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을 ‘의료쇼핑’이라고 표현한다. 의사를 믿지 않고 쇼핑하듯 병원을 골라 진료를 받는다는 부정적 뉘앙스의 표현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치료를 받아도 낫질 않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해야 한다면 환자는 어떤 마음이 들까.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에서 만난 정순숙(丁順淑·69)씨가 그랬다. 무려 9년이나 떠돌아 다녔다. 채동식(蔡東植·41)교수를 만나기 전까지.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정순숙씨는 평범한 우리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는 중년 여성이다. 식품 유통사업을 하던 남편은 6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두 딸은 결혼을 했고, 직장인인 아들과 인천 원당동에서 지내고 있다.
정순숙씨가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의 일이다. 서울 녹번동에 살 때였다. 처음엔 그러다 낫겠지 했지만 통증이 영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특별히 거친 운동을 한 기억도 없고, 무릎에 무리를 줄 만한 생활도 아니었다. 특별히 무릎을 다칠 만한 사고도 없었다.
9년 동안 병원 3곳 전전…통증은 여전
약국에서 파스를 사다 붙여도 허사였다. 그러다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퇴행성관절염이라 했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이것저것 해봤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양의학으론 낫지 않는가 싶어 이번에 찾은 곳은 한의원이었다. 침도 맞고 한의사가 하자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그래도 역시 성과는 없었다. 무릎 통증은 여전히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다리 모양이 O 자형이라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죠. 여기저기 다 다녀봤는데도 낫질 않으니. 그래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용하다는 강남의 정형외과였어요. 유명한 대학병원 교수님이 강남에 병원을 차렸다고 해서 찾아갔죠. 다행히 그곳에선 차도가 있었어요. 고통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정도는 됐죠.”
물론 의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랐다. 체중이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게 운동을 하라 해서, 동네 구민회관에서 수중에어로빅과 요가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열심히 8년을 다녔다. 집에서 강남까지는 적잖이 먼 거리였지만 무릎을 낫게 해준다는 믿음이 그녀의 다리를 가볍게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마 작년 봄에 꽃놀이 간다고 무리하게 등산을 한 것 때문에 사달이 난 것 같아요. 그래도 6년간은 꾸준히 복용한 약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는데. 작년 6월쯤부터 다시 무릎이 쑤시고 붓기 시작하더라고요. 절뚝거리며 제대로 걷지도 못했어요. 다니던 병원에선 큰 문제 아니라고 하고. 그렇게 괴로워하던 차에 성당 수녀님께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을 추천해 주셨어요. 호스피스 봉사를 위해 다니시는데 좋은 병원이라고.”
O 자형 다리 관절염 피하기 어려워
채동식 교수는 정순숙씨를 전형적인 ‘의료쇼핑’ 환자의 모습으로 기억했다.
“이 병원에 오시기 전까지 많은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거치는 과정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서너 군데 병원에서 진단도 받으시고, 질환을 앓은지도 5년에서 10년 정도 돼서 오시죠. 그런 환자들은 이미 학습이 되어 있어 의학용어도 잘 이해하실 정도예요. 정순숙씨도 그런 전형적인 환자였습니다. 이런 환자일수록 가슴에 쌓인 것이 많아 저도 환자분에게 설명을 상세히 해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당시 정순숙씨는 퇴행성관절염의 마지막 단계, 즉 연골이 다 닳고, 연골판도 없고, 뼈와 뼈가 맞닿아 뼈까지 마모된 상태였다. 골세포가 죽어 그 자리에 구멍이 생겨 뼈가 약해지는 상태가 됐다. 보통 무릎이 아파지면 통증에 익숙해지고, 여기에 진통제 치료 등이 더해지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선택하는 것은 인공관절치환술, 즉 흔히 얘기하는 무릎인공관절수술이다.
퇴행생관절염은 진행 상황에 따라 크게 4단계로 나뉘는데 1, 2단계는 연골이 정상이거나 다소 균열이 생긴 상태, 3단계는 연골이 파괴되어 관절 간격이 좁아진 상태, 4단계는 큰 뼈돌기가 생기면서 뼈가 마모되는 상태를 말한다.
“수술은 좋은 치료법이긴 하지만, 수술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특히 65세 이하의 환자들에겐 문제가 됩니다. 인공관절수술 환자의 20%가 수술한 지 15년 이후 재수술하게 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65세 이전에 수술을 하면 교체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65세 전후로 맞추려 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요즘 시니어들은 워낙 활동적이어서 최대한 본인 관절을 사용하는 기간을 연장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순숙씨같이 O 자형 다리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은 근위경골 절골술이란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O 자형 다리를 인위적으로 반듯하게 펴주는 수술이다. 다리가 휘어 무릎의 안쪽 관절에만 부하가 걸리는 것을, 수술을 통해 안쪽과 바깥쪽 관절 모두에 균등하게 부하가 걸리도록 변화를 주는 것이다.
운동량 줄면 관절염 더 악화
일반적으로 퇴행성관절염의 원인으로는 체중이나 운동 등으로 인한 기계적 마모와 노화로 인해 손상된 연골이 재생되지 않아서, 또는 무릎의 염증이 연골 세포를 파괴하는 것 등이 꼽힌다, 특히 노화와 함께 하체의 근력이 떨어지면 무릎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이런 불안정한 운동이 연골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채동식 교수는 외상 등으로 인해 무릎에 충격이 가해지면 꼭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특히 시니어일수록 말이다.
“정순숙씨처럼 다리가 O 자형인 분들은 퇴행성관절염을 거의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최근에는 수술(근위경골 절골술)을 통해 교정이 가능해졌지만, 그 전까지는 딱히 방법이 없었어요. 대신 무릎 안정성을 키워주는 운동, 무릎에 부하를 주지 않으면서 근력을 강화하는 비체중부하운동을 통해 인공관절치환술 시기를 늦추는 것뿐이었습니다.”
최근에 퇴행성관절염의 치료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연골재생술이다. 아직은 치료비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액이고, 치료제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원래의 연골과 똑같은 조직의 초자연골을 재생해냄으로써 환자의 관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학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퇴행성관절엄은 한 번 발생하면 환자의 활동량을 줄이고, 활동량이 줄면 근육량도 줄어요. 근육량이 줄어들면 대사량이 줄어서 인체 내 면역염증 반응도 약해지죠. 그러면 퇴행성관절염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돼요. 그러다 수술을 미루기까지 하면 시기를 놓쳐 방 밖으로 나오는 것도 힘들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치료를 통해 운동량을 늘리면 면역기능이 강화되어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비체중부하운동을 하며 비타민D 생성을 위해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는 것도 잊지 마시라고 당부드리고 싶어요.”
수술 후 양반다리도 가능해져
정순숙씨가 채동식 교수를 만나고 수술을 결정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병원에 대해 대신 알아봐 준 아들도 병원과 교수님을 마음에 들어 했고, 상담을 통해 신뢰할 수 있겠다는 믿음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 10월 26일 오른쪽 무릎은 튼튼한 인공관절로 교체됐다.
“수술을 막 하고 나서는 고통이 엄청났어요. 누워만 있고 싶은데 수술하고 나서 바로 무릎 꺽기 재활을 해야 한다고 해서, 지팡이를 짚고 움직이려 애썼죠. 매일 수술한 무릎이 열나고 붓기를 반복해서 힘들기도 했고, 물리치료를 위해 아픈 무릎을 움직여야 해서 3개월 동안은 정말 괴로웠어요.”
인공관절이 몸에 적응하고, 몸이 인공관절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처음엔 무릎운동을 위해 고안된 기계에 몸을 맡기기도 했고, 동네 재활의학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조금 익숙해지고 나서는 집에서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이런저런 운동을 스스로 하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가구를 잡고 앉았다 일어났다, 누워서 다리를 굽혔다, 폈다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그 고생을 하고 나니까 이제는 동네 산책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됐어요. 아파트 단지나 동네 주변을 한두 시간 걷는 것도 이젠 거뜬해요.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수술 전에는 아파서 할 수 없었던 ‘양반다리’가 된다는 것이에요. 보통은 수술하고 나면 안 된다던데. 교수님이 수술을 잘 해주신 덕분인가 봐요.(웃음)”
실제로 서양 환자들에 비해 동양 환자들의 무릎 인공관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양반다리’다. 인공관절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좌식문화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정씨의 경우 수술도 매우 잘됐고, 재활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양반다리’는 무릎에 좋은 자세는 아니므로 피해야 한다.
