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장수시대에 다 자란 자식을 부양하는 부모는 늘어나고, 어버이를 모시는 자식은 줄어들고 있다. 부모 품을 못 떠나는 이른바 ‘난 캥거루족’은 그 이유로 경제적으로나 인지적으로 모두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노부부만 사는 경우는 50%가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의 시니어는 사회의 주역으로 열심히 살아 왔으나 노후생활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며, 후세대나 국가의 ‘복지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시니어가 30년을 살아가기 위하여 자기 스스로 설계하고 실천해야 하는 엄숙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실패하면 만회할 기회도 오지 않는다.
시니어는 현금흐름 수지균형을 실현하는 데 재무 설계 목표를 두어야 한다. 오늘의 시니어는 고도성장 속에서 눈뜨고 나면 재산이 불어나는 경험도 하였으나 이제는 수입과 지출이 거의 축소되거나 국민연금 등으로 고정되어 있다. 재산이 남는 경우에는 상속, 증여, 사회기부 등 지출을 늘려 규모를 줄이고, 부족한 때에는 수입을 창출하고 소비지출을 줄여서 ‘재산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앞으로 살길 30년 장기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월 100만 원의 가치를 30년 가치로 계산해 보자. 원금으로 3억 6천만 원이다. 100만 원이라면 관심이 적게 보일 수 있지만 3억6천만 원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금액이다. 세금,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연 순수익률을 2%로 가정하고 매월 100만 원씩 30년 동안 수입창출하거나 소비 절약하여 운용하면 4억 8천9백만 원이 되고, 반대로 매달 100만 원씩 소비한다면 2억 7천만 원이 당장 필요하다. 월 100만 원은 앞으로 살아야 할 30년을 좌우할 귀중한 자원이다.
젊은 시절 추구했던 수입창출도 좋고, 고통이 덜 하는 방법으로 낭비요인을 줄이는 방법도 좋다. 월 10만 원이라도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시니어가 살길이다. 시니어의 수입은 대체로 연금, 자산운용 수익, 수동산 임대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 등으로 이루어진다. 직업에 따라 50세 이전부터 은퇴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성공한 사업가도 은퇴할 때가 되었다. 나이 절벽에 막혀 창업이나 재취업으로 수입을 창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새롭게 수입창출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니, 우선 소비지출을 검토하여 낭비를 억제하는 방법부터 찾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설령 재산을 많이 남겨봐야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어차피 빈손으로 갈 것이다.
지출은 주거관리비, 식생활비, 세금과 공과, 일상활동비, 건강관리비, 경조사비, 의료비, 품위유지비, 금융비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세히 검토해 보면 조정할 수 있는 낭비요인이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실천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챙기라는 뜻이다.
지난날의 귀중한 경험은 깊이 간직하고 화려했던 과거는 내려놓으라. 그러면 앞길이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선진국, 스웨덴! 그들의 삶에 뭔가 특별한 것은 없을까? 바로 ‘독립’이다. 어린아이, 청년, 노인 할 것 없이 모두 독립적 삶을 추구한다. 스웨덴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50%가 채 안 된다. 많은 청소년이 드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배낭여행을 떠난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는 노인들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는다. 고독이 삶을 힘들게 해도 죽을 때까지 스스로 살아간다. 자식을 위해 평생 고생하거나 연로한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없는 살림을 쪼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나 몰라라 하는 비정한 사회일까? 그런 사회의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영국 신경제재단(NEF)에서는 매년 세계 140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한다. 2016년 스웨덴의 행복지수는 7.6으로 4위,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6.0으로 40위다. 그 비결은 뭘까? 역시 스웨덴인의 독립적 삶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독립은 서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간섭을 하지 않으니 갈등의 요소가 사라진다. 그러니 행복할 수밖에.
대한민국 액티브 시니어들이 간절히 원하는 삶도 바로 스웨덴식 독립 인생 아닐까! 자녀 부양하느라 나이 들어서까지 허리 휘지 않아도 되고, 자녀 도움 없이도 살아가는 데 걱정이 없는 노후! 스웨덴 사람들이 이런 노후를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연금을 필두로 한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기반이 탄탄해야 함을 뜻한다.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독립적이고 활기찬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자조노력 연금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연금생활플랜(Pension Life Plan, PLP)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액티브 시니어란?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는 연장자를 의미하니 결국 관건은 액티브에 달렸다. 단어의 구체적 의미가 애매모호하거나 헷갈릴 때는 어원을 살펴보면 된다. 온라인 어원사전(Online Etymology Dictionary)에 따르면 액티브의 어원은 라틴어 액티부스(activus)다. 액티부스는 액투스(actus)의 형용사형이니 액투스의 의미를 살펴보면 액티브의 용례를 알 수 있다. 액투스는 행위(a doing), 운전(a driving), 자극(impulse), 활기참(a setting in motion), 역할(a part in a play)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고대에 요즘 같은 자동차는 없었을 테니 운전이 의미하는 바는 말을 타거나 마차를 모는 행위를 뜻할 것이다. 자극은 감각이나 마음에 반응이 일어나도록 어떤 작용을 가하는 것을, 역할은 연극에서 어떤 배역을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원으로부터 알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의 뜻은 우선 행위, 즉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파에 기대거나 누워 TV를 친구삼아 시간을 축내는 정적인 삶이 아니라 적극적인 야외활동은 물론 타인과의 교류를 즐기는 동적 삶이어야 한다. 나이 들어 말을 타거나 마차를 몰려면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육체적 건강은 액티브 시니어의 필수조건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동적 삶을 추구할 수 있고, 나아가 병원비 등 의료비를 대폭 아낄 수 있다. 자극은 정신적 건강함이 필요함을 뜻한다. 육체적으로 건강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쇠약하면 마력이 뛰어난 고급 승용차를 주차장에 파킹해놓고 자랑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할 때 활기찬 삶이 따라올 뿐 아니라, 자연스레 사회적 역할도 주어지기 마련이다. 무대 위의 주연배우는 아닐지라도 극의 재미를 더하는 감초역할 정도는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액티브 시니어란 육체적·정신적 건강함을 기반으로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연장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동안 고생한 인생에 보답하는 데 초점을 맞춘 나 혼자 즐기는 삶은 그것이 아무리 동적이고 활기찬 삶이라 할지라도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삶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필자는 이를 소극적 액티브 시니어라 부르고자 한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자산을 사장시키지 않고 살려가며 어떤 형태로든 사회와 교감을 나누며 의미를 찾는 삶이야말로 전형적인 액티브 시니어의 삶이다. 필자는 이를 적극적 액티브 시니어라 부르고 싶다. 그냥 즐기는 삶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액티브 시니어다.
세 명의 벽돌공이 일을 하고 있다. 길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잠시 쉬면서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가까이 있던 벽돌공이 말한다. “네,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벽돌공은 이렇게 말한다. “네, 저는 벽돌로 집을 짓고 있습니다.” 멀찍이서 일을 하던 벽돌공이 땀을 훔치며 말한다. “저는 지금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의 답이 이렇게 다르다. 나그네가 세 사람의 말을 음미하며 속으로 읊조린다. ‘음, 벽돌을 쌓고 있는 벽돌공은 지금 생업에 종사하고 있음이며, 집을 짓고 있는 벽돌공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음이며,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는 벽돌공은 천직에 종사하고 있음이로구나!’ 그렇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가치를 낳는다. 같은 시니어라도 여전히 생업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직을 찾아 의미 있는 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미 생업에서 물러나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니어라면 천직에 한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경제적 기반부터 챙기자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 중국 춘추시대에 환공을 도와 제나라를 패권국으로 만든 관중의 말이다. 한마디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어야 예절을 차리고 영광스러움과 욕됨을 안다는 뜻이다. “내 코가 석자”라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의미다.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액티브 시니어의 삶은 요원하지 않을까. 테레사 수녀 같은 삶을 일반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일반 서민에게 ‘등 따시고 배부른 삶’은 액티브 시니어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다.
