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서울 서쪽에 위치해 있다. 자가용이 있던 시절에 몇 번 가보고 그 후로는 오랫동안 외면하던 곳이다. 초지진, 광성보 등 해안에 초라한 진지가 남아 있을 뿐 별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없다. 마니산은 올라가는 계단만 보고 왔고 전등사는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절이었다. 어느 식당에 갔다가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 일행들이 젓가락만 돌리고 있어 뒷산에 있는 고들빼기를 좀 뜯어와 겨우 한 끼를 먹은 적도 있다. 폭우를 만나 하마터면 급류에 휩쓸려 일가족이 몰사할 뻔하기도 했다. 석모도에 갔을 때는 불친절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왔다. 강화도의 밴댕이회가 유명하다지만 생선회는 어디나 비슷비슷하다.
얼마 전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회원 40명이 대중교통으로 강화도에 다녀왔다. 강동 쪽에서 전철로 송정역까지 2시간 걸렸고, 송정역에서 다시 30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반을 달리고 나서야 강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된다는 장마 때문인지 날씨는 푹푹 찌고 불쾌지수가 높았다.
이번에는 시내 쪽으로 가봤다. 횡단보도 신호등을 대여섯 개 지나자 남문이 나왔다. 남문을 지나서 조금 더 가니 서문이 보였다. 서문 안쪽으로 다시 시내 도로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용흥궁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도로 안쪽에 작은 표지판이 있어 미리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가면 지나치기 쉽다.
용흥궁은 철종이 19세 때까지 살던 사저였는데 그 후 기와집으로 새로 지었다. 성공회성당이 높은 자리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 하마터면 못 보고 갈 뻔했다. 이 광장이 이번 관광의 하이라이트였다. 심도 직물이라는 큰 직물회사가 있던 자리라고 했다. 한쪽으로는 강화 문학관이 있고 마침 조경희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지나칠 뻔 했던 곳이 고려 궁지도 관람할 수 있었다. 강화 성당을 보고 언덕을 올라갔는데 초라한 한식 대문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고려 궁지’였다. 입장료는 900원, 경로우대는 무료였다. 서울 선정릉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곳인데 이곳이 바로 고려시대 몽고의 침략 당시 도읍을 개성에서 강화로 옮긴 곳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왕이 있었던 곳이다. 1232년부터 39년간이었다. 그 당시에도 불에 탔고 개화기에도 프랑스 선원들이 불에 태워 다시 지었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외규장각이 있다. 전철 한 칸의 3분의 1 정도 되는 작은 건물이다. 조선의궤를 따로 보관하던 곳인데 프랑스 선원들이 훔쳐갔던 의궤를 얼마 전 프랑스에서 영구 반환받아 조명을 받았던 곳이다.
고려 궁지 성벽을 따라 북문 쪽으로 올라갔다. 아름드리 벚꽃 나무들이 도열해 있었다. 제철에 오면 볼 만할 것 같았다. 강화도에도 둘레길이 있다. ‘강화 나들길’이라 하여 6시간짜리 코스가 20개나 있다. 지금 이웃 교동도에는 연육교가 있어 강화도와 연결되고 석모도도 곧 다리가 완성될 예정이다. 자동차가 있으면 하루 일정으로 교동도까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없으며 1박 정도 예상해야 한다. 오가는데 너무 멀어 진이 다 빠지는 것 같다. 그래도 강화도는 서울의 관문으로 외세 침략을 일선에서 막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1970년대 서울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앞으로 역사와 관광의 이점을 잘 살린다면 가볼 만한 장소가 될 것 같다.
매달 첫 휴일 산행하는 고교동창 산악모임 서등회(박찬선 회장) 회원들은 4호선 대공원역에서 모였다. 더위를 피하여 숲이 우거진 서울대공원 삼림욕장을 탐방하기로 했다.
이곳에 산림욕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공원 산림욕장은 경기 과천시의 대공원 외곽을 빙 둘러서 조성되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정문까지는 걷거나 코끼리열차를 이용한다. 산림욕장 출입구는 동물원 안에 있기 때문에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동식물원 관람과 산림욕을 함께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가뭄 끝에 밤새 쏟아진 단비 덕분에 산천초목이 깨끗하게 목욕하였다. 전철역에서 공원 정문까지 친구끼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었다. 신분증을 들고 줄을 서서 무료입장권을 받았다. 꼼짝 없이 ‘어르신’이다. 이곳은 숲이 우거져 여름철에도 걷기 좋지만 붐비지 않고 시골길처럼 한적하다.
정문을 통과하여 삼림욕장 안내판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였다. 대공원 산림욕장은 일반적인 산책보다는 등산에 가깝다. 오르막 내리막이 연달아 이어지기 때문에 간편한 옷차림과 등산화를 꼭 착용해야 한다. 출발점은 서울동물원 호주관 옆으로 나 있는 출입구를 이용하였다.
