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실 사용자 수가 16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인지도 1위의 모임 앱 ‘밴드’.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새롭게 도입된 ‘밴드 4.0’의 기능들에 대해 살펴봤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도움말 SNS 소통연구소 이종구 소장
사용 Tip 함께 설치하면 좋은 앱 ‘후스콜’
스팸과 보이스피싱을 차단하는 전화번호 식별 앱 ‘후스콜’을 함께 사용하면 같은 밴드 멤버의 연락처가 연동돼 편리하다. 밴드 멤버에게 전화가 걸려올 경우, 연락처에 저장돼 있지 않아도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과 전화번호를 보여준다.
전자금융사기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어 금융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보이스 피싱, 스미싱, 파밍에 이어 메신저 피싱, 메모리해킹, 시피어 피싱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이 차다. 그래도 은행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잘 알고 대처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기동 금융범죄 예방연구센터 소장과 최유재 인테크 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들을 만나 금융 사기 유형과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가장 쉽고 자주 발생하는 ‘보이스 피싱’
보이스 피싱은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기 수법이다. 전화로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속여 자금이체 등을 유도한다. 신종사례는 이렇다. 회사 근무 중이던 A(56)씨는 최근 한 통의 팩스를 받았다. 시중은행에서 보낸 대출광고 전단이었다. A씨는 마침 대출을 알아보던 차였고 콜센터로 문의전화를 걸었다. A씨는 대출금의 10%를 예치하면 싼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에 속아 300만원을 송금했다. 보이스피싱 사기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 등 제도권 기관은 절대로 대출 관련해 핸드폰이나 통장,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00%사기로 보면 된다는 의미. 해킹으로 개인정보를 충분히 획득한 사기범들은 납치협박극을 벌인다. 예컨대 신혼부부의 여행지와 항공기 비행 시간 등을 파악한 후 해당 여행지 공항에서 전화기가 꺼진 틈을 타 부부들의 부모들에게 이들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위조하는 ‘파밍’
파밍은 농장(Farming)과 피싱(Phising)의 합성어다. 이는 악성코드에 감염된 PC에서 은행이나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짜 홈페이지로 들어가게 한 뒤 비밀번호나 계좌번호, 보안카드 번호, 이체비밀번호 등을 물어보는 식이다. 실제 사이트 화면을 복사해서 띄워놓기 때문에 의심조차 하기 힘든 피해자는 보안카드 번호 35개를 모두 입력하라는 수상한 메시지가 떠도 고분고분 따르기 십상이다. 대부분 범인들의 인터넷 뱅킹 접속지가 해외이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고, 금융기관에서도 별다른 보상규정이 없어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인인증서를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보관하지 말고, USB메모리 같은 보관장치에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친한 척’으로 유혹하는 ‘메신저 피싱’
메신저 피싱은 카카오톡, 카카오 스토리, 페이스북 온라인이나 모바일 메신저의 ID를 도용하거나 해킹한 계정에 무작위로 접속해 행하는 사기 방식이다. 이들은 마치 피해자의 지인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급전을 요구’해 금전을 가로챈다. 따라서 갑자기 메신저 등을 통해 지인으로부터 ‘급전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받았다면 반드시 유선상으로 지인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지인이 인터넷 뱅킹에 오류가 났다고 하거나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니라며 재촉한다면 의심의 끈을 절대 놓아선 안 된다.
터치 한 번으로 돈 날리는 ‘스미싱’
스미싱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 방식 중 하나다. 이 방식은 무료쿠폰 청첩장 동창회 등의 문자메시지를 누르면 소액결제용 SMS 인증번호를 탈취해 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를 입히는 방식이다. 링크 하나만 눌렀을 뿐인데 휴대폰 통신요금 결제 계좌에서 돈이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이 방식은 국내 스마트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에서 발생하고 있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출처가 불명확한 문자메시지는 삭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배포하는 스미싱 방지용 앱 폰키퍼(phone keeper)를 설치해 활용하면 좋다.