액티브 시니어가 은퇴 후 천직을 찾아 의미 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호구지책에 연연하지 않는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시니어들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사회보장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스웨덴처럼 든든하지 못하다. 게다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어느 정도 돈을 모았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이자로 생활하는 금리생활자(rentier)가 될 수 없다. 사회보장과 사적 보장을 상황에 맞게 조합한 연금생활자(pensioner)로 호구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리생활자의 해는 저물고, 연금생활자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수입 상실, 예상치 못한 지출, 질병 리스크 등이다([그림1] 참조). 은퇴 후에도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수입은 필수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지출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생활은 일그러지고 액티브 시니어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질병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질병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질병에 따른 지출도 경계해야 한다. 질병은 우리 몸만 갉아먹는 게 아니라 생활비도 갉아먹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런 위협 요인까지 이겨낼 수 있도록 경제적 기반을 단단하게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은퇴 후 맞닥뜨리게 되는 경제적 문제를 연금 중심으로 대처하고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꾸준히 이어가게 해주는 체계적 계획을 연금생활플랜, 이 계획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잘 짜는 것을 ‘PLP(Pension Life Plan) 디자인’이라 부르고자 한다.
‘연금생활플랜’ 어떻게 디자인할까?
‘연금생활플랜’ 디자인의 핵심은 [표1]과 같은 현금흐름표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본인과 배우자, 자녀의 나이를 입력하고, 각 연도의 지출항목을 입력한다. 지출은 기본생활비·주거비·교육비·보험료·기타 지출·일시적 지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생활비는 각자가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를, 교육비는 자녀 및 본인과 배우자의 교육비를, 보험료는 건강보험료 및 민영보험료 등을, 일시적 지출은 자녀 결혼비용 등을, 기타 지출은 경조사 비용 등을 입력하면 된다. 자녀가 독립했는데 무슨 교육비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액티브 시니어 정의에서 강조한 바 있는 정신적 성장과 삶의 자극을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평생교육을 받다 사귀는 새로운 친구는 삶의 소중한 보너스다.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자산을 리뉴얼해야 한다. 은퇴 후 평생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비용이라기보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출항목을 입력했으면 이제 수입을 계산해 입력할 차례다. 이 부분은 좀 복잡하다. 우선 각자가 가입해 있는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부터 얼마의 수입이 발생할지 계산해야 한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연금포털’을 이용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여기에다 기초연금을 더하면 기본적인 연금소득은 파악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 지출을 감당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많은 사람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공사 연금소득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추가적인 근로소득을 만들어내는 것과 주택을 활용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액티브 시니어들은 이 정도만 하면 생활비는 충분히 조달할 수 있지 않을까. 기타 수입에는 만기된 적금액이나 곗돈, 경조사 수입 등을 기록하면 된다.
연금 외의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라면 이 금융자산을 활용해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시납즉시연금이나 월지급식펀드, 월지급식예금 등 연금성 상품을 활용하면 일시금에서 매월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므로 전문가에게 자문해서 도움을 받는게 좋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세제상 불이익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원하지 않는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세목별 내용은 [표2]의 수입상황표에 기록하면 된다.
현금흐름을 만들 때는 두 가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망할 때까지 일정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각자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고 추구하는 삶의 행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은퇴생활 초기에 보다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균일한 삶을 원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은퇴 후 삶의 비전을 생각하면서 생애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본인 사망 후 배우자의 여생까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스갯소리로 배우자에 대한 마지막 복수로 본인의 사망과 동시에 현금흐름을 단절시키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역으로 말하면 이는 배우자의 여생에도 현금흐름이 쭉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손성동(孫盛東)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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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한국연금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은퇴자들을 유혹하는 투자처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상가나 원룸,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투자에 목돈이 들긴 하지만 투자를 위한 대출도 쉽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에 비해 감수해야 할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또 심각한 노동이 필요없다는 점 역시 시니어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 중 특히 은퇴자에게 원룸이 갖는 장점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은 고민스러운 시기다. 정부가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임대업자들의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1월 15일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관리 강화 계획에 따르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해마다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분할상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원금을 꼬박꼬박 은행에 되돌려준다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선 단기적 수익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다름없다.
원룸이 매력적인 이유
원룸의 장점은 투자에 비해 고소득을 담보할 순 없지만 안정적 수익의 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공실을 줄이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 일반적으로 사무실이나 상가의 경우 용도나 규모를 따지기 때문에 한 번 공실이 생기면 가격을 내린다 해도 ‘임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원룸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주택 밀집 지역은 일반적으로 주거용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수익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싸게’ 내놓으면 공실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라는 것. 특히 투룸이나 다가구 주택에 비해 주택당 규모가 작은 원룸은 더욱 수요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당분간 이런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갑자기 자금이 필요할 땐 일부를 전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세로 전환하면 목돈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퇴직자들에게는 소일거리 삼아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간단한 청소 등 건물 관리에 직접 참여하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주택임대사업자의 경우에는 세재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주택 임대수입을 올리는 주택 임대사업자에게는 수입에 대한 비과세 적용 기한이 2018년 말까지 연장됐다.
물론 100%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룸이라 해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 공실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거제나 군산과 같은 조선산업 의존 지역이다. 군산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선소에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원룸 임대업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며, “밀집 지역에 가면 공실이 40% 이상인 곳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의 부활에 운명이 내맡겨진 셈이다.
세상에 ‘쉬운 돈’은 없다
그렇다고 원룸 투자가 무조건 핑크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원룸 투자를 고려하는 은퇴자들은 대부분 ‘공실’을 가장 겁낸다. 애써 돈을 투자해 방을 꾸며놨는데, 임대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낭패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원룸 임대사업에 투자할 때 대출을 고려하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소비자들과의 분쟁이라고 말한다. 주택 임대관리업체 관계자는 “원룸 건물주들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것은 세입자들의 민원”이라고 설명한다. 원룸 세입자는 나이가 20~30대의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세대차 등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인 처리를 진행해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어 건물주 입장에선 부당하다 느낄 만한 부분도 상당수 존재한다.
건물관리도 쉽지 않다. 건물의 청소나 유지보수, 수리 등을 직접 하려면 각각의 전문가들과 계약을 맺거나 그때그때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때가 많다.
서울 신촌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파가 닥쳤을 때 보일러나 수도가 터지는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만약 제때 수리가 안 되면 세입자가 월세를 깎아 달라고 하거나, 수리업자를 다급하게 부르려면 웃돈을 줘야 해서 건물주 입장에선 이중고를 겪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한다.
원룸을 관리업체가 갖는 장단점
원룸 건물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면 관리업체에 맡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이런 경우 선택 방법은 크게 3가지. 그중 하나는 지역에서 소규모로 건물을 관리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맡기는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문 주택임대관리 회사를 통해 관리하는 방법, 마지막으로는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를 통한 방법이다.
