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설 명절에 그들을 볼 수 없다. 인터넷에는 그들끼리 ‘설 명절을 피하는 법’ 같은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이제는 세뱃돈의 유혹도 그들을 붙잡지 못한다. 더는 결혼에 대한 추궁을 받기 싫어서일지 모른다. 그들이 빠진 안방에는 노인들만 모여 한숨을 쉰다. “도대체 걔들은 왜 결혼할 생각을 안 하는지 몰라. 앞으로 어떻게 살려는지 원….”
새해 벽두부터 ‘인구절벽’이라는 생소한 말이 떠돈다. 미래학자 해리 덴트가 최근 저서 에서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사용한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는 젊은 층의 인구가 어느 순간부터 절벽 같이 떨어지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그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도 2018년을 기점으로 경제인구가 하락할 것을 예측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내년 이후 경제인구가 감소하며 일본이 겪었던 장기 침체를 경험할 것”이라며 출산율을 높이는 해법으로 보육비 지원을 언급했다. 사실 그들이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가 보육비를 비롯한 어마어마한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기를 키우며 직장 일을 병행할 수 없으니 이중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우리 세대의 기억 속에는 10남매 가족이 그리 놀랍지 않다. 우리도 보통 5, 6남매의 일원이지 않은가. 소위 베이비 붐 세대에게는 오히려 오늘날의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생소함이다. 아이 낳는 것이 일상사였고 보조금 안 주어도 순풍순풍 아이를 낳곤 했는데 왜 그들은 아이는커녕 결혼마저 기피하는가.
하긴 인구 정책적 관점에서만 보면 인구를 늘리는데 왜 결혼을 장려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오늘날 미혼모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보호받지 못하고, 만약 알려질 경우 받아야 할 지탄이 두려워 몰래 버리거나 출산 기록이 남을까 겁나 이름 없이 베이비 박스에 놓고 가지 않는가. 결혼만이 인구 정책의 외곬 길은 아니라는 말이다.
주제로 다시 돌아오면 그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다산을 권장하는 전통은 당시 경제력의 바탕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인력(人力)이었으므로 다산은 곧바로 미래를 보장하는 경제 행위였으나 지금은 과연 그런가? 우리만 해도 형제자매들이 취직하여 가정경제에 나름 보탬을 주었으나 이젠 노후에도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별로 필요도 느끼지 않는데 자꾸 결혼하여 국가 경제를 위해 자식을 낳으라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게다가 꼭 자식이 아니라도 자신의 정신적 DNA를 남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글로 혹은 SNS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다.
굳이 인구가 걱정이라면 트럼프와 반대로 이민을 받으면 되지 않겠는가. 젊은이들이 아이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이루기 위해 결혼할 때까지 조금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면 어떨까.
어릴 적에는 설·추석 명절이 행복했었다. 근심 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새 옷도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명절 증후군, 명절 이혼, 고부 갈등이란 이름의 ‘명절 스트레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명절준비가 제일 큰 문제였다. 이제 명절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는 큰 결단을 하였다.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
손수 준비하던 결혼과 장례문화는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하여 결혼·장례식장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명절과 제사는 아직도 ‘정성들인 음식‘이 필요하다.
대가족 맏이인 아내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대신하여 40년 넘게 6남매 맏며느리 역할을 묵묵히 잘하였다.
부모님 모시고 형제자매끼리 모이던 명절은 조카들이 결혼하고 손자까지 태어나니 훌쩍 30명이 넘어섰다. 아내는 며칠을 준비하기에 바빴다. 모든 일이 잘 되는 줄 알았으나 눈치 없는 필자만의 착각이었다. 한 해에 몇 차례 모임에 녹초가 된다는 사실을 사화은퇴 후에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아들과 딸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였다. “아빠, 엄마의 건강과 변화하는 세상을 생각하여 가족모임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 깊이 생각해보자!”고 대답하였으나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대가족 분가 작전
두 달 전 어머님께서 소천하셨다.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모시고 나니, 필자가 우리가족의 ‘대권’을 이어받았다. 개혁은 집권초기에 번개처럼 하라고 하였다. 장례를 마치고 마무리 가족모임을 가졌다. “부모님 추모회는모두 참가하고, 명절모임은 직계가족끼리 갖도록 하자.”고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허전하다는 등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과감하게 ‘분가’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 추석부터 대가족 모임이 사라졌다. 아들·딸 가족과 손주까지 9식구만 모였다.
