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고령층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 치명률 상승이 우려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지하철 시청역에서 안전요원으로 근무하는 고령자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그동안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인 2호선 시청역에서 승객들이 위험지역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일을 해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시청역 안전관리요원 확진자 3명 중 경기 부천시 송내동에 거주하는 환자(부천 149번)가 15일 가장 먼저 확진됐다. 그는 12일부터 기침과 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감염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사는 81세 남성(안양 52번)은 16일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았고 17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안양시는 해당 확진자의 동거 가족 1명에게 자가격리를 지시하고 검사를 받도록 했다. 17일에 확진된 나머지 1명은 경기 성남시 거주자로 알려졌으나,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울지하철 시청역 신규 확진자 발생에 앞서 서울 도봉구 소재 노인요양시설인 성심데이케어센터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대거 나타났다. 총 38명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약 일주일 만에 30명 넘게 확진됐는데, 대부분 고령층이다. 이곳에서는 17일 하루에만 10명이 넘게 늘어났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어르신들이 좁은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식사나 간식 등을 섭취하시고, 또 그런 요인들이 감염률을 더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모임이나 행사 등을 통해 수도권 집단감염이 언제든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으니 항상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잘 사는 법’, ‘잘 늙는 법’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신체건강과 직결되면서 ‘잘 먹는 법’, ‘즐겁게 먹는 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기업과 학계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 논문 한 편이 발표됐다. 바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박종훈 교수와 고령식 개발 업체인 ‘(주)사랑과선행’이 6개월간 함께 진행한 ‘건강도시락-고령층 노화의 상관관계 연구’다.
좋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 밸런스가 잡힌 건강도시락 섭취가 고령자의 근감소 및 심혈관 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8주간 연구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연구의 축이 되어준 ‘(주)사랑과선행’의 건강도시락은 고령인구 표준식단을 토대로 노인들의 식습관과 영양상태, 표준칼로리, 영양소 등을 세심하게 연구해 개발한 고령층 친화식이다. 한국에서 운영 중인 500여 개 요양원이 고객이다. 최근에는 개인이 신청하면 집으로 배달을 해주는 B2C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령층이 잘 소화하면서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흡수할 수 있는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가자미구이 등의 제조 방법 특허도 냈다.
‘건강도시락’ 통한 고령층의 영양 섭취와 노화의 상관관계 연구
1 건강도시락을 통해 고령층의 건강과 노화 요인을 측정한 연구로는 국내외 최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건강도시락을 통한 영양 섭취를 통해 고령층의 심혈관 질환과 근감소 요인을 측정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처음입니다. 그동안 고령자에게 간단한 보충제를 섭취하게 하거나, 운동을 접목해 노화에 관해 연구한 경우는 많았는데요. 영양 조사를 통해 고령자의 일반 식사에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족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는 건강도시락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2 건강도시락 섭취만으로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나요?
균형 잡힌 식사만으로도 건강의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현대인의 식사는 너무 불완전하고 불균형합니다. 밀가루와 흰쌀밥, 지방과 단백질은 과다하게 먹지만 채소와 과일 섭취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지요. 인체에 정말 중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영양소들이 충족되면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지고 당뇨에서 심혈관 기능까지 눈에 띄게 개선됩니다. 여기에 운동까지 접목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되고요.
3 ‘건강도시락’에 대해 간단히 소개 좀 해주세요.
이름 그대로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양만점 도시락입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는데요. 이번 연구의 중요한 매개가 되어준 ‘건강도시락’은, 영양 밸런스에 가성비까지 갖춘 고령식으로 ‘(주)사랑과선행’에서 개발했습니다. 현재 전국 요양원과 B2C 형태로 소비자들에게도 배달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운동영양학자로서 이 도시락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다양한 영양소에 주목했습니다. ‘과연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도시락을 제공받아 6개월간 건강도시락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4 연구 과정이 궁금합니다.
연구 과제명은 ‘노쇠전단계(pre-frail)자에 대한 운동과 영양 처치가 근감소증 및 심혈관 위험인자에 미치는 영향’ 입니다.
먼저 좋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도시락을 준비했고요. 65세 이상의 노쇠 전 단계 대상자를 무작위로 구성해 네 부류의 비교 집단을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건강도시락도 운동도 적용하지 않은 통제 집단, 두 번째는 건강도시락만 적용한 영양 집단, 세 번째는 건강도시락과 유산소 운동을 적용한 집단, 네 번째는 건강도시락과 EMS 운동(스테핑 유산소 운동과 전기자극 근력 복합운동)을 적용한 집단입니다. 이들 집단을 8주간 측정한 결과 나타난 가장 놀라운 일이 뭐였을까요? 바로 두 번째 집단에서 일어났는데요. 건강도시락만 드신 그룹의 하체기능이 놀랍게 향상됐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체기능은 노화 연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 노쇠에는 먼저 신체적 노쇠가 있다. 신체활동이 떨어지면서 대사능력이 감소되고 그만큼 음식도 못 먹게 되고 그러다 점점 눕게 되는 상황을 신체적 노쇠라고 한다. 노쇠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 몸을 점점 더 안 움직이게 돼서 힘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노쇠는 신체 에너지 소비량과 근력 감소, 이 두 가지가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노쇠의 판단 기준은 체중 감소, 피로감, 근육 허약, 보행 속도 감소, 신체활동 감소 등 5가지다. 이 중 3개 항목에 해당하면 노쇠(frail), 2개 항목이면 노쇠전단계(pre-frail)로 판단한다.
5 운동도 하지 않는데 건강도시락 섭취만으로 신체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건가요?
종합체력지표인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 즉 평형감각, 5초간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서기, 4m 보행 속도를 테스트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단백질을 먹는 것만으로는 근감소가 개선되지 않습니다. 단백질이 근육에 쓰이려면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도와줘야 하고 이러한 영양소가 음식을 통해 잘 보충됐을 때 신체기능, 즉 하체기능이 좋아지거든요. 건강도시락 섭취를 통해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이 보충되면서 고령층의 하체기능도 향상되었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의 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6 건강도시락 섭취를 통한 하체기능 향상 외에 또 다른 성과도 있나요?
혈관을 청소해주고 동맥경화를 방지해주는 좋은 콜레스테롤, 즉 HDL-콜레스테롤 또한 8주간의 도시락 섭취에 의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건강도시락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데 작용한 것이지요. 우리나라 노인들이 평소 워낙 흰쌀밥과 김치만 드시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드셔서는 좋은 콜레스테롤이 증가할 수 없지요. 또한 8주간의 도시락 섭취를 통해 체내 혈당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횟수가 다른 통제 집단에 비해 감소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도시락 섭취만으로 혈당조절장애가 개선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7 운동 병행이 노화 예방에 더 효과적인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식사를 통해 영양을 제대로 보충해주고, 거기에 운동을 병행하면 심혈관 기능이 월등히 좋아집니다. 좋은 영양소를 보충하니 몸이 좋아지고, 몸이 좋아지니 움직일 힘이 생기고, 그로 인해 신체활동을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지요.
이러한 구조는 굉장히 기본적이고 상식인 듯해도 실생활에서 지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령층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8 건강도시락을 섭취하고 운동까지 병행했을 때 나타난 효과도 알고 싶어요.
