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가 도움이 될지 누가 알아?” 1967년 프랑스 정부의 해외연수 담당부서. 담당관은 긴장한 한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프랑스어 실력은 기대 이하였지만, 돌려보낼 수는 없기에 체념해서 나온 말이었을 거다. 재미있게도 그 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담당관이 베푼 작은 선의는 훗날 프랑스에 큰 기회를 제공했다. 그 청년은 프랑스의 고속열차 TGV와 선진 항만 기술의 도입을 주도했다. 또 그곳의 아름다운 와인을 소개하는 명사가 되었다. 최훈(86) 前 철도청장 이야기다.
“필연이죠.”
최훈 전 철도청장은 그의 인생에서 프랑스와 계속된 관계를 그렇게 설명했다. 사실 청년 시절 그의 관심은 오직 취직뿐이었다. 프랑스와 길고 긴 인연을 이어갈 것이란 생각은 꿈에서도 못 했다.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했을 때 한국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어요. 전쟁을 겪고 난 시기여서, 학교도 많지 않고 선생에 대한 수요도 적었죠. 일자리를 찾다가 국토건설단에 지원한 것이 공무원 생활의 계기가 됐어요. 영어에 자신이 있었으니까 외무부 쪽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다가 교통부 쪽에서 외무 업무를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길래 배속을 받았죠.”
그렇게 영남 출신 청년의 서울 상경 생활이 시작된다. 1961년의 일이다. 바라던 해외 공관 자리는 아니었지만, 맡은 일은 재미있었다. 대한민국이 이제 막 제대로 된 국가의 형태를 갖춰가던 시기.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다. 그 과정에서 외국과 교류하고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가장 필수적인 업무였다.
그의 첫 임무는 국제민간항공기구에 한국의 항공 운항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후에 미 제5공군 관할이었던 김포공항을 이양받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 의사를 정확히 제공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에 사전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며 “그때 들인 습관을 아직까지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책상 정면에는 손때 묻은 낡은 사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같았던 프랑스 유학
“교수님 믿어주세요.”
1967년 심사를 담당하던 교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프랑스 정부의 부탁을 받아 국비유학생을 선발하는 자리. 교통부에서 신청한 청년의 프랑스어 실력이 문제였다. 퇴짜 맞을 가능성이 컸지만, 자신을 뽑아주지 않으면 선발 예산은 다른 나라로 전용될 것이라는 이유는 꽤 설득력이 있었다. 교통부에서 활약할 실력이면 현지에서 금방 배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결국 교수님이 제 설득에 넘어갔죠. 낭만이 넘치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같으면 큰일 날 일이죠. 프랑스 정부에서는 매년 국비유학생 형태로 지원자들을 받아 프랑스 유명 관광지의 호텔에 배치했어요. 프랑스의 선진 문화를 후진국에 전하면서 모자란 인력도 해결하는 정책이었죠. 결국 어렵게 프랑스에 도착하니, 현지 호텔에서도 제 프랑스어 실력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다행히 현지 지배인이 기회를 줘서 프랑스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그렇게 그의 프랑스 생활은 시작됐다. 세 개의 5성급 호텔에서 매니지먼트 과정을 이수했다. 고된 일들이 이어졌지만, 센강과 에펠탑, 샹송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했던 그의 가슴속 목마름과 호기심은 조금씩 기쁨으로 변해갔다. 임계점을 넘어 끓어 넘치던 프랑스의 다양한 문화는 열정 넘치는 청년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니스의 호텔에서는 모나코 왕비가 된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파티에서 쟁반을 들고 수백 명의 귀부인 사이를 누비기도 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죠. 드레스를 차려입은 부인들로 가득했고, 하루에 수백 병의 최고급 샴페인이 소비될 정도였으니까요. 단순히 화려한 모습에 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회 문화나 와인 다루는 법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체득한 지식은 후에 제게 큰 도움이 됐죠.”
짧은 1년이었지만, 그의 인생에 끼친 영향은 엄청났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971년 교통부로 돌아온 그는 다시 프랑스행을 명받았다. 이번엔 출장이었다. 당시 영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하고, 현지 경험 있는 공무원이 흔할 리 만무했다.
“인천에 항만 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서해의 심한 조석간만의 차를 극복할 갑문 운영 기술은 국내에 없었어요. 우리 바다의 조건과 유사한 선진국 항구에 가서, 항만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지 배워와야 했죠. 그래서 프랑스와 벨기에, 영국의 항구를 차례차례 들렀어요. 르아브르와 케르크, 안트베르펜, 브리스톨 같은 곳들이었죠.”
당시 그가 만들었던 항만 운영 시스템 규정은 인천항 갑문 운영의 뼈대를 이루었다. 선진국의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물은 세세한 부분이 바뀌었어도,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항만청 국제과장 시절에는 항만 개발을 위한 차관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개발은행 등 각종 국제기관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오일쇼크로 중동에 돈이 넘친다는 말을 듣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까지 달려갔다. 무엇보다 종교가 우선시되던 시절, 알라에게 절을 하라는 무례한 요구에 머리도 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기 위한 자금이었다. 그는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확보한 차관을 합치면 1억 8000만 달러 정도 될 것”이라며 웃었다.
