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다시 한번 양도소득세로 출렁이고 있다. 올 6월부터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양도세 완화 이야기가 나왔다. 부동산 소유자가 부동산을 쉽게 팔 수 있는 방법으로 양도세 완화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당정은 6월부터 양도소득세 중과는 차질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재차 못을 박았다.
부동산은 국가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은 국가의 거대한 경제 정책에 반응하면서 그 모습이 변화한다. 현재 부동산 가격 폭등은 공급 부족과 유동성 과잉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공급이 늘거나 유동성이 줄지 않는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은 쉽지 않다. 현재 과잉 유동성이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주식으로 발생한 수익이 곧 다시 부동산을 자극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금 정책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유동성과 공급의 문제보다 훨씬 단순하며, 대증요법처럼 바로 단기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부동산 세금 정책은 크게 감세 정책과 과세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근본적으로 시장에 배타적이고 개입 또는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한쪽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3~4년이 걸린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2~3개월이 멀다 하고 끊임없는 부동산 대책을 날짜 넣은 ‘조치’ 형식으로 양산했다. 과연 이러한 문재인 정부에서 양도소득세를 완화할 수 있을까.
양도소득세 완화는 홍남기 부총리가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하고, 보궐선거나 향후 대선의 승리 전략으로 양도소득세 완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양도소득세 완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양도소득세 완화는 그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가진 자를 더 대우하는 정책이다. 이 정부가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고 그 폭등을 현금화할 수 있는 편리한 길을 자기 손으로 열어준다면, 문재인 정부를 믿는 지지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에게 부동산 폭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성 지지자들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열린우리당의 붕괴, 호남지지 철회 등 강성 지지층 이반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경선에서도 강성 지지층의 의사가 공천 결과를 좌우했다. 조국 사태, 추미애-윤석열 사태 등에 대한 대처도 그 연장선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양도소득세를 완화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6월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난해 아파트 증여가 9만1866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증여세율은 누진세로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10%, 1억~5억 원 구간 20%, 5억~10억 원 구간 30%, 10억~30억 원 40%, 30억 원 초과 50%다. 그리고 자녀에게 하는 증여는 5000만 원, 배우자에게 하는 증여는 6억 원까지 공제된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약 9억 원이므로, 2억 원 정도의 증여세가 발생한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전체 가격이 아닌 차익에 대한 과세이므로, 부동산의 시가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부동산을 매각하고 양도소득세를 차감해 보유한 금원을 추후 증여할 경우, 바로 부동산을 증여한 것보다 세금 관련해서 훨씬 불리할 것이 자명하다. 추후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면, 증여가 아닌 매각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 확대를 통해 보유도 힘들고, 양도세 강화를 통해 양도도 힘들게 하는 이중의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부동산시장의 공급 확대와 유동성 감소가 이루어지리라는 전망도 전혀 없다.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이 변하지 않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제 임기 말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효과’보다 ‘의도’만 남아 있다. 부동산 정책의 자명한 실패 앞에서 ‘착한’ 정책, ‘선한’ 정책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를 개선할 명확한 변화가 없는 한, ‘증여 권하는 나라’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이야기입니다. 손자가 넷이나 되는 미국 시카고의 한인부부에게 어느 날 손녀가 생겼습니다. 아들이 둘인 큰딸 크리스틴이 딸아이를 입양하겠다고 했을 때 부부는 반대했답니다.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전업주부도 아니고 노상 출장 다녀 주말에나 귀가하는데 꼭 입양을 해야겠느냐는 거지요. 피붙이도 아닌 아이를 친손자처럼 사랑해줄 자신도 없었답니다.
그러나 큰딸은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에게 실망했다”며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한국인들이 한사코 핏줄을 따지고 입양을 꺼리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엄마마저’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게 너무 놀랍고 실망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크리스틴은 남편 조(미국인)와 함께 한국에 가서 아홉 달 된 아기를 안고 돌아와 자기 동생과 같게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참 예쁘고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사흘쯤 지났을 때 전혀 듣지를 못하는 선천적 청각장애아인 걸 알게 됐습니다. 가족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놀란 홀트아동복지회는 거듭 사과하면서 “파양 권한이 있으니 원하면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크리스틴은 한 달 내내 울며 생각하더니 “입양한 날부터 내 자식인데 귀머거리라고 포기할 수는 없다”며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너무 사랑해서 보낼 수 없다는 말에 모두가 참 많이 울었답니다. 크리스틴은 “이 아이에게 엄마, 이모,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한국 사람인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느냐”는 말도 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사위였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큰돈이 드는 수술을 받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치료 받아야 했습니다. 또 매일 재활센터에 데리고 다녀야 하고, 장애아를 키우는 교육도 받아야 하는 등 아이에게 하루 종일 매달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위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한창 일하는 나이 마흔 살에 회사 부사장직을 포기했습니다.
사직서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저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사실이겠지요. 저는 앞으로 듣지 못하는 사람을 통해서 잘 듣는 걸 배울 것입니다. 제가 가능하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입니다.”(It has been said that I am not the strongest listener in the group! While this may have been true, I can assure you that through deafness I am learning to listen in ways I never thought possible.)
입양을 결정하면서 크리스틴은 부모에게 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엄마, 누가 우리만큼 엘리자베스에게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설령 있다 해도 우리도 절대 뒤지지 않는, 최고로 좋은 부모라고 자신해요. 엘리자베스가 자라서 우리가 엘리자베스 때문에 행복했던 것처럼 자기도 우리를 만나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요….”
이것은 미국의 내 블로그 이웃이 2008년의 일이라면서 19일에 되살려 올린 글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글을 다시 올린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하루 전 신년회견 발언 때문입니다.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나가면서 입양 아동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입양 부모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취소하거나 여전히 입양하려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여러 방식이 있다.” 귀가 의심스러운 발언이었습니다. 생후 16개월 된 아기 정인이는 입양된 후 양모의 학대와 폭력으로 끝내 목숨을 잃었지요. 그런 사건의 재발 방지책을 묻자 대통령이 한 대답입니다.
발언이 알려지자 충격과 실망, 분노를 담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양하려는 아이가 공산품인가요?”, “입양이 무슨 홈쇼핑이냐.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 “개와 고양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소시오패스가 아니라면 이런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등등.
지금 국민들은 정인이 사건으로 큰 내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양부모의 끔찍한 학대로 고통스럽게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때문에 슬퍼하는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발언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황당한 발언은 처음이 아닙니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방명록에 쓰거나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사고로 다친 병사를 만나 “짜장면이 먹고 싶은가”라고 물은 일도 있었습니다.
왜 말을 그렇게 한 것일까요? 신년회견을 앞두고 네 번이나 리허설을 했다던데, 당연히 나올 걸로 예상되는 질문이었을 텐데. 일부의 지적대로 ‘공감능력의 결여’ 탓일까요? 대통령은 기자들을 자주 만나지도 않지만 회견을 할 때마다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그 말을 받아서 “대통령도 반품이나 취소를 해야겠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말은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서툴러집니다. 귀는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어두워집니다. 그러니 언론과 담을 쌓고 살거나 아랫사람의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살다 보면 본의도 아니고 고의도 아니지만 실언도 허언도 아닌 망언이 나오게 됩니다.
