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과 인센티브 지원신청이 간편하게 바뀐다.
행정안전부는 경찰청과 함께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과 인센티브 지원신청을 주민센터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27일 밝혔다.
최근 10년간 65세 이상의 운전면허 소지자는 2.6배 늘었고,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1.4배 증가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각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면허증을 자진반납할 경우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운영해 왔다.
하지만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려면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면허증을 제출하고, 다시 교통카드 등 인센티브 지원을 받기 위해 지자체 행정관서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이에 많은 지자체가 도입한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자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접근성이 좋은 주민센터를 통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 수는 2014년 1022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7만3221명에 이르는 등 전국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도 올해 국민참여예산을 통해 처음으로 확보한 지자체 보조예산 14억 원을 59개 지자체에 지원해 운전면허 자진반납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 도입되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원스톱서비스는 읍·면·동 주민센터 민원접수 창구를 통해 오는 7월 1일부터 서울과 부산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달간 시범운영을 거친 후, 8월 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내달 한 달간 연계 시스템 점검, 주민센터 관계자 교육, 교통카드 사전 제작 등을 통해 서비스가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가 46%에 이르는 만큼 이번에 구축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령자 교통안전에 중점을 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과 갈등을 겪다가 억울하다며 스스로 자살을 택했다. 경찰이 수사를 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구타도 있었고 주민이 경비원을 향해 ‘너는 내 머슴이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또 ‘머슴한테 맞아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 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으로 봐서 주민은 경비원을 머슴처럼 생각하고 무시한 것이라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우리는 머슴이라는 말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 과거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이 국회청문회장에서 답변하길 ‘오너인 자기가 알지 머슴인 전문경영인이 알지 못한다.’라는 말을 했다. 전문경영인까지 머슴취급을 하는 이런 오너의 기업이 부도를 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국민의 지탄을 받을 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어사전에서 머슴이라는 단어를 정의하길 ‘머슴이란 부농이나 지주에게 고용되어 그 집의 농사일이나 잡일을 해 주고 품삯을 받는 사내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강제 징용되거나 노예처럼 팔려간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돈 받고 남의 집일을 해주는 사람이란 뜻이다. 돈 받고 일 해주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봉급쟁이ㆍ 일당쟁이 같은 저속한 말은 그래도 참는다. 머슴이란 말이 사전적 의미로 보면 그다지 나쁜 말은 아닌 직업의 한 종류지만 우리 머리 속에 들어있는 머슴이라는 호칭은 아주 부정적이어서 그런 말을 듣고는 누구도 못 참는다,
지금도 돈 받고 남의 집 일 해주는 사람이 엄청 많지만 아무도 ‘머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전에도 직접 면전에서 고용한 사람이 머슴을 향해 머슴이라고 부르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김 서방, 이 서방’이라고 호칭하고 그 집 자녀들은 ‘아저씨’라고 불렀다.
사전에서 어떻게 정의하든 간에 머슴이란 말속에는 못 배우고 배고픈 가난한 사람이라는 멸시 어감이 있다. ‘머슴밥’이라고 하면 큰 밥그릇 위에 밥 한 그릇이 또 올라갈 정도로 수북이 담는 고봉(高捧)밥을 이른다. 고봉밥을 처음부터 머슴이 먹는 것이 아니라 위에 부분을 양반이 먹고 밑에 남은 밥을 머슴이 먹어서 머슴 밥이라고 한다는 유래다. 이렇게 주인이 먹다 남은 밥을 먹었다는 것은 사실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고기를 제대로 못 먹던 시절에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은 밥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 머슴은 항시 고봉밥을 먹었다.
시골 출신인 나는 실제 머슴을 많이 보고 자랐다. 머슴의 일하는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 년 봉급에 해당하는 사경(私耕)으로는 옷 한 벌 받고 명절날과 눈이나 비 오는 날은 쉬고 쌀로서 10가마니를 받았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노동 착취에 해당하겠지만, 워낙 가난하던 시절에 숙식 제공되는 직업이니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땡전 한 푼 없던 총각이 성실히 몇 년 머슴을 살면 받은 사경으로 농토도 사고 결혼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머슴은 먼동이 트면 일어나 일하고 해가 져야 일이 끝나니 노름판에 기웃거리거나 술판에도 얼씬하지 않았다. 돈을 쓸 틈이 없으니 돈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난해서 남의 농토를 대리 경작해주고 일정 비율을 나누어 갖는 소작농은 해도 머슴살이는 피했다. 그만큼 괄시받는 직업이었다. 자신의 의사는 전연 반영되지 않고 오직 주인이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머슴살이는 요즘 말로 자유가 없는 로봇 같은 노동 기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에 주위의 신분적 멸시를 참아내기가 어려웠다. ‘머슴의 자식’이라거나 아버지가 머슴살이 한 사실이 알려지는 걸 수치로 알고 꺼렸다.
