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무의도에 딸린 섬, 소무의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2012년에 소무의도 둘레길인 무의바다누리길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소무의도는 해안선 길이가 2.5k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섬 여행의 매력을 다 갖췄으니 가성비 좋은 섬이라고나 할까. 섬 둘레를 걸으며 고깃배가 들락거리는 아담한 포구와 정겨운 섬마을 풍경, 74m 높이의 아담한 산과 푸른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다.
추천 코스
용유역에서 무의도행 1번 버스 탑승▶광명항 하차▶소무의인도교길▶마주보는길▶떼무리길▶부처깨미길▶몽여해변길▶명사의해변길▶해녀섬길▶키작은소나무길▶광명항에서 1번 버스 탑승/하나개해수욕장 하차▶하나개해수욕장 촬영세트장▶해상관광 탐방로▶1번 버스 타고 용유역 하차
미니버스 타고 무의도로 가는 길
올해 4월 무의도에 연륙교인 무의대교가 놓였다. 배 출항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든 맘 편히 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무의도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이 잘 돼 있어 뚜벅이 여행자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 철도를 타고 용유역에 내린 뒤, 길 건너에서 무의도행 1번 미니버스로 갈아탄다. 거잠포와 잠진도를 지날 때 차창 밖으로 반짝이는 갯벌 위에서 낮잠 자는 작은 고깃배와 조개를 캐는 주민들이 보인다. 무의대교가 생기기 전, 잠진도 선착장과 무의도를 무시로 오갔던 배 두 척은 먼바다에 한가로이 떠 있다. 승선 시간이 고작 5분이었지만, 뱃머리에 서서 섬 여행의 설렘을 만끽했던 일이 영영 추억으로 남게 됐다.
미니버스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무의대교에 올라타자 차창으로 바닷바람이 훅 밀고 들어온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한 미니버스는 고개 넘어 섬 끝 광명항으로 달린다. 미니버스가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요리조리 잘도 달린다. 고갯마루에 오르자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옆자리 앉은 중년여성이 “아, 너무 좋네. 자주 와야겠다”라며 혼잣말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물으니 반문한다. “안 좋으세요? 무의도에 사세요? 전 서울에서 여기 처음 왔는데 너무 좋네요. 다음에 남편이랑 같이 와야겠어요.” 무의도의 매력을 오래전에 깨달은 터라 그저 미소로 답한다.
무의도의 진주,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미니버스의 회차 지점인 광명항(소무의도 입구)에 하차한 뒤 무의인도교를 향해 걷는다. 이 다리가 광명항과 소무의도를 잇는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무의바다누리길 안내판을 훑어본다. 무의바다누리길은 소무의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마주보는길’, ‘몽여해변길’, ‘부처깨미길’ 등 구간이 8개나 되지만 총 거리는 2.4km밖에 되지 않는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무의바다누리길의 1구간인 ‘소무의인도교길’를 건너며 소무의도를 굽어본다.
갯벌이 드러난 떼무리포구에서 고깃배 대여섯 척이 물 들어오길 기다린다. 포구 앞 서쪽 마을에는 원색 지붕을 얹은 단층집이 옹기종기 모여 섬마을 정취를 뽐낸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처음 만난 구멍가게에 들러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을 사 마시고 더위를 식힌다. 인상 좋은 주인에게 듣는 마을의 이모저모는 덤이다. 떼무리포구와 서쪽 마을 앞을 지나는 방파제길이 2구간 ‘마주보는길’이다. 방파제 끝까지 걸으면 관광안내소가 나오는데 안내소 옆 계단으로 오른다. 계단 끝에서부터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당산이 있는 이 숲길이 3구간 ‘떼무리길’이다.
흙길과 데크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4구간 ‘부처깨미(꾸미)길’ 안내판이 나온다. 전망데크와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옛날에 소무의도 주민들이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소를 제물로 바치고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부처깨미에서 다시 1분 정도 오르면 전망대가 또 나오는데 이곳은 포토존이라 할만하다. 초승달 같은 몽여해변과 동쪽 마을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멀리 대부도, 영흥도, 선재도 등이 어렴풋이 보인다. 서해는 누렇다는 편견을 반박하듯 오늘따라 바다 빛이 푸르디푸르다. 전망대와 연결된 계단을 내려와 5구간 ‘몽여해변길’을 거닌다. 부모와 놀러 온 아이들은 갯바위 사이에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어쩔 줄 모른다.
산과 바다를 여유롭게 즐기는 산책길
바다 풍광 좋은 몽여해변에 카페들이 하나둘 생긴다. 한 카페에 들어가니 카페 주인이 바다 쪽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준다. 손님들이 “와 오늘 바다 예쁘다!” 환호한다. 빨간 파라솔 아래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지나가는 고깃배들을 구경하는 여유를 부려본다. 카페 가까이에 있는 바다이야기박물관을 지나면 곧 언두꾸미에 닿는다. 이곳은 갯벌에 참나무를 세우고 언둘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 주목망 어업을 하는 곳이다. 언둘꾸미가 변해 언두꾸미가 되었다고 한다. 방파제에 둘둘 말아놓은 그늘이 잔뜩 쌓여 있다.
언두꾸미를 지나 울퉁불퉁한 갯바위를 타고 넘어 6구간 ‘명사의해변길’에 도착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이 휴양 왔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몽돌 해변이다. 바닷가에 하얀 굴 껍데기가 가득 쌓여있다. 우뚝 선 절벽이 해변을 감싸고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든다. 명사의해변을 지나면 안산 꼭대기로 오르는 숲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나무 계단도 기다린다. 숨을 조절하며 중간쯤 오르니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해녀도가 훤히 보인다. 옛날에 해녀가 물질하다가 쉬었던 곳이라고 한다. 해녀도 뒤로 섬들과 풍력발전기 대여섯 기가 아슴아슴 보인다. 바다와 섬 사이에 해무가 껴 섬들이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던 사람들이 이 환상적인 풍경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이 길이 7구간 ‘해녀섬길’이며 무의바다누리길에서 풍광이 가장 좋다.
계단을 조금 더 오르면 안산 정상에서 하도정이라는 정자를 만난다. 하도정 주변에 해풍 맞고 자란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8구간을 ‘키작은 소나무길’이란 이름 붙였다. 하도정 이후로는 내리막길이다. 계단을 내려오면 소무의인도교가 코앞에 있다. 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굽어보니 어느덧 바닷물이 차올라 갯벌에 박혀 있던 배들이 둥둥 떠올랐다. 광명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하나개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바다 위를 걷는 하나개해수욕장 해상관광 탐방로
하나개해수욕장은 ‘섬에서 가장 큰 개펄’이라는 뜻을 지녔다. 해변은 모래밭이고, 썰물 때는 진득한 갯벌이 드러난다. 보드라운 갯벌 흙이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감촉을 즐기며 일몰을 감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해변에 오래전에 방영됐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칼잡이 오수정’의 주택 세트장이 있다. 실내 관람은 할 수 없다. 세트장 뒤로 해안관광 탐방로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이정표를 따라 데크를 걷다 보면 호룡곡산 등산로와 해안관광 탐방로의 갈림길이 나온다. 등산로를 뒤로 하고 해안 쪽으로 내려선다. 해안관광 탐방로는 작년에 무의도 해안절벽 옆에 조성한 해상산책로다. 만조 때는 파도 때문인지 약간 흔들거린다.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꽤 스릴 있다. 해안절벽에 있는 진기한 모양의 바위에 이름을 짓고, 탐방로 난간에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억지스러운 이름도 있지만, 자꾸 안내판 사진과 비슷한 바위를 찾으려 애쓰게 된다. 밀물 때는 갯바위가 잠겨 일부만 찾을 수 있다. 가장 그럴싸한 바위는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안고 있는 형상의 원숭이 바위다. 탐방로 끝 해안가에 있다.
