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구정아: 2020
일정 11월 28일까지 장소 PKM 갤러리
특유의 기민한 감각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야외 설치작업을 비롯해 회화, 드로잉, 조각 등 미공개 최신작 30점을 선보인다. 밤이 되면 녹색 빛을 뿜어내는 야광 스케이트 파크 ‘레조넌스’부터 어두운 전시장에서도 밝게 빛나는 ‘세븐 스타즈’까지 인광 페인트를 활용한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른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일몰 이후인 저녁 9시까지 개방한다.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일정 11월 15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빛을 통해 우리 문화재를 탐구한다. 제1부에서는 현미경으로 문화재의 빛과 색을 관찰하며, 2부에서는 빛으로 촬영한 문화재의 모습을 살펴본다. 특히 희미해진 유적 속 글귀나 그림 등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판독하는 과정을 밝힌다. 3부는 빛을 통해 문화재의 보존 상태를 점검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국가지정문화재 10점을 비롯해 전체 57건 67점이 공개된다.
◇여행갈까요
일정 12월 27일까지 장소 뚝섬미술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으로 여행을 가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기획한 전시. 하와이, 베트남,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여행지를 연상케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전시장 입구를 공항처럼 연출하고 비행기 객실 모습을 재현해 여행 전의 설렘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시 후반부에는 세계 각국 여행지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단순히 여행에 대한 향수를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진다.
● Book
◇비건 하이프로틴 쿡북 (쥘 노이만 저·든든)
고기 없이도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90여 가지의 비건 요리를 소개한다. 모든 요리에 1회분의 영양성분표가 적혀 있으며 30일 식단표가 함께 수록돼 있어 균형 잡힌 채식을 돕는다.
◇쓰레기 거절하기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저·양철북)
플라스틱 제로 운동으로 시작해 10년째 쓰레기 제로 운동을 실천 중인 한 가족의 이야기. 이웃과 차를 공유하고 냉장고를 반만 채우는 등 색다른 방식으로 쓰레기를 줄이며 깨달은 내용을 담았다.
◇착한 소비는 없다 (최원형 저·자연과 생태)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일상 속 사례를 통해 차근히 짚어준다. 더불어 덜 쓰고, 다시 쓰는 소비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한다.
● Movie
◇도굴
개봉 11월 예정 장르 범죄 감독 박정배 출연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등
흙 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 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 오락영화다. 황영사 금동불상, 고구려 고분 벽화, 서울 강남 한복판의 선릉까지 거침없이 파내려가는 도굴꾼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다룬 적 없는 기상천외한 도굴의 세계를 스릴 있게 조명한다.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지은 무덤과 화려한 유물 등 다양한 볼거리와 더불어 주연 배우 네 명의 환상적인 팀플레이가 작품의 재미를 높인다.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조감독을 거쳐 오랜 기간 노하우를 갈고 닦은 박정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내가 죽던 날
개봉 11월 12일 장르 드라마 감독 박지완 출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등
오랜 공백 이후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 ‘세진’의 실종사건을 추적하며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수는 세진의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형사와 연락 두절된 가족, 사건을 목격한 ‘순천댁’까지 차례로 만나며 감춰졌던 비밀에 가까워진다. 배우 김혜수의 2년 만의 스크린 컴백 작품이자, 여고생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포착한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워 위드 그랜파
개봉 11월 예정 장르 코미디 감독 팀 힐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우마 서먼, 오크스 페글리 등
같은 방을 쓰게 된 막무가내 할아버지 ‘에드’와 사춘기 손자 ‘피터’가 하나뿐인 방을 사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를 골탕 먹이는 유쾌한 전쟁 이야기다. 아카데미상 2관왕, 골든글러브 2관왕에 빛나는 로버트 드 니로의 코믹한 연기와, 영화 ‘원더스트럭’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아역배우 오크스 페글리의 호흡이 돋보인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각본을 쓴 팀 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웰메이드 코미디를 선보일 예정이다.
● Stage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일정 11월 3일부터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연출 박해림 출연 강필석, 정운선, 윤석현 등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백석 시인의 시 ‘나와 나탸샤와 흰 당나귀’를 모티브로 삼은 동명의 창작 뮤지컬이다. 당대 최고의 모던보이이자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렸던 ‘백석’과 그런 그를 못 잊어 평생을 그리움으로 살았던 기생 ‘자야’의 사랑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풀어낸다. 모든 뮤지컬 넘버의 가사에 백석이 쓴 시를 차용해 마치 한 권의 시집을 읽은 듯한 여운과 감동을 준다. 2015년 초연한 이 작품은 제1회 한국뮤지컬 어워즈에서 극본, 작사상, 연출상, 작품상 등을 받았고 차범석 희곡상에서도 뮤지컬 극본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초연 이후 세 번째로 관객 앞에 서는 이번 시즌에서는 극본을 쓴 박해림 작가가 연출까지 도맡아 작품의 서정성을 한층 더 높일 예정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좌석 간 띄어 앉기를 실시한다.
◇블랙메리포핀스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대학로티오엠 1관 연출 서윤미 출연 김도빈, 임준혁, 임찬민 등
환상적인 동화 ‘메리 포핀스’를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변주한 창작 뮤지컬. 1920년대 한 대저택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에 얽힌 유모 ‘메리’와 네 남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시즌에는 둘째 ‘헤르만’의 시점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막내 ‘요나스’로 중심 화자를 바꿔 같은 대본이지만 인물의 심리 변화를 색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퀄
일정 11월 22일까지 장소 예스24스테이지 2관 연출 이은영 출연 김지휘, 조성윤 등
어릴 적부터 폐병을 앓아온 ‘니콜라’와 그를 보살피는 친구이자 의사 ‘테오’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극작가, 배우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스에미츠 켄이치 원작의 작품이다. 2015년 도쿄에서 초연 후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인다. 연금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 단 두 명의 출연진만으로도 긴박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 음악 속 숨겨진 사연이나 명사의 말을 통해서 클래식에 쉽게 접근해보자. 아래의 인터뷰는 가상으로 진행했다.