건강한 두 다리로 여행 다니고 싶어
이제 간신히 수술한 다리에 대한 적응을 했지만, 정순숙씨는 또 한 번의 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하지 않은 왼쪽 무릎이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추석연휴 직후에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 고생을 하고 나서 또 수술이라니 맘이 약해지지 않을까 했더니 각오가 대단하다.
“아이를 셋 낳은 엄마로서 수술보다 출산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아픈 수술이에요 무릎 수술은. 그래도 다시 수술을 하고 싶은 마음엔 변함이 없어요. 그만큼 수술 후 달라진 무릎 상태가 무척 만족스러워요. 두 다리가 이렇게 건강해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두 다리가 건강을 되찾으면 무얼 가장 먼저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여행이라고 했다. 아들이 보내줘야 갈 수 있는 여행이라, 어디 한 곳 가고 싶은 여행지를 속 시원히 답하지 못했다. 비행기 멀미가 심한 탓에 외국도 무리다. 그래도 씩씩하게 들과 산을 걸을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지 않을까.
이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정순숙씨의 마음 한구석이 계속 편치 않은 것은 역시 아들 때문이다.
“전부 다 아들 덕분이에요. 수술 전에는 치아가 말썽이어서 임플란트로 아들을 힘들게 했는데, 이제는 양쪽 무릎까지 수술해야 하니 말이에요. 게다가 집에서도 이제 집안 청소는 아들 몫이 됐어요. 제가 불편한 탓이죠. 수술 후에 침대가 편하다고 아들 덕분에 환갑이 넘어 처음으로 침대생활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붕 뜬 기분이더라고요. 이젠 침대가 아니면 잠이 안 오는 체질로 바뀌었어요.(웃음)”
인터뷰 내내 중간 중간 아들 얘기가 나올 때면 정씨의 눈빛은 달라졌다. 고마움에 그리고 미안함이 그녀의 눈을 촉촉하게 만든 것이리라.
그녀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환자들에게 전할 말을 부탁하자 손사래부터 쳤다. 의사도 아닌데 해줄 말이 무엇이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마디 당부의 말을 했다.
“자기 몸은 자기가 관리해야 해요.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가족의 짐이 되면 안 되니까요. 병을 예방하거나, 가진 병을 빨리 낫기 위해서라도 몸 관리에 신경 써주셨으면 해요.”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 한 가지 낯선 현상이 있다. 바로 아토피란 질병인데, 심하면 온몸을 뒤덮으면서 정상적인 생활마저 어렵게 하는 이 질병을 40대 이상의 세대는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만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언제인가부터 이 질병이 떡하니 풍토병처럼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과학자들은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 衛生假說)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은 ‘미생물 공생체 결핍 이론’ 또는 ‘잃어버린 친구 이론’이라고도 불린다. 한마디로 어렸을 때, 흙바닥에서 놀면서 각종 감염성 세균과 기생충 같은 기생체들에게 노출되면서 자란 아이들은 면역계가 이들과 투쟁하면서 자신의 신체조직에 대해서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을 만들어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는 구별을 확실히 하면서 싸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기 때문에 정체성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릴 적부터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난 요즘 아이들은 이런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에 면역계도 특별히 외부 물질과 싸울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피아구분을 잘 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남아돌면서 오히려 민감해진 면역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은 외부 감염에 대해 저항력이 높기 때문에 인체에 유리한 것 같은데, 왜 면역력이 과도해지는 것이 오히려 자가면역질환을 가져오는지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중에 T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 T세포가 외부 이물질에 대해 직접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공격하는 작용을 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T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뿐만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는 물질도 같이 분비하는데, 면역계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생성이 훨씬 증가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 되는 것이다. 이 자가면역질환 중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크론병(Crohn’s disease)이라는 것이 있다.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하는데 구강에서 항문까지의 위장관 전체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다. 복통, 체중 감소, 설사를 끊임없이 일으키며, 한 번 발생하면 평생 동안 지속되면서 장관 협착, 천공(장관에 구멍이 생기는 것) 등의 합병증도 일으킨다. 그동안 이 질환은 서구에서만 흔한 것이라고 알아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싱어송 라이터이자 방송인인 윤종신이 이 병으로 인해 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현재의 치료법은 염증이 일단 발생하면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제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약물 부작용도 심하다.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면 다른 감염증에 대해 취약해지면서 나중에는 결국 장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다.
결국 이 자가면역질환들은 인류가 자연 그대로를 멀리하면서 생겨난 부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시 자연 속에서 답을 찾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크론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선택된 것이 바로 돼지 편충이다. 돼지 편충은 돼지 장내에만 특정적으로 기생하는 기생충인데, 돼지의 맹장이나 대장에서 피를 빨아 먹으면서 3년 정도 머물다가 죽는다. 이 돼지 편충의 알을 한 번에 2500알 정도씩 2주에 한 번 정도 복용하는 것이 치료법이다. 편충 알이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위장에서 부화해 껍질을 깨고 나온 성충이 대장이나 맹장에 머문다. 약간 피를 빨기도 하지만, 결국 전혀 낯선 숙주의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2주 만에 대장 내에서 파괴되어 배설 된다.
그 2주 동안 돼지 편충은 계속 장벽을 자극하고 면역계를 긴장시키면서 면역계와 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계는 새로운 침입자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리고 침입자를 몰아낼 때까지 다른 곳에 전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크론병의 증상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아직 정식 치료법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실험적인 방법이지만, 24주 동안 투여한 결과 80%의 사람들에게서 효과가 있었고, 73%가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돼지 편충은 사람 장속에서는 별로 힘을 못 쓰면서 별다른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없어서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단점도 있다. 편충의 알이 부화되고 자라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조달하기 어려운 관계로 2주에 한 번 먹는 비용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치료법으로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아니랄 수 없다.
2016년에 들어와서는 또 다른 희소식이 크론병 환자들에게 찾아 들었다. 그 중 하나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애기뿔 소똥구리’라는 곤충에서 추출한 물질이 크론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코프리신이라는 것으로서 일종의 항생물질이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코프리신이 장질환으로 손상된 대장 점막세포를 회복시키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대장 상피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정상세포를 증가시키면서 장점막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검증을 거쳐 미국의 유명 학술저널에도 게재되었다.
물론 임상실험을 거쳐 신약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지난한 것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답을 찾았다는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찾은 물질들은 비교적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재생의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국내 연구진도 특정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대장 안에서 면역세포가 염증을 줄여주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기존의 화학적 치료법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투여되는 항생제 등이 오히려 장내에서 사람과 공생하고 있는 좋은 균들을 죽이면서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체와 잘 조화되는 치료법이 발견된다면, 이런 위험도 줄여주어 다시 장 건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자연과 동화되는 방법을 점점 잃어가고, 그 잃어버린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가면역질환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제는 그 잃어버린 자연들이 다시 인간에게 손짓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영양제에 관해서 대중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오해가 바로 영양제는 몸에 좋은 것이기 때문에 약과 달리 잘 챙겨 먹을수록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는 영양제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들도 병을 앓거나 앓고 나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영양제가 언제든지 많이 먹어도 좋은 것일까? 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몸에 좋은 영양제라면 다 챙겨 먹는 것이 어떻든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영양제도 각기 역할이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먹어야 한다.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도움이 되는 영양제도 있고, 거꾸로 질환을 악화시키는 영양제도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많이 알려진 질환들을 대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양제와 오히려 해가 되는 영양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암
일반적으로 암환자들에게는 정통적인 치료법 못지않게 각종 영양제와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의 유혹이 많다. 암세포는 분열 속도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환자의 영양상태가 좋든 나쁘든 간에 똑같은 영양소를 뺏어가므로 암에 걸렸을 때는 체력의 유지와 원활한 치료를 위해서 고영양 식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영양제가 다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엽산 엽산을 복용하면 암으로 발전하기 쉬운 선종성 용종의 발생을 줄여 대장암, 직장암이 적게 발생한다고 밝혀져 있다.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엽산을 고함량 복용하면 자궁경부이형증이 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음주로 인한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을 낮춘다고 알려졌다. 음식 중의 엽산은 단백질이나 당과 결합되어 있어서 몸에 흡수되기 어렵기 때문에 영양제로 보충할 것을 권장한다.
