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일명 ‘버킷리스트(bucket list)ʼ라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버킷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항목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서베이를 통해 시니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여행, 취미, 관계·가족, 일·성취, 보람, 도전 등 총 7가지 주제로 나눠 알아봤다.
서베이 대상 브라보 동년기자단,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수강생, 낭랑18세 시니어 치어리더팀 등 50세 이상 남녀 140명(50대 61명, 60대 53명, 70대 이상 26명)
서베이 방법 주제별 버킷리스트 예시 항목 15가지 중 선택(중복 선택 가능) 및 그 외 항목이 있는 경우 별도로 작성
◇브라보 버킷리스트 상위 20위 목록
7가지 주제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여행’이다. 상당수 시니어가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올레길 투어’ 등 제주 여행과 관련한 버킷리스트를 희망하고 있었다. “쉽게 이룰 수 있으니까”, “외국어 부담 없이 여행하고 싶어서”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밖에 혼자 여행 떠나기(27),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25), 캠핑카/크루즈 여행하기(18),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9) 등
운동이나 레포츠 등 몸을 쓰고 활동적인 취미보다는 배움, 글쓰기, 책 읽기, 전시회 관람 등 문화적, 정서적 활동을 원하는 이가 많았다. 아직 특별한 취미를 찾지 못해 ‘새로운 취미 갖기’(24)를 버킷리스트로 선택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텃밭 가꾸기(21), 그림 관련 취미 갖기(19), 수영 배우기(16), 취미 동호회 가입(14), 수화 배우기(6) 등
가족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애인 같은 친구를 만드는 등 새로운 관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휴대전화번호를 정리하거나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는 등 관계 정리에 관한 항목들도 눈에 띈다.
그밖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21), 7명 용서하기(17), 휴대전화번호부 정리하기(15), 첫사랑에게 편지 쓰기(7) 등
제2직업을 향한 욕구와 더불어 전문 분야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내고, 강연, 전시회를 여는 등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다.
그밖에 귀농하기(15), 창업하기(12), 10년 후부터는 일 안 하고 놀기(8), 자격증 10개 따기(8) 등
버킷리스트 서베이 전체 항목 중에서 ‘재능기부’가 1위에 올랐다. 단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살린 사회적 활동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그밖에 장기기증 신청하기(16), 아프리카 봉사활동 가기(15), 봉사활동 1000시간 채우기(13), 유기견 돌보기(6) 등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을 추구하는 웰빙(well being)을 넘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유언장 작성 등 웰다잉 관련 항목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밖에 드레스 입고 파티하기(17), 세컨드하우스 짓기(14), 레스토랑에서 고급 코스요리 먹기(13), 주식·펀드 투자하기(12)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는 이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이룰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버킷리스트 만들기’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순간 이미 한 가지 항목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공모전 참가하기(14), 파격적으로 염색하기(13), 무인도에서 살아보기(7), 타투(문신) 해보기(6)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위한 7가지 방법
도움말 박창수 작가
하나,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라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목표는 유럽 배낭여행부터 서울 나들이까지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경우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행 자금을 위해 적금을 든다거나 평소 걷기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등의 세부적인 목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귀농이나 창업 등 오래 준비해야 할 목록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실천할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리스트를 차례로 적어나가자.
둘, 작은 목표는 매년 갱신하라 큰 목표가 담긴 버킷리스트와 작은 목표를 써놓은 버킷리스트를 따로 마련하고, 작은 목표 리스트는 매년 갱신한다. 원대한 목표만 적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의욕도 저하되고, 실천 의지도 약해진다. 한 해, 한 달 정도 투자해 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작성하자.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며 얻은 자신감은 큰 목표를 이루는 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셋, 유행에 편승하지 마라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뤄가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원하는 목표나 유행에 따라 버킷리스트를 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만족도가 높을지 등을 깊이 생각해보고 진정 나만을 위한 목록들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 남의 눈치 보지 마라 돈이 많이 든다거나 스스로 주책없어 보이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족이나 친구들 눈치를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또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남에게 보였을 때 더 그럴싸하고 훌륭해 보이는 일들을 적곤 한다. 이른바 체면치레 때문에 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여행, 공부, 취미, 봉사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목표이지만, 그중에 한두 가지만이라도 나만의 개성과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것을 적어보면 어떨까?
