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넘으면 두통은 흔한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1년에 한 번쯤은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드물다. TV 등에서 펜O, 판OO, 게OO, 타OOO 등 친근한(?) 두통약 광고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확인할 정도다 보니 가까운 약국을 찾아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전부다.
그러나 참기 힘들 만큼 두통이 심하거나 잦은 두통은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는 1월 23일은 두통의 날이다. 대한두통학회가 두통도 질병이라는 인식을 제고하고 두통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제정했다.
원인 없는 ‘일차성 두통’, 두통약으로 수년간 방치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두통은 기본적으로 특정 원인 없이 증상에 기초해 진단하는 ‘일차성 두통’과 특정 원인 질환에서 기인한 ‘이차성 두통’으로 구분한다.
일차성 두통은 정밀검사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다. 긴장형두통, 편두통, 군발두통 등이 포함된다.
긴장형두통은 가장 흔한 두통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스트레스, 과로, 피로, 심리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성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은 보통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쿵쿵 울리듯 아프고 속이 메스꺼운 위장증상을 동반하며 반복되는 두통이다” 라며 “발병기전은 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삼차신경, 뇌 주변 혈관, 신경펩티드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 통증 신호가 뇌에서 두통으로 인식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발작성으로 재발하고 발작 사이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자주 재발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지속적인 예방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군발두통은 매우 심한 편측 두통이 동측 안면의 자율신경계 증상과 함께 1∼2시간 지속되며 수주 이상 나타나는 두통을 말한다. 편두통보다는 드물고 삼차신경, 주변 혈관과 자율신경의 반사적 활성화에 의해 발생한다. 급성발작은 뇌의 시상하부의 활성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성우 신경과 교수는 “일차성 두통은 대부분 만성적 두통으로 발전하는데 상당수 환자가 이에 해당한다”며 “이 환자들은 병에 대한 경각심 없이 병원 진료를 등한시하거나 약을 통한 일시적 해결로 수년 이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뇌졸중 등 원인 ‘두통’, 발생 즉시 병원 찾아야
반대로 이차성 두통은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두통을 말한다. 뇌혈관질환뿐 아니라 감염성 질환이나 약물, 알코올 등 특정 물질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때는 두통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다.
만성피로는 두통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스트레스가 과다하게 누적됐거나 잠이 부족하면 누구나 피로함을 느낀다.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만성화돼 잠을 자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심한 두통을 비롯해 신체 전반적으로 다양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목 디스크 역시 두통의 원인일 수 있다. 옳지 못한 자세를 많이 취하는 직장인, 학생 등은 목이 제 위치를 벗어나 변형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경추의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목 디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목 디스크가 발생하면 두통은 물론 어깨 통증과 손, 팔이 쉽게 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은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발병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두통과 함께 언어장애, 감각이상, 편측마비 등이 동반된다. 갑작스럽게 머리를 무언가로 얻어맞은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돼 발생하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의 증상일 수 있다.
정성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두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하지만 심한 두통은 그렇지 않다”며 “긴장이 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누구나 두통을 겪을 수 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두통이 지속된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통이 뇌출혈, 뇌종양 등 뇌 질환에 의해 발병한 것이라면 그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두통을 느낄 때는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 글루탄산염(MSG)이 다량 첨가된 인스턴트식품이나 육가공품도 피해야 한다. 치즈, 초콜릿, 양파, 적포도주, 호두, 바나나, 콩, 파인애플 등에 함유된 아민성분도 두통 환자에게는 피해야 하는 음식이다. 다만 이들 식품이 모든 두통 환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두통 유발요인이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전보다 수명은 늘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이 많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잔병치레도 잦고, 금방 낫던 상처가 더디게 아문다. 은퇴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느라 노후를 위한 대비는 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길라잡이를 소개한다.
도움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정나라 선임연구원
초(超)수명시대가 도래했다. 기대수명이 대폭 늘었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에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다. 2020년 12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에는 62.3세였지만, 2019년에는 83.3세다. 근 50년 만에 21년이 증가한 것이다. 예전에는 환갑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잔치를 크게 열었지만, 최근에는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의미가 퇴색됐다. 그만큼 수명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늘어난 기대수명이 마냥 좋기만 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20년 12월 통계청은 ‘2017년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생애주기적자는 2016년과 비교했을 때 7.1% 증가한 118조2000억 원이었다. 참고로 생애주기적자란 시기를 유년, 장년, 노년으로 구분해 시기별 소비와 노동소득을 토대로 적자를 파악한 지표다.