부채꼴 모양을 따라 산림욕장 전체를 여럿이 도는 데는 4시간 이상 소요된다. 흙산길 탐방로는 비에 젖어 먼지가 나지 않아서 좋았다. 이 산림욕장은 1994년 서울대공원 외곽 청계산 능선에 8km의 길을 정비해 조성됐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결되는 주길 6.92km, 서울대공원으로 다시 빠져나올 수 있는 샛길 1.08km 구간이다. 등산을 하다 지칠 만하면 벤치와 쉼터가 등장해 한숨 돌려가는 여유를 준다.
산림욕 코스가 동물원 안에 출입구가 있는 데다 청계산 등산로와는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이용객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어느 때나 울창한 숲을 독점한 듯 여유롭게 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의 매력 중 하나다.
산책로 중간 쯤 이르렀을 때, 한 줄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울창한 대숲이 바스락 소리를 내어 속삭인다. ‘소나기는 지나기를 기다리며 피하라’던가. 전망대에서 우산을 들고 빙 둘러서서 임시 뷔페식당을 차렸다. 오이ㆍ토마토ㆍ참외 과일전을 벌이고, 막걸리ㆍ과일주 한 잔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소나기가 그쳤다. 지나는 사람조차 별로 없는 한적한 산림욕장! 최근 들어 몇 차례나 탐방한 '신대륙‘이다.
언제부턴가 경복궁에는 한복을 입은 내․외국인이 넘쳐난다. 한복을 입으면 입장료가 무료라는 이유도 있지만 경복궁 관람객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듯하다. 특히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물론 한복의 정통성이나 무국적성 디자인에 대한 시비는 다른 문제로 치자. 경복궁은 근대사에서 광화문이 차지하는 상징성과 맞물리면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다.
경복궁은 근정전, 경회루의 건축적인 스케일과 멋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도 향원정의 아름다움이 최고다. 향원정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 주위로 단풍나무와 고목 느티나무, 소나무는 계절마다 향원정의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바꾸어간다. 연못에 가득한 수련은 초록 융단을 깐 듯 곱다. 노랑어리연이 필 때면 그 작은 꽃이 향원정을 더 돋보이게 한다. 비단잉어가 무리지어 수련 아래로 지나가고 언뜻언뜻 수련이 비어 있는 연못 조각에 하늘과 향원정이 살짝 잠겨 있다. 단풍이 절정일 때도 좋지만 눈이 연못을 덮고 있을 때는 그 적막과 고요가 마음을 비워준다. 어느 계절이든 향원정 주위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필자는 향원정과 관련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이곳 향원정 주변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젤을 세우고 수채화로 향원정을 그리고 있는 필자 주위로 사람들이 빙 둘러서 구경을 하곤 했다. 아버지의 반대로 미대에 진학하지 못해서 그런지 향원정에 오면 그 시절 자주 그림을 그리던 장소를 찾곤 한다. 세월은 거의 4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서 교복을 입은 채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곤 한다.
향원정이 요즘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연못 주위로 둘러친 가설 담장에 난 작은 창을 들여다보니 연못에 수련이 가득하다. 갑자기 화가 난다. 향원정을 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일부를 보수하는 공사인 모양인데 굳이 연못 전체를 칸막이로 둘러칠 이유가 뭔가. 더구나 가설 담장이 성인 키보다 높아 연못 주위를 돌며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가설 담장 재료인 판넬 모양도 그렇다. 고궁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 색상이 완전히 경관을 망치고 있다.
요즘은 공사를 해도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한다. 특히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공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다. 향원정도 보수공사하는 모습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하면 어떨까. 비밀공사도 아닌데 굳이 비공개로 할 이유가 없다. 주위에 연못이 있어 향원정 공사로 인해 관람객이 불편하거나 위험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볼썽사나운 자재로 막아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완전히 막은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창문이 있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가설 담장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이해가 안 간다.
지금은 향원정 주위로 수련이 가득하다. 좀 더 있으면 노랑어리연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이 아름다운 향원정을 작은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외국인들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이제 막고, 금지하고, 억제하는 과거의 유산들은 버려야 한다.
주민센터에 갔다.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기 위해서였다. 다른 동네에서는 한 달 전에 일부러 연락을 해줬다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시간을 내어 찾아갔다. 물론 생일이 되려면 아직 일주일이 남은 상황이었다. 이 카드는 65세 생일 때부터 사용할 수 있다. 담당 여직원이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집에 와서 읽어보니 ‘수도권’이라고 되어 있어 수도권 어디를 말하는지 알아보니 서울에서 출발하는 모든 전철을 의미했다. 서울-춘천, 서울-온양, 서울-인천이 모두 가능한 것이다.
어르신 교통카드의 의미는 크다. ‘공인된 노인’임을 입증해주는 카드다. 시니어들이 고궁이나 박물관 등에 입장할 때 어르신 카드가 있으면 무료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어르신 카드가 없을 때는 전철을 탔을 때 경로석에 앉기가 어색했다.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마찬가지였다. 외모로만 보면 노인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보이는 시니어들이 있다. 자격이 있는데도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르신 카드가 있으니 경로 대우를 받아도 떳떳하다.
