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 전성기에 누렸던 최고의 영웅담이나 에피소드. 이상우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의 과거 그때의 시간을 되돌려본 그 시절, 우리 때는 이것까지도 해봤어. 나도 그랬어, 그랬지!! 공감을 불러일으킬 추억 속 이야기를 꺼내보는 마당입니다.
“태어나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 여한이 없다.” 80 평생을 산 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상우(84)가 그중 한 사람이다.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한국증권신문 회장인 그는 우리나라 스포츠신문의 산 역사로 창간하는 것마다 족족 대박을 터뜨려 ‘스포츠신문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또한 50년간 역사 및 추리소설을 무려 400권이나 내고, 지금도 일주일에 7개 매체에 기고하는 왕성한 필력의 작가다. 에두를 것 없이 범상치 않은 그의 인생 속으로 직진해보자.
신문사 사장 된 신문팔이 소년 가장
“저와 신문의 인연은 대학 2학년 때인 1958년, 영남일보 견습기자에서 시작됩니다. 1964년 대구일보 최연소 편집부장에 이어 2년 후 한국일보사로 옮겨 또다시 최연소 편집국장(31세)이 되면서 한국일보사가 발행하던 ‘일간스포츠’를 만나게 됩니다.”
이상우는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경향신문 등을 섭렵하며 사장, 회장, 창업자 등 국내 최장수 언론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션 전문 프랑스 잡지 ‘엘르’의 한국 지사 대표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추계예술대학의 교수로, ‘세종대왕 이도’를 비롯, 추리소설 ‘악녀 두 번 살다’로만 50만 부가 팔린 잘나가는 소설가로 승승장구했다. 한글 가로쓰기체 신문(스포츠서울이 효시), 활판을 없앤 전산화 신문(소년한국일보가 최초) 시대도 그에 의해 열렸다.
1938년 경남 산청 출신으로 6남매 중 다섯째인 그의 10대는 전쟁 후의 피폐로 얼룩졌다. 6.25전쟁 때 전사한 형에 이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단칸방에는 자리보전한 할머니와 6명의 가족들. 며칠을 꼬박 굶고 어머니와 밥을 구걸하러 다녔지만 몇 숟가락 얻지도 못하던 때였다. 부친이 살아 계실 때도 구두닦이와 신문팔이로 가족의 생계를 도와야 했다.
이 무렵의 ‘웃픈’ 에피소드가 있다. 단칸방 주인집 남자가 영남일보 윤전기 기사였는데 퇴근할 때 신문을 10부 정도 몰래 빼와서는 돈을 나눠 갖자며 그더러 팔아오라고 했다. 다 못 팔 때도 있고, 비가 와서 신문이 젖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신문 값을 그에게 물어내게 했다. 갑질 아닌 갑질로 횡포를 부리던 그 남자를 영남일보 기자가 되고 나서 윤전실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뒤가 켕겼는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긴 후였다.
“양공주 구두를 닦을 때가 제일 좋았죠. 뾰족구두인데다 면적이 적어서 구두약도 덜 들고 팁도 후했으니까요. 신문은 제가 잘 못 팔았어요. 배급소 앞에서 제 또래 소년들이 줄을 서 있다가 신문이 나오기 무섭게 받아가지고는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 했지요. 번화가에 먼저 도착해야 한 장이라도 더 파니까요. 근데 저는 신문 연재소설을 읽고 나서야 팔았으니 늘 꼴찌였죠.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그가 영어 학원을 다녔는데, 당시 자칭 국보 양주동 선생이 가르쳤다. 학원비가 있을 턱이 있나. 등록증을 재주껏 위조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인식처럼 배움 도둑질도 같은 맥락으로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양주동 선생은 훗날 한국일보 초청 좌담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구두통에 교복을 쑤셔 넣고 다녔다. “아버지가 학교를 못 다니게 해서 중학생이 된 걸 숨겨야 했지요. 임종 머리맡에서 처음 말씀드리자 ‘하는 수 없는 일이지’ 하며 체념하셨어요. 그때부터 떳떳이 교복을 입고 다녔습니다.”
지식인으로 좌우익의 사상을 넘나들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된 그의 형으로 인해 ‘머리에 먹물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선친의 한 맺힌 신조였다. 실의에 빠져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더 이상 그의 앞길에 장애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고등학교 원서 접수 마감일이었어요. 진학을 포기한 제게 교장 선생님이 무조건 원서를 넣으라고 채근하셨지요. 마감 1시간을 남겨놓고 어디 갈 데가 있어야죠. 길 건너에 대구상고가 있어서 거기다 넣었죠. 뜬금없는 상업고등학교 이력이 그래서 생긴 겁니다. 대학은 영남대 전신인 청구대를 나왔고, 전공은 국문학입니다. 당시 대학신문사 기자를 하면서 생계와 학비를 동시에 해결했지요.”
필화 사건 옥살이, 추리작가 변신 기회로
소설가 이상우는 1961년 대구일보에 ‘신 임꺽정 전’ 연재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문단 활동을 이어오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0매를 쓴 적도 있을 만큼 다작하는 작가다. 서울신문 편집부장으로 24시간이 부족하던 때에도 7개 신문사에 소설을 썼다. 연재가 여러 개다 보니 엇갈려 보내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하필 추리작가가 된 계기는 뭘까.