실시간으로 돈 빼가는 ‘메모리 해킹’
메모리 해킹은 아예 개인정보 탈취와 송금을 ‘원스톱’으로 끝낸다. 피해자가 계좌이체를 할 때 해커가 원격으로 컴퓨터를 조작, 입금계좌와 이체 금액을 무단으로 변경한다. 실시간으로 돈을 빼가기 때문에 최근 금융사들이 전자금융사기 예방책으로 내놓은 OTP(일회성 비밀번호 생성기)도 소용없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해커가 원하는 대로 이체 금액을 바꿀 수 있어 피해 규모도 더 크다. 메모리 해킹수법에 속지 않으려면 일회성 비밀번호(OTP), 보안토큰(비밀정보장치 외부 복사방지) 등을 사용하고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에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인터넷 뱅킹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종료된 경우와 정상 거래 종료 후 보안승급 팝업창 등이 뜬 경우에는 즉시 금융기관 콜센터로 문의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요즘처럼 어려워진 사업 환경에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넉넉한 인심을 쏟아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금융그룹은 꾸준히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 이익에 대한 나눔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일상적 활동이 돼야 한다는 기업 모토가 투영된 결과다. 임영록 회장이 강조하는 ‘시우(時雨)금융’의 정신이다.
임 회장의 뜻에 맞춰 KB금융 임직원들은 △재해 발생 시 신속한 지원을 돕는 ‘신속드림봉사단’ △재능을 기부하는 ‘재능드림봉사단’ △핵심 테마별 1200여개 봉사단을 아우르는 ‘KB스타 드림봉사단’에 모두 가입돼 있다.
2만5000여명의 직원은 1인 1봉사활동에 참여해 지난 한 해 동안 총 34만 시간의 지역밀착형 봉사활동을 펼쳤다. 올해도 KB금융 임직원 모두가 1인당 10시간 이상의 자원봉사를 목표로 ‘전 직원이 국민 속으로’라는 사회공헌 특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KB금융은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 테마를 청소년과 노인복지로 삼았다. 우선 청소년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경제·금융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전·현직 임직원, 대학생으로 구성된 700여명의 강사단을 발족했다. 이들은 32종의 표준교육 콘텐츠를 별도로 개발해 학습교재, 체험교재, 강사지도서로 활용한다. 연간 1000회 이상 전국 초·중·고와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까지 13만3000여명의 어린이가 혜택을 받았다. 그동안 교육 대상을 청소년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취약한 노년층과 제2의 인생 설계가 시급한 군 전역 장병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B금융은 밀착된 금융교육 제공을 위해 ‘KB스타 경제·금융 캠프’도 실시하고 있다. 방문·초청·온라인 등으로 축적된 경제·금융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신설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참가 학생들은 1박2일 동안 놀이(Fun), 협동심(Team-work), 경제이론(Econo) 등의 테마로 구성된 놀이, 뮤지컬, 게임에 참여해 딱딱한 경제·금융 이론을 재미있게 습득한다.
KB금융은 어르신들의 주거환경 개선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KB금융은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 어르신 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협력단체인 ‘함께하는 사랑밭’에 어르신 주거환경 개선사업 후원금 6억5000만원을 전달했다.
이 후원금은 전국 200여 거동 불편 어르신 가구의 주택 개·보수에 쓰일 예정이다. 어르신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오는 11월까지 화장실·좌식세면대 설치, 바닥 미끄럼 방지, 경사로·안전대 설치, 주방 개·보수 등 어르신들의 활동 제약 해소를 위한 맞춤형 공사로 진행된다.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도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지역사회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이웃사랑 성금 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겨울철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 등 소외지역의 에너지 빈곤층에 연탄 40만장을 전달하는 ‘사랑의 연탄 나눔’ 사업도 펼쳤다. 지난해 10월에는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의 이동 편의를 돕고, 복지 서비스 향상을 위해 장애인용 휠체어리프트차 5대, 승합차 22대, 승용차 24대 등을 전국 사회복지시설 51곳에 전달했다.
사회와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군(MIU: Man In Uniform) 자녀를 대상으로 한 특화된 장학금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소방, 해양경찰 가족 자녀 등으로 매년 그 대상을 넓혀 가고 있다.
안면기형 청소년에게도 KB금융의 도움은 희망이 됐다. KB금융이 안면기형으로 인해 사회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얼굴성형정보연구소에 이동 진료차량과 의료지원 후원금을 전달했다.
올 초 폭설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 지역을 찾아 제설작업을 비롯한 피해복구 지원 활동도 펼쳤다. 주말을 이용해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일대 폭설 피해지역을 찾아 고립지역 제설작업, 비닐하우스 제설작업 등의 피해 복구에 동참했으며 시름에 빠진 주민들을 위로했다.
