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회친구, 재미있게 사귀기
- 사회에서 은퇴하고 재미있는 제2 인생설계를 위하여 많은 평생교육에 참여하였다. 한두 달 동안의 단기 교육동기들은 학창시절 동창과 전혀 다르게 20년 나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새 친구 사귀기도 전에 교육을 마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교육 중 수업이 끝나면 막걸리 잔을 나누면서 지속가능한 모임이 되도록 노력한다. 몇 년 전, KDB 시니어브리지센터 제8기 사회공헌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하면서 교육동기 친목모임 ‘두레월회’를 결성하였다. 매달 둘째 월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친목을 도모한다. 봄과 가을에는 둘레길 도보여행ㆍ문화유적 탐방 등 야외활동을 주로하고, 여름과 겨울에는 영화감상ㆍ소양강좌ㆍ독서토론 등 실내모임을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도보여행을 많이 하였다. 첫 행사는 젊은 시절 즐겨 걸었던 단풍이 곱게 물든 남산에서 시작하였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즐거웠던 그때가 그리워졌다. 둘레길을 돌아 장충동 족발골목에서 걷기를 마무리하였다. 막걸리잔 높이 들고 메아리를 남산으로 날렸다. 고양시 한북누리길, 사당역에서 양재역에 이르는 우면산 둘레길 새해맞이 도보여행을 하였고, 원당역에서 왕복 행주누리길 산책을 하였다. 회원 간의 교양강좌도 보람이 있었다. 사진전문가 조영대 회원의 강의와 SNS 전문가 오경순 회원의 지도로 스마트폰 동영상 촬영기법 강좌를 진행하였다. 동영상의 기능부터 촬영, 저장, 편집과 보내기까지 전반에 걸쳐 강의가 진행되었다. 전문지식과 체험을 갖춘 강사의 열강으로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서 회원끼리 공유하는 실습까지 완료하였다. 문화해설이 곁들인 창덕궁, 덕수궁 고궁산책은 소양을 기르는데 큰 힘이 되었다. 한 바퀴 휙 돌아보는 구경이 아닌 살아있는 보물이었다. 추운 겨울에는 영화 ‘히말라야’를 감상을 하였다. 저명한 산악인의 실화를 배경으로 인간의 숭고한 도전을 그리고 있었다. 그동안 알려졌던 히말라야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었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올해는 양평 물소리길, 삼남길 걷기로 친목을 도모하고 체력을 증진하는 활동을 많이 하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 둘째 월요일에 전철을 타고 양수역에 갔다. 나지막한 부용산은 걷기 좋은 호젓한 산길이다. 한강변 신원역으로 내려가면 서울로 가는 길이다. 복잡한 전철은 오후 4시가 넘으면 썰물 빠지듯 매우 여유가 있다. 친구모임은 재미가 있어야 활성화 된다. 수십 년 학교동창 모임도 주제가 있어야 한다. 막걸리 사발 돌리는 음식점 회동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사회에서 늦게 만난 친구일수록 재미있게 사귀는 방법을 더 생각하여야 한다.
- 2017-06-19 16:11
-
- 안녕, 수섬
- 수억 년 전 바다였다가 다시 육지로 변했다가 이젠 또 그 무엇으로 변할 것이라는 곳. 바다 위의 작은 섬으로 오롯하던 수섬이 시화방조제로 인해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면서 넓디넓은 짭짤한 땅에 뿌리를 내린 삘기가 해마다 가득가득 피어나는 곳이다. 군데군데 불긋불긋한 함초들은 들판의 풍경이 되었다. 줄기 하나 뜯어 맛을 본다. 짭짤한 맛이 입안에서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절정인 삘기꽃의 장관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드넓은 들판에 쏟아지는 초여름 무더위가 한창이다. 가끔 불어주는 바람에도 땀은 쉬지 않고 흐른다.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찾았던 이 수섬이 개발로 인해 곧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연일 찾아들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방목된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정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한국의 세렝게티라 불렸던 것도 소떼들 덕분이었다. 반짝이는 삘기들의 일렁임에 바람도 노을도 머물다 가고 별빛도 달빛도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곳이다. 이 멋진 풍경을 무참히 없애기로 결정해버리는 무자비한 행정가들이 답답하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섬이 또다시 인간의 손으로 뭉개질 처지다. 도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진다. 필자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주차장이 폐쇄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철조망이 쳐진 커다란 구멍으로 삘기밭으로 들어섰다. 멀리 철탑이 보이고 형도가 뿌연 안개에 반쯤 가리어진 채로 마주 보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준다. 이국적인 풍경에 모델들까지 대동한 촬영 팀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그 일행들이 삘기꽃의 숲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곤 한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풍경이다. 해가 지면서 노을빛에 더욱 반짝이는 삘기의 아름다움에 경탄한다. 점점 노을이 깊어간다. 이때쯤 저 멀리에서 사자 한 마리 어슬렁거리며 걸어온다면 저절로 아웃오브아프리카(Out Of Africa)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곳곳에 카메라를 세팅해놓고 기다리던 사람들 앞에서 노을이 온 대지를 물들이면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끊이지 않고 셔터 소리가 경쾌하게 터진다. 가슴 뿌듯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한낮엔 수섬의 바람과 한판 놀고, 저녁엔 황금빛 삘기의 반짝거림에 가슴 뛰던 하루. 그동안 멋진 자연 속에 있게 해준 수섬이 고맙다. 그러나 이젠 안녕.
