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젊은 부부 상당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남보다 가까운 가족에게 자녀를 맡기는 경향이 높다. 그러다보니 바쁜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는 일은 주로 조부모인 시니어의 몫이 된다.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는 가구는 2019년 기준 250만 가구에 달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지만 육아를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손목과 허리, 무릎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미 약해진 관절에 많은 무리가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립국어원은 여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한데 묶어 ‘손주병’이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일주일에 47시간을 일한다. 주 40시간 일하는 일반 직장인보다 더 오래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일하다보니 어느새 손목터널증후군, 관절염, 척추관협착증 같은 질병이 조부모를 찾아온다. 손주를 돌보다보면 몸과 마음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손목터널증후군 예방, 쉬면서 손과 손목 피로 자주 풀어야
손주병은 조부모의 손목 관절부터 위협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이름과 달리 손바닥이나 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전체 환자의 3분의 1이 5060 여성일 정도로 시니어 여성에게 위협적인 질병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손목 터널 자체가 좁아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손이 잘 붓고 뼈와 근육이 약해져 발생 확률이 더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을 자주 주무르거나 엄지와 검지, 중지가 자주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치할수록 증세가 악화돼 자다가 잠에서 깰 정도로 손이 저리고 손가락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윤종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아이 들기, 안아주기, 기저귀 갈기, 설거지, 청소 등 어렵지 않아 보이는 일들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일상적으로 손가락과 손목을 굽히는데 사용하는 힘줄들 사이에 있는 정중신경이 심하게 눌리면서 손저림이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윤 교수는 "일을 잠시 중단하고 손저림이 사라질 때까지 손과 손목의 피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따뜻한 찜질이나 손목과 어깨의 이완운동도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예방이 최고의 치료법인 만큼, 중간중간 일을 쉬면서 손과 손목 피로를 자주 풀어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따뜻한 찜질이나 이완운동으로 허리 근육 풀어 척추관협착증 완화
황혼 육아를 도맡은 시니어의 허리는 쉴 날이 없다. 아이가 운다고 서둘러 안고 달래고 씻기다 보면, 이미 노화가 진행된 근육과 관절 등에 무리한 하중과 압력이 가해진다. 손주를 돌보다 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시니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니어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연 평균 7만 명씩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166만 명에 달했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주 발병 요인인 질병이다. 하지만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주면서 오래 서있으면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다리저림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하면 척추 중앙의 척추관, 신경근관 등이 좁아져 허리 통증을 느끼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넓은 부위에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누워있거나 앉아서 쉬면 증상이 없어진다는 게 디스크와 다른 점이다. 허리를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고 구부리면 완화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차이점이다.
30분 이상 걸었을 때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엉덩이가 빠질 듯 아프거나 바로 누워 자는 것이 불편해 새우잠을 자는 경우에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윤종현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에 걸리면 오래 걸을 때 다리저림이 발생한다. 오래 서있거나 걷지 말고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라며 "허리 주변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는 따뜻한 찜질이나 이완운동이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흔히 ‘나잇살’이라 부르는 노인 비만의 특징은 두 가지다. 근육 감소와 호르몬의 불균형. 둘 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호르몬의 원리를 알고, 자신의 상태에 맞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노인 비만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호르몬, 비만과 헷갈리기 쉬운 쿠싱증후군, 그리고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참고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국민체력 100
최근 고도비만 노인이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2020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장년층 및 노인의 고도비만 유병률은 지난 10년 사이에 1.5~3.8배까지 올랐다. 고령사회에서 노인 비만은 장수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나잇살’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노인이 되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각종 질환에 취약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악화하는 주범이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노인 비만의 특징은 근육 감소형 비만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노화의 영향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40대 이후부터 발생해 70대까지 10년에 8%의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로는 10년마다 15%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근육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호르몬이다. 을지대학교 김정환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 비만은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성 호르몬의 감소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인 비만의 원인은 ‘호르몬’인 것이다.
우리 몸의 시소, 호르몬
“연예인 A 씨는 살찐 덕분에 재미난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냈다. 살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식욕을 주체할 수 없었던 A 씨는 매일 야식을 먹고,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입에 넣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잠을 자다가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프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병원을 찾았다. 진단을 받아보니 ‘심근경색’이었다.”
위의 사례처럼 야식이 습관이 되면 돌이킬 수 없다. 야근 후 치맥은 정말 맛있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야식처럼 자극적인 음식은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허기를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과 식욕을 감소시키는 렙틴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적절히 분비되면서 몸의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액상과당과 트랜스지방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 호르몬에 이상이 생겨서 살이 찔 수 있다.
호르몬은 체지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의 가늠자가 되는 체지방을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단순히 체지방이 늘면 나쁘고 체지방이 줄면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호르몬은 우리 몸에 필요하며 서로 적절하게 균형 있게 분비돼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렙틴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성장호르몬이 감소할 경우 비만이 생기는데, 이는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신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비만을 일으키는 호르몬
[1] 식욕을 늘리는 그렐린
그렐린은 일명 ‘식탐 호르몬’이라 불린다.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느끼게 하고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하는 호르몬이다.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이 시간에 야식을 많이 먹는 이유도 바로 이 호르몬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간 음식은 그렐린이 급격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해준다.
[2] 비만의 주범, 인슐린
인슐린은 살이 찌고 빠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자에서 분비된 인슐린은 보통 식후 3시간이 지나면 활성화되는데,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적게 분비되면 생명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장수하는 사람의 경우 대체로 인슐린 수치가 낮다고 한다. 고탄수화물 음식, 설탕, 청량음료, 트랜스지방 등을 많이 먹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된다.
[3] 여성을 살찌우는 에스트로겐
에스트로겐은 여성 신체의 특징을 만드는 호르몬이다. 폐경 이후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에스트로겐은 체지방에서 분비된다.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면 체지방이 늘어나고, 체지방이 늘면 에스트로겐도 같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때부터 복부에 살이 찌는 남성형 비만이 나타난다.
[4] 포만감을 주는 렙틴
렙틴은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이다. 지방세포가 가득 차면 이 세포에서 렙틴이 분비된다. 뇌는 렙틴의 증가를 인지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은 렙틴이 많아도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다. 이른바 렙틴 저항성 때문이다. 렙틴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고도비만으로 이어진다.
[5]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호르몬
어른들도 활력을 유지하려면 성장호르몬이 필요하다. 체지방은 성장호르몬을 억제한다. 체지방과 인슐린이 많으면 성장호르몬 분비량은 줄어든다. 나이 들수록 성장호르몬 분비는 줄고 인슐린 분비가 늘면서 살이 찐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호르몬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운동은 필수다.
[6] 근육과 뼈를 키우는 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 체지방 감소, 정자의 활동, 뼈 질량에 관여한다. 많이 분비되면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진다. 이 호르몬도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데 적게 분비되면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결혼 후 남성들이 살이 찌는 경우가 많은데, 성생활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이 소비되면서 체지방 조절 기능이 떨어져서 그렇다.
