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나 폐경을 앞둔 중년 여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무엇일까?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해 이들에게 직접 묻고 그 결과를 내놨는데 골다공증이 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폐경증후군과 뇌졸중이 뒤를 이었다. 여성들이 골다공증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뼈가 부서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고, 흔히 걸릴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몸을 더 오래 사용해야 하는 요즘 액티브 시니어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다. 여의도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백인운(白寅運·44) 교수와 함께 골다공증에 대해 알아봤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똑~ 소리가 나면서 부러지는 거예요. 그것도 허리뼈가. 체중에 의해 척추 압박골절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상상만 해도 두렵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뼈가 부러질 수 있다니. 하지만 백 교수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멀쩡하게 진료실에 걸어 들어온 할머니가 척추 압박골절 상태였던 적이 있었어요. 모두 깜짝 놀랐죠.”
여성은 폐경이 주요 원인
골다공증은 말 그대로 뼛속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뼈가 약해져 쉽게 골절이 되는 질환을 의미한다. 노인 골절의 대표적 원인으로 고령화 사회에서는 특히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골 조직, 그러니까 뼈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를 통해 3~4개월 주기로 생성됐다가 사라져요. 나이에 따라 뼈의 양이 달라지는데 일생 중에 30세 전후가 골량이 최대치인 시기예요. 그 나이를 넘어서면 점점 생성보다 흡수가 많아져 뼈가 약해지는데 그 정도가 유독 심해지면 골다공증이 되는 거죠.”
골다공증은 여성에게 훨씬 많이 나타난다. 50세 이상인 경우 남성은 10% 정도 발병하는 반면, 여성은 40%에 이른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골다공증 외에 여성은 갱년기에 나타나는 폐경 후 골다공증도 발생해요. 여성호르몬이 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과 함께 호르몬 생성이 줄면서 뼈흡수가 급속히 진행되어 뼈가 약해지는 거죠.”
이외에도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다른 질환으로 발생하는 증상을 2차성 골다공증이라 하는데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위나 장 혹은 난소 절제술을 받았거나 거식증, 폭식증 등으로 인한 무월경증이 있는 경우, 영양소 흡수장애나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갑상선 기능항진증, 만성신부전증,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경우에도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어요. 또 스테로이드나 갑상선 호르몬, 일부 항암제를 투여받는 환자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잦은 흡연과 음주 같은 생활습관도 매우 위험합니다.”
자각 없어 더 무서운 병
골다공증이 무서운 것은 환자 스스로가 눈치 챌 수 있는 신호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병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어느 날 몸의 어딘가가 부러지면서 알게 된다. 실제로 환자 본인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고. 또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 내외 정도다.
“미리 검사를 받는 것이 좋아요. 보통 여성은 65세 이상일 때, 남성은 70세 이상일 때 검사를 받으라 권고하고 있지만, 아주 건강한 상태일 때의 이야기예요. 내과적 질환 등 위험 요소가 한 가지라도 있다면 조기에 검사하는 게 좋아요. 만약 이 과정에서 정도가 약한 골감소증이 발견되었다면 2년에 한 번, 골다공증이 확진되면 1년에 한 번은 검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골밀도 검사가 그것. 흔히 병원에서 촬영하는 CT처럼 검사 과정도 단순하고 한두 시간만 기다리면 검사 결과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대상자는 5만 원 이하의 검사비만 지불하면 된다. 문제는 뼈가 부러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고관절이다.
“보통 많이 부러지는 부위는 척추, 손목, 고관절이지만 골반이나 갈비뼈 골절도 흔해요.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고관절 골절이죠. 사망률이 24%에 달해요. 고관절 골절은 수술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폐색전증이나 폐렴, 욕창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서 위험해집니다. 고령자는 더욱 그렇고요.”
골절이 발생해 병의 존재를 알게 되어도 쉽지는 않다. 일반인에 비해 뼈의 양과 질이 낮기 때문에 치료가 더디기 때문이다. 뼈가 약해 부러진 부위가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에 또 부러질 수도 있다. 온몸이 유리그릇처럼 다루기 조심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예방·치료하려면 생활습관 바꿔야
백 교수는 골다공증은 예방만큼 좋은 치료가 없다고 강조한다.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약으로 극적인 효과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뼈가 가장 많이 생성되는 30대에 되도록 많이 생성되도록 만드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 이후에도 뼈 생성을 유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칼슘과 비타민D,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죠. 운동도 중요해요. 운동은 뼈를 자극해 뼈 생성을 돕기도 하고, 근육과 균형 감각을 강화시켜 낙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니까요. 골다공증에는 수영보다는 걷기 같은, 체중이 몸에 전달되는 운동이 좋아요. 다만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시니어에게는 걷기를 추천합니다. 걷기를 오래하면 햇볕을 쬐는 시간이 늘어나 비타민D 생성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비타민D는 먹는 약이나 주사를 권하기도 한다. 장에서 칼슘을 흡수하는 것을 돕고 뼈의 무기질 침착을 증진시키는 비타민D를 음식이나 햇볕을 통해 얻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에는 보통 생선이나 달걀노른자, 버섯 등이 꼽히고,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하루 비타민D 섭취량은 400IU다. 칼슘은 1000~1500mg이다. 또 발에 걸리는 물건을 치우고, 조명을 밝게 하는 등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낙상이나 이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신약 보험 적용으로 부담 덜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과 함께 선택되는 치료법은 약물 치료다. 비스포스네이트 계열로 대표되는 골흡수억제제는 골다공증 치료에 가장 중심이 되는 약이다. 그러나 간혹 턱관절 괴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며, 오래 먹으면 골흡수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골형성도 억제하는 부작용이 생겨 다른 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경구제제의 경우 먹는 방법도 까다롭다. 많은 물과 함께 먹어야 하고, 복용 후에는 30분 동안눕지 않도록 한다. 식도에 약이 걸리면 궤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장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날짜를 맞춰 먹어야 하는데 시니어는 깜빡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아예 약 먹기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에는 골다공증 치료 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부갑상선호르몬과 RANKL 단일클론항체 제제가 2016년과 2017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약물치료는 좀 더 쉬워졌다. 부갑상선호르몬은 인슐린처럼 집에서 하루 한 번 주사를 놓으면 되고, RANKL 단일클론항체 제제는 6개월에 한 번 피하 주사로 맞으면 된다. 다만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골흡수억제제로 1년 이상 치료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백 교수는 골다공증은 결국 예방이 제일이라고 강조한다.
“병원에 올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의 뼈 상태를 확인해두시는 것이 좋아요. 정기적인 운동도 잊지 마시고요.”
시니어에게 안전사고는 곧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젊을 때 무릎이 좀 까지고 마는 상황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골다공증 등으로 인해 약해진 뼈가 쉽게 부러지기도 하고, 뼈와 관절에 외상을 입으면 쉽게 낫지도 않습니다. 시니어에게 낙상이 치명적인 이유는 관절에 골절을 입을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운동량이 줄어들면서 근육이 약해지고, 근육이 약해지면 행동반경이 더 좁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안전사고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과 근력입니다. ‘브라보 체조’는 균형감각과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제작해 담았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 건강을 위해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과 공동으로 만든 ‘브라보 체조’는 5070 시니어 세대를 위한 건강 체조입니다. 또 버클리 음대 출신의 작곡가 지담의 참여로, 듣기만 해도 심신이 힐링되는 음악과 함께합니다.
