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개관한 한국민속촌은 저마다 한 번쯤은 가봤을 만한 국내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오히려 오래전 한 번 가봤다는 이유로 식상하게 여기거나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동안 민속촌은 늘 새롭게 단장하고 변화하고 있었다. 사극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는 초가집과 기와집이 즐비하던 모습만 떠올린다면 이번 기회에 민속촌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설 연휴를 맞아 한복을 입고 나들이한다면 더 금상첨화일 것이다.
즐거운 전통과의 행복한 공존
개관 이래 40여 년 동안 꾸준히 즐거운 변화를 시도해온 한국민속촌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과거 조선시대의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조선시대 촌락’이다. 남부, 중부, 북부 및 도서 지방에 이르는 지방의 서민 가옥과 양반 가옥을 이건·복원해 조성했다. 추운 겨울 촌락의 몇몇 가옥을 지나다 보면 장작 타는 냄새가 나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 손이 타지 않으면 집이 상하고 낡을 수 있어 불을 때고 온기를 더하는 것이다. 또 이맘때쯤이면 초가집의 지붕을 새로 얹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가옥들이 단순한 전시물처럼 남아 있는 게 아닌 따스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365일 연중무휴인 한국민속촌은 계절과 세시풍속에 따라 우리의 전통문화를 곁들인 체험과 놀이를 제안한다. 겨울에는 대표적으로 ‘초가집 새 지붕 얹는 날’ 행사를 하는데 오래된 이엉(짚, 억새 등을 엮은 것)에서 서식하는 굼벵이를 직접 잡고, 굼벵이 레이스 경주를 펼치는 등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설날이 있는 1월에는 ‘설맞이 복잔치’가 열리는데 한 해의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복떡나누기, 지신밟기, 부적찍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손주와 함께 간다면 눈썰매·전통얼음썰매타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매력만점 조선시대 캐릭터와 만나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한국민속촌 조선캐릭터 오디션’은 한국민속촌의 마스코트로 급부상한 조선캐릭터 아르바이트생을 선발하는 대회다. 모집 분야는 거지, 무사, 기생, 포졸뿐만 아니라 연약한 망나니, 꽃거지, 유학파 백정 등 이색적인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예전 민속촌의 풍경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이러한 조선캐릭터와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며 흥미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옛 지방 행정기관이었던 관아에 가면 허당사또와 포졸, 인턴포졸 캐릭터가 맞이한다. 관아 앞마당에는 곤장대가 놓여 있는데, 관광객을 눕게 하고 포졸과 사또가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조선시대 말투를 쓰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을 겸비한 캐릭터들과 곤장 체험을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관아 앞에서는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꽃거지’를 만날 수 있는데 관광객이 건네는 간식 등을 먹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장난삼아 구걸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조선캐릭터와 대화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통예술공연은 물론 최신 놀이기구까지 즐기다
겨울철 민속촌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전통예술공연으로는 ‘농악놀이’와 ‘마상무예’가 있다. 우리 고유의 정서와 흥이 묻어나는 농악놀이는 수십 년간 호남우도 농악의 명맥을 지켜온 정인삼 선생이 공연을 이끌고 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농악놀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바로 옆 공연장에서 마상무예가 펼쳐진다. 달리는 말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옆으로 눕는 등 아슬아슬하고 박진감 넘치는 기술과 궁술·검술 등을 선보인다. 같은 공간에서는 공연이 없는 시간에 마상무예단과 함께 기예를 펼쳤던 말들을 타볼 수 있는 승마 체험도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곳곳에 마련돼 있는 윷놀이, 투호놀이 등을 즐기거나 15가지 놀이기구(어트렉션)가 있는 ‘12지아(12 ZIA)’를 방문하면 어린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2지아는 민속촌 고유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공간이다. 한껏 즐기다가 출출해지면 친환경 조미료로 옛 맛을 살린 전통순두부, 해물파전, 묵, 순대 등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터에 들러보자. 민속촌의 푸근한 정취가 그 맛을 더한다.
△ 한국민속촌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로 90
이용 시간: 연중무휴 (평일) 9:30~17:30 (주말) 9:30~18:00
이용 요금: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아동 8000원(만 65세 이상 아동요금 적용)
눈부신 조명 아래 화려한 런웨이 위를 당당하게 워킹하는 모델을 보면 ‘나도 저렇게 폼 나고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골드스톤 그룹의 대표이자 시니어 모델로 활동 중인 김성훈(56)씨 역시 또래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끼곤 한다. 고맙고 즐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되고 노력할 것도 많다. 박수갈채를 받는 빛나는 겉모습 이면에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해온 그의 속사정 그리고 패션에 대한 애정을 들어봤다.
, 등 영화 속 영웅들은 평상시 유능한 회사 경영자이지만, 사건·사고가 생기면 슈트를 갈아입고 나타나 악당을 물리친다. 그들의 변신을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것은 바로 패션. 화려한 망토나 로봇 슈트는 아니지만 김 대표 역시 패션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만끽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모습 중 하나였어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망토를 두르고 슈트를 입고 ‘부우웅’ 하고 나가서 악당들과 싸우는 영웅! 우연히 찾아온 시니어 모델의 기회이지만, 그런 판타지를 채우고 있죠. 옷을 갈아입고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섰을 때의 쾌감과 스릴이 정말 대단해요.”
