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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member seoul, 북정마을
- 사라져가는 서울의 풍경, 우리가 보존해야 할 서울의 사대문 안의 마지막 달동네가 몇 군데 있다. 우리의 역사문화지구로 과거의 시간을 떠올려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보려고 한다. 이름하여 ‘Remember seoul’이다. 허름하고 빛바랜 동네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북정마을, 김광섭 시인이 노래한 ‘성북동 비둘기’에 나오는 바로 그 마을이다. 성북동 산에 번지(番地)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廣場)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祝福)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중 첫 연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 6번 출구로 나와 초록색 마을버스 03번을 타고 북정마을 노인정 앞에서 내리면 눈앞으로 아주 오래된 마을이 펼쳐진다. 복잡하게 뒤엉킨 전봇대 위의 전깃줄이 먼저 이 마을의 인상을 알려주는 듯하다. 그리고 낡은 집들과 좁은 골목이 세월을 이야기하고 마을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건너편으로는 성곽이 길게 보인다. 일단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서 꼭대기부터 내려오기로 한다. 가파른 계단과 좁은 골목길을 따라 숨차게 성곽까지 올라갔다. 성벽에 서서 내려다보니 오래된 북정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더 멀리 바라보니 서울 시내도 보인다. 흔히들 부자마을로 일컫는 성북구 동네가 옆에 있다. 성문 너머로는 아파트들이 빼곡하다. 마치 과거 속으로 사라져버린 듯한 옛 동네 북정마을과 개발된 빌딩과 아파트들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돌려 눈에 담은 북정마을에는 따뜻한 옛정이 느껴지는 아늑함이 있다. 한양 성곽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어서 든든하기까지 하다. 마을의 가장 높은 성곽에 올라 마을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바람에 땀을 식혔다. 성곽 바깥쪽 길을 잠깐 걸어보았다. 이 길을 따라 한양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오갔던 조상들을 잠시 상상하면서…. 현재 이 길은 이 지역 사람들의 걷기 코스로 잘 이용되고 있는 듯했다. 산책길이고 운동코스인 멋진 길이다. 성벽을 통해 북정마을을 들여다본다. 저 안에서 성북동 비둘기가 날았을 테고, 만해 한용운이 나라 걱정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이제 천천히 북정마을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군데군데 방치된 폐가가 보였다. 집을 비우고 이사 나간 사람들이 남긴 살림살이와 돌담 벽에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길 옆 텃밭들에서는 채소가 자라고 자그마한 안마당엔 정갈한 장독들이 있었고 꽃을 피우는 나무가 우뚝 서 있기도 했다. 녹슨 대문 안에선 빨래가 뽀송뽀송 마르고 있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삶의 현장이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문명 속에서 어서 빨리 변하자며 등 떠미는 세상과는 상관없이 무심한 시간을 살고 있는 마을이 의연해 보인다. 시간은 그렇게 간다. 마을 아래로 내려와 심우장으로 가는 골목에 들어섰다. 만해 한용운의 거처였던 곳. 집의 방향이 돌아앉은 모습이다. 이를테면 북향인 것이다. 조선총독부를 등지기 위해서 남향으로 짓지 않고 북향 터를 잡았다고 한다. 투철한 저항정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용운은 “조선 전체가 감옥인데 어찌 불 땐 방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는가”라며 볕이 들지 않는 이곳 북향 집에서 불도 때지 않고 겨울을 견뎠다고 한다. 심우장은 북정마을을 갈 때 빠트릴 수 없는 주요 장소다. 그러다보니 마루에 앉아 있거나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는 만해 선생의 ’님의 침묵‘을 비롯한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방이나 부엌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만해 한용운은 아쉽게도 해방되기 1년 전에 생을 마감했다. 심우장을 나와 주변의 조붓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길고양이들을 자주 본다. 이 동네에는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고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가게 앞에 나와 앉아 있다.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마을처럼 보인다. 저녁 무렵이 되니 시장을 다녀오는 어머니들이 힘들게 비탈길을 올라간다. 그 발걸음의 무게가 느껴진다. 한양 도성과 성곽이 인접해 있어 멋과 품위가 느껴지는 오래된 동네, 이런 성곽과 옛 향기가 스며 있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다행히도 재개발이 무산되었다고 한다. 마을 아래쪽에는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공방이 생겨나고 연극 포스터가 바람에 날린다. 이런 새 바람들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새로운 변신에 기대가 된다. 서울의 옛 모습 속에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북정마을이 변모하고 있다. 그곳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이 현대 사회와 잘 어우러지면서도 푸근한 옛 모습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다. 이제 내려와야 할 시간. 시간이 멈춘 듯 천천히 변화하며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동네. 그곳을 거닐면 유년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따스해진다. 좁은 골목을 걸으며 지친 가끔 하늘도 올려다본다. 변화해가는 마을 아래도 내려다본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디쯤에 필자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 2017-06-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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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추천 전시, 도서, 영화, 공연