우수에 젖은 눈빛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휘날리는 턱수염. 사진으로 봤을 때 그의 인상은 날카로웠다. 테라스의 의자에 앉아서 맥주를 홀짝거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맥주를 앞에 놓고 집 앞 풍경을 바라보던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눈을 찡긋하며 물 대신 맥주잔을 건네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와 같은 모습에 다소 놀라웠지만, 곡이나 자신의 철학을 말할 때는 몹시 진지한 눈망울을 보였고, 사랑했던 그녀를 말할 때는 아련한 눈빛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음악'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Q. 최근에 선생님의 삶을 모티프로 한 드라마가 한국에서 방영됐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요새는 이곳도 5G가 들어오면서 원활하게 소식을 듣고 있어요. 후대에 나를 모티프로 한 영화나 소설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후에 일이라서 내가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영광인 동시에 부끄럽습니다. 곡이 널리 쓰이는 것은 좋지만, 제 얘기를 회자하는 것은 지금도 부담스러워요.
Q. 여기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슈만 선생님과 그녀도 여기서 함께 지내고 있어요. 이곳 관리자가 배려해준 덕분이에요. 그가 생전에 내 팬이었다고 해요. 그의 도움으로 여기서도 틈틈이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해요. 가끔 집에 놀러 오는 후배들과 함께 연주도 합니다. 어제는 굴드가 다녀갔어요. 까칠하고 괴짜 같은 구석이 있지만, 그가 연주하는 곡은 정말 좋아요. 어제는 인터메조를 들려주고 갔는데, 한참 멍하게 듣고 있었어요. 가끔은 나보다 그 곡을 잘 해석하는 것 같아서 밉지만, 한편으로는 그 곡을 잘 연주해줘서 고마워요.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악동 같은 친구예요.
Q. 언급하신 ‘그녀’는 100 마르크화 지폐에 나온 그분을 말하는 걸까요?
웬만하면 그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으면 합니다. 그녀를 존경하는 동시에 존중하고, 나로 인해서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Q. 그렇다면 슈만 선생님은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스무 살 때 친구랑 함께 연주 여행을 떠났어요. 말이 연주 여행이지, 떠돌이처럼 독일의 곳곳을 유랑했어요. 우연히 하노버에서 요하임이라는 친구를 알게 됐어요. 그 친구가 소개해준 분이 슈만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에게는 참 고마워요. 당시 선생님은 ‘음악신보’라는 잡지를 만들고 계셨는데, 저의 재능을 높이 사시고 극찬하는 평론을 써주셨어요. 아마도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렇게 인터뷰를 못 했을지도 몰라요. 운이 참 좋았어요.
Q. 스무 살 이전의 브람스는 어땠나요?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문학 소년이었어요. 어머니가 주신 성경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특히 시에 심취했어요. 독일의 시인들이 쓴 시집을 많이 읽었어요. 이런 것이 곡을 쓰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기도 했어요.
Q.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음악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음악은 진입 장벽이 높은 예술이잖아요. 하지만 제게는 일종의 놀이처럼 다가왔어요. 아버지께서 시립극장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시는 분이었어요. 덕분에 악기를 접할 기회가 남들보다 많았어요. 아버지께서 직접 가르쳐 주시기도 했고요. 악기를 연주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아서 즐거웠어요. 코셀이나 마르크젠 선생님처럼 훌륭한 분들에게 음악도 배웠어요. 그 시기에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의 곡을 배우면서 음악적 소양을 쌓았어요.
Q. 그 시절에 음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려움이 있었죠. 예술가들은 돈 얘기를 하고, 반대로 은행원들은 예술 얘기를 한다는 말이 있죠? 그만큼 예술가의 삶이 곤궁해요. 저도 뼈저리게 느꼈어요. 아버지의 월급으로는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었어요.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그때부터 안 했던 일이 없어요. 학교도 그만두고 시립극장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인형극의 반주를 했어요. 교회에 나가서 오르간도 연주하고, 밤에는 술집에 가서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정말 바빠서 밤낮없이 살았어요.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선생님들에게 배웠던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면서 음악적 감각을 많이 키웠던 것 같아요.
Q. 곡을 쓸 때는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으시나요?
독일 민요와 독일 시를 곡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민요는 예로부터 입으로 전해오는 선율이라 독립적이고 명확한 선율을 갖고 있어요. 스스로 여기서 음악적 가치를 발견했고, 민요를 저만의 방식으로 곡에서 해석했어요. 제가 시를 좋아해서, 곡에도 시가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어요. 괴테가 쓴 유명한 시부터 무명의 시인이 쓴 시까지 다양한 시를 곡에 썼어요. '시가 얼마나 음악을 풍성하게 해줄 것인가?' 곡을 쓸 때 그런 것을 고민했어요. 시를 고를 때 시에 담긴 정서적 분위기도 많이 살펴봐요.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면 감정적으로 절제된 시를 좋아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인정신이에요. 장인정신이 없다면 영감은 바람 속에 부는 갈대에 불과해요.
Q. 말년에 작곡한 ‘네 개의 엄숙한 노래’는 어떤 마음으로 쓰셨나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이 세 가지는 제 인생을 따라다니는 화두였어요. 시와 성경에 심취했던 것도, 이 주제를 깊게 다루는 영역이라서 끌렸던 것 같아요. 그 이전에도 죽음을 목격했지만, 가장 큰 충격이었던 건 슈만 선생님의 죽음이에요. 제자로서 죄책감과 동시에 미안함이 컸어요. '선생님을 그렇게 몰아넣었던 것이 무엇일까?' '삶은 괴로운 걸까?'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많이 했어요. 한편 선생님 곁을 지키던 그녀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무척 괴로웠어요. 동시에 존경했던 그녀에 대한 애정은 날이 갈수록 더 커졌어요. 물론 좋아지는 만큼 각자가 처한 상황 때문에 심적인 거리는 더 멀어졌어요. 후에 아내와 누이를 먼저 보내면서 삶이 허무해졌어요. 외로운 날들이 많았어요. 죽음은 허무하고 비참한데, 깊어지는 사랑은 더 달콤했어요.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말이죠. 죽음의 허무함과 삶을 다시금 일으키는 사랑. 그 곡은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썼던 것이에요.
