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건강한 노인들이 대대로 많이 살아 장수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의 개발 등에 힘입어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장수촌의 특징 또한 ‘백세인생’의 중요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한 노후야말로 ‘백세인생’을 즐길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 의료기술과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 ‘백세인생’의 힌트를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촌에서 찾아보자.
지난 2010년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전국 평균수명에 따르면, 남성은 나가노현 마쓰카와촌(長野県 松川村)이 82.2세, 여성은 오키나와현 기타나카구스쿠촌(沖縄県 北中城村)이 89세로 집계됐다. 톱 30을 살펴보면 남성은 나가노현이 40% 넘게 차지했고, 여성은 오키나와현이 20%를 웃돌았다. 특히 나가노현은 2013년 발표에서도 남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남성은 나가노현, 여성은 오키나와현
장수 요인에 대해서는 고령자의 높은 취업률, 지역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신토불이 식생활, 전국 2위의 온천 숫자, 주민과 밀착된 지역의료 등이 언급됐지만, 안티에이징 연구의 1인자인 시라사와 다쿠지(白澤卓二) 교수가 나가노현 북부의 산골인 다카야마촌(高山村)을 집중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시라사와 교수는 장수의 비결로 식사, 운동, 보람 등 3가지를 꼽으면서, 다카야마촌의 고령자들은 그 지역의 야채와 과일, 면역력을 높이는 된장 등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한 옛날 식생활을 계속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형적인 산골이라 마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 대부분이 건강하게 일하고 있어 일이 삶에 대한 보람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밖에도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야마다(山田) 온천을 비롯해 다카야마촌에는 온천이 여덟 군데나 있어 온천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온천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칼로리 소비를 촉진해 신진대사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온천 성분에 따라 효능이 달라지지만, 야마다 온천의 유황천은 모세혈관을 넓혀 혈압을 낮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온천은 몸뿐만 아니라 기분도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와 함께 늘어나는 아밀라아제와 같은 물질을 크게 감소시킨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오키나와 장수마을, 오기미촌
오키나와에서 자주 쓰는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말이 있다. 즉 식사를 할 때 전체 포만감(飽滿感) 중 80% 정도 만족할 때까지만 먹고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는 의미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는 식습관을 가진 오키나와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기미촌의 노인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문화·전통 예능이다. 나무들이 우거져 푸른 숲을 이루고 찬연한 빛을 쏟아내는 태양, 맑은 공기와 맑은 물 등 천혜의 자연 속에서 지내는 유유자적한 삶을 꼽을 수 있다. 서두르지도, 무리하지도 않으면서 느긋하게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낙원의 시간’이야말로 자랑할 만한 장수 비결이다.
둘째, 오기미촌 사람은 일본인들의 평균적인 식생활과 비교할 때 육류를 많이 섭취하고, 녹황색 채소의 섭취량이 3배가량 많으며, 두부와 같은 콩류 섭취도 1.5배 많고, 과일 종류도 많이 섭취한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소금 섭취량이다. 일본 후생성이 권장하는 1인 1일 소금 섭취량은 10g인데 오기미촌은 그 목표 이하인 9g밖에 안 되는 지역으로 보고됐다.
셋째, 활발한 사회활동이다. 오키나와의 온난한 기후는 1년 내내 야외활동을 가능하도록 해주는데, 현재 오기미촌의 총인구는 약 3500명이지만, 이 중 90세가 넘는 장수 노인은 80명이나 된다. 이 마을의 노인들은 ‘살아 숨 쉬는 한 현역’이라는 의식이 강해 고령자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밭일을 하거나 마을의 전통 산업인 파초포의 실을 뽑는 등 노동을 하며 마을 행사,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활동도 열심히 한다.
넷째, ‘상부상조(유이마루, ゆいまる)’의 정신이 뿌리 깊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유이마루’란 간단하게 말하면 마을 사람들이 노동력을 제공하며 서로 돕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사탕수수 수확, 모내기 등의 농사일뿐만 아니라, 집 신축이나 무덤 공사, 마을 공공사업과 같은 봉사활동 등을 포함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품앗이 정신과도 통한다.
다섯째, 게이트볼과 노래방을 즐긴다. 마을 곳곳에 마련된 게이트볼 경기장에는 날씨만 좋으면 많은 사람이 모여 해질녘까지 지치지 않고 몸을 움직인다. 또한 노래방에서도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사람이 많다. 고독하게 혼자 지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장수촌의 몰락, 타산지석으로
야마나시현(山梨県) 유주리하라촌(棡原村)은 1968년 도호쿠대학 교수와 의사 등 전문가들에 의해 ‘일본 제일의 장수촌’이라고 불린 뒤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곳 사람들은 자연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평지가 적고 경사진 산비탈을 이용한 밭일을 주로 했고 식생활은 고기와 생선, 보리와 잡곡, 마, 콩, 야채 등을 주식으로 했다. 노인들은 80세, 90세가 넘어도 원기왕성하게 밭에 나가 일을 했는데, 장내 세균을 조사한 결과 비피더스균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웰치균은 적어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고 한다.
또한 허리와 다리가 건강한 덕분에 심폐기능도 활발한 상태를 유지, 심장병과 뇌졸중 등 생활 습관병 환자도 보이지 않았으며, 암으로 죽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 제일의 장수촌 마을은 점점 그 명성을 잃어갔다. 1953년 널찍한 도로가 개통되면서 이 도로를 통해 풍부한 물자들이 마을로 들어왔는데 당연히 그 물자 중에는 고기와 생선 등의 식재료들도 있었고, 전통적인 거친 식사는 서구형 식생활로 급격하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80~90대 노인들은 전통적인 먹거리로 식생활을 이어갔지만, 그 자식들인 50~60대들은 거친 밥상보다는 부드러운 밥상을 선호했고 우유, 빵, 햄, 요구르트, 컵라면, 과자 등 서구형 식생활에 익숙해져갔다. 그 결과 젊은 세대들은 점차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에 걸렸으며,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자식들도 많아졌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의 장례를 치루는 기현상 속에 장수촌의 존재감도 사망선고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300g 남짓의 근육 덩어리가 하루에 10만 번 쉬지 않고 뛴다. 그렇게 퍼내는 양은 8000ℓ가량. 기계라고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고성능이다. 우리 몸 구석구석 혈액을 보내는 심장 이야기다. 이런 심장에도 피가 통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게다가 정작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기도 힘들다. 바로 심장 관상동맥질환이라는 병이다. 노화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심장내과 전기현(全基賢·36) 과장의 도움을 받아 심장 관상동맥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심장도 힘차게 움직이려면 연료가 필요해요.” 전기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서 심장을 엔진에 비유했다.
“심장이라는 엔진이 열심히 작동하는 것은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 순환시키기 위해서죠. 생명과 직결되는 이 일을 원활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엔진의 연료가 필요하겠죠. 이 연료를 공급해주는 것이 바로 심장 관상동맥이에요. 의사들이 관상동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생김새 때문이죠. 심장을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은 마치 왕관을 장식하고 있는 술과 같은 모양새라서 그렇게 불러요.”
거대한 근육 덩어리인 심장 역시 다른 근육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것이 바로 혈액이다.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노폐물 역시 혈액을 통해 내보낸다. 그런데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병 환자 규모 파악조차 안 돼
“관상동맥을 통해 혈액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심장은 조금씩 죽어갑니다.”
