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SF 영화 ‘승리호’가 화제를 모으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주 영화는 시공간의 초월성이 선사하는 공포감과 끝을 알 수 없는 신비로움, 자연에 대한 압도감 등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장르 중 하나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넷플릭스 스트리밍 1위를 달리고 있는 ‘승리호’를 비롯해 함께 비교하며 즐길만한 우주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승리호 (SPACE SWEEPERS, 2020)
SF 장르 불모지인 한국에서 우주 영화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컸다. ‘승리호’는 그 편견을 깬 국내 최초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다. 승리호는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우주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살아가는 승리호 선원들이 엄청난 돈벌이 수단인 ‘도로시’를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반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이곳의 선원들은 ‘캡틴 마블’이나 ‘제다이’처럼 엄청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능력은 없고 갚아야 할 빚만 산더미라 세계 평화보다는 돈이 먼저인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한국인 특유의 악바리 정신과 근면성실함으로 우주에서 먹고사는 모습은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함을 선사한다. 된장찌개부터 화투까지 한국적인 정서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소품도 관람 포인트다. 무엇보다 SF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는 앞으로 개봉할 ‘K-SF’ 영화들에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태극기가 그려진 낡은 우주선이 광활한 우주 한가운데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된 말로 ‘국뽕’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마션 (The Martian, 2015)
‘승리호’에서는 4명의 선원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마션’의 ‘마크’(맷 데이먼)는 혼자다. ‘마션’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대 아레스3가 거대한 모래폭풍을 만나 탐사대원 마크와 교신이 끊기면서 시작된다. 탐사대는 마크가 파편을 맞고 사망했다고 판단해 그를 두고 복귀하지만, 기적적으로 생존한 마크는 물, 불, 산소도 없는 화성에 홀로 고립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며칠도 버티지 못할 상황이다. 하지만 마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주 비행사인 동시에 식물학자인 그는 자신의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로켓 연료의 수소로 물을 만드는가 하면, 화성의 토양에 지구의 흙을 섞어 감자의 싹을 틔워낸다. 그렇게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을 감자로 버티면서 구조대를 기다린다. 그야말로 극한의 환경이지만, 마크는 흥겨운 디스코 음악을 들으며 절망적인 하루를 씩씩하게 버텨나간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마크의 무사 기원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 고난 속에서도 긍정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작품이다.
3. 패신저스(Passengers, 2016)
우주에서 꽃피우는 로맨스는 어떤 모습일까. 재난 영화보다 SF 로맨스 장르를 선호한다면 위의 두 영화 보다 ‘패신저스’가 취향에 맞을 수 있다. 패신저스는 120년 후 개척 행성으로 떠나기 위해 우주선 아발론 호에서 동면중인 ‘짐’(크리스 프랫)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잠에서 깨어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5000여 명이 잠들어 있는 우주선에서 혼자 90년 일찍 깨어난 짐은 새 행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져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때, 우연히 수면캡슐에서 동면중인 미모의 여주인공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발견하고, 홀린 듯이 그녀를 깨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가까워질 무렵, 평화롭던 우주선에 이상이 생기고, 탑승객 전원은 위기에 처한다. ‘우주판 타이타닉’이라 불리는 ‘패신저스’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속도감 넘치는 전투나 액션보다는 우주선에 고립된 설정을 통해 고독과 외로움, 사랑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근원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을 탐사하는 휴머니즘 드라마에 가깝다.
