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에는 은퇴란 없다는 말이 있다. 은퇴 후 재취업으로 제2의 직업을 가지며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중장년층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3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는 51.2세, 여자는 47.7세다.
더불어 고령층은 평균적으로 73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층의 일하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58.7%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33.2%) ▲‘무료해서’(3.8%) 등 순이었다.
결과를 보면 실제 평균 은퇴 연령과 희망 연령에는 20년이 넘는 차이가 발생한다. 고령화 사회에 신중년 일자리가 더욱 증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신중년들의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을 떠나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점점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또한, 신중년 고용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들도 함께 짚어봤다.
4차산업과 전문성
2021년 5월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476만 6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9만 4천 명(3.5%)이 증가했으며, 15세 이상 인구(4,504만 9천 명)의 32.8%를 차지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8.0%로 전년동월대비 0.5%p 상승했고, 고용률은 56.0%로 전년동월대비 0.7%p 상승했다. 55~64세 고용률은 67.1%로 전년동월대비 0.2%p 상승했으며, 65~79세 고용률은 42.4%로 2.0%p 상승했다.
고령층 취업자의 산업별 분포를 보면,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38.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도소매·숙박음식업(17.6%), 농림어업(13.6%) 순으로 높았다.
직업별 분포를 보면, 단순노무종사자(25.6%), 서비스‧판매종사자(22.3%), 기능·기계조작 종사자(22.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전문 기술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꼽은 신중년 유망 직업은 보건, 의료, 생명공학, 사회복지 분야 등이다. 특히 데이터 보안, 항공(드론) 관련 직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시대를 맞아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이 높아짐에 따라 재취업을 원하는 신중년들도 전문적인 기술과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이제 단순 노동직을 원하면 안 된다는 것. 단순 노동직은 단기 일자리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이전처럼 농사만 지을 것이 아니라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 디지털 사회에 맞춰 발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중년 일자리 정책
먼저 신중년의 고용을 위한 정책으로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이하 ‘적합직무’) 제도가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적합직무 사업은 중소·중견기업이 신중년 적합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면 1년간 최대 960만 원의 고용장려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선지원대상기업(산업별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일정 기준 이하인 기업) 등 기업들은 장려금을 지원받아 필요한 직무에 적합한 신중년을 채용해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단 우선지원대상기업 또는 중견기업은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려는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최대 월 80만 원, 중견기업은 최대 월 40만 원까지 지원한다. 지원 기간은 최대 1년으로 승인 후 3개월 단위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노동부는 지난해 디지털·환경 분야의 20개 직무와 인구구조·시장 변화에 따라 구인 수요가 늘어난 장례지도사·애완동물 미용사 등 9개 직무 등 총 29개 적합직무를 추가로 지원대상에 포함하며 신중년의 고용을 장려했다.
이와 함께 장년 근로시간단축 지원금 제도도 있다. 근로시간단축으로 감소된 장년 근로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재 직장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근로자로서, 주당 근로시간을 32시간 이하로 단축하면서 임금이 줄어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이 되면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전후 임금 차액의 2분의 1을 최대 2년간 연 1080만 원 한도로 지원한다. 사업주에게는 근로시간 다축 적용 근로자 1인당 최대 2년간 월 30만원의 간접노무비가 지원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지원 센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춰 전문성을 길러주는 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업무 능력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지원센터를 찾아보자.
먼저 대표적으로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만 40세 이상의 중장년에게 생애경력설계, 전직, 재취업 등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한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와 생애경력설계서비스, 전직·재취업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중장년이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자인재은행은 만 50세 이상 장년 구직자들에게 직업을 소개해주는 곳이다. 현재 44개소가 있다. 이밖에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나 자신이 사는 지역의 50+센터나 일자리 센터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오는 4월 14일부터는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직장인의 퇴직금이 IRP계좌로 입금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IRP계좌로의 접근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이 계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꼼꼼히 따져보면 절세 효과도 보고 ‘연금 크레바스’ 대비도 할 수 있으니 하나하나 잘 살펴보자.
이제는 퇴직연금 미가입자도 55세 이전에 퇴직하면서 퇴직금이 300만 원이 넘는다면 IRP계좌로 퇴직금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회사라면 직원이 입사할 때부터 퇴직연금 안내와 함께 IRP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안내하거나, IRP계좌 설명회 등을 열어 상품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를 높이는 추세다.
퇴직금 받는 계좌?
IRP계좌는 퇴직연금제도가 실시되면서 나온 상품이다. 보통은 ‘퇴직금 받는 계좌’ 혹은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계좌’ 정도로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이 퇴직연금을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 했는데, 2012년부터는 55세 이전 퇴직자의 퇴직금을 IRP로 지급하도록 했다.
이렇게 이전에는 퇴직연금 가입자에 한해 IRP계좌를 개설했지만, 이제는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 자영업자, 공무원, 군인, 교사 등 소득이 있는 취업자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IRP는 엄밀히 말하자면 ‘퇴직금 받는 기능만’ 있는 계좌는 아니다. 개인이 가입 후 원하는 만큼 이 계좌에 저축을 해 개인적립금을 쌓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연간 700만 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는 IRP에 입금되는 퇴직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마치 주식 거래를 할 때 주식 계좌를 만들어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처럼 IRP계좌로 각종 투자 운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IRP 계좌가 있더라도 스스로 운용을 하는 가입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인지 퇴직연금 연 평균 수익률은 1%대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중 DC형과 IRP의 78.5%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었는데 수익률이 1.7% 수준이었다. 게다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가입자의 83.7%는 1년 동안 적립금의 운용 상품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노후 연금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인데, 정작 이를 위한 운용은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저축하면 연 115만 원 돌려준다
IRP계좌에는 퇴직금과 별도로 개인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 다른 연금저축상품에 납입하는 돈을 포함해서 연 1800만 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연 700만 원까지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총 급여 5500만 원 이하인 가입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종합소득이 4000만 원 이하(근로소득 외 다른 소득도 있는 경우)인 가입자는 납입 금액의 16.5%를 돌려받는다. 연 700만 원을 꽉 채워 넣었다면 115만 5000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물론 소득이 더 많은 가입자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공제율은 13.2%로 낮아진다.
퇴직금에 대한 세금 혜택도 있다. 퇴직금을 IRP계좌로 받을 경우 퇴직소득세를 포함해서 받게 되는데, 이를 일시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연금으로 받는다면 퇴직소득세의 70~80%만 내면 된다. 예를 들어 퇴직소득세가 3000만 원 발생했다면 연금으로 받을 경우 2100만 원만 내면 된다. 이를 일시에 내는 게 아니라 연금 수령 기간에 걸쳐서 소득세 형태로 나누어 내게 된다.