Q. 동시대 작곡가 보다 작품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빨리 먹는 것과 천천히 먹는 것의 차이예요. 어느 것이 나쁘다고 할 수 없죠. 습성의 차이일 뿐. 속도가 느려도 감당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다른 분이 무책임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나름의 호흡과 스텝에 따라서 움직였을 뿐이에요. 곡을 개수로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이듯 작업을 할 뿐이에요.
Q.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나요?
글쎄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저는 민망하지만 브람스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Q. 이유는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동물로 태어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아요. 이왕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안에서는 늘 음표가 꿈틀거리는 것 같아요. 물론 다시 음악을 한다면 슈만 선생님과 그녀 곁에서 하고 싶어요.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해 또다시 괴로워하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삶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프로이트가 그랬죠. ‘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라.’ 제게 사랑의 시련, 죽음의 허무함이 없었다면 곡을 못 썼을 거예요.
앞서 그가 몇 차례 언급한 그녀와 이성적인 교제는 없었지만, 그녀를 늘 존경했고 슈만이 떠난 후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갔다. 말년에 쓴 ‘네 개의 엄숙한 노래’는 죽음이 임박한 그녀를 생각하며 쓴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브람스는 그녀와의 관계가 세간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며 화가인 막스 클링거에게 이 곡을 헌정했다.그가 그녀의 이름을 끝내 인터뷰 내내 밝히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세상은 불륜이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른지만, 그가 보여준 마음은 진실했고, 행동은 신사답게 했다. 스승에 대한 신의와 각자의 가정이 있는 상황 속에서 브람스는 선을 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는 그녀였고, 그녀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은 곡에 남아서 지금 이 시각에도 흐르고 있다. 브람스의 말대로 장인정신이 없는 영감이 한낱 바람 속 갈대에 불과한 것처럼, 그의 애절한 사랑을 빼고 그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여인을 위한 한 남자의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유효하다.
● Exhibition
◇남겨진, 미술, 쓰여질, 포스터
일정 10월 24일까지 장소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광고나 홍보를 위해 사용된 미술 포스터를 한데 모아 선보인다. 전시기간이 지나고 나면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지만, 포스터가 지닌 예술·기록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기획했다. 전시작은 박물관이 자체적으로 입수해 소장하거나 기증받은 것으로, 총 1000여 점의 포스터 중 미술사적 의의가 큰 작품 60여 장을 선별했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시대별로 다양하게 만들어진 포스터의 발전 과정과 이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호랑이는 살아있다
일정 12월 19일까지 장소 스페이스 씨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자 한민족 정서 깊은 곳에 자리하는 존재, 호랑이의 상징성을 유물과 회화, 설치 작품 등으로 살펴본다. 액운을 물리친다고 알려진 호랑이 발톱 노리개부터 조선시대 무관의 의복을 장식한 호랑이 문양 흉배 등 특유의 용맹성과 강인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전시한다. 더불어 도상의 전통적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잃어버린 호랑이를 찾아서’ 등 현대적 관점이 담긴 동시대 작가의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 호랑이 기운을 얻어 힘을 내길 바란다는 관장의 소망이 담겼다.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일정 10월 8일~2021년 2월 7일 장소 롯데뮤지엄
‘그라피티의 제왕’이라 불린 흑인 낙서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 기획전으로 바스키아가 남긴 예술세계 전반을 조망한다. 대표작 150여 점과 팝아트계의 거장 앤디 워홀과 협업한 작품도 선보인다. 바스키아는 1980년대 초 미국 뉴욕 화단에 작품을 공개하며 이름을 알렸고, 2년 뒤 첫 개인전을 열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미술뿐 아니라 음악, 패션 등 여러 영역에서 해석되고 있다.
◇1978, 우리 가족의 라디오
일정 11월 15일까지 장소 서울생활사박물관
1978년 서울에 사는 가상 캐릭터 영희의 집을 재현해 당시 유행하던 라디오 문화를 되짚어본다. 택시 운전사인 영희 아버지의 카 라디오부터 오빠의 휴대용 라디오, 영희의 카세트 라디오까지 다양한 추억의 라디오와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프로그램을 조명한다. 영희의 방에서는 1970년대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진행했던 황인용 전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최초의 국산 라디오인 금성 A-501과 1960년대 라디오 편성표 등 라디오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 Movie
◇돌멩이
개봉 9월 30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정식 출연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등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청년 ‘석구’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미생’의 김 대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양석형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대명의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실제로 김대명은 8세 지능을 가진 어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빌런’으로 종종 등장했던 배우 김의성은 석구의 보호자인 노신부 역을 맡아 인자한 매력을 선보인다. 2017년 한 배우 오디션에서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만장일치로 합격한 신예 배우 전채은의 활약 또한 주목된다.
◇테슬라
개봉 10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 출연 에단 호크, 이브 휴슨 등
교류 전류 전송 장치를 비롯해 라디오, 무선 원격 조종 기술, 리모컨 등 유용한 발명품을 만들어 오늘날 천재 과학자로 평가받는 니콜라 테슬라의 삶을 조명한다. 테슬라의 라이벌이자 상사였던 토머스 에디슨과 결별한 뒤 자본가 J.P. 모건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커런트 워’가 테슬라와 에디슨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오로지 테슬라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감독은 선댄스영화제에서 네 차례나 상을 거머쥔 마이클 알메레이다가 맡아 과학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감각적 비주얼을 연출했다.
