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30일로 해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지 3년여 만이다.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 수준으로 완화돼 ‘민얼굴의 자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반면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감염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도 확산 조짐을 보여 호흡기 질환 예방 및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천안자생한방병원 문자영 병원장의 도움말로 호흡기 건강 걱정을 한방에 날리는 건강 지압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 건조한 겨울철 코점막을 촉촉하게 하는 ‘영향혈’ 지압법
마스크 해제 후 외부 비말 침투나 확진자와의 접촉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호흡기의 습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마스크는 바이러스, 세균 등 병원체의 침투를 막는 역할 뿐만 아니라 호흡기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역할 또한 수행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호흡할 경우 내쉰 숨이 마스크에 갇혀 수분의 증발이 감소하게 된다. 이 덕분에 겨울철 건조해지기 쉬운 코점막이 촉촉하게 유지되며 먼지를 호흡기 밖으로 밀어내는 섬모 운동도 활발해진다. 또한 바이러스는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호흡기의 습도를 관리하면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에도 호흡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코 주변을 틈틈이 지압하는 등 일상 속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도움이 되는 혈 자리 중 하나로는 양쪽 콧방울 옆에 있는 ‘영향혈(迎香穴)’이 있다. 영향혈을 양손 검지로 10회 정도 꾹꾹 눌러주면 코 주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콧속의 건조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 찬 바람에 심해진 기침과 칼칼한 목 진정시키는 ‘천돌혈’ 지압법
겨울철 건조해진 입과 코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잦은 기침도 유발한다. 건조하고 예민해진 점막이 찬 바람에 자극을 받으면, 쉽게 기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연일 이어지는 영하권 날씨 탓에 칼칼해지기 쉬운 목 건강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목을 진정시키고 기침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따뜻한 차를 권한다. 체내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면 호흡기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목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도라지차와 같은 한방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도라지의 경우 기관지 점액 분비를 촉진하는 안토잔틴 성분이 풍부해 기침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단, 커피나 녹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차는 체내 수분을 배출시키는 이뇨 작용을 하므로 섭취 시 주의하도록 한다.
찬바람 탓에 기침이 심해졌거나 재채기가 좀처럼 멎지 않는다면 ‘천돌혈(天突穴)’을 지압하는 것도 간단한 응급처치가 될 수 있다. 양쪽 쇄골이 마주하는 중간지점에 있는 천돌혈을 검지로 지그시 누른 채로 10초간 문지르면 기침 완화에 효과적이다.
◇ 독감 급증에 커지는 우려 속 감기 예방에 효과적인 ’대추혈’ 지압법
독감 등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속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한 우려가 큰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한 빅데이터 서비스기업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치에 반대하는 이유 중 '감기, 미세먼지, 알러지 등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49.1%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호흡기 질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라면 ‘대추혈(大椎穴)’ 지압이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추혈은 고개를 앞으로 숙였을 때 목 뒤 뼈 중 가장 높게 튀어나온 곳의 바로 밑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대추혈 주변을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부드럽게 누르거나 문지르면서 15초간 지압하면 신진대사를 촉진해 면역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만약 미열이 나거나 기침 빈도가 잦아진 경우에는 한약 처방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의학에서는 개인별 증상에 따른 한약 처방으로 증상을 완화하며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금수육군전이나 소청룡탕 등이 있다. 특히 금수육군전의 주요 한약재 중 하나인 반하는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감기 증상 완화에 알맞다.
천안자생한방병원 문자영 병원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나타나는 점진적인 변화 속 그에 알맞은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라며 “마스크를 벗더라도 손 씻기, 환기 등 일상 방역 및 위생을 지키고 호흡기 관리에 나선다면 일상 회복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이 내년 2월까지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한다. 지난해 한랭질환자의 절반 가량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질병청은 지난 절기(2021~2022) 한랭질환자 집계 결과를 소개하며 내달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는 매년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시행된다. 전국에서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관할 보건소와 지자체, 질병청 등과 협력해 응급실에 내원하는 한랭질환자를 파악·신고해 한파로 인한 건강 영향을 감시한다. 올해는 492개 기관이 참여한다.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 원인이 돼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질환으로 저체온증과 동상, 동창(추위로 피부에 생기는 피부조직 염증반응)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감시체계에는 2020년(433명)보다 30.7% 감소한 300명이 한랭질환자로 신고됐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47.0%로 절반 수준이었고, 남성(71.3%)이 214명으로 여성 86명보다 많았다.
