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2015년 암의 발생률과 생존율, 유병률에 관한 통계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폐암으로 나타났다. 폐암과 위암, 대장암 순서였는데, 폐암은 10만 명당 발생자 수가 2위인 위암에 비해 11%가 높은 253.7명을 기록했다. 여러 가지 암종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시니어에게 가장 무서운 암으로 전문의들이 ‘폐암’을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폐암이 고령층에게 골칫거리인 이유는 뭘까.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金周祥·46)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시니어에게 폐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시간’ 때문입니다.”
고령층에 폐암이 자주 발병하는 이유를 묻자 김주상 교수는 “시간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기자의 짧은 지식으로 예상한 답변과는 달랐다. 담배나 환경오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물론 흡연이나 오염물질도 원인으로 작용하죠. 과거에는 이런 오염물질이 영향을 줄 거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했어요.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런 것들이 왜 폐암을 일으키는지 밝혀지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아낸 것은 장기간 폐가 독성물질과 접촉하면서 DNA에 돌연변이가 유발된다는 것이에요. 시간이 문제였던 것이죠. 다른 암에 비해 발병하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발병이 많습니다. 또 그간 다른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던 질환들이 조금씩 정복되면서 폐암이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도 작용을 했고요.”
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한 국가에서 담배 매출이 정점을 찍고 난 후 30년이 지나면 폐암환자 증가가 최고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고 한다. 이 이론을 국내에 적용하면 폐암 환자의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예측했다.
비흡연 여성도 안심할 수 없어
흡연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금연을 했다고 해서, 비흡연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도 안심할 수 없다. 폐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일부 종류는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병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게서 암이 발견되는 이유도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담배 이외의 독성물질에 오래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이론이죠. 아궁이에서 나는 연기나 요리할 때 발생되는 물질들이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시아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폐암 중 선암은 표적항암제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EGFR 표적항암제가 대표적이다.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지만 암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아닐 수 없다. 표적항암제의 경우 월 1000만 원이 넘는 비싼 약값이 문제였지만, 최근 2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까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월 30만 원 내외로 줄어 환자 부담이 낮아졌다.
최근 문제로 지적되는 미세먼지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미세먼지에는 화합물 등 폐암 유발인자가 섞여 있어요. 주거지역을 옮기지 못하면 가끔 청정지역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폐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폐암이 가장 무서운 암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낮은 생존율에 있다.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26%. 10대 암 중 췌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물론 1993년에서 1995년 사이에 조사된 11.3%보다는 비약적으로 향상된 숫자이지만, 위암(75.4%)이나 유방암(92.3%), 전립선암(94.1%)에 비하면 심각하게 낮은 수치다.
사망까지 1년밖에 안 걸리는 폐암도 있어
김 교수는 폐암의 문제점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나타나서 발견된 경우에는 이미 손쓰기 힘들 정도로 병이 진행되어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폐암 중 소세포폐암이 더 심각합니다. 성장이 아주 빨라요. 보통 CT나 엑스레이와 같은 진단 장비로 확인 가능할 정도까지 성장하는 데 3개월밖에 안 걸립니다. 그 전까지는 발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후 발견 가능한 시점부터 다른 장기로 전이될 정도로 성장하는 데도 3개월밖안 걸립니다. 그러니까 수술로 치료 가능한 시기(1기~2기)가 3개월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 거예요. 이 시기를 놓치면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를 사용하는데 완치가 매우 어렵습니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생에서 사망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암의 자각증상으로 기침이나 객혈, 흉통, 호흡곤란을 이야기한다. 간혹 폐의 가장 꼭대기 쪽에 암이 발생하면 어깨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오십견 등 일반적인 관절 질환으로 오해하다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어깨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자각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3기 이후의 시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이가 쉬운 것도 문제다. 폐암은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가 되는데 그중 치료가 어려운 뇌나 뼈에 전이가 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뇌에 전이가 되면 의식에 문제가 생겨 정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척추 등에 암이 발생하면 신경에까지 영향을 줘 하반신 마비 등이 오기도 한다. 뼈에 발생한 암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상황은 골절이다. 암세포가 자리 잡은 상태에서 골절이 일어나면 뼈가 붙지 않는다. 정상세포가 아닌 까닭이다. 이런 증상들은 환자 삶의 질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고령자는 1년에 한 번씩 검사받아야
반면 조기발견이 이뤄진다면 예후는 희망적이다. 최근에는 건강상태가 좋으면 90세 이상의 고령에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제 환자 중에 96세에 폐암수술을 받고 백순 잔치까지 하신 환자분도 있어요. 우리 국민은 대부분 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니까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실 것을 권하고 싶어요.”
폐암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가장 권장되는 것은 저선량 CT다. 컴퓨터 단층촬영 장비 중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한 장치다. 노출을 최소화해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이것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계에선 55세 이상 인구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촬영을 해보길 권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고령자라면 1년에 한 번 저선량 CT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한 검진을 해볼 것을 권했다. 위암을 발견하기 위한 위내시경, 대장암을 찾기 위한 대장내시경처럼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 검진을 포함시킬지의 여부는 아직 고려 중이다. 폐암에 관한 연구는 긴 시간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다.
나이 들면 폐 이상 증상에 예민해져야
폐와 관련한 질환 중 시니어에게 심각한 게 폐암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10대 사망원인에 폐 관련 질환만 4가지가 꼽혔다. 폐암, 폐렴, 결핵, 만성폐쇄성폐질환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어 호흡기 질환이 쉽게 심각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벼운 감기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엑스레이를 자주 찍어봐야 합니다.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큰 병이 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행운(?)은 종종 있습니다.”
그 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암 환자 중 생약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드시는 분이 있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체력이 더 떨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평소에 사먹지 못한 유기농 제품이나 자연산 식재료로 음식을 해드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야채만 먹게 되면 장염을 유발해 되레 건강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고기는 적정량 먹어주면 좋습니다. 간혹 좋은 공기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시는 경우도 있는데, 병원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어요.”
3년 전 난소에서 암 조직이 발견되어 난소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흔히들 암 수술을 받은 사실을 밝히기 꺼려하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쓸데없는 관심을 갖는게 부담스럽기 때문일 거다. 몇년 전, 필자는 집 안에서 낙상을 해서 입원 후 찍은 MRI 에서 우연히 난소에서 이상조작을 발견했다. 아주 초기인데다, 증상도 없이 우연히 발견한 거라 행운이라고 할수 있다.
반포에서 30년 가까이 살다가 몇 년 전에 시댁에서 관리하는 조그만 집이 있어 약수동 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사한 바로 그 해에 외출 준비 하러 옷을 갈아입다가 안방 침대에 부딪쳐 심하게 넘어졌다. 처음에는 별로 다친 것 같지 않아 예정됐던 외출까지 하고 들어오고 나니 그 때부터 배 아래가 뜨끔뜨끔 아파 오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괜찮겠지 하고 잠을 청하고 나니 다음날 아침에는 더욱 더 꼼짝을 못 할 정도로 아프기 시작했다.
