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그대로 ‘땅 한가운데’에 바다가 있다는 의미를 지닌 지중해.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 한가운데 라임스톤 보석이 박힌 것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몰타(Malta)’다. 코발트빛과 에메랄드빛의 바다에 풍덩 빠져 있다가 고개를 들면 부드러운 라임스톤의 세계가 펼쳐진다. 복잡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니멀리즘의 미학! 지중해는 수없이 들어본 이름이지만 몰타는 생소하다. 고작해야 제주도의 6분의 1 크기, 인구도 45만 명밖에 안 되는 나라. 이 작은 섬나라에 발을 딛는 순간, “이곳을 모른 채 살았다면 참으로 억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 섬인 몰타와 고조, 아프리카와 가장 가까운 어촌 마을 마샬슬록까지, 지중해의 진수를 만나고 싶다면 몰타로 떠나보자.
164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독특한 역사
시칠리아 섬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고요히 앉은 몰타는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 사이에 떠있는 탓에 영어를 공용어로 쓰게 될 줄은 생각 못했던 것 같다. 1800년부터 무려 164년 동안이나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64년에 독립한 몰타에는 정치·문화적으로 영국의 전통과 시스템이 많이 남아 있다.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공용어로 쓰기 때문에 여행할 때 어려움이 없으며, 한국의 어학 연수생들이 많이 찾는 나라이기도 하다. ‘월드워Z’나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도 유명한 몰타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이 나라만 찾는 여행자보다는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여행할 때 거처 가는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몰타의 국민 96%는 가톨릭 신자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성당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지인들의 여유로움 가득한 미소는 여행자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하다. 몰타가 바다 한가운데 고립되어 있는 탓일까? 국민들이 보수적 성향이 강하며 가족 간 유대도 끈끈해 이혼율이 낮다고 한다. 치안과 위생도 잘되어 있다. 정직하고 깨끗한 국민성은 유럽 내에서도 손꼽을 정도다. 복지도 확실해서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눈만 마주쳐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들. 노부부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해가 지는 쪽을 말없이 바라보는 평화로운 모습은 몰타가 어떤 나라인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의 영화도 있지만 몰타는 이 세상에 노인을 위한 나라도 있으니 한번 와서 살아보지 않겠냐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중세로 떠나는 시간여행, 발레타와 음디나
몰타의 수도이자 7000년 역사를 지닌 요새도시 발레타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역사지구인 동시에 유럽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수도다. 도시 전체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몰타’라는 국가명은 6개 섬 중 대표 섬인 몰타에서 따왔다. 몰타는 수도 발레타가 있는 가장 큰 섬 몰타와 고조 섬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섬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발레타는 행정과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성 요한 대성당과 몰타 기사단장 궁전, 국립고고학박물관이 유명하다. 아름다운 건축물들 사이에선 아방가르드 예술에서부터 전통적인 교회 연회에 이르기까지 연일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보석가게들, 로맨틱한 카페와 레스토랑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옛 수도인 음디나는 중세시대의 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 노블시티(novel city)로 불리는데, 오늘날에는 몰타의 최고 부유층이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중세와 바로크시대의 건축물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는 골목길들은 작은 자동차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다. 이런 도시 구조는 적들이 쏜 화살이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말도 빨리 달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상 어느 것 하나에도 이유 없는 것이 없다. 밤이면 정적에 가까울 만큼 조용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풍겨 ‘침묵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고즈넉한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다.
블루와 라임스톤이 조화된 미니멀리즘 도시
몰타는 크게 두 가지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 하나는 블루와 에메랄드빛 바다이며, 또 하나는 구시가지를 기억나게 하는 부드러운 라임스톤색이다. 두 가지 컬러로 세상을 보여주는 몰타는 단조롭다기보다 정갈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미로 가득한 고조 섬에 비해 몰타 섬은 좀 더 현대적이라고 말하지만 인공미 가득한 세상에서 온 여행자의 눈엔 고조 섬도 몰타 섬도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크리스마스가 임박한 몰타의 풍경. 산타클로스 인형이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려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그 모습만으로도 이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낙천적인지를 알겠다. 매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진지하고 투쟁적인 나라에서 온 여행자는 벽에 매달린 산타클로스 인형을 보며 삶이 매사 그렇게 진지하고 투쟁적일 필요가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몰타의 과거 흔적이 남아 있는 고조 섬
고조 섬은 ‘칼립소의 섬’으로도 불린다. ‘칼립소’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인데, 오디세우스가 아름다운 그녀와 함께 7년을 머물렀던 동굴이 고조 섬 북쪽에 있다 한다. 몰타 섬에서 40분이면 닿는 고조 섬. 그곳으로 가는 페리 안에서 만난 아이들의 쾌활한 웃음은 여행자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맑고 눈부셨다. 그 순간 여행자의 나라에 사는 아이들의 그늘지고 지친 표정이 떠올라 한없이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고조선이라는 이름을 연상시키는 고조 섬에는 이름과 어울리게도(어울리는) 선사시대 유적지 간티야 거석사원이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17세기 고조 섬의 주도(主都)였던 빅토리아 요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작은 성당과 성채(城砦), 아기자기한 카페와 와이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몰타 섬과는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고조 섬 북쪽에 있는 간티야 거석사원은 기원전 3600년에서 3000년경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영국의 스톤헨지보다 100년이나 앞선 것이라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가 얼마나 강대국 우선으로 순위를 매기며 살고 세계 곳곳에 있는지 깨닫게 됐다. 그동안 원조로 알려진 것이 사실은 원조가 아니었다. 알고 보면 역사가 더 깊고 가치 있는 진짜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몰타도 그중 하나다.
현지인들의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마샤슬록 어촌 마을
몰타 최대의 어촌 마을 마샤슬록은 15~16세기에 터키군과 나폴리군이 격전을 벌인 곳이라한다. 알록달록한 무지갯빛의 몰타 전통 배 ‘루츠(Luzz)’가 코발트빛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예쁜 그림엽서를 보는 듯하다. 건물 사이의 네모난 틈새로 보이는 바다가 액자 속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매주 일요일에 최대 수산시장인 선데이마켓이 열린다. 앤티크 상품을 파는 벼룩시장도 인기다.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고조 섬 사람들이 만든 와인에 취해본다. 떠나기 하루 전날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부둣가로 나갔다. 몇 시간이나 우두커니 앉아 사람들이 낚시그물을 걷어 올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 ‘저들은 원래 어부이지 않았는가? 이곳이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이어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이 나라 어부들의 모습에서는 삶의 고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구나.’ 그러면서 다시 바다로 눈길을 돌린다. 바다 속이 훤히 보일 만큼 맑게 출렁이는 바다가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을 보석처럼 반짝이게 한다.
