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통해 코로 전달되는 숱한 냄새는 우리 일상에 은근하면서도 강렬한 영향을 미친다. 보고, 듣고, 맛보는 것처럼 직접적인 확인이 어렵지만 감정의 변화는 물론 어떤 대상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 등의 인식을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형의 존재인 향기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높여주는 소재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생활과 점점 더 밀접해지고 있는 향기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도움말 최아름 ㈜아이센트 대표
언제부턴가 자주 가는 백화점 혹은 극장 등에 들어서면 익숙해진 향기에 이끌린다. 세련된 장식이 된 호텔, 전시관, 박물관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 시설은 마치 ‘패션의 완성은 향기’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고유의 향을 간직하고 있다. 향기로 누군가를 기억하듯 공간 또한 인식하게 되는 것. 이를 일컬어 ‘향기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특정한 서비스 공간이나 상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기를 발산해 이용자가 향기와 함께 훗날에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향기 마케팅이 각광받는 이유
1990년대를 전후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향기와 구매 욕구의 상관관계를 입증해왔다. 향기 마케팅 회사 ‘에어아로마(air-aroma.com)’ 웹사이트에는 향기가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쉽게 설명해놓았다. 향기는 소비자의 지출을 늘리고 장기적인 상품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보다 깊은 감성 교류로 인해 이용 만족도 또한 높다고 한다. 미국의 후각연구소(Sense of Smell Institute)의 의견에 따르면, 인간의 오감 중 후각이 가장 민감하며 하루 중 감정의 75%가 후각의 의해 결정된다. 인간은 대략 1만 개 정도의 냄새를 인식하며,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냄새는 1년이 지난 후에도 65%는 정확하게 기억해낸다. 반면, 시각적 이미지는 50% 정도만 되살아나고 기억의 한계는 3개월 정도라 한다. 후각으로 기억되는 잔상이 길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해 산업적 접근을 시도한 분야가 향기 마케팅이라는 설명이다.
‘빵 굽는 냄새’가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향기를 이용한 마케팅이 있지 않을까 하고 오래된 자료를 찾아봤더니 1997년 4월 ‘베이커리’라는 매거진에서 소개한 ‘빵 굽는 냄새를 향기로 구현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체가 국내 최초의 향기 관리 업체인 (주)에코미스트코리아(현 (주)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에 ‘빵 굽는 냄새’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던 것. 빵 굽는 냄새가 고객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데 그렇다고 하루 종일 빵을 구울 수는 없기에 빵을 굽지 않는 시간에도 ‘빵 굽는 냄새’를 지속적으로 풍길 수 있도록 향기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자료를 보니 (주)에코미스트코리아는 마늘빵 향을 개발했고, 소량으로도 25평 규모의 매장에서 하루 종일 고소한 빵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며 기사가 마무리됐다. 실제 빵집에 마늘빵 향을 설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에코미스트코리아 최영신 대표는 미니 인터뷰를 통해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과거의 기억이나 추억을 되살리는 데 더 큰 효과가 있다”며 “이는 특정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연상 작용으로 이어져 구매 충동을 일으킨다”고 향기 마케팅에 관련한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공간 센팅 (ambient scenting)
매일매일 변화를 맞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사회 속에서 향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글로벌 향기 마케팅 회사 (주)아이센트의 최아름 대표는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보이지만 이면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가 연결되고 감정적인 자극을 받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특히 요즘은 쇼핑이나 영화 관람을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일이 많다 보니 소비자의 방문이 필수인 서비스 공간을 훨씬 더 기억에 남게 하려고 감정적 연결고리를 향기에서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러한 마케팅을, 공간에 향기를 머무르게 하는 ‘공간 센팅 (ambient scenting)’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대상에 몰입하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경험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물론 향기 마케팅은 소비자가 해당 공간에 머물면서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래서 다른 마케팅보다 따뜻한 감정과 신뢰를 주는 것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
환경 향수로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향기 마케팅이 꼭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가 만든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은 세계 최대 향료 회사 중 하나인 피르메니히에 의뢰해 화장실 악취를 꽃향기로 바꿔주는 ‘화장실 향수’를 개발해 개발도상국 화장실 개선 사업에 힘쓴 바 있다. 또 화장실이 부족해 이로 인한 질병에 노출된 아이와 노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도와 아프리카 등지에도 이 향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향기 마케팅 회사 아이센트 또한 공기 중에 떠다니는 체취, 화장실 냄새 등과 같은 악취를 효과적으로 중화해주는 환경 향수를 개발했다. 이 향수는 특허받은 성분으로 만들어 상쾌하고 기분 좋은 환경으로 바꿔준다. 시니어가 많이 드나드는 공동 시설의 환경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최 대표는 언급했다. “시니어가 활동할 때 좋은 향기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오렌지 향 같은 시트러스 노트 계열의 향은 우울증 감소에 도움이 되며 초콜릿, 바닐라처럼 달콤한 향은 식욕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한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했다. 아침 시간에는 요양원 봉사에 오후에는 영화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바쁜 일정 쪼개서 만난 이 사람. 발그레한 볼에서 빛이 난다. 태어나면서부터 웃으며 나왔을 것 같은 표정. 미련 없이 용서하고 비우는 삶을 살아가다 보니 그 누구에게도 남부끄럽지 않은 환한 미소의 주인공이 됐다. 발 딛고 서 있는 모든 곳이 꿈의 무대. 시니어 마술사 겸 영화인 조용서(趙鏞瑞·92) 씨를 만나 90대 소년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전 11시에 복음병원에서 6월 생일인 분들의 생일잔치가 있었어요. 거기에 20명가량이 모였는데 그 앞에서 제가 마술을 했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영화교실에서 영화 만들기 수업을 들었어요. 서울노인영화제에 출품할 영화 막바지 작업을 해야 해서 요즘 좀 정신이 없습니다.”
만나자마자 요즘 왜 바쁜지 설명하는 조용서 씨다. 배낭에는 뭣이 그렇게도 많이 들었는지 무거워 보였다. 영화 제작에 마술 공연도 하기 때문에 가방은 가벼워질 날이 없을 듯싶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총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각종 영화제에서 입선해 실력을 인정받은 시니어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손수 영상물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촬영에 대본에 내레이션도 직접 한다.