비만과 헷갈리는 쿠싱증후군
“연예인 B 씨는 젊은 시절부터 허리 디스크가 있었다. 심한 통증 때문에 수술을 고민했지만 먹고살기가 바쁘다는 이유로 때를 놓치고 말았다. 대신 스테로이드 주사를 꾸준히 맞았다. 덕분에 통증도 줄고 컨디션도 좋아져 수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갱년기 이후 살이 걷잡을 수 없이 찌고, 얼굴이 보름달처럼 붓더니 73kg이었던 몸무게는 93kg까지 늘어났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생긴 쿠싱증후군 때문이었다.”
비만과 비슷하지만 치명적인 질환도 있다. 다이어트를 아무리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병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다하게 만든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분비된다. 하지만 코르티솔이 과잉 분비되면 식욕을 감소시키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과식을 유발하고 혈당과 혈압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복부 비만의 주요원인이다.
쿠싱증후군은 코르티솔과 관련된 신체 기관인 부신이나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B 씨의 사례처럼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과다 복용했을 때 발생한다. 쿠싱증후군 환자는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풀어 오르고 비정상적으로 목 뒤에 지방이 축적된다. 허리 부위는 뚱뚱해지는 반면 팔다리는 오히려 가늘어지는 중심성 비만도 나타난다. 을지대학병원 오한진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팔과 다리는 가는데, 복부비만이나 목 뒷부분이 두껍게 툭 튀어나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하며 “언뜻 비만처럼 보이지만 이 병은 방치하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증상을 발견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싱증후군은 위험한 질환이므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쿠싱증후군에 걸렸다면, 약물 복용을 서서히 줄이다가 중단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만일 부신 종양이 원인이라면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약물 치료를 한다. 뇌하수체 종양도 없애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운동으로 비만 탈출
비만을 예방하거나 탈출하는 방법은 없을까? 해결법 중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적정한 시기가 지나면 소진된다. 하지만 분비되는 시점에서 몸의 장기를 활성화하고 컨디션을 좋게 해준다. 운동 이후 상쾌한 기분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적정한 운동은 호르몬을 자극해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스포츠 복지서비스 ‘국민체력100’ 관계자는 “식이요법으로도 다이어트를 할 수도 있지만, 노인 비만의 경우에는 운동을 통해 활력을 찾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나이 들수록 근육량이 감소하고 기초대사율은 떨어진다. 기초대사는 신체가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기본적인 에너지다. 자세 유지, 심장과 뇌의 활동 그리고 각 장기의 활동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신체는 기초대사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 그중에 근육에서 소비되는 기초대사율이 평균 40%나 된다. 기초대사율을 증가시키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운동을 통해 줄어든 근육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증가시킬 수는 있다. 다만 운동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운동 상담사 A 씨는 “젊은이와 비교해서 나이 드신 분들은 연골이 취약한 면이 있어,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운동시간이나 강도와 빈도를 신경 쓰면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 예방을 위한 운동
① 심폐 지구력 운동 체중에 의한 허리와 하지 부담을 고려해 고정식 자전거 타기, 걷기, 수중운동(물속에서 걷기, 아쿠아로빅) 등을 추천한다. 신체에 충격이 큰 달리기, 에어로빅 등은 삼가한다.
② 근력운동 머신 및 프리 웨이트, 밴드, 물병, 의자 등의 소도구 등을 가지고 한다. 선택은 개개인의 체력적 특성 및 선호도 등에 따라서 하면 된다. 운동을 할 때는 관절에 유의하며 진행한다.
③ 유연성 운동 주 5회 정도가 적당하며, 정적 및 동적 스트레칭을 한다.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몸을 움직이며, 한 동작마다 30초씩 정지하며 진행한다.
운동 시 주의사항
① 허리 및 하지 관절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
② 운동 강도는 부담스럽지 않게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③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철저하게 한다.
④ 수분을 꾸준하게 섭취한다.
⑤ 신발은 쿠션이 좋은 것을 선택해 신는다.
매일 하는 걷기 운동,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노르딕워킹’은 어떨까? 건강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색다른 걷기 운동을 소개한다.
도움말 강상일 사단법인 한국노르딕워킹연맹 회장
나이가 들면서 줄어든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등산 등 걷기 운동을 즐기는 시니어가 많다. 걷기는 그 자체만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올바른 자세로 걷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잘못된 보행 자세는 다리를 쉽게 피로하게 하고, 척추와 골반을 틀어지게 하면서 몸의 불균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바른 자세로 걷는다면 땀을 내며 숨 가쁘게 뛰거나 오랜 시간 운동하지 않더라도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걷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걸음 수나 보행 속도가 아닌 올바른 자세다.
하지만 오랜 시간 걷다 보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힘에 부치면서 몸이 편한 쪽으로 기울고 허리를 굽히거나 지팡이에 의존하게 된다. 이럴 땐 몸이 틀어지지 않도록 올바른 자세를 고정한 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노르딕워킹’을 통해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북유럽에서 날아온 재활 스포츠
노르딕워킹은 양손에 스틱을 잡고 걷는 운동으로, 동계스포츠 종목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유래했다. 정확히는 비시즌에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눈이 많이 오는 북유럽 지역을 비롯해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단법인 한국노르딕워킹연맹에서 2007년부터 국내 최초로 노르딕워킹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은 약 2개월 단위로 강습이 이루어졌으나, 올해부터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온라인으로 학습 가능한 동영상 콘텐츠로 대체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강상일의 노르딕워킹’에서도 기초 동작과 장비 등 기본 내용을 학습할 수 있다.
강상일 사단법인 한국노르딕워킹연맹 회장은 “40대 초반에 무릎을 심하게 다쳐 재활 운동을 찾던 중 노르딕워킹을 알게 되어 유럽에서 배워왔다”며 “재활에 큰 도움을 얻어 지금까지 무릎에 아무 이상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근 손실이 커져 몸의 힘이 쉽게 빠지는 중장년층은 노르딕워킹 스틱을 이용해 걷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틱’ 하나로 건강은 두 배
실제로 노르딕워킹은 다양한 건강상의 효과가 있다. 일반 걷기와 달리 양손에 착용한 전용 스틱이 몸의 힘을 적절하게 분산해 관절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무릎 관절이 약하거나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는 사람도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상·하체 근육을 고루 사용해 일반 걷기보다 2배 이상의 칼로리를 소모하고, 신진대사 활동을 돕는다. 무엇보다 스틱을 착용하고 걸으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의식하게 돼 처음부터 끝까지 올바른 자세로 걸을 수 있다.
이처럼 노르딕워킹의 효과는 스틱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스틱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일반 등산 스틱과 노르딕워킹 스틱을 혼동하는 것이다. 노르딕워킹 스틱은 손잡이에 장갑처럼 생긴 가죽끈이 달려 있어 걸을 때 뒤쪽 손을 활짝 펴고, 앞으로 손을 내밀 때는 스틱을 힘껏 잡아 죔죔을 하듯 동작을 반복할 수 있다. 하지만 손잡이 부분이 끈으로 된 일반 등산 스틱을 사용할 경우 걷는 내내 스틱을 쥐고 있어야 해 이 동작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반드시 노르딕워킹 전용 스틱을 구매해야 한다.