- 2017-06-12 13:45
-
- 횡재
-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 여름 태양은 이글거리며 대지를 달구고 있습니다. 여름. 무더위. 찜통 도시의 아스팔트.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내리는 땀. 에어컨이 고장 난 차는 그야말로 찜질방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날따라 날씨가 더 더웠습니다. 업무 차 약속을 하고 사람을 만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소매로 땀을 훔치고 백밀러를 보니 웬 냉동차가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따라올 리가 없다고 생각해 무심코 지나치려 했지만 냉동차는 계속 따라오며 마침내 거의 내 차 옆에다 차를 붙이더니 창문을 내리고 말을 걸었습니다. 운전 도중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고 차를 세우고는 냉동차 기사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자기는 유명호텔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모 호텔에 납품하려던 제주산 돔이 한 박스가 남았으니 한 박스에 20만원이지만 오늘 반값인 10만원에 준다고 하며 한사코 내 차의 진로를 방해했습니다. 너무 진로를 방해받기도 했지만 업무 차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라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박스를 열어보라 했더니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열수 없다며 믿고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거의 강매 수준이었지만 유명호텔에 납품하던 물건이라니 믿어보기로 하고 박스 채 인도받아 차에 옮기고 돈을 건넸습니다. 기사는 웃으면서 “사장님 횡재하신 거에요"하면서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약속된 장소에서 박스를 가지고 가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선물로 건넸습니다. 그런데 포장을 뜯고 보니... 앗, 이럴 수가요. 제주산 돔은커녕 먹을 수도 없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작은 생선 몇 마리가 얼음 속에 조용히 재워져 있었습니다. 선물을 준 나도, 받은 상대방도 놀랐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까짓 걸 선물이라고 주었으니 상대방은 내심 자기를 깔본다고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게 더 큰 낭패였습니다. 속았다는 생각에... 선물을 받고 더 실망하는 상대방에 대한 무안함에... 울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난 후 이해를 시켜 넘어가긴 했지만 정말 어이없는 횡재(?)를 당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더 어이없는 것은, 한 번 당하고 나니 내가 그런 냉동차의 호구가 되었는지 차를 몰고 나가기만 하면 그런 놈들이 나타나더라고요. “아이 씨, 왜 나만 가꾸 그래?”
- 2017-06-12 13:06
-
- 도봉산 Y계곡
- 몇 년 만에 도봉산 Y계곡 산행을 위하여 도봉산역에 내렸다. 단장을 끝낸 역사가 새롭다. 80년만의 7월 무더위가 미리 왔다는 기상특보가 있는 날이다. 포장도로에 들어서자 땀이 쏟아진다. 걸음을 재촉하여 광윤사를 지나서 계곡에 들어섰다. 어린 아이처럼 싱그러운 연녹색 물결이 뒤덮고 있다. 큰 바위를 지붕 삼은 만월암이 앙증스럽다. 며칠 전 석탄일 행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만월암을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 나무계단이 나온다. 숨이 턱밑까지 차는 곳이다. 얼마 전까지 별 어려움 느끼지 않고 오르던 곳이다. 세월이 무심한 대목이다. 오르고 또 오르면 포대정상에 이른다. 구슬땀 흘린 보람을 찾으면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아! 이 맛이야”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수락산은 북한산(836.5m) 불암산(509.7m) 수락산(638m)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웃 형제다. 저 아래 서울도 고양시도 바닷가 조개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다. 특공요원급 체력이 필요한 Y계곡을 통과할 차례다. 수년 전까지 친구들과 가끔 다니던 코스다. 하지만 이곳으로 오자는 말은 거의 없다. 세월을 누가 탓하랴? '안전을 위하여' 낮은 둘레길로 다니고 요사이는 더 낮은 자락길을 찾고 있다. 험한 계곡을 쇠줄 하나에 몸을 의지하여 손으로 매달리고 다리로 버티기를 반복한다. 땀이 머리에 송글송글 맺힌다. 아슬아슬 바위를 오르는 것이 제 맛! 이렇게 유격훈련 하고 나면 힘이 솟는 것 같다. Y계곡 정상에 오르니 자운봉(739.5m) 만장봉(718m) 선인봉(708m) 도봉산 3봉이 눈앞에 선다. “또 다시 찾아오마, 도봉산 Y계곡!”
