없죠.”
김득균(61)
40년 경력, 한일사
“시계 겉모습만 봐도 안에 무슨 부품이 들어갔는지 훤히 보여요. 이 동네에서 시계수리기능사 자격증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05년 시계수리기능사 자격증을 비롯한 40종목의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을 폐지했다.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해서다. 디지털 시계를 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태엽 감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종묘 돌담길 옆 한일사의 김득균 대표는 시계수리기능사의 명맥을 잇고 있다. 열아홉 소년의 취미였고, 밑천 없어도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시계 수리 일은 4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가정을 먹여 살리는 든든한 생업이 되었다. 경력을 인정받아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장을 지냈고, 시계기술학원 강사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신뢰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손님들은 시계를 맡길 때도 인간성을 보거든. 이 일은 장사하고는 달라서 꾸밈이 없어야 하지.”
진품을 가품으로 바꿔치기 하지는 않을지, 쓸데없는 수리를 추가하는 건 아닐지.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를 맡기는 입장에선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는 수리 전과 후 부품 사진을 찍어 고객이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숙련된 솜씨를 바탕으로 저렴하게 수리한다. 한일사에 새로 온 손님은 단골이 되고, 단골은 새로운 손님을 소개해준다. 그렇게 그는 10년, 20년 뒤에도 종로 제일가는 시계 수리 장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강규철(54)
31년 경력, 삼우주물
“낮에는 청소하면서 몰래몰래 훔쳐보고, 밤이나 새벽에 낮에 봤던 것을 한 번씩 만들어보고. 그렇게 배우느라 손일 익히는 데만 5년이 걸렸어요.”
반지 하나 잘 만들면 집 한 채도 거뜬히 사던 때가 있었다. 한 달 월급은 5000원, 그마저도 못 받고 기술 배우는 사람들이 훨씬 많던 시절이었다. 아는 형님 가게에 실습하러 나왔던 고등학교 시절의 강규철 대표가 주물 기술을 배우고자 마음먹었던 시기도 이때였다. 한쪽 눈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기술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이 없었지만 굴하지 않았다. 결국 주물집에 ‘시다’로 취직한 그는 남들보다 천천히 스스로를 단련해나갔다.
요즘이야 캐드(CAD) 프로그램으로 제품 설계와 제작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3D 프린터로 직접 샘플을 뽑을 수도 있다지만, 강 대표가 처음 일을 시작하던 시절엔 고무 가다(몰드)조차 없었다. 그럴 땐 열 개고 스무 개고 손수 똑같은 모양으로 주물을 만들어내야 했다. 오래도록 벼린 기술은 IMF 외환위기 이후 금값이 치솟으면서 닥친 불황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심지가 되었다.
아귀힘이 약해지기 전까지 마음만 먹으면 평생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는 2, 3년만 더 할 생각이란다. 아들이 더 이상 아버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산속에 들어가 살려고 일찍이 집도 마련해뒀다. 하지만 너털웃음 지으며 덧대는 마지막 말은 퍽 의미심장하다.
“이 일 하다 다른 일 한다고 나갔던 사람들 있죠? 4, 5년 정도 지나면 다 돌아와요. 일하던 가락이 있어서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작업할 거 하고, 자기 하고 싶을 때 일하는 게 편하거든.”
이세문(65)
40년 경력, 세영악기사
“아주 좋은데요. 소리도 괜찮고, 수리할 값어치가 있는 기타예요.”
세영악기사를 찾았을 때 이세문 대표는 30년 넘은 클래식 기타 줄을 튕기고 있었다. 아버지가 창고에 처박아뒀던 기타를 되살릴 수 있을까 싶어 찾아온 손님의 의뢰였다. 기타를 두드리고, 삐져나온 줄을 툭툭 잘라내는 손놀림이 경쾌하다. 관리 상태에 따라 100년 넘게도 사용할 수 있다보니 ‘기타 좀 안다’는 사람들은 멀리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베테랑인 이 대표를 찾아온다.
