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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끄트머리, 울진 금강 소나무 숲에 들다
- 울진 금강 소나무 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숲길 1호다. 현재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준비할 정도로 보존 가치가 높아서 숲에 들려면 삼림보호법에 의해 철저하게 예약제다. 누구나 마음대로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트레킹 가능 인원은 숲해설가를 동반한 하루 8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숲은 조용했다. 걷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와 간간히 이어지는 해설가의 설명이 소리의 전부다. 물론 새소리와 계곡을 흐르는 자연의 소리는 당연히 배경음이다. 숲해설사가 자기를 앞지르지 말고 탐방로 지역을 벗어나지 말라고 당부한다. 멧돼지가 나오기도 한단다. 금강 소나무 숲길은 다섯 구간이 있다. 12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십이령바지게 길이란 이름도 있다. 울진과 봉화로 꼬불꼬불 열두 고개의 먼 길을 오가던 바지게꾼들이 오가며 장사를 하던 길이다. 소금과 미역, 간고등어, 그리고 피륙과 곡물을 등에 진 보부상들의 애환이 깃든 길이고 김주영의 소설 '객주'도 이런 이야기들이 바탕이 된 곳이다. 발걸음마다 스토리가 있는 길을 따라 걷는 맛이 쏠쏠하다. 숲에 드니 기분이 상쾌하다. 울진 금강송 숲길은 다른 곳보다 피톤치드가 5배라고 하는데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가다가 멈춰서 듣는 숲 이야기와 소나무에 얽힌 내력을 배우며 비로소 자연을 이해하게 된다. 소나무의 성장이나 수난을, 꽃과 나무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금강송은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숲해설사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들으며 숲에 드는 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시킨다. 손에 들고 있던 장대로 멀리 가리키며 못난이 소나무라고, 미남송이라고 알려준다. 암벽에 뿌리내리고 긴 시간 굳건히 자라온 잘난 나무다. 대체로 평이하고 짧은 코스인데도 마지막 오르막은 만만찮다. 미인송이 보인다. 깊은 산속에 독야청청 굳세게 그 자리를 지키며 하늘 높이 솟아오른 잘 생긴 소나무. 우람하고 지조 있어 보인다. 사람들이 두 팔 벌려 미인송을 안아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 귀하신 몸을 영접하고 땀을 식히니 하늘에서 쨍하고 늦가을 볕이 비춘다.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소나무 숲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 자연이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더니 이렇게 다가가 만나보는 귀한 가치를 느껴본다. 내려오며 비로소 막바지 가을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올라올 때 보지 못한 꽃 내려올 때 보았네 하듯이 숲엔 단풍이 절정이다. 걷느라 수고했다 쓰다듬듯 그 길을 걷는 머리 위에서 자연은 최상의 색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탐방 코스:산림수련관 집결→500년 송→못난이송→미인송→제2탐방로→산림수련관(5.3km/3시간 소요) ▶장소/시간: 울진군 금강송면 대광천길 83/오전 10시 ▶운영 예정일: 2019. 4.20 ~11.30(매주 화요일 휴무)
- 2019-12-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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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초겨울에 아름다운 것들
-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식물들이 다양한 채비에 들어갔다. 그 준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서울숲과 안양천 그리고 양천구 신정산과 신도림역 나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11월 말부터 12월 초 사이에 찾아봤다. 초겨울은 막바지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낙엽수 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단풍나무의 빨간색과 은행나무의 노란색, 화살나무의 분홍색은 단풍의 아름다움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나무는 아니지만, 억새의 아름다움도 한몫을 한다. 