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더 빛나는 빛축제로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쌓아보자!
낭만적인 분위기 속 인생 사진을 남길만한 빛축제 5곳을 소개한다.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
11월 30일까지 |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 빛의 숲, 고흐별빛정원 등을 탐방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
태안 빛축제
12월 31일까지 | 네이처월드
365일 연중무휴인 태안 빛축제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자!
눈내림 별내림 불빛축제
12월 31일까지 | 산들소리
서울 근교 가족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주목받는 곳! 트리 앞에서 사진 찍으면 인생샷 완성!
서울랜드 불빛축제 루나파크
12월 31일까지 | 서울랜드
6m 크기의 미러볼과 화려한 빛으로 시작되는
빛축제의 하이라이트! 신나는 빛축제가 펼쳐진다!
제주 허브동산 별빛놀이
12월 31일까지 | 제주 허브동산 파크 내
짙은 허브 향기가 머무는 허브동산에서 즐기는 야간데이트! 다양한 테마공원으로 가족 나들이 가자!
쳇바퀴 돌 듯 반복하는 생활이 가끔은 어딘가에 눌리고 갇힌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우리 영혼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라던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쳇바퀴 자국을 닦아낼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세영(41) 전시 디자이너는 신간 ‘예술이 필요한 시간’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전한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선화예술고등학교 미술부에서 예술의 기반을 닦았다.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실내건축으로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에서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서양건축사, 건축과 문화, 색채학 등을 가르치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해 다시 조합하는 큐레이팅 인턴으로 일했다. 현재는 미술관의 전시 기획에 참여해 전시 목적, 원작자의 의도, 공간 구조, 설치물의 위치, 관람객의 예상 동선 등을 파악하고 내용이 직관적으로 전달되도록 방향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서울시립미술관, 평창동에 새로 생긴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리움미술관에서 올가을 열릴 전시를 준비 중이다.
“학창 시절 학교 입구에 크게 쓰인 ‘이 문은 세계로 통한다’는 문구가 등교할 때마다 마음을 울렸어요. 예술학교에 다니던 저에게 세계는 예술이었고 예술은 곧 세계였죠. 매 순간 더 넓고 근사한 곳으로 이끌었거든요. 예술이 있다면 삶은 언제나 재밌고 즐겁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시 분야는 예술과 호흡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선택했어요.”
전시 디자인의 세계
‘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관람객들은 보통 작가와 큐레이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공간이 작품의 배경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다듬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전시 디자이너다. 관객들이 전시장의 작품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조명, 동선, 진열 위치 등을 구성한다. 이세영 디자이너는 모든 작품이 소외되지 않고 가치를 투명하게 드러내면서, 공간의 구조가 관람객의 감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전시 디자인이 ‘잘’ 됐다고 말한다. 그와 서울시립미술관이 협업한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가 대표적이다.
이 전시는 1900년대 초 미국 현대미술 작가 에드워드 호퍼의 65년 화업을 보여준다. 오래된 나무 바닥과 높낮이가 다른 천장은 어두운 색상으로 마감하고, 희게 색칠한 가벽을 활용했다.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등 작가의 발길이 닿는 장소마다 변하는 화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물론 전시 하나에 수많은 의도와 전략이 존재하고, 많은 사람이 관여하기 때문에 전시 디자인이 디자이너만의 고유한 역할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전시를 오픈할 때마다 그 안에서 곧잘 제 역할을 발견할 수 있죠. 그리고 그게 과연 최선이었는지 다시 확인해요. 8월 20일까지 진행하는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과 10년 가까이 협업하고 있는데, 같은 공간을 각기 다른 콘텐츠를 위해 디자인한다는 행위가 감사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서소문 본관과 북서울미술관의 규모와 세부 특징은 이제 눈감고도 알 수 있지만, 작품의 분위기와 고유한 온도, 작가의 서사에 따라 매번 다른 형식을 만들어가는 거죠.”