Travel Tip
몰타로 가는 직항은 없다. 보통 두바이를 경유해서 가는데 중간에 키프로스를 경유하기도 한다. 이때 대기시간은 대략 한 시간이다.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가 지난 8일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 오후 2시부터 열렸다. 요즘 한창 인기 높은 TV조선 토크쇼 ‘인생감정쇼, 얼마예요?’에서 자주 보던 이윤철씨가 사회자로 나왔다. 특유의 친근감 넘치는 멘트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우려와는 달리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오후에 콘서트장은 만석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사회자의 소개와 멘트로 첫 번째, 명사 초청강의는 99세의 석학이신 김형석 교수님의 강제(講題) ‘백세로 산다는 것’으로 첫 강의가 이루어졌다. 작년도 헬스콘서트에서도 뵈었는데, 조금도 달라지지 않으신 정정하고 건강하신 모습으로 단상에 오르시는 교수님을 뵈면서 존경의 마음이 무럭무럭 올라왔다.
60세가 될 때까지는 학문에 대한 걱정으로 살았지만 60세가 넘으면서는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는 교수로써 살아야 끝까지 학교에 남을 수 있다. 나만을 위해서 산다는 것은 결국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삶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기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사는 것은 보람이 있다. 나이 먹어서도 건강하게 살 수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독서를 하는 것이 좋다. 정년퇴직을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계기를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님의 연세 99세이지만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좋아 보인다.
이어서 건강강의가 시작되었다. 자생한방병원 원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아이돌 가수처럼 미끈하게 잘 생긴 한창 원장의 강의는 유머와 위트로 즐겁게 해준다. 겨울철 관절건강관리에 대해서 뻔 한 이야기지만 머리속에 콕콕 박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건강을 위해서 지켜야 한 6가지를 풀어준다.
① 담배를 끊어라. 흡연은 치매관계질환에 노출시킨다.
② 술을 줄여라. 지속적인 과음은 뇌건강 질환에 절대 좋지 않다.
③ 체중을 줄여라. 5~15%의 체중을 감량하면 50%의 성인병을 줄일 수 있다.
④ 잘 먹어라. 단백질 섭취와 적절한 운동이 근육을 만들어준다.
⑤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겨울철 운동은 가급적이면 새벽에 하지 말고 낮시간이나 실내운동을 하라.
⑥ 잠을 잘 자야 한다. 하루에 6~8시간은 자는 것이 좋다.
불행은 남하고 비교하는 순간 생기게 된다. 자주 웃고 주변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라.
두 번째 건강강사로 나선 분은 예풍한의원 백태선 원장이다.
백태선 원장은 등장할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의사라고 보기에는 비교적 살집이 풍부하고 남자답게 생긴 비주얼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에 시원시원하게 쏟아내는 ‘겨울철 혈관 건강관리’에 대한 강의는 시니어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혈관 건강의 테마는 세 가지로 암, 심근경색, 중풍이었다.
모든 병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일찍 찾아내어 치료하면 완치율도 높고 치료효과가 좋다. 그러나 혈관 건강은 전조증상이 없다. 혈관이 막혔을 때나 온 것을 안다. 그러니 주기적인 혈관검사를 통해서 예방이 중요하다.
겨울철은 혈관계통의 질환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어떻게 조심할 것인가?
① 겨울철에는 운동을 하지마라.
새벽에 일어나 운동할 때 사고가 많이 난다. 하려거든 낮 시간대 운동하라.
② 과격한 운동을 삼가하라. 혈압이 상승한다.
조절이 가능한 운동, 즉 걷기, 자전거 타기 물속에서 걷기등 규칙적으로
30~40분정도 하는 것이 적당하다.
③ 음식을 골고루 먹어라. 고기도 많이 먹어라.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동물성 지방에 대한 경고차원에서 고기를 꼽는다. 기름을 제거하고 가급적 태우거나 굽지 말고 삶아서 먹되, 많은 량을 먹지 말라는 등의 권고를 한다. 그런데, 백교수님의 강의는 특이했다. 삼겹살도 가리지 말고 많이 먹으란다. 우리는 주식이 고기가 아니기에 가끔씩 먹는 육류는 괜찮다는 말에 모두들 박수로 환호한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어느 날 오후, 헬스콘서트도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실버치어리더들의 깜찍한 율동과 우리 동요 ‘나비야’를 관람하면서 많이 유쾌했다. 촉촉하게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가수 신계행의 ‘가을사랑’이 물씬 가을을 음미하게 해주었다. 가수 김목경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콘서트를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아직도 가을비는 단풍나무위에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가라앉지 않은 헬스콘서트의 잔상이 잔잔하게 머릿속에 맴돈다. 멀어져 가는 가을이 왠지 모르게 아쉬웠는데, 이번 콘서트를 통해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은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브라보! 헬스콘서트!