2011년, 평소 준비성이 철저한 그는 다가올 인생 2막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시니어 모델’에 대해 알게 됐고, 50세의 나이로 시니어 모델계에 입성했다. 여자 모델에 비해 남자 모델의 수가 극히 적은 시니어 모델들 사이에서 패셔너블하고 끼가 충만한 그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댄스스포츠를 10년 정도 배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워킹이 자연스럽고 포즈를 취해도 선이 잘 살더라고요. 그 덕분에 패션쇼에서 메인 모델로 설 기회가 많았죠.”
탐나는 삶, 티 내지 않고 살기
자신의 관심사인 패션을 드러내면서 끼와 매력을 뽐낼 수 있기에 즐겁기도 했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았다. 그의 본업인 회사 경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활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회사의 대표로서 긴장하거나 엄격해야 할 때가 있는데 ‘우리 대표는 모델 한다고 일에 소홀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곤란하잖아요. 직원들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 내 즐거움만 생각할 수는 없죠. 또 경쟁업체 등에서 그런 부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 있으니 사생활에서도 행동에 주의하려 해요.”
회사 대표로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이지만,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 화려하게 비치는 모델의 특성상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 자신의 즐거움을 드러내는 게 다른 이에게는 불편함이나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다.
“처음 한두 번 모델로 설 때는 주변에 자랑도 하곤 했는데, 계속 그러니까 친구들도 반기는 표정이 아니더라고요. 내가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어엿한 회사 대표인 데다가 모델까지 하니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볼 땐 부러울 수도 있고, 약이 오를 수도 있겠죠.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모습을 드러내는 게 관계에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마음은 그게 아니라도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즐기고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아내까지 그의 인생을 탐낸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의 모델 활동을 우려했던 아내가 자신도 시니어 모델로 무대에 서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것.
“집사람이 저한테 모델 활동 이전이랑 이후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람이 참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표정이며 분위기가 훨씬 여유롭고 밝아졌다면서요. 특별히 피부 관리를 하거나 머리를 심은 것도 아닌데 내가 봐도 얼굴이 참 좋아졌어요. 그런 변화를 느낀 아내가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무대에 나와 함께 서고 싶다는 거예요. 물론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죠.”
최고의 패션 아이템은 ‘건강한 몸매’
어릴 적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쇼핑이라고 한다. 시간이 나면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들러 트렌드를 살피며 스트레스도 풀고 패션 감각을 키운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 중에는 해외 명품 패션 관련 분야도 있어 패션 트렌드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남다르다. 그런 그의 ‘패션 포인트’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포인트를 안 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꾸며보려고 욕심내다가 오히려 촌스럽고 어색해 보일 수 있거든요. 넥타이나 행거칩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포인트는 시계 정도로 하나만 살리고 나머지는 톤을 맞추는 정도로 마무리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때와 장소에 맞게 연출하는 겁니다. 요즘 중·장년 대부분이 어디서든 등산복을 애용하잖아요. 저마다 개성과 매력이 다른데 등산복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산에 갈 때는 등산복을 입더라도 크루즈 여행을 갈 때는 드레스도 입어보고, 고궁 나들이 갈 때는 한복도 입어보고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야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데 도움이 돼요.”
그가 시도 중인 패션은 영화 의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 스타일이다. 슈트 버튼이 양쪽으로 나란히 있어 허리선이 드러나기 때문에 배와 등의 군살이 없어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
“제 패션 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보디(body)예요. 몸매가 돼야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나고 멋스럽거든요. 그래야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할 때 자신감도 붙고 그러면서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되죠. 그러면 삶이 더 즐겁고 행복해져요. 물론 지금 내 몸매가 그런 상태는 아니지만, 오히려 목표가 있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더 즐거워지곤 해요. 자신만의 롤 모델이나 위시 리스트를 갖는 것도 중요하죠.”
새해부터는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꼭 ‘킹스맨 슈트’를 입겠다는 그는 원하는 옷을 입기 위한 노력이지만 육체적·정신적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에게 롤 모델은 누구냐고 물었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패셔니스타 닉 우스터 등도 롤 모델이라 할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배트맨이 가장 완벽한 제 롤 모델 아닐까요?”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린이들은 아름다운 꿈을 꾸고 산타할아버지 ‘선물’에 크게 감동한다. 할아버지ㆍ할머니는 손주와 함께 어울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지냈다.
할아버지ㆍ할머니를 초대한 유치원 크리스마스 행사
지난 목요일 오후, 자원봉사활동을 마치고 세종시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다른 때는 가끔 가서 유치원에서 하교하는 외손자를 마중하였으나, 오늘은 내일 열리는 유치원 크리스마스 행사에 초대를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갔다.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세종시에서는 아이들 등하교를 조부모님이 주로 돕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부모 대신 “할아버지ㆍ할머니를 초대하였다”는 고마운 이야기를 들었다.
금요일 아침, 기온이 떨어지고 가는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손을 잡고 유치원 가는 몇 분간의 거리를 매우 즐거워하였다. 할아버지ㆍ할머니가 강당에 가득 자리하였다. 연방 손주와 눈을 맞추느라고 정신이 없다.
