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고는 들었는데...”, “간편 결제? 모르는 새 돈 빠져나가는 거 아닌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6070 어르신들은 은행 업무를 볼 때 오프라인 영업점이 훨씬 편리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 거래 환경이 비대면으로 변하면서 은행들이 영업점을 축소하고 있다. 이에 어르신들이 은행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한숨 푹푹... 불편함 호소하는 노인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이 올해 1월부터 5개월 동안 92개 영업점(출장소 포함) 축소하거나 축소할 예정이다. 폐쇄 속도가 가장 가파른 곳은 KB국민은행으로 지난해 말보다 30개(3.1%)나 줄었다. 이어 우리은행 22개(2.7%), 하나은행 17개(2.6%), 신한은행 16개(1.9%), NH농협은행 9개(0.6%) 순으로 점포 감축 폭이 컸다.
특히 은행권이 영업점 업무의 대부분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같은 비대면 채널로 처리할 수 있게 정책을 바꾸면서 주요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과 축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은행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점포 폐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며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 실제로 60대 이상은 간편 결제 같은 비대면 금융에 대한 이용률이 2030 세대보다 현저히 낮다.
2020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간편 송금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에서 60대 7.2%, 70세 이상 1.1%였다. 반면 20대는 53.5%, 30대가 42.8%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 쉽게, 더 가깝게... 조금씩 변하는 은행
이 같은 지적에 은행들은 점포 축소에 대한 보완책으로 6070 세대가 디지털 서비스에 적응할 때까지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접근성을 높여 주는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능형 자동화기기(STM)을 도입해 무인 점포나 디지털 창구 특화 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STM은 기존 금융 자동화기기(ATM)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기기로 어르신들에게 화상 상담을 통해 사용법을 알려준다. 이로써 입·출금,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보안카드·OTP 발급, 통장 재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간단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STM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디지털 데스크'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데스크는 '상담 신청' 버튼만 누르면 전담 직원에게 바로 연결된다. 또한 어르신들이 기계에 휴대폰을 올려놓으면 직원이 휴대폰 화면을 함께 보고 형광펜 기능으로 클릭할 곳을 체크하며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더불어 디지털 데스크는 청약, 투자 상담도 진행하며 상담 내용을 실시간으로 출력해 자료도 가져갈 수 있다.
GS25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점포 구축도 논의 중이다. 금융 업무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을 시작으로 점포 내에 고객과 은행원이 비대면으로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추가로 어르신을 위한 별도 애플리케이션 ‘S뱅크 미니’도 선보였다.
최근 우리은행도 신한은행처럼 전문 직원과 화상 상담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또한 폐쇄점 직원의 일부를 통합점으로 재배치해 폐쇄점 고객에 대한 관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소비자보호 유관 부서와 영업점이 연계해 지역 노인정이나 주민센터를 방문, 인터넷뱅킹 이용 방법이나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공통으로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우리은행은 어르신 전용 상담 전화를 운영 중이다. 전담 상담사와 더 친근하게, 느린 말과 쉬운 용어를 사용해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끔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생존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취약 계층인 어르신들을 위해 적정 수의 점포가 유지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디지털 창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고객 응대에 힘쓰는 등 ‘어르신 모시기’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휴대폰 문자, SNS 등으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대출 상담, 연말정산 환급금, 설 택배 배송 시간 확인 등을 빙자해 출처 불명의 인터넷주소(URL) 접속이나 악성 앱의 설치를 유도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여 통화할 수 없는 상황(폰 고장 등)을 가장해 다른 사람 전화번호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었다.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경찰청은 보이스 피싱 및 스미싱을 예방하기 위해서 협업한다고 밝혔다. 이통3사의 협조를 얻어, 관련 사례와 함께 클릭 금지 및 즉시 신고, 해당 가족과 지인에게 먼저 확인하는 등의 행동요령을 담은 문자를 전 국민 대상으로 발송한다.