연령계층별로 살펴보면 유년층(0~1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은 각각 135조7000억 원과 94조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노동연령층(15~64세)은 112조1000억 원 정도의 흑자가 발생했다. 1인당 생애주기적자를 살펴보면 27세까지는 적자이지만, 28세부터 58세까지는 흑자다. 이후 59세부터 다시 적자가 발생하며, 연령이 올라갈수록 적자폭도 커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층에서 적자가 증가하는 것은 59세 이상 연령대에서 노동소득보다 보건이나 의료와 같은 공공소비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노년층은 노동소득이 노동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데, 수시로 병원에 갈 일이 많아서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소득은 적고 소비는 많아서 적자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PISA로 평생소득 마련하기
노후자금은 도대체 얼마나 필요할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자료에 따르면, 부부의 노후기간을 10년으로 가정했을 때 노후자금으로 대략 2억7918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대략 60세에 은퇴해 70세에 사망하는 경우다. 은퇴 후의 생활을 20년으로 가정했을 때 필요한 금액은 5억3242만 원이다. 10년 증가했을 때보다 2배 정도가 더 필요한 것이다. 물론 물가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을 고려한 수치이지만, 실제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닥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 많은 노후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설계 금액이 노후 대비를 위한 일종의 가늠자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까? 공격적인 투자도 좋지만 일단 인생의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자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젊을 때와 달리 육체적 제약이 있고, 근로 여건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노후 소득을 얻는 방법으로 PISA를 제시했다. PISA는 연금(Pension), 보험(Insurance), 안전자산(Safe Asset), 투자자산(Active Asset)을 의미한다.
첫 번째로 연금은 안정적이다. 국민연금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최저생활비와 필요생활비는 필수적인 비용으로 사망 전까지 필요하다. 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지출이 커진다. 이런 비용은 연금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 수월하다. 길고 불확실해진 수명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는 보험이다. 의료비는 예측할 수가 없다. 중증도에 따라 달라지고, 발병 시기도 예측할 수 없다.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리면 많은 지출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이런 비용은 스스로 준비하기보다는 보험으로 대비하는 것이 낫다.
세 번째는 안전자산이다. 예비자금이나 여유생활비는 정기적인 지출이 아니다. 특정 시점에 필요한 비용들이다. 따라서 위험 부담이 큰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것이 낫다. 위험 수준이 아주 낮거나, 중간 정도의 위험이 있는 상품을 준비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산이다. 잉여자금은 자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된다. 말 그대로 남는 돈이라서 손해를 봐도 생활에 위협적인 요소는 아니므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장기로 운용할수록 손실 확률이 낮아져,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더 자세히 살펴보자.
Pension, 연금
은퇴자 박(61) 씨는 5년 전 직장에서 퇴직했다. 중소기업에서 임원 자리에까지 올랐고 서울에서 괜찮은 동네의 아파트에서 자가로 거주하고 있다. 걱정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박 씨의 속사정은 다르다. 겉보기와 달리 가진 건 집 한 채뿐이다.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모아두었던 예금은 자식들 결혼시키면서 다 써버렸고, 집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 10여 년 전 집을 사면서 보험과 개인연금도 다 깨버린 탓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국민연금밖에 없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와 관리비, 건강보험료까지 대출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방법이 필요하다.