‘경비를 머슴 취급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화가 난다.’든가 ‘머슴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인격 문제다.’는 말에는 듣기 싫다는 뜻이 내포되어있다. 굳이 듣기 싫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듣기 좋은 말도 많다.
바이러스는 오래전부터 인류를 위협해왔다. 질병을 일으키고 전염시키면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왔다. 심지어 ‘가짜 정보’가 나돌아 피해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잘못된 바이러스 정보는 이제 또 다른 공포가 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언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틈 날 때마다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수준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서 더 무섭다. 과거에 발생한 전염병부터 최근 코로나19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는 바이러스의 위협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 속 재난이 현실화되는 것 같다.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사스)는 10%의 치사율을 보이며 이듬해까지 전 세계 774명의 생명을 빼앗았다. 2012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등장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돌았다. 치사율 38%의 메르스는 2015년까지 전 세계 528명의 목숨을 가져간 후에야 조용해졌다. 이외에 조류독감, 에볼라, 신종플루 등의 바이러스도 빠르게 퍼져나가며 인류를 위협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지난 4월 14일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가 200만 명이 넘었고, 13만3400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가 1만 명 이상이고, 약 2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존재가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공포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공포, 근거 없는 가짜 정보
잊을 만하면 발생해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신종 바이러스도 무섭지만, 최근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확산되는 ‘가짜 정보’로 인한 ‘인포데믹’(정보전염병)도 심각하다. ‘표백제가 코로나19를 치료한다’거나 ‘알코올로 입을 헹구면 낫는다’는 등의 의학적 근거가 없는 거짓 정보가 자칫 실제 치료법인 양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루머는 세균이나 곰팡이를 사멸시키는 약효가 체내 바이러스까지 없앨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발상으로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
심지어 가짜 정보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리얼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유언비어가 나돌 정도다. ‘확진자 아버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거나 ‘○○카페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등 마치 실제 행정기관이 발표한 것처럼 ‘의무팀’이라는 명칭도 썼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입고,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코로나19 공포에 따른 불안증을 호소하고 있다.
가짜 정보는 해외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급기야 가짜 정보로 생명을 잃은 사례까지 발생해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3월 이란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메탄올이 코로나19를 치료한다’는 유언비어에 속아 술을 직접 제조해 마신 300여 명이 사망했다. 같은 달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는 한 시민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후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내용도 등장했다. 유튜브에 실린 인터뷰에서 영국의 음모론 전문가 데이비드 아이크는 “앞으로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에는 나노기술 마이크로칩이 포함돼 사람을 통제할 것”이라며 “개발을 지원하는 빌 게이츠를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튜브는 관련 동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전염병보다 빠르게 퍼지는 유언비어
이런 가짜 정보는 전염병이 퍼질 때마다 비슷한 유형으로 등장했다. 성균관대학교 이재국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가짜 뉴스 확산 경로 추적’ 연구에 따르면, 조작된 거짓 정보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반복성’을 지닌다.
지난 1월 말 ‘○○마트 화장실에서 피 묻은 마스크 발견’이란 글과 사진이 유포되면서 경찰과 보건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때도 ‘감염자 A 씨가 ○○학원에 다녀갔다’,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면 안 걸린다’ 등의 거짓 정보가 나돌았다. 이외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을 차단하거나 삭제한 허위 게시물만 170개가 넘는다.
가짜 정보는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부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커뮤니티가 가짜 뉴스의 단초를 제공하고, 회원들이 인터넷에 퍼다 나르면서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고 있다. 또 정치인이나 연예인, 방송인 등이 언급할 경우 ‘인플루언서 효과’로 파급력이 엄청나게 커진다.
이재국 교수는 “가짜 뉴스가 반복해서 쏟아지고, 각종 커뮤니티에 축적된 음모론이 유튜브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어서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는 항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며 “언론 역시 속보 경쟁이 아니라,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속 허구
가짜 정보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짜 뉴스와 목적은 다르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속 이야기에 빠져들면 관객은 허구를 사실로 오인할 수 있다. 실제로 재난 영화 속 설정이나 주인공의 행동은 현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픽션’(허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대표적인 한국 영화는 2013년 개봉한 ‘감기’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한 바이러스는 초당 3.4명에게 전파되고, 감염되면 2~3일 안에 모두 죽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얘기다. 치사율이 100%일 경우에는 이런 전염 속도가 나올 수 없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매개로 전염되기 때문에, 감염자가 죽으면 전파될 기회가 그만큼 낮아진다. 90% 치사율을 가진 에볼라바이러스가 최초 발생지인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빼고 자연적으로 전파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반대로 1918년에 발생해 1919년까지 전 세계 5000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은 10% 내외였다.