또한 돈이 필요한 실직자나 학생,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휴대폰이나 유심 개통 및 구매를 유도하여 소액결제 사기나 보이스 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월부터 포스터, 요금고지서 등을 통해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린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운영 중인 명의도용 확인사이트(www.msafer.or.kr)에 방문하면 누구나 간편하게 본인의 명의도용 여부를 확인하거나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아울러 금년부터 AI 기술을 응용해 보이스 피싱을 사전 예측하거나 가짜음성(녹음‧합성) 등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정부는 “보이스 피싱과 스미싱 등이 조기에 근절될 수 있도록, 통신에서부터 이용자 인식 제고, 제도개선, 기술적 대응을 병행해 비대면 신뢰 사회가 정착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보이스 피싱‧스미싱 사기 예방 tip
ㅇ 문자‧SNS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나 대출 상담, 연말정산‧설 택배 배송 확인 등을 빙자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인터넷주소(URL)나 악성 앱 접속을 유도할 경우, 절대 클릭하지 말고 한국인터넷진흥원(☎118)에 즉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ㅇ 가족‧지인인지 의심스러울 경우는 유선전화나 다른 사람의 전화로 꼭 해당 가족‧지인에게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ㅇ 정부 기관, 검찰, 금감원, 은행직원 등을 사칭하여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전화를 끊으시고, 경찰(☎112) 또는 금감원(☎1332)에 바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시니어 고객 확보를 위한 서비스 강화에 나서 관심이 집중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은 최근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고령층의 눈높이에 맞춘 비대면 방식의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오팔 세대’의 등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958년 전후에 출생해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전쟁과 혹독한 불경기가 지난 뒤 태어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을 이룬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은행의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또한 은행들은 고령층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금융 교육과 편의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오팔 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시니어 세대를 아우르는 고객 확보 전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어르신에게 원활한 금융 상담과 거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등 유형별 맞춤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다란 글자와 쉬운말 음성으로
은행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문은 ‘비대면 서비스’ 강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방식의 금융 상담과 거래가 요구되는 가운데, 방문 거래가 대부분이었던 시니어 고객을 잡기 위해 은행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 스마트 기기 등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을 위한 맞춤 혜택은 이제 은행이 제공하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먼저 인터넷뱅킹 이용 시 ‘큰 글씨 뱅킹’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저시력자 고객을 위한 큰 글씨 조회와 이체 서비스를 준비했다. 비대면 채널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을 때 스마트폰 화면에 ARS 메뉴가 자동으로 표시되는 음성·화면 동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폰뱅킹 자동응답시스템(ARS)도 어르신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서 느린 속도로 안내한다.
하나은행도 어르신 고객을 위해 큰 글씨와 음성전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또한 저시력자 고객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때 화면확대 기능버튼을 누르고 큰 글씨 화면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했고, 폰뱅킹 이용 시에도 일반코드표를 1.5배 크기로 제작해 가독성을 높였다. 상품 홍보물의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해 어르신들이 금융상품 전반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안내하는 서비스도 준비했다.
우리은행 역시 인터넷뱅킹 이용 시 모든 메뉴화면의 글자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뱅킹 시에는 큰 글씨로 된 메인 서비스를 적용했다. 또한 폰뱅킹 이용 시 안내멘트 후 버튼 입력까지 충분한 시간(10초)을 주고, 이용빈도가 높은 항목의 주요 메뉴와 업무를 화면을 보면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교육부터 전담 직원까지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거래가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안내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 모바일 사용설명서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튜브 채널에 송출 중이다. 이 동영상에서는 다양하고 편리한 모바일뱅킹 금융서비스 활용법을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춰 안내한다.
우리은행도 모바일 보안프로그램 설치방법, 보안사고 사례 교육과 파밍, 스미싱 등 신종 금융사기 예방 교육 등 어르신을 위한 안전한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준다. NH농협은행은 농촌·독거 70세 이상 노년층에 고객행복센터 상담사가 매주 2~3회 전화로 안부 인사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법을 소개한다.
시니어 고객이 부득이하게 은행을 찾아가야 하는 경우 상담과 방문 예약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어르신 전용 상담전화를 운영한다. 전용번호로 65세 이상 고객이 발신 시 ARS 메뉴선택 없이 바로 상담직원과 연결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은퇴상담 예약 전용 콜센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방문이 편한 시간대와 영업점을 선택해 은퇴상담을 예약하는 전용 콜센터다.