외손자 유치원 재롱잔치
아이들은 매직 마술쇼에 흠뻑 젖어서 하늘을 날았다. 함성을 질렀다가 박수를 치고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천정을 뚫었다. 산타복장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재롱잔치에 할아버지ㆍ할머니는 손뼉치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누리 바른 반ㆍ알찬 반 등 아이들은 평소 연습을 열심히 한 캐롤송 합창, 러브송 율동 등으로 할아버지ㆍ할머니에게 감동을 주었다. “손주 돌보았던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조용히 속삭이는 노부부도 있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산타할아버지였다. “산타할아버지 나오세요!” 아이들을 따라서 할아버지ㆍ할머니도 덩달아 소리쳤다. 꾸부정한 세 할아버지는 선물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행사를 마치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낮은 어린이 식탁에서의 떡국 한 그릇이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하였다.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가 되어 행사가 끝났다.
쌍둥이 손주와 서점 나들이
진눈개비가 내렸다. 사위와 딸, 외손자의 환송을 받으면서 조치원에서 열차를 타고 두어 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하였다. 저녁에 쌍둥이 손주들과 서점에서 책을 사기로 약속했었다. 아이들이 책 일기를 좋아한다. 폭풍처럼 늘어나는 독서량에 따라 질문도 엄청 늘었다. 장난감 선물대신 올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부쩍 늘어난 독서량에 맞춰 책 선물을 하기로 하였다.
“크리스마스 때 무슨 선물할까?” 아이들은 쉽게 정하지 못하였다. 책 몇 가지를 이야기하면 이미 읽었거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결론은 아이들이 직접 고르도록 서점으로 데리고 가는 방법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읽고 싶은 책 몇 권씩 찾았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매우 기뻐하는 모습에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 “아이들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여라!”
어느새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젊었을 때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분위기에 젖어 세월의 흐름을 잊고 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마치 탐스럽던 잎사귀들을 모진 바람에 이리저리 뜯기고 알몸으로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겨울나무처럼 보인다. 새 달력이 들어와 헌 달력 밑에 두툼하게 걸어 봐도 마음이 썩 풍요롭지 않다.
새 밀레니엄을 외친 게 엊그제인데 벌써 16년이 흘러 17년째를 맞이한다. 당시 4학년이던 내가 어느덧 6학년으로 진급했지만 감개무량하기는커녕 가슴 한구석이 시리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처럼 이 나이가 되면 하루는 느리게 가는데 한 달이나 일 년은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도대체 올 일 년의 시간이 어느 구멍으로 다 새나갔단 말인가.
시간이 무자비하게 흘러 나이 먹는 속도가 빨라지니 언젠가부터 슬며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과학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지극히 과학적인 현상이란다. 아무튼,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기 때문은 아니라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카이스트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의 설명을 빌면 어린 시절의 뇌는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새로운 자극이라 그 자극에 일일이 반응하느라 뇌가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인식하는 반면, 늙은 뇌는 대부분의 사물이 감각에 익숙하다 보니 뇌를 자극할 일이 없어 뇌가 시간을 빠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의 세대 차이를 느긋하게 받아들이고 괴로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빠른 시간의 흐름이 과학적으로 보면 늙어가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뇌가 사물에 익숙해져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은 나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늘 호기심에 가득 차 새로운 사물을 접하려 노력하고 익숙한 것도 새롭게 보려 한다면 시간이 느리게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에 세대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최근 여자와 남자 사이에도 시간의 흐름에 차이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남편과 나는 무슨 일을 준비하거나 어디를 함께 가려고 할 때마다 서로의 시간관념이 달라 늘 작은 갈등을 느껴왔다. 처음에는 남편의 성질이 급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들어보니 다른 남편들도 대부분이 그렇다지 않은가.
이 얼마나 놀라운 발견인가. 이제야 옛날 부모님과 함께 고궁에라도 나들이할라치면 아버지가 빠른 걸음으로 한참 멀리 걸어가신 후 뒤돌아보며 서서 우리를 기다리던 비밀이 비로소 이해되는 것이다. 그렇다. 서로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난 화장하는 긴(?) 시간을 참아주는 남편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마트에서 물건을 빨리 고르고 있다. 빠르게 흐르는 그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한 나름 고육지책이다.
글 박원식 소설가
대전에서 은행원으로 살았던 홍성규씨(75)가 명퇴 뒤 귀촌을 서둘렀던 건 도시생활에 멀미를 느껴서다. 그는 술과 향락이 있는 도회의 풍습에 착실히 부응하며 살았던 것 같다. 어지럽고 진부한 일상의 난리블루스,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돼 있는 게 삶이라는 행사이지 않던가. 그러나 문득 쇠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정색을 하고 화드득 나를 돌아보는 순간이 찾아오는 법. 홍성규씨는 그렇게 소스라치듯 자신과 독대한 뒤 곧바로 산골로 들어가기로 했다. 대담하고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반백년 이상을 살았던 도시생활을 일거에 청산한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금강이 굽이치는 산발치에 터를 잡은 홍씨는 아내 박명자씨(70)의 손을 슬며시 잡아 유혹처럼 이끌었다. 처음에 아내의 반응은 미미하다 못해 썰렁했다. 난 싫소, 당신 혼자 잘해보시구려! 강과 산이 얼싸안고 춤을 추는 경관이야 기차게 삼삼했지만, 스러져가는 폐가와 길길이 웃자란 잡초들만 무성한 묵정밭으로 이루어진 터전에 아내는 초장부터 정이 떨어졌던 모양이다. 당장이라도 뱀이 대가리를 쳐들고 튀어나올 것처럼 뒤숭숭한 쑥대밭 앞에서 단박에 우아한 감흥을 느낄 여자란 세상에 없다. 홍성규씨는 기함을 치고 앵돌아진 아내를 거듭 꼬드겨 답사를 반복했다. 마침내 부부는 귀촌에 합의를 보기에 이르렀다. 여러 차례 드나드는 사이, 아내 역시 외진 호젓함과 빼어난 풍치에 마음을 열었던 것. 20여 년 전, 귀촌의 시동은 그렇게 걸렸다.