이 탐방로는 한낮보다는 해질녘 바닷바람 맞으며 걸어야 제맛이다. 매일 물때가 변하므로 이곳에 갔을 때 바닷물이 싹 빠져 갯벌이 드러나 있을 수도 있다. 바다 위를 걷는 스릴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안내판 속 바위들은 다 찾을 수 있으니 밀물이어도, 썰물이어도 좋으리라. 탐방로 개방 시간은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이다.
주변 명소&맛집
무의도의 휴양지 실미도
실미도는 무의도의 부속 섬이다. 1971년 8월에 발생한 실미도 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실미도에서 북파공작원 훈련을 받던 부대원들이 정부의 사살 명령을 받고 온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실미도를 탈출해 청와대로 가던 중 자폭한 사건이었다. 2003년에 이 사건을 영화화한 ‘실미도’가 개봉해 큰 관심을 얻었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마다 무의도와 연결된 징검다리가 드러난다. 이 다리를 건너 실미도를 관통하는 숲길을 지나면 섬 반대편 해변이 나온다. 실미도 영화 세트장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갯바위와 고요한 해변만 남았다. 실미도와 마주 보고 있는 실미유원지에는 100여 년 된 아름드리 노송 군락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숲에서 야영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다. 하나개해수욕장보다 한적한 해변을 산책하거나 바닷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를 즐기기에 좋다.
맛집과 카페
무의도는 바지락 칼국수와 영양굴밥, 조개찜이 유명하다. 하나개해수욕장과 실미유원지, 광명항에 횟집과 식당이 많다. 실미유원지에서는 ‘해송회식당’이 입소문 났다. 진한 바지락 국물에 감자와 각종 채소로 맛을 낸 바지락칼국수가 일품이다. 칼칼한 국물이 입맛을 당긴다. 용유역 앞 ‘은행나무집’은 영양굴밥을 잘한다. 소무의도 몽여해변에 있는 ‘섬카페좋은날’은 루프톱 카페다. 옥상에 폭신한 소파를 준비해두었다. 길가에 있어 걷는 중에 잠시 들리기 좋다.
여행 tip
1. 대중교통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3층 7번 탑승장에서 2-1, 222번 버스 탑승, 용유역에서 하차한다. 용유역에서 무의도행 1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역에서 모노레일로 갈아타 종착역인 용유역에 하차, 무의도행 1번 버스를 탄다. 모노레일은 무료이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15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용유역까지 약 12분 걸린다.
-용유역 앞에서 1번 버스가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한다. 주말에는 10여분 늦어 질 수 있다. 배차 간격이 넓으므로 하차할 때 버스 시간을 알아두는 게 좋다.
2. 실미도는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 하나개해상관광탐방로는 물때 상관없이 출입할 수 있으나 바다 위를 걷고 싶다면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도심을 벗어나 어느덧 국도를 달린다. 햇살 쏟아지는 시골 마을을 지나 녹음이 짙어가는 산길로 들어서자 소음조차 숨죽인다. 숲길에서는 뒤엉킨 마음을 맡겨버린다. 구불거리는 좁다란 산길 위에서 너울거리는 계절을 느낀다. 그리고 비로소 땅의 너그러움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충북 진천이다.
보탑사 삼층 목탑과 꽃 정원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 했다. 사는 곳은 진천이 좋다 하더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에서 출발해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진천에 닿는다. 친절한 사람들이 비켜주는 좁다란 숲길을 따라 산밑을 지나면 길 옆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려준다. 산 아래에는 정갈한 사찰 보탑사(寶塔寺)가 조용히 앉아 있다.
고려시대의 절터로 추정되는 이곳에 대목수 신영훈 장인을 비롯해 문화재급 전문가들과 지광·묘순·능현 비구니 스님이 1996년 창건한 절이다. 그 후 지장전·영산전·산신각 등을 건립하고 2003년 불사를 마쳤다.
역사가 길진 않지만 보탑사가 많은 이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이 절 삼층 목탑은 상륜부를 제외한 높이가 42.7m. 못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다. 내부에는 삼층까지 오르는 계단도 있다. 108척 높이의 대웅전(1층), 법보전(2층), 미륵전(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모습이 웅장하다. 지나치지 말고 들여다봐야 한다.
또 사방에는 꽃들이 가득하다. 봄, 여름, 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이 피어난다. 목탑 주변에는 경계석도, 담도 없다. 야생화가 가득 피어난 화분들이 풋풋하게 자리 잡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아담한 처소 앞에 피어 있는 올망졸망한 꽃들의 모습은 수채화 같다. 군데군데 예사롭지 않은 석탑과 반가사유상, 불족석, 영산전, 전각, 그리고 격조전 입구의 석불과 와불의 평온한 표정은 꽃과 자연 속에서 제 몫을 보여주니 바라보는 느낌이 달라진다.
사찰 계단을 오르면 탐스런 작약이 화들짝 얼굴을 들이민다. 작약을 시작으로 경내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든 꽃밭이다. 계단참에도, 돌무더기 위에도, 담장 허리춤에도 색색의 꽃들이 가득이다. 산속 정원이 바로 여기다. 보탑사는 여느 사찰들처럼 규모가 웅장하지도 않고 근엄한 분위기를 자랑하지도 않는다. 평온하고 아늑할 뿐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머물다 가려는 여행자들이 조용히 오간다. 꽃과 나무들로 어우러진 경내를 걷다 보면 사찰이 아니라 어느 조용한 고택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자연생태공원에서 함께하는 휴식
보탑사 주차장에서 나와 5분 남짓 달리면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이 나온다. 11만8500여 ㎡의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잔디광장, 생태교육장 등의 열린 마당과 생태습지, 수목원, 야생초화·허브원, 가족 피크닉장, 습생초지원, 열매나무원 등 체험 숲을 갖추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가볼 만하고, 특히 아이들 자연학습장으로 좋다. 연인들이 손잡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물소리길, 별따라가는길, 산내음길 등을 걸으며 생태공원의 신선한 공기를 맛볼 수 있다. 넓은 잔디밭에서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 텐트를 치고 휴식 중인 가족들 모습이 평화롭다. 인근에 위치한 연곡저수지와 백곡저수지는 살아 있는 시골 풍경이다. 종(鐘) 박물관과 참숯 테마공원도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
만뢰산 자연 생태관에서 다시 1~2분 정도 달려가면 ‘사적 제414호 진천 김유신(鎭川 金庾信) 태실(胎室)과 만난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실 유적이다. 태실 유적은 아기가 태어날 때 함께 나오는 태반과 탯줄을 묻어놓는 곳을 말한다.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은 이곳 진천(옛 지명은 만뢰)에서 태어났고 그의 태실은 진천읍 상계리 태령산 정상에 있다. 태실 유적 입구엔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역사를 지닌 장소라 그런지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천년의 다리
진천 하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농다리(농교)’다. 아직도 시골에 가면 정겨운 징검다리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진천의 농다리도 그중 하나다. 900여 년 전 임 장군이라는 사람이 만든 다리라 전해지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로 알려져 있다. 두툼하고 널찍한 돌을 포개어 쌓은 것뿐인데, 거의 천년의 세월을 지탱해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수한 풍상을 겪고 홍수에도 끄떡없었다니 첨단기술로 만든 다리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농다리는 이제 역사의 다리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5월 중하순경 ‘천년의 발자취! 농다리에 반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바탕 축제의 장을 연다. 최근에는 수변산책로도 조성되어 조용한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진천에서 만난 수수한 음식점 두 집을 소개하고 싶다. 민물새우찌개, 수제비, 정갈한 더덕구이 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풍경소리’와 묵밥을 맛볼 수 있는 ‘하늘소’이다. 두 곳 다 제법 알려진 오래된 맛집으로, 당연히 파전과 동동주도 있다. 산속에 자리한 ‘하늘소’에 앉아 창밖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세속의 갈등과 번뇌가 어느새 사라진다. 매달 5일, 10일에 열리는 진천 장날에 맞춰 가면 더 좋다.