부딪친 데는 가슴 쪽인데 왜 배가 아플까 하고 정형외과 의사인 동생한테 찾아갔더니 아무래도 내장 파열이 있는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가까운 국립의료원으로 가서 여러 가지 조사를 한 결과 갈비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아주 조금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응급 치료는 마쳤지만 당시에 찍었던 MRI 결과에 난소에서 암세포를 발견했다고 한다. 즉시 수술로 들어가서 난소 제거 수술을 받았다. 실수로 넘어진 결과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남편은 내가 오래 살려고 그 날 넘어진 것이라고 말하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난소암을 그렇게 조기에 발견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난소암이란 원래 말기가 되어도 증상이 거의 없어 미리 발견하는 경우가 없는데 필자가 굉장히 운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의 책은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물론 조기에 병을 발견하면 좋다. 그러나 발견하지 않아도 되는 질병도 있다. 모르고 지나칠 것을 발견하면 수술해야 직성이 풀린다. 수술하면 환자의 면역력은 최악에 이르고, 다른 질병에 걸리기 쉬운 몸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건강검진이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불필요하게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수술 후 몸이 무거울 때마다 필자는 염치없이 일주일에 세 번 오는 도우미 아줌마한테 몸을 주물러 달라고 부탁한다. 아줌마는 ‘장애인 활동 보조인’으로 일한 적이 있어서 안마를 할 줄 안다. 전에 시각 장애인의 일을 돌봐주었는데 그 시각 장애인한테 안마를 틈틈히 배웠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금 그 덕을 보고 있다. 안마를 받고 나면 온몸이 시원하고 짓뿌둥했던 기분이 싸아~악 사라진다. 정말 운 좋은 발견이었다.
“샤오메이즈(小美子, 이쁜아) 넌 죽지 않아. 꼭 살아날 거야. 걱정하지 마.” 오빠는 막내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서해를 넘어 한국까지 날아온 오빠가 동생은 너무나 고맙고 미안했다. 그렇게 오빠의 조혈모세포는 동생 몸으로 흘러들어 생명을 살렸다. 바로 중국 출신의 귀화인 등희하(滕希霞·38)씨의 이야기다. 이 감동적인 만남에는 든든한 후원자 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의 박진희(朴眞嬉·51) 교수가 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등희하씨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해외생활을 동경하던 평범한 소녀였다. 1997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외국을 향한다. 한국이었다. 물론 타향살이는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고향에 남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역시 참기 힘들었다. 그러나 중국어 강사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게 됐고, 2007년 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되었다.
“한국에서 사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귀화도 신청했죠. 서울생활에 익숙할 때쯤 같은 학원 강사를 통해 남자를 소개받았고, 2009년에 결혼했어요. 얼마 뒤 아들도 얻었고요. 남편과 함께 작은 중국 음식점을 열어 장사도 열심히 했죠.”
갑작스런 하혈에 놀라다
모든 것이 평탄하게 잘 흘러갔고 행복했다. 장사도 그럭저럭 잘되었고, 둘째 임신 소식에 새로운 복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여기까지였다.
“어느 날부터 하혈이 계속 됐어요. 2011년 6월쯤이었어요. 동네 병원에 가니까 난소암이 의심된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병원을 두 번 더 옮겼어요. 그렇게 길병원까지 오게 됐죠.”
결국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아이는 유산됐고, 그 후에도 출혈은 계속됐다. 피 검사결과 백혈구 수치가 문제였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이었다.
“처음에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믿을 수 없었어요. 우리 집안에는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없었거든요. 보통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걸리잖아요. 또 그 주인공들은 금방 죽어버리고. 저도 그렇게 될까봐 너무 겁이 났어요. 길병원을 믿을 수 있나 의심할 정도였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이식수술
“똘똘한 친구예요.” 박진희 교수는 등희하씨를 이렇게 기억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요. 제가 최대한 환자와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녀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병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남편과 하는 가게 이야기에서부터 시댁이야기, 한국생활에 대한 이야기까지요.”
등희하씨의 치료를 진행하는 데는 여러 가지 걸림돌들이 많았다. 먼저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등희하씨 없이 한국어가 서툰 남편 혼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그녀의 투병으로 가게는 포기해야 했다. 수익원이 없어지니 치료비가 문제였다.
박 교수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백혈병은 전체 암종 중에서 치료비가 가장 많이 드는 암으로 꼽혀요. 다행히 보험제도가 잘되어 있지만 그래도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사회사업실을 통해 한국혈액암협회 지원을 받거나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어요.”
등씨 입장에선 박 교수가 의사이기 이전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 후원자였던 셈이다. 박 교수와 길병원의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치료를 위해서는 조혈모세포의 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증자를 기다리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평범한 한국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가족을 병원으로 불러 가능성을 타진했겠지만, 그녀의 가족은 모두 중국에 있어 이식은커녕 검사조차 쉽지 않았다.
박 교수와 병원 관계자들은 중국 병원과 직접 연락을 해야 했다. 그녀의 가족들 중 누가 이식에 적합한지 검사를 부탁했고, 검사결과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다행히 두 오빠가 적합했고, 그중 회사원인 큰오빠 대신 사업을 하는 작은 오빠가 기증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넘어야 될 또 하나의 산이 있었다. 이식을 위해 장기체류를 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있어야 했는데 거절된 것이다. 또다시 박 교수와 길병원이 나서야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난 2012년 3월에야 겨우 이식이 이뤄졌다.
등씨는 “교수님과 병원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우리 집안 식구들이 모두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남편은 물론이고 작은 오빠도 한국에 왔을 때 인사를 드렸고, 어머니도 한국에 오셨을 때 병원을 찾아 교수님을 뵈었어요. 덕분에 딸이 살 수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가족 사랑이 가장 큰 힘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역시 가족이다. 이식이 필요하다고 형제들에게 전했을 때 주저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가족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했다. 기증자로 결정되자 작은오빠는 한 달 전부터 좋아하는 술도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동생에게 주고 싶어서였다. 몸에 좋다는 것 다 찾아먹다 간수치가 오를 정도로 몸 관리에 신경을 썼다.
물론 남편도 힘이 됐지만, 가장 의지가 된 것은 올해 8세가 된 아들 리우한이다.
“제가 아이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이쁜 아이를 제가 낳았나 싶을 정도예요. 백혈병 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는 아들이 세 살이었는데, 항암치료를 위해서 무균실에 들어갔을 때 아이를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괴로웠어요. 남편은 유리창 너머로 통화라도 할 수 있었지만, 아이는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의 노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서 버텼어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꼭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죠.”
감기와 비슷한 백혈병 초기 증세
백혈병 또는 혈액암으로도 불리는 이 병은 어떤 병일까. 우리의 혈액은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으로 구성되는데, 혈액세포들의 생산은 조혈세포가 맡는다. 백혈병은 조혈세포가 암세포로 인해 비정상이 되면서 혈액세포 생성에 문제가 생기는 병.
박 교수는 “어느 날부터 감기가 낫질 않는다든가 멍이 쉽게 들고, 빈혈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대부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증상들이니까,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해요. 하지만 혈액암은 제대로만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하는 병이에요. 경제적 부담이 문제인데, 소아혈액암의 경우 후원단체나 기관이 많아 그래도 큰 걱정은 덜은 상태죠”라고 설명했다.