운송실장 시절, 부처 내에서 다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번에는 열차였다. 국내 고속철도 도입이 검토되던 시기였다. 당시 국내 기류는 ‘당연히 신칸센’이라는 분위기였다. 철도 기술자 상당수가 일본을 통해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었다. 자연스레 익숙한 일본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세계 최고의 열차는 프랑스의 TGV였다. 최고 영업 속도가 일제에 비해 시속 90km 이상 빠른 기술력을 자랑했다.
“당시에 프랑스나 독일의 고속철도를 경험해본 사람이 부처 내에 많지 않았죠. 전 각종 국제회의나 조약 협상을 위해 왕래가 잦았으니 익숙했고요. 또다시 그렇게 프랑스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필연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우리 열차의 속도는 시속 80km 정도였으니까 신칸센도 충분히 만족할 만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열차는 지연 없이 대량 수송이 가능한 최고의 물류 효율을 자랑하는 수단이었으니까, 경제 발전에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대도 많았지만 세계 최고의 열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웠던 와인과의 재회
“여보! 이게 그 술이야! 바로 이 맛이야!”
1977년. 업무로 바쁜 일상을 보내던 그는 한국에서도 와인이 나온다는 소식에 가게에서 한 병을 집어 들었다. 마주앙 와인이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제조가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만든 와인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모금이면 충분했다. 입에 대는 순간 의심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프랑스 연수 시절 워낙 애주가였던 저는 밤마다 숙소 주변의 작은 가게에서 와인을 사 마셨어요. 1프랑짜리 싸구려 와인이었지만, 같은 값인 물을 사 먹을 순 없었죠. 저녁을 대신해 커다란 소시지 하나를 구워 와인 한 병을 비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마주앙을 먹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확 떠오르더라고요. 그 시절 추억의 맛이었어요. 미군에 연줄이 없으면 와인을 구하지 못하던 시절, 와인에 대한 갈증을 달랠 수 있었죠.”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그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다. 핑계 삼아 여행도 갈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해답은 와인으로 귀결됐다. 우선 와인의 기본 정보를 요약해 알리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첫 번째 작품이 1997년 600페이지 분량의 저서 ‘포도주 그 모든 것’이라는 책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와인 불모지였으니까요. 와인에 대한 개론을 상식선에서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책을 내고 나니까 주변에서 문의가 늘더라고요. 그래서 자원평가연구원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라는 교육기관을 세웠어요. 지금의 ‘와인 리뷰’라는 월간지도 그때 시작했죠. 처음엔 광고도 많지 않아 고생을 꽤 했지만, 몇 년 지나고 나니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지더라고요.”
2005년에는 국제 와인 대회인 코리아 와인 챌린지를 시작했다. 일본의 대회를 롤모델로 삼아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대회가 됐다. 업계에서는 해외 와이너리의 와인을 가장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대회라는 평가를 듣는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21개국 888종의 와인이 출품됐다. 만나기 어려운 조지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의 와인도 참가했다. 대회의 권위가 높아지면서, “대회 심사위원들도 자긍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발행하는 ‘와인 리뷰’를 살펴보면 발행인인 최훈 前 철도청장이 작성한 기사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주요 기사의 대부분을 소화해내고 있다. 기사의 깊이도 대단하지만, 작성량 자체가 젊은 기자들을 뛰어넘는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유튜브도 시작했다. 와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필요하다는 유통업체들의 요청이 있었다. 와인 산지의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특징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지잖아요. ‘와인 리뷰’를 발행하면서부터 새벽에 원고 작성하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새벽에 차분하게 글을 쓰다 보면 기사에 필요한 추가적인 자료나, 과거에 썼던 원고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과거에 다녀왔던 여행의 기억까지 말이죠. 기본적으로 와인을 이야기할 때 제가 가보지 않은 곳의 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좀 부끄럽더라고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는 것 같아서. 지역의 로컬 와인이나 토양, 기후 등을 겪어봐야 그 와인에 대해 정확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마트에서 칠레 와인만 사다 마신다는 말에 그의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 그저 털털한 인상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순간 ‘무언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그의 조언으로 오해는 풀렸다.
“어느 나라의 와인이라도 시작을 위해 저렴한 와인을 마시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좀 더 좋은 와인을 찾는 모험을 권하고 싶어요. 여러 나라에서 훌륭한 와인이 나오고 있으니까 너무 빨리 한정 지어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체험으로 와인의 즐거움을 누려보세요.”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보건 정책으로 ‘치매 국가책임제’가 꼽힌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를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에서 해결하는 정책이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지난 5년간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치매 관련 공약을 짚어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 국내 노인 인구는 708만 명으로, 그중 치매 환자는 73만 명이었다. 2020년에는 84만 명으로 치매 환자가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13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환자 본인의 인간 존엄성도 무너지고 생존까지 위협받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받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이 공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2017년 9월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치매 환자에게 전문 요양사를 파견하는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 5년의 성과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전국 256개 시·군·구에 지역사회 치매 관리 거점 기관으로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과 진단, 예방 활동, 사례 관리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도 시행 전까지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광역단체에서만 50개 정도의 치매지원센터(치매안심센터 옛 이름)가 운영됐다. 제도 시행 이후 치매 환자 등록에 속도가 붙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치매 환자 2명 중 1명은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치매안심센터 치매 환자 등록률은 55.2%였다. 등록된 환자는 총 50만 2933명에 달했다. 2018년 치매안심센터 등록률은 42.5%, 2019년 51.9%, 2020년 53.4%, 2021년 55.2%로 증가했다.