예술을 곱씹는 방법
그는 미술관이 방문객에게 늘 가깝고 친근한 장소로 여겨지길 바란다. 미술관을 찾는 이들의 목적은 각자 다르겠지만, 의미 있는 시간 속에 예술이라는 가치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얻었으면 해서다. 저서 ‘예술이 필요한 시간’은 그가 방문한 세계 여러 나라 전시 공간에 관한 감상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한 에세이다. 읽는 사람들이 예술 애호가의 기억을 따라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예술을 위한 시간은 길고 여유로울수록 좋습니다. 미술관에 가서 들인 시간만큼 작가의 생애와 의도, 그림의 기법을 모두 파악하고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자칫 전시회 관람은 체력 들여 공부해야 하는 행위가 돼버려요. 거창하지 않게, 그저 가볍게 간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보이지 않던 요소들이 눈에 띌 겁니다. 자기만의 해석도 덧붙여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재미이지 않을까요.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더 많은 분이 예술로부터 위로받고 내면의 가치와 교감했으면 좋겠습니다.”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의 일부를 옮겨 싣는다. 세 번째 주제는 선글라스다.
1 ‘인사동 대학생 어머님’. 백팩으로 포인트를 준 패션이 대학생 같아 ‘대학생 어머님’이라고 했다. 어머님의 핑크색 선글라스 속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살짝 보이는 것이 재밌다.
2 ‘하늘색 티셔츠 아버님’. 캐릭터가 그려진 하늘색 티셔츠와 커다란 알의 선글라스로 젊은 패션 감각을 선보인 아버님.
3 ‘디올 어머님’. 브랜드 디올(Dior)을 사랑하는 어머님. 꽃무늬 옷도 고급스럽게 소화하셨다.
4 ‘루이비통 아버님’. KBS에서 동묘로 나의 작업 현장을 취재 나온 날이었다. 촬영 전 젊은이들이 입을 법한 루이비통×슈프림 재킷을 입은 아버님을 포착했다. 잠깐 뒷모습만 봤는데, 촬영이 시작된 후 아버님과 마주쳤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드리자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주셨다. 나도 언젠가 아버님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5 ‘카우보이 아버님’. 청청 패션의 아버님을 보자 서울 동묘가 미국의 황무지로 바뀐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화룡점정은 역시 빈티지 선글라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마지막 순서는 ‘취업 후기 편’이다.
Episode_1“합격 문자도 받았는데 갑자기 입사 취소라니요?”
간혹 기업 측에서 합격 통보 이후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조율 가능한 상황인지 살펴보고, 이후 구직 방향 설정을 위해 정확한 이유를 파악해둬야 한다.
진행자 채용 확정 후, 출근을 앞두고 회사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나요?
백신혜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신혜) 네, 계약서 작성만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엎어진 구직자가 있었어요. 알고 보니 대표는 그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실무자인 팀장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꺼린다는 거였죠. 대표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실무자가 거부감이 심하니 결국 취소 통보를 했더군요.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황당하고 속상한 일이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채용 프로세스를 잘 따르는 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죠. 소규모인 경우에는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기도 해요. 가령 인턴십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중장년을 채용하려 했는데,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되면 합격자를 추렸어도 굳이 뽑지 않더라고요.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소장(이하 성희) 빈번하지 않은 사례지만 이따금 벌어지는 일이긴 하죠. 이유를 보면 예측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허탈해하는 건 결국 구직자거든요. 본인 탓이 아닌데 좌절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한번은 대표이사 면접 후 채용 연락이 늦어져서 확인해 보니 대표이사는 채용하고 싶은데 젊은 임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직무능력 및 향후 기여할 부분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PT 면접의 기회를 요청했죠. 구직자의 직무능력, 구직태도, 열정 등에 감동받아 젊은 임원들도 흔쾌히 동의 하셔서 채용된 경우가 있었어요. 나와 꼭 맞는 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구직서류 외에 직무수행 계획 등을 발표하며 스스로 기회를 개척해 보는 건 어떨지 추천 드립니다.