그나저나 그 여자는 왜 굳이 입양을 해서 어린 생명을 앗아갔을까요? 잊고 싶기도 하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정인이의 모습이 자꾸만 되살아납니다. 선의를 가장하고, 입양 사실을 자랑하면서, 시시덕거리면서 살던 양부모의 영상을 보는 것도 괴로운 일입니다. 말은 쓸어 담을 수도 없고, 반품도 취소도 안 되지만, 그래도 대통령님, 어디 다시 한번 대답을 해보세요.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정말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네. 서 일병 땜에 시끄럽더니 이번엔 이일병이 문제로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거짓말까지 해가며 끝내 아들 서 일병을 구했는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남편 이일병을 어떻게 할 수가 없나보다.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강 장관은 곤혹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국민들에겐 여행 자제와 연기를 종용하는 판에 장관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보란 듯이 출국했으니 조용할 리가 있나. 그런데 그는 ‘확신범’인가보다. 출국길에 기자가 “강 장관이 뭐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서로 어른이니까 놀러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다지? 또 “부인이 장관인데 부담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라면서도 “내가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걸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지?
그런 사람이니 아무리 장관이고 아내라 해도 뭐라 하기 어려웠겠지. 그래서 강 장관이 송구하다면서도 “워낙 오래 계획하고 간 거라 귀국하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거 아니겠어? 이일병 교수가 큰 병을 앓고 난 뒤 이렇게 살다 죽기 억울하다는 생각에 요트에 빠져들었고, 그거 사러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나간 거라잖아. 말하자면 버킷리스트 중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
이 교수의 출국에 대한 댓글과 논평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이런 것들이다.
-힘들다고 요트 사러 가는 외교부 장관 댁 분들, 진짜 힘들게 사는 사람들 가재, 붕어, 개구리 생각을 할 이유가 없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그러는 척이라도 해주면 안 되겠소?
-뻔뻔함이 미덕이고, 염치는 폐기할 유산인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권력 순위 다섯 번째 안에 드는 초고위직 장관, 게다가 최장수 장관의 가족이 누가 뭐라든 내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며 해외여행 마음대로 다니면 말단 공무원보다도, 아무 벼슬도 없는 일반 국민들보다도 못한 것 아닌가.
-이일병은 달나라 인간인가? 국민들은 성묘도 가지 말고 명절에 부모님도 만나지 말라면서 장관 남편은 요트 사러 미국 간다? 이게 정의이고 공정인가?
-민주당과 문죄인(문재인)이 추구하는 공정한 행동을 한 건데 왜들 난리세요? 민주당이고 하니 뭘 해도 괜찮은 거 다들 아시잖아요? 이일병 씨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요? 돈이 많아 요트 좀 사겠다는데 뭐가 문제죠? 훔쳐서 산 거라도 민주당이니까 죄가 없는 거 맞잖아요.
남편의 출국이 강 장관의 인책 사유가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남편분께서 장관님께 좀 쉬시라고 그러신 것 같네요.
-그냥 지 생각에 능력도 한참 모자라는데 계속 장관 앉혀놓으니 남편이랑 짜고 쳐서 내려올 궁리했네.
-당신을 장관에 임명할 때 가족을 같이 부른 게 무슨 뜻이었는지 모르는가? 이일병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고 참석했던 것 같구만. 참으로 한심한 작자다.
하지만 비난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두둔하고 변호하는 의견도 꽤 있다.
-남편은 남편이고 강경화는 강경화다. 대판 싸워도 남편이 가겠다고 하면 묶어둘 거냐 패죽일 거냐 어쩔 거냐? 요즘 부부간에 서로 명령하고 그 명령을 따르는 부부가 어디 있나? 가부장적인 영감들만 빼고.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배우자가 외교부 장관인데 자중했어야죠. 그런데 많이 아팠고 삶의 모토가 바뀌었다면 미친 척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일반인인 저도 떠나고 싶네요.
-서 일병 후임은 이일병. 나라가 단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그러나 이 교수의 미국 여행은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
-자기 인생을 찾아 떠난 이일병은 구원해줍시다. 그가 이런 논란을 몰랐을까요? 공인의 남편이지만, 그분의 선택을 응원해줘야 됩니다.
-이게 논란이 될 일인가요? 나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 축적을 하지 않은 이상 자기가 번 돈으로 취미생활 하는 걸 뭐라 해서는 안 되지요.
-난 오히려 이일병이 당당하게 말하는 게 보기 좋을 정도인데?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할 때 남이 하면 승질을 내지.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그게 가장 심한 나라… 아닐까용?
-그래서 강 장관 남편이 출국을 해서 법을 위반했나요? 코로나를 퍼트렸나요? 못 가는 나라 밀입국을 했나요? 도의적으로는 괘씸한데 법적으로 하자가 없네요.
그러는 너는 어떤 편이냐고? 나는 그런 처지라면 간이 작아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일병 교수의 경우는 일단 재미가 있다. 공중에서 날아가는 새끼리 부딪히는 걸 무슨 현상이라고 하느냐면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아주 보기 드문 일이라 하회가 궁금하다. 청와대나 정부가 하지 말라고 일괄적으로 금하는 조치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반대하고, 명분이 있게 어기는 사람들이 하도 드물어서 그렇다. 내심으로는 승복하지도 않으면서 말을 안 들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만 넘치는 세상이니 이 일탈이 재미있을 수밖에.
정부의 베트남 석탄발전 사업 결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양이원영 의원이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가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선 ‘반그린’ 사업인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모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기후악당’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있는 일탈이다.
어쨌든 이일병 교수가 이런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할 거 같다. “잘못한 거 맞네. 미국 가서 요트 사고 여행하려면 조용히 가든지 하지 동네방네 떠들어대면서 여행 간다고 SNS질한 게 문제야.” 사람 이름 가지고 놀리지 말라는 의견도 주목해야 한다. 추 장관 아들은 徐一兵이지만, 강경화(康京和) 장관의 남편 이일병은 李一兵이 아니라 李日炳이다. 해처럼 밝고 빛난다는 이름이다. 그러니 서 일병이나 라이언 일병처럼 남들이 구해주고 말고 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지난주에 ‘물서가 진란한 말장난’을 썼더니 재미있다고 하는 분이 의외로 많아 나 스스로 놀랐다. 원래 인간은 유희본능이 있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여서 그런 글이 먹히는가보다. 더구나 코로나19가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리는 데다 어디 나다니기도 겁나니 즐거운 걸 자꾸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떤 분이 글을 읽고 “절망 댄다하닙다!”라고 카톡을 보내왔기에 “내가 염오시켰나보다” 했더니 “전느 직잔 옴여되고 탁라한 삼라이닙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아, 그러니까 스타시군요”라고 응수했다. 스타는 스스로 타락한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애들같이 주고받다가 이왕 말장난을 시작한 거 이번엔 받침을 뺀 이름 이야기나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친구 임철수와 나는 니은 하나 차이이지만, 받침을 빼면 지나 내나 똑같이 이처수가 된다. 사람 이름에서 받침을 빼는 이유는 놀려먹기 위해서다. 짝사랑 상대가 도대체 내 맘을 몰라준다면 그 사람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휴지가 없어 트월킹(twerking)으로 털어내는 걸 상상하면 좋다고 한다. 트월킹은 자세를 낮추고 상체를 숙인 채 엉덩이를 빠르게 흔들며 추는 춤이다. 받침 빼버리기는 이름에 대한 트월킹 같은 거다.
