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이 봄맞이 새 단장에 들어가 다음 달말 개방된다.
서울시는 24일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에 잔디심기 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분수대 주변 화단에는 비올라와 팬지 등 봄꽃을 심는다.
시는 잔디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안정화 기간을 거쳐 다음달 28일 서울광장을 시민에 개방한다.
배호영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서울의 얼굴이자 시민의 휴식처인 서울광장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 단장한다. 잔디 뿌리내림 기간에 광장에 들어가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이 봄맞이 새 단장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24일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에 잔디심기 작업을 한다고 24일 밝혔다.
분수대 주변 화단에는 비올라와 팬지 등 봄꽃을 심는다.
시는 잔디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안정화 기간을 거쳐 다음달 28일 서울광장을 시민에 개방한다.
배호영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서울의 얼굴이자 시민의 휴식처인 서울광장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 단장한다"며 "잔디 뿌리내림 기간에 광장에 들어가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란다"고 말했다.
3월 넷째 일요일인 23일 포근한 날씨 속에 봄꽃이 만개하면서 전국의 유원지는 나들이 인파로 북적거렸다.
원동매화축제가 열린 경남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 일대에는 가족과 연인 수만 명이 찾아 활짝 핀 매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며 봄 추억을 만들었다.
매화와 산수유 등 봄꽃이 활짝 핀 하동 섬진강변과 거제 외도, 통영 장사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에도 봄꽃 정취를 느끼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잇따랐다.
'미선나무 꽃 전시회'가 열리는 충북 청원군 미동산수목원에는 많은 가족 단위 행락객이 찾아 꽃향기에 취했다.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이번 전시회에는 200여점의 분화가 전시되고 있다.
이미 진달래와 개나리 등 봄꽃이 만개한 제주도에도 주요 관광지마다 봄꽃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에 2만여명, 용인 한국민속촌에 4천여명이 찾아오는 등 전국의 유원지에도 봄기운을 느끼려는 시민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3ㆍ15 마라톤대회가 열린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각지공원에서는 3천여 명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참가해 건강을 다졌다.
산악자전거대회와 족구대회가 열린 경남 사천시 삼천포대교공원과 김해 가야대 운동장에도 각각 1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산행으로 봄맞이하는 등산객도 많았다.
강원도 설악산국립공원에는 6천여명의 등산객이 찾아 산행을 즐겼고 평창 오대산과 원주 치악산에도 7천여명이 몰렸다.
전북 남원시 지리산 뱀사골과 무주 덕유산, 정읍 내장산 등에는 1만여명의 행락객이 찾았고 인천의 대표적 산인 강화도 마니산에는 평소 주말보다 1천여명이 많은 4천여명이 몰렸다.
농촌 들녘에서는 농민들이 복분자 가지를 치고 밭갈이를 하는 등 한 해 농사 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세월을 머금은 배우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중년부터 황혼까지, 연기의 참맛을 드러낼 배우들이 봄맞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신구(78), 손숙(70), 유인촌(63), 조재현(49) 배종옥(50) 등이 그 대표적 예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로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 신구와 연극계 원로 손숙이 뭉쳤다. 지난해 초연 이후 호평이 이어졌던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3월 2일~30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가 앙코르 공연을 연 것이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로 분하는 신구는 부쩍 노쇠한 얼굴과 흰머리로 등장한다. 거친 호흡과 손끝의 떨림, 내뱉는 숨소리와 함께 촉촉이 젖어 있는 듯 흐린 초점을 한 신구의 눈은 관객의 감정을 빨아들인다. 그의 아내 홍매를 연기하는 손숙은 아픈 남편 옆에서 무심한 듯 살뜰히 수발을 들며 감정선을 쉼 없이 오르내린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가운데, 부모 자식 간의 사건과 가족의 기억이 맞물리는 지점을 섬세하게 풀어나가며 깊은 울림을 준다. 신구는 “작가가 대본을 워낙 정교하게 써서 따라가느라 애를 썼다”며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환자의 증상을 조사하고 작가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간성혼수에 대해) 찾아보고 표현할 것이 있으면 더욱 표현하고자 한다”고 열의를 내비쳤다.