때론 조용한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땐 고민하지 말고 훌쩍 서울을 떠나보자. 고속도로를 두 시간여 달리면, 일탈과 휴식과 피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진천에 도착한다. 시골길을 달리고 산속에 파묻혀볼 수 있는 하루 코스는 역시 생거진천(生居鎭川)의 마을이 제격이다.
하루 동안 여수를 알차게 여행하고 싶다면, 오동도를 중심으로 한 해양공원 일대를 둘러보길 권한다. 동백숲이 그윽한 오동도와 스릴 넘치는 해상케이블카, 항구 정취가 가득한 종포해양공원, 여수 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빅오쇼와 낭만포차 등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걷는 내내 여수의 비췻빛 바다가 펼쳐지는 이 코스를 소개한다.
걷기 코스
여수엑스포역▶ 여수엑스포박람회장▶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아쿠아플라넷 여수▶ 오동도▶ 해상케이블카(지산공원- 돌산공원 왕복)▶ 하멜등대▶ 종포해양공원▶ 이순신광장▶ 여수수산시장▶ 차량 이동▶ 여수엑스포역
여수 여행의 관문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여수엑스포역을 나오면 길 건너 맞은편에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있다. 박람회장 주 통로인 디지털갤러리를 통과해 박람회장으로 입장한다. 디지털갤러리는 터널형 둥근 천장에 초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한 공간이다. 거대한 범고래와 해양 생물들이 스크린 속 바다를 유유히 헤엄쳐 다닌다. 갤러리를 지나면 여수엑스포해양공원으로 이어진다. 우주선처럼 생긴 은빛 초대형 전시관들이 둘러섰다. 2012년 박람회가 끝난 뒤 일부 전시관만 운영 중이다. 대형 나무인형 ‘연안이’가 반기는 한국주제관에서는 상설 전시가 이뤄진다. 엑스포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빅오쇼, 아쿠아플라넷 여수, 스카이타워는 건재하다. 이 시설물 옆에 스카이플라이, 범퍼카, 카트레이싱 같은 레저 시설을 추가해 엑스포해양공원으로 재개장한 것이다.
여수의 자랑인 빅오(Big-O)는 높이 47m의 커다란 O형 조형물이다. 빅오 둘레에 분수 노즐을 설치해 워터스크린을 만들고, 홀로그램과 레이저를 쏘아 3차원 입체 영상을 선보인다. 레이저 외에 화염, 분수, 안개 등 다양한 보조장치가 총동원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빅오 근처 좌석에서는 화염의 열기와 분수와 안개의 물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마치 4D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이다. 빅오 안에 여수 소녀 ‘하나’가 등장해 오염되고 파괴된 바다를 되살리자는 원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쿠아리스트의 환상적인 수중 공연
빅오 옆에 있는 원통형 스카이타워는 폐시멘트 저장고를 재활용해 만든 전망대다. 높이 60여m에 달하는 전망대에 오르면 엑스포해양공원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외벽에 설치된,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도 특별한 볼거리다. 여수엑스포역에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1일 5회 뱃고동 음색을 내며 연주한다. 낮에는 볼품이 없으나 밤에는 무지갯빛 조명을 밝히고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내며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빅오쇼 앞을 지나 그늘막 아래로 걷다 보면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도착한다. 이곳의 360° 돔 수조와 초대형 메인 수조 안에 약 280여 종, 3000여 마리의 해양 생물이 살고 있다. 물고기 떼가 돔 수조를 오가며 관람객 머리 위를 지나 발밑으로 사라지는 풍경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관람 포인트는 각종 공연을 챙겨보는 것이다. 메인 수조에서 펼쳐지는 수중발레와 탭댄스, 마술, 물고기의 식사시간이 매우 흥미롭다. 식탐 많은 가오리들이 아쿠아리스트를 에워싸고 작은 입으로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스릴만점 여수해상케이블카와 사랑의 섬 오동도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오동도 입구가 나온다. 오동잎을 닮았다는 오동도는 육지와 약 768m의 방파제로 연결돼 있다. 방파제를 걷거나 동백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오동도에는 동백나무 약 3000여 그루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화살 재료로 사용했다는 시누대를 비롯해 약 194종의 희귀 수목이 산다.
길 양옆에 늘어선 동백나무들이 서로 가지를 뻗어 천연 터널을 이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오동도 정상의 등대 전망대와 해안절벽 속 용굴을 들르게 된다. 여수 사람들은 오동도를 ‘사랑의 섬’이라 부른다.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 즐겨 찾기 때문이라고.
오동도에 많이 피는 동백꽃은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지녔다. 사랑 고백하려면 왠지 오동도에 와야 할 것 같다. 오동도에서 나와 여수 여행 필수 코스가 된 해상케이블카에 탑승하기로 한다. 오동도 입구에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지산공원 케이블카 탑승장에 오른다. 케이블카는 바닥이 강화유리로 된 크리스털 캐빈과 일반 캐빈 두 종류가 있다. 성인 왕복 기준 7000원 차이가 나는데 날이 좋다면 크리스털 캐빈을 추천한다. 바닥이 투명해서 거북선대교와 하멜등대, 종포해양공원이 발밑으로 지나갈 때면 오금이 저린다. 탑승시간은 편도 13분이다. 돌산공원에 도착해 여수의 푸른 바다와 해안을 만끽하고 지산공원으로 되돌아온다.
여수와 하멜의 인연
지산공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터널 안으로 진입한다. 터널을 통과해 하멜등대가 있는 종포마을로 향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10분 정도 걸으면 하멜등대에 도착한다. 항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을 여수 사람들은 ‘쫑포’라 부른다. 종포에 하멜등대가 있는 이유는 1653년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제주에서 표류하다가 14년 동안 억류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들은 제주도, 강진, 여수에서 부역하다가 1666년 여수에서 탈출에 성공, 일본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멜이 조선에 억류됐던 생활을 기록한 보고서가 바로 ‘하멜표류기’다. 이 보고서는 조선을 유럽에 소개한 최초의 문헌이다. 이런 인연으로 하멜 일행이 부역했던 장소가 종포와 가까워 하멜전시관을 짓고, 전시관 앞 등대는 하멜등대라 이름 붙였다.
종포마을에서 이순신광장까지는 해양공원으로 연결돼 있다. 해안산책로 길이는 700m 정도 된다. 낚시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등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걷는다.
미항 여수의 맛과 멋
해질녘이면 이 길에 낭만포차들이 모여들고,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낭만포차는 저녁 7시부터 동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대표 메뉴는 삼합이다. 전복, 낙지, 새우, 주꾸미 등의 해산물과 채소를 고추장 양념에 볶아 먹는다. 수많은 이가 바닷가 낭만포차에서 삼합에 ‘여수밤바다’ 소주를 마시며 낭만을 만끽한다.
낭만포차거리에서 조금 더 걸으면 이순신광장이 나온다. 광장의 랜드마크인 이순신동상과 거북선이 마주보고 서 있다. 이순신동상 뒤로는 여수 유일의 국보이자 이순신 장군 유적지인 진남관이 있는데 2020년까지 보수 공사를 한단다. 광장 옆으로는 좌수영음식문화거리가 이어진다. 돌게장, 꽃게장, 서대회 등 여수 향토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다. 흔한 백반을 주문해도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미식가라면 여름 제철을 맞은 하모회와 하모샤브샤브를 먹어줘야 한다.