“음식준비를 하지 않으니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는 아내의 이야기였다. 멀지 않는 곳으로 소가족 여행을 갔다. 아이들과 어울려서 추석을 즐겁게 지냈다. 가족밴드에 사진을 올려서 가족끼리 재미있게 지내는 동생들과도 대화를 나누었다.
◇과거를 떨치고 미래로
부모님이 계실 때에도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장로봉직 중인 큰 동생의 ‘예배’가 모든 행사를 대신하였다. 비신도가 필자를 비롯하여 절반이 넘었지만 예배는 30년 넘도록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큰 동생은 올 추석에도 가족과 함께 ‘믿지 않는 형제들을 구해주소서!“ 간절히 기도하였을 것이다. 40년 넘게 진행되었던 가족모임이 없어져 조금 허전하였다. 북적거리는 추석도 이제 한시절의 추억이 되었다.
가족모임 때마다 손자들에게 족보를 펼치시고 조상님 설명에 애쓰셨던 아버님 생각이 났다. 부모님 추모일에는 ‘메모리얼 파크’에서 온 형제자매가족이 꼭 모일 예정이다. 지난 한해의 이야기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가족밴드’에 올려서 공유하기로 하였다. 과거회상만이 아니라 재미있는 내일을 찾는 노력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은 전통의례를 존중하는 경우도 많다. 위에서 밝힌 이야기는 필자의 조그만 경험이다. 추석이란 명절이 온 가족이 모여 감사절의 의미를 더 되새기는 날이 되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모든 것이 풍족한 날이다. 그러나 이 즐거운 명절은 생각보다 건강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시기다.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이 평소와 달라지기도 하고, 평소에 하지 않는 무리한 자세나 행동도 문제다. 무엇보다 그리 달갑지 않은 그 누군가와의 조우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생각보다 어려운 명절나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 분야 전문의의 조언을 들어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가장 대표적인 명절 질환은 바로 가족이나 친척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이런 지인들과의 스트레스는 일종의 대인공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평소에 고부간이나 동서 간, 시누이와 올케 간 등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관계를 평소에 돈독하게 해 놓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이런 증상은 명절만 피하고 나면 좋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명절이 지나도 앙금은 남게 마련. 이런 앙금들이 쌓이면 되레 큰 감정의 폭발을 부를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해소하는 것이 좋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가족 간의 문제에 있어서는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족 간 문제에 관해 무관심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들어선 안 되죠. 양쪽을 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쪽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간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나머지 가족들은 특정 구성원에게 집안일이 몰리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 가족 간의 서열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 감정만 상하게 만들 뿐이죠.”