다섯, 크게 쓰고 소문을 내라 자기 꿈을 소문내는 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기분 좋은 속박(?)을 느끼는 편이 낫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선언을 하거나 큰 종이에 적어 서재나 화장대 등에 붙여 자주 인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은 물론 스스로와의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진다.
여섯, 1+1을 생각하라 나를 위한 버킷리스트이지만, 그것이 사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외국어 배우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를 뛰어넘어 ‘외국어를 배워 어려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재능기부하기’ 등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법까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뜻깊은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일곱, 버킷리스트에는 점수가 없다 목표로 정한 버킷리스트를 꼭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물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경우에 말이다. 버킷리스트는 숙제나 시험처럼 누군가에게 검사받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부담 갖거나 서두르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발걸음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독자제보 브라보 버킷리스트 랭킹 20위 안에 해당하는 버킷리스트에 도전해 이뤄내신 분들을 찾습니다. 제보할 이야기가 있으신 분은 bravo@etoday.co.kr로 접수 부탁드립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 보면 안다. 많은 한국인이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머물고 있는 이유를 말이다. 매력이 넘치는 바르셀로나는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도 큰 인기다.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 ‘비우티풀’,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등은 모두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다. 또 몬주익 언덕에는 마라톤 선수 황영조 기념탑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우승을 안겨줬던 도시. 낯선 나라에서 한글을 보면 가슴이 짜르르해지고 눈시울이 젖는다.
100년 넘게 공사 중인 대성당
스페인 북동부의 카탈루냐 자치주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17세기에 건설된 항구도시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시도하고 있어 국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은 관광도시로 유명한데 특히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의 건축물은 탁월한 명소다.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는 건축 문외한의 눈길도 저절로 이끈다. 특히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뜻은 ‘성 가족’이라는 의미로 예수 그리스도, 마리아, 요셉을 뜻한다.
이 성당의 원 설계자는 가우디의 스승인 비야르. 성 요셉 축일(1882년 3월 19일)에 착공을 했으나 건축 의뢰인과 의견 충돌로 중도 하차했고 이듬해부터 가우디(당시 31세)가 맡게 된다. 가우디는 1926년까지, 총 12년간을 오로지 이 성당에만 매달린다. 그러나 성당을 완공도 하기 전, 그는 전차에 치여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다. 그가 사망할 당시 이 성당은 ‘예수 탄생’ 파사드, 종탑 한 개, 네 개의 탑, 지하 납골당만 완성된 상태였다. 그날 이후 공사는 끊임없이 진행되었고 가우디 사후 100년(2026년)이 되는 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성당은 천천히 자라나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을 운명을 지녔다”는 생전 가우디의 말이 이뤄질 것 같다. 입장료가 비싸지만 매표소는 늘 장사진을 친다. 매표 요금은 완공을 위한 기부금 형태로 쓰인다.
바르셀로나를 빛내는 건축가 가우디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400여 개의 회오리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구경하면 된다. 가우디의 유해는 지하 박물관에 있다. 1869년(17세), 가우디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형이 이미 가 있는 바르셀로나로 터전을 옮겨 건축학교에 입학한다. 고향과는 달리 큰 도회지인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은 적응이 어려웠지만 그 시절, 많은 자극과 동기를 받는다. 1874년(22세),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건축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그의 특이한 창조성은 호평보다는 혹평을 많이 받는다. 그는 늘 말이 없고 허름한 차림새에 이상한 실험들을 일삼았기에 평생 괴짜라는 꼬리표를 안고 살아야 했다. ‘귀족적이면서 천박한, 댄디(dandy)이자 방랑자, 박식하지만 오락가락하는, 기지가 넘치지만 재미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있었다. 그는 가우디를 천재라고 칭찬했다. 사후 30년 뒤인, 1960년대부터 그는 인정받기 시작했고 바르셀로나를 영원히 빛내고 있다.