감수 이자호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모델 진민범 인천성모병원 물리치료사
골반 흔들고 기지개 펴기
허리와 고관절을 이완시킬 수 있는 운동이다. 몸을 앞으로 숙일 때는 본인의 허리 상태에 맞춰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상체를 내린다. 골반을 움직이는 과정에선 다리를 굽히지 않고 편 상태를 유지해 충분한 스트레칭이 되도록 한다.
1 양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팔을 바닥 쪽으로 향하게 하면서 허리를 숙인다.
2 손을 그대로 유지하고 양발의 무게중심을 이동해 자연스럽게 골반을 좌우로 움직인다.
3 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뒤집어 팔을 스트레칭하면서 상체를 일으킨다. 4 양팔을 하늘로 향하게 하면서 목과 허리를 쭉 편다.
발뒤꿈치 들기
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굳어 있는 허리를 펴주는 운동이다. 다리를 굽힐 때는 몸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허리는 굽히지 않고 바로 세운다. 양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1 양팔의 하완(손목부터 팔꿈치까지)이 자연스럽게 겹치게 한 후 양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려 기마자세를 취한다.
2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상체를 움직인다.
3 양팔을 X자로 교차시킨 뒤 팔을 힘 있게 내리면서 발끝으로 선다.
4 이때 양팔과 양다리가 모두 이완될 수 있도록 쭉 편다.
동서남북 발 옮기기
몸의 균형감각을 키우는 운동이다. 익숙해진다면 눈을 감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넓고 안전한 장소에서 자신 있을 때만 시도해야 한다. 음악에 맞춰 적당한 속도로 운동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1 허리에 양손을 얹고 준비자세를 취한다.
2 전후좌우 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겼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3 양발이 이동할 때마다 무릎을 굽히며 살짝 앉았다가 일어난다.
4 리듬에 맞춰 몸을 늦지 않게 이동시키며 균형감각을 훈련시킨다.
자작나무는 예로부터 쓸모가 많은 나무 중 하나로 꼽혀왔다. 신랑 신부의 두근거리는 첫날밤을 밝혔던 화촉(樺燭)이 자작나무로 만들어졌고, 천마총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수피 위에 그려졌다. 그래도 왜 인기 있는지 묻는다면 수많은 쓸모보다 자작나무의 매력은 역시 외형이 아닐까. 흰옷을 차려입고 굽힘 없이 쭉 뻗은 모습은 마치 고고한 선비를 연상시킨다. 흰 눈이라도 자작나무 숲에 내리면 몽환적인 풍경이 압도적이다. 자작나무 숲 여행은 겨울에 하라고 추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작나무는 참나무목의 큰키나무로 다 자라면 20m가 넘는 높이를 자랑한다. 시베리아나 북유럽, 캐나다 같은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다 보니 국내에선 강원도에서도 평균기온이 낮은 일부 지역에 생식한다.
국내 최대의 자작나무 숲으로 꼽히는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인공적으로 만든 숲이다. 1974년부터 1995년까지 자작나무 69만 그루가 심어졌다. 이 중 일부 지역만 개방되어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새 고속도로로 관광객 늘어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남로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은 최근 서울서 한층 가까워졌다. 얼마 전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거리를 줄여주는 데 한몫했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쯤에서 출발하면 도착하는 데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동홍천 IC에서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인제 38대교 앞 남전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자작나무 숲 입구가 보인다.
실제로 자작나무 숲을 찾는 관광객은 고속도로 개통 이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귀촌했다는 인근 가게 주인장은 “주말이면 수천 명이 찾아요. 관광객이 말도 못하게 많아요. 주변 주차장이 꽉 차서 모자랄 정도니까요”라고 말한다.
자작나무 숲이 유명세를 타는 데에는 방송도 한몫했다. KBS 2TV ‘1박2일’에 소개돼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고, SBS 드라마 ‘용팔이’의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방문을 위한 채비는 필수
자작나무 숲으로 향하는 여정은 ‘원대리 산림감시초소’에서 시작된다. 방문자 명부에 이름을 적고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임도를 따라 걸으면 된다. 초소를 지나 마침 내려오는 관광객 일행과 마주쳐 숲까지 얼마나 걸으면 되는지 묻자 대뜸 아래쪽을 훑어본다.
“그 등산화로는 무리예요. 저 밑에서 아이젠을 대여해주니까 그걸 차고 가세요. 저도 빌려왔어요.”
겨울철 원대리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임도에선 아이젠이 필수다.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빙판을 만들기 때문이다. 등산로 수준은 아니어도 경사가 꽤 심하다. 가능하다면 낙상 예방을 위해 등산스틱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인대리 자작나무 숲까지의 거리는 초소에서 약 3.2km 정도. 산림자원을 위해 개발된 임도라 구불구불한 모습이지만, 2012년 개장 이후 관광객이 늘면서 정비는 잘되어 있다. 도착지까지 두 번의 ‘깔딱고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입구에서 1.5km 지점까지 오르막이 이어져 방문자들의 숨이 거칠어진다. 두 번째 오르막은 도착 직전에 있다.
늘 손꼽히는 아름다운 숲
차가운 공기를 잔뜩 마시면서 걷다 보면 어느 새 자작나무 숲에 도착한다. 커다란 표지판이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려준다.
인공적으로 만든 숲이라서 그런지 다른 수종은 섞여 있지 않다. 자작나무로만 가득 찬 새하얀 숲을 볼 수 있다. 쉽게 상상하지 못할 풍광이다. 만약 주변에 다른 관광객이 없다면 쉽사리 걸음을 내딛지 못할 만큼 나무 사이를 적막이 메우고 있다.
숲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나보다. 이 숲은 지난해 11월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움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인 공존상을 받았다. 또 8월에는 국유림 명품숲으로도 뽑혔다.
이곳 숲은 4개 산책로로 구성되어 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자작나무 코스는 둘러보는 데만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치유 코스는 1시간 반, 탐험 코스는 40분 정도 걸린다. 힐링 코스는 최장거리인 2.4km. 두 시간을 꼬박 걸어야 한다.
