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의 심각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오는 2023년이면 696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4년)가 전원 60대에 편입되고, 2025년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급격한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다.
통계청의 지난해 12월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인구는 2020년 3737만 9000명에서 2025년 3561만 명으로 4.7%(176만9000명) 줄어든다. 2070년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대비 53.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고령자 고용에 대한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고, 정부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이 고령화 사회의 과제를 어떻게 풀지 이목이 집중된다.
계속고용제도, 경영계 반대도 과제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만 60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 촉진을 위한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를 시행했다. 60세 이상 근로자 수가 증가한 우선지원대상기업 및 중견기업 고용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지원금 신청 분기의 월평균 고령자 수가 지원금 최초 신청 직전분기 이전 3년간 월평균 고령자 수보다 증가한 사업주다. 여기서 고령자는 무기계약 또는 고용 기간이 1년 초과하는 만 60세 이상인 근로자를 말한다.
고용부는 증가한 고령 근로자 1명당 분기별로 30만원씩 2년간 총 240만 원을 지원한다. 기업은 월평균 피보험자 수의 30% 이내에서 최대 30명까지 신청 가능하다. 최대 72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월평균 피보험자 수가 10명 이하면 최대 3명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현 정부는 지난 2월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해 60세 정년 이후에도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주요 분야 및 논의 방향'을 발표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60세 정년 이후에도 기업에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의 고용연장 방식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아울러 고령자에 대해서도 60대 후반이나 70대, 80대 등 연령 계층별로 차별화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고용 지원을 위한 직업훈련과 취업 정보 제공 등 고령층 고용 인프라도 더욱 확충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019년에도 이 제도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경영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것과 같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고령자의 계속고용은 기업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은 근로자 정년 연장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이 지난해 고령자 고용 정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58.2%가 60세를 초과하는 정년 연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3%는 인건비를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정년 연장 정책이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5월 발표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서 10~999인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사업체에서 10명의 정년을 연장하면 15~29세 고용이 약 2명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계속고용제도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제도'를 모델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06년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뒤 고령법을 개정했다. 고연령자의 고용 의무화를 3년마다 1세씩 단계적으로 연장했으며, 2025년 4월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65세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정년연장(정년 65세로 연장) △재고용 제도 활용(퇴직 뒤 재계약) △정년제 폐지(정년 없이 계속 고용) 가운데 기업이 적절한 방식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노인 일자리 무게중심 민간 기업으로
일본 정부의 정책 핵심은 '권고 사항'이다. 강제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강제법이 되면 반발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고용연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제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법정 정년연장보다는 청년 일자리와 충돌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다양하고 실용적인 고용연장 방안을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며 "중장년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 대상 기업 확대, 고용보험적용 연령 70세까지 확대 등을 통해 실질적인 고용연장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서도 기초연금 인상과 노인 일자리 확대에 대해 얘기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만 60세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윤 당선인은 심각한 노인빈곤문제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을 현행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감액 등 미세조정으로 조금이라도 기초연금을 더 받도록 조치하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노후소득보장체제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을 사회적 합의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장형 어르신 일자리 확대 지원을 약속했다. 은퇴 직전 및 은퇴 이후 어르신 직업교육 적극 지원, 기업과 연계 시스템 대폭 확대, 어르신 채용 및 고용연장 기업 지원을 확대해 시장형 어르신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노인 일자리 중 시장형 사업에 대해 언급했지만, 사실상 노인 일자리 정책은 이어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했고 공공 부문 취업자가 증가해 고용 안정을 이끌었다. 전체 일자리 증가의 45.5%는 60세 이상이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선망하는 좋은 일자리는 크게 줄고 단기·공공 일자리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정부가 아니라 일자리 파괴 정부라고 말하는 게 옳다. 통계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국민 혈세로 가짜 일자리를 늘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면서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청년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 자체가 청년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정부 일자리와 관련 있는 노인, 취약계층은 앞으로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의 임기 중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데, 고령자를 위한 정책이 마련될지 이목이 쏠린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 노인 인구가 20%가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적절한 대처 없이 맞는다면 개인적으로 노년기에 경제적 어려움, 질병, 고독, 무위 등 4고(四苦)로 인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노동생산성 저하는 물론 노인 부양비 증가, 복지 비용 증대 등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전개 : 시작과 발전
그동안 정부는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하 노인 일자리 사업)은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심각한 수준으로 2011년 47.8%에서 2020년 40.4%로 개선되었으나(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2021), OECD 38개국 평균(13.1%)의 3배 이상으로 최하위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OECD, 2021). 따라서 일자리는 저소득 노인들에게 생계 문제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와 같이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 정책은 주요 핵심 과제로 여기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존재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2004년 2만 5000개의 일자리로 시작해 2022년 84만 5000개로 확대했고, 관련 예산은 2004년 약 213억 원에서 2022년 1조 4422억 원으로 증액했다. 이렇듯 짧은 기간에 급속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성장은 성과와 더불어 한계를 지닌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소득 보충적 특성으로 인해 공익활동 사업의 양적 확대 등 직접 일자리 창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제한적 민간 일자리 사업 성장, 수행기관 및 전문인력 부족, 과도한 사업 수행량, 사업 수행의 유연성 부족 등이 이 사업의 제약점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취약층 노인들의 소득 개선에 도움을 주며, 노인의 심리적·정서적 건강과 사회관계 개선, 의료 이용 감소, 삶의 만족도 향상 등 노후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기대
그동안 노인 일자리 사업은 양적 확대를 통해 소득 보충 및 사회참여에 이바지해왔다는 점에서 목적에 맞는 성과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온전한 성과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노인 일자리는 수요보다 공급이 현격히 부족한 편이며, 단순 저임금 일자리의 질적 변화 없이 일자리 개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다가올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지속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 증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향후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노인의 욕구, 경험 등을 반영한 혁신적 노인 일자리가 개발되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층 진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들 세대는 기존 노인층보다 높은 교육 수준, 건강 등 상이한 특성을 지니며, 경륜을 활용한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높다. 일자리의 다양성, 질적 개선에 대한 베이비붐 세대의 욕구를 잘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노인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역 내 공공 및 민간기관 등이 협력하여 인적·물적 자원 연계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기반 상생형 노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성을 반영한 ‘돌봄’ 또는 ‘안전’, ‘방역’ 등의 노인 일자리 사업 연계가 적절하다. 이외에도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ICT 기술혁신을 통한 서비스 개발이나 직무 발굴이 필요하다. 청장년 일자리와 상생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세대교류형 내지 세대통합형 노인 일자리도 개발되어야 한다.