- 2017-05-11 13:40
-
- 기온 상승으로 위협받는 북방계 희귀식물, 갯봄맞이
- 어느덧 5월입니다. 꽃피는 춘삼월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숲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변해갑니다. 통상 3월부터 5월까지를 봄으로 분류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인해 몇 년 전부터 종종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되는 등 봄이란 말이 무색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나 몰라라 하겠다는 배짱인지, 5월 중순의 시기에 ‘봄맞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야생화가 여전히 피고 있다는 말에 의아해하며 만나러 갔습니다. “그래, 귀하다는 꽃, 나도 좀 자세히 보자.” “뭐야? 이것 보자고 이 무더위에 서너 시간 달려왔단 말이야?” 꽃 보러 가는 길, 가끔 “바람이나 쐬러 가자. 아주 귀한 꽃 보여주겠다”며 친구들을 설득해 동행합니다. 짙푸른 바다도 보고, 시원한 바람이나 맞자며 즐겁게 떠났습니다. 다만 멀리 동해까지 가는 동안 내심 실제 보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텐데, 공연히 귀한 시간 빼앗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첫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정말 귀한 꽃이야. 원래는 북한 땅에 가야만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최근 남한에서도 동해안 서너 곳에서 자생하는 게 확인됐어. 워낙 희귀종이어서 국가에서 보호 대상 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어.” 갯봄맞이의 희귀성, 중요성 등을 애써 강조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심드렁합니다. “그런데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듯, 5월 중순이면 봄이라기보다 여름이라고 할 수 있잖아. 실제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되는 날씨인데, 식물명에 ‘봄맞이’가 들어 있으니 어째 어색하지 않니? 그게 바로 이 꽃의 유별성(類別性), 즉 주로 북한 지역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의 특성을 보여주는 거야. 옛날 봄이 늦은 함경도 바닷가에서 5~6월에 피는 이 꽃을 보고 갯봄맞이란 이름을 붙인 거라고….” 나름대로 설명을 이어가자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열심히 보고 사진 많이 찍어라” 하며 응원합니다. 먼 길 오느라, 찾느라 바빴던 마음을 진정하고 찬찬히 꽃을 들여다봅니다. 바다와 분리되어 있다지만 비바람이 강하게 불면 바닷물과 모래가 수시로 넘어올 성싶은 해안 호수, 이른바 석호(潟湖) 가장자리 모래밭에 핀 갯봄맞이. 키가 작은 건 5cm 안팎이고, 제법 큰 것은 20cm를 넘을 정도이지만 무리 지은 모습은 영락없이 ‘잡초’처럼 보입니다. 통통한 줄기에 잎이 좌우로 다닥다닥 달리고, 줄기와 잎 사이 겨드랑이마다 아주 옅은 붉은색이 도는 흰 꽃이 역시 다닥다닥 돋아나 있습니다. 꽃 색이 아예 흰 것도 있다고 합니다. 새끼손톱만 한 꽃은 끝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그 가운데 수술 다섯 개와 암술 한 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잎과 꽃 모두 자루 없이 줄기에 바싹 달라붙어 있어 개개의 꽃을 예쁘게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생지는 극히 소수이지만, 자생지에서 만나본 갯봄맞이의 개체는 수백, 수천을 넘을 만큼 풍성해 멋진 군락 사진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식물 1, 2급으로 지정된 77종 가운데 광릉요강꽃과 털복주머니란 등 대부분이 자생지와 개체 수가 극히 적은 데다 빼어난 관상 가치에 따른 남획 등 인위적인 위협 요인이 더해지면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면, 갯봄맞이와 같은 일부 북방계 식물은 지구온난화 등 자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남한 땅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어, 종 다양성 유지 차원에서 각별한 보전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Where is it? 