“학교 다닐 때부터 기타를 만들었어요. 아는 형님이 기타 공장을 해서 접할 일이 많았거든.”
1982년 상경해 1986년부터 이곳 낙원상가에서 일했다. 지갑 가벼운 학생,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타리스트, 작곡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기타를 들고 세영악기사를 찾았다. 특히 밴드 ‘부활’의 김태원은 기타에 대해 아는 바가 많고 소리에 민감해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수리를 해줘도 맘에 드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날 다시 기타를 가져와 ‘이 부속 바꿔달라, 저 부속 바꿔달라’ 하는 통에 많이 시달렸죠. 덕분에 기타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었지만요.”
직접 수리한 기타로 녹음한 음반을 챙겨줄 때,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그는 기타를 칠 줄 모른다. 기타 생각을 어찌나 지겹도록 했는지, 배우려고 붙잡고 있는 것조차 싫증 나 금방 그만뒀다며 웃는다. 건강만 따라준다면 평생 기타 수리 일을 할 생각이라는 이세문 대표. 그의 손을 거쳐간 기타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서울시가 중장년 및 어르신 등 대상자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시는 급격한 사회변화로 고독사와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 속 치유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치유농업을 통해 시민들의 정신적 치유와 건강 회복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방침이다.
‘치유농업’이란 농업자원을 활용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모든 농업 활동을 이른다. 지난해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시는 치유농업의 안정적 정착과 확산을 위해 전국 최초 치유농업 거점인 ‘서울치유농업센터’를 개소하고, 치유대상 특성을 반영한 치유농장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동구에 6500㎡ 규모로 조성되는 센터는 도시환경에 적용 가능한 치유농장 모델을 공유한다. 센터에 방문하면 도심에 조성하기 적합한 농장형, 시설형, 미래농업형 치유농장을 체험하고 상담 받을 수 있다. ‘시설형 치유농장’의 경우 사회복지시설이나 병원 등의 옥상과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형태로, 어르신 등 신체적·정신적 약자도 각종 식물을 키우면 정서적 치유가 가능하다.
아울러 치유농업프로그램 운영 및 은퇴자 등을 위한 관련 일자리 창출 등 종합적인 지원을 펼친다. 특히 대상자별로 구성된 치유농업프로그램은 어르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자존감과 책임감을 길러주고, 아이들에겐 가족과 친구에 대한 유대감과 안정감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시는 현재 시내 8곳에 치유농장을 보급, 시범 운영 중이다. 8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며, 주 1회 이상 전문가가 직접 농장을 찾아 시미대상 치유농업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심리 진단 통 통해 치유 과정을 살핀다. 은평구 소재의 ‘S&Y 도농나눔공동체’의 경의 텃밭 채소 기르기와 농장 산책, 정원 명상 등을 통해 중장년 우울감 완화를 돕는다.
치유농업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도 힘쓴다. 시 농업기술센터는 2021년 전국 최초 치유농업사양성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 해 34명, 올해 40명 수료생을 배출했고 이 중 16명은 현재 치유농업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 중이다. 시는 농업분야 종사자, 은퇴를 앞둔 중장년 등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하는 치유농장의 확대 및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최근 농업을 통한 몸과 마음의 치유 효과가 국내외 연구에서 검증되고 있다. 사회적약자는 물론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활력을 주고 정서적 회복을 도울 수 있도록 치유농업 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우 이원종(56)과의 인터뷰는 2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본 기분이었다. 그와 나눈 이야기에는 희로애락이 녹아 있었으며, 그의 다양한 모습도 깃들어 있었다. 이원종은 연기에 관해 얘기할 때는 한없이 진지했고, 재밌거나 행복한 이야기를 할 때는 세상 깊은 보조개 미소를 지었다. 특히 그 미소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보았다.
사실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이원종은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처럼 편안하다. 지난 8월 연극 ‘더 테이블’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이원종. 한껏 고무된 그는 10월에 ‘가면산장 살인사건’으로 다시 무대에 선다.