일부 혈액암의 경우 치료를 위해 고가의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표적치료제인 글리백은 미국에서 보험이 없으면 환자가 월 6000달러(한화 약 700만원)를 부담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복제약값 월 200만원 중에서 5%인 1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영양제 가격 수준이다. 그렇다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니어, 즉 고령혈액암 환자들이 문제라고 박 교수는 지적한다.
“의학계에서도 과거엔 적극적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요. 연령과 관계없이 신체나이(상태)만 충분하다면 완쾌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비용을 후원하는 기관들이 고령혈액암 환자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사회적 후원이 필요해요.”
베르니케 증후군으로 고생하다
등희하씨의 치료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치료비 걱정은 해결됐지만,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던 등씨가 힘든 항암치료를 견뎌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겨우 먹은 것도 다 토해내는 통에 너무 힘이 들었어요. 몸속의 백혈구를 모두 죽이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몸의 면역기능이 약해지니까 식도에 곰팡이가 생겼어요. 가뜩이나 잘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목에 문제까지 생기니 더 힘들었죠.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몸무게가 6kg이나 빠졌어요.”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 입장에선 간단한 과정이다. 수혈받는 것처럼 누워서 받기만 하면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마치 수술처럼 표현되는 것은 극적 연출이지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등씨는 치료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든 치료를 하고 나서도 두 달 동안 꼼짝 못했다. 사랑하는 아들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고 집에서 누워만 있었다. 박 교수는 그녀가 겪은 증상이 베르니케 증후군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 비타민 등의 영양결핍이 겹친 탓이다. 계속 어지럽고 눈앞의 물체가 흔들려 보이는 증상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긍정적인 생각이 날 살려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녀의 백혈병은 ‘완쾌’ 단계에 있다. 이제 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란다. 혹시 다른 암이 발병될 수 있으니 정기적인 검진만 하면 된다.
등씨는 요즘 새로운 직업에 재미를 붙였다. 한국화장품 회사 소속으로 중국의 SNS를 통해 현지 젊은 여성들에게 화장품을 알리고 구매를 돕는 일을 한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아닌데다 흥미로운 분야라 즐겁게 일한다.
등씨는 늘 긍정적인 자신의 태도가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투병생활을 이겨낸 것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해나가는 것도 긍정적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와 비슷한 병을 앓는 분들이 이 기사를 보신다면 꼭 긍정적인 생각을 하시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었거든요. 하지만 병을 이겨내겠다, 지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김포시에 사는 오영자(52·가명)씨는 요즘 불만이 많다. 당뇨병 치료 중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먹는 것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얼마 전 의사가 인슐린 주사로 치료 방법을 바꿔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복부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하다니… 인슐린 주사는 치유가 어렵다는 증거라는 주변의 이야기도 자신을 짓누른다. 그녀의 고민은 당연한 것일까?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宋基壕·46) 교수에게 당뇨 환자들의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 물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당뇨병은 일명 ‘성인병 4종세트(당뇨, 고혈압, 고지혈, 통풍)’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 흔한 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천적으로 포도당을 연소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소아 당뇨병을 1형이라고 부르고, 서구화된 식생활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떨어지는 상태를 2형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는 2형으로 보면 된다. 유전이나 감염 등도 2형 당뇨병의 원인으로 유추된다.
당뇨병은 혈관병이다
송기호 교수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뇨병은 정말 완치가 안 되는 병인가?”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대부분의 경우 당뇨병은 완치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젊을 때 비만으로 당뇨에 걸렸다가 체중 감량 후 완치한 사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죠.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완치가 안 된다니 겁부터 날 법하다. 하지만 송 교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당을 조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치료만 잘하면 문제될 일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연소에 관한 병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 수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진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그다음부터라고 송 교수는 지적한다.
“당뇨병을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잘 쌓입니다. 당연히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 문제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서운 것은 대혈관 합병증이에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것들이죠. 그래서 당 수치뿐만 아니라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조절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당뇨 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망막병증이나 통증,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신경병증 역시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혈관병의 일종.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에 의해 망막의 혈관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망막병증은 당뇨 환자의 약 6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의 가장 큰 복병은 합병증
안타깝게도 당뇨는 혈관성 질환 외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따라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당뇨발)이다. 당뇨발이라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여름철 당뇨 환자를 위협하는 당뇨 합병증 중 하나. 하지 절단, 족부궤양 등으로 대표되는 당뇨발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의해 상처 발생이 쉬워지는 동시에, 고혈당으로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아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을 잘 관리해야 한다.
폐렴을 당뇨 합병증으로 보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 감소와 신체기관의 기능 저하로 인해 감염질환에 특히 취약해 감염질환의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경우 건강한 성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최대 3.1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깨가 굳는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도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중 하나. 전체 인구 중 오십견 환자가 2~3% 정도인 반면 당뇨 환자는 36%로 5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일반 오십견 환자에 비해 더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약 vs 주사제 무엇이 다를까
당뇨를 치료하는 방법은 먹는 약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환자에 따라 인슐린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천적인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가 필수다.
먹는 약과 주사제는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주사제는 인슐린을 몸속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먹는 약은 췌장 등 소화기관에서 인슐린 분비를 좀 더 활발히 하도록 자극하거나, 이뇨를 촉진해 당 배출이 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당뇨병 초기 환자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사용해 혈당을 잘 잡아주면 6개월 이내에 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간혹 주사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계시는데, 치료 효과가 크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으신 분들은 약을 써도 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인슐린 주사가 효과적이죠”라고 설명한다.
일부 환자들은 ‘주사제=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초기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하고, 먹는 약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나아질 수도 있다.
당뇨 약 오래 먹어도 될까
당뇨병은 평생의 친구라고 표현할 만큼 오래 함께해야 한다. 이는 당뇨 약 역시 평생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별 문제는 없을까? 송 교수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약을 많이 먹는다고 체내에 무언가가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 동안 대사되면 사라져요. 오래 먹는다고 문제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간혹 약을 오래 먹으면 좋지 않다고 안 드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경우 혈당 조절이 안 돼서 더 심각한 병까지 얻게 됩니다. 당뇨 약은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당뇨 약이 췌장에 무리를 주거나 췌장암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오해하는데, 이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뇨 약과는 무관하게 당뇨병 환자의 췌장암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한 병
시니어의 경우 당뇨병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당을 소비하는 양도 줄어드는 데다 근육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줄고 내장지방은 증가해요. 근육 감소는 당뇨뿐만 아니라 낙상 등 다른 질환의 발병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에 운동은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관절이 좋지 않다면 아쿠아로빅이나 실내자전거를 이용한 운동이라도 하시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니 일주일에 150시간 이상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당뇨병 발병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혈압, 중풍, 만성신부전 같은 병들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와 여명에 따라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 여명이 많지 않은 암환자들이 무리하게 혈당 조절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콤한 음료수, 당뇨 환자에게는 독
당뇨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음식이다. 혈당 관리가 음식 섭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www.diabetes.or.kr)를 방문해보면 식생활에 대한 안내가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 얼마나 먹고 식사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면 좋은지, 외식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에 관련한 내용들이다. 또 계절별 식단이나 요리법도 알 수 있다.