지난해 추석 이후 두 번째 비대면 명절이 왔다. 즐거운 연휴지만, 온 가족이 시끌벅적하게 모이지 못해 적막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자식과 손주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니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은 한바탕 큰 웃음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연휴를 조금 더 연휴답게 만들어주는 코미디 영화 세 편을 추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정직한 후보 (Honest Candidate, 2019)
손목에 차고 있던 고가의 시계를 풀고, 반짝반짝한 구두에서 허름한 단화로 갈아 신은 뒤 사람 좋은 웃음을 장착한 채 선거 유세를 나가는 여자. ‘정직한 후보’의 주인공 ‘손문숙’(라미란)이다. 3선 국회의원인 문숙은 4선을 노리며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온갖 거짓말을 일삼는, 욕먹기 딱 좋은 정치인의 표본이다. 초호화 주택에서 살지만 낡은 아파트에서 수더분한 모습으로 이웃을 만나고, 토론회 도중 민심에 호소하며 가짜 눈물을 흘릴 정도다.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치는데,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진실의 주둥이’ 병에 걸리게 된 것.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이 어느 날 진실만을 말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정직한 후보’는 오늘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위선을 통쾌하게 꼬집는다. 믿고 보는 라미란표 코믹 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2. 내안의 그놈 (Inside Me, 2018)
1997년도 드라마 ‘체인지’부터 2010년 ‘시크릿가든’까지 우연한 계기로 주인공 두 남녀의 몸이 바뀐다는 ‘영혼 체인지’ 설정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꽤 오래전부터 존재해오던 클리셰지만, 영화 ‘내안의 그놈’은 좀 다르다. 주인공의 영혼이 바뀌는데, 청춘 남녀가 아닌 아저씨와 남고생이다. 영화는 괴롭힘을 당하는 고등학생 ‘동현’(진영)이 옥상에서 떨어지다 괴팍한 엘리트 조폭 ‘판수’(박성웅)와 부딪혀 두 사람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본래 성격과 180도 다른 학생의 몸에 들어가 살게 된 판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괴롭혔던 학생을 응징하고, 동현의 인생을 바꿔놓기 시작한다. 유쾌한 설정 속에 숨겨진 반전과 따뜻한 가족애까지 담겨있어 웃음과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다. 특히 느와르물의 대부 박성웅의 이미지를 포기한 듯한(?) 코믹 연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세계’일 것이다.
3. 탐정: 더 비기닝 (The Accidental Detective, 2015)
영국에 셜록 홈즈, 프랑스에 아르센 뤼팽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미제살인사건 카페 운영자 겸 만화 카페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출신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있다. 홈즈와 뤼팽이 그 반열에 끼워줄지 모르겠지만, ‘탐정: 더 비기닝’의 주인공 두 사람의 추리 실력도 꽤 수준급이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태수 친구 준수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자,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두 사람이 비공식 합동추리작전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형사 뺨치는 추리력을 가졌지만 어딘가 헐렁한 구석이 있는 대만과 그런 그가 성가신 태수의 티격태격한 ‘캐미’가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를 다 보았다면 2018년 개봉한 ‘탐정: 리턴즈’ 시리즈를 이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코믹 연기의 대가 배우 이광수가 합류하여 한층 더 색다른 재미와 스릴을 선사한다. 온라인에는 이미 1편보다 더 재미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거짓으로 말을 꾸며내거나 타인을 속인다. 때로는 상대방을 위해서, 때로는 자신을 위해서다. 사소한 거짓말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더 큰 거짓말을 부른다. 거짓이 거짓을 부른 대표적인 사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처럼 말이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거짓과 허구에 관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 2002)
