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함께할수록, 나눌수록 행복해지는 ‘수다원’ 지휘자
- 검단농협 오왕지점에 머물러 있으면 은행을 찾는 손님들 외에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은 채 2층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 그들의 발길을 따라가면 빼어날 수(秀)에 많을 다(多), 집 원(院) 자가 새겨진 한자 팻말이 눈에 띈다.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지? 궁금증을 안은 채 철문을 여니 햇살에 부서지듯 와르르 환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어서 오세요, 수다원입니다.” 정체불명의 공간을 책임지는 나영자(66) 수다원 원장의 목소리가 낯선 이를 반긴다. “이름을 짓는 데 신중했어요. 이 동네가 자연부락이 재개발되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라 원래 거주하던 사람들과 새로 유입된 사람들 사이 괴리감이 있거든요. 원래 거주하던 분들을 ‘토백이’, 새로 유입된 분들을 ‘아파트 사람들’이라 구분지어 부를 정도로 거리감이 확연했는데, 전 그게 참 안타깝더라고요. 다 한동네 사람들인데 서로 즐겁게 지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수다원이란 공간을 마련하게 된 거죠. 함께 모여 수다떨면서 융합하고, 정보도 교환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이름을 지었어요.” 나영자 원장이 수다원을 만들게 된 계기는 담백하고도 의미가 깊다. 이웃에 살면서도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네’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었던 것. 그렇기에 수다원의 활동은 거창하진 않아도 따스하고 잔정이 깊다. 바쁘게 살다 보면 잊고 지나치기 일쑤인 생일을 챙겨주고, 봄가을이면 그 옛날처럼 설렘을 안은 채 근교로 소풍을 떠나고, 때로는 곱디고운 꽃도 그려보고 사군자도 친다. 영화감상이나 네일아트, 도자기와 승마체험 등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특강은 문화시설이 부족한 이 동네에서 큰 호응을 받는 프로그램. 새해를 맞으면 동네별로 재료를 준비해 큰 양푼 두어 개에 넣고 쓱쓱 비빈 비빔밥을 먹는 특별한 시무식을 열고, 연말이면 재능기부한 봉사자들에게 작은 선물을 증정하는 송년회를 열기도 한다. 단절된 동네의 융화를 위한 사랑방 한마디로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행복하게 융화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활동이든 제약이 없다. 재미난 건 나 원장이 ‘토백이’와 ‘아파트 사람들’ 중간에 위치한다는 것. 1980년대에 수다원 인근에 위치한 단봉초등학교에 재직한 적은 있지만 이 동네 아파트로 이사 온 것은 퇴직 직전이다. ‘토백이’ 중에는 재직 당시의 학부모들이 남아 있어 친근하고, 나 원장은 ‘아파트 사람들’에 속하기도 하니 중간자적 입장에서 이런 공간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캐치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가장 큰 목표는 남녀노소 다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거예요. 가을부터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꽃꽂이 강의를 열고, 젊은 엄마들의 기존 독서모임이 있는데 동화구연도 더할 생각이에요. 퇴직하신 어른들을 초빙해 초등학생들에게 천자문과 바둑, 장기 등을 가르칠 계획도 있고요. 중요한 건 실용성을 뛰어넘는 감정의 확산에 있어요. 시골 할머니들이 꽃꽂이 배운다고 플로리스트가 될 건 아니잖아요? 다만 꽃꽂이를 하고 그걸 집에서도 응용함으로써 평생 안 해본 경험을 하고, 그 경험과 감정을 가정에서도 공유한다는 게 중요한 거죠.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쳐 한자 몇 자 알게 하고, 바둑과 장기의 스킬을 늘려주는 게 아니라 그걸 매개체 삼아 인성 지도를 받게 해 사람 됨됨이가 되도록 하는 게 목적이에요.” 여성 회원이 많다 보니 남성들은 궁금해서 슬쩍 들렀다가도 쑥스러움에 발길을 돌리곤 한다. 수다원은 남성 회원 역시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수다원에 흔쾌히 공간을 빌려준 농협의 운영시간에 맞추다 보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밖에 문을 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초등학생들은 물론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나영자 원장의 계획이다. 도서관도, 문화센터도 없는 문화 불모지에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다가가는 수다원은 2017년 5월 10일 개원 직후부터 빠르게 성장해왔다. 개원 당월에 봄소풍을 다녀온 이래 꾸준히 배우고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최근에는 비영리단체로 등록까지 마쳤다. 그간 무료로 재능기부한 봉사자들이 단체 등록을 계기로 1365 자원봉사포털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나 원장의 표정에서 뿌듯함이 여실히 묻어난다. 함께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삶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는 능력은 사실 쉽지 않다. 수다원을 이끄는 나영자 원장의 리더십은 그녀가 평생 쌓아온 시간에서 기인한다. 나 원장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2015년 교감으로 퇴직할 때까지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하며 보냈다. 남편과는 주말마다 양로원에 가고, 세 자녀 또한 고아원으로 봉사를 보낸다. 모범공무원 선정, 신일스승상 선정, 녹조근정훈장 수여 같은 명예로운 수상은 봉사의 삶을 살면서 따라온 부상들. 퇴직하고 난 뒤에도 자신의 역량을 활용해 남을 돕는 삶을 살아왔다. “정년 10년 전부터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아동미술을 전공한 데다 미술교사 동아리 활동도 했고 개인 작업을 거쳐 전시회도 몇 차례 하며 국전에도 입선한 경험이 있어서 그림을 가르치며 봉사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러다 이 동네 특유의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느껴서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된 거고요. 여기서도 다양한 미술활동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으니 더 외연이 넓어진 셈이네요.”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행복 추구로 귀결된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수다원은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수다원 회원 중에는 수십일 동안 집 안에 칩거해 있을 만큼 감정적으로 고립됐던 사람도 있고, 아픈 손자 때문에 홀로 마음앓이를 했던 사람도 있다. 전문가의 치료로도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할 만큼 우울 증상이 깊었는데 수다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사실 제가 상담사와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도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에게 필요했던 사람은 자격증을 지닌 전문가보다는 눈을 맞추고 꾸준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였다고 봐요. 요즘은 오전 9시 땡 하면 수다원 문을 열고 오실 만큼 열성적인 회원이 되셨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사람들과의 교류 때문에 행복해지는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퇴직하고 나서도 아침에 눈 뜨면 바로 이곳으로 오거든요. 사람들과 함께하니 외로울 일도 없고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사비를 털어 수다원을 개원할 당시 ‘과연 사람들이 모일까?’ 했던 기우는 점점 사라졌다. 사람들이 행복해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필요한 지원금을 확보하려 동분서주할 때도 초반에는 수다원의 존재를 몰라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인근에서 모두 아는 단단한 존재가 되었다. 수다원이 위치한 인천 오류왕길동은 물론 검암지구, 멀리 김포에서도 수다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진작 이런 곳을 알았으면 여기로 이사 올걸” 하며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그만큼 사람들 간 교류가 이뤄지는 공간이 적다는 방증이리라. “이 공간의 장점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끼리 정보 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거예요. 경험하고 배우는 것도 좋지만 한동네 사람들이 애들 데리고 가볼 만한 곳은 어디인지, 어느 곳에서 질 좋고 저렴한 물건을 살 수 있는지 실용적인 정보교환이 이뤄지니 건설적이죠. 이런 공간이 없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마을회관에서 고스톱 치며 시간을 보내거나 몇몇이 몰려다니며 쇼핑이나 가십에 열중하게 되지 않겠어요?”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고하는 말 나영자 원장의 말에 따르면, 교직생활을 마치고 은퇴자의 삶을 사는 이들도 다른 은퇴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형으로 나뉜다. 여러 명이 모여 등산이나 나들이 갔다가 술 한잔 걸치고 집에 들어가는, 흔히 남성들에게서 보이는 삶. 손자손녀들을 맡아 돌보거나 자식들 살림을 도와주는 삶.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삶 등등. 그녀는 친정엄마가 아이를 맡아준 적도 있고, 자신이 직접 육아를 해보기도 했지만 길러보니 자식은 부모가 키울 때 더 보람차고 행복했다며,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손자손녀를 돌보는 은퇴 후의 삶은 마다했다. 퇴직 후 남을 돕고 사는 삶을 살기로 했지만 수다원을 만들기 이전에도 서구역사문화연구회를 꾸려 회장을 맡는 등 봉사에 임하는 모습이 수동적이지 않다. 아니, 마치 개척자의 용기를 보는 것 같다.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내 것을 먼저 내어준다’는 마음가짐이에요. 봉사를 한다 해도, 퇴직 후 나만을 위해 준비된 자리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아요. 돈이든, 시간이든, 열정이든 내 것을 먼저 내어놓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요. 저도 수다원을 만들었지만 수익이 난다거나 경제적인 이득을 보는 건 없어요. 감자철이면 감자를 한두 박스씩 사다가 쪄서 나누는 등 오히려 퍼다 나르는 게 많지요.(웃음)” 4년 전 퇴직해 성실히 은퇴자의 삶을 살아가는 만큼 나영자 원장의 조언은 디테일하다. 과거의 영화를 잊어야 하는 건 물론 앞으로 소속되어 살아갈 커뮤니티에 맞춰 말투와 행동거지, 옷차림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최악은 ‘내가 왕년에 이랬는데’ 하는 생각입니다.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었다고 은퇴하고 나서도 교장선생님 대접받길 바라면 곤란하죠. 특히 전문직에 종사했던 분들이 은퇴 후 이사하거나 귀농귀촌한 동네에서 은연중 우월의식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거기다 초점을 맞춰, 편하게 말해도 될 이야기를 영어까지 섞어 말하면 고만고만한 동네에서 튀어 보일 수밖에 없죠. 손주들도 할머니가 자기들 수준에 맞춰 놀아줘야 좋아합니다. 은퇴 후에는 왕년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함께 살아갈 동지를 만들어야 해요.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답니다.” 100세 시대인 만큼 예순여섯 살 나영자 원장은 아직 살아갈 날이 한참 남았다. 그녀가 꿈꾸는 성공한 삶, 더 많은 사람과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위해 내일도 나 원장은 더 많은 사람과 신명나게 수다를 떨고 웃을 예정이다. 나눌수록 행복하다는 믿음을 안고서.