둘째, 노인 일자리 수요처의 욕구에 맞게 노인을 교육·훈련하고 인적 역량 개선을 위한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노인 일자리 소양 교육이나 안전 교육 이외에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및 기술 습득과 훈련, 그리고 보수 교육, 역량 강화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직무 경험과 욕구, 역량 등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의 설계 및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 및 담당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과 전담인력의 사업 관리, 직무 전문성 강화, 일자리 상담, 고용안정성과 처우 개선 등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맞춤형 교육과 일자리 매칭, 수요처 발굴 등 역할 수행을 위해 종사자 직무역량 교육 강화 또한 중요하다.
넷째, 노인을 수동적·의존적 대상이 아닌 적극적이고 독립적 주체로서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자신 역시 미래의 노인이라는 시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효과성,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장점(예를 들면 성실성, 책임감 등)을 부각하는 동시에, 노인 일자리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캠페인 또는 공익광고 등이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 코로나 팬데믹, 4차 산업 시대의 도래 등 급변하는 사회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위기’가 아닌 도약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곧 도래할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노인 일자리 확대 및 내실화는 우리 사회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실현을 앞당기고, 참여 노인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인인 국민 모두에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2021).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OECD (2021). Pensions
at a Glance 2021: OECD and G20 Indicators.
글 원영희 교수
원영희 교수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 석사, 플로리다 주립대학(Univ. of Florida)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비상임이사를 역임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 방안은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을 뜻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에 대한 첫 번째 국가적 대책이다. 이로 인해 영케어러 청년으로부터 돌봄을 받는 노인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영케어러란 장애, 정신‧신체 질병, 약물 등의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이다. 영국, 호주, 일본 등 해외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돌봄자를 영케어러로 지칭한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국가는 34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3월부터 전국적 현황조사를 실시해 가족 돌봄 청년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한다. 조사를 통해 나타난 가족 돌봄 청년들은 기존 제도에 연계해 즉각 지원하고 간담회를 통해 신규로 필요하다고 확인된 지원 내용은 시범사업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지원 내용은 돌봄, 생계, 의료, 학습지원으로 나뉜다. 돌봄지원으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 긴급돌봄 등이 해당된다. 생계지원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포함되며, 의료지원에는 의료급여, 건강보험 수급자 및 차상위자 본인부담경감, 재난적 의료비가 제공된다. 학습지원으로는 교육급여,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지원, 대학생 튜터링 사업, 학교밖 청소년 검정고시 지원 및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케어러(가족 돌봄 청년)는 각종 복지 서비스 신청의 어려움, 간병‧치료 등에 대한 정보 부재, 집안일 미숙, 상담자의 부재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립감‧우울감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돌봄 과정에서 겪는 생계비‧의료비‧돌봄비용 마련의 어려움은 소득 창출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생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우고 있다. 이는 학업과 진로 탐색의 기회가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져 결국 청년 개인의 생애가 취약해지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간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복지 정책에는 여러 한계점이 있었다. 가족 돌봄들이 기존 복지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았고, 그들에 대한 공적인 조사와 지원 체계 역시 없었다. 또한 가족 돌봄 청년은 그간 복지 지원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아 정책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 및 전달체계 부족 등 공적인 지원을 받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가족 돌봉 청년 당사자들,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들과의 간담회를 각각 거쳐 지원 대책을 설계했다. 돌봄 대상자가 아닌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접근이라는 점이 그간의 지원과는 다른 점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돌봄 제공자에 대한 지원으로, 특히 어린 나이에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첫 접근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며 “가족에 대한 돌봄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라는 사실을 막연히는 알겠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수행기관도 많고,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노인을 위한 정책인데 정작 노인들이 어렵게 느끼니 접근부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봤다.
우리나라는 2000년을 기점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섰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복지는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고, 정부는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2004년에 도입됐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은 노인복지법 제23조에 의거해 시행되고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일자리 창출과 보급을 통해 사회참여와 근로 소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정책이다.
2022년 사업 확대의 중요성
더욱이 2023년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4% 이상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전원 60대 노인 세대로 편입된다. 더불어 2025년에는 예정대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약 50년 뒤인 2070년에는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통계청,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정부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2만 개에서 올해는 84만 5000개로 사업이 확대 추진됐다. 만 60세 또는 만 65세 이상이라면 조건에 따라 참여 가능하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거의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월 30만 원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일자리 유형에는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사업이 있다. 먼저 공공형에는 공익 활동(노노케어, 취약계층 지원, 공공시설 봉사, 경륜전수 활동)과 재능 나눔이 있다. 2020년 기준 일자리 참여 노인 76만 9605명 중 공익 활동에 참여한 노인은 55만 4101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27만 원을 받았다.