영화 속에서 성남시 분당 인구 48만 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은 5일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기간 안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과정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 최근 동물세포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의 생산법이 새롭게 고안됐으나, 이 역시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구 속 또 다른 거짓 설정
허구성이 극대화된 사례이기는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물 영화에도 거짓 설정을 찾아볼 수 있다. 1968년 작품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에 제작된 영화들은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이라는 콘셉트로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린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가 살아 있지 않으면 증식이 불가능한데 죽은 시체를 움직인다는 설정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2007년 작품 ‘나는 전설이다’는 바이러스가 확산된 상황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이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다니지만 그가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생존자는 극소수뿐이고 대부분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류’ 좀비들이었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인류보다 숫자가 많다. 물론 바이러스 자체가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2차적인 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메이즈러너: 데스 큐어’에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좀비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영화 속 단체 ‘위키드’는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자원으로는 한정된 수의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해 바이러스로 일정 수의 사람을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전파 경로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에 인수공통감염이 동반되면 날아다니는 새가 바이러스를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트릴 것이다. 결국 위키드 구성원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인간은 하루에 평균 3600번 정도 사물을 만진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만약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일 것이다.
◇주인공의 행동, 현실에선 처벌 대상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영화 속 주인공처럼 행동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영화 ‘감기’ 속 주인공은 자신의 딸이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로 분류되자 검사를 피하지만 별다른 처벌 같은 건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9조의3, 제80조에 따르면 감염병 의심자가 의료진의 입원 및 격리조치에 불응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감염병 병원체 검사를 거부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박쥐의 배설물을 먹고 자란 돼지를 요리한 셰프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내용이 코로나19의 최초 숙주가 박쥐로 예상되는 것과 흡사해 주목받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올 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마스크 등을 매점매석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산 고시’에 따르면,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를 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아이들은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로 논다. 요즘 아이들은 게임하고 카톡을 하면서 주로 비대면으로 혼자 논다. 하지만 1960년대의 아이들은 또래들과 만나서 놀고, 동물들과 놀고, 말장난 수수께끼에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며 놀았다. 장난감이 없던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말이 장난감이었다.
그런데 숫자를 차례로 나열하는 말장난이나 끝말을 이어가면서 약간의 멜로디와 리듬을 붙여 소리치고 다니는 유희, 이런 걸 뭐라고 하지? 예를 들면 “애들 모여라, 애들 모여라. 여어자는 필요 없고 남자 모여라.” 또는 어려서 아이들이 날 놀려 먹던 노래(?) “순이 순이 철순이, 장가 장가들었다, 누라 누라 마누라, 개다 개다 두 개다.” 이런 거. 나는 요언(謠言)이라고 쓰려 했는데, 찾아보니 사전엔 뜬소문이라는 풀이밖에 없더라.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겠다. 나는 마누라가 두 개가 아니니까.
(여기서 잠깐~! 이쁘고 요리 잘하고 착한 마누라를 얻으려면? 답은 마누라를 셋 얻는 것이다. 마누라가 하나면 한심한 남자, 둘이면 양심적인 남자, 셋이면 세심한 남자라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신소리 헛소리를 하면서 작전타임을 써 봐도 딱 맞는 말을 찾아내지 못하겠다. 그런데 이런 게 바로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동요가 아닐까.)
나는 어려서 못된 말장난을 많이 하고 다녔다(물론 어른들이 못 듣는 데서). “일, 일본 년이 이,……, 삼, 삼밭으로 들어가 사. 사방을 둘러보니 오, 오는 사람이 없어 육, 육시랄 년이 칠,…… 팔, 팔뚝만한 XX로 구, …… 십,…을 하더라.” 이 칠 구의 말줄임표는 생각나지 않는다는 표시다. 함께 자란 고종사촌형에게 물어봤지만 “난 너무 고상한 사람이라 그런 거 생각 안 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형과 나는 무슨 행진곡인가에 가사를 붙여 “아이고 오줌 마려, 아이고 오줌 마려. 아이고 오줌 마려 마려 아이고 오줌 마려.” 이렇게 발맞추어 노래 부르곤 했다. 그러면 안방에 있던 할머니가 “아, 얼렁 뒷간에 가. 오줌 참으면 병나”라고 소리쳤다(사실은 병이 된다는 말인데, 충청도 말 도+ㅑ가 표기되지 않는 게 유감이다).