지역마다 발품을 팔다 보면 원룸을 직접 관리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있기 마련. 매물이나 임대계약을 ‘독점’으로 제공하는 대신 관리를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있고, 적은 비용을 받고 대부분의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공인중개사들은 별도의 임대사업자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유지비용은 적은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처리 가능한 관리 업무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지역 주택임대관리 회사를 통해 관리를 맡기는 방법이다. 이런 업체들은 지역 내에서 많은 원룸 물량을 확보해 홍보, 유지보수, 관리 비용을 낮춰 이익을 얻는 형태로 운영된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보증보험 등 안전장치가 있고, 웬만한 수리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동파 등 사고가 났을 때 직접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도배 등 보수도 저렴하게 서비스받을 수 있다. 단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거점 지역을 벗어난 건물을 맡기기 어렵고, 규모가 작은 공인중개사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
이 외에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부동산 종합서비스 업체들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네크워크형 부동산 종합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대상자로 5개 핵심 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관리를 벗어나 시행, 시공, 분양에서부터 임대 마케팅, 주거사업 개선 등 주택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시범 선정된 기업들은 자본금이 충분한 대기업 위주로 선발돼 소규모 임대 사업자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관리를 맡기는 방식은 크게 2 가지로 나뉜다. 먼저 자기관리형이 있다. 흔히 마스터 리스로 불리는 이 방식은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원룸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중 특정 금액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보통 시세는 모든 방이 임대됐을 때 발생하는 기대수익의 85~90%를 보장해주는 수준이다. 수수료가 비싸긴 하지만 공실이나 분쟁 등의 걱정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그에 대한 위험 부담은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수수료는 낮지만 위험 부담은 건물주가 지는 ‘위탁관리형’도 있다. 일반적으로 임대료의 3~6%가 수수료로 책정되는데, 서울 강남 등 상권이 발달해 임대료가 높은 지역은 8% 정도로 높다.
위탁할 때 사고 꼼꼼하게 대비해야
원룸의 관리를 맡긴다고 해서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 임대에 대한 전권을 맡겨놓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일 중 하나는 이중계약서 체결이다. 세입자와는 고액의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건물주에게는 낮은 금액의 계약서를 내밀어 차액을 챙기는 일도 있고, 아예 공실이라고 보고하고 임대료를 가로채는 경우까지 있다.
가장 심한 경우는 전세 계약을 체결해놓고 목돈을 챙겨 달아날 때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원 중부경찰서는 아주대학교 인근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맺고 건물주에게는 월세계약을 맺었다고 속여 총 20억920만원의 전세금을 가로챈 혐의로 공인중개사 일당을 검거한 일도 있다.
부동산 관리업체 스마트하우스의 이성태 차장은 “특히 건물주의 주거지와 원룸의 위치가 물리적으로 먼 경우 잦은 방문이나 꼼꼼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노려 사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중요한 삶의 요소 중 하나가 주거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의 집에서 이웃과는 어떻게 지낼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최근에는 주택의 형태 중 하나로 땅콩 주택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땅콩 주택은 하나의 필지에 닮은꼴의 주택 두 채가 들어서 있는 집을 말한다. 대문도 하나이고, 마당도 하나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한 채의 집처럼 보인다. 땅콩 주택은 미국에서 시작된 친환경적 주택의 일종으로 듀플렉스홈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그 모양새가 마치 땅콩을 닮았다 하여 ‘땅콩 주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필자는 현재 땅콩 주택에서 살고 있다.
사람은 삶의 편리성과 경제적 가치를 자신도 모르게 따지며 산다. 개미가 가장 짧은 길을 찾아서 행군하듯 말이다. 주거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의식주’라 했다. 입고, 먹고, 사는 집이 삶의 필수요소인 것이다. 그런데 의식주의 형태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다. 땅콩 주택도 이런 변화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주거 트렌트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목조 주택으로서 친환경적이면서도 건축시간과 건축비가 절감되고 단열이 잘되는 게 매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건축가가 이 주택의 유용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짓기 시작했다. 적은 건축비로 지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어 하는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2011년부터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땅콩 주택은 현재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아토피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젊은 세대들이 선호한다.
인간은 한 줌의 흙으로 빚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흙을 가까이 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주거에서도 흙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을 바라게 된다. 하지만 도심의 주거는 온통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있다. 시멘트나 아스팔트 포장이 아닌 길이 없을 정도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는 매우 삭막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콘크리트 감옥 속에서 산다는 말도 있다. 편리성과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환경이 가져온 피폐다. 주말이면 도심 주변의 온 산들이 인산인해가 되는 이유다. 도시인들은 유난히 흙을 그리워한다. 인간 본성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들은 더욱 흙을 그리워한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거나 남은 인생만큼은 전원주택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건축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땅콩 주택은 건축비를 적게 들여서 지을 수 있다.
한 필지 위에 두 채의 집이 들어서게 되는 형태여서 건축비가 적게 든다. 대문이나 주차장도 하나이고, 정원도 하나라서 넓다. 이렇게 지으니 공사기간도 그만큼 단축된다. 또한 두 집이 한 건물에 있어 이웃끼리 정을 나누며 살 수 있다. 이웃사촌이 자동으로 생기는 셈이다. 집을 비울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행을 간다든지 애완견을 키울 경우 옆집에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 안에 가스 불을 켜놓고 나왔는지 헷갈려서 걱정이 될 경우에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도 대처할 수 있다. 옆집에서 봐주면 해결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편리함과 장점들도 많지만 유의해야 할 점들도 많다. 땅콩 주택에 살 때는 이웃집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한 필지 위에 하나의 건물로 지어지기 때문에 소유권도 공동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소유권 행사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집을 팔 때나 수리할 경우에도 이웃집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각의 소유권으로 집을 짓고 있다.
최근의 모든 주택이 실수용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지만, 땅콩 주택은 특히 부동산 투자의 개념이 아닌 주거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낯선 사람이 아닌 가족이나 친인척 또는 절친한 친구 등과 같이 평소 편안하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살기에 적합하다.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은 양쪽 집 부인의 성격이나 삶의 가치관 등이 서로 잘 어울려야 한다. 서로 생각하는 게 너무 다르면 가까운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삶이 피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땅콩 주택, 노후 주거의 형태로 생각해 볼만하다.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에 어린이집, 뇌 건강센터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삼성노블카운티는 스포츠와 문화 서비스와 함께 지역 주민과의 공존, 가족적 연대까지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마을공동체였다. 또한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혼합하여 이상적인 융합형 시니어타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시니어타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이었다. 고준호(高準浩·59) 삼성노블카운티 원장이 직접 말하는 노블카운티의 특별한 강점을 확인해 봤다.
고준호 원장은 출근하면 항상 확인하는 일이 있다. 호숫가에 산책 나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어머님, 잘 주무셨나요?”, “아버님,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아드님은 잘 다녀가셨나요?” ,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요?”, “오늘은 패셔니스타 같아요” 살갑게 건네곤 한다. 매일 회원들을 살피고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 주는 것이 몸에 배었다. 가끔씩 나누는 일상의 안부는 회원들에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됐다. 회원들은 남 보다 못한 자식들보다 고 원장이 때로는 든든한 안식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회원들이 더 활기차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는 고 원장은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시니어타운은 부자들만 간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죠. 부유한 어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열심히 벌어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정도면 부부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호회가 잘 조직돼 있어 회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그래서 이 안에서는 교우관계가 왕성해요. 여기서는 어머님들의 활동이 활발하고요. 합창단, 당구, 사진, 탁구도 새로 배우시고, 회원들끼리 인생의 선후배로서의 교우관계로 행복한 시간을 채워 나가고 계십니다. 노블카운티 정원에서 서로 부축해 가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회원부부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싶어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분이라면 큰 걱정 없이 비교적 품위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며 취미와 사교활동으로 행복을 누리면서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아닐는지.
이러한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설립,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시니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일반세대(타워A, B동)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세대로 구분되는 노블카운티에는 총 553세대가 입주해 있다. 지상 20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 2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실의 면적은 30평형대, 40평형대, 50평형대, 70평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타운 내 시설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함께 이용하는 장소로 운영되는 등 도심형 시니어타운의 이점도 있는, 세대 간 소통으로 대표적인 시니어타운이다.
