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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물려줄지 고민하며 상속과 증여에 대비하자
- 부모는 주는 존재, 자식은 받는 존재 김미나 동년기자 ‘내 몫은 얼마나 될까’, ‘언제쯤 주실까?’ 그러나 짜다는 소리 들으며 부를 축적하신 부모님께 성화를 부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투잡을 뛰고 하얀 밤 지새우며 일했지만, 누구는 연봉 3억이란 말에 손을 떨궜다. 언젠가는 주시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도 아이들이 자라고 사교육에 등골이 휠 때마다 절심함으로 밀려왔다. 그렇게 기다림에 지쳐가던 사촌 언니의 넋두리에 드디어 종지부가 찍혔다. 부모 도움 없이 성공하는 일이 정말 힘든 세상이라며, 내 자식 뒤처질까 증여를 해주셨다는 것이다. 환한 목소리로 곧 이사를 해야 한다며 전화를 끊는 언니는, 가뿐하게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꽃밭으로 들어갔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아들 유학도 보냈다. 만만치 않은 등록금 폭탄에도 한숨이 터지지 않았다. 중년 이후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노후자금 끌어다 자녀 유학비 대는 것이라지만 언니 마음은 늘 아들에게로 향했다. 남편과 부딪혀도 위로를 해주는 건 아들이고, 엄마 스테이크를 한입 크기로 잘라서 먹기 좋은 쪽에 놓아주는 사람도 아들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다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자녀들은 나만큼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에 직면하니 더 안쓰러웠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라는 자조가 씁쓸해도, 받은 것이 있으니 주기가 한결 수월했다. 인생에서 돈이 다는 아니지만 돈만 한 것이 없고 그 맛을 봤으니 어쩌랴. 유학을 마치고 모두들 어렵다는 취업 허들도 가뿐히 넘은 아들이 여자 친구를 데려왔다. 둘이 결혼 말이 오간 모양인데 외동딸인 여자 친구 앞으로 번듯한 아파트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그 집에서 신혼살림을 하기로 했다니 돌아서 빙그레 웃었다. 그러던 중 문제가 생겼다. 신혼살림을 하려던 그 집이 살고 있는 세입자와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입주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쌉싸래한 기분을 내색할 수도 없어 아들 가진 쪽에서 적잖은 전세금을 내줬다. 얼마 후 며느리의 임신 소식에 그간의 속상함은 어디론가 내빼고 애정이 솟았다. 연이은 한파가 휘몰아쳐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마음까지 곤두박질치던 어느 겨울날이었다. 짧은 추위에도 내의를 챙겨주던 아들이 전화를 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장장한 대화 중에 엄마의 단락은 없었다. 장모님께서, 매서운 추위에 사위 감기라도 걸릴까 두툼한 패딩 사 입으라 50만 원을 보내셨다는 감동 소감만이 물결쳤다. 엄마도 거기에 공감하라는 메시지를 폭풍 전송하고 있는 남자가 아들이었다. 사돈댁 지원에 제스처를 취해야 할 것 같아 상응하는 임신 축하금을 보냈다. 아들은 오래된 집이라 아기 키우기에 춥고 불편해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흘렸다. 찌르르하면서 멍함이 파고들었다. 아들은 잊고 있나보다. 막대한 유학비와 조건 없는 억대의 전세자금이 흘러 들어간 벅찬 사정을. 그때 감사 표현을 지금 감동의 조각만큼이라도 했던가. 제 돈 가져가는 것처럼 당당했지. 크고 작은 결제를 할 때도 머뭇거림 없었지. 주저 없이 카드를 썼지. 손 벌려 받은 것이니 그렇게 써도 되는 돈이라 생각했겠지. 부모가 영원한 봉이냐고 말하려다 사촌 언니 스스로 말문을 닫았다. 마치 자기가 들어야 할 말처럼 뜨끔해했다. 애써 모은 내 돈 쓸 때는 가슴이 벌렁거리고, 부모님이 고생하며 번 돈 쓸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어느 날 뚝 떨어진 돈, 쓰는 재미가 쏠쏠했고 잘 먹고 잘 사니 어깨가 가벼웠다. 울적한 마음 달래보려 남편 앞세워 여행을 기획했다. 그런 사촌 언니에게 아들은 말했다. 3~4년 후에 아이 크면 그때 함께 가자고. “어이쿠, 이게 바로 친구들이 뜯어말렸던 ‘육아 도우미’ 패키지 여행이로구나.” 손주와 가는 여행에 따라나섰다가는, 독박 육아에 여행 경비 떠맡을 돈줄로 내몰려 여행은커녕 스트레스만 뒤집어쓰고 돌아오게 된다 하지 않았던가. 사촌 언니는 소리 소문 없이 빠르게 여행을 떠났다. 답 없는 질문을 변명으로 툭 던지면서. 애초에 부모는 주는 존재, 자식은 받는 존재로 태어난 것일까. 자연으로 돌려주고 싶은 유산 백외섭 동년기자 지난 여름휴가 때 지인으로부터 제주도 초대를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산관리사인 내가 이번 그의 여행에 동행해 상속재산 ‘제주 땅’을 찾고 그 활용 방안 자문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휴가를 겸해서 떠난 상속재산 찾기 여행. 이른 아침 거북바위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는 자신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에 그 땅이 있을 것이라 했다. 모친에게 상속등기를 해놓은 땅인데, 성산일출봉에서 가깝다는 ‘제주 땅’을 아직 본 일은 없다 했다. 아직 젊은 그는 재능기부 창업상담 활동을 하면서 나와 만났고 가끔 산행을 같이하면서 교류하는 사이다. 상속은 멀리 그의 외조부로부터 시작됐다. 옛날에는 상속지분이 지금처럼 ‘남녀평등’하지 않았다. 아들과 딸, 호주상속자 차별이 심했다. 제사를 모시는 장자에게는 듬뿍 주고, 출가한 딸의 몫은 거의 없었다.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도 오늘날처럼 상속분쟁으로 패가망신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의 외조부는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두었다. 집과 선산, 문전옥답은 아들 몫이 될 터였다. 외조부는 임종이 가까워지자 세 딸도 생각했다. 농토의 일부를 정리한 뒤 현금을 마련해 딸들에게도 재산을 똑같이 나눠줬다. 이는 상속과 구분하기 어려운 증여였다. 그의 어머니와 이모들은 생각지도 않은 돈을 받고 생활 여건에 따라 긴요하게 사용했다. 