그 형과 내가 공통적으로 완전하게 기억하는 건 이거다. “야 야 야마싯대가 담뱃대, 대 대 대꼬바리(담배통)가 홀애비짱, 장 장 장돌뱅이가 시리방구, 구 구 구두 신었다구 재지 마, 마 마 마루 밑에 달기똥(닭똥), 똥 똥 똥 싸놓고 도망갔다네, 내 내 냇가에서 놀다가, 가 가 가아련다 떠나려언다….” 무슨 뜻인지 지금도 모르는 말이 몇 개 있다. 네가 내로 바뀌는 대목이 어색하지만, 이 말장난의 끝은 유행가 ‘유정천리’로 이어진다.
1959년 박재홍이 불러 대히트를 한 그 노래의 1절은 이렇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못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눈물 어린 보따리에 황혼 빛이 젖어드네.”
그런데, 우리 공주 시골동네 청년들은 다르게 불렀다. 가사를 바꾼 노래의 1절과 2절은 다음과 같다.
가련다 떠나련다 해공 선생 뒤를 따라
장면 박사 홀로 두고 조 박사는 떠나간다
천리만리 타국 땅에 객사죽음 웬 말이냐
자유당에 꽃이 피네 민주당에 비가 오네
세상을 원망하랴 자유당을 원망하랴
춘삼월 십오일에 조기 선거 웬 말이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당선 길은 몇 굽이냐
자유당에 꽃이 피네 민주당에 눈이 오네
노래가 발표된 1959년은 4·19 한 해 전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독재가 막판으로 치달을 때였다. 1956년 5월 15일의 제3대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두고 민주당의 해공 신익희(1894~1956) 후보가 호남선 열차에서 급서했다. 이어 4년 후인 1960년 3·15 대선 때는 민주당 조병옥(1894~1960) 후보가 미국으로 신병 치료하러 갔다가 선거 한 달 전인 2월 15일에 타계했다. 그 상황에서 대중의 절망과 민주화 열망을 담은 노래가 “가련다 떠나련다”의 개사곡이다. 1960년은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다. 마을 청년들은 작대기로 지게목발을 두드리며 이 노래를 참 많이도 불렀다.
또 하나 ‘비 내리는 호남선’이라는 노래. 해공 급서 이후 민주당의 당가처럼 불린 가요가 있다. 작사자 손로원, 작곡자 박춘석은 정치와는 무관한 사람들이었고, 해공이 타계하기 석 달 전에 나온 노래였는데도 해공을 애도하기 위해 만든 거라는 오해를 받아 경찰에 소환당하며 시달렸다. 5월 5일 어제가 해공의 64주년 기일이었다.
사람은 가고 노래는 남았다. 그러나 가사를 바꾸거나 곡조도 없는 노래로 만든 말장난 동요는 불러본 사람들만의 것이어서 전승되지 않는다. 동시대의 사람들이라도 잘 알지 못한다. 악보상의 노래와 달리 기억 속의 동요는 사람과 함께 사라진다. 스스로 만들어 노래유희를 하는 아이들도 이제는 보기 어렵다.
최소 38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내 수색작업이 30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지난 29일 발생한 화재로 이날 오전 7시까지 모두 3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상자는 8명, 경상자는 2명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포크레인을 동원해 내부 자재를 들춰내는 등 밤샘 수색을 벌이는 등 계속해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상자를 포함해 전날 출근한 현장 작업 인원 78명의 소재 파악을 모두 마쳤다고 전했다. 소방 관계자는 “매몰자 등 혹시 모를 추가 인명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해서 인명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면서 “사상자 수는 사망자 38명을 포함해 어제와 동일한 총 48명”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가연성 소재가 가득한 곳에서 화재 위험이 큰 작업을 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흡사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주변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다가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전기,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로 9개 업체 70여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사망자 중 신원이 파악된 인원은 29명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유족들조차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는 ‘피해 가족 휴게실’이 마련돼 아직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가족이 일부 모여 있다.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유가족에게 알리고 합동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교통비 1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시는 지난해 7500명을 지원한 ‘운전면허 자진반납 어르신 교통카드 지원사업’을 올해는 1만7685명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시 자체 예산으로 7500명, 티머니복지재단 5900명, 경찰청 국비지원 4285명 등의 지원을 모두 합친 규모다.