흙빛과 갈색이 어우러진 겨울 숲에 익숙한 우리에게 온통 흰색으로 장식된 자작나무 숲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겨울은 집 앞도 나서기 어려운 계절이지만, 용기를 조금만 내어 이 특별한 자작나무 숲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연이어 계속되는 강추위로 인해 몸을 움츠리게 되면서 본인도 모르게 상체를 긴장하게 되는데 이때 허리에 무리가 가기 쉽다. 즉 허리 주변의 근육이 긴장하고 혈관도 수축해 몸은 평소보다 경직된 상태가 되고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불리는 허리 추간판 탈출증를 앓고 있는 분들은 추운 날씨에 통증이 심해지거나 작은 충격에도 추간판 탈출증이 악화될 수 있다.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와 그 뼈대인 척추뼈 사이에 자리 잡은 추간판이 불특정한 이유로 손상되면서 추간판 안의 말캉말캉한 수액이 탈출하게 되고, 탈출한 수액이 주변의 척추신경에 압박을 가하면서 이상이 생기는 질병을 디스크라고 부르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수술치료는 바람직하지 않고 처방하지도 않지만 수술하면 무조건 위험하다는 생각은 디스크 치료를 어렵게 하는 아주 큰 요인 중에 하나다. 이는 비단 디스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질병이든 수술이나 비수술이나 모두 위험 부담은 안고 있다 다만 치료를 하기 전부터 어떤 선입견이나 오해를 갖지 말고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할 수 있는 전문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우신향병원 김연상 병원장은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누가 어떻게 치료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병증이 어떤지, 생활습관이나 직업적 특성은 어떤지에 대해 담당 전문의와 함께 고려해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김연상 병원장은 “환자에 따라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물리치료, 약물치료, 운동치료 등의 치료가 선행된다. 실제로 수술적 치료가 행해지는 경우는 전체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5% 내외지만, 수술이 최후의 방법이긴 하나 비관적인 선택이 아니란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온 이야기일테지만 추간판 탈출증 역시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다. 우리가 흔히 '허리와 목'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척추의 어느 부위에서나 탈출증은 나타날 수 있다. 그 원인은 크게 노화나 외상으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평소 일정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갑작스러운 낙상이나 교통사고 같은 ‘사고’는 예방할 수 없지만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삐끗하면서 시작되는 경우라면 평소 스트레칭을 통해서 근육을 적절히 이완시켜주고 근력을 향상시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루에 한 가지 취미를 즐기면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외국 속담이 있지요. 누구나 현직에 있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을 하거나 취미를 즐기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년퇴직이든 명예퇴직이든, 퇴직 이후 직장 동료나 후배·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인데, 이런 때일수록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보고 경험해보려고 노력하셨겠지요.
이런 면에서 저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3년 전의 일일 듯싶네요. 퇴직 후 동네 공원에 운동하러 갔다가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허리가 아파서 골프운동을 못하게 되어 파크골프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참 잘한 것 같다”는 동네 형님의 말씀에 귀가 솔깃해져 그분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필자도 어깨가 좋지 않아 골프를 쉬고 있었기에 그분의 소개로 파크골프 운동협회에 가입한 이후 지금까지 즐기고 있습니다.
파크골프(park golf)란 골프와 아주 유사한 운동으로 공원 같은 소규모 녹지공간에서 누구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골프게임입니다. 1983년 일본 북해도 마크베츠 강가의 진달래 코스로 7홀의 간이 파크골프장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대한민국 파크골프의 시초는 1998년 진주 상락원 6홀을 시작으로, 2004년 서울 여의도에 9홀을 정식 개장한 한강 파크골프장 이래, 파크골프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그 수요에 발맞춰 파크골프장이 계속 신설되고 있습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에서는 자치구별로 파크교실을 운영하게 하여 무료교육을 실시해왔습니다. 서울시를 예로 든다면 각 구에서 반상회 등 홍보활동을 통해 교육생을 모집, 약 2~3개월(주 1회 또는 2회), 지정된 장소(여의도 한강 파크골프장, 잠실 파크골프장 등)에서 무료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파크골프장은 서울에 5개소를 비롯하여 전국에 총 160여 개소가 산재해 있으며, 9홀을 기준으로 Par 3홀 4개, Par 4홀 4개, Par 5홀 1개로 구성되며, 9홀을 두 번 운동하는 파크골프장이 많이 있으나, 최근 신설되는 파크골프장은 18홀, 27홀, 36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으로 변화·발전되고 있습니다.
Par 3홀 규모는 파크골프장의 시설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티샷을 하는 티잉 그라운드로부터 홀컵까지의 거리가 대략 40~60m, Par 4홀은 70~100m, Par 5홀은 110~150m 정도의 거리이며, 페어웨이 폭은 5~10m 정도입니다.
파크골프는 3세대가 함께할 수 있으며 배우기가 쉽고 공을 치기도 쉬우며 비용도 적게 드는 반면에, 운동은 많이 되며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고 신체에 무리가 거의 없으며 시간이 적게 들어 쉽게 찾아가서 즐길 수 있는 운동이지요.
수년 전 행해진 일본의 어느 대학 연구에 따르면 파크골프 운동의 효과로는, 첫째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사랑을 느낄 때 생성되는 다이돌핀이 왕성해지고, 진통효과가 있어서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으며, 둘째 온몸의 근육이 강화되어 낙상이나 골절이 예방되고, 잔디 위를 걸음으로써 허리나 무릎의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셋째 함께함으로써 고독을 해소하는 데 더없이 좋은 운동입니다.
골프운동을 할 때는 운동할 사람과 골프장을 사전에 예약하는 등 신경 쓸 일이 많고 골프장을 찾아 몇 시간씩 이동해야 하고, 운동 후에는 허리도 쑤시고 갈비뼈와 어깨도 아파서 수시로 한의원을 찾아 치료를 해야만 했습니다. 파크골프 운동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몸이 아픈 데가 없으며, 운동량은 골프 운동이나 파크골프 운동이나 똑같이 잔디 위를 걸으며 동반자들과 대화를 하며 운동을 하니 골프 운동할 때와 거의 유사합니다.
파크골프에 입문하려면 여러 방면의 길이 있는데 첫째 파크골프 인터넷동호회에 가입하여 동호회원으로 활동하기, 둘째 협회에 가입하여 협회회원으로 활동하기, 셋째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고 개인 스스로 활동하기 등이 있습니다. 세상사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듯이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 본인이 결정할 사항이지요.
필자의 경우를 소개해드리면 협회에 가입하여 협회비도 내고 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정기월례대회, 연말대회 등) 또는 전국대회(전국에서 개최)에 나가기 위해 협회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한 협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자격시험에 응시해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일정 자격을 취득한 이후, 강사 또는 심판 자격에 도전하여 자격을 획득한 회원은 강사 또는 대회 심판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협회 회원들 간 상호 친목을 도모하며 생활할 수 있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파크골프와 관련된 단체로서는 (사)대한파크골프협회, 대한파크골프연맹이 있습니다. 필자가 가입한 (사)대한파크골프협회는 2016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통합 대한 체육회 정가맹 단체’로 승인을 받은 단체입니다.
파크골프를 하기 위한 용구와 복장으로서는 파크골프 클럽(채)와 공, 골프 티, 볼마커, 볼 포켓, 모자, 장갑, 골프화, 운동복 등이 필요합니다. 파크골프 클럽은 일반 골프 클럽의 퍼터와 비슷하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파크골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가까운 소속 구청 생활체육과와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에 문의해보시고 그래도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신 분은 (사)전국파크골프연합회 등에 문의하시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숨 가쁘게 근무했던 현직에서 물러나 이제는 취미 하나 정도는 즐기시는 여유와 함께 제2인생을 살아가셔야 우울증 없는, 건강한 삶을 누리시지 않겠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모든 것이 풍족한 날이다. 그러나 이 즐거운 명절은 생각보다 건강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시기다.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이 평소와 달라지기도 하고, 평소에 하지 않는 무리한 자세나 행동도 문제다. 무엇보다 그리 달갑지 않은 그 누군가와의 조우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생각보다 어려운 명절나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 분야 전문의의 조언을 들어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가장 대표적인 명절 질환은 바로 가족이나 친척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이런 지인들과의 스트레스는 일종의 대인공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평소에 고부간이나 동서 간, 시누이와 올케 간 등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관계를 평소에 돈독하게 해 놓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이런 증상은 명절만 피하고 나면 좋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명절이 지나도 앙금은 남게 마련. 이런 앙금들이 쌓이면 되레 큰 감정의 폭발을 부를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해소하는 것이 좋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가족 간의 문제에 있어서는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족 간 문제에 관해 무관심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들어선 안 되죠. 양쪽을 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쪽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간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나머지 가족들은 특정 구성원에게 집안일이 몰리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 가족 간의 서열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 감정만 상하게 만들 뿐이죠.”