무임승차하는 인원이 많아 전철 운영이 적자라는 얘기가 있다. 현재 약 20% 정도 적자라는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급격하게 늘면 2030년에는 30%, 2050년에는 50% 정도가 무임승차 비율이 된다고 한다. 이미 온양온천역은 50%가 고령자 무임승차란다. 서울에서는 제기동의 무임승차가 50%가 넘고 가좌, 동묘 앞 등은 40%나 된다. 물론 무임승차는 노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어린이나 장애인 등도 포함된다. 그래서 노인 연령을 70세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장 무임승차를 없애면 연간 3000억원 이상을 수입으로 잡을 수 있다는데 이는 단순 계산이다. 전철은 어차피 그 시간에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출발한다. 또 무임승차를 할 수 있기에 온양온천이나 춘천까지 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거기까지 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일단 노인들이 움직이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또 노인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필자의 경우는 정기권을 이용했으므로 한 달 전철 비용이 5만5000원 가량 들었다. 물론 버스도 타고 서울을 벗어날 때는 정기권 통용이 안 되므로 별도로 티머니 카드를 썼다. 정기권은 한 달 60회를 초과한 경우도 있어 새로 30일을 찍어야 하니 한 달의 개념이 앞당겨지기도 했다. 이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앞으로 어르신 카드를 이용하면 1년에 66만원이 절약되는 것이다. 영화관에서도 어르신 카드로 할인이 되니 앞으로 영화관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정상 가격은 9000원, 경로우대 가격은 6000원이다.
주민센터에 간 김에 기초연금 대상자 여부도 알아봤다. 1인 기준 한 달 소득이 119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국민연금은 그 이하이지만, 부동산 전세금을 수입으로 잡아 계산하니 훌쩍 넘어 버렸다. 저축액도 법정 이자율 수입으로 계산하는 모양이다. 물론 해당이 안 되는지는 알고 있었다.
무관심 속에 성장하는 퇴직연금
사회보장제도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다. 1988년에 국민연금이 도입되었고, 연금저축으로 일컬어지는 세제적격 개인연금이 도입된 것은 1994년이다. 퇴직연금은 이보다 11년이나 늦은 2005년 12월에야 도입되었다. 퇴직연금 도입까지 걸린 시간이 길어진 것은 퇴직연금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조정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각자의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겼고, 그만큼 법안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였다.
제도 도입 초기의 치열한 관심과 달리 퇴직연금이라는 열차가 괘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열의는 식기 시작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 3년이나 걸렸고, 2차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통과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열의가 식지 않았다면 과연 개정안이 국회에서 그토록 오랜 낮잠을 즐길 수 있을까? 아직도 퇴직연금의 기본개념조차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으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큰 파고 앞에서 위기에 처해 있는 100세 시대의 노후생활을 생각하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노후준비가 국민적 스트레스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준비 핵심 축의 하나인 퇴직연금이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아이러니를 넘어 배임행위라 여겨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퇴직연금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구현해왔다. 2016년 3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30조원으로 전년 동기(111조원) 대비 17.1%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2012~2015년의 성장률은 20%를 훌쩍 넘어선다([표1] 참조). 극심한 경기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성장률이 아닐 수 없다. ‘관심의 불황과 시장의 급성장!’ 불황형 흑자를 떠올리게 한다. [표1]에서 보는 것처럼 문제는 성장률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관심의 불황과 시장의 정체’라는 불황형 적자의 시대가 올까봐 걱정스럽다.
퇴직연금, 쉽고 효율적인 노후준비 방법!
기업·근로자·금융기관 등 퇴직연금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열의가 식는다고 해서 개인 및 사회에 대한 퇴직연금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의 영향력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늘어날수록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와 늘어만 가는 후반 인생을 생각하면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땅한 신수종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에게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다.
무엇보다도 퇴직연금은 가장 쉽고 효율적인 노후준비 방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가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면 적잖은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별도의 자금을 염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다르다. 퇴직연금에 적립되는 부담금을 기업이 내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쌓기 위해 자신의 주머니에 손댈 필요가 없는 셈이다. 빠듯한 가계 상황을 걱정하지 않고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쉽고 좋은가! 또한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적립금 운용수익에 대한 세금이 인출하는 시점까지 이연되는 등 많은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금으로 내야 하는 돈이 다음 해 원금에 추가되니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가 극대화된다. “그까짓 이자가 얼마나 된다고?” 하며 얕보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한두 해 일하고 그만둘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보험료를 내고도 운용 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는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운용 방법을 유연하게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노후자금을 불리는 방법으로 이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찾기 힘들다.