마니아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틱은 이탈리아 스키용품 브랜드 가벨(GABEL)과 피젠(FIZAN)의 제품이다. 가격은 2단 스틱의 경우 11만~12만 원, 3단 스틱은 16만~26만 원 정도다. 노르딕워킹에 필요한 장갑과 가죽끈도 별도로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4만6000원이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다. 이처럼 춥고 궂은 날씨가 늘게 되면 그만큼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관절이 경직된다. 낙상에 의한 골절 위험이 더 올라가는 셈이다.
이때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가 주의해야 할 척추질환이 있다.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이다. 최두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이 있는 60~7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 눈길에 살짝 허리를 삐끗하거나 재채기 등의 사소한 외력에도 척추뼈가 주저앉아 압박골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척추는 위로는 머리를 받히고 아래로는 골반과 고관절을 통해 하체로 연결돼 몸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중요한 구조물로 이러한 기능을 위해 척추체, 추간판, 후궁, 후관절이라는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척추는 원통 모양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높이의 감소나 변형 등을 보이는 압박골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 흔히 발생하는 위치는 체중을 많이 지탱하는 흉추·요추부(등허리)다. 허리가 무너지는 듯한 심한 통증이 발생해 거의 움직일 수 없고 통증이 가슴이나 배로 뻗쳐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등이나 허리에 통증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고, 평소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 등으로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60대 이상의 고령, 특히 여성에서 큰 외상없이 살짝 엉덩방아를 찧거나 허리를 돌리던 중 또는 재채기 도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자세로 누울 때 통증은 다소 줄지만 다시 일어서려고 하면 등이나 허리에 무너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이나 옆으로 굽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변형이 올 수 있다.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압박골절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척추뼈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는데 척추체 앞쪽 높이가 계속 감소해 등과 허리가 심하게 구부러지는 척주후만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경우 등과 허리가 점점 더 굽어지고 만성적인 통증으로 악화한다. 또 보행도 힘들어지고 전반적인 몸의 기능이 떨어져 폐렴이나 호흡곤란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골다공증 진단 후 꾸준한 관리로 골절 대비해야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척추 엑스레이검사를 시행한다. 다만 엑스레이검사는 척추체 높이가 가라앉은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급성 골절인지 오래된 골절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진단 검사로 척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시행해 골절의 범위와 발생 시점을 파악한다. 골절이 생기면 골절편(부러진 뼈의 날카로운 조각)이 생기게 되는데, 뼛조각에 의한 신경 압박 여부와 정도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골밀도 검사나 골대사와 관련한 혈액검사 등을 통해 골다공증 유무와 정도 등을 확인하고, 모든 검사 결과와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급성 골절로 진단된 경우에는 먼저 침상 안정, 진통제 등의 보존적 치료를 2~3주 정도 시행한다. 이어 골다공증과 관련한 다양한 골다공증약과 칼슘, 비타민 D 등의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현저히 통증이 감소하면 허리 보조기를 착용한 채 보행을 시작하고 약물치료를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하거나 척추체 높이의 감소가 진행되면 대부분 환자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국소(부분)마취 상태에서 주사를 통해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해 치료하는 척추체 성형술을 시행한다. 이 경우 심한 통증을 단시간에 호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드물지만 초기 골절의 정도가 심하거나 뼛조각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전신마취를 통해 신경을 풀어주고, 골절된 척추뼈와 주변의 신경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나사못 고정술 같은 수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 당뇨병 또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수술에 앞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과 사회에 의료·경제적 부담과 정신·신체적 피로를 높이는 질환이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후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내과적 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고관절, 손목 등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발생해 수술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여러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단기간 치료에 그치지 말고, 평생 관리하고 치료하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뼈 건강을 지키는 생활 수칙]
①칼슘 흡수율을 높여주는 식품인 표고버섯, 말린 자두, 연어, 고등어, 미역을 골고루 섭취한다.
②술과 커피(카페인) 등은 적게 마시고 반드시 금연한다.
③과도한 육류 섭취를 삼가고,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④규칙적인 운동과 야외활동을 하며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쬔다.
⑤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하고 근육을 강화해 뼈를 보호한다.
# 직장인 김모 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편의점 물건 배달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로 생겨난 ‘매장 내 취식 금지’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9시 영업 제한’ 등 방역 수칙들로 적지 않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본업을 통한 생계유지가 어려워지자 부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부업을 시작한 ‘투잡족’은 40만 명을 넘었다. 부업의 종류도 다양하다. 음식·택배배달과 대리운전은 투잡족에게 진입 장벽이 낮은 대표적인 부업이다. 최근에는 ‘디지털판 인형 눈 붙이기 부업’으로 불리는 ‘데이터 라벨링(수집·가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육체노동 비중이 큰 부업 특성상 허리와 목, 손, 발 등에 근골격계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퇴근 후 부업에 나서는 투잡족들이 겪을 수 있는 근골격계 질환과 치료 및 예방법을 광주자생한방병원 염승철 병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매일 수km 걷는 도보 배달원…족저근막염 예방해야
국내 편의점 업계가 지난해 내놓은 도보배달 서비스의 배달원 가입자가 8만 명을 넘었다.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 등 이동수단 없이 일하는 도보 배달원의 경우 하루 평균 수km를 걷다 보면 발에 자연히 무리가 쌓인다. 또한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딱딱한 구두를 신고 오래 걸으면 보행 시 충격이 발바닥에 그대로 전달돼 ‘족저근막염’을 부추길 수 있다. 장시간 보행이나 격렬한 운동 등으로 발바닥 힘줄이 손상돼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에 심한 통증을 유발해 발을 딛는 게 힘들 정도로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도보 배달원들은 밑창이 딱딱한 신발 대신 쿠션감이 좋은 운동화를 신는 것만으로도 족저근막염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무리해서 일한 날에는 스트레칭과 냉찜질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좋다. 효과적인 스트레칭법으로는 발가락 스트레칭을 추천한다.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15초간 당기는 방법으로 하루에 총 3세트를 반복하면 족저근막의 유연성과 탄력을 높일 수 있다.
광주자생한방병원 염승철 병원장은 “한방에서는 침, 약침, 뜸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족저근막염을 치료한다”며 “우선 침 치료를 통해 뭉쳐있는 발바닥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환부에 주입해 족저근막에 생긴 염증을 제거하고 통증을 완화시키고 뜸 치료를 통해 전신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켜 손상된 부위의 회복을 빠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운전하는 ‘대리기사’…허리디스크 조심해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대리운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운전자는 약 16만5000여명에 달한다. 1인당 1일 평균 운행 횟수는 5.4회로 주로 오후 8시에 시작해 운행을 마치고 밤 12시에서 새벽 1시에 업무가 끝난다. 즉, 장시간 야간운전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대리 운전자의 경우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를 조심해야 한다. 장시간 운전으로 오래 앉아있게 되면 몸의 무게가 허리로 쏠리게 된다. 앉은 자세는 서 있는 자세보다 허리가 받는 하중이 약 1.5배 높아 오래 앉아있을수록 디스크(추간판)에 부담이 쌓일 수 있다.