환자의 77.7%는 저체온증 증상을 보였고 지역별로는 경북(42명·14.0%), 경기(35명·11.7%), 강원(28명·9.3%), 경남(26명·8.7%) 순으로 신고가 많았다. 길가, 주거지 주변, 산 등에서 실외 활동 중에 발생한 사례가 대다수였지만, 실내 및 집에서의 발생한 사례도 12.3%였다.
주로 기온이 낮아지는 오전 시간대(0~9시)에 42%에 한랭질환이 발생했다. 또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에 온 환자의 22.3%(67명)는 음주 상태였다. 한랭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9명으로, 사인은 모두 저체온증으로 추정됐다.
한랭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 적정온도(18~20℃)를 유지하고, 외출 시에는 체감온도를 사전에 확인해 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게 좋다. 내부 장기나 근육에서의 체온인 ‘심부 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주고 젖은 옷은 벗겨야 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 119에 신고하고 의식이 있을 때는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이는 것이 권고된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올겨울은 기온 변화가 크고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기상청의 겨울 기후전망에 따라 갑작스러운 추위로 인한 한랭질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실내 적정온도를 18∼20도로 유지하고 외출 전에 체감온도를 확인하는 등 한랭질환 건강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미술관은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자유롭게 개방된 화랑유원지 내부에 위치해 우선 접근이 용이하다. 자작나무 군락 등으로 조경한 공원과 호수가 있어 전원의 맛을 풍기기도 한다. 웅장한 건축물 안팎에 구현한 디테일도 볼거리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 옹골진 게 많은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난항을 겪었다. ‘마스크프리 세상’이 머잖은 요즘은 상황이 밝아졌다. 강민지 큐레이터에 따르면, 최근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게, 흔히들 해방감을 느끼며 사적 활동을 늘리는 추세와 함께 미술관 방문자 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을 애호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미술관이 있는 화랑유원지엔 새벽부터 밤까지 운동과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실로 많다. 하지만 정작 미술관에 입장하는 사람은 적다. 미술관 안과 밖의 온도차가 여실하다. 숙고할 대목이다.”
대중은 문턱 낮고, 즐겁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미술관을 원하는데.
“더 친근하고 더 재미있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시회의 품질 향상은 물론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얼마 전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미술관 앞마당에서 버스킹을 펼쳤다. 휴게 공간 강화도 필수다. 이제 미술관은 복합 휴식 공간으로 가야 한다.”
당신은 젊은 큐레이터다. 요즘 청년층이 미술관을 향유하는 경향은 어떻다고 보나?
“작품 감상보다 사진 찍기를 즐기는 것 같다. 그러나 문화와 역사를 알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도 많다. 예술에 호기심을 가진 이도 많다. 이들을 만족시킬 문화공간이 지방 곳곳에 산재하는 현상도 고무적이다. 상당히 긍정적인 징후가 읽힌다.”
전시실을 주로 2층에 배치했다. 반면 너른 1층 공간엔 작은 전시실 하나뿐이라 다소 썰렁하다.
“간척지에 조성한 미술관이라 습기를 면밀하게 고려해야 했다. 전시 작품이 높은 습도에 훼손될 우려가 있어 주 전시장들을 2층으로 올린 것이다. 수장고를 지하층이 아닌 1층에 마련한 이유 역시 습기를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약간 허전한 느낌을 주는 건 맞다. 그래서 1층 로비 바닥에 전시 작품을 깔기도 한다.”
기획전 기간을 길게 잡았더라. 가령 현재 진행 중인 ‘소장품으로 움직이기’전의 전시 기간은 자그마치 1년이나 된다. 안일한 방식은 아닐까?
“한두 달 전시를 하고 작품을 철거하는 방식엔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단기간 전시에 따른 폐기물 발생, 인력 낭비, 비용 등에 문제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가급적 최대한 소모를 아끼자, 미술관끼리 소장품을 공유하자,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게 요즘 미술관들의 고민이며, 전시 기간 확대는 그 실천 대안의 하나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꽃’으로 불린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재미있는 직업이다. 전시회 소개 글을 통해 나름의 생각과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다. 글을 쓰다가도 중단하고 벽에 못을 박으러 달려가야 하는 식으로.(웃음)”
요새 큐레이터가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냐고 묻자, 독일 작가 팀 아이텔을 꼽는다.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시키는 그의 등 돌린 인물 그림이 야기하는 울림이 깊어서라고.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 핼러윈(Halloween)을 앞두고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벌어졌다.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참사 다음 날인 30일부터 오는 11월 5일 밤 24시까지 일주일이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됐다.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핼러윈은 무슨 날이길래 매년 이태원에 사람이 몰릴까. 핼러윈은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 전야제(All Hallows’ Day evening)의 줄인 말이다. 매해 10월 31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축제를 즐긴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중세 유럽에서 켈트와 가톨릭 신앙이 혼합된 형태의 축제였다. 이후 1840년대 아일랜드인이 대기근으로 미국에 대거 이주하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유령을 쫓기 위해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의상을 입는 켈트족의 풍습이 미국으로 전파됐다. 유령이나 괴물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은 핼러윈에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다. ‘Trick or Treat’이라고 외치는데,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초반 본격적으로 핼러윈 문화가 전파됐다. 외국 유학생, 외국인 강사 등이 영어유치원, 영어학원 등에서 핼러윈 문화를 소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이 모여 사는 이태원을 통해서도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가 빠르게 전파됐다.