“서울노인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에서 시니어 감독으로 네 차례 입선했습니다. ‘어르신 통역사들’이라는 작품은 작년에 대한극장에서 상영했어요.”
이번 영화 ‘긴 세월 살았다네’는 조용서 씨와 아내가 주인공이다. 단편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기자와의 인터뷰가 끝난 이후 영화제 출품을 마쳤다고 전해들었다.
“작업을 해보니 러닝타임이 5분 40초더라고요. 90세 노년의 생활은 이렇다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0월에 영화제가 있는데 입선이 되면 상영할 겁니다.”
조용서 씨가 만든 영상은 담담하고 담백한 게 매력이다. 노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자신과 주위 동료가 배우이자 주인공. 이 시대 시니어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러면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방송인 송해 선생이라고 했다.
“저보다 한 살 위인 송해 선생이 건강하게 전국을 누비는 모습이 참 훌륭해 보입니다. 저에게 많은 소재와 영감을 주십니다. 나이가 많아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시는 삶의 지표 같은 분입니다. 사람은 누구든 나이를 먹고 머리도 하얗게 변해요.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잖아요. 제가 팔십이 넘어 영화를 만들게 될줄 알았을까요? 몰랐습니다.”
2008년부터 영화 수업을 받고, 영화 제작을 하고,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어서일까? 봉준호 감독 부럽지 않은 포스가 느껴졌다.
반짝이는 관객들의 눈이 좋다
영화와 엇비슷한 시절에 입문한 것이 바로 마술이다. 현재 조용서 씨는 고양시 실버인력뱅크의 ‘꿈전파 문화공연단’ 마술팀 소속으로 매주 틈새 없이 복지관, 병원, 어린이 도서관 등을 돌며 공연을 펼친다.
“영화를 먼저 배우기 시작했는데 마침 고양시 실버인력뱅크에서 마술 교육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웠습니다. 붓글씨나 노래교실도 있었는데 마술 수업을 보자마자 좋았어요.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제가 할 수 있는 마술은 200여 가지 됩니다. 손에 완벽하게 익어서 공연할 수 있는 마술은 30개 정도 되고요.”
조용서 씨의 마술 도구는 큰 공연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많게는 200~300명 정도의 관객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마술을 주로 구현한다고.
“손재주가 있어야 한다는데 저는 없어요. 그래서 동작도 크고 화려해 보이는 마술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마술은 분위기에 따라서 다른데 부채 마술이랑 인형 비둘기가 나오는 마술입니다. 스펀지나 꽃을 사용하는 마술도 있고요. 특별히 잘하는 건 우산과 꽃을 이용한 마술입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신기해 보이겠죠?”
애로사항이 있다면 한 번 본 사람은 두 번은 보지 않으려 한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서는 이유는 관객들의 눈 때문이라고 했다.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정말 반짝반짝 빛나요. 어린아이들이 손뼉 치는 거 보면 희망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저는 무대를 사랑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봐주는 게 행복해요. 자부심도 갖게 되고 말이죠.”
92세 시니어가 하는 말이 소년 감수성 저리 가라다. 사실 조용서 씨는 꽤나 매스컴을 탄 인물이다. 장수 관련 방송 다큐멘터리와 시니어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 보니 피부가 굉장히 건강해 보인다. 꼭 물어볼 질문이 생겼다. 장수 비결 말이다.
“저는 90대의 모범생으로 살고 있다고 봅니다. 바쁘게 살아요. 그게 장수하는 비결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오래 살기만 하면 뭐하겠어요.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노인 일자리를 통해서 시니어나 어린이들 앞에서 공연하고 박수 받는 시간들이 기쁘고 즐거워요.”
90년 인생 철학을 묻다
장수의 관문인 구십 문턱을 넘어 건강하게 살고 있는 시니어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안 해봤던 옛이야기 혹은 꼭 한 번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쉼 없이 이야기를 펼치며 한껏 들떠 있던 그의 들숨날숨이 순간 잔잔해졌다. 그리고 정적이… 잠시 동안의 정적이 이어졌다.
“그저 하루하루 마음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게 고마울 따름이죠. 그게 복이고요. 아프지 않게 우리 부부가 더 오래오래 살았으면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또 한숨 돌리더니 옛일이 파란만장했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저는 우리나라의 제1차 경제 부흥을 일으켰던 세대에 속합니다. 서독 간호사, 광부들 아시죠? 그 시절 사람이에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 있었잖아요. 제 삶도 주인공과 비슷해요. 베트남전쟁 때도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도 항만하역 근로자로 긴 시간 땀 흘려 일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 이제 몇 안 남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입니까.”
백전백패의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적이 많았다고 했다.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다시 일어나서 오늘이 있는 거 같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근심걱정 다 내려놓고 오늘 하루 즐겁게 행복하게사는 것이 지금 제 인생 최대의 바람입니다.”
이후에도 나긋하게 살아온 얘기를 하는 얼굴에 잔잔한 평화가 보였다. 본인 스스로를 연예인이라고 했던 초반의 긴장감이 없어서 더욱더 평온한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도 그 미소 잊지 말고 마술가로 영화감독으로 건강하게 살아가시기를….
22일 오전 5시 45분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해역에서 규모 3.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일 오전에는 강원도 동해시 인근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근 지역은 물론 수도권까지 지진을 체감했다는 소식이 들리며 이에 대한 불안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 장소마다 그에 따른 대피 방법이 필요하겠다. 행전안전부 ‘지진 국민행동요령’에서 제시하는 장소별 행동 요령을 살펴보자.
#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 책꽂이 등 무거운 물건이 많아 다칠 위험이 크다. 사무실 책상 아래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책상다리를 꼭 잡아 몸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 백화점 또는 마트에서
머리 위까지 올라오는 진열장에 놓여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다칠 우려가 있다. 이때 장바구니를 들고 있다면 머리에 써서 보호하면 좋다. 계단이나 기둥 근처로 피하고 지진이 멈추면 안내에 따라 밖으로 대피한다.