진행자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에 입사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는요?
성희 사실 기업보다는 구직자 쪽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비율이 좀 더 많은 편이에요. 중장년은 사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직 생활을 조금 해보면 기업 문화나 분위기가 금방 파악되거든요.
영희 입사하고 2주 만에 나온 고객이 있어요. 이분은 회사에서 기대하는 업무 능력과 본인이 보유한 업무 역량의 간극이 크다는 게 문제였어요. 또 중장년은 컴퓨터 활용에 미숙할 수 있잖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서류 작업을 했는데, 막상 직접 하려니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해요.
성철 문서 작업 스킬은 면접에서 확인이 안 되니까요. 막상 뽑고 보면 기본적인 엑셀, 워드, 한글 같은 걸 활용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어떤 분은 채용 과정에서 딸이 만들어준 서류로 통과했다가, 결국 실력이 들통나 퇴사하셨어요. 입사할 때 자신의 능력을 속여서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역량에 따라 눈높이를 낮추셔야죠.
성희 요즘은 문서 작업뿐 아니라 기업에서 사용하는 그룹웨어라든지 디지털 툴을 어려워하기도 해요. 팀원들이 알려줄 수 있는 상황인데, 도움받길 두려워하거나 자존심 상해하시더라고요. 그런 적응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와버리는 분들도 있어요.
영희 첫 월급이 나온 후 사전에 공지된 처우나 급여 조건과 달라 실망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와의 갈등이 아닌, 회사 대표나 상사와 성향이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분도 계시고요.
신혜 맞아요. 독특한 사례가 있는데, 입사하려던 기업에 알고 보니 이전 직장 부하 직원이 임원으로 있었던 거예요. 사실 이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죠. 자존심도 상하고요. 결국 스스로 포기하셨는데, 이런 경우는 입사 후에도 서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예요.
Episode_2“성과 압박이 심해요.동료들과 어울리기도 어렵고.”
이전 경력이 훌륭한 구직자일수록 새로운 기업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년에게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젊은 직원과의 관계 형성도 고충으로 다가온다.
진행자 구직에 성공했다면 목표는 이룬 셈인데요. 그런데도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요?
성희 입사 후에도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을 해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령 영업 직군에 가신 분들의 경우 출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성과 압박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성과가 안 나면 퇴직을 권고할 텐데, 그러느니 내 발로 나가는 게 낫지 않냐고 토로하시곤 해요. 일단은 성급히 판단하기보다는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길 권해드려요.
성철 특히 대기업 출신 중장년이 중소기업에 가면 그런 압박이 더 심하더라고요. 가령 ‘대기업에서 오셨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성과 달성이 가능하겠죠?’ 그러고서는 얼마 뒤 ‘대기업 출신치고는 성과가 기대 이하네요’라는 식인 거예요. 사실 대기업의 후광과 인프라 없이 중소기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개인 기량이 더 요구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이 힘들어하세요.
영희 질환으로 인해 5년의 경력단절 후 영업지원 담당으로 재취업 한 여성분이 계셨어요. 함께 입사한 동료는 거래처 분들이 방문하면 자발적으로 손님 응대도 하고, 동료들 업무지원도 하는데 본인은 문서작성 등 지시한 업무만 하고 있었다고 해요. 영업지원 부서이니 동료나 거래처 내담자 대응 등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처가 요구 되는데 잘 인지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어요. 이런 경우 긴장되는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어서 사진관 행정담당자로 전직하였는데 직무환경에 만족하고 잘 적응한 경우도 있었어요.
신혜 저 역시 취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분들이 계신데요. 고민하시는 걸 보면 애초 채용 공고에 명시된 직무보다 더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거나 업무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러면 직무에 대해 책정된 급여 조건이 맞지 않는 거죠. 그런 부분은 재협상을 요청하시라 권해드려요.