각 지자체의 치매안심센터는 지역사회 치매 관리 체계의 거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여러 사업이 지역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으며, 질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지난 2월 대한치매학회 빅데이터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기간은 평균 5.98년이었다.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치매 관리를 받는 비율은 △고령일 경우 △소득이 적은(소득 하위 40%) 경우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 △기저질환이 많은 경우에 뚜렷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 환자의 의료비 절감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0월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 중증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 비율을 최대 6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이에 2021년 8월 기준 약 7만 4000명의 중증 치매 환자가 혜택을 받았으며, 1인당 본인부담금은 126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평균 72만 원이 낮아졌다.
2018년 1월부터는 신경인지검사와 자기공명영상검사(MRI) 등 고비용 치매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2020년 12월 기준 35만 명이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받았다. 1인당 평균 약 17만 원이 줄었다.
2022년 윤석열 정부의 과제
그러한 가운데 2020년 9월에 발표된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제4기 국가치매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치매 관리에 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한다.
제4차 정책의 비전은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행복한 치매 안심사회 실현이다. 치매 관리 전달 체계의 효율화 및 공급 인프라 확대, 치매 환자도 함께 살기 좋은 환경 조성 등의 정책 기반 강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정책을 잘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 공약 당시 ‘치매’를 언급했다. 그는 “요양·간병에 대한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로 인해 부모님 간병비 부담과 간병 서비스 질적 수준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심각하다”며 “국민의 부담을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현행 가족돌봄 휴직 최장 90일, 가족돌봄 휴가 최장 10일로 되어 있는 요양·간병 가족돌봄 휴가·휴직 기간 확대 △맞춤형 돌봄계획 국가의 책임 설계 및 지원 △간병 서비스 품질 인증 등 장기 요양 서비스 선진화 △치매 등 노인 질환 예방 지원 강화 등의 공약을 내놨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노인 건강관리 및 돌봄 서비스 확대’, ‘다양한 형태의 고령 친화 주거환경 조성’, ‘문화·여가 바우처 지원으로 노인 사회참여 활성화’를 공약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2025년이면 대한민국이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치매 문제가 더욱 심화될 만큼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 실효성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 이 기사는 4월호 지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2020년 우리나라 50세 이상 남성들이 가장 많이 딴 국가기술자격증 역시 지게차운전기능사로 나타났다. 지게차는 다른 중장비에 비해 장비 조작이 비교적 쉽고, 활용도가 높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정부도 40~60대를 위한 지게차 운전 양성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기 있는 세 곳을 소개한다.
인천항만공사(IPA)
인천항만공사(IPA)와 노사발전재단이 공동으로 ‘중장년 생애경력설계 및 지게차 운전원 인력 양성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항만 물류 기능인력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다. 교육은 2주간 지게차 이론 및 70시간 실습, 생애 설계 교육 6시간 등 자격증 취득과 중장년의 새로운 경력 설계에 특화된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국폴리텍대학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에서는 제2의 직업으로 새 출발을 원하는 40~60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 및 취업 지원을 4개월 과정으로 해준다. 자동차과 안에 지게차 운전 교육 과정이 있고, 지난해 18명이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캠퍼스에서는 연령에 상관없이 실업자를 대상으로 전기지게차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생활기술학교
경기도 생활기술학교는 5060세대를 위해 자동차진단평가 전문가 과정과 지게차운전기능사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지원으로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며, 교육은 주말에 진행돼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은퇴 후를 준비하는 이들도 자격 취득 및 취업 연계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 노인 인구가 20%가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적절한 대처 없이 맞는다면 개인적으로 노년기에 경제적 어려움, 질병, 고독, 무위 등 4고(四苦)로 인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노동생산성 저하는 물론 노인 부양비 증가, 복지 비용 증대 등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전개 : 시작과 발전
그동안 정부는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하 노인 일자리 사업)은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심각한 수준으로 2011년 47.8%에서 2020년 40.4%로 개선되었으나(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2021), OECD 38개국 평균(13.1%)의 3배 이상으로 최하위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OECD, 2021). 따라서 일자리는 저소득 노인들에게 생계 문제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와 같이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 정책은 주요 핵심 과제로 여기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존재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2004년 2만 5000개의 일자리로 시작해 2022년 84만 5000개로 확대했고, 관련 예산은 2004년 약 213억 원에서 2022년 1조 4422억 원으로 증액했다. 이렇듯 짧은 기간에 급속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성장은 성과와 더불어 한계를 지닌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소득 보충적 특성으로 인해 공익활동 사업의 양적 확대 등 직접 일자리 창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제한적 민간 일자리 사업 성장, 수행기관 및 전문인력 부족, 과도한 사업 수행량, 사업 수행의 유연성 부족 등이 이 사업의 제약점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취약층 노인들의 소득 개선에 도움을 주며, 노인의 심리적·정서적 건강과 사회관계 개선, 의료 이용 감소, 삶의 만족도 향상 등 노후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기대
그동안 노인 일자리 사업은 양적 확대를 통해 소득 보충 및 사회참여에 이바지해왔다는 점에서 목적에 맞는 성과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온전한 성과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노인 일자리는 수요보다 공급이 현격히 부족한 편이며, 단순 저임금 일자리의 질적 변화 없이 일자리 개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다가올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지속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 증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향후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노인의 욕구, 경험 등을 반영한 혁신적 노인 일자리가 개발되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층 진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들 세대는 기존 노인층보다 높은 교육 수준, 건강 등 상이한 특성을 지니며, 경륜을 활용한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높다. 일자리의 다양성, 질적 개선에 대한 베이비붐 세대의 욕구를 잘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노인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역 내 공공 및 민간기관 등이 협력하여 인적·물적 자원 연계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기반 상생형 노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성을 반영한 ‘돌봄’ 또는 ‘안전’, ‘방역’ 등의 노인 일자리 사업 연계가 적절하다. 이외에도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ICT 기술혁신을 통한 서비스 개발이나 직무 발굴이 필요하다. 청장년 일자리와 상생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세대교류형 내지 세대통합형 노인 일자리도 개발되어야 한다.