도심과 자연의 만남, 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은 드물다
“15년이 넘은 곳이라 여기는 외국 분들이 자주 방문합니다. 우선 외국 분들은 조경을 보며 아름답다며 놀랍니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쓸 수 있는 센터들이 같이 운영된다는 것에도 놀라죠. 일본도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있는데 아주 도심에 있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곳은 거의 없어요. 노블카운티는 도심과 자연의 장점을 갖춘 시설이죠. 설립할 때부터 이런 취지로 개발한 시설은 드물어요.”
삼성노블카운티의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되는 고준호 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니어타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블카운티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시설은 드물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노블카운티를 국제적으로 키우겠다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노블카운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더 만족하며 살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와서 보니 실버타운의 경영자는 반은 호텔 지배인이고 반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더군요. 호텔 지배인은 뭐랄까, 고급스런 고객을 모시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죠. 아파트 관리소장은 서민들이 사는 문제, 예를 들어 수도 흙탕물이 나온다, 왜 쓰레기 제때 안 치우냐, 관리비 왜 비싸냐 등등 소소한 불편 사항을 해소해 주는 역할입니다. 저는 그 롤들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 원장은 회원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회원들 생활의 작은 것부터 다듬어 주자는 생각은 겸손함도 있지만 보다 회원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여 주자는 현실적인 차원도 있었다.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문제점들이 흔히 지적되는데 그런 것에 관심 갖는 것보다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치는 한 분 한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거죠.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여기가 천국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게 여기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가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 한다
고 원장은 자신이 와서 새롭게 한 건 하나도 없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훌륭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철 회장님은 노블카운티를 어떻게 지으라고 말씀은 안 하셨고 복지의 사각지대인 의료, 육아, 여성, 노인 문제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걸 하라고 공익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삼성의료재단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집이었으며 다음이 노블카운티였죠. 노블카운티를 지을 때는 이건희 회장님이 선대 회장님의 마인드를 갖고 노인 복지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블카운티를 지으면서 이건희 회장님이 지시한 게 하루 종일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고 원장은 노블카운티에 오기 전에는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블카운티와 함께 시니어타운을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겠구나 싶어요.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료적인 안전도 있고 생활 안전, 보안 등의 문제도 있어요. 시니어들 집은 방범에 다소 허술하기 때문에 범죄 등에 취약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도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전철역까지 가는 게 다 건강 면에서 리스크가 돼요. 한마디로 안전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게 시니어입니다. 특히 낙상이 문제죠. 넘어져서 다치면 그로부터 노환이 시작돼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 지출 커지고 운동을 못 하니 건강도 나빠지고…. 특히 80세가 넘어가면 그런 리스크가 항상 있게 됩니다.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있나요? 그런데 여긴 식사할 때 다 같이 모여요. 산책할 때도 모이고. 그리고 직원들이 항상 보고 있고. 그래서 혼자 살 때 발생하는 리스크가 없어요. 단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모여 사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겁니다.”
노후인구 급증, 이들의 주거를 충족시킬 방안 조성해야
노블카운티의 입주회원들 나이 평균은 83.5세. 부부는 35%정도고 65%가 싱글이다. 남녀 비율은 7:3으로 7이 여자다.
“당뇨병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 식단은 별도로 차려 드립니다. 그 외에는 집 밥처럼 만들고 있어요. 건강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냉면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가 아니라 영양사, 주방장 등을 직접 고용하여 자체적으로 만드는 음식들입니다.”
노블카운티에서 일하는 스태프는 총 450여 명에 달한다. 이 많은 숫자는 노블카운티에 다른 시니어타운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포츠센터 등의 시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 관리 감독 및 프로그램 제공과 강사 등을 위한 다양한 인력들이 노블카운티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타운을 경험해 보니 어른들에게 권할 만한 시설이 전국에 얼마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국에 수없이 많은 요양시설들이 있는데, 시니어타운 같은 양로시설도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요양시설은 정부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부문도 계속 활성화되어서 시니어들이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노블카운티는 비싸니까(웃음).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적어요. 양로시설은 신뢰도가 확실한 곳이 20곳도 채 안 될 거예요. 양로시설은 요양시설과 달리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를 탓할 건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게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업들은 안 그러면 안 해요. 특히 요즘 기업주들은 젊어져서 이런 데 신경을 잘 안 쓰거든요.”
고 원장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은 창대하되 운영은 기업답게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할 기업들이 없어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기업 활동으로 하게 해 주면서 경영 이념을 공익사업으로 하면서 운영하게 해 줘야지 공익사업이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정부에서도 지원해 주고, 운영이 정상화되면 그 다음부터는 민간 사업자들도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은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해야죠. 공익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개인들도, 기업들도 이윤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거든요. 과거 기업 1세대들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공부와 함께 인생 2막 설계해요
고 원장은 삼성생명에서 전무로 은퇴한 후, 삼성생명에서 운영하는 재단으로 다시 와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재취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2의 취업에 성공한 셈이죠. 솔직히 인생 2막이라고는 생각은 안 하고 1막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한 직업이 과거에 비해 다른 점이 있을까?
“일은 현업에 있을 때보다 적죠. 다른 부서랑 협업하고 경쟁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선 업무강도는 높지 않은데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입주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시설은 노후화됩니다. 그런 면에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인생 2막을 보다 청년다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는 고 원장은 나이 듦에 대하여 ‘좋다’라고 표현했다.
“청춘예찬이란 말도 있지만 20대, 30대 시절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라서 힘든 시기죠.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피해의식도 많고.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때로 가고 싶진 않다는 말이 맞는다니까. 피곤한 시대였으니까요.”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고 원장의 생각에는 시니어타운의 관리자를 호텔 지배인이자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칭한 그 특유의 담대함이 있었다.
“나이 들면 성공에 대한 부담,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 가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 의욕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세상을 다 알고 달관할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좋아요. 말하자면 나이 들었다는 건 진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학교 다닐 때는 쓸데없이 뭘 배운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대부분의 지식은 사회에 나와서 배우게 되잖아요. 정작 학생일 때는 정말 필요한 공부를 못 했던 거죠. 나이 든다는 게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나이 듦으로써 겪는 또 다른 낯선 경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소중한 삶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 원장의 그 기다림은 더욱 뜻 깊은 것이리라.
>>삼성노블카운티
삼성노블카운티는 약 22만4000㎡(6만8000여평)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 동(2개동 553세대, 30~72평)과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78 베드, 1, 2, 4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에 필요한 비용은 입주 거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워 동 36평(전용 18평)에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3.5억~4.8억원, 월 생활비는 독신 210만원, 부부 340만원 정도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반환되며, 생활비는 회원 전용 식당에서 맛과 영양, 건강을 고려한 식사, 청소 및 침구류 세탁, 부대시설 이용, 세대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요즘 40~50대의 고민은 말 그대로 3중고(三重苦)라고 할 수 있다. 자녀들의 교육비가 만만찮은 가운데 부모님의 생활비 또는 용돈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나와 배우자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40~50대, 심지어 60대까지도 3세대, 즉 3G(generation) 은퇴설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나와 배우자만 챙기면 되는 선진국의 1G(generation) 은퇴설계와 비교할 경우 심적·물적 부담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는 게 한국적 상황이다.