영업점에는 시니어 고객의 빠른 금융 상담과 거래를 위해 전담 직원을 뒀다. 하나은행은 행복동행 금융 창구 담당자를 배치했다. 전 영업점에서 각 1명을 임명해 어르신에 대한 우선 금융 상담과 서비스를 지원한다. 우리은행도 영업점에 고령자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담당 직원을 지정해 운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시니어에 대한 권익보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어르신 고객을 위한 친화적인 금융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이슈인 만큼, 은행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니어 서비스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지난 4일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68세 A 씨가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뇌경색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A 씨의 상태를 볼 때 범죄행위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 지난해 11월 83세 B 씨는 운전 중 신호 대기 중인 택시와 추돌하는 사고를 낸 B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고로 승객 등 3명이 다쳤지만, 법원은 B 씨가 고령이고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고령화와 함께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고민도 늘고 있다. 특히 치매와 같이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전체 교통관련 범죄가 줄어든 반면, 고령범죄자는 늘어난 게 특징이다.
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동향리포트에 따르면 고령 범죄자(65세 이상) 수가 지난해 14만여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중 △교통범죄가 4만759명으로 가장 많았고 △재산범죄 3만8557명 △폭력범죄 2만1163명 △강력범죄 2356명의 순이었다.
◇“원인에 따라 치료 가능하다”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매는 노화나 질병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점차 상실되고 행동에 이상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과 같은 퇴행성 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가 있다. 이외에도 알코올과 같은 중독성 질환과 각종 감염성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초기에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치매를 진단하는 검사로는 혈액 및 소변 등 내과검사와 인지기능을 알아보는 신경심리검사, 뇌MRI와 같은 영상검사가 있다. 최근에는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선별검사(MMSE-DS)를 받아볼 수도 있다.
김동희 서울척병원 뇌신경센터 과장은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원인에 따라 회복이 가능하다”며 “감염이나 내과질환, 종양이나 수두증을 원인으로 하는 가역적 치매의 경우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퇴행성 치매의 경우 인지기능과 행동증상 개선을 목표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
고령자가 일으킨 범죄나 사고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발생할 수 있다. 기억력 및 인지 기능이 연령이나 교육 수준에 비해 유의하게 저하됐는데도 일상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주의를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동희 과장은 “경도인지장애의 증상으로 기억장애나 언어능력 저하, 성격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여겨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매년 10~15%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전환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고령의 가족이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있는 식사, 적극적인 사회활동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술, 담배, 스트레스 등 무절제한 생활을 줄이고 평소에 건강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튜브 방송이 있다. 바로 수어를 통해 금융 지식을 알려주는 ‘윤쌤의 쉬운 금융 수어’이다. 신한은행에서 27년 동안 일하고 퇴직한 윤현숙 씨가 제2의 인생을 열며 운영을 시작. 과연 이 독특한 콘텐츠는 어떤 연유로 출발하게 된 걸까? 이런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 목소리에서부터 훈훈한 온기가 전해지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현숙 씨는 1972년생으로 1991년 3월에 조흥은행에 입사했다. 그 후 조흥은행은 신한은행과 통합해 상호를 신한은행으로 변경했고, 그녀는 27년 동안 신한은행 지점 VIP실에서 일하며 차장직까지 올랐다. 그리고 2018년에 희망퇴직을 했다.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썩 건강하지는 않았어요. 특히 두통이 심했죠. 그게 심해지더니 아무 증상 없이 갑자기 정신을 훅 잃어버리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엎드려 있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 일하는 날이 많았죠. ‘오늘은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었는데, 다행히 회사에서 명퇴 기회를 주셔서 선택하게 됐죠.”
VIP실이라고 하면 흔히 편한 업무를 하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그녀는 나름의 지독한 전쟁을 치렀던 셈이다.
“사직서는 컴퓨터로 작성해서 제출하면 됐어요. 다 쓰고 나니 ‘누르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내용의 팝업이 뜨더라고요. 바로 제출을 눌렀죠.(웃음)”
그녀는 퇴직하자마자 바로 수어 학원에 등록했다. 수어(手語)를 배워 청각·언어장애인들을 돕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2014년에 일했던 지점에는 장애인 고객이 많이 왔어요. 그들을 보다 보니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보고, 자신의 업무를 다 처리하지 못하고 가는 안타까운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죠. 그때마다 내가 수어를 할 줄 알면 해결해줄 수 있을 텐데 싶었죠.”