둘째, 노인 일자리 수요처의 욕구에 맞게 노인을 교육·훈련하고 인적 역량 개선을 위한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노인 일자리 소양 교육이나 안전 교육 이외에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및 기술 습득과 훈련, 그리고 보수 교육, 역량 강화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직무 경험과 욕구, 역량 등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의 설계 및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 및 담당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과 전담인력의 사업 관리, 직무 전문성 강화, 일자리 상담, 고용안정성과 처우 개선 등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맞춤형 교육과 일자리 매칭, 수요처 발굴 등 역할 수행을 위해 종사자 직무역량 교육 강화 또한 중요하다.
넷째, 노인을 수동적·의존적 대상이 아닌 적극적이고 독립적 주체로서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자신 역시 미래의 노인이라는 시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효과성,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장점(예를 들면 성실성, 책임감 등)을 부각하는 동시에, 노인 일자리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캠페인 또는 공익광고 등이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 코로나 팬데믹, 4차 산업 시대의 도래 등 급변하는 사회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위기’가 아닌 도약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곧 도래할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노인 일자리 확대 및 내실화는 우리 사회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실현을 앞당기고, 참여 노인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인인 국민 모두에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2021).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OECD (2021). Pensions
at a Glance 2021: OECD and G20 Indicators.
글 원영희 교수
원영희 교수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 석사, 플로리다 주립대학(Univ. of Florida)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비상임이사를 역임했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유망 직업을 소개한다. 취업 시장에서 기업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기술자격증은 지게차운전기능사로 나타났다. 이에 많은 시니어들이 은퇴 후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50세 이상 남성들이 가장 많이 딴 국가기술자격증은 지게차운전기능사였다. 1만 616명이 취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게차는 다른 중장비에 비해 장비 조작이 비교적 쉽고,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취업이 용이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더욱이 올해부터 지게차운전기능사는 과정 평가형으로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원래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은 시험으로 취득하는 검정형이었다.
과정 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은 실무 중심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후 평가를 거쳐 합격 기준을 충족한 사람에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산업현장에서 지게차운전기능사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실무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같이 자격 취득 방법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지게차는 소형 지게차와 일반 지게차로 구분할 수 있고 취득 과정도 다르다. 3톤 미만 소형 지게차는 별도 시험 없이 이론 6시간, 실기 6시간 등 총 12시간의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하는 소형 지게차 면허 취득이 가능하고, 조종이 가능하다.
반면에 일반 지게차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필요로 한다.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소형 지게차뿐 아니라 3톤 이상 지게차도 운전할 수 있다.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 취득 방법
기존의 검정형 자격증 시험은 필기·실기시험으로 구성돼 있다. 필기와 실기 모두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만 받으면 합격할 수 있다. 필기시험 난이도는 일반적인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으로 생각하면 큰코다치기 쉽다. 필기시험 합격률이 50% 정도밖에 안 되므로 공부는 필수다.
특히 신중년들은 공부를 오랜만에 하고, 글씨도 잘 보이지 않기에 학습이 어렵다는 호소가 줄을 잇는다. 때문에 젊은 층보다 공부를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
다행히 2020년 1월부로 출제 문제가 이론 중심에서 실무 중심으로 개편됐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지게차 주행, 화물 적재, 운반, 하역, 안전 관리에 대한 문제가 출제된다.
실기시험은 4분 이내에 정해진 코스를 주행하며 화물 적재, 운반, 하차 등을 해야 한다. 실기시험의 포인트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작업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지게차를 여러 번 운전해보며 잔 실수와 긴장감을 줄이는 것이 좋다.
지게차운전기능사 시험은 상시 검정 시행 종목으로 상세한 시험 일정 정보는 큐넷(Q-net)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큐넷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며, 국가 자격시험 원서 접수, 합격자 발표, 시험 일정 등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다.