송 교수는 “식단을 짜서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기본적으로 빵이나 케이크와 같은 가공된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쌀 역시 백미보다는 가공이 덜 된 현미를 먹고, 고기보다는 생선을 드시고, 야채를 많이 드세요. 그리고 소식하는 습관도 아주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가 특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한 것 중에는 음료수가 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오렌지주스와 같은 과즙 음료들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될 독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당뇨에 좋다고 소문난 음식들 역시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 의사들에게 여주, 돼지감자, 누에가루, 달맞이꽃종자유, 해독주스와 같은 것들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에요. 환자들이 건강식품만 믿고 약을 끊는 경우가 있거든요. 환자에게는 치명적이죠. 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들은 되레 간수치만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복용하시면서 적당히 드시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맹신은 절대 안 됩니다. 방송에 나오는 검증 안 된 일반인의 경험담들도 믿지 마세요.”
당뇨병 소모품비용지원제도를 아시나요?
당뇨병 환자들에게 약값 외에도 부담되는 것이 있다. 바로 혈당 검사지나 채혈침, 인슐린 주사기, 1회용 주삿바늘 등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5년 11월 15일부터 모든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 소모품 구입비용을 지원한다. 본인 비용으로 구매하면 구매 비용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건강보험 당뇨병 환자 등록→처방전 발급→의료기기 판매업소에서 제품 구입→요양비 청구순이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다니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관련 절차를 도와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지원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 병원을 다니고 있다면 반드시 챙기자.
여름, 가을에 인천 공항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붉은색 식물이 바다를 뒤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염생식물인데, 바닷가와 염수호, 암염지대 등 소금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퉁퉁마디, 칠면초, 나문재, 해홍나물, 해송나물 등이 있다.
이들이 붉은색을 띠는 것은 어째서일까? 염색식물 이외에도 붉은색 식물이 제법 있다. 가을에 붉게 물든다고 이름 붙인 붉나무는 잎이 새빨갛다. 그런데 그 열매의 한약재 이름이 염부자(鹽膚子)다. 열매 껍질에 소금이 있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내륙에서 소금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붉나무 열매 껍질에서 소금을 얻었고, 간수가 아닌 붉나무 열매를 이용해 두부를 만들었다.
고마리나 여뀌는 물이 아주 많은 환경에서 자란다. 그런데 물이 말라버리면 고마리나 여뀌는 붉게 물들어버린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고마리, 여뀌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물을 더 끌어당기려고 노력한다. 물을 끌어당기려면 자신의 염도가 높아야 한다. 사막에서 소금이 필요한 이유는 인체 내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서다.
단풍은 왜 붉게 물드는 걸까? 식물생태학에서는 단풍의 붉은색이 해로운 자외선을 막고, 나뭇잎 세포가 가을 추위에 쉽게 얼지 않도록 보호하는 부동제 역할을 하며, 곤충의 침입을 방지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약한 짠맛[微鹹]이 부동제 역할을 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고구마의 싹은 붉다. 담쟁이덩굴, 단풍의 싹도 붉고, 작약의 싹도 붉다. 이외에도 많은 식물의 싹이 붉다. 왜 붉을까? 죽염 창시자인 인산 김일훈 선생은 저서 에서 “만물은 염분의 힘으로 생겨난다. 특히 봄에 초목의 새싹이 돋고 잎이 피며 꽃이 만발할 때, 지구상의 염분은 대량으로 소모된다”라고 했다. 아이들도 자랄 때 미네랄이 많이 필요한데, 미네랄이 부족하면 성장통을 앓기도 한다. 식물의 싹도 급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미네랄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네랄은 대부분 염분에서 공급된다. 염분이 많은 것은 붉어진다.
해조류는 모두 약한 짠맛을 지니고 있다.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중에서 가장 깊은 곳에 사는 홍조류의 짠맛이 가장 강하다. 일반 식물을 바닷가에 심어놓으면 바닷물에 수분을 빼앗겨 말라죽어버린다. 염생식물은 스스로 약한 짠맛을 지니어 생존하도록 진화했다. 염생식물이 붉은 것은 약간 짜기 때문이다. 바닷가 선원들도 소금기 섞인 해풍을 자주 맞아 얼굴 붉다. 여름 휴가철에 바닷가에서 며칠만 있어도 피부가 붉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붉은색은 약간 짠맛이 함유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 설명하는 두 가지 짠맛은 강한 짠맛과 약한 짠맛이다. 강한 짠맛은 혈압을 높이며 머리로 열을 솟구치게 한다. 천일염, 정제소금이 강한 짠맛이다. 많이 짜고 끝 맛은 쓰다. 바닷가에서 수영하다가 바닷물을 잘못 들이키면 목이 칼칼해지고 마르면서 물이 당긴다. 바로 강한 짠맛 때문이다. 약한 짠맛은 짭짜름하면서 끝 맛이 달고 입에 침이 고인다. 죽염, 퉁퉁마디 등의 해조류와 죽염의 맛이며, 조개탕과 사골국의 짠맛이 약한 짠맛이다. 강한 짠맛은 머리에 열이 치솟게 하고 혈압을 올리지만, 생명체 속 약한 짠맛은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려주고 대변을 잘 나가게 한다.
약한 짠맛은 가래를 삭게 하고 단단하게 뭉친 것을 눅여준다. 그래서 과음 후 목소리가 거칠어지면서 가래가 생길 때 조개탕을 끓여먹는 것이다. 조개껍질에서 우러난 약한 짠맛은 가래를 제거해준다. 또 목에 생긴 멍울을 포함한 전신의 종기, 종양을 눅여주는 효과도 있다.
약한 짠맛은 끝맛이 달달해서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데 이 침은 인체의 구성 물질인 정(精), 기(氣), 신(神), 혈(血)을 보하는 효과가 있다. 인공조미료는 달지만 끝 맛이 텁텁하거나 쓰며, 먹고 나면 물이 당긴다. 천연조미료나 잘 발효된 된장은 끝 맛이 달고 구수하다. 끝 맛이 달아야 몸을 근본적으로 보하면서 살찌지 않게 한다. 천일염의 끝 맛이 쓴 것은 간수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천일염을 몇 년 묵혀 간수를 빼내면 쓴맛이 덜해지는 것이다. 아홉 번을 구워 만들어내는 죽염은 고온에서 구울수록 짠맛이 덜해지고 끝 맛이 달달해진다.