기름진 식사 계속되면 담석증 주의해야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고생하며 차린 음식이지만 무작정 폭식하다간 되레 화를 부를 수 있다. 추석에는 송편이나 떡, 갈비찜, 각종 부침 등 기름지고 열량과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들을 먹게 된다. 이런 요리들을 과식하면 배탈이나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 만약 위쪽 배 또는 명치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자주 든다면 담석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를 먹은 후 소화가 잘 안 된다면 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 담즙 속 염분과 콜레스테롤 양이 변하면서 담낭의 운동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담석증은 대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에 따라 우상 복부의 통증이나 소화불량, 황달, 발열 등이 나타난다. 위경련, 급체 등 위장장애와 혼동할 수 있으므로 초음파나 CT를 통해 담석증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담석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담낭염이나 담낭이 터지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수술 상처를 최소화하는 ‘단일공복강경 수술’이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선호된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추석 때 과식을 하거나 배탈이 나면 위장이 예민해져 복부질환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이 많더라도 평소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만 연휴 이후에도 복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면 허투루 넘기지 마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안 하던 집안일 몰리면 관절과 힘줄에 무리
명절이 되면 유난히 날라야 하는 짐들이 많다. 평소에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급하게 들다가는 순간적으로 힘이 가해져 급성요통이 생기거나 척추분리증 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척추분리증은 뼈마디를 연결하는 부위에 결손이 생겨 서로 분리되는 질환이다. 척추분리증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허리 근육을 강화해서 척추뼈를 제대로 잡아 주면 굳이 수술로 뼈를 붙이지 않아도 평생 별 탈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없이 방치하다간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집안일이 늘어 어깨와 손목, 팔꿈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명절 질환이다. 보통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뼈나 관절, 근육의 이상이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힘줄염으로 인한 급성 통증인 경우가 많다. 힘줄염은 손목이나, 팔꿈치, 어깨 등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으로 발생 부위가 관절과 가까워 관절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부평힘찬병원 김태호 원장은 “근육이 수축하면 힘줄을 통해서 뼈로 힘이 전달되고 관절 운동이 이루어지는데, 명절에 지나친 가사노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힘이 가해져 근육이 계속 긴장돼 힘줄을 다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주부들이 명절에 흔히 걸리는 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성묘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철에 흔한 질환인 유행성 출혈열과 쯔쯔가무시병 등을 조심해야 한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잔디에 눕지 않고, 긴소매 옷을 입고 산에 가는 것이 좋다. 농사를 도울 때도 맨발로 논물 속에 들어가지 말고 장화를 신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모처럼 농촌을 방문했다가 벌에 쏘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나무나 땅속의 벌집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고 벌에 쏘인 경우 전신이 붓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밤이나 감을 따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낙상사고도 명절에 빈번한 사고 중 하나다.
여성들의 고질병 수족냉증
명절이 되면 여성들은 앉은 자세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전을 부치는 것도, 수다를 떠는 것도 바닥에서 이뤄진다. 게다가 그 바닥이 차갑다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명절의 이런 환경으로 혈액순환은 힘들어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손발이 차가워져 수족냉증이 야기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수족냉증의 증상은 주기적 또는 지속적으로 두통이나 현기증, 수족의 떨림이 나타나고, 정신적으로는 흥분하기 쉽고, 권태감, 긴장감, 압박감 등이 나타난다.
강남자생한방병원 이상운 원장은 손과 발이 냉하고 따뜻해도 곧 차지는 것을 한방에서는 복부나 허리의 오랜 냉기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수족이 냉해지는 경우는 당귀나 천궁뿌리 말린 것, 혹은 유자를 넣은 물에 목욕을 하면 혈액순환을 높여 냉증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마른 쑥이나 무 잎을 끓인 목욕법도 냉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다만 물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 않은 38~40도 정도가 적당하고, 자주 목욕하기 힘들면 손발을 매일 뜨거운 물에 담가 기혈의 순환을 원활히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러진 치아는 우유에 보관