어렸을 때 그가 부모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큰 회사 제주지사에 근무했던 그의 부친은 장인에게서 받은 돈이므로 땅에 묻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장래에 집 지을 생각으로 적당한 곳의 임야를 샀다. 개발전망이나 투자가치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던 옛날이야기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서울로 발령이 났고, 그 후로는 제주도에서 살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그의 가족은 그 땅을 보지도 않았고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성산일출봉이 바라보이는 곳인데도 누구 하나 찾는 사람도 없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그 땅에 있었다. 우선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분석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는 창작예술 사업가였는데,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차를 운전하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뭔가 창작소재를 찾고 싶은 눈치였다. 얼마 후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던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주소대로 안내를 받은 곳은 해안의 반듯한 도로와는 전혀 다른 비포장도로였다. 한참 더 들어가서야 차가 멈췄다. 우리가 찾는 ‘임야’였다. 하지만 도로보다 조금 낮게 야트막한 늪이 펼쳐져 있었다. 물오리 몇 마리가 수영을 즐길 정도로 물이 있었다. 상당한 넓이의 임야 중 절반이 그랬다. 경사진 땅으로 가려면 늪에 배를 띄워야 할 형편이었다. 이른바 맹지였다. “허허! 이게 뭐야?” 그의 헛웃음이 주변으로 메아리쳤다. 가까운 곳에 몇 가구가 사는 조그만 마을이 있었다. 마침 ‘토박이 부동산’ 어르신을 만났다. “옛날에는 모두 땅이었는데, 웬일인지 지반이 점점 내려앉아 물이 고였다”고 설명해줬다. 토지로 활용하려면 늪을 메워야 하는데 지반이 약한 제주에서는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일출봉 앞 백사장에서 우린 맥주를 들고 마주 앉았다. 낮에 봤던 물오리 몇 마리가 눈에 어른거렸다. 인공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풍경, 물오리가 사는 늪이 좋았다. 그러니 그 ‘제주 땅’을 자연으로 돌려주자!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공평한 나눔에 대한 생각 박종섭 동년기자 공평한 나눔이란 어떤 것일까? 어느 집이든 이런 물음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크든 작든 돈과 연관이 되면 하나의 답을 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상속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 걸려 있다. 핏줄을 나눈 형제도 있고 배우자도 있다. 아무리 우애가 좋은 형제라도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 때문에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겪지 않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며 6남매를 키우신 우리 부모님은 부지런히 일해 돈이 생길 때마다 근처의 땅을 사들이셨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시골에서는 논마지기깨나 있는 집안이 된 것이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부모님이 땅을 살 때마다 명의를 자식들 앞으로 하나둘 해놓으셨다는 걸 알게 됐다. 집 앞 논은 큰아들, 고개 넘어 서 마지기는 작은아들, 그리고 주산골 밭 한 뙈기는 막내아들, 이런 식이었다. 그때는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았고 큰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그 유산이 자식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됐다. 무엇보다 자식들이 서로 마음 상하지 않고 감사해하며 부모님 제사를 지낼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아들에게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이 땅은 팔지 않고 네게 물려줄 거다. 그러니 너도 팔지 말고 훗날 네 아들에게 물려줘라. 저 건너 밭은 네 사촌형 밭이니 사촌끼리도 잘 지내도록 하라.” 내 처가도 형제간 우애가 정말 좋다. 부모님이 아직 생존해 계셔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형제들은 시골에 자주 모여 즐겁게 지냈다. 가을이면 텃밭의 배추를 뽑아 온 가족들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맛있는 보쌈김치도 만들어 두툼한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곁들이며 축제를 열었다. 남은 텃밭에는 형제들이 나눠 먹자고 건강에 좋다는 ‘아로니아’ 나무를 심었다. 형제들이 모여 거름 주고 김매고, 열매가 까맣게 익으면 함께 수확을 하곤 했다. 어느 가족 못지않게 형제들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작년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옛날 어른이라 그런지 덩치가 가장 큰 뒷산은 장남에게 벌써 명의이전을 해놓으셨다. 나머지 논밭 그리고 집이 있는 대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있다. 분배 과정에서 서운함이 있었고 결국 형제들은 옛날 같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 물론 법이 있기는 하지만 형제간 문제는 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살아 계실 때 어느 정도 정리하시고 가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특별수익’을 챙긴 손윗사람이 먼저 마음을 비우고 아랫사람을 품어야 한다. 공평한 나눔이란 어떤 것일까? 내가 나눠놓고 선택 우선권은 상대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상황은 거의 없다.