약한 짠맛은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성인병(고혈압, 당뇨, 통풍, 콜레스테롤 혈증 등) 환자, 육류를 많이 먹어서 피가 탁한 사람, 자꾸 머리로 열이 치솟는 사람, 편도선·임파선·갑상선 등 목이 잘 붓는 사람에게 좋다. 특히 현대인들은 음식 과다 섭취로 성인병이 많기 때문에 염생식물, 홍조류가 더더욱 필요하다. 만성피로도 피가 맑지 못해 발생하므로 염생식물, 홍조류로 다스리면 좋다. 변비를 치료해줘 얼굴과 피부가 고와지고, 염증도 빨리 가라앉혀 관절염, 기관지염, 위염, 피부 질환 등에 좋다. 새살도 빨리 돋아나오게 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아도 적당히 먹어야 하며, 콩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염생식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함초(鹹草)라고 불리는 ‘퉁퉁마디’다. 일본의 본초 집대성자인 패원익헌(貝原益軒) 선생은 저서에서 “함초는 불로장수의 축복받은 약초”라고 했다. 함초는 염생식물 중에서도 염분에 대한 내성이 가장 강한데, 담수에 담그면 살지 못한다. 함초는 바닷가 염전 주위에 살면서 소금기 많은 토양과의 수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스스로 염분을 많이 빨아들인다. 염분과 함께 들어온 물 때문에 마디는 퉁퉁하다. 바닷물을 빨아들인 후에는 광합성 작용으로 물기는 증발시키고 각종 미네랄 성분은 축적해서 삼투압을 유지한다. 즉 함초는 미네랄과 수분을 머금으려는 본능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약효로 나타난다.
물로 몸을 치료하는 물 요법에서는 물에 약간의 소금(토판염이나 죽염)을 타서 먹으라고 한다. 이렇게 먹으면 인체의 말초에 있는 세포까지 물 공급이 원활해지는데, 물 공급이 원활해지면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져 덜 피로해진다. 함초는 말초 세포에 미네랄과 수분이 흡수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식물이다. 따라서 피부가 촉촉해지고, 대장도 촉촉해져 변비가 치료되며, 눈과 손발에도 피가 잘 돌게 된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시니어들은 고령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크고 작은 질환에 시달린다. 흔히 이야기하는 노화의 과정인 셈이다. 다양한 질환은 부위와 병증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시니어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병들은 증세가 가볍다면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피부병. 단지 가렵고 변색이 되는 것을 떠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건선(乾癬)은 겨울철 건조한 환경과 함께 시니어들을 속 썩이는 대표적 질환. 한의원에서는 드물게 건선치료만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 원장(李起熏·46)을 만나 이 병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건선은 피부에 작은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면서 발진된 부위 위에 새하얀 비듬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는 만성 피부병이다. 붉은 발진도 함께 나타나는데, 맨 처음에는 작은 크기로 나타나다 새로운 발진들과 합쳐져 커지고, 주위로 퍼져 나간다. 심한 경우에는 온몸이 빨갛게 발진으로 뒤덮이는 경우도 많다.
양의학에서는 건선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피부에 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되어 면역물질이 과다 분비되는 것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 추정만 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건선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이기훈 원장은 건선의 원인으로 열(熱)을 지목한다.
“건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먼저 첫 번째 원인은 외적인 요인이에요. 건조한 환경입니다. 건조한 환경은 건선을 악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쳐요. 실제로 겨울철에 건선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요인은 바로 열이에요. 체내에서 발생한 열이 몸 밖으로 방출되지 못하고 피부에 누적되면서 여러 증상으로 발병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건선이에요.”
건조한 환경은 건선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데, 환자 중 일부는 겨울철에 발병했다가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습한 여름 공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건선 환자가 건조한 공기를 피해 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가서 지냈더니 건선이 말끔하게 나아 실제로 이민까지 심각하게 고려한 사례가 있었을 정도라고 했다.
시니어에 발병하면 반점이 온몸 덮기도 해
건선은 보통 20~30대 젊은 층에 많이 생기지만, 60세가 넘어 처음 발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건선은 편도염이나 고열 감기를 앓고 나서 건선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발병하는 건선은 대부분 물방울 모양으로 나타난다. 당연히 편도염이나 고열 감기를 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과 관련이 있다.
이에 반해 시니어들이 앓는 건선은 조금 다르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땀의 배출이 줄고 피부가 건조해지는데, 전신의 건조함이 건선 발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발병하는 형태도 물방울 모양이 아닌 홍피성(紅皮性), 즉 붉은 반점이 전신을 덮는 모양으로 대부분 나타난다. 또 이런 홍피성 건선은 가려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골치 아프다.
이 원장은 “피부에 습기가 없이 건조하고 기초 대사가 떨어지면서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건선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실제로 실내 습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만으로도 건선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붉어지는 피부는 대인관계까지 어렵게 만든다. 많은 사람이 피부병은 전염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피하려는 경향이 있고, 본인 스스로도 붉은 피부를 부끄럽게 생각해 대인기피증까지 겪는 경우도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 조심해서 사용해야
이렇게 붉은 반점과 함께 가려움을 유발하는 질환이 또 있다. 바로 아토피다. 아토피와 건선은 서로 같은 듯 다른 질환이다 보니 치료의 혼선을 주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아토피 환자는 건선으로 오해받아 엉뚱한 치료를 하고, 또 건선 환자는 아토피 치료로 시간을 헛되이 버리는 것이다. 건선이나 아토피가 생명과 직결되는 병은 아니지만 정확한 진단부터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발병하는 위치부터 아토피와 건선은 차이가 있습니다. 아토피는 관절 안쪽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반대로 건선은 관절 바깥쪽에서 발병해요. 예를 들어 무릎관절 앞쪽의 무릎뼈가 있는 쪽에 발병하면 건선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오금 쪽에 나타나면 아토피로 볼 수 있죠. 건선은 외부와의 마찰이 잦은 부위에서 일어나는 셈이에요.”
아토피와 건선 치료를 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바로 스테로이드 사용이다. 스테로이드는 아토피 질환에서 단기적인 효과를 보이는 약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건선에서도 표면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물론 그 부작용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피부가 얇아지거나 화상과 유사한 금단증상이 나타나거나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고 어깨에 비대증이 나타나는 등의 현상이다.
“만약 건선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다면 3개월 정도 발라보다가 시험 삼아 중단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때 만약 건선이 다시 심하게 올라온다면 그건 건선을 치료하고 있는 게 아니라 부작용을 동반하면서 건선을 일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장기적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증상이 되레 심해질 가능성도 높아요. 물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도 마찬가지고요. 때문에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일부에서 처방하는 면역억제제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고령의 시니어들에게는 장기적 복용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치료는 6개월에서 9개월 소요되는 장기전
그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 원장은 건선은 그 원인을 제거해야지 외치(外治), 즉 침이나 연고 같은 외부의 치료는 그 효과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치료에 대한 진행 속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건선의 원인, 그러니까 피부가 마르고, 열 배출이 어려워지는 원인을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스트레스와 음식, 과로, 편도염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에요.”
치료를 하면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PASI(건선의 중증도를 나타내는 국제기준) 수치가 10% 이하로(PASI90) 내려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에서 9개월 정도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일반 성인 기준이며, 시니어의 경우에는 3개월 정도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건선 치료는 일종의 빙산이라고 보면 돼요. 질환이 눈으로 확인될 만큼 발현되는 것은 일부일 뿐이고 진짜 문제는 수면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요.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래도 환자의 85~90%는 PASI90에 도달합니다.”