허술한 위장과 입담, 재치만으로 신분을 속이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남을 속이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140만 달러가 넘는 위조수표를 가로채며 온갖 사기를 벌였던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를 뒤쫓는 FBI 최고요원 ‘칼’(톰 행크스)의 이야기를 담는다. 프랭크의 재능은 깻잎부터 돋보인다. 그는 새 학교에 전학 온 첫날, 선생님 행세를 하며 전교생을 골탕 먹인다. 이후 부모의 이혼으로 집을 나온 프랭크는 본격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다. 기자를 사칭해 항공사의 허점을 알아낸 뒤 조종사로 위장하고, 소아과 의사와 검사로 위장 취업을 한다.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이야기 같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1960년대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프랭크의 교묘한 위장 솜씨가 러닝 타임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2.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주인공이 주변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면, ‘트루먼 쇼’는 반대로 주인공이 모든 이들에게 속는다. ‘트루먼 쇼’는 평범한 보험회사원 ‘트루먼’(짐 캐리)이 모든 것이 연출된 TV 쇼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가다 점차 자신의 일상에 의심을 품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트루먼은 자신을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전 세계가 지켜본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회사도 허구, 가족과 친구도 고용된 배우다. 인생이 통째로 몰래카메라인 셈이다. 속고 속이는 영화 중 가장 스케일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방송국의 실수로 기이한 일을 연이어 겪고, 마침내 자신이 속한 세상이 ‘쇼’라는 것을 깨달은 트루먼은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온갖 방해 공작에 맞서기 시작한다. 짐 캐리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그의 탈출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 위험한 만찬 (Nothing To Hide, 2018)
신분을 속이고, 한평생 살아온 인생을 부정당하는 것만큼 아찔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배반은 그와 비슷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 누군가에 의해 탄로 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 ‘위험한 만찬’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는 당연한 전제를 자극적인 설정으로 꼬집는다. 오랜만에 성사된 커플 모임 날, 저녁을 먹는 동안 서로의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공개하는 아슬아슬한 놀이를 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처음엔 일종의 장난이었지만, 알림이 울릴 때마다 하나 둘밝혀지는 장난 같지 않은 이야기에 분위기는 점점 싸해지고, 마침내 열려버린 판도라 상자는 거짓된 관계에 파장을 일으킨다. 누구나 한 대씩 갖고 있는 휴대전화로, 누구에게나 있는 비밀을 폭로한다는 설정인 만큼 몰입하며 볼 수밖에 없다. 2018년 개봉한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과 비교하며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한때 우리는 자유롭게 예술을 향유했다. 해외 유명 박물관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원화를 감상하는가 하면, 그들이 생전에 살았던 지역을 거닐며 온몸으로 그 분위기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독한 코로나는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움마저 빼앗아갔다. 하늘길이 막힌 지 1년, 이따금 전 세계 문화 창고를 자유롭게 누비던 그때가 그리워진다면 집에서라도 분위기를 내보자.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유럽의 예술과 낭만이 흐르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러빙 빈센트 (Loving Vincent, 2017)
우체국장 ‘룰랭’(크리스 오다우드)이 아들 ‘아르망’(더글러스 부스)에게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그의 동생 테오에게 전해 달라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반 고흐가 생전 머물렀던 마을에 도착한 아르망은 그곳에서 반 고흐의 주변인을 만나고, 그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러빙 빈센트’는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로토스코프’ 기법을 활용해 제작됐다. 로토스코프 기법은 실제 영상 이미지를 한 프레임씩 그려 만화화하는 방법이다. 이 영화에서는 100명이 넘는 화가가 반 고흐의 화풍을 재현하며 6만5000여 개의 유화를 10년에 걸쳐 그려냈다. 생전에는 단 한 점만의 그림을 팔았지만, 죽은 뒤에야 그 능력을 인정받게 된 반 고흐의 고독한 삶을 자신이 직접 그린 듯한 유화들로 만나볼 수 있다.