근로자들이 이런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쇼윈도 안의 마네킹이 입고 있으면 별무소용이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벗겨 내 손에 넣어야 비로소 내 옷이 되는 법이다.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제도적으로 아무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들 근로자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진열장에 전시된 제품에 불과하다. 아이쇼핑은 심리적 만족감을 주지만, 활용하지 않는 제도적 장점은 공약(空約)의 씁쓸함을 가져다줄 뿐이다. ‘톡!’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 씨앗을 사방으로 퍼트리는 잘 익은 봉숭아처럼 전국 방방곡곡 모든 계층의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아 노후준비를 제고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과 열의에 불을 지펴야 한다.
퇴직연금에 대한 근로자의 관심과 열의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기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본을 다지는 출발점은 퇴직연금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본질을 꿰뚫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전파한다면 식어버린 관심과 열의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퇴직연금의 본질을 살펴보자.
퇴직연금은 제2의 임금
‘퇴직연금은 제2의 임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퇴직연금의 법적 성질과 관련한 학설로는 노후보장·공로보상설·임금후불설 등이 있다. 노후보장설은 퇴직연금을 사용자가 선의로 근로자의 노후보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보며, 공로보상설은 그동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본다. 임금후불설은 매달 임금으로 지불해야 할 것의 일부를 나중에 퇴직할 때 지불하는 것이 퇴직연금이라고 보는 학설이다.
정설은 임금후불설이다. 퇴직연금의 법적 성질을 임금후불설로 보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글로벌 퇴직연금시장에서 세계적 표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비약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다. 전시통제정책의 하나였던 임금통제정책 때문이다. 원활한 전시물자 보급을 위해 취한 임금통제정책으로 기업들은 근로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상황에서 물건 만들 인력이 부족하니 얼마나 속이 타들어갔겠는가.
기업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성을 일터로 끌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가급여(fringe benefits)로서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성인 여성들은 전업주부로서 주로 가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터로 나간 젊은 남성들을 대신해 여성들이 노동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 대거 사회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사회 변화였다. 퇴직연금과 같은 부가급여는 전시임금통제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임금을 올려줄 수 없는 상황에서 중장년 남성 인력은 물론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여성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지금 당장 임금을 올려줄 수 없으니 나중에 올려주겠다는 당근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로 퇴직연금이었다. 즉 임금으로 줘야 할 것 중 일부를 퇴직연금이라는 형태로 해당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연금회계기준서에는 퇴직연금을 임금후불이라고 못을 박아놓았다.
이처럼 퇴직연금은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을 어떤 배경으로 인해 지급을 뒤로 미룬 임금의 일부인 것이다. 퇴직연금을 제2의 임금이라 부르는 이유다. 모든 근로자들은 임금협상철만 되면 신경이 곤두선다. 과연 올해는 임금이 얼마나 오를까? 최소한 물가인상률만큼은 올라야 할 텐데… 임금이 오르면 가계의 재정상태도 좀 나아지겠지. 이런 기대를 하며 임금투쟁에 적극 나선다. 기대에 어긋나면 파업까지 불사한다.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 중 하나다.
그런데 제2의 임금이라는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도입 당시 타오르던 관심이 금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당장 내 호주머니에 들어오지 않는 돈이라고 관심 영역 밖으로 밀려난 퇴직연금은 주인을 잘못 만난 화초처럼 생기를 잃고 시들어갔다. 내 퇴직연금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것은 애교에 가깝다. 내가 가입한 퇴직연금이 어떤 종류인지, 어느 퇴직연금사업자에 내 적립금 운용을 맡겼는지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내 퇴직연금이 안녕한지 그렇지 못한지 알고 있는 사람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자신의 임금에 이처럼 무관심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음지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퇴직연금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퇴직연금의 본질은 3층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서 노후준비의 한 수단이 아니라 제2의 임금이다.
노후준비 수단은 임금을 활용하는 한 형태일 따름이다. 최소한 1년에 한 번만이라도 퇴직연금에 관심을 기울이고 점검하자. 그 결과 변화가 필요하다면 사업자를 바꾸거나 상품을 바꾸거나 자산배분을 바꿔보자. 시들해진 퇴직연금이 되살아날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잠재적 액티브 시니어
퇴직연금의 본질과 관련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의 하나는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것이다. 바로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는 모두 잠재적 액티브 시니어라는 점이다. 누구나 은퇴 후 활기차고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이 점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는 특히 더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퇴직연금 도입에 동의할 때 동의를 해달라니 마지못해 동의할까, 아니면 노후에 대한 희망을 안고 동의할까? 비록 지금은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도입 당시 각자 나름의 꿈과 희망을 퇴직연금에 담았을 것이다.