고기는 담백하게, 튀김은 피해야
일상생활에서 건선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기훈 원장은 일단 음식을 꼽는다.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해요. 가장 나쁜 건 튀김. 고온 상태에서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은 좋지 않아요. 볶음도 마찬가지고요. 찬 음식에 가열되지 않은 기름이 첨가된 건 별문제 없어요. 그리고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보다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드세요. 호두나 잣 같은 견과류나 배같이 단맛이 나는 과일은 도움이 됩니다. 대신 신맛이 나는 귤과 오렌지, 사과는 피하셔야 합니다.”
조심해야 할 음식은 역시 술이다. 상대적으로 몸의 열을 덜 올리는 맥주가 그나마 낫고, 양주와 같은 독한 술은 상극이다.
“일상생활에서 고쳐야 할 습관 중 하나는 잠이에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불면이 있다면 치료해야 합니다. 또 샤워할 때 비누나 보디클렌저 같은 계면활성제를 너무 자주 쓰시면 몸이 건조해져요. 특히 때 미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스트레스 없이 생활하시면 건선 걱정은 줄일 수 있습니다.”
이기훈 원장이 말하는 건선 자가진단법
1 겨울이 되면 빨간 반점이 나타난다.
2 몸에 두드러기가 잘 생긴다.
3 피부 가려움증을 겪는다.
4 무릎이나 팔꿈치에 각질이나 반점이
생긴다.
5 각질을 떼어내면 피가 맺힌다.
6 여름에는 괜찮다가, 겨울에 반점이
생긴다.
7 붉은 반점 주위가 가렵다.
8 수포나 농포가 생기기도 한다.
에 “고지대 사람은 장수하고 저지대 사람은 수명이 짧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세계의 장수 마을은 파키스탄의 훈자 마을, 러시아의 카프카스 지역, 일본 알프스의 나가노 현(長野縣) 같은 고산지대나 일본 오키나와(沖繩), 전북 순창군, 제주도 등 해안가에 있다.
파키스탄의 훈자 마을은 해발 6000m가 넘는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산소량은 16.5%, 습도 50%로 건강에 좋은 조건이다.
러시아의 카프카스 지역은 해발 4000~5000m의 카프카스 산맥으로 이어진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지역을 말한다.
일본의 나가노현은 일본 지역 중 남자가 가장 장수하는 지방이고, 2000~3000m 고산으로 둘러싸여 ‘일본의 지붕’이라 불린다.
일본의 오키나와 지역은 일본 지역 중 여자가 가장 장수하는 지방이고, 따뜻한 해안가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서울대 조사에서 해발 200~600m의 산간 지대와 해안가에 장수 마을이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장수하시는 분들을 조사해 보면 남성 장수자는 강원도 산간 마을에 많고, 여성 장수자는 전남 해안가에 많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 역시 장수 마을인데, 평균 해발 700m의 산악 지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르데냐의 산악지역인 누오로에서는 100만 명당 244명이 100세 이상이다. 그리고 남성 장수자가 여성 장수자보다 많다. 높은 산골에 가서 하룻밤을 자면 남자들은 새벽 발기가 더 잘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남성들에게는 산이 맞고, 여성들에게는 바닷가가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음양의 이치가 바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조깅을 하면 가슴을 움직여 거친 숨을 내쉬는 데 반해, 등산을 하면 아랫배를 움직이며 거친 숨을 내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산을 오르다 보면 산소가 엷어지면서 숨이 가빠지는데, 우리 몸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흉식호흡에서 복식호흡으로 바꾼다. 아랫배가 후끈해지는 복식호흡은 단전호흡이나 단전에 뜸을 뜬 효과를 내서, 머리는 시원하게 하고 아랫배는 뜨겁게 한다. 기본적으로 상열하한(上熱下寒)증을 치료한다.
티베트 수도인 라사로 여행 간 적이 있다. 처음 며칠은 고산 반응으로 머리가 아프고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차만 타면 멀미와 구토... 그런데 움직이지 않던 아랫배가 며칠 지나면서 저절로 들쑥날쑥 복식호흡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고산 반응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때 위장의 연동운동 또한 활발해지며 소화도 호전되었다.
‘신선 仙’자가 ‘산[山]’에 ‘사람[人]’이 붙어 있는 모양을 한 것은 등산과 고산지대 생활이 복식호흡을 도와서 도 닦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네팔의 셰르파족과 구르카 용병이 고산에서도 뛰어다닐 수 있는 것은 고산에 적응해서 복식호흡이 잘 되어 폐활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이 살기 힘든 척박한 땅에서 고차원 티베트 불교가 융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산이란 일교차와 바람이 심한 곳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사람은 북극곰처럼 피부가 야물고 단단해야 한다. 천지운기에서는 “중국의 서북지방은 지대가 높고 건조한데, 그 곳 사람들은 추워서 병이 들어도 대부분 땀이 없다”고 했다. 고산 지역 사람들은 주로 붓고 뭉치는 병이 생기며, 땀을 내거나 설사시켜서 치료한다.
고산 지역 사람들은 피부가 단단해져서 몸의 근본 구성 요소인 정액[精], 기운[氣], 정신[神], 피[血]가 잘 갈무리되어 장수할 수 있는 것이다.
고산에는 항암 효과가 뛰어난 약초가 많다. 중국 육상선수단 ‘마군단’과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이 늘 복용해서 유명해진 동충하초, 티베트의 4대 약재라고 하는 홍경천, 설련화, 남미 고산의 아가리쿠스 등이 있다. 곡기생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겨우살이도 높은 산의 참나무 윗부분에 기생한다. 이들은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산소를 잘 빨아들이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세포의 산소 결핍증인 암을 치료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사람 또한 고산에서는 산소를 더 잘 빨아들이도록 변화하기 때문에, 암에 대한 저항력이 커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 등산을 하면 산소 흡취력을 높여줘서 도시 생활에만 익숙해져 약해진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워 준다.
해안가도 장수 마을이 많다. 일본 오키나와, 우리나라 전북 순창군과 제주도가 그렇다.
해안가에 자라는 식물들을 보면 짜고 강한 해풍을 맞고 산다. 짠맛은 생명체 속의 물을 빼앗아서 말라죽게 하고, 강한 바람도 생명체 속의 물을 증발시켜 말라죽게 한다. 해안가 식물들은 이런 생태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개발했다. 바람을 이기고 물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동백나무처럼 잎 표면이 코팅 처리(큐티클 층)되어 있거나, 수분을 많이 머금기 위해 다육식물로 변하거나, 퉁퉁마디처럼 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염분을 머금고 있다.
사람도 비슷하게 해풍에 대응한다. 해안가 식물이 물을 빼앗기지 않도록 진화하듯, 해안가 마을 사람들은 정액[精], 기운[氣], 정신[神], 피[血]를 잘 갈무리하도록 진화한다. 그래서 피부가 더 억세지는 것이다.