- 2019-08-26 09:56
-
- 50플러스 친구들과의 여행, 이렇게 준비해요
- 심리학자들은 “행복하고 싶으면 친구와 여행을 가 맛있는 것을 먹으라”고 말한다.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오죽하면 ‘친구를 알고자 하면 사흘만 같이 여행해보라’는 말이 있을까. 여행 중엔 본성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일정에 지치고, 취향과 지향이 부딪치다 보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특히나 해외 자유여행은 사전에 준비할 일도, 멤버 간 선택할 일도, 조정할 일도 많다. 요컨대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꼼꼼한 룰을 사전에 세워놓으면 좋다. 역할분담 각자의 특성대로 맡아서 하기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분담이다. 한 친구가 도맡아 하면 피로가 쌓이고 결국 “내가 혼자 애쓰는데 너희들은 뭘 했느냐” 하는 불평이 생기고 균열이 발생한다. 단 공정한 역할분담은 N분의 1로 나누는 것이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각자 똑같은 분량으로 일을 나누기보다는 자신의 장기, 재능별로 역할을 맡는 것이 좋다. 여행 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일정 기획, 예약, 회계 총무역할이다. 각자 자신 있는 분야를 맡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리는 크게 건강(비상의약품, 음식), 회계 총무, 기획·예약, 기록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항공권 및 숙박호텔 예약 품 들인 만큼 싸게 살 수 있다 행복한 여행을 하려면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품 들이는 만큼 가성비는 높아진다. 여행준비의 핵심은 항공권과 숙박호텔 예약이다. 여기서 여행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린 비용보다 비행시간을 최소화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기로 했기 때문에 직행 항공권만을 집중 검색했다. 품을 들이는 거에 따라 200만 원짜리 항공권을 절반에 살 수도 있다. 항공권을 싸게 샀을 때의 뿌듯함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항공권은 일찍 예약한다고 반드시 싼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이를 살피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예약’하는 게 필수다. 요컨대 항공권 비용 절약의 왕도는 결국 손품이다. 아울러 적당한 시기에 표를 사는 결단도 필요하다. 호텔 예약을 할 땐 비용과 교통편의를 함께 감안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로테르담과 벨기에의 브뤼셀, 호텔 3곳. 열흘 치 짐이 든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게 부담이었다. 대중교통 이동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역에서 가까운 호텔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 해당 도시 호텔들을 하도 많이 검색해 여행을 떠나기 전쯤에는 그 도시 시가지를 머릿속에 훤히 그릴 정도였다. 호텔 등급은 여행 전반에서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점점 더 고급형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 뭐든 좀 불편한 데서 좋은 곳으로 업그레이드돼야 만족도가 높아지고 여독을 풀기에도 좋다. 전체 동선은 함께 가고 싶은 나라를 결정한 후, 여행지 안내서를 중심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여행사의 패키지 프로그램 일정표를 참고하고, 멤버들이 가고 싶은 곳을 반영해 최종 정리했다. 데이터 이용 여행 목적, 멤버 구성에 따라 수단을 찾는다 해외여행에서 데이터 사용은 필수다. 헤어졌을 때 멤버 간 비상연락망은 물론, 길을 찾을 때, 유적지 관련 정보를 찾아볼 때 필요하다. 해외에서 데이터 사용 수단으로는 유심,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 해외로밍 등이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비교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유심은 전화번호가 바뀌기 때문에 국내에서 오는 문자나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게 불편하다.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는 일행이 인터넷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불편한 점은 공유기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 수시로 별도 충전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또 멤버가 같이 사용하려면 일정 범위 내에서 붙어 다녀야 한다. 로밍은 편의성 면에서 가장 좋지만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짐 싸기 여행은 채우러 가는 게 아니라 비우고 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 새 옷, 새 신발을 사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반대였다. 옷도, 양말도, 신발도 헌것으로 가져간다. 여행 중에 옷장 속에 놔두고 오기도 하고 매번 빨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새 옷과 새 신발이면 낭패다. 여행을 하다가 가방을 비워야 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여행은 바리바리 채우러 가는 게 아니라 비우러 가는 것이다. 당연히 여행 짐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여행지 정보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을 할 때도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국과 관련한 영화, 소설 등을 읽고 가면 이해가 빨라 흥미롭다. 영화를 다운받아서 비행 중에 보면 지루함도 덜 수 있다. 네덜란드와 관련한 영화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튤립 피버’가 있고 책으로는 ‘먼나라 이웃나라, 네덜란드 편’, ‘네덜란드 벨기에 미술관 산책’, ‘플랑드르 미술여행’, ‘네덜란드에 묻다, 행복의 조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 등이 있다. 지출 비용 항목별로 미리 짜놓은 예산에 따라 쓴다 비행기표, 숙박비(별 4개 수준의 호텔 숙박비 기준), 입장권, 교통비, 투어비 등은 예약이 필요해서 미리 비용 파악을 할 수 있다. 굵직굵직한 일정들은 되도록 예약을 했다. 유명한 곳은 2개월 전 예약이 필수이고, 현장 판매가 안 되는 곳이 많으므로 확인이 꼭 필요하다. 현지에서 써야 하는 비용도 미리 예산을 세워 분류했다(여행지에서 현찰이 모자라 송금을 부탁하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식비는 끼니당 100유로씩 예상했다. 유럽 식당에선 1인 1식이 필수라 하지만 수프, 샐러드, 메인 요리 3개를 시켜도 무방하다. 또 호텔에서 팁을 줘야 할 때를 대비해 1달러짜리 지폐를 별도로 준비했다(동전을 싫어한다 해서). 교통비, 입장료도 미리 책정했다. 이외에 예비비를 편성해놓으면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변수에 대처할 수 있어 좋다. 여행에선 크든 작든 사고가 발생한다. 여행 도중 우리는 일정이 변경되어 예약한 버스표와 기차표를 취소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아뿔싸, 버스나 기차는 하루 전에 취소해도 환불이 불가하고 현지에서 1년 내에 사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만 바꿔줄 수 있다는 냉정한 답변이 돌아왔다(총액 28만 원 정도여서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때 예비비가 유용하게 쓰였다. 여행 중 비용 지불은 카드와 현찰 모두 가능하지만, 편의와 안전을 위해 적절히 배분해 다니기로 했다. 현찰로 지불할 때는 즉시 기록했다. 매일 저녁 영수증을 펴놓고 돈 계산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현찰은 멤버들에게 N분의 1로 분배, 각자 가지고 다녔다. 혹시 모를 도난이나 분실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또 카드의 경우, 여행공금카드(체크카드)를 국내에서 미리 만들어갔다. 여행 후 가계부 앱을 돌려 지출비를 카테고리별로 점검해보니 ‘교통비 36%≻투어와 기타 31%≻숙박비 16%≻식비 13%’의 순이었다(그림 참조). 이런 기록 시도는 처음 해봤는데 다음 여행 계획 때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프로그램은 종합구성으로 해외 자유여행은 현지 가이드, 현지 관광상품, 프리 워킹투어 등으로 종합구성하면 좋다. 렌트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짐까지 계산해 동선 계획에 넣어야 한다. 체크아웃을 하고서도 호텔에 짐을 맡길 수 있는지, 역에 라커가 있는지 등도 확인한다. 교외 관광지는 이동수단의 불편이 많기 때문에 현지 관광버스투어, 현지 가이드를 활용하고, 목적지가 편한 곳일 때는 구글 앱 도움을 받아 이동하면 된다. 도심의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할 때는 워킹투어를,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역사문화유적지는 현지 한국어 가이드를 섭외하는 것이 좋다. 역사문화유적지 같은 곳을 봤어도 스토리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추억이 달라진다. 미리 공부를 해가도 문외한의 눈으로는 한계가 있고 차이도 구별하기 힘들다. 우리는 역사문화유적지를 갈 때는 현지 한국인 가이드를 섭외해 설명을 들었다. 영어로 설명하는 가이드도 있지만 복잡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다행히 20여 년 이상 그곳에서 산 분이 가이드를 해줘 역사, 문화, 시사, 그리고 현지의 생활문화까지 들려줘 매우 유익했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 섭외는 ‘자전거여행’, ‘마이리얼트립’ 등을 이용하면 된다. 교외 유명 자연관광지 교외 유명 자연관광지는 현지 교통 사정에 어두운 외지인이 찾아가려면 힘들다. 관광버스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편하다. 역 터미널, 공항 터미널에 티켓센터가 있고, 국내에서 예매도 가능하다. 단 주의할 것은 버스 출발 장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우리도 출발지와 티켓 발매처가 헷갈려 엉뚱한 곳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뒤늦게 혼비백산해 버스 출발 5분 전에 모임장소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도심은 워킹투어 프로그램 이용 대부분의 도시에는 워킹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걸어서 두세 시간가량 도심을 돌며 주요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 가이드 모두 가능하고 유료와 무료가 있으니 일정에 맞춰 예약하면 된다. 우린 암스테르담에서 무료 워킹투어 프로그램(영어)을 신청했다. 무료는 실력 차가 나는 경우가 많다. 효율성을 따진다면 유료 워킹투어를 이용하는 게 낫다. 한곳에서 유유자적하고 싶다면 구글앱 사용 한곳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면 일행끼리 움직이면 된다. 길치 4인방인 우리는 목적지를 찾아갈 때 구글 앱과 지도를 보거나, 현지인에게 물었다. 구글 앱이 잘돼 있어 길 안내를 상세하게 받을 수 있다. 트램(노면열차)을 타도 내려야 할 정거장, 경로까지 꼼꼼하게 안내해줘 편리하다.