퇴직연금은 액티브 시니어가 되기 위한 중요한 물적 기반이다. 이전 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액티브 시니어란 육체적·정신적 건강함을 기반으로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연장자’를 뜻한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정신적 건강함과 함께 재무적 탄탄함을 필요로 한다. ‘가난한 강남 부자’라는 말이 암시하듯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금흐름이 말라버리면 사회적 활동은커녕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퇴직연금은 재산이 적더라도 현금흐름이 풍부한 시민이 되기 위한 초석이다. 많은 근로자들은 이런 심정으로 퇴직연금 도입에 동의하고,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하고, 적립금 운용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퇴직연금을 잘 가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한바탕 바람이 일고 난 뒤 일상으로 돌아오면 꿈은 사라지고 일상의 권태와 피로에 지배당하고 만다. 이 권태와 피로를 잊게 하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꿈임을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그 이성을 일깨우는 데에는 게으르다. 안다고 할 수 없는 셈이다. 퇴직연금은 제2의 임금임을 회상하며 다시 꿈을 일깨우자. 근로자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은퇴 이후에 받는 또 다른 임금이다.
임금 인상 여부에 일희일비하던 기억을 퇴직연금에 접목해보자. 그러면 꿈은 되살아나고 삶에 대한 구체적 그림이 보일 것이다. 그 구체적 그림 속에서 퇴직연금의 역할을 부여해보자. 그러면 현재 나의 퇴직연금은 안녕한지 불편한 상태인지 보일 것이다. 안녕한 상태라면 잘 유지하고, 불편한 상태라면 상품·사업자·자산배분 등을 조정해 더 나은 상태로 바꿀 필요가 있다.
나이 65세는 ‘고령자’ 구분의 기준이다. 전철과 공원입장이 무료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고 노인정 회원도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확 달라지는 것이 많다. 하지만 기초연금 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경우가 드물다.
기초연금은 예산은 국가가 부담하고 업무집행은 구청에서 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을 정하는 경우 65세 이상인 사람 중 기초연금 수급자가 100분의 70 수준이 되도록 한다.
기초연금 수급신청은 연중 어느 때나 가능하나 만65세 미만 자는 만65세 생일이 속하는 달의 1개월 전부터 가능하다. 본인의 신청에 따라 지급하므로 신청이 늦을 경우에는 소급하여 지급하지 않는다. 신청서와 소득ㆍ재산신고서는 동주민자치센터에 구비되어 있으므로 신분증을 구비하여 방문해서 작성하여도 된다. 대리 신청 시, 신청자 본인 및 대리인의 신분증과 위임장이 필요하다.
수급자격은 65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다음 ‘소득인정액’ 이하 자이어야 한다.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 수급자는 제외한다.
2017년 기준 단독가구 100만 19만원, 부부가구 190만 4000 원.
*소득인정액=1.소득평가액+2.재산의 소득환산액
1.소득평가액=(가.근로소득-60만 원)*0.7+나.기타소득
가. 근로소득에서 기본공제액인 60만원을 공제한 금액에서 30%를 추가로 공제한다. 일용근로소득, 공공일자리소득, 자활근로소득은 근로소득에서 제외.
나. 기타소득 : 사업소득, 재산소득, 공적이전소득(국민연금 등), 무료임차소득(시가표준액 6억 원 이상 자녀주택에 거주->연0.78%)
2.재산의 월 소득 환산액= {(가. 일반재산+나. 금융자산-부채)*4%+다. 고급자동차, 회원권}/12
가.일반재산-기본재산(대도시 1억3500만 원, 중소도시 8500만 원, 기타 7250만 원) 나. 금융자산-2000만 원
다. 고급자동차(3,000cc 이상) 회원권(4000만 원 이상)의 가액
기타(증여)재산은 일반재산에 포함한다. 2011년 7월 1일 이후 재산을 증여하였거나 처분한 경우, 해당 재산의 가액에서 일부를 차감한 금액이 기타(증여)재산으로 산정되어 소득인정액 계산 시 포함된다. 다만 부채상환금, 본인 또는 배우자의 의료비, 교육비, 장례비, 혼례비, 위자료 및 양육비 지급금 등은 기타재산 산정 시 차감한다.
기초연금 자세한 내용은 동주민자치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편리하다.
“아마 남대문 방화도 문화해설 체험을 통해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없었을 일일지도 모르죠.”
우리문화숨결 궁궐길라잡이 오정택(吳政澤·52) 대표의 말이다. 그냥 넓은 공터가 있는 옛날 건물이 아니라, 누가 살았고 어떤 역사가 있었고, 왜 우리가 아껴야 하는지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방화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
궁궐길라잡이들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사람들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고 보존활동에도 참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2002년에 덕수궁터 미대사관 아파트 건축 반대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궁궐길라잡이가 설립된 것은 1999년. 당시 청년단체였던 ‘서울KYC’가 중심이 돼 출범했다. 오정택 대표는 초창기부터 참여하다 대표를 맡은 지는 10년이 넘었다.