“대구일보 시절 제가 단 기사 제목이 5.16 쿠데타 세력의 보안법에 걸렸어요. 그때 화폐개혁이 있었는데 바뀐 화폐정책이 지방 말단까지 원활히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방지대’라는 제목을 붙였더니 그게 꼬투리가 잡힌 거죠. ‘이방지대라니, 대한민국에 이방이 있다니, 김일성 나라가 있다는 뜻이냐?’며 억지를 부리면서 사형 구형까지 들먹였어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40일 동안 살인, 강도 등 잡범들과 한 방에 구금되어 있었지요. 3평 방에 21명이 수감되어 있었는데 때는 7월 말, 얼마나 더웠던지 내 땀, 네 땀이 뒤섞일 지경이었죠. 제가 신문기자라는 걸 알고는 사형수였던 감방 두목이 재미난 이야기를 하라는 거예요. 2인자 지위를 보장해주겠다면서. 신참인 제가 서열 2위가 되면서 변기통 옆에서 안 자기, 동료 수감자의 부채질 받기, 담배 먼저 빨기 등의 특혜가 주어졌지요. 주로 흉악범들이다 보니 탐정, 범죄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예요. 날이면 날마다 머리를 쥐어짜다 보니 출감 후엔 어느덧 추리소설 작가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때 100개 스토리를 창작했으니 작가의 토양이 수감 중에 빚어진 거죠.”
데카메론과 천일야화가 따로 없었다. 서울신문 시절, 바이엘약품사의 광고 모델이 되어 매스컴을 주름잡기도 했는데, 그 또한 추리소설 작가였기에 발탁될 수 있었다. 작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골을 싸매다 바이엘사의 진통제를 먹고는 머릿속이 맑아져 글이 술술 풀린다는 콘셉트였으니. 당시 바이엘사는 각 나라마다 추리소설 작가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는데 한국에서는 김성종을 제치고 이상우가 뽑힌 것이다.
스포츠신문 미다스의 손, 대박의 비결은?
“일간스포츠는 고우영의 만화삼국지, 김성종의 추리소설 연재 등으로 판매 부수를 올렸지요. 스포츠서울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한글 가로쓰기가 판매에 주효했어요. 한겨레신문이 최초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그 공로로 2019년 한글날에 대통령 포상을 받았으니 제가 시작한 게 맞는 거죠. 가로쓰기 한글 신문이 나오자 젊은 세대가 열광했지요. 창간 첫날 90만 부가 팔리는 쾌거를 이뤘어요.”
그는 이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1985년, 스포츠서울을 만들 때 말이다. “전두환 때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다른 신문과 달리 그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스포츠 특성상 순간 포착을 위해 기존 1, 2명에 불과하던 사진기자를 15명까지 투입하여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탈바꿈시켰죠. 컬러 지면으로 혁신을 이룬 것도 짜릿했습니다.”
컬러화 작업은 스포츠신문의 효시인 일본에서 배워갔을 정도였다. 1999년 국민일보로 영입된 후 만든 ‘스포츠투데이’는 창간 6개월 만에 고지를 탈환했다. 스포츠신문 5개 중에서 4개를 창간하거나 운영하면서 족족 대박을 터트렸다.
“IMF 직후라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때였죠. 스포츠투데이에 구직 정보를 총망라해 실었습니다. 좁고 긴 판형으로 바꾸고 제본을 시도한 것도 매출과 직결되었지요. 창간 기념으로 현대자동차 100대가 걸린 퀴즈를 100일간 냈습니다. 매일 자동차 한 대가 경품으로 나가니 신문이 팔릴 수밖에요.”
이어 2000년 ‘파이낸셜뉴스’를 창간한 후 다음 행보는 2001년 경향신문. 이번에는 사주가 되기로 하고 140억 원의 자본금과 250명의 임직원과 함께 경향미디어그룹을 꾸리고 회장직에 앉았다. 그의 나이 60세 때였다. 스포츠 기사를 포함한 종합일간지 ‘굿데이신문’이 탄생했다. 창간 기념으로 비행기를 경품으로 걸고 ‘대물’, ’쩐의 전쟁‘ 등 연재만화의 인기로 예의 순탄한 경영이 이어졌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고르바초프가 찾아와 모스크바에도 스포츠신문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을 정도니. 그러나 악재의 그림자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스며들었다.
“2004년 무렵 무가지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신문이 안 팔리는 거예요. 우리도 무가지로 돌리고 광고비로 운영할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가판 보증금 50억 원을 돌려줄 방법이 없었던 거죠. 제가 만드는 신문은 무조건 팔린다는 인식 덕에 전국의 신문 가판대와 계약이 되어 있었는데 무가지 때문에 신문이 안 팔리니, 그 돈을 물어주고 나서야 무가지로 변신을 해도 할 거 아닙니까. 그때부터 광고도 안 들어오고 자금난에 봉착했던 거지요. 얼마 안 가 무가지는 인터넷 신문에 밀려 역시 쓴맛을 보게 되었지요.”