풍경을 볼까. 산과 강이 긴박한 교제를 한다. 산은 제 늠름한 하체를 강에 들이밀었고, 강은 수줍은 듯 살포시 온몸으로 산을 받아들인다. 이 소리 없는 통정과 협연을 관람하는 건 능선마루에 늘어서서 관음증에 취한 수목들이다. 도대체 여기에서 무슨 후끈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염탐하겠다는 양, 수면 위 허공으로는 연신 물새들이 선회한다. 밤이면 별들이 모여 수군거리겠지. 달빛은 요요히 쏟아져 산을 흘러 강물로 스며들겠지. 홍성규씨는 시를 짓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니 신바람이 날 수밖에 없을 게다. 알아주는 이가 많은 수묵 화가인 아내에게도 역시 이하동문이렷다.
풍경이 수려하다지만 풍경만 뜯어먹고 살 수 없는 게 생활이라는 난적이다. 유유히 음풍농월을 즐기며 참하게 찻잔이나 기울이면 그만일 것 같지만, 철따라 피고 지는 꽃들의 마술에서 시를 건져 올리고 그림을 길어 올리면 그만일 성싶지만, 그러나 널리 알려졌듯이 삶이란 고달픈 나그네 길이라서 고난을 피할 길이 없다. 게다가 홍성규씨 내외는 거하게 손에 움켜쥔 것도 없는 채로 산골에 입장했다. 산골이 주는 고립감과 권태도 만만치 않은 난관이리라. 홍씨의 얘기를 들어볼까.
“가령,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데도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귀촌하면 안 됩니다. 정서가 맞질 않으니까. 그 무엇보다, 그저 편안하게 살 궁리만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시골에 들어와서는 안 됩니다. 마음을 싹 비우고 갖가지 고생을 할 각오를 해야만 하는 것이죠. 산골의 적막이나 고독을 견딜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우리 부부도 초기엔 생각이 마구 왔다 갔다 했어요. 마치 향수처럼 도시 생각을 하곤 했는데, 우리가 지금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러고 사나? 하는 회의가 없지 않았어요. 3년쯤 지나고 나자 비로소 만족감이 찾아듭디다.”
강물에 자동차가 떠내려가기도
“강철 같은 기세로 올라오는 풀들을 해치우는 일은 거의 전쟁이라죠? 선생의 거처 면적은 자그마치 2000평이에요. 이 너른 터를 간수하는 일부터가 벅차겠어요. 노년에 적당히 살기로는 터를 작게 잡을수록 이상적이라는 충고들이 많던데, 이건 믿을 만한 정보일까요?”
“연로한 분들의 경우엔 무리해서 너른 터를 잡지 말아야겠죠. 하지만 300평 이상은 돼야 뭐든 마음먹은 대로 활개를 쳐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여하튼 온갖 노동과 정성을 쏟아야 기반이 잡히는 게 산골 살림입니다. 사람들은 우리 집을 둘러보고 거참 근사하다고들 하지만, 구석구석 비지땀을 쏟은 현장이라는 걸 알진 못해요. 물론 시골에서의 건강한 노동은 커다란 성취감을 줍니다. 모든 주변 사물과 정들게 되고요. 마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들듯이….”
“과도한 노동으로 골병이 들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더군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창밖으로 보이는 저 돌담장은 3년에 걸쳐 쌓았어요. 돌담을 쌓다 보니 재미가 생겨 봄가을로 열심히 돌을 주워다 쌓아올린 것인데 3년이나 걸렸어요. 그 와중에 병을 얻기도 했지만, 햐, 완성을 하고 나서는 얼마나 좋던지…. 마치 영화 한 편을 만든 감독처럼 신나더라고요. 골병은 피해야겠지만, 하나하나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크기에 시골살이를 애호할 수밖에 없어요.”
강의 이름은 올목강이다. 강굽이 형세가 오리의 목을 닮아 ‘올목강’이라 부른다. 이 강엔 교각이 없는 채로 콘크리트를 부어 납작하게 가설한 잠수교가 걸려 있다. 이 옹색한 다리나마 없었던 시절엔 배로 강을 건넜다. 폭우가 쏟아지면 잠수교는 순식간에 물에 잠긴다. 그렇게 되면 꼼짝없이 갇힐 수밖에. 장마철이나 봄가을의 폭우 때는 여러 날씩 외부와 고립된다.