# 극장 또는 경기장에서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가방 등 소지품으로 몸을 보호하며 우선은 잠시 자리에 머문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한 곳으로 갑자기 인파가 몰리면 사고 우려가 있으므로, 안내에 따라 조심히 이동한다.
# 엘리베이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대피 중에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아야 하며, 이미 타고 있다면 즉시 내리는 것이 좋다. 탑승 중에는 1층까지 내려가기보다는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 가장 먼저 열리는 층에서 신속하게 내린 후 계단을 이용한다.
# 자동차 안에서
차 안에서는 비상등을 켜고 서서히 속도를 줄여 도로 오른 쪽에 차를 세우고 긴급차량을 위해 도로 중앙부분을 비운다. 라디오 정보를 잘 듣고 대피할 대는 열쇠를 꽂은 채로 문을 잠그지 않고 이동한다.
# 전철 안에서
전철의 손잡이나 기둥, 선반 등을 꼭 잡아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전철이 멈췄다고 해서 서둘러 출구로 뛰어가는 것은 위험하므로,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 산 또는 바다에서
산처럼 급한 경사지 근처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변 물체에 주의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바닷가에서는 지진해일 특보가 발령되면 긴급 대피 장소 등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살다 보면 잊는다’란 말을 종종 하게 된다. 시간이 가고 나이 듦의 가치 중 하나가 ‘기억의 희석’일 게다. 무뎌지다 사라지기도 하고, 아련하게 추억이란 이름으로 저장된다. 그것이 좋았건 슬펐건 간에 말이다. 새로운 이야기가 매일 쌓이는 것이 인생. 그렇게 흘러가기만 하면 좋으련만 뜬금없이 연극처럼 플래시백(과거의 회상을 나타내는 장면)을 경험할 때가 있다. 길에서 누군가와 우연히 마주쳤는데 과거의 나에 대해 상세하게 기억한다. 상대는 전혀 알 수 없는 사건을 나열해 추억 소환에 애쓰지만 새까맣게 잊힌 사건들. 정황상 나일 수밖에 없기에 반갑게 이야기 해주는 상대방을 배려해 결국 동화(同化)의 과정에 빠져버린다. 함께 기억을 해내다 보면 잊었어야 했던 사건과 마주하기도 한다. 연극 ‘51대49(작·연출 오재균)’는 어린 시절의 사건 하나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인생 중반을 넘어선 남자 배영광(윤상호 분)과 천진한(서삼석 분)이 만나는 공간은 낙엽이 깔린 어스름한 새벽녘 공원 벤치. 술에 취해 벤치 위에 잠든 배영광 옆으로 천진한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막이 오른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를 이기지 못해 회사를 박차고 나온 것도 모자라 사생활 관리에 실패한 배영광은 팀원들과 마지막 회식을 하고 공원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세상 불쌍해 보이지만 이름만큼이나 영광스러운 삶을 살던 잘나가는 여의도 증권맨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천진한은 과거 행적이 묘연하다. 남루한 옷차림의 천진한은 배영광의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친구인 척 대신 받는 돌발 행동을 한다. 배영광은 자신의 전화를 받은 것도 모자라 지갑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알게 되자 천진한을 추궁하며 의심한다. 자신만의 확고함으로 상황을 재단하는 배영광에게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였다고 천진한이 정체를 밝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로 접어든다. 쉽게 기억해내기 어려운 옛 이야기 꺼내는 천진한. 그 속에서 배영광은 자신을 발견하지만 세월 속에서 인식했던 나와 다른 자신을 만나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제목처럼 51%와 49%의 거짓과 잊혔던 기억, 진실이 오가고, 각각 51%와 49%에 속하던 두 남자가 실제와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글을 쓰고 연출한 배우 겸 연출가인 오재균이 실제 겪은 일화로 시작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30년 만에 만난 어릴 적 친구와의 술자리가 이야기의 큰 틀이 됐다.
“서삼석 배우처럼 생긴 친구였어요. 정말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만나자고 했습니다. 만나서는 제가 학교 다닐 때 선망의 대상이었다면서 기억에 없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러다 술을 한잔 먹고 났더니 행동이 과격해지고 뭐가 꾹 눌러왔던 것들을 말하더라고요. 그 속에는 저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 질투, 증오가 있었습니다. 연극의 중심 이야기는 허구로 꾸몄지만 헤어지고 난 뒤 생각했죠. ‘내가 뭘 잘못하고 살았을까’ 하고 말이죠.”
극단 놀터(대표 서삼석)의 여섯 번째 정기공연으로 오른 ‘51대49’는 작년 2월 초연 당시 ‘미투 사건’과 맞물리면서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40대와 50대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배영광을 연기한 윤상호도 이런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작년에 놀터공방이라는 곳에서 초연을 했어요. 처음에는 남자 관객들이 좋아할 줄 알았습니다. 남자들의 기억을 꺼내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남자의 대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자로 인해 여성 관객들은 또 다른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거나 당시 상황을 생각했지 싶습니다. 여성 관객들이 많이 울더라고요.”
가벼운 말장난처럼 이어지나 싶던 두 남자의 대화가 점점 짙어지고 처절하게 변하면서 관객들이 맞닥뜨리는 감정에도 적잖은 파문이 일어난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학로를 대표하는 배우 윤상호와 서삼석의 호흡만으로도 볼만한 연극으로 회자된 작품 ‘51대49’. 연극이 끝나고 나면 그 고민은 고스란히 관객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을 잊지 마시길. 나는 살면서 뭘 잘못했을까. 연극 ‘51대49’는 대학로 소극장 후암스테이지에서 4월 14일까지 공연된다.
젊은 언어학자 마틴(페르난도 알바레즈 레빌)이 시크릴어를 연구하러 정글과 바다가 있는 시골 마을 산이시드로를 찾는다. 하신타 할머니가 곧 돌아가시는 바람에 500년 전 번성했다는 다신교 문화 언어 시크릴어를 아는 이는 이사우로(호세 마누엘 폰셀리스)와 에바리스토(엘리지오 멜렌데즈) 두 할아버지뿐. 젊은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다는데 지금은 50년 넘게 왕래를 끊은 사이란다. 무엇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두 노인을 이토록 증오하게 만든 것일까. 그리고 마틴의 연구는 이어질 수 있을까.