수어는 당연히 인사부터 배웠다. 처음이라 실수도 많고 아직 서투르다. 하지만 태어나서 경험하는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수어를 배우는 그녀가 유튜브와 만나게 된 것은 노사발전재단 금융센터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을 수강하면서부터였다.
“수어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싶었죠. 그러다가 나에겐 금융 지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유튜브에 많은 금융 정보가 있지만 수어로 알려주는 동영상은 없었어요. 내가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죠.”
은행에서 27년 동안 VIP 고객을 상대한 만큼 그녀의 금융 지식은 프로페셔널하다. 은퇴설계전문가, AFPK, 부동산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변액보험·손해보험·제3보험·생명보험 대리점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보이스 피싱이나 금융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은 금융 정보를 잘 알 수가 없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어서 금융 정보를 얻기 힘들고, 은행에서도 적극적으로 케어할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실 일을 그만둔 다음에는 다시는 금융 일을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가진 지식이 도움이 된다면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금융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얻어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사기를 안 당하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손끝으로 나눌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2인생을 발견한 윤현숙 씨. 그녀는 알기 쉬운 금융 수어가 세상을 이롭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잘해서 하게 되는 일은 없다”는 말에 용기 얻어
자신의 지식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마음으로 1인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윤현숙 씨에게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죠. 그리고 퇴직한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여행 얘기만 하는데, 여행은 남편이 퇴직하면 같이 가기로 했어요. 그동안은 봉사할 수 있는 수어 실력을 탄탄하게 쌓을 생각이에요.”
단순한 제스처 혹은 손짓이라는 의미가 강한 수화(手話)보다 언어적 역할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는 수어는 2016년 수화언어법이 통과되며 언어로 인정됐다. 이후 방송뿐만 아니라 관공서의 연수, 세미나 등은 물론 동네 주민센터에서 회의를 할 때도 수어 통역사 배치가 필요해졌다. 윤현숙 씨는 수어 통역을 할 때 단순히 기계적으로 언어만 번역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의 문화는 독특해요. 그분들에게 좀 더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에 해박해야 해요. 이 모든 걸 꿰뚫고 있어야 그분들을 잘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녀는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말 많이 고민해보라”고 조언했다. 수어 통역사가 애초의 바람이었다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어찌 보면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녀는 유튜브 동영상 제작 방법을 가르쳐준 선생님이 “잘해서 하는 것은 없다, 계속 깨지면서 하는 거다”라고 한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툴러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금융을 비롯해 재무설계 상담도 하고 싶어요. 자산가들의 금융이 아니라 파산 직전에 처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드리면서 그분들의 마음까지 보듬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고령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형성된 실버산업 시장의 초창기에는 의료기술이나 생필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패션이나 IT기술 같은, 중장년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의 기업들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 선배’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시니어도 스마트 바람
스마트폰이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고령자들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2월 5일 주식회사 메디플러스연구소가 발표한, 일본 국민 14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를 봐도 이러한 변화를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건강관리용 앱(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60대 이상 응답 남성의 15.5%, 여성 16.1%가 사용 중이라고 답했고, 50대의 경우 남성은 12.7%, 여성은 11.9%에 달했다. 이는 30~40대 응답자에 비해 높은 수치다.
지난해 10월 소니생명보험주식회사가 진행한 ‘시니어의 생활 의식 조사’에서는 50세 이상 응답자의 33.1%가 다시 무언가 배우고 싶다고 답했고, 관심 분야로 어학, 역사, ‘인터넷과 컴퓨터’가 순위에 올랐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질문에선 메시지와 통화, 웹서핑 순서로 답변이 나왔다.