카사 밀라에서 구엘 공원까지
바르셀로나에는 성 가족성당 말고도 가우디의 모더니즘 건축의 최고로 꼽히는 카사 밀라가 있다. 산을 주제로 디자인하고 석회암과 철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독특한 건축물로 파도가 치는 것 같은 곡선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또 바다를 주제로 디자인한 카사 바트요(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는 도자기 타일과 유리 모자이크가 아름답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구엘 공원(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다. 가우디와 구엘 백작의 합작품.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은 이상적인 전원도시를 만들 목적으로 바르셀로나의 펠라다 지역 땅을 매입한다. 구엘은 가우디에게 영국의 전원도시를 모델로 해서 그리스의 팔라소스 산과 같은 신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공원 부지가 돌이 많은 데다 경사진 비탈이어서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가우디는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땅 고르는 것도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이 단지를 위해 무려 14년(1900~1914)이나 매진했지만 결국 자금난 등으로 미완성으로 끝났다. 1922년,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구엘 백작 소유의 이 땅을 사들여 이듬해 시영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연 친화적 건축물, 구엘 공원
구엘 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독특한 공원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은 꼭 방문해봐야 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멀리 지중해와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바지에 구엘 공원이 있다. 초콜릿을 닮은 듯한 돌기둥, 과자의 집처럼 생긴 건물, 반쯤 기울어져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인공 석굴, 계단 위에 타일로 만들어진 도롱뇽, 기념품 파는 건물 등 가우디만의 색깔이 분명한 건축물이 오롯이 모여 있다. 또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구엘 백작의 요청으로 만든 도리아식 기둥도 눈길을 끈다. 녹색 식물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독창적인 건축물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채 만들어졌고 사방팔방으로 시내가 조망되어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까지 가세하면 두말할 필요 없이 행복한 공간이다. 단 과거 가우디가 살았던 집은 박물관으로 공개해 유료다. 가우디가 사용했던 침대, 책상 등 유품과 데드 마스크가 전시되어 있다.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한 독특한 가구들이 감상 포인트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직항이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13~14시간.
현지 교통 바르셀로나는 규모가 커서 대중교통을 필히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이 제일 편리하다. 도심이 복잡하므로 1일권을 사서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음식정보 보케리아 시장에서는 해산물을 구입해 즉석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때는 근처의 레스토랑을 이용하자. 흥정으로 절반짜리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숙박정보 바르셀로나는 관광도시라 물가가 비싼 편이다. 고급 호텔 가격은 1박당 50만 원 이상. 아파트, 한인 민박, 호스텔 등을 이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파트 숙박은 1박당 10만 원 정도.
화폐 유로화 통용.
날씨 바르셀로나의 4월 평균 최저기온은 8.5℃, 평균 최고기온은 17.6℃로 서울의 4월 중순 기온과 비슷하다. 예측 없이 비가 내릴 수 있으니 비옷과 우산은 꼭 챙겨서 외출하자.
시니어 여행 포인트 바르셀로나는 서둘러 여행하는 곳이 아니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둘러봐야 할 도시다. 몬주익 언덕은 꼭 올라가 봐야 한다. 도시를 한눈에 전망할 수 있다. 경기장 근처로 내려오면 차도 옆으로 황영조 동상이 있다. 차도를 따라 내려가면 미로 미술관을 만난다. 바르셀로나를 기점으로 근처 소도시 여행은 꼭 해야 한다. 몬세라트 성지와 타라고나를 적극 권한다. 누드 비치에 관심이 있다면 바르셀로나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시체스(Sitges) 해변을 찾으면 된다.