기름진 식사 계속되면 담석증 주의해야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고생하며 차린 음식이지만 무작정 폭식하다간 되레 화를 부를 수 있다. 추석에는 송편이나 떡, 갈비찜, 각종 부침 등 기름지고 열량과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들을 먹게 된다. 이런 요리들을 과식하면 배탈이나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 만약 위쪽 배 또는 명치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자주 든다면 담석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를 먹은 후 소화가 잘 안 된다면 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 담즙 속 염분과 콜레스테롤 양이 변하면서 담낭의 운동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담석증은 대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에 따라 우상 복부의 통증이나 소화불량, 황달, 발열 등이 나타난다. 위경련, 급체 등 위장장애와 혼동할 수 있으므로 초음파나 CT를 통해 담석증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담석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담낭염이나 담낭이 터지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수술 상처를 최소화하는 ‘단일공복강경 수술’이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선호된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추석 때 과식을 하거나 배탈이 나면 위장이 예민해져 복부질환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이 많더라도 평소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만 연휴 이후에도 복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면 허투루 넘기지 마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안 하던 집안일 몰리면 관절과 힘줄에 무리
명절이 되면 유난히 날라야 하는 짐들이 많다. 평소에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급하게 들다가는 순간적으로 힘이 가해져 급성요통이 생기거나 척추분리증 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척추분리증은 뼈마디를 연결하는 부위에 결손이 생겨 서로 분리되는 질환이다. 척추분리증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허리 근육을 강화해서 척추뼈를 제대로 잡아 주면 굳이 수술로 뼈를 붙이지 않아도 평생 별 탈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없이 방치하다간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집안일이 늘어 어깨와 손목, 팔꿈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명절 질환이다. 보통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뼈나 관절, 근육의 이상이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힘줄염으로 인한 급성 통증인 경우가 많다. 힘줄염은 손목이나, 팔꿈치, 어깨 등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으로 발생 부위가 관절과 가까워 관절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부평힘찬병원 김태호 원장은 “근육이 수축하면 힘줄을 통해서 뼈로 힘이 전달되고 관절 운동이 이루어지는데, 명절에 지나친 가사노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힘이 가해져 근육이 계속 긴장돼 힘줄을 다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주부들이 명절에 흔히 걸리는 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성묘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철에 흔한 질환인 유행성 출혈열과 쯔쯔가무시병 등을 조심해야 한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잔디에 눕지 않고, 긴소매 옷을 입고 산에 가는 것이 좋다. 농사를 도울 때도 맨발로 논물 속에 들어가지 말고 장화를 신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모처럼 농촌을 방문했다가 벌에 쏘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나무나 땅속의 벌집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고 벌에 쏘인 경우 전신이 붓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밤이나 감을 따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낙상사고도 명절에 빈번한 사고 중 하나다.
여성들의 고질병 수족냉증
명절이 되면 여성들은 앉은 자세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전을 부치는 것도, 수다를 떠는 것도 바닥에서 이뤄진다. 게다가 그 바닥이 차갑다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명절의 이런 환경으로 혈액순환은 힘들어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손발이 차가워져 수족냉증이 야기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수족냉증의 증상은 주기적 또는 지속적으로 두통이나 현기증, 수족의 떨림이 나타나고, 정신적으로는 흥분하기 쉽고, 권태감, 긴장감, 압박감 등이 나타난다.
강남자생한방병원 이상운 원장은 손과 발이 냉하고 따뜻해도 곧 차지는 것을 한방에서는 복부나 허리의 오랜 냉기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수족이 냉해지는 경우는 당귀나 천궁뿌리 말린 것, 혹은 유자를 넣은 물에 목욕을 하면 혈액순환을 높여 냉증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마른 쑥이나 무 잎을 끓인 목욕법도 냉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다만 물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 않은 38~40도 정도가 적당하고, 자주 목욕하기 힘들면 손발을 매일 뜨거운 물에 담가 기혈의 순환을 원활히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러진 치아는 우유에 보관
명절에는 아무래도 육류나 견과류의 섭취가 많다보니 자칫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평소라면 가까운 병원을 바로 찾으면 되지만, 온 국민이 쉬는 추석인데 문을 연 치과를 찾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럴 때 부러지거나 빠진 치아는 물에 씻으면 안 되며, 생리식염수나 차가운 우유 등에 담가 가는 것이 좋다. 우유의 칼슘 성분은 치아 표면의 부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생리식염수가 없다면 젖은 수건으로 치아를 감싸 습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빠진 치아를 혀 밑에 넣고 신속하게 치과를 방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뉴페이스치과병원 정명호 원장은 “치아가 부러졌을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가 부러진 후 치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신경, 턱관절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상태가 심각하다면 응급실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치과는 응급실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각 치과대학에선 치과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명절에 주변에 문 연 약국을 찾고 싶다면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하면 된다. 대한약사회에서는 ‘휴일지킴이약국’(www.pharm114.or.kr) 웹사이트를 통해 명절이나 휴일에 운영하는 약국을 안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처방전 없이 급하게 살 수 있는 의약품의 종류나 의약품의 복용법 등의 관련정보도 얻을 수 있고, 집에 보관 중인 약을 복용해도 되는지 의약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 ‘E-Gen’(www.e-gen.or.kr)도 꼭 즐겨찾기 해야 할 웹사이트다. E-Gen에서는 주변에 급히 찾을 수 있는 응급실이나 병원, 민간 구급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도 운영하는 어린이 병원 정보를 제공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손주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 놓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병원 정보뿐만 아니라 응급상황 대처요령, 자동심장충격기(AED)의 비치 위치나 사용법까지도 안내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세계 26위 규모의 5160여만 명이다. 그 중에서 100세 이상 어르신은 3150여 명으로 ‘100세 장수시대’라고 하지만 인구 1만 명당 1 명도 안 된다. 제일 무서운 병 치매환자는 63여만 명으로 100명당 1 명을 넘어섰고,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다. 하지만 치매는 발병원인과 치료방법이 속 시원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지 못한 치매!
영원히 사실 것 같았던 어머님이 파킨슨병과 치매로 10년 고생하시다가 얼마 전 90세도 못 채우고 영영 하늘로 오르셨다. 낙상으로 골절된 고관절 수술을 받으신 후 치매는 어머님에게 밤손님처럼 슬그머니 찾아왔다. “수술 후 치매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수술을 꺼렸던 주치의에게 통사정하여 수술한 결과였다. 온 가족회의에서 격론을 거쳐 노인 요양원에 어머님을 모셨다.
매주 어머님을 문안드렸다. 세월이 흐르면서 노인요양원은 ‘삶과 죽음, 꿈의 경계가 없는 곳‘으로 느껴졌다. 어머님의 의식이 조금 돌아왔을 때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 내용을 알아듣기 어렵다. 증손주는 오래 전에 잊으시고 손주, 사위, 며느리도 거의 기억하지 못하셨다.