파도치는 해안가에서 두 청년과 한 여성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한때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사라져가는 원주민 언어에 대한 안타까움, 신을 통한 구원을 가르치는 가톨릭과 원시 신앙,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의 우정, 긴 애증의 세월과 짧은 화해의 시간을 그린다. 이 모든 이항 대립은 마틴이 에바리스토의 손녀 주비아(화티마 몰리나)와 하신타 할머니의 딸 플라비아나(노르마 안젤리카)의 조력으로 이사우로와 에바리스토 두 할아버지를 녹음기 앞에 앉히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 서서히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비 내리는 정글과 드넓은 해안으로 대표되는 자연, 죽은 영혼과 대화를 나누는 원주민의 영적 세계가 두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신비롭게 그려지고, 영어 방송을 하며 미국으로의 이주를 꿈꾸는 주비아와 그녀가 시크릴어를 배우기를 바라는 마틴의 사랑은 경제적 돌파구와 지적 탐구를 추구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정복자 종교인 가톨릭의 신이 요구하는 죄의식 조장으로 평생을 갈등과 고통 속에 살았던 세월에 대한 위로라 할 수 있다. 첫 장면에서 본 두 청년은 마리아라는 여성을 두고 갈등한다. 에바리스토는 이시도르가 유혹한 것이라며 마리아에게 결혼을 통한 구원을 애걸한다.
마리아가 세상 떠난 지 5년. 에바리스토는 손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낸다. 그러나 에바리스토로부터 칼로 위협을 당하기까지 했던 이시도르는 평생 미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 받으며 홀로 외롭게 산다. 마틴의 연구 과제와 보살핌으로 겨우 웃게 된 이시도르는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에바리스토에게 내침을 당한다. 남은 생은 이시도르와 함께하라는 마리아의 회한에 찬 유언에도 불구하고 에바리스토가 가톨릭의 죄의식에 자신을 묶어두었기 때문이다. 에바리스토가 어디를 가든 지고 다니는 나무 의자는 마치 그의 십자가 같다.
진정으로 사랑했던 동성을 내치고 이성을 택했던 에바리스토. 할머니 마리아로부터 할아버지 에바리스토의 비밀을 들었던 주비아는 이제라도 이시도르 할아버지에게 가라고 하지만, 에바리스토는 손녀 품에 안겨 울 뿐이다. 이시도르가 죽어가면서 그토록 보고 싶어 했건만.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숨기고 외면해야 할 감정, 세상의 규칙, 종교가 있다는 게 두렵다. 사랑했던 이를 평생 외롭고 가난하게 살게 한 것보다 더 큰 죄악이 있을까.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는 죽음이 가까운 노년 세대에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진솔한 고백을 하고 눈 감으라 호소하는 듯하다. 마지막 장면, 죽은 원주민들이 산다는 동굴 앞에서 이사도르와 에바리스토가 나누는 시크릴어 대화가 유머러스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이유가 되겠다.
멕시코 감독 에르네스토 콘트레라스의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는 압도적인 자연 풍광, 그리고 새들과 대화할 때의 사운드를 보고 들으려면 극장 감상이 필수다. 이 작품은 2018년 멕시코의 아카데미상인 아리엘 어워드에서 작품, 시나리오, 촬영, 사운드, 작곡, 남우 주연(엘리지오 멜렌데즈) 상을 받았다. 2017년 선댄스영화제에서는 감독상과 관객상을 받아 대중성도 겸비한 영화임을 알렸다.
극 중에 나오는 시크릴어는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언어란다. 웅얼거리는 듯한 낮은 음조의 언어와 노래가 마음을 울렸는데 정말 뜻밖이다.
인생 2막을 시작한 시니어를 수소문하던 중에 지인에게 지오아재를 소개받았다. 초겨울 날씨로 접어든 12월 초, 방배동에 위치한 연습실을 방문했다. 평소에는 주 2회 하루 3시간, 공연이 있으면 3~4회 연습을 한다고 한다. 상상했던 것보다 좁고 허름한 연습실이었다. 지오아재는 동년기자 두 명의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캐럴을 화음에 맞춰 불러줬다.
지오아재(G.O.Age)는 노익장의 ‘그린 올드 에이지(Green Old Age)’를 독일식으로 발음한 이름이다. 구성원은 테너 박승호(76)와 이규대(67), 바리톤 주정서(67)와 손종열(65), 베이스 서준석(66)이다. 총 5명의 평균나이는 68.2세다. 지오아재는 그동안 KBS1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에도 소개됐고,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홍보대사로도 임명되는 등 매스컴도 좀 탔다. 음악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 할배돌에게 물었다.
Q. 어떤 목적으로 뭉치셨나요?
이규대 ‘평생 하고 싶어 하던 음악을 다시 한 번 해보자’ 하며 뭉쳤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동년배에게 보여주면서 인생 2막의 삶에 대한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박승호 노래 잘하는 달란트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눠주면 좋겠습니다.
서준석청년과 시니어 간의 소통 역할을 담당하려고 합니다.
손종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시니어도 프로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주정서 삶의 장르는 다양합니다. 음악은 인생의 한 장르에 불과합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인생 2막의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려 했습니다.
Q.어떤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됐나요?
이규대 그룹 결성은 제가 생각한 일입니다. 고등학교 후배 손종열 씨가 아마추어 합창단 단장을 하고 있어요. 성가대 지휘를 45년간 할 정도로 음악에도 푹 빠져 있고요. 이 친구를 통해 파트별 대상자를 수소문했어요.
서준석 2016년 초부터 개별적으로 만나오다 그해 5월 다 같이 만나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이규대 우리는 처음부터 프로 못지않았습니다. 음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베이스 서준석 씨, 퍼스트 테너 박승호 씨 등 구성원의 재능이 많습니다. 진작 만났다면 큰 성공을 거두었을 거예요.
