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일링(당시 7세)에게는 대학 졸업 시까지의 학자금으로 내 주식의 배당금에서 1만 달러를 준다. 아들 일선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가거라. 딸 재라에게는 유한중·공고 안의 (내) 묘소와 주변 땅 5000평을 물려준다. 아내 호미리는 딸 재라가 노후를 잘 돌봐주기를 바란다. 내 소유 주식 14만 941주는 전부 ‘한국 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
1971년 봄에 별세한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柳一韓·1895 ~1971) 선생이 남긴 유언장의 일부이다. 유일한은 9세 때 미국으로 가서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식품회사를 세워 크게 성공했다. 1926년 31세의 나이로 한국으로 돌아와 안정적인 교수직을 마다하고 가난과 병으로 신음하는 동포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약을 제공하는 것이 더 급하다면서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이런 유일한을 우리들 대부분은 청빈한 기업가로만 알고 있지만 온몸을 던져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가 박용만이 미국 네브라스카주에 세운 ‘한인소년병학교’를 다닌 이후 투철한 애국심과 민족 사랑으로 일생을 살았다. 일제의 압박이 거세진 1930년대 후반에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재미한족연합위원회 산하 한인국방경위대 ‘맹호군(猛虎軍)’의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특히 1941년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미군 전략정보처(OSS)의 한국 담당 고문으로 활약했다. 1945년에는 재미한인들을 훈련시켜 국내에 침투시키는 ‘냅코 계획(Napko Project)’의 행동대원으로 직접 참여했다. 기업 경영은 물론 필요하다면 조국과 동포를 위해 온몬을 던지려 했던 유일한의 애국심과 충정, 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영원할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유일한 외에도 우리는 예부터 내려오는 부자들의 훌륭한 전통과 아름다운 선행을 많이 알고 있다. 10대 300여년을 이어온 경주 최부자댁, 정직과 신의로 돈을 벌어 가난을 구제한 거상(巨商) 김상옥, 조선의 첫 여성 CEO 겸 자선가 김만덕, 일제강점기 시절 평양의 고결한 여성부자 백선행 등이다.
“저한테는 기부가 자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입니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1호 회원인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의 말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들을 가리키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다. 2007년 12월 남 회장이 첫 번째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2010년대 들어 매년 2배씩 늘어나면서 회원 수가 839명(2015년 6월 현재)에 달하고 있다. 기업인이 427명으로 절반을 넘고 전문직 86명(10.3%), 자영업자 48명(5.7%)의 순이고 기업체 임원과 공무원, 스포츠인, 방송·연예인도 찾아볼 수 있다. 돈 많은 부자만 있는 것도 아니다.
2014년 11월 627번째 회원으로 가입한 김방락 선생(68)을 만나보자. 특전사 부사관을 거쳐 군무원으로 30년 넘게 근무하다가 은퇴한 후 10년 남짓 한 대학의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금도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지만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면서 경비생활 10여 년 동안 번 돈을 모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공무원 연금(200만원)과 베트남 참전수당(22만원)으로 생활비를 하고 경비원 월급 120만원은 모두 기부하는 셈이다. 휴가라고는 군무원 때 30년 재직 기념으로 5일을 다녀온 게 전부란다. 제주도도 못 가봤고 외국은 베트남 파병 때 간 것밖에 없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로 죽지 않기 위해’라는 소신대로 은퇴 후 여생을 기부 등 사회헌신으로 살다가 미국 부자의 롤 모델이 되었다. 이 같은 전통을 이어받아 부자 서열 1, 2위를 다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기부금액에서도 수위를 다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수조원대의 기부를 하는 등 떠오르는 신흥부자들도 기부대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320억 달러(36조원)에 달하는 개인 재산 전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 열심히 벌어서 사회에 기부하고 환원하는 것만이 최선이고 잘 하는 일일까?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기부와 마찬가지로 상속 또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삶의 동기이자 보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가운데서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자손들에게 물려줌으로써 그들이 나와는 달리 좀 더 윤택하고 안정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부모로서의 바람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다만 남과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자고 권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배고프고 아픈 사람들을 돌아보다 보면 더 많은 좋은 일들이 생겨날 것이고 거기서 남다른 보람과 성취감을 얻는 부자들이 많아질수록 따뜻하면서도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따라서 기부 또는 봉사를 강권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소득 