사진에서 보면 확실하게 초겨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초겨울은 빨간 열매가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절이다. 바람이 불고 온도가 차가운 계절에 빨간 열매가 달린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나무마다 열매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나무마다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낙상홍, 팥배나무, 산수유, 꽃사과, 마가목, 산사나무, 청미래덩쿨, 자금우, 백양금 등에 빨간 열매가 달려있다. 낙엽수가 아닌 주목, 사철나무, 남천 등의 상록수 나무에도 녹색의 잎과 함께 빨간 열매가 달려있다. 녹색의 잎에 가려 그 아름다움이 덜 빛나는 것 같아 아쉽다. 초겨울은 상록수의 푸른색이 여전히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계절이다. 낙엽수는 낙엽이 지고 상록수만이 공터를 아름답게 지키고 있다. 소나무, 잣나무, 향나무, 편백, 측백, 동백나무, 구상나무 등이 초겨울을 아름답게 빛낸다. 초겨울은 지표식물들이 제 역할을 다하는 계절이다. 땅에 붙어살면서 빈 공간을 채워주고 지온을 높여주고 맑은 공기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1년초가 대부분 시들어 없어질 때 지표식물들은 홀로 지표에 남아 땅을 지키고 있다. 맥문동, 무릇, 꽃양배추, 국화, 수호초, 샤샤, 회양목, 영산홍 등이다. 초겨울 쌀쌀한 날씨 속에서 페튜니아꽃은 전봇대 위에 피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초겨울에는 화단이나 공원 등에 식물이 하나도 없이 빈 곳으로 두고 있는 곳이 많다. 삭막하고 허전하다. 보기에도 엉성하고 미세먼지들도 많이 발생한다. 이런 곳에는 식물을 키워 나쁜 공기를 흡수하면서 아름답게 가꿀 수 있으면 좋겠다. 상록수와 낙엽수의 조화, 관과식물의 적정한 배치, 지표식물의 번식 등 균형 있는 식물의 설계가 초겨울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 2019-12-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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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도시로 떠난 여행
- 사실을 찾아 나서는 여행은 구경이 목적인 여행에 비해 훨씬 더 생기를 준다. 생기 있는 ‘삶을 고양하기 위한’ 여행으로 니체는 두 종류의 여행을 말했다. 하나는 과거의 위대함을 숙고함으로써 인간의 삶이 영광스러운 것임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정체성이 과거에 의해서 형성되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아 그 과정에서 연속성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여행이다. 정읍으로의 여행이 내게는 니체가 말한 영감을 얻게 되고, 자아를 확인하게 되는 여행이었다. 그곳은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있는 유서 깊은 도시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재생시키는 자연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 9곳’이 한국에서는 14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에 설립한 사립교육 시설이다. 서원의 역할, 지역을 중심으로 학파를 만들어가는 기능 등이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에 등재된 서원은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영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돈암서원(충남 논산)과 전북 정읍에 있는 '무성서원'이다. 전북 정읍에 있는 무성서원은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태산군(정읍의 옛 지명) 태수로 부임했다 떠난 후 그의 선정을 기려 주민들이 세운 생사당에서 유래되었다. 무성서원은 앞에 칠보천이라는 개울이 흐르며 뒤에는 성황산을 등지고 자리한 배산임수형 위치이면서 마을의 중심에 있다. 신분의 차별 없이 모두에게 열린 학문의 공간이자 소통의 장이었다. 더욱이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고, 을사늑약 체결 이듬해 최익현 등을 중심으로 호남의병을 창의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서원의 입구 출입문으로 외삼문이 있다. 무성서원의 경우에는 1891년에 건립한 2층 누각의 현가루가 외삼문 대신에 출입구의 역할을 한다. 현가루는 논어의 현가불철(絃歌不輟)에서 따온 이름으로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학문을 계속한다’라는 의미이다. 