패션업계 ‘고령자’ 모셔라
편광렌즈로 유명한 일본 선글라스 브랜드 ‘탈렉스’는 지난해 말 자사 설립 80주년을 기념해 노인을 위한 선글라스 한정판 제품군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출시 과정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고령자들의 선글라스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대부분 2~3개 정도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애용하거나 늘 착용하고 다니는 제품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노인들의 선글라스 착용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의지를 내비친 탈렉스는 “선글라스는 고령자의 눈 건강을 지키는 ‘빛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면서 “고령자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추세인 만큼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눈 보호를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한 노후 위한 서비스 늘어
고령자들의 웹 접촉이 번번해지면서 시니어를 위한 사이버보안 교육용 교재도 등장했다. 세계적인 보안회사 ‘카스퍼스키랩’의 일본 지사는 시즈오카(静岡)대학교와 함께 50세 이상 노인 중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보안교육 자료 ‘인터넷에서 수상한 것을 확인해보자’를 개발해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회사 측은 고령의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개인정보유출이나 금전을 노린 보이스피싱 사이트 등의 피해 사례가 늘면서 자료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는 비영리 목적이라면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해 길 잃은 치매 환자나 어린이, 반려동물의 위치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일본 내 유명 지도 제작사인 쇼분샤 출판사는 회원제 QR코드 서비스 ‘어서와요 QR’을 출시했다. 치매 환자의 지팡이 같은 소지품에 붙여진 QR코드를 발견자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위치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이때 발견자에게 전화번호나 이름 등 신상정보가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제2의 두뇌라 표현한다. 스마트폰만 제대로 활용해도 궁금한 정보를 바로바로 찾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 중 하나인 ‘콤마’는 한국인,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이 대화방을 만들어 모국어로 이야기해도 각각의 나라 언어로 즉시 자동 번역해준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스마트폰 활용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및 도움말 이종구 SNS소통연구소 소장, SNS상생평생교육원 원장
컴퓨터 세대가 아닌 시니어 중에는 스마트폰 활용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분이 적지 않다. 지금도 문자를 못 보내는 시니어가 많고, 스마트폰을 겨우 ‘휴대전화’ 정도로만 사용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동년배 사이에서도 스마트폰 활용도는 천차만별이다. 중장년 세대도 점차 카카오톡, 밴드, 블로그 등을 통해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자칫 소외되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너도나도 스마트폰 안에서 사는 세상. 시니어라고 배우려는 욕구가 없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물어보면 “일전에 알려드렸는데 또 물어보세요?”, “이거 배워서 뭐 하시려고요?”라는 말을 듣기가 일쑤. 이런 반응에 짜증도 나고 자존심도 상해 결국 포기하게 된단다.
최근에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활용 강좌와 교육이 많아졌다. 단계별, 용도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자기 수준과 필요에 맞게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시니어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받으러 온 분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신이 스마트폰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수업을 진행할수록 “제가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네요” 하고 토로하는 분이 많다. 매일 새로운 앱과 서비스가 생겨나다 보니 젊은이라 해도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자주 활용해봐야 스마트 기술이 선사하는 똑똑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그러니 ‘나 정도면 잘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방심은 금물. 다음은 ‘시니어 스마트폰 활용도 체크리스트’를 준비해봤다. 오른쪽 항목에 따라 자신의 스마트폰 활용 수준을 점검해보자. 결과가 초보자 등급으로 나와도 실망할 것 없다. 하나를 제대로 알면 몇 배로 응용 가능한 것이 스마트폰이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몰랐던 것들은 배우고, 활용도가 적었던 부분은 보완해 스마트폰 고수의 영역에 도전해보자.
◆ 시니어 스마트폰 활용도 체크리스트 ◆
*아래 항목에 대해 ‘모른다-1점’, ‘알고는 있다-3점’, ‘활용하고 있다-5점’
[01] 화면꺼짐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02] 특정 연락처에 내가 원하는 사진과 음악을 설정할 수 있다
[03] 스마트폰 요금제 및 보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04] 마이크로 SD카드 및 OTG USB 메모리 사용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
[05] 와이파이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
[06] 자판을 사용하지 않고 말로 문자를 보낼 수 있다
[07]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모르는 정보가 있으면 바로 검색해 찾을 수 있다
[08] 전화 통화 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택시를 부를 수 있다
[09]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PC로 쉽고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10] 무음으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11] 스마트폰에서 내가 원하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12]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문서를 팩스로 보낼 수 있다
[13] 문서나 책을 촬영하면 5초 만에 텍스트를 추출할 수 있다
[14] 모르는 외국어도 쉽게 그 뜻을 찾고 번역할 수 있다
[15] 스마트폰에서 라디오를 청취하고 사연을 보낼 수 있다
[16] 지하철이나 교통 앱 등을 이용하고 있다
[17] 큐알코드(QR-CODE)를 스캔할 수 있다
[18]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토스 등 결제 앱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
[19]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는 경찰청 사이버캅 앱을 알고 있다
[20] 말로 하면 글로 바꿔주는 메모 앱을 활용하고 있다
※ 점수별 활용도 지수
1-33점 초급활용자 ㆍ 34-66점 중급활용자 ㆍ 67-100점 고급활용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작년 한해에만 2천억 원을 넘어섰다. 또한 피해 건수는 전년도 보다 4027건(8.8%) 증가한 4만9948건으로 나타났다. 깜작 놀랄 통계다.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고 일단 사건에 휘말렸다고 겁을 준 후 은행에 있는 돈을 찾아서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런 말을 믿고 허술하게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람도 있을까, 나는 절대 당하지 않으리라 했다. 당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가난하고 착한 서민들이 많고 어렵게 한푼 두푼 모은 정말 피 같은 돈이었다.