전 과장의 설명이 잘 이해되질 않는다. 심장은 뛰거나 혹은 멈추거나 하는 기관이라 오해하기 쉽다. 그는 여러 가닥의 혈관이 심장을 감싸고 있는데, 특정 혈관이 좁아지다가 막히면 그 혈관과 맞닿아 있는 근육 부분만 괴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마치 커다란 배의 아래 부분이 여러 구획으로 나눠져 있어, 한쪽에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도 전체가 침수되는 일이 많지 않은 구조와 비슷하다.
“심장 근육의 일부 세포가 죽는다고 해서 심장 전체가 죽지는 않아요. 그래서 정작 본인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심장 기능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실제로 심장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심각하지 않은 경우 모르는 채 지나가거나,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하더라도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병은 아니다.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해 심장 근육의 일부가 움직이지 않기도 하는데 이를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또 심근경색 중 갑자기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을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중년 남성의 돌연사 중 80% 정도는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다.
심장 노화의 대표적 질환
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을 심장 노화의 대표적 질환으로 꼽았다. 이 질환은 결국 관상동맥의 동맥경화가 주요 원인인데, 이는 혈관의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혈관 벽은 우리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피부 조직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어요. 어릴 땐 부드럽고 탄력 있지만, 나이들수록 이 혈관은 점점 딱딱해지죠. 그러다 혈관 안쪽에 동맥경화반이 생기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여기에 혈전까지 쌓이면 혈관은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심장 관상동맥에서 벌어지면 심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이 과정은 일반적인 동맥경화와 마찬가지인데 결국 예방법도 비슷해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혹시나 나에게 관상동맥질환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좀 더 전문적인 검사를 해봐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하는 심전도 검사로는 심장 관상동맥질환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될 때는 이미 중증으로 확대된 경우가 많다.
관상동맥질환을 정확히 검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에는 운동부하검사가 있다. 시속 6km 정도로 빨리 달리면서 심전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밖에 관상동맥 CT검사나 혈관에 조영제를 투입해 방사선 사진을 찍는 관상동맥 조영술이 있다.
운동할 때 가슴 아프면 의심해봐야
물론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바로 가슴통증이다. 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이 생기면 운동할 때 가끔 심한 통증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를 협심증으로 부르기도 한다.
“높은 곳을 오르거나 뛸 때 가슴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아픈 부위가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이 아니어도 방심하면 안 돼요. 이 병으로 인해 통증이 생기면 일종의 방사통이 나타기도 하는데 왼쪽 어깨에서 왼쪽 팔로 혹은 목으로 타고 내려가는 증상이 일어나기도 해요. 이 역시 관절이 아닌 심장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때의 통증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안정이 된 것일 뿐 병이 완화된 것은 아니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이 병으로 인한 합병증도 심각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협심증과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심부전이나 부정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나같이 심각하지 않은 질환이 없다.
심부전은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전신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숨이 차거나 호흡곤란이 오기도 하고, 쉽게 피로해지면서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발이 붓는 등 부종이 오는 것. 심할 경우 전신 부종이 일어나기도 한다.
혈관 관리는 장수를 위한 적금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다양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이 막히면 두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데 하나는 혈관 내에 금속 그물망을 넣고 풍선으로 부풀려 막힌 곳을 뚫는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이다. 다른 하나는 체내의 다른 혈관을 가져다 문제가 생긴 부위에 혈액순환이 되도록 이식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이다. 각 치료 방법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스텐트 삽입술의 경우 전신마취도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죠.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라고 불러요. 한두 시간이면 수술이 끝나고 다음 날 퇴원도 가능합니다. 다만 혈관 내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보니 오래되면 막히는 경우가 생겨요. 우회술은 가슴의 내유동맥이나 다리, 팔에 있는 혈관을 가져다 이식하는 수술인데, 회복에 1~2주 정도가 걸릴 정도로 큰 수술입니다. 심장외과 전문의들은 내유동맥이 ‘관상동맥 우회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할 정도인데, 수술에 적당한 조건을 갖춘 데다 이식에 사용해도 인체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죠. 이 두 가지 방법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심장내과, 심장외과 전문의가 혈관이 막힌 위치나 환자의 건강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 함께 결정합니다.”
간혹 고령의 환자도 수술을 하기도 한다. 심장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은 환자 중 국내 최고령 기록은 세종병원에서 수술한, 당시 91세의 남성 환자로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 수술을 진행했다.
혹시 특별한 예방법이 있을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일반적인 건강관리법뿐이었다. 결국 이미 잘 알려진 건강관리법이 그만큼 지키기도 어렵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금연과 비만·혈압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짜지 않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고, 열량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삼가야 합니다. 자주 운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탄수화물 섭취도 줄여야 해요. 혈압약 같은, 평소 드시는 약들은 꼭 챙겨 먹어야 합니다. 이 노력들을 저는 일종의 적금으로 표현하는데, 장수라는 ‘만기’를 위해서는 평소의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그 때 참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해서 벌어 온 돈으로 일곱 식구의 입에 풀칠하기 바빴습니다. 사실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었죠. 그땐 다 그랬죠. 아니 다 그렇게 사는지 알았습니다.
이밥에 고깃국이 최고인지 알았던 그 시절에는 학교에서는 흰쌀밥을 먹지 못하게 했습니다. 왜냐고요? 쌀이 부족해서였죠. 그러니 쌀 조금에 보리쌀을 듬뿍 섞어 지은 시커먼 밥은 식감도 맛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못할 짓이었지만 그 시절 어머니한테 보리밥 먹기 싫다고 떼쓰던 일이 생각날 때면 참 많이도 민망하네요.
어쨌든 그 당시 점심시간이면 언제나 담임선생님이 몽둥이를 들고는 도시락 뚜껑을 열고 검사를 했습니다. 혼식검사입니다. 혼식?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어가 됐습니다만 학생들 도시락엔 반드시 잡곡이 섞여 있어야 했습니다. 문교부 그러니까 지금의 교육부 지시사항이었죠. 권력의 서슬이 청람보다 퍼렇던 시절이니 위쪽 지시사항 하나면 만사가 형통하는 시절입니다.
쌀밥을 싸온 부잣집 아이들은 먼저 담임선생의 몽둥이로 머리를 몇 대 맞고 시작해야 했습니다. 교무실로 가서 반성문도 쓰고 어머니도 불려왔습니다. 그러니 도시락도 자연히 진화했습니다. 몽둥이세례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식을 사랑하는 부잣집 어머님은 당연히 머리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한 학생이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하얀 쌀밥인데 누런 완두콩이 몇 개 박혀 있었습니다. 선생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 도시락이 과연 쌀밥인지 잡곡밥인지 헷갈려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담은 몇 알이라도 완두콩이 박혀 있었으니 혼식이 아니라며 몽둥이로 머리를 때릴 수는 없었습니다.
학생의 승리였습니다. 담임선생은 몽둥이를 힘없이 떨구고 교무실로 돌아갔고 학생은 환호하며 누런 완두콩 몇 알을 걷어내고는 쌀밥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내 도시락엔 쌀보다 보리가 더 많아 색도 거무튀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때 그 학생이 기어이 먹지 않고 걷어낸 완두콩이 그렇게 맛있어 보였습니다. 난 지금도 콩밥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때 그 학생이 버렸던 완두콩이 어찌나 맛있게 보이던지 그때부터 콩밥을 좋아하게 된 것이죠.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는 것이 힘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먹거리만큼은 흔하디흔한 세상이 됐습니다. 노령인구의 20% 이상이 당뇨에 걸리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흰쌀은 피하고 현미나 잡곡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당지수가 높다는 음식을 피하고 그렇지 않은 음식을 골라서 먹곤 합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너무 분비되어 저혈당을 일으키고 다시 허기를 느껴 또 다시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장이 나빠져 혹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날인가 오랜만에 당뇨를 앓던 친구를 만났는데 특별한 치료도 없이 건강이 회복되어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교도소 때문입니다. 교도소에 있는 이들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건강식인 콩밥을 정해진 시간에 먹고 술이나 담배 같은 불필요한 음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당뇨병도 나을 수 있었던 것이죠. 참 아이러니 합니다.