칼슘 대장암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직장암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장의 용종이나 선종성 용종을 감소시키거나 재발을 억제하고 또한 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을 50%까지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비타민D 폐경 이후 여성들이 칼슘과 비타민D를 같이 복용했을 때 암 발생률이 60% 감소했다. 칼슘만 복용했을 때보다 효과가 더 우수했으므로 비타민D가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카로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베타, 알파 카로틴은 폐경 이후 여성의 난소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E 비타민E는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억제하고 소화기관 내에서 니트로사민 같은 발암물질이 생기지 않게 한다. 또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E를 보충하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대장암이나 폐암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또 비타민E 200IU를 10년 이상 복용하면 방광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레늄 항산화 미네랄인 셀레늄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직장암, 식도암, 위암에 대해서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고, 폐암, 전립선암, 피부암 등에 대한 효과는 부정적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항산화 효과는 높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각종 암에 대해서 얼마나 유효하게 억제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편이다.
당뇨병
당뇨병의 치료에 관해서도 알려진 민간요법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 각종 약초에서부터 닭의 쓸개까지, 정말 많은 식품들이 추천된다. 하지만, 당뇨병 자체가 과도한 영양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식이섬유 여러 연구에서 차전자피, 구아검, 펙틴과 같은 식이섬유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있다. 특히 식사 후에 당분이 흡수되는 것을 늦추어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혈액 중의 총 콜레스테롤과 LDL(저밀도 지방 단백질)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 환자에게 발생하기 쉬운 고지혈증도 개선한다. 차전자피의 경우 식후 혈당이 14~20%, 총 콜레스테롤은 9%, LDL은 13%나 감소시켜 준다. 식후 혈액 중의 인슐린 농도도 낮춰 줘 대사증후군이나 성인병의 주된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도 감소시켜 준다. 이외에도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고 변비나 과민성대장증상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여러 용도로 추천된다.
크롬 인슐린의 감도를 높여 혈당을 낮추며 고지혈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인 당뇨병뿐 아니라 당뇨병 전 단계인 고혈당증, 임신당뇨,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한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 당뇨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체중 증가나 체지방 축적을 감소시키는 작용도 한다. 대체의학에서도 크롬이 부족하면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많이 얘기하고 있다. 하루 200ug부터 1000ug까지 권장하는데, 600ug을 넘으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마그네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혈액 중의 마그네슘 농도가 낮다. 따라서 마그네슘의 결핍과 당뇨병이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그네슘을 섭취하면 공복 시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100mg을 더 섭취하면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15%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단 이 결과는 음식으로 섭취한 마그네슘에 대한 결과여서, 영양제로 섭취한 마그네슘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마그네슘은 근육 경련(눈 떨림), 변비, 속쓰림, 신장결석, 골다공증, 두통 등 다방면에 쓰이는 성분이다.
밀크시슬 서양 엉겅퀴 풀이라고도 하는 밀크시슬의 추출물은 원래 간장 영양제나 치료약으로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공복시 혈당, 당화혈색소, 총 콜레스테롤, LDL, 중성지방 등을 모두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밀크시술 추출물은 생약 추출물이기 때문에 원료의 처리 과정부터 완제품 제조까지 완벽해야만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할 수 있어, 불확실한 건강기능식품보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글루코사민, 홍삼제품 관절 기능을 좋게 하는 글루코사민은 핵심 원료 자체가 당 성분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글루코사민을 과량 복용할 경우 글루코사민 성분이 당을 상승시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홍삼제품도 주의하여야 한다. 홍삼 자체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지만 홍삼제품은 단맛이 나도록 과당과 각종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몇 팩씩 복용하다 보면 혈당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시틴, 기타 식물 추출물의 발효제품들 레시틴은 당뇨나 신장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려움이나 두드러기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식물 추출물 발효제품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꼭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치질로 수술받는 환자는 1년에 22만 명이 넘는다, 수술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40세 이상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앓고 있다고 추정되는 질환이다. 바로 ‘부끄러운 질병’인 치질(痔疾)이 그것이다. 쑥스럽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질병, 치질에 대해 가천대학교 길병원 대장항문외과 백정흠(白汀欽·51) 교수와 메디힐병원 민상진((閔相軫·46) 병원장을 예방법과 대처방법을 알아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앞에서 언급한 숫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1년 주요 수술통계’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40대와 50대가 가장 많이 받았던 수술은 바로 치핵 수술이다.
보통 우리가 치질이라고 부르는 질병은 정확히 이야기하면 질환의 명칭은 아니다. 항문에서 발생하는 질환들, 치핵이나 치루, 치열, 항문소양증을 통틀어 치질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치질은 그 발생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치핵을 말한다. 때문에 치핵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로 한다.
치핵의 가장 큰 적(敵)은 변비
항문은 인체 조직에서 혈관과 혈류가 가장 풍부한 조직 중 하나다. 혈관이 얽혀 있고, 피가 충분히 공급돼 내벽에 상처가 나더라도 변으로 인해 쉽게 감염되지 않도록 면역계가 왕성하게 활동해주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특징 때문에 항문의 점막 아래로 혈관이 덩어리로 쉽게 부풀어 오르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치핵이다. 이 치핵이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출혈이 발생하는 상태가 흔히 우리가 치질이라 부르는 질환이다.
백정흠 교수는 치핵의 주요 원인으로 배변 습관과 변비를 꼽는다.
“치핵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쁜 배변 습관과 변비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과거에는 화장실에 들고 들어가는 신문이 치핵의 적이었는데,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죠. 아침을 거르거나 불규칙한 생활로 발생하는 변비도 치핵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음주도 주요 원인이며 간경화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고령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무절제한 처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민상진 병원장은 경고한다.
“동네에서 나이 많은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의외로 항우울제 처방을 받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기력이 없고 몸이 좀 처진다고 하면 우울증약을 처방해 주는 것이죠. 문제는 이 항우울제가 변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개선이 필요하죠. 또 변비약의 남용도 문제가 돼요. 변비약을 자주 복용하면 장운동 능력을 저하시키거든요. 되레 소화기능을 저하시키니까 조심하셔야 합니다.”
두 전문의 모두 강조한 것 중 하나는 배변 시간이다. 배변 시간이 길어지면 항문 점막이 노출돼 말라 버리고, 심한 경우 변에 긁혀 치열이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면 배변 시간을 지연시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신경을 분산시켜 배변 운동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배변에만 집중하고, 3~5분 이내로 마무리 짓는 것을 추천했다.
민상진 병원장은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도 변비의 큰 원인으로 꼽는다.
“보통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며칠, 심하면 1주일 넘게 화장실에 못 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경우는 몸의 생활 패턴과 리듬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화와 배변은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변비를 피하기 위해선, 하루 세 끼를 가급적 정확한 시간에 먹고, 규칙적인 패턴으로 생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 발생하면 좌욕으로 악화 막아야
일반적으로 치핵은 그 정도에 따라 1~4도로 구분한다. 출혈만 있을 때가 1도, 치핵이 빠져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는 단계가 2도다. 3도는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단계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4도로 판단한다.
1, 2도의 경우 보존적 치료, 즉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 약물이나 연고도 사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좌욕이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올바른 좌욕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좌욕 방법은 42~43도 정도의 따듯한 물에 5분 정도 항문을 담궈주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서는 서양식 비데나 샤워기를 통해 따뜻한 물을 쐬어 주는 것도 좋다. 단, 수압이 높으면 상처를 줄 수 있어 낮은 수압을 유지해야 한다.