좌수영음식문화거리와 이웃한 수산시장은 여수 대표 시장이다. 여객선터미널과 이웃해 오가는 인파로 분주하다. 건어물 상점가를 지나면 활어회센터와 돌게장, 갓김치를 파는 상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수를 떠나기 전, 이곳에서 싱싱한 활어회도 맛보고 장도 보면 좋겠다. 갓김치와 게장은 매장에서 택배로 부쳐주니 두 손 가볍게 귀가할 수 있다.
주변 명소 & 맛집
고향민속식당
여수에 오면 한 끼는 돌게장백반을 먹는다. 세계엑스포박람회장 정문 근처에 있는 고향민속식당은 여수 도착 후나 출발 전에 들러 식사하기 좋다. 주민들이 추천하는 곳이라 믿음이 간다. 돌게장백반을 주문하면 밑반찬이 한 상 가득이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두 종류가 나와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짜지 않은 간장게장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게장은 1회 리필해준다. 여수시 동문로 129, 평일 08:00~21:30 주말 08:00~22:00.
여수동백빵
여수 특산물인 동백을 소재로 만든 빵이다. 모든 빵은 저당, 무방부제로 만든다. 동백꽃 모양의 빵은 예뻐서 먹기 아깝다. 동백화과자, 동백만주, 동백양갱 등의 메뉴가 있으며 세트를 구성해 선물상자에 담아 팔기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포슬포슬한 대두앙금에 찹쌀피를 얇게 두른 동백화과자다. 여수시 중앙로 66-1, 10:00~21:00.
중앙게장백반
이순신광장 옆 좌수영음식문화거리 입구에 있는 게장백반집이다. 돌게장, 꽃게장 모두 파는데, 꽃게장이 단연 인기라고 한다. 돌게는 크기가 작아 살이 적은 게 흠이다. 이 식당의 꽃게장은 살이 꽉 찬 큰 꽃게를 사용해 흡족하다. 주방에서 꽃게 다리를 먹기 편하게 손질해준다. 게 육수로 끓인 된장찌개도 별미이고, 막걸리 식초를 넣어 요리한 서대회무침도 맛깔나다. 여수시 중앙로 72-30, 평일 07:30~22:00 주말 07:30~20:00.
걷기 Tip
여수시티투어 야경코스
여수 야경을 편하게 구경하고 싶다면 야경시티투어버스를 강력 추천한다. 야경시티투어버스는 매일 밤 운행한다. 1967년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중화학공업단지인 국가산업단지 야경과 오동도 야간분수,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투어가 끝나면 낭만포차가 있는 종포해양공원 앞에 내려준다. 소요시간은 약 두 시간. 여수엑스포역 맞은편 도롯가에서 탑승한다. 탑승시간 19:30 요금 어른 9000원, 예약 홈페이지에 예약, 잔여석이 있으면 현장 매표 가능.
수년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으니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말이다. 집 안에서 에어컨 바람 쐬는 것도 좋지만 전국 각 지역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축제에서 가는 세월을 즐겨보면 어떨까? 더위!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핫(?)한 여름을 책임질 전국 방방곡곡의 축제를 찾아봤다.
연재순서 ① 축제? 먹고 즐기자! ② 개운하게 한잔 촤악! 마시자 ③ 시원하게 솨악! 물놀이
사진 제공 각 지자체
축제? 먹고 즐기자!
잘 먹어야 더위도 이겨낼 수 있다. 축제에서 빠트리면 안 되는 것은 단연 먹거리 아닐까. 그 지역만의 문화와 먹거리 특산품을 전면에 내세운 놀이마당이 우리나라 축제의 특성. 지역의 정취를 느끼고 특산품을 현지에서 직접 맛도 보고 비교적 싼값에 구매할 수 있어 시니어 관광객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7월에는 여름 과일을 대표하는 수박축제가 열리며, 여름 야채인 토마토 는 5월부터 9월까지 부산, 화천 등지에서 수확 시기에 맞춰 축제가 열린다. 마침 7월과 8월 사이에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이 있다. 시골 냇가에서 고기 잡아 먹던 추억에 젖게 해주는 은어축제와 섬진강 맑은 물길 따라 몸도 마음도 시원하게 해주는 재첩축제도 먹거리 축제 중 하나다. 향기 그윽한 연꽃을 주제로 연꽃차 등을 시음할 수 있는 축제도 있다.
봉화은어축제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하는 ‘봉화은어축제’는 조용한 산골마을을 들썩이게 한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잃어버렸던 옛 시골 정취도 느끼고 냇가에서 놀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낙동강 상류인 봉화 지역에서 회유하는 은어는 수라상에만 오르던 귀한 민물고기였다. 봉화의 역사와 함께해온 은어이기에 더 의미 있는 축제다. 은어반두잡이와 은어낚시, 맨손잡이 체험이 기다리고 있고, 은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슬기잡이와 물싸움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기간 7월 27~8월 4일 장소 경북 봉화군 내성천 체육공원 일원
진안고원 수박축제
올해로 11회째인 진안고원 수박축제는 청정 고랭지 지역인 전북 진안 동향에서 열린다. 동향수박은 20℃ 이상의 일교차가 큰 고랭지 기후의 영향으로 아삭한 식감과 12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자랑한다. 이번 축제에도 할인된 가격으로 동향수박을 무한 구입할 수 있다. ‘진안고원 수박축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체험, 전시, 판매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수박 공예를 비롯해 수박부채만들기, 수박터널걷기 등은 휴가철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체험 행사다. 체련공원 특설무대에서는 깜짝 수박경매, 수박퀴즈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기간 7월 27~28일 장소 전북 진안군 동향면 체련공원 일대
부여 서동연꽃축제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만들어진,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령 인공연못인 궁남지에서 펼쳐진다.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축제 이름도 부여서동연꽃축제다. 매년 7월에 열리는 이 축제장에서는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등 330여 m² 규모의 연못에서 자라는 50여 종의 다양한 연꽃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용을 품었다는 포룡정은 더없이 아름답고 연꽃 단지 곳곳에 추억 어린 원두막이 놓여 있어 나들이 장소로도 좋다. 또한 야생화와 수생식물이 많아 아이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무왕의 탄생과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를 담은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연꽃쿠키 만들기, 연잎차 다도시연 및 시음, 연꽃디퓨저 만들기 등 연꽃을 소재로 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기간 7월 5~14일 장소 충남 부여군 서동공원 일원
무안 연꽃축제
동양 최대 백련 서식지인 회산 백련지에서 펼쳐지는 무안 연꽃축제는 뜨거운 여름의 정점에서 열린다. 1997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백련을 비롯해 홍련, 수련, 어리연, 가시연 등 각종 연꽃과 함께 수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 소망 그리고 인연’이라는 주제로 소망등을 달고 백련가래떡 나눔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 연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며 연차시음 및 행다시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밖에 연꽃얼음물길, 연꽃우산거리, 안개분수거리, 바람개비동산 등 연꽃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특별 산책로도 걸어볼 수 있다.
기간 7월 25~28일 장소 전남 무안군 회산백련지 일원
알프스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
경상남도 하동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알프스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손꼽힌다. 2015년부터 시작한 ‘섬진강문화재첩축제’는 먹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가 참여하고 소통하는 축제로 인기다. 재첩홍보판매관 및 재첩시식관을 운영하고, 특산품 전시와 판매도 겸한다. 축제의 주요 행사로 ‘하동청년회의소와 함께하는 치맥페스티벌’, ‘정두수 전국가요제’, ‘황금(은) 재첩을 찾아라’, ‘섬진강을 날아라!(무동력 행글라이더대회)’가 열린다.