- 2019-08-05 08:52
-
- 여고 4인방의 좌충우돌 유럽 자유여행기
- 여고 동창생, 특히나 여고 졸업반 친구들은 아련하고 각별하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갈피갈피를 같이하는 게 고교 친구가 아닐까. 방과 후 수다를 조잘조잘 나누던 여고 동창생들이 이제는 며느리, 사위 볼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거울 앞에 선 누이’가 된 적잖은 나이이지만, 함께 모이면 여전히 단발머리, 교복 입었던 그 시절로 달음질친다. 추억은 돌아보는 것이지만 만들기도 해야 한다는 소신 하에 계를 부어 여행을 계속 떠나며 추억을 만들어온 지 어언 12년째다. 서로를 안 지 40년 남짓. 강산은 네 번이나 변했지만 우정은 한결같다. 도화진, 오은경, 이소윤, 김성회. 우리 4명의 가장 큰 공통점은 모두 헛똑똑이, 허당이라는 점. 방향 감각이 엄청 떨어지는 길치란 점도 그렇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같은 길을 몇 번씩 돌아갔다 원점으로 돌아올 때, 지하도 출구를 몇 번씩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할 때 서로를 보며 깔깔거린다. “어쩌면 우린 이런 것까지 똑같니?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만나기도 힘들다. 이렇게 덜떨어진 우리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은 우연이니? 필연이니?” 하면서. 우리 여고 동창들은 대학교 다닐 때 함께 국내 여행을 다니다가 해외로 여행 영역을 넓혔다. 지금도 그때 그 시절 사진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서로의 옷을 바꿔 입고 나름 예쁜 척하며 바닷가에서 찍은 모습들이란… 촌스럽지만 풋풋하다. 이후 한 친구는 유학을 갔고, 한 친구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모두 모이지 못하는 소강기간도 있었다. 그러다가 마흔 넘어 비로소 네 명의 아귀가 채워질 수 있었다. 2010년 처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갔고, 2013년엔 스페인으로 패키지여행을, 그다음 2016년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크로아티아로 에어텔을 예약,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올해 5월 11~20일 네덜란드-벨기에로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여행으론 네 번째다. 좌충우돌 알콩달콩 네덜란드-벨기에 자유여행 이야기를 공개한다. 3회로 나누어 연재할 예정이며 그 첫번째를 싣는다. 암스테르담 교외 전원마을 히트호른 직행 우리는 해외여행을 갈 때 되도록 밤비행기를 이용한다. 호텔비 1박을 아끼는 이점, 그리고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활동, 시차적응이 쉽다는 양수겸장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저녁은 간단히 먹고 기내식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운 뒤 와인 한 잔까지 걸치고 푹 잤다. 좁은 이코노미석 새우잠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는 뒤척뒤척 잠을 못 이뤘다. 11시간의 비행 후 새벽 5시(현지 시간)에 네덜란드 스히폴공항에 도착했다. 높다란 천장, 히딩크처럼 큼직큼직 건장하게 생긴 외국인들…. 네덜란드에 왔음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공항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화장을 했다. 우리나라의 이마트쯤에 해당하는 알버트하인 마트에서 수프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곧바로 네덜란드의 동화마을 히트호른을 향했다. 히트호른은 염소의 뿔이란 뜻이다. 도착하니 오전 9시 30분가량. 거의 일착이다. 우리가 마을 전체를 완전 전세 낸 것처럼 고적해서 더욱 좋았다. ‘네덜란드의 베니스’란 별칭에 어울리는 강가에 예쁜 집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배들이 그림처럼 정박해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눈앞에 펼쳐진 쨍한 하늘과 전원, 강 옆의 억새지붕을 한 집들이 오순도순 동화처럼 아름답게 늘어서 있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창문에 스탠드이든, 인형이든 쌍으로 놓는 게 인테리어의 기본 법칙이다. 그래야 균형이 맞는다고 생각한단다. 반 고흐의 작품 ‘아를의 반 고흐의 방’을 보면 침대 오른쪽 벽에 그림액자 2개가 나란히 걸려 있는데 네덜란드의 독특한 풍속이 미친 영향이다. 집 앞의 강에는 집집마다 작은 배를 정박해놓았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청량한 공기…. 모두들 피곤함도 잊고 탄성을 연발하며 “이런 예쁜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가 급격히 말을 거뒀다. 햇빛이 아쉬운 네덜란드의 환경상, 이곳의 가옥구조는 한 벽이 다 창문이라 할 정도로 창문이 많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창문이 얼룩진 곳 하나 없이 반짝반짝한 게 아닌가. 또 집 안도 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다. 이런 집에서 살려면 늘 청결하고 인테리어도 안목이 있어야 할 텐데 자신이 없었다. 어쨌든 파란 하늘, 초록 풀밭, 흐르는 강, 그림 같은 집 등…. 네덜란드는 포토제닉 국가 그 자체다. 실제 풍경도 아름답지만 사진으로 보는 경치가 더 아름답다. 프리워킹투어+마차 관광과 숙박 암스테르담 시내는 프리워킹투어를 이용했다. 미리 한국에서 신청해놓아 만남의 장소인 담 광장을 향했다. 우리 팀을 인솔할 사람은 아랍인 용모를 한 중년 남자. 네덜란드로 이민 온 지 오래된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네덜란드 역사관광 가이드를 외국인이 맡은 것이 신기했다. 가령 경복궁 안내를 푸른 눈의 외국인이 안내하며 한국 역사를 설명한다면? 암스테르담이 이민자의 도시라서 가능한지도 모른다. 암스테르담 궁전, 벼룩시장 등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돌다가 자신이 아는 카페로 관광객을 인도, 아니 유도했다. 그리고 무료 관광이며 자신은 별도로 공공기관에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구구한 설명을 하며 팁을 유도해서 피곤했다. 더구나 행인들과 차가 다니는 길거리에서 영어 설명을 들으려니 청해는 고사하고 청취도 힘들었다. 중간에 들른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며 간단히 요기를 한 후 “다음 일정이 바빠 어쩔 수 없이 중도에 빠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우리끼리 시내를 돌기로 했다. 우선 길을 다니며 조심해야 할 것은 자전거들. 자전거들이 씽씽 달려 부딪힐까봐 늘 경계해야 했다. 마침 우리나라 유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던 중에 자전거와 부딪혀 크게 부상당했다는 소식을 들어 더 긴장하고 조심했다. 종일 걸으니 다리가 아팠다. 길치라서 헤매는 거리까지 합하면 통상 표시된 거리의 1.5~2배. 만보계로 체크해보니 하루 평균 2만 보는 걸었다. 마차를 타고 암스테르담 시내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마차가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포장된 도로를 도는데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거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손 흔드는 법을 연습해둘걸.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민망했다. 재미있는 것은 트램이나 자동차, 마차 모두 같은 도로를 이용한다는 것. 앞에는 마차가 달리고, 그 뒤에서 자동차가 천천히 따라오고…. 그런데도 클랙슨 한 번 울리지 않고 기다리는 게 신기했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주의할 것 중 하나는 커피숍과 카페의 구별이다. 카페는 우리나라에서처럼 커피를 마시는 곳이다. 