몽둥이로 맞는 것이 무서워 혼식을 해야 했던 세상이 당뇨의 갖은 후유증이 무서워 혼식을 해야만 하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사실 지금에야 당뇨병도 좋은 약이 많이 나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우리 몸이 원하는 것은 이밥에 고깃국보다 더 많은 운동이나 움직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오죽하면 복날에 보신탕이니 삼계탕이니 하는 것 좀 그만 먹으라고 강권하는 세상이 되었을까요. 아무튼 세상과 세상 사이에서 콩과 보리의 역할이 거어 참 제대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불로불사(不老不死)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삶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희망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생물학적 수명이 늘어난 ‘장수시대(長壽時代)’가 되면서, 건강한 노년은 수명연장만큼이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듯 지난 4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었다. 노년의 건강관리와 정신건강, 운동법으로 나눠 진행됐던 강연의 주요 내용을 에 소개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이은주 교수가 첫 번째 화두로 던진 질문이다. 이 교수는 아직 과학적으로 노화의 원인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라면서 몇 가지 가능성들을 소개했다.
“노화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노화 이론은 ‘Wear and Tear’죠. 오래 쓰면 낡아서 닳고 망가진다는 이론이에요. 인체의 노화를 막기 위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생활습관을 건전하게 바꾸자는 것도 상당 부분 이 이론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밖에 몸의 주요 기능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이 원인이라는 신경내분비(Neuroendocrine) 이론도 있고, 활성산소를 노화 인자로 지목하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이론, 수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프로그램(Programmed) 이론도 있어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론은 텔로미어(Telomere) 이론이에요. 염색체의 일부인 텔로미어라는 것이 세포의 수명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이론입니다. 복제 양의 수명은 어미 양의 남은 수명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미 성체가 돼 수명이 짧아진 상태의 세포를 복제했기 때문에 복제 양들의 수명이나 어미 양이 비슷한 시기에 죽는 것 아니냐는 이론이에요. 그래서 이 텔로미어를 재생해 성장을 촉진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도 이미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2014년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는 2012년 조사결과에 비해 15% 증가한 1만4592명에 달한다. 이 중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세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는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낮은 편으로 인구 10만명당 2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65세인 1952년생이 100세까지 살 가능성은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기대여명조사가 있었어요. 하지만 30년 후에 태어난 1982년생의 경우는 5명 중 1명이 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30%를 차지하는 일본과 같은 상태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래 사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장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장수 노인들을 조사하는 방식을 노화종적연구라 부르는데, 이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에서 한국의 백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6배 정도 많았어요. 교육수준은 수명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장수하는 사람들은 흡연율이 매우 낮았고 고지혈증, 당뇨, 중풍, 치매,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의 빈도가 낮았어요. 간염보균자도 없었고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해조류, 버섯, 생선 등을 골고루 먹고, 짜고 자극적이며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멀리했어요.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평소에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생활 태도도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교수는 해외 백세인 조사결과 7가지도 소개했는데,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만이 없고 ▲금연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고 ▲인지 능력이 높고 ▲여성의 경우 40세 이후에도 출산한 경험이 있고 ▲형제들도 함께 장수하며 ▲자녀 역시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오래 살려면 이것 지켜라
장수를 위한 생활습관은 단순하다. 이미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들이다. 먼저 금연이다. 흡연은 활성산소를 통한 노화를 촉진시키고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암 발생 등의 원인이 된다. 흡연과 함께 따라다니는 술도 피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간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치명적이다.
흡연이나 음주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이들이 많은데, 쉽지 않겠지만 오래 살려면 담배와 술을 멀리하면서 스트레스에도 강해져야 한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명상이나 요가, 마사지, 그리고 등산이나 산책과 같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해소법을 추천했다.
비만과 수면 이상도 피해야 한다. 노화에 따라 기초대사가 감소하면 복부비만은 따라오기 마련인데, 식사량을 줄이는 등 식사습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숙면을 위해서는 음주와 밤 시간의 심한 운동을 삼가야 하고, 카페인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이 교수는 이야기했다. 이와 반대로 권할만한 대표적인 것으로 비타민D가 있다. 비타민D는 근력 향상과 암 예방, 항염증 등 여러 좋은 효과가 있다. 이 교수는 또 적게 먹는 것을 권했는데, 적게 먹으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이론은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연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원 교수는 시니어의 운동 방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강도’라고 강조했다.
운동은 살살 하면 효과 없다
“기본적으로 시니어의 운동 방법은 젊은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무리한 운동으로 다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지 않거나 너무 약하게 하면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만약 운동을 할 때나, 끝난 후에 통증이 지속된다면 본인에게 과도하거나 맞지 않는 운동일 수 있으니 강도를 줄이거나 종류를 바꿔야 합니다. 통증은 몸에서 피하라는 신호이지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서 규칙적으로 하시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됩니다.”
김 교수는 특히 빠르게 걷기나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에서 강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대화’라고 조언했다.
“운동 때문에 숨이 차서 옆 사람과의 대화가 약간 힘든 정도를 중등도 운동 강도라고 이야기해요. 운동 효과를 위해서는 최소한 이정도 강도로 해야 합니다. 반면에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는 효과가 별로 없는 저강도 운동으로 규정해요.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죠.”
김 교수는 간혹 특정 운동을 오래해 누적 손상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변경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시니어의 다리운동, 삶의 질 바꾼다
그렇다면 근력운동은 어떨까?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아령과 알통이다. 그러나 시니어의 근력운동은 하지운동, 즉 다리운동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김 교수는 조언한다.
“근력 운동하면 상체에 근육이 많이 생겨서 몸짱이 되는 것을 많이 생각하는데, 노년에 너무 무리한 상체 운동을 하면 어깨 통증 등이 생길 수 있어요. 실제 하지의 근육량이 상지보다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하지 근력 운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또 일상생활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도 다리 근력은 필수입니다.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에요.”
김 교수는 계단오르기가 시니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데,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는 데 좋은 운동 방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계단을 내려올 때는 무릎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걸어서 올라간 후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
최근에는 육체적인 건강만큼이나 정신건강도 100세 장수를 위해 관리해야 하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장수의 조건 중 하나로 스트레스 관리가 지목되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마지막으로 강의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는 노년기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우울증과 치매, 신경성 3가지를 꼽았다. 이 중 우울증에 대해 김 교수는 ‘흔한 병’이라고 정의했다.
“정신과 질환 중 가장 많은 질환입니다. 그런데 간혹 우울증과 우울감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없고, 짜증이 나죠. 그러다 다시 평상시로 돌아갑니다. 이런 경우는 우울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증세가 보름 이상 매일, 하루 종일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봐야 해요.”
우울증의 증상은 보통 기분이 침체되고 눈물이 자주 흐르고 마음이 약해지는 슬픔형,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은 의욕저하형, 갑자기 짜증이 나고 화를 버럭 내는 감정기복형, 뇌기능에 영향을 미쳐 기억력이 저하되고 집중이 안 되는 신체증상형 등 4가지로 구분된다.
김성윤 교수는 우울증 예방과 핵심 치료 방법 중 하나로 ‘햇볕’을 꼽았다.