다양하게 취업 가능해
지게차운전기능사를 요구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주로 각종 건설업체 및 제조업체에서 수요가 높다. 그뿐 아니라 물품을 상하차해야 하는 배송 및 운송, 항만업체에서도 지게차 운전면허를 소지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더불어 알아야 할 것은 기업은 지게차 운전뿐 아니라 다른 업무도 병행 가능한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목표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개발할 것을 추천한다.
현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입의 나이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20~30대 젊은 층도,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한 50대도 많아지고 있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다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다만 3년 정도 일을 해야 업계에서 경력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70대 고령자도 일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게차운전기능사로 경력을 쌓으면 개인 사업자로 전환해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비 지원 중장년 교육 활짝
사회적으로 퇴직 후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따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도 40~60대를 위한 지게차 운전 양성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항만공사(IPA)와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도 생활기술학교가 인기 있다.
이들 세 곳에서는 전액 국비로 전문 교육이 이뤄지며, 자격증 취득에 이어 취업이 이뤄지도록 지원해준다. 단점은 1년에 한 번 교육을 실시하며, 보통 15~20명으로 교육생을 소규모로 모집한다는 점이다. 지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고 빠른 취득을 원한다면 중장비 전문 교육 학원을 찾아 교육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가 있으면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밖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일자리지원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으니 거주지를 고려해 자신에게 꼭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지게차 운전 교육기관
인천항만공사(IPA)
인천항만공사(IPA)와 노사발전재단이 공동으로 ‘중장년 생애경력설계 및 지게차 운전원 인력 양성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1기, 2021년 2기 교육이 진행됐다. 중장년층의 항만 물류 기능인력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다. 교육은 2주간 지게차 이론 및 70시간 실습, 생애 설계 교육 6시간 등 자격증 취득과 중장년의 새로운 경력 설계에 특화된 내용으로 구성됐다.
실제 제1기 교육생 13명은 전원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그중 6명은 일자리 연계를 통해 물류업체 취업에 성공했다
한국폴리텍대학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에서는 제2의 직업으로 새 출발을 원하는 40~60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 및 취업 지원을 4개월 과정으로 해준다. 자동차과 안에 지게차 운전 교육 과정이 있고, 지난해 18명이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캠퍼스에서는 연령에 상관없이 실업자를 대상으로 전기지게차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생활기술학교
경기도 생활기술학교는 경기도 지원으로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다. 경기도 생활기술학교는 5060세대를 위해 자동차진단평가 전문가 과정과 지게차운전기능사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주말에 진행돼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은퇴 후를 준비하는 이들도 자격 취득 및 취업 연계가 가능하다.
지게차운전기능사 과정은 2021년 개설됐는데 20명 정원 모집에 43명이 접수해 2.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게차운전기능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새삼 입증됐다.
◇“지게차 운전 자격증, 활용도 높아”
경기도 생활기술학교 지게차 교육 과정 1기 수료생 최명종(53) 씨
최명종 씨는 앞서 얘기한 경기도 생활기술학교 지게차운전기능사 교육 과정 1기 수료생이다. 그는 무역 회사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그 영향을 받아 실업자가 됐다. 회사의 총책임자였던 그는 현장 근무도 했기 때문에 지게차 자격증 취득이 이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는 예전 직장에서 지게차 운전을 했었어요. 그때는 자격증이 없어도 운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안전사고 때문에 자격증이 필수가 됐잖아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다른 공부를 하는 와중에 아내가 이런 교육도 있다고 알려줘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수업을 듣게 됐어요.”
교육은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주말 동안 이뤄졌다. 그사이 최명종 씨는 7월에 새로운 회사에 취직했고,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 취득 공부를 계속해 약 한 달 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최 씨는 “필기시험은 교육을 들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고, 실기시험은 과거에 지게차를 탔던 경험 덕분인지 어렵지 않았다”고 후기를 전했다. 그는 현재도 일을 할 때 지게차를 타면서 자격증을 잘 활용하고 있다.
또한 최명종 씨는 하반기 실시된 2기 교육에는 보조 강사로 함께했다. 뿌듯함을 느끼는 한편, 교육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실기 실습을 할 때 보니깐 여성분들도 계셨는데 긴장하고 겁을 먹는 분이 많았어요. 시험 시간이 4분으로 제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코스도 잘 지켜야 하고 선도 밟으면 안 되잖아요. 운전면허시험과 같다고 보면 되는데 지게차 운전사로 활동하는 분들도 면허 코스를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이와 함께 최 씨는 많이 개선됐지만, 교육 장소가 협소하고 지게차가 2대밖에 없어 연습을 충분히 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최명종 씨는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은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면서 취득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장점으로 “재취업이 쉽지 않은데, 자격증이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특히 3톤 이상 중장비 운전은 필수인 시대가 됐다”고 꼽았다.
반면 단점으로는 “꼬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지게차라는 한 카테고리로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중장비 자체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과 같은 신중년에게 자격증이 좋은 이유에 대해 “일에도 활용되고,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귀농·귀촌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저는 자격증을 꼭 활용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과정이 좋았고, 자기 성취감이 컸다”고 강조했다.