또한 투자 가능 계좌인 만큼,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도 연금으로 받았을 때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통 투자를 하면 운용 수익에 대한 이자나 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내는데, 배당소득세의 경우 15.4%다. IRP로 투자를 해서 수익이 나거나 배당금을 받으면 이 계좌로 입금이 되는데 이 때 세금을 떼지 않은 수익이 들어오게 된다. 이를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는 형태로 바뀐다. 따라서 수익에 대한 세금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이런 혜택이 있는 대신 중도에 IRP를 해지할 경우 세금이 발생하게 된다. 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와 개인적립금에 대한 기타소득세 16.5%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연 700만 원의 개인 적립금을 납입하고 약 115만 원의 환급을 받았다면 이 금액에 그동안 발생한 운용 수익을 합한 금액의 16.5%를 내야 하는 것이다.
IRP계좌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도인출이 안 되기 때문에 이직으로 인해 IRP계좌에 퇴직금이 쌓여있거나, 개인적립금을 넣을 계획이라면 중도해지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현금흐름도 고려해서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어디에서 개설해야 할까?
IRP계좌는 은행, 보험,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어디에서 계좌를 개설하느냐에 따라 투자 가능 상품의 범위가 달라진다. 투자 범위가 가장 넓은 곳은 증권사이고, 보험사의 경우 실적배당보험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각 운용사별로 운용 수수료를 받는데, 은행은 대체로 2% 수준이다. 만약 은행사별 IRP 수수료를 비교해보고 싶다면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증권사의 경우 0~0.5%의 수수료가 책정되어있다. 증권사에 따라 비대면 계좌 개설을 할 경우 수수료가 0원이 된다. 증권사별 수수료 비교는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운용사별로 퇴직금 운용 수수료와 개인적립금 운용 수수료를 다르게 받고 있으며 투자 수익률 또한 다르기 때문에 여러 운용사를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만 보고 만들었는데, 운용 수수료가 높으면 생각한 만큼의 수익률이 아닐 수 있다. 현재로서는 증권사가 수수료는 낮으면서 수익률이 높은 상태이고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어서,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IRP를 개설한 가입자들도 증권사로 이전하는 추세다.
IRP는 운용사끼리 이전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존에 투자하던 상품을 매도하고 다른 운용사로 넘어간다. 투자하던 종목이 그대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손실률은 얼마인지 이전하기에 괜찮은 타이밍인지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또는 금융사별 한 개의 IRP계좌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서, 추후에 퇴직금을 받아서 굴릴 IRP계좌와 세액공제를 위해 개인적립금만 납입하는 IRP계좌를 각각 한 개씩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IRP계좌의 경우 ‘연금’이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투자를 할 때 위험성 자산에는 70%만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투자 상품의 이름이 다양할 텐데 이 중에서 주식형 펀드, 주식혼합형 펀드, 하일드 채권, 부동산, 특별자산, 혼합자산펀드, ETF(인버스, 레버리지, 파생 제외), 상장 리츠, 상장인프라펀드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비위험자산은 원리금보장상품, TDF, 채권형 펀드, 채권혼합형 펀드, 채권 ETF 등이 있다.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올해 7월 12일부터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도입된다. 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사전에 선택해 둔 방법으로 운용사가 대신 자산을 굴리는 제도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지금까지는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방법을 고르지 않으면 원리금보장형에 자동으로 투자가 되는 형태였다. 그래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 퇴직연금시장이 잘 되어있는 미국의 경우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해 이미 디폴트옵션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8% 수준이다.
정부에서 정한 디폴트옵션 내 투자 방법은 생애주기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인프라펀드, 원리금보장형 상품 등이다. 이 중에 하나를 사전에 정해두면 된다.
만약 투자에 관해 잘 모르는 투자자라면 TDF로 시작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생애주기펀드는 가입자가 젊을 때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다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확보하는, 생애주기에 맞춘 투자 상품이다. 수입이 있을 때 공격적 운용이 가능한데 젊을수록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 흐름에 맞춰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꼭 TDF가 아니더라도 노후자산 투자를 할 때에도 자신의 수입이 보장되는 시기에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고, 수입이 줄어들거나 끊기는 시기부터는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는 자산 배분 투자 방법과도 유사하다.
어떤 투자 방법을 선택하든 일 년에 한 번 수익률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점검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도록 투자처를 조정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최소한 나의 연금이 어느 종목에 투자되고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 ‘연금 크레바스’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나의 퇴직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으며 수익률은 얼마인지 주기적으로 체크해서 알차게 노후를 준비해 보자.
고령층 신규 건설인력의 급증이 ‘기성액-기능인력 비동조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건설공사 시공실적을 나타내는 건설 기성액은 감소했지만 건설 인력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부문이 코로나 위기의 시대에 서민 일자리 제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7일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공제회’)는 '2021년 건설기성액과 건설기능인력 간 비동조화의 현상과 원인'을 2022년 1호이슈페이퍼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 해 1차 분석(이슈페이퍼 2021-2)에 이어, 2021년 건설기성액과 건설기능인력의 비동조화 현상에 대해서 일자리나누기를 중심으로 추가 분석했다.
2021년 3∼10월의 자료를 보면, 건설기성액은 감소했지만, 건설기능인력은 이와 반대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증감 방향이 서로 반대인 ‘비동조화(非同調化)’가 발생했다. 이는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생산물수요에 대한 파생수요’라는 상식에 반하는 현상이다.
공제회는 2021년 건설기성액과 건설기능인력의 비동조화는 타 산업 실업자의 건설업 유입과 이에 따른 ‘일자리나누기’의 결과일 가능성이있다고 분석했다.
즉, 진입장벽이 낮은 건설현장의 비숙련일자리에 다수의 실업자가 신규 진입해 기존 건설인력에 비해 짧게 일했는데, 통계작성 방법은 근로일수의 길이와 무관하게 조사 기간에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인정하므로 기능인력의 수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비동조화가 발생한 2021년 3월∼10월 중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신규취업자가 급증(전년 동월 대비 29천명, 23.7% 증가)했고, 이들 중 비숙련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졌으며(단순노무직 비중이 신규 40.5%, 기존 20.1%), 60대 이상의 주당 근로시간은34.4시간으로 기존 건설인력의 39.5시간에 비해 약 5.1시간 짧았다.
게다가 이들이 진입한 비숙련일자리는 기존에 외국인근로자가 담당했던 일자리일 가능성이 커 통계상의 기능인력 수가 증가하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구 조사 방식에서는 외국인(특히, 불법취업)보다 내국인이 집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담 조사에서도,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입국이 줄어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내국인 중에서 저임금 비숙련인력인 고령자와 여성의 고용이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제회 조사연구센터 강승복 차장은 “미숙련 고령층의 건설현장 유입 및 일자리나누기 현상은, 국가 전체적인 일자리 측면에서 볼 때, 건설업이 ‘서민 일자리의 보루’로서 타 산업의 많은 실업자에게 고루 일자리를 제공해 실업자의 양산을 막는 소중한 역할을 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은퇴 후 패션 회사 인턴으로 재취업한 70대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인턴’. 이는 비단 해외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중에 ‘시니어 인턴십’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실제로 시니어 인턴십을 거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시니어의 이야기도 담아봤다.