그런데 커피숍 간판이 붙은 곳은 대마초를 피우는 장소란다. 어쩌다 간판만 보고 들어가면 큰코다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덜란드의 커피숍(coffee shop)은 관용정책(gedoogbeleid)의 아편법에 따라 일정 금액의 판매 소지가 허용된 소프트 드러그(soft drug, 중독성 없는 마약)의 대마초를 포함한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마초를 공식 허용하는 정책이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덜 갖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네덜란드 교민은 “암스테르담에서 이런 곳을 출입하는 사람은 주로 외국인이지, 네덜란드인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네덜란드인은 보수에 가깝다”는 말을 들려줬다. 자유로운 사람이 오든, 오면 자유로워지든, 암스테르담은 자유인을 위한 도시다. 이곳은 물가가 비싸서 호텔은 역세권 아파트형 호텔로 정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 아침, 저녁을 해결했다. 한결 비용이 절약됐다. 빵에 주스, 요구르트, 견과류, 과일을 곁들여 먹으니 특급 호텔 조식 못지않았다. 건축도시 로테르담과 마르크트할, 유로마스트 암스테르담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로테르담으로 향했다. 산더미만 한 캐리어백을 낑낑대고 끌며 겨우 로테르담행 기차에 올랐다. 캐리어가 커서 객석으로 끌고 들어가기도 힘들고, 기차 선반에 올리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차 연결 부분에 짐칸이 있었지만 멀리 두자니 도난이 걱정됐다. 어쩔 수 없이 짐을 지키느라 짐칸 옆에서 한 명씩 돌아가며 경비(?)를 볼 수밖에 없었다. 짐을 끌며 역에 겨우 도착했는데 호텔 찾아가기가 난망이었다. 구글맵으론 도보 5분 거리라는데 아무리 뱅뱅 돌아도 나오지 않았다. 짐은 무겁고, 길은 못 찾겠고…. 이때 비로소 우리 여행은 심각한 갈등 속에 빠지기 시작됐다. 택시를 타자는 입장, 아니면 좀 더 찾아보자는 입장의 대립이었다. 역에서 최대한 가까운 호텔을 찾아 예약하느라 애를 쓴 친구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택시기사는 호텔 이름을 듣더니 “아니 코앞인데 이곳을 택시로?” 하는 표정이었지만 우리는 너무 지쳐 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가주세요” 했다. 그리고 호텔 고고(Go Go!!). 로테르담은 네덜란드 제2의 도시. 쭉쭉 올라간 고층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풍스런 암스테르담과 확 달라진 분위기. 오히려 우리 눈에는 낯설지 않아 서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공습으로 중심부는 완전히 파괴되었으나, 전후의 부흥에 따라 현대도시로 재생됐다. 이곳의 명물인 큐브 하우스를 보고 마르크트할로 향했다. 큐브 하우스는 건축가 피트 블롬(1934~1999년)이 로테르담의 블락 역에서 광장을 가로지르는 보행자용 다리 위에 주택을 세운 것. 54° 기울어졌고, 바닥부터 위를 향해 육각기둥이 세워져 있다. 노란색의 추상적인 숲 형태의 집이다. 어떤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고 독특해 발상의 전환에 대해 경탄했지만 살고 싶지 않다는 데는 우리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가파른 계단이 굽이굽이 달팽이 모양으로 설치돼 있어 오르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다. 경험 삼아 1박 예약도 고려했었는데 캐리어 들고 이 계단 오르락내리락했을 것 생각하니 보기만 해도 진땀이 주르르 흘렀다. 암스테르담에서 묵은 아파트형 호텔도 가파른 계단이었지만 옥외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곳은 그마저도 없으니… 우리 여기서 묵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곳 유스호스텔은 늘 예약이 꽉 차 있다니 그런 걱정은 기우인 셈이다. 역시 아름다운 것은 불편한 걸까? 로테르담 일정은 주로 도보관광으로 여유롭게 잡았다. 도서관을 구경하고 에라스무스 다리 등을 걸으며 유유하게 보냈다. 마르크트할에서 시장 음식을 조금씩 사서 주전부리로 먹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 그다음은 네덜란드의 남산타워라 불리는 유로 마스트에서 정찬을 즐겨보기로 했다. 유로마스트는 로테르담을 한눈에 360° 전망할 수 있는, 높이 185m의 회전 전망대로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오후 7시 30분으로 디너 예약을 했다. 아줌마의 알뜰 본성을 속일 수 없어, 식사비 지출을 너무 하는 건 아닌지, 차라리 그 돈으로 마켓할에서 맛있는 음식 사먹는 게 낫지 않느냐며 난상토론을 벌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고의 식사’였다. 네덜란드는 오후 9시는 돼야 해가 진다. 7시 30분에 예약한 덕에 해가 지기 전 경치와 일몰 풍경, 그리고 해가 진 후의 야경까지 두루 즐길 수 있었다. 안 오면 정말 후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을 곁들여 먹었는데도 4명 식사 총액이 170유로(한화 23만 원)밖에 안 나왔다. 우리나라의 호텔 식사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좋은 편이었다. 단, 서비스 속도가 느려 애피타이저에서 디저트까지 나오는 데 무려 3시간여가 걸렸다. 불덩이 같은 해가 지는 것을 보며 모네의 그림 ‘해넘이’ 풍경을 연상한 것도 잠시, 다시 도시의 야경으로 경치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360° 원형으로 바라보는 전경의 아름다움, 그곳에 온 선남선녀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앞 테이블의 노부부도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서로를 부축해주며 일어나 옷깃을 매만져주는 모습을 보며 순간 뭉클해졌다. 다른 친구들도 같은 마음을 느꼈는지 “우리, 한국에 있는 식구들에게 문자 한번 보낼까?” 한다. 그래,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떠남 그 자체보다 현재를 되돌아보고 감사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여행도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 2019-07-25 08:34
-
- 길동 생태공원의 고요를 느껴보다
- 여름이 찾아온 서울 길동 생태공원엔 벌써 푸르름이 가득하다. 시민들이 숲 체험을 하면서 생태 환경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원이다. 입구의 반딧불이 관찰장을 지나면서 바로 숲길이 시작된다. 걷다 보면 습지와 저수지와 산이 고루 조성되어 있어 이 곳이 정말 도심의 공원인가 하고 놀라게 된다. 간간이 다람쥐가 지나가며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주의 푯말도 보인다. 관리시설로 광장 지구, 저수 지구, 초지 지구, 산림지구 등의 관찰로가 공원 곳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참나리, 패랭이, 개망초가 피어있는 숲길을 걷다 보면 눈앞에 거미줄이 가로막기도 하고 벌들이 윙윙거린다. 호랑나비와 잠자리, 물새까지 날아다니고 작은 호수에는 왜가리가 큰 날갯짓을 하면서 높이 난다. 조류 관찰대에서는 아이들이 숨 죽이며 구경하고 이 곳 저 곳에서 사람들이 셔터를 누른다. 관찰로는 숲과 함께 있어서 마치 밀림 속을 걷는 느낌을 준다. 시민들의 건강한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 생태 숲을 오래 보전하기 위해 하루 최대 입장인원은 400명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일부는 현장에서 신청해 입장할 수도 있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서 음식물 반입은 당연히 삼가야 한다.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대로 1291(길동생태공원) ▶이용료:무료 ▶운영시간:10:00 ~ 17:30 (동절기 17:00) ▶공원의 생물서식처 보호 및 생물종 모니터링, 관리보수를 위하여 매주 월요일은 휴장.