Tip 현재 다른 자산이 없는 상황이라면 ‘주택 다운사이징’을 권하고 싶다. 거주하는 주택을 처분해 더 작은 집 또는 외곽 지역에 있는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거주 주택의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면 전·월세를 주는 것도 임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사를 하고 남은 자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생활비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주택연금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Insurance, 보험
은퇴자 이(65) 씨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퇴근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집안 내력인 고혈압으로 큰형, 작은형, 본인까지 3명이나 비슷한 나이에 같은 경험을 했다. 젊을 때 보험을 준비해둔 큰형과 작은형은 진단비를 두둑이 받았지만, 이 씨는 준비해둔 보험이 없었다. 자신의 건강을 너무 과신했던 탓이다. 병원비 마련도 힘들었다. 결국 이 씨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은퇴를 해야 했다. 아내와 딸도 이 씨 병간호에 매달리느라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회복기간을 거쳐 건강이 나아진 지금도, 이 씨는 가끔 “미리 보험을 들어뒀더라면 노후가 조금 달라졌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Tip 이 씨가 한 가장 큰 실수는 뇌졸중이라는 가족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이 씨의 나이가 60대라 해도, 20~30년간의 삶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른 질병에 또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후회만 하고 있지 말고 지금이라도 노후를 위해 보험자산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질병을 앓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씨 같은 경우를 위해 ‘유병자보험’이라는 상품이 나와 있다. 당뇨나 고혈압,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특화된 보험상품이다. 해당 질병을 제외한 다른 위험에 대해 일반인과 똑같은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보장 범위가 좁고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비싼 편이다.
Safe Asset, 안전자산
정(60) 씨는 작지만 알찬 식당을 꾸려가고 있는 자영업자다. 그동안 모은 자산도 제법 되고, 내년에는 가게를 정리할 예정이라 노후에 쓸 자금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꼬박꼬박 부은 덕분에 몇 년 후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 씨의 가장 큰 고민은 가게를 정리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경우 소중한 노후자금을 잃을까봐 두렵다. 예금으로 묻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다. 그동안 휴일도 없이 일해서 번 돈인 만큼, 이 자금으로 노후에는 여행도 다니고 여유를 즐기고 싶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키면서 적당한 수익률을 거둘 수는 없을까?
Tip 정 씨는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을 잘 준비해온 편이다. 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비가 확보된 만큼, 가게를 정리한 목돈을 잘 운용하면 노후 자산을 불릴 수 있다. 다만 정 씨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면 배당주나 리츠 같은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추천한다. 일반 주식투자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으면서도 예금보다는 수익이 높은 자산이다. 배당주는 매매차익보다는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주식을 말하며, 리츠(REITs)는 상가나 오피스 빌딩 등에 투자해 임대료 수익과 지가상승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Active Asset, 투자자산
오(63) 씨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갑작스런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인해 어릴 때 가난에 시달렸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여유자금을 준비하는 편이다. 몇 년 전 사업을 정리하면서 노후자금은 든든하게 마련해두었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준비해둔 연금, 물려받은 땅도 있어 생활 걱정은 없다. 지금 오 씨는 여윳돈을 장기로 투자할 만한 대상을 찾고 있다. 자산을 불려 노후도 여유롭게 보내고, 자녀와 손주에게 상속도 하고 싶다. 이 자금을 가장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Tip 오 씨의 경우 노후생활자금 마련보다는 보유한 자산을 잘 불리는 것이 핵심 재무 목표다. 본인이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뿐 아니라 자녀와 손주에게 일정 부분 상속도 하길 바라는 만큼, 자산의 운용기간을 30~40년 이상 장기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산을 넣어두고 수익이 나면 인출하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운용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나이가 들면 언제 어느 때 위급 상황이 찾아올지 모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깜박이 증상이 심해져 초행길에 길을 잃을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심혈관 질환으로 급하게 병원을 찾을 확률도 있다. 운전 중 신체 또는 인지 능력이 갑작스레 저하되어 큰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가능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건강관리를 성실히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혼자 사는 시니어라면 예상치 못한 순간을 미연에 방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춰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위급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은 생활 서비스를 소개한다.
◇ 지문 등 사전등록제
‘지문 등 사전등록제’는 치매 노인을 비롯한 만 18세 미만의 아동과 지적 및 자폐성 정신 장애인 등 실종에 취약한 이들의 지문과 신상 정보를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미리 등록하는 제도다. 실종 사고를 방지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발견하기 위해 경찰청에서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문뿐 아니라 키‧몸무게‧흉터‧점‧문신 등 신체적 특징과 주로 다니는 장소, 사진 등을 함께 등록할 수 있어 제공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실종자를 쉽게 찾아내고, 보호와 인계까지 가능하다. 신청 방법은 안전드림 홈페이지(safe182.go.kr)에서 미리 인적사항 정보를 입력하고 이후 가까운 지구대나 경찰서를 방문해 지문을 등록하는 방법이 있다. 지문 인식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 스토어에서 ‘안전Dream’ 앱을 다운받아 경찰서 방문 없이도 신원을 등록할 수 있다.