중장년 세대의 행복한 노후를 응원하는 시니어 공감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사회공헌 행사인 'BRAVO! 2018 헬스콘서트’가 8일 오후 2시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초청 가수 김목경은 '부르지마',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을 열창하며 행사를 찾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레트로는 단순히 오래된, 옛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령 50년째 장사를 이어온 노포와 1970년대 인테리어로 새로 문을 연 식당. 전자는 전통이라 말하고, 후자가 ‘레트로’라 하겠다. 이러한 레트로 콘셉트의 가게들은 중장년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자녀와 함께 데이트 즐기기 좋은 레트로 핫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 익선동 한옥섬을 한눈에 ‘낙원장’
옹기종기 기와지붕 아래 레트로풍 맛집과 아틀리에가 즐비한 익선동 거리. 부티크호텔 ‘낙원장’에서는 골목을 가득 메운 한옥 150채의 전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1980년대 지어졌던 ‘그린필드’라는 낡은 여관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매입,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해 탄생시킨 공간이다. 클래식한 건물 외관과 달리 세련되고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레트로 플레이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객실은 일반뷰와 한옥뷰, 프리미엄 한옥뷰 총 3단계로 나뉜다. 그중 LP플레이어가 있는 한옥뷰 룸을 선택하면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익선동 풍경과 함께 LP음악까지 만끽할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5 숙박비 평일(일~목) 7만~9만 원, 주말(금~토) 9만~11만 원
◇ 아날로그 선율에 빠지다 ‘바이닐 앤 플라스틱’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바이닐 앤 플라스틱(VINYL&PLASTIC)’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음반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음악체험형 공간이다. 노출콘크리트와 나무 소재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입구 왼편으로는 턴테이블이 놓인 긴 탁자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바이닐 앤 플라스틱이 선정한 200장의 LP명반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에서는 클래식, 재즈&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LP음반 9000여 장과 다양한 음향장비를 전시, 판매한다. 2층은 1만6000장에 달하는 CD와 더불어 음악감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 공간으로 꾸며져 여유를 즐기기 좋다.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이용시간 화~토요일 12:00~21:00, 일요일 12:00~18:00 (현대카드 미소지자도 입장 가능)
◇ 한국·태국의 퓨전 레트로 맛집 ‘동남아’
태국요리전문점 ‘동남아’의 입구. 세월이 켜켜이 쌓여 낡은 검푸른색 철문을 활짝 열면 레드벨벳 커튼과 이국적인 샹들리에가 맞이한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 오묘한 식당은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한옥을 개조한 실내는 태국 연회장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로, 동남아 여행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밤을 표현했단다. 메인 홀 외에 공간을 다양하게 나누었는데, 룸마다 강렬한 색감의 독특한 벽지가 눈길을 끈다. 특히 대중탕 욕조(?)를 연상케 하는 앞마당의 테이블은 겨울철 식사를 즐기기엔 다소 불편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인기 메뉴인 꽃게와 커리로 맛을 낸 ‘뿌빳 퐁 커리’와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타이’ 등 현지 셰프가 요리한 다양한 오리지널 로컬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3-6 이용시간 매일 12:00~22:00, 브레이크타임 15:30~17:00(주말 제외)
◇ 도도한 모던걸의 화려한 외출 ‘경성의복’
익선동 골목을 걸어가다 보면 개화기풍의 원피스와 정장을 입은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궁 일대에서 한복 체험을 하듯, 이곳에서는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 레트로 감성을 한껏 즐기는 것이 트렌드. ‘경성의복’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복고 의상과 셀프 촬영을 위한 포토존이 구비돼 있다. 고풍스러운 원피스와 장신구로 치장하고 모던걸이 되어 거리를 누벼보는 것 어떨까?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30길 56 2층 이용시간 매일 10:00~20:00
가격 의상대여(의상·장신구·모자·기타소품) 3시간 3만 원/6시간 4만 원/하루 4만5000원/1박2일 5만 원
◇ 딸과 데이트하는 날엔 ‘경양식 1920’
1980년대 전후, 가족외식 하면 떠오르는 경양식집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 ‘경양식 1920’. 레트로 거리로 유명해진 인선동 골목에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와 함께 올 수 있는 외식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를 꾸미고 추억의 메뉴들을 불러왔다. 24시간 숙성한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실제 방문한 고객들을 살펴봐도 젊은 연인부터 엄마와 딸, 노부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사이드 메뉴로는 1980년대 경양식집에서 맛보던 수프와 멕시칸 사라다(샐러드)를 선보인다. 특별한 날에는 하우스 와인 한 잔 곁들여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17-30 이용시간 평일 12:00~22:00, 주말 11:0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주말 제외)
◇ 뒹굴뒹굴 잠시 쉬어가는 ‘만홧가게’
과거 만화잡지 ‘챔프(CHAMP)’를 비롯해 ‘우주소년 아톰’, ‘스타워즈’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과 그래픽노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평일에 방문한다면 런치스페셜(라면·즉석밥·계란·김치/단무지+만화 1시간, 6000원)로 이용해보자.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33-7 영업시간 11:00~23:00 가격 1인 기준 10분당 500원, 좌석(주말 및 공휴일) 2000원
동년기자가 직접 다녀온 레트로 핫 플레이스
◇ 최원국 동년기자/ 돌고 도는 레트로 액티비티 ‘자이언트 롤러장’
부천의 레트로 명소 ‘자이언트 롤러장’. 방문한 날은 휴일이라 인파가 붐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부천의 ‘자이언트 롤러장’이 유명했는데, 장소는 다르지만 복고풍에 맞춰 추억의 이름을 다시 불러왔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부천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30년 전 롤러를 타던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아이들과 많이 찾는 듯하다. 롤러장의 경쾌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DJ가 있어 음악에 맞춰 롤러를 타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곳곳에 간식을 판매하는 매점을 이용하면 시장기를 해결할 수 있다. 과거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시절의 낭만을 다시 느끼고 싶은 시니어라면 친구 또는 아이들과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위치 경기도 부천시 장말로 376 지하 1층 1일 입장료 성인 1만1000원, 유아~고등학생 9000원 영업시간 평일 12:00~22:00(무제한 이용), 주말 10:00~22:00(3시간 이용)
◇ 윤영애 동년기자/ 시간이 머무는 곳, 우유 카페 ‘희다’
논현동 주택가 골목에 하얀 3층집, 카페 희다. 낮은 계단을 테라스 삼아 나무 소반에 왕골방석이 놓인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언젠가 분명 와본 듯 너무나 친숙한 느낌!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 냄새도 나는 듯하다. 높다란 1인용 앤티크 의자, 사각밥상 테이블, 양은 개다리소반, 자개문양 화장대와 거울, 낡은 찬장과 괘종시계까지. 곳곳을 돌아보며 낡은 물건들에게 속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 있다가 여기로 왔니?’ 메뉴를 보니 우유가 주다. 기본 우유에 커피, 홍차, 말차, 페퍼민트, 미숫가루까지 6가지다. 사이드 메뉴로 옥춘당 때때사탕과 큼직한 레몬 마들렌도 있다.