외국인들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모여 소규모 파티를 즐겼다. 이태원은 특히 클럽 문화가 발달해, 외국인들은 핼러윈 때 유령·해적·마녀 등 독특한 의상을 입고 이 지역 클럽을 찾았다. 이를 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코스튬 문화가 빠르게 퍼졌다. 해를 거듭할 수록 참여 인원이 많아지고, 축제의 규모가 커졌다.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독특한 분장을 하고 이태원 클럽을 찾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MZ세대의 젊은이들이 여의도 불꽃 축제를 즐기고, 크리스마스에 사람이 많아도 명동 거리를 걷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일상에서 벗어나 핼러윈을 즐기는 젊은이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핼러윈은 10월 31일이지만 앞선 주말에 이태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린 ‘야외 노마스크’ 행사였다. 오랜만에 빗장이 풀리자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폭 3.2m짜리 내리막 골목길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에서 건강관리에 취약한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자동 전자혈압계와 미세먼지 마스크 등을 보급한다.
이번 지원의 우선 제공 대상은 만 55세 이상 야간작업이 많은 근로자, 배달‧대리운전 등 플랫폼 노동자다. 플랫폼 노동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로, 과로사 등 업무상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
이번 지원은 공단의 ‘직종별 건강진단 비용지원’ 수진자를 대상으로 한다. 공단의 예산 지원을 받아 실시한 건강진단 결과 뇌심혈관질환 등이 우려돼 사후관리가 필요한 근로자에게 전달된다. 자동전자혈압계는 택배기사, 배달종사자, 대리운전자, 온라인 배송기사, 화물차주, 건설기계운전자 등 6개 직종 근로자를 대상으로 약 2000여개가 지원될 예정이다.
환경미화원, 택배 및 퀵서비스업, 가스배관 등 설치 관련업종 등 옥외 작업이 많은 근로자를 대상으로는 KF94 마스크를 보급한다. 산재예방 기술지원을 실시하는 민간위탁기관을 통해 옥외 작업을 주로 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1만 개소, 5만여 명의 근로자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민간위탁기관에서 해당 사업장을 방문해 미세먼지의 유해성, 건강장해 예방조치,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 교육도 실시한다.
공단은 앞으로 건강진단 결과 고위험군에 대한 정밀 건강진단을 추가로 시행하는 것과 별도로 자동 전자혈압계를 지원해 자율적인 건강관리와 ‘직종별 건강진단’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방침을 밝혔다.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취약계층과 옥외 작업자 등 건강 사각지대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O₂, 산소, 원자 번호 8, 화학 산소족에 속하는 비금속 원소, 공기의 주성분이면서 맛과 빛깔과 냄새가 없는 물질. 호흡과 동식물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기체라는 사전적 의미의 산소. 강원도 홍천에 산소길이 있다. O₂길. 마스크 때문에 마음껏 숨 쉴 수 없어 미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수타사 산소길이 떠올랐다.‘그래 이번에는 산소길이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홍천의 수타사 산소길은 1~4코스로 총 4개 코스가 있다. 수타사 산소길을 걷는다고 하면 대부분 1코스를 말하는데, 수타사 주차장에 주차하면서부터 걷기가 시작된다. 인근에 오토캠핑장까지 있어 주말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공작산 생태숲 산소길 코스는 3.8km로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수타사-공작산 생태숲-귀소(출렁다리)-용담-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이다. 걷기에 따라 1~2시간 정도 걸리지만, 수타사 경내를 천천히 돌아보고 숲길을 걷다가 쉬다가 느긋하게 숲멍도 한다면 3시간도 금방이다. 참 여유롭게 돌아보는 산소길 트레킹이다.