및 재산수준이 높아질수록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가진 돈, 늘어나는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돈의 관리(how to manage)는 크게 3 How, 즉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how to portfolio), 어떻게 쓸 것인가(how to use),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how to pass down)’로 나눌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강조하는 것은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경우 우리의 삶이 ‘유종의 미(有終之美)’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퇴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죽지 않는 사람도 없다.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의 저자 스테판 폴란이 주장한 바와 같이 영원히 살 것처럼 돈에 연연하지만 말고 나와 내 가족은 물론 한 걸음 더 나가 사회와 국가의 삶의 수준과 의미를 향상시키는 일에 돈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아닌 말로 일본사람들처럼 돈을 움켜쥐고만 있으면 나와 내 가족을 넘어 그 사회와 경제도 병들고 불행해질 뿐이다. 투자도 하고 그러면서 손해도 보고 이익도 보고 쓸 건 쓰고 물려줄 건 물려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돈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진정한 삶의 재미와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다시 한 번 ‘공자도 부러워할 5자’를 외치고 싶다. 5자가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니~. “놀자, 쓰자, 주자(베풀자), 웃자, 걷자.”
글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국가 경제의 9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차례차례 세계 각국과 FTA를 진행하면서 산업 풀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FTA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FTA산업협회는 그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에서 유일한 FTA 전문 민간 단체다. 이창우(李昌雨·62) 한국FTA산업협회 회장은 삼성종합상사를 거쳐 전자상거래, 전자무역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전자무역협회장 및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한 현장 전문가 출신의 FTA 전도사. 그가 조찬회에 나가 끊임없이 공부하는 이유를 들어본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기자 teinny@etoday.co.kr
“안타까운 점이 참 많습니다.”
이창우 한국FTA산업협회 회장에게 FTA의 현재 상황에 대하여 물었을 때, 나온 말이었다. 이는 FTA 추진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목소리였다. 이 회장은 20여 년 전 종합상사맨으로 있었던 시절 미국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추진에 자극을 받고 전문가가 없는 국내에서 사실상 홀로 FTA에 대해 독학한 실무형 전문가다. 사실 FTA는 국민적 관심사라기에는 너무 전문적인 인상을 주지만, 동시에 의사결정권의 세계에서는 정치 게임으로 다뤄지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답답할 만도 할 것이다.
국제경쟁력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이 회장은 우리 사회의 국제경쟁력이 어떤지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FTA에 대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진정성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FTA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고, 정치적 수준에서 말을 합니다. FTA를 언급하려면 경쟁 국가들과, 국제적 흐름을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국내용으로만 언급하고, 대부분 FTA 정책도 국내용으로 추진됩니다.”
또한 그는 실무 경험자로서 교역 현장의 팩트 반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FTA 협정문을 제대로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한·미 FTA 24개 항목 중 2개만 반영되는 수준이며 한·중 FTA 22개 항목 중 2개 수준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변호사가 법전을, 스님이 불경을, 목사님과 신부님이 성경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장은 양자, 다자, 복합, 복수국가 FTA 등 FTA 자체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미국과는 3개, 싱가포르와는 5개, 베트남과 5개, 중국과 총 6개의 FTA 체결이 예상되는 등 복합 FTA가 급속히 중가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 국가들은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들과도 계속 FTA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의 FTA 정책, 교육, 컨설팅 등은 미국, 중국이 우리나라하고 딱 하나의 FTA만 체결한다는 가정 하에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입니까?”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가족’
FTA의 현실에 대한 이 회장의 단호한 견해는 그가 가진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회장도 자신이 만약 FTA 전문가가 되지 않았다면 교육전문가가 되었으리라고 말한다.