“저는 연극무대에 계속 서고 싶지만,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집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죠. 하지만 10년간 쌓은 연극 경력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까지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것이 배우로서 누린 혜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은 제게 보약이고, 링거예요. 드라마나 영화로 열심히 달렸으니 연극으로 열심히 잘 쉬기도 해야죠.”
타고난 배우의 우연한 탄생
지금은 천명과도 같은 배우의 길. 역사의 서막은 우연히 시작됐다. 경기대학교 재학 당시 이원종은 예쁜 여학생을 보고 따라서 연극반에 들어갔다.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도 배우에 큰 뜻은 없었다고. 그러다 강원도 최전방으로 입대한 후 신의 계시 비슷한 것을 느꼈다.
“군대에 있다 보니 1, 2학년 때 연극했던 것들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휴가 나오면 도서관에 가서 연극에 관한 책을 무작위로 골라 읽었어요. 연극의 ‘연’ 자도 몰랐는데 책을 읽다 보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복학한 후 본격적으로 연극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공부도 열심히 했죠.”
배우를 업으로 삼기로 결심한 이원종은 무작정 대학로로 향했다. 여러 극단을 전전하던 끝에 마침내 그는 극단 ‘미추’에 들어갈 수 있었다. 미추는 과거 MBC와 마당놀이를 공동 주최하던 유명한 극단이다.
“실전 무대 연기에 대해 극단에서 많이 가르쳐줬어요. 연극배우는 많은 탤런트를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요. 탈춤이나 한국무용, 발레 같은 현대무용도 해야 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것이 좋죠. 그런 것들을 배우고 자신을 채우면서 배우들은 ‘연극뽕 맞았다’는 표현을 썼어요. 저는 연극뽕을 아주 제대로 맞았죠. 하하.”
이원종은 미추에 들어가고 이듬해인 1992년 ‘오장군의 발톱’ 주연을 맡았다. 그 작품으로 러시아에 공연도 하러 가고, 연극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연극배우의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1990년대는 이원종에게 가난의 시대로 기억된다.
이원종은 1994년, 6세 연상의 아내와 결혼했다. 아내는 연기 선생님으로 두 사람은 가진 것 없이 사랑으로 가정을 이뤘다. 그는 “마당놀이 한 번 하면 50만 원 번다. 공연을 3개월 동안 하는데, 연습은 또 석 달 한다. 그러면 1년이 거의 다 지난다”라며 1년 연봉이 50만 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살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기 때문에 그는 젓갈 장사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명세 감독이 이원종에게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출연 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이원종은 ‘연극은 순수예술, 영화는 대중예술로서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이명세 감독도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러브콜을 보냈고, 마침내 이원종은 마음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끝내 출연을 거절했으면 그는 평생 후회할 뻔했다.
“감독님이 저의 거절에도 대본을 주시고, 배역도 저한테 고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형사 역할과 짧게 등장하지만 강렬한 짱구 역할이 있었는데, 결국 형사 역할을 했어요. 장장 7개월 동안 촬영했죠. 그때는 필름으로 촬영해서 한 신 한 신이 무척 소중했고, 연기 연습을 더 철저히 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거의 다 배웠죠.”
이후 이원종은 2001년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현각 스님, ‘신라의 달밤’에서 조폭 마천수로 등장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이듬해 SBS 인기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종로 두목 구마적을 연기해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극 중 구마적과 김두한(안재모 역)의 대결 장면은 분당 최고 시청률 64%까지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원종은 “ 20년이 지났는데 저는 아직도 구마적”이라면서 “구마적은 내게 행운이자 숙제”라고 표현했다. “가수도 평생 히트곡 하나 남기기 어렵다고 하는데, 배우로서 닉네임 하나를 가졌다는 것은 행운이죠. 반면 역할이 제한된다는 단점도 있어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어요. 시트콤에도 출연하고, 코믹한 연기도 많이 했죠.”