자본금 문제로 4년간 재판을 끌면서 법정 구속될 위기까지 간 후 무죄로 풀려났지만 30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잃었다. 70이 가까운 나이였다.
스물한 살 연하 아내 아침상 차리며 화가를 꿈꾸는 홈즈 아빠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울신문이 철퇴를 맞자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설암을 앓던 아내의 간호를 위해 안방을 중환자실로 꾸몄다. 대형 병원 설비와 환자 침상을 집 안에 들이고 10년간 아내를 간병했다.
“먹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어서 필담을 주고받았는데 잠깐 외출할 때면 두려움에 젖은 애절한 눈빛으로 내 허리춤을 붙들곤 했지요. 그 사람 보내고 63세이던 2002년에 재혼했는데 제가 차린 신문사가 1년 만에 망했으니 저는 지금 아내 덕에 먹고삽니다.”
평생 4시간 수면을 고수해온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내의 아침상을 차리고 애완견과 산책한 후 글을 쓴다. 스물한 살 연하인 그의 아내 권경희는 심리상담가이자 추리소설 작가다. 서로는 추리소설 응모전 심사위원과 당선자로 만났다. 애완견의 이름은 홈즈. 추리소설 작가 부부답게 ‘셜록 홈스’에서 따왔다. 하고 싶은 거 다 했다면서도 한 가지를 더 이루고 싶단다. 어릴 때 꿈인 화가가 되는 것이라고. 신문 발행인으로, 소설가로, 대학교수로, 화가로, 그는 일생이 참 좋은 시절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부스터샷(추가접종)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 보건 참모인 파우치 소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서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하는 것을 강력히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체계가 손상된 이들은 백신을 맞아도 강한 면역 반응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 시간이 흐르면 감염병 보호 능력이 다소 약화한다”며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NBC방송에서 화이자 백신 데이터에 따르면 예방효과각 접종 후 90%대에서 몇 달이 지나면 약 84%로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간이 흐르면서 노인들의 백신 보호가 약화한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백신이 처음 배포될 때처럼 노인과 면역 취약자가 부스터샷 접종을 먼저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외에 다른 계층의 부스터샷 접종 문제를 두고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현재 고령층, 요양원에 있는 사람들, 젊은층 등 다양한 그룹의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다른 그룹에게도 권고할 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백신 접종을 맞은 일반 인구를 늘리기 전에 면역력 낮은 사람들을 확실히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에서는 지난 달 장기 이식 수술 후 면역력이 약해진 고령층과 60대 이상 대상자에게 3차 접종을 했다. 이날 기준으로 60세 이상 인구 42만 명이 부스터샷 접종을 완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빈익빈 부익부’로 인한 백신 불평등 현상을 우려하며 9월 말까지는 부스터샷 접종을 멈춰달라고 권고했으나, 미국은 물론 영국과 독일 등도 추가 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60세 이상 고령층의 돌파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고위험군부터 추가 접종을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여러 반발로 인해 공론화가 무산됐던 ‘고용연장’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정년을 늘리는 고용연장 공론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부터 고용연장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관련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고령사회연구팀을 신설했다. 고령사회연구팀은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에 대비해 고령자 고용 정책 현황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고령사회연구팀은 첫 사업으로 ‘고령자 고용촉진 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를 선정했다. 2월부터 시작된 해당 연구는 고령자 고용정책 수립 지원을 목표로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특히 고용연장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연구팀 사업계획서에는 ‘고용연장의 원활한 사회적 논의를 위한 주요 전제조건과 환경 분석’, ‘고용연장의 주요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연구 결과 도출’ 등이 과제로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진행한 선행연구 분석 목록에도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고령자 ‘계속 고용’ 사례가 포함됐다.
정부는 이전에도 고용연장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했다. 그런데 고용연장은 기업의 이해관계와 청년실업 문제에 따라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고용연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했을 때도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목소리가 커 공론화가 무산됐다.
이러한 파장을 의식한 정부는 고용연장이 의무적인 정년을 제시하는 ‘정년연장’과 달리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노동계와 중장년층의 표심을 의식해 고용연장 공론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생산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고용연장 카드도 대안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동시에 생산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메울 수단으로 고용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발표가 연말에 예정된 것을 고려하면 고용연장에 대한 공론화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과 노사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정보원의 연구와 공론화 귀추가 주목된다.
“제덕아 사랑해. 제덕이 파이팅.” 지난 26일 김제덕을 키운 친할머니 신이남 씨(86)가 손자에게 보내는 힘찬 응원의 메시지가 전파를 탔다. 안동MBC와 인터뷰에서 손자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신 씨는 “제덕아, 개밥 주러 가자”고 말했다. 다섯 살배기 손자와 함께 강아지에게 밥을 줬던 추억 덕분이다.
“코리아 파이팅!”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뒤흔든 함성의 주인공, 열일곱살 김제덕은 할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지난 1일 귀국한 뒤 JTBC와 인터뷰에서 그는 “올림픽 준비하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했는데,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에 인사드리러 가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6세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손자는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2016년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초등학교 6학년 김제덕은 “올림픽 국가대표가 돼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는 게 꿈”이라고 말할 정도다.