눈을 들어보니 해발 887m의 공작산이 날개를 펼친 듯 에워쌌다. 깊은 골짜기 위로 봉우리들이 겹겹이 솟은 모습이 공작새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공작산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다. 그 산 아래 수타사 가는 길이 반기듯 쭉 뻗어 있다. 산소길 초입에 천년 고찰 수타사의 품격을 거친다는 것, 시작부터 차분히 숨 고르기를 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건 당시에는 우적산 일월사(日月寺)였다가 공작산으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로, 다시 새 한자인 수타사(壽陀寺)로 바뀌었다. 수타사 옆의 용담에 매년 승려들이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잦아 목숨 ‘수’(壽)로 바꾸었다고 한다. 예스러움이 물씬 전해지는 절의 분위기가 꾸밈없이 단아하다. 옛 모습을 품고 있는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에서도 위엄을 보여준다. 한나절 푹 퍼질러 앉아 목탁 소리 들으며 쉬면 좋을 깊은 산속 절이다.
수타사를 나오면 바로 공작산 생태숲이다. 생태숲 자리는 예전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었는데, 이제는 동식물의 서식 환경을 보호하고 다양한 생태체험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태연못 탐방로로 온통 연잎으로 뒤덮인 연밭이다. 그 사이로 놓인 부드러운 곡선의 데크 위를 걷는 이들의 풍경이 그림 같다.
산소길은 대부분 흙길이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깊은 숲속이다. 오래된 홍우당 부도가 숲길 옆으로 자연스럽게 나란하다. 부도는 부처나 승려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신 탑이다. 그 길을 지나면 정말 빽빽한 숲속이다. 폭도 좁아서 나란히 걷기보다는 홀로 걷기 좋으니 숲을 자연스럽게 즐기면 된다. 막상 숲에 들어서면 마치 밀림에 온 듯 오래된 숲속 풍경에 놀란다. 얼기설기 나무줄기가 양쪽으로 서로 얽혀 고개를 숙여 지나가야 하고, 빼곡한 나무 사이로 하늘이 빼꼼히 보이는 것 또한 깊은 산중에 파묻혔음이 느껴진다. 걷기 좋은 완만한 오솔길이 계속 이어진다. 어느 순간 새와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자연 속에 내가 있다. 짙은 풀 냄새가 나를 둘러싸고, 비로소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 초록이 가장 초록다운 숲이다. 싱그러움이 가슴속 가득 찬다. 역시 산소길이다.
수타사의 산소길은 인근 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홍천 읍내로 장 보러 가던 길이었다. 그 길을 걷다가 쉬어 가라고 쉼터가 있지만 힘들 것 없으니 그냥 계속 천천히 걷게 된다. 신봉마을을 반환점 삼아 돌며 시골 마을의 평온함도 얻는다. 수타사 계곡이 흐르는 출렁다리 소 구간에서 물소리 들으며 멍하니 쉬면 된다. ‘’은 소나 말 등의 가축에게 먹이를 주는 여물통인 구유를 뜻하는 강원도 방언이다. 계곡이 마치 구유처럼 생겼다 해서 소라 불린다.
나무가 바람에 사사삭 흔들리는 나즈막한 소리,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 숲 내음, 흙 내음, 초록의 색감만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한참을 걸었어도 가뿐하다. 후텁지근하고 끈적이던 더위도 잊었다. 숲이 깊어 햇빛도 저만치에 있다. 산소길에선 다만 마음껏 숨 쉬고 청량한 산속의 운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초록을 실컷 눈에 담았다. 천천히 한숨 돌리며 용담에 다다르니 계곡 쪽으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줄을 이어놓았다. 바위와 물의 깊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부터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넣어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메워져 평범한 소(沼)의 모습이다.
운동화를 툭툭 털며 산소길을 내려가다 옆길로 고개를 돌려보니 산림치유쉼터의 숲속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그야말로 신선놀음 중이시다.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 숲속에 쉼터와 명상 공간이 마련되어 시원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모습이다. 어딜 보아도 산소 뿜뿜. 보는 사람 마음도 시원하다.
홍천의 자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홍천을 다녀보면 무궁화 꽃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마을길에서도 볼 수 있지만 무궁화공원, 무궁화테마파크, 무궁화수목원, 체험관 등 온통 무궁화 꽃 도시다. 이는 홍천군이 우리나라 무궁화 메카로 선정되어 무궁화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자 조성됐기 때문이다. 무궁화 명소인 홍천의 무궁화수목원을 찾았을 때는 꽃이 한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무궁화수목원은 국내 최초로 무궁화를 테마로 조성한 공립수목원으로,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 사랑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각 테마별로 남궁억 광장, 무궁화 조형물, 품종원, 미로원과 16개의 주재원을 비롯한 숲속 산책로, 숲속 도서관 등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특히 무궁화가 한창 피어나는 8월에는 ‘나라꽃 무궁화 홍천 축제’가 열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수목원 입구에 길게 이어지는 280m 산책로 끄트머리에 위치한 무궁화(Rose of Sharon)의 집이 연출하는 풍경이 시선을 끈다. Rose of Sharon. 서양 사람들은 무궁화를 이렇게 부른다. 샤론의 장미는 성스럽고 선택받은 곳에서 피는 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나라꽃이 우리 민족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희망의 빛이 되기를 소망했다는 설명이다.
