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크리스마스다. 예전과 같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떠들썩하게 보낼 순 없지만,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가족과 담소를 나누며 오붓하게 즐기는 성탄절도 충분히 로맨틱하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집콕’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더해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클라우스(Klaus, 2019)
우정공사 총재를 아버지로 둔 ‘금수저’ 재스퍼는 교육 기간 중 우편물 분류도 엉망으로 하고, ‘취급주의’가 붙은 물건도 함부로 운반하며 제멋대로 행동한다. 화가 난 아버지는 재스퍼를 북쪽 마을로 보내고, 편지 6000통을 배달하라는 벌을 내린다. 하지만 재스퍼가 도착한 곳은 평범한 마을이 아닌 다툼의 고장 ‘스미렌스버그’. 매일같이 벌어지는 싸움으로 편지 한 장 오갈 일 없는 곳에서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재스퍼는 우연히 산지기 ‘클라우스’ 집에 즐비한 장난감을 발견하고, 동네 아이들을 꾀어 클라우스의 장난감을 준다는 소문을 퍼트린다. 대신 조건은 착한 일을 하고 그 내용을 편지로 쓰는 것. 발칙한 아이디어로 얼떨결에 재스퍼와 얽힌 클라우스는 편지 6000통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는 산타클로스의 기원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산타클로스의 유래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 일화 대신 평범한 산지기 클라우스가 우체부 재스퍼를 만나 산타의 모습을 갖춰간다는 설정이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산타가 착한 아이만 선물을 주는 이유부터 루돌프가 짐꾼이 된 계기, 빨간 의상이 탄생한 배경까지 산타에 관한 궁금증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 완성도를 높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교훈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2. 그린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2000)
크리스마스를 앞둔 후빌 마을. 사람들은 트리를 꾸미고 선물을 준비하며 기대에 부푼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산꼭대기 동굴 속에서 외로이 사는 ‘그린치’(짐 캐리)는 다가올 크리스마스가 영 못마땅하다.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에 심술이 난 그린치는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엉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집사 ‘맥스’와 함께 작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도 잠시, 변장을 하고 마을에 내려온 그린치는 천진난만한 소녀 ‘신디’(테일러 몸슨)를 만나고 신디와 함께 일련의 소동을 겪으며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간다.
영화 ‘그린치’는 사람들의 행복이 못마땅한 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빼앗기 위해 마을로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형형색색 동화 같이 꾸며놓은 후빌 마을의 풍경이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유발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린치를 착실하게 따르는 강아지 집사 ‘맥스’와 순박한 순록 ‘프레드’ 등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도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미운 짓을 골라 하지만, 차마 미워할 수 없는 그린치의 어설픈 악당 흉내가 웃음을 유발한다. 고전 특유의 촌스러운 느낌이 있으나, 바로 그 점이 매력적인 영화다.
3.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
사춘기에 접어들어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 ‘소년’(톰 행크스)은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쉽게 잠들지 못한다. 산타를 기다리며 잘 준비를 하는 여동생의 방을 엿보기도 하고, 백화점에서 산타 분장을 한 이들이 파업을 선언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며 입을 삐죽댄다. 마지막으로 북극에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고 쓰인 과학책을 읽고 난 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잠에 빠진다. 얼마 뒤, 기차의 굉음 소리가 소년의 잠을 깨우고, 집 밖으로 나간 소년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북극행 특급열차 ‘폴라 익스프레스’가 자신을 태우러 온 것. 소년은 반신반의했지만, 기차에 오르고 마침내 북극 산타 마을에 도착해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는 북극행 특급열차를 타고 산타 마을로 여행을 떠난 소년의 이야기로, ‘모션 캡처’ 기법을 최초로 사용한 작품이다. 모션 캡처는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 이를 컴퓨터로 옮겨 재현하는 기술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소년을 비롯해 여러 캐릭터들의 표정과 동작을 생생하게 담아내 사실감을 더욱 높였다. 어두운 밤 설원을 달리는 몽환적인 기차 소리와 산타 마을의 환상적인 풍경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달군다. 손주가 어느 순간부터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한 번쯤 보여줄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