민상진 병원장은 “내원 환자들을 보면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화상 등으로 병을 악화시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훈증기를 통해 수증기를 쐬는 방식의 민간요법은 오히려 점막에 화상을 입힐 수도 있고 혈액순환에 필요한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지 못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하고, “간혹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이 외국에서 유통되던 약제를 이용해 치핵을 딱딱하게 굳게 해 치료한다고 했다가, 항문 협착 등 부작용까지 함께 얻어 오시는 경우가 있어요. 항문은 예민한 부분이므로 꼭 병원에서 치료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보존적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할 때는 수술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원형자동봉합기를 이용한 PPH 수술이나 하모닉 초음파 수술기를 사용하는 방식 등 기존 수술법보다 간편한 방식의 수술법들이 등장해 수술시간이나 회복기간이 짧아졌다. PPH 수술은 수술시간이 짧고, 항문통증과 재발이 적은 장점이 있고, 하모닉 초음파 수술기는 수술시 출혈이 적고, 통증이 감소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는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백정흠 교수는 설명한다.
“현재 치질 수술에는 다양한 이론과 여러 가지 방식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된다는 것은 즉 재고의 여지가 없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환자에 맞춰 올바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비데 너무 세게 사용하지 마세요
최근 각 가정에서 전동식 비데 사용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비데 역시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써야 좋다고 백 교수는 충고한다.
“항문이 가려워지는 항문소양증 환자의 경우 가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비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태를 악화시키기 쉽습니다. 잠시 시원할 수 있지만, 비데 사용이 끝나고 나면 더 지독한 가려움을 느끼게 되죠. 치핵 환자의 경우에는 배변 후 ‘세정’보다는 ‘비데’기능의 수압을 낮춰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 비데를 사용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물티슈로 가볍게 닦아내는 것도 좋습니다.”
그 밖에 숙변 제거나 관장도 배변과 관련해 환자들이 갖는 흔한 오해라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대장의 조직은 파이프의 금속재질과 달리 세포의 생성과 교체가 늘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숙변이라는 것이 붙어있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의 찌꺼기가 대장에 오래 붙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오해라고 한다. 다만 변이 장에 오래 머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해결된다고 했다.
커피 등을 이용한 관장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상식 중 하나. 대장 안에는 나쁜 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보호하는 좋은 균들도 함께 있는데, 이를 모두 쓸어내려 버리면 되레 몸의 불균형만 초래하는 꼴이라고.
가장 위험한 것은 ‘속단’
항문질환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상태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이라고 백 교수는 조언한다.
“치핵의 대표적인 증상은 출혈이지만, 배변 시 출혈은 치핵만의 증상은 아닙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질환은 대장암이에요. 이 두 질환은 외과의사가 손가락으로 항문과 직장을 촉진만 해봐도 바로 구분할 수 있어요. 5분도 안 걸리는 과정이죠. 그런데 이런 진단 없이 스스로가 치핵으로 속단해 버리고 치료를 미룬다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버리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본 적도 있어요. 출혈이 생기면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확진을 꼭 받으시길 권합니다.”
치핵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운동이다. 여러 가지 운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민 병원장이 권하는 운동은 바로 걷기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등산이라든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고요. 정기적으로 평지에서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 무리한 활동을 하기보단 안전사고에 유의해 가급적 가벼운 걷기운동을 많이 하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백 교수는 그 외에 항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생활습관으로는 무엇을 먹는가보다는 언제, 어떻게 먹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변비로 고통받는 젊은 여성이 많아지는 이유도 대부분 다이어트 때문이거든요. 아침은 굶지 않고 삼시 세 끼를 제때에 제대로 챙겨 먹으면 변비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침에 일어나 찬물 한 잔 마시고, 그 자극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간혹 변을 보시고 나서 자신의 변을 확인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데, 확인을 통해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피가 나진 않는지, 색깔은 정상인 황금색인지, 형태는 어떤지, 다른 점액이 있는지 등 확인했다가, 정상이 아니다 싶으면 의사에게 문의하는 것이죠.”
또 최근 유행하는 프로바이오틱스도 소화에 영향을 주고, 장운동이나 장점막 기능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추천한다. 다만 고혈압약이나 당뇨약, 고지혈증약을 복용 중이라면 4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이 좋단다.
체온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이 30퍼센트 떨어진다고 한다. 암세포는 35도에서 가장 증식을 활발하게 한다고 한다. 결론은 체열을 통상적인 정상온도 36도보다 높은 37도가량 유지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체온면역설이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에서 유래했다. 일본 의사 사이토 마사시가 쓴 란 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0년 출간 이래 일본에서 80만권이나 팔렸다고 한다. 사이토 마사시는 일본인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양내과 전문의다. 그는 이 책에서 체온이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이 30퍼센트 떨어지고 반대로 1도 올라가면 500~600퍼센트 올라간다고 강조한다.
이론적 토대는 일본의 면역학자 아보 도루박사가 제시했다. 일본 니가타대 의대에서 면역학을 가르치는 그는 체온저하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이것 때문에 백혈구 가운데 림프구가 감소하면서 면역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2004년 일본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 을 통해서다.
우리나라에선 한의학을 중심으로 체온면역이론이 중시되고 있다. 2015년 12월 14일자 한 신문에 따르면 메르스 유행 시 환자들의 체온이 신기하게도 36.5도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사의 고백이 나온다. 처음에는 체온계 고장을 의심했지만 체온계는 정상이었고 환자들의 체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폐암을 앓다 완치된 환자의 사례도 나온다. 진단 시 체온이 35.8도였지만 수술과 생활습관으로 완치되어 11년째인 요즘 37도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나 폐암이 체온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다. 과연 체온과 면역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정말 체온이 떨어지면 질병에 걸리고 체온을 높이면 건강에 도움을 줄까? 나는 체온면역설이 몇 가지 관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들이 말하는 체온의 정의가 모호하다.
알다시피 체온의 종류는 다양하다. 구강체온, 직장체온, 피부체온까지 측정 부위에 따라 다르다. 생리학 교과서를 보면 직장체온은 대단히 안정적이다. 나체로 건조한 공기에 노출될 때 11.7도에서 54.5도까지 0.6도 안팎으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구강과 직장에선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도 극심한 추위에선 35.6도까지 떨어지고 극렬하게 운동할 땐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 피부체온은 가장 변동 폭이 크다. 보통 적외선 카메라로 측정하는데 외계온도에 따라 10도 이상 춤을 춘다. 추운 겨울에 재면 내려가고 더운 여름에 재면 올라간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피부체온이 대개 구강과 직장보다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피부체온은 실온에서 잴 때 보통 33도이며 구강체온은 36도, 직장체온은 37도를 보인다.
기사에 말하는 메르스 환자의 체온을 어떤 방식으로 쟀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동일한 환경에서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기사에선 누가 몇 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측정했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피부체온이라면 당연히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둘째 면역의 정의가 모호하다.
면역은 대단히 어려운 주제다. 아직까지 면역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검사는 없다. 백혈구 숫자나 아드레날린 수치 등 몇 가지 작은 지표 하나를 갖고 면역이 올라갔다 혹은 내려갔다 단정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면역이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이토 마사시의 책을 구석구석 읽어보았지만 어디에도 면역이 어떤 방법으로 측정한 것인지 설명이 없다. 대단히 단순하게 서술되어 있다. 14페이지에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면역력은 30퍼센트나 떨어진다”라고 나와 있다. 앞뒤 아무런 설명이 없다. 왜 20퍼센트도 아니고 40퍼센트도 아니고 하필 30퍼센트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15페이지엔 “반대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무려 500~600퍼센트 올라간다”고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아무 설명이 없다. 숫자에 대한 설명은 물론 왜 그러한지 기전에 대한 설명도 없다. 나의 말이 곧 진리니까 그대로 믿으라는 것처럼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아보 도루 박사의 책에선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는 백혈구 안에 림프구와 과립구 숫자의 비율로 설명했다. 체온이 내려가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림프구의 비율이 줄고 그래서 면역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면역=림프구 비율’로 바라보는 단순함에 놀랐지만 그래도 약간이라도 그럴 듯한 설명을 해준 게 어딘가 싶다. 마찬가지로 그의 책 어디에서도 30퍼센트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답답하다.