드디어 도착한 봄, 봄바람 속 향기와 함께 매력적인 중년의 당신을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준비한 선물!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에 시니어 세대공감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애독자 500분을 선착순 무료 초청합니다. 다채로운 공연과 알찬 건강 강좌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에 성황리에 개최한 데 힘입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는 봄꽃이 만개하는 4월 23일 월요일, 오후 2시에 열립니다. 장소는 7호선과 3호선 고속터미널역 바로 앞에 위치한 쉐라톤 서울 팔레스 강남호텔입니다.
강연의 첫 주자로 대한민국 대표 철학자이자 올해 99세를 맞이한 김형석 교수님이 강단에 서십니다. ‘백세시대 건강하다는 것의 의미’라는 주제로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그야말로 한 세기에 걸친 역사를 체험하신 분입니다. 현재까지도 저서를 출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열정적인 강연자이십니다. 아흔아홉 현역 철학자의 건강론과 만나실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헬스콘서트의 메인 무대는 대한민국 명의 세 분이 책임지십니다. 가볍게 여겨선 안 되는 여성 3대 질환과 호르몬 관련 건강 강좌를 펼칩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와 여의도성모병원 나혜란 교수, 항노화비만센터 안지현 원장이 각각 ‘10년을 젊게 사는 법’과 ‘중년 여성의 우울증’, 그리고 ‘중년 여성의 비만’ 등에 대해 명쾌하고 담백한 강의를 들려주실 계획입니다.
멋진 공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의 대표 아이콘인 가수 양수경과 임수정이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노래로 시니어의 봄날을 응원합니다.
또한 봄나들이 떠나듯 화려한 드레스 코드의 뉴시니어라이프 소속 모델 30여 명이 품격 있는 런웨이 무대를 펼칩니다.
국악인 권태경의 우리 소리와 가락도 만나보십시오.
당뇨병 예방 활동을 펴고 있는 국내 유일의 당뇨인 공익단체 한국당뇨협회가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를 후원해줍니다. 오벨리스크 투어, 올인원바이오, 겔라비트 등 기업에서 푸짐한 경품을 증정해줍니다. 또한 전 출연진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노(no) 개런티로 참여합니다. 시니어에게 보건·문화예술의 기회를 제공하는 브라보 헬스콘서트는 새로운 기부 모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봄날이면 꽃잎들이 우리들을 축복하듯이 내려앉습니다.
당싯당싯 꽃잎이 춤춥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준비한 행복한 공간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에 꽃보다 더 예쁘게 단장하고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제주에서 4·3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0년이 됐다. 이를 맞아 제주시는 2018년을 제주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스탠딩뮤지컬 ‘1946 화순’(극단 경험과 상상/작·연출 류성)의 제주 초청 공연이다. 1946년 전라남도 화순 탄광촌에서 벌어진 사건을 재조명한 작품으로 4·3 사건과 흡사한 부분이 매우 많다. 광복 이후 미군정 치하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 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이들의 섬 제주. 공연장 객석에서 간간이 눈물 훔치는 소리가 들린다. 70년 세월이 지났어도 슬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건국 역사에서 잊어서는 안 될 상처
2월 말,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주최로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스탠딩뮤지컬 ‘1946 화순’이 공연됐다. 이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 4대 탄광 중 한 곳이던 화순탄광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조명한 역사 팩션 드라마다. 탄광을 관리하던 일본군이 퇴각하고 탄광 노동자들은 자치위원회를 결성해 탄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 소유였던 탄광을 관리하기 위해 미군정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자치위원회를 불법으로 규정 해산시키기에 이른다. 미군정이 탄광을 관리하자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식량난에 시달린다. 미군정은 탄광 소장을 교체하고 노조를 위협해 노조 간부 3명과 100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한다. 1946년 8월 15일. 미군정은 광주에서 개최된 8·15 1주기 기념식 참석차 길을 나선 화순탄광 노동자들을 탱크와 비행기를 동원해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바로 ‘1946 화순’이다. 제주 4·3 사건의 축소판이자 1년 앞서 일어난 화순탄광 사건을 통해 제주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알리는 자리가 됐다.