기간 7월 26~29일 장소 경남 하동군 송림공원 및 섬진강 일원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
토마토를 주제로 한 축제가 논산에서도 열린다.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스페인토마토축제를 벤치마킹한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은 무더운 시기에 열리는 만큼 물총축제도 겸한다.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토마토 던지기, 토마토를 주제로 한 요리와 샴페인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체험 축제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여름 페스티벌로 자리 잡을 계획이라고. 매일 밤마다 버스킹 공연이 이어지고 주말 저녁에는 K팝을 좋아하는 외국 여행객들을 위한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기간 7월 19일~8월 18일 장소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남리 일원
‘남원’ 하면 춘향, ‘춘향’ 하면 광한루원만 생각났다. 남원에는 진정 광한루원 말곤 갈 데가 없을까 궁리하던 때에 마침 김병종미술관이 개관했다. 미술관이 좋아 남원에 들락거렸더니 식상했던 광한루원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된 동네 빵집과 걷기 좋은 덕음산 솔바람길도 발견했다. 이 산책로가 미술관과 연결되는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뻤던지. 남원을 여행하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가 종종 생각났다.
걷기 코스
남원역(남원시외버스터미널)▶차량 이동▶광한루원 북문▶남문▶요천 섶다리▶덕음산 솔바람길 입구▶전망대 레스토랑▶남원국립국악원▶그네매점(또는 약수터매점) 뒤 덕음산 솔바람길 입구▶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남원항공우주천문대▶춘향테마파크(또는 덕음산 오감만족숲)
상상 속 달나라를 구현한 광한루원
광한루원에는 남문(정문)과 서문, 북문이 있다. 오늘 걷는 코스는 북문으로 입장해 남문으로 나가는 것이 동선상 편하다. 북문 앞에는 고품격 한옥 호텔인 남원예촌과 규모 있는 한정식 전문점들이 자리했다. 이 일대는 남원 제일의 관광단지라서 거리가 깔끔하고 작은 쉼터도 조성돼 있다.
주중 낮 동안 일반인 관람이 허용되는 남원예촌을 잠시 둘러본 뒤 광한루원 북문으로 입장한다. 광한루원의 중심 건물인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춘향사당이 코앞이다. 조선 중기 사람들은 달나라에 옥황상제와 선녀가 산다고 생각했다. 이 상상을 지상에 구현한 것이 광한루원이다. 광한루는 옥황상제가 머무는 달나라 궁전이며, 광한루 앞 연못은 은하수를 상징한다.
연못에 섬처럼 떠 있는 세 개의 섬은 지상낙원, 즉 영주산(한라산),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을 뜻한다. 중국 ‘사기’에 등장하는 전설 속 세 산(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본떠 일컬은 것이다. 나무다리로 연결된 세 섬을 차례로 들러본다. 팽나무가 우거진 영주산 영주각에 올랐다가 봉래산의 대숲을 지나고, 방장산 숲에 숨은 작은 방장정에선 잠시 쉬어간다.
방장정 옆으로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돌다리 오작교가 보인다.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건널 때 걸었던 오작교를 본떠 만들었다. 다리 길이가 57m에 달하는 국내 최장 연지교다. 조선 후기 소설 ‘춘향전’에서 성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났던 장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오작교를 건너며 연못을 굽어보니 잉어 떼와 천연기념물인 원앙 수십 마리가 떼 지어 노닌다. 광한루원은 원앙과 잉어에게도 지상낙원인 듯하다. 연못가 버드나무와 짝꿍처럼 잘 어울리는 수중 누각 완월정에 올랐다가 남문으로 나선다.
솔숲이 우거진 덕음산 솔바람길
광한루원 남문으로 나오면 바로 요천변이다. 요천 제방에 올라 벚나무 가로수길을 걷는다. 가로수가 우거져 그늘이 짙다. 덕음산 솔바람길로 가려면 승월교나 섶다리를 이용해 요천을 건너야 한다. 흔한 시멘트다리 대신 섶다리를 선택해 건넌다. 이 섶다리는 옛날부터 요천에 섶다리 두 개가 있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근래에 만든 쌍섶다리다. 섶다리를 건너면 춘향테마파크와 식당, 놀이공원, 국립국악원 등이 있는 춘향촌 입구가 보인다. 춘향촌 입구 왼쪽에 ‘덕음산 솔바람길’ 입구가 있다. 나무계단을 조금 오르면 솔숲길이 이어진다. 잔잔한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걸었을까. 숲길이 전망대레스토랑 앞 전망대로 인도한다. 이곳에 서서 남원 시내를 굽어본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 같고, 도심 가운데로 요천이 흐른다. 남원의 젖줄 요천은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가 남해까지 간다.
탁 트인 남원 풍광을 감상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국립민속국악원 방면으로 내려간다. 국립민속국악원은 판소리의 성지인 남원의 국악 수준을 잘 보여주는 공연장이다. 주말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통 공연을 선보인다. 주말에 이 길을 걷는다면, 공연시간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국립민속국악원 뒤쪽으로 이동해 덕음산 솔바람길의 또 다른 입구를 찾는다. 나무계단을 오르자 김병종미술관까지 이어지는 데크 산책로로 연결된다. 길 곳곳에 전시돼 있는 시, 그림, 캘리그래피 작품을 감상하고, 솔숲 향기를 맡으며 느리게 걷는다. 데크에서 내려오면 바로 김병종미술관이 보인다. 국립민속국악원에서 미술관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남원의 뜨는 명소 김병종미술관과 화첩기행 북카페
2018년 3월 개관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남원 출신 한국화의 거장 김병종이 자신의 작품을 남원시에 기증하면서 건립이 기획됐다. 덕음산 기슭에 위치해 있어 실내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눈길 닿는 곳마다 푸른 숲이다. 김병종 화가의 작품은 1층 상설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김병종 화가의 초기작이자 그의 이름을 미술계에 알린 ‘바보예수’ 시리즈를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이해하기 쉽고, 동심이 느껴져 절로 미소 지어진다. 김병종 화가는 여행 에세이 ‘화첩기행’을 저술해 문학가로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여줬다.
상설전시장 옆에는 화첩기행 북카페 ‘미안’도 자리해 있다. 남원에서 나고 자란 청년 카페지기가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라는 뜻을 담아 ‘미안’이라 이름 지었다며 환하게 웃는다. 카페 한쪽 벽면에는 김병종 화가의 작품과 그가 기증한 미술, 인문학, 문학 관련 도서 등 약 2000여 권이 진열돼 있다. 나머지 벽면은 통창을 설치해 물이 가득한 정원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미술관과 카페를 만나 걷는 즐거움이 커진다. 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맛있는 커피와 빵을 먹으며 지친 다리를 쉬어간다.
춘향테마파크 걸을까, 오감만족숲을 걸을까
미술관에서 걷기를 마치고 광한루 쪽으로 내려가도 되고, 더 걷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항공우주천문대를 거쳐 춘향테마파크 또는 덕음산 오감만족숲으로 내려가도 좋다.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광한루원이 멀지 않다.
항공우주천문대는 미술관 뒤쪽으로 난 길 끝에 있다. 미술관에서 약 300m 거리다. 오르막을 살짝 오르면 돔 형태의 지붕을 얹은 천문대를 만난다. 여러 대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낮에는 태양의 흑점을, 밤에는 달과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기상이 좋지 않으면 관측을 할 수 없으니 날씨를 봐가며 입장해야 한다.