귀농·귀촌인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귀농·귀촌에 도움이 되는 국가기술자격 13종이 공개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귀농·귀촌에 도움이 되는 국가기술자격'을 선정해 27일 발표했다. 2020년 전국 귀농인 수는 12570명이었다. 이는 전년 귀농인 11504명 대비 9%가 증가한 인원이며, 30대 이하 청년층도 13%나 증가했다.
선정된 13종에는 먼저 작물 재배 분야 3종, 유기농업기사, 유기농업산업기사, 유기농업기능사가 포함됐다. 특용작물 분야는 2종으로 버섯산업기사, 버섯종균기능사가 속했고, 축산 분야는 4종으로 축산기술사, 축산기사, 축산산업기사, 축산기능사가 꼽혔다. 농업기계 분야는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착기운전기능사, 농기계운전기능사, 농기계정비기능사로 4종이다.
선정 이유와 관련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유기농업기능사·산업기사·기사는 유기농업 분야에 대한 윤작 체계, 자재 선정, 토양 특성 등 생산 관리 업무 등 농업 전반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초기 귀농·귀촌인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최근 먹거리 안전, 동물 복지, 건강에 대한 소비자 경향과 관련되어 특용작물 재배와 축산업이 농가 소득 증대에 큰 몫을 하고 있으며 버섯, 축산 분야의 자격이 꾸준한 인기를 구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기계와 관련해서는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착기운전기능사는 농·림·어업종 구인 광고에서 TOP3 안에 포함되어 있고,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교육 과정 상위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있어 귀농·귀촌인들에게 필수적인 자격증으로 평가했다.
10년간 회사 생활 후 지게차운전기능사 등을 취득해 고향으로 돌아온 김용관 환희목장 대표는 공단을 통해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귀농을 선택했다"며 "자격증 취득이 성공적인 귀농·귀촌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단 어수봉 이사장은 "삶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귀농·귀촌인들에게 국가기술자격이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자격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지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 케어 사업을 운영 중인 신준영 캐어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은행 점포는 하나둘 사라지고, 점원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으며, 스마트폰 QR이 신분증을 대신하는 시대다. 고령화와 더불어 급격히 찾아온 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노인 디지털 소외가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캐어유는 디지털 정보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IT 기반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및 기술을 개발해, 이를 어르신들에게 보급하고 교육하기까지 전반을 관리한다. 급격히 벌어진 디지털 격차로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활기찬 노년을 선물하고 있다.
노인 삶 향상 위한 콘텐츠 개발
2014년 창업한 캐어유의 시작은 치매 예방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었다.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우울증 및 스트레스 척도를 측정하고,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정신 건강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자가진단 앱으로 개발했다. 이후 5개 영역의 인지 능력(기억력, 순발력, 사고력, 집중력, 판단력)을 훈련하고 향상시키는 ‘엔브레인 게임’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개별 관리할 수 있는 ‘엔브레인 플랫폼’도 있다. 이는 주로 노인복지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로, 앞서 말한 정신 건강 테스트와 엔브레인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물론, 디지털 사례 관리 기능을 통해 개별 어르신의 특이사항까지 파악 가능하다. 즉 캐어유의 모든 서비스가 집약된 플랫폼으로서 어르신 개개인에게 질 좋은 맞춤형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탑재한 제품도 생산한다. 태블릿이나 케어로봇, 키오스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캐어유의 ‘엔브레인 키오스크’는 어르신을 위한 교육용으로 만들어졌다. 음식점, 은행 ATM, 그리고 무인 민원발급기까지 노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키오스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어르신과 강사 교육도 직접
단순히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한다. 다양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엔브레인 서비스를 활용한 디지털 치매 예방 교육뿐 아니라, 스마트폰 기초 과정부터 민원, 교통, 배달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앱이나 키오스크 등 디지털 문해 교육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캐어유 교육 프로그램은 디지털 역량 강화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라며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집에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각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 외로움을 해소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캐어유는 어르신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도 직접 교육해 양성한다. 강의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이를 진행하고 관련 지식과 자질을 유지할 수 있는 보수 교육까지 시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어르신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강의력은 물론, 노인과 노인 기관에 대한 이해, 어르신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등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강사 교육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사 교육을 받고자 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졌다. 5060세대는 고령자인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가 많아 노인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높을뿐더러 은퇴 이후 새로운 직업이나 재능기부 차원에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국가의 인정을 받은 사회적 기업
캐어유는 이밖에도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보건소·치매안심센터와 함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 치매 인식 개선 교육, 치매 환자 파트너 교육, 장기요양보험 신청 방법 공유 등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인정받아 2020년에 ‘치매극복선도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11월엔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령친화산업 육성 분야 유공자 포상도 받았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캐어유 서비스를 받고 인지 능력이나 정신 건강이 좋아지신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5%만이 ‘나는 늙었다’고 인정했다. 노인들 상당수가 자신이 늙었음을 인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이 조사는 ‘노령담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령담론이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인식과 표현의 총칭이다. 책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에 따르면 ‘노인은 ○○하다’에 해당하는 모든 상식, 편견, 인식, 선입견이 바로 노령담론이다. 이 책은 노령담론의 정의,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함과 동시에 질문한다. 과연 노인은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골칫거리이자 나약하고 무능한 존재이며, 이러한 노령담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는 노인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까?