갯봄맞이는 황해도와 함경도 등 주로 북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북방계 자생식물로 알려져왔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강원도 고성과 경북 포항, 울산 등 동해안 일대 서너 곳에서 자라는 것이 확인되자 환경부가 2012년 7월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했다. 남한에서 가장 북쪽인 고성에서는 해수와 담수가 섞여 있어 염담호(鹽淡湖)라고도 불리는 송지호의 가장자리 일부 모래밭에서 자생한다(사진). 밑으로 내려와서는 포항의 구룡포 인근 해안, 그리고 최남단인 울산 북구 해안에서 각각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2017-04-17 08:53
-
- [음식과 건강] 당뇨에 좋은 음식 - 여주는 여름에 좋고, 돼지감자는 과식 피해야
- 이번 호에서는 당뇨에 좋다는 음식이 왜 좋은지를 생태적으로 밝혀 개개인에게 적합한 음식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양의학에서는 당뇨를 혈당, 당화혈색소, 인슐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구분한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 당뇨를 소갈(消渴)이라 부른다. 에서 소갈은 ‘내부에 열이 뭉쳐 진액을 말리는 것’이라고 표현돼 있다. 열로 인해 목이 마르고, 열로 인해 음식이 금방금방 소화되며, 열로 인해 땀과 소변 그리고 정액이 몰려 나가 몸의 진액이 마르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소갈을 치료할 때 인체 내부의 열을 식히고, 땀과 소변과 정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한다. 당뇨를 이해하려면 먼저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혈당지수는 일정한 양의 시료식품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를 같은 양의 표준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와 비교한 값(포도당 수치를 100으로 잡음)을 말하며, 이에 따라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과 낮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55 이하면 낮은 식품, 70 이상이면 높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메밀의 루틴 성분 혈관에 좋아 여주 열매는 쓴맛이 강해 ‘쓴 오이’라고도 부르는데 혈당지수는 24다. 한의학에서 고과(苦瓜)라고 부르며 성질이 쓰고 차갑다. 무더위를 잘 견디게 해주고 습열을 제거하는 능력이 강하다. 그러므로 몸에 열이 많고 음식을 잘 먹고 살집이 있는 사람의 당뇨에 적합하다. 위장이 약하고 차가워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또 여주는 여름철에 더 적합한 약초라 할 수 있다. 메밀의 원산지는 히말라야, 동북아시아, 바이칼 호 주변 등 추운 지방이다. 에서 메밀은 “위장의 찌꺼기와 막힌 것을 잘 제거한다. 설사, 이질, 복통, 상기 등의 증상이 있으면서 기가 성하고 습열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만약 비위가 차갑고 약한 사람이 먹으면 원기가 손상되어 수염과 눈썹이 빠지므로, 적합하지 않다”고 표현돼 있다. 그래서 살집이 있고 음식을 잘 먹고 열이 많은 당뇨 환자에게 좋다. 메밀에 들어 있는 루틴은 혈관벽을 튼튼하게 해줘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 같은 질환에 도움이 되며, 생활습관형 만성질환 개선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돼지감자는 국화과 뚱딴지라는 식물의 덩이줄기인데, ‘이눌린(inulin)’이 많이 함유돼 있어 ‘천연 인슐린’으로 알려져 있다. 이눌린은 단맛을 내지만, 소화계를 통해 흡수되지 않은 채 그냥 빠져나가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금기시되는 단맛을 내는 데 쓰인다. 한의학적으로는 달면서 약간 쓰고 서늘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음식으로 당뇨에 좋다. 