가슴 뜨거웠던 100분, 감동으로 하나 되다
하루 2회 공연된 ‘1946 화순’은 말 그대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나눠주는 배지와 공연 포스터를 받아가는 등 제주 시민들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관객이 꽉 들어차고 공연이 시작되자 일제히 조용해진다. 노래 사이사이 박수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눈물을 훔치는 소리도 새어나온다. 공연 내내 여전히 아픈 기억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잊을 수 없는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무대 위에 선 모든 배우가 주인공
2015년 9월 초연된 ‘1946 화순’은 배우와 스태프의 재능 기부로 탄생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무대에 코러스로 참여하고 있는 배우의 대부분이 대학로 연극계 주역들이다. 이들의 개런티만 따져도 금액이 상당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큰 대가 없이 제주 공연에 참여했다고. ‘1946 화순’은 2016년 ‘화순탄광사건 70주년’을 맞이해 광주·전남 3000여 명의 노동자를 위한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광화문 광장 대규모 공연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재조명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의 홍보는 화순을 본 관객들이 담당했다. 빠른 입소문으로 공연 초 ‘전 회, 전 석 초과 매진’을 기록했고 관객 요청으로 앙코르 공연을 이어나갔다. 창작 초연 최초로 ‘유료객석 점유율 120%’, 소극장 뮤지컬 사상 최대 규모인 60여 명의 배우 참여라는 경이로운 행보를 보여준 ‘1946 화순’은 연극인들의 순수가 살아있는 한 감동을 주며 오래가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제주 4·3 사건’
제주라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이 제주 4·3 사건이다. 이 사건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빨갱이 폭동으로 간주돼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1947년에 발생해 1년여 동안 벌어진 제주 4·3 사건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양민학살 사건이다. 4·3 사건에 관한 자료를 보고 이해한 결론이 그렇다. 한 살 어린아이와 노인까지 잡아 죽였다는 증언도 있다. 당시 30만 명도 안 되는 제주 땅에서 3만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제주 사람들과 만나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4·3 사건 이야기. 그들의 슬픔은 해가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제주여행을 준비하는 독자가 있다면 4·3 평화공원에 가보기를 권한다. 올해 제주 방문의 해는 ‘4·3을 기억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뜻하게 반기는 제주 사람들의 웃음 뒤에는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가을에 도시여행 해설가과정 교육을 받았는데, 그 교육에서 필자가 우리 조를 대표해서 해설을 맡게 되었다. 평소에 성북동에 대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터라, 성북동을 해설하기로 정하고 답사를 갔다.
평소에 아담하고 아름답다고 입소문난 길상사엘 갔다. 경내를 둘러보다가 ‘길상화 보살’의 사당과 공덕비 앞에서 그만, 넋을 잃고 답사온 목적도 잊은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만 꽂혀버린 것이다.
필자가 필이 꽂힌 것은 한편의 시가 적힌 ‘시비(詩碑)’였다. 시비에는 기생 진향이와 시인 백석의 사랑 이야기가 새겨져 있었다. 필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열정적인 뜨거운 사랑이나, 순애보적인 아름다운 사랑한번 변변히 해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랑이야기만 들으면 정신을 못 차리고 푸욱 빠져 버리곤 한다.
필자가 푹 빠져버린 기생 진향이는 누구인가?
그는 1916년에 ‘김영한’이라는 이름의 한 여인으로 태어났다.
김영한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16살에 '진향'이라는 이름으로 기생에 입문했다. 진향이 21살때 25살의 백석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그때 백석이 처음으로쓴 詩가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인데, 이 시에서의 나타샤는 백석이 사랑한 기생 진향이다. 25살 젊은 청년 백석의, 진향을 사랑하는 애절한 마음이 담겼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날인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이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힌당나귀 타고 산곬로 가쟈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곬로가 마가리에 살쟈 눈은 푹푹 날이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다 언제벌서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곬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눈은 푹푹 날이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힌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 응앙 울을 것이다 -1937년, 백석이 겨울에 쓴 최초의 원문-
✻ 마가리: 오두막집 출출이: 뱁새 고조곤히: 소리없이, 고요히
아들이 기생과 사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백석의 부모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시켰다. 백석은 진향에게 만주로 가서 둘이 함께 살자고 했지만, 진향이 이를 거절한다. 백석은 홀로 만주로 떠났다. 그런데 6.25전쟁으로 인하여 남과 북이 갈라지는 바람에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볼 수 없게 된다.