다른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환경보호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임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들은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과 푸른숲 조성을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 일대에 1만1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 ‘KB 탄소중립의 숲’ 조성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에 상응하는 만큼의 나무를 심는 행사로 전 세계적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밖에도 KB금융은 △해외 빈곤아동 자전거 지원 사업 일환으로 캄보디아·베트남 자전거 전달 △독거어르신 여름용품 전달 및 보행 불편 어르신 보행보조기(실버카) 전달 △대한적십자사에 이재민 지원 긴급구호키트 전달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KB금융은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그룹 내 봉사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선순환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기업들은 점점 더 극명해지고 있는 사회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며 “KB금융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해 온 만큼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출된 1억여건 카드사 고객 정보 가운데 8천여만건이 시중에 흘러나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금융사기 경계령이 떨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개인정보 불법 유통으로 보이스피싱, 대출 빙자 사기, 파밍 수법 등에 의한 피싱사이트 유도, 스미싱 등이 우려된다며 금융소비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사 또는 공공기관 직원임을 밝히더라도 정보유출 사고 등을 빙자해 금융거래정보 및 금전을 요구하면 절대로 응하면 안 된다.
보안 강화, 예금보호 등을 가장한 문자, 팝업창도 주의해야 한다.
보안 강화 등을 명목으로 특정사이트 접속 및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거나 인터넷 및 스마트폰 화면상 보안카드 정보 일체를 요구하는 경우 금융거래정보를 가로채기 위한 피싱사이트가 확실하다.
이에 따라 백신프로그램을 최신으로 업데이트하고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이나 애플리케이션은 다운로드하거나 설치하면 안 된다.
보안카드보다 안전성이 높은 보안 매체(OTP)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거래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보안 강화', '예금 보호', '사건 연루' 등 이번 개인정보유출 사고와 관련된 것처럼 속인 문자메시지에 주의해야 한다.
'무료(할인) 쿠폰', '모바일 청첩장', '돌잔치 초대', '금리 비교' 등 기존 스미싱 문자도 계속해서 조심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알 수 없는 소스-허용하지 않음' 등 설정으로 악성코드 감염을 미리 막아야 한다. 휴대전화 소액 결제 미이용 시 통신사 콜센터를 통해 차단해야 한다.
피싱 사기 및 대출 사기를 당한 경우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경찰청(☎112), 금감원(☎1332), 각 금융사 콜센터에 지급 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휴대전화 소액 결제 피해, 휴대전화 내 주요 자료 유출 등 스미싱 피해를 당한 경우에도 경찰청(사이버테러대응센터 ☎182)으로 즉시 신고해야 한다. 새로운 금융사기 수법을 발견하면 금감원(☎1332)에 제보하면 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동반자살해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어머니인 박 아무개 씨(60)와 큰딸 김 아무개 씨(35), 그리고 둘째딸(32)이 집안에 누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비극은 아버지 김 씨가 12년 전 암 투병을 하다 사망했다. 그가 남긴 것은 사업 실패로 인한 상당한 빚과 투병생활로 인해 밀린 병원비뿐이었다. 가정은 어머니 박 씨 홀로 책임졌다. 그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상황은 어려웠지만 그동안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8만 원인 집에 9년째 살면서 공과금도 꼬박꼬박 납부했다.
박 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어서 정부의 지원금도 받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빙판 길에 미끄러져 팔을 크게 다친 박 씨는 다니던 일도 그만둬야 했다. 그의 큰딸은 7년 전부터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둘째 딸은 생활비와 병원비를 신용카드로 막다가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악재가 겹치면서 세 모녀는 한 달가량 수입이 모두 끊기고 말았다. 생계가 막막해진 세 모녀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가 방치하고 놓치고 있던 사회적 약자, 바로 경제적 궁핍과 일자리를 잃은 박 씨는 상실감, 퍽퍽함에 계속해서 병들어갔고 구멍 뚫린 사회적 안전망의 허점으로 그들의 삶의 무게는 감당할수 없는 상태가 됐다.
아직도 수많은 노인들이 이들처럼 지독한 가난과 고독감에 싸우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허리가 휠 정도로 불편한 몸으로 남의 밭일을 하는 농촌 노인이나 지하철 택배로 생계를 유지하는 도시 노인 등 가난한 노년은 죽을 때까지 ‘밥벌이의 구차함’에서 놓여나지 못한다. 사설 요양병원에서 학대 받는 치매노인, 골방에서 혼자 숨을 거두는 고독사 등 비극적 현장도 소리 없이 늘고 있다.