“별안간 고립될 가능성에 대비해 음식이나 가축 사료를 늘 충분히 비축해둡니다. 한번은 새벽에 잠이 깨어 나가보니 마당까지 물이 차올라 아예 싯누런 바다로 변했더라고요(웃음). 세상에 물 구경, 불 구경처럼 신나는 게 없다지만 기가 막힙디다. 우당탕탕 굽이치는 물살에 아름드리 통나무며, 컨테이너 박스며, 자동차며, 뭐든 막 떠내려가더라고요. 그 난리 통에 강 저편에 세워뒀던 우리 승용차도 떠내려갔어요. 졸지에 차를 잃어버렸지만, 차보다 정말 아까웠던 건 마당의 컨테이너 박스에 보관했던 집사람의 그림이었어요. 모조리 물에 잠겨버렸죠.”
아내 박명자씨는 그림 그리기를 밥 먹듯이 해온 인물이다. 무채색 먹의 농담(濃淡)으로 사물을 표현한다. 세필을 활용한 정교한 사생보다 일필휘지, 대담하고 호방한 작풍을 구사한다. 그림만 봐서는 여자의 작품이라 알아챌 수 없을 만큼 활달하고 후련하다. 남편의 눈에는 이런 아내의 작품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명품이다. 그런 판국에 수해를 입어 그림들이 모두 물속 용궁 나들이를 했으니 상심이 컸을 게다. 수려한 강변에 사는 가혹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그런 변을 겪을 때면 귀촌이 후회될 성싶지만, 아서라, 홍씨는 수해이든 수난이든 자연의 형제로 살아가기로 작정을 한 자가 기꺼이 감당해야 할 수련이거나 단련의 계기로 받아넘기는 낌새다.
정든 오누이처럼
홍성규씨는 이라는 시집을 낸 바가 있다. 염염한 로맨틱이 비치는 제목이지만, 그의 적성은 자연과 사교하는 쪽으로 사뭇 발육했다. 이를테면 그는, 산골에서 꽃향기가 천지간에 가득하면 황홀해져 춤추고 싶어 하고, 비바람에 갈피없이 흔들리는 꽃들의 비통한 몸부림에도 섬세하게 가슴이 닿아 시적 충동을 느끼는 개성의 소유자로 보인다. 일찍이 세간에 횡행하는 욕망이나 허영은 대충 놔버렸기에 간소하게 먹고도 뿌듯하게 자족하는 생리가 몸에 익었다.
“시골에선 도시에 비할 때 생활비 지출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습디다. 한 달에 150만원이면 뒤집어쓰고도 남을 지경이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을 때는 70만원 남짓으로도 까딱없어요.”
“텃밭에 키우는 작물들로 충분히 자급자족이 되겠죠? 닭들은 마구 알을 낳을 테고.”
“불필요한 외출을 즐거이 자제하며 살기 때문에, 거처 내부에서 사는 재미를 쏠쏠히 느끼기에,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죠. 승용차 대신 작은 트럭을 굴려 유지비를 절감하고, 가끔 먼 곳을 여행할 경우엔 대중교통을 이용해 검소한 살림을 운영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이란 역시나 돈 문제로 충돌하게 마련인 동물입디다. 때론 아내와 토닥거리기도 하는데 그게 주로 금전 문제 때문이었어요. 끙.”
“금전의 여유가 있으면 덜 싸우게 될까요?”
“부자들은 돈 때문에 더 치열하게 싸우지 않습디까(웃음)?”
“도무지 싸우지 않고,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어엿하게 살 수 없는 게 원래 인간일까요?”
“저 고고한 하늘에도 가끔은 번개가 치지 않나요?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산다는 건 맹물 마시고 술 취하려는 것처럼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충돌과 마찰 속에서 부부 사이가 더 단단해지는 법이거든요. 우리 내외가 말이죠, 도시에 살 때는 불행하게도 부부싸움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나는 툭하면 밖으로 나돌아 다녔고, 아내는 아내대로 스케치니 전시회니 하면서 며칠씩 나가 살고 그랬거든요. 모든 시간을 같이 붙어살게 된 귀촌 이후엔 싹 달라졌어요. 자못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부부싸움을 전개해서 진정한 친선을 도모하게 되었으니까요. 이거 쾌거 아닌가요(웃음)?”
“앗! 부부싸움도 창의적 예술이라는 말씀?”
“집식구가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요리사입니다. 뭐 제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뜻이죠. 대충대충 사는 저에 비해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꼼꼼한 여자라는 점도 아주 매력이죠. 그러나 단점이라면 예민하다는 점이에요. 전엔 송곳이었다면 지금은 부지깽이처럼 좀 무뎌졌지만, 아무튼 이런 아내에게 제가 그림 비평을 인정사정없이 해대곤 했어요. 그러니 다툼이 없었을 리가. 오해는 마시라. 다툼의 날들은 이젠 추억의 잔영으로 남았을 뿐이니까(웃음).”
느티나무를 맨손으로 뽑을 천하장사가 있던가. 불화와 앙앙불락이 없는 부부가 있던가. 홍성규씨의 언설은 자주 아내와의 역사를 술회하는 쪽으로 번진다. 20년 세월을 산골에 살며 그는 자연과 교감하는 도락을 만끽해왔다. 일상의 근로로, 절간의 중들이 비운 발우와도 같은 허심(虛心)의 내공으로, 또는 우슬(牛膝, 일명 쇠물팍)이니 쇠비름 같은 산야초를 장복한 건강생활로, 그는 인생의 저물녘을 훈훈하게 통과하고 있다. 그러고서도 한결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아내라는 고백을 차마 참지 못하고 토설한다.