해조류(미역, 김, 파래, 톳, 다시마)가 물을 정화하는 힘은 인체 내에서는 피를 정화하는 힘으로 나타난다. 해조류는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산화 물질이 많아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높이며, 고혈압을 내리고, 미네랄을 공급해 준다. 그리고 식이섬유가 많아 대변을 잘 보게 해서 독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해조류는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 일본 오키나와와 전남 바닷가, 제주도가 장수 마을로 유명한 것도 해조류의 영향이 크다.
고산과 해안가가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는 없다. 그렇게 척박한 곳 사람들이 장수한다는 것은 척박한 환경 때문에 약한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고, 강한 사람들만 살아남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고산에서 적응하기 전에 병이 심해질 수 있고, 피부가 약한 사람은 해안가에 적응하기 전에 해풍과 자외선에 큰 병이 생길 수도 있다. 고산과 해안가가 장수에 좋다는 것은 어느 정도 면역력, 적응력이 있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예방 주사가 좋지만, 너무 약한 사람에게는 무리이듯이 말이다.
따라서 해발 고도를 완만히 높여 가거나, 해풍이 적당한 곳에서 적응하는 것이 좋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형태를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새우는 모래에 구멍을 파고 고비물고기(goby fish)에게 집을 제공한다. 반면에 새우는 시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집밖을 나와 모래 위로 올라가는 순간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이럴 때, 고비물고기는 꼬리로 새우를 건드려 신호를 주고, 함께 모래 속 구멍으로 피한다. 산호초도 플랑크톤의 일종인 조류(algae)에게 자신의 안에 사는 것을 허락하여 집을 제공하고, 조류는 대신 산호의 뼈대를 구성하는 탄산칼슘을 만드는 과정을 돕는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은 이들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폭넓은 상리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공생관계를 갖는 존재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전체 수는 1014개로 인체 모든 세포 수의 10배이다. 그들의 유전 정보를 모두 합하면 인간 전체 유전 정보의 50~100배에 이를 정도이다. 그들의 종류는 무려 500가지가 넘는다.
그들은 누구일까? 바로 장내 미생물이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의 국제공동연구진에 의해서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지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사람과 장내 미생물은 처음부터 세대를 같이 하면서 함께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내 세균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이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은 오늘날 점점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다고 알려진 장기는 심장, 간, 폐, 신장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장(腸) 건강의 상태가 인체 건강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판단과 감정을 결정하는 머리에 있는 두뇌뿐만 아니라 장에 제2의 뇌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두뇌는 단단한 머리뼈 안에서 척수액에 의해 떠있는 공간에만 존재하지만, 장 신경계로 알려진 이 제2의 뇌는 식도에서 항문까지 9m에 걸쳐서 길게 연결되어 있으며, 무려 5억 개에 달하는 뇌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상하거나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구토나 또는 배탈이 나서 급하게 생기는 설사는 사실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배출하려는 몸의 방어 작용이다.
따라서 설사병에 지사제를 초기에 쓰는 것은 가려서 하는 편이 맞다. 세균에 의해 설사가 일어난 것이라면, 차라리 세균이 충분히 배출되게 하는 것이 회복을 더 빠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는 것도 장 신경계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이 장 신경계는 사람의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우울증과 수면,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요즘 들어 점점 증가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때문에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울증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환자의 약 87%는 앞에서 얘기한 장 신경계의 퇴행으로 인해 장 신경계가 파괴되거나 사멸되어 세로토닌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아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 연구진에 의하면, 장 신경계의 이상과 함께 나타난 이상 단백질이 신경을 타고 뇌에 침투하면, 파킨슨병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장 신경계가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따라서 장내 세균이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떤 사람도 장내에 유익한 균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서로 경쟁하며 일정 비율을 유지하기 마련인데, 보통 건강한 장이라고 한다면, 유익한 균이 85%의 비율을 유지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무너지는 것과 관련하여 최근 주목되는 것이 비만이라는 질병이다. 장내 세균 중에 비만을 일으키는 세균이 증가하면, 비만이 유발된다는 것인데 비만 세균은 체지방을 만들어 내고, 지방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아세테이트(acetate)라는 지방산을 만들어 지방 축적을 도와 비만을 유도하며, 그들이 분비하는 ‘그렐린’이라는 공복 호르몬은 배고픔을 자주 느끼게 해줌으로써, 음식 섭취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비만 세균의 대표적인 종류는 페르미쿠테스(Fermicutes)속에 속하는 세균들인데, 비만인 사람에게서는 이 세균의 비율이 전체의 90%까지도 늘어나며, 체중을 감량하면 거꾸로 그 비율이 떨어진다.
더 재미있는 것은 비만을 일으키는 장내 세균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과학저널 에 수록된 논문에 의하면, 내장 세균 중에서 포자(홀씨)를 만들어 사람의 몸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종류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이 홀씨를 다른 사람이 흡입하면 비만뿐만이 아니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장내 세균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것으로 최근에 밝혀진 질환으로 만성 피로 증후군이 있다. 이 만성 피로 증후군은 극심한 피로감 외에도 두통, 근육통, 관절통, 인후통이나 시각 장애, 기억력 장애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코넬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샘플을 비교한 결과,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분포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염증 작용을 하는 세균이 크게 감소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은 오히려 늘어났다. 연구진이 반대로 환자들의 대변에 나타난 수치를 먼저 보고 환자 여부를 역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에도 정확도가 83%나 되었다. 이런 결과들을 볼 때, 이제 건강의 척도에도 새로운 차원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에 유익한 장내 세균의 비율을 인위적으로라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숙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 있는 미생물이다. 즉, 유익한 장내 세균을 직접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임상적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객관적인 결과만 보더라도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해주고, 항생제 복용에 의해서 장내 세균 분포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기 쉬운 설사를 치료해주며, 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소아들에게서 급성으로 생기는 바이러스성 설사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로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기 쉬운 소아 설사는 빠르게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이 효과를 발휘한다. 항생제를 과도하게 복용해서 장기간 설사나 변비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도 프로바이오틱스가 또한 도움이 된다. 또, 영·유아나 소아들의 면역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가 되고 있다. 중이염이나 감기에도 저항력을 주며,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바이오틱스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주는 효과도 있으며, 갱년기 이후의 여성들에게 감염성 질염을 방어할 수 있는 확률도 높여준다. 여성의 질 내에도 세균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 중에서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익한 균의 숫자가 줄어들면 방광염의 발생률이 높아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요도의 길이가 짧아 요로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여성들에게도 좋은 건강의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의학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용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못 보던 입간판이 눈에 확 들어 왔다. 눈에 확 들은 이유는 그 입간판의 색상 때문인 것 같다. 샛노란 바탕에 까만 글씨가 선명했는데 ‘낮술 환영’이라고 쓰여 있다.
요즘 우리 동네에 상권이 많이 변했다. 원래 조용한 동네였는데 국립공원으로 등산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없던 커피집이나 음식점, 술집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업종도 자주 바뀌어 좀 걱정스럽기도 하다. 장사가 잘되면 업종이 바뀌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낮술 환영’이라는 입간판을 세운 가게도 얼마 전까지 하던 식당에서 술집으로 변신했다.