앞서 언급한 종합체력지표 SPPB가 눈에 띄게 좋아진 건 물론이고요. EMS 운동까지 병행했을 경우 허리둘레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동맥경직도도 건강도시락 섭취에 의해 낮아졌고요. 하지만 잘 먹지 못할 경우 신체활동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그만큼 음식도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신체활동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결국 잘 먹는 것이 건강의 제1원칙입니다. 먹는 것이 부실하면 결국 몸에 병이 오게 됩니다.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노인 건강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9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가장 유의미한 결과는 도시락만 섭취한 그룹의 하지(하체)기능 향상입니다. 하지기능 측정은 단지 근력만 하는 게 아니라 순발력, 보행 능력 등 다각도로 검사합니다. 하지기능은 노쇠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팩터(요소)입니다. 이 부분이 8주간의 도시락 섭취만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 걸 확인했습니다. 운동영양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는 무척 놀라운 결과였는데요.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많이 보충되면서 하지기능이 좋아진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10 끝으로, 당부사항이 있다면요?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본격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가 고령인구에 따른 사회적 비용 경감 효과, 고령자에 대한 복지개발 및 서비스 개선에 시사한 바가 있다고 판단하고요. 연구 결과가 세간에 많이 알려져 식습관을 통한 고령층 건강 및 영양 문제가 조속히 좋은 쪽으로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고령자에 대한 다양한 맞춤형 식단 및 운동 프로그램이 성공적 노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많이 알려져 국가에서도 고령층 영양 문제 해결에 힘쓰고 고령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정책들도 빨리 나와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위해 잘 먹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치아 손실이나 소화 장애 등으로 씹고 뜯는 게 맛이라는 갈비는 엄두도 못 낼뿐더러, 체력 저하와 미각, 후각의 노화로 요리도 자신이 없다. 이렇듯 ‘먹는 즐거움’을 잃어가는 이들을 위한 희소식. 맛과 영양을 모두 겸비한 케어푸드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케어푸드’는 영유아나 노인, 환자 등 맞춤형 식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연화식, 치료식 등의 기능성 식품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 아프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한 음식 섭취 능력 저하 때문에 이러한 케어푸드를 가까이하게 된다. 앞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최근 노령인구 증가에 발맞춰 푸드케어 시장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그 규모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케어푸드 관련 연구와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영양가 높은 식재료로 직접 먹기 좋은 케어푸드를 만들어도 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역시 힘들고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또 막상 음식을 만들다가도 미각과 후각의 노화로 예전처럼 맛을 내기 어려워져 고충을 겪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시중에 판매하는 케어푸드는, 먹기 좋은 맛과 식감은 물론 요리에 대한 번거로움까지 해소해준다는 점에서 실속 있다.
케어푸드 삼 대장 연화식·연하식·유동식
케어푸드 하면 자칫 환자들이 먹는 미음이나 죽 등만 떠올리기 쉬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케어푸드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저작기능 저하를 보완해주는 ‘연화식’(軟化食), 식도 근육이 약해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연하식’(嚥下食), 그리고 원활한 수분 공급과 영양 보충을 함께할 수 있는 ‘유동식’(流動食)이다. 식품 기업에서 내놓은 케어푸드를 살펴보면 ‘불고기’, ‘등갈비’, ‘고등어조림’ 등의 메뉴가 눈에 띈다. 같은 메뉴라도 일반식으로 조리할 경우 치아나 소화기관이 약한 시니어가 먹기 불편하지만, 케어푸드라면 좀 더 수월하게 즐길 수 있다.
고령친화식품 또한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하고 기호에 적합한 맛과 영양을 고려해 가공한 식품이다. 제품 포장재 등을 살펴보면 ‘고령친화식품’ 심볼 마크와 섭취 단계 아이콘을 찾을 수 있다. 케어푸드 중에는 ‘고령친화식품’의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이 많은데, 치아 상태에 따라 식품의 경도를 살펴 구입하는 게 좋다.
일본 케어푸드 시장은?
일본의 케어푸드는 한동안 ‘개호식품’이라 칭해왔지만,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근래에는 ‘소프트식’, ‘스마일케어식’, ‘유니버설디자인푸드’ 등으로 불리고 있다. 2020년 고령식품시장 규모는 1462억6000만 엔(약 1조7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아사히그룹, 오츠카제약 등 대기업에서도 ‘야사시콘’(몸에 좋은 식단), ‘쇼쿠지와타노시’(식사는 즐거워), ‘야와라카구락부’(부드러운클럽) 등의 브랜드를 내세워 다양한 케어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유단백 사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의 근감소증과 운동기능 저하 개선을 위해 의료 및 케어 분야에서 유단백의 우위성이 인식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직접 조리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달 서비스 및 도시락 택배 서비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노인의 건강 유지, 사회활동, 여가활동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식품의 경우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혼선을 빚고 있다. 수많은 식품이 건강과 노화방지와 퇴행성질환 예방을 표방하며 시니어푸드, 푸드케어, 헬시푸드 등의 이름으로 난무하고 있지만 노인을 위한 식품으로 제대로 인정될 수 있는 식품은 보기 드물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장수 백세인을 중심으로 식습관과 영양실태를 조사해 신뢰할 수 있는 식품영양학적 정보를 확보한 뒤 새로운 개념의 장수식품 산업이 발전돼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장수인은 외국 장수인과 비교할 때 전통적 식생활에 근거한 매우 다른 영양 패턴을 보여준다. 백세인의 혈청 내 비타민B12 함량이 서양 백세인보다 높고, 과일 섭취가 적고, 생야채보다는 데치고 무친 형태로 먹고, 발효 음식을 많이 즐긴다는 점이 그렇다.
우리나라 장수인의 식생활이 서양과 차별화된,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한 식습관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적 식단과 식습관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문제점을 규명하고 장점을 부각하면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품의 안전성, 안정성, 효율성, 건강기능성, 생체이용성, 우수성을 확보하고 발효와 조리 과정에서 초래되는 변화를 연구해 생애기간에 유지해온 식생활의 패턴을 밝혀야 한다. 또 식이, 영양, 조리, 식습관 등의 측면에서 외국과 비교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총체적 노력을 통해 우리의 고유 브랜드로 시니어를 위한 K-Food(Senior K-Food, SK-Food)를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목적을 위해서는 우선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령자의 생리적 변화를 알아야 하고, 맞춤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파악해 적절한 형태로 조리해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를 위한 식품은 섭취하는 사람의 상태와 특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시니어를 위한 식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리적 변화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기초대사율은 물론 심혈관, 폐, 신장, 간 기능이 감소하고 당내인성이 저하한다. 식욕부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화기 변화와 미각, 후각 등 감각기관의 둔화 및 활동량 감소도 이어진다. 노화 상태에 따라 소화액 분비감소, 융모세포의 수축, 연동운동 감소와 같은 구조적, 물리적 변화 및 혈류량 감소도 일어난다. 더욱이 치근이 위축되고 장기간의 치아관리 소홀로 이가 부실해지면 저작(咀嚼)이 곤란하게 되므로 연질 또는 액체식품으로 음식 선택이 제한된다. 아울러 연동운동의 감소와 소화액 분비 감소로 영양소의 소화흡수율도 떨어진다. 장벽 근육층의 탄력성 약화, 잘못된 배변 습관 및 식사 습관에서 오는 만성적 변비 등 대장기능의 감소도 영양 섭취에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노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식품 개발은 물론, 개개인의 건강 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시니어푸드 개발 조건
고령자 식단에서는 식욕을 높여주는 식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배고픔과 목마름에 대한 느낌이 둔화하고 여기에 치아까지 부실해지면 식욕이 줄어든다. 미각의 역치도 높아져 청년기와 비교해 10배 정도 강해야 맛을 느낀다. 후각의 예민도도 떨어진다. 냄새 분별 능력은 50대부터 감소돼 70대에는 크게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냄새에 대한 기억과 쾌감도 떨어지고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생리적 요인 외에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사회적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곤란과 불안감, 좌절감, 소외감, 욕구감퇴, 우울 등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생활 만족도를 저하함은 물론 삶의 욕망 상실과 함께 식욕감퇴를 일으켜 영양 결핍을 초래한다.