민간형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이 속한다. 이 중에서는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가 가장 많았다. 2020년 참여자는 6만 879명이었고, 평균 임금은 32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의 경우는 평균 임금이 100만 원을 넘었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노인 일자리는 참여자들의 노년기 소득에 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 증가, 우울감 개선, 의료비 절감 등에서 성과가 있다고 인정할 만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사업 참여 노인 가구는 미참여 가구보다 상대적 빈곤율이 7.3%p 낮고, 가구 소득도 월평균 17만 원 많다. 또 스스로 경제적 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사업 참여 후 14.9%p 상승했다. 이외에도 ‘건강이 좋아졌다’, ‘인간관계가 좋아졌다’, ‘아직 일할 수 있음을 느낌’ 등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노인 일자리 체계 이해하기
먼저 복잡하게 느껴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 체계를 살펴보자.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 결정, 관련 법·제도 개선, 예산 지원 등 정책 전반에 대해 관장하며,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05년 12월 설립됐으며, ‘1000만 노인 시대, 100만 노인 일자리 선도기관’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지원, 노인 일자리 사업 종사자 교육 훈련, 노인 일자리에 관한 조사 및 연구, 노인 일자리 종합 정보 시스템 및 노인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운영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 내 사업을 총괄하며 재정과 행정의 지도·감독을 맡고 있고, 사업 수행기관의 역할도 일부 맡는다. 지자체 외 사업 수행기관으로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등이 있다.
“나에게 딱 맞는 일자리, 어디서 찾을까?”
앞서 언급한 다양한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시니어가 어디를 방문하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정리해봤다. 전국 시니어클럽, 대한노인회, 노인복지관, 중장년희망센터, 그리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소개한다.
지역 특화형+시장형 일자리 찾는다면 ▶ 시니어클럽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가장 많이 담당하는 기관이다. 실제로 2020년 시니어클럽을 통해 일한 노인은 25만 6449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0년부터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으로 변경됐고, 노인인력개발센터도 시니어클럽에 포함시켜 참여자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니어클럽은 수행기관 중에서 시장형 사업단을 주도한다. 2020년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는 총 6만 8729명이었는데, 이 중 시니어클럽을 통한 참여자는 5만 3935명으로 무려 78.5%를 차지했다.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2001년 보건복지부는 시니어클럽 5개 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2004년 전국으로 확대하며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명명한 것. 시니어클럽은 지역사회 내에서 일정한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노인의 일자리를 창출·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에 17개 지회를 두고 있으며, 회원 기관은 총 189개다.
경비원·청소원 취업 원한다면 ▶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에서는 노인 인력이 필요한 구인처, 60세 이상의 구직자를 모집한다. 취업을 알선해주고, 교육 및 취업 후 사후 관리까지 해준다. 근로 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목표다.
대한노인회가 발표한 2020년 취업자 실적을 보면 직종은 총 68개, 3만 7089명이 취업했다. 이 중 남자는 1만 9942명, 여자는 1만 7147명이다. 남자는 경비원이 6539명(여자는 16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여자는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이 6104명(남자는 2803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즐기면서 재능 나눔 원한다면 ▶ 노인복지관
노인들이 노인복지관을 찾는 이유 자체는 무료하지 않게 즐거운 노후 생활을 보내고 싶어서다. 보통의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의 교양·취미생활 및 사회참여 활동이 가능하도록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 노인복지관에서는 보통 노인 일자리 사업 중에서 재능 나눔 활동 지원사업을 주관한다. 재능을 보유한 노인이 재능 나눔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참여를 통해 노후 성취감 및 대인관계 향상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참여자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시간 일하고 10만 원을 번다.
노인 여가 복지시설 및 공공시설 안전 관리 활동, 노인 상담, 학대 예방, 인권 지킴 활동, 박물관 안내, 내외국인 대중교통 안내, 음악·미술·공연·전시·체험 등과 관계된 문화예술 활동 등이 있다.
40대부터 재취업 준비한다면 ▶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노사발전재단에서 운영한다. 만 40세 이상 퇴직자(예정자 포함)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광역 단위에 12개 센터와 업종별 센터 1개를 운영 중이다.
중장년층에 대해 퇴직 이전 단계부터 이후 구직 활동에 이르기까지 전직 및 취업 등 전반적인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맞춤형 인재 추천, 중장년을 위한 생애경력 설계 서비스부터 퇴직 예정 중장년을 위한 전직 스쿨 프로그램, 구직자 재취업 지원을 위한 재도약 프로그램 등이 있다.
앙코르 일자리 원하는 서울 시민이라면 ▶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40대부터 60대까지 50세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서울시 시니어를 위해 사회공헌 일자리, 창업·창직·전직 지원, 종합상담 및 교육 등 노후 준비에 필요한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재단은 ‘앙코르 커리어 일자리’를 추구한다. ‘50+ 세대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되, 사회적 가치와 수익 모두를 적절히 만족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일과 활동거리’를 뜻하며,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일자리로는 ‘서울시 50+보람일자리’가 있으며, 약 3200명을 뽑고 월 57시간 이내 일한다. 시니어 인턴십 유형은 파트타임형인 ‘서울 50+ 인턴십’과 풀타임형인 ‘서울 50+ 뉴딜 인턴십’이 있다. 이 밖에도 창업·창직을 돕는 ‘점프업 5060’ 등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 자신에게 가장 맞는 활동을 찾아 제2의 삶을 시작해보자.
