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이후 두 번째 비대면 명절이 왔다. 즐거운 연휴지만, 온 가족이 시끌벅적하게 모이지 못해 적막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자식과 손주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니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은 한바탕 큰 웃음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연휴를 조금 더 연휴답게 만들어주는 코미디 영화 세 편을 추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정직한 후보 (Honest Candidate, 2019)
손목에 차고 있던 고가의 시계를 풀고, 반짝반짝한 구두에서 허름한 단화로 갈아 신은 뒤 사람 좋은 웃음을 장착한 채 선거 유세를 나가는 여자. ‘정직한 후보’의 주인공 ‘손문숙’(라미란)이다. 3선 국회의원인 문숙은 4선을 노리며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온갖 거짓말을 일삼는, 욕먹기 딱 좋은 정치인의 표본이다. 초호화 주택에서 살지만 낡은 아파트에서 수더분한 모습으로 이웃을 만나고, 토론회 도중 민심에 호소하며 가짜 눈물을 흘릴 정도다.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치는데,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진실의 주둥이’ 병에 걸리게 된 것.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이 어느 날 진실만을 말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정직한 후보’는 오늘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위선을 통쾌하게 꼬집는다. 믿고 보는 라미란표 코믹 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2. 내안의 그놈 (Inside Me, 2018)
1997년도 드라마 ‘체인지’부터 2010년 ‘시크릿가든’까지 우연한 계기로 주인공 두 남녀의 몸이 바뀐다는 ‘영혼 체인지’ 설정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꽤 오래전부터 존재해오던 클리셰지만, 영화 ‘내안의 그놈’은 좀 다르다. 주인공의 영혼이 바뀌는데, 청춘 남녀가 아닌 아저씨와 남고생이다. 영화는 괴롭힘을 당하는 고등학생 ‘동현’(진영)이 옥상에서 떨어지다 괴팍한 엘리트 조폭 ‘판수’(박성웅)와 부딪혀 두 사람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본래 성격과 180도 다른 학생의 몸에 들어가 살게 된 판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괴롭혔던 학생을 응징하고, 동현의 인생을 바꿔놓기 시작한다. 유쾌한 설정 속에 숨겨진 반전과 따뜻한 가족애까지 담겨있어 웃음과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다. 특히 느와르물의 대부 박성웅의 이미지를 포기한 듯한(?) 코믹 연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세계’일 것이다.
3. 탐정: 더 비기닝 (The Accidental Detective, 2015)
영국에 셜록 홈즈, 프랑스에 아르센 뤼팽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미제살인사건 카페 운영자 겸 만화 카페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출신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있다. 홈즈와 뤼팽이 그 반열에 끼워줄지 모르겠지만, ‘탐정: 더 비기닝’의 주인공 두 사람의 추리 실력도 꽤 수준급이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태수 친구 준수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자,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두 사람이 비공식 합동추리작전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형사 뺨치는 추리력을 가졌지만 어딘가 헐렁한 구석이 있는 대만과 그런 그가 성가신 태수의 티격태격한 ‘캐미’가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를 다 보았다면 2018년 개봉한 ‘탐정: 리턴즈’ 시리즈를 이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코믹 연기의 대가 배우 이광수가 합류하여 한층 더 색다른 재미와 스릴을 선사한다. 온라인에는 이미 1편보다 더 재미있다는 평이 자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