“아들들이 저보고 학원 선생님 했으면 명강사로 돈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남들이 안 하는 FTA 전문가가 되어 죽창에 찔릴 뻔하고, 멱살 잡히고,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등 고생만 하고 돈은 못 버는 가장을 원망하는 소리겠지요.”
일만 하며 살아온 이 회장이 가족에게 느끼는 빚은 컸다. 현재의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가족이 된 이유는 너무나 바빴던 그의 삶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저는 대기업, 종합상사맨으로서 정말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았어요. 그 사이에 가족의 희생이 너무 컸습니다. 지금도 가슴 아프게 하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젊었을 때 제가 하도 가족을 돌보지 못하니까, 어느 날 아내가 작정한 것처럼 아이들 좀 한번 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아이들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정말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과의 대화는 아이들이 군대를 갔다 와서야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둘째가 중학교를 다닐 때 아빠하고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아빠는 신경도 안 썼다고 말하더군요. 밤늦게 들어와서 새벽에 나가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었으니까요.”
FTA로 제2, 제3인생을 빚다
가족을 포기한 대신 일에 매달려 살던 이 회장의 삶은 현재의 그에게 FTA 전문가라는 보상을 해주고 있었다. 그에게 인생 후반전, 제2의 인생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제가 올해로 6학년 2반인데요. 베이비부머, 실버, 시니어 등의 대표적인 나이지요. 저는 FTA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전 세계가 FTA를 둘러싼 극단적인 경쟁을 하고 있어서 고도로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FTA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원산지·통관 분야만 다루는 관세사 외에 종합적으로 FTA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는 10명도 채 안 됩니다.”
이 회장은 FTA가 일자리의 보고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은퇴한 무역전문가들을 200명 선발하여, 200시간의 FTA 교육을 통해 FTA 전문가로 양성했다. 200명 중 48명이 취업 및 창업을 했고, 100명 이상이 현재 FTA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일부는 해외까지 진출한 상태라고 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FTA에 대한 반감이 가장 높은 농업 분야에서도 40여 명의 FTA 전문가를 양성하여 활용 중에 있다고 한다.
“FTA 관련 정보를 다루는 분야는 대표적 블루오션으로서 앞으로 약 10만 명의 FTA 전문가가 필요한데 이들을 양성하는 데 진력하다 보면 저도 70대가 되지 않을까요? 70세가 넘으면 쉴 생각입니다.”
내 삶을 완성하는 데 쉼 없는 배움
지식포럼을 자주 나가는 이유는 지혜를 배우려는 것. 선배들에게서 머릿속에 있는 지식의 암묵지(暗默知)를, 머릿속에 지식을 글이나 그림으로 정리한 형식지를, 몸으로 체득한 지식의 경험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찬 포럼을 찾아다니는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우선 저는 요즘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쉬움도, 원망도, 욕심도, 미움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집니다. 살아 있는 것만도 축복이니까요. 그리고 시대에 적응하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빠 때문에 걱정이라고 종종 말합니다. 그러면서 3가지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젊은 사람들이 아빠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야단치지 말기, 전철에서 젊은 남녀들이 껴안고 뽀뽀를 해도 나무라지 말기, 길 가다 어린 아이들이 예뻐도 쳐다보거나 머리를 쓰다듬지 말기가 그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기준과는 너무도 먼 화성과 금성 같은 이야기이지만 적응해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걱정하는 시대예요. 그러니 제가 노력해야지요.”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주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저는 주위의 도움과 은혜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위치에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크게는 국가·사회, 작게는 가족·친구·이웃 등 모두 감사하지요. 그리고 나이 든 사람에게는 보물이 4개가 있다고 하는데 이를 소중히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바로 늙은 몸(건강), 조강지처(부인), 오래된 친구(친구), 노후 자금(돈)입니다. 특히 돈 없는 노후는 100세 시대의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異) 길에 답이 있다”