- ◇ exhibition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 일정 8월 8일까지 장소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 , 등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사랑받아온 픽사(Pixar,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스튜디오)의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다. 제작 과정에 쓰인 스케치, 스토리보드, 컬러 스크립트, 캐릭터 모형 조각 등 약 500여 점을 각 영화별로 전시했다. 정지된 이미지들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토이 스토리 조이트로프(zoetrope)’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담은 ‘아트 스케이프(artscape)’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탄생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 일정 7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이집트 문화부, 샤르자 미술재단의 협력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193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 166점을 초현실주의가 걸어온 흐름에 따라 다섯 파트로 나누어 구성했다. 출품작 중 상당수가 해외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미라’, ‘피라미드’로만 인식되어온 이집트의 새로운 문화와 마주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 book 남자 혼자 죽다(성유진 외 공저·생각의힘) 고독사 중에서도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상태, 이른바 무연사(無緣死)로 생의 마지막을 보낸 209명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남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한국의 무연사 현상을 현대 사회 남성의 어려움과 연관해 밝히고자 했다. 치매박사 박주홍의 뇌 건강법(박주홍 저·성안북스) 20여 년 동안 치매 전문가로 살아온 저자가 치매를 비롯한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해 환자와 가족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질병에 대한 기본 정보와 더불어 식생활, 운동, 명상치료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았다. ◇ movie 심야식당2 누적판매 240만 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만화 을 원작으로, 2015년 국내 개봉했던 영화 의 두 번째 시리즈다. 1편에서 함께한 마츠오카 조지 감독과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 오다기리 조가 다시 만났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늦은 밤 불을 밝히는 특별한 식당’이라는 콘셉트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하는 심야식당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개봉 6월 8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마츠오카 조지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오기다리 조 등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국의 길고양이가 대만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의 로드무비다. 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대만의 관광지 ‘허우통’과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산다는 ‘고양이 섬’ 일본 ‘아이노시마’ 등을 돌아다니며 길 위에서의 공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영화계 대표 애묘인(愛猫人) 조은성 감독이 기획과 연출을 맡아 고양이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발자취를 담았다. 고양이의 마음을 내레이션을 통해 들려준다. 개봉 6월 8일 장르 로드무비 감독 조은성 내레이션 강민혁 ◇ stage 로미오와 줄리엣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원로 연극인 오태석이 번안과 연출을 맡았다. 청사초롱 불빛 아래 한국무용과 풍물이 어우러져 한국판 이 탄생했다. 원작과는 또 다른 비극적 결말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일정 6월 18일까지 장소 명동예술극장 연출 오태석 출연 이신호, 정지영, 정진각 등 천덕구씨가 사는 법 극본을 맡은 김태수 작가는 삶은 끝나지 않은 여행이며,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긴 여행을 준비하는 시니어 세대에게 삶이란 견딜만하다고, 또 웃을 수 있다고 격려한다. 그런 그의 시선을 담아 누구나 겪는 노년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일정 6월 8~18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연출 김순영 출연 오영수, 차유경 등 복순이할배 ‘사랑을 모른다’라는 이유로 짝사랑에게 거절당한 태수는 돈 많고 건강한 독거노인 ‘복순이할배’에게 연애 상담을 하게 된다. 산전수전 다 겪은 괴짜 노인과 연애 풋내기 청년이 이야기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뤘다.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대학로 두레홀 4관 연출 박정우 출연 김시권, 정동진, 이재욱 등 시카고 미국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의 오리지널 팀이 2년 만에 내한한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 클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즈 음악을 14인조 밴드의 연주로 즐길 수 있다. 강렬한 조명 아래 관능적인 안무가 돋보인다. 일정 5월 27일~7월 23일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출연 딜리스 크로만, 로즈 라이언 등
- 2017-05-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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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부탁해