성희 큰 기업이라면 정해진 시스템 때문에 협상 폭이 좁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조율될 여지가 많을 수 있거든요. 입사 후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우선은 적응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에 점검해 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무작정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되고, 기업의 상황과 자원을 살펴보고 협상하는 요령이 필요해요.
진행자 업무적인 것 외에 어려워하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성철 급여나 처우는 이미 알고 들어온 부분이라 혼란이 덜한데,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의 전체 직원 60명 중에 혼자 중장년으로 입사한 분이 계셨어요. 다 20~30대였죠. 힘들어하셨는데 6개월을 버티시더라고요.
성희 성과를 내야 하거나 직무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요. 이때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기존 동료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서로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새로운 분이 입사하면 경계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고, 초반에는 서로가 긴장하기 때문에 교류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많은 조직이라면 ‘내 편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외로워하는 중장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입사 초기 관계 형성의 고비를 잘 넘기면 이후 조직 생활은 좀 더 원활해지는 것 같아요.
Episode_3“6개월 계약직인데 뭐 남는 게 있을까요?”
중장년 채용은 정규직보다는 기간제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단기간이라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다음 구직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끊임없이 경력 개발을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행자 만약 계약직으로 입사했다면 언젠가는 또 구직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근무하면서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두면 좋을까요?
성희 3개월이든 1년이든 이 기업에서 뭘 배울 수 있고, 어떤 걸 얻어갈지 생각하면서 지내셨으면 해요. 평생직장을 원한다면 앞으로도 이직·전직은 계속되니까요. 일단은 기록을 많이 해두시면 좋아요. 업무 일지를 쓰듯 어떤 일을 했고 무얼 경험했는지 상세히 적어두는 거죠.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되거든요. 이력서도 1년에 한 번은 재정비하시고, 한 달에 한 번씩 조금이라도 내용을 업데이트하시길 바랍니다.
영희 계약직의 경력도 경력관리가 필요합니다. 계약 기간 동안의 업무성과 및 실적을 잘하고 경력중심의 이력서를 미리 작성해 보는 것도 추천 드려요.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 없다면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여 경력 개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내에서 좋은 평판과 네트워크 관리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력개발 및 관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부터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성철 퇴직 후엔 대부분 ‘안정적이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원하세요. 근데 사실 중장년에게 그런 직장은 거의 없거든요. 현실적으로 채용 시장을 바라보고 관심 기업을 정해 꾸준히 역량을 개발하시라 말씀드려요.
영희 한 직장을 오래 다니길 원하신다면, 현재 다니는 기업에서 역량 발휘를 잘해서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때때로 그런 제안을 받는 분들도 있어요.
진행자 소위 ‘환승이직’이라고 하죠. 공백기 없이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언제쯤 이직 시기를 엿봐야 하나요?
성희 중장년에게 환승이직은 쉽지 않아요. 실상 계약 기간을 다 채우고 나와도 1년 넘게 기다려야 원하는 채용 공고가 뜨기도 하니까요. 만약 관심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다면 당연히 도전해야죠. 특히 재직 중 그런 기회가 생겨 고민이라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일 거예요.
성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꾸준히 트렌드를 살피고 교육을 받으며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
영희 저는 다니는 회사가 괜찮고 커리어 관리가 된다면 가급적 재직 상태를 유지하길 권해드려요. 계약직이 아닌데도 3개월, 6개월, 너무 단기로 직장을 옮겨 다니면 이력서상으로 볼 때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기도 하니까요. 일단은 좋은 회사에 신중하게 입사하는 게 우선이고, 웬만큼 업무를 유지하면서 경력 개발을 하시면 좋아요.