따라서 운전을 할 때 엉덩이와 등을 등받이에 붙여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출발하기 전 자신의 키에 맞게 의자를 조절해 올바른 자세를 잡고 운전하는 것이 현명하다. 페달은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도록 한다. 특히 밤 시간대는 오전에 비해 디스크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 두께가 얇아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현대판 인형 눈 붙이기 ‘데이터 라벨링’…목 건강 챙겨야
데이터 라벨링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PC와 노트북으로 정보를 단순 입력하는 업무 특성 덕분에 투잡으로 인기가 많다. 한 AI학습 데이터 가공 기업이 자사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데이터 라벨러 2611명을 분석한 결과 55.6%가 직장인, 자영업자, 공무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업무시간 동안 컴퓨터를 보고 있는 사무직 직장인이 데이터 라벨링 부업까지 하게 되면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셈이다. 장시간 모니터를 보고 있다보면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고 목을 구부린 자세를 취하기 쉽다. 이러한 자세가 반복될 경우 경추(목뼈)가 손상될 수 있다. 초기에는 뒷목이 뻐근하고 뻣뻣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목을 뒤로 젖힐 때 어깨와 팔, 손 저림 증세가 동반되기도 한다.
미국 척추외과전문의 케네스 한즈라즈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고개를 앞으로 15도만 기울여도 목에는 12.2kg의 부담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중은 30도에서는 18.1kg, 60도에서는 27.2kg까지 늘어나 목 근육에 과도한 부하가 일어나고 경추 사이의 디스크이 손상돼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를 야기한다.
염승철 병원장은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가슴과 등을 펴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자세로 일하는 것이 좋다. 모니터 받침대를 사용해 모니터를 눈높이보다 위로 높이 두는 것이 목디스크 예방에 좋은 방법”이라며 “코로나19로 부업을 시작한 이들이 돈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도록 올바른 업무 습관에 관심을 갖자”고 조언했다.
50이 넘으면 두통은 흔한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1년에 한 번쯤은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드물다. TV 등에서 펜O, 판OO, 게OO, 타OOO 등 친근한(?) 두통약 광고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확인할 정도다 보니 가까운 약국을 찾아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전부다.
그러나 참기 힘들 만큼 두통이 심하거나 잦은 두통은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는 1월 23일은 두통의 날이다. 대한두통학회가 두통도 질병이라는 인식을 제고하고 두통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제정했다.
원인 없는 ‘일차성 두통’, 두통약으로 수년간 방치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두통은 기본적으로 특정 원인 없이 증상에 기초해 진단하는 ‘일차성 두통’과 특정 원인 질환에서 기인한 ‘이차성 두통’으로 구분한다.
일차성 두통은 정밀검사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다. 긴장형두통, 편두통, 군발두통 등이 포함된다.
긴장형두통은 가장 흔한 두통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스트레스, 과로, 피로, 심리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성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은 보통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쿵쿵 울리듯 아프고 속이 메스꺼운 위장증상을 동반하며 반복되는 두통이다” 라며 “발병기전은 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삼차신경, 뇌 주변 혈관, 신경펩티드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 통증 신호가 뇌에서 두통으로 인식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발작성으로 재발하고 발작 사이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자주 재발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지속적인 예방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군발두통은 매우 심한 편측 두통이 동측 안면의 자율신경계 증상과 함께 1∼2시간 지속되며 수주 이상 나타나는 두통을 말한다. 편두통보다는 드물고 삼차신경, 주변 혈관과 자율신경의 반사적 활성화에 의해 발생한다. 급성발작은 뇌의 시상하부의 활성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성우 신경과 교수는 “일차성 두통은 대부분 만성적 두통으로 발전하는데 상당수 환자가 이에 해당한다”며 “이 환자들은 병에 대한 경각심 없이 병원 진료를 등한시하거나 약을 통한 일시적 해결로 수년 이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뇌졸중 등 원인 ‘두통’, 발생 즉시 병원 찾아야
반대로 이차성 두통은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두통을 말한다. 뇌혈관질환뿐 아니라 감염성 질환이나 약물, 알코올 등 특정 물질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때는 두통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다.
만성피로는 두통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스트레스가 과다하게 누적됐거나 잠이 부족하면 누구나 피로함을 느낀다.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만성화돼 잠을 자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심한 두통을 비롯해 신체 전반적으로 다양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목 디스크 역시 두통의 원인일 수 있다. 옳지 못한 자세를 많이 취하는 직장인, 학생 등은 목이 제 위치를 벗어나 변형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경추의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목 디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목 디스크가 발생하면 두통은 물론 어깨 통증과 손, 팔이 쉽게 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은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발병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두통과 함께 언어장애, 감각이상, 편측마비 등이 동반된다. 갑작스럽게 머리를 무언가로 얻어맞은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돼 발생하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의 증상일 수 있다.
정성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두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하지만 심한 두통은 그렇지 않다”며 “긴장이 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누구나 두통을 겪을 수 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두통이 지속된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통이 뇌출혈, 뇌종양 등 뇌 질환에 의해 발병한 것이라면 그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두통을 느낄 때는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 글루탄산염(MSG)이 다량 첨가된 인스턴트식품이나 육가공품도 피해야 한다. 치즈, 초콜릿, 양파, 적포도주, 호두, 바나나, 콩, 파인애플 등에 함유된 아민성분도 두통 환자에게는 피해야 하는 음식이다. 다만 이들 식품이 모든 두통 환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두통 유발요인이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2021년은 흰 소의 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몰살을 앓았던 2020년을 지나, 다가오는 신축년에는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조부모부터 손주 세대까지, 연령대별 소띠생들이 주의할 질환과 건강 관리법을 자생한방병원 김노현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환갑 맞은 61년생, ‘척추관협착증’ 주의
환갑을 앞둔 1961년생 소띠. ‘영 올드’(young old) 이른바, 젊은 노인으로 인식되며 요즘은 환갑잔치도 생략한다지만, 신체 노화가 가속되는 시기다.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쉬우며, 특히 최근 빠른 추세로 증가하는 척추관협착증을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퇴행으로 척추 중앙의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요통과 신경 증상 등이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은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과 함께 대표적인 척추 질환으로 알려졌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척추관협착증 환자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0% 이상이다. 2015년 85만1599명에 그쳤던 노인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지난해 113만2823명으로 약 33%(28만1224명) 증가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비수술 치료를 권한다. 최근에는 약침액인 ‘신바로2(SHINBARO2)’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효과에 대한 기전이 밝혀지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와 서울대 약대 공동연구팀이 척추관협착증을 유도한 실험용 쥐들에게 ‘신바로2’ 약침을 투여한 결과, 쥐들의 보행 능력과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향상됐다. 통증을 유발하는 주원인인 염증 반응도 효과적으로 억제됐으며 척추관협착증으로 손상됐던 척수구조가 회복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김노현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완치가 쉽지 않고 재발 우려도 커 미리 예방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척추관협착증 예방의 핵심은 꾸준한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을 병행해 평소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갱년기 앞둔 73년생, ‘골다공증’ 대비해야