- 단독 주택에 조그만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길고양이가 텃밭에 와 새끼를 낳더니 아예 눌러 앉았다. 도시에 먹을 것이 없어 갓 태어난 새끼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다 못해 생선가게에 가서 생선머리를 얻어 주고 우유를 타 주었지만 전혀 먹지를 못했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그러다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애완견 가게에 파는 사료가 있다고 해서 사서 주니 잘 먹는다. 비실비실하던 새끼 고양이 5마리와 어미가 활기를 되찾는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주위에서는 먹이를 주며 돌보다 보면 집이 온통 고양이로 찬다고 주의를 준다. 그런데 어이하랴. 생명은 아름답고 귀중한 것을. 이 지구에서 공생하는 생명체이니 힘이 미치는 데까지 돌보기로 가족들과 합의했다. 얼마 전 아내와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이 생겼다. 고양이가 걱정되었다. 여름에 며칠 먹이를 못 먹으면 탈이 나지 않을까. 새끼 고양이의 애처러운 모습이 눈에 밟혀 집에 있는 막내 아들에게 고양이를 단단히 부탁하고 떠났다. 여행 가서 문자로 먹이를 잘 주고 있는지도 수시로 점검하였다. 소식을 주고받는 중에 고양이가 쥐를 잡았다는 것을 들었다. 밥값을 한 셈인가. 대견함이 느껴졌다. 사람과 동물이 소통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해 생명다양성이 감소되어 생태계가 위협을 받는다는 뉴스를 들으면서도 당장 뚜렷한 피해를 못 느껴 무시하고 있다. 생물들이 사라지게 되면 인간도 지구에서 생존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속가능성이 화두로 등장한다.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개발을 해가야 지속가능하다. 인간은 벌써 멸망을 향해 간다는 보는 비관적인 예측도 나왔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한 지는 곤충이나 식물보다 짧다. 고작 백만년도 안 된 인간에 비해 수억 년을 생존한 생물도 있다. 다른 생물에게 없는 문화적인 힘으로 아주 짧은 기간에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지구를 잘 보존할 의무는 없을까. 선한 관리자의 역할이 있다고 보인다. 한 때 채식주의 논쟁으로 갑론을박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100%는 아니지만 채식주의에 찬성하는 편이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느끼는 능력이 주어져 있다고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을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 지구에서 인간보다 오래 생존한 생물에게 배울 점이 있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책 『개미제국의 발견』에 보면 이익을 극대화하는 분업, 저축, 유동식 기업조직, 규모의 경제, 합리적 경영, 개방경제, 의사소통, 전쟁과 노예, 경쟁, 협조, 조직형태 등 경영학에서 발견한 것과 유사하거나 같은 것이 나온다. 개미연구를 통해 인간이 배울 수 있는 지식이 많다. 개미뿐만 아니라 벌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생명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생물들과 공존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필자는 도시에서 살기 어려운 길고양이 6마리를 돌보는 것에서 시작한 셈이다. 잘 되어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한다.
- 2016-08-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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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상자’- ‘난곡동 수호천사’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
-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한 아기들과 이웃을 위해 기도합시다.” 영화가 끝나고 한 관객의 말에 극장은 어느새 예배당이 되었고, 관객들은 한참동안 그곳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낙태를 결심했던 한 여성은 눈물로 참회하며 아기를 낳겠다고 마음먹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는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살 것을 다짐했다. 영화 가 불러온 변화였다. 엄밀히 말하면, 주사랑공동체 이종락(李鐘洛·62) 목사가 만든 ‘베이비박스’가 일으킨 기적과도 같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2007년 12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새벽, 대문 앞에 정체 모를 굴비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비릿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고, 그 냄새를 맡은 길고양이들이 상자 주변을 서성거렸다. 뚜껑을 열어 본 이종락 목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상자 속에 든 것은 바로 갓난아기였기 때문. 하마터면 추위에 동사하거나 길고양이들의 위협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어쩌면 더 많은 생명이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길거리에 방치된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이 목사는 체코의 ‘베이비박스’ 소식을 들었고, 2009년 12월 가로 70cm, 세로 45cm, 높이 60cm의 베이비박스를 직접 만들어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 교회외벽에 설치했다. 보온효과가 있는 따뜻하고 푹신한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는 순간 교회 내부의 벨이 울리도록 설계했다. 막상 그렇게 마련해 놓고도 그 벨이 울리지 않길 바랐던 이 목사다. “제발 어린 생명이 버려지지 않길, 그러나 버려질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이곳에 넣어 주길 기도했어요. 호기심에 사람들이 박스 문을 열어 벨이 울리곤 했는데 처음 아기가 들어온 것은 3개월 만이었어요.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탯줄을 달고 있었는데… 그 심정은 말로 표현 못 해요. 그래도 길 가에 버려지지 않고 베이비박스 문을 열고 우리에게 와준 것에 감사했죠.” 아이를 낳은 우리 아이들, 손가락질보다는 따뜻한 손길로 한국의 베이비박스 소식을 접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영화예술학교 학생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는 2013년 미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50개 주 870개 극장에서 500만 관객과 만나며 제9회 샌 안토니오 기독교독립영화제 대상, 제5회 저스티스영화제 영화상을 받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이 영화를 계기로 애틀랜타주에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졌고, 인디애나주에서는 병원과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 베이비박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법안이 나오기까지 했다. 