서원은 제례를 지내는 사당인 사우와 강학공간인 강당, 기숙사인 강수재, 서원 관리인이 거주하는 고직사 등의 건축물로 구성되어있다. 주변에는 각종 비석과 비각이 놓여있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들을 돌아보니 과거의 파편들이 조각조각 떠올랐다. 시간 속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순례자가 된 기분이었다. 무성서원에서 30km 거리에 한국 최고의 단풍을 자랑하는 내장산 국립공원이 있다. 올해는 따뜻하고 건조해서 단풍의 절정기가 예년에 비해 늦어졌다고 한다. 11월 중순을 넘겨야 명성에 맞는 내장산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계절의 변화는 어찌할 수 없다는 듯 많은 녹색은 조금씩 미세하게 변하고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에 비친 나뭇잎들도 색의 변화에서 제각각 차이를 드러냈다. 녹색을 띤 황금빛, 붉은색을 띤 황금빛, 온통 시뻘건 붉은색, 레몬 빛 노란색, 녹색과 합쳐진 붉은빛, 체리색 주황빛... 내 영혼을 위해서 오래도록 풍경 속에 있고 싶었다. 노란색, 붉은색 나뭇잎이 떠다니는 호수의 우화정에 자리를 잡았다. 화려하게 변신 중인 숲길을 바라보는데 불현듯 고흐가 생각났다.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사이프러스 나무의 선과 비례의 아름다움을 그렸던 것처럼 그가 내장산 단풍을 그렸다면 어떻게 그렸을까? 색의 대비로 내장산의 가을을 표현한다면 그는 어떤 색의 대조를 선택했을까? 눈을 감고 잠시 고흐가 되어 상상의 화폭에 가을 내장산을 그려보았다. ▪ 무성서원: 전북 정읍시 칠보면 원촌1길 44-12
- 2019-11-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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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여행이 좋다, 개심사 쪽마루에서 간월암 낙조까지
- 서산은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한 거리다. 바다가 있고 나지막한 산이 있고 역사의 숨결이 머문다. 서해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는 흐릿할 때도 있고 더할 수 없이 화려해지기도 한다. 서산에서 어떤 해넘이를 만날 수 있을까? 아침에 눈을 떴는데 불현듯 가을의 개심사가 궁금하다. 세상사 번잡함을 내려놓고 느리게 걷기 좋은 곳, 서산에 간다. 개인 취향으로 서산 제1경은 개심사다. 왕벚나무 꽃이 피는 봄철에는 상춘객으로 들썩이는데 가을은 어떤 색일까? 여전히 소담스럽다. 단풍이 은은하게 든 나무에 둘러싸인 개심사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개심사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판에서 시작되는 돌계단이 실개천을 지나고 나서는 급격히 휘어진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길을 걸을 때면 휘어진 길 끝에서 만나게 될 풍경에 대한 기대가 크다. 돌계단이 끝나자 개심사가 나타난다. 봄의 분주함과는 확연히 다른 가을의 고요함이 흐른다.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의 가을은 번잡하지 않아서 좋다. 마음을 열기 좋은 계절은 가을이다. 연못가에 서 있는 우람한 둥치의 서어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었고 주렴처럼 열매를 늘어뜨리고 있다. 경내 계단을 올라 만난 건물의 기둥이 독특하다.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도랑주의 자연스러운 곡선미 위에 부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유리산누에나방이 날개를 펴고 쉬고 있다. 명부전으로 오르는 돌계단을 오르며 가을햇살이 내리쬐는 숲으로 들어간다. 가을날 거닐기 좋은 절, 개심사는 시간이 느려지는 여행지다. 해미읍성 또한 산책하기 좋은 서산 여행지다. 읍성 안의 너른 잔디밭은 시민들의 휴식처다. 초가를 새로 얹는 분주한 손길이 겨울 채비에 한창이다. 1,000여 명의 천주교 신자가 이곳에서 순교하였다. 아름드리 회화나무는 그때의 시간을 기억하는 듯 상처 입은 채 서 있다. 읍성 성곽을 따라 걸으며 바람을 느낀다. 서산은 바다가 지척이어서 가볼 만 한 곳이 많다. 간월암, 삼길포항에서 서해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를 만날 수 있다. 간월암(看月庵)은 만조에는 섬이 되었다가 간조가 되면 육지와 연결되는 길이 나타나는 신비의 섬, 간월도에 있는 암자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일몰 시간까지 기다려 간월암 앞의 바위 위에 걸터앉아 붉게 변하는 하늘을 바라본다. 우측으로는 빨간 등대가 보이고 갈매기들이 하늘로 날아든다. 서산은 느려도 좋다고 말하는 여행지다. 개심사의 단풍과 해미읍성의 바람, 간월암의 낙조까지 천천히 쉬며 놀며 서산을 만나보자.