고령자가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섭취하는 많은 약물은 특정 영양소의 흡수를 억제하고 배설을 증가시키고 체내 대사를 방해해 영양 부족 상태를 야기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음식 맛을 강화하는 방안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무해한 미각 강화제가 있다면 과자, 음식 등에 첨가해 음식 맛을 좋게 하고 식욕을 북돋워줄 것이다. 음식 냄새를 강화하는 방법도 식욕을 올려주는 데 효과적이다. 과일, 채소 등의 향 성분을 추출해 첨가하거나 참기름이나 육류를 굽는 냄새를 더해주면, 지방질이나 염분을 높이지 않고도 맛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령자의 식욕감퇴를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처방 마련은 시니어푸드 개발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고령자 식단을 위한 기준
고령자를 위한 식품은 영양소도 충분하고 맛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선호하는 음식이어야 한다.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품질은 물론 신체적 상태, 사회적 환경이 누적되어 결정된다.
심리적으로는 사회활동, 자존심, 영양 지식, 건강 자신감, 고독, 식습관 등이 관여하며, 생리적으로는 식욕, 미각, 취각, 치아 상태, 만성질환, 건강 상태, 운동, 약물 사용 여부에 의해 변조된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연령, 성별, 재정 수입, 조리시설, 시간적 여유, 식품 구입의 편리성, 교육 정도, 기호식품 여부 등이 관여한다.
이 모든 요소는 간단히 정의하기가 어려우며 개인의 누적된 경험들에 기인한다. 고령자의 경우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편리성, 가격, 사회적 체면보다는 건강에 대한 개념이 식품 선택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들은 유년 시절의 음식 또는 전통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식단은 식욕을 돋우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전통음식 중심의 메뉴가 바람직해 보인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식품으로 신뢰를 주고, 입맛을 돋우고,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식단이 고령자를 위한 식단의 충분조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백세인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된 전통식단을 바탕으로 시니어 K-Food 개발을 위한 총체적 노력을 하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립할 수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남일 씨(66·가명)는 최근 손자 돌봄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난 5월 2일 양재역에서 만난 김 씨는 “은퇴 후 할빠 역할을 한 지난 3년간의 세월은, 은퇴가 아닌 또 다른 노동의 세월이었다” 라고 말했다. 그는 맞벌이 아들의 5살, 2살 손자들을 아내와 같이 돌보러 다녔다. 처음에 아내는 “애들 집에서의 식사와 간식 마련, 청소 등 어려운 일들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그저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몇 시간 놀아주기만 하면 된다”라고 유혹했다. 그런데 그는 ‘애들과 놀아준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지 몰랐다. 과거 육아 경험이 있던 아내와는 달랐다. “사실 근무시간보다 강도에서 여자들과 차이가 많이 나요. 한 명을 안아주면 또 한 녀석이 울며 보채요. 몇 차례 반복하면 힘이 쏙 빠져요. 달래는 요령도 없고 업는 기술도 부족하니... ” 라고 그는 말했다.
시간 잘 가는 게임이나 TV 시청은 며느리에게 금지 당했으니, 애들과 놀아주는 할빠들의 콘텐츠는 단순할 수밖에 없다. 공놀이, 총싸움, 레슬링 등은 모두 육체적인 활동을 수반한다. 한 시간이면 탈진이 된다. “할빠들을 위한 교육 강좌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거기서 남자들끼리 서로 머쓱하게 마주칠 장면을 상상하니 엄두가 나질 않아요”라고 그는 말했다. 현실과 직결되는 돌봄비도 문제였는데, 며느리가 김 씨의 아내에게 주는 방식이었다.
애들의 간식비 등, 장 보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어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수 없다는 아내는, 그것을 자신들의 생활비로 사용한다며 그동안 단 한 푼도 김 씨에게 지불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지쳐 가던 김 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외국 여행 다녀온 사람을 접촉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자가 격리를 강력히 시행하면서 적당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으나, 손자 돌봄 거부 시의 후환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김 씨는 나은 편이다. 서울 구로동의 양주석 씨(64·가명)는 아예 병을 얻은 경우다. 양 씨는 유방암 수술을 한 아내와 함께 세 살배기 외손녀를 돌봐주러 다닌다. 건강이 나쁜 아내를 대신하다 보면, 거의 모든 것이 양 씨의 몫이다. “손녀도 나한테 안기는 게 편하니 나만 찾고, 눈치가 빤하니 모든 사항을 저에게만 요구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다가 교직에 있는 딸의 야근이 잦아지면서 양 씨의 허리에 탈이 났다. 아내와 손녀를 동시에 돌보다 생긴 병이었다. 그래도 그간 마음은 편했었는데, 딸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갈등까지 생겼다. “종일 딸과 같이 있다 보니까, 혼자 애를 볼 때와는 다르게 평가와 감시를 받는 기분이 들었고 또 실제로 잔소리도 많이 들었죠. 나중에는 유일한 낙인 담배까지 끊으라고 요구당했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불면증까지 생겼다. 그런데도 앞서의 김 씨와 마찬가지로 보상이 없었다. 역시 딸이 아내에게 돌봄 비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간 아내에게 항의도 해보고 협상도 해봤지만 실패했다. 사업가였던 그는, 생활비를 주는 데에만 익숙했기 때문이다. “사실 따로 통장 입금을 해 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한 달에 한두 번 아내 몰래 봉투를 찔러 줬으면 해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육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황혼 육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할빠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체면 때문에 혹은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자식들 집으로 향하고 있다. 앞의 예에서 보듯이, 은퇴 후의 남자들이 겪는 가정 내에서의 권력 변화라고 하기에는 가혹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태업이나 파업도 생각해 보았지만 직장폐쇄로 ‘집 나가면 개고생’ 이기에 그러지도 못한단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일부 악덕 부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여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할빠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대가를 바라고 손자들을 돌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저 공정하길 바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고착된다면, 전국 할빠 연맹이 결성되어 공동 근로의 대가를 혼자 착취해 가는 부인들을 국세청에 소득세 탈루 혐의로 신고할 수 있다. 이것은 황혼이혼->독거노인->복지예산 증가로 국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부인들에게만 돈을 지급하는 자식들에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둘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돌봄 비용 지급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즉 아들과 사위도 관심을 가지고 할빠들에게 봉투를 얹어 드려야 한다. 지금 할빠는 미래의 그들 모습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그래도 가정 내에서의 역할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는 선량한 할빠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래야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전국 할빠 연맹의 출범을 방지할 수 있다.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은 에이즈·말라리아와 함께 3대 감염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의 결핵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결핵’의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8년 결핵 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8년 결핵에 새로 걸린 환자(결핵 신환자)는 2만6433명(10만 명 당 51.5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1만2029명으로 전체의 45.5%를 차지했다.