- 2018-10-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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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구 평생학습관 어르신 동화구연 교실
- “안 된단 말이야. 데구루루… 너무 아팠어요.” “어디 보자. 우리 채소들이 얼마나 잘 자랐나. 허허, 녀석들 예쁘구나!” 목을 쭉 빼고, 깍지 낀 손가락 위에 턱을 괴고, 고개를 갸우뚱. 점점 빠져든다. 입가에 웃음이 배는 건 어쩔 수 없다. 입담에 알록달록 교구와 손 유희가 어우러지니 잠시 잊고 있었던 동심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세대와 세대를 잇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그램. 지금은 시니어의 자부심뿐만 아니라 어린이 교육에 한 걸음 다가가는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는 중이다. 할머니 무릎에 앉아 동화를 들어요 5년째 이어오고 있는 구로구 평생학습관 프로그램 ‘어르신 동화구연 교실’은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관내는 물론 다른 지역 시니어의 문의가 쇄도해 까다롭지 않다지만 작은 오디션(?) 과정을 거치는 일도 있다. 올 초 모집 당시 예상 수강 인원을 훨씬 웃도는 인원이 원서접수를 했다고 구로구청 교육지원과 평생학습팀 김은아 주무관은 말했다. “지난해보다 10명을 늘렸는데도 모든 지원자를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지원자 목록을 만들어서 취소자가 나오면 신규 신청을 받았어요. 이때 전화상담이 중요해요. 동화구연을 해보셨는지, 자원봉사에 열의가 있으신지, 동화구연활동을 할 시간은 있는지 물어봅니다. 오셔서 신청하시는 분들은 책도 읽어보게 하고요.” 구로구 어르신 동화구연이 인기 있는 이유는 체계적으로 안정됐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현장에 나가기 때문이다. “현재 35명의 시니어가 동화구연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데 2인 1조로 17개 기관에 가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야기는 각자가 각색해서 구연하십니다.” 한 달 격주로 평생학습관에 와서 동화구연 학습을 받은 후, 격주로 구로구의 도서관과 복지관, 어린이집 등에 방문해서 어린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올해는 동화구연을 배우는 시니어의 요구에 따라 교육과 활동시간을 늘렸다. “상·하반기 각각 6번씩 12번 강좌를 했습니다. 매번 강좌가 끝날 때마다 간담회를 했는데 좀 더 시간을 늘렸으면 하셔서 2회 늘렸습니다. 다들 너무 잘하시고 열성도 대단하십니다.” 동화구연, 세대 간 소통의 고리가 되다 동화구연은 알다시피 동화를 사람들 앞에서 재미있게 읽어주는 행위다. 이때 그냥 읽어주면 재미없다. 동화 내용에 어울리는 다양한 손가락 인형에 부직포 등을 이용한 교구 등을 사용한다. 그거만 있으면 다 된 걸까? 아니다. 목소리 연기 또한 필요하다. 일인극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화구연을 하기 위해서는 갖출 것이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교구를 제작하고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실력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동화구연 관련 자격증이 많이 생겨나고 시니어 대상 동화구연대회도 종종 열리는 것은 동화구연이 은퇴 후 시니어 세대의 재능기부 활동으로 관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습니다. 시니어가 구민으로서 동화구연을 통해 자기계발도 하고 자원봉사도 하면 적지만 활동비도 드립니다. 일자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어린이 입장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화구연활동은 시니어의 사회 참여뿐만 아니라 세대 간 소통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5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화구연 전문가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손에서 나온 교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교구 창작과 함께 동화 창작도 한다. 취재를 갔던 날은 하반기 수업 첫날. 손수 만든 전문가급 교재를 들고 나와 이야기하는 시니어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시니어 대부분이 동화구연 자격증은 기본이고 대회에 나가 많은 상을 탔다. “무엇이든지 사업 초기에는 잘되기를 바라면서도 걱정이 되잖아요. 해를 거듭할수록 이 사업이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걸 점점 더 깨닫고 있습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른 구에도 어르신 동화구연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하는 것이죠. 구내 프로그램이다 보니 구민먼저 경력자 우선이거든요.” 김 주무관은 앞으로 워크숍과 동화구연 기초반 신설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관심에 보답하고 더 많은 곳에 찾아가 자신의 장기를 펼치며 소통하는 시니어가 구연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합니다.” mini interview 동화구연 선생님입니다 5년 전 이 강좌가 개설됐을 때 바로 시작했어요. 느티나무 은빛극단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데 단원들과 함께 와서 동화구연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고요. 이곳에 와서 교구 제작이랑 동화구연 방법 등을 배워서 구로구 내 복지관이나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있어요. 동화구연 자격증도 두 개 땄고요. 나이 먹고 집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손주들한테 하는 거처럼 하니까 아이들도 많이 따릅니다. 동화구연이 끝나면 “가지 마세요” 하고 매달리기도 해요. “언제 또 오냐”며 묻고 또 물어요. 교구 제작하고 연습하고 그러면 가끔 내 나이를 잊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냥 할머니라고 못 부르게 합니다. 동화구연 선생님으로 저를 소개합니다. 손주들 교육에도 제가 한몫합니다 저도 동화구연한 지 5년 됐습니다. 딸아이 가족과 함께 사는데 손주가 열 살, 아홉 살, 다섯 살 셋입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줬는데 마침 동화구연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저도 들어왔습니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거도 좋고 삶의 활력소도 됩니다. 오늘처럼 교육이 있는 날 집에 돌아가면 손자들이 소파에 쫙 앉습니다. 책 읽어 달라는 거죠. 우리 큰손자가 성격이 조금 소극적이에요. 그런데 작년 학예발표회 때 자기가 손을 들고 구연동화를 한다고 했대요. 올해는 학교에서 인형극을 하는데 읽기 오디션을 봤답니다. 당당히 5명에 뽑혔대요. 요즘도 아침에 30분에서 40분씩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그 효과가 있었던 거겠죠? 책은 아이들 수준보다 좀 높여서 선택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아이들이 그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제가 손주한데 얻은 별명이 ‘이야기 박사’입니다. 동화구연이 저에게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굉장히 좋습니다.