- 2019-06-18 14:34
-
- 유형별로 추천하는 시니어 아지트① 樂(즐기다)
- 당신의 아지트는 어디인가? 물론 특정한 한 곳만을 아지트로 삼은 사람도 있겠지만 날씨, 기분, 개인 욕구에 따라 가고 싶은 장소가 달라지기도 한다.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에서 ‘시니어를 위해 생겨났으면 하는 아지트 유형은?’이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문화공간, 학습터, 쉼터를 꼽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즐기고,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쉬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공간을 소개한다. 연재 순서 ① 樂(즐기다), ② 學(배우다), ③ 休(쉬다) 樂(즐기다) 색다른 체험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전통주갤러리 한국전통식품문화관 1층 전통주갤러리에선 ‘이달의 시음주’로 선정된 5개의 전통주를 매달 무료로 맛볼 수 있으며 구매도 가능하다. 무료 시음회는 약 30분간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3개 국어 해설로 진행된다. 한국어·일본어 해설은 오후 1시, 3시, 5시, 7시(7시는 한국어 해설만 있고 주말엔 없다), 영어 해설은 오후 2시, 4시에 들을 수 있다. 조선 3대 명주를 포함한 프리미엄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특별 시음회도 열린다. 매일 오후 1시, 3시, 5시에 열려 1시간 정도 진행된다. 참가비는 1인당 2만5000원. 4인 이상 10인 이하의 인원이어야 하며 늦어도 하루 전날 예약하는 게 좋다. 위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 (강남역 11번 출구 도보 6분, 신논현역 5번 출구 도보 8분) 운영시간 매일 10:00~20:00 (월요일 휴무) 예약방법 네이버 예약, 전화(02-555-2283)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식품명인체험홍보관 한국전통식품문화관 2, 3층에는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이 있다. 2층은 식품명인카페 ‘이음’과 판매점, 3층은 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 ‘이음’에서는 식품명인의 잎차와 감식초, 식혜 등 전통식품을 활용한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맛볼 수 있다. 평일 오후 5시 30분에는 차, 한과, 전통주를 무료로 시식·시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평일에는 체험관에서 식품명인의 재료와 레시피를 활용한 한과, 전통주, 떡, 조청 만들기 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고, 토요일엔 매주 다른 분야의 명인을 만나 강연도 들을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 시 예약 필수. 위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 (강남역 11번 출구 도보 6분, 신논현역 5번 출구 도보 8분) 운영시간 매일 10:00~20:00 (월요일 휴무) 예약방법 네이버 예약, 전화(02-6927-3005/3012) 추억의 영화 감상 청춘극장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시니어 전용 극장이다. 55세 이상 어르신 및 동반자는 2000원에 1950~90년대 추억의 영화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수요일엔 영화 상영이 없고 ‘시네마테라피’, ‘청춘! 싱어롱’, ‘청춘은 떼창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무료 음악 교실, 오후 1시와 3시에는 ‘청춘유랑극단쇼’가 열린다. 예매는 토요일 오후 3시 20분부터 그다음 주 금요일 오후 3시까지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간식도 마련되어 있는데 가래떡 한 개에 200원, 커피는 한 잔에 1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자세한 영화 상영, 공연 일정은 청춘극장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치 서울 중구 새문안로 22 (서대문역 5번 출구 도보 2분) 운영 시간 매일 9:30~18:00 (일요일 휴무) 참고 청춘극장 네이버 카페 시네마테크 KOFA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에는 누구나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한국영상자료원 지하 1층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KOFA’. 상업 영화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립영화와 옛날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입장권이 빠르게 매진되는 경우도 있고, 영화에 따라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가 마련되기도 하니 홈페이지에서 관람 영화 정보도 얻고 입장권은 미리 예매할 것을 추천한다.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면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국고전영화(Korean Classic Film)’를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위치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수색역 1번 출구 도보 11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번출구 도보 21분) 운영시간 시네마테크KOFA-매일, 영화 상영시간에 따라 유동적 / 한국영화박물관, 영상도서관- 10:00~19:00 (휴일엔 18:00까지)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1월 18일 창립기념일 휴무) 예매방법 시네마테크 KOFA 홈페이지, 현장 예매
- 2019-05-17 15:33
-
- 파주, 이 기막힌 동네 가봤어요?
- 5월 가정의 달이다. 수도권 안에 가족들과 가볼 만한 가까운 곳이 있다. 문화와 예술, 역사 등을 두루 느껴볼 수 있는 파주,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북녘과 인접해있어 생태탐험과 최북단의 DMZ를 통해 평화안보여행도 할 수 있다. 파주 출판단지 출판단지에서 유명한 은 출판 복합 문화공간이다. 책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친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꽂이는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쾌적하고 넓은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들이 편안해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면 책의 기원이나 출판의 역사를 알기 쉽게 볼 수 있도록 전시해놨다. 책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그 옆으로 문 열고 나가면 헌책방 '보물섬'에서 저렴하게 중고책을 마음껏 구입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책과 함께 하루쯤 묵고 싶다면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이 있다. 와이파이가 없다. TV도 없다. 오직 책 속에 푹 파묻힐 수 있는 방이다 사색과 휴식의 시간을 위한 북스테이다. -파주 출판단지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지혜의 숲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벽초지(碧草池) 수목원 봄꽃들이 이미 다 지고 있는데 이곳은 기온이 낮은 지역이라 아직은 늦게 피어난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수양버들이 늘어진 연못, 그리고 꽃길과 조형물들 사이를 걸으며 군데군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젠가 무릎이 아픈 어르신을 모시고 왔더니 수목원 관리소에서 휠체어를 대여해 주어 편안히 다닐 수 있었다.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166-1 마장 호수 출렁 다리 근래들어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현대인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짚라인이나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등을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추세다. 요즘 여행 중에 빠질 수 없는 새로운 아이템이다. 마장 호수공원은 20만㎡ 넓이의 테마파크다. 이곳의 길이 220m의 출렁다리는 무료입장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둘레길 총 4.5km 중 3.3km 구간의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기산로 365 헤이리 마을과 프로방스 예술인 380여 명이 모여 만든 마을이 헤이리 마을이다. 총면적이 15만 평. 많은 갤러리와 박물관, 공연장 등을 천천히 구경하고 즐기려면 한나절도 모자란다. 3층 이상의 건물은 짓지 못하게 되어있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친화적 마을에 예술인들이 직접 작업하며 살고 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 마을 길 건너편에 파스텔풍의 알록달록한 마을이 보인다. 남프랑스 전원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프로방스 마을이다. 허브 정원, 이쁜 카페와 공예품들, 그리고 리빙 웨어, 플리마켓 등의 눈요기 거리가 도처에 있고 맛집들이 기다린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84 헤이리 근처에 파주 영어마을도 있다. 아이들이 있으면 들러서 뮤지컬 관람이나 베이킹 체험 등을 해볼 만하다. 지금은 체인지업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파주 영어마을:경기 파주시 탄현면 얼음실로 40 맛집&빵집> 교황님이 방한했을 때 간식빵으로 유명해진 교황빵 외에도 맛난 빵집이 몇 군데 있다. -파주시 파주읍 우계로 51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평화누리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어서 밤중에 별궤적 찍으러 몇 번 왔었다.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가 흐르는 고요한 밤의 분위기도 좋았던 곳이다. 한낮에는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피크닉 나온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드넓은 공간 덕분에 아이들이 연 날리며 놀기도 좋고 해마다 파주 장단콩 축제나 인삼 축제가 열린다. 통일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철조망에 가득하고 달리지 못하는 녹슨 철마도 있다. 망원경을 통해 DMZ의 때 묻지 않은 생태자연경관을 보면서 분단국가의 역사를 체험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618-13 이외에도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 감악산 출렁다리, 보광사, 파주 이이 유적, 장단콩 마을, 적성 한우마을 등 가볼 곳이 많다. 수도권이라면 언제라도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파주다. 자가용 이용이 아닐 경우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합정역 앞의 2200번 버스와 경의선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광화문이나 서울역에서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에 드라이브 삼아 떠나볼 만하다. 교통 및 작은 정보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좌석버스 2200번 / 파주 시내버스 900번 ▲파주시에서 지원하는 파주 시티투어버스가 있다. 합정역 아침 9시 30분부터 출발. 요일별 당일코스가 다양하다.(17000~38000원). 주말엔 1박 2일 코스도 있다. 파주시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 탑승해서 관광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즐거운 도움을 준다.
- 2019-05-03 10:23
-
- 이번 주말엔 '궁 나들이' 어떠세요?