노인층의 결핵은 약 3분의 2이상이 과거에 감염된 잠복결핵이 면역력 저하로 인해 재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은 전염력이 강하고 서서히 폐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감기 2~3주 이상, 체중감소 있다면 검사 필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인구의 약 30%가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추산한다. 결핵균은 지방 성분이 많은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굵기 0.2~0.5㎛(마이크로미터), 길이 1~4㎛ 크기의 막대기 모양인 결핵균은 다른 균에 비해 증식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일단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면 면역세포와 결핵균의 염증반응에 의해 폐에 점차 고름이 생기게 된다. 결핵은 보통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전염성이 있는 폐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재채기를 하는 경우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이 결핵균을 들이마시게 되면 폐로 들어가 결핵균에 감염된다.
폐 안에 결핵균이 들어오면 폐 실질(조직)을 녹이면서 괴사(고름)상태가 된다. 이렇게 괴사상태가 되면 결핵균이 활발하게 증식하게 되는데, 이때 기침을 하면 기관지 내부에 있던 결핵균이 대량으로 공기 중에 방출된다. 기침하는 결핵 환자 앞에서 대량으로 흡입했다면 결핵이 옮을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결핵에 감염된 환자들이 느끼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기침, 체중감소, 가래, 무기력감, 객혈 등이다. 평소처럼 식사를 하는데도 체중이 줄고 감기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 외 다른 장기에도 발병
결핵은 폐가 아닌 모든 장기에 발병할 수 있다. 신체 부위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흔히 폐에 생기는 결핵을 폐결핵, 폐가 아닌 다른 부위에 생기면 폐외결핵이다. 폐외결핵 중 가장 흔한 것이 결핵성 늑막염이다. 결핵균이 늑막을 공격해 염증이 발생하고 흉수가 고이게 된다. 이는 호흡을 어렵게 하고 흉통과 마른 기침을 유발한다.
또 림즈절에 결핵균이 침투하면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점점 커지면서 심한 통증을 생길 수 있다(결핵성 림프절염). 방치할 경우 피부가 벌어져 고름이 흘러나오게 된다. 만약 결핵균이 대장에 침투하게 되면 결핵성 대장염이 발생하는데 대장에 궤양이 생기고 심각한 설사 증상으로 급격한 체중감소를 가져온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외결핵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폐결핵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대표적으로 결핵성 뇌수막염과 같은 신경계 결핵이나 심장막 주변에 결핵이 생길 경우(심낭결핵) 심한 합병증으로 높은 사망률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약 듣지 않는 슈퍼결핵 주의
결핵약에 내성이 없는 환자가 2주 이상 결핵약을 복용할 경우 전염성은 대부분 상실된다. 또 결핵약을 6개월간 꾸준히 복용하면 90% 이상 완치된다. 그러나 결핵약 복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결핵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 슈퍼결핵 환자, 즉 다제내성결핵 환자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결핵 치료는 6개월간 꾸준한 약물복용이 필수지만 부작용은 환자들의 치료를 방해하는 큰 요인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간 기능 장애다. 복통, 식욕부진은 물론 심한 경우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소화불량, 구토 등 위장장애도 나타날 수 있는데 심할 경우 약제를 추가해 조절한다. 피부발진도 생긴다. 몸과 얼굴에 발진이나 여드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약을 중단할 경우 대부분 사라진다.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져 팔다리의 통증과 관절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드물게 시력 손상도 나타나 시야의 중앙이나 주변부가 보이지 않거나 색상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또 혈소판 감소증으로 멍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극심한 약제 부작용을 경험할 경우 치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개 초기에 부작용이 많지만 다시 약을 조절해 가면서 먹으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한 정도가 된다. 만약 6개월간 복용수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반 결핵은 6개월간 약만 꾸준히 복용해도 완치가 되지만 중간에 약을 끊거나 약의 일부만 복용하면 약제 내성이 생긴다. 약제 내성이 생기면 2차 약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약의 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부작용도 더 심해진다. 치료 기간도 2년까지 늘어나게 된다. 심각한 경우 어떠한 약제도 듣지 않는 광범위내성결핵으로 진행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다제내성결핵은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거나 중단한 경우 약제에 내성이 생겨 발생한다. 특히 결핵 치료에 중요한 약인 ‘아이나’와 ‘리팜핀’ 두 약제에 내성이 생기는데 2차 약을 복용해도 치료 성공률이 50%에 불과하고 완치가 어렵다.
김주상 교수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들 중 전염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입원격리치료가 적용된다. 이때 입원비는 물론 결핵 관련 치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보조해주고 있다”며 “결핵 치료는 늦어질수록 본인뿐 아니라 남에게도 전염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제내성결핵은 항암치료처럼 약을 독하게 먹고 오래 치료를 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결핵과 면역기능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는 사람, 영양실조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이 감염 위험이 높다”며 “장기이식환자, 위암· 폐암· 혈액암 등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과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투석을 하고 있는 환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가 시끄러운 요즘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돌입에 나섰다.
이전에 유행했던 사스나 메르스 때만큼은 아니지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거나 60대 이상의 고령인 경우에는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특히나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고령인 감염자에서 사망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아직은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사망에 이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렴이 발생하고, 2차 감염 및 중증 폐손상, 패혈성 쇼크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기저질환이나 고령일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
보통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신장 또는 간 부전 등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과 특별한 지병이 없어도 고령인 경우는 면역이 떨어져 있다고 판단한다.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외부에서 침투하는 세균,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고, 또한 몸의 여러 부위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백혈구의 살균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노인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온 몸의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면역 세포의 기능도 덩달아 떨어진다.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생활 팁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지금, 면역력을 잘 유지하기 위한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서민석 교수는 “먼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만성 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처방 받은 약을 잘 복용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잠을 자고, 스트레스는 제때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서 교수는 “술과 담배는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피해야 할 대표적인 생활습관이며 특히나 흡연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의 악화가 약 1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절주와 금연을 이번 기회에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며 “기저질환자들은 코로나19의 전염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 필요하지만, 평소에 하던 운동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은 오랜 실내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만성 질환을 잘 조절하는 일석 이조의 면역력 강화 방법이다.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과 함께 균형 잡힌 식사를 한 뒤, 따뜻한 봄볕을 쬐면서 하는 가벼운 운동은 코로나 19로 한껏 움츠러든 우리를 든든히 지켜주는 면역 지킴이가 될 것이다.
여수엑스포역은 관광지 철도역으로는 만점짜리 자리에 있다. 열차에서 내려 역 구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엑스포 전시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왼쪽에서는 쪽빛 바닷물이 넘실댄다.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역 앞에 긴 줄로 늘어서 있는 택시를 바로 잡아탄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끌리듯 엑스포 전시장으로 직진한다. 높낮이 없이 평평하게 설계된 전시장 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도 걸리는 곳이 없다. 시니어들에겐 맞춤 산책길이다. 자기도 모르게 왼쪽에 있는 바다 쪽으로 접근해 걷게 된다.
조금 걷다 보면 왼편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조그만 섬 하나가 눈에 잡힌다. 소문 난 오동도다. 전시장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다리가 있으니 그 섬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만만한 섬! 천천히 걸어도 30분가량이면 다 돌 수 있다. 이 섬이 소문난 건 동백꽃 덕분이다. 동백꽃은 한창 피어나는 겨울보다는 지기 시작하는 초봄에 장관을 이룬다. 바닥에 무리를 이뤄 떨어져 있는 빨간 꽃송이와 꽃잎들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질 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그 교훈을 실감
나게 체득하려면 동백꽃이 떨어지는 3~4월께 오동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
실비로 먹는 ‘시골밥상...’ 식당
오동도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뱃속에서 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이곳이 맛의 고장 여수임에랴! 오동도 앞에서 돌산으로 가는 해상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밑에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8000원짜리 여수 가정식 백반을 파는 ‘뚱땡이 할머니의 밥상 시골밥상’ 집은 언제나 손님이 차고 넘쳐 끼니때는 이용이 쉽지 않다. 칠순을 넘긴 뚱땡이 할머니와 마흔도 채 안 돼 아이를 넷이나 출산한 ‘애국자’ 따님이 운영한다. 맞은편 엠블 호텔 투숙객들도 이 식당을 많이 찾는단다.