진행자 이런 고민도 구직에 성공한 경우에나 가능하겠네요. 혹시 계속해서 입사에 실패하시는 분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성철 만약 원하는 일자리에 계속 지원했는데 1년 이상 합격되지 않았다면, 구직 방법이 잘못된 거예요. 가령 직무와 무관하게 문어발식으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죠. 기존에 사양 산업 직군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이전 경력을 계속 고수하시는 것도 문제예요. 해당 직무는 계속 사라지니 취업문이 좁을 수밖에요. 또 원하는 직장의 우대 조건이 있음에도 역량 개발을 안 하고 포기한다면 결국 다른 지원자에게 밀리겠죠.
신혜 자신의 역량에 대해 나는 A기업도 맞고 B기업도 맞다고 여긴다면, 그건 스스로를 기성품화하는 거라고 봐요. 요즘은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어서 그에 걸맞은 조건으로 경력 관리나 역량 개발을 하셔야 채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계속해서 구직에 실패하신다면 그런 부분을 놓친 건 아닌지 점검해보셨으면 해요.
영희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 직무 강점이나 주특기를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다른 이와의 비교보다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경력, 자원을 잘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점 파악 없이 마구잡이로 이력서만 내면 계속 헛돌 수밖에 없어요.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구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컨설턴트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니, 꼭 도움을 청하셨으면 좋겠어요.
신혜 결국 재취업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적응력과 유연성이라고 봐요.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갖고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훨씬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성희 자기 인식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재취업에 도전 가능한 상황인지 먼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거죠.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조급하게 시도하면 결과도 좋지 않거든요. 그리고 현재 취업 시장에서 무얼 원하는지도 잘 살펴보세요. 나만 준비됐다고 채용되는 건 아니잖아요. 계속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역량을 개발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시니어는 사회·문화의 주류 세력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있다.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 구독자가 120만 명에 이른다. 43년간 식당을 운영한 할머니의 유쾌한 입담과 맛있는 레시피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칠두는 순댓국집 사장에서 시니어 모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5만 명을 보유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시니어는 이제 ‘욜드’(Yold)를 넘어 ‘쏠드’(Sold)로 불린다. 욜드는 ‘Young Old’의 줄임말로 젊게 사는 노인을 말한다. 쏠드는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스마트한 욜드’를 의미한다. 즉 디지털 시대에 젊게 사는 시니어가 많아졌고, ‘시니어 인플루언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란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말한다. TV 등의 방송 매체로 유명해진 연예인 또는 셀럽과 달리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수십만 명의 팔로어(Follower,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행을 선도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동년배뿐 아니라 MZ세대까지, 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에 새롭게 떠오를 시니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다.
MZ세대 사로잡은 이유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와 관련해,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라이프, 패션 등 문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연륜과 경험이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사람들한테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유머러스하고 역동적인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공훈 평론가는 “대체로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젊은 인플루언서에 비해 인기를 통해 수입을 거두려는 경향이 적어 보인다. 상업적인 의도가 적어 보인다는 의미다”라면서 “인생 이모작 마인드로 SNS로 자신을 표현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특징에 대해 말했다.
박막례, 김칠두와 함께 거론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로는 패션 디자이너 밀라논나(장명숙)가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93만 명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세계를 떠난 상황이다. 그럼에도 밀라논나의 위엄과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젊은 감성과 우아한 면모를 보여준 밀라논나는 특히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장 인기를 끈 영상은 2019년 게재된 ‘60대 명품 바이어가 고른 자라(ZARA, 스파 브랜드) 꿀템’이다. 조회수 540만 회를 넘어섰으며, 3년이 지난 현재도 꾸준히 조회수가 상승하고 있다. 영상에는 자라 매장을 방문한 밀라논나가 여러 의상과 패션 아이템을 보면서 코디 꿀팁을 제안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과정에서 밀라논나는 명품 의류 중에서 비슷한 아이템이 있으면 바로바로 언급하는데, 그의 경력과 전문성이 돋보인다.
해당 영상에는 ‘멋지다’는 반응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멋진 어른’, ‘멋진 할머니’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에도 ‘인생의 지혜를 얻고자 할 때 찾고 싶은 은사님 같다’, ‘보석 같은 말들이 불안함을 거둬준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대중이 시니어 인플루언서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엿볼 수 있다.