OTT의 유행, 또 다른 전성기로
올해 이원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먼저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에 모스크바 역으로 출연했다. ‘종이의 집’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동명의 스페인 드라마가 원작이다. 이원종은 원작의 모스크바와 싱크로율이 높아 제작진이 캐스팅 1순위로 점찍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원작의 성공으로 기대감이 매우 높았으나,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후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원작을 따라 하려는 것이 느껴져 이질감이 강하게 들었다는 반응이다. 이원종은 이에 대해 안타까운 탄식을 했다.
“우리가 조폐국을 털었잖아요. 우리나라 돈은 유럽 전역에서 쓰이는 유로화와 달리 남북한에서만 쓰이는 돈이에요. 그리고 원작에서는 조폐국에서 10억 유로, 한화로 1조 3700억 원 정도를 털었지만, 우리는 4조 원을 털었어요. 그것을 어떻게 운반할지도 재미가 될 수 있죠. 겨울에 후반부인 7~12부가 공개될 예정인데, 한국적인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본격적으로 재밌어질 예정입니다.”
또한 ‘종이의 집’을 통해 젊은 배우들과 호흡한 이원종은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종서의 연기에 대해 “날것의 매력이 있다”면서 칭찬한 바 있다. 이원종은 전종서를 비롯한 젊은 세대의 연기를 칭찬한 것이라고 짚었다.
“전종서는 제가 지금까지 봐온 것과 다른 연기를 하는 거예요. 틀렸다는 것이 아니고 사물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 거죠. 참 신선했고 같이 연기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저는 현재 50세가 넘었고, 그 친구는 20대잖아요. 지금 20대는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느꼈고, 30대, 40대가 되면 어떤 연기를 할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또 이원종은 쿠팡플레이 드라마 ‘범죄의 연대기’에 출연한다. 범죄물에 유독 많이 출연하면서 형사와 범죄자를 오간 이원종. 이번에는 피해자 대표 역을 맡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이원종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예로 그는 OCN ‘손 the guest’에서 박수무당 역을 연기했는데, 무당을 직접 여러 명 만나보고 탐구했다. 덕분에 실감 나는 연기가 가능했다.
“‘범죄의 연대기’에서 맡은 역할은 대학교 강사인데 사기를 당한 사람이에요. 아는 변호사한테 부탁해서 기록물도 확인해봤는데, 실제로 교수들이 사기를 많이 당하더라고요. 그리고 작가님이 어떤 과 교수인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도록 열어두셨어요. 제가 관심이 많은 철학과 교수로 설정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이원종은 ‘가면산장 살인사건’으로 무대에 오른다. 10월 4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공연이 열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원작으로, 외딴 산장에 모인 남녀 8명과 한밤중에 침입한 은행 강도범의 인질극을 그린다. 이원종은 극 중 도모미의 아버지 노부히코 역을 연기한다.
“2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배우 13명이 무대에 올라 연기를 펼쳐요. 요즘 이런 연극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죠. 무엇보다 살인사건이라고 하면 어두운 이야기일 것 같잖아요. 그런데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엉뚱하고 독특해요. 거기서 나오는 재미를 자신합니다.”
실제 이원종은 어떤 아빠일지 궁금했다. 슬하에 두 딸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다. 이원종은 “아버지가 굉장히 가부장적인 분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자상하고 친근한 아빠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애들이 제가 자상하다고 느낄지 아닐지는 또 모르는 일이죠. 큰딸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고, 둘째 딸은 외국 대학교에 다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듣고 있어요. 저는 큰딸한테 한 달에 월세 개념으로 30만 원씩 받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립심을 길러주고 싶어서죠.”