- ‘제5회 궁중문화축전’이 오는 4월 26일 경복궁 경회루에서 펼쳐지는 개막제를 시작으로 9일간의 축제의 막을 연다. 이번 궁중문화축전은 문화재청이(청장 정재숙)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 (사)대한황실문화원(이사장 이원)이 주관한다. 5대 궁과 종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문화유산 축제로 각 궁과 종묘의 이야기를 담아 4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9일간 다채로운 공연, 전시, 체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6일 오후 7시 30분부터 개최되는 개막제 ‘2019 오늘, 궁을 만나다’에선 축전에서 펼쳐질 다양한 프로그램을 옴니버스식으로 선보인다. 궁중 문화를 바탕으로 미디어 퍼포먼스도 감상할 수 있다. 개막제는 경복궁 야간개장 입장권을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인원 제한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개막제가 열린 다음 날 4월 27일부터는 경복궁을 포함한 5대 궁에서 본격적으로 축전이 열린다. 특히 28일에는 궁중문화축전의 백미로 꼽히는 ‘광화문 新산대놀이’와 ‘경회루 판타지-화룡지몽’을 만나볼 수 있다. ‘광화문 新산대놀이’는 28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에서 시민이 함께 즐기는 놀이판이다. 산대놀이, 나례의식, 다양한 전통 연희를 재해석한 흥겨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경회루 판타지-화룡지몽’은 개막제에서도 미리 엿볼 수 있지만, 28일 오후 8시에 공식적으로 막을 올린다. 이 공연은 노비 출신 ‘박자청’이 경복궁의 꽃이라 불리는 경회루의 건설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둠이 내려앉은 경회루를 배경으로 3D 맵핑, 조명 연출 그리고 화려한 춤과 연기가 더해진 미디어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또한 경회루 연못에 350석의 수상객석이 배치되어 무대를 더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경회루 판타지–화룡지몽’은 5월 4일까지 공연된다. 이 외에도 우리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이번 주말에는 따뜻한 날씨를 즐기며 가까운 궁으로 도심 나들이를 떠나보자. 개막제 ‘2019 오늘, 궁을 만나다’ 장소 경복궁 경회루 일시 4월 26일 19:30 ‘경회루 판타지-화룡지몽’ 장소 경복궁 경회루 일시 4월 28일~5월 4일 20:00, 21:00 광화문 新산대놀이 장소 광화문광장 일시 4월 28일 15:00, 17:00 고궁사진전 ‘꽃피는 궁궐의 추억’ 장소 경복궁 흥례문 광장 일시 4월 30일~5월 5일 11:00, 15:00 조선왕조 500년의 ‘예악(禮樂)’ 장소 창덕궁 인정전 일시 5월 2~4일 15:00~16:00 달빛기행 in 축전 장소 창덕궁 일대 일시 5월 2~4일 19:00~21:00, 20:00~22:00 AR 체험 ‘창덕궁의 보물’ 장소 창덕궁 일대 일시 4월 27일~5월 5일 9:00~18:00 웃는 봄날의 연희 ‘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 장소 덕수궁 석조전 뒤 협률사 일시 4월 27일~5월 5일 13:00~14:00, 19:00~20:00 시간여행 그날 ‘영조, 백성을 만나다’ 장소 창경궁 일대 일시 5월 3~5일 15:00~16:00 창경궁 양로연 ‘가무별감’ 장소 창경궁 문정전 일시 4월 29일~5월 1일 13:00~15:00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장소 덕수궁 정관헌 일시 4월 27일~5월 5일 14:30~16:30 조선 마술사 마술 공연 장소 경희궁 숭정문 앞 특설무대 일시 5월 4~5일 13:30~14:00 종묘제례악 야간공연 장소 종묘 정전 일시 4월 30일~5월 3일 20:00~21:00 종묘대제 장소 종묘 영녕전, 정전 일시 5월 5일 10:00~16:00
- 2019-04-25 18:46
-
- 무료 호텔 숙식권의 주인공
- 작년 연말 ‘브라보 마이 라이프’ 행사에서 운 좋게 행운의 1등 경품에 당첨이 되었다. 경품은 고속터미널 근처 고급 호텔의 하루 숙식권이었다. 50만 원에 상당하는 경품이라고 했다. 경품 1등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무대에서 노래 한 곡 하라는 주문까지 받아 ‘빗속의 여인’을 불렀다. 2인용에 금년 3월 말일까지가 유효기간이다. 알아보니 오후 3시 이후에 체크인해서 3시간 동안 클럽에서 칵테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1박 후 아침 식사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하고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연말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저녁 식사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밖에서 하거나 호텔 레스토랑에서 별도 비용을 지불한 뒤 해야 한다. 클럽도 여러 명이 갈 경우 2명 초과 인원에 대해서는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자리가 없으면 입장이 거부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막상 사용하려면 걸리는 문제들과 비슷했다. 이럴 경우 1순위로 생각할 수 있는 게 여자 친구와의 멋진 하룻밤이다. 단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이네의 ‘노래들’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묻지요. 오늘은 내 사랑이 찾아오려나? 저녁이면 나는 쓰러져 한탄하지요. 오늘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고. 위의 시처럼 불행하게도 여자 친구와의 멋진 하룻밤 꿈은 물거품처럼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같이 술 마실 수 있는 상대야 구할 수 있지만,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이 1박은 무리라서 결국 혼자 자는 것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술 취해 잠들고 나면 아침. 한창때 해외 출장 다니던 시절, 고급 호텔을 이용했을 때 그랬다. 그처럼 실속 없고 허망한 일은 없다. 책 ‘혼자 놀기’에서 읽은 대목도 계속 맴돌았다. 저자가 얹혀살던 언니네 집에 언니의 남자 친구가 자고 간다 해서 친구네 집에 가서 하루 자고 올 요량으로 집을 나왔으나 가지 못하고 동네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제대로 힐링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읽을 때는 공감했으나 막상 내가 실행하려니 좋은 생각 같지 않았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쉽지만, 남자끼리 가서 실컷 술이나 마시다가 오자는 사람도 있었다. 애인이 있는 후배가 저녁은 자기가 살 테니 숙박권을 넘기라는 제의도 있었으나 내키지 않아 거절했다. 경품권을 손에 쥐고 나서 꿈만 100일 정도 꿨다. 결국 마음대로 안 되고 시간만 가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래저래 유효기간이 다가왔고 일주일 전 예약을 감안하면 더 이상 내가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아프리카 여행 일정이 원래대로 진행됐다면 남은 시간은 더 촉박했다. 그래서 그동안 바빠 얼굴도 자주 못 보던 딸에게 전화를 했다. 딸은 숙박권을 아들 부부에게 넘기자고 했다. 결혼기념일도 다가오는데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만나야 하니 겸사겸사 식사나 같이하자고 했다. 결국 경품권을 넘겨주기 위해 아들딸과의 단출한 식사자리가 마련되었다. 딸 그리고 아들 부부가 네 살 된 딸과 같이 왔다. 그런데 아들이 마음만 받겠다며 딸에게 티켓을 넘겼다. 딸은 최근 인사이동으로 헤어진 단짝 여자 친구와 같이 1박을 하겠다고 했다. 아파트도 공동명의로 같이 산 막역한 사이다. 밤새 할 말도 많고 특별한 이벤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오늘의 식사비용도 그래서 반반 내기로 했단다. 아들딸을 만나 앞으로 이런 일이 없더라도 자주 만나자고 약속했다. 모두 경품권 덕분이다. 내게 좋은 상대가 생기면 현금을 내고서라도 호텔 1박 힐링을 염두에 두겠다는 생각도 이번에 얻은 소득이다. 화이트데이 다음 날 딸로부터 신나는 하룻밤이었다며 감사의 문자를 받았다.
- 2019-03-25 08:41
-
- 근대건축물의 보고, ‘인천개항누리길’을 걷다
- 휴일 오전, 전철 1호선을 타고 종착역인 인천역으로 간다. 한산한 전철 안에서 시간여행자가 되는 상상을 한다. 인천역 앞에 있는 화려한 패루를 통과하면, 1800년대 말 인천 개항 시절의 풍경이 펼쳐지는 상상 말이다. 실제로 패루 너머에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그곳에 새겨진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어보면, 나도 모르게 근대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걷기 코스 전철 1호선 인천역▶ 제1패루▶ 차이나타운▶ 선린문(제3패루)▶ 자유공원▶ 제물포구락부▶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인천 중구청(옛 일본영사관)▶ 중구생활사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옛 인천일본제1은행)▶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옛 인천일본18은행지점)▶ 신포시장▶ 답동성당▶ 애관극장▶ 싸리재 카페▶ 전철 1호선 동인천역 인천 개항과 함께 형성된 화교 마을 1883년 인천 개항 후 청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독일인, 영국인들이 앞다퉈 제물포(지금의 인천항)로 몰려왔다. 항구 일대에는 각국의 조계지가 형성되었다. 최초의 근대식 공원, 극장, 학교, 호텔, 은행과 같은 서양식 근대건축물도 세워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철도, 시외전화, 화폐, 구두, 등대, 담배 성냥, 축구, 야구 등 해외 문물도 물밀듯 들어왔다. 이 시절의 흔적이 제물포와 가까웠던 지금의 인천시 중구에 오롯이 남았다. 그 자취를 찾으며 질풍노도 같았던 인천의 근대사를 돌아본다. 출발지인 인천역부터 특별하다. 인천역은 1899년에 개통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시·종착역이었다. 