배종옥(50), 조재현(49), 정은표(48), 박철민(48)이 출연해 드러내는 50대 중년 남녀의 사랑은 무엇일까. 위트를 잃지 않는 가운데,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이 작품은 바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3월 1일~4월 27일, 서울 수현재씨어터)이다.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대학 교수인 정민과 은퇴한 국제분쟁 전문기자 연옥은 목요일마다 비겁함, 역사, 죽음에 대해 토론한다.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50대 두 남녀는 사랑과 이별, 갈등과 화해, 애정과 증오를 표출해, 미묘한 남녀 갈등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조재현은 인기 행진을 이어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50대뿐 아니라, 젊은층부터 70대 노인 관객까지 많이 찾아와 놀랐다”며 “더 폭넓은 세대를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창작극으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누적 관객수 5만명을 돌파했다.
무대로 돌아온 전 문화부 장관 유인촌 역시 눈길을 끈다. 그는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아름다움과 추함, 젊음과 늙음을 전하는 ‘톨스토이의 홀스또메르’(2월 28일~3월 30일, 서울 CGV신한카드아트홀)를 택했다. 변종인 얼룩빼기 말로 태어난 홀스또메르는 진면목을 알아본 세르홉스키 공작(김명수, 서태화)에 의해 촉망 받는 경주마로 거듭난다. 늙고 병들자, 마시장에 팔리고 거세까지 당하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홀스또메르의 입을 빌려 희로애락 속 인생의 화두를 던진다. 수많은 공연을 거쳐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주로 해오던 이경미(53), 김선경(46)은 홀스또메르의 첫 사랑 암말 바조프리하 역과 세르홉스키 공작의 연인 그리고 그를 배신하고 달아나는 여인 마치에 역, 그리고 마리 역까지 1인 3역을 소화한다. 이들은 장면 사이사이 쉴 틈 없이 등장한다. 젊은 앙상블 배우들과 함께 속속 종횡무진하는 이들 중년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36회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관객들은 한결같이 연륜과 진정성이 담겨 있는 중견, 원로 연기자들의 연극은 대사 한마디, 작은 표정 변화 하나도 오롯이 관객의 가슴에 전달돼 감동을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보다 먼저 봄 맞이 분주
모진 추위 견디고 생기 충만
여유를 갖고 주변 둘러보면
살아 숨 쉬는 봄 느낄 수 있어
냇가의 버들강아지가 눈을 떴다. 아직은 추운 듯 하얀 솜털을 곧추세웠으면서도 여린 연둣빛이 안에서부터 배어 나왔다. 까만 밤에 어둠을 밀어내는 가로등처럼, 버드나무는 누구보다도 서둘러 겨울을 등지고 봄을 밝힌다. 부지런한 버드나무가 눈을 떴으니, 바야흐로 봄이 왔나 보다.
이른 아침 출근해 늦은 밤 퇴근하고, 실내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이 봄을 제대로 느낄 겨를은 없다. 따뜻한 볕을 쬐며 봄이 왔나 싶을 때 즘엔 이미 여름이 시작된다.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리는 사이 봄기운은 얄밉게도 싹 달아나 버린다.
하지만 나무는 사람보다 언제나 한 발 빠르다. 입을 열지 않고도 몸으로 더 분명하고 확실한 말을 건넨다. 눈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봄이 왔노라고 가만히 속삭인다. 머플러를 두른 채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다가 이제서야 ‘그렇구나, 봄이 왔구나’ 하게 됐다. 삼월은 춘(春) 삼월이 정말로 맞다. 나무들이 저마다 ‘봄, 봄, 봄’을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봄은 사람에게도 기지개를 켜게 한다. 살랑이는 봄바람처럼 달콤한 꿈도 꾸게 한다. 올 봄, 이름모를 나무 한 그루에 꿈을 심어 볼까하는 작은 설레임도 그래서 움튼다.
아직 여민 옷깃을 펴기가 망설여지는 날씨지만 나무 한 그루 심어보자는 다짐을 하며 오산 물향기수목원을 찾았다. 엇그제 봄비로 인적은 드물었고 나무들은 아직 헐벗어 있었다. ‘아직 추우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살며시 가지를 들여다 보았다. 잔이슬이 맺혔나 싶었은데 이미 눈이 돋아있었다. 겨울잠을 자며 추위를 견뎌낸 눈들이 봄이 되자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는 거다. 나무가 가득한 수목원에는 봄이 진작에 시작됐다.