밤중에도 휴대폰을 머리 맡에 두고 있어야 하였다. 지난 15일 새벽 2시 위급상황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며칠 전 여느 때처럼 찾아뵈었을 때가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셨다. 몹시 수척하셨고, 마지막까지 기억하셨던 장남도 거의 못 알아보셨다.
가까이 사는 동생 가족과 함께 부랴부랴 달려갔다. 병치레 없이 하늘로 오르신지 몇 십분 되지 않으셨다. 눈도 감지 않고 자식들을 기다리고 계셨다. 조심하여 눈을 쓸어드렸다. 잠시 후 조용히 눈을 감고 편안한 모습이 되셨다.
◇조그만 사고가 만병의 원인이다.
요양원에 갈 때면 가끔 60여 명 입원 어르신들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었다. 이곳에는 장수노인이 많았다. 106세를 최고로 100세 넘으신 어르신 3분을 몇 년 전 여기에서 처음 보았다. 그러나 그분들은 불과 몇 달 사이에 소리 소문 없이 모두 작고하셨다는 사실도 알았다.
올해는 막 100세 되신 분이 최고령자가 되었다. 비교적 건강하셨던 그분의 명패가 몇 달 전에 보이지 않아 물었더니 “얼마 전에 타계하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일은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요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항상 ‘비상전화’가 되었다.
치매 발병은 고령이나 유전이 주된 원인이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요양원에서 만난 보호자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사고’가 의외로 많았다. 골절이나 외상이 없는 낙상, 조그만 외상 등 본인이나 주위에서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작은 사고가 면역력이 약해진 시니어에게 큰 병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사고 예방과 치료를 철저히!
수술로 기력이 꺾이는 경우도 흔히 보았다. 약 과다복용도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미끄러지거나 주저앉는 등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작은 사고를 더욱 조심하여야 한다. 머리를 부딪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치매의 완전한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예방적 노력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대처방법이다. “매년 보건소에서 치매 조기검진을 받으세요.”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시니어에게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77세 현역 극작가 윤대성의 신작 (이윤택 연출·연희단거리패)가 부산 초연에 이어 서울 공연도 성황리에 마쳤다. 이 연극은 치매요양병원에서 벌어지는 치매 노인들의 사랑이야기로,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연극이다. 이에 독자들을 대신해 동년기자단 11명이 서울 공연 첫날이던 지난달 7일 공연장을 찾았다. 연극 관람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치매 환자, 가족, 현실과 연극에서 느꼈던 치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녹취정리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동년기자단 김종억, 김진옥, 박혜경, 백외섭, 성경애, 양복희, 육미승, 이인숙, 장영희, 장원일, 조왕래
-연출가 이윤택이 말하는 연극
는 100% 하고 싶었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이 극을 쓰신 윤대성 선생님은 지금 요양원에 계십니다. 공연 팸플릿에 쓴 ‘작가의 글’을 보면 ‘내가 지금 요양원에 있고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나이든 노부부가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쓰신 글입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치매로 돌아가신 연극계 여성의 구술 증언과 윤대성 선생님이 보내주신 ‘제3병동’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입니다.
-고령화 사회, 시니어 세대에 접어들었지만 치매 소재 연극은 처음
저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지만 부끄러운 게 이 소재를 가지고 공연해본 적이 없습니다. 막상 해보니까 이게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정말 심각한 비극이 될 것 같더라고요. 사실적으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나이 든 분들의 진실과 관련된 문제인데 또 가볍게 갈 수도 없었습니다. 굉장히 힘든 작품이었죠. 조심스럽게 사례조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본 검증을 치매관련 기관에서 받았습니다.
“치매에 대한 예방책이 있을 거 아닙니까?”라고 했을 때 원래 대사는 “없다, 끝이다”였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예방책을 얘기하지만 인간의 의지로서는 이겨낼 수 없는 것이 치매입니다. 그래서 “이제 남은 것은 투쟁이다. 투쟁!”으로 바꿨습니다. “없다”는 말을 “투쟁”으로요. 연극을 만드는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치매에 걸린 당사자들이 이 작품을 봤을 때 불쾌하거나 나쁜 기억을 가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것도 연극인데 너무 한 쪽만을 보여서 연극을 재미없게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현실과 연극, 양쪽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든다는 게 힘든 작업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을 공연하자마자 전국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한 백화점에서는 작품도 보지 않고 전국 순회공연을 제안했습니다. 내용이 고령화 사회이고, 백화점에 오시는 분들이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고 또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죠. 많은 지원은 하지 못하겠지만 전국 순회공연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동년기자단도 오늘 단체 관람을 오셨지만 시니어들의 단체 관람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 이런 연극을 해야겠구나. 정말 시니어를 위한 연극이 없었구나! 문화가 없었구나! 시니어들에게 어떤 공연 문화가 필요할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해피앤딩 대신 따뜻한 이별
이 공연을 하면서 극단과 저의 전략은 ‘없는 희망을 가질 수는 없다. 해피앤드로 끝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은 극 중에서 어르신이 치매로 죽습니다. 죽더라도 아름답게 죽자. 마지막에 여주인공이 “할 말 없지요? 그냥 가세요.”라고 말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 삶의 의욕에 ‘사랑’이라고 하는 묘약을 던져서 기분 좋게 돌아가시도록 하는 정도가 목적이었습니다. 공연을 하면서 제일 두려웠던 것이 실제 시니어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은 나이 드신 분이 보아야 할 게 아니라 치매 노인을 모시는 며느리나 아들, 손자가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연극은 창작극입니다. 그것도 77세 현역 극작가가 진짜 자신의 기억을 갉아 먹어가면서 쓰신 작품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우리는 막을 올려야 했습니다. 좀 거칠지만 우리 창작극의 역사가 100년밖에 안 되지만 창작극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인 동기, 실제로 받아드릴 수 있는 것이 창작극의 매력이 아닌가 하는 심정으로 작품을 올렸습니다. 오늘 저는 보통 서성거리지 않는데 자신이 없어서 문 뒤에 서서 연극을 본 게 아니고 관객을 봤습니다. 관객을 봤는데 모르겠어요. 고등학생에서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하게 오셨는데 어떻게 재미있게 볼 만 했습니까?
김진옥 치매라는 주제를 가지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다뤄주신 것 같아서 아주 좋았습니다.
이윤택 그렇게 보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장영희 이라는 단편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가 최고상을 받았다고 해서 본 적이 있는데 이 작품과 비슷하게 사랑이 찾아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연극이 전달하는 의미가 훨씬 가슴이 와 닿았고요, 굉장히 좋았습니다. 선생님께 묻고 싶은 것은 극중 여주인공이 전혀 기억이 전혀 안 나다가 기억이 돌아온 것인가요?
이윤택 마지막에 긴 독백을 하지 않습니까? 그건 본인의 기억이에요. 그런데 그게 여주인공의 기억이기는 하지만 재창조한 거죠. 기억의 재구성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사실 이 작품이 쉬운 작품이 아닙니다. 구조적으로요. 이게 의식과 무의식을 왔다 갔다 하죠.특히 이 할머니 역할이 굉장히 어려운 역할입니다. 쓰러졌다 울다, 웃다를 반복하죠.할머니의 고향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기본이 되고 그 기억을 밑천으로 남자 주인공이 원하는 기억 속으로 재창조해서 들어간 것입니다. 상상력, 그러니까 창조죠. 그 장면이 이 연극의 압권입니다.