프런트의 젊은이에게 주문을 하고 대표님이 누구시냐 물으니 본인이란다. 긴 생머리가 멋진 나두리 대표 역시 작년 7월 오픈 이래 가장 연로한 리포터가 왔다며 빙긋 웃는다. 주고객은 복고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고, 우연히 동반한 부모님이 친구들과 다시 와서 단골이 된단다. 대부분의 물건은 나 대표 할머니가 집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것들이다. 때문에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다”는 고객의 평이 가장 맘에 든단다.
느슨한 공간에서 익숙한 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이 콘셉트였다는 나 대표의 의도는 조용한 음악과 소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갓 씌운 백열등, 도자기, 왕골바구니, 낡은 찬장 속 오래된 커피 잔과 유리컵까지 모든 것이 눈에 익어 정겹다.
‘희다’는 기쁘다[喜]와 많다[多], 즉 기쁨이 넘치는 곳 혹은 우유의 하얀 빛깔을 뜻한다. 오래됨과 잘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다. 카페 한편에 ‘검다’라는 글자가 쓰인 화분을 가리키니, 개업 후 “희다인지, 검다인지 카페는 잘돼가냐?” 했다던 아버님의 조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창밖 현관 옆에는 ‘웃다’라는 이름의 화분도 있다. 잠시 후 혼자 들어온 고객은 동네 주민이라며 아이를 기다리다 들렀는데 편안하고 조용하다면서 레트로풍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흡족해한다.
바람 불고 서늘한 가을의 어느 날, 논현동 도심 한복판에서 어릴 적 시골집을 본 듯하다. 500㎖의 대용량 미숫가루우유는 인심만큼 넉넉하다. 남겨온 때때사탕을 구순 노모에게 드리니 어디서 이런 사탕을 사왔냐며 좋아라 하신다. 시간이 멈춘 나만의 비밀 아지트에 다녀온 것처럼 왠지 마음이 따시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주흥15길 16-4층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요즘 갓 개봉한 영화 중 배우 손예진이 출연한 작품이 있어서인지 케이블TV나 종합편성채널에서 그의 영화가 많이 방영되고 있다.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그린 좋은 작품도 있지만, 그러다가 다시 보게 된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영화 한편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손예진을 싫어하게 되었다. 물론 연기를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개인적 생각으로 얄미운 생각이 들 정도로 화가 났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황당한 이야기 전개에 분노를 느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다. 나는 그 작품을 책으로도 읽은 바 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로 아무리 현대인이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자유롭게 살아간다지만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몹시 걱정이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아들만 하나 두어서 남보다 더욱 분개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용은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하고 싶은 남자와 사랑을 느끼면 여러 사람과도 사랑할 수 있다는 자유로운 생각을 하는 여자 이야기다. 예쁘고 애교 많은 ‘인아’를 사랑하는 ‘덕훈’은 끈질긴 구혼에 성공해 결혼하게 된다. 그녀의 자유로운 연애를 받아들인다는 조건을 갖고서다. 남자는 현재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니까 결혼만 하면 생각이 바뀔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의 충격적인 선언을 듣게 되는데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와도 결혼해야겠다는 것이다. 남편은 그 남자와 담판을 지을 것인지, 그녀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므로 반만이라도 가질 것인지 고민하고 슬퍼한다. 결국 아내는 그 남자와도 결혼을 했다. 내 주변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찌할지 매우 화가 나고 걱정스러웠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예전에 우리나라의 왕이나 양반은 일부일처가 아니었다. 왕은 중전 외에 후궁이 많았고 양반들도 정실부인 외에 첩을 두는 게 다반사였는데 그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당연시했으며 별로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여자가 남편을 둘 갖겠다는 게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건지 내 사고방식에 쓴웃음이 난다. 사람은 결혼 후 보통 40~50년을 같이 살게 되는데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니 한 사람만 평생 사랑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어찌 답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석양 아래 노부부가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모습의 그림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며 저런 모습으로 노년을 맞는 게 행복일 것이라 믿고 있다. 사회의 다변화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과 성 지위가 변화하고 가장 문명화된 제도라는 일부일처제의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있는 현대에 약간 보수 성향의 나는 혼란스럽고 비록 영화 한 편이지만 이렇게 분노를 느낀다. 남녀가 동등하게 행복하기를 바라며 저런 상황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건강한 시니어를 위한 사회공헌행사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가 오는 11월 8일 오후 2시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1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다. 브라보 헬스콘서트는 시니어 공감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학과 문화가 만나는 신개념 문화공연이다.
3회 째를 맞은 ‘브라보! 헬스콘서트’는 지난해 6월 첫번째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4월에는 2회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행사에선 각각 치매와 여성질환을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고, 매번 300여 명의 중장년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번 행사는 이윤철 前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몸(Body), 맘(Heart), 삶(Life)’이라는 주제 아래 1부 초청 강연, 2부 축하 공연으로 나눠 진행한다.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100세로 산다는 것’이라는 강연을 시작으로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의 겨울철 관절 건강관리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인 예풍한의원 백태선 원장의 겨울철 혈관 건강관리 등 시니어들의 겨울나기에 유용한 건강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2부 순서에는 평균 나이 75세 낭랑18세 치어리더팀의 치어리딩 공연과 초대가수 신계행의 '가을사랑, 김목경 가수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 추억 속 축하 공연으로 이어진다.
푸짐한 경품도 기다리고 있다. 파나소닉 최고급 헤어드라이어, 팔래스 호텔 숙박권 및 식사권, 구두상품권, 연극 ‘진실&거짓’ 관람권 등 1000만원 상당의 경품을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
이번 행사는 이투데이PNC가 주최하고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위지트, 파워넷, 종근당, 동국제약, 보령제약,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한국고령친화산업포럼, 미러톡톡 등 정성을 모은 후원으로 개최된다.
“살면서 나를 케어해준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어요.”
소탈하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뼈가 있는 한마디였다. 아마 기자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자신의 업에 대해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확신을 가진 자유인이 아닐까 싶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김목경(60)이 바로 그 사람이다. 오롯이 홀로 서서 자신의 일가를 이뤄냈고 여전히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는 남자, 김목경의 이야기는 고독하지만 당당한 인생찬가였다. 그를 통해 신중년 시대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해봤다.