12년째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의식 한국숲해설가협회 고문은 “눈길이 닿는 곳마다 봄을 맞이하려는 생명이 뻗고 있다”고 시를 읊듯 자연의 생명력에 찬사를 보냈다.
김 고문의 말처럼 이미 발밑에는 새별꽃이 하트 모양의 꽃잎을 펼치고 머리 위로는 날개를 단 단풍나무 씨앗이 빙그르르 돌며 떨어졌다. 털이 북슬북슬 달린 마른 무궁화 꽃잎은 이리저리 흩날리며 새 생명을 틔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끼가 낀나무 아래로는 민들레가 카펫처럼 깔렸다.
나무에 잎이 생겨 그늘지기 전에 햇볕을 받고 영양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부지런히 피어나는 거다. ‘드르르르륵’ 부리로 쪼아대며 나무에 집을 짓는 딱따구리와 ‘꿩꿩’울어대며 먹이를 찾는 꿩도 봄맞이가 한창이다.
김 고문은 “우리나라는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바로 자연이 있었다. 가까운 곳에 산이 있고 빼곡한 나무 속에서 누구든 쉽게 자연을 접할 수 있었지만 급격히 산업화가 진행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어려워졌다. 몸 안에는 나무가 있는데 접할 수가 없으니 힘들어지는 것”이라며 “봄에 만나는 나무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나무를 살펴보면 살아숨 쉬는 봄을 느낄 수 있다. 이 봄에 나무 한 그루 심으며 ‘마음의 봄’을 맞이하자”고 제안했다.
마침 경기도내 곳곳에서도 일찌감치 나무시장이 문을 열고 봄 손님맞이가 한창이다.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나무시장은 이달부터 수백여종의 묘목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이번 주말에는 나만의 나무 한그루를 심으며 백일을 훌쩍 넘겨 어느덧 퇴색해 가는 올해의 꿈과 희망을 다시 한번 붙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일보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친정엄마께서 이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친정엄마 모시고 구례산동 산수유마을에 갔던 날, 친정엄마께서 너럭바위에 앉아 백일장 대회 나온 소녀처럼 쓰셨던 그 글이 궁금하여 읽어보고 싶다며 졸라댔더니 이렇게 보내오신 것입니다.
친정엄마께서는 산수유 노란 꽃너울 속에서 느끼신 봄의 감흥을 잔잔하고 따뜻한 글로 풀어내셨습니다. 풋풋한 봄편지 내용이 마냥 좋아 당신의 고운 글을 이렇게 올려봅니다.
----------------------------------------------------------------------------------
3월 하순의 날씨는 변덕쟁이 할멈 같다.
아침저녁엔 영하의 날씨로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려 눈꽃이 만발하고, 남녘엔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 꽃이 손짓하니 사람들이 갈팡질팡한다.
썰매 장으로, 꽃 마중으로 신나게 달려가는 젊은이들이 부럽다.
여기도저기도 끼지 못하는 방콕대학생이던 난, 심기가 따분하던 참에 서울에서 셋째 딸이 아침 일찍 내려와 봄 마중을 가자고 했다.
딸 내외는 어미가 지난 가을 다리와 허리를 수술하고 겨우내 방에서만 지낸 것이 안쓰러워 시간을 내었다며 사양하는 나를 부추겨 데리고 나섰다.
구례 산동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니 1시간 좀 넘게 걸렸다.
일찍 나섰기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조용했다.
햇살이 퍼지지 않아서 꽃들이 잠을 덜 깬 듯 이슬에 젖어 있었다.
다음주말에 산동면에선 산수유 꽃 축제를 연다고 길 아래편엔 뾰족 천막들이 즐비했다.
날씨는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하고 꽃도 지금이 한창 만개라니 잘 맞춰 온 것 같았다.
반곡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먼저 냇가로 내려가는 꽃담 길을 걸었다.
반곡 마을을 끼고 흐르는 서시천 가운데는 100m 정도 되는 넓고 긴 반석이 아래쪽 위쪽에 널려있었다.