“우울증 약은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3분의 1밖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나머지는 햇볕과 운동, 수면습관이 중요해요. 햇볕을 받으면서 하는 운동은 효과가 매우 큽니다. 실제로 빛을 쪼이는 광 치료 방법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치매는 시니어들에게는 말 그대로 공포다. 신체적으로 입는 피해만큼이나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끼치는 피해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뇌의 신경세포가 죽는 신경퇴행성질환과 혈관 이상으로 뇌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 생기는 혈관성질환으로 나뉜다.
창조적 행동이 치매를 예방한다
김 교수는 치매 치료를 위해서는 약과 신체운동, 그리고 뇌운동 3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과 신체운동은 짐작할 수 있겠는데 ‘뇌운동’이라니 어떤 운동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뇌운동은 사회생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뉴스를 보고, 신문을 읽고, 메모를 하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가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생활이죠. 그저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뇌운동이 됩니다. 뇌운동에는 수동적인 운동과 적극적인 운동이 있는데요, 영화나 책, TV처럼 남이 만들어놓은 창조물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보는 적극적인 뇌운동을 더 권하고 있어요. 일기쓰기도 좋고 무엇을 배우는 것도 좋아요. 또 스스로 길을 찾고 낯선 이들과 만나는 여행도 좋은 뇌운동 중 하나입니다.”
신경성질환도 시니어들이 조심해야 한다. 인간의 신경은 운동, 중추, 자율 3가지 신경계로 나뉘는데 시니어들이 겪는 대부분의 신경성질환은 자율신경성질환이다. 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등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것들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느닷없이 숨이 가빠진다거나 남들은 더운데 혼자 춥고, 시원한 날에 땀을 흘리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심리 상태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우울, 불안, 걱정, 화,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자율신경계가 말썽을 부리면 강아지를 훈련하듯 병을 다스려야 합니다. 식사나 운동, 수면 등 일상생활을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죠. 이런 훈련을 3개월 정도 반복하면 몸이 완전히 적응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야채를 썰다 놓친 부엌칼이 발등 근처에 떨어져 크게 놀라거나, 매일같이 오르던 계단이 어느 날부터 유독 높아 보이거나, 맛있는 깍두기가 제대로 씹히지 않는 날이 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개의치 않고 넘길 수 있는 일들이다. 체력이 좀 떨어졌거나, 며칠 쉬지 못해 그러겠거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바로 중증근무력증이다. 안석원(安錫源·42)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중증근무력증에 대해 알아봤다.
중증근무력증은 많은 사람에게 병명조차 생소한 병이다. 게다가 병명에 중증이란 단어까지 붙어 있어 막연한 공포감까지 든다. 실제로 중증근무력증은 국가에서 지정한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7000명 전후로 알려져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유 없이 힘이 빠지는 병
중증근무력증의 대표적 증상은 몸의 힘이 빠지는 것이다. 근육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원하는 대로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범위는 모든 근육에 해당된다. 팔다리에서부터 안구 근육까지, 인간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근육에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부위는 숨 쉬는 것을 조절하는 호흡근이다. 호흡근에서 중증근무력증이 발병했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고 만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억만장자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도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한 폐렴이 사망 원인이었다. 안석원 교수는 초기에는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모든 근육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대부분 사소한 증상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곤해지면서 걷다가 주저앉게 되거나 음식을 씹기 어렵게 되죠. 대화에 곤란을 겪기도 해요. 말이 어눌해지면서 목소리까지 변하죠. 저작근에 문제가 생기면 딱딱한 음식을 씹기 힘들어지고 삼키는 것도 어려워져요. 그런데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피로로 여기기 십상입니다. 특히 중장년층은 나이가 들어 그런 것 아닌가 하며 쉽게 넘길 수 있죠.”
중증근무력증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경우가 가장 흔하다. 안구형 중증근무력증과 전신 중증근무력증이 그것. 안구형 중증근무력증은 눈 근육에 이상이 생겨,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증과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난다. 복시는 안구를 움직이는 눈 근육에 이상이 생겨 안구 한쪽이 힘없이 처지면서, 양쪽 안구가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지 못해 일어나는 시차 때문에 나타난다. 복시가 심해지면 운전은 물론 계단 오르는 일도 어려워져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신 중증근무력증은 전신의 모든 근육이 질환의 영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처음엔 사소한 증상부터 시작되지만 몸을 쓸 수 없는 증상은 점차 확대돼 대부분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전신으로 확대된다. 이 밖에 중증근무력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신생아가 일시적으로 같은 병을 겪게 되는 일과성 신생아 중증근무력증과, 유아기에 많이 나타나는 선천성 근무력증도 있다.
근육 아닌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
발병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더 많은 편이라고 한다. 40세 이하 젊은 여성들의 발병이 많은 편이고 노화가 시작되면서부터는 50세 이상의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병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가 지나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중증근무력증은 아직 그 원인이 정확히 파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가면역체계의 이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 신경근육접합부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뇌에서 근육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면 이곳을 통해 신호가 전달돼 근육이 실제로 움직이게 되죠. 이 신경근육접합부에서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아세틸콜린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는 근육의 수용체에 자가항체가 결합해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에요. 간단히 이야기하면 면역이상으로 인해 생성된 항체가 근육 움직임을 방해해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볼 수 있죠.”
또 일부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경우 흉선에 종양이 생기거나 비대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가슴샘이라고도 불리는 흉선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되기도 한다. 다행히 중증이라는 흉악한 이름과는 달리 대부분의 경우 정확히 진단만 되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이 병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치사율이 매우 높았어요. 90% 정도의 환자는 사망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약제와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환자를 정상적인 몸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길이 열렸어요. 일단 이 질환을 앓기 시작하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평범한 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없어요”라고 말했다.
치료는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증근무력증에는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사라져도 병 자체가 없어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증근무력증이라는 질환은 증세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치료 후 수년간 증세를 보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도 해요. 그래서 신경과 전문의들은 중증근무력증에 대해서는 완치라는 단어 대신 관해(寬解)라는 표현을 써요. 일시적이건, 영속적이건 증상이 감소한 상태를 말하죠. 때문에 약을 끊을 정도까지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해요. 언제 어떻게 증상이 다시 나타날지 예상할 수 없으니까요.”
의료계에서 이 병의 환자 수가 집계되는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을 안고 있지만 증상이 잠깐씩 나타났다 사라져 멀쩡한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운동은 독
중증근무력증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진단 자체가 까다롭다는 데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특정 수치로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교수는 의사의 진찰 소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증근무력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수치만으로는 부족해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 다양한 반응을 확인해봐야 해요.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농도를 측정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죠. 폐활량 검사나 근력 테스트도 실시해요. 몸의 각 근육이 모두 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도 확인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항콜린에스터레이스라는 이름의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가슴샘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절제를 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혈장분리교환술과 같은 면역요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치료는 의학적으로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괴롭다. 환자를 괴롭히는 첫 번째 요인은 부작용이다. 약에 따라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안 되고, 체중이 늘고, 탈모, 간수치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면역체계와 관련한 약들이다 보니 독할 수밖에 없다. 또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먹어야 하는 것도 환자에겐 부담스럽다.
안 교수는 “하루 정도 실수로 빼먹어도 부담이 적은 혈압약이나 당뇨약과는 성격이 달라요. 투약이 중단되면 빠르게 상태가 악화돼요. 심지어 약을 챙기지 않고 해외출장을 갔다 사망한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만약 중증근무력증을 일종의 체력저하로 판단해 운동으로 이겨내려고 하면 더 큰 독이 된다. 정상적인 근육들까지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스윙을 할 때 클럽을 자주 놓치거나, 식사 중 젓가락을 놓치는 증상 등 몸에 이상 증세가 느껴지고 갑작스런 근력저하가 나타날 때는 이 병을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언어구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눈 한쪽이 처지는 등 주변에서 증세를 알아볼 정도가 되면 서둘러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 봐야 한다.