- 2018-10-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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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
-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당연히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 규모도 매우 커졌다.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과거 부자의 상징이었던 백만장자는 지금의 관점에서는 부자 축에도 들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개인들의 재산 규모가 확대될수록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상속과 증여의 문제다. 과연 자녀에게 어떻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좋을까? 일률적으로 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고민할 법한 사례들을 통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재산의 대물림과 관련해 실제로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대표적인 사례 세 가지와 그에 대한 해법을 나름대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사례1. 상속이 좋을지, 증여가 좋을지 김갑동(가명) 씨는 상속을 해주는 것보다는 미리 증여를 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이익이라는 말도 들었고, 아들이 원하기도 해서 아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별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도 꽤 오래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재산을 증여한 이후 아들이 자신을 제대로 부양하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많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준 후 생계가 곤란해지거나 자식들이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무시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를 할 때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할 것을 약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그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이미 증여한 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면 법원이 받아들여줄까? 이러한 증여는 법률상 ‘부담부증여’에 해당될 수 있다. 증여를 하되 증여받는 사람, 즉 수증자에게 일정한 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부담부증여를 받은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다(민법 제561조). 문제는 그러한 부담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의 여부다. 증여는 원래 부담 없이 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부담이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 즉 부모가 부담의 존재(재산을 증여하는 대신 부양하기로 했다는 사실)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보통 부모 자식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증여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보니 부담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른바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증여를 하는 대신 부양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증여한 재산을 다시 반환한다는 취지의 계약서인 것이다. 이런 계약서를 작성해두면 나중에 자식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부담부증여임을 주장, 입증하기가 매우 용이해진다. 즉 증여 재산을 다시 반환받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꺼려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긴 하지만,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증여하기 전에 꼭 효도계약서를 작성해둘 것을 권한다. 그리고 효도계약서의 내용은 가급적 구체적일수록 좋다. 사례2. 위대한 상속, 아름다운 증여 김을동(가명) 씨는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에게 잘해주고 대를 이을 손자도 있어서 아들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취지의 유언장을 작성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유언장을 작성하면 자신이 사망한 후 아들과 딸들 사이에 분란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딸보다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다. 특히 가업을 물려주고 싶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유류분제도라는 것이 있어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중에서 피상속인(부모)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상속인(자녀)을 위해 법률상 반드시 남겨둬야 할 일정 부분을 말한다. ‘상속 재산 중 남겨둬야 하는 부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상속인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배우자나 자녀들은 생전 증여나 유언이 없었다면 자신이 원래 받을 수 있었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112조). 법정상속분 전체를 반환받지 못하고 2분의 1만 반환받도록 한 이유는, 피상속인의 이익과 상속인의 이익이라는 상반되는 두 개의 이익을 균형 있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즉 피상속인에게는 유언의 자유가 있고, 자기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유류분제도는 상속인이 상속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내지는 이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서로 2분의 1씩 양보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유류분제도가 있기 때문에 만약 사례2와 같이 김을동 씨가 아들에게만 전 재산을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했을 경우 딸들은 아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딸들의 권리의식이 투철해진 요즘 이러한 유언장을 작성할 경우 김을동 씨의 우려대로 사후에 자식들 간에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아무리 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고 싶어도 그렇게 해서는 분쟁을 피할 수 없으므로, 딸들의 유류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산은 딸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아들에게 주는 것으로 유언장을 작성할 것을 권한다. 사례3. 성년후견인과 유언대용신탁 김병동(가명) 씨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는데 정신지체자이고 결혼도 하지 못했다. 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모두 탕진해버리거나 사기를 당해 나중에 생계유지도 못할 것이 걱정이다. 김병동 씨의 경우처럼 자식에게 장애가 있거나 또는 나이가 너무 어려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온전히 재산을 보존하지 못할 위험이 높아 걱정하는 이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생전에 증여를 해도 걱정이고 사후에 상속을 해줘도 걱정이다. 자녀가 정신지체자이거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자녀를 위한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은 자녀의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를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성년후견인은 일반적으로 재산관리의 전문가도 아니고 관리를 맡은 재산을 횡령할 위험도 있다. 우리보다 성년후견제도를 먼저 시행했던 일본의 경우에도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횡령해 문제가 된 사건들이 있다. 이런 위험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제도가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재산이 자신의 뜻대로 처분되고 활용되기를 희망하는 재산승계 수단이다. ‘사후설계’에 관한 피상속인의 욕구를 해소시켜주기 위한 대안으로 2012년에 도입되었다(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은 말 그대로 유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유언과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피상속인)가 생전에 신탁계약으로 자신의 재산을 신탁에 맡기는 것으로서 위탁자의 생전에 이미 신탁이 효력을 발생한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자 사후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이 아니라 계약이기 때문에 엄격한 유언의 방식을 갖출 필요도 없고 유언법정주의(법에 정해진 사항에 대해서만 유언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유언대용신탁이 유언에 비해 매우 편리하고 융통성 있는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전형적인 예를 들면, 위탁자 갑이 수탁자 을과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원본(처음에 신탁에 맡겼던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신탁수입을 갑의 생존 중에는 갑에게 지급하고 갑이 사망하면 신탁원본 및 신탁수입을 병(상속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때 수탁자는 반드시 금융기관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일반 개인도 수탁자가 될 수 있지만, 자녀를 위해 안심하고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하는 것이 좋다. 정신지체 자녀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상속인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치자. 그 건물을 신탁하면서 자신이 죽더라도 자녀에게 건물을 넘겨주지 않고 자녀가 사망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만을 지급함으로써 자녀가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자녀가 사망하면 그 자녀의 상속인에게 이전시키든지 아니면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피상속인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치자. 그 건물을 신탁하면서 자신이 사망할 당시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 건물을 바로 자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자녀가 성년자가 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만을 지급하고, 자녀가 성년자가 되면 비로소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이처럼 기존 제도로는 커버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재산승계 수단이다.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면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이 탕진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계될 수 있다.