조부모 손에 자라 성공한 아이들로 ‘미스터트롯’ 정동원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말 KBS ‘인간극장’에 출연한 정동원은 폐암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를 위해 가수로 성공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정동원의 할아버지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정동원이 참가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노래를 가르쳐 주고 가수의 꿈을 응원해 준 할아버지 덕분에 손자는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 트로트 가수가 됐다.
조부모 육아의 좋은 예는 서양에도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도맡아 키우다시피 한 빌 게이츠, 복잡한 가정사로 하와이 외갓집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조부모 손에 자란 아이들 중에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양육법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걸까.
무한한 사랑과 지지, 손주 정신 건강에는 백신
전문가들은 조부모 육아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선물한다고 말한다. ‘양육유형이 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석사논문을 작성한 최복경은 결론에서 “부모 중심의 육아보다 조부모가 함께 양육하는 형태가 더욱 유리하다”고 적었다.
어린이집 원장을 지냈던 최복경은 실제로 2~5세 영유아 원생 36명에 대한 ‘행동 관찰일지’를 두 달간 작성했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조부모의 보살핌 유무에 따라 기본 생활습관, 의사 소통, 사회정서 발달 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관찰했다.
결과는 조부모 육아의 완승. 생활습관과 의사 소통, 사회정서 발달 모두 조부모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우위를 보였다. 최 원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조부모 육아와 맞벌이 부모 육아는 정서적 안정감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육 경험이 있는 조부모로부터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으면, 일하는 아이의 부모들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어 아이가 세상에 대해 신뢰감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글렌 H 엘더 교수 연구진은 조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학교 성적이 우수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성취감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조부모와 자주 만나고, 조부모가 자신의 인생에 중요하다고 말한 아이들이 외부 환경과 관계 없이, 자신의 학습능력을 최대로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조부모와 손주가 가까이 살고, 자주 만날수록 아이의 성적과 성취도가 높다는 얘기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연구진은 10대까지 조부모와 친밀한 아이들이 친사회행동(봉사와 기부 등 보상을 바라지 않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행동) 성향이 높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조부모가 손주에게 용돈을 주는 것보다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쳐 주거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로 조부모에게 친밀함을 느꼈다.
조부모 양육이 아이들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만들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중국, 영국, 일본 등 8개 국가의 논문 23편을 비교 분석한 중국 상하이 대학교의 안 루오펭 교수는 “조부모에게 지금 세대에게는 오히려 풍요에 따른 과식과 비만이 문제임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꼽은 문제점은 조부모의 ‘지나친’ 너그러움이다. 그러나 조부모의 너그러움은 손주들에게 정신적 안정감의 기반이 됐다. 조부모가 너그러움의 정도만 조절한다면 손주의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만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 건강을 위협받는 일이 잦아지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부모의 무한한 사랑은 손주에게 ‘정신 건강 백신’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조부모 육아가 주목받고 있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50대 중장년 남성 A 씨는 요즘 거울을 보는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졌다. 요즘 따라 부쩍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이 신경 쓰여서다. 최근 친구 몇 명이 눈썹 문신을 했다며 자랑을 해왔다. 다 늙어서 무슨 문신이냐며 쓴 소리를 했는데, 요즘 거울을 볼 때면 빈약하고 정돈 안 된 자신의 눈썹이 자꾸 신경 쓰인다.
남성은 꾸미지 않는다는 과거의 편견과 달리, 남성들도 외모관리에 관심을 갖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왔다. 이 중 남성 시니어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눈썹’이다.
반영구화장을 전문으로 하는 ‘리앤채움’이 제공한 ‘2014/2018 대한민국 동안 시술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부터 40대까지의 남녀 1080명 중 ‘반영구 화장을 하거나 고민한 적이 있다’에 응답한 남성 비율이 2014년에는 10.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66%로 무려 6배 이상 증가했다. 조사를 담당한 최상미 상담실장은 “최근 내원 고객의 여성과 남성 비율이 6:4”라며 “특히 50대 이상 남성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중년의 남성 국회의원들이 눈썹 문신을 하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중에게 ‘좋은 인상’, ‘젊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국회의원들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외모에 신경 쓰는 추세다.
그런데 하필 눈썹에 더 힘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썹, 인상에 얼마나 큰 영향 주나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의 눈썹 숱이 적거나 비어있으면 약하다는 인상을 받고, 눈썹이 진하고 두꺼우면 인상이 강해 보이는 인상을 받는다. 누구나 쉽게 느끼는 특성이다.
미국성형외과학회 존 퍼싱 박사팀은 얼굴에서 눈썹모양, 눈꺼풀, 피부, 주름 등이 상대방의 인상과 분위기를 결정하는데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연구진은 전형적인 젊은 여성 한명의 얼굴 사진을 16가지 형태로 변형시켜 연구대상자 20명에게 보여주고 0~5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눈썹 모양과 위치, 아래 위 눈꺼풀, 피부, 주름 등이 변형된 이 사진들에는 피곤함, 행복, 놀람, 화남, 슬픔, 혐오, 두려움 이렇게 7가지의 감정표현이 드러나 있었다. 변형된 사진에 나타난 감정표현이 강해보일수록 5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도록 했다.