그 후, 진향은 37살에 중앙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2년 뒤, 성북동 산골짜기에 땅을 사들여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지어 경영하기 시작했다. 기생이란 옷을 벗고,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되찾아 ‘경영주 김영한’으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요정 대원각을 운영하던 김영한은 1987년, 법정스님의 저서 ‘무소유’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는 법정스님을 찾아가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여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절을 짓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법정스님은 그 청을 사양하였다. 김영한은 근 10년 가까이 법정스님을 찾아와 간곡히 부탁했고, 이에 법정스님이 그 청을 받아들여 요정 대원각이 사찰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1995년 ‘대법사’로 등록했다가 2년 후, 지금의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로 이름을 바꾸어 재등록하였다. 법정스님은 길상사의 창건 법회에서, 불문에 귀의한 김영한에게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주었다.
기부할 당시의 대원각 재산은 싯가가 천억 원에 달했는데,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 "그 많은 재산을 모두 다 기부하는 것이 아깝지 않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이에 김영한은 "천 억은 백석 그 사람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평생, 백석의 생일엔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백석을 그리워했다.
1996년, 백석이 북한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3년 뒤 1999년 11월, 김영한은 자신의 유해를 눈이 오는 날, 길상사 경내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김영한은 떠나고 없지만, 길상사 경내의 길상헌 뒤쪽 작은 언덕에는 김영한의 사당과 함께, 그의 공덕비와 백석의 詩碑가 세워졌다.
사랑의 꽃씨 한 알 가슴에 품고, 일생을 ‘그리움’으로 고이고이 키워낸 꽃 한 송이 길상화(법명).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던 기생이었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으로 숭고하게 승화시킨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가 기생 진향이에서 길상화 보살이 되기까지엔, 백석을 향한 그리움이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나 명승고적지를 가면 가파른 바위에 이름을 페인트로 쓰거나 심하게는 큰 바위에 이름이나 글자를 파서 새긴다. ‘000을 사랑해!’, ‘우리사랑 영원히’ 라는 글이다. 이런 글자를 본 애인이 감동해주길 바란다. 나를 그토록 사랑해주는 용감하고 멋있는 사람으로 알아주길 바란다. 여러 사람들에게 이름을 공개해 변하지 않을 대못을 박고 싶은 심정에서 한 행동임은 알 것 같다.
하지만 방문객의 대부분이 얼마나 사랑했으면 또는 얼마나 사랑이 변치말기를 기원했으면 바위에 이름까지 새길까!,하고 부러워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문화재를 훼손했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자칫하면 자연 훼손 범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우리 아이의 출생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첫 돌날 찾아준 하객들에게 아이이름을 새긴 작은 선물을 돌린다. 부모님의 회갑 날에도 수건에 부모님 이름을 인쇄해서 나누어 준다. 기업체를 방문해도 간단한 물건에 회사이름을 새긴 방문기념 선물을 주는 곳도 많다. 크게는 대통령이름이 새겨진 시계선물도 있다. 모두가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사랑의 자물쇠라 하여 사랑하는 연인들이 사랑의 마음을 담은 후 자물쇠로 잠그고 다시는 열수 없도록 열쇠를 멀리 던져버리는 퍼포먼스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멋있게 표현하고 싶고 그 사랑을 영원히 변치말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강서둘래길’에서 이런 멋진 모습을 봤다. 강서둘래길은 전철5호선 개화산역이 있는 개화산둘레가 주 무대다 총연장이 11.4km로 대략 3시간이 소요되는 걷기 좋은 길이다. 지역주민은 물로 멀리서도 이름을 듣고 찾아온다. 중간지점에 봉화정(烽火庭)이라는 쉼터인 정자가 있는데 거기서 아름다운 기증을 한 멋진 시계를 봤다.