재취업 원하는 55세 이상 서울 시민이라면 ▶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2004년 4월 서울시가 설립,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로 운영했다.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을 위한 상담, 교육, 알선을 담당한다. 2018년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서울시 어르신의 취업과 사회활동 지원을 위한 다양한 기반 조성 사업,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를 위한 다채로운 훈련과 실전 인턴십 등을 개발해 서울시 어르신들의 취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한국의 고령층은 높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고령층이 퇴사한 후 1년 안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비율은 9.0%에 그치는 등,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중·고령층 재취업의 특징 및 요인 분석과 시사점' 연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고령층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고용률 순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40~44세, 45~49세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며, OECD 내 순위도 각각 31위, 29위를 기록했다. 50~54세 고용률은 76.4%로 OECD 평균(75.7%)을 상회했고,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OECD 내 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국은 65~69세 고용률이 OECD 중 2위, 70~74세 고용률은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의 고령층은 높은 고용률에도 불구하고, 빈곤율도 OECD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2018년 기준 한국의 고령층 빈곤율은 66~75세가 34.6%, 76세 이상이 55.1%로 모두 OECD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와 같이 고령층이 높은 비율로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사 후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이 한국노동패널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퇴사 시 연령이 55∼74세인 중·고령층의 1년 내 재취업 비율은 45.3%였고 5년 내 재취업하는 비율은 67.6%였다. 퇴사 시 연령이 65~74세인 경우에도 퇴사자의 절반 이상 55.4%가 5년 이내 재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퇴사 후 1년 내 재취업한 일자리를 연령대와 고용 형태 별로 분석한 결과 55∼74세의 정규직 재취업률은 9.0%에 그치며, 비정규직 재취업률 23.8%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25∼54세의 정규직 재취업률이 32.5%로 비정규직 재취업률 20.8% 보다 높은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55~74세의 퇴사 후 5년 내 재취업률은 정규직 11.5%, 비정규직 39.4%, 자영업 16.7%로 재취업자 10명 중 정규직 재취업자는 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한경연이 55~74세 중·고령층의 재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 고학력일수록, ‣ 남성일 경우, ‣ 직업훈련 참여자, ‣ 퇴사 시 임금근로자로 일했을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재취업 확률은 초대졸 이상일 경우 고졸 이하보다 65.6%, 직업훈련 참여자는 비참여자보다 약 43.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정규직 재취업 확률이 약 29.4% 감소했다.
부채가 있을 경우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모든 재취업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퇴사 후에도 노동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인 것. 또한 연령이 증가할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확률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1세 증가 시 정규직 재취업 확률 17.9% 감소, 비정규직 11.3% 감소, 자영업자 10.6% 감소 등) 고령층으로 갈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확률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시 취업 형태는 재취업 시에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정규직, 비정규직)로의 재취업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향후 고령층의 일자리와 빈곤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임금 체계 개편, 직업훈련 강화, 연금 제도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의 유진성 연구위원은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는 등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직무급·성과급 임금 체계로 개편하고 임금피크제의 확산을 통해 중·고령층의 고용 유지 혹은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중·고령층의 양질의 일자리 접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시 직업 훈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경연은 고령층 근로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후생활에 대한 보장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금제도는 공적연금제도의 가입조건을 점진적으로 완화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여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기능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부터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30만 7500원으로 인상된다. 노인 단독 가구는 월 최대 30만 7천500원, 부부 가구는 월 최대 49만 2천 원을 받는다.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2.5%를 반영해 2022년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을 전년 대비 7500원 인상된 30만 7500원으로 정한 고시를 확정하고 20일부터 시행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기초연금을 받는 어르신 595만 명(21.10월 기준)은 1월 급여(1월 25일 지급)분부터 인상된 기초연금액을 지급 받게 된다. 단독 가구는 월 최대 30만 7500원, 부부 가구는 월 최대 49만 2000원을 받는다.
기초연금 제도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헌신한 어르신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생활 안정을 지원함으로써, 노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2014년 7월 도입됐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까지가 지급 대상자다.
제도 도입 당시 기준연금액을 20만 원으로 설정했고, 기준연금액의 실질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매년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기준연금액을 인상해 왔다.
특히, 정부는 노인 빈곤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자 기초연금의 단계적 인상을 국정 과제로 추진했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2018년 25만 원으로 인상됐고, 2019년에는 소득 하위 20%까지 30만 원으로 확대됐다.
2020년에는 소득 하위 40%까지 30만 원을 지급했고, 2021년에는 기초연금 수급자 전체인 소득 하위 70%까지 30만 원으로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대폭 인상됐다.
이와 같은 기초연금 기준연금액 인상은 노인빈곤율을 감소시키고 노인 인구 빈곤 차이와 소득 격차를 축소하는데 기여했다. 노인빈곤율(65세 기준)은 2014년 44.5%에서 2020년 38.9%로 5.6%p 감소했고, 노인 인구 빈곤 차이는 2014년 41.8%에서 2020년 32.0%로 9.8%p 감소했다.
또한 국민연금연구원이 기초연금 수급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기초연금은 어르신들의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89.3%는 기초연금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기초연금 수급 후 수급자들이 느끼는 변화는 병원 가는 부담 감소(58.2%),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게 됨(54.3%),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감소(53.2%) 등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은 주소지 관할 읍·면사무소나 동 주민센터, 가까운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신청할 수 있다. 올해 기준으로 신청 가구의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의 합산)이 단독 가구 월 180만 원, 부부 가구 월 288만 원 이하이면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가 된다.