명절에는 아무래도 육류나 견과류의 섭취가 많다보니 자칫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평소라면 가까운 병원을 바로 찾으면 되지만, 온 국민이 쉬는 추석인데 문을 연 치과를 찾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럴 때 부러지거나 빠진 치아는 물에 씻으면 안 되며, 생리식염수나 차가운 우유 등에 담가 가는 것이 좋다. 우유의 칼슘 성분은 치아 표면의 부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생리식염수가 없다면 젖은 수건으로 치아를 감싸 습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빠진 치아를 혀 밑에 넣고 신속하게 치과를 방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뉴페이스치과병원 정명호 원장은 “치아가 부러졌을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가 부러진 후 치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신경, 턱관절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상태가 심각하다면 응급실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치과는 응급실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각 치과대학에선 치과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명절에 주변에 문 연 약국을 찾고 싶다면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하면 된다. 대한약사회에서는 ‘휴일지킴이약국’(www.pharm114.or.kr) 웹사이트를 통해 명절이나 휴일에 운영하는 약국을 안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처방전 없이 급하게 살 수 있는 의약품의 종류나 의약품의 복용법 등의 관련정보도 얻을 수 있고, 집에 보관 중인 약을 복용해도 되는지 의약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 ‘E-Gen’(www.e-gen.or.kr)도 꼭 즐겨찾기 해야 할 웹사이트다. E-Gen에서는 주변에 급히 찾을 수 있는 응급실이나 병원, 민간 구급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도 운영하는 어린이 병원 정보를 제공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손주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 놓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병원 정보뿐만 아니라 응급상황 대처요령, 자동심장충격기(AED)의 비치 위치나 사용법까지도 안내하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불면증 대처법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정한 근속년수가 되면 승진시험을 통과해야만 간부로 승진 되는 제도에서 근무를 하게 되어 일명 승진고시라 불리울 정도로 직장 내에선 경쟁시험이 치열하였다. 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공부도 했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매년 말이면 초급간부 승진시험이 영어, 실무, 전공, 상식, 논문으로 치러지는데 이 시절만큼 살아오면서 가장 열심히 공부 했다고 자부한다. 시험 준비도 한두 달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명절 때도 고향에 잠깐 머무르고 매일 새벽 두세 시까지 공부하고 다음날 근무에 시달리면서 준비 했는데 시험 후 낙방하여 실의와 실망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정, 회사, 동료들로 부터의 시선이 나에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은 그 무엇으로 표현 할 수 없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이에 퇴근 후 집에만 가면 잠이 오지 않고 그렇다고 정신이 맑은 것도 아니고 새벽 두세 시에 잠자리에 누우면 잠은 오지 않고 정신만 말똥말똥 점점 맑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매일 아침 일어나는 시간도 새벽 여섯시면 기상과 동시에 추위와 더위에 상관없이 새벽 달리기로 체력은 꼭 단련시킨다. 새벽운동이 결국 나에게는 단축마라톤을 뛸 수 있는 체력으로 보강 되었지만 찿아온 불면증으로 체력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갔고 아내는 간부시험을 포기하고 몸 관리를 잘하라고 말하지만 필자에겐 실패의 자존심 때문에 도저히 중단할 수 없었다.
특히 필자는 병원과 약을 아주 싫어 한다. 아무리 독한 감기가 걸려도 대부분 몸으로 때우고 감기 바이러스 잠복기간이 좀 많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병원과 약국을 일체 사절하고 민간요법을 써보기로 했는데 잠들기 전에 머리 맡에 껍질 벗긴 양파를 두고 자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주간에 사무실에서 하품과 잠이 쏫아지지만 근무 중 잠을 잘 수도 없고 잠을 자서도 되지 않지만 끝까지 버티기로 오육 개월이 지나 가고 몸은 마르기 시작하고 하늘은 처량하게 노란색으로 물든은 것같이 보였다.
새벽 네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아 운동복을 갈아입고 아파트 주위를 내 몸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매일 두세 시간씩 달리기를 시작하였고 지처서 집에 들어오면 잠깐이라도 뜬잠이라도 자려고 노력한 끝에 어느 날 드디어 30분간의 깊은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부터 새벽운동의 강도는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더욱더 강하게 훈련한 덕분에 수면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였고 약 1년이 지나서야 거의 80% 이상 호전되는 증상을 보이면서 모든 일이 서서히 잘 풀리기 시작하였다.
간부시험에도 합격하고 새벽의 강도 높은 달리기 덕분에 마라톤에도 출전하여 우승도하고 체력도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 왔으며 모든 사람들이 철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주강한 체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불면증이 온다면 병원과 약을 찿을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찿아서 열심히 하면 체력도 마음도 정신건강도 튼튼하게 하면 모든 병은 사라진다고 확신한다. 시니어 여러분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오늘 당장 운동을 시작하여 건강한 체력을 만들기 바랍니다. 운동이 곧 돈들지 않는 명약 중 명약입니다.