무궁화의 집을 둘러싼 푸른 들판엔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었다. 무궁화와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난 들판의 풍경은 홍천의 핫플레이스 예약이다. 현재 야간 경관 조명으로 은하수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연출되어, 데이트 커플들이 찾아오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곳이다.
홍총떡과 올챙이국수
홍천의 맛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서민 음식 홍천메밀총떡(홍총떡)은 시장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홍천의 메밀로 만든 반죽을 얇게 부쳐서 준비한 소를 넣고 드르르 만 홍총떡은 홍천의 대표 향토음식이다. 구수하고 개운한 김치나 무채 양념의 순한맛과 매운맛, 강원도 제철 나물이나 시래기를 넣은 나물맛으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홍천중앙시장에 가면 총대를 닮아 총떡이라는 홍총떡과 메밀전, 올챙이국수 등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또 한 군데, 전직 청와대 셰프가 운영한다는 음식점에서 명태회막국수와 낙지만두도 먹어볼 만하다.
홍천 여행
수타사 산소길 :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 덕치리 5-3
교통 : 수도권 기준 자동차로 약 두 시간. 대중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홍천종합버스터미널까지 약 한 시간 반 소요
홍총떡 : 홍천중앙시장 및 홍천 각 관광단지에서 판매. 홍천 오일장 1, 6일. 장날 아니어도 홍총떡은 영업 중
경로의 날 일본 시니어세대가 올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여행의 인기가 높아졌다.
오는 9월 19일은 일본 공휴일의 하나인 경로의 날(敬老の日)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에 힘쓴 노인을 경애하고 장수를 바란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는 집안의 친척뿐 아니라 알고 지내는 노인들을 찾아 뵙고 안부를 묻거나 선물을 한다.
꽃배달 서비스 회사 ‘하나큐피트’(花キューピット)는 55세 이상의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경로의 날에 받고 싶은 선물’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경로의 날 받아 기뻤던 선물 1위는 과자 등의 식품(33%)이었다. 2위는 꽃(18%), 3위는 여행(17%), 4위는 전화 혹은 편지(11%), 5위는 의류나 액세서리 등의 패션 제품(10%), 마스크 등의 위생 상품(4%)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받고 싶은 선물을 물었을 때는 순위가 조금 달랐다. 1위는 과자 등의 식품(31%)으로 같았지만 2위는 여행(23%)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으나, 최근 그 영향이 줄자 여행을 원하는 시니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스크 등의 위생 상품을 원한다(8%)는 응답이 5위로 의류나 액세서리 등의 패션 제품(3%, 6위)을 웃돌았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 시 마스크 등을 자주 사용하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꽃 선물의 경우에는 꽃바구니(25%)나 꽃다발(20%)보다 화분(27%)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중에서는 보기에 예쁘면서 달지 않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화과자가 가장 인기 있으며, 평소 먹을 수 없는 음식이나 영양가 높은 음식 선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기프트몰’ 매출 데이터로 본 ‘경로의 날 받고 기쁜 선물 인기 순위’)
경기도가 50~60대의 노후 설계, 평생교육, 취·창업 등을 지원하는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기존 용인과 포천에 이어 화성, 의정부, 양주, 안성, 양평에도 추가 설치한다. 이로써 경기도는 모두 7개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운영하게 된다.
경기도는 8월 1일부터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 하반기 교육생 1092명을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교육 과정도 다채로워졌다.
앞서 경기도는 2021년 5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대학에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설치했다. 중장년을 위한 전용 활동 공간으로 재사회화 교육, 취업․창업 관련 전문교육 등 고품질 교육과정과 상담, 소통·휴식,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도는 사업 첫해 남부권역 강남대학교(용인)와 북부권역 대진대학교(포천)에서 반기별 교육생 250여 명 규모로 행복캠퍼스를 운영했다. 설문조사 결과 교육생 93% 이상이 만족해 교육 기관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도는 지난해 시‧군 신청을 받아 화성, 의정부, 양주, 안성, 양평에 시‧군 직영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도 직영인 강남대와 대진대는 운영비를 100% 도비로 하며, 시‧군 직영은 도비 50%와 시‧군비 50%로 운영한다. 각 시‧군에서 공모로 선정된 대학교는 화성 협성대, 의정부 경민대, 양주 서정대, 안성 한경대, 양평 아신대다.