셋째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경우다.
설령 그들의 주장이 백번 옳아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이 떨어진다고 해도 체온저하가 정말 면역저하의 원인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통계적 연관성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원래 질병이 있거나 몸이 안 좋으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체온저하는 몸이 안 좋거나 질병이 있어서 나타난 하나의 결과일 뿐인데 겉으로 보기에 몸이 좋지 않게 된 혹은 면역이 떨어진 원인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내놓는 대책이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운동해서 근육을 키우라고 말한다. 여기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면역을 포함한 우리 건강에 도움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설명하는 과정이 틀렸다. 엉뚱하게 체온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체온은 대뇌 깊숙이 위치한 시상하부가 관장한다.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정상이다. 나의 의지나 노력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인간은 항온동물임을 기억해야한다. 체온은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둘다 바람직하지 않다.
서적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국내언론의 보도도 문제가 많다. 메르스 환자가 체온이 낮았다는 기사는 어이가 없다. 어떤 연구기관에서 어떤 방법으로 몇 명을 대상으로 측정했더니 결과가 어떠했다는 기본적인 팩트도 나와 있지 않다. 그냥 ‘익명의 누가 그러더라’라고만 기술하고 있다.
폐암 환자 완치사례에 대한 기사도 단지 한 사람의 케이스만으로 전체 폐암으로 일반화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암세포가 35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는 이야기도 금시초문이다. 전 세계 유력 학술잡지의 논문들을 모조리 뒤져도 그런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설령 그렇다 해도 시험관 실험에서의 결과일 뿐이다. 암환자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의 몸에서 35도란 체온은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어 저체온증이 시작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다.
체온면역설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본 건강서적의 무분별한 수용이 불러온 해프닝의 하나다. 사람들은 운동하고 금연하라는 뻔한 이야기에 식상하다. 그러다보니 이색적인 주장에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가끔 이를 부추기는 전문가들이 있다. 박사나 의사, 대학교수 가운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근거주의에 입각해야 하며 근거가 없다면 의학적 개연성에서만이라도 보편타당하게 납득되는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언론도 건강 관련 보도에서 흥미 위주에서 벗어나 신중하고 객관적일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1987년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 군 시절부터한의사 생활을 했으니 어느덧 30년을 바라본다. 이재동(李栽東·54)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인체의 생체리듬과 자연치유력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헛발질을 줄일 수 있는 한방의 철학은 음양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한다. 새해의 시작,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한방의학의 비결을 알아보자.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시니어들의 새해 건강을 위한 한방학적 고찰에 관해 물었더니 의 기본 정신에 대한 설명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한의학 서적이란 게 수천 권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한의학 하는 사람이나 대체의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두가 에 열광합니다. 에는 몸이 건강하면 병은 스스로 치유된다는 정신이 있어요. 그래서 몸이 건강해지기 위한 양생법을 추구하죠. 양생이라면 도 닦는 사람이나 하는 걸로 생각하는데, 저는 이걸 임상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 기본 정신은 사람의 몸이 하나의 소우주라는 것에 기초한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에 잘 따르고 순응하면 몸이 건강해진다고 설명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형성되는 이치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예를 들어 하늘의 태양이 지구를 비추잖아요. 햇빛은 양기죠. 그렇게 양기가 비추면 지구의 음기인 물이 위로 올라가서 비가 되어 내려오잖아요. 태양의 불과 지구의 물의 조화인 겁니다. 이 순환 속에서 생물들이 자라나는 거예요. 그것을 음양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몸은 우주, 음양의 조화가 중요
이 교수는 우리 몸을 잘 들여다보면 바로 심장이 태양의 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면 비뇨생식기는 물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 원리를 알고서 자기 몸이 조화를 이루게끔 노력해야 건강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승(水昇), 물은 올라가고 화강(火降), 화는 내려가는 수승화강(水昇火降)만 잘되면 우리 몸이 스스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현대인들은 삶 자체가 수승화강을 깨뜨리게 되어 있어요.”
이 교수는 어두워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게 자연에 순응하는 법인데 현대인들은 밤낮이 바뀌어 있다는 걸 지적했다. 현대의학적으로도 호르몬 생성에 중요한 시간이 밤 10시부터 아침 5시라고 한다. 건강하고 싶다면 그 시간을 필수 수면시간으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밤 10시에 맞춰서 잠을 자는 현대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호르몬은 물입니다. 밤에 잠을 자야 음의 기운을 몸에 저장할 수가 있어요. 밤에 잠을 안 자면 그 음의 기운을 소모하게 되고 물이 말라서 음양의 균형이 깨져요. 물이 올라와서 불을 꺼줘야 하는데, 불을 못 꺼주니 기운이 위로 뜹니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머리에서 생기게 돼요. 현대인들은 분노조절장애가 많이 있죠. 몸이 안정되고 불을 꺼주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밤에 잠을 못 자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TV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우리 몸의 진액을 말리는 거예요. 충혈도 그렇고 뒷골이 당기고 얼굴에 상열감이 있고 고혈압이 발생하는 등의 현상들이 다 거기서부터 오는 겁니다.”
점차 말라가는 우리 몸의 음기를 유지해야
이 교수는 나이가 들어서 만들어지는 체형을 보면 대부분이 가분수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체는 가늘고 위는 비대한 체형이 된다. 이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몸에 물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자꾸 진액을 말렸기 때문에, 기운이 위로 올라가서 그렇게 되는 거예요. 팔은 굵어지고 어깨는 두꺼워지고. 살면서 그런 원리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지혜가 있으니 원리를 알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이 교수는 생활과 노력으로 음양의 균형이 깨지는 걸 보완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흔히 자신의 키와 체중에 대해 얘기를 하지, 체지방을 구분해서 얘기를 안 해요. 우리 몸의 지방이라는 것은 일종의 독소죠. 독소가 꽉 차 있으면 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해요. 에너지가 올라오는 길이 경락입니다. 지방이 몸에 쌓이게 되면 그 길에 문제가 생겨요. 그러니 음양의 조화를 위해 지방을 빼야 합니다.”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
이 교수는 지방을 돈으로 비유한다. 예를 들어 키와 근육의 양을 봤을 때 필요한 지방을 남겨놓고 넘치는 분량이 12㎏이라면 그 사람은 은행에 12억 원을 넣어놓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평소에 ‘현금’을 많이 보충했기 때문에 그렇게 자산이 쌓였다고 표현하는 이 교수는 그 ‘현금’의 정체가 바로 ‘탄수화물’이라고 밝혔다.
“현금인 탄수화물을 줄여야 합니다. 그럼 탄수화물 대신에 뭘 먹어야 할까요. 노후에 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대비로 건물을 만드는 게 있죠? 그러한 부동산이 바로 단백질입니다. 나이가 들면 단백질을 주로 먹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나이 쉰 살만 넘어가면 무조건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먹으라고 해요. 왜냐하면 쉰 살까지는 현금, 그러니까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공급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은행에 매월 500만 원씩 넣다가 차단하면, 금융적으로 대처하는 데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이걸 몸의 관점으로 봤을 때,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 섭취에 전념하면 당장은 현기증, 어지럼증 등의 신호가 올 수 있다. 이 교수는 그러니 우선은 급하지 않게 조금씩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단백질에도 일정 분량의 탄수화물이 있기 때문에 단백질만 먹어도 몸에 쟁여둔 탄수화물에 비춰보면 필요한 탄수화물의 유지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방 분해를 위해 활용하는 약도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그는 약을 심부름꾼이라고 불렀다. 심부름꾼은 은행에서 돈을 효율적으로 찾아오는 역할, 즉 지방대사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끔 설계된 것이다.
지방이 만병의 근원이 되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배에 지방이 쌓인다는 것은 종합적인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척추를 받쳐주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지방이 빠져야 근육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생기는데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가 탁해지고 녹슬어 중풍, 심장병 등의 위험도 높아진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은 깨끗한 피가 혈관을 돌면서 영양을 공급해주고 더러운 요소들은 운반해 소변으로 걸러준다. 그런데 지방이 있으면 그 피가 탁해진다. 그렇게 되면 면역 기제들이 자기 피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다고 여겨 공격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다.