그렇게 받침을 빼고 보니 김대중은 기대주, 문재인은 무재이, 이재명은 이재며, 반기문은 바기무, 윤석열은 유서여, 조국은 조구, 정경심은 저겨시, 강경화는 가겨화, 윤미향은 유미햐, 손혜원은 소혜워, 최강욱은 최가우, 김어준은 기어주, 노영민은 노여미, 이성윤은 이서유 이렇게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차가 지고 이나여가 올라왔다. 그런데 와, 추미애는 역시 세다. 빼버릴 받침이 없어 온전하게 그냥 추미애다. 과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그동안 받침 없는 삶이 얼마나 모질고 힘들고 억지였을까?
이렇게 받침을 빼고 사람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건 47년 전인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4학년 2학기에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지방에서 교생실습을 해야 할 때 나는 이천북중에 가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가르쳤다. 중학교엔 독일어 과목이 없으니까 그랬던 건데, 지방 실습은 유신시대의 말도 안 되는 제도였다.
하여간 그 학교에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 평화봉사단원 한 명이 있었다. 성이 Knapp인 그 젊은이를 교사들은 납도 아니고 냅도 아니고 크납도 아닌, 나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받침을 빼고 편하게 부르려고 성을 나 씨로 지어준 것이었다.
그 나 선생이 내 지도교사(그도 독어과 출신 영어교사였다)와 이야기하면서 날 평하기를 “very sour”라고 했다고 한다. 처음엔 신랄하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맛이 간 녀석’이라는 뜻이었던 거 같다. 거 왜 있잖은가? 음식이 상했다는 산패(酸敗)라는 말. 그러니까 지도교사랑 둘이서 나를 흉보고 안주 삼아 씹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한국인 중에는 ‘바서오 선생님’이 있었다. 무슨 과목이었는지 잊었는데, 키 작고 머리가 약간 벗겨진 바서오는 이웃집 아저씨같이 사람 좋고 귀엽고 약간 어수룩하고 모자란 듯도 해 놀려먹기 좋았다. 그래서 교사들이 박성온이라는 이름에서 받침을 이 뽑듯이 다 빼버리고 바서오로 개명을 해준 것이었다. 알고 보니 대학 선배였던 바서오 선생은 역시 대학 선배인 교장과 함께 우리 교생 일동 5명(?)에게 거하게 저녁을 사준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짓궂은 내가 그날 술자리에서 바서오라고 부르며 놀려먹은 기억이 난다.
바서오 선생님을 안 뒤부터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에서 받침을 빼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대상이었던 건 아니고 이름이 좀 특이하거나 별나다 싶으면 그랬다. 이천북중 당시 내 지도교사는 오늘날 미국에서 저명한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박흥진 씨인데(나는 걸핏하면 바킁진이라고 쓴다), 받침을 빼니 바흐지가 됐다. 근데 이게 뭐야? 바가지도 아니고. 바흐친이라면 몰라도 좀 재미가 없었다. *미하일 미하일로비치 바흐친(1895~1975, 러시아의 사상가, 문학 이론가)
여러 사람의 받침을 빼 봐도 바서오만큼 재미있고 말맛이 좋은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좀 재미가 있다 싶은 이름은 다음과 같다.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 글 읽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누군지 다 알 것이다. 기조피[血?], 소재피[血?], 이혀[舌?]규, 소우혀[舌?], 하태혀[舌?], 유태혀[舌?], 바과수, 바사도, 바서수, 바재우, 바저사, 바조지, 야조서, 이조거, 채여보….
이 글을 쓰면서 겨우 안 건데, 받침을 뺄 때는 박이나 반, 방 씨 성 가진 분들의 이름이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이런 발견을 하게 만들어준 바서오 선생님은 지금 어디서 살아가고 계실까. 정확히 모르지만 나이가 팔순을 좀 넘었지 싶은데, 혹시 이름이 성온(性溫)이라면 글자 그대로 따뜻한 성품으로 가족은 물론 이웃들과 잘 화목하게 지낼 것 같다.
이름은 남의 놀림감이 될 수는 있으나 젊어서든 늙어서든 변함없이 소중한 것이니 저마다 이름값을 제대로 하면서 살아야 한다.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이름을 닮아간다는 말도 들었다. 전혀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않은데 그렇다고 주장하면 정말 참 거시기한 일이긴 하지만.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요즘 언론보도 기사를 읽다 보면 하품이 나거나 기가 막힌다. 7월 8일(온라인 기준) 모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8일 ‘다시는 아파트 양도차익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식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중략) 이 대표는 ‘당에서 대책을 만들고 있는데 가능한 7월에 할 수 있는 조치를 이번 국회에서 하고(하략)’라고 했다.”
이게 말이 되나? 다시는 사라지게 하겠다? 가능한도 가능한 한이라고 써야 맞다. 이 대표가 원래 이렇게 말을 한 걸까? 아니면 기자에게 후레자식이라고 욕할 걸 미리 알고 미워서 망신 주려고 일부러 이렇게 쓴 걸까? 호감이 가는 취재원의 말은 전달도 잘해주던데.
더 기가 막히는 기사도 있다. 8월 12일(이것도 온라인 기준) 모 일보의 기사에 이런 제목이 있었다. . 육아를 키워? 눈이 의심스러워 죽 읽어보니 기사는 “남편 없이 육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생후 1개월 된 딸을 살해한 뒤 3년간 오피스텔에 방치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로 시작된다. 육아를 키운다는 말은 취재기자가 쓴 게 아니라 제목을 잘못 붙인 거였다.
育(기를 육)兒(아이 아)라는 한자를 몰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렇게 써도 말이 된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너무 바빠서 무심결에? 잘못된 건 사후에라도 부장 이상 데스크들이 고쳐야 할 텐데 왜 그대로 두고 있을까? 그들도 너무 바빠서 데스크도 보지 않고 기자에게 기사를 내보내게 한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의미상 중복되는 말, 앞뒤가 바뀐 말이 의외로 많이 쓰이는 걸 알게 됐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잘못된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경우, 혀가 꼬이거나 음운상 착각으로 인해 웃기는 말이 만들어지는 경우 등이다. 단어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고 혀끝에서 뱅뱅 도는 설단현상(舌端現象) 때문에 엉뚱한 말을 만들어내는 것과 어구전철(語句轉綴), 이른바 애너그램(Anagram)과 관계있는 말장난이다. 이 중 어구전철은 1)장난→난장, 모로코→코모로, 방배역→배방역, 문전박대→대박전문 식의 음절 단위, 2)상주→장수, 김치→기침, 소년→손녀, 출동→충돌 식의 음운 단위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먼저 중복 사례부터 살펴보자. 독자들을 위해 억지로 글을 하나 만들었다. “나는 아들 출산 낳고 나서 육아를 키우느라 무지 고생했어. 남편은 1도 도와주지 않았어. 초등학교 입학 넣기 전부터 조기교육 가르치느라 돈도 많이 들었지. 태권도 차고, 체르니 치고, 바둑도 놓고 했던 아이는 초등학교 등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공부 배우고, 필기 쓰고, 작문 짓고, 더러는 백일장도 쓰고, 암산 외우고, 미술 그리고, 음악은 부르고 불고 치고 타고 켜고, 방과 후엔 서예도 쓰고 그러느라 힘들어 했지. 나는 나름대로 식사 먹기, 청소 쓸기, 복장 입기, 인사 숙이기, 용변 누기 이런 예절을 일일이 가르쳤어. 근데 이 녀석이 지 애비 닮아서 공부는 뒷전이고 축구 차고 농구 넣고 야구 때리고 그러는 것만 좋아하는 거야. 유도 메치고 복싱 싸우고 펜싱 찌르고 검도 휘두르고 아이스하키 치는 것까지 하러들면 어쩔 뻔했어? 다치기 쉽고 돈도 많이 들잖아. 역도 드는 건 다행히 지가 안 하겠다고 하데. 고등학교 졸업 나온 뒤에는 이발도 이상하게 깎고 친구들과 음주 마시고 가무 추고 걸핏하면 외박 자고 하더니 면허도 없는 놈이 아버지 차를 몰래 운전 몰다가 가로수 충돌 받는 사고를 냈지 뭐야. 그날도 음주 마셔서 도주 놓다가 경찰에 잡히자 폭행 때리기까지 했어. 이야기 더 하까? 이쯤만 해도 알 만하지?”