그런데 내 자녀의 교육비는 나만의 문제여서 형편대로 줄이고 늘릴 수 있는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부모님에게 드리는 생활비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형제들이 모두 관련된 것이라 갈등의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형제간에 사는 정도는 물론 자녀의 수, 사는 지역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형제애가 돈독한 가운데 형편이 좋은 형제나 장남 등 누가 나서서 부모님을 보살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상 일이 다 좋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간의 차이를 따지고 들면서 혜택을 많이 받은 형제가 부모님 생활비를 더 내야 한다고 나서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학원에다 유학까지 부모님께서 보태주셨으니 그런 형제가 부모님 생활비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또 뭐 하나 더 받은 것도 없는데 장남이니까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필자가 직접 상담을 받은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A씨는 40대 후반으로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형제가 장남인 자신을 포함해 3명(2남 1녀)이어서 매월 50만원씩 150만원을 생활비로 부모님께 드렸다. 그러다가 남동생이 아이들 학원비가 많이 들어가서 1년을 봐 달라는 바람에 자신이 내야 하는 부모님 생활비가 100만원으로 늘어났다. 좀 있다가 여동생도 형편이 어렵다는 바람에 요즘 월 150만원을 혼자 부담하고 있다. 처음에는 1년만 봐 달라던 동생들이 1년이 지나도 돈을 낼 생각을 않고 있었다. 자신은 자식으로서 어쩔 수 없다지만 아내에게 면목이 안 서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40대의 월급쟁이에게서 부모님 생활비로 월 150만원이 나간다고 해 보라. 당연히 생활이 쪼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님은 누가 모시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부모님은 따로 사신다고 했다. “그럼 그 집은 누구 명의고 실제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냐?”고 했더니 부모님 명의로 되어 있고 부모님이 평생 벌어서 남은 유일한 재산이라고 했다. 가지고 있던 현금과 예금 등은 자식들이 결혼할 때 나눠서 다 물려주고 그 집 하나만 남은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우리 시대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예금 등 금융자산은 물론 가지고 있던 금 목걸이 등도 다 넘기거나 팔아서 준 다음 달랑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60대 이상 가구의 가계자산 구성(2015년 통계청)을 보면 총자산 3억 6042만원 중 78.4%에 해당하는 2억 8259만원이 거주하고 있는 집 등 부동산이다. 반면 예금 등 금융자산은 6502만원으로 18%에 불과하다. 더욱이 60대의 부채가 4785만원에 달하고 있어서 당장에 갚지 않아도 되는 부채도 있겠지만 금융자산 중 부채를 빼고 나면 실제로 사용 가능한 현금과 예금은 1717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A씨에게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이 어느 정도 하냐고 물었더니 시가가 무려 8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 비싼 집을 깔고 유지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40대의 자녀 3명으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서 근근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자녀들은 부모님께 드리는 생활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형제간의 우애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주택연금을 소개하면서 부모님과 자녀(배우자 포함)들이 모두 함께 모여 가족회의를 열라고 권했다. 부모님의 집을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월 308만원(부모님의 연령 75세, 1억원 당 매월 39만4000원 수급)을 받아 그 돈으로 부모님이 편안하게 살자는 데 가족 모두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순 서는 자녀들과 그 배우자들이 모여서 합의를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서 동의를 얻는 것이다. 일부 부모님들의 경우 이 집이라도 물려줘야지 하면서 반대를 하거나 자녀들이 이 집이라도 물려주셔야지 하면서 반대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A씨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두 동의해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다. 매월 50만원을 못 내는 형제들 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서라도 주택연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후문(後聞). 한참 지난 후 A씨를 만났더니 가족의 은인이라면서 고마워했다. 갈등의 소지가 보였던 가족(형제)관계가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자녀들로부터 월 150만원을 받아 쪼들리며 살던 부모님께서 308만원을 받으면서부터는 자녀와 며느리, 손자와 손녀들에게 후해지면서 그간 소원했던 부모님 댁의 문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라면서 즐거워했다. A씨의 경우 상당히 고가의 주택이어서 매우 다행한 경우였지만 좀 작은 규모의 집이라도 주택연금은 주거 안정과 생활비를 상당 부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부모님 두 분 중 남은 한 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현재 사는 집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분 부모님께서 남들보다 좀 일찍 돌아가시면 정산 후 남은 부분은 상속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만 60세 이상이면서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 가입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주택연금 가입 시 일시 인출 한도가 연금 지급 총액의 50%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는 일시 인출 한도를 70%로 대폭 확대하였기 때문에 대출금이 많은 경우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MIT의 로버트 머튼 교수는 ‘한국의 주택연금은 은퇴자들에게 축복’이라고 극찬하면서 “주택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보다는 노후소득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집 한 채 달랑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은퇴자들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권고는 없을 것 같다.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막연히 생각하는 은퇴 후 삶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고, 이왕이면 내 경험을 살리고 싶다. 여기에 남을 돕는 보람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런 기회는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인을 돕는 코이카가 그것. 세계에서 활약한 다양한 시니어를 만나, 코이카를 통해 어떻게 보람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한국국제협력단은 일반적으로 영문명의 약자인 코이카(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4월 정부출연기관으로 설립된 코이카는, 우리 정부의 대외무상원조 전담기관 역할을 담당해 왔다. 미국 정부가 1961년 설립한 평화봉사단(Peace Corps)과 일본의 일본국제협력기구(日本國際協力機構, JICA)가 이와 유사한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미국의 평화봉사단을 모델로 1989년 설립한 한국청년봉사단이 코이카의 전신이다.
역할은 말 그대로 개발도상국 원조사업이다. 봉사단은 개발도상국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코이카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은 크게 3가지로, 마이스터 고등학교나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드림봉사단과 코이카 봉사단과 중장기 자문단이 있다. 드림봉사단을 제외하면, 자격조건에 ‘나이’라는 단어는 없다.
시니어 향한 문호 ‘활짝’ 열려 있어
하지만 구직난이 심해진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때로는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 대책용으로 활용하면서 ‘청년들이 주인공인 사업’이란 색깔이 덧입혀졌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코이카는 시니어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있고, 실제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단원 중 시니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적지 않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파견인원 1350명 중에서 50대 이상이 365명으로 27%를 차지한다. 적지 않은 수치다. 여기에 40대 113명을 더하면 중·장년층이 35%까지 증가한다. 70대도 5명이나 활동 중이다.
이에 대해 코이카 월드프렌즈 모집팀의 송희수 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코이카에서는 이런 분들의 도전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사회에서 쌓았던 지식과 경험을 개발도상국을 위해 베풀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 될 테니까요. 각국에서 요청하는 대부분의 자원도 이런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인재들입니다.”
봉사단과 자문단 두 갈래 길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코이카 봉사단, 다른 하나는 코이카 자문단이다. 봉사단은 쉽게 말해 실질적인 기술전수의 성격이 짙다. 교육과 보건, 공공행정, 산업에너지, 농림수산 5개 분야에서 세부 직종을 모집해 현장에서 교육이나 이와 관련한 사업을 실시한다. 5개로 나눠진 분야가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산업에너지 분야는 자동차 정비나 용접, 전기 설비가 포함되어 있고, 농림수산에는 농업과 어업 인력을 모집한다. 대부분 특정 분야의 기술직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에선 직원들의 퇴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코이카와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대부분 전문직종이기 때문에 전문성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해, 외국어 능력보다는 모집직종에 대한 전문성을 우선시한다. 기술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이 중 만 50세 이상, 해당 직종 10년 이상 경력자는 시니어 단원으로 분류돼 배우자와 동반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코이카 봉사단은 혼자 가는 것이 원칙이다. 봉사단의 임기는 2년이 기본. 현지에 파견되면 최대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고, 귀국 후 재지원도 할 수 있다. 재지원의 경우 횟수 제한은 없지만, 심사 과정에서 가산점이 없어 다른 지원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코이카 자문단은 봉사단과는 조금 다르다. 교육과 보건, 공공행정, 산업에너지, 농림수산이라는 5개 분야는 같지만, 정책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코이카 봉사단이 조직의 말단, 그러니까 각 도시의 읍면 단위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역할이라면, 코이카 자문단은 각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임기는 6개월에서 1년이다.