나는 반석을 보자 반하여 징검다리를 겅중겅중 건너 너럭바위 가운데 서서 사방을 둘러보며
"야아, 참 좋다!" 소녀처럼 탄성을 질렀다.
기분이 좋아 감탄을 하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주위에 아무도 없었기에 마음 놓고 소리를 질렀다.
연노란 꽃구름을 병풍처럼 둘러놓고 바위 양 옆으로 졸졸졸, 쏴아쏴아, 철철철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의 연주를 들으니 자연의 풍광에 도취되어 한동안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잠시나마 속세를 떠나 신선으로 변해 있노라니 창조주의 솜씨와 사랑에 찬 배려에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철따라 아름다운 모습을 주시어 세상사에 찌들고 지친 상한 갈대 같은 영혼들을 이렇게 위로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래쪽 반석을 보니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진작가들, 동호인들이 무리지어 온 분들의 알록달록한 의상들이 노란 산수유 꽃과 어우러져 더 고운 풍경을 이루었다.
사진작가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가려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나는 ‘내 눈과 가슴에 담아가야지!' 메모를 하느라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건너편 언덕에서 딸이 “엄마 너무 멋있어요.”하며 몇 컷을 찍어대면서 나오라고 손짓했다.
그제야 일어나서 맑은 물에 손을 대고 싶어 비탈진 바위를 내려가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물에 빠질 뻔했으니 치신머리없는 노인네를 어찌할꼬!
놀란 사위는 신발을 벗어들고 건너와 부축하여 손을 꼭 잡고 하위마을 꽃길을 다니며 감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들이 밀려와 주차장을 채웠다. 전국에서 온 상춘객들은 연인들, 아기들과 온 가족들, 부모를 모시고 온 분들이 꽃 속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은 노란 산수유 꽃만큼이나 예뻤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딸도 이리저리 다니며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산수유꽃의 내력은 잘 모르지만 오래전부터 마을에 몇 그루의 나무가 있었는데 6.25전쟁 때 빨치산 소탕작전으로 마을이 수난을 당하여 빈 집이 많아지자 빈터 여기저기에 심은 것이 지금은 군락을 이루어, 산수유 하면 구례 산동이 으뜸이란다.
상위마을로 접어들면 집집마다 울타리나 언덕배기에 오래된 나무가 많다.
꽃송이를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꽃잎 5개가 돋보기를 써야 보일정도로 작다.
밤알만한 꽃대 하나에 여러 꽃송이가 달려 있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꽃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산수유 찬양론을 나대로 상상해 보았다.
산수유 꽃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봄의 전령사다. 이는 부지런함을 나타내는 것이요.
산수유나무는 언덕이나 평지의 척박함도 가리지 않고 무리지어 살면서도 다투지 않고 예쁜 꽃을 피우며 종족을 보존해가는 배려심 많고 사랑 많은 나무다.
낱낱이 보면 보잘 것 없는 꽃이지만 한 꼬투리에 몇 송이가 모여 있는 것은 협동심을 나타냄이라.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고상한 자태는 요란스레 뽐내고 자랑하고자 날뛰는 요즘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삼고 싶다.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한 향을 풍기며 배려하는 다정다감한 품성에 반해 벌들이 찾아오지 않는가.
작은 꽃 한 송이에 많은 열매를 맺었다가도 서로 튼실한 송이에 양보하는 미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날 모든 것을 다 자기가 가지고 우쭐대고 싶어 안달하는 세상에 심성 고운 어머니처럼 자식을 달래며 타이르는 듯 꽃들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긴긴 겨우내 방콕대학생 노릇에 지친 팔십을 바라보는 노인네가 노란 산수유 꽃들에 반하고, 서시천 너럭바위에 반하며, 물소리에 반하고, 노고단자락의 황홀한 풍광에 반했으니 소녀로 착각할 만하다.
거기에 산수유 꽃들이 주는 교훈을 가슴에 담뿍 담고 돌아왔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이렇게 즐거운 봄맞이를 하게 해 준 막내딸과 사위가 정말 고마웠다.
◆글쓴이 (79세)
전북 전주시 완산구 마당재길 14-26 (남노송동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