이 한마디에 협업(Collaboration)의 핵심이 담겨 있다. 다름과 만나 세상을 보라, 그리고 미래를 열라는 뜻이다. 두 개 이상 개체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협업은 비단 기술에 인문학을 입힌 애플의 성공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도성장기를 지나 상생과 동반성장이 화두가 된 한국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결이기도 하다. ‘협업은 축복이다’라며 협업 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윤은기(尹殷基)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을 지난 1월 7일 만나봤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기자 teinny@etoday.co.kr
윤 회장은 협업을 대학병원에서의 협진을 예로 설명했다. 서로 다른 전공의들이 만나야 협진이 이뤄지는 것처럼, 앞으로는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융·복합돼야 협업의 가치가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그는 다름이 아니면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지내서 동지, 동포, 동료, 동창생 등 같은 것에는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끼지만 이교도, 이문화, 이단, 이민족 등 다른 것은 가차없이 배척했다. 이에 중앙공무원 교육원 원장을 역임한 윤 회장은 한국사회의 운명을 바꿀 만한 의제에 대해 고민하던 중 ‘협업’에 주목했고 지난해 1월 협회장에 취임해 사람들을 만나 협업에 대해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전국을 돌며 1달에 보통 10번에서 많게는 20번가량 강의했고 그러다보니 처음엔 협업이란 단어를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포털사이트에 협업 관련 콘텐츠들이 꽤 많아졌고 ‘협업’검색에도 그의 이름이 상당히 등장하게 됐다.
그와의 일문 일답이다.
지난해 매우 바쁘게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2015년은 어떻게 설계하고 있나
지난해 1월 협회장에 취임하고 한해 동안 협업문화의 원년으로 삼고 강의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2015년은 협업문화 확산의 해로 정해서 더 활발히 활동할 생각이다. 1월 말에는 직접 쓴 협업관련 도서도 나올 예정이다. 번역서는 있지만 한국인이 협업에 대해 쓴 첫 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셈이다.
협업 전도사로서, 협업을 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세를 꼽는다면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서로 협력을 해야 협업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한다. 지금까지는 ‘동’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이’의 시대라고 본다. 그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이다. 문화 자체가 달라지는 이 시대에서는 ‘포’자 붙은 두 가지가 있으면 지혜롭게 살 수 있다. 포옹력(抱擁力)과 포용력(包容力).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더 끌어안아주는 포옹력, 서로 다른 사람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데는 포용력이 필요하겠다. 혹시 엉뚱한 데 가서 포옹하는 건 성희롱이니 조심하고.(웃음)
올해 64세로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시고 있다. 100세 시대, 행복한 노후를 위해 무엇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첫째는 건강, 둘째는 적절한 경제력, 셋째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나 놀이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를 추가하자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친구, 선배, 후배 상관없이 격의 없이 속마음을 나누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삶의 동반자는 있어야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이유는
매력적인 시니어가 없는 사회는 선진 사회가 아니다. 닮고 싶은 시니어가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일거다. 60이 넘어서부터 진짜 인품이 나타나는 것이고 진면목이 보여지는 시기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멋지게 나이 먹어서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우 유쾌하시다. 즐겁게 나이 먹는 비결이 있나
보통 청소년기 꿈을 이루는 사람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말을 하지 않나, 나는 그때 꿈이 소설가였다. 심리학과도 그래서 갔고, 비록 현재 소설가의 길을 가고 있진 않지만 단 한 번도 그 길을 포기한 적이 없다. 나는 지금도 70세 전까지는 전업작가로 데뷔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어서 늘 소설가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또 한국문단의 대표적 작가인 ‘객주’의 김주영 선생도 꾸준히 만나 뵈면서 꿈을 가꿔나가는 중이다. 물론 연애소설은 이미 틀렸겠지만(웃음), 아마 자전적 소설을 쓰게 되겠지. 워낙 다양한 분야에 몸담아왔던지라 쓸 게 많지만 그냥 사실을 쓰는 게 아니라 소설로 다듬을 생각이다. 소설을 쓰겠다는 꿈, 그것만으로도 나는 즐겁다.