사업대상은 운전면허 자진반납에 따른 혜택을 받은 바 없는 70세 이상(195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 시니어 중 면허반납일 현재 서울시에 주민등록 돼 있고 ‘서울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가 시행된 지난해 3월 28일 이후 면허를 자진 반납해 실효된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이 기간 교통카드 지원사업에 신청하지 못했던 시니어의 경우 경찰서에서 발급한 운전면허 취소결정통지서나 운전경력증명서를 갖고 오면 신청할 수 있다.
서울시가 면허를 반납한 시니어들에게 지원하는 교통카드는 10만원이 충전된 무기명 선불형 카드로 전국 버스와 택시, 편의점 등 티머니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지하철의 경우 6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무임승차 제도가 별도로 운영 중이라 시니어 무료 교통카드를 이용해야 요금 차감이 발생하지 않는다.
시는 지난해 운전면허 자진 반납 후 교통카드 지원 신청을 하고도 예산 부족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시니어 5900여명에 대해 5월 초순까지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올해 신규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신청하는 시니어들에 대해서는 주소지 주민센터에서 운전면허 반납과 동시에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집 앞에 주차된 빨간색 승용차 손잡이 틈에 현금과 군것질거리가 담긴 봉지를 몰래 끼워놓는 할머니의 사연이 공개됐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통영경찰서 광도지구대는 지난 14일 “누군가 자신의 차량 손잡이에 5만 원권 지폐와 과자나 떡 등이 담긴 봉지를 자꾸 끼워두고 간다”는 한 차주의 신고를 받았다.
이 차주는 “꼬깃꼬깃 접은 지폐가 손잡이 틈에 끼어 있고, 비닐봉지로 꽁꽁 싼 군것질거리가 차 옆에 놓여 있는 일이 지난 2월부터 5차례 이상 반복되고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주차된 차량 주변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결과 돈을 끼워둔 건 86세 한 할머니였다. CCTV 화면 속 거동이 불편한 한 할머니가 힘겨운 걸음으로 와 차량 문을 만지는 걸 확인한 경찰은 며칠간 탐문을 거쳐 통영시 명정동에 있는 할머니 집을 찾았다.
확인 결과 이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었고, 집 앞에 빨간 승용차가 있을 때마다 아들이 주차해 놓은 것으로 잘못 알고 모아둔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차에 두고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아들은 몇 년 전까지 근처에 살았으나 현재는 타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비록 치매에 걸렸지만 아들의 차 색깔만은 분명히 기억하고 빨간색 승용차가 보일 때마다 쌈짓돈과 군것질거리를 두고 온 것이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할머니가 5차례에 걸쳐 두고 갔던 돈 21만원을 돌려줬다.
1982년,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 리그가 출범했다. 그 후 38년, 야구와 함께 살며 모든 행적이 한국 야구의 역사 그 자체가 된 선수가 있다. 바로 유승안 전 경찰 야구단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포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얼마 전 경찰 야구단 해체와 함께 감독직을 마지막으로 야구 최전선에서의 50년 인생을 마무리 짓게 된 그는 이제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1956년생, 베이비붐 세대로서 대한민국의 격동기를 배트와 공으로 돌파한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미래가 무엇인지 듣기 위해 그가 계룡산 자락에 마련한 휴양공간 유쓰카페로 찾아갔다.
프로야구 리그 출범 전 한일은행 야구단에서 포수로서의 생활까지 포함하면 197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승안 전 경찰 야구단 감독의 가장 최근 직업은 사업가다. 계룡산 자락 입암저수지 앞에 자리한 유쓰카페의 사장이 된 것이다.
“작년 연말에 오픈했어요. 이 땅을 매입한 지는 오래됐죠.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지낼 때였어요. 경기에서 이기면 머리가 맑았지만 지면 아주 피곤했어요. 옆에서 술 마시자는 사람도 많았고…. 그래서 술도 끊고 어디 힐링할 데 없나 찾아다니다가 이곳을 알게 됐죠.”
오래전부터 마음에 들어 지인들과 자주 와서 놀다 보니 땅 주인이 살살 꼬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사게 됐다. 그러나 매입한 후 임대만 하고 땅을 놀렸다.
“이곳은 제 희로애락이 다 깃든 곳이에요. 시합에서 지면 찾아와 무상무념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그러다 땅을 팔 건지 재건축을 할 건지 고민하다 저도 이제 은퇴할 시기가 됐고 직업을 또 가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무리해서 짓게 된 거죠.(웃음)”
이제 아내에게 의지할 나이
유쓰카페는 그 이름처럼 1~2층은 카페, 3~4층은 펜션으로 운영된다. 펜션은 룸이 4개밖에 없는 소규모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간이 아닌, 가족들이 와서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유쓰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 아내 장은진 씨도 함께했다. 우리가 아는 선수이자 감독인 유승안은 카리스마 넘치는 강직한 원칙주의자다. 그렇다면 아내에게는 어떤 사람일까?