촬영 협조 청파동 블루스소사이어티
우리나라에서 블루스는 ‘부르스’라는 이름으로, 성인 나이트클럽에서 빠른 리듬의 노래들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 느린 템포로 나오는 사교댄스에 가까운 음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통파 블루스란 현대 록 음악의 기원이며 다양한 장르에 강렬한 영감을 준, 사실상 팝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 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장르다. 한국에서 정통파 블루스 뮤지션을 말할 때 첫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 바로 김목경이다. 올해 나이 예순. 그러나 그는 여전히 무대에서 말 그대로 ‘살고 있는’ 현역 음악인이다.
“한국의 에릭 클랩튼이란 말은 듣기 싫네요. 그냥 김목경으로 불러주는 게 좋아요. 젊었을 때는 에릭 클랩튼을 많이 연구했으니까 기타 플레이가 비슷했을 텐데 그게 벌써 30여 년 전이니 지금은 에릭 클랩튼과 비슷하지도 않아요.”
블루스의 성지에 서다
김목경은 천생 음악인이다. 그는 음악을 하며 산 인생에 대해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너무너무 즐거운 시간들이니까. 돈이 되든 안 되든 매순간을 즐기며 사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또래 친구들 중에 돈 많이 번 사람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있는데 다들 저를 제일 부러워해요.”
그가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일도 음악이었다. 그는 2003년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이자 블루스의 성지인 미국 멤피스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다. 그때 조 카커, 쉐릴 크로 등 당대 최고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명만 초청된 자리였다. 이후 그는 대한민국 대표 블루스 기타리스트로서의 입지를 더 확고하게 굳혔다.
“제 인생 최고 보람이었죠. 그 무대에 서고 난 뒤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 초청이 계속 이어져서 공연을 다녔어요.”
블루스는 감정이자 반추상화
사실 우리나라에서 정통 블루스 음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블루스의 최고 대가가 생각하는 블루스론이 궁금했다.
“블루스는 감정으로 해야지 테크닉이나 손재주로 하는 게 아니에요 재즈는 테크닉과 음‘학’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재즈는 그림으로 말하면 추상화예요. 반면 블루스는 반추상화. 약간 정형화되어 있으면서 추상의 느낌이 있는거죠. 임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에 있어 재즈는 무한대에 가까워요. 음을 벗어나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게 재즈죠. 그러나 블루스는 그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 안 넘어요.”
기타가 텐션이 살아 있어 쫄깃쫄깃한 음을 낸다고나 할까. 블루스는 마치 희롱하듯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맛이 난다. 아마 그가 말하는 ‘넘을 듯 말 듯 한다’는 게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블루스는 Blues, 블루(Blue)에다 에스(S)를 붙인 거예요. 블루라는 단어가 가진 뜻이 외로움, 차가움, 쓸쓸함이죠. 블루스가 외롭고 쓸쓸하기만 한 건 아니지만, 처음에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기에 그런 인상이 있어요. 블루스는 17~18세기 미국 식민지로 건너온 아프리카 노예들이 만든 음악입니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어떤 음악적 지식도 없었죠. 그런데 농사를 짓고 밤이 되면 읊조리듯 노래를 했어요. 그게 블루노트고 블루스의 음계죠. 백인들이 어느 날 그걸 들어봤는데 자기들이 쓰지 않는 음계였어요. 신기했겠죠. 그래서 그 음계를 훔쳐와, 미국의 전통음악인 컨트리 음악과 접목을 한 거죠. 록큰롤은 그렇게 탄생한 겁니다.”
청계천 ‘빽판’이 알려준 진실
그렇다면 아프리카 흑인 노예의 삶과는 한참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에 사는 김목경은 어떻게 블루스라는 영역에 매혹된 걸까?
“어렸을 때는 통기타를 쳤어요. 그때는 롤링스톤스와 레드 제플린 흉내 좀 내보고 싶어도 어려워서 못하던 시절이었죠. 고등학교 다닐 때는 청계천에서 ‘빽판’을 사러 다니는 게 낙이었어요. 학교 가면 애들이 빽판을 가져와서 ‘너 이거 있냐?’는 식으로 겨루곤 했죠.(웃음)”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원반 레코드를 불법 복제해 만든 ‘청계천 빽판’ 수집은 음악 검열을 하던 시대에 제대로 된 음악을 듣고 싶었던 이들의 은밀한 취미이기도 했다. 불후의 팝 명곡으로 여겨지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검열로 들을 수 없었던 시절, 청계천 빽판이라는 불법 유통망은 금지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여러 명이 기타를 치고 있는 두 장짜리 앨범이 있더라고요. 그림이 멋있어서 샀지. 집에 와서 틀었는데, 그 앨범에 기타의 모든 비밀이 들어 있었어요. 레드 제플린이나 롤링스톤스나 다 그 음악을 베낀 거더라고요. 그게 바로 블루스 음악이었어요.”
3개월 가기로 한 영국, 6년을 살다
1984년, 김목경의 대학 시절 원래 전공은 일어였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에 복학해야 할 때였는데, 겨울에 제대하는 바람에 가을에 복학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생겼다. 딱 3개월만 영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부모님께 얘기해서 3개월 지낼 비용만 받고 영국을 갔어요. 그런데 갔더니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한참을 더 머물러 있다가 1990년도에 귀국하게 됐죠. 그런 이유로 난 데뷔가 되게 늦은 편이에요.”
3개월만 있다가 오겠다는 외동아들이 장장 6년 동안 영국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니 부모님 속은 오죽했을까. 그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런 게 미안하지. 죄지. 너무너무 죄송해서 이제야 이번 앨범 신보에 음악을 만들어서 넣었어요. ‘엄마 생각’이라는 연주곡이에요.”
단 3개월 머물 비용만 갖고 가서 6년이나 있었으니 영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당연히 궁금했다. 그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에 4~5가지 일을 해야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배운 시기였어요. 아침에 여행객이 오면 버스 태워서 호텔까지 바래다주고, 호텔에서 아침 먹은 후 일본 식당으로 가서 접시를 닦았죠. 점심은 그 식당에서 먹고, 네 시부터는 페인트칠을 했어요. 이게 벌이가 가장 짭짤했죠. 그리고 저녁 여덟 시부터는 클럽에서 연주를 했고요. 그러면서 돈을 좀 벌 수 있었죠. 쓸 시간이 없었으니.”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원래 건전가요
영국에서도 당연히 블루스 밴드 활동을 했다. 그러다 1988년, 1989년 즈음에 앨범을 녹음했고, 마스터 테이프를 갖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 테이프는 서라벌레코드 사에서 발매된 그의 1집 앨범이 됐다. 나이를 생각하면 다소 늦은 데뷔였다.