나는 절대 당하지 않는다고 큰소리 탕탕 쳤는데 이번에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다. 이야기는 처조카로부터 카톡문자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고모부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하면서 이런저런 안부근황을 물은 후 공인인증서에 문제가 있어 송금할 곳에 송금을 못하고 있으니 고모부가 대신 310만원을 보내주면 5시전에 고모부 통장으로 다시 돈을 넣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돈 부탁을 할 처조카가 아니어서 의심이 되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외출중이어서 당장은 곤란하니 몇 시 까지 보내야 하느냐고 전화를 걸어보니 방금 카톡을 하고 있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약간 의심이 갔다. 처조카의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가 이런 카톡을 보내왔는데 진짜인지 네가 확인을 해 보라고 했다. 잠시 뒤 처조카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런 카톡을 보낸 일이 없다며 누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도용해서 보이스피싱을 하는 모양이라고 큰일 났다고 펄쩍 뛴다. 알고 보니 처조카의 이름을 사칭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카톡을 보내고 적극적으로 보내주겠다고 답을 해오는 사람에게만 통장계좌 번호를 알려주는 모양이다.
한참 뒤 처남댁이 전화를 해왔다. 딸로부터 돈을 보내달라는 문자를 받고 딸이 회사에서 뭔가 잘못을 해서 돈이 필요한 모양이라고 직감하고 한시바삐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한다. 처남은 잔치 집에 다녀와서 술이 취해 잠을 자고 있었다. 처남댁이 통장하고 도장을 챙겨서 면소재지 은행으로 달려갈 참이었다. 면 소재까지는 멀어서 걸어가기가 곤란한 거리다. 누가 차로 태워주길 부탁해보려고 운전이 가능한 이집 저집을 다녔다. 운전해줄 사람을 찾지 못하자 술이 취해 자고 있는 처남을 흔들어 깨웠다. 이러는 과정에 시간이 제법 흘렀다. 그때 다행히 딸에게서 전화가 와서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 처조카가 내 전화를 받고 엄마에게도 카톡을 보냈을 거라고 예측해서 전화를 한 것이 타이밍상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의 문제니 마음이 급해서 술 먹은 사람을 깨워서 운전하라고 시킬 정도다. 돈도 돈이지만 급히 은행으로 돈 찾겠다고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겠는가. 보이스피싱이 남의 가정을 풍비박산으로 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가족에 관련된 일이라면 당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급해져서 이성이 마비된다. 이런 약점을 범인들은 노린다.
며칠 전 집에 혼자 있다가 어이없게 보이스피싱을 당해 큰 손해를 보았다. 너무나 교묘해지고 있는 보이스피싱,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부끄러운 실패담을 적는다.
오전 10시경 국민신용회복위원회임을 사칭한 한 남성에게 전화가 왔다. 신용등급을 알아보기 위해 심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다른 곳에 대출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런 과정 중에 카드 대출을 상환하면 신용등급이 높아져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니 법무사 명의로 송금하라고 했다. 하여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거액을 보냈다. 송금 뒤엔 2시간 이상 기다리라고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끌었다. 이상해서 알아보았을 때는 이미 계좌에서 출금하고 도주한 상태였다. 몇 번의 보이스피싱을 피해왔기 때문에 자만했었나 보다. 일을 당하려고 하니 공교롭게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확인절차를 생략하고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말았다.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여유 있는 돈이 아니라 대체상환을 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부채가 2배가 되고 말았다.