리더 이규대 씨는 1980년대 중반까지 활동한 7080세대 가수다. 다른 구성원은 프로는 아니지만 수십 년간 합창단과 성가대 활동을 해왔고 개인 음반을 낼 정도로 내공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규대 씨가 작사·작곡이 가능하다는 게 그룹의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기억력도 나빠져 가사를 외우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집중력과 순발력도 떨어지고 호흡도 짧아져 박자에 대한 감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연습을 많이 해도 며칠만 안 하면 금세 잊어버리는 율동은 소화할 수 있는 신체나이가 아니라 포기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Q.그러면 할배돌은 포기하신 건가요?
이규대반드시 춤이 있어야 아이돌, 아니 할배돌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노래로 경쟁하기로 했습니다.
Q.음악을 하는 요즘, 행복하십니까?
서준석 이 나이에 할 일이 있으면 행복한 거죠.
주정서 가끔 저희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분이 있어 살짝살짝 연예인이 된 기분도 느낍니다.
박승호 그토록 하고 싶었던 노래를 하는데 당연히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지난날은 부도수표, 다가올 미래는 약속어음, 현재는 가장 확실한 현금입니다.
이규대 중학생도 알아보고 인사하니 기분이 좋네요.
주위에서 어떻게 바라보나요?
이규대 30여 년 만에 음악을 다시 해보겠다고 하니까 아내가 처음에는 사고만 치지 말라고 했어요. 2017년 첫 앨범을 낸 후 저러다 그만두겠지 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1년 넘게 꾸준히 하니까 이제는 아내가 인정해주고 지원도 합니다.
손종열 친구들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저희들을 부러워합니다.
서준석 홍대 앞에서 버스킹할 때 젊은이들이 지오아재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줘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제 손주 녀석들은 나이 들면 할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합니다.(웃음)
Q.추구하는 음악 장르는요?
이규대 솔직히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지만 경쾌하면서도 삶의 진리, 사랑의 힘 같은 철학적 의미를 전해주는 음악을 선호합니다.
서준석 시니어에게 용기를 주듯 젊은이들에게도 음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온 한 젊은이가 슬그머니 다가와 “할아버지, 제가 나중에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을 때 이런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오아재는 ‘지금 여기’, ‘이제야 사랑을’, ‘그것이 내 인생’, ‘사랑별곡’ 4곡을 발표했다. 대표곡으로 ‘지금 여기’를 꼽는다. ‘지금 여기(Here And Now)’는 높고 낮은 음의 영역을 오가며 랩, 국악 장르를 포괄하는 경쾌한 리듬의 노래다. 신나게 부를 수 있는 곡이긴 하지만 시니어가 따라 부르기에는 다소 어렵고 오히려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곡으로서 의미가 있다. 가사에는 과거의 성공과 실패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았다.
Q.첫 무대는 어떠했나요?
이규대 야심차게 준비한 ‘지금 여기’는 리듬도 빠르고 랩과 안무까지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는 곡인데 연습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자를 살짝 놓치면서 음정까지 불안했죠. 그 순간은 반주 소리도 잘 안 들렸어요.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주정서 정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Q.지금은 어떠신가요?
서준석 미꾸라지가 용 됐지요. 무대에 익숙해져 연주소리는 물론 청중들의 반응도 다 보입니다. 40여 회 공연을 하다 보니 무대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매니저나 기획사는 있나요?
이규대요즘은 매니저 대신 매니지먼트 기획사를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기획사와 일하려면 수입이 많거나 재정적 여유가 있거나 특출나게 잘나가는 경우에나 가능하지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닙니다. 대신 자체 기획사가 있습니다.
서준석 이규대 씨가 ‘예소리네’를 만들었습니다. 이규대 씨의 막내딸 이자람의 예명인 예솔, 그러니까 ‘예솔이네’를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이름입니다. 이자람은 국악인으로 활동 중입니다.
Q.국악 리듬을 곡에 넣으셨더군요?
이규대 전통 리듬이 있어야 서양 음악인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서양 음악은 아무리 잘해도 별 반응이 없는데 국악을 연주하면 금세 빠져듭니다.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려면 국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딸이 국악을 전공해서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Q.경비 조달은 어떻게 하시나요?
이규대 첫 앨범 제작비는 제가 댔고 활동비는 N분의 1로 부담합니다. 출연료를 받으면 반은 앨범 제작비를 공제하고 나머지는 공동 경비로 사용합니다. 많이 벌면 좋겠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에도 이르지 못했어요. 그래도 수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Q.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이규대 올해 두 번째 앨범을 낼 계획입니다. 틈틈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요?
서준석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는 통할 수 있으니까, 전 세계 시니어와 소통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에 K-POP만 있는 게 아니라 K-GRAND POP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규대 해외 진출을 대비해 ‘지금 여기’를 영어와 일어로 번역해놨습니다.
2018년 6월, 홍콩 BTV가 기획한 ‘120세 기획 프로그램’에 지오아재의 활동이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인생 2막의 삶을 사는 주인공을 촬영해 방영하는데, 한국에서는 지오아재가 출연했다. 지오아재는 기획사도 없고 연습실도 협소하고 수입도 많지 않지만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어 성공이 기대된다. 음악을 통해 시니어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젊은이들에게는 닮고 싶은 시니어 모델이 되기를 희망한다.
Q.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규대 시니어 모임에 많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재능기부도 하고 싶고요. 무료공연도 가능하니 기회가 되는 대로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노인대학, 복지관 등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캠코 홍보대사로도 임명되었습니다. 캠코는 1000만 원 이하의 장기 소액 연체자를 위한 구제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활용해 인생 2막을 잘 기획하시기를 바랍니다.
주정서 나이 먹은 사람도 살아가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해요.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나이 든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죽을 때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자신 또는 남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규대 대부분의 방송이 20대에 편중되어 있어 시니어가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볼 수 있는 장수무대도 트로트나 뽕짝 일색입니다. 통기타 치고 팝송 부르던 세대를 만족시키는 무대가 없어 아쉽습니다.