“건강해지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해 변화를 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무조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서 연골을 제거하는 그런 식의 해결은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치료라고 봐요.”
과거엔 발암의 첫 번째 원인이 흡연이었다. 최근 그걸 뒤집은 게 비만이라고 한다. 지방이 껴 있으면 순환이 안 되고 순환이 안 되면 혈액이 탁해지는데, 혈액이 탁해지면 의혈이라는 암세포의 식량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음양의 조화를 통한 건강, 생활속에서 만들어야
이 교수는 음양의 기운을 다스려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충분한 잠이다.
“현대인들은 밤 10시가 어렵다면 최소한 11시에는 자야 합니다. 그렇게 습관을 바꿔 문제를 예방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커피와 녹차를 자제해야 합니다. 잠을 심하게 못 자는 사람은 아침 10시 이후에는 아예 커피와 녹차를 마시지 말아야 해요.”
두 번째는 되도록 많은 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물은 사라진 음기를 보완할 수 있는 음의 에너지입니다. 물은 하루에 2ℓ를 마시는 게 좋습니다. 물을 마실 때는 입을 적시듯 마셔야 해요. 사람들이 물을 못 먹는 이유가 대부분 흡수가 안 돼서입니다. 입에 적시듯 먹으면 괜찮아요. 우리 몸은 70%가 수분으로 이뤄진 일종의 물통입니다. 물통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깨끗한 물을 넣어주는 것이죠.”
세 번째는 음식을 구분해 먹는 것이다.
“예순 살이 넘어가면 탄수화물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과일도 간식으로라도 먹는 게 아닙니다. 과일도 탄수화물 덩어리거든요. 절제해야 해요.”
네 번째는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상체 운동은 손가락 움직이는 것도 안 하는 게 좋아요. 대신 무조건 하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계단 오르기 같은 생활 속의 운동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걷기는 하체 운동이 아니라 유산소 운동이에요. 하체 근력 운동을 하면 유산소 운동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계단을 만나면 정말 반갑고 고마워요.”
이 교수는 얼핏 보기에는 각기 다른 것처럼 보이는 질환들이 실은 하나의 원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병에 맞춰 각각 해당되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반복적인 시술만 받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을 치유하자는 이 교수의 제안이 살갑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상포진이라는 병은 ‘통증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통증이 가장 무섭다. 피부에 생기는 물집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딱지가 생기면서 가라앉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통증은 한두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통각에서 통증을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를 지속적으로 망가뜨리면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주기 때문이다.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수년까지도 이 통증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의 2차적인 문제를 남기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어디에 문제를 만드느냐에 따라 각막염, 녹내장으로 실명을 일으키거나 뇌졸중,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구안와사라고 알려진 안면신경마비도 연평균 4.2% 정도의 증가율을 보이는데, 그 원인으로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한 안면신경 손상을 지목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 45만여 명이던 환자가 2012년에는 57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다시 2년 후인 2014년에는 64만 명 수준까지 대폭 늘어났다. 4년 전인 2010년에 비하면 무려 42%나 증가한 것이다.
대상포진 환자 증가 추세
우리나라의 대상포진 환자는 왜 이렇게 급작스런 증가율을 보이는 것일까? 원래 대상포진이라는 병은 어릴 적 수두를 앓았던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이 수두 바이러스가 수두가 완치된 이후에도 신경다발 속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증식하게 된다. 그 후에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서 염증과 발진, 물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소아기에 수두를 앓았던 사람만 이 병에 걸린다면, 유독 요즘에 그 발병률이 늘어나는 이유는 더더욱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본다면, 대상포진 환자들이 유아였을 적의 특정한 몇 년 동안 수두가 크게 유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국가 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어 의무적으로 수두 백신을 맞은 세대들이 기성세대가 되면 대상포진은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2013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0%는 연령층으로 볼 때 50대 이상이었다.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인 65세 고령층을 놓고 비교해보면, 40세 이하의 청·장년층보다 무려 8~10배 발병위험이 높다. 또, 폭염으로 인해 체력 소모가 심해지는 7~9월에 노년층의 대상포진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대상포진은 면역력만 충분히 유지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병인데, 면역력이 약해지기 마련인 노년층에게는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이라는 것이다. 이 대상포진으로 인한 끔찍한 고통은 노령인구에게 심각한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70대 영국인 호스피스의 사연은 그 심각성을 더 크게 보여준다.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의 안락사를 돕고, 그들의 여명을 보살폈던 70대 노인이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은 후, 나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그 끔찍한 고통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서 삶에 대한 미련을 접고 말았다. 그래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더라도 영국에선 안락사가 불법이어서, 자의에 의한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로 건너간 것이다. 결국 가족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생을 마칠 준비를 끝낸 후에 한 병원에서 약물투여로 숨을 거두었다.
대상포진은 백신예방이 최선
이 대상포진의 고위험군 환자층은 노년층만이 아니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도 면역력이 약해지므로 고위험군에 속한다. 물론 노년층일수록 그 확률은 높아진다. 대상포진이 일단 발병한 후에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시점이다. 확산되기 이전에 신속한 치료를 해야 효과가 좋다. 물집이 생기기 전까지는 감기 몸살에 걸린 것처럼 근육통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대상포진이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기 마련이다. 결국 대상포진은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대상포진 백신은 공급의 한계로 인해 50대 이상의 고령층만 접종이 가능하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백신 중에서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15만~18만 원 정도 하는 가격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소수만 백신을 맞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백신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60대 이상의 인구 3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를 보면 발생 위험이 5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성별이나 인종, 만성질환 여부에 관계없이 고른 효과를 보였다. 또, 만약 발병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고 잘 견딜 정도로 지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상포진의 원인질환인 수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유아들이 수두 예방접종을 맞지만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백신의 예방효과가 100%라기보다는 가볍게 앓고 지나갈 정도로 막아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즉, 수두의 감염과 그로 인한 성인들의 대상포진 발생 자체를 완벽히 억제할 수는 없지만, 백신접종만 효과적으로 잘되면 삶을 고통스럽게 할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접종의 중요성
노년층에게 또 필요한 접종으로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들 수 있다.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기 마련인 인플루엔자는 독감이라는 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의 노인과 만성질환자, 그리고 장기이식 등으로 인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발병될 경우 합병증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의 합병증이라면 가장 무서운 것이 역시 폐렴이다. 폐렴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2차적으로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균에 감염되어 세균성 폐렴으로 나타나기도 있다.
현재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보통 3~4가지의 예상 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을 섞어서 접종한다. 효력은 겨울철과 봄철을 지날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밝혀진 인플루엔자의 종류도 이론적으로 144가지나 되며, 유전자 돌연변이 등으로 그 이상의 종류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완벽한 대책은 되지 못하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는 있다. 그 외에도 폐렴구균 백신 또한 같은 이유로 노년층에게 필요하다.
이렇게 백신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이른바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은 아니더라도 그 집단 대부분의 구성원이 해당 질환에 면역을 형성하고 있다면 전염의 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에 유행병이 발생하기 어렵게 된다. 만약 이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유행병을 넘어 풍토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롭게 이주해오는 주민이나 신생아는 계속 생기기 때문에 그 사회의 집단면역은 가변적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이후 영국에서는 웨이크필드 박사가 홍역백신으로 인해 자폐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접종거부 바람이 확산되는 바람에 3차례의 홍역 대유행이 영국을 휩쓸었고, 현재도 영국은 홍역 유행국으로 남아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백신접종 거부로 사망하는 사람이 150만 명 수준이다. 건강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철저한 백신접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달팽이 요리를 즐기는 나라, 그러나 시속 300㎞가 넘는 TGV가 달리는 나라, 프랑스. 말을 할 때 여러 가지 내용을 횡설수설하는 것 같아도 귀담아들어보면 앞뒤 논리가 잘 맞는 기막힌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세계의 유행과 패션을 리드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유행이나 패션에 별 관심이 없는 나라. 수많은 명품을 생산하지만, 실제 거리에서는 우리나라의 강남과는 전혀 다르게 명품을 찾아보기가 힘든 나라. 모든 게 느리고 엉성한 것 같지만, 또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나라. 담배를 많이 피우기로 유명하며 운동은 별로 즐기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나라, 프랑스. 이쯤 되면 프랑스를 ‘패러독스의 나라’라고 해도 될 성싶다.