한국에서는 올해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고, 최근까지 몇몇 소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영화를 본 이들은 이종락 목사의 헌신에 감탄하고 대단한 일을 했다며 박수를 치지만, 그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베이비박스 사역은 목사 개인의 계획이나 목적으로 이만큼 온 것이 아니에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가령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불이 난 것을 보면 신고하는 게 맞잖아요. 길 가에 버려진 아기들을 어떻게 그냥 두고 보겠어요. 당연히 보호하고 구해야죠.” 단 한 명의 아기라도 더 살리기 위해 만든 베이비박스이지만 처음 이 사실이 매스컴을 탔을 때만 해도 곱지 않은 시선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미혼모들이 무책임하게 아기를 유기하게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100개가 넘는 베이비박스가 있지만 1년에 겨우 한두 명의 아이밖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었다. 게다가 2012년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입양특례법이 실행되기 전 2년 7개월 동안은 76명의 아기가 들어왔는데, 그 이후에는 1년 5개월 동안 305명이 베이비박스에 남겨졌어요. 정상적인 경우라면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는 게 별거 아니지만, 미혼모나 특히 미성년자들에겐 큰 부담이죠. 그래서 산부인과를 가지 못하고 몰래 출산을 하게 되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무엇보다 아기를 두고 가는 미혼모 중 60% 이상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가슴 아픈 이 목사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자기가 낳은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린 미혼모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성교육을 하는 경우가 드물죠. 자신이 가진 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면 아이들도 그러한 행동을 잘 절제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일이 벌어졌다면 그땐 그들을 보호하고 이야기를 들어줘야죠.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하지만 대부분 어른들은 학생이 임신했다고 하면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며 손가락질하죠. 그게 다 우리 사회의 ‘체면 문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미성년자가 아이를 가지면 주변 사람의 시선 때문에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숨어버리게 되죠. 그러다 우울증을 겪거나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요.” 이 목사는 미혼모들이 찾아오면 “열 달 동안 아기를 지키느라 고생 많았다.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기와 함께 자살하려고 결심했던 엄마들도 많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음을 돌려 자신을 찾아와 귀한 두 생명을 살릴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이 목사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아기를 키우겠다고 데리고 간 미혼모도 150여 명이다. 그런 미혼모들을 위해 분유, 기저귀, 생활비 등을 지원해 주고 주사랑공동체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며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목사는 어린 엄마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그들의 부모세대로부터 뻗어 나왔을 때 진정한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생 후반전에 행복 더하기 ‘입양’ 그동안 베이비박스 문을 통해 세상의 품에 안긴 아기는 올해 900명을 넘어서 이제 1000명에 가까워졌다(2016년 7월 8일 기준 979명). 이 목사는 모든 아기의 베이비박스 일지를 쓰고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키울 수는 없지만 애정을 담은 엄마의 손편지도 함께 보관한다. 이는 부모가 다시 아기를 찾고자 할 때 귀중한 자료가 된다.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 목사도 그중 9명의 아이를 입양해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 그가 입양한 아이들은 장애가 있거나 전신마비, 다운증후군 등을 앓고 있다. 아이 한 명을 양육하기도 힘들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손길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30여 년 전, 심각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둘째 아들 ‘은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사랑하는 보배 은만이 덕분에 생명의 거룩함, 소중함을 깨닫고 배웠어요. 몸을 움직이거나 말은 못하지만 그 아이는 눈빛으로 이야기하죠. 그 눈을 바라보면 인생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사는 게 아니라는 것, 하루를 만족하고 현재를 감사히 여기고 이웃을 사랑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 9명의 아이를 입양했지만, 몇 명 더 입양하고 싶어요. 그만큼 삶의 보람과 행복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입양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까다로운 국내에서는 입양 의사가 있던 이들도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 목사는 자녀들을 장성시킨 중·장년에게 입양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알 것이다.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란 아이들이 삶에 얼마나 큰 보람과 기쁨을 주는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입양은 자신의 무언가를 할애하는 것이 아닌 인생에 행복을 더하는 일이라고 한다. “어제 다섯 명의 아이를 입양한 70대 중반의 교수님이 다녀가셨어요. 