시‧군 직영을 포함해 7개 행복캠퍼스는 올 상반기부터 교육과정을 운영했으며, 휴식‧소통 공간 등을 8월까지 조성 마무리해 하반기 교육과정부터 정식 개소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교육과정은 반려식물, 치매예방지도사, 문해강사 양성, 유품정리사 등 53개 과정과 종합상담,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한다.
교육생 모집 규모는 지난해 250명에서 4배 늘어난 총 1092명이다. 주민등록상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50~64세(1972~1958년) 중장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이나 일부 재료비, 자격증 취득비용은 유료다.
교육 기간은 8월부터 11월까지 대면 교육으로 진행되며,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교육과정과 세부 일정은 행복캠퍼스별로 달라 각 대학교 누리집이나 모집 현황을 확인하고 해당 중장년 행복캠퍼스로 문의하면 된다.
조태훈 경기도 노인복지과장은 “50~60대의 재도약과 종합적 지원을 위한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장년의 높은 교육 수요를 고려해 내년에 행복캠퍼스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 당국이 고위험군 보호에 나섰다. 지난 4월 30일부터 허용됐던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면회를 다시 중단하고, 4차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늘부터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면회가 중단된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조정해왔던 감염취약시설 면회는 약 석 달만에 다시 중단됐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다수 밀접해있는 요양병원‧시설에서는 최근 4주간 총 24건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400명이 확진됐다.
정부는 또한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4차 접종에 참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구성원 약 151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차 접종군 감염 예방효과는 20.3%, 중증화 예방효과는 50.6%, 사망 예방효과는 53.3%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재유행에 대비해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한 중증‧사망 예방을 목적으로 세부 접종 계획을 세웠다. 50대 연령층 전체,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장애인‧노숙인 생활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중 3차 접종을 완료하고 4개월(120일)이 경과한 이들이 권고 대상이다.
4차 접종 기저질환자 대상 질환은 다음과 같다. 만성폐질환(천식, 간질성폐질환, 폐색전증, 폐고혈압,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 심장질환(심부전, 관상동맥질환, 심근병증, 허혈성심질환, 심장판막질환, 선천성심장병), 만성간질환(간경변, 비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질환, 자가면역성 간염), 만성신경계질환(치매, 파킨슨병, 중증근무력증, 근육병, 다발성경화증, 뇌성마비 및 기타 마비성증후군, 간질), 자가면역질환(전신성홍반성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뇌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암, 낭포성섬유증, 당뇨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BMI지수 30 이상의 비만, 활동성 결핵이다. 이외에도 상기 기준에 준하는 기저질환자 및 면역저하자로서 4차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접종 가능하다.
현재 미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4차 접종 대상 확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호주에서는 BA.4, BA.5 신규변이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4차 접종을 50세 이상 성인에게 권고하고 있다.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도 4차접종의 효과성을 증명해냈다. 캐나다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캐나다 온타리오주, 626개 장기 요양시설 60세 이상 거주자 6만 1344명)를 대상으로 한 4차 접종 효과 분석 결과, 백신 효과는 매 접종마다 증가했으며 미접종자 대비 4차접종의 감염 예방효과가 49%, 중증(입원 또는 사망) 예방효과가 86%로 나타났다.
한편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초에 집계된 국내 신규확진자의 약 97%는 과거 코로나에 한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디언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재택근무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중단되면서 기존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고령층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증상이 약해 재감염 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남경주(58)는 자타 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다. 그가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오른 지도 벌써 약 40년. 강산이 네 번 바뀐 시간에도 무대 위의 남경주는 나이 들지 않았다. 한결같은 에너지를 자랑한다. 비결을 묻자 그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화려한 무대를 벗어나 마주한 진짜 남경주는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랑꾼임을 알게 됐다.
“제가 오랫동안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해요. 좋아하는 일을 만났기 때문이죠. 그래서 질린 적도 없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거예요. 하나 더 말해보자면 창조적인 습관을 잘 길러놓았고, 늘 호기심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혼한 후부터 제 삶의 원동력인 가족도 한몫 하고요.”