필자는 혼기가 차자 결혼할 여성을 찾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많은 여성 가운데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할 사람을 찾는 것이니 그 고통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 어쨌든 지난한 고민 속에 최종 낙찰한 것이 현재의 배우자다.
결혼 초기에는 이 세상 부러운 것 하나 없이 재미에 푹 빠졌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 제일의 보물 중 보물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결혼 2~3년이 흘러가자 잦은 감정 다툼이 있었다. 다른 가정에서 자라온 문화 차이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감정 다툼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맑은 날, 흐린 날, 천둥 번개 치는 날이 교차했다.
하지만 얼마 지니지 않아 아무것도 아닌 아주 일로 다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필자가 남편으로서 먼저 이해해주기로 마음 먹고 조금 언짢게 보이는 행동도 그냥 넘기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넘기다 보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대로 고쳐지기는커녕 그대로고 2세에게도 나쁜 버릇이 고스란히 일상화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아내와 자식이 잘못된 같은 행동을 하고 남편만이 정상적인 행동을 해도 다수결 원칙에 따라 필자의 잘못으로 결론 났다.
식사하고 나면 아내는 항상 먹던 그릇은 그대로 둔 채로 양치부터 열심히 하기 시작한다. 식사 후 3분 내, 3분 동안, 하루 3회 333법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킨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식사하는 동안 치아가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양치해야 치아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아내는 “당신은 당신 생각대로 해라. 나는 내 식으로 살테니”라고 한다.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필자가 설거지 하고 주방을 깨끗하게 정리, 정돈하고 나서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앞으로는 잘하는 사람이 알아서 계속하라”고 한다. 그때 필자 머리에 천둥이 우지끈 쳤다. 바로 필자가 직접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얼마 후 명절에 바로 이런 신전략을 펼쳤다. 음식 만드는 데 보조 역할도 하고, 설거지와 뒷정리도 모두 필자가 마쳤다. 아내의 얼굴에선 웃음이 절로 났다. 이렇게 서로가 잘하는 것을 알아서 같이 하면 티격태격 싸울 일도 없는 것이다. 아내가 신이나서 친구들에게 전화했으나 그렇다고 필자의 위상이 깍인 것도 아니고, 가정에서는 행복의 씨앗이 저절로 뿌려지고 있으니 필자 좋고, 아내 좋은 것 아닌가. 이 세상 남편, 아내들이여 가정에서 서로 잘하는 것 찿아서 합시다. 그러면 가정에서 삭 트는 행복이 활짝 필 것으로 확신합니다.