시니어 인턴십은 보건복지부 주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이다.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에게 기업 내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업 능력 강화와 재취업 기회를 촉진하는 사업으로,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시니어 인턴십으로 구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준다. 인턴 지원금, 채용 지원금,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이 있다. 먼저 인턴 지원금은 시니어 인턴십 참여 기업에 월 급여의 50%를 3개월 동안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자 1인당 최고 월 37만 원이 지원된다. 또한 참여 기업이 인턴 종료 후 계속고용 계약(6개월 이상)을 체결한 경우, 채용 지원금으로 3개월 동안 최고 월 37만 원을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최대 총 222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받는 셈이다.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은 인턴십 사업으로 18개월 이상 고용한 뒤, 6개월 이상 계속고용 계약을 체결한 경우 총 90만 원의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즉 시니어 인턴십은 노인과 기업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은 실제 기업에서 일하면서 다른 일자리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참여 기업은 구인난 해소, 인건비 절감, 고령 친화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점점 확대되는 시니어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참여 인원은 2011년 3643명으로 시작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9년에는 7349명, 2020년에는 1만 5547명으로 배로 뛰었다. 1만 명 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참여 기업 수는 4350개로 전년도 대비 참여 기업이 1862개 증가했다.
이 중 중도 포기하지 않고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완료한 노인은 1만 4943명이며, 계속고용 노인은 1만 438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시니어 인턴십 계속고용률은 무려 96.3%에 달한다.
또한 참여자 평균 연령은 65세로 나타났다. 참여 노인 1인당 월평균 소득도 매해 높아지고 있다. 2013년에는 월평균 소득이 81만 3079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최고치인 193만 7079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도 약 15만 원 증가했다.
사업 유형으로 보면 단순 노무직인 일반형 참여자가 89.5%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 지원 서비스업이 38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이 61.5세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았고, 건설업이 68.5세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올해 시니어 인턴십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 앞서 말한 대로 2022년 노인 일자리 사업의 규모는 84만 5000명이다. 이 중 취업형(시니어 인턴십, 취업알선형) 노인 일자리 사업은 전년 대비 1만 4000개 증가한 12만 7000개다.
사업을 전담할 수행기관도 확충한다. 2022년 수행기관은 서울 25개를 포함해 전국 248개로 250여 개에 이른다. 2021년도 수행기관은 213개였다. 수행기관은 노인과 기업을 매칭해주는 역할을 하며, 노인에게 취업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
시니어 인턴십 어떻게 참여할까?
그렇다면 시니어 인턴십 사업 참여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참여 가능한 기업은 만 60세 이상인 자를 고용할 의사가 있는 4대 보험 가입 사업장 중 근로자 보호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이다. 다만 성직자, 종교종사원,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 등 해당 직종 종사자 및 자영업자, 파견직 및 건설 일용 근로 형태는 사업 신청에서 제외된다.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원하는 노인은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신청 가능하다. 인턴십 신청을 한 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및 수행기관의 소양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을 갖게 된다. 이후 구인처에서 서류와 면접으로 심사를 진행하며, 이를 통과하면 채용된다.
근무 시간은 회사와 지원자가 논의해서 정할 수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경우는 파트타임형, 풀타임형을 나눠놓았다. 파트타임형 기업에는 사회적경제, 소상공인 지원, 지역 기반형이 속하며, 노인은 주 2~3회, 월 최대 57시간 활동한다. 풀타임형에는 중소기업, 그린·디지털 회사가 속하며, 주 5일 근무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된다. 보통 시니어들은 일의 능률과 관련해 파트타임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니어 인턴십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하고, 자신의 역량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3개월의 인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 식의 꼰대 정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나이와 경력이 많다고 으스대거나 일을 대충 하면 안 되고, 조직원들과 융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 번째, 궁극적으로 채용 제의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참여자의 최종 목표는 결국 취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회사가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바늘구멍보다 어렵다는 은퇴 후 재취업을 시니어 인턴십 제도로 성공해보자. “경험은 절대 늙지 않는다.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영화 ‘인턴’의 명대사를 기억하면서.
■시니어 인턴십,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시니어 인턴십, 저 같은 젊은 대표에게 필요해
- 홍원희 플레이시드스쿨 대표
사회적 기업 플레이시드스쿨(Playseed School)의 자문위원 이강호(65) 씨는 시니어 인턴십 과정을 거쳐 정직원이 됐다. 대표 홍원희(33) 씨와는 아빠와 딸뻘이다. 두 사람은 시니어 인턴십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플레이시드스쿨은 놀이와 활동으로 성숙한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보드게임을 통해 민주주의, 통일, 사회적 경제, 세계 시민 교육 등을 하고 있다. 2017년 사단법인 회사로 시작해 2018년 11월에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됐다. 20대를 NGO 활동을 하며 보낸 홍 대표는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에 자문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껴 2019년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신청했다.
홍원희 대표는 이강호 씨의 이력을 보고 그가 단번에 마음에 들었다. 이 씨는 유엔(UN) 산하 아동구호기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1994년 공채 1기다. 그는 25년간 기금 모금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홍 대표는 이강호 씨가 비영리 법인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간절한 마음으로 이강호 씨 ‘모셔오기’에 성공했다.
이강호 씨는 2019년 6월 플레이시드스쿨의 인턴이 됐고, 2020년 1월 정직원이 됐다. 홍원희 대표의 혜안은 적중했다. 이 씨가 오고 사업 자문을 해주면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불어 지난해 플레이시드스쿨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됐다. 홍원희 대표는 이강호 씨 덕분에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사회적 기업이 되니 두려움이 컸어요. 이제 숫자로 평가되고,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줘야 하잖아요. 그때 선생님께서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지난 3년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더니 정확한 수치들이 보이더라고요. 내실을 다지고 역량을 강화한 거죠.”
홍 대표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이 더욱 널리 알려져서 다른 기업들도 자신처럼 도움을 받길 바랐다. 다만, 회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업을 악용하는 사례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인턴십 지원자분들을 보면 고스펙이거나 경력 많은 분들이 많아요. 정말 선생님 같은 분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한테 제대로 된 업무를 주지 못한다는 사례 발표들이 있어요. 그것은 회사도 불편하고 선생님들한테도 잘못된 예우라고 생각해요.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본다든지, 선정 기업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시니어 인턴의 노하우는 큰 힘, 꼰대 짓은 금지!
- 이강호 플레이시드스쿨 자문위원
이강호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서울 50+ 인턴십’ 사업의 일환인 ‘사회적경제(SE) 펠로우십’을 통해 플레이시드스쿨과 인연을 맺었다. ‘사회적경제(SE) 펠로우십’은 50+ 세대와 사회적경제 기업(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 벤처)을 연결해준다.