- 2018-09-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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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난 여가, 스마트폰 카메라 활용법
- ‘시간 부자’라 말할 정도로 4차 산업혁명과 수명 연장으로 인간에게 한가한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일주일에 52시간 일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아 주 10시간 근로로 충분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 로봇이나 3D프린터 등이 대신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힘든 것은 할 일이 없는 경우다. 한마디로 무료한 생활. 장수가 축복이 아닌 고통으로 바뀐다. “하루가 열흘 같아요~”라던 100세를 훨씬 넘긴 어느 장수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해된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그러한 희망으로 산다. 날로 늘어가는 시간을 잘 활용할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근본적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니어 세대는 대체로 생업에 매달렸고 은퇴 후 여가를 보내는 방법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라는 말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낼 준비나 훈련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여가를 재미있게 보낼지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나는 여가를 보내는 방법을 강의하는데 카메라,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 취미를 권유한다. 스마트폰 사진은 취미로 삼았을 때 따로 장비를 사지 않아 비용이 적게 들고 혼자서 잘 놀 수 있는 문화라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선명도나 화질 등이 카페, 블로그 등 SNS 활용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진은 이미 대중화해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영상 언어로 실시간 활용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이 담긴 사진이 필요할 때도 생긴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찍을 수 있으나 누군가 주변에 없으면 스스로 촬영해야 한다. 주로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찍거나 셀카봉을 활용한다. 이 경우는 한계점이 있다. 자기 전신이나 특정 행동은 촬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때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 중 ‘타이머 설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타이머는 셔터를 누르면 설정한 시간 후 촬영된다. 가령 카메라 설정에서 10초로 했을 때는 셔터를 누르고 10초 뒤 촬영되는 기능이다. 자기 전신이 잡힐 수 있는 범위에 구도를 잡고 적정한 위치에 스마트폰을 고정해 셔터를 누른 다음 그 위치로 10초 안에 이동하여 자세를 취하면 된다. 나는 거치대 대용으로 빨래집게를 활용한다. 스마트폰을 빨래집게로 집어 고정하면 훌륭한 거치대가 된다(사진 참조). 물론 삼각대를 활용하면 편리하나 일상에서 삼각대를 휴대하기가 쉽지 않다. 빨래집게는 호주머니나 손가방에 넣고 다니기 수월해 쓸모가 많다. 지난봄 초등학교 동창회모임으로 지리산 청학동 계곡에 있는 하동호에 다녀왔다. 친구들이 곤히 잠에 빠져 있는 이른 아침에 혼자서 하동호 언덕배기에서 사진 촬영 장면을 호수 풍광 속에 담았다. 타이머 기능과 빨래집게를 거치대로 사용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한가한 시간을 홀로 보내며 고향의 추억을 되새겨보았다. 여럿이 여행을 떠나 기념사진을 찍으면, 누군가 한 명은 셔터를 눌러야 하기에 모두 함께 담기는 쉽지 않다. 이때 역시 타이머 기능과 거치대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타이머 설정 법은 스마트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타이머를 사용한 후에는 다시 기본 설정으로 바꿔둘 필요가 있다. 특별한 순간을 바로 찍어야 하는데 타이머가 작동하면 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타이머 기능을 해제해 두는 것이 좋겠다. 사진은 예술의 한 분야다. 무엇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피사체에 몰입하는 순간 때론 무아지경에 이른다. 촬영을 위한 여행도 곁들이면 더욱 좋다. 나아가 사진을 통해 재능기부도 할 수 있으니, 여가를 보내는 것 그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 2018-09-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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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지
-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무더위가 몰아쳤다. 매스컴에서는 111년 만에 찾아온 최고의 무더위라고 연일 뉴스특보를 소식을 전한다. 40도가 오르내리는 폭염이 숨을 몰아쉬게 한다. 수돗물조차 미지근해서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도 땀이 흐른다. 열대야로 밤을 설치기 일쑤다. 벌써 수 일째 비 소식은 없고 저수지는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농작물은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더운데도 해야 할 일이 있다. 몇 해 전 형제들이 나눠 먹자고 심어놓은 아로니아 수확이다. 한때 유럽 왕실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했다 한다.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 성분이 포도의 80배, 크린베리의 10배, 복분자의 20배, 블루베리의 5배가 있어 시력 개선, 당뇨억제, 치매 예방, 기억력상실 방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래서 베리 중의 왕 킹스베리(King’s 베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효능이 뛰어나서다. 봄부터 포기마다 거름 듬뿍 주고 풀 뽑아 주고 관리를 해야 한다. 문제는 수확기가 가장 무더운 한여름이다. 기계에 의지할 수도 없고 일일이 사람 손으로 따야 한다. 형제들 온 식구가 모여 수확을 한다. 이날은 각지에 흩어져 사는 처가집 형제들이 한 군데 모여 맛있는 점심을 함께 나누는 날이기도 하다. 형제들 간 우의를 나누고자 옛날 집 텃밭에 밭을 가꾼 것이다. 한때 시끌벅적 하던 집에 자식들은 모두 출가하고 빈 둥지가 된 집에 이날은 모두 모여든다. 올해 아로니아 수확을 위해 바삐 손을 움직이는 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발견했다. 새 둥지였다. 아로니아 나무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 것이다. 찾아보니 여기저기 여러 개의 둥지가 있었다. 나무가 크게 자라고 숲을 이루니 집 짓고 새끼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수확기 이전에 모두 키워 내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던 것일까? 아무튼 이미 새끼는 다 나가고 빈 둥지만 남아있다. 그 작은 입으로 한오라기 한오라기 물어다 빈틈없이 완벽한 둥지를 만든 것이 신비롭다. 알이 굴러떨어지지 않게 깊고 둥글게 지어진 둥지. 그리고 알에서 깬 새끼들을 위해 벌레를 잡아 한 입, 한 입 넣어주었을 어미 새의 정성이 보이는 듯 했다. 빈 둥지를 보니 아로니아 수확 못지않게 큰 기쁨이 느껴졌다. 우리가 키운 저 밭에 누군가가 살 집을 마련해 주었고, 그 속에서 어릴 때 우리가 살았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잠시나마 상념에 젖을 수 있어서다. 언젠가 내 젊은 시절, 서울로 학교 다니러 올라와 밤 야경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었다. 저 많은 집 중 내 집은 없구나. 그러기를 수년, 결혼하고 조그만 내 집을 마련했을 때의 기쁨이란 얼마나 컸던가? 그런 내 집을 무상으로 저렇게 많이 기부했다 생각하니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지 모르겠다. 더위도 잊은 채 여기 저기 빈 둥지를 보며 자연과 동화되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내년에도 또 오너라, 친구들도 더 많이 데리고 ~~