◇ 119 안심콜 서비스
소방청 119안전신고센터에서 운영하는 ‘119 안심콜 서비스’는 고령자 및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게 위급상황 발생 시 구급 대원이 해당 환자의 질병과 체질을 미리 알고 출동해 맞춤형 응급 처치를 가능케 하는 제도다. 급성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등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이 발병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신청 방법은 119안전신고센터 홈페이지(www.119.go.kr)에 접속해 안내에 따라 개인정보, 병력, 복용 약물, 보호자 연락처 등을 입력하면 된다. 연락처는 휴대전화와 일반 유선전화 모두 가능하며, 본인뿐 아니라 보호자, 자녀, 사회복지사 등 대리인도 가입할 수 있다. 등록 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등록자의 전화기로 119에 신고하면 된다. 이때 등록자의 보호자에게도 응급상황 발생 사실과 이송병원 정보가 문자 메시지로 자동 전송되기 때문에 등록자의 사고사실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원스톱 서비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원스톱 서비스는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는 정책으로,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안전한 교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운전면허증을 지참하고 가까운 읍‧면‧동 주민 센터를 찾아가 반납하면 1인당 10만 원이 충전된 선불 교통카드를 받을 수 있다. 주민 센터에 접수된 운전면허 취소신청 정보가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행정체계와 연동되기 때문에 반납 즉시 교통카드 수령이 가능하다. 운전면허증을 분실한 경우에는 가까운 경찰서 민원실이나 정부24 홈페이지(minwon.go.kr)에서 발급하는 ‘운전경력증명서’와 신분증(주민등록증, 여권)으로 대체할 수 있다. 신청 대상은 서울시의 경우 면허 반납일 기준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만 70세 이상 노인이지만, 지자체에 따라 적용 연령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한파가 이어질 때 가장 걱정은 고혈압 환자다. 실내외 온도 차를 줄이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인 심장, 뇌, 신장, 눈을 손상시킨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뇌혈관질환(특히 뇌출혈)이다. 전체 뇌혈관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는 고혈압 때문에 생긴다.
고혈압은 동맥을 천천히 딱딱하게 만든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병은 ‘동맥경화증’이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을 반복해 혈관 상태를 점점 악화시킨다.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대동맥질환, 안저출혈(망막의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이 발생하고,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과 같은 심장병이 발생한다.
전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돗물을 높은 곳으로 보내려면 수압을 올리는 모터가 필요하다. 사람도 심장이라는 모터를 이용해 혈압을 올려 몸 구석구석에 피를 공급한다”며 “이때 필요 이상으로 수압을 올리면 모터의 수명이 짧아지거나 수도관이 터지듯, 혈압도 지나치게 높아지면 심장과 혈관이 손상되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고 했다.
뇌혈관질환의 절반은 고혈압이 원인
동맥경화증은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3대 질환 중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두수 교수는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고혈압을 치료하면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 마비, 치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혈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흡연, 불안, 근심, 노여움, 운동, 자세, 식사, 계절, 온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3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고 최소 30분 전에는 흡연, 커피, 식사, 운동을 금한다. 반드시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은 뒤 팔을 책상 위에 놓고 심장 높이에서 측정한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한 상태에서 2분 간격으로 2번 이상을 재고, 진찰할 때도 2~3회 측정해 그 평균치를 얻고 날짜를 바꿔 몇 번 더 측정한 후에 진단한다.
또 아침과 저녁에 한 번 이상 같은 시간에 측정하는 것이 좋고, 혈압이 잘 조절될 때는 일주일에 3일 정도, 약을 바꾸는 시기라면 적어도 5일 동안 재야한다. 아침 기상 뒤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뒤, 고혈압약을 먹기 전, 아침식사 전이 좋다. 혈압을 잰 뒤에는 잰 시각과 심장이 1분 동안 뛴 횟수인 심박수도 함께 기록한다.