- 2019-11-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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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서울미술관의 숨겨진 역사 ‘모던 로즈’ 전
- 단풍과 함께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는 가을의 정취를 담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모던 로즈’ 전이다. 이 전시가 특별한 것은 미술관 자체의 역사를 미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우리 역사와 겹치는 기구한 과정이 분야별로 놀랍게 재현되어 있다. 전시는 지난달 15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다. 전시회 이름이 ‘모던 로즈’인 것은 구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이 건물의 정원에 있던 300그루의 장미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장미는 엄밀히 말하면 ‘모던 로즈’다. 굳이 모던 로즈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원래 유럽의 장미는 ‘올드 장미’로 여름에만 피는 꽃인데 동양의 사철 피는 월계화와 접목하여 오늘날의 장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구 벨기에 영사관 마당의 모던 로즈는 영사관 운명만큼 기구하다. 일제강점기에 영사관이 매각되면서 장미는 조선호텔로 팔려 ‘로즈 가든’이 되었다. 마침 이때 이 로즈 가든을 거닐던 사업가 이근무 씨는 이 장미를 바라보며 서양식 백화점 경영을 꿈꿨다고 일기에 적었다. 그 기록이 당시 ‘삼천리’라는 잡지에 실려 지금도 남아 있다. 처음 회현동에 있던 벨기에 영사관은 도시개발로 지금 있는 사당동으로 옮겨졌다. 이러한 현기증 나는 시대의 변화와 속도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코너가 김익현 작가의 ‘나노미터의 세계’이다. 영사관의 시대적 변화와 물리적인 변천을 현대의 반도체 기술과 컴퓨터의 기록과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통해 아날로그적 변화를 디지털로 변용해 표현한다. 1903년 지은 벨기에 영사관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벨기에 특유의 블루 타일 등 거의 모든 건축자재를 본국에서 배에 실어 가져왔다. 그리스 로마식 기둥과 장식 등은 그 시대를 떠올리며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 여기서 신고전주의 의복 오브제 소재로 창안한 작품이 곽이브 작가의 ‘셀프 페인팅’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 로마 문양 천으로 만든 클라미스, 키톤을 걸치고 감상함으로써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김영글 작가의 ‘파란 나라’는 벨기에 만화 캐릭터인 스머프가 근현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의 시선으로 표현하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한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은 또 있다. 레고를 연상시키는 금혜원 작가의 ‘변칙 조립’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퍼즐 조각들의 해체 이동 재건 과정에서 색다른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가상한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며 은연중에 남서울미술관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가상의 세계를 표현한 또 다른 작품은 고재욱 작가의 ‘작품처럼 보이는’이다. 대부분의 인류는 사라지고 AI가 지배하는 세계다. 2551년 그들은 인류의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며 남서울미술관에 주목한다. 그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며 AI들은 인류에게 미술관은 왜 필요했는지를 상상한다는 설정이다. 그들도 설치물들을 미술 작품으로 판단하지만, 과연 그것이 미술작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조형물을 설치해 역설적으로 ‘현재의 미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AI들이 이러한 건축이나 작품을 만든 인류를 존경하며 그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힘쓰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건물 귀퉁이 요소요소에 숨겨진 아름다운 문양과 독특한 건축 양식을 하나의 연극 무대로 구상한 이종건 작가의 ‘어느 무대’도 상상력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압권은 40년 만에 공개된 미술관의 다락방이다. 건축할 때 생긴 귀퉁이 돌이나 이전할 때 어쩔 수 없이 남겨진 장식들이 보관된 한 편 굴뚝에는 임흥순 작가의 ‘노스탤지어’가 상영된다. 이곳은 하루에 한 번 오후 4시에 인터넷으로 예약한 5명만 들어갈 수 있다. 다 보고나니 질곡의 삶을 보내며 잘 견뎌낸 남서울미술관이 어느새 의인화되어 존경하고 싶어진다. 함께 늙어가는 동료처럼 느껴져 가는 가을 바라보며 스산한 나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 2019-11-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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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걸어본 속리산 세조길
- 11월의 첫 날 충북 보은군 속리산 국립공원내에 있는 세조길을 걷기 위해 속리산으로 향했다. 몇몇이 함께 몇 번 와본 적이 있던 곳이어서 이번엔 혼자 걷기로 했다. 단풍이 절정임에도 평일 오전이어서 단체 관광객들 몇 팀만 보였다. 단체팀을 운 좋게 피하면 속리산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등산 복장이 아닌데도 호기롭게 입장했다. 세조길은 법주사에서 시작하여 세심정까지 계곡옆을 따라 조성한 길로 왕복 5Km 가량의 거리다. 2016년에 조성되어 국립공원의 품격에 맞는 경치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고 특히 장애인 등을 배려한 무장애 탐방로 구간이 있어 호평을 받는 길이다. 법주사 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조선의 7번째 임금인 세조가 피부병을 치유했다는 목욕소, 세조가 잠시 바위에 머물며 생각에 잠겼었다는 눈썹바위, 세심정 등을 만날 수 있다. 올라갈 때는 세조길로 가고 내려올 때는 도로 옆의 오래된 나무로 우거진 단풍을 만나는 것도 속리산 단풍을 예쁘게 즐기는 방법이다. 지난날 왕위와 권력을 얻기 위해 저질렀던 모든 악행과 잘못을 참회하며 걸었을 세조의 속내를 더듬어보며 아주 천천히 걸어봤다.