양복희 스토리가 사실은 아니잖아요. 치매 환자는 과거의 기억들을 영롱하게 기억할 수 없잖아요.
이윤택 보통 치매 환자들은 확인해 본 결과 현재 기억이나 현실적인 기억은 잊어버리는 대 신 기억 하는 패턴은 있어요. 그런데 너무나 명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이죠. 치매라는 것이 제 일 안타까운 것은 치매 환자들의 정신이 이중적으로 갈린다고 해요.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을 자신이 안답니다. 기억이 안 나는구나 하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 표정이 너무 힘들어서 연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라고 하죠. 이성이 살아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르는 거죠. 이 이중적 거리 때문에 힘들다더라고요.
육미승 그 흥미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기억을 되살린 것으로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거 같아요. 치매 환자가 잠깐 알아볼 수는 있지만 그렇게 길게 알아보지는 못한다고 들었는데 극적인 흥미를 위해서 그렇게 표현하신 건가요?
이윤택 아까 잠깐 잠깐이라고 하셨는데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지금 치매입니다. 어머님이 이 연극을 보셨어요. 쉽게 말해서 어머님이 이 연극을 이해를 못하세요. 그런데 또 어떤 부분은 이해하세요. 인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연극이 아닙니다. 있어야 하는 현실, 우리가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적인 모델을 만든 것이 연극입니다. 대부분의 치매 환자들이 기억을 망각하고 뭘 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들에게 이런 꿈이 있다, 상상할 수 있고 창조할 수 있다는 가설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극이라는 거죠.
장영희 호스피스 병동 이야기를 다룬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 곳에 들어가면 평균 21일 안에 사람이 죽기 마련인데 어떤 사람이 살아서 나왔다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초반에 나오다 왜 그 사람 이야기를 후반에 쓰지 않았냐고 영화감독에게 물었더니 “쓸데없는 희망을 갖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분을 배제했다”고 답했습니다. 선생님은 치매 환자를 몇 번씩 살리고 기억도 살리셨잖아요?
이윤택 두 가지 개입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한다는 것도 하나의 판단 선택일 수 있죠. 우리 연극에서 기적이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우리는 기 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술의 기능이라는 게 어느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앞에서 말한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아주 현실적인 사고겠죠? 나는 그래도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는 상당히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고 접근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고가 다른 것 같습니다.
정원일 질문 하나하고 소감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까 뒤에서 보셨다고 했잖아요. 관객들의 반응에서 일치된 면과 가장 안 맞아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윤택 안 맞아 떨어진 것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관객들에게 원했던 것은 딴 것은 없고 집중력이었습니다. 관객들이 하품하거나 졸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중이란 면에서 확실했습니다. 그리고 더 알맞았던 점은 조금 웃어줘야 할 때 다 웃어주셨고 조 금 긴장해야할 때 다 긴장했고요. 저는 오늘 관객에 대해서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원일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남녀 주인공이 대화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갈 때 가장 재밌었습니다. 다른 배우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장치를 안 해 놓으셔도 두 분이 치고받는 대사들이 집중력 있고 재밌었다.
조왕래 치매관련 연극이라기에 전철로 2시간 거리인 파주 월롱에서 왔습니다. 치매 전문 봉사자 활동을 5년째 하고 있는데 수많은 치매 환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주로 치매 환 자들 중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연극을 통해 일반인들이 치매라는 병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늘어나게 되면 치 매 환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텐데 건강한 노인이 덜 건강한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 어(老老Care)가 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합니다. 다음에 그런 내용을 연극에 넣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윤택 치매의 원인은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가족에서 온다는 게 있습니다. 연극에서 가족 이 재구성되잖아요. “이 사람이 네 아버지다”라고 하는데 실제 아버지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가족보다도 진짜 진실이 통할 수 있는 가족인 것이죠. ‘외로움이 치매의 원인이다, 치매를 사랑으로 극복해야 한다’가 애초의 주제였습니다.
성경애 많이 울었어요. 엄마가 생각나서요. 엄마가 그렇게 돌아가셨거든요. 너무 생각이 많이 나고 웃다가 울다가 배우 여러분 너무 감사하고요. 오늘 여기 오기를 너무 잘한 거 같아요. 그냥 저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거든요. 너무 애쓰셨습니다. 다 하 나하나 소중하게 다 잘해주셨습니다.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이윤택 오늘 주연 배우 두 명이 다 울었어요. 아까 김철영씨도 울었고 김미숙씨도 통곡을 하는데 연습할 때 평소 보지 못했는데 막 울더라고요. 오히려 울어야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진옥 그런데 실제 치매 환자는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이중인격처럼 극과 극을 치달아요. 편안하게 살았던 사람도 치매가 되면 폭발을 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 이 되는 것을 많이 봤어요. 정말 인품 좋던 분이 정말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뀌는 것도 봤습니다. 너무 잔잔한 것 같은 느낌?
이윤택 그 부분에 대해서 예술적인 동기를 말씀드리면 치매에 대해 불편하게 갈 것인가 하 는 개념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개념에서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1915~1980)의 결핍에 대한 결핍을 채우는 쪽으로 갈 것이냐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오스트리아)로 갈 것이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프로이트적인 것은 ‘치매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파헤쳐서 환자가 그 원인을 알아야 낫는다’는 게 프로이트적인 심리치료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원래 넌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알아버리면 안 된다는 거죠. 오히려 프로이트적인 심리치료가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 났어요. 롤랑 바르트의 방법은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것, 환자들에게 결핍된 부분을 계속 이야기하는 거죠.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점, 추악한 점은 모르게 해라, 계속 좋은 것만 이야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결핍되고 나쁜 것들이 순화된다고 하는 게 롤랑 바르트의 이론이에요. 많은 분들이 치매 환자가 연극에서처럼 곱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정말 리얼하게 보여준다면 치매 환자들은 더 나빠진다는 것이죠. 저 희가 치매병원에 가서 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가서 우리가 이런 공연을 할 때 치매 환자들이 실제로는 막 이러는 사람들도 본인들도 얌전하게 볼 겁니다. 아까 말한 대 로 연극은 현실 그대로가 아닙니다. 연극을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것은 연극 만드는 사람들의 장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뭐 저나 우리극단이의 입장은 너무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약간 조금은 버전 업 시키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박혜경 저는요 사실 크게 잘 모르고 왔어요. 굉장히 무거우면서도 슬프면서도 자신을 성찰 하는 시간이었어요. 저도 시니어 초년생인데 앞길에 대한 생각 자식 생각도 했어요. 어린아이들이 와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연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도 느꼈습니다. 의사선생님도 치매에 걸린 건가요?