뇌졸중과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겨울에 증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따른 혈압 상승은 활동량이 적은 밤보다 많이 움직이는 낮에 많다. 특히 노인과 마른 체형에서 자주 관찰된다.
고혈압 환자가 실내외 온도 차에 의한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체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외출할 때는 따뜻한 외투는 물론 모자·장갑·목도리를 챙겨야 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에는 실외운동은 삼가고 실내운동으로 대신한다. 실외운동을 꼭 해야 한다면 이른 아침보다는 기온이 상승한 낮에 하는 게 혈압 상승을 피하는 방법이다.
“금주하면 심혈관질환·뇌졸중 위험 낮춰요”
고혈압 환자에게 이보다 많은 양의 술은 ‘독주’가 될 수 있다. 하루 3잔 이상을 습관적으로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부정맥 등을 부추겨 결국 사망률이 증가한다. 고혈압 환자라면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소량의 알코올을 마시는 것보다는 금주를 하는 게 상책이다.
술을 마시던 사람이 금주를 하면 수축기 혈압은 3~4㎜Hg, 확장기 혈압은 2㎜Hg 정도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심혈관질환의 발생은 6%, 뇌졸중 발생은 15% 각각 줄어든다.
수면무호흡증 있다면 고혈압 조절 어려워
코골이는 비만하거나 목이 굵고 짧은 체형에서 많이 나타난다. 여성은 중년까지 남성보다 코고는 빈도가 낮지만 폐경기 이후에는 비슷해진다. 고혈압 환자가 코를 곤다면 단순히 소음을 일으키는 수면 습관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코골이 중 30%는 10초 이상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을 일으켜 피로·두통·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게다가 만성적인 산소 부족으로 심장과 폐에 부담을 줘 고혈압·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의 치료 효과가 적거나 없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중 남자 96%, 여자 65%가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50세 이하 고혈압 환자 중 약물치료 효과가 작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하고 개선해야 한다.
코골이는 체중 감량에 따른 기도 확보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금주·금연·수면 자세 개선(엎드리거나 옆으로) 등도 코골이를 줄인다.
전두수 교수는 “금연, 금주, 체중 조절, 적절한 식사요법(과식과 짠 음식 피하기),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고혈압의 근본적인 치료이면서 당뇨병, 고지질혈증과 같은 성인병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다”라며 “모든 고혈압 환자는 ‘약물치료 전에’ 혹은 ‘약물치료와 같이’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약물 투여량을 최소로 한 상태에서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 사례 1
김신영(여·64, 가명) 씨는 약 3년 전 목이 점점 뻣뻣해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흔드는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엔 가볍게 머리를 흔드는 정도였지만 증상은 더 심해져 언제부턴가 고개가 완전히 오른쪽으로 굳어졌다. 치료를 위해 침도 맞아보고 재활도 받아봤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잠을 자려 해도 턱이 올라가는 증상 때문에 수면 부족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 남편의 도움 없인 횡단보도도 건널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답답한 마음에 대학병원을 찾은 그는 이름도 생소한 ‘사경증’ 진단을 받았다.
# 사례 2
박승희(여·69, 가명) 씨는 최근 왼쪽 눈을 찡그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통증은 없었지만 눈 주변이 떨렸고 심할 땐 눈이 아예 감기기도 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그런가 하는 생각에 쌍꺼풀 수술을 하고 보톡스도 여러 차례 맞았지만 증상은 계속됐다. 최근엔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신체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계속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뒤틀린다면 어떻게 될까? ‘근긴장이상증’(근육긴장이상증, Dystonia)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수축해 신체 일부가 뒤틀리고 떨리거나 비정상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간혹 뇌졸중이나 뇌성마비 등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근육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근긴장이상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3만9731명으로 2010년 2만8138명에서 41.2% 늘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많고 50~60대에서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몸의 뒤틀림 때문에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은둔하고 있는 환자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근긴장이상증은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여 여러 가지 건강과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 이완돼야 할 때도 계속 수축한다. 또 자신이 움직이려는 근육 대신 엉뚱한 근육이 수축하기도 한다. 이는 근육의 수축·긴장을 조절하는 뇌신경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근긴장이상증은 팔, 다리, 얼굴, 목 등 근육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팽팽함, 경련, 비틀림 같은 비정상적인 자세가 신체의 특정 부위에만 나타나기도 하고 전신에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운동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저핵이나 시상부의 손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근육에 힘이 들어간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이 떨려 경련이 오고, 뭉친 근육 때문에 통증도 발생한다.