1973년생 소띠 중에는 갱년기를 앞두고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 이가 적지 않다. 갱년기가 다가올수록 호르몬 저하로 골밀도가 줄어들고 척추와 관절의 퇴행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중장년 여성에게 골다공증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50세 전후 폐경기부터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호르몬인데,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면 골조직의 생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빠른 속도로 골밀도가 줄면 사소한 충격에도 골절될 가능성이 커져 주의해야 한다. 골다공증은 노년기에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년기부터 서서히 진행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골다공증 예방에는 뼈를 강화하는 비타민D와 칼슘 등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력을 키워 골밀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평소 관리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전문의의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 한방에서는 골밀도 감소를 억제하는 한약을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에 활용한다. 생약 복합물인 ‘연골보강환(JSOG-6)’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와 서울대 약대 천연물과학연구소의 공동연구를 통해 골다공증을 억제하고 뼈를 보호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85년생 직장인, 소처럼 일하다 ‘일자목’ 될라
직장 생활에 성숙기를 맞은 1985년생들은 평소 일하는 자세를 돌아봐야 한다. 장시간 모니터를 볼 때 턱을 앞으로 내밀거나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본다면 ‘일자목 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자목 증후군은 앞으로 목을 길게 빼는 자세 때문에 정상적인 C자 형태의 경추(목뼈) 곡선이 소실돼 외부적인 충격에 취약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일자목 증후군을 방치하면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바른 자세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해 일자목 증후군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니터를 볼 때는 상단 부분을 눈높이에 맞추고, 화면의 정중앙은 눈높이보다 10~15도 아래가 되면 좋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가능한 눈높이로 들어 올려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일자목 증후군 치료에 추나요법을 주로 활용한다. 추나요법은 긴장된 근육과 인대를 풀고 경추의 정렬을 바르게 교정함으로써 통증 원인을 해소한다.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쇄골 잡아 앞뒤 스트레칭’은 일자목 증후군 예방에 효과적이다. 먼저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 양손을 교차시켜 쇄골을 잡는다. 그다음 천천히 코로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뒤로 젖혀 15초간 유지한다. 이 스트레칭은 일자목 증후군으로 인해 목과 어깨가 받는 비정상적인 하중을 줄여주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97년생 취준생, 스트레스부터 해소해야
1997년생 소띠들은 대개 취업 준비로 여념이 없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고용 시장은 20대에게 정서적 불안을 안기고 있다. 아울러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우울증 환자 수를 보면 20대 증가율이 가장 높다.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정서적, 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감소시킨다. 따라서 취미, 운동, 명상 등 다양한 해소법을 통해 제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발현돼 불면증, 소화장애 등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는 ‘태충혈(太衝穴)’ 지압이 효과적일 수 있다. 태충혈은 전신의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대표적인 혈자리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 발등 쪽으로 2cm가량 올라온 지점이다. 태충혈을 엄지손가락으로 3초간 지긋이 10회 정도 눌러주면 각종 스트레스성 증상이 완화된다.
09년생 초등학생, 성장기 ‘척추옆굽음증’ 주의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2009년생 소띠들은 본격적인 골격 형성이 진행되는 중요한 성장기다. 하지만 학습으로 인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척추에 무리를 줘 척추옆굽음증에 노출되기 쉽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등학생의 평일 평균 학습시간은 6시간 9분에 달해 대학생(4시간 8분)보다 많았다.
척추옆굽음증(척추측만증)이란 정면에서 봤을 때 척추가 C자형이나 S자형으로 휘어져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말한다. 틀어진 척추 배열이 주변의 근육, 인대, 신경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요통이나 어깨결림,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골반 불균형으로 이어져 키 성장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겉으로 봤을 때 골반 또는 어깨 높이가 다르거나 몸통이 한쪽으로 치우쳐 보인다면 척추옆굽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노현 원장은 “척추옆굽음증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특발성 측만이 대부분이나 주로 잘못된 자세나 습관이 원인이므로 기대어 몸을 틀어 앉거나 다리를 꼬는 자세는 자제하고 무거운 책가방을 한쪽으로 메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지난 1년간의 건강관리를 스스로 살펴보고, 연령별로 주의해야 할 질환과 관리법을 숙지해 다가오는 새해를 알차게 계획해보는 것도 건강한 일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야, 이제 인생을 즐길 나이에 어쩌자고 고생길을 자청하니?” 이해숙(55, 괴산애플랜드 대표) 씨가 처음 귀농을 결심했을 때 친구들이 했던 말이 이랬다. 이후 9년 세월이 흘렀다. 해숙 씨는 그간 농원을 가꾸고 키우는 일에 모든 열성을 쏟았다. 잠자는 시간 외엔 오로지 일에 폭 파묻혀 살아왔다. 덕분에 이제 어지간히 기반이 잡혔다. 그러나 친구들의 촌평엔 여전히 개탄이 실려 있다. “아이고야 나 못살아, 언제까지 이 고생을 계속하며 살 거야?”
친구들이 보기에 해숙 씨의 전공은 과수 농사라기보다 ‘고생’이다. 고생의 정체를 궁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마침내 고생의 끝에 이르러 득도에 맞먹을 성취감을 맛보고자 하는 인간 유형의 본보기. 남들이 읽는 해숙 씨의 양상이 그쯤? 고생에 치여 나동그라지기는커녕 묵묵한 인내와 투지로 노동의 나날을 견디는 걸 바라보며, 뭔가 이색적인 운명의 농간에 빠진 자의 짠한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해숙 씨는 주변의 감상평에 무심하다. 그녀의 과도한 고생살이가 현재진행형임은 자명한 진실이거니와, 문밖에서 기다리는 일감이 첩첩해 서푼어치 가치도 없는 잡념에 사로잡힐 시간이 없다는 게 아닌가. ‘나는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게 그녀의 슬로건인가보다. 일하고 또 일하는 노역의 순환으로 점철되는 나날에서 무슨 오붓한 재미를 보랴. 그러나 고생스러운 일을 통한 전진의 실감과 삶의 생동감에 안도하며 그녀는 오늘도 농장에서 동분서주, 날다람쥐처럼 바지런히 내달린다.
애초 귀농을 먼저 제안한 건 동갑내기 남편 심명수 씨였단다. 명수 씨는 서울에 있는 유명 광고기획회사에서 근속했던 인물. 그는 머잖아 닥쳐올 은퇴 이후의 인생 2막을 귀농으로 열어젖히길 결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의사를 타진했고 해숙 씨는 즉각 찬동했다. 세상의 아내들은 대체로 귀촌과 달리 귀농엔 호의적이지 않다. 질색팔색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남정네들은 아내를 구워삶기 위한 설득과 회유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부부 동행의 귀농을 간신히 실현한다. 그러나 해숙 씨는 선뜻 공감했다. 귀농의 어떤 매력을 봤기에?
“내가 시골 출신이다. 시골생활에 충분히 익숙하며 좋은 기억들도 많았지. 결혼 이후 죽 서울에서 살았으나 자주 시골생활이 그립더라. 귀농을 해 된장, 고추장 같은 걸 만들어 팔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노후를 상상하자 호감과 용기가 생기더라고. 귀농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농원 규모가 엄청나다. 이 너른 언덕배기 토지를 어떻게 확보했지?