2015년부터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진 이 씨는 인턴십을 하고자 10개 회사와 면접을 봤다. 그중에 4개 회사가 마음에 들었지만, ‘미션’과 ‘비전’을 혼동하는 모습에 고심했다. 그때 마침 플레이시드스쿨의 러브콜을 받고 최종 선택했다. 이강호 씨는 후회가 없다며 “대표와 같이 서로 존중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점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2019년 이강호 씨가 인턴을 시작할 당시 플레이시드스쿨은 정리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씨는 회사를 이해하는 데만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보드게임이 뭔지도 몰랐고, 기업이라고는 하는데 수익이 안 나니 정체성이 애매모호했다”고 털어놓았다.
플레이시드스쿨의 경영, 마케팅, 홍보의 자문위원이 된 이강호 씨가 처음으로 한 일은 ‘미션과 비전 바로 세우기’였다. 또한 그는 “밑지는 장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며 사업군을 정리했고, 회사 소개 책자도 새로 만들었다. “유니세프에서 했던 일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플레이시드스쿨은 ‘사회’가 붙어 있지만 기업이니까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저의 목표죠. 인턴십이 끝나고 정직원 의사를 물을 때 ‘모르겠다’고 했는데 대표님이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대신 제가 조건을 걸었어요. 앞으로 3년 뒤에도 남지 않는 장사를 하면 나는 나가겠다, 그리고 회사 문 닫고 다른 일을 하라고 했죠. 다행히도 회사 사정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내년 정도면 자리를 잡을 것 같아요.”
이 씨는 시니어 인턴십의 유일한 단점으로 “놀 시간이 부족하다”고 외쳤다. 근무는 3일이지만 집에서도 계속 사업이나 아이디어 생각을 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그는 사진 동호회 활동도 하고 운동도 하기 때문에 늘 바쁘다.
마지막으로 이강호 씨는 시니어들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무엇이든지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것을 시도하라는 거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면 책도 읽고, 언어도 배우고, 운동도 하다 보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로 재취업이 목표라면 시니어 인턴십은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시니어 인턴십은 모든 분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직장생활 오래한 분들, 사업한 분들 모두요. 노하우,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에 큰 힘이 되거든요. ‘명절 때 먼저 전화해라’, ‘지나가는 길에 거래처가 있다면 들러라’ 같은 것도 사소한 일이지만 하나의 노하우죠. 이때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다면 젊은 사람보다 나은 점이 뭐라도 있지 않겠어요? 꼰대 짓만 안 하면 돼요! ‘라떼는 말이야’만 안 하면 우리는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이죠.”
활기찬 노후 정착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환경 미화나 교통 지도를 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넘어 사회 서비스형, 시장형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등장했다. 음식 정기 배송, 농산물 재배, 취약계층 돌봄 등 보다 다양해진 일자리 현장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은 두 번째 청춘들을 만났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만 60~64세의 60%는 70세가 넘어도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00만 명이 넘는 장래 근로 희망자 중 70~74세는 79세까지, 75~79세는 평균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은퇴 이후에도 근로 의욕을 드러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이 바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령층에 제공되는 일자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형’(공공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참여 대상으로 하며, 주로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병이나 다른 사유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노인을 돌보는 일), 학교 급식 지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 봉사활동을 한다. 10~12개월간 하루 3시간, 월 30시간 이상 활동하면 한 달에 27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형’은 만 65세 이상 참여할 수 있고 복지시설, 보육시설, 금융기관 등에서 10개월간 월 60시간 이상 활동한다. 급여는 근로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월 71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는다. 참여자 인건비를 일부 보충 지원하고 추가 사업소득으로 운영하는 ‘시장형’은 식품 제조·카페와 같은 소규모 매장, 아파트 및 지하철 택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근로 수익금에 따라 활동비를 배분한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 급여 수급자나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 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자,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타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자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 서비스형’
2021년 우리나라는 2조 6000억 원의 예산으로 82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중에서 73.8% 정도가 공공형 사업이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 평균 연령은 77세 수준으로, 참여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은 주거환경 개선이나 스쿨존 안전 지킴이 등 단순한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노인의 특성과 경력을 활용하는 사회 서비스형과 시장형 일자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척시니어클럽은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를 운영 중이다. 장애인,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대형 빨래를 수거하고 세탁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이외에도 필요한 생필품이나 상비약을 주문받아 함께 전달하고, 가스·수도·전등 수리 및 가스 누출 점검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이 불가한 낡거나 보온성이 떨어지는 이불은 무료로 교체해주기도 한다. 백창석 강원도 일자리국장은 “빨래방 서비스와 더불어 생필품 구매 대행과 우유 배달을 진행해 취약계층 어르신과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며 “통합 생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발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 16일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재택치료 원칙으로 전환되면서 재택치료자·자가격리자 증가에 따른 일선 방역 현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업단의 주요 업무는 재택치료 키트, 자가격리 물품 점검·배달 및 지역사회 방역 등 지자체와 보건소가 수행하는 포괄적인 방역 현장 지원이다. 방역수칙과 개인정보보호 교육을 통해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재택치료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예정이다. 주철 복지부 노인지원과 과장은 “재택치료 키트 배달 등 방역 현장 지원이 절실한 지금,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은 건강하고 경험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해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어르신과 함께 키워나가는 ‘시장형’
구로시니어클럽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장형 일자리 사업으로 주택가 한복판에 꽃송이버섯 재배 농장을 마련했다. 서울도시주택공사가 매입한 임대주택을 활용해 ‘시티팜’을 운영한다. 집 전체가 버섯 생육장이다.
여기서 자라는 꽃송이버섯은 암세포를 억제하는 베타글루칸 성분을 다량 함유해 항암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 생장 요건이 맞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탓에 키우는 과정이 꽤 까다롭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비치된 기계에 배양액을 채우고, 방 안에 고루 퍼지도록 버섯의 위치를 바꿔주는 등 생육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다 자란 버섯을 수확하고 무게별로 포장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수익은 어르신들의 급여와 관리 유지비, 재료비 등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양임순 구로시니어클럽 관장은 “신생 사업이라 판로 확보를 위해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대형마트 등 직접 발로 뛰며 납품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꽃송이버섯은 원래 1kg당 1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지만,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시중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담아드림’ 역시 시장형 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담아드림은 샐러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자재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신선한 재료로 매일 아침 샐러드를 만든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 말리고, 껍질을 까거나 고기를 삶는 등 하나하나 어르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포장과 배송도 다 이들의 몫이다. 샐러드 종류는 아보카도, 훈제오리, 닭가슴살, 새우, 게살, 버섯 등이 있다. 가격은 5000~6000원으로 시중의 다른 가게들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어르신들은 제작 및 포장팀과 배송팀으로 나뉘어 주 2~3회 근무한다.