“아이들에겐 너무 좋은 아빠예요. 집에서는 단 한 번도 큰 소리를 내본 적 없고 스트레스를 표시한 적도 없어요. 아이들에게는 늘 져주는 아빠죠. 그런데 제 입장에선(웃음), 한 15년 정도는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느껴졌어요.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기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일은 남편이 아닌 기사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러나 60세에 가까워지면서 순화가 되더라고요. 요즘은 저와 상의도 많이 하고 말투도 엄청 부드러워졌어요.”
그렇다면 그가 변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앞에서 타박 아닌 타박을 당한 그가 슬쩍 끼어들며 한마디했다.
“우선 2~3년 전부터 여성호르몬이 증가했고(웃음) 이제 살길을 찾는 거죠. 앞으로 제가 의지해야 할 사람은 자식이 아니라 마누라니까, 안 까불려고.(웃음)”
프러포즈도 제대로 안 한 남편과 미국에 같이 간 이유
두 사람의 주거니 받거니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내와의 만남을 “홈런을 쳤다”라고 표현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두 아들을 안겨준 첫 아내를 백혈병으로 떠나보내고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만난 귀한 인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혼한 후 18년을 함께 살았다. 이제 와 다소 늦은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아내에게 남편이 이상형이었는지 짓궂게 물어봤다.
“하나도 아녔죠.(웃음) 저는 구단 직원이어서 친분은 없지만 어쩌다 가끔 보는, 알던 분이었어요. 그런데 몹시 남자다웠어요. 그래서 결혼할 때 프러포즈도 없었어요. 비슷하게 한 말이, ‘네가 있어야 내가 미국으로 연수를 갈 수 있고, 네가 없으면 일본을 가야 하는데 난 미국에 가고 싶다’였어요.(웃음) 미사여구로 꾸민 말도 아니고 그저 담백했죠. 그런데 그때는 남편도 믿음직스러웠지만 두 아이들도 좋았어요. 애들과 코드가 잘 맞았거든요. 사실 지금도 남편보다는 애들과 친해요.(웃음) 그래서 결혼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죠.”
두 사람은 결혼 후 두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그곳에서 아내는 거의 두 아들하고만 지냈다. 남편은 연수를 해야 해서 늘 바빴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랬기 때문에 아이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남편이 일과를 끝내고 들어오면 밤 열두 시였어요. 그러니 저희는 저희끼리 살아남아야 했죠. 애들은 저를 의지했고 저도 애들만 바라보며 지냈어요.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였지만 타인의 시선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서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야구 집안의 두 아들과 막내딸
그가 한화 이글스 감독이 되어 귀국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원래 살던 서울을 떠나 대전에서 지내야 했기에 가족끼리 똘똘 뭉쳤다. 여러모로 이러한 환경이 그들 가족을 의기투합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된 셈이다. 그렇게 새롭게 연을 맺은 부부 사이에서 남편이 그토록 원하던 딸이 한 명 태어났다. 너무 감격스러워 이름을 은혜라고 지었을 정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딸은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런 딸에 대해 얘기하는 엄마의 모습에는 믿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자기가 원하는 걸 하면 좋겠는데 아직 못 찾았어요. 이상과 현실이 워낙 뚜렷한 아이라.(웃음) 어렸을 때도 스스로 잘 자랐으니, 진로도 알아서 곧 찾아낼 거라고 믿어요.”
“저희 딸이 천재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좋겠어요. 우리가 할 도리는 다할 테니까.”
두 아들은 이미 자신의 길을 찾았다. 다름 아닌 야구다. 일찌감치 야구선수로 활동해온 첫째 아들 유민상은 KT 위즈, 둘째 아들 유원상은 기아 타이거스 소속 선수로 뛰고 있다. 유승안 집안은 야구 패밀리로 유명하다.
자식농사 끝내 홀가분
지금까지 젊은이들과 함께 부딪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젊게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사실 유승안은 다섯 살짜리 손주를 둔 할아버지다. 두 아들이 벌써 결혼해 손주까지 안겨줬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자식농사 끝난 거죠. 홀가분해요.”
아내는 남편과 살면서 의견이 심하게 부딪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소리 내어 싸워본 적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고. 아이들과도 마찬가지여서 서로 조화가 잘되는 화목한 가족이라는 게 아내의 설명이다.