2021년 핫했던 전시로 ‘아트 오브 뱅크시’ (The Art Of Banksy : Without Limits)를 꼽을 수 있다.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는 영국의 미술가 겸 그래피티 작가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1000만 명대로 생존하는 화가 중 가장 인기가 많다. 도대체 뱅크시가 누구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뱅크시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뱅크시는 누구인가?
‘뱅크시’는 가명이고, 얼굴, 나이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뱅크시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지만, 모두가 그가 누군지 안다”라는 말까지 생겼다. 뱅크시의 본명은 로버트 뱅크스이며 1974년 영국 브리스톨 출생으로 추정된다. 로버트 델 나자(영국 유명 밴드 ‘매시브 어택’ 멤버)도 뱅크시로 의심받은 적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뱅크시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는 뱅크시가 개인이 아닌 창작 집단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추가했다.
뱅크시는 1990년대부터 활동 중이다. 브리스톨의 지하 무대에서 성장해 점점 전 세계 도시의 거리, 벽, 다리 위로 작품 활동을 뻗어나갔다. 뱅크시는 전쟁과 난민, 불평등, 비인간성, 자본주의, 권위주의, 기후 온난화 같은 사회적 주제를 다루며 비판적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특히 2018년 ‘풍선과 소녀’(Girl with the Balloon) 파격 퍼포먼스로 유명해졌다.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00만 유로 이상으로 그림이 낙찰된 순간, 뱅크시는 미리 프레임 밑에 장치해둔 분쇄기를 원격으로 가동해 그림을 즉석에서 분쇄했다. 돈으로 구매하는 자본 미술 시장을 비판한 퍼포먼스였다.
‘아트 오브 뱅크시’, 짝퉁 전시인가?
‘아트 오브 뱅크시’는 개막 당시 ‘짝퉁 전시’ 논란이 일었다. 알고 보니 오리지널(원본) 작품 전시가 아니었고, 더욱이 뱅크시의 허락을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뱅크시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내 이름을 내건 전시회 중 나와 합의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이름을 내건 모든 전시는 가짜(FAKE)”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시 주최사는 “대표 벽화 등 뱅크시의 예술 세계를 재현한 작품 외에도 ‘POW(뱅크시가 2003년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딜러) 인증’을 받은 뱅크시의 원작들이 포함돼 있다”라며 “이런 소란마저 뱅크시스럽다”고 밝혔다. 전시회 작품 중 오리지널은 27점, 나머지 120여 점은 레플리카(복제본)로 알려졌다. 주최사는 뱅크시의 작품 세계를 공감각적으로 이해하고, 그가 던지는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아트 오브 뱅크시’ 직접 가보니
‘아트 오브 뱅크시’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입장료 2만 원이 아깝다”와 “뱅크시가 궁금하다”로 나뉜다. 이에 직접 전시회를 찾아봤다. 여전히 사람은 많았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지루하지 않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공간 활용률이 높은 전시였다. 뱅크시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꼼꼼히 채워져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많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뱅크시의 작품 대부분은 스텐실 작업(종이에 글자나 무늬, 그림을 그린 후 그 모양을 오려서 구멍에 스프레이를 뿌려 완성하는 방법)을 거쳤다.
또한 영국에서 5주간 한정 운영했던 ‘디즈멀랜드’를 재현한 퍼포먼스, 멀티미디어로 재창작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전시회 중앙에는 뱅크시의 대표작 ‘풍선과 소녀’의 멀티미디어 작품이 있다. 시리아 내전의 아픔이 전해져온다. 뱅크시의 작품에는 전쟁 혹은 빈곤의 어두운 배경 속에 아이들이 있다. 이를 통해 그는 ‘희망은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그런가 하면 사전 지식이 없어도 뱅크시가 영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영국인으로서 자부심도 있으면서 비판적인 시선도 갖고 있다. 영국 고위층을 꼬집는 작품이 많다.
뱅크시는 인간을 원숭이로 많이 표현한다. 특히 그는 ‘원숭이 여왕’(Monkey Queen)이라는 작품으로 영국 여왕을 원숭이로 표현해 화제를 모았다. 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에서는 브렉시트를 논의하는 하원들의 모습이 침팬지로 표현됐다. 뱅크시 작품 속 원숭이는 인류의 본성을 풍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원숭이 말고 쥐도 많이 등장한다. 쥐는 노동자의 삶을 사는 일반 소시민을 표현한 듯하다. 또한 반체제적인 성향의 뱅크시는 경찰들을 풍자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왕실근위대가 소변을 보는 발칙한 그림도 있다.
뱅크시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전시회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는 그냥 평범한 영국 사람이었다. 우리는 때로 정부가 답답할 때도 있고, 전쟁으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환경이 보존되기를 바란다. 뱅크시는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한, 용기가 조금 더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야 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이유를 알겠다. ‘우리 모두는 뱅크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이주호는 느리고 부드럽다. 맑고 고요하다. 푸근하고 꾸밈없다. 그의 진솔함과 진득함에는 포크계 거장의 이미지보다 웅숭깊은 우물에서 노래를 길어 올리는 구도자의 모습이 어려 있다. 이성보다 직관으로, 분석보다 느낌으로, 머리보다 가슴으로 우리의 영원한 테마이자 구원인 사랑과 행복을 노래한다. 인생 전체를 사랑바라기, 행복바라기로 영위해온 해바라기 이주호, 그의 참 좋은 시절은 그때고, 지금이고, 앞으로다.