이번엔 어구전철 차례. 나는 걸핏하면 물서가 진란하다는 말을 한다. 요즘 나라의 물서가 진란하고, 여당과 국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정책도 엉망인데 도대체 이렇게 물서가 진란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청을 높이면 사람들이 다 알아듣고 공감해준다. 한자로 바꿔봐도 말이 된다. 물서(物序)가 진란(盡亂)하다… 어디가 어때?
어떤 젊은이가 SNS에 이런 글을 썼다. “삶은 달걀 글자가 너무 이상해서 닮은 살걀이 맞는 건가 잠시 고민했다. 이게 다 멸린 말치랑 짚고 긴한 커피 때문임.” 그러자 다른 사람이 이렇게 응수했다. 며칠 동안 연구했는지 몰라도 이 사람은 내가 보기에 거의 천재다. “노인코래방, 번둥천개, 껍던 씸, 알르레기, 노란계른자, 동사봉아리, 치자피즈, 곱은 졸목, 통치꽁조림, 야치참채죽, 수없는 씨박, 치킨타올, 모자리나, 우뎅오동, 메장외모리, 중고딘 알라서점, 기능재부, 맥걸리와 막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할 때 충남 보령 대천을 보천 대령이라고 한 적 있는데, 나도 그런 거 좀 추가해볼까. 키친마니아, 오장향육, 사우나차이나 모닝토스트(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해문한석사전, 고와 개양이, 소 치는 양년, 소 치는 북년, 잔후소리원, 발따보, 하장외드, 역사의 아이노리, 친공정소기, 닥터와 왈츠만, 민가긴가, 덤벙엄벙, 남씨사정기, 임산배수, 출신임산, 케이데어, 갤프골러리….
그런데,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어도 사람들은 금세 알아듣는다. 인간은 모든 글자를 하나씩 읽는 게 아니라 단어 하나를 한눈에 전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래 글은 오래전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예문인데, 정작 케임브리지대에서는 이런 연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여간 읽어보자.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지는는 중하요지 않고, 첫 번째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는 것이 중하다요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망창의 순서로 되어 있라을지도 당신은 아무 문제없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하나나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그러니 어쩌라구? 설마 엉터리 말이나 문장을 만들어 퍼뜨려도 괜찮다는 건 아니겠지? 문학 작품이든 보도 문장이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 글이 어법에 맞는지, 중복은 없는지, 적확한 단어를 쓴 건지 늘 따져보고 점검해야 한다. 갈수록 이상한 말이 늘어나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대중의 올바른 어문생활에 기여한다는 힘과 꾸망을 가져야지. 아닌가. 훔과 끠망을 가져야 되나? 아무래도 힘과 꾸망이 더 낫겠다. 이쪽이 더 알아듣기 쉬우니까.
그런데 늉눔은 무슨 말이지? 난 서울 중부경찰서 출입기자이던 1981년 여름 기자실 칠판에 이렇게 써놓고 목욕탕에 가곤 했다. 어구전철 중에는 이렇게 글자를 뒤집어 전혀 다른 말로 만드는 것도 있다. 곰을 뒤집으면 문(문재인 대통령을 말하는 게 아님)이 되고, 논문을 뒤집으면 곰국이 된다. 말장난이 심해서 죄송합니다.
시니어들의 투자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1%가 채 안 되는 은행금리에 물가상승률까지 따지면 은퇴 후 자산을 지키기 어려워진 탓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상황도 투자 트렌드 변화를 이끈다. 이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 변화할 세계에 대비하며 안개 낀 노후 자산관리의 탈출구를 찾는다.
특히 4차 산업과 관련된 투자처에 주목한다. 4차 산업 내에서는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모바일, 5G, 2차 전지 등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4차 산업 관련 국내외 상품 앞세우며 시니어 투자자 모시기에 집중한다. 초저금리 시대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추천하는 상품을 살펴봤다.
◇IT 담은 애국펀드 주목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출시한 ‘필승코리아 펀드’를 추천했다. 이 펀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투자하며 ‘애국펀드’로 관심을 모은 상품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에 따르면 필승코리아 펀드는 출시 이후 1년간 56.12%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소재·부품·장비업종 중에서 국산화로 시장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는 기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달 말 기준 총 68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으며, 업종별로는 IT·하드웨어 비중이 32%를 차지한다. 이외에 반도체(28%), 소프트웨어(8%) 등을 담았다.
미래에셋대우는 IT업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를 소개했다. 이 펀드는 첨단 IT산업이 글로벌 트렌드로 각광받는 가운데 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관련 핵심 기술과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 투자한다.
또한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IT기업에 소재, 부품, 장비를 공급하거나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도 투자한다. 편입종목은 제품경쟁력, 시장점유율,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주로 반도체, 2차 전지, 5G 통신장비 등으로 구성된다.
◇미국 IT 혁신기업 투자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IT 혁신기업 등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웰링턴글로벌퀄리티펀드’를 추천했다. 미국 IT 혁신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관련 비중이 높은 해외주식형펀드에 자금을 넣는 적립식투자가 시장의 변동성을 제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글로벌퀄리티펀드는 전세계 3000여 기업 중 기업 이익, 밸류에이션, 주주 이익 환원, 현금흐름증가율 등을 기준으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60~90개 종목에 분산투자한다. IT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재, 헬스케어, 순환소비재 등 다양한 투자로 경기 사이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KB자산운용은 미국 데이터센터와 IT 인프라에 투자하는 ‘KB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리츠 인덱스펀드’를 내세웠다. 지난달 출시된 이 펀드는 미국에 상장된 데이터센터와 IT 인프라 리츠 지수인 ‘Benchmark Data&Infrastructure Real Estate SCTR’을 추종한다. 이 지수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6%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3.1%), 다우존스 미국 부동산 지수(–13.9%) 대비 수익률이 높다.
이 펀드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외에도 유사한 성장성을 가진 물류센터와 저장창고 리츠에 선별 투자한다. 3년 이상 투자 시 5000만 원 한도로 일반 금융소득 세율(14%)보다 저율(9%) 배당소득을 분리과세 받을 수 있다.