◇언힌지드
개봉 10월 예정 장르 스릴러, 범죄 감독 데릭 보트 출연 러셀 크로우, 카렌 피스토리우스, 가브리엘 베이트먼, 지미 심슨 등
도로 위에서 크게 울린 경적 때문에 분노가 폭발한 한 남자가 복수를 하기 위해 운전자를 뒤쫓는 내용으로, 현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 ‘레미제라블’, ‘노아’ 등에서 활약한 배우 러셀 크로우가 필모그래피 사상 최악의 악역으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러셀 크로우의 살기 가득한 눈빛 연기와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이 극한의 공포를 선사한다. 북미 개봉 당시 셧다운 이후 극장가에 처음 선보인 영화로, 북미 및 해외 7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코로나19를 날려버릴 최고의 스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 Book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김재환 저·북하우스)
김재환 영화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촬영하며 3년간 느낀 점을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문해학교에 다니며 한글 공부를 하고 아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보는 등 배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칠곡 할머니들의 노년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칠곡 할머니들이 직접 쓴 순수하고 담백한 시도 함께 실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최윤 외 공저·생각정거장)
올해 한국문학을 빛낸 단편소설을 엄선한 작품집이다. 총 여섯 작품이 수록됐으며 대상작은 최윤의 ‘소유의 문법’.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수상작 외 최윤의 자선작 ‘손수건’과 지난해 대상 수상작가 장은진의 자선작 ‘가벼운 점심’도 함께 수록됐다.
◇척추·관절 되살리는 자생력 스트레칭 (이진호 저·비타북스)
자생한방병원이 집필한 척추·관절 종합 건강서다. 척추·관절에 통증이 생기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리고 뻐근한 목, 묵직한 허리 등 통증을 관리할 수 있는 부위별 스트레칭 55가지와 질환별 스트레칭 45가지를 담았다. 스트레칭 전후 지압하면 효과를 높여주는 혈자리도 소개한다.
◇우리 술 한주 기행 (백웅재 저·창비)
코로나19로 ‘혼술’, ‘홈술’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주목해볼 만한 도서. 한주 전문가 백웅재가 양조장의 메카 홍천, 충주, 문경 등 전국 각지의 특색 있는 양조장 20여 곳을 소개한다. 한주 관련 산업에 종사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주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고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길 (박노해 저 ·느린걸음)
‘하루’,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에 이은 박노해 시인의 세 번째 사진 에세이. 20여 년간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으며 직접 담은 37점의 흑백 사진을 실었다. 인류 최초의 문명길 차마고도, 눈 덮인 만년설산과 끝없는 사막길 등 길 위의 다양한 풍경을 소개하며 ‘나만의 길’을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다.
● Stage
◇오만과 편견
일정 9월 19일~11월 29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박소영 출연 김지현, 정운선, 홍우진 등
영국이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의 동명 연애소설을 2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18세기 영국,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빙리’와 ‘다아시’가 조용한 시골 마을로 와 베넷 부부의 다섯 딸을 만나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인 만큼 다양한 방식의 각색본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연극 ‘오만과 편견’은 단 두 명의 배우가 21개 캐릭터를 연기하는 독특한 연출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퇴장과 무대의 이동 없이 의상과 소품만으로 캐릭터를 전환하는 것도 작품의 관람 포인트다. 제인 오스틴의 섬세한 감성에 극적인 매력이 더해져 고전 특유의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로맨틱한 서사를 한층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풀어낸다.
◇머더발라드
일정 8월 11일~10월 25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김은영 출연 김재범, 김소향, 이건명 등
욕망을 향해 가는 세 남녀의 비틀린 사랑을 대담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뮤지컬판 ‘부부의 세계’다. 결혼 후, 무료한 일상에 지친 ‘세라’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남편 ‘마이클’, 한때 불같이 사랑했던 옛 연인 ‘탐’과의 엇갈린 관계를 그려낸다. 귀를 사로잡는 강렬한 록 음악과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시너지를 이뤄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어가는 송스루 뮤지컬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들
일정 9월 15일~11월 22일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연출 민새롬 출연 이석준, 이주승, 정수영 등
프랑스 유명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가족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이자 최신작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이혼한 부모와 그 사이에 놓인 아들의 갈등을 통해 가족의 해체와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마음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가족 간 발생하는 불편한 상황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 명절이다. 오랜만에 보는 손주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맞는 ‘집콕 명절’에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부터 앞선다. 밖으로 돌아다니기도 찜찜하고, 그렇다고 하루 종일 놀이를 하며 돌보자니 벌써부터 진이 빠진다. 며칠 더 남은 추석 연휴, 지루하게 보내지 않을 방법 없을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어린 손주와 시니어들이 모두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초콜릿에 숨겨져 있는 황금 티켓을 찾은 어린이들이 세계 최고 초콜릿 공장인 '윌리 윙카 초콜릿 공장'에 방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찰리'(프레디 하이모어)와 그 외 4명의 어린이가 황금 티켓의 주인공이 돼 기상천외한 모험을 경험한다. 1964년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팀 버튼 감독 특유의 동화 같은 상상력이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초콜릿 폭포, 설탕 보트 등 소설 속 초콜릿 공장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재현해 영상미를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천의 얼굴’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이 신비로운 공장 주인 ‘윌리 윙카’ 역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2. 페어런트 트랩 (The Parent Trap, 1998)
아주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해 외동딸인 줄 알고 살던 쌍둥이 자매 '할리'(린제이 로한)와 '애니'(린제이 로한)가 어느 날 여름 캠프에서 자신과 똑 닮은 친구를 만나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다. 따로 사는 부모님을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해 집을 바꿔 돌아간 주근깨 소녀들의 깜찍한 작전이 미소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1949년 발표된 독일의 아동 소설 ‘쌍둥이 로테’를 원작으로 하며, 영화는 기존의 유쾌한 서사에 발랄하고 톡톡 튀는 디즈니 특유의 색채가 더해져 한층 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한다. 쌍둥이 자매 역은 할리우드 배우 린제이 로한이 맡아 1인 2역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으며,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던 린제이 로한은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최고의 아역배우로 거듭났다.