“우리 가족을 겉으로만 보고 ‘힘들었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우린 정말 잘 맞아요. 애들도 잘 커서 나름의 자부심도 있고요.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안 그랬으면 일 년 정도 살다 말았겠죠.(웃음)”
그런 아내를 유승안은 고마움 가득한 시선으로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악조건인 상황에서 여태까지 잘해왔고… 그래서 너무 고맙죠. 앞으로는 이쪽에 예속돼 살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내가 동의를 해야지!(웃음)”
평생 야구만 한 유승안의 새로운 도전들
유승안은 타고난 스포츠인이다. 스포츠는 일단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 특히 야구를 ‘토털 인생’이라고 칭하는 그는 미션이 주어지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이다. “노력 안 하고 무리 안 하면 좋은 걸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의 제2인생에 야구가 여전히 놓여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니지먼트, 에이전트 회사에서 고문으로 일하는 걸 검토 중이에요. 스포츠 아카데미, 재활 프로그램 등을 아우르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생긴 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 육성, 재활 쪽으로는 체계가 안 잡혀 있어요. 현재는 영리 목적으로 야구인이 아닌 사람들이 맡고 있는데 이제 우리 1세대가 해볼 만하다 싶어요. 미국이나 일본은 그런 시스템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거든요.”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교육 리그(시즌이 끝난 뒤 훈련이나 신인선수 발굴을 목적으로 펼치는 단기(短期) 리그)다. 경찰 야구단 2대 감독을 10년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육성 전문가로 거듭난 그는 교육 리그 창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는 우리나라 야구가 대만, 중국에 다 졌어요. 올림픽 예선도 멕시코를 이겨 겨우 올라갔죠. 동양권에서 꼴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원인은 육성에 있다고 봐요. 미국, 일본, 대만에는 교육 리그가 있어요. 한국만 없어요. 그래서 제주도에 교육 리그를 만들어볼까 해요. 우리가 만들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거죠. 그러려면 앞으로 나서는 사람과 기업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진행이 되니까요.”
둘이서만 함께 살고 싶은 마음
유승안이 일단 저질러놓고 결과를 보는 스타일이라면 아내는 한 번 더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남편이 막 나가려 하면 그녀가 제어를 한다. 부부가 그처럼 잘 어울리는 이유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남편은 꿈이 커요. 반면 저는 작지만 계획을 세우면 완벽히 하는 쪽이고. 제 꿈은 뭔가 큰 게 아니라… 우리 둘만 지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잖아요. 그래서 둘이 살면서 뭔가를 해보고 싶어요. 제주도에 가는 것도 좋고, 펜션 사업도 좋아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목적에서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소소하게 남편과 함께하고 싶은 거예요.”
인터뷰 내내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즐거운 농담 속에서 피어나는 시간 속에서 이들 가족이 행복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느껴졌다. 눈이 온 창 밖 겨울 호수에 비치는 빛이 새롭게 시작된 미래를 향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게 될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장면, 그리고 말이 있습니다. 2015년 7월 31일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 야외무대에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오릅니다.
“제가 부를 곡은 저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사람들이 원하고 갈망하는 곡일 수 있습니다. 통일이 빨리 되어서, 제가 부르는 이 ‘그리운 금강산’이 오늘 이 베를린에서 마지막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그리운 금강산이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금강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겠습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유라시아친선특급’ 폐막 음악회,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기에 앞서 조 씨가 한 말이 4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모스크바와 벨로루시, 폴란드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19박 20일 동안 대륙횡단열차를 탔던 학생, 시인, 소설가, 화가, 경찰, 소방관, 기자, 음악가, 교수, 관료, 정치인, 독립운동가 후손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한 원정 대원 400여 명은 조 씨의 발언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진한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조 씨와 원정 대원, 그리고 국민 모두의 간절한 소망과 달리 달라진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 사이 남과 북, 미국의 정상이 숨가쁘게 만나는 등 희망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는 없습니다. 금강산은 여전히 ‘그리운 금강산’입니다. 여전히 갈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그리운 금강산입니다. 그런 씻기지 않는 갈증과 그리움을 다소나마 해소해주는 ‘우리 꽃’이 있습니다. 특산 식물인 봉래꼬리풀이 그 주인공입니다.