김포시에 사는 오영자(52·가명)씨는 요즘 불만이 많다. 당뇨병 치료 중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먹는 것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얼마 전 의사가 인슐린 주사로 치료 방법을 바꿔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복부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하다니… 인슐린 주사는 치유가 어렵다는 증거라는 주변의 이야기도 자신을 짓누른다. 그녀의 고민은 당연한 것일까?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宋基壕·46) 교수에게 당뇨 환자들의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 물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당뇨병은 일명 ‘성인병 4종세트(당뇨, 고혈압, 고지혈, 통풍)’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 흔한 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천적으로 포도당을 연소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소아 당뇨병을 1형이라고 부르고, 서구화된 식생활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떨어지는 상태를 2형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는 2형으로 보면 된다. 유전이나 감염 등도 2형 당뇨병의 원인으로 유추된다.
당뇨병은 혈관병이다
송기호 교수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뇨병은 정말 완치가 안 되는 병인가?”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대부분의 경우 당뇨병은 완치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젊을 때 비만으로 당뇨에 걸렸다가 체중 감량 후 완치한 사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죠.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완치가 안 된다니 겁부터 날 법하다. 하지만 송 교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당을 조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치료만 잘하면 문제될 일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연소에 관한 병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 수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진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그다음부터라고 송 교수는 지적한다.
“당뇨병을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잘 쌓입니다. 당연히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 문제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서운 것은 대혈관 합병증이에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것들이죠. 그래서 당 수치뿐만 아니라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조절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당뇨 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망막병증이나 통증,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신경병증 역시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혈관병의 일종.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에 의해 망막의 혈관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망막병증은 당뇨 환자의 약 6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의 가장 큰 복병은 합병증
안타깝게도 당뇨는 혈관성 질환 외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따라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당뇨발)이다. 당뇨발이라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여름철 당뇨 환자를 위협하는 당뇨 합병증 중 하나. 하지 절단, 족부궤양 등으로 대표되는 당뇨발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의해 상처 발생이 쉬워지는 동시에, 고혈당으로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아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을 잘 관리해야 한다.
폐렴을 당뇨 합병증으로 보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 감소와 신체기관의 기능 저하로 인해 감염질환에 특히 취약해 감염질환의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경우 건강한 성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최대 3.1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깨가 굳는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도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중 하나. 전체 인구 중 오십견 환자가 2~3% 정도인 반면 당뇨 환자는 36%로 5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일반 오십견 환자에 비해 더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약 vs 주사제 무엇이 다를까
당뇨를 치료하는 방법은 먹는 약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환자에 따라 인슐린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천적인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가 필수다.
먹는 약과 주사제는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주사제는 인슐린을 몸속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먹는 약은 췌장 등 소화기관에서 인슐린 분비를 좀 더 활발히 하도록 자극하거나, 이뇨를 촉진해 당 배출이 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당뇨병 초기 환자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사용해 혈당을 잘 잡아주면 6개월 이내에 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간혹 주사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계시는데, 치료 효과가 크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으신 분들은 약을 써도 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인슐린 주사가 효과적이죠”라고 설명한다.
일부 환자들은 ‘주사제=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초기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하고, 먹는 약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나아질 수도 있다.
당뇨 약 오래 먹어도 될까
당뇨병은 평생의 친구라고 표현할 만큼 오래 함께해야 한다. 이는 당뇨 약 역시 평생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별 문제는 없을까? 송 교수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약을 많이 먹는다고 체내에 무언가가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 동안 대사되면 사라져요. 오래 먹는다고 문제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간혹 약을 오래 먹으면 좋지 않다고 안 드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경우 혈당 조절이 안 돼서 더 심각한 병까지 얻게 됩니다. 당뇨 약은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당뇨 약이 췌장에 무리를 주거나 췌장암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오해하는데, 이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뇨 약과는 무관하게 당뇨병 환자의 췌장암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한 병
시니어의 경우 당뇨병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당을 소비하는 양도 줄어드는 데다 근육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줄고 내장지방은 증가해요. 근육 감소는 당뇨뿐만 아니라 낙상 등 다른 질환의 발병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에 운동은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관절이 좋지 않다면 아쿠아로빅이나 실내자전거를 이용한 운동이라도 하시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니 일주일에 150시간 이상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당뇨병 발병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혈압, 중풍, 만성신부전 같은 병들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와 여명에 따라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 여명이 많지 않은 암환자들이 무리하게 혈당 조절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콤한 음료수, 당뇨 환자에게는 독
당뇨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음식이다. 혈당 관리가 음식 섭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www.diabetes.or.kr)를 방문해보면 식생활에 대한 안내가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 얼마나 먹고 식사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면 좋은지, 외식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에 관련한 내용들이다. 또 계절별 식단이나 요리법도 알 수 있다.
송 교수는 “식단을 짜서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기본적으로 빵이나 케이크와 같은 가공된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쌀 역시 백미보다는 가공이 덜 된 현미를 먹고, 고기보다는 생선을 드시고, 야채를 많이 드세요. 그리고 소식하는 습관도 아주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가 특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한 것 중에는 음료수가 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오렌지주스와 같은 과즙 음료들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될 독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당뇨에 좋다고 소문난 음식들 역시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 의사들에게 여주, 돼지감자, 누에가루, 달맞이꽃종자유, 해독주스와 같은 것들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에요. 환자들이 건강식품만 믿고 약을 끊는 경우가 있거든요. 환자에게는 치명적이죠. 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들은 되레 간수치만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복용하시면서 적당히 드시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맹신은 절대 안 됩니다. 방송에 나오는 검증 안 된 일반인의 경험담들도 믿지 마세요.”
당뇨병 소모품비용지원제도를 아시나요?
당뇨병 환자들에게 약값 외에도 부담되는 것이 있다. 바로 혈당 검사지나 채혈침, 인슐린 주사기, 1회용 주삿바늘 등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5년 11월 15일부터 모든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 소모품 구입비용을 지원한다. 본인 비용으로 구매하면 구매 비용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건강보험 당뇨병 환자 등록→처방전 발급→의료기기 판매업소에서 제품 구입→요양비 청구순이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다니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관련 절차를 도와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지원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 병원을 다니고 있다면 반드시 챙기자.
소는 풀을 뜯어 먹고, 호랑이는 고기를 먹고, 지구는 둥글고 태양과 23.5도 기울어 있고 음속보다 빠르게 자전과 공전을 하고, 공기는 78%의 질소와 21%의 산소 그리고 나머지 다른 기체들로 이루어져 있고, 지구는 5대양 6대주, 인체는 5장 6부,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하루는 24시간이고, 인체의 4분의 3은 물이고, 지구 표면의 4분의 3도 물이다.