영혼으로
그에게 언어는 마지못해 빌려온 연장 같다. 한 가지를 가지고 이것저것 때우듯 쓰는 것 같은데도 충만한 감성 덕에 자연스럽고 멋스럽다. 가령 그가 말하는 ‘동반자’는 아내를 의미하기도 하고 기타를 뜻하기도 한다.
“내 인생의 소중한 동반자인 기타라는 친구는 처음 만남에서부터 그렇게 소리가 좋을 수 없는 거라.” 이런 식이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를 ‘그 친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친구가 지난 몇 년간 우리와 함께하면서 모두를 힘들게 했지. 이제는 그 친구도 떠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이렇게 말이다.
언어는 이분법의 도구다. 너와 내가 다르고, 다름이 틀림이 되고, 그로 인해 상처 주고 상처받는 데는 언어만 한 비수가 없다. 말로, 글로 받은 생채기를 싸안고 보듬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만이 이분법의 경계를 지울 수 있다. 내 안에 너를, 네 안의 나를 볼 수 있게 하는 영혼과 마음의 대화인 셈이다. 그 사랑을 선율에 앉히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슬픔 속에서 아름다움을 읽어내고, 나약함을 강함으로 바꾸는 그의 노래는 언어적 이분법을 해체한 자리에 사랑을 흘려보낸다. 어언 50주년을 맞는 이주호 노래 인생의 주 테마는 그렇게 사랑인 것이다.
그는 1956년, 10남매의 일곱째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사업가 아버지와 성악가 어머니 사이에서 다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평탄하게 성장했다. 너나없이 궁핍한 시절이었지만 경제적 어려움도 심적 고생도 이주호만큼은 빗겨갔다. 노래처럼 인생이 술술 풀려나갔다고 할까. 그에게 노래는 인생과 같은 말이니 노래하는 인생 그 자체로 행복했다.
“아버지는 명보당이라고 보석 다루는 일을 하시면서 삼성물산 초기에 이병철 아저씨한테 돈을 대주던 전주였어요. 운수업도 하셨고요. 어머니와 이모들은 성악을 전공하셨지만 십대 때의 저는 음악적 재능이 표출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지요. 그냥 취미로 한 게 전부였죠. 형제들도 음악 하는 사람은 없고요. 그랬는데 어느 날 음악이 제게 왔어요. 온몸과 온 마음에 세례를 받았다고 할까요? 저절로 곡이 떠오르고 가사가 써졌어요. 왜 그런지는 저도 몰라요. 영혼이 노래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던 거죠.” 이 또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저 천부적 재능이 주어졌다고 할 수밖에.
그는 곡을 만들 때 감성의 원형인 자연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다. 자연의 곡선을 따라 선율이 흐른다. 해바라기가 해바라기인 것도 의도함 없이, 인연 따라 무위로 다가온 결과다. “당시 명동가톨릭회관에서 젊은이들이 음악 모임을 하곤 했는데, 그때 방 이름이 들국화, 코스모스, 장미, 해바라기 등이었어요. 제가 주로 이용한 곳이 해바라기룸이라 수녀님이 그룹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그대로 따른 거죠.”
인연으로
아는 사람은 알지만 해바라기는 원래 혼성 4인조 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주호, 이정선, 한영애, 김영미 이렇게. 1977년의 일이고, 첫 앨범이 그때 나왔다. 그러다 이정선이 입대하고, 이광조가 그 자리를 메웠다. 같은 해 두 번째 앨범이 나왔다. 이후 김영미의 해외 유학으로 4인조 해바라기는 해체를 맞게 된다. 이주호는 군 입대로, 이광조, 한영애는 솔로로 나섰다. 제대 후 이주호 또한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솔로 데뷔를 한다.
1982년 유익종과 듀엣 해바라기를 만들었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해바라기가 이때 탄생한다. 그러다 유익종이 떠나가고 이광준이 옆지기가 되었다. ‘모두가 사랑이에요’가 부상하기 시작하던 때였고, 이어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어서 말을 해’ 등이 주목받았다. 3집에서는 다시 유익종과 함께하며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내 마음의 보석상자’가 히트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심명기,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가 그의 옆을 지켰고, 강성운과는 1999년 이래 10년간 호흡을 맞췄다.
왜 그렇게 자주 파트너를 바꾸냐는 의아한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바람이 오고 가는 것처럼 인연 따라 일어난 일이라 여긴다. 의도적으로 누구를 지목하여 함께하자거나 계획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오가는 인연에 대해 담담할 수 있었던 것. 함께 노래하고 싶어 만났고 떠날 때가 되어 떠나갔다. 그러다 바람처럼 또 휘감겨올 때 그 인연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와 함께 가장 오래 노래한 강성운은 해바라기의 ‘찐팬’으로 고등학교 때 ‘해보라지’라는 팀을 만들어 고교 축제 무대에 섰다. 애오라지 해바라기 노래만 부르던 그가 해바라기의 정식 일원이 되어 언감생심 이주호 옆자리를 꿰찼을 땐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고.
최근에는 건반을 맡는 아들 이상 씨가 합류하면서 밴드 해바라기가 탄생했다. 이상은 2000년 그룹 유.피.에스(U.P.S)로 데뷔했다. 래퍼 도끼 등과 그룹 레이원으로도 활동했고, 2005년부터 솔로로 전향해 1집 앨범 ‘올 어바웃 다 러브’(All About Da Love)를 냈다. 미국인 외할아버지를 둔 혼혈 3세로 두드러지게 출중한 외모와 타고난 재능 덕에 모델로도 활동했다. 아버지 이주호와는 위례신도시 아파트 아래 위층에 살면서 음악인 이전에 자연인으로 부자의 정 또한 돈독하다.