현재 인근 관공서, 공공기관과 가산디지털단지를 판매 지역으로 정해두고 있다. 양 관장은 “시장형 일자리는 어르신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서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현장 근무자들의 말말말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유을자(65)
“원래 보험 설계사 일을 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본사에서 영업소를 축소하는 바람에 근무 지역이 멀어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죠. 구직 활동을 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고, 참여자로 선정됐을 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요. 지금은 한 달에 총 12일, 하루 5시간을 일해요. 수거한 이불을 빨아서 생필품과 우유를 함께 배달하고, 도움이 필요한 집을 선정해 이불을 교체해요. 혼자 사는 어르신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더 나이 들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 일 같지 않죠. 그래서 진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해요. 몸은 바쁘지만 사회에 도움 되는 좋은 일이니,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담아드림 조규숙(68)
“일자리 모집 공고를 지역 소식지에서 발견했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자식들도 다 커서 집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많으면 100인분가량의 샐러드를 만들 때도 있는데,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려면 전쟁터예요. 특히 훈제오리나 닭가슴살은 기름기를 일일이 다 빼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야 해서 굉장히 손이 많이 가죠. 그래도 소스나 재료를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의논하면서 메뉴를 발전시키는 재미가 있어요.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같이 일하는 언니들과 중간중간 이야기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니 운동도 되는 것 같아요. 삶의 활력소를 찾은 셈이죠.”
시티팜 최수자(80)
“꽃송이버섯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효능을 알고 나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출근하면 버섯 보며 잘 잤냐고 말도 걸어보고, 비닐이 구겨져 있으면 일일이 손으로 펴주기도 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손주 보듯 사랑으로 돌보게 된달까요.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어떤 요리에 넣어 먹으면 맛있을지 개발해보는 등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월급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한다거나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얼마 전에는 손주에게 시계를 선물로 사줬는데,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시티팜 송현순(65)
“집에 있으면 겉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편하게만 있게 되는데, 여기 나오고부터는 얼굴에 화장품도 찍어 바르고, 눈썹도 그려보면서 관리를 하게 돼요. 아무래도 밖에서 사람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불면증이 있었는데 열심히 활동하니 잠도 잘 오고, 좋은 배양액을 덩달아 맞아서 그런지 피부가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제 삶이 윤택해졌죠. 저도 얼마 전에 손주가 입학한다고 해서 책가방을 선물로 사줬어요.”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노동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직장연금, 건강보험의 혜택이 줄어든 탓에 고령층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자산 가격 상승이나 정부 지원금 확대 등 일반적인 조기 은퇴 이유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국 고령자 조기은퇴 현상의 주요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퇴직한 미국 고령층이 여전히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고령층(55세 이상)은 핵심연령층(25~54세)보다 코로나19 초기 노동 시장 이탈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노동시장 복귀는 더딘 모습을 보였다. 핵심연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코로나19 위기 이전(2019년 4분기) 대비 1.2% 낮은 수준인 데 비해 고령층은 참가율이 4.7% 낮았다. 특히 초고령층(67~70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팬데믹 이전 조사 대비 6.3% 하락했고 고용률도 7.1% 떨어졌다.
보고서는 고령자 조기 은퇴 현상에 불을 지피게 된 주요인을 ‘연금 혜택, 건강보험 및 건강 상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현 직장에서 직장연금 혜택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2018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새로운 일자리에서 직장연금을 제공하지 않거나 고용주가 일시적으로 연금 대응 기여금 지급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일자리와 연계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경우 노동시장 이탈 확률이 7.8% 감소하는 반면 과거 고용주로부터 혜택을 받는 경우는 8.7% 증가해, 이런 점도 조기 은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19로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는 인식도 은퇴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건강 상태가 ‘좋음’을 유지하는 비율은 2016~2018년 90.5%에서 2018~2020년 90.2%로 줄었다. 반면 ‘나쁨’으로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0.9%에서 1.1%로 늘었다. 감염에 대한 불안함이 커진 탓에 은퇴를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했다는 해석이다.
한은은 “향후 감염병 우려가 충분히 완화될 경우 고령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타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물리적·심리적 비용,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는 인적 자본 손실로 이들의 근로 유인이 약화되는 문제 등이 고령층 노동시장 재진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이르면 오는 6월부터 퇴직연금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다. 수익률이 1%대에 불과했던 퇴직연금의 효율적 운용과 수익률 제고를 통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장하고 노후소득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퇴직연금을 대상으로 한다. 가입자(근로자)의 운용지시가 없을 경우, 장기투자성 등을 고려해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DC형은 기업이 매년 근로자 연봉의 1/12 이상을 적립 시 근로자가 이를 운용 후 원리금을 수령하는 상품을, IRP형은 근로자 등 퇴직연금 가입자가 개별가입하여 여유자금 적립 및 운용 후 원리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퇴직연금에 대한 디폴트옵션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한 가입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저금리가 지속됨에도 근로자의 무관심, 금융 전문성 부족 등 다양한 사유로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한 근로자 수급권 보장이 저해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디폴트옵션의 도입이 추진됐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제도 운영경험이 풍부한 미국, 호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도입된 제도다. 가입자의 적절한 선택을 유도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사회적 책무라는 인식 하에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디폴트옵션은 연평균 6~8%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거나, 디폴트옵션으로의 운용을 원하면 적용하게 된다. 근로자의 운용지시 없이 4주가 지나면 근로자는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받는다. 통지 이후에도 별도의 운용지시 없이 2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적용하기까지 총 6주가 소요되는 셈이다. 이때 퇴직연금사업자는 근로자의 의사를 반복해 확인하고, 손실가능성 등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는 등의 근로자 보호 절차를 지켜야 한다.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다가 디폴트옵션으로 전환하고 싶을 때 디폴트옵션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하던 중에도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디폴트옵션 아닌 다른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원리금보장상품 혹은 집합투자증권(펀드)으로 구성할 수 있다. 펀드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로, 생애주기펀드(TDF), 장기 가치상승 추구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 인프라 펀드가 해당한다.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중에선 TDF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입자의 연령을 이용한 대표적인 디폴트옵션이 TDF”라며 “젊은 시절에는 위험 자산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하다가 은퇴시점이 가까워올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을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합리적 수수료 부과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적립금액에 비례해 부과돼왔다. 수익률이 저조해도 금융기관의 수입은 감소하지 않아, 수익률 제고 및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적립금액뿐 아니라 가입자 운용수익 및 양질의 서비스, 비용 등이 연동돼 가입자 이익이 향상되는 수수료 체계를 하위법령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행령 등 하위규정 개정은 법 개정 취지대로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을 운용할 시간이나 관심이 부족하거나, 투자결정을 어려워하는 가입자의 경우에도 퇴직연금의 장기수익률이 제고돼 노후대비 자산형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hibition
◇ 파올로 살바도르 개인전 : 새벽의 백일몽
일정 1월 29일까지 장소 일우스페이스
국제 미술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젊은 작가,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 31)의 개인전 ‘새벽의 백일몽’(Ensueos en el amanecer)은 국내에서 열린 첫 개인전이다.