이와 같이 생명체가 지구 위에서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 법칙에 따라야 하는 법을 섭리(攝理)라고 한다. 섭리는 자연의 운행 질서, 우주의 움직임, 기운 등 모든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어 ‘자연과 가까우면 건강하고, 자연과 멀어지면 질병상태가 된다’는 불가피한 인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를 섭생(攝生) 또는 양생(養生)이라고 한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順天者興 逆天者亡)는 말 또한 자연의 질서와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살면 잘살 수 있고 자연을 거슬러 거역하고 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들려준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데 반해, 오직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짐승과 재배되는 식물은 자연과 멀어져 가는 삶을 살아가는 묘한 존재들이다. 인간 역시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자연의 법칙인 섭리에 따라 살아왔는데 산업혁명 이후 동력이 기계화되면서 ‘자연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만용이 생겨, 인류 역사를 통틀어 섭리대로 살아오던 모든 삶의 습관이 불과 200여 년 만에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다. 앞으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의 삶이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발전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50~60년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짐승 수준으로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연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상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릴 때 우리 집 재산목록 1호였던 소를 키우는 것은 필자의 소임이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소가 일하지 않을 때 들판으로 끌고 가 풀을 뜯게 하고, 그걸로 부족하면 꼴을 베어 외양간에 넣어줬다. 겨울이 되면 짚을 썰어 콩깍지와 섞어 쑨 쇠죽을 아침저녁으로 뜨끈하게 먹였다. 또 추위를 막아주려고 대문 안에 외양간을 만들어 덕석이라는 두터운 가마니로 만든 등덮개로 덮어주고, 햇볕이 좋은 시간에는 양지 바른 곳으로 데려가 볕을 쬐게 했다. 소 한 마리 돌보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이렇게 소를 키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소가 일소가 아니라 고기소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소의 입장에서 보면 필자가 어릴 때 키우던 방식으로 키워주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게 키우면 구제역 같은 질병으로 페사가 되는 불행한 일도 안 겪게 될 것이다.
아파트를 쳐다보면서 신의 눈으로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나 벌이 사는 모습이나 별반 다름이 없겠다 싶은 생각을 한다. 거의 똑같은 모양의 주거공간에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벌이 벌집에 드나드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만약 벌이 스스로 꽃에서 꿀을 따다 식량으로 삼지 않고 사람이 주는 설탕으로만 산다면(인간이 꿀을 빼앗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육식동물은 이빨이 전부 날카로운 송곳니로 되어 있어 육식을 하기에 적합하다. 초식동물은 풀을 씹기에 편한 구조로 이빨이 나 있다, 인간 같은 잡식동물은 어금니 20개, 앞니 8개, 송곳니 4개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것이 섭리라면 섭생도 자연스럽게 섭리에 따라야 한다. 먹는 것을 예로 든다면 어떻게 하든 몸 안에서 발효가 제대로 되도록 먹어야 건강해진다. 몸 안에 들어오는 영양분을 발효시키는 데에는 크게 2가지 효소가 작용을 하는데 하나는 먹거리 자체에 들어 있는 싹을 내는 기운으로서의 효소, 다른 하나는 침이나 위액 내지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로 구별할 수 있다. 섭리와 섭생으로 보면 원료 자체에 들어 있는 자체 발효 효소가 으뜸이고 그다음이 체내에서 분비되는 효소다. 그러나 오늘날의 음식들이 가공식이거나 육식 중심이다 보니 자체 효소보다는 체내 발효 효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식문화로 바뀌어 체내 흡수율이 15% 이하로까지 떨어진 식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는 병이 들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주어도 먹지 않는다. 몸이 회복될 때까지 금식을 하는 것이다. 몸의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회복될 때까지 굶어서 살아나든지 아니면 죽든가 하는 것이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가족 중에 누가 아프면 쌀뜨물로 끓인 미음을 먹이곤 했다. 그렇게 겨우 연명을 시키다가 몸의 회복 속도에 맞춰 흰죽, 된죽, 진밥, 된밥을 먹이고 완전히 회복되면 그때 가서 보약을 지어 보양을 시켰다. 그런데 요즘 환자들을 보면 유동식 또는 가벼운 음식을 먹어야 할 사람들이 몸 상태와 상관없이 칼로리 위주로 식단을 꾸려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섭생은 섭리에 따라 사는 것을 말한다. 5장 6부의 기능이 몇 %밖에 안 되는데 먹는 것은 100% 기능에 맞추면 어떻게 될까? 몸이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기 십상이다. 건강이 나쁘다든가 병이 들었다는 것은 아픈 부위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기능 또한 떨어졌다는 의미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섭생을 모르니 섭생을 회복시켜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는 양생관(養生館)이라는 이름을 걸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 병원은 병원대로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양생관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구의 15% 가까운 약 1억7000만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하면, 섭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섭생, 즉 양생을 통해 잃었던 건강을 회복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가 섭리와 섭생을 무시하고 생활한 지가 1세기밖에 안 되었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소위 경제대국의 국민들이 각종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고 의료비로 들어가는 비용도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섭생의 의미를 한 번 더 되새겨봐야 할 시대인 것이다.
최근 방송된 건강 프로그램에서 동갑내기 여성 탤런트 L과 전직 스타 농구선수 H의 ‘뼈 나이’를 비교한 적이 있다. 골밀도를 주로 비교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창 뼈가 건강한 나이에 운동을 많이 한 H는 4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20대의 뼈 나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반면, 같은 나이의 L은 뼈 나이가 60대로 측정되면서 무려 40년 정도의 차이를 보여줬다. L은 거의 골다공증 위험 수준이었다. L은 왜 이렇게 뼈가 급격히 노화된 것일까? 그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픈 그녀의 병력 때문이다. 한창 나이에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질환을 앓았던 그녀는 후유증 때문에 몸의 절반에 마비가 왔고,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과다 투여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이 무리한 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고 결국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끝내 고관절이 괴사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인공관절 수술까지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방송활동을 다시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처럼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인데, 왜 스테로이드제는 그렇게 심각한 부작용을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것일까?
스테로이드 호르몬제가 신약으로 처음 선보였을 때 인류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그 효과를 극찬했다. 기존의 소염제로는 염증성 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에 효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염증과 알레르기를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효과는 분명 축복이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는 항염증, 면역억제, 혈관수축 등의 효과를 가져오는데, 광범위한 질환에 사용된다. 접촉성 피부염, 아토피성 피부염, 지루성 피부염, 건선, 수포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염증이 생길 경우, 혈관을 통해 염증의 원인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혈관을 급격하게 수축시키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의 효과가 필수적인 질병들이 그 대상이다. 심지어 난임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시험관 시술에서도 많은 의사가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착상 전에 산모의 몸 안에 있을 수 있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력을 약간 저하시켜 과도한 면역반응 때문에 착상에 실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스테로이드가 불법적인 목적으로 악용되는 일도 빈번하다. 즉 식품에 스테로이드를 섞어 팔면서 효과를 과장하는 것이다. 주로 노인들에게 많이 사용되는 수법인데, 이런 수법으로 연간 10억여 원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떴다방도 많다. 식품이라 부작용도 없고, 먹기만 하면 관절염이고 통증이 싹 낫는다고 광고하면서 심지어 만병통치약처럼 과장하는 일도 많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 등지에서 관절에 특효약이라면서 지네가루를 담은 캡슐을 팔기도 하는데, 스테로이드가 무차별적으로 함유된 내용물도 많다. 현혹된 구매자들이 주변에 참 좋은 식품이라며 소개하는 일도 많은데, 그 결과는 참혹하다. 면역력이 억제되면서 고혈압, 당뇨병, 백내장, 골다공증 등의 발생이 거꾸로 급습하는 것이다.
사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용제로 스테로이드를 자꾸 쓰다 보면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확장되는 것은 다반사다. 근골격계가 현저히 약해지면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여러 번 시도한 주부가 척추 압박골절을 겪은 사례도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눈꺼풀이나 눈 주위에 잘못 바를 경우 백내장이나 녹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함유된 안약을 오랫동안 사용하던 청년이 녹내장 발생으로 실명 위험에 처한 사례도 있다.