천문대 뒤쪽, 솔바람길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춘향테마파크 뒷문이 나온다. 이 문은 춘향테마파크의 가장 위쪽 구역에 있으니 아래로 내려가면서 관람하면 된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공원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촬영세트장이 남아 있다. 뒷문 근처에는 월매집, 춘향과 이몽룡이 첫날밤을 보냈던 월매집 부용정, 춘향이 변 사또에게 고초를 당했던 관아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춘향테마파크에 입장하지 않고, 뒷문 앞에서 이정표를 따라 오감만족숲/광한루 방면 숲길로 5분 정도 내려가면 오감만족숲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오감만족숲은 2017년에 덕음산 기슭에 조성한 공원으로 걷기 좋도록 지그재그형 산책로를 만들어놓았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승월교로 바로 연결된다.
주변 명소 & 맛집
전통시장의 정취가 물씬 남원공설시장
광한루 서문 앞에 있는 상설시장이다. 오일장날에는 아침부터 붐빈다. 남원에는 산과 강이 있어 농수산물이 풍부하다. 특산물을 구경하며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남원산 미꾸라지가 흔하다. 시골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오래된 뻥튀기 가게도 있다. 온갖 곡식은 물론 무까지 튀겨준다. 남원 사람들이 이 시장에서 즐겨 사 먹는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닭발 튀김. 뼈를 발라낸 닭발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남원시 의총로 51, 4와 9로 끝나는 날이 오일장.
맛의 고장 남원 맛집
남원에서는 남원산 미꾸라지와 된장을 넣고 푹 끓인 추어탕이 유명하다. 광한루원 서문 쪽 요천변에 추어탕 거리가 형성돼 있다. ‘새집’, ‘현식당’, ‘부산집’이 입소문 났다. 광한루원 북문 앞에 있는 남원 한정식 전문점 ‘종가’도 추천할 만하다. 보리굴비 정식을 주문하면 홍어찜, 육회, 전복구이 등 맛깔난 전라도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돌솥비빔밥 전문점인 ‘반야식당’도 광한루 인근에서 오래 장사한 소문난 집이다. 최근 뜨고 있는 ‘집밥, 담다’는 ‘따뜻한 가정식 한 끼’를 표방하는 젊은 감각의 음식점이다. 정갈한 식단으로 호평받고 있다. 예약은 필수.
남원 사람은 다 안다는 명문제과
남원에서 오래 장사한 동네 빵집이다. 가게는 작고 허름하다. 다른 빵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빵을 개발해 인기를 얻었다. 남원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인데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한 뒤로 손님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평일에도 줄을 서며, 오후 늦게 가면 인기 빵은 동나 살 수 없다. 3대 인기 빵은 생크림소보로, 꿀아몬드, 수제햄빵이다. 광한루원 북문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남원시 용성로 56.
걷기 Tip
❶ 5월 8일부터 12일까지 광한루원과 요천 일대에서 제89회 춘향제가 열린다. 광한루원은 야간 조명을 밝히는 밤에 산책해도 좋다.
❷ 4월 24일부터 5월 19일까지 바래봉 철쭉제도 열린다.
계절이 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천의 인현왕후 길. 고요한 숲길을 걸으면서 역사의 무게까지 느껴지니 사색을 위한 산책로로 제 격이다.
김천은 직지사가 유명하다. 그에 비해 인현왕후 길은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왕조 19대 숙종의 정비(正妃)인 인현왕후의 애달픈 사연이 있는 길이다. 폐비가 된 인현왕후가 3년 동안 기거했던 청암사를 품은 수도산 자락에 김천시가 인현왕후 길을 만들었다. 그 옛날 인현왕후가 거닐었던 곳으로 추정해 조성한 길이다.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마을에서 트래킹이 시작된다. 수도산 자락의 수도암과 청암사를 잇는 9㎞짜리 구간의 산길이다. 천천히 걸으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수도리 마을을 지나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는 길에 피어있는 여름꽃들이 싱그럽다. 널찍한 바위에서 잠들었던 고양이가 사람들 발자국 소리에 놀라 화들짝 깨어났다.
마을길을 지나 산비탈을 따라 조금 걸어올라 가면 수도암이 나온다. 그 옆으로 인현왕후 길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장희빈의 계략으로 서인으로 강등된 인현왕후는 외가가 있는 상주 인근의 김천 청암사로 자신의 거처를 정한다. 지친 심신을 이 길을 걸으며 다스렸을 거란 상상을 하며 숲길을 걸어본다. 첩첩산중이 이어지다가 온 산하가 다 보이는 탁 트인 길도 나온다. 바람결에 생강나무의 싱그러운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떨어진 꽃잎이 수놓은 길을 걷다 보면 ‘포토 존’도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인현왕후 길은 연둣빛에서 이제는 완연한 녹색의 숲길로 변했다.
조용히 생각하며 걷기에 적당하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요즈음 걷기 열풍에 맞추어 급조된 길과는 다른 자연스럽고 품격 있는 숲길이다.
넓지 않은 오솔길에 나뭇잎이 푹신하게 깔려 있다. 숲을 헤치며 걸어 내려와 길 옆 바위 계곡에 시원하게 손을 담그며 더위를 식힌다. 그렇게 산굽이를 돌아 나오면 도로가 나온다. 산길이 완만하고 순해서 누구라도 편안히 걸을 수 있다.
기분 좋게 하산하면 시원한 폭포수가 장관인 무흘계곡(武屹九曲)의 하류가 시원하게 맞아준다. 잠깐 들러 땀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계곡 입구의 전시관을 거쳐 무흘구곡 중에서 제9곡인 용추폭포에 다가가면 출렁다리 건너 17m 높이에서 떨어지는 장쾌한 용추 폭포수가 협곡과도 같은 절벽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청암사[靑巖寺]
청암사는 인현왕후 길이 있는 수도산 초입의 고찰이다. 직지사의 말사다. 장희빈에게 밀려나 폐서인이 된 인현왕후가 복위될 때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비구니 스님들이 수학하고 있는 청정 도량.
일주문을 지나 입구부터 키 큰 수목들이 하늘을 찌른다. 몸이 자연 속에 쏙 들어가 포근히 감싸지는 느낌이다. 작은 폭포가 흘러내리는 사찰의 좁은 계곡엔 푸른 이끼가 덮여있다.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적막한 경내에는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만 들린다. 찾는 이 그리 많지 않은 고요한 경내에 몇몇 여행자들만 눈에 띈다.
대웅전 앞뜰엔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져 있다. 매발톱이 가득 피어있는 옆길을 따라 나가면 인현왕후의 복위를 빌기 위해 세웠다는 보광전이 있다.
그 옆으로 뚝 떨어진 곳에 사대부 한옥 양식의 목조건물이 나타난다. 폐서인이 된 인현왕후가 복위를 기다리며 한 많은 세월을 은거하던 곳이 바로 이 극락전(極樂殿)이다. 왕후를 배려해서 반가 양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보통의 사찰 건축과는 달리 대문이 달려있고 현재는 외인 출입금지다.
그 시절 상궁들이 폐비를 물심양면으로 돕느라 사람들 눈을 피해 드나들며 시주를 했는데 이때 시주록 명단에 이름 올린 상궁이 26명이라고 한다.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난의 삶을 살았던 인현왕후를 그려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극락전을 둘러싼 채마밭에 스님들의 식량인 상추와 자잘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잡초와 파꽃도 피어났고 무궁화와 수국, 작약과 엉겅퀴와 함께 벌과 나비들이 날고 있다.
청암사는 많이 훼손되었거나 새로 건축하느라 손길이 많이 간 느낌도 별로 없다. 그저 오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알 수 있는 나무목재와 문양들이 정감 있다. 그래서 은은한 정취와 고즈넉한 고찰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김천시 부항면 유촌리에 가면 김천부항댐이 있다. 이 지역의 홍수피해를 예방하고 물공급과 청정에너지 공급을 위한 댐이다. 댐 주변을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재미와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다.