인천역에서 서울 노량진까지 우마차나 수로로는 반나절 이상 걸릴 길을 열차로 한 시간 만에 갔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신세계나 다름없었겠다. 인천역 광장 맞은편에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시에서 기증한 패루가 화려한 단청을 뽐내며 서 있다. 패루 사이로 차이나타운의 ‘T’자형 대로가 보인다. 차이나타운 골목마다 붉은색으로 치장한 대규모 중식당과 중국 간식 상점, 기념품점이 즐비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개항 후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살기 시작한 곳이다. 이때 정착한 화교들이 중국요리점을 열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자장면을 개발했다고 한다. 자장면의 대명사로 불렸던 ‘공화춘’의 우희광 씨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83년에 문을 닫은 공화춘은 30년 뒤인 2012년에 ‘짜장면박물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옛날 공화춘의 인기는 신승반점, 만다복, 연경, 중화원 등이 잇고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요리 외에 화덕 호떡인 옹기병과 월병, 홍두병, 공갈빵 같은 중국 전통 간식도 재미 삼아 먹어볼 만하다. 뜨거운 옹기병을 뜯어 먹으며, 차이나타운 중간 지점에 있는 선린문(제3패루)으로 향한다. 3개의 계단을 지나 마지막 계단 위에 우뚝 세워진 선린문은 차이나타운 최고의 포토존이다. 선린문을 통과해 다시 계단을 조금 오르면 자유공원 입구와 만난다. 왼쪽 길에 초한지 벽화 골목이 있고, 오른쪽 길은 자유공원 산책로와 연결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인천 근대사 이야기 자유공원은 1888년 응봉산에 건립된 국내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이다. 공원 초입에 있는 석정루에 올라 인천 앞바다와 월미도를 조망하고, 한미수교 100주년(1982년)을 기리는 기념탑과 한국전쟁 영웅으로 알려진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둘러본 뒤, 제물포구락부로 이동한다. 제물포구락부는 자유공원과 이어진 계단 중간에 있다. 이곳은 개항 당시 제물포에 거주했던 독일, 미국, 러시아, 일본인들의 사교장이었다. 하얗게 회칠한 외벽과 고풍스러운 홀이 인상적이다. 제물포구락부와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도 거리가 가깝다. 이 계단은 일본과 청나라가 각각 조계지를 설정하고,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계단을 경계로 북성동 쪽은 청나라의 차이나타운이, 신포동 쪽은 일본 건축물이 들어섰다. 계단 양쪽에 세운 석등조차 중국식과 일본식으로 구별돼 있다. 계단 상단의 공자상도 중국 쪽으로 약간 치우쳐 세워졌다. 외국인들이 조선 땅을 땅따먹기하듯 갈라놓은,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현장이다. 청일조계지 계단을 내려와 왼쪽, 중구청(옛 일본영사관)으로 가다 보면, 일본 적산가옥과 일본제1은행, 구 일본18은행과 같은 근대건축물이 모여 있는 개항장 거리를 만난다. 차이나타운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다. 거리 입구에 있는 중구생활사전시관은 1888년에 개업한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외관을 되살려 지은 건물이다. 귀부인이 머물렀을 법한 객실과 1960~70년대 인천 중구의 의식주 생활공간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나무 전봇대가 세워진 골목길과 문방구, 백항아리집(선술집), 극장, 다방, 의상실, 이발소 등 추억을 부르는 풍경이 마냥 반갑다. 전시관 옆 개항박물관은 옛 일본제1은행을 개조한 것이다. 1883년에 건축한 르네상스풍의 석조 건물로서 일본영사관의 금고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온 우표와 우편물, 우체통, 전보와 전화기, 경인선 기관차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다. 같은 라인에 있는 근대건축전시관은 일본제18은행 건물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나가사키 상인들이 상해에서 수입한 영국 면직물을 한국에 수출해 큰 이익을 얻자, 인천에 은행 지점을 세운 것이다. 이곳에서 개항장 일대에 현존하는 근대건축물과 소실된 건축물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인천과 서울을 연결했던 싸리재 고갯길 개항장 거리를 지나 먹거리 성지인 신포국제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신포시장은 인천 개항 이후 형성된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이다. 19세기 말 화교 농민들이 산둥성에서 채소 씨앗을 가져와 키워 시장에 내다 판 것이 신포국제시장의 시초라고 한다. 역사가 깊은 만큼 먹거리도 풍성하다. 쫄면의 탄생지도 신포시장이며, 신포순대, 신포만두의 고향도 이곳이다. 주먹으로 깨 먹는, 단단한 공갈빵과 매콤한 맛을 강조한 신포 닭강정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닭강정을 사려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골목 안이 새까맣게 보일 정도다. 시장 골목 끝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국내 성당 중 가장 오래된 답동성당과 국내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을 만날 수 있다.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뜻을 지닌 애관극장은 1895년에 ‘협률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1920년대부터 애관극장으로 불리며, 복합상영관이 주름 잡는 이 시대에도 꿋꿋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시설은 여느 극장과 비슷하고, 상영작도 같다. 흐뭇한 마음으로 애관극장을 구경하고, 동인천역으로 내려가는 고갯길, 싸리재를 걷는다. 옛날에 이 길에 싸리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낙후한 거리가 되었지만, 1920년대 말부터 70년대까지만 해도 병원, 한약방, 약국, 양화점, 포목점 등이 즐비했던 곳이다. 서울 명동 못지않은 상권을 자랑했다고. 옛날 양복점과 병원 건물과 기록 사진만이 싸리재의 옛 영화를 증명한다. 최근,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싸리재의 아날로그 정취가 돋보인다. 그 중심에 ‘싸리재’ 카페가 있다. 지은 지 90년 된 목조 카페에서 노부부가 커피를 내린다. 카페 안쪽에는 노부부의 100년 된 한옥 살림집이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부부는 수집한 축음기로 레코드판 음악을 들려준다. 마침 퀸의 ‘보헤미안랩소디’가 흘러나와 한껏 흥에 젖는다. 바리스타인 박차영 대표에게 메뉴 추천을 부탁하니 자신이 개발한 ‘커피봉봉’과 ‘싸리재’를 권한다. 모든 커피를 모카포트로 내려준다. 쌉싸래한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연유, 촉촉한 생크림의 조화가 감미롭다. 싸리재의 빈티지한 분위기와 포근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노부부가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싸리재 카페에서 동인천역은 멀지 않다. 전철을 타기 전에 송현동 순대 골목이나 화평동 냉면 거리, 동인천 삼치 거리에서 요기를 해도 좋겠다. 주변 명소 & 맛집 신승반점과 명월옥 공화춘은 1983년에 폐업했으나 우희광 씨의 자손들이 공화춘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우희광 씨의 외손녀가 운영하는 신승반점이 그곳. 신승반점의 인기 메뉴는 돼지고기와 채소를 갈아 춘장과 볶은 유니자장면이다. 달지 않으면서 감칠맛 나는 자장 소스와 부들부들한 면발이 입맛을 당긴다. 흰 자장면이 궁금하다면 만다복(032-773-3838)을, 맛있는 짬뽕을 먹고 싶다면 복림원(032-773-8778)을 추천한다. 한식은 신포시장 가는 길목에 있는 백반식당, 명월집이 잘한다. 1966년에 개업한 식당이다. 7000원짜리 백반에 밑반찬만 열 가지. 여기에 곤로 위에서 푹 끓인 돼지김치찌개와 누룽지도 양껏 먹을 수 있다. 신승반점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31-3, 매일 11:00~21:00 명월옥 인천 중구 신포로23번길 41, 07:30~19:30(일요일 휴무) 송월동 동화마을 송월동 동화마을은 차이나타운과 이어져 있다. 2013년 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세계명작동화를 주제로 마을을 예쁘게 꾸몄다. 입구의 아치문을 통과하면, 알록달록한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진다. 골목마다 도로시길, 빨간모자길, 전래동화길 등 테마가 있다. 동화 캐릭터 입체 조형물이 많아 곳곳이 포토존이다. 이 마을이 개항기 때 독일, 일본, 프랑스인들이 살았던 부촌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인천 중구 자유공원서로37번길 22(연중무휴) 짜장면박물관 1908년 차이나타운에 개업한 중식당, 공화춘의 내부를 개조해 2012년에 개관했다. 전시물을 통해 화교와 자장면의 탄생기, 전성기, 자장라면의 역사 등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공화춘 접객실, 1960년대 공화춘 주방을 실제 크기로 재현했다. 졸업식이나 운동회 날에 부모님과 자장면을 먹으러 갔던 추억이 떠오른다. 공화춘 건물은 중국 산둥 지방의 장인이 참여해 중국식으로 지었으며, 2006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56-14, 09:00~18:00(월요일 휴관) 걷기 Tip ❶ 차이나타운은 골목이 많으므로 인천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센터에서 지도를 받아, 갈 곳을 미리 표시해두는 게 좋다. 송월동 동화마을을 코스에 넣는다면, 맨 먼저 들르자. ❷ 신포시장까지만 걷는다면, 수인선 신포역에서 전철을 타면 된다. ❸ 개항박물관, 짜장면박물관, 중부생활사전시관, 근대건축전시관, 한중기념관 등 5개 전시관 통합관람권을 구매하면 입장료를 아낄 수 있다. 통합관람권 어른 3400원.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의 날에는 입장료 무료.