◇중국 정책 수혜주 투자
삼성자산운용은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우량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삼성 중국 본토 중소형FOCUS펀드’를 소개했다. CSI500지수에 편입된 유망 중소형주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CSI500은 상하이, 선전시장의 3600여 종목 중 최상위 300개를 제외한 차상위 5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CSI500에 편입되는 50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200조 원에 달한다.
중국 중소형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의 수혜 업종들이 대부분 중소형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차세대 핵심 산업은 IT, 필수소비재, 임의소비재, 헬스케어업종이다. 이 펀드는 IT(22%), 산업재(18%), 소재(16%), 헬스케어(12%) 등에 편입하고 있다.
KB증권은 중국과 홍콩 등에 상장된 주식 중 신기술 관련 테마 선두기업에 투자하는 ‘KB통중국4차산업증권자투자신탁[주식]’을 추천했다. 이 펀드는 중국 4차 산업기술의 경쟁력,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AI·빅데이터, 반도체 굴기, 스마트폰 밸류 체인, 로봇·공장자동화, 차세대 유니콘 등 5개 테마별 선두기업에 투자한다.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중국 정부 주도 아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예정으로 밝은 기업성장이 전망된다. 또한 홍콩과 중국 본토 중소형 고성장주 편입을 통해 추가 알파수익 창출을 노려볼 수 있다.
◇전세계 주요 기업 편입
키움증권은 5G·IoT 기업에 투자하는 ‘키움글로벌5G차세대네트워크증권펀드’를 추천했다. 이 펀드는 국내를 포함해 북미, 아시아, 유럽 전역의 5G 관련 하드웨어와 케이블, 반도체 생산업체 등에 투자한다. 일반 대형 기술주만 담은 펀드들과 달리 성장이 본격화된 5G 관련 종목에 집중하는 펀드다.
세계적인 5G 네트워크 솔루션업체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와 세계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시장 1위 업체인 자일링스, 반도체 소자 생산기업 아날로그 디바이스, 미국 통신 장비사 브로드컴 등 5G 네트워크 관련주도 집중 편입시키고 있다. 또 통신장비를 내장해 각종 기기와 장치를 연결시키는 IoT 관련 기업에도 투자한다.
KTB자산운용은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증권투자신탁’을 소개했다. 이 상품은 한국, 미국, 중국, 홍콩 등 글로벌시장에 상장된 4차 산업 관련 종목을 선별해 투자한다.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증권투자신탁은 지난달 기준으로 30%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렸다. 중국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관련 업종에 투자한 펀드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언택트 관련 산업이 주목받고 있고, 또 코로나19 이후에는 4차 산업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5G, 클라우드, AI, IoT 등 IT업종과 소재·부품·장비기업 등 제조업 전반의 중장기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 방송사에서 우리나라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19가 변화시킨 세계의 모습이다. 1982년 해태 타이거즈의 창단 멤버로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전드이자 선수에서 감독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김성한(62) 선수를 만난 것은 지금 한국 프로야구의 시대에 다시 발견되어야 할 가치를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2014년 한화 이글스 1군 수석코치직을 마지막으로 프로야구계를 떠난 그는 여전히 피 끓는 선수로서의 열정을 지닌 채 나주에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어언 40여 년이 되어가는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모색 중인 그를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야구에 대한 미련이 아직 있죠. 여전히 야구 해설을 하면 엔도르핀이 돌고 삶의 활력을 느낍니다. 언제든지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나 현실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장을 떠난다는 게 처음엔 적응이 안 돼서 엄청 힘들었어요. 야구만 하다 보니 세상 사는 법을 몰랐죠.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다른 세상을 사는 기분이에요.”
나주에서 만난 영원한 타이거즈이자 프로야구 레전드 김성한은 마치 선수 때처럼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현재 나주 혁신도시의 명물 맛집으로 소문난 중식당 ‘The하이난’의 오너이자 CMB광주방송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전남 선거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인연으로 얼마 전 총선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였던 정태호 의원의 유세를 돕기도 했다. 이런 그의 제2인생을 돌아보기 위해선, 삶의 결정적 순간이었던 기아 타이거즈의 감독직에서 물러났을 때로 돌아가는 게 맞을 것이다.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주로 산을 다녔어요. 제가 중간에 잘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감독까지는 탄탄대로로 가다가 기아로 바뀌고 나서 경질되었죠. 해태 타이거즈의 문화와 기아의 문화는 달랐어요. 거기에 잘 안 맞은 거예요.”
김성한은 오로지 야구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삶의 전부였고, 노력한 만큼 엄청난 성과도 거뒀다. 그렇기에 야구를 시작한 후 처음 맛본 엄청난 좌절에 너무 공허해서 사람들 만나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겁나고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안 보이는 산으로 갔어요. 가서 생각 많이 했죠. 그리고 동병상련하듯 좌절 앞에 선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까 내 일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이런 정도 일에 공허함을 느껴야 하나 싶었어요. 그때 깨달은 게 좀 있었죠. ‘높은 자리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지내느라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제2인생 나주에서 열다
김성한은 과거부터 ‘우리 같은 사람들은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살았으니 그걸 갚을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꼭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그가 기아 타이거즈 감독을 끝낸 후 군산상업고등학교 감독을 맡은 건 그런 봉사를 행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단 먹고사는 일부터 해결해야 했기에 광주에 식당을 차렸다. 그렇게 5년을 운영하다가 한화 이글스로 간 김응용 감독의 부름을 받고 그곳에서 수석코치로 1년여 동안 활동했다. 그리고 코치를 끝내고 나와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나주에 야구팀이 있는 학교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다들 야구 열정은 넘치는데 해소할 방법은 없고,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자체를 찾아갔죠. 야구팀과 야구장을 만드는 조건으로 KBO의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 유치를 제안했고 나주시가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이 과정에서 그는 나주 혁신도시의 존재도 알게 됐다. 야구팀이 만들어지면 노후에 여생은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겠다고 판단한 그는 건물을 분양받아서 중식당 ‘The하이난’을 차리게 됐다. 요식업은 절대 호락호락한 분야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The하이난이 체인점인 줄 알 정도로 성공한 상태. 그러나 김성한은 체인점을 만들 생각이 절대 없다고 한다.
“물론 제안은 있었는데 제 철학이 ‘절대 동업은 해선 안 된다’예요. 망해도 혼자 망해야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인연
김성한은 사업을 하면서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사람은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갖게 된 중요한 인연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그 일은 그가 우연히 나주 지역 주민자치위원장이 되면서 맺어진 만남으로 비롯됐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주민자치위원장을 해보시라, 동네를 위해 유명하신 분이 일 좀 하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안 한다고 했더니 억지로 주민자치위원에 넣었어요.”
그 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어쩌다 위원장 선거 자리에 나갔더니 김성한을 알아본 사람들이 ‘위원장을 하려면 저 정도의 네임 밸류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 자리에서 박수를 치면서 그에게 위원장직을 맡겨버렸다.
“주어진 일인 만큼 적극적으로 활동했죠. 저는 정치에 관심이 정말 없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나주에 온다는 거야. 간담회가 열렸는데, 저는 식당 일이 바빠서 못 간다고 했어요. 난리가 났죠. 부위원장이 혁신도시에 건의할 게 있으니 빨리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건의는 부위원장이 하쇼. 모두 다 아는 내용일 테니까’라고 말했죠.”