94m 높이의 레인보우 타워가 압권이다.
타워 옆으로 오솔길을 지나면 256m 길이의 출렁다리가 있다.
맛집! 김천이라 하면 지례 흑돼지가 유명하다. 옛날에 임금님께 진상하던 토종 흑돼지로, 부항댐에서 조금 나가면 흑돼지 맛집들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김천 인현왕후 길과 부항댐 주변
Ktx서울역→김천 : 1시간 30분 소요
김천역 → 인현왕후 길(40km) : 김천역에서 도보로 10분 ~ 15분 정도 걸어서 김천 버스터미널 이동
인현왕후 길 → 지례 흑돼지(22km) 승용차 이용 시 : 30분 정도 소요. 대중교통 이용 시 : 1시간 정도 소요
지례 흑돼지 → 부항댐 짚와이어, 출렁다리(4.8km) : 버스가 하루에 1~2번 정도 있음. 승용차 이용 시 - 10분 정도 소요. 대중교통 이용 시(885-1번 버스) : 20~25분 정도 소요
5월 가정의 달이다. 수도권 안에 가족들과 가볼 만한 가까운 곳이 있다. 문화와 예술, 역사 등을 두루 느껴볼 수 있는 파주,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북녘과 인접해있어 생태탐험과 최북단의 DMZ를 통해 평화안보여행도 할 수 있다.
파주 출판단지
출판단지에서 유명한 은 출판 복합 문화공간이다. 책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친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꽂이는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쾌적하고 넓은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들이 편안해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면 책의 기원이나 출판의 역사를 알기 쉽게 볼 수 있도록 전시해놨다. 책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그 옆으로 문 열고 나가면 헌책방 '보물섬'에서 저렴하게 중고책을 마음껏 구입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책과 함께 하루쯤 묵고 싶다면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이 있다. 와이파이가 없다. TV도 없다. 오직 책 속에 푹 파묻힐 수 있는 방이다 사색과 휴식의 시간을 위한 북스테이다.
-파주 출판단지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지혜의 숲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벽초지(碧草池) 수목원
봄꽃들이 이미 다 지고 있는데 이곳은 기온이 낮은 지역이라 아직은 늦게 피어난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수양버들이 늘어진 연못, 그리고 꽃길과 조형물들 사이를 걸으며 군데군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젠가 무릎이 아픈 어르신을 모시고 왔더니 수목원 관리소에서 휠체어를 대여해 주어 편안히 다닐 수 있었다.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166-1
마장 호수 출렁 다리
근래들어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현대인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짚라인이나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등을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추세다. 요즘 여행 중에 빠질 수 없는 새로운 아이템이다. 마장 호수공원은 20만㎡ 넓이의 테마파크다. 이곳의 길이 220m의 출렁다리는 무료입장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둘레길 총 4.5km 중 3.3km 구간의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기산로 365
헤이리 마을과 프로방스
예술인 380여 명이 모여 만든 마을이 헤이리 마을이다. 총면적이 15만 평. 많은 갤러리와 박물관, 공연장 등을 천천히 구경하고 즐기려면 한나절도 모자란다. 3층 이상의 건물은 짓지 못하게 되어있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친화적 마을에 예술인들이 직접 작업하며 살고 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 마을 길 건너편에 파스텔풍의 알록달록한 마을이 보인다. 남프랑스 전원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프로방스 마을이다. 허브 정원, 이쁜 카페와 공예품들, 그리고 리빙 웨어, 플리마켓 등의 눈요기 거리가 도처에 있고 맛집들이 기다린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84
헤이리 근처에 파주 영어마을도 있다. 아이들이 있으면 들러서 뮤지컬 관람이나 베이킹 체험 등을 해볼 만하다. 지금은 체인지업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파주 영어마을:경기 파주시 탄현면 얼음실로 40
맛집&빵집>
교황님이 방한했을 때 간식빵으로 유명해진 교황빵 외에도 맛난 빵집이 몇 군데 있다.
-파주시 파주읍 우계로 51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평화누리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어서 밤중에 별궤적 찍으러 몇 번 왔었다.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가 흐르는 고요한 밤의 분위기도 좋았던 곳이다. 한낮에는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피크닉 나온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드넓은 공간 덕분에 아이들이 연 날리며 놀기도 좋고 해마다 파주 장단콩 축제나 인삼 축제가 열린다.
통일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철조망에 가득하고 달리지 못하는 녹슨 철마도 있다. 망원경을 통해 DMZ의 때 묻지 않은 생태자연경관을 보면서 분단국가의 역사를 체험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618-13
이외에도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 감악산 출렁다리, 보광사, 파주 이이 유적, 장단콩 마을, 적성 한우마을 등 가볼 곳이 많다. 수도권이라면 언제라도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파주다. 자가용 이용이 아닐 경우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합정역 앞의 2200번 버스와 경의선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광화문이나 서울역에서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에 드라이브 삼아 떠나볼 만하다.
교통 및 작은 정보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좌석버스 2200번 / 파주 시내버스 900번
▲파주시에서 지원하는 파주 시티투어버스가 있다. 합정역 아침 9시 30분부터 출발. 요일별 당일코스가 다양하다.(17000~38000원). 주말엔 1박 2일 코스도 있다. 파주시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 탑승해서 관광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즐거운 도움을 준다.
꽃이 핀다. 온갖 봄꽃들, 활짝 몸을 연다. 그러니 온 산야가 후끈하다. 백목련, 벚꽃, 동백꽃, 유채꽃, 개나리, 진달래…. 붉거나 희거나 샛노란 꽃들의 미색에 쓰러질 것 같다만 정신은 깬다. 순결한 꽃들의 성(聖)으로 내 안의 속진(俗塵)이 헹궈진다. 봐라, 절정이다! 꽃들은 그리 속살거린다. 잘난 척하는 바 없이, 뭘 내세우는 기척 없이, 수줍은 듯 바람결에 하늘거리며 자연스러운 제 생태에 당당함을 슬며시 웅변한다.
숲길을 오르자니 이내 다산초당. 기와를 입었으니 초당이 아니고 와당이겠으나, 숲속 산방이라 외져 수수롭다. 지금 이곳에 갖가지 꽃들이 피어나지만 다산 정약용, 그는 진정 꽃핀 사내였다. 꽃다운 한살이를 누리고 떠난 인물이었다.
꽃다운 한살이? 이는 웬 거친 은유? 다산은 다산초당에서의 10년을 포함, 강진 땅에서 도합 18년간 유배를 살았다. 말하자면 그는 이 적막한 숲에서 ‘지옥의 한철’을 살았다. 그러나 기이하도록 고등한 이 인물은 운명의 농간에 굴복하지 않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가 시베리아 유형 체험을 창작의 퇴비로 변용했듯이, 다산은 유배의 고난을 정련해 학문의 보검(寶劍)을 벼렸다. 그는 유례가 드문 운명의 연금술사이자 뛰어난 곡예사였다. 거대한 학문의 포식자이자 불굴의 강철 인간이었다. 불후의 명저 ‘목민심서’를 비롯해, 자그마치 500여 권에 이르는 각종 경집과 문집이 다산초당에서 생산되거나 기획되었다. 독을 약으로 삼아 개화 만발한 특유의 기화(奇花). 후세에 쏟아진 갈채는 응분의 몫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꽃핀 다산의 한살이는 그 자신의 영광이자 시대의 쾌거였다.
유배객 신세에 고독인들 없었으랴. “봄잠 자고 술에 취해 사립문 닫았노라”, 다산은 그리 시를 썼다. 술과 시로도 누르지 못할 외로움이 들솟으면 숲을 배회했을 테지. 궁지에 몰릴수록 자연이 살가워지는 법. 만고에 믿을 만한 벗인 자연과 교유하며 시름과 갈증을 다독였을 게다. 나는 지금 다산이 즐겨 걸었다는 숲길을 밟아 나가고 있다.