특별한 반찬은 없지만, 하나하나 간을 잘 맞춘 맛깔스러운 반찬들과 매일 바뀌는 국 종류 때문에 밥 한 그릇을 더 시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식사를 끝낸 자리엔 종업원이 큰 통을 들고 가서 남은 ‘아까운’ 반찬들을 모두 담는다. 음식 재활용을 않는다는 걸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좁은 자리가 꽉 차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사진도 못 찍고 문전에서 아쉬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아쉽기는 뚱땡이 할머니와 따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문 앞에 서서 손님을 그냥 보내는 눈빛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진남관 앞 ‘서울해장국’ 식당
그렇다고 애써 맛집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 여수가 아니지.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진남관. 그 오른쪽 앞과 길 건너편 거리에 여수의 오래된 먹자골목이 있다. 모두 다 소개하고 싶은 맛집들이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해장국’이 있다.
아니, 맛집 고장 여수에서 엉뚱하게 옥호를 ‘서울~~’로 쓰다니! 그러나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수십 년 전 여수가 관광지로 채 발돋움하기 전에 개업했으며 그 당시만 해도 서울은 대단한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마치 50, 60년대 서울의 빵집과 양복점 등의 이름으로 뉴욕, 파리, 런던 등을 많이 썼던 것처럼.
이 식당은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바싹 말린 우거지를 장어로 국물 맛 낸 된장국에 넣어 푹 끓여낸 우거지국, 바삭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콩나물국, 두툼한 선지국은 모두 한 그릇에 6500원,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은 김치찌개(8천 원) 등이 하나같이 별미다. 이 식당은 특히 밑반찬에 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그 때 그 때 구워주는 생김을 찍어 먹게 집간장과 양념간장을 함께 내주고 갓 만들어 내오는 숙주나물, 고추멸치볶음, 계란부침 등도 모두 싱싱하고 맛깔스럽다.
주인 할머니와 따님이 조그만 식당을 무려 종업원 10명가량을 쓰며 운영한다. 김 굽는 직원, 식재료 다듬는 직원, 우거짓국 끓이는 직원, 김치찌개 끓이는 직원 등이 제각각이다. 맛집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불친절은 찾아볼 수 없고 직원들이 손님상을 수시로 체크하며 모자란 반찬은 알아서 채워주는 친절함까지 보인다. 손님들이 저마다 이 식당 칭찬하기에 바쁘다. 팔순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선짓국을 들고 계신다. 궁금해서 말을 붙여보았다. “40년 단골이지.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들어간 건강식이고 배고프던 시절 추억을 떠올려 더 좋지.” 여러모로 완벽한 맛집인 셈이다.
그 밖에도 복춘식당, 조롱박 등 여수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이 일대에 많다. 서대회, 아귀찜, 아귀탕, 생선 내장탕, 돌게장, 삼치회 등이 주메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의 많은 아귀찜 식당과는 비교도 안 되게 풍부한 아귀를 넣은 아귀탕이 1만 원. 둘이서 다 먹기 부담스러운 양의 아귀찜도 2만 원 미만이다. 마산 일대가 주산지로 알려진 아귀는 여수에서 더 풍족하게 요리된다. 여수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삼치의 선어회는 여수의 특징적인 음식 중 하나다. 처음 접하면 물컹한 식감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삼치회만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구이로 먹는 삼치 머리는 클수록 맛이 좋다.
진남관. 이순신광장. 장군섬
식사를 마치고 여수의 상징인 진남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이순신 광장을 ‘참배’ 할 차례다. 여수를 하루만 둘러봐도 곳곳에 있는 이순신의 흔적을 발견하곤 새삼 놀라게 된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가 거처했던 곳까지 여수에 있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리하던 ‘선소’도 세 곳이나 있다. 어머니 처소는 보존작업이 마쳐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그 앞에 새로 이순신 공원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심지어 실재하지 않은 소설 속 인물까지 끄집어내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점잖은’ 여수 시민들은 ‘이순신 자원’을 그리 요란하게 활용하지 않는다. 기자도 여수를 몇 번 찾기 전까지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전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해 곳곳에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긴 줄은 알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은 사후에도 여수민들을 여러모로 ‘살려주고 있는’ 중이다. 거북선 빵집, 이순신 햄버거 등 여수 상가의 옥호 중 이순신과 거북선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여수민들의 충무공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 역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정이 한없는 불멸의 영웅은 여수에서 그 숨결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진다.
진남관은 2020년 봄까지 보수 일정이 잡혀있어 내부 관람이 금지돼 있다. 광장의 장군 동상 앞에 실물 크기로 지어졌다는 거북선도 기자 일행이 찾았을 때는 수리 중이어서 입장을 할 수 없었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 수시로 보수를 해야 한단다.
진남관 입구와 장군 동상 너머 장군섬에 이르는 곳까지 장군의 위세가 당당하게 뻗쳐져 있는 일대를 보는 것만으로 성웅 충무공에 대한 참배를 대신해야 했다. 참고로 해방 즈음까지는 장군 동상 앞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차 있었단다.
종포공원 거쳐 오동도 가는 길
이순신 광장에서 오동도 방향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자산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나지막한 언덕길을 거쳐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몇 해 전부터 여수의 포장마차 촌으로 유명해진 종포공원을 거쳐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다. 우선 종포공원부터 걸어보기로 한다.
이 일대는 여수의 오래된 바닷가 놀이터 중 하나다. 지금은 공원으로 명칭이 붙여져 있지만, 낚시꾼이 모여들고 고기잡이배가 들락날락하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로 옆에 새벽마다 경매가 열리고 종일 생선 판매가 이뤄지는 선어 시장이 있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도 간간이 모습을 보인다.
몇 년 동안 성시를 이루던 포장마차 촌은 인근 하멜기념관 옆으로 옮겨졌다. 정비 차원이었던 모양인데 아직은 포장마차 촌의 모습으로 보기엔 익숙하지 않다. 행정력도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져야 바람직한데...
종포 공원 일대에 펜션 서너 곳이 있고 펜션 부근에 맛집이 꽤 늘어서 있다. 포장마차와는 구분되는 식당들이다. 여수 특산물 중의 하나인 돌문어 식당이 많다. 돌문어삼합, 돌문어라면 등등. 진화한 여수 음식 종류 중 하나는 해산물을 활용한 라면 요리다. 이 돌문어 식당엔 점심때부터 줄이 늘어서 있다. 젊은 층이 많다. 돌문어라면 뿐만 아니라 해물라면, 돌문어삼합 등 새로운 메뉴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돌문어라면 1만 원, 네 사람이 먹어도 남을 정도의 푸짐한 돌문어삼합은 3만9000원.
기자도 몇 년 전 여수에 와서 라면 요리를 ‘개발’했었다. ‘꼴뚜기 라면’. 시장 아지매한테 1만 원만 주면 한 접시 가득 주는 꼬록(여수에선 꼴뚜기를 꼬록이라고 부른다)을 특별한 레시피 없이 라면과 함께 끓여주면 색다른 국물 맛을 내는 아주 맛깔스러운 라면이 완성된다. 강추!!!