그러나 하도 뭐라고 해서 결국 가긴 갔다. 일하다 말고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충 빨간 점퍼를 걸치고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다른 사람들은 다들 정장을 입어 혼자만 후줄근해 보였다. 그래도 조용히 들어가서 앉아 있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문재인 후보가 와서 악수를 하는데 저를 알아보곤 깜짝 놀라면서 ‘아니, 여기 사시냐? 주민자치위원장이시냐?’라고 묻더군요. ‘그렇게 됐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어쨌든 많이 좀 도와주십쇼’ 하더군요. 그때 그분을 처음 봤는데, 며칠 지나 전화가 왔어요.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참 그걸 어떻게 냉정하게 못 도와준다고 그러겠어요. ‘잘 알겠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했죠.”
광주 금남로에서 홈런을 치다
그러나 그때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호남 민심이 안 좋을 때였다.
“김정숙 여사가 먼저 와서 터를 닦기로 했어요. 그리고 내게 ‘여사님을 모시고 다니는 일을 좀 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당시 김정숙 여사가 호남 구석구석 안 다닌 데가 없어요. 그렇게 인연이 됐죠.”
그가 호남 민심을 잡은 결정적 순간도 있었다.
“호남 민심을 얻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옛날에 입었던 유니폼이 생각났어요. 빨간색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 그래서 문재인 후보가 광주 유세를 첫 번째로 오게 됐을 때, 일단 김응용 감독님께 SOS를 쳐서 자리에 함께 모셨고, 문재인 후보에게 제 빨간색 유니폼을 입히고 모자도 쓰게 하고 방망이까지 쥐어줬죠. 금남로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모였는데, 그 모습을 보더니 난리가 났어요.(웃음)”
문재인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 마이크가 그에게 넘겨졌다. 그런데 당시 김성한은 정치 연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그만큼 부담감이 밀려왔다.
“정치 연설을 들어보면 정치적인 시그니처 단어가 있어요. 저는 그런 말에 익숙하지도, 알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누구를 비방하거나 타 후보 얘기는 안 하고, 문재인 후보가 너무 순수하고 사람이 좋더라, 이 정도면 대통령 자질이 충분하다, 그래서 좋아서 지지한다는 식으로 대본 없이 제 소신껏 말했어요. 그 후 기왕이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열심히 하게 됐고 유세차에서 지원 유세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 말하는 게 괜찮거든? 그래서 막바지 선거방송에도 출연해 22분간 혼자서 찬조연설을 하기도 했죠.”
NG 없이 한 번에 끝낸 TV 찬조연설은 문재인 후보도 보고 극찬할 정도로 공감이 가는 연설이었다고 했다. 말하자면 대통령 선거 돕다가 자신도 몰랐던 달변가 기질을 발견하게 됐다. 덕분에 감칠맛 나는, 그리고 사이다처럼 톡 쏘는 스피치 재능을 살려 한동안 강연 활동도 했다. 이후에는 CMB광주방송 해설위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 야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고민 중
정치 얘기를 잠깐 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김성한은 철저한 야구인이다. 그가 요즘 생각하는 것도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에 대한 일이다.
“이승엽, 양준혁, 이순철, 이만수 같은 멤버들이 뭔가 상징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운동하는 사람들 보면 먹고사는 문제에 민감한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시급해요.”
그는 선동열 같은 대스타가 국정감사에 나가 수모를 당한 장면을 떠올리며 잠시 분노를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 일은) 총재가 안고 가야지. 총재가 ‘현장에 있는 대표팀 감독이 무슨 죄가 있소’ 했어야지. 사실 리더십이 그런 곳에서 필요하잖아요. 그때 현장 감독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너무나 실망했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정치권과의 교류가 없으면 제도권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혹시 그에게도 공천에 대한 유혹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건 절대 싫어요.(웃음) 제안을 받긴 했는데, 잘못하면 내 인생이 파괴될 수 있으니까.”
그는 정치인은 사양이지만 야구와 관련된 일이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얼마 전 프로야구 초창기 멤버 몇몇과 만나 야구와 관련된 생각들을 나누기도 했다.
“좋은 의견을 많이 들었어요. 팀과 고향을 떠나서 야구 얘기를 하면 다들 공감하니까요. 대한민국 야구 역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거니까요. 지금까지는 다들 개개인의 삶이 바빴지만 이제 시작할 때가 된 거죠.”
너무 많은 사랑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김성한이 은퇴 후 학교에 야구팀을 만든 것도 야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와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그렇게 학교에 야구팀을 만들어주고 대회도 유치해줬지만 그는 바로 빠져나왔다. 자신이 운영하면 오해가 생긴다는 이유였다. 사람들이 으레 색안경을 끼고 보기에 그는 아예 발을 안 들였다고 했다. 그의 말에는 야구인으로서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그건 그가 여전히 뜨거운 야구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야구할 때가 유독 암울한 시대였잖아요? 야구장의 응원 소리도 즐겁다기보다는 좀 우울했죠. 사회와 정치가 그랬으니까…. 응원이 아니라 울분을 토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해야 하나? 그때는 이기고도 ‘목포의 눈물’을 불렀어요. 가사를 보면 엄청 슬픈 노랜데 그게 응원가였어요. 이겨도 져도 오로지 ‘목포의 눈물’만 불러댔죠.”
요즘은 ‘목포의 눈물’을 안 부른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달라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많은 것이 변했지만 야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랑받는 스포츠다. 그래서 그는 후배들에게 ‘지금 저 환호하는 사람들을 고맙게 생각하고 팬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항상 말한다.
“지금 그 많은 팬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끼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알게 될 날이 올 겁니다. 저는 은퇴하고 많이 느꼈어요. 막상 유니폼을 벗고 나니 그제야 못 봤던 것도 보이고 사람들이 엄청 많이 응원을 해줬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제가 정말 사랑받으며 야구를 했구나 싶었죠. 그래서 요즘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거워요.”
인연의 소중함을 믿는 영원한 타이거즈맨, 김성한은 요즘의 삶이 행복하다고 인터뷰 내내 말했다. 그가 심은 인연들이 이어져서 머무르는 모습이 그에게만은 닿을 테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김성한이라는 레전드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땅끝마을은 그 이름만으로도 아득하게 먼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 다녀오고 나면 언제쯤에나 또다시 가보나 늘 그래 왔던 곳이었다. 아주 오래전 무덥던 여름날 어린 아들 손에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한 권 들려서 삐질삐질 땀 흘리며 남도 땅을 누비며 다녔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의 감흥을 다시 얻기는 어렵겠지만 땅끝마을 해남은 언제나 기대를 품게 하는 곳이다.
이 땅의 끄트머리 해남엔 바다를 내다보며 세상을 품은 듯이 장엄하게 우뚝 선 달마산(達摩山)이 있다. 그 장대한 산세에 천년고찰 미황사(美黃寺)를 있게 했다. 신라 경덕왕 8년에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싣고 온 돌배가 닿은 곳이 이곳 갈두항이다. 이때 경전과 불상을 싣고 앞서가던 소가 누운 곳에 절집 미황사를 창건했다는 설화가 있다.