손종열 가곡에 관심이 많아 가곡 부르기 모임을 인사동에서 매달 한 번씩 갖고 있습니다.
서준석 시니어 잡지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있는데 시니어를 위한 음악은 없습니다. 청춘합창단도 1회 행사로 끝났습니다. 낙원상가 4층에 있는 낭만극장에서 박 대표가 ‘딜라일라’를 부르면 60대 이상 청중이 모두 따라 부른답니다.
주정서 시니어의 반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도 춤추고 떼창하고 싶다”는 구호도 봤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본 것처럼 시니어 떼창(합창) 모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대문 문화일보 지하 홀에서도 시니어가 모여 함께 노래를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이 되면 낙원상가 4층 낭만극장에서도 음악 모임을 합니다. 시니어를 위한 무대에 다들 굶주려 있는 겁니다.
박승호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 음악 무대 마련에도 힘써주셨으면 합니다.
대학 동창 삼총사와 영화를 보기 위해 만났다. 새해 초에 한 번 만났는데 또 급히 모인 건 오늘 개봉하는 영화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영화 관람을 하는데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개봉하는 날 보자고 약속했다. 제목은 ‘말모이’. 언뜻 들으면 말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우리말을 모아놓은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명동 CGV를 찾았다. 오전이고 평일이어선지 관객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우대권을 샀다. 우대권으로 5000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정말 좋다. 우대권이 없을 때는 조조 영화를 봤다. 아침 일찍 서두르던 때를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부지런했던 그때가 더 좋았나? 반문해보기도 한다. 어쨌든 나이 들어 대우받는 것이니 좋게 생각하자며 또 웃었다.
항상 선호하는 자리를 선택하고 앉았다. 영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다. 화면의 극장 간판에 여배우 최은희의 모습이 반갑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아 그 시절은 잘 모르지만, 최은희는 그때부터 영화배우로 활동을 했나보다. 영화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면서 나라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빼앗으려고 말과 글을 없애려 했음에도 의인들이 일제의 눈을 피해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험난한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 윤계상의 선 굵은 연기도 좋았고 유해진의 넉살스러운 연기와 출연진 모두의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 나는 친구들 몰래 몇 번이나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친일하는 아버지를 둔 부잣집 도련님이 그냥 편하게 살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고 남기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조마조마하고 애타도록 했다. 뜻을 같이한 이들 중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본에 정보를 넘기며 동지를 배반하는 사람도 있고 안타까운 죽음도 있다.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팔도 각 사투리를 쓰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은 감동스러웠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울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제의 핍박 속에서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우리말 사전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 영화가 대박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같이 영화를 본 수녀님도 이 영화는 중고등 학생에게 꼭 보여줘야 할 영화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어린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역사 이야기라는 생각에 공감했다. 우리가 학창 시절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전교생이 단체로 대한극장이나 중앙극장으로 명화를 보러 가곤 했다. 그때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하게 하면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애쓴 역사도 알 수 있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포크 블루스의 살아 있는 전설, 이정선의 음악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에게 오랜 활동의 원동력을 물으니 “다른 걸 할 줄 모르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그는 거의 모든 질문에 무심하고도 간단하게 답한다. 자신의 음악적 삶에 대해서조차도 “그냥 오래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974년에 데뷔한 이후 그가 대중음악사에서 이룬 것들은 그저 오래해서 쌓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의 간결한 소리가 만드는 묵직한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억지로 갖다 붙이지 마요. 살면서 여러 길로 가다가 중간중간 우연히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거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겠다 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이정선은 꾸며서 말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 모습은 마치 그의 노래 가사와도 같다. 그의 노래 가사들은 짤막한 단어들로 감성을 톡톡 건드려준다.
흘러가는 대로 구르는 대로
부딪히는 대로 밀리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구르는 대로
부딪히는 대로 밀리는 대로
우리네 인생살이 그렇게 가는 게지
그러다가 가끔 욕심이 나면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지만
그러다가 가끔 욕심이 나면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지만
산마루 구름처럼 쉬면서 가는 게지
그가 김현식에게 준 노래 ‘우리네 인생’의 가사다. 이 노래는 ‘인생은 그저 흘러가는 것’임을 반복하여 강조한다. 그 마음과 기타만 있으면 그 외에는 필요 없다는 듯이.
블루스 거장의 도피(?) 시절
“원래 꿈은 많았죠. 노래를 해야지 했던 건 한 1972년쯤에 생각했나. 제대 후에 돈을 잠깐 벌어야겠다 싶었죠. 왜냐하면 기타는 그 전부터 치고 있었으니까. 그때 막 기타 붐이 일었을 때였거든. 학비 정도는 벌지 않을까 했어요.”
이정선답다고나 할까, 찬란하고 눈부신 시작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산 기타로 기타를 접한 그에게 음악인으로서의 삶은 그저 생활의 연장으로서 부여됐을 뿐이다. 그 후 12장의 솔로 앨범과 신촌블루스 1, 2집, 해바라기 3집 등 가요사에 남는 명반들을 만들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포크 블루스의 거장으로 불리게 됐다.
“예전에는 곡을 만들고 여러 사람 주면, 그중에 그들이 안 부르는 노래가 생기잖아요. 그걸 제가 불렀어요. 그러다 보니 안 팔리는 노래만 불렀죠. 그런데 그 자체를 제가 즐기고 있는지도 몰라요. 저는 운이 좋게도 군대 제대 후 세상을 볼 수 있는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어요. 친구가 음악을 하면서 스타가 되자 변질되거나 달라지는 것도 봤고…. 그런 여러 가지 과정들을 보며 저렇게는 안 사는 게 내 성격에 맞겠다 해서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도 있었죠.”
음악을 하다 보면 알려져야 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정선은 “알려지기 싫어서” 그걸 피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도망갔다.
소극장 공연의 내밀한 즐거움
“위로 올라가기가 너무 싫었어요.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평가받는 게 싫었던 거죠. 요즘은 그게 더 심해지는 게, 그것이 원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이미지가 자꾸 확대가 되잖아요.”