오랫동안 프랑스인들의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이에 착안해 1991년 11월 미국의 CBS 방송은 이 주제로 를 꾸며보기로 결정하고, 리용(Lyon)에 있는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의 르노(Serges Renaud) 박사의 연구소를 방문한다. 목적은 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겨 섭취하고, 흡연도 많이 하는 반면 운동은 미국인에 비해 적게 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심장병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와 장수하는 까닭 등 간단하지 않은 주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미스터리는 그때까지 과학적으로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인터뷰 중에 르노 박사는 조심스럽게 하나의 가정을 내세운다. 이 미스터리를 푸는 데 와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그는 소량의 와인을 규칙적으로 마시는 것이 심장혈관 계통의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으리라 전망했다. 이 방송은 전 미국을 열광케 했다. 1993년부터 1996년 사이 미국인의 와인 소비는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증폭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과연 프렌치 패러독스는 존재하는 것일까? 프랑스 북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심장병 사망률과 평균 수명은 유럽 여느 나라의 평균과 비교해 볼 때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러니 프렌치 패러독스는 프랑스 하고도 남부 지중해 연안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남쪽 사람들의 느긋한 생활 태도, 신선한 과일과 야채의 다량 섭취, 온화한 기후 등이 와인과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니 프렌치 패러독스라기보다는 ‘지중해 패러독스’라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와인은 2000년 동안 유일한 항생제
고대 사회 이래로 와인은 인간의 근심을 잠재우고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효력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사실 서구 사회에서 와인은 2000년 동안 유일한 항생제이기도 했다. 중세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 와인은 치료제로 간주되어 열이 날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설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장티푸스나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들이 처방하던 약이었다. 외부에 상처가 났을 때도 바르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루이 14세의 주치의 파공(Fagon)은 절대군주에게 건강을 위해 화이트 와인 대신 부르고뉴 산 레드 와인을 마실 것을 처방했다는 기록도 있다. 영국의 의사인 허버든(Herberden)은 일찍이 1786년에 와인이 협심증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준다고 기록했다. 프랑스의 경우는 1954년까지 모든 병원이 환자들에게 아침을 제외한 매끼 와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늙은이의 우유”로 부르기도 하는데, 와인의 강장제적 효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와인 구성성분이 무려 800여 가지
그렇다면 와인이 정말 건강에 좋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와인의 구성성분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와인을 구성하고 있는 생물학적, 화학적 성분은 놀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성분만도 8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구성 성분이 다양한 만큼 각각의 함유량도 크게 다르다. 물(80∼90%), 에틸알코올(7∼10%)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들은 극소량이 들어 있다. 그러니 와인을 마시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깨끗한 수분을 섭취하는 행위다. 그 밖에 와인에 함유된 성분 중에는 산(acid), 포타슘, 칼슘, 소듐, 철, 황산염, 인 등이 있다. 와인 속의 산은 인간의 위액과 아주 흡사하여 소화 촉진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타슘과 황산염은 이뇨 효과가 있다고 한다. 와인에는 질소 함유물과 20여 종의 아미노산도 들어 있다. 아미노산 중 일부는 인간의 피 속에 들어 있는 것과 비슷한 농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와인에는 지용성 비타민만 들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비타민 P는 혈관의 모세관을 강화시켜 주며, 출혈(일혈)과 수종(부종)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와인에 함유된 또 다른 성분으로는 산화제, 환원제와 셀레늄·크롬·아연·동·마그네슘·불소·요오드·비소 등의 금속 촉매, 그리고 효소 촉매들이 있는데, 생명의 근원인 세포번식에 필요한 화학적 작용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요소들이다. 뿐만 아니라 와인에는 지금까지도 상당부분 신비의 베일에 싸여 있는 와인의 향을 구성하는 여러 물질들과 다양한 종류의 페놀(polypenols)이 들어 있다. 특히 페놀은 강력한 산화 방지 효과가 입증되어 중요한 연구의 주제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레드 와인에 함유된 타닌도 많은 연구가들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와인에 포함된 성분 중에는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많기에,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보나, 현대의 첨단 연구 결과를 보나, 와인이 분명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하라! 아직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라 섣부른 속단으로 우리의 소중한 건강을 담보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다음으로 와인 속 수많은 성분들이 섭취 후 정확히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시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흡수력이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셋째로 각자의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 등이 다르기에 와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만을 따로 증명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와인은 치료약이 아니다. 일정한 조건에서 마실 경우 일부 성인병 예방에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와인을 마시기만 하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가? 그것은 절대 아니다. 이 점에 한해서만은 모든 연구가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와인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소량을 마실 때만 가능하다고 한다. 부연하자면 하루에 2∼3잔을, 그것도 식사 중에 마실 때만 가능하다고 한다. 와인이 무슨 처방약도 아니고, 이렇게 마시다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알랭 쉬프르(Alain Schifres)의 다음 말을 음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고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와인이 여러 질병을 예방한다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행운을 가졌다. 나는 심장을 위해 한 잔을 마신다. 두 번째 잔은 암을 막기 위해 마신다. 세 번째 잔은 건강한 내 몸을 위해 마신다. 그리고 그 이상은 기쁨을 위해 마신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설이 난무하면서 - 건강에 무척 민감한 우리들이기에 - 이에 영향을 받아 와인을 마시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건강을 위해서라면 몸에 이로운 다른 것도 얼마든지 있다. 페니실린을 발명한 플레밍(Alexander Fleming)의 말로 결론을 대신한다. “페니실린은 병을 치유하지만, 진정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와인이다.” 그리고 기분이 좋을 때 엔도르핀이 높아지므로 우리의 면역 체계는 자연적으로 강화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적당히 그리고 즐겁게’, 이것이 질병 예방을 위해 가장 바람직하게 와인을 마시는 방법이지 않을까?
>> 장 홍 (張洪)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알자르 소믈리에협회 준회원이며,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살펴본 와인, 인류역사 속 와인의 의미와 파워, 예술 인문학을 통해 본 와인 등에 대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얼마나 힘이 세졌는지 확인해 봅시다.” 김영우 박사는 황병만씨를 보자마자 덥석 손을 잡아끈다. 당장 몸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겨도, 기분 상하면 안 됩니다.” 물론 팔씨름의 승패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황씨는 김 박사를 이겨보려 안간힘을 쓴다.
이들은 밝은 날씨처럼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인사 대신 팔씨름으로 안부 인사를 건네는 둘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팔씨름을 하는 의사와 환자
황병만씨의 몸에는 4개의 장기가 없고, 5개의 장기가 일부만 존재한다. 2003년 위암 4기, 위암으로 전이된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대수술을 통해 위, 비장, 부신, 직장을 모두 제거했다. 소장·대장·췌장·십이지장도 일부 잘라냈다. 1%의 확률이었다. 그런데 살아났다. 그는 기적의 사나이로 불리며, 각종 방송을 누비고 있다. 암 환우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무수혈 수술의 대가인 김 박사는 2002년부터 국립암센터에 근무하고 있다. 위암 최소침습(몸에 내는 상처를 최소로 줄이는 방법) 수술을 주도하는 명의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두가 포기하려고 했던 황병만씨를 살린 점이다.
살아온 환경도, 나이도, 성격도 모든 게 다르기만 한 이 둘의 공통점. 10여 년 전, 생사가 오가는 그때를 한시도 빼놓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서로가 감동이라는 생각. 이들은 완벽한 파트너로 죽마고우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팔씨름을 한바탕 벌인 뒤, 둘은 손을 꼭 부여잡는다. 녹아버린 장기를 일일이 떼어놓은 손, 고마운 손, 살아줘서 행복한 손.
“나는 죽을 수 없습니다.”