스테로이드도 금단증상을 일으킨다. 금단증상은 주로 중독성 약물을 복용하다 강제로 끊었을 경우 발생하기 때문에 마약과 관련이 높은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30세 여성은 3세 때부터 아토피성 습진에 걸린 피부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스테로이드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자 피부가 빨갛게 변하면서 생으로 벗겨지는 증상이 나타나 그녀는 커다란 고통에 시달렸다. 이것이 바로 일명 레드스킨 신드롬(Red Skin Syndrome, RSS)으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금단증상(Topical Steroid Withdrawal, TSW)이다. 그녀는 벗겨진 피부에 이물질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피부 드레싱을 해야 했고, 하루에 거의 20시간 이상을 욕조의 물에 몸을 담그고 피부를 진정시켜야 했다. 결국 그녀는 우울증까지 겪었다. 국부성 스테로이드 중독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세는 오랫동안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데, 사용을 중단할 경우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가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또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심할 경우 직장과 학교에서의 정상적인 생활도 힘들다.
따라서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은 결국 심각한 부작용이라는 굴레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테로이드의 효과와 부작용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까?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외로 답이 간단하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를 때는 가능한 한 얇고 정확하게 바르고, 자신이 스테로이드를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해왔는지에 대해 처방의사에게 알려줘야 한다. 또 스테로이드 복용을 장기화하지 않도록 하고,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양을 늘리지 않는 등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면 된다. 많은 환자가 스테로이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어 부작용 피해에 노출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 최혁재(崔爀在) 경희의료원 한약물연구소 부소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에 어린이집, 뇌 건강센터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삼성노블카운티는 스포츠와 문화 서비스와 함께 지역 주민과의 공존, 가족적 연대까지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마을공동체였다. 또한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혼합하여 이상적인 융합형 시니어타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시니어타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이었다. 고준호(高準浩·59) 삼성노블카운티 원장이 직접 말하는 노블카운티의 특별한 강점을 확인해 봤다.
고준호 원장은 출근하면 항상 확인하는 일이 있다. 호숫가에 산책 나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어머님, 잘 주무셨나요?”, “아버님,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아드님은 잘 다녀가셨나요?” ,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요?”, “오늘은 패셔니스타 같아요” 살갑게 건네곤 한다. 매일 회원들을 살피고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 주는 것이 몸에 배었다. 가끔씩 나누는 일상의 안부는 회원들에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됐다. 회원들은 남 보다 못한 자식들보다 고 원장이 때로는 든든한 안식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회원들이 더 활기차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는 고 원장은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시니어타운은 부자들만 간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죠. 부유한 어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열심히 벌어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정도면 부부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호회가 잘 조직돼 있어 회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그래서 이 안에서는 교우관계가 왕성해요. 여기서는 어머님들의 활동이 활발하고요. 합창단, 당구, 사진, 탁구도 새로 배우시고, 회원들끼리 인생의 선후배로서의 교우관계로 행복한 시간을 채워 나가고 계십니다. 노블카운티 정원에서 서로 부축해 가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회원부부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싶어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분이라면 큰 걱정 없이 비교적 품위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며 취미와 사교활동으로 행복을 누리면서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아닐는지.
이러한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설립,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시니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일반세대(타워A, B동)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세대로 구분되는 노블카운티에는 총 553세대가 입주해 있다. 지상 20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 2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실의 면적은 30평형대, 40평형대, 50평형대, 70평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타운 내 시설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함께 이용하는 장소로 운영되는 등 도심형 시니어타운의 이점도 있는, 세대 간 소통으로 대표적인 시니어타운이다.
도심과 자연의 만남, 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은 드물다
“15년이 넘은 곳이라 여기는 외국 분들이 자주 방문합니다. 우선 외국 분들은 조경을 보며 아름답다며 놀랍니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쓸 수 있는 센터들이 같이 운영된다는 것에도 놀라죠. 일본도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있는데 아주 도심에 있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곳은 거의 없어요. 노블카운티는 도심과 자연의 장점을 갖춘 시설이죠. 설립할 때부터 이런 취지로 개발한 시설은 드물어요.”
삼성노블카운티의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되는 고준호 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니어타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블카운티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시설은 드물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노블카운티를 국제적으로 키우겠다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노블카운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더 만족하며 살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와서 보니 실버타운의 경영자는 반은 호텔 지배인이고 반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더군요. 호텔 지배인은 뭐랄까, 고급스런 고객을 모시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죠. 아파트 관리소장은 서민들이 사는 문제, 예를 들어 수도 흙탕물이 나온다, 왜 쓰레기 제때 안 치우냐, 관리비 왜 비싸냐 등등 소소한 불편 사항을 해소해 주는 역할입니다. 저는 그 롤들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 원장은 회원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회원들 생활의 작은 것부터 다듬어 주자는 생각은 겸손함도 있지만 보다 회원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여 주자는 현실적인 차원도 있었다.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문제점들이 흔히 지적되는데 그런 것에 관심 갖는 것보다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치는 한 분 한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거죠.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여기가 천국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게 여기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가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 한다
고 원장은 자신이 와서 새롭게 한 건 하나도 없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훌륭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철 회장님은 노블카운티를 어떻게 지으라고 말씀은 안 하셨고 복지의 사각지대인 의료, 육아, 여성, 노인 문제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걸 하라고 공익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삼성의료재단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집이었으며 다음이 노블카운티였죠. 노블카운티를 지을 때는 이건희 회장님이 선대 회장님의 마인드를 갖고 노인 복지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블카운티를 지으면서 이건희 회장님이 지시한 게 하루 종일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고 원장은 노블카운티에 오기 전에는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블카운티와 함께 시니어타운을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겠구나 싶어요.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료적인 안전도 있고 생활 안전, 보안 등의 문제도 있어요. 시니어들 집은 방범에 다소 허술하기 때문에 범죄 등에 취약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도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전철역까지 가는 게 다 건강 면에서 리스크가 돼요. 한마디로 안전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게 시니어입니다. 특히 낙상이 문제죠. 넘어져서 다치면 그로부터 노환이 시작돼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 지출 커지고 운동을 못 하니 건강도 나빠지고…. 특히 80세가 넘어가면 그런 리스크가 항상 있게 됩니다.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있나요? 그런데 여긴 식사할 때 다 같이 모여요. 산책할 때도 모이고. 그리고 직원들이 항상 보고 있고. 그래서 혼자 살 때 발생하는 리스크가 없어요. 단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모여 사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겁니다.”
노후인구 급증, 이들의 주거를 충족시킬 방안 조성해야
노블카운티의 입주회원들 나이 평균은 83.5세. 부부는 35%정도고 65%가 싱글이다. 남녀 비율은 7:3으로 7이 여자다.
“당뇨병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 식단은 별도로 차려 드립니다. 그 외에는 집 밥처럼 만들고 있어요. 건강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냉면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가 아니라 영양사, 주방장 등을 직접 고용하여 자체적으로 만드는 음식들입니다.”
노블카운티에서 일하는 스태프는 총 450여 명에 달한다. 이 많은 숫자는 노블카운티에 다른 시니어타운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포츠센터 등의 시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 관리 감독 및 프로그램 제공과 강사 등을 위한 다양한 인력들이 노블카운티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타운을 경험해 보니 어른들에게 권할 만한 시설이 전국에 얼마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국에 수없이 많은 요양시설들이 있는데, 시니어타운 같은 양로시설도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요양시설은 정부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부문도 계속 활성화되어서 시니어들이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노블카운티는 비싸니까(웃음).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적어요. 양로시설은 신뢰도가 확실한 곳이 20곳도 채 안 될 거예요. 양로시설은 요양시설과 달리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를 탓할 건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게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업들은 안 그러면 안 해요. 특히 요즘 기업주들은 젊어져서 이런 데 신경을 잘 안 쓰거든요.”