각 사진에 대해 매겨진 점수와 표정을 바꾸지 않은 원본사진을 보고 매겼던 점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상대의 인상과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눈썹이 다른 얼굴 요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총수와 정치인들에게 이미지 컨설팅을 해주는 강진주 퍼스널 이미지 대표는 “눈과 눈썹은 인상을 강하게 해 주는 주요 요소”라며 “유명 연예인 중에 눈썹이 희미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하면서, 눈썹과 눈이 인상에 끼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
심지어 눈썹이 인상을 좌우하는 데에 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자들은 얼굴을 알아보는 데 눈과 눈썹 중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느냐를 조사했다. 익숙한 사람의 얼굴 사진에서 눈이나 눈썹을 지운 다음 ‘누군지 알아보겠느냐’고 피 실험자들에게 물어본 것이다. 그러자 눈보다 눈썹을 지웠을 때 해당 인물을 알아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눈썹 문신은 어떻게 이뤄지나?
반영구 눈썹문신은 눈썹 관리를 위해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술이다. 매일 눈썹을 그리지 않아도 원하는 모양의 눈썹을 유지할 수 있는 간편함 때문이다.
반영구 눈썹문신은 피부의 표피 기저층에 색소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시술을 받으면 평균 2~3년간 시술된 상태가 유지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점차 연해지기 때문에 보통 ‘리터칭’을 받아 더 오랫동안 깔끔한 눈썹 상태를 유지한다. 한 번 시술을 받으면 꽤 오랜 시간 유지가 가능하여 매일 눈썹을 그리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눈썹 문신 시 유의할 점
눈썹 문신은 개인마다 다른 얼굴 형태에 맞춰 눈썹 디자인을 한다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 눈썹은 사람마다 굵기, 모양, 길이, 진한 정도, 각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짙게 시술하기보다는 개인의 얼굴형이나 비율에 맞게 시술해야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다.
또 메이크업에도 유행이 있듯이 눈썹 디자인에도 유행이 있다. 따라서 유행만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얼굴형이나 비율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잘 모르겠다면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진행한다.
눈썹 문신 시술을 결정했다면 마지막으로 개인화된 맞춤형 디자인을 제안해 주는 곳인지, 안전한 도구를 사용해 시술하는 곳인지 따져봐야 한다.
영구적인 방법이 있을까?
눈썹 문신은 반영구적 화장 시술이다. 시간이 지나면 색 빠짐이 일어나면서 정기적으로 재시술을 해야 한다. 영구적으로 진한 눈썹을 유지하고 싶다면 눈썹이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눈썹이식은 탈모 치료와 같은 원리로, 뒷머리의 모낭을 눈썹에 옮겨 심는 시술이다. 눈썹 숱이 많이 없는 경우 추천하는 방법으로, 문신에 비해 입체감이나 결이 자연스러운 점과 영구적인 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눈썹과 유사한 실제 모발로 직접 눈썹을 심는 방식이라 자연스러운 미용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머리카락을 옮겨 심기 때문에 2~3주에 한 번씩 자란 부분을 가위로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운 단점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외모는 삶에 대한 태도나 자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외모를 관리하는 것은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자신감을 키워 당당한 사회 활동을 유지시켜 주는 자신을 위한 관리다. 몸과 마음을 깔끔하고 건강하게 가꿔 여생을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시니어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비수도권까지 확산되면서 정부가 비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에서 지난 21일 이후 매일 500명대 확진자가 쏟아지며 4차 대유행이 전국으로 확산한 데 따른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27일부터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일괄 상향한다고 밝혔다. 문대통령은 “최근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이 비수도권 확산세”라며 “우리는 지금, 코로나 확산세가 증가하느냐, 아니면 확산세를 저지하고 통제하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월 26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318명(국내 1264명, 해외유입 54명)으로 누적 확진자가 19만166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비수도권 확진자 비율은 40.7%로, 2020년 초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비수도권의 거리두기 상향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4차 대유행 초기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지난 6일 비수도권 확진자는 178명으로 전체 1168명에서 15.2%에 불과했다. 하지만 17일부터 8일 연속(31.6%→32.9%→32.9%→31.9%→35.6%→35.9%→37.0%→38.4%) 30%대를 기록하다가 25일에 40%를 넘어섰다.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27일부터 8월 8일까지 약 2주 동안 시행된다. 3단계가 적용되면 식당·카페는 오후 10시까지만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유흥시설·노래연습장·목욕장업 등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영업이 제한된다. 사적모임은 4인까지만 허용된다.
다만 정부는 인구 10만명 이하 군 지역은 확산세가 낮다고 판단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ㅎ 전국적 차원에서 범국가 총력체제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중삼중으로 휴가지와 다중이용시설 등 감염 위험지역과 시설에 대한 현장점검을 더욱 강화하고, 방역수칙 위반을 엄중하게 단속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방패’로 꼽히는 백신 접종에도 속도가 붙는다. 26일부터 50대 접종을 시작했다. 한 달 넘게 소강 상태였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다시 본격화하는 셈이다.