그분 말씀이 입양을 하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다 크고 출가하면 부모들은 외롭고 쓸쓸해지는데 그럴 틈이 없는 거죠. 나도 우리 첫째 딸이 자랄 땐 모르는 것도 많고 정신없이 지냈어요. 이제는 더 능숙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키울 수 있어 좋더라고요. 특히 갱년기 주부들은 우울증을 앓기도 하는데, 입양을 계기로 다시 사랑으로 아기를 키우다 보면 그 아이가 주는 기쁨으로 삶이 더 행복하고 즐거워질 거예요.” 1000명의 부모, 하나뿐인 부부 를 본 관객이라면 이종락 목사의 아내 정병옥 여사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고 이 목사를 내조하느라 힘들고 고단할 텐데, 영화 속 그녀는 늘 명랑한 목소리로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는 그런 아내가 있었기에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목사에게 아내는 늘 고맙고도 가장 미안한 존재다. “밤낮 안 가리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키우느라 서로 대화할 정신이 없었어요. 지금은 우리가 해오던 일들에 담당자도 따로 두고 아이들도 많이 커서 조금 여유가 생긴 편이에요. 나는 그전에 참고 인내했던 마음이 많이 다독여졌지만 아내는 오히려 그런 점들을 드러내고 이야기하죠. 가끔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낼 때도 있는데, 그만큼 내가 이 사람을 고생시켰다는 생각이 들어 측은하기도 해요.” 1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부모이자 수호천사 역할을 해온 부부이지만, 정작 남편과 아내의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했던 시간은 적었다고 한다. 무심하고 소홀했던 지난날은 묻어두고, 매주 목요일을 휴일로 정해 단둘이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낯간지러워 못했던 애정 표현도 이제는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는 이 목사다. “아내는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큰 위로를 받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 외에 지금까지 내가 남편으로서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노력하고 고마움을 표현해야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었는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아내가 안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마지막엔 내가 ‘아이 러브 유’라고 말하죠. 처음엔 서투르고 어색했는데,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버릇이 되면 괜찮더라고요. 물론 서로 잔소리도 하고 툭툭거리기도 하는데 알고 보면 그게 바로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의 두터운 사랑이고 정이죠.”
- 2016-07-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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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Interveiw] <무심한 듯 다정한>의 저자 정서윤 작가와 어머니 최순이씨의 이야기
- 길고양이로 살다 입양된 순돌이와 저자의 어머니가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3년에 걸쳐 기록한 사진 에세이다. 저자에게 순돌이는 막내 동생처럼 귀엽고, 자식들이 장성한 뒤 헛헛한 일상을 보내던 어머니에게는 손주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다. 의 저자 정서윤 작가와 어머니 최순이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고양이(순돌이) 사진을 찍다가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책으로 펴내기까지 A. 저자: 길에서 만난 순돌이에게 가족을 찾아주고 싶었지만 남루한 모습에 다 큰 고양이라 입양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5개월 동안 거의 매일 밥을 챙겨주다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랑을 주고받는 가족이 생기면서 순돌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상대적으로 입양이 힘든 성묘(成猫)도 충분히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순돌이가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이 함께 촬영한 사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엄마를 담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습니다. SNS에 순돌이와 엄마의 일상을 기록했더니,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었습니다. 결과물들이 모여 책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마침 출판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Q. 책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 A. 저자: 엄마도 고양이도 겉으로는 무심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가족을 위해 늘 묵주 기도를 하고, 순돌이도 무심한 척하지만 가족 곁을 맴돌며 소소한 애정 표현을 합니다. 겉으로는 무심하게 대하지만, 속마음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그런 엄마와 고양이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Q. ‘(책에서)순돌이와 예정된 이별을 생각하면서 엄마와의 이별을 생각 못했다’는 깨달음이 준 변화 A. 저자: 무엇보다 엄마, 순돌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허리가 안 좋아 오랜 시간 차 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멀지 않은 맛집이나 카페에 함께 다니기도 하고, 주말이면 성당 미사 후 단둘이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소소한 추억을 쌓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앞섰지 현실에서는 내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와 순돌이를 많이 챙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Q. 순돌이와 딸이 닮은 점 A. 어머니: 순돌이는 순하지만, 때로는 새침하고 예민합니다. 이런 점이 딸이랑 닮았습니다. 순돌이는 잠을 잘 때면 저를 찾는데, 늦둥이로 낳아 제법 컸을 때까지 제 곁에서 자려 하던 딸이 떠오릅니다. 