“행복하려면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야죠. 화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데요. 특히 암 환우들에게 부탁합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본인이 만나는 의사를 믿으세요. 그리고 의사가 명환자라고 느낄 수 있게 강렬한 의지를 갖기를 소망합니다.”
말 잘 듣는 명환자
황씨는 죽을 각오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그의 나이 서른셋인 1985년. 첫 아기가 아내의 뱃속에 있을 때 직장암을 판정받았다.
이곳저곳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동안 4기로 진행됐고, 직장과 대장의 반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뱃속에 있던 아기가 고3이 된 2003년엔 위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생존율 1%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그때 운명처럼 김 박사를 만났다. 황씨는 김 박사의 말을 무조건 따랐다. 운동을 하라는 김 박사의 말에 수술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당시 의료진이 제가 미친 줄 알고, 여기저기 연락을 하더라고요. 박사님 말대로 한 건데(웃음), 수술 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데 바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죠. 근데 전 말 잘 듣는 명환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답니다.”
암 투병 이후에도 그의 ‘명환자 되기’ 프로젝트는 이어졌다. 김 박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체온과 혈압, 혈당, 하루 운동량을 10년 이상 매일 기록하고 제출했다. 그는 만보걷기 운동을 하고 등산을 다니며 마라톤도 즐기게 됐다. 암 수술 이후에도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담낭절제수술도 받았지만, 문제없다는 그다.
“제 인생의 선장은 김 박사죠. 건강이 회복된 후, 성실하게 살지 않으면 그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뛰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두려움을 깬 수술, 타협은 없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4기로 진단받았을 경우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극히 낮아진다. 위암 말기가 되면 이미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고 수술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그래도 예외적 상황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그랬죠. 황병만씨는 항암치료로 몇 달간 이어가다가 그렇게 보내야 하는 환자라고. 오히려 수술을 하면 생존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그런데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살려는 의지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내게 보인 열정을 모른 척하고 타협하는 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김영우 박사는 수술을 결정하게 된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이 모든 것들의 중심은 믿음으로 빚어낸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암 치료는 정상적 범위를 벗어난,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럴 땐 흔히 기적이라고 표현하지만,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확고한 의지를 가진 자의 몫이다.
“암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좋은 음식이나 식품을 권하기보다는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향상되면 자연스럽게 치료가 더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말처럼 이를 따라와 주는 사람은 많지가 않습니다. 황병만씨는 굉장히 예외적 인물이었죠. 10%를 요청하면 100%를 해오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김영우 박사는 황병만씨를 살려냈고, 수술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둘은 여느 연인 못지않게 따듯한 산책을 즐기곤 한다.
사망 위험이 높은 암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단단해질수록 극복의 여지가 커진다고 한다. 그 신뢰관계가 약하다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소멸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말기 암 환자는 우울증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울증 여부에 따라 치료 성과가 달라진다는 연구보고도 나온 만큼 심리적 부분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확신을 갖고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다지게 하는 의사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환자의 자신감 회복과 치료 순응도 향상을 위해 모든 의사가 노력하겠지만, 더 큰 범위 내에서 환자와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적인 수술이라 할지라도, 타협하지 않도록 하는 환자의 의지 역시 중요한 부분이죠.”
한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
둘의 목표는 비슷해졌다. 대한민국 암이라고 불리는 위암을 이겨내는 희망의 불씨를 계속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김 박사가 먼저 황씨에게 부탁을 한다.
“위암 극복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캠페인에 동참해주세요. 그리고 환자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계속 나서서 움직여주세요.”
그러자 황씨는 김 박사의 손을 잡고 말한다. “김 박사 가는 길이 내가 가는 길이에요. 1% 확률의 지독한 위암을 당신이 치료해 준 것처럼, 나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암은 극복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많은 환우들이 이것을 알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연구가 절실하다는 김 박사와, 그와 동행하는 황씨는 이미 의료계에서 특별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위암 연구 활성화를 위한 R&D 예산 확보가 중요한 시점, 그 근거가 되는 둘의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소개될 전망이다. 1%의 확률을 이겨낸 환자의 집념과 이를 넘어서게 만든 의사의 노력은 묵직한 감동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별다른 일 없는데, 귀에서 요동을 친다. ‘윙윙~, 왱왱~’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때때로 찾아오고 아무도 몰라주는 ‘이명(귀울림)’은 꽃중년을 울리는 악몽이다. 특정한 원인 없이 불현 듯 찾아온다는 이명 해결방법은 없을까? 청이한의원 유종철 원장과 함께 알아봤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청이한의원 유종철 원장
이명은 외부의 음원발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주파 순음, 기적음 등이 지속적으로 들리는 것을 말한다. 증상만을 놓고 볼 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 당사자에게는 극심한 수면장애, 식욕부진, 정서불안 등을 야기하고 우울증까지 동반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명이 발병했다면 최소 6개월 이내에 치료해야 한다. 장기간 방치할 경우 어지럼증, 난청, 우울증 등 각종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화병이 나고, 화기가 넘쳐서 찾아온다
한의학에서는 과거부터 이명을 ‘귀울음’이라하며 이미 그 존재를 인식해 왔다. 그 원인은 물론 치료법까지 정립한 상태다. 전통의학적 관점에서 이명의 주된 원인은 칠정(七情)이 과도해져 간에 화(火)가 넘치거나 반대로 수(水)기운을 관장하는 신장이 허약해졌기 때문으로 봤다. 칠정은 분노(怒), 기쁨(喜), 고민(思), 근심(憂), 슬픔(悲), 두려움(恐), 놀람(驚)이 과도하게 쌓였다는 뜻이다. 화병은 이명을 유발시키는 주범이다. 즉, 과도한 스트레스는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약화시키고 열을 발생시켜 귀의 혈류흐름을 방해하고 청각세포에도 이상을 초래한다는 것. 이로 인해 이명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스트레스가 이명에 미치는 영향
이명환자 대부분이 생산직근로자나 군인과 같은 소음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군에서 발생하는 특성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이들보다 사무관리직, 전문직,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추세다. 이명의 원인이 소음보다는 스트레스, 과로, 피로누적, 식습관 등 현대인들의 잘못된 생활요인에 의한 면역기능의 이상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누적될 경우 인체의 항온성(恒溫性)이 상실돼 안면부와 흉부에 열이 집중되는 반면 사지말단(四肢末端)부위의 체온은 저하돼 머리는 뜨겁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명뿐만 아니라 원인불명의 탈모, 안면홍조, 어지럼증, 두통, 냉증 등의 현상은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인체의 반응결과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열독을 제거하는 것이 방법
이명의 한방치료는 장부(臟腑)의 균형을 맞춰 스트레스로 인한 체열불균형을 해소하고 전신기능과 면역력을 향상시켜 향후 이명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보사법(과하거나 부족해진 기운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적용한 침치료와 경락약침을 환자에게 적용하는 한편 청각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특히 ‘청이단(淸耳丹)’이라는 한약이 효과적이다. 청이단은 청열한약재 조구등과 백질려, 기혈순환을 촉진하는 원지와 석창포, 신장과 간장의 기운을 강화하는 산수유와 녹용 등 6가지 주요 한약재로 구성돼 있다. 열독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충만해진 기력이 전신으로 순환되도록 해 이명 치료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장기방치 시 합병증 주의
이명의 방치기간을 장기화 할수록 증상은 물론 각종 합병증도 발생할 위험성도 커진다. 이명음이 갈수록 커지고 지속시간도 길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좌우 어느 한쪽에서만 들리던 이명이 양쪽 귀 모두에서 들리게 되는 일도 많다. 더구나 귀의 문제다보니 감각신경에도 장애를 유발해 어지럼증, 오심(구역감), 스트레스성 불면증, 신경쇠약, 두명(머리울림) 등을 동반한다.
여기에 이명은 그 자체로 뇌의 변연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극심한 우울감을 유발하고 이 정서적 문제가 다시 이명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명이 장기간 방치되면 난청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동의보감에서도 ‘이명을 오래 앓으면 정(精)이 모두 소진돼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 이롱(耳聾)이 된다’고까지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