절 입구부터 위로 올려다보면서 한참을 걸어서 닿은 미황사는 산에 스며있는 절이라는 인상을 준다. 산이 감싸 안은 안온함이 느껴진다. 산을 다듬어서 평지에 지어진 모습이 아니다. 높낮이가 다른 산에 그대로 맞추어 각각 앉혀졌다. 건물마다 비탈길이나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하는 높낮이가 있다. 그래서 아래서 올려다보는 절의 처마나 기둥,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 내는 풍경소리가 남다르다.
비탈진 길을 따라 달마선원 뜰에 올라서 비로소 적요한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간, 눈앞에 바다를 펼쳐 놓았고 남도의 들녘에 바람을 담아두었다. 그리고 저 멀리 매일 달라지는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월당 김시습은 일출은 낙산사, 일몰은 해남 미황사를 꼽았다고 한다.
이번 여행길에는 늘 하고 싶었던 템플스테이 일정이 있다. 비록 하루 머무는 짧은 프로그램이지만 깊은 산사에서 보냈던 그 시간은 깊은 힐링이었다. 방 배정과 함께 사찰 안내와 예절, 예불, 저녁 공양 후 참여했던 남도 문화체험은 해남 여행을 실감시킨다. 구수한 남도 소리를 바로 눈앞에서 들으며 함께 추임새도 넣어보는 시간, 비로소 우리 문화에 다가가 보았던 산사의 밤이었다. 이 모든 것들을 수행하면서 내 머릿속이 정돈되고 살짝 기분 좋은 긴장감에 뿌듯하다.
꾸밈없이 정갈한 텅 빈 방에서 지낸 하룻밤. 새벽녘 정적을 울리는 목탁 소리에 잠을 깼다. 문을 여니 어둠이 가득한 절 마당으로 가만히 오가는 발자국 소리들이 들린다. 조용히 일어나 내다본 산속의 사찰도 세수한 듯 신선하고 상쾌하다.
아침 공양 후 달마 선원의 찻방에서 금강 스님과 함께한 다도 시간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안경 너머로 느껴지는 스님의 눈빛이 엄격한 듯 따뜻하다. 스님께서 만들어 주시는 차를 두 손에 감싼다. “스님, 은은한 향이....이게 무슨 차인가요?”빙그레 웃으시며 스님이 말씀하신다. “차 이름은‘미황사 차’입니다.”이 무슨 바보 같은 물음이었는지.‘미황사 차’를 마시며 우리가 함께해야 하는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들려주신다.
“매일매일 살아있는 숲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산길을 걸은 후 기운이 충만해지길 바라요. 그리고 이 길이 천 년이 지나도 반가운 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그대로 두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중장비나 기계가 아닌 호미와 삽, 괭이와 지게를 이용한 순수 인력으로 있는 그대로의 길을 내었다. 해마다 쌓이는 낙엽이 스며들고 그 길을 걷는 발아래 편안함이 있도록 자연 속의 흙과 돌을 그대로 고집했다. 길 가다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걷는 도중에 큼직한 돌들이 쏟아져 내린듯한 너덜길을 몇 번쯤 만난다.
미황사를 둘러싼 뒤편의 달마산에 달마고도(達磨古道) 길이 차분히 열려 있다. 총 17.74km의 4개 코스다. 그중에 한 코스를 걷기로 했다.
달마 고도는 각 4코스가 있다. 총 17.74km / 약 6시간 30분 거리. 제1코스 2.7km 미황사~큰 바람재, / 제2코스 4.37km 큰 바람재~노지랑골,/ 제3코스 5.63km 노지랑 골~몰고리재, / 제4코스 5.03km 몰고리재~인길~미황사
땅끝마을에 명품 둘레길 달마고도(達磨古道). 그 길을 세 시간여 걸었다. 땅끝에서 산길을 걷고 돌길을 걸으며 속세의 고단함도 함께 한다. 태고의 매력 속에서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는다. 힐링 트래킹이다. 걸으며 사색과 명상을 하며 미약하게나마 성찰의 시간이 된다면 더 바랄 게 무엇일지.
달마산의 숲에 난 조붓한 길은 적당히 걷기 좋았고 숲을 이룬 나무 사이로 햇살이 눈 부시다. 이렇게 걷는 행복을 만끽한다. 심신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평소에 운동하지 않는 편이다 보니 때로 숨차서 헉헉거리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다. 걸을수록 그 길을 걸어나갈 힘이 생겨난다. 언제라도 찾아와 걸어보고 싶은 길이 또 하나 생겼다.
생각만으로 막연히 멀다 했다. 이젠 언제라도 한반도 끄트머리 땅끝마을 해남으로 훌쩍 떠나볼 만하다. 그곳엔 붉은 동백이 피고 지고 있었고 애끓는 남도 창이 고단한 마음을 달래준다. 푸근한 인심과 맛있는 밥상엔 인정이 넘치던 곳, 지금 거기엔 싱그럽게 일렁이던 청보리가 누렇게 패고 있겠다.
*해남 미황사 가는 길 - 자동차로 약 6시간 정도 // *대중교통: 강남고속버스터미널(호남선)출발-해남터미널-미황사행 버스 // * 미황사. 달마고도(達磨古道)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해남군은 신종 코로나19 확산으로 나 홀로 여행자를 위한 한적하고 안전한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6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미황사 일주문 앞에서 트레킹 가이드와 함께 출발한다.)
△ 주변에 더 가 볼 곳 & 맛집
*해남 청보리밭 - 두 눈이 시원하다. 황산 연호 보리밭은 바라만 보아도 싱그럽다. 구릉의 높낮이를 그대로 살린 완만한 지형이 자연스럽다. 고두심 주연의 영화 '엄마'의 한 장면이 이 청보리밭에서 연출되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쯤 보리가 패어 누런 황금 물결이겠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 482-2
*해남 공룡박물관 - 세계 최초로 익룡, 공룡, 새 발자국이 동일 지층에서 발견된 지역이 바로 해남이다. 그 앞으로 펼쳐진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은 마냥 평화롭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 공룡박물관 길 234
*대흥사- 우리 국토의 최남단에 있는 두륜산(頭崙山)의 빼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한 대흥사(大興寺)는 땅끝마을 해남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특히 천불전 남쪽의 동국 선원은 1978년 문재인 대통령이 머물며 사법 시험공부를 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곳이다. 소박한 방에서 누군가의 큰 꿈을 이루어가던 시간이 거기 있었다.
입구에 있는 100년 전통의 한옥 구조인 '유선관 여관'과 그 뜰의 누렁이가 유명하다. 이제 그 누렁이는 간데없고 근래엔 TV 예능 알쓸신잡의 잡학박사들이 이곳에서 토론을 하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376
*녹우당(綠雨堂)- 고산 윤선도의 산중신곡의 무대 비자림 숲.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입구에서 든든히 지키고 있다. 바람이 불 때 정말 녹우(綠雨) 소리가 날까 귀 기울여 보라.