보물 1호가 있나
내가 가장 많이 가진 물건은 책이다. 하지만 가보 1호는 따로 있다. 내가 5개월 훈련받고 만 4년간 공군장교로 근무했는데, 그때 입었던 정복 한 벌은 지금도 깨끗하게 손질해 보관하고 있다. 이사 다닐 때마다 소중히 챙겨가지고 다니니 아내도 의아해한 적이 있는데, 나는 공군장교 시절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서, 그때 입었던 이 군복이 내 정신적 가치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마침 지난해에는 내가 근무했던 부대를 찾아가는 국방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정복을 입어봤는데 다행히 20대 때 입던 게 잘 맞아서 입은 채 출연할 수 있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아, 언젠가 KBS에서 방송작가가 연락이 와서 가보를 묻길래, 이 정복 얘기를 했더니 진품명품이라며 당혹스러워하더라, 그런데 이 정복이 나에게는 몇 천만원짜리 도자기보다 더 소중하다.
그러고보니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서울 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국가브랜드위원회 글로벌시민분과 위원장, 명강사 등 워낙 다양한 길을 걸었다.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학계, 재계, 관계, 문화예술계 그러니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봤다. 안 해본 건 정치인데, 지금도 정치는 안 하기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안 해봐도 좋은 게 있는데, 나에겐 그게 정치다.
늘 청춘처럼 왕성하게, 나이를 잊고 도전하시며 살아오신 것 같다
진짜 간단하게도, 아내의 말이 부드럽게 들릴 때, 내가 진짜 어른이 됐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강의하고 책도 쓰고 심리학도 공부했고 그러다보니 젊었을 땐 이론적으로 따지면서 의견 충돌이 있었다. 서로 누구 말이 맞느냐 논쟁을 많이 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아내 말이 들릴 때가 있더라. 내 말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그 말을 하는 심정을 헤아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영역에서는 OX나 사지선다형이나 과학적 정답 같은 걸 뛰어넘는데 그 말들이 들릴 때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젊을 때는 모르던 세계가 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책이 있다면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나는 그 책을 읽고 다니던 종합무역상사를 그만두고 여행 다니다가 정보전략연구소(?)를 차렸으니까. 남들은 그냥 재밌다하고 말았는데 나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아내가 1주일간 여행을 간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중년 남성들의 로망인데
내 서재에 책이 한 천 권 이상쯤 있는 것 같다. 종종 정리해서 줄이는데도 그 정도. 평소에는 그중에서 경영, 심리학 관련 책들을 주로 본다. 만약 아내가 여행을 간다면 소설책을 꺼내 쭉 읽게 되지 않을까. 아무래도 소설책은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하니까.
자녀들에게는 어떤 아버지인지 궁금하다
나는 아주 담백한 아버지다. 엄하지도 않고 잔소리도 하지 않고 살갑지도 않은, 그냥 수채화나 담담한 가을날 같은 아버지다. 내가 밖에서 너무 교육적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심리학, 경영학하고 대학 총장에 방송에 강의도 많이 했으니까. 근데 집에서도 그러기 시작하면 이건 부자관계가 아니라 사제관계가 돼버리는 거다. 그래서 집에서는 절대 스승노릇은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내는 좀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나는 가장 평범한 부자관계, 부녀관계를 맺고 싶다. 그리고 유수의 심리학자들도 실수하는 게 있는데, 심리학에서 배운 걸 그대로 자식에게 적용하는 것, 대개 망친다. 우리나라 성공한 사람들도 가정에서는 비슷한 실수로 관계를 망친다. 그냥 아들, 딸이 보고 알아서 느끼면 좋겠다. 나는 철저하게 스승 사절, 존경받는 아빠도 사절이다. 그냥 인간적으로 멋있게 살다 간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
살다보면 무수한 선택들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선택은
일단 심리학과에 진학한 것, 심리학을 원해서 지원했고 여전히 좋다. 또 공군장교 된 것과 현재 아내와 결혼한 것. 내 아내는 멋있는 사람이다. 부드럽고 여성적이면서도 매우 정의롭고 바른 길을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이건 당신이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부드럽게 나를 설득해준다.