어른이 되고도 악몽을 꾸면 제 품을 파고들던 딸이 생각납니다. 이제는 손주들도 다 장성해서, 순돌이는 제게 어린 손자 같습니다. 딸은 직장 일로 바쁘고, 남편과는 별다른 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집안은 대체로 조용하고 특별히 웃을 일이 없지만, 순돌이의 재롱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Q. 노년기에 반려동물을 키워서 좋은 점 A. 어머니:외출하고 돌아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반겨줍니다. 장성한 딸은 늦게 들어오고, 무뚝뚝한 남편과는 별다른 대화가 없는 덤덤한 집안 분위기에 순돌이가 있어 웃을 일이 있고, 순돌이 이야기로 대화가 됩니다. 늘 곁을 맴돌고 내 옆에서 잠자는 순돌이가 좋습니다. 희한하게도 순돌이는 자기 주인(딸)을 더 좋아하지만 잠은 꼭 제 곁에서 자려 합니다. 가족이 식사할 때면 자기도 간식을 달라 보채고, ‘까까’라고 말하면 다 알아듣고 달려옵니다. 동물이지만 정을 나누고 사니 이런 모습들이 다 예쁘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 때문에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키우는 동물이니 좋습니다. >>정서윤 작가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부산에서 장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부터 순돌이와 노모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 2016-07-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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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펫팸족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 [2]
- 시니어 펫팸족이 대세라지만 집안에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단지 반려동물이 예뻐서? 혹은 내가 적적해서 펫팸족이 되려고 했다면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 반려동물을 만나러 가기 전 적어도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를 알아보았다. 1. 반려견과 함께 살면 10년이 젊어진다. 최근 메디컬데일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지리·지속 가능 발전학과 연구진은 개를 키우는 것이 신체 나이를 최대 10년 젊게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코틀랜드 중동부 테이사이드 주(州)의 평균 79세 노년층 547명을 대상으로 신체나이와 반려견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들 중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는 사람들보다 신체운동능력이 월등했다. 불안감이나 우울증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반려견과 생활하는 것이 노년기에 접하기 쉬운 정신적, 신체적 퇴보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 반려견·반려묘를 입양하는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 유기·유실동물은 동물보호법이 정한 10일이 지나면 유기·유실동물의 인도적 처리(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열흘 안에 주인이나 입양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작은 생명의 심장은 멈춰버린다. 혈통 좋은 반려동물도 좋지만, 입양도 한 번쯤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런데 꼭 명심할 것이 있다. 유기·유실동물들은 버려지고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그러므로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분양동물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3. 반려견과 반려묘의 평균수명 개의 경우 큰 개인지 소형·중간 개인지에 따라 수명 차이가 있다. 소형·중간 개의 수명은 14~17년, 큰 개는 9~13년으로 큰 개가 소형·중간 개보다 수명이 더 짧다. 소형·중간 개는 빨리 어른이 되지만 큰 개에 비해 노화가 느리다. 큰 개는 천천히 성숙하는 대신 노화가 빨리 온다. 고양이 평균 수명은 15년이다. 고양이 종류에 따라 수명 차이가 있지만 거의 40세 가까운 나이까지 살아 기네스북에 올랐던 장수 고양이도 있다. 현재 미국에 사는 고양이 ‘코듀로이’가 ‘세계 최고령 고양이’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작년 보도 당시 26세로 사람으로 치면 124세에 해당하는 나이다. 4. 반려견은 초콜릿, 양파를 먹으면 안 된다 반려견이 먹으면 안 되는 대표적인 음식이 땅콩버터다. 알레르기나 만성 질환이 있는 반려견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초콜릿 또한 위험하다. 초콜릿 속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을 반려견이 섭취하면 구토와 탈수증 복통을 일으키고 체온 상승과 발작,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양파의 매운 성분은 적혈구 생성과 활동성을 낮춘다. 위험할 정도로 양파를 섭취하면 수혈을 해야 한다. 포도 또한 먹어서는 안 된다. 강아지 종류에 따라 구토나 설사 증세가 나타나는데 식욕감퇴, 탈수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부전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경우 3~4시간 안에 죽을 수 있다. 사과, 자두, 복숭아, 배, 살구 등에 들어 있는 시안배당체를 반려견이 먹으면 현기증, 호흡곤란,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우유, 치즈, 아보카도, 빵, 베이컨 등도 반려견이 먹으면 안 된다. 5. 반려인의 잘못된 행동 3가지 1. 안내견을 제외한 다른 반려동물은 대중교통이용 시 이동장(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려동물을 담는 물건)을 이용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답답해한다고 잠시 내려놓은 순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충분히 이동장 적응 훈련을 해야 한다. 2. 반려견과 산책할 때 목줄을 풀어주거나 감정 상태를 모르는데 다른 반려견들과 어울리게 두면 안 된다. 사람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서먹하다. 동물들이라고 다르겠는가. 반려인이 생각 없이 한 행동 때문에 반려견들이 싸울 수 있다. 3. 