스마트폰으로 모두가 미디어를 갖게 된 시대, 별것도 아닌 일이 인터넷을 수천 수만 번 떠돌면서 비대해지는 광경을 우리는 자주 접하고 있다. 되려 그렇게 되고 싶어서 부추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정선은 체질적으로 그런 것들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다. 큰 공연은 안 하면서 소극장 공연만 3년째 꾸준히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밴드가 7명인데, 처음 시작할 때 관객은 10명이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관객 40~50명, 많아야 100명을 넘지 않는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큰 공연장을 가면 저도 과장을 해요. 오버하는 거죠. 필요 이상으로 잘하려 하고. 그런데 작은 데에선 관객과 얘기하듯 공연을 하죠. 음정이 틀려도 되고.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서 편안합니다.”
소극장 공연의 즐거움은 아는 사람만 안다. 다분히 인간적인 감성으로 노래하는 가수와 공유하는, 그 작은 세계가 만들어지는 분위기는 다른 사람이 알 수 없기에 더 소중하다. 그가 고수하는 내밀한 세계는 확실히 대형 공연장의 요란함보다는 소극장에 더 어울릴 수밖에 없다. 쉽고 간결한 연주와 가사를 통해 삶의 냄새가 폴폴 느껴지는 편안한 소리가 이정선 노래다.
“밴드 멤버들에게 미안하죠. 제일 오래한 친구가 20년 됐고, 그 외에 지금 있는 친구들은 수입이 별로 없어도 음악이 좋아서 활동하는 친구들이에요. 멤버들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못 치는 음악은 기타를 안 잡는다
장인 같은 음악인 이정선. 그의 다른 모습으로는 교육인 이정선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가 만든 기타 바이블 ‘이정선 기타교실’을 기억할 것이다. 처음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은 반드시 거쳐 가는, 말 그대로 교본이었던 책이다. 그는 1989년부터 대학 강의를 시작해 동덕여대에서 실용음악과 교수로 16년 재직하고 2016년 정년퇴임했다. 과묵하다 못해 하도 리액션이 없어 방송 PD들에게 기피 대상이었다던 그는 학교에 가서 자신이 좀 변했다고 했다.
“말이 많아졌죠. 짜식들이 말을 못 알아들어서.(웃음)”
그렇게 입게 된 옷이 꽤 맞았는지, 공연예술대학 학장까지 지냈다.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살았어요. 책 쓰고 가르치면서 음악을 했죠. 순간순간 해야 할 일은 그 자리에서 했죠. 그리고 이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전혀 다른 일에서 푸는 법을 알게 됐죠. 덕분에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참 편하게 지냈어요.”
그러고 보면 그에게 있어 음악은 생활의 연장으로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것 같다. 덤덤하고 까다로워 보이지만 삶과 생활에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기면 그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이정선다운 것 아닐까.
“창작하는 사람들은 가슴속에 샘이 있는 거예요. 물방울이 하나씩 모이다가 넘치면 작품이 돼. 한결같이 물방울이 모이진 않으니까요. 하룻밤에 모일 때도 있고 몇 년 걸릴 때도 있고. 샘이 고갈되다가도 하룻밤에 넘쳐서 1시간 만에 뚝딱 하고 작품이 터질 때가 있지.”
음악에는 큰 힘이 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이정선은 치열한 경쟁이나 승부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엊그제 공연을 갔는데, ‘아이고, 외계인들 아냐?’ 싶더라고요. 너무 잘하니까. 옛날 같으면 다른 사람이 그렇게 잘하는 걸 보면 밤새 기타를 치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잘하는 놈은 잘하는 거고, 나는 내 음악 하면 되는 거다 합니다. 사실 젊었을 때도 좀 따로 놀았어요. 잘들 한다 그러면서.(웃음)”
요즘은 전 세계가 케이팝 열풍이라고 한다. 아무리 노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9시 뉴스를 틀면 방탄소년단 소식을 듣게 된다. 한국 가요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장면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래서인지 가요계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수많은 가수, 특히 아이돌은 치열한 경쟁과 자본의 논리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들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밖에는 설명이 안 돼요.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진 거죠. 요즘 아이들이 음악을 하는 건 돈이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더 크게 지르고 더 크게 벌고. 예전에는 안 그랬던 사람이 더 많았죠.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어느 날 먹고살게 되더라, 그런 분위기였어요. 지금은 노래를 돈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니…. 처음에는 안타깝다가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 기준이 달라졌다고 봐요. 그래서 아이돌 그룹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죠. 그 친구들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노파심이죠.(웃음)”
그는 음악에는 돈벌이 수단보다 더 큰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지금 나오는 가수들이 그걸 좀 느끼고 알면 음악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 게 그의 희망이다.
“아직 모르는 거예요. 인간다움이 있어야 하는데… 아유, 이러면 말이 너무 많아져.(웃음)”
존중과 인내로 만들어가는 부부관계
인터뷰 중 이정선이 유독 말이 많아지는 순간이 두 번 있었다. 하나는 음악에 대한 얘기, 다른 하나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인터뷰 전 그가 ‘사랑꾼’으로 불릴 정도로 아내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이해가 갔다.
“제가 머슴이죠.(웃음) 아이는 없어요. 우리 때는 애 안 낳는 게 애국하는 일이라고 해서. 덕분에 아이에게 들어갈 돈과 시간으로 두 사람이 하는 일이 많죠.”
두 사람은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한다. 그리고 취미생활은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그 일이 정 싫으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준다. 부부관계가 오래, 다정하게 유지되려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이 들어서도 아내와 잘 지내는 방법이요? 하고 싶은 걸 참으면 돼요. 강요하지 말고 참아야죠.”
그도 어느새 내년이면 칠순이 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한다.
“뭘 하려고 하면 이게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죠. 가능하지 않은 일은 가능하지 않아서 욕심도 나는데… 아, 돈이 없어서 안 돼.(웃음)”
그는 여전히 기타리스트이며, 그 무엇보다 기타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다. 집에 이미 50개쯤 있다고 한다. 아마도 세상을 관조하며 사는 그가 가장 욕심을 내는 몇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기타와 소리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악기들은 계속 개량되고 있으니까요. 내가 구체적으로 찾고 있는 소리가 있다기보다는, 내가 내는 소리에 노래를 맞추죠. 옛날에는 기타도 직접 만들고 싶었는데 거기에 빠지면 다른 걸 못하니….”