당연히 자격요건도 다르다. 해당 직종에서 10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고, 영어나 현지어로 강의나 보고서 작성이 가능해야 한다. 행정적인 업무가 대부분인 탓이다.
때문에 지원자들도 차이가 있다. 코이카 자문단의 경우 대학교수나 대기업 임원, 공공기관이나 정부부처의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많다. 오세훈 前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르완다와 페루에서 6개월씩 자문단으로 활동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봉사활동이라는 책임감 있어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경험자들은 코이카를 통해 다른 국가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단순히 노후에 시간을 보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직업군인 출신으로 2013년부터 2년간 몽골에서 체육교육 활동과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했던 류진현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노후의 삶을 계획하는 방안 중 하나로 코이카를 고려할 때는 봉사활동임을 확실히 인식해야 해요.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하는 것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합니다. 노후를 해외에서 즐긴다는 생각으로 도전한다면 본인도 불행해지고, 예산도 낭비될 수 있어요.”
실제로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모집을 담당하는 코이카 월드프렌즈 모집팀의 김혜원씨는 많은 지원자들을 만나다 보면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코이카를 종교기관으로 착각하고 선교활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이런 종교활동은 코이카에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또 이민의 개념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불가합니다.”
코이카 측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류진현씨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지식과 현지 적응력, 봉사정신 이 3가지를 가진 인물이 코이카가 바라는 인재의 모습이다.
해외체류 위한 생활비, 거주비 등 지원
코이카 봉사단이나 자문단의 파견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필요한 분야에 대해 한국 외교부로 요청이 들어오면, 코이카에서 원조 인원이나 범위를 결정해 파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 국가에 수요가 발생할 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코이카 봉사단이 횟수를 정해 놓지 않고 수시로 모집하는 것도, 특별한 희망국가가 있다고 해도 그 바람이 이뤄지기 힘든 것도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자문단의 경우에는 1년에 두 차례 모집한다. 자세한 일정이나 모집분야, 자격을 알고 싶다면 홈페이지(kov.koica.go.kr)를 확인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경쟁률은 보통 3대1에서 5대1 수준. 그러나 봉사단에선 한국어 교육분야, 자문단에서 공공행정 중 경제분야는 10대1 이상을 기록하기도 한다. 농림수산 분야는 치열하지 않다.
이렇게 선발이 되면 한국과 현지에서 적응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받고,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파견된다. 파견국은 주로 아시아 국가가 꾸준한 수요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봉사단원이 받는 금전적 지원은 얼마나 될까? 일단 많은 금액은 아니다. 코이카 봉사단의 경우 현지 생활비, 주거비 등이 지원되는데 각 국가의 물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실무자들의 설명으로는 시니어 단원들에게 대략 한화로 월 150만~200만원이 지원된다고 한다. 여기에 2년간의 활동을 마치면 귀국하면 국내 정착지원금을 지원하는데, 월 50만원씩 총 1200만원이 지급된다. 봉사단의 시니어 단원은 일반 단원에 비해 생활비는 2배, 주거비는 1.5배 더 받고 있다. 코이카 자문단의 경우에는 별도의 정착지원금이 없다. 대신 현지 정착비, 생활비 명목으로 월 4000달러 정도가 지급된다.
인생의 후반기 돌아보는 기회
아무래도 해외생활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건강과 안전이다. 특히 시니어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는 코이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지에서 활동을 해야 할 단원들이기 때문에 건강관리 부분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 건강검진이나 의료비,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최근 테러 위협이 증가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되는 나라들은 아예 지원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현지에 파견되어 있는 코디네이터를 통해 단원들 안전관리를 위한 보호·철수 계획을 수립해 놓고 비상시를 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파견되는 국가는 기초적인 안전은 보장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코이카의 전신인 한국청년봉사단부터 각종 자문역할로 인연을 맺고 많은 봉사단을 만나 온 이태주 한성대 교수는 유의해야 할 점과 코이카 활동이 갖는 장점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특히 시니어들은 정신적인 건강관리도 중요해요. 한국 남성들, 시니어들은 혼자 서기 힘든 존재인 경우가 많아요. 그랬던 사람들이 현지에선 밥 먹는 거, 양말 빠는 것까지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겪는 고독이나 정신적인 건강을 주의해야 해요. 하지만 시니어들이 그 난관을 딛고 다녀오면 다른 인생이 열리는 경우가 많아요. 뒤늦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시각도 열리고 유연해져요. 국가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고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려는 시니어들을 보면 되레 제가 감동 받기도 해요.”
최근 그림을 취미로 하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 사이에 회자되었다. 배우 김혜수와 구혜선의 그림이 아트페어에 걸린 이야기가 화제가 되더니, 배우 하정우의 그림이 수천만원에 거래된다는 이야기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러다 가수 조영남의 대작 논란으로 ‘아트테이너’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이르렀다. 이쯤 되니 그림은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유희’로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물론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젤을 세운다. 그리고 하얀 캔버스를 올려 조금씩 스케치를 한다. 아마 노후의 취미생활을 꿈꾸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본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는 53.2%가, 60세 이상은 56.4%가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법으로 취미활동을 꼽았다. 자원봉사나 종교활동 등 다른 활동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였다. 그러나 실제 여유시간을 보내는 여가활동으로 50대의 72.2%가, 60대 이상의 81.2%가 가장 간단한 TV 시청을 꼽았다. 대다수가 이상과 현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예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3%도 되지 않았다.
심리적 장벽이 높은 취미 ‘미술’
미술은 시니어들을 위한 취미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분야 중 하나다. 시니어 대상 교육기관에서 미술은 빠지지 않는 단골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붓을 손에 쥐지 못하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선입견이라고 권인수 화백은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서 5년째 일반인과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화실 ‘아트담’의 대표이기도 한 권 화백은 회화나 미술에 대한 편견이 장벽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가 입시 교육에 집중하면서 학생들이 미술, 그러니까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초등학교에서 멈춘 셈이죠. 잘 못 그리는 것이 당연해요. 그런데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재능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에요. TV 프로그램 에 나오는 수많은 달인들을 보세요. 그들이 자기 직업에 대해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랜 직장생활과 노력 덕분이죠.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선입견 중 하나는 그림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는 것. 그러나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만 따지면 결코 그렇지 않다. 화실 수업료를 제외하면 이젤과 물감, 붓 등의 구매비용은 25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사진이나 자전거 등에 비교하면 되레 저렴한 취미인 셈이다. 이나마도 캔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들을 강습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교육기관도 있다.
학원…화실…본인에 맞는 곳 선택을
실제로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주변에서 ‘스승’을 찾는 일이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회화 등 미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각 자치구가 운영하는 문화회관과 백화점 등이 운영하는 문화센터가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학원이나 화실 등이 있다.