“아버지는 조용한 분이세요. 항상 뒤에서 묵묵히 후원해주시죠. 음악이 아닌 다른 삶을 생각해보신 적이 없었듯이 저 또한 음악 외의 길을 간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제 음악을 하면서 해바라기 밴드로도 활동하는 ‘따로 또 같이’의 시간이 행복합니다.”
사랑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만든 곡은 약 1000곡, 그 가운데 이주호가 가장 마음에 품고 싶은 노래는 1989년에 만든 ‘사랑으로’다.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 없는 국민 애창곡 ‘사랑으로’의 배경에는 사연이 있다. 노래를 만들 때는 곡과 가사가 동시에 떠오를 때가 있는가 하면, 곡이 먼저 진행될 때도 있고 노랫말부터 완성될 때도 있다. ‘사랑으로’는 곡을 만들어놓고 2년이나 흘렀지만 어찌된 게 가사를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때라 국민의 정서적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처럼 당시 대한민국은 국제적 주목과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며 한껏 들떠 있었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잃어버린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는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우연히 신문 기사를 접한다. 김포공항 부근 환경미화원 가정의 네 자매가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궁핍한 생활을 비관하여 농약 자살을 기도했는데, 그중 세 살 막내가 생명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여섯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수입은 고작 월 25만 원, 올림픽을 치를 정도의 경제력을 지닌 나라에서 라면값도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던 이주호는 눈물을 글썽인 채 그 자리에서 바로 가사를 써 내려갔다. 받아 적는 손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울림 가득한 노랫말이 쏟아졌고, 두 볼과 가슴에는 눈물이 타고 내렸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이 다시 떠오르네 /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
‘사랑으로’가 알려지면서 막내딸을 잃은 환경미화원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고, ‘사랑으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기뻤다. 힘든 사람들을 위해 낮고 어두운 곳에서 노래로 위로와 행복을 나누고자 했던 그의 소망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사랑으로’는 중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다. 공감대의 동심원은 국내의 문턱을 넘어 세계로 번져나가, 2001년 키예프 국립오케스트라와 ‘For the Peace’ 음반을 녹음하고, 세계 3대 테너 중 한 명인 호세 카레라스는 세계 명곡 음반 ‘Around the world’에 자신이 직접 부른 ‘사랑으로’를 수록했다. 만국어인 사랑이 ‘사랑으로’ 노래가 되어 국제가요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행복으로
내 인생은 행복했다고 주저 없이 말하는 그에게도 원초적 아픔은 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언젠가는 끝을 만나야 하잖아요. 생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난과 시련이 우리 모두를 슬프고 아프게 하지요. 아무리 찬란했던 인생도 늦가을 나뭇잎처럼 어느 순간에는 다 놓고 떠나야 하니까요. 바람 같고 낙엽 같은 인생, 그런 것들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혼자 슬피 울기도 하고. 나만 이런가, 다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원초적 막다름을 마주하나 살펴보려고 시장을 한 바퀴 휙 돌기도 하고. 일부러 이것저것, 여기저기 부딪혀보면서 답을 찾으려고 하지요. 그렇게 얻은 내 사유와 정서를 타인들과 공유하고, 내가 하는 고민과 번민을 딴사람도 할 거라고 믿기에 그런 것들을 노랫말에 녹이는 거지요.”
그는 1993년 유럽 순회공연 때 스위스 바젤에서 만든 곡 ‘해지는 강변’(11집에 수록)을 떠올렸다. 각자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날 거라고 하면서. 지난 8월, 스위스 바젤의 한 비영리단체를 통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64세 한국인 폐암 말기 환자를 배웅하고 온 필자에게 위로차 들려준 곡이기도 하다.
해지는 강변에 홀로이 찾아와 물빛에 비치는 금빛 햇살은 / 조약돌 세는 내게 지나간 시간에 아름다웠던 얼굴들을 보이네/ 언젠가 때가 되면 이 강변에서 오랜 시간 지나간 후라도 서로가 서로를 찾아보자 했지/아름다웠던 기억들이 보이네/ 그 후론 우리는 나름대로 길을 갔었지/ 물살이 지우는 그 사람들의 얼굴은 어느덧 세월의 골이 새겨있어 아무도 모를 우리의 시간들
“저의 온 존재가 노래를 통해 사랑했고 사랑받았습니다. 저는 지난달 가수 인생 처음으로 제가 만든 노래가 아닌 남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후배의 곡이죠. 원래는 제게 편곡을 부탁하러 온 건데 나중에 제가 꼭 좀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간청하는 거예요. 받아들였습니다. 이 또한 해보지 않았던 경험이자 새로운 행복일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가사가 마음에 들었어요.”