- 2018-08-2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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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귀촌을 희망한다면 이것만은 지키자”
- 글 김민혜 동년기자(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 자연친화적이고, 느린 삶에 대한 도시민의 소망은 최근 TV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설마 귀촌생활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지요? 보통 귀촌에 대한 의견을 부부에게 물으면, 여자 분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도 없고, 놀러갈 곳도 없는 산속 오지에서 어찌 살란 말이오?” 하고 말입니다. 100% 공감합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마치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치킨 같은 깨알 귀촌 Tip 8가지를 준비했습니다. 귀촌 전 작은 주말농장이라도 경험해보자 새싹이 쏙쏙 올라오면 가슴이 설레나요? 식물과도 대화를 할 수 있나요? 밭이나 창고에서 혼자 일할 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의 평화를 느끼시나요? 교직을 은퇴하기 전부터 반쯤 귀촌생활을 해온, 창원시에 거주하는 J 씨는 일주일의 절반은 300평 블루베리 농장에서 생활합니다. 푸른 하늘을 보며 야외 테이블에 멍하니 누워 있거나, 책을 보거나, 잡초를 뽑습니다. 요즘도 ‘나만의 놀이터’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J 씨처럼 이런 생활이 자신과 궁합이 맞는지 미리 경험해보세요. 귀촌하면 농사일 말고도 재미있는 일이 많다 귀촌이라 해서 땡볕에 쭈그리고 앉아 일만 하지는 않습니다. 부부가 모두 비슷한 성향이기는 어렵습니다. 귀촌 후에 마을회관에서 ‘노래 강사’를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또 시골 분들과 소통이 잘되어 마을 이장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군청 인근 지역이라면 도시민의 선입견과 달리 각종 문화시설도 갖춰져 있고,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영장, 게이트볼장, 각종 문화수업, 도서관, 예술회관도 있습니다. 또 여러분의 재능기부가 필요한 곳도 많습니다. 귀촌인이 많은 동네를 선택하자 귀농·귀촌 후 농촌생활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시는 분도 제법 있습니다. 비슷한 삶의 철학과 생활 패턴을 가진 이웃을 만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안으로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이 읍·면 인근 지역 또는 귀농·귀촌인이 많은 동네, 마을과 조금은 단절된 장소도 좋겠지요. 물론 장점과 단점은 있습니다. 기우(杞憂)일 수도 있겠지만 참고해서 결정하세요. 사전에 관공서 등을 방문해 정보를 모으자 농촌 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자치마다 귀농·귀촌인에 대한 각종 지원이 최근 많아졌습니다. 사전에 해당 지역 농업기술센터, 농지은행, 읍·면사무소, 귀농학교 등을 방문해 각종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농지원부를 미리 만들어두면 농지 구입 시 취·등록세 50%가 감면되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농지은행, 마을 이장님 등을 통해 적당한 임차농지, 임대용 시골집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집을 덜컥 사기 전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마을 분위기를 먼저 알아보면 좋습니다. 마을 특유의 공동체적 요소를 이해하자 농촌 특유의 마을 운영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네 길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조금씩 개인 소유 토지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즉 사도가 제법 있습니다. 당신이 걷는 길이 개인 땅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동네의 수도시설은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설치하는 경우도 있으며, 마을회관도 일부 비용을 개인이 부담한 경우도 있습니다. 마을의 꽃과 나무도 동네 사람들의 수고로 이뤄진 것이고, 청소도 마을회의를 통해 날짜를 정한 뒤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합니다. 마을 행사에 기부 조금 한다고 생각하자 마을 운영 방식이 도시와 다르므로 동네 주민 입장에서는 이방인이 각종 수혜를 공짜로 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약간은 조심스러운 제안이지만, 마을 행사가 있을 때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적합한 방법을 고려해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전 시골에 사는 친구는 아버지에게 연락을 받았다 합니다. 마을회관 건립 기금을 좀 내면 안 되겠냐고 말입니다. 너도 어차피 귀농할 거 아니냐 하면서요. 친구는 싫다고 했대요. 그런데도 친구 아버지는 언젠간 귀농할 아들을 위해 기부를 조금 했다고 합니다. 음식, 정보, 대화, 잡일 등 많이 베풀자 시골에서의 삶은 좋은 말로 하면 ‘더불어’ 사는 것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사생활’ 보호가 잘 안 되는 생활입니다. 시골에서는 누구네 집에 자가용이 들어가는지, 누구네 아들이 왔는지, 누가 생일인지, 누구의 제사인지 다 알아요. 모든 게 오픈되어 있기 때문이죠. 시골 분들은 또 이웃과 정말 많이 나눕니다. 당연하지요. 이웃이 어릴 적 친구, 친구 아버지 또는 어머니입니다. 음식을 만들면 조금 더 만들어서 옆집, 경로당에 나눠줍니다. 장날 읍내에 갈 때도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닙니다. 핸드폰 사용법도 알려주고요. 누가 내 밭의 농작물 조금 따 먹는 거 개의치 마세요. 가능한 한 자주 베푸세요. 귀농·귀촌 목표를 명확히 하고, 철저히 준비하자 단순한 귀촌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귀농·귀촌이 목표인가요? 즉 농사를 지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요? 만약 수익 창출을 내야 된다면 철저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어느 분야나 새로 시작한 일에서 바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농사일도 전문화·기계화되어 있습니다. 1000평 농사짓는 거나 5000평 농사짓는 거나 에너지는 비슷합니다. 기계화가 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량생산을 위한 농기계 가격은 정말 비쌉니다. 나중에 정산을 하면 손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도시가 힘들어, 농사나 짓지 하는 생각으로 시골에 내려가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 단순한 귀촌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귀농·귀촌이 목표인가요? 즉 농사를 지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요? 만약 수익 창출을 내야 된다면 철저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 2018-08-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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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갑을 열었으면 입도 열어도 될듯