구청 문화회관이나 백화점 문화센터는 다른 취미와 병행이 쉽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교육 인원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강사가 1대 1로 지도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학원은 입시 미술을 겸하거나 정해진 강의 위주로 운영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고, 화실은 1대 1 지도를 중심으로 수업을 한다. 미술학원은 대학 인근에 많고, 화실은 반대로 주거지역 주변에 많다. 수업 형태나 시간, 수업료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충분히 교육기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본인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이 시니어에게 주는 장점은 다양하다. 미술 수강생들은 운동에 비해 체력적으로 제한이 없는 취미이면서, 고도의 집중을 통해 잡념을 사라지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11년째 송파에서 화실 ‘모노그라프’를 운영 중인 서양화가 김용일 화백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시니어들에게 제공하는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평생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죠. 적은 비용에 비해 얻는 성취감도 크고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배우면 남에게 그림을 선물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서는데, 그 과정에서 얻는 자존감도 상당합니다. 그룹 전시회를 통해 본인의 그림이 남에게 인정받거나 팔리는 경험은 시니어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화실에서 형성된 커뮤니티를 통한 사회활동도 그림을 배우는 과정이 주는 매력 중 하나다. 앞서 소개한 아트담은 인근 구치소 면회자들을 위해 대기실에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고, 모노그라프의 경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그림 봉사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전시회 활동은 그림에 대한 욕구를 재충전하는 기회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일부 지역의 경우 화실은 체면을 내려놓는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고소득층 수강생들이 많은 한 화실의 관계자는 “재벌이나 정치인, 연예인 등이 신분을 숨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유난히 걸레질이나 설거지에 열중했던 한 회원이 지자체장의 부인이라고 밝혔을 때 주변에서 적잖이 놀란 적도 있어요. 사교를 위해 일부러 모인다기보다, 본인의 원래 모습을 찾아 순수한 문하생으로서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니 관계가 홀가분해지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기는 치매 예방에 큰 도움
그림은 심리적인 부분 이외에 실제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유명한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의 신경과 전문의 로즈버드 로버트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 논문을 통해 “그림 그리기 등 노년의 미술 활동이 경도인지장애(치매의 전 단계)에 걸릴 가능성을 73% 낮춰준다”고 발표했다. 그는 4년간 256명의 85세 이상 노인을 관찰했는데, 미술 활동이 수공예(45%), 사교활동(55%), PC활용(53%)보다 인지기능 보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림 그리는 것이 경도인지장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미술 활동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손의 미세한 운동과 관련된 신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자극들이 신경세포의 퇴화를 방지하고,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인지기능 유지에 사용되도록 변화를 일으키는, 일종의 신경가소성 효과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그림 창작활동은 치매 예방뿐만 아니라 시니어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술 활동은 인지기능이나 창의력 향상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추억 회상을 통해 의미있는 대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의사 소통 능력도 향상시키죠. 자아감이나 자존감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심지어 치매환자 간병인의 삶의 질까지 향상시킨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마포복지관에서 수채화를 가르치고 있는 류영선 강사는 “소질을 걱정하는 회원분들에게 관심이 곧 소질이라고 늘 말씀드려요.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릴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니까요. 실제로 시작하고 나면 기대 이상으로 쉽게 적응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붓을 잡고 행복하다는 말씀을 연발하시는 회원분들을 보면 다른 분들도 주저하지 말고 빨리 시작하셨으면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필자는 제주를 정말로 좋아한다. 살고 싶은 곳 중에 우선순위다. 그 풍광에 빠지고 싶고 토속적 먹거리와 풍습에 관심이 많다. 제주 사람들을 사랑한다. 90년 초에 다녔던 회사의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아 사택을 얻어 1년 동안 살기도 했었다. 지금도 자주 제주의 추억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런 여건이어도 그곳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하여는 꺼려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사는 정든 곳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후를 편안하게 맞고 싶어서고, 가까이서 정들어 있는 이웃이나 지인들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싶지 않아서다. 특히 부인들은 더 그런 경향을 띤다. 오랫동안 사귀어 온 이웃과 헤어지기 싫어한다. 몸이 멀어지면, 즉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면 마음도 멀어지는 인간사를 알기에 말이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웅변한다. 우리 세대는 젊은 시절엔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성공을 위하여 생존경쟁을 하며 살아왔다. 제2의 고향을 만든 셈이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고 했다.
필자는 전 직장에서 제주지점장으로 근무하였다. 사택을 얻어 살았고 주민등록도 옮겼었다. 그때 새로운 인연을 만들려는 신의 뜻이었는지 제주시에서 주민등록증을 분실하여 재발급받다 보니 제주시장이 발급기관이 된 적도 있다. 정말 제주 사랑에 흠뻑 빠져 살았다. 물론 90년대 초이니 꽤 세월이 흘렀다. 하루에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며 일을 하기예사였다. 제주 곳곳에 발자국을 남겼다. 많은 인연도 만들었다. 제주 토박이에게 그들이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을 안내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방언 사용에도 깊은 관심을 두다 보니 나를 제주 토박이로 착각하는 대학교수도 있었다. 그 분은 제주 출신으로 제주 방언을 학위 논문으로 하여 박사가 되었다. 한마디로 제주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곳에서 근무한 시간이 20년이 지났지만, 기억이 생생하고 추억도 늘 미소 짓게 한다. 그때 맺은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가끔 제주를 꿈꾸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태어나고 유소년 시절을 고향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외국으로 이민한 노인네가 고국을 그리워한다. 향수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노후에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고향을 들고 있다. 관련한 통계에서도 그런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살던 곳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후를 보내고 싶어한다. 일종의 신토불이 확대 개념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어릴 때 자란 환경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고향은 아니어도 새롭게 터를 내려 사는 곳에서 후반생을 즐기고 싶어한다. 제주는 분명 살기에 좋고 머무르고 싶은 곳이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이주하는 것은 꺼리게 되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자녀들이 쉽사리 다녀갈 수 있는 곳에 사는 것이 좋다. 물론 늘그막에 자식의 눈치를 볼 것은 아니지만, 자녀들이 오가는 데 불편하지 않은 곳에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의 숫자도 적지만, 자녀들의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평소에 부모를 찾는 기회를 줄이고 있다. 먹고 살기에 바쁜 세대다. 홑벌이가 아닌 맞벌이를 해야 하는 시대를 산다. 그런 자녀들이 부모를 찾는 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런 여건에 사는 자녀가 오고 가는 환경이 불편하다면 부모가 거주하는 본가 방문을 어렵게 만드는 꼴이 된다. 불효자는 부모가 만든다는 우스개가 생긴 이유이지 싶다. 찾아보기 힘든 곳에 사는 그 자체가 불효자를 만드는 원인을 제공해서다. 제주는 비행기나 배편을 이용해야 하기에 절차나 이동 경로가 복잡해진다. 이와 같은 이유로 주거지를 제주로 옮기는 것을 꺼린다. 대신에 우리 부부는 본 주거지는 현재 사는 곳에 두고 간단한 생활도구를 챙겨 제주에 일정 기간, 3개월이나 6개월 정도 집을 빌려 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 다음에 다시 풍광이나 공기가 좋은 다른 지역의 평화로운 곳으로 옮겨가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국내 지역별 롱스테이로 볼 수 있다.
투박하지만 솔직한 화법. 박동현(朴東炫·60) ‘더 클래식 500’ 대표의 말투가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순박한 인상 속에는 맡은 지 2년여 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수완 좋은 경영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신라호텔, 조선호텔 등을 거치며 호텔업계의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만년을 맞이하여 시니어타운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몸담은 박 대표는 최근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한 그의 행보에는 시니어 주거공간의 필요성과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꿈꾸는 의지마저 담겨 있었다.