*땅끝마을- 한반도 육지의 남쪽 끝 43.5km 지점에 있는‘땅끝마을’. 마을 입구에 땅끝 표지석이 서 있다. 156m 갈두산 정상에 전망대가 있다.(모노레일 이용 가능)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보리향기 - 음식점도 자그마하고 가족 느낌의 보리밥 정식. 고소하고 찰진 차조밥과 '자줏빛의 작은 새우'라는 뜻의 '자하젓'이 맛깔스럽다. 막걸리 한 잔이 잘 어울리는 남도의 밥상.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158-1 보리향기
*원조장수통닭 - 닭 한 마리로 다양하게 먹는 닭 코스 요리가 있다. 해남군 해남읍 고산로 295
*미황사(美黃寺)에서 하룻밤 템플스테이 하면서 먹은 특별했던 ‘공양’. 단 한 가지도 나무랄 것 없이 모두 맛있다. 채식의 사찰요리여서 먹은 후 속도 편하다. 그리고 미황사 금강스님이 만들어주신 '미황사 차 한 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으뜸의 맛 기억이다.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10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 중 8개는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백신 개발 역사상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라고 한다.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5~10년이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시급한 상황을 고려해 6~18개월로 짧게 잡고 있다.
현재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일부 효능이 인정돼 긴급 사용을 승인받았다. 우리나라도 렘데시비르의 긴급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원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던 항바이러스제다. 에볼라는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해 2년간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치사율이 90%에 가까워 바이러스가 퍼진 지역에 큰 공포를 일으켰다. 1979년 아프리카 콩고의 에볼라 강 유역에서 처음 발견된 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지만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더뎠다.
김승섭 교수가 쓴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보면 전 세계가 에볼라 백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이윤은, 어떤 약을 개발할지와 그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을 생산할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어떤 지식은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윤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백신 개발에 미온적이었던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전염병이 돌아야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한다는 얘기는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WHO가 주최한 세계보건 총회 화상회의에서 치료제와 백신은 인류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자국의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좇는 나라들 때문에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백신을 개발한 나라에서 비싼 값을 요구할 수도 있고, 백신을 무기화해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
백신 개발 전쟁에 뛰어든 전 세계 제약회사들은, 질병을 이길 힘은 백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연대와 협력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따지지 않고 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치료제 개발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대한민국 사람들은 기회만 있으면 건배사를 외친다. 함께 외치며 안면을 익히고, 친목을 다지고, 우의를 키운다. 요즘은 연말연시도 아닌 데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행사와 회식이 줄어 건배사 외칠 일이 거의 없다. 그래도 끊임없이 새것은 나온다. 만들 건 만들어야 되나보다.
얼마 전까지 “나라도”를 선창하면 “잘하자”로 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라꼴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의 건배사일 것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들은 것은 ‘정경심’이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석방된 이후에 나온 거 같은데, 말이 재미있다. “정, 정치 이야기(정경심 이야기?) 하지 말고, 경, 경제문제 따지지 말고, 심, 심각한 이야기 하지 말고” 이런 뜻이다. “정경심!” 하고 외치면 “아멘!”으로 받는다. “아, 멘트 좋다!” 그 말이다. “멘트 좋다!”는 “멘트 좋~고!”일 수도 있고, “멘트 쥑이네”일 수도 있고, “멘트 끝내준다”일 수도 있지.
모임에서건 카톡방에서건 정치나 종교 이야기 꺼내면 골 아파진다. 최근엔 ‘4·15 부정선거’ 주장을 퍼뜨리거나 윤미향 사건을 계기로 친일과 토착왜구를 시비하는 사람들 때문에 서로 피곤하고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딴 이야기 하지 말자고 나온 게 ‘정경심’이다. 정말 필요한 건배사 아닌가. 애들 울거나 떼쓸 때 “뚝!” 하고 말리는 것 같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다.
건배사는 원래 중·노년의 몫이다. 젊은이들은 이런 거 말고도 할 일과 놀 거리가 많은데 굳이 건배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시니어들이 즐기는 건배사는 나이야 가라, 백두산(백 살까지 두 다리로 산에 가자),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자), 이기자(이런 기회를 자주 갖자), 이런 것들이다. 늙기 싫고 병들어 아프기 싫은 마음이 담긴 건데, 이런 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삶의 진도가 늦는 걸 반성하라.
시니어들이 모이면 뒤풀이와 건배사까지 해야 모임이 끝난다. 코로나 이전 상황이겠지만 어떤 사람이 지하철 풍경을 써놓은 인터넷 글이 재미있다. “산악동호회 한 열댓 명 탔는데, 동호회 회장이 산만 타고 뒤풀이 빠짐. 어떤 아줌마가 회장에게 ‘위하여 해야지’라며 스피커폰으로 전화기 켜놓고 ‘위하여 좀 혀~’ 하자 그 사람이 ‘나 지금 지하철이라 힘들어’ 그랬더니 열댓 명이 몽땅 ‘지하철이라 힘들어~!’ 하고 소리침. ㅋㅋㅋ”
시니어들이 애용하는 건배사엔 ‘노발대발’도 있다. “노인이 발기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말인데, “노발!” 하고 외치면 “대발!”로 받는다. 노인은 발광하거나 발작하거나 발발거리며 (남의) 발목이나 걸지 말고 발기나 잘되면 제일 좋겠지. “노인이 발전해야…”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 역시 발기가 가장 잘 어울리는 말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에 이 건배사가 등장했다. 봉하마을 추도식이 끝난 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여권 인사들과 오찬을 할 때 “노발대발”을 외쳤다고 한다. 앞에서 설명한 그 노발대발이 아니라 “노무현 재단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뜻이었다. 본인이 주도한 건지 참석자들과 함께 외친 것뿐인데 그렇게 보도된 건지는 모르겠다. 노발대발 건배사는 같은 날 다른 지역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식에서도 나왔다. 여기서는 ‘노’가 ‘노무현 재단’이 아니라 ‘노무현 정신’이었다고 한다.
노발대발은 노동자단체도 많이 쓴다.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또는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 이런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24일 노동계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만찬행사에서도 이 건배사가 나왔다. ‘노발대발’은 한국노총이 제작하는 노동 전문 팟캐스트 방송의 이름이기도 하다. ‘노동자 편파방송’이라는 슬로건 아래, ‘갑에 치이고 삶에 지친 2천만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방송’을 표방하고 있다.
노발대발로 다른 말은 없을까? 인터넷 뒤져보니 이렇게 변형해서 외친 사람들도 있긴 있더라. “노가리만 풀지 말고/발바닥 불 나게 일해(뛰어)/대한민국/발전시키자”, “노력하고 노력하라/ 발바닥도 건강하게/ 대단한 성과와/ 발전을 위하여.” 그러나 좀 억지스럽고 어색한 건 사실이다.
노발대발은 원래 성이 나서 화를 내고 또 크게 낸다는 반복 표현이다. 다산 정약용의 ‘여름에 술을 대하다’[夏日對酒]라는 시에는 “자식 놈이 그제야 노발대발하면서”[兒乃勃發怒]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발발노(勃發怒)가 곧 노발대발이다. 활발(活潑)보다 활발발(活潑潑)이 더 생동하는 것처럼 노발대발보다 더 생생한 표현 같다. ‘勃’은 노할 발, 발끈할 발, 일어날 발 자다.
노발대발을 바꾸어 대발노발이라고 하면 어찌 될까? 대한민국이 발전해야 노(노무현 재단이든 노동자든 노숙자든 노래방이든 노인이든)가 발전한다는 뜻이 되겠지. 케네디가 취임연설에서 그랬잖아?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라.) 그가 처음 창안해낸 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길이 기억되는 역사적 명연설이다. 바로 그런 것.
하지만 즐겁자고 외치는 건배사를 가지고 이것저것 따질 거 있나? 코미디하자는데 왜 다큐를 찍느냐고 시비 거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