- 2019-03-20 17:29
-
- 스코틀랜드의 색깔 그대로 천년고도 에든버러
- 스코틀랜드의 긴 역사가 고이 간직된, 천년고도 에든버러. 대영제국이 된 지 300년이 흘렀어도 근원은 스코틀랜드일 뿐이다. 남자들은 킬트 줄무늬 치마를 입고 길거리에서는 백파이프 연주가 흐른다. 스코틀랜드의 민족성과 풍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스튜어트 왕가와 귀족들, 월터 스콧,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흄, 로버트 번스 등 세기의 작가들 흔적이 남아 있다. 회색빛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에 서리서리 스며 있는 역사의 이야기는 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한다.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 기념탑 에든버러 공항에서 버스를 타면 시내 중심까지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탓일까? 아니면 약간 구릉진 언덕 위에 자리를 잡은 고색창연한 건축물들 때문일까? 에든버러 겨울의 첫 느낌은 ‘회색빛’이다. 어쩌면 버스정류장 앞쪽에 우뚝 서 있는 스코틀랜드 대문호인 월터 스콧(1771~1832)의 기념탑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해달라는 스콧의 유언에 따라 시커먼 사암석으로 만든 뾰족한 탑. 61m 높이의 기념탑은 왠지 기괴하고 음산하다. 이 탑을 만들 때, 잉글랜드에 대한 경쟁심으로 영국에서 제일 높은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 기념탑보다 5m 더 높이 올렸다는 후일담이 있다. 287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에든버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지만 포기하고 스콧 기념탑 아래 프린세스 정원의 국립 갤러리, 로열아카데미를 찾는다. 모두 무료 입장이다. 관광객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 미술관에 걸린 수준 높은 명화를 마음껏 감상하면서 미소 짓는다. 에든버러의 국교는 장로교 에든버러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프린스 스트리트를 경계로 북쪽의 올드 타운과 남쪽의 뉴타운으로 구분된다. 구시가지는 15세기부터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로 행정, 문화의 중심지였다. 신시가지는 18세기 이후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조성된 주택, 상업지구. 1985년, 유네스코는 신·구시가를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선도, 마음도 구시가지에 다 빼앗긴다. 무조건 ‘고성(古城)’을 기점으로 걷는다. 고성까지 걸어가는 길목에서 화폐 박물관, 뉴대학을 만난다. 대학 건물은 해묵은 향기를 뿜어낸다. 토마스 찰머스(1780~1847) 목사의 동상이 있는 이 대학은 스코틀랜드 장로교 교구가 있던 곳. 16세기경, 이곳은 매우 중요했다. 1560년, 스코틀랜드가 국교로 지정한 장로교를 잉글랜드와 미국으로 전파하는 중심지였다. 스코틀랜드-잉글랜드 격전지, 에든버러 성 에든버러 성은 오래전 활동을 중단한 화산 꼭대기(133m)에 있다. 성 뒤쪽은 거대한 바위산이 버티고 있는데 3면이 깎아지를 듯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딱 봐도 요새로 최적이다.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동쪽이 출입구. 이 성은 현재 영국군 사령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전통 복장을 한 두 명의 근위병이 성을 지키고 있다. 한겨울에도 킬트를 입은 채 맨살을 보여주는 근위병은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관광객들의 시선에 무심하다. 에든버러 성은 6세기에 지어졌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1018년부터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현재의 건물들은 16~18세기 혹은 그 이후에 지어졌다. 이 성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격렬한 투쟁사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수 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성주가 바뀌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수많은 전투를 치르는 동안 이 성은 이긴 자의 차지였다. 스코틀랜드의 스튜어트 왕조를 끝으로 결국 잉글랜드 차지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성내에는 가장 오래된 12세기 초기의 건축물인 세인트 마가렛 예배당이 있는데 대부분 군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타탄 무늬 제품의 천국 도시 에든버러의 백미는 구시가지 거리 로열마일이다. 에든버러 성과 홀리루드 하우스 궁전을 연결하는 1.6km 남짓의 도로. 과거 왕가에서 쓰던 전용 도로로서 길이가 1마일이나 되어 ‘로열마일’로 불린다. 왕족들만 다닐 수 있는 로열마일 때문에 서민들은 좁은 클로즈 골목을 이용해야 했다. 대로 옆으로 무수한 클로즈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클로즈는 한국의 피맛골 거리와 엇비슷하다. 로열마일 양쪽으로는 역사를 간직한 옛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기념품 숍, 식당, 호텔 등도 무수히 이어진다. 로열마일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브로디스(Brodie’s) 클로즈다. 18세기, 낮에는 저명한 인사로 지내고 밤에는 도둑으로 살았던 윌리엄 브로디(1741~1788)의 이름을 따서 붙인 골목이다. 론마켓에서 캐비닛을 만드는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낮에는 경건하고, 부유하고, 훌륭한 시민이었다. 1781년에는 시의 조합장(deacon)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밤에는 강도짓과 도둑질을 했고 도박꾼으로 방탕하게 살았다. 그는 두 번째 부인과 살면서 돈을 많이 써댔다. 1786년에는 시립은행의 열쇠를 복사해 800파운드를 훔쳤다. 또 부유한 집안에 일하러 다니면서 열쇠를 따로 복제했다. 주변 상인들도 도둑질에 끌어들였다. 기록에 의하면 그의 교활함과 뻔뻔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결국 성 자일스 교회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브로디의 이중적인 캐릭터에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이 영감을 얻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작품이 탄생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나 그 진위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그의 집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애덤 스미스 동상과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로열마일의 가장 번화한 광장에 과거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청동 말과 동상으로 만들어진 버클루 공작의 기념비, 애덤 스미스의 동상과 성 자일스 성당 등이 몰려 있다. ‘국부론’으로 잘 알려진 애덤 스미스(1723~1790) 동상은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애덤 스미스 동상 앞에 있는 성 자일스 성당(1495년 건립)의 노르만 양식의 탑이 인상적이다. 이 교회는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곳. 종교개혁가 존 녹스는 프로테스탄트 동지를 규합했다. 성당 앞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18세기 시청사가 있다. 시청사 옆 리얼 마리 킹 클로즈는 ‘귀신 나오는 골목’으로 관광 트렌드가 되었다. 이 광장에서 조금 밑으로 내려가면 콕번 스트리트를 앞두고 데이비드 흄(1711~1776)의 흉상이 있다. 흄은 에든버러 근교인 나인웰스에서 태어났지만 에든버러에서 대학을 다니는 등 인연이 깊다. 우여곡절이 많은 그의 인생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흄은 “철학자가 되어라. 그러나 철학 가운데서도 여전히 인간이어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메리 여왕이 살던 홀리루드 하우스 흄 흉상을 지나면서 길은 한가해진다. 길 끝에 홀리루드 하우스 궁전이 있다. 홀리루드 하우스는 1128년 데이비드 1세가 지은, 성 아우구스티누스회의 성당이었다. 1498년, 제임스 4세의 명에 따라 궁전으로 다시 지었고 1530년대에는 제임스 5세가 자신과 왕비인 기즈의 메리를 위해 탑을 덧붙였다. 1560년대에는 이들의 딸인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가 살았다. 메리는 1565년, 이 수도원에서 사촌 단리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하지만 단리가 살해되자 얼마 되지 않아 남편 살해 용의자 보스웰 백작의 아이를 임신한 채 이 궁전에서 결혼했다. 메리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메리와 단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제임스 6세는 에든버러에 머물 때는 홀리루드 하우스를 이용했으나 1603년, 그가 영국으로 떠난 뒤로 이 궁전은 왕가의 방문이 있을 때만 사용되었다. 2002년에는 왕실이 소장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퀸스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주인의 무덤 지킨 충견, 보비 에든버러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보비의 동상이다. 존 그레이의 양치기 개 보비. 존은 보비와 여행을 하던 중 병으로 객사했다. 존의 시신은 보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에든버러 그레이프라이어스 교회 묘지에 묻혔다. 당시 두 살이었던 보비는 죽을 때까지 무려 14년간 매일 밤 존의 무덤을 지켰다. 보비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스코틀랜드 전역은 물론 해외까지 퍼졌고, 에든버러의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 보비에게 목걸이를 선물했다. 보비가 집 없는 개로 오인받아 다른 사람들에게 잡혀가거나 사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보비는 개로서는 유일하게 에든버러 시 명예시민권을 부여받았고, 죽은 뒤에는 특별허가를 받아 존 옆에 묻혔다. 보비의 동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앤 롤링(1965~)이 즐겨 찾았다는 카페가 있다. 이혼 후 에든버러에 정착한 그녀는 아이 분유 값을 벌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동화를 쓰기로 결정한 그녀는 집 근처 카페에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완성했다. Travel Data 항공편 스코틀랜드까지 가는 직항편이 없다. 인천→영국 런던행 직항편을 이용해 히드로공항까지 약 11~12시간 소요. 교통 런던 빅토리아 코치 역에서 에든버러까지 내셔널익스프레스 버스가 운행된다.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는 매일 20여 회 기차가 운행된다. 시차우리나라보다 9시간 늦다. 음식 ‘하기스(Haggis)’가 유명하다. 양의 내장을 잘게 다져 곡물과 섞은 것을 양의 위장에 채워 삶은 음식. 스코틀랜드의 전통 요리로서 매시포테이토와 순무를 곁들여 먹는다. 주류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스카치위스키다.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어 만드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가장 일반적이고, 한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종류다. 숙박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등을 이용하면 된다. 고급 호텔은 25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평균 8만~10만 원대에서 이용 가능하다. 화폐 파운드 여행 포인트 시간 여유를 갖고 북부 고지대에 있는 ‘하일랜드(Highland)’ 지역을 연계하면 좋다. 에든버러 시내 여행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 2019-01-28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