책은 아홉 개의 키워드를 앞세워 질문에 대한 답을 성실히 써내려간다. 모든 대답의 전제는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다. 에이지 프렌들리란 고령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과 사회의 철학을 뜻한다.
‘에이지 프렌들리’하려면 우리 사회의 고령자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필수다. 저자인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연구진들은 현장에 나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를 취합해 아홉 가지로 분류했다. 또한 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서유럽 국가,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 중국 등 세계의 비즈니스 사례 100가지를 들어 향후 시니어 트렌드를 제시했다.
이 책에 따르면 이 시대의 새로운 노인들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시설보다 집에서 늙으려 하고, 자식에게 도움 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고 싶어 한다. 유튜브나 SNS에서 맹활약하며 좋아하는 스타가 광고하는 물건을 구매해 팬 카페에 인증샷을 올리고,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챙기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자칫하면 120세까지 살 수도 있는 시대’에 고령자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은 에이징 테크(aging tech)를 이용해 더 젊고 더 오래 살면서도, ‘구차하게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에이징 프렌들리 모범국가들마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문제도 있다. 책 집필진 중 한 명인 이동우 대표 저자는 온라인 서점 예스24와의 저자 인터뷰에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는 반드시 풀어야 하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해결한 곳이 없는 문제라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파악하는 일은 대안을 내놓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책에 소개된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의 견해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마우로 기옌 교수는 2030년에 이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이 35억 명에 달할 것이며,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가 사라지고 세대 간의 역학 관계도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50대에서 70대의 시니어 세대는 이미 실제로 경제력을 갖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제품·정보기기) 전시회인 ‘CES 2022’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 159개 국가의 22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전년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홈코노미(홈+이코노미, 재택경제활동)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로봇 등 위드코로나 속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돌파구 마련에 집중했다. 이 중 고령자의 전반적인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들이 속속 소개돼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은 전시 기간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인 ‘모베드(MobED)’를 공개했다. 모베드는 직육면체 모양의 차체에 기능성 바퀴 네 개가 달려 기울어진 도로나 요철에서도 수평을 유지할 수 있다. 고속 주행 등 필요에 따라 전륜과 후륜 간격을 65㎝까지 넓혀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저속 주행이 필요한 복잡한 환경에서는 간격을 45㎝까지 줄여 좁은 길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모베드의 크기를 사람이 탑승 가능한 수준까지 확장하면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성을 개선할 수 있으며 유모차·레저용차량(RV) 등 1인용 모빌리티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CES 2022에는 헬스케어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미 플로리다의 케어프레딕트는 노인 맞춤형 건강 추적 서비스를 선보였다. 손목시계가 노인들의 식사와 요리, 수면, 목욕 등 일상생활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평소와 다른 행동이 감지되면 가족들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낸다. 예컨대 노인이 평소보다 침대에 오래 누워있는 것을 감지하면 가족들에게 이를 알려 사고를 예방하는 식이다.
한국 스타트업 룩시드랩스는 사람의 뇌파와 동공 움직임 등 생체 신호를 활용해 경도인지장애 위험에 노출된 노인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인지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VR(가상현실) 인지 기능 평가·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기기에서 나오는 VR 게임을 즐기는 동안 기기가 사용자의 뇌파와 눈 움직임 등을 분석해 작업 기억력, 주의력, 공간지각력 등을 평가한다.
한국 기업 아이메디신은 무선 건식 뇌파 측정기 ‘아이싱크웨이브’를 공개했다. 머리에 모자처럼 써서 사용하는 이 기기는 4분 만에 뇌파를 측정하고 10분 만에 검진 결과를 알려준다. 뇌파를 측정하면 전두엽·측두엽·후두엽 등 뇌 부위의 활성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나의 뇌가 동일한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기업은 뇌파 측정 결과를 요약해 클라우드에 띄워 보여 주면서 뇌의 각 부위를 빨간색 또는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빨간색은 같은 나이대보다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뜻하고, 파란색은 뇌가 제 기능을 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메디신은 최근 서울 서초구치매안심센터와 아이싱크웨이브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ADHD 검진 또는 치매 예측 등으로까지 서비스를 뻗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바디프렌드는 안마의자 ‘다빈치’를 발표했다. 이는 생체 전기저항을 통해 체성분을 측정하는 BIA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의 근육량, 체지방률, BMI(체질량지수), 체수분 등 7가지를 분석한다. 측정한 체성분 정보는 안마의자 태블릿에 저장되며, 체성분 정보에 맞는 안마 프로그램 추천 기능도 탑재했다. 특히 팔 안마부에는 LED 손 지압 기능을 적용했다. 더불어 손과 팔목의 관절 부위에 특정 파장대의 LED를 조사하는 LED 테라피를 제공하며, LED 가이드 플레이트 상단에는 발열부를 추가해 손바닥에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스타트업 룩시드랩은 사람의 뇌파와 동공 움직임 등 생체 신호를 활용해 경도인지장애 위험에 노출된 노인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인지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VR(가상현실) 인지 기능 평가·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즐기는 동안 기기가 사용자의 뇌파와 눈 움직임 등을 분석해 작업 기억력, 주의력, 공간지각력 등을 평가한다.