3. 파퍼씨네 펭귄들 (Mr. Popper's Penguins, 2011)
성공한 사업가 ‘파퍼’(짐 캐리)가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남극 펭귄을 유산으로 받아 뉴욕 한 가운데서 여섯 마리의 펭귄과 함께 생활하며 생기는 일을 그린다. 1938년 발간된 앳 워터 부부의 소설 '파퍼씨와 12마리 펭귄들'을 원작으로 하며, 원작은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펭귄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펭귄으로, 펭귄의 생활환경을 맞추기 위해 촬영 현장을 영하로 유지하고 짐 캐리가 바지와 신발주머니에 생선을 넣고 다녔다는 비화도 전해진다. 코믹 연기의 대가 짐 캐리와 귀여운 펭귄들의 '환상 케미'가 돋보이며, 우연찮게 시작된 펭귄과의 동거로 잃어버린 동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되찾는 파퍼의 모습이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덥고 습한 공기 대신 서늘하고 건조한 바람이 잠을 깨우는 계절. 얇고 까슬까슬한 리넨 소재 셔츠가 아닌 포근하고 부드러운 카디건에 손이 가는 계절. 가을이 왔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옷도 한층 두툼하게 챙겨 입었지만, 특유의 스산한 기운에 이유 모를 쓸쓸함과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인지 가을만 되면 적적한 마음을 달래줄 진한 멜로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가을 타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감성 가득한 한국 멜로영화 세 편을 준비했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내 머리 속의 지우개 (A Moment To Remember, 2004)
유달리 건망증이 심한 '수진'(손예진)은 어느 날도 어김없이 지갑과 편의점에서 산 콜라를 카운터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간다. 그때 편의점 앞에서 콜라를 들고 있는 '철수'(정우성)를 발견한다. 철수가 자신의 콜라를 훔쳤으리라 생각한 수진은 그의 손에 들린 콜라를 뺏어 들이킨다.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수진의 회사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려 마침내 결혼까지 골인한다. 하지만 행복한 신혼 생활도 잠시 수진의 깜빡하는 증상은 더욱 심해져 가고, 철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조기 치매를 앓고 있는 수진과 가난한 목수 철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손예진과 정우성의 애틋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정우성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따르며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오랜 시간 지난 지금까지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2. 시월애 (A Love Story, 2000)
1999년, '은주'(전지현)는 자신이 살던 집 '일마레'를 떠나며 새로 들어올 집주인에게 바뀐 주소로 우편물을 보내 달라는 편지를 남긴다. 한편 1997년, 일마레에 이사 온 '성현'(이정재)은 짐 정리를 하다 우편함에서 이상한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1999년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자신이 살 집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 반신반의하던 성현은 편지에 답장을 보내고, 편지는 2년을 뛰어넘어 은주에게 도착한다. 마침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우체통을 매개체로 소통하고,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서서히 가까워져 간다.
영화 ‘시월애’는 엇갈린 시간을 소재로 한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다. 작품의 중심 배경이 되는 일마레는 일몰 명소로 유명한 강화 석모도에서 촬영한 것으로, 주인공 두 남녀의 애절한 연기와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3.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소리 채집자 '상우'(유지태)는 어느 겨울 지방 방송국 라디오PD '은수'(이영애)를 만난다. 마침 자연의 소리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나고, 자연스레 눈이 맞은 두 사람은 여름이 올 때까지 뜨겁게 사랑한다. 하지만 두 계절이 지나고,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껴 서서히 상우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결국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이 변하면서 상우는 예상치 못한 실연을 맞이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두 남녀의 만남과 사랑, 이별을 계절에 빗대 그린 작품이다. 흔들리는 보리밭과 대나무숲, 고요한 사찰 등 청아한 풍경이 작품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에서 이영애는 "라면 먹고 갈래요?", 유지태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 Exhibition
◇퓰리처상 사진전
일정 10월 1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942년부터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까지 총 134점의 수상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사진 부문에서 수상한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의 작품도 공개된다. 제3전시실에서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취재 도중 사망한 여성 종군기자 안야 니드링하우스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진행한다. 수상작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필름과 퓰리처상 주요 수상작을 미디어 아트로 구성한 영상 콘텐츠도 제공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
일정 9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진행한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모사업의 결과 보고전이다. 전시에 참여한 ‘강남버그’와 ‘SQC’는 디자이너, 건축가, 연구자로 구성된 팀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창작자들 간 협업을 지원하는 사업 취지에 따라 선발됐다. 이번 전시에서 강남버그는 ‘천하제일 뎃생대회’, ‘강남버스’ 등 강남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쟁점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SQC는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밀려난 종로3가 소수자를 ‘도시퀴어’라 명명하며 이들의 문제에 주목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신규 지정된 국보·보물을 공개한다. 국보 제151-1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을 비롯해 총 83건 196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 등 총 3부로 구성돼 각각 기록유산과 예술품, 불교 문화재를 소개한다. 전시실 입구에서 보여주는 국보와 보물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인터뷰와 영상은 문화유산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서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전시도 진행한다.
◇명상 Mindfulness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피크닉
‘코로나블루’를 겪는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형 전시. 명상이 주는 힘과 의미를 회화, 영상, 공간디자인 등 총 8점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설명한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 등 실제로 수행을 실천하는 각 분야 예술인들이 전시에 참여한다. 동양적이고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나선형 구조의 설치작품 ‘느리게 걷기’, 공간 전체를 주황빛으로 연출한 작품 ‘공간’ 등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작품보다는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Stage
◇캣츠
일정 9월 9일~11월 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트레버 넌 출연 조아나 암필, 앨리스 배트, 헤이든 바움 등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T.S. 엘리엇의 우화집이 원작이다. ‘젤리클 축제’에 모인 고양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초연 4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디바 ‘조아나 암필’,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스타 ‘브래드 리틀’ 등 최고의 기량을 갖춘 배우들이 함께한다. 2017년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진행되는 첫 공연이다.