방역당국은 다음달까지 50대 예약자들이 접종을 마치면 국민 전체 접종률이 44.9%로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절마다 짜맞춘 듯 떠오르는 여행지가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시원한 바다와 계곡 생각이 절로 나고, 함박눈 내리는 겨울에는 산지 가득 핀 눈꽃 구경이 하고 싶어진다.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당장 어디론가 떠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방구석 피서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38도를 웃도는 역대급 폭염에 시달리는 시니어를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줄 여행지로 남아메리카의 이구아수 폭포를 선정했다. 근심을 덜어줄 위대한 물줄기에 풍덩 빠져보자.
이구아수는 지역 원주민인 과라니(Guarani) 족 언어로, ‘큰 물’ 또는 ‘위대한 물’이라는 뜻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을 따라 3km 가량 이어져 있으며, 높이는 60~82m에 달해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이구아수 폭포는 강수량이 풍부한 아열대 기후대에 자리잡고 있다. 폭포로 흘러 들어오는 물의 양은 초당 1000톤으로 어마어마하다. 압도적인 규모에 감탄한 것일까,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영부인 엘리너 루즈벨트(Eleanor Roosevelt)는 “아, 나이아가라는 어쩌면 좋아!(Poor Niagara)”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이구아수 강물의 절반은 U자형 폭포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으로 쏟아져 내린다. 이구아수 폭포의 하이라이트로도 손꼽히는 이 곳의 이름에 악마가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1분을 바라보면 근심이 사라지지만 30분을 바라보면 영혼을 뺏긴다는 것. 전해 내려오는 하나의 설화에 불과하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물줄기와 피어오르는 물안개, 엄청난 유량을 직접 보고 압도당하지 않을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까지 총 3개 나라에 걸쳐 있다. 각 나라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 달라, 관광객들은 육로로 국경을 오가며 폭포를 감상한다. 아르헨티나 령 이구아수 국립 공원 내의 ‘뜨레스 프론테라스(Tres Fronteras)’는 3개국 국경이 만나는 곳으로, 분수 쇼와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숨겨진 명소다.
이구아수 폭포는 그 웅장함 덕분에 영화 속 배경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문명과 비문명 사이의 대립을 그린 종교 영화 ‘미션(The Mission)’에서 노예 상인과 과라니 원주민들이 돌짐을 지고 걷던 곳이 이구아수 폭포였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왕국’에서도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이구아수 폭포를 보려면 열대우림 생태 기차나 폭포 기차를 타고 숲을 가로질러야 한다. 브라질 방향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 만든 통로를 걸어서 폭포 인근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걷기 힘들거나 폭포를 하늘 위에서 즐기고픈 시니어 관광객들은 헬리콥터를 탄 채로 관광을 즐길 수도 있다. 장엄하고 거대한 물줄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여아 대선 주자들이 부동산 대책⋅연금⋅노동 개혁 등 각자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한국 사회 구조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면서 정책 경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러 후보가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관련 정책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경선 초기라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노인 복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모습이다.
여권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환적 공정 성장’을 대선 제1공약으로 내놓았다. 이 지사는 공정 사회, 미래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기후에너지부, 대통령 직속 우주산업전략본부⋅데이터 전담부서 설치 등 정부 체계 개편안도 함께 발표했다. 공정 성장 방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강화, 불공정 거래와 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징벌 배상, 사회적 대타협을 제시했다.
또 다른 여권 후보 이낙연 전 총리는 5대 핵심 공약에 균형 발전, 문화 강국, 여성 일자리, 정부 혁신, 교육⋅과학 분야 정책을 내세웠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야권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위주의 정책을 내놓았다. 추 전 장관은 ‘택지조성원가연동제’를, 홍 의원은 ‘쿼터 아파트’ 공약을 발표하며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공약을 제시했다.
야권에서 윤희숙 의원은 대선 공약으로 노동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야권의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현재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유승민 전 의원만이 국민연금 개혁안을 꺼내들었으나 노후소득 보장성을 강화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연금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정책이었다. 유 의원은 “청년들이 돈만 내고 나중에 연금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개혁을 단행하겠다”며 노인 빈곤층에 대해서는 “공정 소득으로 국가가 이 분들의 노후를 책임지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내세운 노인 정책을 살펴보면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치매국가책임제, 노인 일자리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치매등급기준을 완화해 치매의 장기요양보험에 확대 적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노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는데, 주로 독거노인에 한정돼 있어 보편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 공약에 대해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시한 점은 돋보였지만 치매노인과 독거노인으로 한정함으로써 선별적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당선 후 문재인 정부의 노인 복지는 나쁜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복지정책 평가’ 보고서에서 “시장의 반발, 관료의 소극성, 보수진영의 재정안정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포용복지는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선 후 노인 복지를 일부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기초연금 인상을 꼽을 수 있다. 2021년 1월부터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은 모두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유산으로 남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계’는 그대로 방치돼 인상 효과가 무력한 상황이다.