몰포 나비와 나비 반도 여수
자산공원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걸어 올라가기에 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들도 코스로 잘 잡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 체력으로도 천천히 걸어 올라갈 만 하다. 아침저녁으로 산이 아름다운 자색으로 물든다 하여 자산으로 이름 붙여진 그 산속 공원엔 여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또 생뚱맞은 이름의 전시관이 하나 있다.
곤충체험관인데 이름하여 ‘빠삐용(나비) 전시관’이란다. 여수에 빠삐용 전시관이라니.. 입구에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스티브 맥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여수에 빠삐용? 생각해보고 거듭 생각해 봐도 생뚱맞다!
전시관에 들어가 설명을 들어봤다. 여수시의 전직 공무원 한 분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집념으로 나비를 채집해 개인적으로 만든 전시관이다. 시에 기증해 지금은 시가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나비 표본 중에서 대표적인 전시물이 저 멀리 중남미 원산의 몰포나비. 푸른 금속성 광택이 나는 아름다운 몰포나비와 그 나비 모양을 빼닮은 여수반도 그림이 나란히 전시돼있다.
아하! 그제야 조금 몰포나비 채집자의 의도가 이해될 듯했다. 그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폈음 직하다.
“지구 저편에서 몰포나비가 너울너울 날아와 한반도 끝자락에 앉았다. 여수반도다!”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에서
여수에서는 걷다가 가끔 시내버스도 타볼 만하다. 2층 관광버스도 좋지만 무작정 시내버스를 타고 한가롭게 시내를 돌다 보면 대충 여수 시내의 윤곽이 들어와 다음날 일정에 참고하기에도 좋다.
물어물어 버스 몇 번 갈아타고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지역으로 갔다. 고급 아파트촌이 있고 인공 해변이 조성돼있으며 입구 상가엔 여수답지 않게 주차난이 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에겐 식상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구원은 ‘예울마루’다. 전시회와 음악회를 수시로 여는 이 건물은 여수 산단에서 매출을 많이 올리는 어느 대기업이 외국인 건축가에 설계를 맡겨 지어서 시에 기부한 것이다. 건물 외벽 없이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 건축물 문외한이 보기에도 시원하다. 건물 바깥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있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예울마루 관람을 마치고 15분가량 옆의 산길을 돌아 걸어가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짓고 수리했다는 선소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작품 ‘선소’
이 선소는 여수반도를 에워싼 바다의 ‘골목길’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적군에게 노출되지 않는 장소를 고른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웅천 쪽에서도 선소는 보이지 않고 웅천의 바다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촌에서도 이곳이 보이지 않는다. 입지 선택이 탁월했던 셈이다. 그러니 여유롭게 안정적으로 거북선을 짓고 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북선과 수전의 각종 전략 외에도 이순신 장군의 지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영국의 넬슨 제독과 함께 세계 해전사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기록된다. 러일전쟁을 일본의 승리로 이끈 일본의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에게 존경을 표한 것도 거북선 뿐만 아니라 해전 전술, 주민 친화력, 그리고 선소 운영 능력 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충무공께 새삼스러운 존경의 묵례를 보내고 이번엔 선소 길 건너의 그 유명한 보리굴비 식당으로.
명사들이 찾는 여수의 보리굴비 식당 ‘석정’
굴비 하면 영광 굴비, 법성포 굴비다. 그런데 여수에 명사들도 즐겨 찾는 보리굴비 전문식당이 하나 있다. 옛 여천 지역, 여수 시청 부근에 있는 석정 식당이다.
이 식당도 덕장은 법성포에 두고 있다. 법성포에서 굴비를 말려 여수로 가져와 조리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굴비 정식엔 굴비와 함께 해물 보쌈김치, 여수산 각종 나물 등 17가지의 반찬을 내놓고 직원이 각 테이블을 돌면서 먹기 좋은 크기로 굴비를 찢어 준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보리굴비 속살, 군침이 돈다. 보리굴비 정식 2만 원. 여수엑스포 준비위원장을 지낸 전 건설교통부 장관 강동석 씨, 지금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윤정희, 백건우 씨 부부 등 명사들이 오래된 단골이란다.
여수에서 11월에 열렸던 세계한상대회 때의 에피소드 한 토막. 대회기간 중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각자 이 식당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단다. 각국 한인들에게까지 이 식당 소문이 났다는 식당 측의 자화자찬이다.
식당 판매보다는 전국에 보내는 택배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물 포장된 다섯 마리에 택배비 포함하여 6만5,000원, 10마리 세트는 12만5,000원.
구여수와 신여수
여수시청이 있는 구 여천지역과 구 여수를 잇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내륙 쪽 버스들이 다니는 길과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웅천지역을 지나 구 여수로 가는 길목 왼쪽에 한국화약 소유 대지가, 있으며 그 건너편엔 여수반도에서 가장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있다.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든지 아니면 대단위 리조트로 개발할 만한데, 웬일인지 방치되고 있다. 띄엄띄엄 바닷가 길을 둘러 가면 구 여수의 전통 항인 국동항이 나온다. 옛 여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동항엔 항상 낚싯배들이 수백 척 정박해있고 경매장에선 새벽마다 활발하게 경매가 이뤄진다. 바로 앞 경도엔 미래에셋이 경도 리조트 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경도는 골프장과 함께 여름 한 철 먹거리인 하모(갯장어의 일본말)의 주산지이다. 경도와 고흥 일대의 하모를 최고의 갯장어로 꼽는다. 경도 안엔 하모를 회와 샤부샤부(일본말. 유비끼라고도 함)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다. 혹자는 일본사람들처럼 갯장어에 기름이 끼는 7월 이후엔 맛이 별로라고도 하고 혹자는 그때의 하모 맛이 일품이라고도 한다. 정답은 없고 각자 취향에 따르면 될 일이다.
자매식당 등 국동항의 맛집들
그러나 여름철이건 겨울철이건 바닷장어 요리를 꾸준히 하는 식당들이 여수에 많다. 특히 국동항 주변엔 갯장어를 통째로 끓여 내놓는 통장어탕 식당이 몇 곳 있다. 그중에서 여수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문 난 자매식당을 찾았다.
장어를 잘라서 국 끓이는 게 아니라 통째로 넣어 끓인 후 손님상에 내와서 종업원이 국자로 장어를 으깨서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준다. 된장 국물에 우거지를 넣어 장어 맛과 함께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일반적으로는 토막 낸 장어를 숙주나물을 넣어 함께 끓여 내놓는다. 통장어탕 14000원, 장어 소금구이 2만 원을 받는다.
여수에 가장 많은 식당이 장어탕 식당과 돌게 간장게장 식당이다. 장어탕 식당은 수산시장 안, 시청 주변, 시내 곳곳에 있다. 그중 자매식당이 가장 생명력이 있다는 여수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놓는 멍게 젓갈이 또 일품이다. 자꾸 더 달라는 손님이 늘어나 포장 판매를 시작했단다. 한 통(3kg)에 3만 5000 원, 택배비 4000원이란다.
여수의 수산시장
여수에는 수산시장이 몇 곳 있다. 수산시장, 특화시장, 교동시장, 선어시장. 그중 수산시장이 중앙시장 격이다. 몇 년 전에 이 시장에 큰불이 나서 시장이 완전히 전소했었다. 주변의 지원과 상인들의 복구 노력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된 새 시장 모습으로 태어났다.