노인복지관 근방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빈약하지만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기회가 있다. 복지관이 먼 곳에 있으면 밥 한 끼 해결하기 위하여 차를 타고 가야하는 사람은 차비가 없으면 굶는다. 지하철이 무료라 하지만 지하철역까지는 역시 버스를 타야 한다. 노인정이라는 곳도 돈 있는 사람들 사랑방 정도일 뿐이니 그곳 출입도 어렵다. 텃세가 심해서 주눅 들고 만다.
가난과 외로움에 병들어가다
학교 동문, 고향 친구, 직장 선후배, 군대 동기들이 있을 것인데 매일 같이 공원이나 놀이터에는 할일이 없는 노인들이 이웃들과 어울려 잡담이나 세상사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진정한 친구도 이웃도 아닌 그냥 말 상대다.
여지없이 꽃샘추위의 영하의 날씨를 보인 날의 보라매공원.
이날도 노인들은 또래 노인들을 만나기 위해 차가운 바닥에 자릴 잡고 앉았다.
돗자리와 이불까지 들고 나온 노인은 “집에 혼자 있으면 뭐혀. 추워도 이게 낫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로움과 고독의 내리막이 가파르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경제적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는 막막함, 조직에서 떨어져 나가 어떤 기여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은 이들의 일상을 한층 황폐하게 만든다. 게다가 노후의 삶을 어떻게 가꿔갈지에 대해 별다른 학습이나 고민도 없이 황혼을 맞이했고 부딪치는 상황마다 실패와 상실의 연속이다. 이런 어려움의 강도는 현역 시절 높은 직위에 있던 사람일수록 더하다. 어딜 가도 자신을 알아보고 향유하고 대접해주는 환경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스스로 일상을 챙기는 일에 너무도 미숙한 탓이다.
74세 아파도 씨는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내가 죽어야지,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부쩍 잠이 줄어들면서부터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혼잣말을 한다. 그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은 부인과 자식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서다. 그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 날이 많다”며 외로움을 호소한다.
아파도 씨는 자식들 눈치 보여 집에 있을 수 없고, 잘 차려입고 밖에 나왔으나 갈 곳은 마땅치 않고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아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 죽치고 앉아 있다.
“죽을 때만 기다리는 거지, 뭐. 옛날에야 나이 많다고 대접받았지.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밖에 더 돼?"하고 내뱉는 아파도 씨의 말에 마음 한쪽이 아릿해졌다. 자조와 푸념 섞인 말들이 그의 의지에서 비롯된 건 아닐듯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와 가정에서 마땅히 설 곳을 찾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하게 되면 주된 생활영역이 직장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로 옮겨진다. 기존의 인간관계가 직장 동료들과 같은 공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은퇴 후에는 가족 친구와 같은 사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인생후반기로 갈수록 활동 반경이 줄어드는 만큼 인간관계에서 가족은 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집에 들어앉게 되면 평소에 알던 사람들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고 차츰 만나는 회수가 줄어들어 결국은 외톨이로 마음의 자리가 상실해간다.
나도 모르게 노인이 돼 있다
은퇴나 퇴직을 한 50대 후반 부터는 어느 곳에서도 활동할 기회가 줄어든다. 그로 인하여 용돈도 궁하여, 친구 모임도 줄어들고 가정에서도 비생산적 소비자로 놀고먹는다는 미안함 때문에 대화도 뜸하고 소외되어 외로워진다.
혜화동 짚풀박물관 부근에서 만난 69세 이희수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하루가 멀다고 하고 사방팔방에서 ‘기초연금’이네 하며 ‘노인문제’를 다룬다. 그렇다 보니 아무런 죄도 없으면서 어느 사이 69세 ‘노인이 돼 있다’라는 사실은 마치 내가 이 사회에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몸둘 바를 모르게 만든다. 마음은 더 약해져 사소한 일에도 눈물을 흘리고 서러워진다. 이제는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자존감 상실과 압박감에 존재의 의미를 못 느낄 지경에 이른다.”
억울한 심정이라 분하고 서글픔이 한계에 이르지만 나이 탓으로 돌리고 억지로 참게 된다. 그러면 속병은 더 깊어진다.
“내 현실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식도 아내도 모른다. 하기야 한 번 뿐인 인생에 아직 노인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대기업 정년퇴직 후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김정일(62) 씨는 “말로는 어른을 공경하고 우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럴만한 환경이 아니다. 세상이 너무 급속히 변하고 경제가 어려우므로 젊은이들은 변화를 따라잡기에 바빠 노인을 돌볼 형편이 못되고, 노인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젊은이들을 의지 하다 보니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 소비만 하고 할 일 없이 놀기만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노인은 없어도 괜찮고 있으면 불편한 존재가 된 것”이라 단호하게 설파한다.