“그러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앨범이 될 듯 말 듯 하는 게 있었어요. 에이, 그러면 한 장만 더 내고 가자 하고 한 장을 더 냈는데, 그다음에는 계속 한국에 있게 된 거죠.”
그렇게 낸 데뷔 앨범에 저 유명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고 김광석이 불러서 유명해진 그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처음 노래 부른 이가 바로 김목경이다.
“1집 맨 밑에 있던 곡이었죠. 넣을까 말까 하다가 넣은 건데, 그때만 해도 건전가요를 하나씩 넣어야 했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그 노래는 건전가요로 쓸려고 넣은 거였죠. 그런데 그거 말고 건전가요를 따로 또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저작권 덕분에 많이 도움이 돼요.(웃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시간씩 연습
“기타는 나예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기타로 하는 거야.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연주할 때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연주하는 거죠.”
김목경은 지금도 매일 배우며 산다고 말한다. 그가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은 컴퓨터 틀어놓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한 시간 동안 하는 연습이다. 매일 지키는 그 시간이 그에게는 제일 즐거운 시간이라고 한다.
“연습을 안 하면 금방 티가 나요. 무대에서 바로 드러나죠. 내가 원하는 플레이가 나와야 기분이 좋은 거예요.”
그는 말 그대로 무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그는 자신이 일주일에 한 번 무대에서 공연한다 가정했을 때 앞으로 얼마나 공연할 수 있을지를 계산해봤다.
“내 남은 생애에 오백 번을 못 넘긴다고 나오더라고요. 숫자 오백 번이면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그걸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지더라고요. 에릭 클랩튼이나 비비 킹이 돈은 셀 수도 없이 많은데 왜 그렇게 계속 공연을 간절히 원했는지 이해가 됐어요. 그 순간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가능하면 어디든지 가요. 어디든지. 그렇게 해서 좋은 점은, 공연 횟수도 채울 수 있고(웃음) 내가 항상 준비될 수 있다는 거예요. 항상 무대 사운드에, 무드에 젖어 살 수 있는 거죠.”
그 대답만 들어도 그가 왜 행복한지 아주 잘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철저한 음악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목경은 최근 신보 녹음을 끝마쳤다. 그의 정규 앨범으로는 일곱 번째 앨범이다.
“총 아홉 곡 중 일곱 곡은 내가 만든 거고 두 곡은 남의 곡이에요. 한대수 씨 거 하나와 옛날 록 그룹 무당의 노래 리메이크 하나. 타이틀곡은 고민 중인데 ‘산을 돌아’로 할까 ‘더 블루스 밴드’로 할까 고르고 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면 곡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그 전에 그러고 싶은 욕구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곡을 만들어서 부르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기타리스트 김목경, 무대에서 늙다
“인생의 목표? 그런 거 없는데? 건강관리? 담배 피고 술 먹고.”
소위 말하는 웰빙 라이프와는 거리가 한참 먼, 뭔가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음악인다운 대답.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목경은 최근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깊이는 젊었을 때와 큰 차이 없는데, 밴드하고 연습할 때 뭐가 잘못되면 예전에는 날카롭게 신경질적으로 대응했는데 요즘은 안 그래요. 잘못됐을 때 내가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둥글둥글 넘어가주죠. 이게 나이 먹으면서 좋은 점이기도 해요.”
브라보 공식 질문인,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우직하게 “기타리스트 김목경”이라고 대답했다. 초지일관 그다운 대답이었다.
“앞에 ‘좋은’이 붙으면 더 좋고.(웃음)”
그는 이미 삶의 상당 부분을 확신하고 확정지었으며 이제 그곳에서 즐거움을 퍼 올릴 일만 남은 사람이다. 자신만의 답도 찾아냈고 그걸 실현시킬 능력도 갖춘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저는 지금 너무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무대에 서지 못할 때까지 하고 싶은 거죠.”
올해 60의 나이가 된 그가 부르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노래 맛은 어떨지 오늘 밤에 소위 그의 ‘나와바리’인 논현동으로 노닐러 가볼까나. 헤이, 브라보 블루지 라이프!!
찌는 듯한 한여름 더위, 잠시 땀을 식히며 읽기 좋은 신간을 소개한다.
본과 폰, 두 사람의 생활 (본, 폰 저ㆍ미래의창)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75만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네티즌의 워너비로 떠오른 한 60대 부부가 있다. 바로 본(bon)과 폰(pon)이다. 일본의 평범한 부부였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화제가 됐다. 백발의 머리로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남편 본과 활발하고 다혈질인 아내 폰. 상반된 성격 탓에 종종 싸우기도 했지만, 남편이 은퇴한 뒤에야 비로소 둘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게 됐다는 두 사람이다. 결혼한 지 어언 37년 차,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콩달콩한 일상을 공유한다. 네티즌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의 감각적인 커플 패션. 똑같은 디자인이 아닌, 비슷한 무늬와 소재의 옷을 적절하게 매치해 같은 듯 다른 시밀러룩을 선보인다. 책에는 평소 부부가 자주 착용하는 커플룩 아이템과 스타일링 비법, 쇼핑 노하우 등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아울러 그동안 두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받아왔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실었다. 커플룩에 도전해보고 싶은 시니어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의 골든 타임(이덕주 저ㆍ초록비책공방)
장수시대를 맞이해 이전의 노인 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가진 ‘신노년 세대’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나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사례를 담았다. 아울러 은퇴 후의 시간을 ‘인생의 골든타임’으로 만드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김석중 저ㆍ지택코리아)
유품 정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하는 유품의 의미와 한·일 노년의 삶. 유품 정리뿐만 아니라 고독사 문제를 비롯한 사회 현상, 문화생활 등에 대해 한국 베이비붐 세대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차이점을 지적한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프랑수아 아르마네 저ㆍ문학수첩)
‘당신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가져갈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 세계 유명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 196명이 내놓은 답변을 모았다.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문체처럼 다양한 도서들과 더불어 책을 선정한 이유,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까지 엿볼 수 있다.