이윤택 치매 사례 중에 ’오동추 목사’라는 것을 봤습니다. 의사가 치매 많이 걸립니다. 의사 가 치매 환자라는 설정, 정신과 의사들이 많이 정신병에 걸립니다. 현실을 정신병자 시각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아버님부터 치매로 죽었고, 실제로 ’오 주여’하다가 오동추가 튀어나고는 것이고. 실제 사례였습니다. 결국 치매는 하나님도 도울 수 없는 문 제라는 뜻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의사는 치매요양병원을 자가 운영하던 사람이고 60 대였고 또 딸은 50대였잖아요. 유전이 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관 객 마지막 장면에 의사나 딸 또한 치매에 걸리면서 끝나는데 젊은 사람들도 안전할 수 없다, 남의 일이 아니란 뜻을 보여준 건가요?
이윤택 작가 선생님이 마지막 장면을 중요하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치매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다 하더군요. 서로를 이해하는 세대 간 소통 연극이 돼야 하지 않나. 고령화 사회와 아들 세대, 손자 세대 3세대가 봐야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치매협회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고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불쾌감 혐오를 가지시는 분들에게 이 연극을 통해서 ‘너무 그러지 마라. 불쾌하게 꺼리지 마라. 인간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라고 인식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죠.
장영희 저는 웰 다잉 차원에서 아름다운 마무리, 마침표에 접근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에 “아 무 걱정 말고 가세요”하는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좋은 말로 보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윤택 이왕 죽는 데 “편하게 갑시다”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외 동년 기단 의견
김종억 동년기자
대개의 사람들은 치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다. 연극 는 무거운 주제를 약간은 극적으로 구성해 무겁지 않게 했다. 실상 치매 환자가 극처럼 전개되지는 않는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있을 수가 없다. 실생활에서 한두 번쯤은 치매환자를 겪어보았거나, 현재진행형일 수 있기에 더욱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출자의 말대로 너무 무겁게 전개한다면, 현실적일 수 있으나 보는 이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보다는 너무 가혹한 현실을 인지시키는 일’ 일 수 있다. 는 조금은 밝게 터치해 나가면서 잔잔한 마음의 울림을 가져오기에 괜찮았다. 치매와 관련된 당사자나 가족들이 드러내 놓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기에 그 상황을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안으로 삭이면서 자신의 현상을 괴로워하고 속상해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누구든지 나이가 들면, 올 수 있는 현상으로 자각하고 사회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예방하고 관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백외섭 동년기자
좋은 주제로 열정적인 연기를 한 출연진과 공연준비를 한 제작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남달리 관심이 많은 것은 치매 10년차 노모가 노인요양원에 계시기 때문이다. 한 달에 2번 이상 문안드리면서 어머님을 비롯한 다른 환자의 발병 원인과 병증세가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발병 원인은 연극에서처럼 유전도 있지만, 사고가 의외로 많다. 필자의 모친께서는 낙상에 따른 고관절 수술 후 치매가 천천히 진행되었다. 고령자는 자기가 의식하지 못하는 조그만 사고가 치매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위에서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고령이나 유전으로 치부하고 있다. 다양한 발병 원인을 연극에 가미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증상도 기억력 상실만이 아니다. 이상발작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때는 정상인보다 더 힘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치매를 불치병으로 여기는 현재의 의료 환경에 가슴이 미어진다. 시니어는 부지불식간에 닥치는 낙상이나 상처를 특히 조심하는 등 치매예방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다시 낙상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낙상과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자료 중 하나는 낙상사고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고관절 골절이 환자의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정형외과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환자의 경우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1년 내 사망률이 10.7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관절 수술로 나타나는 거동의 불편함이나 생활반경의 축소가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낙상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윤홍기 원장(연세에이스정형외과)의 도움을 받아 낙상의 위험성을 알아본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홍수미 suming72@gmail.com
낙상은 넘어지거나 떨어져서 몸을 다치는 것으로 특히 시니어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특히 낙상은 연령에 따라 다치는 부위가 다른데,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신체반응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윤홍기 원장은 “낙상사고의 상당수는 손목과 발목, 허리, 엉덩이뼈, 고관절 골절을 유발합니다. 비교적 젊은 50대 이하에서는 넘어지는 몸을 바로잡으려다가 손목을 다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60대부터는 몸의 반응속도가 늦어 허리를 다치는 비율이 높아지고, 70대부터는 엉덩이뼈나 대퇴골 골절이 많아집니다. 심한 경우에는 두개골을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흔히 낙상하면 야외에서 미끄러 넘어지는 것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실내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더 많다. 질병관리본부 2009년 통계에 따르면 주거시설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61.5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도로가 20퍼센트로 그 뒤를 이었다. 시장이나 상점과 같은 상업시설에서도 18.5퍼센트의 사고가 발생했다.
실외보다 집안에서 더 많이 발생
실내에서 이런 사고가 유독 많은 이유로 윤 원장은 ‘어둠’을 꼽았다.
“병원에서 다양한 환자를 경험해 보면, 집안에서 일어나는 낙상사고 중 상당수는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보는 사례는 새벽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다가, 이불에 발이 걸리거나, 화장실 바닥에 미끄러지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연세가 많은 분들에게는 ‘야간등’을 따로 설치하도록 권하거나, 요강을 사용하도록 추천하기도 합니다.”
안과질환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중 백내장이나 녹내장이 대표적이다. 알코올중독도 원인 중 하나.
하지만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50대 이후 여성 호르몬이 저하되면서 골밀도가 낮아져 골다공증의 발병 빈도가 높아지고, 관절염이나 빈혈,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이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관절 골절이 가장 위험
낙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골절 중 가장 위험한 것으로 현장의 의료진은 고관절 골절을 꼽는다. 65세 이상 노인의 고관절 골절의 90퍼센트 이상은 낙상에 의해 발생하고,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의 상당수는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낙상사고가 손목 골절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리나 엉덩이뼈 골절도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고정을 한 후 안정을 취하는 정도로 치료가 끝나지만 고관절 골절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시니어일수록 고관절 골절의 위험성은 높아지는데, 고관절 골절의 경우 상당수는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 비용도 비용대로 부담이지만, 환자의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최근의 인공관절은 기술의 발전으로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수준까지 향상되었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사람의 그것을 대체했다고 하긴 어렵다.
윤 원장은 “고령의 고관절 골절 환자의 수술 후 사망률 연구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였던 환자군은 치매나 만성 신장질환을 앓았던 환자군이었습니다. 이는 생활반경이 좁아졌을 때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결과입니다. 때문에 만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돌봐줄 가족이 없는 경우엔 낙상을 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평소 꾸준히 근력 키우는 운동해야
낙상의 위험성 중 하나는 후유증이다. 생활반경이 좁아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생활의 활력이 없어지고, 근력이 떨어져 다른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또 다른 낙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평소에 낙상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윤 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 개선입니다. 집안 내 생활반경에 발에 걸릴 만한 것을 정리하는 습관이 중요하고, 조명은 가급적 밝은 것을 추천합니다. 높은 곳에 있는 떨어질 만한 물건을 치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 평소에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을 유지하여 낙상을 예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 외부에서의 낙상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도 있다.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 같은 신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 이동하는 동안에는 집중이 분산되는 휴대전화 통화는 삼갈 것을 권한다.
낙상 방지를 위한 안전용품의 활용도 권장하는 방법 중 하나다. 안전한 보행을 위한 실버카(유모차)의 사용이나, 보행기의 활동도 추천하고, 욕실에선 좌변기용 안전보조대를 통해 앉고 일어설 때 의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욕실의 안전매트 사용은 이제 기본이 됐다.