목 근육 문제 ‘사경증’ 가장 많아
근긴장이상증은 크게 전신성과 국소성으로 나뉜다. 국소성 근긴장이상증 중 가장 많이 발병하는 질환이 ‘사경증’(斜頸症)이다. 사경증은 목 근육에 근긴장이상증이 발생한 것으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전후좌우로 기울어 사회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머리의 비틀림, 경련, 머리 떨림, 목 통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안면근육에도 발생할 수 있다. 눈 주위의 근육경련과 수축으로 초기에는 눈이 깜빡이다가 점점 눈 뜨기 어려워지고 이후에는 아예 떠지지 않는 ‘안검연축’(Blepharospasm)이 나타난다. 안검연축이 점차 안면부 전체에 발생해 얼굴 양쪽에서 경련과 뒤틀림이 발생하면 ‘메이지증후군’(Meige's syndrome)으로 진단한다.
근긴장이상증은 처음부터 전신 또는 반신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특정 근육에 국소적으로 발생했다가 주변 근육으로 퍼지거나 전신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뇌졸중, 뇌성마비 등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근긴장이상증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사경증 45%, 안면 근긴장이상증(안검연축, 메이지증후군) 20%, 전신성 근긴장이상증 20%, 경련성 발성 장애 10%로 나타났다.
증상 심하면 ‘뇌심부자극술’ 도움돼
근긴장이상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지만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이나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근긴장이상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근육 신경을 차단하는 일명 보톡스 주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완화 효과일 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수술적 치료 방법에는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이 있다. 말초신경절제술은 근육을 움직이는 말초신경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수술이 매우 복잡해 말초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있고 근긴장이상증에 따른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
말초신경절제술을 개선한 것이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이다.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세포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로 사경증을 포함한 모든 근긴장이상증 치료에 적용한다. 뇌에 이식한 의료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기기를 다시 교체할 수 있다.
근긴장이상증은 환자는 물론 의사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질환 자체가 워낙 생소하고 뇌졸중이나 뇌성마비 등 자칫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긴장이상증은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지는 질환으로 사회생활의 곤란함은 물론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이 자살 충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조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 한 잔 가벼운 술은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소량 음주는 몸에 이로울 거란 믿음과 달리,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하루 한 잔씩 술을 마시는 경우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각종 사망 위험이 줄어드는 건강상 이익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장준영·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2007년~2013년)을 바탕으로 비음주자 11만2403명을 음주량 변화에 따라 비음주 유지군과 음주군으로 나눠 3년간 건강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10g 이하(한 잔 기준)의 알코올을 섭취한 소량 음주군에서 뇌졸중 발생위험이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았으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역시 비음주 유지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질환 등 주요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21% 감소했지만, 이 역시 비교대상으로 삼은 비음주 유지군 내에 ‘건강이 좋지 못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식 퀴터·sick quitter)’이 포함된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됐다.
과거 일부 연구를 통해 알코올 30g 정도를 섭취하는 적당량의 음주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소판 응집을 줄여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음주가 주는 건강상 이점을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로 하루 한 잔 이하의 소량 알코올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각종 사망 위험을 낮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됨에 따라 비음주자는 비음주 습관을 유지하는 게 건강에 이로울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구 기반의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2007년~2013년)에 기반해, 첫 번째 건강검진(2007년~2008년)에서 비음주자로 확인된 112,4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대상자 가운데 두 번째 건강검진(2009년~2010년)때까지 비음주를 유지한 사람(비음주 유지군)은 86%였다. 나머지는 음주량을 늘렸으며,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10g 이하인 사람(소량 음주군)이 9.4%를 차지했다.