잠시 정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똑딱이는 시계소리가 들린다. 눈을 들어 위를 보니 결혼부부의 사진이 박힌 시계가 걸려있다. 초침이 똑딱똑딱하고 가고 있고 시간이 정확하게 맞는다. 걸어만 놓고 내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관리가 잘되고 있는 모습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자시계이니 몇 달에 한 번씩 건전지를 교체해야 한다. 시간도 오차가 있으니 아주 가끔은 시간조정도 해야 정확한 시간이 제공된다. 시계가 잘 관리되는 것으로 보아 기증자는 가끔씩 올라와서 먼지도 털어내고 시간도 맞추고 건전지도 교체하는 모양이다. 부부의 웃고 있는 사진이 시계의 시간 품질보증서와 같다. 젊은 부부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결혼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야지 하는 다짐도 한다. 기증자는 하루에 한사람이라도 자신들의 신혼사진을 보고 파경의 문턱까지 간 부부가 화해한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普施)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혼을 기념하는 벽시계를 사람들이 몰려드는 장소에 걸어 놓을 마음씀씀이가 아름답다. 시계관리를 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도 더 깊어질 것이다. 작은 기증이지만 아이디어도 멋지고 참 실용적이다. 이런 작은 기증들이 세상을 더욱 살맛나게 한다. 기증문화 기부문화가 들불 번지듯 퍼져나가게 이른 미담은 널리 알려야 한다.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독지가란 ‘사회사업 따위의 비영리사업이나 뜻있는 일에 특별히 마음을 써서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연말이면 신문에 종종 독지가 얘기가 실린다. 이름도 알리지 않고 좋은 일에 써달라며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다. 영수증도 안 받아갔으니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한 회사 차원의 기부도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었다.
필자가 이끄는 KDB 시니어브리지아카데미 동문회는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기본적인 재원은 연회비로 하고 있으나 자발적인 참여의 열기가 약해 기금 모음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상계동 연탄 배달 봉사에 참여했던 한 회원이 100만원을 기부했다. 총동문회가 사회 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는 것이었다. 그간 여러 가지 행사에서 본 기부나 후원은 금액도 크지 않았고 마지못해 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렇게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며 용도를 묻지 않겠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고 싶었다. 어떤 마음으로 기부를 쾌척하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돈이 많으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때는 잘 벌었지만, 그때는 그만큼 기부를 많이 했고 지금은 무직 상태라서 수입도 없다는 것이었다.
독지가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보고 싶어 과거사를 물었다. 너무나 가난해서 공장에 다니고 있을 때 외국 기관의 후원으로 야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보험회사에 취직해서 보험 왕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 때 그 사람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학교 진학은 꿈도 못 꾸고 공장 생활을 이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 사람들 덕분에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은혜를 갚고 싶다는 것이었다.
기부는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잘 나갈 때는 1억 원이 넘는 돈도 기부한 적이 있고 크고 작은 기부를 많이 했다는 것이었다. 기부하고 나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고 희한하게도 그 만큼의 수입이 따라 오더라는 것이다. 혹시 종교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종교계의 기부 풍토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필자도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처음 만났을 때 기부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당시 6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 사람들인데 현역에서 물러난 상태라서 수입이 없으니 대부분 생활이 어려웠다. 어차피 이 세상 떠날 때 빈손을 갈 것인데 자녀들은 이미 자립했으니 더 이상 필자 도움이 없어도 되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막연하게 얼굴도 모르는 불우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기부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분들은 곧 은퇴를 했고 30대~40대 시각장애인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현역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오히려 필자보다 나은 사람도 많았다. 그 바람에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독지가와 얘기해보면서 기부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부는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족·친구들과 어울려 ‘송년주’ 한잔 나누기 딱 좋은 시기다. 헌데 나에게 지난 여름부터 금주령이 내렸다. 송년은 커녕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할 처지에 이르렀다. 친구들과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는 나에게 ‘송년금주’는 어려운 숙제가 되었다. 술 배운 후 처음 맞는 이 난국을 이겨내고 금주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금주 금단증상은 얼마나 심할까 생각이 깊어갔다.