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는 “시니어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시니어 사업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 어울릴 법한 야심이라면 야심이다. 하지만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도심형 시니어타운 더 클래식 500의 성공적인 런칭과 운영을 보면 그의 말이 단순한 홍보용 문구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즐겁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시니어타운의 적절한 입소 시기를 물었다. 나이가 많아 건강이 나빠진 후에 들어가려면 건강 문제로 입주가 허락되지 않아 요양원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한데 골프연습장, 당구장, 헬스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즐기고 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이라는 신세계
1990년대 시니어타운 초창기에는 전원 속 '나홀로 단지'의 성격이 강했지만 요즘은 도심형이 대세다. 도심형의 특징은 1차원적 주거공간이 아닌 호텔, 종합병원, 백화점 등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복합형’이다. 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도심형 노인주거복지시설인 더 클래식 500은 실버타운이 아닌 ‘시니어타운’으로 명칭지어져 있다. 실버라는 말보다는 시니어라는 말이 더 듣기가 좋더라는 박 대표의 생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실버타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산골짜기로 들어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실버타운으로 각광받는 게 도시형입니다. 처음에 실버타운 개념이 나왔을 때 삼성도 뛰어들었었는데 결과적으론 실패했습니다. 아는 것, 깨닫는 것,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하죠. 아는 것만으로 실행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단순히 ‘자연 속에서 깨끗한 공기와 함께 지낸다’는 게 시니어타운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신이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 입장에서, 사회로부터 은둔된 실버타운으로 가면 고립된 느낌을 받게 되고 생활 면에서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박 대표는 과거 실버타운들의 실패 사례를 토대로 더 클래식 500을 ‘액티브 시니어들이 사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콘셉트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광진구에 위치함으로써 가지게 된 교통, 쇼핑, 문화시설 등 주변의 인프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도시 생활과의 연계점들을 마련하여 사회와 동떨어진 느낌을 받지 않도록 고려했다. “외국은 시니어타운이 대학교 주변에 많아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게 시니어들의 멘탈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합니다. 우리도 그런 시도를 해서 다행스럽게 성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봐요.”
그 무엇보다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더 클래식 500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하우스키핑, 컨시어지 서비스와 같은 생활 지원 서비스,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한 체계적인 의료 지원 서비스, 문화 및 여가 생활을 위한 커뮤니티 여가 지원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주거 단지 내 시니어들을 위한 모든 생활 편의 환경이 갖춰져 있으며 일주일에 두 번씩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의 서비스가 이뤄져서 여성층의 만족도가 높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시니어는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된 전문 메디컬 서비스를 받으며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어려움이 없게끔 했다. 또한 29개의 동호회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서로 소통하며 배움의 열의를 갖게끔 설정했다. “그런 것들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여타 실버타운과 다를 게 없죠.”라는 박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90세가 넘으셨는데도 건강한 분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우리 직원들의 친절성과 정직도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저희는 핵심가치가 네 가지인데 합쳐서 ‘HEAD’라고 불러요. Honesty(정직), Excellence(탁월함), Accuracy(정확), Differences(차이)가 그것입니다. 병원도 호텔도 우리보다 나은 데들이 있는데 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니어 사업, 연륜의 힘이 필요하다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등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호텔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박동현 대표는 시니어 사업의 CEO로 일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깨닫는 점이 많았다고 말한다. “제가 올해로 60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옛날에 불효했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시니어 사업의 CEO는 인생을 경험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남자가 출산의 고통을 안다고 말해도 실은 몰라요. 여자가 아니고 겪어보질 못했으니까. 마찬가지로 연세 드신 분들과 함께하려면 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젊은 경영자라면 해결하기 어려운 게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의 운영에 있어 보다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설립된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는 약 50여 회원 기관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상호간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 클래식 500 취임 후 2년 여만에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 것이야말로 그가 회장으로 뽑힌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 사회는 완전한 고령화 추세입니다. 우리 협회가 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인식을 바꾸고 사회 제도를 바꾸는 일 말이죠. 최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중인데 현실을 너무 몰라요. 정책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어요. 안타깝습니다.”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노인복지법에 노인 주거복지시설이 주거복지시설과 복지주택의 두 종류로 나뉘어 있다. 그렇게 분류되어 있는 이유는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복지시설은 요양보호사 등의 필요 법적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시설은 그런 필요 법적인원을 요구하는 반면 복지주택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거복지시설로 신청하여 사업을 시작했다가 주택복지로 바꿔서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사실상 둘은 같은 것인데, 법제가 이원화되어 불필요한 행정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책에 답답함 느껴
박 대표는 요우커(遊客) 유입에 따른 대기업들의 호텔 건축도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 호텔은 포화 상태예요. 재앙이 될 겁니다.” 흔히 관광업에서는 요우커의 증가 추세를 객실 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그러나 그것만 따지는 건 잘못된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요우커들은 하이 클래스에는 안 들어가요. 십만 원 안쪽 비즈니스 호텔에 주로 들어가죠. 그리고 그들은 일단 도착한 다음에는 쇼핑하느라 바빠요.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호텔 점유율이 80% 이상이었으나 요즘은 50% 안팎밖에 안 됩니다. 많아야 60% 내외예요. 그런데 또 짓는다고 하니….”
박 대표는 직접 통계를 보이며 설명을 이었다. 2014년에 내한한 요우커는 약 613만 명이고 2015년에는 598만 명으로 20여만 명가량이 줄었다. 그런데 서울만 봤을 때 2012년도의 호텔 수는 151개에 객실 수가 2만 5710개였는데 2015년에는 295개 호텔에 4만 2444개의 객실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군다나 이 통계에는 일반 숙박업인 모텔이나 여관, 게스트하우스 등의 시설들은 빠져 있다. 소비 대비 공급 과잉의 이러한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호텔을 이용하는 수치는 올라갈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 위기감 느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시의 사업 수행 계획을 보면 호텔 184개를 추가함으로써 객실 수는 2만 8926개가 늘어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대로 하면 2019년에 서울에는 479개 호텔에 7만 1370개의 객실이 생기게 된다. 가히 ‘호텔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될 막대한 숫자다. “그러다 보니 가격 인하 정책을 남발하게 되고, 당일 ‘땡처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되는 거죠.”
지나친 호텔 포화 상태에 대한 대안으로 박 대표는 호텔 건축에 있어 객실을 150실 정도로 줄이고 시니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 자체로 사회적 기여도 되고 새로운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정치인들은 싸우고만 있어서…. 사람이 없으면 소비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고령화 문제는 국가 존립의 문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모두가 다 연결되는 문제인데, 답답합니다.”
박 대표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으로서 3년 임기동안 반드시 하고 싶은 4가지 일을 강조했다.
“첫째, 시니어 세대가 검증된 노인 주거복지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둘째, 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비효율적, 비현실적인 규제를 발굴하여 개선하겠습니다. 셋째, 한국의 첨단 IT기술과 접목한 노인 주거관리시스템 및 고령친화 IOT 개발에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넷째, 국내 노인 주거복지시설들의 해외 시장 교류 확대와 발전을 위해 주력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시니어 세대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해 전문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하고자 주력하겠다고 한다. 또한 입주 100%·만족도 200%·재입주 94%를 달성한 더 클래식 500 시니어 타운에서 쌓아온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시니어 라이프 트렌드’를 리드하는 삶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라이프 케어를 넘어 체계적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로
이처럼 고령화사회로 인한 문제 발생, 그리고 수요 발생에 대비하여 더 클래식 500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저희 나름대로의 비즈니스 벨트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수평적으로는 부산, 인천, 대구, 울산, 대전 등등 일곱 군데 정도에 수평적 벨트를 구축하는 겁니다. 수직적으로는 여기 계신 분들이 몸이 더 안 좋아지시면 갈 수 있는 다음 장소를 마련하여 그야말로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노년의 삶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인식의 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시니어타운 사업을 하면서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서비스는 항상 어제보다 나아지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항상 계속적으로 나아지는 서비스를 위해 아이디어 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