2.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약혼자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온 시나리오 작가 ‘길’(오웬 윌슨)이 홀로 밤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한 계기로 1920년대 파리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파리의 예술적 황금기를 동경했던 길은 홀린 듯이 들린 술집에서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피카소 등 거장을 만나고, 매일 밤 꿈같은 야행을 즐긴다. 영화는 주인공처럼 지나가 버린 시대를 예찬하듯 파리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조명하지만, 시대 속 인물의 대사를 통해 현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피카소의 뮤즈였던 ‘아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는 ‘벨 에포크’라 불렸던 1890년대를 동경하고, 벨 에포크 시대를 대표하는 고갱은 “르네상스야말로 최고의 시대”라며 당대를 비판한다. 누구나 인생의 호시절을 그리워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지금은 아닌지, 이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3.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2003)
미술적인 재능을 갖고 있지만 이를 펼칠 기회가 없었던 ‘그리트’(스칼렛 요한슨)가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콜린 퍼스)의 집에 하녀로 취직하고, 그의 뮤즈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소녀와 이를 세기의 걸작으로 탄생시킨 페르메이르 간의 매혹적인 사랑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펼쳐낸다. 여기에 믿고 보는 두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의 섬세한 연기력이 몰입도를 높인다. 실제로는 그림 속의 소녀가 누구인지, 귀족도 아닌 수수한 옷차림을 한 소녀가 어떻게 캔버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영화는 신분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사랑과 열정을 통해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소녀가 진주 귀걸이를 착용하고 캔버스 뒤에 서는 순간을 흥미롭게 담아낸다.
머릿속에 제목을 떠올리면 줄거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더라도 특정 색깔이나 톤, 분위기 같은 부수적인 요소들이 곧바로 연상되는 영화가 있다. 미장센이 잘 표현된 작품이 주로 그렇다. 이런 영화는 러닝타임이 끝나고도 여운이 남고,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관람한 것 같은 시각적 충만함을 준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문화 충전이 필요한 독자를 위해 수려한 미장센으로 영상미가 극대화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대부호 ‘마담 D’(틸타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머무른 후 의문의 살인을 당하고, 그녀의 유산인 ‘사과를 든 소년’ 그림을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스)가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그린다. ‘미장센의 장인’이라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강렬한 분홍빛 색감과 정확히 계산된 구도, 아기자기한 소품 등 영상미가 돋보인다. 다층의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시대가 변할 때마다 화면 비율도 함께 바뀌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환상적인 호텔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통해 영광의 순간을 누렸던 시대의 몰락을 극적으로 담아낸다.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앤더슨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문라이즈 킹덤’도 볼 만하다.
2.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임시 주거지 ‘매직캐슬’에서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미혼모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딸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린다. 디즈니월드의 화려함 속에 가려진 소외 계층의 암울한 현실을 ‘매직캐슬’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역설적으로 풀어낸다. 무니의 삶은 얼핏 보면 한 편의 동화 같다. 연보랏빛 건물과 그 위를 수놓은 무지개는 동심을 나타내는 것 같고, 디즈니랜드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길 한 번만 건너면 도착하는 디즈니랜드는 영영 갈 수 없고, 밥값을 위해 가짜 디즈니랜드 표를 구해 사기를 치며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는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의 이면을 밝은 톤으로 찬란하게 묘사한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영상미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3. 쉘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 1964)
1957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우산 가게 일을 하는 아가씨 ‘쥬느비에브’(까뜨린느 드뇌브)와 자동차 수리공 ‘기’(니노 카스텔누오보)의 애틋하고 달콤한 사랑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프랑스 누벨바그 세대를 대표하는 자끄 드미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 ‘라라랜드’에 큰 영향을 줄 만큼 뮤지컬 영화계의 고전이자 수작으로 꼽힌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파스텔 색감의 배경과 의상과 소품 등이 까드린느 드뇌브의 인형 같은 미모와 만나 환상적인 합을 이루고, 대사 없이 오직 노래로만 극을 진행하는 송스루 형식을 취해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한다. 