“시부모님이 남편에게 물려준 유산이다. 전답과 임야로 이루어진 1만8000평짜리 터로 이 가운데 1만 평을 과수원으로 개간해 운영한다. 복숭아도 꽤 많이 심었지만 사과 재배에 주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농원 일대의 풍광이 아름답다고 팔짝팔짝 뛰더라. 정작 나는 풍경을 즐길 시간 여유조차 없는데.(웃음) 귀농, 이거 정말 장난 아니다.”
사과 농사를 선택한 이유는?
“사과 농사에 관심이 없었지만 남편이 주장해 정했다. 난 원래 장류(醬類) 사업을 하고 싶었거든. 그래, 당신은 그럼 사과를 생산하시오, 난 장을 담그겠소, 그리 절충을 하고 일을 시작했으나 사과 쪽 일이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장 담그기를 포기했다.”
처음부터 모든 작업을 손수 처리해왔다고 들었다. 아마도 숲과 묵정밭 일색이었을 터를 이렇게 근사한 과수원으로 바꿔놓다니. 수완이 대단하다.
“최대한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인건비를 아껴야 했으니까.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령, 사과나무 전지를 남들에게 맡길 경우 대충 1200만 원쯤의 인건비가 나간다. 이걸 아끼기 위해 자력으로 전지하는 거다. 아이고, 오직 일에 붙들려 산 세월이었다.”
단숨에 도약할 수 없는 게 농사
전지뿐이랴. 초기의 토목공사부터 애환의 연속이었다. 사과나무 묘목 식재부터 적뢰(꽃봉오리 솎아내기), 적화(꽃 따주기), 적과(열매 솎아내기), 거름주기 등등 수확을 보기까지의 모든 과정 어느 하나도 초심자에게 쉬운 게 없었다. 농사 요령을 배우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등을 찾아가 배운 곳도 많았고, 쫓아다니며 가르침을 청한 사람도 많았다. 귀농 이전에 책자를 통해 농사 이론을 섭렵했으나 현장의 실제는 이론과 사뭇 다르더란다. 해서 시행착오를 거듭한 바람에 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귀농 선배의 조언에 다시 맞붙을 용기를 회복하기도 했다고.
“사과 농사로 성공한 선배의 체험담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농사라는 게 단숨에 도약할 수 없는 직종이라는 것, 초기의 시행착오가 많으면 많을수록 얻어지는 경험이 많아 결국은 성장 자산이 된다는 것, 이처럼 평범한 충고가 절절하게 가슴을 치며 힘을 주더라. 귀농해서 참혹한 실패를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는 걸 알고 새삼 정신을 가다듬기도 했다.”
귀농인들의 현실에 밝을 것 같다. 고전한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가?
“대체로 다들 시행착오를 겪는 것 같다. 오랫동안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고비에서 견디지 못하고 추락한다. 작물 선택을 잘못해 갈아엎으며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하고, 판로 측면에서도 흔히들 고뇌한다. 가장 위험한 건 적자 누적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는 상황이지. 이래저래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게 농업이라고 본다.”
그러한 농업의 실태를 귀농 이전에 미리 파악해둔 게 있었나?
“만만치 않은 도전일 거라는 짐작은 했지. 어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충분히 예상했던 거다. 그런데 귀농을 해 실제로 겪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더군. 한마디로 겁 없이 뛰어들었던 셈이다.”
후회한다는 뜻?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며 살지? 이런 회의는 아직도 가끔 찾아오지만 이건 후회와는 다른 감정이다. 후회가 있었다면 견디지 못했겠지. 자청해서 시작한 귀농이니 모든 시련을 기꺼이 감수하자는 의지만큼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끈질긴 근성, 나에게 그런 건 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몸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는 점, 그리고 자금난이었다. 자금 문제는 특히나 버거웠다. 농장의 규모가 있어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갔거든. 집을 짓는 데에도 큰돈을 썼다. 이 모든 자금을 서울에 있던 아파트를 팔아 충당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빠듯해 남편이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농장 유지를 위해 그의 월급이 필요했으니까.”
전략적인 귀농? 스마트한 협업? 해숙 씨 부부는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미리 방책을 강구하고서 귀농에 착수했던 것이다. 아내가 먼저 산골로 들어가 농장을 개척하고, 남편은 서울에 남아 돈벌이를 해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는 게 아닌가. 이 조직적인 분업 시스템은 길게 이어지다가 작년에 이르러서야 종료됐다. 즉 이 부부는 귀농 9년의 세월 중 8년을 주말부부로 지낸 뒤 합류했다. 다시 말하자면 귀농 8년간은 해숙 씨가 사실상 농장을 주도적으로 도맡아 끌어온 셈. 그러하니 그간의 행장이 비범하다 할 수밖에. 그녀의 맹활약엔 경계가 없었을 터이며, 허리가 휠 근로의 양은 상식을 초월할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고, 당나귀 같은 우직한 뚝심으로 넘어선 시련의 수효가 많고 많았을 것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부부싸움할 시간조차 없어
돋보이긴 남편 명수 씨 역시 마찬가지. 그는 서울의 직장에서 일하다가 금요일 밤이면 부리나케 내려왔다. 그리고 토·일요일 양일간 어두워질 때까지 맹렬히 농장일을 하고선, 월요일 새벽에 다시 직장으로 달려가길 8년간 반복했다는 게 아닌가. 무언의 상호충성 동맹이라도 맺었던가. 부부는 레이스를 펼치듯 경쟁적으로 각자의 일에 매진해온 것 같다. 이를 하나의 절경으로 본들 무슨 무리가 있을까. 명수 씨는 요즘도 일하고 또 일하는 게 비법이라는 양 쉼 없이 열일을 한다. 가혹한 근로에 허리디스크를 안고 사는 신세가 됐으나 아랑곳없다. 해숙 씨도 류머티즘 관절염을 갖고 있으니 이 역시 노동의 강도를 반증한다. 농장이 요구하는 노동량의 극대치를 완수하며 살았으니 하늘 아래 부끄럽지 않을 부부가 여기에 있구나. 그렇다면 그 결과는?
“아직 멀었다. 그러나 이젠 궤도에 올라섰다고 판단한다. 과수원의 기틀이 완성됐고, 기술력이 늘어 사과 품질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골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사과 체험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었다. 해마다 매출이 점진적으로 늘더니 올해는 드디어 흑자 국면에 접어들었다.”
작년까지는 죽 적자를 봤다?
“그렇다. 일반 작물과 다르게 과수 농사는 묘목 식재 뒤 최소 3년 뒤에야 과일을 딸 수 있다. 그간의 부진한 채산성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단순히 적자를 기록했다기보다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투자를 거듭해 기반을 다져온 기간이었으니 이는 필연적인 과정이었다고 본다.”
농사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근 10년이 지나고서야 첫 흑자가 나다니 말이다.
“그동안 불안감에 자주 사로잡히곤 했다. 정확한 통계인지는 몰라도 전체 사과 농가의 단 5%만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누린다는 얘기엔 아찔하더라. 그런데 이거 아시나? 가만히 쪼그려 앉아 고민하고 있을 짬조차 없는 게 농장일이라는 거. 심지어 부부싸움으로 으르렁거릴 시간조차 없더라고.(웃음) 종일 일하고 밤엔 곯아떨어져 잠자느라 여유도 여념도 없이 살았던 거다. 어휴, 주저앉아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내일 하루 당신에게 완전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지?