돼지감자는 또한 소화를 도와주고 뼈를 단단하게 해준다. 그러나 빈속에 돼지감자를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이 과도하게 낮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해조류, 성인병에 탁월 우뭇가사리, 미역, 김, 다시마, 파래, 톳 등 해조류의 혈당지수는 10~20 사이로 매우 낮다. 해조류는 물을 정화하는 힘이 있어 인체 내에서 피를 정화해준다. 또한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항산화 물질이 많아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높여준다. 고혈압을 내리고 미네랄을 공급해주며 식이섬유도 많아 대변을 잘 보게 해 독소를 배출해준다.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좋다. 일본 오키나와와 전남 바닷가, 제주도가 장수마을로 유명한 것도 해조류의 영향이 크다. 해조류의 약한 짠맛은 정제염의 강한 짠맛과는 작용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해조류로 미네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해조류는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성인병 환자(고혈압, 당뇨, 통풍 등), 육류를 많이 먹어서 피가 탁한 사람, 머리로 열이 치솟는 사람, 편도선·임파선·갑상선 질환 등 목이 잘 붓는 사람에게도 좋다. 고환 주위가 잘 붓는 사람, 관절에 염증이 잘 생기는 사람에게도 좋다. 특히 현대인들은 음식 과다 섭취로 성인병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해조류, 염생식물이 더욱 필요하다. 만성피로 역시 피가 맑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므로 해조류, 염생식물이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의 혈당지수는 34다. 블루베리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식물인데, 혈당 수치의 급상승을 막고 인슐린 분비를 높여 혈당치를 낮춰준다. 시큼하고 단맛이 있어서 땀, 소변, 정액으로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수렴시켜 소갈을 치료하며 뼈와 근육을 단단하게 해준다. 따라서 몸이 마르고 뼈와 근육이 약해지면서 시력이 나빠지고 설사가 잦은 당뇨 환자에게 좋다. 몸에 열이 많으면서 입이 마르면 생블루베리가 좋고, 몸이 건조해지면서 마르는 사람에게는 건블루베리가 좋다. 설사가 잦을 땐 달달한 식초를 시큼한 맛이 나는 음식은 당뇨에 좋다. 피클이나 식초, 레몬주스 등 신맛이 나는 음식은 혈당지수가 매우 낮은데, 레몬이나 식초를 드레싱 재료로 이용하거나 채소, 생선 위에 뿌려서 먹으면 혈당수치를 낮출 수 있다. 식초에는 끝 맛이 쓴 식초와 끝 맛이 달달한 식초가 있다. 육류를 많이 먹거나 열이 많은 당뇨 환자는 전통식초처럼 끝 맛이 쓴 식초가 좋다. 그러나 소화력이 약하고 몸이 마르고 땀, 설사가 많은 당뇨 환자는 흑초, 홍초처럼 끝 맛이 달달한 식초가 좋다. 오미자도 끝 맛이 달아 기침, 소변, 설사가 잦고 기가 약한 사람의 당뇨에 좋다. 다만 당 성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오미자청 등은 좋지 않고 생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즙이나 말린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차 등이 당뇨 환자에게 좋다. 콩류는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장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의 뇨단백도 감소시킨다. 인산죽염을 만드는 인산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인 에서는 검고 작으며 반짝반짝 윤이 나고 속이 파란 쥐눈이콩이 당뇨에 좋다고 했다. 그런데 복용법이 좀 독특하다. 쥐눈이콩 생것을 소나무 바가지에 넣고 약수로 불린 후 소나무 절구통에서 소나무 주걱으로 짓찧어서 먹으라 했다. 콩을 짓이기면 비린내가 심해 먹기 어려운데, 소나무 절구통과 주걱을 사용하면 비린내는 제거하면서 콩의 약성은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2017-02-21 10:18
-
- [김인철의 야생화] 스산한 가을 향이 강하게 묻어나는 꽃 ‘가는잎향유’!