몇십 년 전이었다면 주인공들의 스타일링이 다소 촌스럽다고 느꼈겠지만, 돌고 도는 유행에 지금은 오히려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영토는 잃을지 몰라도 결코 시간은 잃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위대한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남긴 명언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적이며,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특히 나이가 들면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도 귀해진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눈앞의 일을 정신없이 처리하다 보면 하루는 물처럼 빠르게 흘러가고 시간의 소중함은 금세 잊히고 만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타임 슬립’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팀’(돔놀 글리슨)이 인생에서 바로 잡고 싶은 순간이 생길 때마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팀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의 어설픈 데이트 날, 동생 ‘킷캣’(리디아 윌슨)의 교통사고 날 등 되돌리고 싶은 순간을 다시 살지만, 달라진 과거로 인해 현재에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주어진 능력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교과서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 등을 연출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을 더욱 로맨틱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특히 결혼식 날 두 남녀가 웃으며 빗속을 뛰어가는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계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2. 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2007)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상륜’(주걸륜)이 새로 전학 온 예술 학교의 낡은 음악실에서 신비로운 소녀 ‘샤오위’(계륜미)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철거 예정인 음악실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을 이어나가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애틋함을 자아낸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지만, 동시에 클래식 마니아를 가슴 뛰게 한 음악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는 쇼팽의 에튀드 중 ‘흑건 백건’을 편곡해 만든 곡부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모티브로 한 ‘두금삼’ 등 고난도 연주곡이 등장하는데, 모두 주걸륜이 직접 연주했다고 알려진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더불어 대만 첫사랑 영화 특유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3.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Will You Be There?, 2016)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과거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의료 봉사 활동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한 ‘수현’(김윤석)이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10개의 알약을 답례로 받으며 시작된다. 호기심에 알약을 먹은 수현은 잠에 빠지고 30년 전으로 이동한다. 한편 1985년 오래된 연인 ‘연아’(채서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젊은 수현’(변요한)은 길가에 쓰러진 남자를 발견하고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띄는 이 영화는 전 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의상과 음악 등이 시대의 감성을 재현하고 향수를 자극한다.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새해가 되었다고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게임 속에서 ‘리셋’ 버튼을 누르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듯 1월 1일부터는 새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지난해 모두가 고생한 만큼 올해는 희망찬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보면서,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버킷리스트 (The Bucket List, 2007)
병상에서 만난 두 노인 ‘카터’(모건 프리먼)와 ‘잭’(잭 니콜슨)이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죽기 전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평생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죽음 앞에서는 공평한 두 사람이 병상을 박차고 나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버킷리스트를 이뤄나가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할리우드 노장 배우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이 영화로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대중화되면서 평생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는 문화가 확산됐다. 새해를 맞아 뜻깊은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영화를 보며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iness, 2006)
한물간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와 어렵게 살아가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가 절망 끝에서도 행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군분투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무일푼 노숙인에서 무급 인턴으로, 자산관리회사 ‘가드너 앤 리치 컴퍼니’의 CEO로 거듭난 월가의 신화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쪽잠을 자고,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의 열쇠를 찾아낸 가드너의 굴곡진 삶이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절절한 부자 연기로 극대화된다. 영화 후반부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가드너가 카메오로 등장하니, 두 눈 크게 뜨고 집중해서 시청해보자.