버티고 버텨온 내 삶의 끝에서 당신 만나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그리움을 참고 밤하늘을 보면 당신 얼굴이 보여요/ 이렇게 사랑한 내 마음, 당신을 잊어야만 하는데/ 때로는 우는 얼굴, 우는 버릇, 눈물 버릇 언제나 받아주던 당신이기에/ 가라고 가라고 하진 마세요/ 지금은 갈 곳이 없어요, 조금만 있으면 떠날 테니까/ 서둘지 말아요, 이미 끝난 사랑 서둘지 마세요
”올 한 해도 그리움과 함께, 코로나와 함께 지냈네요. 어렵고 힘든 시기를 소망 꺾지 않고 헤쳐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고생하신 모든 분들, 제가 만든 노래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고, 나보다 못한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갈 수 있고 그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우리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언제나 사랑으로 우리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서로 기도하고 붙잡아주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올해 끝자락에 신곡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가을이면 오시려나’의 노랫말 중에 ‘겨우내 얼었던 가슴들은 서로를 위로하는데’라는 구절이 있어요. 서로 보듬고 위로하고 내 아픔이 네 아픔이고, 네 고통이 내 고통이라는 걸 서로 알아주는 것, 그런 게 공감이자 행복이 아닐까요? 이만큼 살아보니 행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늘은 사람 없는 편이야. 하루에 800명 올 때도 있거든. 파주랑 천안에서도 이거 먹으러 오기도 하고 그래.”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 입장하려면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이날 오후 한 시경에 방문한 한 어르신이 받은 대기표는 274번. 명동성당 내 옛 계성여고 운동장에 크게 설치된 천막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만 어림짐작으로 서른 명은 넘어보였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백신패스 제도가 시행되면서 저소득층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추위를 피하고 외로움을 달래던 복지시설이 휴관하거나 부대사업으로 진행하던 경로식당 운영 중단, 입장 인원에 제한을 두면서부터다. 이에 추운 날씨에도 오갈 데 없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명동밥집은 올해 1월부터 꾸준히 운영을 지속해오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음에도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야외에서 무료배식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옛 계성여고 운동장 자리에서 방문하는 이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줬지만, 5월부터는 현장 배식으로 전환했다.
실제로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도시락보다 현장 배식을 선호했다. 올해 내내 명동밥집을 이용한 어르신은 “도시락은 가져가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배식 방식을 변경하자 초반에는 200명 안쪽이던 방문자 수가 이제는 700명을 웃돈다.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마다 운영되는 명동밥집의 주말인 일요일 방문자 수는 850여 명으로 가장 많다.
무료급식소 이용자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아진다. 농촌 일용직으로 일하던 이들의 일거리가 끊기면서 하루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무료급식소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는 탓이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기존에 운영되던 무료급식소와 복지관 경로식당도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일례로 관악노인종합복지관은 경로식당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현 상황으로는 무료급식소 이용을 희망하는 취약계층을 모두 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무료급식이 불안정하게 제공되다 보니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맞고서 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아예 맞지 않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는 점 등 재난 상황이 노숙인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오는 사례들이 많다”며 “정책이나 제도들이 주거박탈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숙인들은 안전뿐 아니라 하루 한 끼 식사마저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노숙인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노숙인시설의 수면실 절반 이상(52.3%)이 독립적 공간 확보가 어려운 침상형으로 구성돼 있다. 수면실 내에서도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한 시설은 34.9%에 불과했고, 커튼이나 가림막 등을 확보한 시설은 20.8%에 그쳤다.
현재 실내에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나 접종증명(백신패스)을 제출해야 입장 및 이용이 가능하다. 정보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어르신이나 노숙인의 실내 급식소 이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의 겨울철 따뜻한 밥 한 끼가 위협받고 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박스를 모으고 있지만, 낮은 수익성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폐지 줍는 65세 이상 성인은 100명당 1명꼴(2017년 기준 약 6만 6000명)이다. 몸을 움직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일상 유지를 위한 수입을 위해 돈벌이에 나서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자료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한 달에 필요한 생활비는 129만 3000원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폐지를 주워 만지는 돈은 2~3만 원으로 2021년 최저임금 기준 시급(8시간 기준 69760원)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된 노동에 비해 적절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폐지 수거를 돕거나 대체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끌림은 가볍고 안전한 리어카를 직접 개발하고, 그 위에 광고를 부착하여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폐지 수거 노인에게 전달하는 소셜 벤처다. 현재 서울 17개 구, 부산 6개 구, 인천 3개 구, 광주, 제천에서 리어카 광고를 진행 중이다. 끌림은 “지난 4년 동안 전국 27개 지역구, 401명의 어르신께 336개의 끌림 안전 경량 리어카를 무상 임대해드렸다”며 “더불어 끌리머 어르신들께 2억 2천만 원의 임금을 지급해드렸고 이를 폐지 무게로 환산하면 10,200톤”이라고 설명했다.
아립앤위립은 폐지 수거 노인을 대상으로 일거리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노인들에 ‘미술 작업’을 맡기고 이를 제품화해 판매한다. 노인들이 그림을 그리면 일종의 저작권료를 지불한 뒤 엽서, 마스킹테이프, 수제 노트 등 굿즈로 재탄생시키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익을 내는 식이다. 또 판매 제품의 포장 작업을 어르신들에게 맡겨 두 번의 일거리를 창출하게 된다.
러블리페이퍼는 친고령,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페지 수거 노인들이 자원 재생활동가로 자부심을 느끼며 폐자원을 수집, 운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kg당 50원 정도에 그치는 폐지를 300원에 매입해 예술작품(페이퍼 캔버스 아트) 및 교구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이때 발생한 수익으로 다시 폐지 수거 노인들의 생계 안전, 여가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캔버스는 △시세의 6배가 넘는 가격으로 박스 구매 △박스, 캔버스 천 재단 △풀칠, 사포질 등을 통해 완성된다.
러블리페이퍼는 2019년 7월부터 폐지 수거 노인을 직접 고용해 폐박스 캔버스 제작을 함께한다. 러블리페이퍼는 “어르신들이 손도 빠르고 이해력이 좋아 준비한 물량을 금새 마무리하신다”며 “우리의 목표는 폐지 수거 어르신들 삶의 변화를 위한 인식 개선이다. 어르신들이 계속 일을 하실 수 있도록 명화 작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