다양한 길을 걸어오셨다. 마지막으로 성공의 기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세상은 넓다. 한 우물만 파지 마라. 많이 싸돌아다녀라. 우리 세대는 한 우물만 파면 먹고 산다고 여겼고 실제로 그랬지만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 많이 싸돌아다니고 시야를 넓혀라. 60세 넘어서 제일 안타까운 모습이 맨날 노인정만, 청계산만 왔다 갔다하는 사람들이다. 조금만 더 가면 춘천도 남해도 동남아도 있다. 나이 들어서 가장 멋있는 건 많이 싸돌아다니는 거다. 아내에게도 그런 거 제한하지 않는 편이라, 다음주에는 친구랑 베트남에 간다고 하더라. 가라고 적극 지원해줬다. 인간의 본성은 자유와 평등이다. 비록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평등은 제약이 있겠지만 자유는 최대한으로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다.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에서 진료를 받으러 우리나라를 찾는 의료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관광의 인기가 날로 커지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방문객이 오는 2018에는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2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최근 중국 관광객(요우커)을 두고 한국과 경쟁하는 베트남ㆍ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등의 악재를 겪으며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2위 금융그룹인 CIMB증권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17.2% 증가해 전체 중국인 국외여행객 연평균 증가율 11.7%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중국인 한국 여행객은 올해 530만명에서 2018에는 96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할 전망이다.
옥태종 CIMB 연구원은 “한류의 인기와 홍콩ㆍ말레이시아ㆍ태국 등 중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는 지역의 대중 관계 악화ㆍ정국 혼란 등의 악재가 더해지면서 한국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요즘처럼 어려워진 사업 환경에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넉넉한 인심을 쏟아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금융그룹은 꾸준히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 이익에 대한 나눔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일상적 활동이 돼야 한다는 기업 모토가 투영된 결과다. 임영록 회장이 강조하는 ‘시우(時雨)금융’의 정신이다.
임 회장의 뜻에 맞춰 KB금융 임직원들은 △재해 발생 시 신속한 지원을 돕는 ‘신속드림봉사단’ △재능을 기부하는 ‘재능드림봉사단’ △핵심 테마별 1200여개 봉사단을 아우르는 ‘KB스타 드림봉사단’에 모두 가입돼 있다.
2만5000여명의 직원은 1인 1봉사활동에 참여해 지난 한 해 동안 총 34만 시간의 지역밀착형 봉사활동을 펼쳤다. 올해도 KB금융 임직원 모두가 1인당 10시간 이상의 자원봉사를 목표로 ‘전 직원이 국민 속으로’라는 사회공헌 특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KB금융은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 테마를 청소년과 노인복지로 삼았다. 우선 청소년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경제·금융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전·현직 임직원, 대학생으로 구성된 700여명의 강사단을 발족했다. 이들은 32종의 표준교육 콘텐츠를 별도로 개발해 학습교재, 체험교재, 강사지도서로 활용한다. 연간 1000회 이상 전국 초·중·고와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까지 13만3000여명의 어린이가 혜택을 받았다. 그동안 교육 대상을 청소년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취약한 노년층과 제2의 인생 설계가 시급한 군 전역 장병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B금융은 밀착된 금융교육 제공을 위해 ‘KB스타 경제·금융 캠프’도 실시하고 있다. 방문·초청·온라인 등으로 축적된 경제·금융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신설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참가 학생들은 1박2일 동안 놀이(Fun), 협동심(Team-work), 경제이론(Econo) 등의 테마로 구성된 놀이, 뮤지컬, 게임에 참여해 딱딱한 경제·금융 이론을 재미있게 습득한다.