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16년째 잡지사에서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사진 에디터 ‘월터’(벤 스틸러)가 잃어버린 잡지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 매일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시간을 보내던 월터는 여행지에서 자신의 상상들이 현실로 이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상어와 싸우고, 폭발 직전의 화산으로 돌진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 월터는 현실로 돌아와서도 더이상 상상에 갇히지 않고 상상을 눈앞의 현실로 이뤄나가며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 산맥 등 대자연을 넘나들며 성장해나가는 월터의 환상적인 여정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설레는 크리스마스다. 예전과 같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떠들썩하게 보낼 순 없지만,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가족과 담소를 나누며 오붓하게 즐기는 성탄절도 충분히 로맨틱하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집콕’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더해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클라우스(Klaus, 2019)
우정공사 총재를 아버지로 둔 ‘금수저’ 재스퍼는 교육 기간 중 우편물 분류도 엉망으로 하고, ‘취급주의’가 붙은 물건도 함부로 운반하며 제멋대로 행동한다. 화가 난 아버지는 재스퍼를 북쪽 마을로 보내고, 편지 6000통을 배달하라는 벌을 내린다. 하지만 재스퍼가 도착한 곳은 평범한 마을이 아닌 다툼의 고장 ‘스미렌스버그’. 매일같이 벌어지는 싸움으로 편지 한 장 오갈 일 없는 곳에서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재스퍼는 우연히 산지기 ‘클라우스’ 집에 즐비한 장난감을 발견하고, 동네 아이들을 꾀어 클라우스의 장난감을 준다는 소문을 퍼트린다. 대신 조건은 착한 일을 하고 그 내용을 편지로 쓰는 것. 발칙한 아이디어로 얼떨결에 재스퍼와 얽힌 클라우스는 편지 6000통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는 산타클로스의 기원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산타클로스의 유래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 일화 대신 평범한 산지기 클라우스가 우체부 재스퍼를 만나 산타의 모습을 갖춰간다는 설정이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산타가 착한 아이만 선물을 주는 이유부터 루돌프가 짐꾼이 된 계기, 빨간 의상이 탄생한 배경까지 산타에 관한 궁금증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 완성도를 높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교훈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2. 그린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2000)
크리스마스를 앞둔 후빌 마을. 사람들은 트리를 꾸미고 선물을 준비하며 기대에 부푼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산꼭대기 동굴 속에서 외로이 사는 ‘그린치’(짐 캐리)는 다가올 크리스마스가 영 못마땅하다.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에 심술이 난 그린치는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엉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집사 ‘맥스’와 함께 작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도 잠시, 변장을 하고 마을에 내려온 그린치는 천진난만한 소녀 ‘신디’(테일러 몸슨)를 만나고 신디와 함께 일련의 소동을 겪으며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간다.
영화 ‘그린치’는 사람들의 행복이 못마땅한 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빼앗기 위해 마을로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형형색색 동화 같이 꾸며놓은 후빌 마을의 풍경이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유발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린치를 착실하게 따르는 강아지 집사 ‘맥스’와 순박한 순록 ‘프레드’ 등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도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미운 짓을 골라 하지만, 차마 미워할 수 없는 그린치의 어설픈 악당 흉내가 웃음을 유발한다. 고전 특유의 촌스러운 느낌이 있으나, 바로 그 점이 매력적인 영화다.
3.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
사춘기에 접어들어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 ‘소년’(톰 행크스)은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쉽게 잠들지 못한다. 산타를 기다리며 잘 준비를 하는 여동생의 방을 엿보기도 하고, 백화점에서 산타 분장을 한 이들이 파업을 선언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며 입을 삐죽댄다. 마지막으로 북극에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고 쓰인 과학책을 읽고 난 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잠에 빠진다. 얼마 뒤, 기차의 굉음 소리가 소년의 잠을 깨우고, 집 밖으로 나간 소년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북극행 특급열차 ‘폴라 익스프레스’가 자신을 태우러 온 것. 소년은 반신반의했지만, 기차에 오르고 마침내 북극 산타 마을에 도착해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는 북극행 특급열차를 타고 산타 마을로 여행을 떠난 소년의 이야기로, ‘모션 캡처’ 기법을 최초로 사용한 작품이다. 모션 캡처는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 이를 컴퓨터로 옮겨 재현하는 기술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소년을 비롯해 여러 캐릭터들의 표정과 동작을 생생하게 담아내 사실감을 더욱 높였다. 어두운 밤 설원을 달리는 몽환적인 기차 소리와 산타 마을의 환상적인 풍경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달군다. 손주가 어느 순간부터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한 번쯤 보여줄 만한 영화다.