- 자연에 다가갈수록 오감이 살아난다고 합니다. 만추의 계절 무르익은 오곡백과는 우리의 미각을 자극합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은 회색의 건물들에 가로막힌 시각을 되살려 줍니다.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하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TV와 컴퓨터 등 각종 전자 음향에 지친 청각에 청량한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아침저녁 피부를 스치는 선선한 가을바람은 여름 무더위에 무뎌진 촉각을 곤두서게 합니다. 그리고 저 높은 바위 절벽에서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피어난 ‘가는잎향유’는 그 어떤 허브 식물에 못지않은 강한 자연의 향으로 인공의 냄새에 지치고 둔화한 우리의 후각을 다시 일으켜 줍니다. 가을의 스산함을 포개고 또 포개서 농축한 듯 강하디강한 자연의 허브 향을 풍기는 꽃, 계절의 변화를 후각으로 느끼게 하는 꽃, 바로 가는잎향유입니다. 가을이 깊어 감을 절감하는 ‘시월의 어느 날’, 바로 그 어느 날을 닮은 가장 가을다운 꽃이 가는잎향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 길 낭떠러지 끝에 똬리를 틀고 앉아 온갖 세파에서 벗어난 듯 세상을 굽어보는 모습은 한여름 남덕유산 정상에서 만났던 솔나리와 참으로 많이 닮았습니다. 툭하면 생태계를 해하려 드는 인간의 범접을 꺼리는 듯, 절벽 끝에 달라붙어 굽이굽이 펼쳐지는 산줄기를 내려다보는 가는잎향유 군락은 누구든 한 번 보면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가을의 향 또한 짙어집니다. 해서 사진을 담는 내내 눈이 즐겁고 코가 호강을 하게 만드는 꽃이 바로 가는잎향유이기도 합니다. 폐부까지 파고들 듯 강렬한 천연의 향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산자락에 쌓이는 낙엽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가는잎향유의 젓가락처럼 가는 잎도 연두색에서 홍갈색으로 변하며 손을 대기만 해도 부서질 듯 바싹 말라 가지만, 꽃과 잎 등 높이 50cm 정도의 전초에선 박하 향보다도 진한 천연의 향이 우러나와 가슴속으로 파고듭니다. 그런데 가는잎향유의 깊고 강한 허브 향에 취하고 즐기는 건 사람만이 아닙니다. 가는잎향유 자생지에는 늘 숱한 벌과 나비들이 몰려들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며 황홀한 만추의 성찬을 즐깁니다. 그러는 사이 야생화 애호가들은 가는잎향유의 자줏빛 꽃에 취해서, 꽃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벌·나비들의 바쁜 날갯짓에 반해서 넋을 잃고 연신 셔터를 눌러 댑니다. 꽃은 물론 깻잎 같은 잎과 줄기가 기름을 머금은 듯 반질반질 윤기가 돌 뿐 아니라 전초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해서 꽃향유(香)라 부르는 꿀풀과 향유속 식물의 하나입니다. 마주나는 이파리가 젓가락처럼 길고 가늘다고 해서 가는잎향유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아직은 멸종 위기 식물이 아니지만, 서식지가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어 각별히 신경 써서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우리의 토종 식물 자산입니다. Where is it? 조령산·월악산·속리산 등 충청북도 보은군과 제천시, 경상북도 문경시를 지나는 산악 지대에 자생한다. 특히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 주로 자리 잡고 있어, 멀찌감치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간 위험한 게 아니어서 야생화 사진 작업에 익숙한 전문가들도 아주 조심하며 다가서는 꽃의 하나다. 문경 새재로 유명한 조령산 절벽 곳곳에 자생하는 가는잎향유가 전망 좋고 꽃 무더기도 풍성해 인기다. 몇 해 전 문경 새재 길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내기 전에는 큰길을 따라 연이어 무더기로 자랐는데, 지금도 새재 길 절개지 일부에서만 만날 수 있다. >>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 (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 (푸른 행복) 저자.
- 2016-09-29 08:56
-
- 우리 동네 도서관
- 올 여름은 내 생애 최고의 살인 더위였다. 실제 데이터는 아닐지 몰라도 기억과 느낌으론 그랬다. 그 온도의 높이 보다 그 지독한 더위가 낮 뿐 아니라 열대야로 보름 이상 이어짐이 몹시 참기 힘들었다. 그런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일 뉴스에서 전기요금 폭탄이 중요 이슈까지 다뤄지니 에어컨도 마음 놓고 켜기가 두려웠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으로서는 가히 지옥을 맛 본 여름이었다. 이런 올 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곳. 요금폭탄 걱정 없이 시원함을 만끽하며 보낼 수 있었던 곳. 바로 나만의 아지트 우리 동네 도서관이다. 자전거 타고 가는 길도 예술 서둘러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냉커피를 타서 보온병에 담고 간편한 과일을 약간 준비해 집을 나선다. 우리 집에서 도서관 까지는 자전거로 10 여분 거리. 아파트 단지를 벋어나자마자 시에서 조성한 ‘시민의 강’ 이라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자전거로 달리게 된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강이라기보다는 시냇물에 가까운 길이지만 제법 자연미도 있고 예쁘다. 물길 따라 나무, 풀, 꽃들이 계절을 느끼게 해주어 평소 저녁 산책을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 끝에 나만의 아지트 도서관이 있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 간이 도서관과 벤치도 있다. 날씨만 좋다면 도서관 까지 가지 않고 자전거를 세우고 그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볼 때도 있다. 봄. 가을에는 그 벤치가 나의 아지트로 도서관을 대신하곤 한다. 필자는 이 길을 자전거로 달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부천시민으로 지방세를 꼬박꼬박 내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가 않고 뿌듯하다. 