칵테일 도감(칵테일 15번지 외 공저ㆍ한뼘책방)
도쿄 긴자의 유명 바텐더들이 엄선한 228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담았다. 마티니, 모히토 등 역사가 깊고 잘 알려진 칵테일은 물론, 레인보우, 사케티니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칵테일도 소개한다. 생생한 사진과 아이콘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기 쉽게 구성했다.
“그 사랑 참 염치없다야.”
영화 ‘소공녀’ 속 부잣집에 시집간 선배가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주인공 미소를 여러 날 재워주고 결국 한 말이다. 미소는 집이 없다. 그러나 담배와 한 잔의 위스키를 무척 사랑한다. 자기만큼 가난한 남자친구 한솔은 물론이고.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영화 ‘소공녀(Microhabitat)’를 보았다. 좋은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서 반갑다.
동화책과 같은 영화 제목 옆에 있는 ‘Microhabitat’를 영어 사전에서 찾아봤다. 미소(微小, 즉 미생물, 곤충 등)의 서식에 적합한 곳이란다. 아이러니하게도 음(音)이 주인공 ‘미소’와 같았다. 화면 속 그녀의 웃는 얼굴(미소)과는 대조적으로 청년 주거문제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영화다.
주인공은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돈을 번다. 담뱃값도, 위스키 가격도 훌쩍 오르자 월세로 살던 집을 나와 큰 캐리어를 들고 대학 밴드 친구, 선후배 집 등을 찾아다닌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잘나가는 친구는 미소를 만나는 점심시간 틈을 타 스스로 수액을 꽂아 맞으며 피로를 풀 정도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결혼해 시부모와 좁은 공간에서 살면서도 미소를 따뜻하게 맞이해 준 친구는 꿈을 잃은 채 지겨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산다. 결혼 8개월 만에 아내가 떠나버린 울보 남자 후배는 월급 190만 원 중에 매달 아파트 대출금으로 100만 원씩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한다. 그것도 무려 20년간. 선배의 집도 찾아간다. 아주 늙은 총각인 아들에게 미소가 찾아오자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짠하다.
전고운 감독은 관객에게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청년 주거문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과 거리가 먼 직장인의 과로, 자신의 꿈과 정체성은 접어둔 젊은 전업주부의 삶, 대출 때문에 짐이 되어버린 집, 신혼 이혼 문제, 노총각의 애환, 학자금대출을 갚느라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는 미소의 남자 친구까지.
분명 우리나라는 나름 경제대국인데, 배고파 굶는 사람보다 영양 과잉으로 다이어트 고민과 성인병을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인데,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우울하다. 집이 있으나 없으나,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대한민국은 왜 이렇게 우울한 사람이 많을까?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50플러스서부캠퍼스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자유롭게 ‘의견 나누기’ 시간이 있다. “숙식이 제공되는 일자리도 많은걸요.” “미소의 처지에 술, 담배를 꼭 해야 하나요?” 관객의 대부분이 시니어들이라 미소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시험지 정답 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나도 마이크를 잡아보았다. “사람의 결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도 주인공이 몸을 팔거나, 자살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자기 삶에서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삶입니다.”
영화를 함께 본 몇 명의 젊은이에게 공개적으로 물어보았다. 어른인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들어주세요.” 답은 간단해 보이면서도 또 어렵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세대를 뛰어넘는 이러한 대화가 그 첫걸음이리라 믿는다.
음악과 자유를 사랑하고, 청소와 요리를 잘하는 여자,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마음 따뜻한 여자, 한약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하얗게 세는 병을 가진 여자, 키가 커서 더 슬픈 여자,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달걀 한 판을 사들고 가는 여자. 그런 미소가 힘내기를 응원한다.
자신의 직업이 산악인인지 가수인지 모르겠다며 웃는 남자. 1990년 ‘난 바람 넌 눈물’의 작사·작곡자이면서 노래까지 불러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되었지만 마치 그 노래의 가사처럼 바람같이 사라져버린 가수, 신현대(62)를 마주했다. 대중의 시선 밖에 있지만 그는 지금도 여전히 가수다. 그리고 산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산악인으로 살고 있다.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 회장으로서 음악의 본질을 되물으며, 자연인이자 자유인으로서 살고 있는 그 내밀한 세계를 들여다봤다.
백미현과 듀엣으로 부른 히트곡 ‘난 바람 넌 눈물’로 대중에게 알려졌고 지금은 산악인이자 산을 노래하며 포크의 부활을 꿈꾸는 가수 신현대. 1956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하자 그는 “요즘 동안이 너무 많아서 별 의미 없다”며 웃었다. 동안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걸까. 아니다. 공연장에서 들은 그의 목소리에는 나이를 뛰어넘는, 시간의 무게를 털고 훨훨 날아가는 힘이 느껴졌다.
산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만의 산이 있는 것
“방송국에 가면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산악인인지 가수인지.(웃음)”
일찍이 알프스 마테호른,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 그리고 히말라야 초오유를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한 그는 요즘도 매년 때가 되면 히말라야를 향해 떠나는 영락없는 산악인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여름만 되면 무전여행을 하느라 한 달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그의 핏속에는 유랑인의 감성이 흐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는 산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닌 기술만을 가르치는 작금의 등산 문화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북한산을 탄 사람들 중에 ‘종주하면 5~6시간 걸리는데 난
3시간에 갔어’라며 자랑하는 이들이 있어요. 그건 산을 다니는 게 아니에요. 북한산 코스는 어마어마합니다. 그 코스들을 다 올라야 하는 건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요. 그들은 북한산의 일부분만 본 거지 속살을 본 게 아닙니다. 진정한 산악인은 산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야 해요. 나만의 산이 존재하는 거죠.”
산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사계의 모습이 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산에 갈 때면 항상 식물도감을 가져간다고 한다. 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을 보다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서다.