준비 없이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것도 삼가야 한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작년 10월 주변과의 갈등을 줄이면서 ‘길고양이 돌보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단체는 “먹이뿐만 아니라 깨끗한 물을 먹이는 것이 중요하며 야행성인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해 일몰 이후 일정한 장소에서 먹이를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길고양이의 치아, 잇몸질환 등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사료 이외의 음식을 줘서는 안 되고, 고양이가 먹고 남긴 음식물은 즉시 치우기를 당부했다. 6. 안내견에게 말을 걸지 말라안내견은 잘 알다시피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장애인 보조견이다. 심심치 않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안내견. 이들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꼭 알았으면 한다. 안내견과 마주쳐도 말을 걸면 안 된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내견은 몸과도 같은 존재다. 안내견 또한 주인을 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다. 혹시 안내견과 소통하고 싶다면 주인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주인의 동의 없이 말을 걸고 만지면 안내견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음식물 또한 절대 주어서는 안 된다. 안내견들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이나 간식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내지 않도록 훈련돼 있다. 반려동물이 안내견 가까이에 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안내견들 모두 힘든 훈련을 통해 뽑힌 우수견이기는 하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오면 짖고 싸울 수 있다. 무엇보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훈련됐다. 다른 곳에 집중하면 주인 돕기에 어려움이 생기니 방해되는 행동은 삼가라. 7. 반려견의 발바닥을 살펴라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발을 들고 겨우 걷거나 혹은 발을 만졌을 때 신경질을 내는 일이 종종 있다. 이때 반려견의 발바닥을 확인해봐야 한다. 발톱이 부서져 피가 났다면 반려견이 통증을 심하게 느끼기 때문에 지혈제와 붕대를 이용해 빨리 치료해줘야 한다. 부서진 발톱을 제거할 경우 회복이 늦고 발톱이 변형될 수 있다. 발바닥에 뾰족한 돌, 마른 진흙, 뭉친 털 등이 낄 때도 있다. 이때는 털을 깎고 발을 씻은 뒤 소독약을 발라준다. 맨발로 땅을 디디고 다니기 때문에 발바닥이 마르고 갈라지면 위험할 수 있다. 급한 상황이라면 일반 로션을 발라줘도 되지만 피부를 단단하게 해주는 성분이 포함된 강아지 전용 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만 활동하는 반려견의 경우 발톱이 너무 자라 피부로 파고들 수 있으니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8. 반려견은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2014년 1월 1일부터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전국 시·군·구청에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단, 동물등록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할 수 없는 읍·면·도서(島嶼) 지역은 제외된다. 대상은 3개월 이상 된 개이며 미등록 시 4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등록을 하는 이유는 주인이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의 동물등록정보를 통해 더욱 쉽게 찾기 위해서다. 동물등록방법은 3가지다. 동물의 몸에 직접 삽입하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와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 인식표 부착 방법이 있다. 9. 반려동물 분양 계약서를 써라 개와 고양이에 한해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4-4호, 2014. 3. 21)이 마련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판매업자는 반려동물을 판매할 때 7가지 항목이 기재된 계약서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서는 분쟁 유형 3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우선 반려동물 구매 후 15일 이내 폐사할 경우엔 동종의 동물로 교환 혹은 구매가를 환급받을 수 있다. 단,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 배상 요구를 할 수 없다. 구매 후 15일 이내에 질병이 발생하면 판매업자가 책임지고 치료를 한 뒤 소비자에게 인도해야 한다. 단 회복 기간이 30일 이상 지연 돼 도중 폐사할 경우 동종 동물 혹은 구매가를 환급한다.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내주지 않았을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에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반려동물 분양계약서에 기재되어야 할 7가지 1. 분양업자의 성명과 주소 2. 애완동물의 출생일과 판매업자가 입수한 날 3. 혈통, 성, 색상과 판매 당시의 특징사항 4. 면역 및 기생충 예방접종기록 5. 수의사의 치료기록 및 약물투여 기록 등 6. 판매 당시의 건강상태 7. 구매 시 구매금액과 구매날짜 10. 반려동물 사체, 이제는 폐기물이 아니다. 동물장묘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법을 적용받는다. 그동안 반려동물 사체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로 분류·처리됐다. 동물장묘사업장을 개설할 때 환경부에서 주변 환경 피해 여부를 점검해 ‘설치승인서’를 내줬는데 받기가 쉽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동물화장은 일반폐기물 처리와 달리 유독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고, 크기도 작아서 설치승인서 제출 사업장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동물이 죽으면 쓰레기 봉지에 넣어서 버리면 그만이었다. 지금까지 반려동물 사체 상당수가 불법 화장, 매장, 폐기물로 처리됐지만, 법 개정으로 더욱 존엄한 장례 절차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2016-03-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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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읽는 동화 ] 아가씨의 다락방