◇킹키부츠
일정 11월 1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연출 조광화 출연 이석훈, 박은태, 김지우 등
팝 가수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살리기 위해 여장 남자용 부츠 판매에 뛰어든 두 남자의 도전기를 담았다. 1980년대 영국 W.J. 브룩스 공장의 실제 성공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리퀴리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김태형 출연 김소향, 옥주현, 김히어라 등
과학자 ‘마리퀴리’의 삶을 각색한 팩션 뮤지컬로 리튬 발견이라는 업적 뒤에 가려진 인간 마리퀴리의 고뇌를 밀도 있게 그렸다. 초연 당시 5인조였던 라이브 밴드를 7인조로 보강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 Movie
◇오! 문희
개봉 9월 2일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정세교 출연 나문희, 이희준, 최원영, 박지영 등
평화로운 농촌마을,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문희’와 그의 아들 ‘두원’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관록이 빛나는 나문희와 리얼리티 연기의 대가 이희준의 호흡이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59년 연기 인생 최초로 액션에 도전한 나문희는 나무에 오르고 트랙터로 논두렁을 달리는 등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정세교 감독이 나문희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쓴 만큼 ‘문희’가 나문희의 ‘인생 캐릭터’로 새롭게 등극할지 주목된다.
◇카일라스 가는 길
개봉 9월 3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정형민 출연 이춘숙
80대 최고령 오지탐험가 이춘숙 씨의 ‘카일라스’ 순례 여정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자연을 거닐며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 씨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개봉 9월 예정 장르 액션 감독 매튜 본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등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영화로 베일에 싸여 있던 킹스맨의 기원을 밝힌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전쟁을 모의하는 폭군과 범죄자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 Book
◇나는 당신이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주홍 저·비타북스)
대한민국 치매 주치의 박주홍 박사가 치매 예방에 좋은 생활 루틴을 제안한다. 컴퓨터를 배우며 치매를 늦춘 할머니, 꾸준한 산책으로 기억력이 개선된 환자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뇌 활성화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8개 지압법과 31가지 부위별 뇌 강화 운동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소설여행 (김유정 저·나무나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발리 등 소설 속 도시를 향해 떠난 작가의 에세이. 17곳의 여행지 소개와 더불어 소설의 의미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이준영 저·21세기북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인 이준영 교수가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7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홈코노미’, ‘로컬리즘’ 등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비 지형을 조망한다.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빅터 프랭클 저·청아출판사)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1946년 오스트리아의 한 시민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옮겼다. 고난 속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셰익스피어를 대적할 만한 뮤지컬을 만든다면 어떨까?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라이선스 뮤지컬 ‘썸씽로튼’이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다. 20년간 분야를 넘나들며 활약했던 뮤지컬 배우 김법래는 이번 작품에서 어설픈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로 변신한다. 오랜 세월 관객 앞에 섰지만 요즘 어느 때보다 무대가 소중하다는 그. 썸씽로튼의 신스틸러이자 든든한 맏형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썸씽로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심각하고 어두운 작품에 많이 출연했어요. 누군가 죽거나 서로 싸우는 내용이 많았죠. 반면 ‘썸씽로튼’은 너무나도 유쾌한 작품이에요. ‘병맛 코미디’라고 할까요. 뮤지컬의 기원을 뮤지컬로 풀어나간다는 만화적 상상력도 재밌어요. 누구 하나 죽지 않고 내내 웃을 수 있는 공연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웃음)
Q. ‘노스트라다무스’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유명한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라, 스스로 그의 조카라 말하고 다니는 엉터리 예언가예요. 허술한 면이 있어 햄릿의 ‘H’ 자를 못 보고 ‘오믈렛’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둥 한 발 빗겨나간 예언을 하죠. 하지만 뮤지컬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해요. 9분짜리의 긴 넘버를 ‘캣츠’ 같은 여러 뮤지컬 작품을 패러디하며 이끌어가기 때문에, 퍼포먼스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맏형으로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그동안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같이 무대를 서는 후배가 많았어요. 신인도 많았고요. 그런데도 작품이 유쾌하고 즐거워서 그런지 지금까지 했던 어떤 작품보다 분위기가 좋았어요.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도 없었고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상황이 상황인 만큼 회식을 한 번도 못 했다는 거?(웃음)
Q. 앞으로의 꿈이나 이루고픈 것이 있다면요?
지금 당장은 원대한 꿈보다도 모두가 어려운 이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든 공연은 계속하고 싶으니까요. 작년까지는 무대에 섰는데 올해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상연 중에 중단된 적도 있고요.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이럴 땐 참 힘들어요. 연기에 대한 꿈을 이어나가려면 우선 이 시기를 잘 이겨내야겠죠.
Q. 공연을 기다려주신 관객분들께 한 말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함께하는 배우분들이나 제작자분들도 그렇지만 누구보다 관객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와주시는 거잖아요. 어렵게 찾아주신 만큼 큰 웃음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뮤지컬 '썸씽로튼'
일정 10월 18일까지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김법래, 강필석, 임규형, 박건형 등
“근무 첫날은 쥐가 날 것처럼 다리가 저렸습니다. 계속 서 있어야 하거든요. 안 해봤던 일이라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더라고요.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것조차 못하면 앞으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죠. 4일째 되니 아픈 곳이 없어지고 진즉 일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일하는 순간순간 최상의 기쁨을 느낍니다.” 30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 CGV 인턴십으로 근무하는 김기영(61) 씨는 일을 시작한 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나이에 일? 큰 기대 없이 구직
김기영 씨와의 대화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만 차근차근한 말씨로 달라진 삶에 대해 풀어내는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땅속에서 오래도록 씨앗으로 있다가 싹을 틔워 한 뼘 정도 자란 나무가 그려졌다.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진아 컨설턴트가 그녀를 처음 상담했을 때 취업에 대한 의지는 있어 보였지만 자신감이 떨어져 보였다고 한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제대로 준비도 못한 채 일자리희망센터를 방문한 김 씨, 그것이 그녀 인생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을까?
“작년 말 남편이 정년퇴직을 해 집에서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보통 문화센터, 구청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수강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졌어요. 이래저래 답답했습니다. 수십 년을 일하다 이제야 쉬게 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할 수는 없어 답답함을 참고 있을 수밖에요. 어느 날 친구가 동구 새로일하기센터에 구직 등록을 하면 일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더라고요. 사실 못 미더웠지만 신청을 했어요. 돌파구가 필요했거든요.”