- 2019-11-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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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과 만나는 남도 답사 1번지
- 사의재 (四宜齎)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죽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슬픔 어이 견디리... ‘그늘이 되어주시던 주상이 승하하시고 나니 이 한 몸 간수할 곳이 없구나. 주상이야말로 나에겐 꽃이셨네. 꽃 잎인 한 분 형님은 순교하시고, 다른 한 분 형님은 따로 떨어져 다른 곳으로 유배되고...... 견딜 수 없는 것은 더 이상 희망의 창이 보이지 않는 것이구나.’ 정조가 세상을 떠나자 정약용은 그의 형들과 함께 신유사옥(1801년) 때 유배를 당한다. 그는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그가 강진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를 둘러싼 세상은 온통 절망이었다. 유배가 그렇듯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게 무의미해 보였다. 그의 나이 40세. 그는 길을 잃었다. 눈에 보이는 길이 아닌 마음의 길, 인생의 길을 잃었다. 길을 잃은 그가 선택한 것은 미친 듯이 걷는 것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헤매는 것이었다. 그것은 실패라는 상실감이기도 했고, 끝나버린 인연의 아픔을 곱씹는 것이기도 했다. 어쩌면 치밀하게 준비했던 인생 계획표가 없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진에 온 정약용의 초기 생활을 지켜보던 주막의 나이 든 주모가 어느 날 그에게 한마디 했다. “어찌 그냥 헛되이 살려고 하는가? 제자라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날부터 그는 변했다. 스스로 생활의 태도를 바꾸었다. 그는 사소한 기대를 통해 우선 현실을 극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작은 의미 부여와 노력을 통해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태도를 바꾼 순간 다산은 자기가 겪고 있는 시련의 의미를 찾아냈다. 그때부터 4년 동안 그는 그곳에 머물며 후학을 양성했다. 또한, 삶의 의미를 철저하게 현실 속에서 찾은 다산에게 이 시기는 민초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는 묵묵하게 성실히 살아가는 백성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해서 본인이 묵은 방을 ‘생각을 맑게, 용모를 단정히, 말은 적게, 행동을 무겁게’ 하라는 의미로 ‘사의재(四宜齋)’로 지었다. 본래 경세제민을 실천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라기도 했지만, 이때의 시간이 그의 명저 ‘목민심서’를 구상하는데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강진군에서는 다산의 뜻을 기리고자 그가 유배를 와서 초기에 머물렀던 사의재를 복원하여 한옥 체험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라 복합 문화공간으로 구성하였다.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사의재가 있는 위치가 강진읍의 중심지여서 걸어서 ‘영랑 생가’와 ‘세계 모란공원’도 둘러볼 수 있다.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긋함과 함께 마루 턱에 앉아 고즈넉한 가을밤 달구경 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가슴 깊숙한 곳에서 다산의 삶의 지혜가 울려오는 밤이 된다. 다산초당 다산 정약용의 외가는 해남 윤씨로, 어머니가 문인인 윤선도의 딸이다. 학문을 중시하는 외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강진으로 유배를 왔지만, 외가인 해남이 가까이에 있는 것이 다산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해남의 외가에는 자체적으로 장서를 수집해 보관해 놓는 만권당이라는 장서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유배기간에 학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는 외가에서 마련해준 이곳 다산초당에서 1808년부터 유배가 끝나는 1818년까지 지냈다. 다산은 유배를 온 신분의 한계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을 주장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내면서 기존 제도의 개정을 논하는 ‘경세유표’, 지방관이 부패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목민심서’, 공정한 재판을 논하는 ‘흠흠신서’ 등 실학과 조선 유학, 법의학 등 500여 권의 저서를 썼다. 