“아내에게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을 때면 대통령에게 표창장을 받은 것보다 기쁩디다. 그런 아내가 강변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은 또 얼마나 행복한지…. 노년의 부부란 말이죠, 가급적 산골 외딴집에 살아야 합니다.”
졸혼(卒婚)이라는 요상한 잠정적 결탁이 예찬되기도 하는 이 부박한 세상. 그러나 강변에 사는 내외는 정든 오누이처럼 단란하게 어깨를 겯고 산골의 나날을 동행한다. 이는 아마도, 귀촌이 아니었다면 도달하기 어려운 비경이렷다.
>>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 , 등의 저서가 있다.
시니어가 경제적 능력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런 좋은 시니어박람회에는 연령층 가리지 말고 많이 가봐야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본다.
시니어박람회의 경우 시니어와 장애인에게 필요한 제품을 홍보하는 행사인데, 처음 행사를 시작했을 때는 일부 제품들이 조잡하기도 했고 수입 제품은 가격이 너무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하면서도 편리성과 견고함까지 갖춘 제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고, 각종 복지시설과 중․장년 일자리까지 안내하는 등 시니어박람회가 발전하고 있다. 요즘 시니어박람회를 가면 시니어 관련 용품 안내와 소개 등 부스에서 일하는 직원과 봉사자들, 그리고 리포터로 활동하는 분들도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많다. 그야말로 시니어박람회는 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박람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은퇴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 계약직, 기간제 일거리, 임시직 등 가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부끄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기에 이젠 경제력 있는 시니어들이 구경만 하지 않고 자신과 아내, 그리고 장수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제품을 구입하는 등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는 시니어박람회다.
시니어박람회에 젊은 분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제품 구매나 상담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매우 힘든 시니어박람회를 10년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적인 박람회 중 하나인 서울카페쇼처럼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카페쇼에도 시니어 관람객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들 시니어들은 이제 고가의 가정용 커피머신이나 홈카페 도구도 구매한단다. 더 이상 시음 커피만 마시고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는 시니어가 아닌 것이다. 각종 박람회에서 시니어 관람객이 환영받고 있는 이유다.
필자는 센덱스와 같은 행사는 시니어 잡지와 방송 등이 앞장서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니어를 위한 제품, 일자리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되어야 노인 복지가 점점 더 나아지고 시니어 스스로도 참여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편하고 행복해야 자녀들의 인생도 같이 좋아질 것이다. 오는 11월 3일부터 5일까지 킨텍스에서 진행되는 SENDEX에 많은 시니어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하듯 다녀가면 좋겠다.
10월에서 11월은 한창 단풍여행이 이어진다.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는 화담숲이나 아침고요수목원은 물론 여러 곳에 있는 허브랜드와 단풍이 좋은 산을 차를 대절해 단체로 여행가는 계절이다. 필자는 동네 통장이나 부녀회장은 물론 각종 모임에 단체 임원을 많이 맡아 일해본 경험이 있어 여행 꿀팁을 모아봤다.
나이 들어도 한껏 멋을 부린다고 치마를 입거나 구두를 신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여행길에서는 불편한 옷차림이다. 박물관 견학 등 편안하게 다녀오는 장소 외에는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산에 갈 때도 등산화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오래 걸을 때, 딱딱한 도시의 길을 걸을 때도 등산화가 발이 덜 아프다.
대형버스로 이동할 때 휴게소도 아닌데 아무데서나 차를 세워달라는 분들이 꼭 계셔서 서로가 난감할 때가 있다. 요실금 증세가 신경성이나 급박성으로 있는 분들은 여행 당일에는 가능한 한 물 종류를 드시지 않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서는 식사를 한 끼 이상 함께하게 되는데 꼭 건배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분위기상 필요할 때만 건배사를 하는 게 좋다. 보기에는 인격적으로 생긴 분들이 가끔 여성 회원들이 나이가 있어 당연히 이해하겠지 하면서 아주 듣기 거북한 19금 건배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얼굴이 찌푸려지는 일이다.
유난히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목소리가 너무 크고 시끄럽게 해서 함께 여행간 분들이나 맛집에서 눈총을 받는다. 같은 팀의 다른 자리에 계신 분들이나 다른 모임에서 오신 분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안 좋은 일에 휘말려 함께 간 여행객들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
요즘은 친한 모임에서도 초상권 운운하면서 사진을 함부로 찍거나 영상을 찍는 것을 안 좋아한다. 사전양해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람을 줌으로 당겨 무작위로 촬영모드에 들어가는 분들이 꽤 많다. 분위기상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따지고 드는 다른 여행객 일행들을 만나면 같이 간 사람들이 아주 힘든 상황이 된다. 사전양해 없이 얼굴이나 영상을 막무가내로 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식사시간에 술을 주문해서 드실 때 폭음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놀러가셨다가 폭음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자녀들이 단체나 운영자에게 큰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누군가 폭음할 경우에는 자제시켜야 한다. 이러한 책임은 함께 간 모든 분들에게 있다.