파올로 살바도르는 페루 출신 작가다. 그는 잉카 제국의 모태였던 케추아(Quechua) 부족의 후예로, 역사적 자부심이 강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강력한 모국주의 정서는 그의 예술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됐다.
살바도르의 작품에는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호한 생명체가 자주 등장한다. 고대 페루의 종교에서 사람과 동물은 동등한 존재이며, 페루 신화에도 사람과 신성한 동물이 상생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살바도르의 작품에서도 사람과 동물은 주종 관계가 아니라, 머나먼 미지의 여행을 떠나는 동반자로 표현된다. 살바도르는 급격히 변모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페루의 토착성,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페루의 고대 신화와 설화에서 이미지를 끌어오되, 개인의 경험과 현대 사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화풍을 창안했다. 서구 르네상스와 표현주의 같은 미술사를 수용하면서도 페루 전통문화와 결합하는 조형 언어를 천착했다. 고립, 고독, 몽상을 주제로 삼으면서 느슨한 붓 터치와 청과 적의 자극적인 색채를 통해 우화적인 서사를 만들어냈다.
◇ 알렉스 카츠 개인전 : Flowers 꽃
일정 2월 5일까지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미국 출신 작가 알렉스 카츠(94)는 ‘세계 10대 화가’이자 ‘현대 초상회화 거장’으로 통한다. 이번 전시는 카츠의 작품 중에서도 꽃을 주제로 한 회화들을 특별히 조명한다. 이 꽃 시리즈는 이전에 소개된 적 없었던 작품들이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그린 것이기 때문.
카츠는 “나는 (이 시리즈를 통해) 팬데믹에 지친 세상을 어느 정도 격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까지 아우르며, 한 장르의 작품만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아시아에서의 첫 번째 전시로 의의를 더한다.
●Book
◇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이제경·일상이상)
100세 시대다. 이는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와 같이 20년 공부해 직장에서 30년 일하고 은퇴하는 ‘3단계 인생’(교육-일-은퇴)으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이에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은 책을 통해 ‘골드 인생 2.0’을 제시한다.
‘골드 인생 2.0’은 건강한 체력과 정신으로 노후에도 스스로 경제활동이나 취미를 즐기면서, 자신과 가족의 행복뿐만 아니라 지역과 글로벌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인의 사회책임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먼저, 이제경 원장은 80세까지 일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평생직장이 사라지므로 세 번은 은퇴하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비전문가에서 전문가로 변신하는 첫 번째 은퇴하기, 전문가에서 사업가로 대변혁하는 두 번째 은퇴하기, 사업가에서 사회봉사자의 길을 걷는 세 번째 은퇴하기를 추천한다.
비전문가에서 전문가로 변신해 근로소득 외에 업무 관련 기타소득도 얻고, 전문가에서 사업가로 대변혁해 사업소득 외에 금융과 부동산 등 자산소득도 얻고, 사업가에서 사회봉사자로 거듭나 사회가치 소득과 자산소득까지 얻으면 나뿐만 아니라 증손자까지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저자는 자신과 여러 부자들이 실천하고 있는 금융·부동산·미술품 투자 노하우, 합법적으로 세금 줄이는 방법 등도 소개했다. 또한 자신의 기대여명을 측정하고 ‘건강수명 늘리기’, ‘정신건강 챙기기’ 등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법, 가정과 사회에서 행복한 인간관계 만드는 방법도 담았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표재명·드림디자인)
키에르케고르 철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고(故) 표재명 교수. 그는 1978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교수로 1년간 현지에 머물면서 아름다운 이미지의 엽서를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냈다. 가족들이 그 엽서들을 모아 펴낸 책으로, 아버지의 마음이 담겼다.
◇라디오 탐심(김형호·틈새책방)
강원도에서 방송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30대 초반부터 라디오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책에는 라디오와 관련된 에피소드 27가지가 담겼다. 라디오가 탄생과 성장,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인간, 사회와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고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얘기한다.
◇이까짓, 탈모 : 노 프라블럼 (대멀(김준석)·봄름)
천만 탈모 시대. 탈모는 이제 청년과 중년의 연결고리가 됐다. 15년 차 대머리 영화배우이자, 탈모인 대나무숲 채널 ‘대멀’의 주인장인 저자. 그는 탈모 고충부터 웃픈 가발 경험담 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내 탈모인들에게 정보와 희망을 전달한다.
●Stage
◇엑스칼리버
일정 1월 29일 ~ 3월 13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권은아
출연 김준수, 김성규, 이지훈, 에녹, 강태을, 신영숙, 장은아, 민영기, 손준호, 김소향, 케이 등
국내 대형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서울에서 단 6주간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아더 역 김준수, 랜슬럿 역 이지훈, 에녹, 강태을, 모르가나 역 신영숙, 장은아, 멀린 역 민영기, 손준호, 기네비어 역 최서연, 울프스탄 역 이상준, 엑터 역 이종문, 홍경수가 다시 한번 무대를 빛낸다. 여기에 아더 역 김성규와 기네비어 역 김소향, 러블리즈 출신 케이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더한다. ‘엑스칼리버’는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평범한 소년 ‘아더’가 성인이 되고 왕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인간인 아더가 고난과 역경을 헤쳐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엑스칼리버’는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웃는 남자’, ‘마타하리’ 등 수많은 흥행작을 탄생시킨 EMK의 제작 노하우가 집약된 세 번째 오리지널 뮤지컬로 2019년 월드프리미어로 초연됐다.
◇라스트 세션
일정 1월 7일 ~ 3월 6일
장소 대학로 티오엠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의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이다. 오영수는 신구와 함께 프로이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이상윤과 전박찬은 루이스 역을 맡아 연기한다.
정신분석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나니아 연대기’ 작가이자 영문학자인 C. 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극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면서도 재치 있는 논변을 쏟아낸다.
◇그때도 오늘
일정 1월 8일~2월 20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이희준, 김설진, 이시언, 차용학, 오의식, 박은석 등
연극 ‘그때도 오늘’은 네 가지 장소와 네 가지 시간을 가지고 총 여덟 명의 배역이 등장하는 에피소드 형식의 공연이다. 1920년대 광복 전의 모습, 1940년대 제주도, 1980년대 부산, 2020년대 최전방 등 총 네 가지 배경이 나온다. ‘그때’를 지금 ‘현재’로 여기며, 각자의 눈에 비친 미래를 확신하는 인물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오의식, 박은석, 김설진은 2020년대의 은규, 1980년대의 주호, 1940년대의 사섭, 1920년대의 윤재 역의 남자1 배역을 맡는다. 이희준, 이시언, 차용학은 2020년대의 문석, 1980년대의 해동, 1940년대의 윤삼, 1920년대의 용진 역의 남자2 배역을 연기한다.