그의 생애 업적 대부분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그에게 학문은 살아가는 것 그 자체였다. 기본이 유학자이다 보니 먼저 자기 성찰과 세계 인식의 기준이 성리학에 바탕을 둔 실학이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공부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변화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그토록 많은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던 것이다. 다산의 유배 생활로 인한 세상과의 단절을 메꿔준 이는 벗이자 스승이며 제자인 ‘혜장선사’였다. 그들은 대화하고 공감하며 화합하기 위해 초당 뒤 만덕산 백련사 가는 오솔길을 무수히 걸었다. 제한된 세상과의 통로였지만 소나무 숲길, 동백꽃 길, 차 밭으로 이어진 이 길을 걸으며 그는 세상을 제대로 보는 법을 터득했다. 가두어진 하루하루는 생의 의미를 사라지게 하는 물리적 장치다. 하지만 다산은 초당 지붕 끝에서 흘러내리는 가을비 소리에 번뇌를 멈추고, 약천(藥泉)에 달인 차로 속기(세속의 기운)를 씻으며 스스로 인생의 격조를 올렸다. 그가 위대한 이유다. 다산초당은 노후화되어 붕괴한 것을 1957년 복원한 것이다. 소나무 뿌리가 뒤엉킨 소나무 숲 ‘뿌리의 길’을 800m 정도 올라가면 고적한 유배 생활의 정취가 서려 있는 초당이 나타난다. 다산이 직접 새겼다는 ‘정석 바위’, 차를 끓이던 약수인 ‘약천’, 차를 끓였던 반석인 ‘다조(茶竈 ㆍ 차 달이는 부뚜막)’ 등을 초당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초당으로 가는 숲속 길에서부터 절제되고 제어된 기운이 느껴진다. 다산초당은 단순하다. 그 단순함이 다산 학문의 핵심과 통하는 것이다. 가을이어서 그런지 벌써 겨울이 기다려진다. 아마, 동백꽃 핀 다산초당 숲길을 걷고 싶어서 그런지 모른다. 백운동 원림 10년 동안 시베리아에서의 감옥과 유배 생활을 마친 후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스토옙스키는 “죽음의 집의 기록(Notes from a dead house)”이라는 장편 소설을 썼다. 그는 감옥과 유배 생활을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집’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유배의 시간은 고통이고 지옥 같은 생활이다.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 대한 희망’을 본인 문학의 화두로 삼았던 도스토옙스키는 유배 생활을 통해 무엇이 모든 죄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을까? 그것은 ‘단절’이었다. 단절은 고립이고 대립이며, 증오와 이기주의의 시작이다. 유배지의 폐쇄적 환경인 단절을 벗어나기 위해 다산이 선택한 길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실천적 사랑과 공상적 사랑으로 나뉜다. 유배지에서 다산의 실천적 사랑은 후학 양성과 학문 탐구다. 공상적 사랑은 초의선사, 이시헌 등과의 교류와 월출산 줄기를 중심으로 한 자연과의 만남이었다. 다산이 제자들과 함께 강진의 자연을 만난 곳이 백운동 원림(園林)이다. 백운동 원림은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불린다. 17세기에 이담로가 조성한 이곳은 자연과 인공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균형 잡힌 조화를 보이고 있다. 집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을 인공적으로 끌어들여 마당의 상지와 하지를 거쳐 아홉 굽이 휘돌아 나가는 유상구곡(流觴九曲)의 구조를 갖추었다. 화단에는 소나무, 대나무, 국화, 난초 등이 자라고 있다. 다산은 그림을 잘 그리는 초의를 시켜 ‘백운동도’를 그리게 했다. 스스로는 12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칭송하는 시를 읊어 시와 그림을 묶은 ‘백운첩’을 남겼다. 백운첩에 담긴 12곳이 ‘백운동 12 승경’이다. 1경: 옥판봉 (절경의 월출산 산봉우리) 2경: 산다경 (원림입구 동백나무 숲길) 3경: 백매오 (집 주변 언덕의 매화나무) 4경: 홍옥포 (대문 앞 단풍나무와 작은 폭포) 5경: 유상곡수 (마당의 여섯 굽이 물굽이) 6경: 창하벽 (다산이 붉은 먹으로 쓴 푸른빛 석벽) 7경: 정유강 (언덕 위, 용 비늘처럼 생긴 소나무) 8경: 모란체 (본채 아래 3단의 화단) 9경: 취미선방 (고즈넉한 세 칸의 초가 사랑채) 10경: 풍단 (창하벽 위 단풍나무) 11경: 정선대 (창하벽 위 정자) 12경: 운당원 (왕대나무 숲) 강진의 자연을 정원에 담은 이곳에서 다산은 견뎌냈다. 유배지에서의 견뎌냄은 사랑의 힘이었다. 강진 백운동 원림은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5호로 지정되었다. 