‘기회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원종은 어떤 작품이든 어떤 역할이든 노력을 쏟는다. 그래서 매 작품 다른 모습이 나오고, 새로운 연기가 보인다. 외국 작품처럼 우리나라 작품의 주인공도 나이가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원종이 주인공 그 자체인 작품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떤 배역을 맡아 연기하든지 ‘이원종이라는 배우, 참 재미있더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저는 물리적인 나이에 맞는 배역을 맡아 잘 소화해내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1965년생인데 내년에는 제게 맞는 작품이 뭐가 될지 아직 모르죠. 그런데 50세든 60세든 마음은 똑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나이는 먹었지만 저도 청춘이에요. 늘 사랑하는 것을 느끼죠. 그러니까 60대도 60대에 맞는 사랑과 이별이 있는데, 그게 제게 연기로 주어진다면 잘 소화해내고 싶다는 거예요.”
보건복지부는 9월 26일(월)부터 9월 30일(금)까지 ‘2022 노인일자리 주간’을 운영한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정책에 대한 국민 공감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노인일자리 누리집’(www.seniorro.or.kr)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2022 노인일자리 주간 행사 첫날인 26일에는 ‘경험은 나눔, 일자리는 이음’을 주제로 간소화된 기념식이 열렸다. 서울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기념식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 우수기관을 대표해 장관상 10개(지자체 2개소, 수행기관 6개소 등)와 올해 신규로 지정된 고령자친화기업 대표 1개 기업(상신브레이크㈜)에 대한 지정서가 수여됐다.
이날 수상한 노인일자리사업 우수기관의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대구남구시니어클럽(대상 수상)은 ‘이천추어탕 사업단’으로 지역농산물을 사용하는 식품 제조 분야에 시장형 노인일자리를 창출했다. 비대면 포장 주문 확대, 1인 간편식 포장 메뉴 추가 등 지속적으로 사업 다변화를 추진했다.
부천시소사노인복지관(최우수상 수상)은 공익형 일자리 ‘드림티쳐 사업단’을 운영해 동화 구연, 종이접기 등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노인을 보육 기관 강사로 파견해 교육을 제공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는 세대간 상호 작용의 기회를 마련해 세대 갈등 해결에 일조했다. 또한 보육기관에서 별도로 교육비용을 부담해 활동비 외의 연간 약 83만 원이 추가 급여 지급, 생계비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대상 수상)는 ‘주거복지상담 사업단’을 운영해 취약계층을 위한 일대일 상담과 ‘주거 상향 지원사업’ 홍보를 수행하는 실버상담사를 양성했다. 양성된 실버상담사는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희망 주택을 물색할 때까지 밀착 일대일 케어하는 등 주거 자립을 지원했다. 국토안전관리원(대상 수상)은 경로당, 전통시장, 사회복지시설 등 공공시설물의 상태 점검 등에 시니어를 활용하는 사업 협력을 통해 노인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민간영역의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신브레이크㈜에는 지정서를 수여했다. 고령자친화기업은 고령자 적합 직종에서 다수의 고령자를 근로자로 직접 고용하는 기업을 지원해 지속가능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기업당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하며, 올해는 41개 기업을 신규 선정했다. 올해 신규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선정된 상신브레이크㈜는 차량용 브레이크 마찰재 및 전자 제어 브레이크 시스템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자동차 부품 제조 분야에서 노인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참여관은 청계광장(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활용해 동시에 진행된다. 26일과 27일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30분에 이용할 수 있는 청계광장 국민참여관에서는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경험‧성장‧환경‧손맛을 테마로 구성된 청계광장 국민참여관에는 전국 20여 개의 노인일자리 사업단이 참여한다.
30일까지 열리는 온라인 국민참여관은 ‘노인일자리여기’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공모전(영상, 아이디어, 수기) 국민투표 △노인일자리 5자 토크 △어르신 짤 콘테스트(매일) △초성퀴즈(매일) △단어퀴즈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2019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노인일자리 주간’은 국민들의 정책 공감을 높일 수 있는 행사로 운영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청계광장 국민참여관을 통해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례를 공유하고, 나아가 정책에 공감하고 지지해 주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경험을 나눠 일자리로 이어가는 참여 어르신들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