‘가급적 정직하게!’ 귀농 농부 박인성(48, ‘준삼이네 작은농장’ 운영)의 모토다. 아귀다툼과 꿍꿍이로 소란한 속세에서 삶을 통째 정직성으로 채우긴 어렵다. 그의 뜻인즉 농사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짓고 싶다는 것이다. 과욕과 과속을 자제해서. 그러나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다시피 농사란 믿기 어려운 사업이다. 변수와 장벽이 많아서다. 난다 긴다 하는 재간꾼들도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초보 농부에겐 더 버겁다. 희한한 방식으로 치르는 고행에 가깝다.
올해로 귀농 5년 차. 큰 산은 몰라도 나직한 산정쯤엔 올랐을 법한 이력이다. 그러나 박인성은 아직 산 중턱에서 비지땀을 쏟는다. 이마저 장족의 발전이다. 초기엔 산 아래를 맴돌며 물에 빠진 듯 허우적거렸다. 이는 귀농 준비가 부족한 탓? 아니다. 그는 준비 자체가 성공인 양 면밀하게 준비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귀농 교육을 받았으며, 농사 실습도 해뒀다. 천안에 있는 회사를 퇴직하기 2년 전부터 치밀한 대비를 했던 것. 그럼에도 뭐 하나 술술 풀리는 게 없더란다. 귀농, 이건 참 호락호락하지 않다.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가는 큰코다친다.
박인성은 고추농사를 한다. 관행 농업에 비해 한층 난해한 유기농법으로. 유기농이야말로 정직한 농사의 첩경이라고 그는 믿는다. 농약으로 칵테일을 하다시피 한 생산물을 팔아먹는 건 도리와 사리에 어긋난다고 본다. 유기농을 하더라도 딱 부러지게 하고 싶다. 대충 술렁술렁 할 경우엔 신농씨(神農氏, 농사의 신)의 저주를 면치 못할 거라는 신념을 가진 양 충실을 기해온 것 같다. 그런데 1500평 고추밭으로 거둔 5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처음 두 해 동안은 매출이 제로였다. 기술력도 부족했지만 판로가 막막했다. 3년 차엔 500만 원, 4년 차엔 25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5년 차인 올해엔 1000만 원을 넘어서 이제야 서광이 비치는가 싶다.”
통과 의례적 수련기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저조한 실적 같다.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보나?
“생산과 마케팅 면에서 부족했던 나의 책임이 우선 크다. 유기농산물을 불신하는 시장의 경향도 요인이다. 이는 과거 한때 일부 유기농 농가들이 장난을 친 탓이다. 품질의 차별화는 별로이면서 비싼 가격을 받았기 때문이지. 요즘은 일반 농산물과 가격 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외면한다. 1000~2000원 차이에도 민감한 게 소비자더라.”
많고 많은 작물 가운데 고추를 선택한 이유가 있겠지?
“대표적인 환금성 작물이기 때문에 호감을 가졌다. 고추농사가 괜찮다는 귀농 교육기관의 홍보를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다.”
기관의 홍보와 실상이 일치하지 않은 셈인가?
“1000평 규모 고추농사면 대략 5000근의 건고추가 나온다고 했다. 근당 2만 원을 친다면 연간 매출 1억 원이 된다고, 충분히 먹고살 만하다고 가르쳤다. 이는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지나친 과장에 불과했다. 관의 홍보를 곧이곧대로 믿을 일 아니다. 냉엄한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결국 작목 선택의 오류?
“후회가 없지 않았지만 다 지나간 일이다. 고추든 뭐든 농사치고 어렵지 않은 게 단 하나도 없다는 걸 주변 농가들의 실상을 통해서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성공 사례에서 배우는 게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매체에 등장하는 이른바 성공 사례 중 과연 몇이나 진실일까? 팩트를 담은 정보에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 본다. 게다가 남의 성공 사례를 내게 적용한다고 승산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얘기 들어봤나? ‘농민이 백 명이면 농법도 백 가지다.’ 농민 개개인의 실력은 물론이고, 지역의 기후와 토질 등 환경 조건에 따라 최적화된 방식을 구사해야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고추보다 매운 근성으로
농사에 정답이 없다는 것. 농사라는 바다에 순탄한 항로는 없다는 것. 귀농 5년간 그가 배운 게 이렇다. 딴엔 사력을 다해 몸과 마음을 쏟아 고추농사와 맞붙어 얻은 결론치고는 다소 허무하다. 하지만 고진감래가 인생의 속성인 바에야 과히 낙심할 게 없다. 그는 그리 여기는 것 같다. 오히려 농업의 현실을 또렷이 인식할 수 있게 돼 값진 경험으로 삼는다. 이제 관점을 쇄신하면 되는 거다.
그렇다면 무엇을 쇄신할 것인가. 일단은 SNS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더 중요한 건 지난 5년간 흠뻑 두들겨 맞은 듯 얼얼한 정신과 구겨진 자존심을 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뚝심과 고집으로 밀고 온 5년간의 근면과 근로의 행진을 여기서 멈추지 않는 데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다시 말해 박인성은 농사로 끝내 성공하고 싶다. 고추보다 매운 근성을 발동해 고추농사에 가일층 피땀을 쏟을 참이다. 그럴 만한 자신감도 얻었단다.
“농사에 서툴렀던 초기엔 고추 품질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5년 차인 올가을엔 기대치 이상의 품질을 보유한 고추를 생산했다. 이쯤이면 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만족스러웠다. 여느 해와 다른 방법을 동원한 덕분이다.”
어떤 방법이지?
“퇴비를 직접 만들어 농약 대신 투입하는 게 유기농인데 이를 심화했다. 바닷물엔 유익한 미량원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여기에 착안, 이를테면 아미노산을 보충해주기 위해 생선 국물이나 새우가루 등을 투입했다. 그러자 생육과 맛, 결실이 좋아지더라.”
남들의 객관적 평가는 어떤가?
“유기농 고추를 한다고 쓴웃음을 짓던 마을분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얼마 전엔 우리 농장의 건고추를 사간 어르신도 있었다. 그분 역시 팔기 위한 고추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식구들에겐 우리 농장의 고추를 먹이고 싶었던 것이다.”
햐! 놀라운 ‘인증’이다. 그런데 당신의 블로그가 썰렁하더라. SNS의 다이내믹한 힘을 아직 모르시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귀농인은 농사에 5할, 블로그에 5할, 이렇게 에너지를 배분하는 전략적 실천으로 판매에 날개를 달았던데….
“그 문제를 요즘에야 고민한다. 그간 농사일에 정신 팔려 블로그에 신경 쓰지 못했다. 채워 넣을 콘텐츠도 막연했고. 블로그 마케팅의 효과를 알면서도 방치했던 거다. 쇄신할 참이다.”