노래방으로 이동해 나들이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 차례가 왔을 때 분위기를 위해 한 두곡 부르는 것이 좋다. 노래를 잘 못 부른다고 생각하는 분은 무난한 곡, 예를 들어 모두 잘 아는 ‘만남’이나 ‘개똥벌레’같이 함께 부르기 좋은 곡을 평소 알아두었다가 부르면 좋다. 노래방에서는 무조건 안 한다고 빼지도 말고, 남이 노래하는데 눈치도 없이 마이크 하나 더 있는 것 집어서 함께 부르지도 말아야 한다. 함께 부르기를 청할 때 외에는 잘 들어주고 호응해주는 것이 매너다. 또 상대방이 노래하는데 본인이 노래할 제목을 찾느라 책만 들여다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배려가 없는 행동이고, 누군가의 기억에 안 좋게 남는 행동이다.
부디 즐거운 여행을 할 때마다 매너 있는 행동으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상대방 기억 속에 남기기 바란다.
최근 걷기 운동을 하면서 서울에 가볼 만한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가본 곳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새로 알게 된 곳도 많다. 이런 곳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다니면 관람시간을 배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 입장료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입장료가 아주 비싸지 않으면 간 김에 관람을 하는 것이 좋다.
서울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대부분 강북에 위치해 있다. 신흥도시인 서초구, 강남구는 그래서 삭막한 동네다. 강남은 경부고속도로가 생긴 후 새로 형성된 도시라서 역사도 당연히 없겠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짓기에는 땅값이 너무 비싼 것도 문제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려면 시간을 얼마나 잡을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마음먹고 제대로 돌아볼 생각을 하고 나왔다면 한나절 정도의 시간이면 큰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때는 작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좋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큰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둘러보고 싶다면 독립문역 서대문형무소, 이촌역 중앙박물관 및 한글박물관, 삼각지역 전쟁기념관, 한강진역 리움미술관, 풍납토성역 한성백제박물관 등을 추천하고 싶다. 경복궁역 서울역사박물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도 규모가 크다. 시청역 근처 서울시립미술관도 있다. 전철로 가기에는 경복궁역에서는 좀 멀지만 부암동 서울미술관도 가볼 만하다. 월드컵공원역에서 30분은 걸어야 하는 박정희기념관도 그렇다.
작은 박물관으로는 경복궁역 경찰박물관, 농업박물관, 경교장, 동아일보 신문박물관, 동대문역 한양도성박물관, 청계천박물관, 제기역 한방박물관 등이 있다. 양재시민의숲역 윤봉길기념관, 강서 쪽에는 허준박물관도 있다. 인사동에는 작은 미술 전시회들이 상시 열린다.
박물관은 귀한 자료를 한 곳에 모아놓은 곳으로서 국가나 지자체가 만들기도 하고 개인들이 희사해서 만들기도 한다. 역사가 있는 민족이라면 당연히 박물관이 많아야 한다. 미술관도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전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귀중한 장소다. 작품 감상을 제대로 하려면 전시 관련 홍보물이나 작가소개 등을 미리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너무 빨리 변하고 바뀌는 세상이라 그런지 요즘 사람들은 멀쩡한 물건들도 주저 없이 내다버린다. 구식이라거나 공간을 차지한다는 게 이유다.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에서는 공간 활용이 빤하기 때문에 옛 물건들을 무작정 쌓아둘 수 없어 버리기도 한다. 다듬잇돌 등과 같은 옛날에 흔하던 물건은 다 내다버려서 이젠 골동품에 속한다. 혼수용품으로 집집마다 있던 재봉틀도 사라진 지 오래다. 옛 물건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옛것들을 그나마 볼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다. 생활 속에서 친숙하게 봐왔던 것을 보는 시니어들과 어디에 쓰는 용도인지도 모르고 보는 젊은 세대들과 관람하는 느낌은 다르겠지만 각 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하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올 가을에는 산책과 함께 박물관, 미술관 나들이를 해보자.
외국인 관광객과 쇼핑하는 사람들로 즐비한 서울 명동거리. 북적북적 정신없는 그 거리를 뒤로하고 한적한 남산 꼭대기를 한번 바라보자.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두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재미로’를 발견할 수 있다. 만화를 좋아하는 어린 손주와 함께 간다면 더욱 기분 좋은 나들이가 될 것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로 나가면 만남의 광장처럼 벤치가 있는 작은 쉼터가 있다. 바로 그 가운데 ‘명동 만화의 거리-재미로(ZAEMIRO)’ 지도가 보인다. 명동 퍼시픽호텔 왼쪽으로 들어서 명동 주민센터를 지나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이르는 길이 그려져 있다. 2013년 남산 아래 작은 골목에 조성된 이 길은 건너편 쇼핑거리에 비교해 사람이 많지 않아 산책 삼아 걷기에 한적하고 좋다. 편의점, 미용실, 식당 등 가게마다 간판이나 벽면 등에 만화 주인공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도 캐릭터 조형물이나 만화벽화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부터 추억 속 만화 캐릭터까지 만나볼 수 있다.
1.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용극장으로 국내·외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상영하는 서울애니시네마가 있는 곳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과 관련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획 전시실과, 각종 도서 및 영상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정보실, 애니메이션을 배워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캐릭터 체험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중구 소파로 126, 02-3455-8341~2, 월요일 휴관.