이는 국민연금 급여가 기초연금의 150%를 넘으면 최대 50%까지 줄게 한 독소조항이다. 올해 기준 국민연금을 70만 원 받으면 기초연금이 7만 원 정도 줄어든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폐지를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생계급여 지급 시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 하지만 의료급여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을 따진다.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 외 나머지는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수립 때까지 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국민연금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 개혁은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2018년 4차 재정추계 당시 ‘제도발전위원회’에서 2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가입자 단체가 보험료 단계적 인상안을 제출했으나 사용자 단체가 반대한다는 의유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부양의무자 기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같은 당면 과제 외에 종합적인 노인 복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재훈 연구위원은 “노후소득, 일자리 보장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적 지원과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다. 막연하게 이 시절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투명한 햇빛이 너무 눈부시다. 팍팍한 일상에 느낌이 있는 시간이 언제였나. 마음을 채우고 자신을 살펴주는 일을 잠깐 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지도 중심부에 자리 잡은 교육의 도시 청주,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어디서든 교통과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 하루쯤 후딱 달려가 볼 수 있는 예쁘고 단아한 도시, 무심한 듯 알찬 쉼과 여유로움이 가능하다.
도시지만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좋다. 한가한 한낮이라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귀하게 시간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 이렇게 네 곳에 있다. 한때 연초제조창이었던 넓은 부지를 2018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오픈했다. 예전의 담배공장이 그 모습을 뒤로하고 이렇게나 멋진 미술관으로 탈바꿈하다니 놀라울 수밖에.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을 보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주말엔 현장에서 수시 입장도 가능하지만 인원 제한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선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움이다. 모던한 미술관 앞의 넓은 잔디광장을 거닐거나, 벤치에 앉아 바람과 햇살의 평온함을 누리는 것도 이곳에서는 특별하다.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재미있는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 옆으로 이어진 건물에 핫한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있어서 잔디광장을 내다보며 느긋하게 맛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소통하는 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관은 5층 기획전시실, 4층 특별 수장고(미술은행 소장품), 3층 개방 수장고 및 라키비움, 보존처리실, 2층 보이는 수장고 및 관람객 쉼터, 1층 로비 및 수장고, 프로젝트 영상, 아트존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수장고, 그곳에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여 ‘개방’과 ‘소통’을 위한 ‘열린’ 미술관을 지향한다. 덕분에 백남준, 이중섭, 배병우, 김세중, 니키 드 생팔 등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엄청난 예술 작품들의 위용에 압도되어 처음에는 마구 흥분된다. 미술관을 충분히 둘러보고 나면 상상력을 자극받고 알 수 없는 위로와 풍성함으로 뿌듯해진다. 평일 한낮에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도심에 이렇듯 품격 있는 미술관을 품고 있는 청주 시민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입장료가 무려 무료다.)
미술관 바로 옆으로 나가면 1960~70년대 한국 산업화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옛 청주 연초제조창의 담뱃잎 보관 창고였던 7개 동이 시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동부창고다. 그 시절 청주와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청주의 대표적 산업체였다. 이제는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문화 공간이다. 그 뒤편의 미로처럼 경사진 골목으로 올라가면 드라마 촬영지로 SNS에서 유명세를 치렀던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 벽화마을 수암골이다.
그들과 함께한 역사, 무심천과 상당산성
청주를 감싸고 있는 상당산성으로 가는 길에 도심을 동서로 구분하는 예쁜 물길 무심천에서 문득 브레이크를 밟는다. ‘마음을 비운다’는 뜻의 무심천은 봄이면 벚꽃이 눈부시고,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휴식처이기도 하다. 언젠가 이곳 출신인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속에서 청주 무심천을 건너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청주를 품고 있는 상당산성 앞에 서면 길게 이어지는 성벽과 함께 계절의 푸르름에 가슴이 뻥 뚫린다. 백제 시대 방어 시설로 처음 축성되어 조선 시대에 개축된 상당산성은 면적 12.6ha, 둘레 4,400m, 높이 4.7m, 사적 제212호다.
산성마다 나름의 역사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이 길은 과거 영호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역시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자연스러웠던 풍경이다. 그 견고한 성벽길을 걸어보자. 완만한 4km 순환형 둘레길이어서 아이를 데리고 천천히 걸어도 좋고,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도 더할 나위 없다. 이 길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풍경이 청주를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분명 도심 속의 산길인데도 확실히 도심을 벗어났다는 기분이 든다. 걷기에 따라 1~2시간 정도 길이다. 지난 4월엔 이달의 추천길로 선정되었다.
자연 속으로, 운보의 집
이제 나들이하듯 가까운 근교로 잠깐 나가본다. 청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운보의 집’이 있다. 동양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은 어릴 적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청각을 상실했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화가로서의 역량을 나타냈다. 특히 아내 박래현 화가와의 러브스토리는 전설적이다.
운보의 집이 위치한 청원구 내수읍은 김기창 화백 어머님의 고향이다. 마음의 고향 같은 이곳에 정착하여 노후를 보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던 곳이다. 전통 한옥으로 안채와 행랑채,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에 정자와 돌담이 운치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미국 대사관 건물이었던 곳이기도 하다.
아내 우향 박래현 화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 산 아래 운보미술관은 규모가 제법 크다. 미술관을 둘러싼 야외 정원의 조각 작품이나 수석은 자연 속에서 품격을 더한다. 멋스러운 문화예술 공간이다. 부부인 듯 점잖은 커플이 뒷짐 지고 작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다. 두 분의 뒷모습이 여유롭고 아름답다. 그들을 앞지르기 조심스러워 그림 앞에서 한참씩 걸음을 멈추곤 했다. 비로소 주변을 바라보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작품에서 따뜻한 위로를 선물받는 기분이다.