요즘 결혼하는 세대들은 맞벌이가 많지만 지금의 40~50대만 해도 외벌이가 대부분이었다. 직장을 다니던 신부들도 결혼 후에는 가사와 출산, 육아 등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게 당시의 세태였다. 30여 년 전만 해도 외벌이 남편들은 월급봉투에 가득 현금을 담아 아내에게 갖다주는 뿌듯함과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누릴 수 있었다. 봉투째로 넘기는 남편도 있었지만 일정 금액을 떼고 주거나 생활비만 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부터 월급이 송두리째 통장으로 들어가고 그 통장을 아내들이 관리하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가계의 경제권을 아내들이 쥐고 크고 작은 지출은 물론 아이들과 남편에게 용돈을 하사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남편들은 회사에 다닐 때도, 은퇴한 후에도 아내로부터 얼마간의 용돈을 타서 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얼마 전, 한 TV드라마에서 한 달 용돈 30만 원을 타서 쓰는 은퇴한 아버지(남편)의 초라한 인생을 본 적이 있다. 20~30년 이상 평생을 열심히 일한 당신이 기껏 하루에 만 원을 타서 쓰는 ‘만 원 인생’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주변의 친구와 선후배들에게 부부가 서로 눈감아주는 딴 주머니를 차고 있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리 중 상당수는 가족, 특히 배우자 몰래 가지고 있는 돈이 있다. 통상 ‘비상금’ 또는 ‘비밀자금’이라고 부르는 돈으로 나만이 알고 있는, 나만의 씀씀이를 위한 부분이다. 이 돈이 나 자신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과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효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물론 사용하기 나름이기는 하다. 배우자에게 철저하게 비밀로 하면서 순수하게 자신만의 즐거움을 추구한다거나 과도한 술자리 또는 외도(?) 등 비정상적 용도로 사용한다면 그건 없느니만 못한 돈이다. 그러나 이 비상금을 가족 여행 시의 소소한 현금지출이나 배우자와 자녀, 부모 등 가까운 가족을 상대로 사용해보라. 내가 쓰는 돈의 ‘한계효용(限界效用, marginal utility)’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굳이 한계효용과 같은 어려운 용어를 쓰는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의 용돈은 어머니가 주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라면 매주 오천 원 또는 매월 2만 원을 주는 식이다. 아내로부터 매월 일정 금액의 용돈을 받아서 써야 하는 입장인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따로 용돈을 줄 형편이 못되기 십상이다. “뭐, 얘들도 제 용돈을 받아서 쓰니까 내가 따로 줄 필요는 없지”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아이들의 성적이 크게 올랐거나 태권도 승단심사를 통과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래, 우리 아들(딸), 정말 잘했구나!”하면서 한 번 안아 주고 마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지갑에서 오천 원 또는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주는 게 좋을까? 이때 또한 아이가 아빠로부터 받은 오천 원의 효용과 어머니로부터 매주 받는 오천 원의 효용이 같을까?
어머니로부터 받는 용돈은 이미 당연한 권리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가욋돈이 아버지로부터 날아온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같은 오천 원이 같은 오천 원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오천 원이 주는 추가적 효용, 즉 한계효용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욋돈 오천 원의 효용과 감사의 정도가 어쩌면 한 달 용돈 2만 원보다 더 클 수도 있다. 한 달 용돈 50만 원 안팎의 대학생 자녀가 가외로 받은 5만 원짜리 한 장이 가지는 효과 역시 같은 한계효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버지로부터 특별상을 타기 위해 자녀들이 뭔가 스스로 잘해야겠다는 의욕과 동력을 불러일으키는 일석이조를 기대할 수도 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를 다루는 방법 또한 따로 주머니를 차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학을 다니는 손자손녀에게 요즘 연애 잘하고 있냐면서 5만 원짜리 한두 장을 손에 쥐어줘 보라. 온 가족이 할아버지 댁에 간다고 하면 손자손녀들이 선선히 따라 나설 뿐 아니라 설사 주말 MT가 있더라도 잠시 빠져나와서라도 올 것이다. 하루에 만 원을 용돈으로 타서 쓰는 할아버지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반대로 할아버지가 주머니는 열지도 않으면서 공부 잘하고 있냐고 스트레스만 준다면 할아버지 댁에 가기가 영 싫을 것이다. 대놓고 가기 싫다고 하기는 그러니까 없던 MT가 생기는 등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필자는 이처럼 유용한 비상금 주머니를 ‘은행주머니’라고 부르고 있다. ‘은행주머니’ 하니까 우리가 예금을 하는 은행(銀行)을 떠올리겠지만 그게 아니라 ‘은퇴(隱退) 후 행복(幸福)을 만들어주는 주머니’라는 뜻이다. 은행(隱幸)주머니를 부부가 서로 적당하게 차고 있으면 평소의 삶은 물론 특히 은퇴 후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쓰는 돈의 한계효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숨을 은(隱), 행복할 행(幸)’이라는 말 그대로 숨어 있는 소소한 행복 또한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유리알 지갑’이라는 월급쟁이가 무슨 수로 딴 주머니를 찰 수 있으며 또 어느 정도가 적당하냐고 물을 것이다. 그건 하기 나름이다. 교수나 전문직이 아닌 일반 직장인의 경우 어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별상여금, 명절 차례비와 같은 눈먼 돈이 나올 수도 있고 한 달 용돈을 조금씩 줄여서 모을 수도 있다. 일주일에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 술자리 한 번만 줄여도 10년, 20년 쌓이면 적잖은 돈이다. 아내가 일정액을 남편에게 따로 챙겨주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은퇴할 때 ‘나만의 은행주머니가 있는 게 좋을까’, ‘얼마나 있는 게 좋을까’,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나름 답이 나올 것이다.