“농장을 비워둘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장 해치워야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마음 편히 벗어나겠나. 비가 내리기만 해도 불안해지더라. 일을 멈춰야 하니까. 일을 못하거나 일에 대한 성과가 없으면 난 허탈해 풀이 죽는다.”
마르크스였던가, 일에만 붙들려 사는 인생은 노예와 다름없다고 말한 이. 그러나 이와 같은 ‘썰’을 해숙 씨에게 적용하기엔 좀 무기력하다. 비록 고역스러울망정 그녀는 일이 싫지는 않은 자발적 일벌레이지 않은가. 일 속에 묻혀 있을 때라야 안심을 느낀다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런 심리가 이해되는 게 그녀의 목적이 일 자체가 아니라 일로 거둘 수 있는 ‘성과’에 있기 때문이다. 성과가 누적되면 비상할 수 있는 것. 해숙 씨는 비상하고 싶다. 도달하고 싶다. 어디에? 튼실한 기업형 관광농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숙원. 그녀는 이를 기어이 성취하고 싶은 것이다.
“나에겐 성취욕이라는 게 있다. 원하는 걸 반드시 이루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는 거. 바라건대 농원을 열심히 가꿔 자식 놈들까지 합세한 복합관광농원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간 사과 농사 외에 다른 일들에도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어떤 일들?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배울 만한 기술은 거의 다 배웠거든. 수제맥주, 퓨전 떡, 빵, 천연식초, 전통주 등등 필요하다 싶은 제조기술은 모두 습득했다. 최근 캠핑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페스티벌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목표를 향해 나름 질주하고 있는 거다.”
당신의 열렬한 노동과 공부에 경이를 느끼지만 굳이 그렇게 자신을 혹사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궁금하다. 복합농원을 일궈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부(富)를 쌓고 싶나?
“돈의 노예로 사는 인생처럼 초라한 게 다시 있을까? 복합농원을 일구려는 이유? 말했지 않나. 난 성취욕이 강한 여자라고.(웃음)”
단 한 번 왔다 가는 인생. 이루고 싶은 건 여하튼 이루고 가겠다는 얘기이겠다. 그러자면 투쟁과도 같은 투신이 필수. 목표 성취를 위해 그녀는 일단 노동을 삶에 입장시킨 대신 종래의 안이한 관습들을 추방했다. 귀농 고생살이도 이쯤이면 내공 쌓기 수업?
이해숙 씨가 주는 귀농 Tip
•사전 계획과 준비에 철저해야 한다.
•귀촌이든 귀농이든 목적을 분명히 정한 뒤 그게 합리적인지를 다시 점검하라.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게 시골생활이니까.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섣불리 대규모 과수 농사에 뛰어들지 말자. 부부가 경작할 수 있는 과수원의 적정 규모는 약 3000평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시골 텃세에 미리 겁먹을 것 없다. 오며가며 인사만 잘해도 교류 물꼬가 트이니까.
•일단 귀농을 했다면 쉽게 포기하지 말자. 어떤 식으로든 고비는 오게 마련이고, 시행착오도 결국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걸 유념하라.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33개의 척추뼈로 구성되고 경추와 흉추, 요추, 천추로 나뉜다. 위로는 머리를 받치고 아래로 골반과 연결된다. 각 척추뼈 사이에는 추간판(디스크)이라는 연골이 존재하는데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작용을 한다.
흔히 ‘디스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추간판이 여러 원인에 의해 손상을 받거나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나타나는 척추질환이다. 추간판 내부의 젤리 같은 수핵이 탈출하거나 후관절 주위 골극과 섬유륜이 비후돼 주변을 지나는 척추신경을 압박하며 통증과 근력 저하 등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흔히 사용되는 “디스크가 터졌다”는 표현은 의학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탈출한 디스크의 크기가 크거나 위 또는 아래로 전이되는 경우 사용된다.
추간판 탈출증의 치료하면 먼저 수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이재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인 추간판 탈출증은 대부분 주사 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적극적 보존 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이 감소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표증상은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
추간판 탈출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허리 통증과 다리저림이다. 허리 통증만 심하거나 다리 저림만 심한 경우도 있고, 두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다리를 펴서 들어 올리려고 하면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 보행이 어렵고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간혹 하지 근력이 저하돼 발목이나 발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근력 저하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행 시 발과 발목의 움직임이 제한돼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넘어지는 일도 있고 방치할 경우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추간판 탈출증의 원인은 한두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개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에 생활습관이나 자세(근무조건)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력 역시 추간판 퇴행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추간판 탈출증의 진단은 증상, 진찰, 단순 X-레이로도 추정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은 MRI(자기공명영상)로 이뤄진다.
환자 70%는 비수술적 치료로 2개월 내 호전
추간판 탈출증의 치료는 안정과 휴식,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대표되는 비수술적 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환자의 70% 이상이 비수술적 요법으로 보통 2개월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통증이 심하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주사 치료, 시술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는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 저하가 발생한 경우로 전체의 3~5%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수술을 무조건 피하는 것 역시 답은 아니다. 이재원 교수는 “허리 수술은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꼭 필요한 경우에도 수술적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수술이 크고 부작용이 많다는 오해 때문이다”라며 “최근에는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척추 내시경 수술 등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고 발전하면서 좋은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눈길’
특히 최근 눈길을 끄는 수술은 척추 내시경 수술이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작은 구멍 1개 또는 2개를 이용해 수술이 이뤄지는데, 근육의 손상이 거의 없고 주변 조직을 잘 보존해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예전에는 절개해서 수술하던 것을 구멍만 뚫어 수술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질환에 따라 양방향이나 단방향으로 수술한다. 수술을 위해 구멍을 두 개 뚫는 것이 양방향이고, 구멍을 한 개만 뚫는 게 단방향이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어린이 측만증이나 성인 척추변형 등 특별한 질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이재원 교수는 “척추 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예전에 일부 병원에서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경우에도 수술을 하거나 척추 수술 후 생기는 통증(근육 손상)과 합병증(감염)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절개 하지 않고 두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하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나 감염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했다.
추간판 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허리 운동을 지속해서 하는 것이 좋다. 20~30분가량 평지나 낮은 언덕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자유형이나 배영 중 편한 것) 등 유산소운동 역시 권장된다. 또 올바른 허리 사용법을 익히고 습관화하는 것도 추간판 탈출증 예방에 중요하다. 이재원 교수는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특히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라며 “허리와 등 근육이 튼튼하면 일어날 때 척추에 지지하는 하중을 분담할 뿐 아니라 허리를 움직일 때 척추의 후관절 등 주변 조직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허리와 등 근육을 튼튼하게 관리하면 허리에 발생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2026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초고령 사회.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많다. 개인, 사회, 국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우선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시니어 전문잡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5년 전부터 건강과 에이지리스에 대한 헬스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은 전문잡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5회째를 맞는 올해는 ‘액티브 시니어 시대의 해피에이징’이라는 주제로 9월 22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유튜브 채널 ‘브라보 잼잼 TV’를 통해 세미나 내용이 송출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임을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세미나를 웨비나 방식으로 변경 진행했다. 품격 높은 세미나를 위해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국내 대표 인플루언서 다섯 분이 초빙돼 활기찬 노년에 관한 강연이 시작되었다.