- 나이 들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다물라’고 한다. 나이든 꼰대( 꼰대라는 말은 나이 많은 걸인을 일컬었다. 나중에 아버지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로 사용되고 있다. 백과사전에서 인용)들에게 하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숨어서 하는 은어에 대해 뭐라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마저도 젊은이의 위세에 눌려 비굴하게도 참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옆에 있는 나이든 사람에게 그렇게 행동하라고 옆구리까지 찔러댄다. 시니어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장의 강사들도 무슨 대단한 노소화목(老小和睦)의 진리를 발견한양 그렇게 해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이 많음을 보고 나도 모르게 탄식이 절로 나왔다. 동방예의지국이니 경노사상이니 이런 거창한 것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무한 존경받아야할 아버지나 선생님을 늙은 거지인 꼰대로 취급하는 것도 참지 못하겠는데 ‘돈은 내고 입은 다물어라!’니 이런 불공평한 처사가 어디 있는가. 돈을 냈으면 말이라도 하게 해줘야 당연하지 않는가. 우리는 미국이나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기부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당신은 기부만 하고 경영에는 일체 참여하지 말라는 지나친 간섭배제를 지향하는 것도 기부를 망설이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일본의 국왕이 통치는 하지 않지만 왕으로서 위엄을 갖고 있는 것처럼 기부한 사람에게도 그만한 대접을 해줘야 기부를 팡팡할 것이 아니겠는가! 외국에는 기부를 한 사람이 경제적으로 갑자기 어려워 질 때 자신이 기부한 금액에서 일정금액을 되돌려 받는 제도까지 있다. 줬다가 뺏어간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기부자의 삶이 어려워지면 역으로 도움을 받았던 기관에서 보살펴야 한다는 인간애가 흘려야 옳다. 돈을 내면 말이라도 하게하자. 내가 낸 돈을 허투루 쓴다면 되돌려 받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기부금을 냈으면 낸 것으로 끝내고 우리가 회사(단체)를 말아먹든 말든 아무런 간섭을 하지 말라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는다. 학비를 대주는 아버지가 아들의 학업성적표를 보자는 것이 당연하다. 자식이 보내준 학비로 무슨 짓을 하던 말하지 못한다면 형평에 어긋난다. 돈을 낸 사람은 주주와 같은 사람이다. 알아야 되고 말할 권리가 있다.
- 2018-07-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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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72세가 심판받는다면?…소설 ‘마론’이 그린 미래
- 대다수의 사람은 사후에 자신의 삶에 대해 신으로부터 심판을 받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선행을 쌓으려고 애를 쓰고 종교에 의지하기도 하는 것일 거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죽기 전 살아 있을 때 심판을 받게 된다면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100세 시대라는 요즘 70세 무렵에 심판을 받는다면 그때까지 다 선한 일만 하고 살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전혀 없을까?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록되고 저장되어 72세가 되는 해에 모든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기계의 분석과 평가를 통해 심판을 받고 유토피아로 가거나 죽게 된다는 믿기 어려운 세상이 있다. 2010년에 데뷔한 부산출생의 정광모 작가가 쓴 ‘나는 장성택입니다’라는 제목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7편의 작품이 들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마론’으로 ‘마론’은 현대의 이슈인 노인 문제와 빅데이터를 결합해서 쓴 작품이다. 소설을 보면, 정부는 알래스카 이누이트 족의 노인들이 겨울에 보관한 식량이 떨어지거나 모자라면 스스로 옷을 벗고 눈보라가 치는 밖으로 걸어 나가 죽음을 택한다는 인류학적 근거를 들어 ‘겨울 노인법’이라는 이름의 법을 발의하고 의회에 제출하여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겨울 노인법’을 보완한 새로운 법으로 ‘대심판관 마론의 법’을 만듦으로써 마침내 마론이 탄생하게 된다. 국민투표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는데 이때 72세 이상 노인들은 당사자라는 이유로 ‘마론의 법’에 투표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72세를 맞은 날의 아침에 마론 앞에 서서 심판을 받게 된다. 마론 앞에 서기 전 71세가 되는 날부터 세 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심판 한 달 전에 마지막 교육을 받으면서 신분증과 보험증을 비롯한 모든 증서에 한 달 후 닥칠 심판의 날짜가 입력된다. 교육생들에게 1년 전 준 지침에는 사회복지단체에 재산의 15%를 넘겨줄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심판을 불과 한 달 앞둔 교육생들은 그보다 많은 금액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의식주를 개선하는 단체에 기꺼이 내놓는다. 복지부서는 마론의 심판에 앞서 기부받는 엄청난 재산으로 국민들이 70대 초까지 먹고사는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고 있다. 마론은 사람들이 다닌 병원의 진료기록과 사용한 신용카드, 스마트폰과 은행의 기록, 온갖 서류와 행정관청이 보유한 개인정보 모두에 연결되어 있다. 마론은 이 모두를 순식간에 처리해서 일, 월, 년 단위의 선과 악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여 심판을 내린다. 마론이 심판에서 적용하는 잣대는 선행과 우애 그리고 자선과 헌신이다. 심판 일을 왜 72세가 되는 해로 삼았는지 작자의 의도를 알 수는 없다. 다만 현행 노인의 기준이 65세 이상이며 일본에서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하자는 움직임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빅데이터는 이제 실생활에서 폭넓게 쓰인다. 페이스북, 구글 등 세계적 기업에서는 기업경영과 마케팅에 이미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용카드사에서 고객의 카드 이용정보를 모은 정보를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편의점에서 도시락 판매 전략을 짜는 데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빅데이터가 쓰이는 영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질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람의 선행과 악행, 자선, 헌신 등 인간의 삶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평가하고 심판 하는 것은 가상 속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빅데이터에 의해 심판을 받는 세상이 온다면 과연 한 인간이 평생을 흠 없이 사는 게 가능한 것인지, 잘못이 있는 사람한테는 단 한 번이라도 개과천선의 기회가 있는 것인지,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노인 문제는 모두 해결이 되는지 등에 대해 자못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 2018-07-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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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일요일