- #어느 시골 마을에 가난한 아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부지런한 아가씨는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꽃밭을 돌보고 작은 텃밭도 일구었습니다. 새들과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아 바느질 솜씨가 빼어났기에, 마을 사람들의 낡은 옷도 고쳐 주고 새 옷도 만들어주며 살았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늘 평화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저녁이면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해가 다 저물도록 마을을 산책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어느 날 이 마을을 지나던 왕자는 아가씨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사랑에 빠져버린 왕자는 몇 날 며칠을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아가씨에게 정중하게 청혼을 했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크고 화려한 궁궐 안에는 온갖 최신 시설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고, 먹을 것은 언제나 풍성했으며, 값비싸고 화려한 옷들과 장신구로 매일 아름답게 치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성 안에는 늘 부드러운 음악이 흘렀고 향긋한 꽃내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있었고, 힘든 일도 하지 않았으며, 화가 나거나 골치 아픈 일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풍요로운 가운데, 왕자와 아가씨는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두 사람은 매일매일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고 예쁘고 건강한 아이들도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긴 세월이 지나도록 두 사람의 사랑은 맹세처럼 굳기만 했습니다. 아침이면 나란히 깨어나 하루 종일 행복한 시간을 함께했고, 해가 지면 총총한 별이 보이는 침실에 나란히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달콤하게 잠들곤 했습니다. 아가씨는 이런 생활을 당연히 행복하다고 믿었습니다. 화려한 궁궐에서 멋진 왕자와 결혼하여 살고 있으니, 행복한 게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가끔씩 어떤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움이 생겨나는 것이 불행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행복을 수상쩍게 여기도록 만들기는 했습니다. 아가씨의 그리움은 궁궐 바깥에 있었고, 가난했던 시간에 있었으며, 초라하지만 자유롭던 자기 자신의 모습에 있었습니다. 허름한 부엌의 퀘퀘한 향이 그리웠고, 누더기 옷을 꿰매던 녹슨 바늘과 낡은 실이 그리웠습니다. 노을이 번지던 고향의 저녁 산책길은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그리웠습니다. 바람이 새어들며 덜컹거리던 작은 창도 그리웠습니다. 그 작은 창으로 보이던 별빛과 지금 궁궐의 화려한 창으로 보이는 별빛은 어쩌면 이리도 다를까 생각했습니다. 슬픔 많던 자신의 가여운 모습마저도 그리워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그런 생활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기도 싫었으며, 돌아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다만 실컷 그리워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아가씨는 하녀들조차 쓰지 않는 성 꼭대기의 낡은 다락방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다락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고향이 그리우면 실컷 울기도 했습니다. 다락방에 있는 동안 아가씨는 왕자비가 아니었습니다. 하녀들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먼지도 많고 바닥은 삐걱거리고 초라했지만 아가씨는 그 낡은 공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유롭고 반갑고 편안했습니다. 낡은 다락방은 아가씨가 자신의 영혼에게 주는 조건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왕자는 가끔씩 다락방으로 사라지는 아가씨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가씨가 슬프거나 지쳐 보이면 곧바로 다가가서 위로해 주었습니다. 따뜻한 차를 가져오게 해 아가씨를 푹 쉬게 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밤을 꼬박 새우며 아가씨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가 혼자 다락방에 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가씨를 다락방에 혼자 있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아가씨가 다락방에 있는 동안 왕자는 허전하고 심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다락방의 아가씨는 너무나 초라하고 낯설어서 싫었습니다. 왕자비가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아가씨는 다락방에 있고 싶을 때마다 눈물을 훌쩍거렸습니다. 아가씨를 사랑하는 왕자는 궁리 끝에 아가씨를 위해 다락방을 수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꾼들을 시켜서 다락방을 넓히고 최고급 카펫도 깔고 화려한 조명을 달았습니다. 왕자와 함께 앉을 커다란 가죽 소파와 각종 장식품들도 들여놓았습니다. 아가씨가 다락방에 오면 언제라도 시중을 들 수 있도록 하녀들도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아가씨에게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이제 다락방에 있고 싶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내가 늘 함께 있어 줄게요.” 그러나 다락방이 공사를 다 끝내고 화려한 모습으로 문을 열던 날, 아가씨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다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궁궐에서 멋진 왕자와 결혼하여 살고 있으니, 행복한 게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가끔씩 어떤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움이 생겨나는 것이 불행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행복을 수상쩍게 여기도록 만들기는 했습니다.
- 2015-08-07 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