소량 음주군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큰 차이 없었으며(위험비 0.83, 95% 신뢰구간 0.68-1.02),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또한 비음주 유지군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위험비 0.89; 95% 신뢰구간 0.73-1.09).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은 비음주 유지군 대비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위험비 0.79; 95% 신뢰구간 0.68-0.92).
하지만 사망과 연관성이 높은 기저질환을 수치화한 ‘찰슨 동반질환지수(CCI)’가 3 이상인 비율이 소량 음주군(20.2%)보다 비음주 유지군(25.7%)에서 더 높았다. 찰슨 동반질환지수(CCI)는 점수가 높을수록 기저질환이 악화된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소량 음주군에서 나타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비교집단인 비음주 유지군의 중증 기저질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나온 편향적인 결과일 뿐, 소량 음주의 영향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한편 하루 2잔 이상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교통사고 등 외인사로 사망할 위험이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2.06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과음이 신체에 주는 해악은 많은 연구와 임상을 통해 밝혀졌지만, 비음주자에 있어서 소량의 음주량 증가와 건강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비음주자를 대상으로 소량의 알코올 섭취 증가가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발생,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알코올 종류와 섭취량에 관계없이 알코올 자체가 주는 건강상 이점은 의학적으로 불분명하므로, 비음주 습관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건강을 위해 금주를 지속할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 발생해 치료한 후에는 충분한 운동과 신체활동을 유지해야 심뇌혈관질환 재발 및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김원석·백남종 교수팀(제1저자 강성민 전공의)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 2010년에서 2013년 사이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20세~80세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뇌졸중 재활 저널'(Topics in Stroke Rehabilitation)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총 31만1178명 중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으면서 신체활동 여부와 수준을 묻는 설문에 응답한 3만424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허혈성 뇌졸중 후 장애등급 1-3급에 해당해 자가 보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 환자는 연구대상에서 제외됐다.
연구팀은 ‘사망’, ‘뇌졸중 재발’, ‘심근경색 발생’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분석했으며,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발생한 ‘복합결과(composite outcome) 변수’도 함께 설정해 뇌졸중 후 신체활동이 건강결과에 미치는 연관성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총 3만4243명의 환자 중 약 21%인 7276명만이 충분한 수준으로 운동과 신체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충분히 신체활동을 수행한 경우 사망, 뇌졸중 재발, 심근경색, 복합결과 등 모든 변수에서 발생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위험은 29%, 뇌졸중 재발 위험은 11%, 심근경색 위험은 21%, 복합결과 발생 위험은 15% 수준으로 발생 위험도가 줄었다.
또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충분한 강도와 시간 동안 신체활동을 유지한 환자 중에서 뇌졸중 발생 이후에도 계속해 충분한 신체활동을 유지한 환자는 약 38%밖에 되지 않았고, 뇌졸중 발생 이전에는 신체활동 수준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뇌졸중 발생 후에 충분한 신체활동을 실천한 사람은 약 17%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원석 교수는 “충분한 신체활동은 뇌졸중 이후에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뇌졸중 재발, 심근경색, 사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뇌졸중 환자는 규칙적인 운동, 적정체중 유지, 그리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심뇌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점점 신체활동이 줄어들고 있는데, 가급적 집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을 줄이고 마스크 등 개인 보호를 하고 가볍게 산책하거나 움직이면서 신체활동을 유지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뇌졸중 환자들은 빠르게 걷기, 오르막길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등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일주일 5일 이상 실시해 주는 것이 좋다. 또 일주일에 2회 이상은 팔‧다리의 큰 근육 위주로 근력운동을 함께 해줘도 도움이 된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경색 치료에서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은 증상이 나타난 뒤 10일까지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팀은 뇌경색 환자 중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은 환자와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의 신체기능장애 정도를 비교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뇌졸중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뇌혈관이 터져 뇌에 손상이 오고 신체적 증상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뇌졸중은 크게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구분하는데, 이 중 뇌경색은 혈액 및 산소공급을 받지 못한 뇌세포가 괴사하고 죽는 경우에 해당한다.