1부에서는 정신과 의사이며 노년에도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 의사 이시형 박사가 ‘최고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박사는 서두에서 우리나라 ‘코로나19’의 방역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면역력 향상에 대한 관리는 다소 부족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쥐들을 섭씨 2℃의 추위에 노출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휴식이라는 시간을 적절히 줬더니 오히려 추위에 더 강해졌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인간에게도 적절한 스트레스와 휴식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인식하거나 즐기면서 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도 했다. 어부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취미로 즐기는 낚시꾼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것이다. 이 박사는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남들과 경쟁이나 내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결과에 너무 집착하면 조급, 무리, 부정을 저지르게 되니,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삶을 살아야 떳떳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했다.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정직한 삶을 살아야 건강하다는 얘기였다. 또 직장에서는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만 직장이 있어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부에서는 대한민국 최초의 의사 출신 의학 전문기자인 홍혜걸 박사가 ‘팬데믹 시대,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의 첫머리에서 홍 박사는 자신을 애연가로 소개하면서 어느 날 폐를 CT로 찍어봤는데 흰 빛깔의 작은 징후가 발견된 얘기를 해줬다. 괜찮다는 의사의 말만 믿고 술과 담배를 계속하면서 지내다가 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느끼고 술과 담배를 끊고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전한 생활 덕분에 그 후 더 이상 암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홍 박사는 코로나19 시대에는 편안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박을 해서 돈을 땄을 때처럼 흥분해서 날뛰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삶을 살면 안 되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스르르 잠이 오며 행복해지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얼룩말은 주변에 사자들이 우글거리지만 맹수가 덤벼들기 전까지는 유유자적 풀을 뜯는 삶을 살기 때문에 위장이 늘 깨끗하다고 한다. 홍 박사는 승부에서 이기려고 흥분해서 날뛰는 아드레날린의 삶은 인간을 빨리 죽게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살려면 착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과감히 정리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단순하고 진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홍 박사는 특히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기억에서 정리하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사례를 얘기해줬다. 애완견을 키우면서 생활의 제약을 받는 것도 많지만 새로운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또 빌 게이츠가 쓰는 휴대폰이 유별난 제품이 아니니 더 이상의 부를 좇지 말고 좋아하고 행복해지는 일을 하라고 했다. 좋은 차를 타면서 아픈 사람보다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거라는 얘기였다.
제3부에서는 59세에 대장암과 신장암을 이겨낸 산부인과 의사 ‘산타홍클리닉’ 홍영재 원장의 ‘뷰티풀에이징 라이프’라는 주제의 강연이 시작됐다. 홍 박사는 행복한 삶, 건강한 삶을 늘 생각한다며 잠을 잘 자는 삶, 세로토닌적 삶을 강조했다. 잘 웃고 하루에 열 번, 스무 번 감사하다는 말을 사람과 물건에게 하면 뇌에 긍정적인 회로가 생겨 행복해진다고 했다. 인간의 건강은 95% 감정에 달려 있어 흥분하지 않는 편안한 감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물의 색에는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컬러푸드를 염두에 두고 음식을 섭취하라고 강조했다. 붉은색의 토마토, 수박이 몸에 좋고 노란색의 호박은 해독의 왕. NASA의 우주식량으로 각광을 받는 고구마는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황금덩어리에 비유되는 청국장은 혈관을 청소하고, 맵고 달콤한 양파와 암을 잡는 자주색 가지도 좋은 식재료라고 추천했다.
4부에서는 한창 자생한방병원 원장이 ‘젊은 척추, 섹시한 척추, 건강한 척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한 원장은 시니어에게 흔한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무릎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을 수술 없이 한방으로 치료하는 한의사다. 척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척추는 모두 23개 관절의 복합체로 우리 몸을 지탱하는 뼈대다. 퇴행성이 진행되면 척추디스크는 줄어들고 수액이 흘러나온다. 이 과정이 더 진행되면 척추협착증까지 진행된다. 진단 결과를 보고 치료 방법을 논하기 전에 왜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 그 원인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걷기란 참 좋은 운동이지만 제대로 걷지 않으면 골반도 굳어지고 허리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잘 걸으려면 배에 힘을 주고 허리를 반듯하게 하고 걸어야 한다. 한 원장은 시니어들은 물에서 걷는 것이 좋고 음주와 흡연은 척추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또 뼈 건강을 위해 단백질을 챙겨먹어야 하는데 소화기능이 약한 시니어는 어류나 두부를 먹으라고 했다. 한 원장은 특히 무엇을 먹고 좋아졌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면 척추의 퇴행은 필연이다. 잘 때는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이 척추에 좋다.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사용해 거북목 환자가 많다는 점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5부에서는 배정원 행복한 성문화센터 대표이자 대한성(性)학회 회장은 ‘브라보 마이 러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시니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하며, 섹스에 대한 오해 등 ‘성과 인간’에 대한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들려줬다. 강의 첫머리에서는 젊은 여자를 탐하는 신윤복의 춘화도를 사례로 들면서 복상사 이야기, 젊은 여종을 통해 회춘을 꿈꾼 양반들의 생활상을 그림을 통해 소개했다. 배 원장은 노인의 성이라고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노화는 시간 경과에 따라 일어나는 1차 노화와 흡연, 운동 부족 등으로 일어나는 2차 노화로 구분되는데, 개인에 따라 성적 능력도 달라질 뿐이라고 했다. 성적 능력은 나이보다는 개인의 건강이 좌우한다는 얘기였다. 노인이 되면 성욕과 오르가즘이 저하하고 윤활액도 감소하지만 애정 표현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노년은 성 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에 성적 흥분이 약해지는데 오르가즘 빈도가 높은 사람이 수명도 길다고 했다. 또 규칙적인 성 생활은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자존감을 고양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혼자가 된 시니어의 경우 성적 파트너가 없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과 섹스를 할 때는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이 꼭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유산소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담배와 술은 줄여야 한다고 했다. 용불용설이 성 생활에도 적용되므로 양보다 질적인 성 생활을 주문했다. 손을 잡아주고 애무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인체의 면역력이 증가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사람이 더 필요한데, 성 기능 향상을 위한 보충 음식이나 시판되는 약들도 적절히 사용하면 좋다고 했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하는 웨비나는 디지털 서비스를 잘 다루는 액티브 시니어들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강의 중 질문을 남기면 강의 말미에 맞춤 답변을 해줬다. 온택트가 미숙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강의 내용은 유튜브를 통해 반복해 들을 수 있어 학습 효과를 높여줬다. 나도 세 번을 반복해 들으면서 확실히 이해를 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해피에이징’, ‘액티브에이징’, ‘스마트에이징’의 나이 근육을 키워주고 대한민국 시니어의 삶을 응원하는 ‘헬스 콘서트’가 100회를 넘어 쭈욱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