마지막으로 윤 원장은 만약 낙상사고를 당하게 되는 경우 방심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실제로 대퇴골 골절을 당한 여성분이 며칠 동안이나 ‘이러다 낫겠지’하며 내원을 미루다 병을 키워 온 사례도 본 적이 있습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타박상과 골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양영애 인제대학교 교수가 말하는 치매 예방과 치료 전략의 완성
양영애 인제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작년 2013년에 열린 제8회 전자·IT의 날 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는 지난 28년 동안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용구, 고령친화용품, 장애인 보장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것과 복지 IT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최근의 활동에 대한 인정이었다. 한국고령화친화건강정책학회 회장이자 고령자치매작업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 고령화와 치매에 대한 과학적 대안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양 교수는 자신이 바라보는 치매 문제 해법을 위한 전략적 시선을 ‘작업치료’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었다.작업치료사의 진정한 역할과 치매 치료를 위한 다양한 요소의 결합과 종합적 방안을 추구하는 양 교수의 설명을 들어본다.
“치매 환자는 시설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집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우선은 예방이 중요하고,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했다면 중증의 예방이 중요하죠. 모든 걸 예방 중심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양영애 인제대학교 교수는 본인의 어머니도 현재 요양시설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양 교수가 말하는 목소리에 보다 신뢰감을 더하게 만드는 요인인 건 확실했다. 내 가족이 바로 그 당사자라는 것, 그것보다 더 치매 문제에 대해 절실하게 다가가야 할 설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치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집중력 기억력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환자로 하여금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끔 도와줘야 해요. 그리고 치매환자들의 감정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무표정이 되고 무대화가 되는 걸 막아야 해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치매 환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른다
양 교수는 해외 치매 선진국에서 갖춰 놓고 있는 다양한 대처들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다고 지적했다.
“치매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많습니다. 우선 치매 환자가 있다면 집을 ‘치매 환자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어째서 시설이 아니라 집일까? 이것은 치매를 예방 차원에서 바라보는 양 교수의 개념에서부터 시작된다. 치매 예방은 시설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있는 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순차적이고 자연스러운 치매 대책이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치매 환자가 집안에 있게 될 경우 처하게 될 위험한 상황은 곳곳에 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가 위험하게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자동잠금장치가 필요할 것이고 넘어지거나 쓰러질 경우 상처를 입는 걸 막을 낙상 관리 등이 필요하다. 양 교수는 그러한 안전장치들을 외국에서는 부착 장치 등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치매 환자를 위해 집을 통째로 뜯어 고치는 것은 당연히 많은 비용과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치매 환자를 위한 ‘설치형’ 장비들을 통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치매 환자 사고 예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를 바쁘게 만들어라
“치매 환자 관리는 생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치매 환자로 하여금 일상생활을 어떻게 영위하게 해줄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거죠. 한마디로 먹여주는 게 아니라 먹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양 교수의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던 내용이 일상생활 훈련의 중요함이었다. 양 교수가 독일과 일본을 가서 치매 환자가 있는 기관을 가봤더니, 좋고 고급의 기술을 갖춘 기관일수록 환자가 바빴다고 한다. 환자 자신이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그랬던 것이다. 환자로 하여금 주체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문제를 줄이고 병세 개선에도 도움을 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를 그저 누워만 놓을 뿐이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기관은 외형상으론 잘 되어 있는데 질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좋은 기관은 좋은데 안 좋은 기관은 너무 떨어집니다. 이 갭을 줄여서 좀 더 좋은 시스템을 보편화하는 게 좋아요. 서비스가 보다 확대되려면 인력도 보강되어야 하죠.”
양 교수는 요양보호사에게 무작위로 권한을 주는 것이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요양보호사에게 모든 걸 맡긴다고 하면, 평가는 누가 하는지에 대해 되묻는 말이었다. 전문 인력의 현장 부재는 왜곡된 문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양 교수는 그래서 항상 전문 인력을 현장에 끌어들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좋은 교육, 좋은 환경, 일상생활 지도 등등이 시급하다는 게 그녀의 진단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
“일본에서 본 건데 환자들이 페트병에 물을 넣은 걸로 근육 훈련을 하더군요. 독일을 갔더니 오재미로 운동하고 있었어요. 이처럼 마지막까지 감각을 조절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균형이나 평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죠. 또한 수첩이나 달력을 이용해 인지능력을 보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현장에서도 인지훈련이 이뤄지고는 있는데 문제점이 있습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는 거죠.”
양 교수는 치매 환자들의 대인관계와 사회성 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치매 노인을 고독하게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건 치매 치료 분야에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양 교수는 정상인 노인과 치매 노인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부류를 같은 장소에 두게 되면 양쪽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며 치매 환자의 사회성을 추구하자면 지역밀착형 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설과 기관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신속한 환경 개조예요. 환자의 동선을 예측하여 안전을 보장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렇게 되려면 보호자가 환자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므로 보호자 교육도 필요해지는 겁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준비되어야 치매 환자의 사고를 방지하는 게 가능합니다.”
밥 먹이고 잠만 재우는 건 환자 관리가 아니다
양 교수는 외국의 우수 시설을 가면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 체크해서 환자 대처를 한다고 밝혔다. 밥만 먹이고 잠만 재우는 게 요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사람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관이나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세세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옷 입는 법에서부터 목욕하는 것까지 모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해외 치매 선진국에선 안 하는 것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함부로 행해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양 교수는 우리나라 요양 시설 현실을 보면 기저귀가 비용이 비싸다고 하여 자주 안 갈아주고 덧대는 걸 이용하여 더러워진 기저귀를 계속 입게 한다고 한다. 위생상으로나 시설 관리 차원에서나 다소 충격적이었던 이 설명 부분에서, 그녀는 외국의 대안적 사례를 예로 들었다. 양 교수는 기저귀 자체를 되도록 쓰지 않는 편이 좋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그 배변 부분을 환자로 하여금 직접 화장실을 사용하게끔 만든다는 설명이었다. 다시 한 번 그녀가 강조하는 생활적 측면의 지원 및 훈련에 대한 강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치매 환자를 위한 준비는 우리의 미래
지금까지 설명된 양 교수의 치매 환자에 대한 대처법은 하나의 이론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바로 ‘작업치료’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치매에 대한 통합 전략이었다. 작업치료는 목적 있는 활동과 치료 중재를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고 환자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최대화하여 독립적 일상 생활과 사회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정의다. 이를 위해 운동 영역을 키우는 소근육활동으로서의 손가락 운동, 집중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지, 배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화장실 구조의 재구성, 인지재활을 위한 다양한 평가지 마련 등등 종합적인 치매 컨설팅 개념으로서 작업치료가 준비되고 있었다. 다만 컴퓨터 인지재활에 대해선 환자의 기록을 데이터화하여 보다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너무 외국 것을 많이 가져와서 아직 확실하게 신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치매 환자를 위한 준비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미래는 이러한 것들을 얼마나 잘 구축해 놓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다소 거침없지만 논리적인 정책 구상에 조예가 깊은 양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복지용구' 활용 부분과 지역밀착형 치매케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치매특별등급 확대로 인해 요양보호사 교육이 한창인 요즘 방문재활의 전문가가 절실함을 깨닫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