남경주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공연계에 입문했다. 뮤지컬 데뷔는 서울시립가무단 시절인 1984년 출연한 뮤지컬 ‘포기와 베스’다. 이어 그는 데뷔 초 뮤지컬 ‘가스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1990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90년대 당시 남경주의 인기는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았다. 꽃미남 외모에 연기력까지 겸비한 그를 보고자 공연장에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팬클럽까지 생겼다. 뮤지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는 평을 받은 남경주는 최정원과 함께 ‘뮤지컬 1세대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저는 1세대가 아니라 1.5세대”라고 생각을 밝혔다.
“항상 저는 1세대가 아니라고 해요. 우리 형님(남경읍)도 계시고, 형님 위에 선배님들도 계시죠.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최초로 했던 그분들이 1세대인 거죠. 뮤지컬 대중화 1세대라고 할 수는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우리 후배들이 2세대고, 저는 1.5세대라고 생각해요. 비유를 해보자면 저는 밭을 일궜고, 후배들이 비옥해진 토양에서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선배로서 느끼는 책임감은 매우 크죠.”
벌써 네 번째, ‘넥스트 투 노멀’
대배우인 남경주에게도 코로나19의 충격은 컸다. 처음 겪어보는 일의 연속이었다. 예정된 공연이 갑자기 취소되고, 1년 넘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직업을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은 이루 말하지 못할 정도였다.
“코로나19로 배우들은 자의식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는데 풍경이 생소했어요. 관객들이 띄어 앉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반응이 잘 느껴지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 연기에 몰입되지 않고 어렵더라고요. 우리가 뭔가 잘못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고요.”
남경주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무대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그는 이번 달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관객과 만난다.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이번이 네 번째 시즌으로 7년 만의 귀환이다. 초연부터 ‘넥스트 투 노멀’에 출연하고 있는 남경주는 “보통 뮤지컬과 달리 이 작품은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라면서 “우울한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표현한,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남경주는 극 중 아빠 댄 역할을 맡았다. 그의 아내 다이애나는 과거의 상처로 신경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딸 나탈리는 아픈 엄마로 인해 가족에게 소외감을 느낀다. 댄은 아내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헌신하는데, 정작 자신의 상처를 보지 못한다. 가장의 무게가 느껴지는 외로운 캐릭터다.
“저도 꽤 가정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서 댄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내가 병이 있는 아내와 같이 산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을 많이 했죠. 댄이 한시도 아내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관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극 중 댄의 아내인 다이애나 역은 배우 박칼린과 최정원이 연기한다. 남경주는 박칼린과 초연 때부터 부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두말하면 입 아픈 뮤지컬계 콤비다. 남경주가 느낀 박칼린과 최정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칼린 씨는 처음부터 같이했으니까 서로 교감, 호흡이 잘 맞죠. 그리고 저는 칼린 씨가 다이애나 역할의 연기 장인이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저도 도움을 많이 받죠. 정원 씨는 이 작품이 처음이어서 아직은 힘들어해요. 그래서 저를 많이 믿고 있고, 저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죠.”
가족은 나의 힘
남경주는 ‘넥스트 투 노멀’이 ‘가족 힐링 뮤지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역시 연기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저는 가족의 행동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가정 안의 문제가 뭔지, 가족한테 가장 필요한 것이 뭔지 알게 되죠. 공연을 보면서 공감도 하고 펑펑 울면서 힐링도 하셨으면 좋겠어요.”
남경주는 이번 시즌에 특히 감정이입을 하면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 이유는 남경주의 딸과 극 중 딸 나탈리의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 남경주는 2005년 팬으로 만난 연인과 결혼했고, 2008년 딸을 품에 안았다. 남경주는 아빠로서 자신에 대해 “한없이 다정한 딸바보”라고 자평했다.
“우리 딸내미는 제가 조금만 엄하게 얘기해도 아주 싫어해요. 그래서 엄한 얘기는 엄마가 담당하고, 저는 늘 응원해주려고 해요. 딸이 부탁하는 것은 웬만하면 다 들어주고요. 딸은 발레 전공으로 예술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새벽에 집에서 일찍 나가고 방과 후에는 또 학원에 가서 개인 레슨을 받아야 하죠.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알고 보니 남경주도 초등학생 시절 체조를 했다고. 그는 중학생 때 키가 부쩍 크는 바람에 체조를 그만두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고 밝혔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음악도 좋아했던 터라 밴드부 활동을 하고, 고고장에도 자주 놀러 다녔다고 한다.
이후 고등학생이 된 남경주는 마음을 다잡고, 미대 진학을 목표로 미술 공부를 했다. 그러나 결국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로 전공을 바꿨다. 배우로서 넘치는 끼를 막을 수 없었다. 형인 배우 남경읍의 영향도 컸다. 당시 대학생인 남경읍이 연기하는 모습에 매료된 그는 형을 따라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 남경주에게 남경읍은 어떤 존재일까.