담배를 끊으면서 금단증상으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군대복무 시절 늦게 배운 담배가 제대 때는 골초가 되었다. 20여 년 전 어느 휴일, 친구와 등산을 마치고 ‘일요담배’를 맛있게 한대 피웠다. 헌데 월요일부터 생담배 타는 냄새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악취가 코에서 진동하였다. 금연경험자가 ‘금단증상의 한 형태 같다.’고 말하였다. 손 떨림·체중증가·우울 등은 종종 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담배를 한 대만 피워도 금단증상이 다시 처음처럼 강해진다.’고 하였다. 완전히 끊자 다행히 금단증상의 강도가 점점 낮아졌다. 10년 넘어 금연에 성공하였다.
금주를 시작한지 어느덧 몇 달 지났다. 군대생활 중에 발생한 발톱무좀을 치료하러 피부과 의원에 갔더니 “무좀약을 복용하는 동안에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의사가 말하였다. 발톱이 제 기능을 못하면 ‘관절손상이 크다’고 경고하였다. 발의 관절을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이 기회에 완치하여야 한다. 치료를 하면서 금주를 시작하였다. 아직까지는 금단증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송년모임이 매우 허전하게 느껴졌다. 술잔을 돌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이 정겹게 보였다.
왁자지껄 떠드는 친구들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도 저랬을 텐데!’ 아름다운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학창시절 산행시작 때는 산에서 취사가 허용되었다. 석유버너에 불붙이는 방법을 익히고 코펠까지 준비한 다음에야 등산 패에 낄 수 있었던 옛이야기다. 몇 명이 어울려 각자 쌀·찌개거리·반찬을 가져와 합동취사를 하였다. 버너를 준비하여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는 담당을 하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고 술을 준비하였다. 한겨울에는 눈을 걷어내고 고기를 구워서 소주 한잔으로 추위를 달랬다.
세월이 지나면서 산에서 취사가 금지되고 정상까지 오르는 본격산행이 시작되었다. 도시락을 푸짐하게 준비하여 산상 뷔페식을 즐겼다. 덩달아 산술의 참맛을 알기 시작하였다. 계곡이나 식당에서 마셨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잔 술에 가슴이 탁 트이곤 하였다. 어려웠던 일을 다 잊을 수 있었다.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고 구름 위를 거닐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간이 부풀었다. 발아래에 세상이 조개껍질처럼 엎드렸다. 술을 즐기지 않는 친구도 한모금쯤 입에 댔다. 술 향기에 취하고 흥에 겨웠다.
여기까지는 즐거운 추억이다. 옛날에는 등산복에 배낭 메고 나서면 놀러가는 한량으로 보는 경향이 일부 있었다. 이제는 산행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고 건강을 다지는 필수 운동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지금도 하늘을 날 것 같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능선 어려운 길을 멀리하고, 쉬운 둘레길을 찾는 횟수가 많아졌다. 대여섯 시간 산행이 두세 시간으로 확 줄었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던 옛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친구들도 막걸리 한잔을 입에 댔다 떼기를 반복하였다.
사회은퇴 후 사회평생교육장, 재능기부 봉사장에서 새로운 친구를 많이 만났다. 그들과는 학창시절의 동창이나 사회생활에서 만났던 동료들과는 또 다른 정을 느끼고 있다. 세상풍진을 털어내고 고향 뒤안길에서 만난 어릴 적 동무 같다. 누구의 손이라도 덥석 붙잡고 싶은 그런 송년이다. 텁텁한 막걸리 한사발이면 딱 좋을 것 같다.
헌데 송년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