시장 내 수십 곳 되는 활어 판매대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잡는 활발한 모습은 장관이다. 생선 잡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좋다는 어느 보고서에 전폭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물새횟집 아지매. 수십 년간 온 가족이 이 업에 종사해왔단다. 종포공원 옆에 자그마한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재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생선을 잡고, 손님과 흥정도 시원시원하게 하며, 횟감은 그야말로 맛깔스럽게 썰어낸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일본 시장 상인들과 일 합을 겨루게 해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회를 떠 가져갈 수도 있으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2층 식당으로 올라가 상차림 값으로 한 사람당 4,000원과 매운탕값 5,000원을 주고 식사를 한다. 서울의 가락시장, 노량진 시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실비다. 생선 산지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세 명이 싱싱한 돔, 갑오징어, 농어, 삼치 등 각종 회를 남길 정도로 푸짐하게 먹고도 6만 원 미만을 냈다.
시내의 실비식당 ‘와사비’
게장 골목 소개는 생략한다. 여수의 전통적인 먹거리 중의 하나인 간장게장 식당들은 이제 시설과 메뉴에서 한 등급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신 시내의 횟집 한 군데를 더 소개하고 여수의 맛집 소개를 마친다. 여서동 네거리 근처의 ‘와사비’식당. 옥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름 때문에 최근 곤욕을 치렀단다. 얼마 전부터 보는 시선들이 좀 누그러지더란다.
옥호를 ‘고추냉이’로 바꿀 생각은? 이제 겨우 정착단계인데요... 이 식당은 문 연 지가 몇 해 되지 않았다. 6년 전께 문을 열자마자 여수에서 오래된 횟집들을 제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유는 초간단. 남자 사장이 새벽에 바다에 나가 직접 생선을 잡아 오고 여수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건 통영 등지로 달려가 구해와서 오후부터 바쁘게 회를 만든다. 혼자서 몇 사람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게 몇 년을 일해 얼굴이 수척해졌을 정도다. 부인은 서비스 메뉴를 개발하고 상차림을 연구하는 한편 수시로 주방에 들어가 남편과 주방 보조 여인을 돕기도 한다. 이들의 노력은 상차림과 회접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식당도 갈치회, 삼치회가 일품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회 한 접시에 4만 원에서 6만 원이면 세 사람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맛집 몇 곳을 소개했지만, 여수의 장점은 어느 식당에 가든 다른 지방에 비해 만족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식당마다 자부심이 대단하고 음식에 들이는 정성이 손님들 눈에도 보일 정도다. 전통인지, 요즘의 트렌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엑스포 이후 시설과 함께 식당들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먹방과 인터넷에서 칭찬은 많이 받고 악평은 덜 받는 곳, 여수가 됐다.
오동도 입구의 일출
여수에서 일출을 보는 장소로는 돌산섬 일대를 많이 꼽는다. 그중에서도 섬 끄트머리의 향일암(向日庵)은 일출로 유명해진 곳이다. 정동진과 함께 일출 사진이 워낙 많이 나돌아다녀 우리는 다른 곳에서 일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여수 현지의 정보로는 요즘 오동도 입구의 일출이 장관이란다.
새벽에 일어나 이틀을 기다렸다. 해는 우리의 애를 태우면서, 햇살만 내려보내 고기잡이배들을 비춰줄 뿐이었다.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 대신에 빛줄기만 담았다. 일정상 일출 장면 촬영을 포기하고 서울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하면서 여수 지인에게 일출 촬영을 간곡히 당부했다. 간곡히 간곡히 거듭 부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일출 사진이 메일로 왔다.
쌩큐 오 선생!
쌩큐 여수!
인터뷰 섭외는 쉽지 않았다. 기사가 나가면 문의 전화가 너무 많이 와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 노력 중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아무래도 민낯이 불편한 기색이었다.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는 만 11년째. 현재 요양시설은 5300여 곳이나 되고 약 16만 명의 고령자가 입소해 있다. 하지만 요양원에 대한 불신은 여전해 보인다. 이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5회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은 안산시립노인전문요양원 이성혁(李成赫·52) 원장이 흔쾌히 시간을 내줬다.
2027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치매 환자도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장기요양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2008년. 그 사이 요양시설은 3배 이상 늘어났지만 관리·감독은 제대로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지어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리는 등 시설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다.
돌볼 상황이 안 돼 불가피하게 요양시설에 가족 또는 노부모를 맡겨야 하는 보호자들은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나마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시설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요양원을 찾아 문을 두드려보지만 입소가 쉽지 않다. 괜찮은 곳은 전체 시설의 10여 %밖에 안 돼 2~3년간은 대기자로 기다려야 한다.
요양시설 서비스의 질은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가까운 미래의 우리들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몇십 년 뒤에도 노인 돌봄 환경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산시립노인전문요양원 이성혁 원장은 무엇보다 성숙한 요양원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도 개선을 통한 효율화도 중요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한 재정 확보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르신 돌봄 서비스 질은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사 선생님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분들에 대한 처우가 아직 열악해요. 과도한 격무는 물론 더러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등 인권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할 때는 마음이라도 먼저 열어야 합니다. 상대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이 들면 일이 아무리 고되어도 힘이 생깁니다. 옛날에는 가난했어도 아름답고 훈훈한 일이 많았잖아요. 서로를 존중하며 지냈기 때문이라고 봐요. 요양원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닙니다. 요양보호사는 보호자의 마음을, 보호자는 요양보호사의 업무 스트레스를 헤아려줘야 합니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르신들을 오래 돌볼 수 없습니다. 금세 지쳐요.”
요양보호사의 인권도 중요하다
올해 개원 14주년을 맞이한 안산시립노인전문요양원은 2005년 사할린영주귀국동포들이 입소하면서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에는 현재 81명의 고령자가 입소해 있고 34명의 요양보호사들이 상주해 있다. 이성혁 원장은 늘 출근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나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입소자들을 만나러 간다. 손도 잡고 눈도 마주치며 시시콜콜한 대화도 나눈다. 올해 초 제4대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사회복지시설에서 20여 년간 활동하며 역량을 쌓아온 복지 전문가다. 3년마다 이루어지는 정기 평가에서 5회 연속 최고 등급을 받은 비결을 묻자 “규정을 잘 지키려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요양사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마음이 큰 도움이 됐다”며 모든 공을 요양보호사들에게 돌렸다. 이 원장은 인터뷰 내내 요양보호사들의 자존감에 대해 거듭 이야기하며 입장을 대변했다.
“어르신 돌봄 과정에서 요양보호사가 모든 짐을 질 수는 없습니다. 우선은 그분들의 자존감이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야 돌봄 서비스도 좋아질 것입니다.”
사실 현행 제도를 수정해야 할 만큼 요양보호사의 근무 환경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한 명이 입소자 2.5명을 돌봐야 하지만 주간과 야간 교대근무를 배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규정 때문에 실제로는 한 명이 8~9명의 노인을 보살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식사 수발과 기저귀 케어 등으로 한바탕 전쟁이 벌어질 때는 뛰어다녀도 시간이 부족해 패닉에 빠지곤 한다. 과중한 업무에 허리를 자주 다쳐 복대와 손목대 착용은 기본이고 진통제를 먹으며 일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보호자는 없다.