“어릴 때는 형님이 아버지 역할을 해주셨어요. 많이 삐뚤어질 뻔한 절 잡아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제가 배우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형님은 미숙한 제가 연기할 수 있게 영감을 준 존재이고, 늘 제 삶의 구심점이 되어준 분이에요. 요즘은 형과 친구처럼 지내요. 자주 만나서 공연 얘기도 하고 일상 얘기도 하죠.”
5남매 중 남경읍은 첫째, 남경주는 셋째다. 남경주는 “둘째 형은 목공 일을 했고, 남동생은 미대를 졸업했다. 막내 여동생은 승무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 집안이다. 그러면서 남경주는 “어머니가 고생하며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셨다”고 말했다. 약사였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후, 어머니가 생선 장사를 하면서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2017년 당시에 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계셨어요. 어머니께서 위독하다는 연락이 와서 공연을 마치고 병원에 갔는데 이미 눈을 감으신 후였죠. 임종을 지키지 못한 거예요. 그때 정말 목 놓아 울었어요. 어머니께서 고생하셨던 게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고요. 그래도 생전에 어머니께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안겨드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형이 문화예술계에서 자리 잡은 공로로 상을 받으신 거니까 어머니가 뿌듯해하셨죠.”
슬럼프 극복 후 롱런하기까지
앞서 말한 대로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은 남경주의 젊은 날은 화려했다. 인기가 많다 보니 여러 방송과 공연에서 남경주를 찾았고, 그의 피로는 쌓여갔다. 이에 남경주는 1997년 돌연 ‘굿바이 남경주’ 콘서트를 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제 몸은 하나인데 부르는 곳이 너무 많았어요. 쇼 프로그램 MC, 라디오 DJ 등 방송 활동도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 조금 넘게 공백기를 갖고 미국에서 공연도 많이 보고 잘 쉬고 돌아왔죠. 무대가 그립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미국 유학은 재충전의 시간이 됐다. 남경주의 진짜 슬럼프는 40대 진입을 앞두고 찾아왔다. “이제 더 이상 젊은 주인공 역을 하기 쉽지 않은 나이가 된 거죠.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주인공만 하던 사람에게 아빠 역할, 조연 역할 제의가 들어오니까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더라고요. 힘이 많이 빠졌어요.”
그때 남경주에게 찾아온 작품이 바로 원조 로맨틱 뮤지컬 ‘아이 러브 유’다. 2004년 초연한 ‘아이 러브 유’는 중형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1200회 공연을 돌파하며 5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작품이다.
남경주는 첫 시즌 594회를 포함해 2009년 앙코르까지, 총 830회 무대에 올랐다. 남경주라는 존재감이 재확인된 작품이다. 그 스스로도 ‘아이 러브 유’를 인생작으로 꼽았다. 더욱이 남경주는 이 시기에 공연 중 프러포즈를 했고, 결혼에도 골인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아이 러브 유’는 에피소드 20개를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이에요. 배우 4명이 60명이 넘는 인물을 연기하죠.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하면서 연기 변신을 했고, 자존감도 되찾았어요. 결혼이라는 좋은 일도 치렀고요. 당시 슬럼프를 잘 극복한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러브 유’ 최장 공연 외에도 남경주가 남긴 기록은 많다. 그는 1995년 백상예술대상에서 뮤지컬 ‘그리스 록큰롤’로 인기상을 받았다. 남경주는 “뮤지컬 배우가 인기상을 받은 것은 최초였다. 그 이후에도 연극 쪽은 수상자가 있었지만 뮤지컬 배우가 수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1997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2005년 한국뮤지컬대상 인기스타상, 2019년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브로드웨이 42번가’, ‘노트르담 드 파리’, ‘위키드’, ‘시카고’, ‘빅피쉬’ 등이 꼽힌다.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롤모델로 꼽는 남경주. 그는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2014년부터 교단에 선 그는 현재 홍익대학교 공연예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남경주는 “뮤지컬 배우는 노래, 연기, 춤 3박자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배우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라고 얘기해요.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장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노래를 아름답게 잘하는 것보다 감정적으로 솔직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공인으로서 책임, 의무감을 갖고 후배한테 좋은 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광대’ 남경주의 롱런에는 이유가 있었다. 관객의 고마움을 아는, 성실한 배우라는 사실이 그의 특별함이었다. 남경주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가정과 내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 배우는 정년이 없기 때문에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살까,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일까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독자분들도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함께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행복은 내가 많이 갖는 게 아니라 남들을 웃게 만들고 나눌 때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