문제는 죽어 버린 뇌조직은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살릴 수가 없다.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열어 혈류를 공급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막힌 혈관을 열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정맥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 혈전을 녹여내는 ‘정맥 내 혈전 용해술’이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혈전 용해제가 혈관 속에서 작용하고 효과를 지속하는 시간이 짧아 혈전의 양이 많거나 큰 혈관이 막힌 경우 열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 동맥으로 직접 관을 삽입해 막힌 뇌혈관을 찾고,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이다. 급성 뇌경색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뇌경색 치료의 골든타임인 증상 발현 후 6시간 안에 혈관을 재개통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부터 최근에는 16시간 혹은 24시간 까지도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들이 계속돼 도출되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뇌경색 증상 발생 이후 많은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이 효과적 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뇌졸중 환자 8032명의 데이터를 확인했고, 증상이 발생한 뒤 16시간에서 최대 10일까지 경과된 후 내원한 대혈관 폐색 뇌경색 환자 150명(평균 연령 70.1세)을 대상으로 치료 예후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 150명 중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은 환자는 총 24명이었으며, 그 외 126명은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았다. 치료방법에 따른 두 그룹의 예후를 확인하기 위해 신체기능장애를 평가하는 수정랭킨척도(mRS, modified Rankin Scale) 점수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혈관 재개통 치료 그룹에서는 54.1%,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는 33.3%가 기능적인 독립성을 의미하는 mRS 0-2점 수준에 도달했다. 두 그룹의 기초 특성 차이를 통계적 기법으로 보정한 결과에서는 기능적 예후가 개선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될 확률이 혈관 재개통 치료 그룹에서 11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는 뇌출혈 발생 위험성이 4배 높아 혈관 재개통 치료의 주요 합병증인 뇌출혈에 대한 위험성을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준 교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은 뇌경색 치료의 골든타임이 지났더라도 10일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장애예방 즉, 치료효과가 유지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며 “증상 발생 후 많은 시간이 경과했더라도 죽지 않은 뇌조직이 남아 있을 수 있고, 이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혈전을 제거한다면 환자가 겪을 장애와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혈관 재개통 치료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며 “뇌출혈과 같은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의료진은 이 치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고 회복 가능성이 높은지 신중히 고민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의사협회 신경학 저널(JAMA Neurology, IF 13.608) 8월 10일자에 게재됐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처럼 뇌혈관이 좁아지는 병이 있다. '모야모야병'이다. '모야모야'는 앞서 말한 모습을 뜻하는 일본어다.
모야모야병은 뇌의 큰 혈관이 좁아져 혈류 공급에 이상이 발생해 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병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성 난치 질환이다. 주로 사춘기 전 소아청소년기와 4~50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병하며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약 2배 높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모야모야병 환자 수는 1만2870명으로, 2015년 이후 매년 1000명씩 꾸준히 늘고 있다.
모야모야병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환자 중 약 15%가 가족력을 지닌다. 또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해 '모야모야 유전자'라고 부를 수 있는 염색체가 확인되는 등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지속해서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유전자 변이가 발병에 끼치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은 소아와 성인에 따라 다르다. 소아는 일반적으로 이로가성 뇌허혈증과 뇌경색이 나타난다. 특히 많이 울거나 심한 운동을 한 후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팔다리 마비와 언어 장애를 모야모야병의 특징적인 초기 증상으로 보고 있다. 증상이 반복될 경우 영구적인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관찰이 중요하다.
반면 성인은 절반 이상이 의식 상실, 반신 마비 등을 동반한 뇌출혈 증세를 보인다. 주로 갑작스럽게 두통이 시작되는 뇌출혈로 인해 병원을 방문한다. 이외에도 간질이나 두통, 기억력 저하, 언어장애, 시야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의심될 경우 병원에 방문해 정확하게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모야모야병은 난치질환이기 때문에 증명된 약물치료법은 없다.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로, 간접 혈관 문합술과 직접 혈관 문합술이 있다. 소아는 두 가지 수술법 모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성인 환자는 주로 직접 혈관 문합술을 시행하고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유지욱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뇌졸중은 단일질환으로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라며 “모야모야병은 아직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진 바 없으나,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가족력이 가장 큰 발병요인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가족 중 모야모야병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검사는 필히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