호텔 룸메이트 교육에 관심이 있었지만 침대보 하나 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자신을 볼 때 포기가 답이었다. 경력도 없지, 체력은 약하지, 그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의심이 계속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구직 등록을 한 지 두 달 만에 CGV 시니어 인턴십 활동을 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두 줄짜리 이력서 들고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방문
CGV 시니어 인턴십 관련 핸들링은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진행했다. 김기영 씨는 이력서를 가지고 방문했다. 결혼 전에 5년간 은행에서 근무했던 경력과 문화센터에서 컴맹 탈출 교육을 받다 흥미를 느껴 땄던 컴퓨터 자격증 내용을 적은 두 줄짜리 이력서였다.
첫 상담을 했던 이진아 컨설턴트는 이력서 내용을 보충하고 자기소개서를 꼭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기소개서에 고용주가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는 경험과 의지를 꼭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코칭 포인트였다.
“극장에서의 근무는 서비스 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기영 씨가 짧은 기간이지만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봤어요. 고객 응대 서비스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자기소개서를 쓰도록 조언했지요.”
이진아 컨설턴트는 긴 경력 단절로 인해 재취업에 대해 불안해하는 김 씨에게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되찾도록 계속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그러자 점점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면접 스킬을 코칭받고 CGV 면접에 응한 그녀는 결국 최종 합격통지를 받았다.
CGV 극장에서 일하며 기분 좋은 에너지 흡수
출근해서 하는 일은 입장 티켓 확인, 고객 퇴장 후의 간단한 청소다. 하루 5시간 일하고 30분의 휴식시간이 있다. 출근 첫날에는 내내 서 있었던 탓에 다리가 아파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날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조태임 컨설턴트에게서 전화가 왔다. 힘들긴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4일째부터는 아픈 것이 사라졌다. 그 후로는 만족도 최상이다. 취업 후에도 일자리희망센터의 관리는 지속되었다.
“근무를 시작한 후 조태임 컨설턴트가 2~3일에 한 번꼴로 전화를 해서 힘들지는 않은지, 어려운 점은 없는데 꼼꼼하게 묻고 관리해주고 있어요. 덕분에 취업을 하게 되어 고마운 마음이 큰데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까지 불어넣어주니 더할 수 없이 감사해요.”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도 크다고 했다.
“같이 일하는 젊은이들한테 ‘노인네들 데리고 일하니 힘들지요?’라고 물으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며 기꺼이 가르쳐줘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좋은 에너지를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00세 시대라는데, 70세까지는 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찾고자 하면 일자리 정보는 많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할 일은 널려 있다. 오랫동안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라도 자신처럼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식물을 좋아하니 조경 관련 자격증을 따서 연관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오늘은 오후 근무가 있는 날이라며 출근을 서두르는 그녀는 일에 대해 100% 만족한다고 했다. 근무 9개월 5일의 인턴십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김 씨에게 CGV 인턴십은 삶의 질과 방향을 바꿔놓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 낸 작은 용기가 불러일으킨 나비 효과다. 조금씩 도전해서 앞으로 한 걸음씩 더 내디뎌갈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취업상담, 교육, 일자리 연결의 세 가지 업무를 진행한다. 취업상담을 통해 예전에 하던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파악해 가능한 훈련과 교육정보를 알려주고 워크넷에 구직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생애경력설계, 전직지원서비스, 일일직업체험(타일시공, 드론 촬영 등)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인의 직업 역량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김기영 씨처럼 구직 단계에 방문하면 이력서, 자기소개서, 면접 스킬 등 구직활동에 필요한 실용정보를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취업 후의 관리까지 진행한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이따금 옛 생각에 잠기곤 한다.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자니 흘러간 추억이 떠오르면서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아날로그 감성을 되찾고 싶어진다. 그럴 땐 우울해 말고, 푹신한 이불 위에서 노트북 전원을 켜보자.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은 없어도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명작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번 주는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Classic is the best)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추억의 고전영화를 소개한다. 브라보 안방극장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사랑과 영혼 (Ghost, 1990)
#멜로 #감상적인 #배우자와_함께
세상을 떠난 연인이 나를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머물러 있다면 어떨까? 로맨틱한 설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사랑과 영혼’은 개봉 당해 흥행수익 2위를 기록한 명작이다.
영화는 '몰리'(데미 무어)의 연인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괴한에게 살해를 당하며 시작된다. 샘은 쓰러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져 시간 내 천국의 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승에 남는다. 그러던 중 괴한이 몰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지켜주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육신 없이 영혼만 남은 샘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결국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오다 매’(우피 골드버그)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죽은 연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몰리와 그녀를 지켜주려는 샘, 생사의 벽에 부딪힌 두 사람은 교감할 수 있을까.
적적한 밤, 진한 로맨스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면 ‘사랑과 영혼’을 추천한다. 도자기를 빚으며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두 남녀의 모습은 3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당신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2.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드라마 #교육적인 #자녀와_함께
진정한 스승의 역할은 무엇일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는 명문 고등학교에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 선생이 새로 부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키팅은 출세와 성공보다 삶의 의미와 문학의 가치를 중시하는 교육자다. 그는 첫 수업부터 시인들의 시에 점수를 매기는 교과서를 찢어버리는 대신 학생들을 책상 위로 올라가게 해 색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 키팅의 파격적인 수업에 자신도 몰랐던 인문학적 호기심을 발견한 학생들은 서클 ‘죽은 시인의 사회’를 결성해 매일 밤 시와 문학을 노래하며 낭만을 키워나가지만, 학교 측은 서클의 존재를 알아버리고 키팅까지도 위기에 처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육 방식에 대한 키팅과 학교의 입장차를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가르침 의미를 묻는다. 자식과 손주를 둔 입장이라면, 언제나 키팅처럼 행동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카르페디엠’, 현재를 살아야 하는 것. 한 번뿐인 인생,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뛰어드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 또한 어른의 몫 아닐까.