고 원장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은 창대하되 운영은 기업답게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할 기업들이 없어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기업 활동으로 하게 해 주면서 경영 이념을 공익사업으로 하면서 운영하게 해 줘야지 공익사업이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정부에서도 지원해 주고, 운영이 정상화되면 그 다음부터는 민간 사업자들도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은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해야죠. 공익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개인들도, 기업들도 이윤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거든요. 과거 기업 1세대들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공부와 함께 인생 2막 설계해요
고 원장은 삼성생명에서 전무로 은퇴한 후, 삼성생명에서 운영하는 재단으로 다시 와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재취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2의 취업에 성공한 셈이죠. 솔직히 인생 2막이라고는 생각은 안 하고 1막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한 직업이 과거에 비해 다른 점이 있을까?
“일은 현업에 있을 때보다 적죠. 다른 부서랑 협업하고 경쟁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선 업무강도는 높지 않은데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입주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시설은 노후화됩니다. 그런 면에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인생 2막을 보다 청년다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는 고 원장은 나이 듦에 대하여 ‘좋다’라고 표현했다.
“청춘예찬이란 말도 있지만 20대, 30대 시절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라서 힘든 시기죠.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피해의식도 많고.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때로 가고 싶진 않다는 말이 맞는다니까. 피곤한 시대였으니까요.”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고 원장의 생각에는 시니어타운의 관리자를 호텔 지배인이자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칭한 그 특유의 담대함이 있었다.
“나이 들면 성공에 대한 부담,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 가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 의욕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세상을 다 알고 달관할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좋아요. 말하자면 나이 들었다는 건 진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학교 다닐 때는 쓸데없이 뭘 배운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대부분의 지식은 사회에 나와서 배우게 되잖아요. 정작 학생일 때는 정말 필요한 공부를 못 했던 거죠. 나이 든다는 게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나이 듦으로써 겪는 또 다른 낯선 경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소중한 삶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 원장의 그 기다림은 더욱 뜻 깊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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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블카운티는 약 22만4000㎡(6만8000여평)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 동(2개동 553세대, 30~72평)과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78 베드, 1, 2, 4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에 필요한 비용은 입주 거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워 동 36평(전용 18평)에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3.5억~4.8억원, 월 생활비는 독신 210만원, 부부 340만원 정도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반환되며, 생활비는 회원 전용 식당에서 맛과 영양, 건강을 고려한 식사, 청소 및 침구류 세탁, 부대시설 이용, 세대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상한 일이다. 간식도 많이 먹지 않는다. 요샌 과일도 잘 입에 대질 않는다. 음식이라곤 하루 세 끼 챙겨 먹는 식사가 전부다. 모임도 이젠 예전 같지 않아 술자리가 많지도 않다. 매일 걸으려 노력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가까운 산에 오른다. 그런데 이놈의 뱃살은 변하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중년들이 하는 이런 흔한 고민에 전문의들은 당연하다 말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무엇이 당연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비만전문의로 잘 알려진 365mc 신촌점의 김정은 원장과 의사·한의사 면허를 모두 보유한 예풍의원 백태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중년에 접어들어 살찌는 것은 당연하다. 속상한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두 원장 모두 입을 모은다. 김정은 원장은 평소같이 생활하면 조금씩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갱년기를 겪으면서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달라져요.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줄면 복부지방이 증가하게 되죠. 이와 함께 근육량도 줄어드는데 이런 변화는 기초대사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해요. 생활습관이 변하지 않는데, 소비하는 칼로리는 줄어든다면 살이 찌게 되는 것은 당연해요. 덕분에 살이 빠지는 속도도 젊은 사람에 비해 느리고요. 따라서 젊은 사람에 비해 감량 목표도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힘들지만 빼야하는 살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에 대해 백태선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간혹 뚱뚱한 사람이 날씬한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외신을 통해 나오기도 하잖아요. 정말 비만이 건강에 직접적으로 치명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흔히 4종 세트라고 표현하는 고협압, 당뇨병, 고지혈, 통풍과 같은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관련이 있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에요. 미국에서 사망률이 높은 질환 중 하나가 골다공증과 골절인데, 이 역시 체중을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죠. 무릎 관절질환도 당연히 체중과 연관되어 있고. 그러니 결국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체중 조절은 필수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살을 빼기 위해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달리기? 굶기? 여러 가지 답이 머리 속을 맴도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예방이다. 김정은 원장은 안 찌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중년이 되면 살빼기가 점점 힘들어지니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을 통해서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공부나 교양을 쌓는 자기 관리처럼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꾸준하게 체중이 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물론 이런저런 노력을 다 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약물치료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겠지요.”
이에 대해 백태선 원장은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다이어트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년에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의외로 힘이 들어요.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다이어트에 성공하더라도 요요를 부르는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에요. 물론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도 되고요. 또 무조건 굶는 등 전문적인 정보 없이 하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까지 헤쳐요.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자책할 가능성도 크고. 어느 정도 노력했는데 큰 성과가 없다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헬스클럽이나 피트니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면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효과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 원장 역시 트레이너나 영양사 등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다이어트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습관 문제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생활습관 개선과 관련해서 중년들이 가장 실수하는 부분은 음식이다. 김정은 원장은 스스로 어떻게 먹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년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에요. 보통 채소와 과일이 몸에 좋다고 하니까 즐겨드시죠. 하지만 과당이 많은 과일은 다이어트를 어렵게 만들어요. 또 하나는 바로 밥이에요. 보통 하루 세 끼 밥만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나 하시잖아요? 밥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노후에 집에 두 식구만 살게되면 간단한 반찬 몇 가지와 밥으로만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문제예요. 그 몇 안되는 반찬이 젓갈같이 짠 반찬이라면 최악이죠. 다른 영양소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만 늘어나는 불균형이 일어나요. 건강하고 체중관리에 도움되는 식사를 하려면 반찬량을 늘리고 밥의 양을 줄이세요.”
실제로 김 원장은 병원에서 환자의 생활습관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식사습관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식사 메뉴와 식사량을 점검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식단을 지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기에 백 원장은 고기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단백질 섭취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결과는 대부분 서구 기준인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섭취량을 따져 보면 결국 한국 사람 식생활 기준으로는 고기 섭취가 부족한 셈이에요. 서양인들과 고기 섭취량이 다르니까. 고기는 걱정말고 드세요.(웃음)”
중년에게 다이어트는 숙명적인 ‘장기전’
병원에서 환자들의 다이어트를 도울 때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약이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많지만, 그것은 전 세계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를 모르고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이들이 의견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8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제약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정은 원장은 “체중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같이 부작용을 이용해 처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공복감을 줄여 식탐을 감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었어요. 하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은 기초대사량을 증가하거나 지방세포를 줄이는 등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어차피 약물치료만으로 체중 조절을 완전히 해결할 순 없겠지만,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병행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백태선 원장은 중년 다이어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증을 버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에 몸에 딱 붙는 옷들이 흔해진다던가, 마른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정상 체중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의사와 환자가 생각하는 기준이 완전 다르죠. 중년에게는 중년에게 맞는 기준이 있어요. 또 그 기준까지 체중을 조절하는 과정도 장기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접근하세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