올 한해 캠핑 바람이 불면서 ‘불멍’(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불멍’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31만 건에 달한다. 심신이 지쳤을 때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듯이, 피로감 가득한 소식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피어오르는 불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집에서도 ‘불멍’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벽난로 영상이다. 벽난로 영상은 불과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오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종류는 ‘벽난로 4K: 가상의 따뜻한 자작나무 벽난로’, ‘벽난로 4K: 탁탁 타오르는 가상의 가정집 벽난로’, ‘가정집 벽난로 영상’, ‘벽난로 4K 브라이트 특별판’ 등 총 4가지다. 넷플릭스 검색창에 ‘벽난로’를 입력하면 볼 수 있다.
제목은 비슷해 보이지만, 나름 콘셉트도 다양하다. 특히 추천할만한 건 ‘가정집 벽난로 영상’이다. 잔잔한 캐럴이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벽난로와 옛날 스타일의 장작 벽난로, 감미로운 연주곡이 흐르는 음악 벽난로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또 가장 최신 버전인 ‘벽난로 4K 브라이트 특별판’은 불의 색깔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네온빛 장작불 영상을 제공한다. 재생 시간은 40분에서 1시간 정도다.
4K 초고화질(UHD) 해상도로 제작된 영상인 만큼 노트북이나 모니터 등을 통해 전체 화면 크기로 재생해두면 꽤 그럴싸하다. 마른 장작이 불에 옮겨붙는 모습부터, 타닥타닥 장작이 튀는 소리, 불길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양새까지 눈앞에 벽난로를 가져다 놓은 듯한 생생한 느낌을 선사한다.
‘움짤’(움직이는 사진)처럼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영상이 아니라 실제 장작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시간감’을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 있다. 영상 초반 바짝 말라있던 장작이 검게 그을어가고, 크기가 점점 줄어들다 잿더미가 되는 모습을 하염없이 보다 보면 종일 ‘불멍’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도 넷플릭스 벽난로 영상 관련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오며 흥미롭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를 접한 이용자들은 "진짜 모닥불 같아서 불멍하기 딱 좋다" "장작 타는 소리와 캐롤을 들으니 힐링된다"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섭게 늘면서 야외활동마저 어려워졌다. 아쉬운 대로 집에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벽난로 영상을 크게 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모닥불을 쬐는 것만큼 낭만적이진 않더라도 추위와 코로나로 꽁꽁 언 마음은 녹일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주거 문화도 바뀌고 있다. 이제 집은 휴식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변하는 중이다. 운동, 업무, 취미활동을 집에서도 해결할 수 있다. 마치 옷을 껴입듯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집이라 해서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이라 부른다. 인테리어 브랜드 ‘한샘’이 최근 발표한 ‘2020 가을 인테리어 트렌드’를 통해 레이어드 홈을 살펴보자.
도움 인테리어 브랜드 ‘한샘’
낮에는 업무, 밤에는 취미
거실 뒤편의 홈오피스는 재택근무자를 위한 공간이다. 화상회의와 업무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듀얼 모니터를 설치했다. 내부에 설치된 알레 선반 시스템은 원하는 대로 모듈 구성이 가능해서 사용이 편리하다. 거실과 오피스 사이에 있는 스마트 글라스는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업무에 집중하고 싶거나,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불투명하게 설정하면 된다. 저녁에는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IoT 기기에 ‘서재 모드’, ‘파티 모드’ 등을 설정하면 음성 명령으로 스마트 글라스, 조명, 블라인드 등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파티 모드로 설정한 공간에서 취미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자.