만덕산 허리춤을 빙 에워 도는 숲길이다. 휘거나 꺾이거나 오르내리거나, 다채롭게 변주하는 오솔길이다. 숲을 이룬 수종 역시 다양하다. 흔전만전하기론 소나무·참나무·물푸레나무·조릿대·소사나무이지만, 남도 특유의 상록 교목인 동백나무·후박나무·비자나무·차나무 또한 숲을 채워 식생의 향연을 펼친다.
유배객 다산에겐 절친하게 지낸 승려 둘이 있었다. 저 아래 두륜산 일지암에 머물렀던 초의와 여기 만덕산 백련사 주지였던 혜장이 바로 그들. 당대 최고의 선승이었던 두 스님은 연상의 다산을 스승으로 섬겼다지. 특히나 혜장은 다산의 고달픈 유배생활에 많은 편의를 제공했더란다. 둘의 학문적·사상적 교류 또한 흐벅진 것이었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1km 남짓한 숲길. 이 길이 바로 다산과 혜장이 만나고 통하고 논하고 배운 길이었다. 당대의 걸출한 석학과 선승이 교유한 ‘유(儒)·불(佛) 소통의 크로스로드’였다. 다산의 고독과 사색이 서린 길이기에 ‘다산의 철학 산책로’라 이를 수도 있겠지.
숲길 막판엔 백련사가 있다. 절 앞 저만치에서는 구강포 바닷물이 너울거린다. 꽃빛 낭자하게 번진 뒤편 만덕산은 젖을 내주는 어미의 표정을 지은 채 산사를 와락 보듬는다. 그리고 산사의 옆 자락엔 붉은 꽃초롱 총총! 동백꽃, 지천으로 흐드러져서다. 백련사 동백숲엔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들이 있으며 수령 300년이 넘었다는 노거수들도 많다. 주름과 검버섯, 생채기와 옹이에 뒤덮인 거목들 가지마다에 붉디붉은 꽃이 피어 회춘의 일락(逸樂)을 구가한다. 동백 꿀을 탐하는 습성이 있어 마냥 동백숲에서 지지구재재구 노래하는 저 새들은 동박새.
이채로운 건 동백숲 안에 산재하는 석탑과 부도들이다. 이끼 낀 저 수려한 석물 사위로 동백꽃 향불이 물결처럼 일렁거린다. 해서, 숲 안은 법당처럼 그윽하며, 불화(佛畫)처럼 장엄하다. 옛사람 납신다. 이 요요한 봄날의 동백꽃 제전을 바라보다 휘적휘적 숲 밖으로 가뭇없이 사라진다. 환(幻)으로 오신 다산. 그는 동백숲이 못내 그리울 테고, 나는 외람되이 그가 그립다.
우리 동네 이름은 ‘숲속 마을’이다. 고양시에 속하지만 산과 들판에 둘러싸여 마치 시골 마을 같다. 나의 아침은 산책을 하면서 시작된다. 건강을 챙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취미와 기술을 연마하는 장소로도 활용하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나지막한 동산 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좁고 구불구불한 숲속 길을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흙길에 아름드리는 아니어도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제법 울창해 신선한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집에서 출발해 조금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돌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이 산책길은 너무 한적해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는 머리끝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휴일에는 산악자전거를 타는 무리를 가끔 만나기도 하지만 평일에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 전용 산책길인 셈이다.
나의 아침 산책은 조금 남다르다.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아 그렇다. 물론 이 시간에 하루를 구상하고 앞으로의 삶을 디자인하는 건 다른 사람들과 같다. 내 산책에는 여기에 세 가지가 더 곁들여진다.
첫 번째는 하체 근력을 키운다. 아주 가파르지는 않아도 산길이라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져 유산소 운동을 하기에 좋다. 나이가 들면 다른 운동도 요구되지만, 특히 하체 근력이 중요하다.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허벅지 등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 내 산책길은 이 조건을 충족시켜준다. 하체 근력이 요구되는 연령대에게는 최적의 코스다.
두 번째는 사진기술을 연마한다. 빼곡한 일정으로 사진 촬영을 위한 별도 여행이 힘든 상황이어서 작품을 만들고 기술을 연마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날마다 같은 코스를 걸어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풍광이 다르고 나무와 꽃과 나뭇잎과 산새와 곤충들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사진 소재가 풍부하다. 산책을 하며 취미활동을 곁들이니 다소 긴 시간이 흘러도 지루하지 않다. 중간중간 피사체를 붙들고 촬영에 몰입하면 걷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날 때도 있다.
세 번째는 발성 연습을 한다. 산책로 중간쯤 산울림이 만들어지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저음, 중음, 고음 연습을 한다. 강의와 방송 그리고 가끔 아마추어 연극배우로도 활동해 목소리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SBS 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에 시니어 리포터로 출연하고 있어서 더 그렇다. 목소리 관리의 기본은 발성 연습인데 호흡이 기본이라서 맑은 공기가 흐르는 숲속이 좋다. 내 산책길에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목소리를 높여도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일이 없다. 발성 연습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나는 아침 산책을 하며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린다.
관악산 위로 먼동이 터오면 나는 창문을 열고 아침을 맞는다. 그리고 공기가 맑은지 살핀다. 해가 늦게 뜨는 동절기에는 ‘반딧불 손전등’을 손목에 차고 나만의 아침 산책을 위해 ‘미성 오솔길’로 나선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사회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됐다. 젊을 때는 더러 늦잠이 달콤했지만 중년이 되면서부터 ‘5시 기상’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실천이 문제였다. 그 시간에 일어나는 ‘재미’가 있어야 했다. 다행히 그 무렵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35년 전에 숲속에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미성 오솔길은 아파트 정문에서 바로 이어진다. 여느 산책로와 달리, 인공이 거의 가해지지 않은 ‘흙길’이다. 체력과 시간에 맞춰 운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산책로다.
좁다란 오솔길로 들어서면 산책객들과 만난다. 애완견에게 헉헉거리며 끌려가는 사람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솟는다. 서너 명의 한 무리는 운동기구 앞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일장 연설을 하면 나머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산책을 할 때마다 자주 보는 얼굴들이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건강하세요!” 하며 즐겁게 인사를 나눈다.
좀 더 걸으면 체육공원에 이른다. 경쾌한 음악소리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고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보인다. 만수천은 물맛이 좋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특급 약수터다. 길은 곧 선우공원으로 연결된다. 조그만 계곡에 생태연못이 꾸며져 있다. 어린아이들과 가족놀이하기 좋은 곳이다. 부채꼴 모양의 능선은 마치 하얀 실타래를 풀어놓은 모양새를 한 채 ‘원시 오솔길’로 길게 이어진다. 서울 시내에 이런 길이 또 있을까? 여기까지가 왕복 한 시간여 거리다. 아침 산책 시간으로 적당하다.
시간 여유가 있어 더 걷고 싶으면 왕복 두어 시간 걸리는 호암산 자락길까지 가면 된다.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호암산 잣나무 삼림욕장이 호암사 뒤편으로 있다. 여름철에는 하루살이, 모기 등 해충이 없어 휴식하기에 편하고, 그늘이 커서 자리 깔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잣나무 잎이 두툼하게 쌓이는 이곳은 눈이 오는 겨울에도 따뜻해 추위를 느낄 수 없다.
관악구 ‘미성 오솔길’에 정들어 산 지 35년이 넘었다. 하루 만보걷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침 산책을 마친 후에는 샤워를 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손주도 돌보고, 재능기부 자원봉사도 한다. 창작활동도 빼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