- 정년을 맞이하고 나면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다. 시간 부자가 된다. 직장에서 근무하던 시간이 오롯이 한가한 시간으로 변해서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날마다 일요일’이라 부른다. 일요일은 편히 쉴 수도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 특히 직장이나 하던 사업에서 물러나면 특정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기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가다. 특정한 시간이란 생리적 필수 시간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시간으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그렇다. 또 은행을 가는 일도 의무적인 시간에 속한다. 이러한 시간을 제외한 한가한 시간이다. 여가란 여가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시간 자체를 의미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생리적 필수 시간과 의무적으로 하는 시간을 빼고 난 시간으로 하루에 11시간쯤 된다. 남아도는 것은 시간이고 이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다. 생리적 필수 시간 중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어 여가는 더 늘어난다. 단순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시간으로 비칠 수 있다. 날마다 그런 시간이 눈앞에 펼쳐지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11시간을 분 단위로 환산하면 660분이다. 숫자로 보면 짧은 시간으로 보인다. 칫솔질하는데 가장 적정한 시간은 3분이다. 실제 3분을 사용하여 양치질하는 경우는 드물다. 3분도 길게 여겨지는 데 무려 660분은 긴 시간일 수밖에 없다. 정년 후 살아가야 할 햇수가 40, 50년이 될지 모르는 장수 시대를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만 뜨면 일요일이 되는 정년 후의 시간 관리가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어떠한 유형의 여가활동이 바람직할까? 여가 학자들은 그 방법으로 ‘5.35.11 법칙’을 권유한다. 여가활동으로 취미, 자기계발과 학습, 봉사활동으로 나눠진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너 개 이상의 여가활동을 하고 있으나 더욱 고상하고 거창한 종류나 분야만을 여가활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여가는 심리적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시간으로 정의한다. 세부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음을 보여준다. 5.35.11 법칙의 5는 5가지 이상의 여가활동을 의미한다. 5가지 중에서 1개 이상은 배우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종류를 개발함이 좋다. 35는 일주일에 하는 여가활동 시간이다. 하루에 5시간을 여가활동으로 보내기를 제안한다.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즐거운 여가활동으로 보내면 암을 49% 예방한다는 통계가 있다. 2시간 반이면 39% 예방한다. 11은 35시간 중에서 11시간 이상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보내는 시간을 나타낸다. 사회적 건강을 챙기는 활동이다. 동호회에 참가하거나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으로 보람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 건강을 챙길 방법이다. 건강은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영적 건강과 사회적 건강이 함께 해야 한다. 장수 시대에 가장 힘든 일은 돈 없이, 아프면서 장수하는 것보다 하릴없는 무료한 생활이다. 5.35.11 법칙을 실현하는 일이 즐겁고 보람 있는 노후 여가를 보내는 바람직한 여가활동 유형이다.
- 2018-07-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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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우리 속담의 하나로 새겨 볼 만하다. 선무당은 '서툴고 미숙하여 굿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당'을 뜻한다. 의술에 서투른 사람이 치료해 준다고 하다가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게 되니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의미를 지닌다. 스스로 생각하기엔 다 잘 아는 것 같아도 실제 능력이 모자라 제구실을 할 수 없음을 모른다. 함부로 나서다가 오히려 큰일을 저지르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어설픈 선무당이 작두를 타다가 발을 베었다’, ‘경제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그가 경제에 대해 아는 척을 하니 선무당이 따로 없다’ 등으로 쓰인다. 실제 우리 생활 주변에서 선무당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이가 들면 대체로 나서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노파심이란 변명을 전제로 깔기도 한다. 그런 탓에 젊은이에게 잔소리 많은 ‘꼰대’라는 비칭을 듣는다. 장기판에 둘러서서 구경하는 사람 중에 뺨을 맞으면서도 훈수꾼이 나서는 이유다. 골프연습장에 가면 그런 경우를 많이 본다. 신입 회원이 나타나면 엊그제 배우기 시작한 사람도 한 수를 거들고 싶어 안달한다. 넓게 생각하면 관심일 수 있으나 훈수를 듣는 초보자에게는 간단하지만 않다. 배움의 시작점에서 제대로 익혀야 기술을 빨리 연마할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듯 최초에 잘못 배우거나 알게 되면 이를 다시 고치기가 쉽지 않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 큰일은 아니어도 상대가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남을 가르치거나 조언해줄 땐 신중히 해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해도 초보자는 진실을 알 수 없고 가르치는 사람의 고마운 마음을 받아들이려 하기에 이야기를 경청한다. 최근에 필자는 어느 취미활동 연극단이 공연 준비하는 창극단에 배우로 캐스팅되어 연습하고 있다. 한 배역을 맡은 여인이 나름의 지식으로 다른 배우들에게 훈수를 자주 한다. 예를 들면 극 중에 대사를 할 때 함께 무대에 오른 대화 상대인 배우보다 관객을 보고 말을 하라고 수차례 조언한다. 순수 아마추어인 다른 배우들은 그 말에 따라 연습을 해왔다. 한 달 정도의 연습 기간이 지났으니 그런 태도가 몸에 뱄다. 필자는 연극을 한 경험이 몇 번 있어 관객을 보기도 하야야 하나 대화 내용에 따라 달라져야 함을 잘 안다. 무대에 나와 대화를 하는 상대를 보기보다 관객 쪽으로 고개를 돌려 대사를 하니 어색할 수밖에 없다. 더 좋은 공연을 위하여 연극 전문 교수를 초빙하여 연습을 지켜보게 하고 조언을 듣는 기회를 얻었다. 교수의 첫 번째 지적은 관객을 주로 향하여 대화하는 배우들의 시선 처리였다. 극 중 대화의 가장 바람직한 시선 처리는 앙상블이라 했다. 평소 대화하듯 하면 된다는 점이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듯 서투른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지도함으로써 다시 고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준 사례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좋은 재능기부다. 섣부른 지식을 바탕으로 하게 되면 이중 삼중의 시간 낭비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다시 고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준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남을 가르칠 땐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올바른지, 맞는 기법인지를 정확히 한 후에 알려주어야 한다. 제2 인생을 살아가는 시니어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은 다시 되뇌어 볼 필요가 있지 싶다.
- 2018-07-16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