2. ABC문방구
‘재미로’는 걸어서 30분 이내로 둘러볼 수 있는 코스인데, 중간 지점인 ‘ABC문방구’까지 오르막길로 돼 있다. 이만큼 올라오면 재미로 골목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남산이 가장 가깝게 보인다. 학창시절 등굣길에 문방구에 들렀던 추억을 되새기며 한 번쯤 들어가 장난감과 학용품 등을 구경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손주와 함께 갔다면 잠시 쉬어갈 겸 기념 삼아 작은 선물을 사주는 것도 괜찮겠다.
3. 재미랑
만화 박물관 ‘재미랑’은 지하 1층 코믹극장, 1층 안내·판매 숍, 2층 전시갤러리, 3층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눈여겨 볼 곳은 맨 위층 만화다락방과 옥상정원이다. 마루처럼 꾸며진 만화다락방에서는 신발을 벗고 편하게 만화책을 읽을 수 있고, 옥상 정원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골목 전경을 구경하기 좋다.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42, 02-779-6107, 공휴일·월요일 휴관.
4. 웹툰공작소
다양한 웹툰 관련 상품을 둘러보고 구입할 수 있다. ‘아이언맨’, ‘슈퍼맨’, ‘원피스’, ‘드래곤볼’ 등 인기 캐릭터의 피규어를 전시해 놓은 공간을 찾는 마니아가 많다고 한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태블릿으로 직접 웹툰 그리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더불어 피규어, 핀버튼 만들기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24, 070-7796-7086, 월요일 휴관.
5. 남산커피집
편안한 분위기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드립커피 전문점이다. 바리스타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카페 왼쪽으로 나가 서울애니메이션센터로 향하다 보면 한국대표만화 40선 캐릭터가 그려진 옹벽이 눈에 띈다. ‘공포의 외인구단’, ‘꺼벙이’, ‘맹꽁이서당’ 등 반가운 그림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57, 02-776-6580.
맹위를 떨치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이제는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해 준다.
그래도 아직 한낮은 무더운데 이렇게 햇볕이 쨍쨍해야 곡식도 잘 여물고 수확의 기쁨을 안겨 줄 테니 감사한 더위이다.
오늘은 정책기자단에서 한국 소비자원 견학을 하기로 한 날이다.
오전에 잠시 빗방울이 흩뿌렸지만, 곧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나들이 가는 것처럼 들뜨고 즐거웠다.
한국 소비자원은 원래 용산에 있다가 2년 전 충북 혁신도시인 음성으로 이전하였다.
20여 명의 정책 기자와 담당자가 서울역에서 모여 대형버스에 올라 목적지로 가는데 여러 기자님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소풍 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 필자도 덩달아 흐뭇했다.
2시간여 달려 도착한 혁신도시 음성의 소비자원 청사가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소비자원의 명칭은 원래 소비자보호원이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닌 큰 목적을 가지고 있어 보호라는 단어를 제외했다고 한다.
1980년대 들어 국내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입장인 각종 문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점차 강해졌다.
정부는 소비자 보호를 주요 정책과제의 하나로 채택해 1980년 1월 소비자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 활동을 법률로 보장하기 위해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비자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담기관이 없어 소비자는 여전히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는데 이에 정부는 소비자 보호법을 개정하여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설립근거를 마련했다.
한국 소비자원은 소비자 권익향상을 위해 소비자 정책연구, 거래 및 안전조사, 시험검사, 피해 구제 등 소비자 정책 시행기관으로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늘 정책기자단에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팁으로 명절을 대비한 식품안전 및 국내, 국외 여행 피해 예방 정보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추석 연휴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여행이 급증하는데 여행상품에 대한 많은 소비자 불만과 피해가 신고 되고 있다 한다.
필자도 10월 중 일본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어린 손녀, 손자와 함께하기 때문에 패키지로 가긴 어려워 자유 여행을 하기로 했다.
물론 아들 며느리가 알아서 예약도 하고 계획도 짜겠지만, 설명을 들으면서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체크해 보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식품안전은 매우 중요한 일상이므로 관심이 컸다.
먼저 불량식품의 위해 정보를 수집한 후 실태조사를 하고 시험검사국에서 안전성 여부를 실험하고 위해정보를 평가한 후 정부에 건의해서 리콜 권고와 사업자 시정, 안전경보까지 여러 단계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얼마 전 큰 이슈로 떠올랐던 가짜 백수오 사건이나 혼합 음료를 어린이 키 성장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과대 광고한 업체를 적발하여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의 설립목적은 소비자 권익 증진 시책의 효과적인 추진이고 소비자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을 가졌다.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는 소비자 전문기관으로 핵심가치는 소비자 중심 신뢰와 소통, 미래지향을 들고 있다.
이곳엔 생활용품 평가실, 기능성 의류 평가실, 일반 실험실과 특수 실험실 등 여러 곳이 있었는데 보안유지가 필요하다는 특수실험실의 견학이 흥미로웠다. 흔히 볼 수 없는 특수 마네킹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의류를 실험하고 있었다.
실제로 요즘 기능성 의류가 매우 인기가 있다. 그런 만큼 가격도 엄청 비싸다.
특수 실험실에서는 상품의 땀 흡수와 배출 등 특수기능에 대한 검사를 실행하여 품질 비교 후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 고가의 대기업 제품보다 중소기업제품의 기능이 더 좋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살면서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하지만 상품으로 인해 혹시 억울하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소비자원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안심된다.
소비생활을 하면서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소비에 대한 유용한 정보와 함께 나들이 같은 즐거운 견학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