3.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 1985)
#공상과학 #유쾌한 #온가족이_함께
눈앞에 타임머신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무엇을 할 것인가?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이런 발칙하고 유쾌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영화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소심한 아버지와 쾌활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는 로큰롤을 즐겨 듣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던 마티는 괴짜 과학자 '에메트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실수를 저지른다. 50년대로 도착한 마티는 젊은 시절의 부모님을 만나지만, 마티의 어머니는 제 아들인 줄도 모른 채 마티에게 첫눈에 반하고 아버지는 그녀를 향한 말 못 할 짝사랑을 이어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린 마티는 두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마티의 아버지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때로는 작은 선택이 모든 것을 뒤바꾸기도 한다. 보다 멋진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야 하는 법. 과거를 통해 현재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주는 메시지다.
● Exhibition
◇ 판화, 판화, 판화
일정 8월 16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내 현대 판화를 대표하는 작가 60여 명의 작품 100점을 통해 ‘판화’라는 특수한 장르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책방’, ‘거리’, ‘작업실’, ‘플랫폼’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하던 장소의 명칭과 특징을 빌려와 판화가 존재하고 나아갈 자리에 대해 고찰한다. 판화로 제작된 아티스트 북, 드로잉, 설치, 조각 등을 비롯해 인쇄문화와 판화의 관계를 나타낸 작품들, 또 타 장르와 구분되는 판화 고유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대표작 등을 폭넓게 감상할 기회다.
◇ 너의 감정과 기억
일정 12월 27일까지 장소 디뮤지엄
듣고 보는 경험을 소리, 빛, 공간 등 다양한 감각이 결합된 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기존 전시실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특별 공간까지 공개하며 디뮤지엄 개관 이래 최대 규모로 꾸렸다. 관객은 오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전달되는 자극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총 11개 섹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13개 팀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 비주얼 뮤직 등 사운드·비주얼 작품 22점을 다양한 범주로 소개한다.
◇ 데스 브로피 초대전: 즐거운 인생
일정 8월 31일까지 장소 흰물결갤러리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을 포착해 재미있게 표현해온 영국 화가 데스 브로피의 초대전. 2년 전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통해 인간미 넘치는 작품들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큰 웃음과 행복을 선사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각박해지고, 웃음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일상이 주는 즐거움과 그 안에 담긴 유머와 사랑을 전하고자 기획됐다. 작가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돋보이는 50여 점의 유화, 수채화, 판화 등을 통해 기쁨과 긍정의 에너지를 물씬 느낄 수 있다.
◇ 현대 HYUNDAI 50 PART II
일정 7월 17일까지 장소 갤러리현대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1부)에 이은 갤러리현대의 50주년 특별전 2부로, 갤러리의 역사와 더불어 한국 미술사 100여 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현대와 성장한 한국 작가 16팀의 대표작과 신작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전통의 현대화라는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강익중, 김민정, 이슬기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기간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마련된 대형 작품 ‘광화문 아리랑’도 만날 수 있다.
● Stage
◇ 라스트 세션
일정 7월 10일~9월 13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남명렬, 이상윤 등
위대한 두 학자 C.S. 루이스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세기적 만남을 그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9월 3일, 두 주인공이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신에 대한 물음과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등을 주제로 치열한 논변이 오간다. 배우의 호흡이 중요한 2인극 형태로, 프로이트 역에 중견배우 신구와 남명렬이 캐스팅되며 눈길을 끌었다.
◇ 오네긴
일정 7월 18~26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제인 번 출연 유니버설발레단
오만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순수한 시골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이다. 차이콥스키 작곡의 오페라 탄생 이후 존 크랑크의 안무가 더해지며 발레극이 완성됐다.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를 아름다운 발레 동작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며 애틋함을 자아낸다.
◇ 제이미
일정 7월 4일~9월 11일 장소 LG아트센터 연출 심설인 출연 최정원, 조권, 신주협 등
영국 웨스트엔드의 히트 뮤지컬 ‘제이미’의 세계 최초 라이선스 프로덕션 무대를 국내에서 만난다. 꿈과 자아를 찾아나선 소년 제이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나는 팝 음악과 스트리트 댄스가 보는 내내 흥을 자아낸다.
● Movie
◇ 소리꾼
개봉 7월 1일 장르 드라마 감독 조정래 출연 이봉근, 박철민, 이유리, 김동완 등
한국형 뮤지컬 영화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소리꾼과 그를 필두로 길에서 뭉친 광대패의 팔도유랑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학규는 부패한 권력을 향해 피폐해진 백성의 마음과 단호한 의지를 노래로 대변하는 인물이다. 학규 역의 국악인 이봉근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하며 소리꾼다운 노래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밖에 배우 박철민, 이유리, 김동완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희로애락을 팔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우리 가락으로 표현한다.
◇ 욕창
개봉 7월 2일 장르 드라마 감독 심혜정 출연 김종구, 강애심, 전국향, 김도영 등
욕망과 상처를 감춰왔던 가족이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렸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에베레스트
개봉 7월 22일 장르 액션, 모험 감독 이인항 출연 성룡, 장쯔이, 오경, 정백연 등
‘1917’, ‘어벤져스: 엔드 게임’ 제작진과 성룡, 장쯔이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 한순간 삶의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한때 정복했던 에베레스트에 재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Book
◇ 우아하게 나이들 줄 알았더니 (제나 매카시 저ㆍ현암사)
TED 강연 영상 ‘당신이 결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들’로 600만 뷰를 기록했던 저자가 나이가 들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 말한다. 외모와 건강의 변화는 물론 기억력 감퇴, 세대 갈등, 결혼의 의미 등 중년 이후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절망스러운 상황들을 유쾌하고 재치 있는 문장으로 담았다.
◇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저ㆍ파람북)
인간이 말에 처음 올라탄 무렵, 역사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나라의 전쟁을 그린다. 두 마리의 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김훈 특유의 힘 있는 문장이 빛을 발한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저ㆍ김영사)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의 경험담을 통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찰하게 한다. 실제 현장에서의 사례와 더불어 특수청소부로서의 고충과 보람 등에 대해 말한다.
◇ 인생의 태도 (웨인 다이어 저ㆍ더퀘스트)
‘계속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며 고민하는 중장년들을 위한 삶의 지혜와 위안을 선사한다. 아울러 불행했던 과거, 불안한 미래와 작별하고 오직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을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