백운동 원림에 가기 위해서는 주차장 옆에 있는 소나무와 동백나무 우거진 숲길을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늘 그렇듯이 숲길을 걸을 때 느껴지는 신선한 자연의 공기가 온몸을 깨운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하얀 가을 햇살이 눈 부시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대문 앞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에 서려 있는 녹색 이끼는 자연의 시간이다. 낮은 담벽을 타고 올라오는 넝쿨은 수줍은 듯 여행자를 훔쳐본다. 곧게 뻗은 대나무 사이로 청정한 가을바람이 살짝 불어왔다. 앞마당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한나절을 보내고 싶다. 다산처럼 건너편 차 밭에서 실려 오는 가을내음을 맡으면서 자연과 통(通)하는 시간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 2019-11-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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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돌라 타고 단풍 구경해요
- 덕유산은 전라북도 무주군 장수군과 경상남도 거창군 함양군에 걸쳐져 있다. 최고봉인 향적봉의 높이가 1614.2m.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하여 덕유산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단다. 예년 같으면 10월 마지막 주말이 단풍이 가장 절정일 시기일 텐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단풍색이 조금 아쉬운 정도였다. 그러나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서 점점 더 진한 색의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설천봉에 도착하니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도 찬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그래도 코끝이 찡할 정도로 밀려오는 상쾌한 공기는 가슴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하다. 향적봉에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주의 덕유산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대략 20여 분을 타고 올라가면 설천봉에 도착하고(1520m) 거기서부터 600여 미터를 더 가면 향적봉에 오를 수 있다. 다소 부담되는 비용(대인 16000원 소인 12000원)이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편하게 보고 나면 결코 아깝지 않은 금액이라고 느껴진다.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최소한 하루 전에 인터넷 예약을 해야 곤돌라를 탈 수 있다. 우리 일행 중에는 다리가 불편한 분이 있어서 향적봉까지는 못 갔지만, 단풍과 탁 트인 전경, 시원한 산바람으로 제대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걷는 게 불편하거나 싫어하는 분들에게 덕유산 곤돌라 단풍 구경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 2019-11-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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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숲길, 회남재를 걷다
- 지리산 중턱 해발 926m 회남재 숲길 10km를 걸었다. 내 고향 청학동 삼성궁을 출발점으로 하동군 악양면 등촌 마을까지. 단풍 소식이 남녘을 향하는 이맘때쯤이면 더욱 고향이 그리워진다. 마을마다 잎 다 떨어진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이 정겨운 계절이다. 남쪽이지만 높은 지대여서 지금쯤 단풍이 곱게 물들지 않았을까? 고향을 찾는 기쁨과 함께 단풍 구경 기대감으로 들뜨기도 했다. 10월 26일 열린 ‘하동군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 행사’에 참여한 많은 이들과 함께 했다. 청학동 삼성궁 주변에는 아직 단풍이 제 모습을 찾지 못했으나 먼발치로 올려다본 산등성이는 단풍으로 울긋불긋했다. 가을 하늘의 파란색과 보색 되어 산세가 웅장하면서도 또렷이 다가왔다. 머지않아 청학골까지 곱게 물들지 싶다. 이 숲길은 회남(回南)재 정상에 있는 회남정을 중간 지점으로 지리산 중턱을 돌고 오르내리며 하동군 청암면과 악양면을 잇는다. 청학동의 신비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무대, 평사리 최참판 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회남정 위로는 지리산의 시루봉과 삼신봉, 아래로는 남해로 뻗은 산줄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한 폭의 산수화다. 지리산 삼신봉 줄기를 타고 청학동 삼성궁에서 토지 마을 최참판 댁이 있는 악양면 등촌까지 이어진 구불구불한 10km 고갯길이다. 