궁궐길라잡이는 오랜 역사 속에서 변화도 많았다. 초창기에는 경복궁과 창경궁, 덕수궁만 해설하다가 이후 창덕궁과 경희궁, 종묘까지 해설을 맡았다.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대통령상 등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그만큼 정부로부터 수고를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는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의 각 궁궐에서 하는 해설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문화재청에서 단체 운영에 필요한 일부 예산을 후원받을 뿐 대부분의 활동은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비영리단체이고 해설에 대한 비용도 없어 운영이 쉽지 않긴 하죠. 하지만 그만큼 이해관계나 갈등의 요소가 적어 원활한 모임 운영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혹시 궁궐길라잡이분들을 보시면 자부심과 보람만으로 하시는 일이니 꼭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매주 일요일 각 궁궐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궁궐길라잡이는 대략 400여 명. 해설이 가장 많은 경복궁의 경우는 하루 10회 이상 해설이 이뤄지기 때문에 문화해설사도 그만큼 필요하다. 오 대표는 그중 상당수는 시니어라고 말한다. 현역 최고령 회원은 1943년생이다.
“약 20% 정도는 은퇴하신 분들이죠. 자긍심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이다 보니 나이가 많으신 분들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 일요일 궁궐 해설뿐만 아니라 청소년 대상 사업이나 심화강좌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일거리가 적지 않습니다.”
교육을 통한 길라잡이 배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9개월 교육기간에 비용은 20만원에 불과한데 강사진 중 상당수는 대학 강단에서 활동을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올해는 45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오 대표는 경희궁 해설 활동을 최초로 시작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경희궁은 입장료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현장 중 한 곳입니다. 저희의 해설 활동 시작이 경희궁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 복원이 어려울 때 해설로 그 가치를 복원하는 셈이죠. 또 달라진 관람문화도 저희가 기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둘러보고 쉬다 가는 관람문화가 지금은 체험하고 이해하는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 해설사들의 노력이 있습니다.”
신도시 건설은 종종 자연과 문화재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한다. 수만 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의 등장은 늘 그래왔다. 그러나 지혜가 모아지고 제도가 보완되면서, 우리는 가끔 사랑할 만한 무엇을 남기기도 한다. 동탄 신도시 등장에 발맞춰 건설된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 그렇다.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에 위치한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동탄 신도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뒤로는 동탄역이 있고 앞으로는 호텔을 포함한 상업시설이 성처럼 둘러싸고 있다. 또 그 주변은 지평선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빼곡하게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이런 곳에 문학관이라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2007년 동탄 신도시 개발을 위한 행정구역 개편이 시작되면서 함께 건립이 구상됐다. 2008년 연면적 941.55㎡ 규모로 설계가 완료되고 공사를 거쳐 완공된 것은 2010년의 일이다.
동탄 신도시 개발과 함께 노작 홍사용 문학관의 건립이 고려된 것은 신도시의 허파 역할을 할 반석산에 그의 묘소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화성시 미디어센터, 동탄복합문화센터와 반석산 근린공원을 구성하는 주인공이 됐다.
일제강점기에도 지조 지킨 작가로서의 삶
노작 홍사용(露雀 洪思容)은 1900년에 태어나 1947년 사망할 때까지 뜨거운 삶을 산 우리나라의 대표적 근대 시인이다. 학문적으로는 1920년대 초 낭만주의 운동의 대표 시인으로도 꼽힌다. 동심 어린 시각에서 어머니를 바라본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이다. 이 시는 형식적인 면에서도 근대시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 ‘봄은 가더이다’와 같은 민요풍의 율조가 바탕이 된 민요시들도 발표했다.
노작은 시인으로만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했는데, 소설과 수필 등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다. 특히 희곡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연극에도 관심을 보여 연극단체 토월회(土月會)를 이끌며 자신이 쓴 작품의 배우로도 직접 출연했다고 전해진다.
노작 홍사용은 일제강점기에도 지조를 지켜 문인들의 친일행위라 할 수 있는 매문(賣文)을 하지 않은 대표적 작가로 손꼽힌다. 그는 1919년 기미독립운동 당시 학생운동에 가담했다 체포되기도 했고, 8·15 광복을 맞아 근국청년단(槿國靑年團)운동에도 가담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문화 공간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문학관들은 특정 작가를 기리는, 일종의 ‘박물관’처럼 운영되는 곳이 많다. 생전의 작품이나 유품들을 전시해놓는 것이 전부이다 보니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접점이 빈약하기 쉽다.
이런 면에서 보면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좋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홍사용 선생의 작품들이 일제 치하의 민초들에게 꿈꾸고 숨 쉴 수 있는 정서적 여유를 가져다 줬다면,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문학적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노작의 생전 활약에 대한 정보나 유작 등에 대한 전시는 물론이고, 약 1만2000권의 문학 서적으로 채워진 도서관과 북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1층에 마련된 88석 규모의 공연장에선 매달 최근 개봉작 영화가 상영되기도 하고,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연극동아리 산유화회의 다채로운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지역주민 위한 다양한 행사와 문예강좌 열려
노작 홍사용 문학관의 자랑 중 하나는 바로 수준 높은 문예강좌에 있다. 극작법에서부터 소설창작, 인형극, 시창작, 문학평론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관련한 전반적인 수업이 진행된다. 또 금요일에는 판소리, 남도소리반도 운영 중이어서, 소리를 통한 해학과 이면을 이해할 수 있다.