그 길을 달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창가 자리가 있다. 통유리로 되어 있고 작은 파스텔 칼라 의자가 놓여 있다. 그 자리에 앉으면 창을 통해 공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더위도 맹추위도 돈 워리, 주말에도 늦저녁에도 오케이, 비가 오면 땡큐 올 여름처럼 살인적인 더위에 가져간 냉커피가 생각이 안날 정도로 에어컨이 말 그대로 빵빵하게 나오고, 와이파이도 팡팡 터지고, 만화책부터 전문서적까지 원하는 책 마음껏 볼 수 있는 곳. 과연 이곳 보다 더 좋은 아지트가 또 있을까? 필자는 이번 여름 거의 매일 도서관에 출근 하다 시피 했다. 그리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책을 보며 지냈다. 그렇다고 이곳이 어디 더위만 피할 뿐이겠는가? 한 겨울 추위에는 냉커피를 따뜻한 커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이 고마운 나의 아지트가 평일 금요일 만 빼고 주말에도 문이 열려 있다. 평일엔 저녁 10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비가 오면 오히려 더 이곳을 찾는다. 통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준비해간 커피를 마시다 보면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북카페가 된다. 북카페에 음악을 빠질쏘냐? 음악은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와이파이가 되니 데이터 사용료 걱정 없이 음원사이트에서 분위기에 맞는 나만의 음악을 찾아서 들으면 뭐 하나 빠짐없는 북카페 완성이다. 실내가 지루할 때 즈음 잠깐 밖으로 나가보자. 문 열고 나가 몇 발자국만 가면 자그마한 인공폭포와 근사한 정자도 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지만 않다면 간단히 준비해간 과일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소풍 기분을 내면 잠시 쉴 수도 있다. 안팎 모두 완벽한 나만의 아지트 이다.
- 2016-09-12 09:41
-
- [기가 막힌 나만의 아지트 대공개]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型棘)
-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찜통더위와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다. 더위는 8월의 마지막 주말을 뜨겁게 달구다가 그 끝자락에서 사정없이 곤두박질치더니 9월이 들어서면서 이불을 덮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한순간에 몰락했다. 어쩌다 찔끔거리는 가을비는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을 받아 바람까지 동반하였는데 그 무덥던 시간을 한순간에 날려 보내면서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에어컨 고장으로 서점 찾아 근년에 보기 드문 무더위에 선풍기 바람으로 견디다 못해 결국은 5년 전에 설치해 두었던 에어컨을 가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에어컨은 몇 분간 윙윙거리면서 돌더니 찬바람은 나오지 않고 후덥지근한 바람만 토해내 가뜩이나 열기로 가득한 거실을 더욱 숨 막히게 만들었다. 그동안 에어컨은 장식용으로만 거실 한쪽을 지켜왔는데 바람 잘 통하는 5층 아파트의 거실에 앉아 있으면 웬만한 더위쯤은 별생각 없어 5년간을 버틴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채 몇 번을 가동하지 않던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방도를 모색하다가 필자만의 피서 방법을 찾게 되었다. 늘 책을 가까이 하던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서점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낮에도 성능 빵빵한 에어컨을 가동해 그야말로 시원하기 그지없는 서점은 더위를 피하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다. 여름 내내 시간 날 때마다 서점을 찾아 몇 시간씩 책을 읽곤 했는데, 피서는 물론이고 늘 마음을 닦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일거양득이었다. 이곳 아지트에서의 하루하루는 참으로 뿌듯하고 행복했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이 말은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중국 뤼순(旅順)의 일제 감옥에서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유묵(遺墨)으로 써서 남긴 유명한 글이다. 안중근 의사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명구로서 실천운동에 참여하면서도 학문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일게다. 가시가 돋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좋아하는 책을 읽다 보면 삶의 사유가 넓어지고 여유로워지니 마음은 늘 부자가 된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피서에 독서까지 일거양득 어느 날 서울 종로에 볼일이 있어 나갔는데 한 대형 서점 입구 벽면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 서점 창립자의 책에 대한 철학을 새겨놓은 것인데 신선하고 자신을 일깨우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어쩔 수 없이 서점 안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필자만의 아지트에서 피서도 하고 좋아하던 책도 마음껏 읽었으니 일거양득이요 이보다 더 멋진 아지트가 어디에 있을까? 그토록 무덥던 여름이었지만 필자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책을 읽으면서 시원하게 보냈던 시간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유별나게 더웠던 올해였지만 세월은 또다시 여름을 밀어내고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을 초대하고 있다. 아직도 한낮의 열기는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완연한 계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책 읽기 좋은 가을이 문턱에 와 있으니 더욱 열심히 독서삼매경에 빠져봐야겠다.