삼성궁에서 회남재 정상까지는 흙길이나 승용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너비다. 산 중턱을 도는 평지를 걷는 듯한 6km 둘레길이다. 중간에 톱밥을 펼쳐놓은 길은 발걸음을 더 편하게 했다. 회남정에서 등촌 마을까지는 승합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4km 포장도로다. 걷기엔 다소 힘든 코스지만 아름드리나무로 둘러쳐진 숲길이어서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 세 갈래 코스가 있고 모두 회남재 정상을 중간거점으로 한다. 첫 번째 길은 삼성궁에서 악양면 등촌까지의 편도 10km. 두 번째는 삼성궁에서 청학동 초입에 있는 묵계초등학교까지의 편도 10km. 또 하나의 코스는 삼성궁에서 회남재까지 왕복하는 12km다. 첫 번째 코스를 걸었다. 일행들의 사진 촬영도 맡아 더 많은 걸음을 했다. 걷기뿐만 아니라 고갯길을 도는 짜릿함으로 산악자전거 트래킹 코스로도 유명하단다. '회남재’는 조선의 대표적 선비 남명 조식 선생으로부터 유래했다. 산청군 덕산에 살던 선생은 청암을 거쳐 살기 좋다는 악양을 찾아 나섰다. 두 지역의 경계지점 산등성이에 올라 내려다본 악양골이 너무 깊었고 섬진강 흐르는 모습이 풍수지리학적으로 길한 곳이 아니라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돌아갔다. 남명 선생이 되돌아간 고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회남재를 갈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서울 등지에서 이용하기 쉬운 길은 대진 고속도로 단성IC에서 나와 지리산 중산리 방향으로 가다가 산청양수발전소 인근에서 삼신봉 터널을 지나면 청학동이다. 또 하나는 남해고속도로 하동IC를 나와 아름다운 길 섬진강 변을 따라가다가 악양면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진주시와 하동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청학동행 버스를 탈 수도 있다.
- 2019-11-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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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 캠퍼를 위한 동호회 ‘캠핑퍼스트’
- 길을 거닐다가 하늘 위를 올려다보니 참 높기도 높다. 가로수의 색깔도 점점 연두로 노란 잎으로 갈아입는 것을 보니 완연한 가을의 길목이다. 9월 말을 시작으로 단풍이 남하하고 있으니 자연 속으로 녹아들기 딱. 단풍도 시원한 바람도 좋은데 등산보다는 여유롭게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속속 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캠핑을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캠핑 초보자들이라면 네이버 대표 카페인 ‘캠핑퍼스트’를 검색해보자. 올해로 12주년을 맞이했다는 네이버 카페의 캠핑 동호회 ‘캠핑퍼스트’. 이곳에는 캠핑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캠핑 후기가 올라와 있다. 캠핑퍼스트는 캠핑을 좀 한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입문을 위해 클릭해보는 대표급 동호회에 속한다. 캠핑퍼스트는 현재 네이버 카페에서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봄가을에 대규모 캠핑 대회를 열고, 캠핑 초보자를 위한 캠프도 종종 진행한다. 캠핑퍼스트 초창기 멤버인 이동환 대표와 김한수 이사는 2011년 동호회와 같은 이름으로 아웃도어 전문기업을 설립했다. 취미와 업을 함께하며 캠핑 초보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동호회이며 기업이다. 김한수 이사는 자신들이 캠핑 초보자였기 때문에 이 동호회를 열었다고 한다. 3대가 함께 캠핑하는 꿀벌 대장 김현수(43) 씨 2009년부터 캠핑 활동을 시작했다는 김현수 씨는 두 딸아이의 아빠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 조용히 해라”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게 미안해서 캠핑을 시작했단다. 6년 전부터는 부모님도 함께 캠핑을 즐기고 있다. “제 고향이 경기도 포천인데 옛날에 한탄강으로 프로스펙스 텐트 가지고 많이 다녔어요. 닭도 삶아 먹었던 추억도 있고요. 부모님도 캠핑을 즐기셨던 거예요. 6년 전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 함께 캠핑을 했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6년쯤 되니 부모님도 의자며 텐트는 챙겨온다고. 겨울 캠핑 시에는 캠핑장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는단다. “가족여행은 꽤 자주 가는 편입니다. 다음에 캠핑퍼스트에서 캠핑을 열면 부모님 모시고 가볼 생각입니다.”
- 2019-10-29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