나이 들면서 더 간결해졌다
“나이 들면서 달라지는 점이라면, 심플해지는 거죠. 감정도 단순해지고. 요즘은 가사를 쓰는데 자꾸 짧아져요.(웃음) ‘배고프다’ 하면 그걸로 얘기가 다 되는데, 왜 배고픈지에 대해 구구절절 말할 필요 없죠. 그러다 보니 가사도 짧아지고 곡도 줄어지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을 더 추구하며 미니멀리즘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이정선은 인생에 대해서도 ‘말 그대로 인생인데’라고 말한다. 인생 앞에 ‘인생’이라는 두 글자 외의 무엇을 더 붙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인생 전반을 차지하는 노래에 대한 생각도 단순했다.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데, 어떻게 대답하면 멋있을까 고민해봤어요. 그런데 노래는 그냥 제가 살아가는 만큼을 보여주는 정직한 사이즈예요. 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대로의 크기 말이죠.”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좋아하는 것. 그에게 노래는 그런 것이었다. ‘대가’에게 ‘대가’라는 말 외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것처럼.
(전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일정 12월 4일~2019년 3월 3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미국, 영국,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국외 5개국과 한국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의 미술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주요 문화재 총 390여 점이 출품된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일정 12월 6일~2019년 1월 27일 장소 아트원씨어터 1관 출연 이순재, 박인환, 손숙, 정영숙 등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대학로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과 파지를 줍는 ‘송이뿐’,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과 기억을 잃어버린 ‘조순이’가 서로 인연을 맺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베테랑 연기자 이순재, 박인환, 정영숙 등이 출연한다.
(축제) 보성차밭빛축제
일정 12월 14일~2019년 1월 13일 장소 한국차문화공원 일원
차밭 빛물결, 은하수 터널, 빛 산책로, 디지털 차나무, 차밭 파사드 등 아름답게 꾸며진 빛 조형물이 보성의 겨울밤을 장식한다. 주말에는 불쇼, 불꽃, 음악, 레이저 조명이 어우러진 불꽃 공연, 실내정원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공연, 해외특별 공연 등이 진행된다. 또 소망카드 달기, 문화장터 등의 상설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영화) 스윙키즈
개봉 12월 19일 출연 도경수, 박혜수, 자레드 그라임스 등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 탭댄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탄생기를 그렸다. 종군기자 베르너 비숍이 포로수용소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이 모티프가 됐다.
(뮤지컬) 마리 퀴리
일정 12월 22일~2019년 1월 6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김소향, 임강희, 박영수, 조풍래 등
프랑스의 물리학자 마리 퀴리는 방사능 연구를 통해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하는 등 새 방사성 원소를 탐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라듐의 유해성을 알게 된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작품에 담았다.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
일정 12월 28일~2019년 3월 31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입체미술 운동의 탄생 배경에서 소멸까지의 흐름을 연대기적 서술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근대회화의 아버지’ 폴 세잔 등 유명 작가의 진품 명화 9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작은 섬에 조그마한 예술극장이 하나 있다. 일반 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예술영화를 상영한다. 도심도 아닌 한적한 어촌 마을에 문을 연 4년째 관람객 12만 명을 돌파한 소극장이다. 한 번 방문하면 또 찾게 되고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 섬에 딸린 작은 섬 바닷가 한 마을에 예닐곱 채 농어가와 함께 있다. 서해안의 큰 섬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 동검도에 있는 ‘DRFA 365 예술극장’이 그곳이다. 서울에서 53Km, 한 시간 남짓 걸리며 제방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지 않고 승용차로 갈 수 있다. 부부가 손을 잡고 다녀올 만한 하고 다정한 친구들과 같이 해도 후회하지 않는 나들이 코스다. 영화를 본 후 커피잔을 들고 같은 건물의 카페테라스에 앉아 바라보는 눈 앞에 펼쳐진 5천만 평 개펄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이라 이야기한다. 바닷가에 위치한 2층 규모의 작은 건물에 있다. 여느 극장처럼 관람석은 모두가 영화를 보기에 편한 층계 좌석으로 35석의 아담한 갤러리 풍이다. 일반 극장에서 잘 상영되지 않는 세계의 예술영화를 선정하여 하루 3회 365일 상영한다. 스웨덴 케이 폴락 감독의 ‘천국에 있는 것처럼(As it is in Heaven,2004)”의 전용 상영관으로 2013년에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감독 유상옥 씨가 설립했다. 예술영화가 소멸되고 각박한 흥행 논리가 극장가를 지배하는 21세기에 세계의 고전, 예술, 작가주의 영화를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회원들과 함께 동호회 형식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개봉 극장 확보에 실패한 예술영화 “천국에 있는 것처럼’이 5년째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등 다른 예술영화와 함께 꾸준히 관객의 발길을 끈다.
영화 상영 직전에 유감독이 투박한 손으로 직접 영화 음악이나 관련된 곡을 객석 앞에 설치된 피아노에서 연주를 하고 상영 영화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곁들여 준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전국에서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 크지 않은 극장 건물에 “조나단 카페”가 함께 있어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홈페이지(http://drfa.co.kr)에서 회원으로 가입하고 영화 관람을 위해서 예약하면 좌석이 정해진다. 하루에 3회(10:30, 13:00,15:00) 상영하며 매 회마다 상영 영화가 다르다. 단체로 갈 경우엔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관람료는 12,000원(커피 포함)이고 곤드레밥(후식 포함)을 포함하면 25,000원이다.
특히 주변에 둘러볼 수 있는 관광지가 많아 하루를 너끈하게 보낼 수 있고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바쁘게 살아온 일상을 뒤로하고 갈매기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손을 맞잡고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봄은 어떨까? 영화의 감동과 함께 또 한 편의 추억이 쌓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