돌이켜 보니 중간에 피할 길이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첫째, 070 번호인 것을 놓쳤다. 070 번호는 사기에 이용되기 쉽다. 둘째, 개인계좌로 송금하라고 한 것을 유의하지 못했다. 셋째, 시간 끄는 것을 빨리 알아챘어야 했다. 송금한 돈을 찾는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 거액을 송금할 경우 30분에서 1시간 지연된다. 넷째, 계속 진행을 독촉하고 송금 여부를 계속 문의했던 사실이다. 일반적인 금융거래에는 없는 관행이다. 다섯째, 금리 인하는 갑자기 할 수 없는 일인데 욕심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졌다. 공짜점심이 없다는 것을 깜빡 잊었다. 욕심을 조심해야 한다. 사기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한다. 여섯째, 주위 사람과 상의해보는 작업을 빠뜨렸다. 사기꾼이 서두르는 데 보조를 맞출 필요가 전혀 없다.
보이스피싱에 당하고 나니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자만은 금물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은퇴한 시니어의 재산을 노린 사기범이 주위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신고를 마쳤지만 사기당한 금액을 찾을 가능성은 작다. 충격으로 며칠간 잠을 설쳤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잊는 것이 상책이다. 더 큰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수업료를 크게 지급하고 교훈을 얻은 셈이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이 있어서 은행에 통장정리를 하기로 했다. 필자는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하다보니 한 달에 수십 건의 은행일도 안방이나 직장의 책상에서 대부분 해결 한다. 그러나 별 중요하지도 않으면서 꼭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통장정리다. 인터넷으로 다 확인 한 일이지만 통장정리를 해 오던 습관으로 은행에 가서 통장정리를 하고 다 쓴 통장은 보관하고 새 통장을 발급받는 일이다.
거래하던 은행에 10시경 가보니 대출상담이나 펀드가입 등 차원 높은 은행업무일을 보는 사람은 별도의 창구에서 한산하게 있고 일반 창구에는 전부 노인 분들이 고객이다. 이 분들이 무슨 은행 업무를 보는지 옆에서 한참을 지켜봤다. 첫째로 돈을 여직원이 있는 창구에서 직접 찾는다. 카드로 현금지급기에서 직접 찾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되돌아오는 대답이 카드 자체가 없다고 한다. 카드 분실의 위험이 있어서 아예 만들지 않았다고 말씀하신다. 찾는 돈도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의 소액 금액이 대부분이다. 한 할머니는 출금전표에 이름과 금액을 적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는지 은행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두 번째로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 고지서를 직접 들고 와서 현금으로 납부한다. 공과금 자동이체를 해두거나 납부기한일 전에 인터넷 뱅킹을 하면 좋으련만 통장과 도장을 갖고 와서 현금을 찾고 찾은 돈으로 다시 공과금을 납부한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제법 걸린다.
은행에서는 수익성이 별로 없는 이런 잡다한 일에 인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대책을 만들 모양이다. 우선 은행 방문객을 인터넷 뱅킹으로 유도하여 창구 방문을 줄이도록 한다. 그런데도 인터넷 뱅킹을 마다하고 창구로 오는 고객은 업무는 처리해 주되 수수료 징수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강구하는 모양이다. 앞으로 종이 통장도 없앨 태세다. 은행입장에서 바라볼 때 충분히 이해는 한다.
하지만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참 불안하겠다는 생각이다. 종이통장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종이 영수증을 보관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 노인의 특성이다. 남들에게 은행 업무를 부탁하는 것도 노인 특유의 의심이 많은 성품으로 볼 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믿었던 사람에게 금전적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까딱하면 자신이 옳게 처리한다고 믿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바로 보이스피싱이었다는 황당한 사실들이 방송에 나오므로 노인 분들이 컴퓨터 전산을 더 무서워한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은행에 직접 찾아가서 은행에서 보증하는 창구 직원과 면대면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싶어 한다. 이를 수수료 징수라는 제도로 막으려는 것은 경제적 약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이런 나이든 분들의 은행 업무를 보조할 시니어 은행도우미를 은행에서 채용하면 좋겠다.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노령연금 수혜자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주는 것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무조건 나이 많은 은행고객을 경비절감과 편의 위주로 전산화로만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현실성도 심각히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