8300m 산 위에서 여는 콘서트 ‘노트콘’
산을 사랑하는 만큼 신현대는 산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산과 음악을 함께 다룬다. 그가 최근 열중하고 있는 작업은 우리나라의 산 노래를 정리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산 노래들을 보면 일본 군가에 개사만 해서 붙인 곡들이 많아요. 산 노래를 정리한 사람도 거의 없었죠. ‘설악가’만 봐도 각 대학 산악회, 일반 산악회가 부르는 멜로디가 달라요. 그래서 일본 군가는 다 빼고, 내가 만든 ‘선인봉’ 등 산 노래를 집대성하고 있어요. CD 3장짜리 전집으로 제작 중인데 돈이 의외로 많이 들어가서 모금을 해서 제작하는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돈도 안 되는 산 노래를 왜 만드냐고 한단다. 그러나 그는 에베레스트(8848m)를 갈 때도 8300m 높이까지 기타를 갖고 간 사람이다. 산이 높으면 숨이 차서 노래를 못하는데도 그는 고소 체질이라서 고산지대에서도 노래가 가능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산을 타기 위해 몸도 타고난 것일까. 그렇게 산과 노래를 함께 아우르는 그이기에 산 노래는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호흡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매년 2월에 노트콘(노래하는 산 트레킹 콘서트)을 하고 있는데 내년 2월에도 에베레스트 트레킹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작년에도 안나푸르나 갔다 와서 사진전과 콘서트를 했고 수익은 현지 어려운 학생들 장학금으로 사용했어요. 같이 간 사람들이 글을 쓰면 그걸로 가사를 만들어 음반을 제작하기도 하고요.”
‘예쁜 얘기’만 해야 했던 방송이 부담돼
그는 “음악도 등산과 같다”고 강조한다. 꾸준히, 자신이 평생 추구해야 할 업으로 삼아야 진정한 가수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그는 히트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가수였다. 그러나 자신의 말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방송에서는 볼 수 없지만 그의 음악 활동이 멈춘 적은 없기 때문이다.
“방송을 가면 예쁜 얘기만 해야 해서 싫었어요. 왠지 불편하고 거기에 무대공포증까지 있다 보니 방송이 체질에 안 맞더군요. 대신 콘서트는 계속했습니다.”
요즘도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얼마나 단련된 가수인지를 바로 알 수 있다. 후배이자 현재 제7대 국립국악원장인 왕기석 명창에게 배운 소리로 공연 전 단가와 가곡으로 목을 푸는 그는 과거에는 마당 세실에서 하루에 2회씩 30일 연속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룰라의 히트곡 ‘비밀은 없어’를 작사·작곡한 박선민, 김광석의 노래로 유명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원작자인 블루스의 대가 김목경과는 공연장에서 인연을 맺어 지금도 함께하는 동료다.
“미디어에 나오지 않아도 꾸준히 음악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타를 만들려는 지금의 세태가 어린아이들의 꿈을 죄다 연예인으로 만들고 있어요. 왜 그리도 부추기는지 모르겠어요. 연예인이 아니어도 가수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음악에서 받은 것 음악으로 돌려줘야 한다
사단법인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명가의 품격’이라는 이름의 시리즈 공연을 하고 있다.
6월부터 이치현, 김목경, 백영규, 추가열 등 소위 대가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들이 학동 엠팟홀에서 릴레이로 진행하는 이 공연은 대한민국 가요의 역사와 지난 세월의 다양한 면모를 관록의 힘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예전에도 싱어송라이터협회 같은 모임이 있긴 했어요. 그러나 몇 번 해산되었다가 사단법인으로선 이곳이 처음이죠. 등록 회원은 350명 정도 됩니다.”
그가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를 맡게 된 이유는 ‘산에서 받아먹은 건 산으로 돌려줘야 하고 음악에서 받아먹은 것은 음악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는 엠팟홀과 MOU 형태로 계약을 맺고 싱어송라이터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매해 헌정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올해가 5회째이며 헌정 가수는 조동진으로 결정됐다.
“어린 친구들은 연예인이 돼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음악을 하는 경우가 많죠. 우리가 노래하던 시절에는 그저 노래가 좋아서 가수가 된 경우가 많았어요. 누군가는 다 똑같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요.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오래 노래 부를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좋아서 노래를 시작한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묵묵히 자기 길을 갑니다.”
사람들의 가슴에 종을 울릴 수 있는 노래
사실 ‘난 바람 넌 눈물’은 완성하기까지 5~6년이 필요했다.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기술적인 것보다는 상대방 가슴에 있는 종을 울려주는 일’이라는 신현대의 지론. 그런 그가 사람들 가슴속 종을 울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노래를 굉장히 잘할 때가 있고 못할 때가 있어요. 속에서 솟아오르지 않을 때는 공연을 해도 할 노래가 없어요. 하기가 싫은 거지.”
그의 말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자연인’이었다. ‘자연인 신현대’는 거침이 없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제주의 둘레길이 유명해지니까 산에 별것 다 만들고… 그런 길들을 보면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모기만 늘어났으니…. 얼마 전 광화문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노래인 ‘산양의 노래’를 불렀어요. 거기서 백기완 선생을 만났죠. 오랜만에 봬서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는데, 후배가 그걸 보고선 ‘형, 좌파야?’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야 임마, 난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실파다. 파가 어디 있어 임마,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찍은 거지’ 했어요. 누구를 좋아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인 거지요. 있는 그대로가 좋은 거지, 그것 가지고 뭐라고 해선 안 되죠.”
자유로운 삶이 보상해주는 즐거움
“일을 벌일 때는 ‘내가 지명도가 더 높으면 일하는 게 편했을 텐데…’ 할 때가 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무 때고 술을 먹을 수 있고 누가 알아보는 것도 아니어서 편해요. 그걸 고맙게 생각해요.”
자유인으로 살고 있는 그에게 미래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없으면 안 먹고, 있으면 먹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지금처럼 살다가 떠날 때 되면 자연스럽게 떠나면 된다는 그의 말에는 무위자연의 인생관이 담겨 있었다.
“후배 아버지 한 분이 기억나는데, 그분이 정말 멋있었어요. 술을 좋아하셨는데, 임종 세 시간 전에 아들에게 위스키 한 잔을 달라고 하셨답니다. 아들이 갖다 주니 그걸 마신 후 돌아가셨대요. 그 술맛이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 술맛은 낙원의 맛이 아니었을까. 그가 추구하는 낭만과 자유처럼, 신현대의 삶은 제3자의 눈에는 너무도 달콤하게 보였다. 속박에 얽매이지 않고 훨훨 나는 듯한 그 자연스러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