한 가지 필요악은 은행주머니를 차기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 모른 척 눈감아주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남편이 딴 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애먼 짓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 같이 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래 살아야 하는 시대에 남편들도 나름 제 살길을 찾고 있다는 점을 아내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은행주머니가 가져올 미래의 엄청난 효용을 위해 현재를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은행주머니 만들기를 시작하자. 하루 만 원 인생이 아니라 은행(隱幸)주머니를 차고 있는 우리의 즐거운 미래를 위하여.
글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글. 김숙기 나우미 가족문화연구원장
case1. 사춘기 손주가 말 한마디 안 건넬 때
손주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것이 힘들어도 명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더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할 때는 너무 서운하다. 손주들이 어렸을 때는 보내준 사진만으로도 흐뭇했는데 클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다.
이럴 때 해결책 서운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손주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하라. “공부 잘했냐”, “밥 잘 먹고 다니냐” 등 뻔한 이야기나 “엄마 아빠 요즘도 싸우냐”, “어느 대학 갈 거냐” 등 대답하기 곤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말자. 대신 문자, 카카오톡 등으로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고 이모티콘을 많이 활용해보자. 아이들은 권위적이고 훈계하는 어른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case2. 사돈집에 추석선물 보내도 답례가 없을 때
없는 돈 긁어서 매년 두 사돈댁에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첫째 사돈댁에서는 선물만 받고 아무런 답례가 없다. 사돈댁과 오고가는 정이 있어야 하는데 한두 해도 아니고 무시당하는 심정이 된다. 그렇다고 둘째 사돈댁만 보내는 것도 그렇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럴 때 해결책 지금처럼 하면 된다. 다만 기대하는 마음을 버리고 선물하라. 사돈댁에서 답례가 없다고 해서 둘째 사돈댁에만 선물을 보내면 가족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길 여지가 많다. 집안마다 처해진 상황이나 여건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사돈댁도 마찬가지다. 내 기준으로 생각해서 감정을 키울 필요가 없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또는 “지금 무엇인가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 할 도리는 했으니 마음은 뿌듯하다” 고 생각하라.
case3. 이번 추석에 처가에만 가겠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아들이 얼마 전 이번 추석에 처가에만 가겠다는 전화를 했다. 사돈댁이 부산인데 아이들 데리고 3박4일 놀다오겠다는 것이다. 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며느리가 “왜 명절 때마다 당신 집에만 가야 하느냐”며 불평을 터뜨려 싸움이 많았다고 한다. 아들이 한 명인데 너무하지 않은가.
이럴 때 해결책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지 말고 며느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배려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들 부부가 상의해서 처가에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면 차라리 이번에 며느리에게 전화해서 “그동안 친정에 못가서 힘들었지? 명절에 못 보게 돼 서운하지만 조심해서 잘 다녀와라”고 쿨하게 말해라. 이렇게 본가와 처가의 거리가 먼 경우 한 해씩 번갈아가는 가정이 많아졌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서운한 마음을 다른 것으로 채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case4.며느리와 신경전을 벌였는데 남편과 아들이 며느리편만 들 때
며느리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한마디 할 때가 있다. 지난 명절에도 친인척이 모인 자리에서 너무 짧은 옷을 입고 있어 민망해 한마디 했더니 남편과 아들이 눈치 없이 “괜찮은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느냐”고 오히려 나를 타박한다. 이제는 눈치 보여서 며느리가 잘못한 일이 있어도 말도 못하고 속만 태운다.