일단 깔끔한 입간판에 뭐를 파는 곳인지 호기심이 나서 들여다보았더니 곱창 구이, 주꾸미 무침 등이 메뉴이다. 아- 정말 맛있을 것 같다.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안줏거리다. 그런데 떡하니 버티고 선 간판에 낮술 환영이라니? 아니 밤에 마셔도 좀 말려야 할 판인 술을 낮부터 환영한다니 아무리 술집 간판이라도 좀 너무하지 않나 생각이 들면서도 귀엽고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소주를 한번 맛봤더니 입에 넣는 순간 독약같이 쓰고 맛이 없어서 다시는 입에 안 대고 있다. 그런데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주가 최고의 맛이라고 한다. 시판되고 있는 복분자라는 술은 과일주스 맛이 나서 마실 만하다. 요즘에 내가 가끔씩 마시는 술은 막걸리다.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몇십 배가 넘게 들어있대서 한 병 사다가 냉장고 안에 두고 일주일 넘게 나눠 마시기도 했었다.
차갑게 해서 마시는 막걸리는 톡 쏘는 맛도 좋고 달큼하기도 해서 혹시 술 마시는 자리가 있으면 꼭 막걸리를 주문하게 되었다. 내가 막걸리를 예찬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물론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막걸리는 유산균 덩어리일 뿐 아니라 알코올 성분을 제외한다면 어떤 영양제 못지않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막걸리는 물이 80%에 알코올이 6~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그 외 나머지 10%는 식이섬유와 비타민B 비타민C 그리고 유산균 효모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비타민 B2와 나이이신 콜린 등도 함유되어있는데 비타민 B2 군은 특히 중년 남성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피로 완화와 시력 증진 효과도 있다고 하고, 그리고 유산균은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세포를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해 준다고 알려진 좋은 물질이다.
풍부한 식이 섬유는 대장운동을 원활히 해서 변비도 예방하고 심혈관질환 예방도 해주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렇게 좋은 술이 또 있을까? 하지만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할 것이다. 알코올이란 것은 소화가 되지 않고 단지 분해되어 혈장을 통해 세포나 신체조직 속으로 흡수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신체기관보다 혈액이 많이 공급되는 뇌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되니 얼마나 우리 머리에 나쁘겠는가. 드라마에서도 주인공들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필름이 끊겨 일을 망친다는 설정을 많이 보아왔다. 현실에서도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술 때문에 실수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나 어리석어 보인다. 그런데 저 술집은 얼마나 사람들이 술을 안 시켜 먹었기에 저렇게 낮에도 와서 술 마시라고 환영까지 하는 걸까? 좀 안된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저 집에 가서 적당히 술을 시켜 마셔서 돈을 좀 벌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술이란 것이 아무리 몸에 좋지 않은 거라고 해도, 그래도 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낭만이나 추억도 있을 것이다.과음해서 건강을 해치지 않고 즐길 정도로만 마신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게 필자의 술에 대한 생각이다. 공연히 오늘은 낮술 환영한다는 술집 간판을 보고 맛있는 안주에 막걸리 한잔 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태문 일본 통신원 gounsege@gmail.com
◇ 늙지 않는 식사습관
오늘 입에 넣는 음식이 10년 뒤 ‘젊음’을 정한다
1. 머리로 먹지 말고 배로 먹는다: 공복 때는 노화와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효소의 피해로부터 몸의 세포를 지키는 ‘장수 유전자’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배가 꼬르륵 울릴 때까지 먹지 않는 것도 젊음으로 가는 첫걸음.
2. 조리온도가 높은 요리를 피한다: 단백질과 당질이 포함된 식재료를 굽거나 튀기면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때 AGEs가 만들어지고, 이게 체내에 흡수되면 당화를 일으켜 혈관이 굳어지고, 피부의 탄력을 잃고, 뼈가 약해진다. 찜 요리와 조림 등 식재료를 살리는 조리법으로 체내부터 젊게!
3. 하얀 주식은 안녕: 흰 쌀밥, 흰 빵, 우동 등은 탄수화물이 많고 비타민, 미네랄, 식물섬유가 적어 혈당치를 높이고 당뇨병의 위험도 높다.
4. 비타민D와 B군은 매일 섭취 한다: 온몸의 세포에 영향을 주고 뼈를 강화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우울증과 근력 저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비타민D는 등 푸른 생선으로, 피로 회복과 세포 복원 등 피부와 뇌의 건강 유지에 좋은 비타민 B는 돼지고기, 현미, 달걀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부족한 경우는 보조 식품으로 보완한다.
5. 생선은 하루 한 번 반드시 먹는다: 메뉴를 정할 때 고기보다 생선을 섭취하면 10년 뒤 혈관과 뇌의 젊음이 큰 차이가 생긴다.
6. 매일 발효식품을!: 된장찌개, 낫토, 절임 등 유산균과 식물섬유가 많이 포함돼 편비 개선과 장내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발표식품을 먹는다.
7. 좋은 기름만 섭취한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름은 생선 기름, 코코넛오일, 올리브오일, 아보카드오일, 참기름 등이며, 초콜릿을 고른다면 식물유지가 없는 걸로.
8. 나쁜 것은 몸에 넣지 않는다 트랜스 지방산이 포함된 기름으로 튀겨 정제된 사탕을 뿌린 도너츠. 맛있는 냄새에 끌려 사 버리게 되지만,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내도 필요!
◇ 늙지 않는 운동습관
힘들지 않은 운동이 쌓여 젊음과 건강 유지
9.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뛴다: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페이스로 달리는 슬로 조깅. 운동 습관이 없는 사람도 손쉽게 시작해 체지방을 줄이고, 뇌세포 증진의 효과도 기대된다.
10. 웃으면서 근육 트레이닝을 한다: 하루 10회의 스쿼트도 효과적. 이동은 자전거로 젊음을 유지.
11. 스트레칭을 습관화: 하반신과 상반식의 근육을 풀어주고, 구르거나 넘어지는 등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평소 발가락 힘을 기르는 가위바위보 체조, 혹은 발가락 양말 등 발가락의 힘을 기르도록 한다.
◇ 늙지 않는 수면습관
잠의 리듬과 질을 제대로 확보하자!
12. 잠 드는 시간보다 일어나는 시간에 신경을: 일어나서 커튼을 열어 아침해를 맞으면 체내 시계의 스위치가 켜지면서 14~16시간 뒤에 멜라토닌이 분비돼 수면 리듬의 개선에도 이어진다.
13. 취침 2시간 전부터는 먹는 것과 청색광선의 조명 등을 모두 끊는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블루라이트가 나오는데, 자기 직전까지 보면 뇌가 각성화되므로 일찌감치 일을 마치고 전원을 끊는다.
14. 기분 50%로 사람과 사귄다: 친구들과 사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에 휩쓸려 끌려다니기만 하면 스트레스가 된다. 젊음을 위해 분명히 거절하는 용기를 가져라.
15. 조금씩 땡땡이: 이것도 저것도 해야 한다는 마음에 쫓길 때는 일부러 한 숨 돌리는 시간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평안해진다.
16. 말과 이미지로 마음을 정화시킨다: 모두에게 축복받는 결혼식 등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면 싫은 기억은 없어지고 힘든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