봄 금강(金剛), 여름 봉래(蓬萊), 가을 풍악(楓嶽), 겨울 개골(皆骨). 계절마다 각기 다른 풍광을 자랑하기에 그 이름을 달리 불렀다는 금강산. 여름이면 1만2000 봉우리마다 계곡마다 온갖 나무와 풀들이 푸름을 뽐낸다고 해서 쑥과 명아주를 뜻하는 한자어 ‘봉래(蓬萊)’란 이름을 얻은 금강산. 그곳에서 여름철이면 꼬리 모양의 꽃을 피운다고 해서 봉래꼬리풀이란 국명을 얻었습니다. 학명 중 변종명 ‘디아만티아카(diamantiaca)’는 봉래꼬리풀이 처음 채집된 장소가 바로 ‘Diamond Mountain’이라는 영어명으로도 불린 금강산이며, 한국의 고유 식물이었음을 말해줍니다.
높이 20cm 안팎으로 자라며, 달걀 모양으로 마주나는 잎의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붉은빛이 돕니다. 7~8월 원줄기와 가지 끝에 연한 보라색 꽃이 원뿔 형태로 줄줄이 달립니다.
Where is it?
금강산에 자생하는 봉래꼬리풀이 남한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1990년대 초. ‘설악산의 꽃’을 찾아 나선 식물학자와 야생화 사진작가, 동호인 등이 설악산 마등령과 서북능선, 안산 등지에서 자라는 봉래꼬리풀을 잇따라 확인한 것. 이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봉래꼬리풀이 “금강산 비로봉의 사스래나무와 눈잣나무의 숲속에서 자라며, 강원도 속초시와 인제군에도 분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여 만에 오르는 권금성 바위 더미 사이사이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울창한 숲이었으나 케이블카 운행으로 숱한 관광객이 오가면서 대머리 돌산처럼 변한 권금성 곳곳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놀랍고 반갑다. 미시령 옛길 주변에서도 울산바위를 바라보고 당당하게 선 봉래꼬리풀을 만날 수 있다.
노후에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낮아지는 소득 수준과 부담해야 할 집세, 건강으로 좁아지는 생활반경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연금삭감 논의와 함께 노후자금 부족에 대한 경고등까지 켜지면서 불안감도 생기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소득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나 고령자를 위한 여행 방법에 대한 개선도 논의되고 있다.
서점가에선 ‘탈출노인’ 인기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는 신간 ‘탈출노인(脱出老人)’이 인기를 얻고 있다. 논픽션 작가 미즈타니 다케히데(水谷竹秀)가 쓴 이 책은 집세도 내기 어려운 부족한 연금생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고 필리핀에 정착한 일본 중장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대기업 샐러리맨 출신이지만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방사능 걱정이 없는 필리핀으로 이주한 부부에서부터, 90세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떠난 여교사, 필리핀에서 만난 24세 연하의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전직 경찰관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은 지난 6월 일본 금융청이 “평균적인 무직 60~65세 노인 부부가 약 30년의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금 외에 약 2000만 엔(한화 약 2억2000만 원)의 자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더욱 조명받았다. 이 논란은 소비세 인상과 맞물려 일본 국민의 시위까지 불러일으켰다.
필리핀은 물가가 낮고 체류가 쉬워 일본인들에게 노후를 보내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의료 인력도 풍부해 일본인 대상의 실버타운도 조성됐다. 일본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필리핀 체류 일본인 수는 1만6570명에 달한다.
‘탈출노인’은 인기에 힘입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후지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토쿄 한복판 실버타운 입주비용은?
일본의 고급 실버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8월 1일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 새 실버타운이 문을 열었다.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실버타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참·케어(cham·care) 코퍼레이션의 ‘참 프리미어 그랑 쇼토(松濤)’다.
이 회사가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표방하며 건립한 이 실버타운은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갖췄다. 지상 3층 지하 1층에는 36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고, 입주자를 위해 직원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입주자와 직원 비율은 1.5대 1로 직원이 바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없는 셈이다. 의대 협조를 통해 치매 개선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재활전문 의료법인과의 제휴로 다양한 재활 서비스도 이뤄진다. 식사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일식과 양식 이외에도 먹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매일 직원들이 입주자의 산책을 돕고, 각종 취미활동이나 야외 활동도 지원한다.
문제는 입주비용. 월 30만2400엔에서 95만2400엔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약 330만 원에서 10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교통 약자 위한 ‘여행개조사’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일본 정부는 이를 계기로 국내 여행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말 그대로 교통 약자가 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
지난 6월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본간호여행서포터즈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여행사, 대학,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령자나 장애인의 편안한 여행을 위한 방안 마련 논의를 했다. 이들은 노인과 장애인이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간호 여행’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단체는 노인과 장애인의 여행을 돕는 도우미인 여행개조사(旅行介助士) 제도를 민간자격증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여행자의 보행 상태나 건강 등을 파악한 후 여행 기획부터 응급상황을 대비한 조사활동을 펼치고 몸이 불편한 고객의 여행 동행자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