- 2016-09-05 14:12
-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 뮤지컬 애호가가 아니라도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제목은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된 후 5,000회 이상의 장기 공연, 토니상 9개 부문 수상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기념비적 뮤지컬로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고 우리나라도 1996년 초연 이래 2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에 국내 초연 20주년을 기념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로열석의 티켓이 생겨서 친구와 보러 가기로 했다. 먼저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생각하면 현란하고 숨 가쁘게 펼쳐지는 탭댄스가 그려진다. 수십 명의 무희들이 일사분란하게 타닥타닥 타다닥하며 굴러대는 발소리는 참으로 유쾌하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어서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공연 날을 기다렸다. 무대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이었는데 가보니 공연장이 필자 맘에 딱 들었다. 항상 공연을 가게 되면 좌석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소극장도 그렇지만 세종문화회관이나 큰 규모의 공연장도 앞자리 사람의 머리에 무대가 가려져 이쪽저쪽 사이로 관람하느라 신경 쓰인 적이 많았는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아도 좌석의 경사가 커서 앞사람에 가려 공연 보는 게 힘들 염려는 전혀 없었다. 모자를 즐겨 쓰는 필자는 연극이나 영화관에 가면 뒷사람에게 영화가 시작되면 모자를 벗을 테니 안심하라고 미리 말해 준다. 앞자리 사람의 머리와 모자 때문에 화면이나 무대가 가려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배려를 안 할 수가 없다. 토월극장에서는 필자와 필자친구 모두 모자를 벗지 않고 관람할 수 있어 좋다고 웃었다. 역시 뮤지컬의 시작은 막을 반쯤만 걷고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수십 명의 다리로만 연기하는 탭댄스였다. 야망과 능력이 출중한 연출자, 이미 한 물 갔는데도 거만한 여주인공, 그 여주인공의 복잡한 남자관계, 청순 발랄한 새내기의 출현, 삼각관계와 오해, 여주인공의 발목 부상으로 공연이 중지될 위기, 이로 인해 예상치 않게 행운을 잡아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새내기 등 뻔한 내용이지만 익숙한 음악과 경쾌한 춤이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다이내믹한 탭댄스,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로 펼쳐지는 브로드웨이42번가에 이번엔 탤런트 송일국 씨와 이종혁씨가 더블 캐스팅 되었다. 여주인공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 씨와 최정원 씨다. 오늘 무대엔 송일국 씨와 김선경 씨가 열연을 펼쳤다. 송일국 씨도 노래를 두 세곡 했는데 역시 전문 뮤지컬 배우와는 많이 달랐지만 연기를 잘하니 보기에 괜찮았다. 송일국 씨는 ‘줄리안 마쉬‘라는 뮤지컬 연출자로 분했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자 줄리안에게 ‘프리티 레이디’라는 작품은 꼭 성공시켜야 할 중요한 공연이다. 그는 여주인공으로 도로시를 캐스팅하면 1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장난감회사 사장 에브너의 제안에 이제는 한물간 여배우인 도로시를 주인공으로 정한다. 자신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고 자만한 그녀는 거만하기만 하다. 브로드웨이 댄서가 되려고 시골에서 상경한 페기는 두려움에 주춤거리다 오디션 기회를 놓치지만 그녀의 춤을 본 안무가가 재능을 발견하고 코러스로 채용한다. ‘프리티 레이디’ 연습중 주인공 도로시가 넘어져 부상을 당하고 도로시의 부상이 페기 때문이라고 오해한 줄리안은 그를 해고시킨다. 실망한 페기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기차역에 가는데 도로시 역할을 대신할 사람은 페기뿐이라는 단원들과 뒤늦게 오해를 푼 줄리안이 설득에 나서 공연은 무대에 올려 질 수 있게 된다는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계속되는 무더위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신나고 즐거운 음악과 춤을 감상하며 다 사라진 듯하다. 어쩌면 주연 조연 모두 탭댄스와 연기를 그리도 잘 하는지 그들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아직도 수십 명이 똑같이 맞춰 발을 구르던 탭댄스의 타닥타닥 경쾌한 리듬이 귓가에 맴돌고 있다.
- 2016-09-02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