이럴 때 해결책 우선 남편이나 아들이 있을 때는 며느리를 절대 야단치지 마라.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대신 며느리 혼자 있을 때 조용히 이야기를 하자.
내 기준이 다른 가족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잘못한 것, 틀린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야기할 때에는 “내가 생각할 때에는~”, “내가 봤을 때는~” 을 먼저 말하고 뒷말을 잇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남편에게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고 미리 요청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case5. 사위가 아무것도 안 해서 얄미울 때
딸만 있는 가정인데 큰딸이 작년에 결혼해서 사위와 명절을 두 번 보냈다. 사돈집이 미국이기 때문에 명절 연휴를 우리와 보내고 있다. 문제는 장인도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집안일에 동참하는데 젊은 사위가 우리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하고 거실에서 TV만 보거나 방에 들어가 잠만 자다 간다. 교사인 우리 딸이 평상시에도 혼자 집안일까지 다 맡아서 하는데 명절에도 이런 꼴을 보니 너무 얄밉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지만 시대가 달라지지 않았나.
이럴 때 해결책 이럴 때일수록 “내 딸이 자네 만나 너무 고생한다” “내 이럴 줄 알았으면…” 등 대놓고 뭐라고 하는 것은 금물. 그러기 전에 사위가 처갓집과 잘 섞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반감이 생기지 않도록 장모는 “자네가 많이 피곤했나 보네…” 정도로 끝내고 장인이 나서줘야 한다. 명절 연휴 기간 서로 분담해 할 일을 정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서로 잘 할 수 있는 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어서 우선 사위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명절 기간에는 남녀 공평하게 나눠 일하고 함께 즐기도록 하자”고 장인이 유도해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case6. 며느리가 빨리 돌아갈 생각만 할 때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음식 다 차려놓은 뒤 도착해서 명절 때 친정 갈 생각만 하는 며느리가 얄밉다. 명절 당일 아침 먹고 조금 있다가 시누이들 보고 가라며 은근히 눈치를 주어도 가기 바쁘다. 아들은 더 있다 가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매번 이런 꼴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이럴 때 해결책 명절 전에 며느리와 사전에 상의하도록 하자. 그동안 안 했다고 해서 이번 명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네가 이런 부분은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말하고 며느리의 의견을 들어보자.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댁에서 다 준비를 해 놓으니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거나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눈치만 보고 있을 수도 있다. 명절 당일에 몇 시쯤 출발할 예정인지도 아들 며느리와 사전에 합의해놓는 게 좋다. 미리 언제 떠날지를 알면 매번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case7. 며느리와 딸 사이가 안 좋아서 중간에서 곤란할 때
며느리와 딸 사이가 너무 나빠 고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친해지겠거니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지난 명절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불만을 얘기해보라고 했다가 결국 싸움으로 끝났다. 그동안 며느리에게는 딸 입장을 이해하라고 하고, 딸에게는 며느리 편을 들었는데 그것에 대한 불만도 많은 거 같다. 이번 추석에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데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 해결책 중간 역할을 잘못하거나 차별적인 요인은 없었는지 살펴보자.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은 ‘역시 시부모라 딸만 생각하는구나’, ‘이 집안은 며느리가 상전이구나’ 라고 생각돼 각자 서운함, 적대감, 소외감을 키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것. 사실 상황보다는 마음을 이해받지 못한 아픔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자. 며느리와 딸에게 상대 입장을 이해시키기 전에 각자 처해 있는 어려움이나 불만 등을 들어보고 중간자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추석에는 두 사람 모두 소중한 우리집 식구라는 것을 잘 전달하고 집안일도 중간에서 공평하게 분담해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