KB금융은 어르신들의 주거환경 개선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KB금융은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 어르신 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협력단체인 ‘함께하는 사랑밭’에 어르신 주거환경 개선사업 후원금 6억5000만원을 전달했다.
이 후원금은 전국 200여 거동 불편 어르신 가구의 주택 개·보수에 쓰일 예정이다. 어르신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오는 11월까지 화장실·좌식세면대 설치, 바닥 미끄럼 방지, 경사로·안전대 설치, 주방 개·보수 등 어르신들의 활동 제약 해소를 위한 맞춤형 공사로 진행된다.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도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지역사회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이웃사랑 성금 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겨울철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 등 소외지역의 에너지 빈곤층에 연탄 40만장을 전달하는 ‘사랑의 연탄 나눔’ 사업도 펼쳤다. 지난해 10월에는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의 이동 편의를 돕고, 복지 서비스 향상을 위해 장애인용 휠체어리프트차 5대, 승합차 22대, 승용차 24대 등을 전국 사회복지시설 51곳에 전달했다.
사회와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군(MIU: Man In Uniform) 자녀를 대상으로 한 특화된 장학금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소방, 해양경찰 가족 자녀 등으로 매년 그 대상을 넓혀 가고 있다.
안면기형 청소년에게도 KB금융의 도움은 희망이 됐다. KB금융이 안면기형으로 인해 사회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얼굴성형정보연구소에 이동 진료차량과 의료지원 후원금을 전달했다.
올 초 폭설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 지역을 찾아 제설작업을 비롯한 피해복구 지원 활동도 펼쳤다. 주말을 이용해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일대 폭설 피해지역을 찾아 고립지역 제설작업, 비닐하우스 제설작업 등의 피해 복구에 동참했으며 시름에 빠진 주민들을 위로했다.
다른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환경보호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임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들은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과 푸른숲 조성을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 일대에 1만1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 ‘KB 탄소중립의 숲’ 조성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에 상응하는 만큼의 나무를 심는 행사로 전 세계적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밖에도 KB금융은 △해외 빈곤아동 자전거 지원 사업 일환으로 캄보디아·베트남 자전거 전달 △독거어르신 여름용품 전달 및 보행 불편 어르신 보행보조기(실버카) 전달 △대한적십자사에 이재민 지원 긴급구호키트 전달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KB금융은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그룹 내 봉사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선순환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기업들은 점점 더 극명해지고 있는 사회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며 “KB금융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해 온 만큼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즐겨먹던 닭고기, 오리고기를 먹어도 될까?’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조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건당국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적극 설명하고 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AI는 H5N8형으로 인체에 감염 사례가 전무하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고병원성 AI는 H5N1, H5N9 등으로 앞서 외국에서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는 모두 이 유형이다. 이번에 발생한 H5N8형은 1983년 아일랜드에서 칠면조, 2010년 중국에서 오리를 중심으로 유행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발생한 AI는 과거보다 그 위험성이 훨씬 덜하다. 고병원성 조류독감은 2003년부터 2~3년 주기로 네 차례 발생했는데 모두 H5N1형이었다. H5N1형은 인체 감염이 발생했는데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중국·베트남·이집트 등에서 648명에게 발병, 38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에도 국내에서는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AI는 최근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유형과도 다르다. 최근 중국에서 지난해 2월 이후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사망자가 보고된 AI 유형은 H7N9형이다.
더욱이 AI 바이러스는 섭씨 75도에서 5분 이상, 80도에서는 1분만 가열해도 모두 죽을 정도로 열에 매우 약하다. 튀기거나(치킨), 삶는(백숙) 일반적인 조리과정에서 바이러스를 모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킨, 백숙 등 조류를 이용한 우리 음식 가운데 날고기로 먹는 형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음식으로 인한 인체 감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이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농장에 신속대응반을 급파했다. 하지만 이는 인체감염 우려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