매년 10월에는 노작의 문학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노작문학제가 열리고 노작문학상 시상식이 이뤄진다. 2000년에 시작된 시(詩) 문학상의 초대 수상자는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안도현 시인이다. 문학상은 지난해부터 범위를 넓혀 희곡 부문도 공모를 받고 있다. 지난해 당선된 희곡 대상 작품은 올해 전문 극단의 손에서 완성돼 10월쯤 무대에 오른다.
관람시간 09: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명절, 선거일 (국경일은 개관)
입장료 무료
주소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 206
문의전화 031-8015-0880
대전시는 이미 2009년부터 경로우대할인 음식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음식 값을 최대 20%까지 깎아주는 제도이다. 1만 원짜리 갈비탕이라면 경로우대를 받으면 8000원이 되는 것이다. 시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음식점들을 홍보하는 책자까지 만들었다. 서울에도 몇 군데 있는 모양이다.
IMF금융위기 때보다 더 불황이라 손님이 없다고 울상인 음식점들은 참고할 만 하다. 지금이 호황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이다. 손님이 많지 않은 것은 그때보다 음식점들이 더 많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단독가구가 늘면서 밥 차려 주는 사람이 없으니 외식하는 비율도 늘었다. 대세는 시니어들이다. 그렇다면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경로 우대 할인을 해주는 음식점이 생기면 입소문을 타고 시니어들이 몰려 들 것이다. 어르신을 대우해주는 음식점이고 음식 값도 깎아준다는데 호의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노인들도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 신분증을 제시하고 가격 할인을 받기 때문에 당당하다.
음식점들이 그렇다고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빈자리를 남겨둘 바에는 음식값을 10%~20% 할인해서 손님을 받는 것이 낫다. 혼자 오는 사람도 있지만, 할인 받는 손님이 주도하여 할인 안 되는 사람까지 동반하는 경우는 덤이다.
대 시에서는 이런 음식점을 서류 및 현장 심사를 거쳐 모범업소로 지정한다. 모범업소로 지정되면 식품진흥기금 우선융자, 모범음식점 표지판 교부, 상수도요금 30%감면, 쓰레기봉투지원, 업소홍보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경로우대는 이미 영화관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빈자리를 놔두고 영화가 돌아가는 것보다 할인을 해주더라도 시니어들이 와주면 그만큼 이익인 것이다. 아침부터 낮 시간은 거의 텅텅 비어 돌아간다. 빈자리는 그대로 고정비로 나가는 것이다. 고궁 등은 경로 우대로 무료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고궁에 매일 갈 일은 없는 것이다. 노인 몇 명 더 들어갔다고 고궁 관리비가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전철도 65세 이상이면 무료 승차 혜택이 있다. 전철은 어차피 시간 맞춰 운행된다. 노인 몇 명이 더 탔다고 운행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아름다운 사회적 배려이다.
전철이나 영화관의 경로 우대 정책을 보면 고정비에 대한 활용 아이디어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고정비 개념에서 음식점에도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할인을 해줘도 안 파는 것보다는 낫다. 늘 손님들로 북적이면 사람들이 더 오게 되어 있다.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다. ‘친절의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호감 마케팅이다.
이런 제도가 확산되면, 우리 시니어들은 살 맛 날 것이다. 어딜 가나 시니어로서 대접받는 것이다. 시니어 유권자에게 여러 가지 공수표를 날리는 대선후보자들을 보면 차라리 이런 따뜻한 경제학이 더 실천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재원도 따로 필요 없는 정책일 것이다.
은퇴자들을 유혹하는 투자처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상가나 원룸,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투자에 목돈이 들긴 하지만 투자를 위한 대출도 쉽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에 비해 감수해야 할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또 심각한 노동이 필요없다는 점 역시 시니어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 중 특히 은퇴자에게 원룸이 갖는 장점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은 고민스러운 시기다. 정부가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임대업자들의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1월 15일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관리 강화 계획에 따르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해마다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분할상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원금을 꼬박꼬박 은행에 되돌려준다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선 단기적 수익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다름없다.
원룸이 매력적인 이유
원룸의 장점은 투자에 비해 고소득을 담보할 순 없지만 안정적 수익의 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공실을 줄이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 일반적으로 사무실이나 상가의 경우 용도나 규모를 따지기 때문에 한 번 공실이 생기면 가격을 내린다 해도 ‘임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원룸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주택 밀집 지역은 일반적으로 주거용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수익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싸게’ 내놓으면 공실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라는 것. 특히 투룸이나 다가구 주택에 비해 주택당 규모가 작은 원룸은 더욱 수요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당분간 이런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갑자기 자금이 필요할 땐 일부를 전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세로 전환하면 목돈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퇴직자들에게는 소일거리 삼아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간단한 청소 등 건물 관리에 직접 참여하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주택임대사업자의 경우에는 세재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주택 임대수입을 올리는 주택 임대사업자에게는 수입에 대한 비과세 적용 기한이 2018년 말까지 연장됐다.