이 원장은 대부분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이지만 요양원에서도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이 오가고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며, 제일선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 보호자의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분이 나쁘면 고함을 지르며 이년 저년 심한 욕을 하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인지 능력이 떨어져 그러시겠지 이해가 돼도 당장은 속상하고 기분도 안 좋겠죠. 요양보호사가 천사는 아닙니다. 간혹 육체노동보다 감정노동이 더 힘들다고 눈물을 보이는 분도 있습니다. 어느 날은 텃밭을 좋아하는 어르신에게 채소라도 다듬어보게 손에 쥐어드렸다가 ‘우리 엄마에게 왜 일을 시키냐’고 화를 내는 보호자 때문에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저희도 더 세밀히 살피고 노력해야겠지만 보호자들도 믿고 어르신을 맡겨주시면 좋겠어요. ‘요양원은 믿을 수 없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보면 신뢰 형성이 안 됩니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요양시설에서 보내는 고령자가 많아질 것이다. 이 원장은 10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는 입소자들 중에는 요양보호사를 마치 딸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요양원에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태우고 다니면서 안부 여쭙고 이야기 들어주고…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사랑하는 가족도 매일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한 어르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요양사 선생님만 들어오면 좋아서 씩 웃으신대요. 잘해드려도 맘에 안 드는 요양사 선생님을 보면 눈 감고 모르는 척하시고요.(웃음)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 아닐까요. 비록 거동은 불편하시지만 마음은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요양사 선생님들도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자신이 진짜 딸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대요. 절대로 인위적으로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관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한 진실, 이제는 드러내놔야
그러나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보호자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마음고생도 만만치 않다. 가족을 요양원에 맡긴 뒤 속앓이가 더 깊어진 사람도 있다. 세상이 변해 인식이 바뀌고 있다지만 부모를 직접 모시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불효자의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면회 갈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눈물 글썽글썽한 그 외침을 애써 외면한 채 견뎌야 하는 현실도 참혹하다.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면 다른 시설은 좀 나을까 싶어 옮겨 다니다가 몸과 마음이 다 지쳐버리기도 한다. 약물 오남용, 낙상 등으로 인한 사고도 많지만 속 시원한 해명은 들을 수 없다. 그렇다고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는 형편. 자칫 부모님이 불이익이라도 받을까봐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부모님 모시는 일로 한 번쯤 고민해본 사람들은 감응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이성혁 원장은 가족을 요양원에 보내는 입장도, 입소자를 받아들이는 입장도 초창기에는 예민해지기 마련이라서 알게 모르게 주고받는 상처가 많다고 말한다.
“요양원에 부모를 모시고 오는 보호자들은 죄스러운 마음 때문인지 요구 사항이 많습니다. 잘 모셔줄까 불안해하고 작은 일에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저희 요양원에서는 그러한 오해와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정기적으로 운영위원회를 열고 있습니다. 회의 과정이 오픈돼 있어 보호자들도 참석할 수 있지요. 다행히 이 과정을 통해 마음을 조금씩 열기도 합니다. 대화할 때 상식이 통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판단 기준이 다를 때는 무척 힘이 듭니다. 예를 들면 의사가 처방한 약물 복용에 대해 설명을 할 때 그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요양원이 져야 한다고 말하는 보호자들이 있어요. 어르신을 위해 고심해서 내린 처방인데 다짜고짜 그렇게 말씀하실 때는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보호자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요.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상처들도 아뭅니다.”
이 원장은 노인 학대 문제에 대해서도 시설에서 폭력을 행사하면 요즘은 바로 폐쇄 조치에 들어가는 분위기라면서 특히 국공립 시설은 인권보호 기준이 더 엄격하다고 했다.
“저희는 침대에 누워 말씀 한마디 못하시는 어르신의 존엄도 잊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든 인격이 침해당하는 일은 없어져야 해요.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국공립 요양시설은 전체의 1%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는 다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죠. 민간시설은 재정적 어려움이 있기도 하고 이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도 있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안 좋은 사례들을 대할 때는 오랫동안 복지 관련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앞으로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서로 배려하는 문화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몸이 불편해져도, 요양시설에 들어가겠다는 마음을 선뜻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마주해야 할 풍경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장기요양보험 기금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대로 가다간 고령자 삶의 마지막이 극한 체험 속에서 끝날 수도 있다.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적극 기대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장년 부부나 연인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생활 방식으로 ‘LAT’(따로 함께 살기)를 꼽았다. 최근 중국의 시니어는 하루 170원 정도의 이용료로 원격진료와 식사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는 ‘스마트 홈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한 70대 노부부가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미국 중산층을 둘러싼 ‘메디-메디’ 혜택에 대한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LAT’ 시니어 부부, 독립성과 자유성 매력적
월스트리트저널은 결혼하지 않은 중장년 연인이, 젊은 연인들보다 더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 비결 중 하나로 ‘LAT(Living Apart Together)’ 방식을 꼽았다. ‘따로 함께 산다’는 의미를 지닌 LAT는, 결혼해서 한집에 동거하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각자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일정기간만 상대의 집에서 사는 관계를 말한다.
미국의 새로운 가족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가령 일주일에 나흘은 한집에서 지내고, 나머지 사흘은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는 식이다. 특히 주거공간을 소유한 중장년층 중에 LAT족이 많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LAT족의 가장 큰 장점은 ‘독립성과 자유성’이다. 간헐적으로 함께 생활하며 즐거움을 누리되, 독립된 개인의 공간이 있어 사생활을 모두 공유하거나 일상 패턴을 맞춰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층 자유롭다는 것.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졸혼’도 이러한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중국 시니어 돌보미로 거듭나는 스마트 홈 기술
중국에서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가 출시됐다. 하루에 1위안, 원화로 170원 정도의 이용료를 지불하면 원격 진료는 물론 긴급 병원 호출, 주택 보안, 식사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시니어 간호 분야의 선두주자인 란창 네트워크 테크놀로지(Lanchuang Network Technology)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시니어 세대를 위해 개발한 스마트 홈 서비스다.
TV와 페어링된 웹캠에 아이폰의 ‘시리(Siri)’와 유사한 음성 도우미 ‘샤오이(Xiaoyi)’를 불러 다양한 유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4개월 전에 시작한 란창의 스마트 홈 서비스에는 16개 도시에서 22만 명이 가입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산동 지역에서 절반 이상 등록했다. 란창은 지금까지 ‘차이나 모바일’과 협력해 시니어 스마트폰 서비스를 실시해온 회사다. 지난 4월 중국 정부는 스마트 기술과 재정 지원을 포함해 해당 부문을 위해 개발될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정책 문서를 발표했다. 란창의 스마트 플랫폼에 대한 보조금으로 약 2200만 위안(266억 원)을 제공했으며, 산동성 정부도 300만 위안(36억 원)을 기부했다. .
미국‘메디-메디’ 혜택 못 받는 중산층, 의료비 부담에 자살까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 주 와콤카운티에서 70대 노부부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911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자살을 예고했고, 유서에는 “더 이상 의료비를 갚아나갈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미국 노인들의 경우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의료보조 제도인 ‘메디케이드’, 이른바 ‘메디-메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메디케이드를 받기엔 재산이 많지만, 의료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중산층 노인. 그들에게 남은 메디케어는 자기 부담률도 적지 않을 뿐더러, 양로병원과 자택간병 등 장기케어는 해당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노부부 역시 이러한 고충으로 유명을 달리해 안타까움을 샀다. 그러나 미국의 중산층 인구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데 반해, 이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2017년 8월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고, 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를 낮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제도다. 비급여 진료 문제가 있어 보험 적용을 받은 후에도 본인 부담금이 많고, 상한선이 없는 고액 진료비에 고충을 겪는 중산층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행 3년 차, 소득 1~5분위 계층의 의료비는 42만~55만 원이 절감됐지만, 보다 면밀한 검토와 효율적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