100년 전의 옛 청주역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청주에 청주역이 있었다. 청주시청 부근의 옛 청주역이 ‘옛 청주역사공원’으로 복원된 것이다. 도심 속의 일반적인 공원이 아닌 철도공원이다. 기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설렘이 생긴다. 교육도시 청주답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기차역으로 달려오는 풍경이 와락 연상된다.
아담한 역사(驛舍)가 자그마한 옛날 국민학교를 연상케 한다. 민트 색감의 창틀이 옛 느낌을 더한다. 주변 풍경마저 옛 건물들로 즐비하다. 문이 닫힌 시간에 들렀기에 청주의 역사와 과거의 모습이 전시된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옛 청주역의 바깥 풍경만으로도 시간여행을 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역 광장에 서니 추억의 흑백 필름이 휙휙 지나간다. 어쩐지 가슴 뭉클하는 순간이다.
고품격의 전시, 청주고인쇄박물관
문화도시 청주다. 예향(藝鄕)이라 할 만큼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다. 또한 20년 넘도록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고인쇄박물관을 빠뜨릴 수 없다. 1377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간행한 고장이다.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섰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기억해야 할 긍지다.
청주고인쇄박물관, 흥덕사지, 금속활자 전수교육관을 순서대로 돌아보면 된다. 본관의 1, 2, 3관과 쉼터, 홍보영상실. 귀중한 소장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위대한 역사의 순간을 느껴볼 수 있다. 금속활자부터 목활자까지 변천사와 ‘직지심체요절’이 지니는 깊은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고려 공민왕 시절에 세워진 직지의 요람인 흥덕사, 인쇄 문화의 이해를 높이는 금속활자 전수교육관이 함께 있어서 차례대로 둘러보며 직지의 위상을 비로소 깨닫는 시간은 소중하다.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아직도 둘러볼 곳이 많은 청주다. 미호천변의 성곽 정북동 토성은 요즘 일몰 때 멋진 실루엣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이 찾아든다. 템플스테이와 석가모니 진신사리로 유명한 사찰 용화사,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 휴가지이자 대청호반의 산책로 청남대, 로하스 해피로드 대청호 오백리길,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 마무리와 안질 치료를 위해 머물렀다는 초정행궁(椒井行宮), 청주 역사의 산증인 성안길, 청주만의 맛집 삼겹살거리, 사람 냄새 물씬한 전통시장 육거리시장, 점점 핫해지는 감성 가득한 운리단길… 곳곳이 감성 넘치는 핫 스폿이다.
잠깐 두리번거리면 보물찾기처럼 다가갈 곳이 나타났다. 시종일관 흥미롭고 은근히 끌렸다. 마음도 말랑해지고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기댈 곳 없어 혼자 우두커니 서성일 때 어쩌다 하루쯤 떠났다가 결핍을 채우고 흐뭇하게 돌아올 수 있다. 이곳 청주 출신 도종환 시인이 그의 시 ‘동행’에서 말했듯 ‘먼 길 가다 만난 나무처럼 / 지친 몸 기대게 해줄 푸른 그늘 있다면’ 그럴 때 떠올려보는 곳, 맑은 고을 청주.
지난해 12월 서울 방배동 재개발구역의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된 60대 기초생활수급자 여성의 주검이 뒤늦게 발견됐다. 숨진 여성은 이혼해 연락이 안 되는 전 남편이 부양의무자로 있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30대 발달장애인 아들은 어머니가 죽은 뒤 7개월 동안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채 노숙생활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방배동 모자 사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년부터 모든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부양의무자 기준은 지난 5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에서 폐지된 것을 시작으로 오는 10월부터는 전국적으로 폐지된다.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연말까지 총 15만7000가구가 새로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크게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가 있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이미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 이번에는 생계급여를 지급할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부부 가구가 자녀의 부양능력과 관계없이 소득이 92만6420원 이하면 매달 생계비를 받는다.
1999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후 부양의무자 기준은 꾸준히 기초보장의 사각지대라고 비판받았다. 아무리 형편이 어렵고 가족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못 받더라도 서류에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각종 복지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양부담으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동반빈곤이나 가정해체 등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수급권자가 자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신청 자체를 철회하거나 꺼릴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부양의무자가 사실상 부양 능력이 없더라도,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저소득층으로서는 관련 서류를 준비해 이 사실을 입증하는 부담을 떠안으며 급여를 신청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 예산 부족 같은 문제들이 생길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 일부로 부모를 버리는 자식들이 생길 우려가 있고, 세금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배동 모자 사건’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직접적인 불씨가 됐다.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 왔지만 20여 년 동안 미뤄지다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며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떨어져 살면서 가족이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식이 옅어졌다. 교육수준이 높아진 노인들이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한다. 전통사회와 다르게 연금제도가 생겨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급여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유지된다. 의료급여는 누가 언제 다칠지 알 수 없으므로 다른 급여와 달리 지출 수준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재정여건이 충분하더라도 건강보험과도 조율이 필요해 쉽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없다. 하지만 건강과 의료비는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생활비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의료급여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관련 예산이 더 투입되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로부터 단 한 명의 노인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이해타산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