물론 100%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룸이라 해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 공실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거제나 군산과 같은 조선산업 의존 지역이다. 군산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선소에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원룸 임대업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며, “밀집 지역에 가면 공실이 40% 이상인 곳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의 부활에 운명이 내맡겨진 셈이다.
세상에 ‘쉬운 돈’은 없다
그렇다고 원룸 투자가 무조건 핑크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원룸 투자를 고려하는 은퇴자들은 대부분 ‘공실’을 가장 겁낸다. 애써 돈을 투자해 방을 꾸며놨는데, 임대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낭패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원룸 임대사업에 투자할 때 대출을 고려하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소비자들과의 분쟁이라고 말한다. 주택 임대관리업체 관계자는 “원룸 건물주들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것은 세입자들의 민원”이라고 설명한다. 원룸 세입자는 나이가 20~30대의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세대차 등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인 처리를 진행해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어 건물주 입장에선 부당하다 느낄 만한 부분도 상당수 존재한다.
건물관리도 쉽지 않다. 건물의 청소나 유지보수, 수리 등을 직접 하려면 각각의 전문가들과 계약을 맺거나 그때그때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때가 많다.
서울 신촌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파가 닥쳤을 때 보일러나 수도가 터지는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만약 제때 수리가 안 되면 세입자가 월세를 깎아 달라고 하거나, 수리업자를 다급하게 부르려면 웃돈을 줘야 해서 건물주 입장에선 이중고를 겪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한다.
원룸을 관리업체가 갖는 장단점
원룸 건물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면 관리업체에 맡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이런 경우 선택 방법은 크게 3가지. 그중 하나는 지역에서 소규모로 건물을 관리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맡기는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문 주택임대관리 회사를 통해 관리하는 방법, 마지막으로는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를 통한 방법이다.
지역마다 발품을 팔다 보면 원룸을 직접 관리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있기 마련. 매물이나 임대계약을 ‘독점’으로 제공하는 대신 관리를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있고, 적은 비용을 받고 대부분의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공인중개사들은 별도의 임대사업자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유지비용은 적은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처리 가능한 관리 업무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지역 주택임대관리 회사를 통해 관리를 맡기는 방법이다. 이런 업체들은 지역 내에서 많은 원룸 물량을 확보해 홍보, 유지보수, 관리 비용을 낮춰 이익을 얻는 형태로 운영된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보증보험 등 안전장치가 있고, 웬만한 수리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동파 등 사고가 났을 때 직접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도배 등 보수도 저렴하게 서비스받을 수 있다. 단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거점 지역을 벗어난 건물을 맡기기 어렵고, 규모가 작은 공인중개사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
이 외에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부동산 종합서비스 업체들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네크워크형 부동산 종합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대상자로 5개 핵심 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관리를 벗어나 시행, 시공, 분양에서부터 임대 마케팅, 주거사업 개선 등 주택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시범 선정된 기업들은 자본금이 충분한 대기업 위주로 선발돼 소규모 임대 사업자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관리를 맡기는 방식은 크게 2 가지로 나뉜다. 먼저 자기관리형이 있다. 흔히 마스터 리스로 불리는 이 방식은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원룸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중 특정 금액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보통 시세는 모든 방이 임대됐을 때 발생하는 기대수익의 85~90%를 보장해주는 수준이다. 수수료가 비싸긴 하지만 공실이나 분쟁 등의 걱정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그에 대한 위험 부담은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수수료는 낮지만 위험 부담은 건물주가 지는 ‘위탁관리형’도 있다. 일반적으로 임대료의 3~6%가 수수료로 책정되는데, 서울 강남 등 상권이 발달해 임대료가 높은 지역은 8% 정도로 높다.
위탁할 때 사고 꼼꼼하게 대비해야
원룸의 관리를 맡긴다고 해서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 임대에 대한 전권을 맡겨놓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일 중 하나는 이중계약서 체결이다. 세입자와는 고액의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건물주에게는 낮은 금액의 계약서를 내밀어 차액을 챙기는 일도 있고, 아예 공실이라고 보고하고 임대료를 가로채는 경우까지 있다.
가장 심한 경우는 전세 계약을 체결해놓고 목돈을 챙겨 달아날 때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원 중부경찰서는 아주대학교 인근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맺고 건물주에게는 월세계약을 맺었다고 속여 총 20억920만원의 전세금을 가로챈 혐의로 공인중개사 일당을 검거한 일도 있다.
부동산 관리업체 스마트하우스의 이성태 차장은 “특히 건물주의 주거지와 원룸의 위치가 물리적으로 먼 경우 잦은 방문이나 꼼꼼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노려 사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