그의 농장은 충북 보은군 외진 산속에 있다. 2년여 동안 고르고 골라 마련한 터전이다. 임야 1만 평을 사들여 깎고 밀고 다듬어 만들어낸 농장이다. 산 절반, 하늘 절반인 산골짝이다. 풍경은 순수하고 분위기는 아늑하다. 야생의 나무들과 골짜기와 능선이 보기 좋게 어우러졌다. 오두막 하나 짓고 새소리, 바람 소리, 피고 지는 꽃들, 그 덧없는 것들을 벗 삼아 살기 딱 좋은 산중이다. 어떻게 이곳을 찾아냈을까?
“충북권에 나온 임야 매물 거의 전부를 2년간 섭렵했다. 떼어본 매물의 등기부등본이 박스로 두 개였다. 자동차 기름값으로 2000만 원쯤 썼고.(웃음) 임야 매입이 쉽지 않은 거다. 좋다고 해 확인해보면 토지 이용률이 현저하게 낮거나 개발제한에 묶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도로에 접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맹지인 산도 흔했고. 이래저래 열심히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 땅을 용케 만난 셈이다.”
귀농 목적 달성한 것과 다름없어
박인성은 농장의 적막 속에서 혼자 산다. 아내와 자녀 둘은 청주에 있다. 이래서야 무슨 재미? 그러나 그는 고독이나 불편에 아랑곳할 겨를이 없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니 말이다. 농사 수익은 저조하고, 매달 갚아야 할 대출이자 부담에도 폭폭 한숨이 나오지만 여하튼 질주해야만 하는 거다. 비유컨대 그는 폭풍의 난바다를 항해 중이다. 당장 멈춰라, 아무리 명령해도 멈추지 않는 거친 파도 너울거리는 바다를. 눈물인들 아니 흘렀으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처럼 엉엉 목 놓아 울곤 했다. 여긴 맘 놓고 울 수 있는 산속이지 않은가?(웃음) 이마저 나쁜 기억은 아니다. 나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이건 귀농으로 얻은 선물에 가까운 것 같다.”
농사의 애환이 내면을 북돋우는 선한 기회였다? 그렇더라도 5년 내내 부부가 떨어져 살다니. 이게 왜 이런가?
“아내는 애초 귀농을 격하게 반대했다. 좀 더 나중에 귀농해도 늦지 않다는 게 아내의 의견이었다. 그걸 묵살하고 내가 밀어붙였다.”
세상의 아내 대부분이 귀농엔 일단 반기를 들게 마련이다. 머리를 쥐어짠 회유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고서야 겨우 남편의 뜻이 관철되는 경우가 흔하더라.
“부부가 함께 귀농하는 게 두말할 것 없이 이상적이다. 나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조용히 기다려주기로 했다. 농장을 성실하게 꾸려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을 열고 공감하겠지, 그 생각 하나를 품고 농장에 홀로 묻혀 살았다. 아내의 인정을 받기 위해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1년쯤 지나서야 처음 농장을 방문한 아내에게서 반응이 왔다. 막막하고 캄캄했던 임야를 번듯한 농장으로 변모시켰다며 몹시 놀라더라고. 존경스럽다는 말까지 해 감격스러웠다.”
비로소 아내의 마음을 사게 된 셈이었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떨어져 사는 건 왜지?
“아이들이 아직 미성년이다. 아내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부부가 동행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 하지만 간간이 농장에 와서 일손을 거드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귀농의 목적을 이미 달성한 것과 다름없기에.”
귀농 목적이 아내와의 동행이라는 건가?
“내가 아내를 사랑해 결혼했다. 그런데 중년에 이르러 부부 사이에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더라고. 이걸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귀농에 있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부부가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해로하는 삶. 이게 내게는 간절한 꿈이자 유토피아다. 아직은 농사 상황이 열악하지만 꿈의 절반은 이미 이룬 셈이다.”
농사로 고생하는 그의 손은 두꺼비 등딱지처럼 울퉁불퉁하다. 잠자리조차 편치 않다. 창고에 텐트를 치고 집 삼아 사니까. 그러나 끄떡없다. 농사에선 코피를 쏟았을망정 ‘간절한 꿈’이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박인성 씨가 주는 귀촌 Tip
•귀농은 실로 가시밭길이다.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자.
•지자체마다 귀농정책이나 정착지원금 규모가 다르다. 미리 세밀하게 파악하자.
•가급적 귀농 지역의 특산물을 재배하는 게 유리하다. 재배 기술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서다.
•귀농 전에, 또는 귀농 초기에 남의 농장에서 미리 농사 경험을 쌓아라. 물정을 모르고 농사에 돌입하면 시행착오가 더 많다.
•집이나 농토 마련에 무리한 자금 동원은 금물이다. 자금을 비축하지 않으면 차후 곤경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고용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동시에 노인 빈곤율 또한 1위다. 이를 두고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과연 노인 일자리 사업은 득일까, 실일까.
지난달 28일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1%였다. 1년 전보다 1.2%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중에 3명 중 1명꼴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일하는 고령층이 많지만, 반대로 상대 빈곤율 또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OECD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 빈곤율은 43.4%다. 회원국 평균 15.7%에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은 비율이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노령층인 이들이 자녀를 키우는 데 물심양면 힘썼기 때문에 연금 등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노인 공공 일자리 만들기'가 거론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자리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그러나 월 임금 30만 원 수준으로 '무의미한 경제활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조희평 부연구위원 역시 지난 30일 발간한 '재정포럼 11월호'에서 "공공형 일자리의 증가가 비공공형 일자리의 감소를 야기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기에 앞서 기존 민간 부문의 노인 일자리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경제 활동을 하는 노인들의 인구는 늘어났지만, 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적은 수익이라도 경제 활동의 장이 마련된 것을 나쁘게 보기 만은 어렵다. 이마저도 없으면 노인들의 고통은 천장을 찌를 수준이기 때문.
쓴소리에 정부도 할 말이 있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노인들의 수요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희망 월 평균 근로 소득은 50만 원 미만, 희망 근로 시간은 월 40~50시간 수준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현 고령층이 미니잡(mini-job) 형태의 단기 근로를 선호함을 의미한다는 것. 이러한 선호를 반영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82만 개, 오는 2022년에는 84만 5000개로 일자리 창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단순히 소득 만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은 사회 활동을 통해 건강이 개선되고, 우울감이 감소해 삶의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또한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이 노인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양한 연령층이 있고 사업도 많은데, 어떻게 노인만 지원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정부의 지원 사업이 차차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백세 시대에 일하는 고령자들을 많이 이끌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이 약 30만 원이라는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적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것도 중요하다는 거다.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면서 "사회적인 욕구,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몸도 건강해지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더 나아가서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에이징 테크(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통칭하는 말로 실버 기술이나 장수 기술), 임금피크제(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도 있다 보니 노인 일자리가 확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초고령화 사회에 고용률을 높인 노인 일자리 사업은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노인에게 경제 활동이란 '수익'보다는 '사회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빈곤하지 않은 노후를 위해서는 연금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준비를 미리 해둘 것을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