한편, 웨어러블(착용형) 헬스케어 기기들도 등장했다. 착용하면 수면 상태와 심박수, 체온, 혈중산소농도 등을 실시간 추적하는 반지, 사람이 올라서면 체성분과 자세 등을 체크해주는 욕실 매트, 잠을 자는 자세를 분석하고 자동으로 높이를 조절해 코골이를 예방하는 베개도 출시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복지관과 기술교육기관. 기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찾아오는 쪽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기관은 텅 비고 말았다. 이에 기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복지관 대신 애플리케이션 내 게시판으로 불러 모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돌봄 방안까지 덧입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을 위해서.
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 사회생활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 과반수가 나 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루 5시간 이상의 여가시간 반절 혹은 그 이상을 TV 시청하는 데 썼다. 그간 지자체와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왔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동영상·모바일 앱 장착한 복지관
이에 복지관들은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바꿨다. ‘비대면 방식’ 하면 떠오르는 화상 공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좌 영상을 공유하거나, 카카오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노인들과 강사가 직접 대면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나 참여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채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구연동화나 요가를 동영상 강좌로 배우는 ‘집이지만 괜찮아’, 칼림바 악기의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 온라인 합동차례도 진행한다. 복지관에선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고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영상 주소를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로 꼬박꼬박 전송한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언택트 동네 한바퀴 걷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복지관은 실시간 걸음 수와 주간·월간 걸음 수, 걸음 수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매월 둘째 주 주간 걸음 수 10위 안에 든 어르신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드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직접 찍은 풍경을 앱 내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우철홍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복지1과 팀장은 “너무 춥거나 폭설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진행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염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한동안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어르신 질환 관리 SNS 그룹을 운영하고, 백신 접종 건강상담을 진행하며 비대면 건강관리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복돌(福doll)이’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에게 공백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가족 안전망이 취약하거나 활동 제약이 심한 어르신에게 제공됐다.
복돌이는 약 복용이나 기상·취침, 환기·산책해야 할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이 되면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게다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 안에만 있는 어르신의 활동을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어르신들은 복돌이의 얼굴을 직접 씻기고, 옷을 만들어 입혀주는 등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복돌이와 생활하는 한 어르신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며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복돌이가 집에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라며 만족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온오프믹스’(On-off mix)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니어 슈퍼스타 종로’, ‘바운스바운스’ 같은 기존 지역 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 세대가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참가자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참가자는 선배 부분, 만 59세 이하는 후배 부문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방식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온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즐기고 소통하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위드 코로나 또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 지역 내 찾아가는 서비스, 커뮤니티 케어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관의 역할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해
코로나19는 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복지관을 방문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돌봐야 하는 낯선 상황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프로그램을 열어도 신청자가 넘쳐 자리가 부족했고, 신청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복지관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와 거리두기는 실제로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복지관 방문이 어려웠던 1년 사이 치매 전 단계인 인지경도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올해 어버이날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나눠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묻기 위해서였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외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집에만 계시던 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연결돼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약 없는 전염병 사태가 낳은 ‘코로나 블루’가 전 세대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복지관 역시 어르신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형식이나 구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미연 관장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실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동어르신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비대면과 대면 방식을 병행하되 형식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웰다잉(Well-dying)으로 한데 묶이는 생애설계, 죽음교육 등이 그것이다.
비대면·4차 산업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교육원
평생교육기관을 논할 때 기술교육원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의 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 있으나,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다. 2021년 상반기 모집 기준 50대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을 정도다. 요양보호사 과정이나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과정이 시니어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중 요양보호사 과정은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2020년 기준 평균 98.9%를 기록하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역시나 ‘비대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중부기술교육원에서는 온라인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권미진 중부기술교육원 경영지원부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교육 내용을 바꾸진 않았으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육생에게는 담당 교수나 행정 담당자가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개편 및 신설도 앞두고 있다. 올해 신설된 방송영상크리에이터, 웹콘텐츠디자인 과정 등이 포함된다. 중부기술교육원 홍보 담당자는 “유튜버를 희망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지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이론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대면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IP] 서울시 기술교육원 지부별 학과 안내
동부 디지털콘텐츠디자인, 기계융합로봇, 특수용접, 스마트카정비, 조경관리 등
중부 요양보호사,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글로벌조리, 방송영상크리에이터, 헤어뷰티 등
북부 자동차외장튜닝, 배관용접, 자동차정비, 건축시공, 전기용접, 건물보수. 직업상담사 등
남부 가구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옻칠나전, 바리스타디저트, 헤어디자인, 외식조리 등
주간 1년, 주간 6개월, 야간 6개월, 단기 과정 등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 과정마다 진행되는 학과가 상이하며, 내년 교육과정은 12월 중순 서울일자리포털과 서울시 홈페이지, 각 기술교육원 지부 홈페이지에 공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