집 안의 작은 영화관
큰 스크린 화면과 빵빵한 음량, 적막 속에서 마시던 콜라와 달짝지근한 팝콘. 이전처럼 영화관에 가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그 안에서 즐기던 소박한 것들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어찌나 간사한지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빠져 저 그리움들을 잊어버릴 정도다. 다만 영화관 특유의 분위기와 몰입도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둘을 적절히 섞을 수는 없을까? 대안을 하나 제시한다면 바로 거실에 홈시어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음성인식 스피커에다 대고 “영화 보여줘!” 한마디만 하면 스크린, 프로젝터, 조명, 커튼 등을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다. 스크린과 프로젝터, 조명을 천장에 매입한 덕분에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스마트 현관
간혹 도어 록 비밀번호를 까먹어서 난감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도 추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홈 기술 때문이다. 얼굴, 손 정맥 등 생체인식이 추가된 현관 도어 록과 전동 중문은 손을 대지 않고도 열 수 있다. 현관장 내부에는 살균 조명을 설치해 물품을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혹시 밖에서 묻혀왔을지도 모를 바이러스와 세균도 차단해준다. 한샘 관계자는 “생체 인식과 같은 스마트 홈 기술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준비해왔고, 최근 비대면과 위생관리가 화두가 되면서 살균 시스템 같은 위생적 기능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안에서는 홈파티, 밖은 홈가드닝
테라스와 연결된 알파룸이 있다면 어떻게 활용할까? 일단 방 한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을 두고 평소에는 서재로 쓰다가 주말엔 친구들을 불러 근사한 홈파티를 열어보자. 자주 사용하는 와인 잔과 식기류를 수납하는 카페장, 그리고 잡지를 비치할 수 있는 매거진 랙으로 감성적인 연출을 시도해보자. 또 나들이를 자주 못 나가 심신이 지칠 때 위안이 되는 홈가드닝으로 꾸며보는 건 어떨까? 폴딩도어로 이어진 테라스는 홈가드닝 최적의 장소다. 외출이 쉽지 않을 때 이곳에서 햇빛도 쐬고, 계절마다 다양한 화초를 가꿔보자. 파릇파릇한 초록색을 보면 눈도 마음도 정화된다. 한샘 관계자는 “신혼부부를 타깃으로 한 방으로, 향후에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 방으로 쓸 수 있다”고 조언하며 멀티 공간으로서의 확장성을 시사했다.
반려동물도 가족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국내 ‘펫팸족’이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가구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른바 ‘펫테리어’ 시장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면 다용도실에 반려동물 욕실을 마련하거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펫도어 설치를 추천한다. 여기에 반려동물 용품을 정리할 수 있는 펫하우스 수납장을 추가하면 용품 관리가 한결 더 수월해질 것이다. 한샘 관계자는 “작년부터 리모델링 및 인테리어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펫테리어’다. 섣불리 실수요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펫팸족의 증가를 봤을 때 미래에 고려할 수 있는 인테리어 중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집에서 즐기는 브런치
먹다 남은 김치찌개 앞에 자주 앉아 있지만, 가끔은 근사한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거나, 바에서 와인을 한잔하는 여유도 필요한 법. 하지만 코로나19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주방을 홈카페처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일단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구분하자. 다이닝 공간에는 은은한 불빛이 매력인 펜던트 조명을 설치하고 그 아래 원형 식탁을 놓자. 이곳에 카페 수납장과 커피머신, 그리고 편집숍에서 산 빈티지 잔까지 더하면 카페 부럽지 않다. 늦은 아침 가볍게 브런치를 즐기고, 저녁에는 와인을 마시는 홈바로 쓸 수도 있다. 주방 한편에 마련된 팬트리는 대용량 식료품이나 청소용품을 수납하거나 분리수거 존으로 쓰면 된다. 주방이 훨씬 더 깔끔해진다.
내 집에서 언택트 호캉스
호캉스를 즐기기 어려운 요즘, 집 안 침실에 호캉스 분위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호텔은 심미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기능적 요소가 장점이다. 그렇다면 침실도 호텔처럼 이러한 기능성을 갖추면 어떨까? 우선 발코니로 이어지는 입구는 아치형으로 만들어 공간을 부드럽게 꾸미고, 침실 벽면에는 입체감이 가미된 템바보드로 포인트를 준 뒤 무드 조명을 설치해 근사한 호텔형 침실을 만들어보자. 간단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서재와 드레스룸 혹은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홈짐이 있다면 기능적으로 완벽하다. 이 정도면 호캉스도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