그렇다면 어르신들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고 개발하여 나름대로 생을 즐기며 가꿔야하는데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한 평생 일만 했고, 가족만을 위해 희생만 할 줄 알았지 자기 계발과 봉사나 취미 활동을 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할 줄도 모르고 용기도 없다.
이희수(69) 씨는 “매스컴을 통하여 노년에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용에 적극적인 분들이 소개되지만, 이는 대부분 50~60대로, 의식주 걱정이 없고 여유 있는 극히 소수인의 삶일 뿐. 대부분의 노인들은 지루하게 소외감과 불안 속에서 우울하게 산다. 노인 자살자 대부분 이 70대 이상인 것을 보면 이 연령대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70대 이상에 대하여 각별히 관심 가져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 및 은행에서 일하다 퇴직한 최명숙(65)씨는 “노인인구는 급격히 늘어난다는데 정부의 대책이라고는 기초노령연금이 고작이다. 이것도 이런저런 문제에 걸려 지체되고 있다. 지금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우리나라를 오늘에 이르도록 평생 수고했고, 어려운 중에도 자녀교육에 힘써 국가 발전에 기여할 일꾼들을 많이 키워낸 그야말로 ‘국가 유공자‘들이다. 그러다보니 노후 대책은 전혀 세우지 못한 슬픈(?)세대”라고 안타깝게 토로했다.
돈 많은 어르신만 대접받는 사회?
노인 복지가 국가적 화두가 됐지만, 노인들은 정작 대한민국에서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자조가 팽배하다.
‘돈 많은 어르신’ 이외에 모두 가볍게 취급받는 ‘경로(輕老) 사회’라는 비아냥을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가운데 ‘노인들의 4苦’ 즉 신체적 질병, 정신적 고독,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등에 시름이 더 깊어져가고 있다.
특히 노인 자살은 질환, 경제적 궁핍, 고독, 상실감, 가정불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진 않았지만, 노년의 시간을 행복하게 누리지 못하고 그저 잔명(殘命)으로 힘겹게 버티는 이들이 많다.
학대받고 버림받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복지시설에 가고 싶어도 자식들 때문에 자격이 안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배우자나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이 최근 3년간 26.5%이상 증가했다.
노인복지를 외치는 이 시점에도 노인들에 대한 학대와 경시 풍조 팽배는 음성적으로 때로는 양성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에 네티즌들의 공분을 일으킨 고교생의 막말 동영상과 대구 패륜남의 등장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봉사활동을 하라고 보냈더니 귀가 잘 안 들린다고 노인에게 욕설과 반말을 하고, 할머니가 파는 수박을 발로 차는 행동들들. 노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걸리적거리는 장애물마냥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인식이다.
이런 도리를 언급하기 이전에 노인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아버지, 배우자 등 가족의 한 일원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웃이기도 할 것이다. 비단 노인에 대한 폭행이 생면부지의 타인에게서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가정폭력의 일환으로서 가까운 사람이 가하는 노인폭행이 문제이다.
노인 학대와 폭행 뿐 아니라 노인 대상 사기는 날로 급증하고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진다. 홍보관 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대출 사기, 상조 사기, 효도관광 및 경로잔치 사기, 투자 사기, 공공기관 사칭 사기 등 끝 간 데 없는 노인 대상 사기 범죄들로 난무한 세상이 됐다.
노인을 섬기고 존경하는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가 사회의 고령화로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복과 전쟁, 그리고 근대화를 거치며 사회 발전을 이끌어온 노인 세대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장과 성과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더는 유능한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점차 존경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면서 65세 이상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황혼자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평소에 잘나가던 사람들일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져서 결국은 대인 기피증 환자들이 되어가는 것이다. 많은 노인들에게 물어보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외로움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전혀 이해가 될 수도 없는 이 외로움이 노인들에게는 죽음의 그림자처럼 조금씩 조금씩 찾아와서 잠식해 버린다.
젊은 노인이 고령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 시대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노년의 적막을 온 힘을 다해 견디는 모양새다. 그 분들의 노년이 역경의 세월을 헤쳐 온 만큼 존중받고 있는지, 앞 세대의 그것보다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노년에 과연 ‘살맛’을 누리게 될지, 그러기 위해 100세 시대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궁리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