오공훈 평론가는 “일단 MZ세대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예쁨받은 기억에 대한 그리움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다고 본다. 사실 MZ세대가 처음부터 기성세대에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일부 기성세대의 태도 때문에 적대적인 감정이 생겼다고 예측한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꼰대가 아닌 멋지게 사는 어른이다. 그래서 존경의 마음마저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만의 콘텐츠 찾아야
시니어 인플루언서 꿈나무들이 많아짐에 따라 지자체, 민간기관에서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언서 양성 교육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각 캠퍼스에서도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번 달에는 중부캠퍼스에서 ‘SNS 인플루언서 도전하기’ 강의가 열린다. 강사인 안나영 PD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TBS ‘우리동네 라디오’ 지역 PD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인플루언서 양성 강의를 한 지 5년이 넘었다는 안나영 PD는 “시니어분들이 갖고 계신 특별한 콘텐츠가 많다. 그 콘텐츠를 배포하는 창구로 SNS 플랫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SNS를 잘 활용해 영향력 있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젊은 층에 비해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지 않은 시니어가 인플루언서로 거듭나는 길은 고된 여정일 터다. 실제로 스마트폰 작동조차 어려워하는 시니어가 많은데, 그들에게는 SNS 자체가 매우 낯선 존재다. 아이콘의 기능을 하나하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안나영 PD는 콘텐츠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시니어분들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SNS를 통해 말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 공적인 말하기의 과정 혹은 어법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갖고 계신다”고 짚었다. 안 PD는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도록 시니어분들에게 사소한 질문, 일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적이면서 내밀한 기록이 조금 더 쉽게 발굴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콘텐츠란 무엇일까. 시니어가 만든 콘텐츠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고, SNS를 한다고 인플루언서가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너무 많은 상황이다. 안나영 PD는 “SNS를 시작한 시니어가 많아지고 있지만, 콘텐츠가 다양한 것은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행 콘텐츠를 예로 들어보자. 시니어가 만든 여행 관련 콘텐츠는 기존에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여행 콘텐츠가 게재되고 있을지 모른다.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 풍광, 여행지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 등에 대한 글과 사진, 영상의 기록이다. 이제는 그 천편일률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이 여행길을 밟게 된 나만의 이유’, ‘내가 겪어보고 발견한, 몸이 불편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코스’ 등 생각을 전환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안나영 PD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완벽하게 구성·편집된 것보다 오히려 ‘날것’ 그대로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얘기했다. 대중이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보는 이유는 퀄리티가 높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만이 할 수 있는 얘기를 듣거나, 리얼함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나영 PD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필요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PD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은 명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분들의 시간을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다”라면서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삶의 태도나 철학을 따라갈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공간의 역할을 하는 SNS가 중요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분을 말하지만,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분도 명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당장 내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추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어요. 시니어분들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오셨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도 대응하는 방식이라든지 노하우가 훨씬 다양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삶의 모습이 나한테도 괜찮다고 말해줄 것 같은 거죠. 한마디로 그분들의 SNS는 전 세대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장년 구직자를 위한 일자리 정보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가 15일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관한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 중장년 집중 지원 사업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행사장에는 CJ프레시웨이, 카카오T블루, 서울시 중구시설관리공단 등 40~60 중장년 채용 계획이 있는 6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각 부스에서는 기업에 대한 설명 및 채용 상담, 면접 등이 함께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행사장 입구 오른편에 설치된 게시대를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 후 해당 기업 부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컴퓨터 작업 및 서류 인쇄가 가능한 문서지원실을 비롯해 증명사진 촬영·인화 서비스 부스가 마련됐다. 덕분에 별다른 준비 없이 찾은 경우라도 관심 기업에 지원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이력서 사진촬영과 더불어 퍼스널 컬러 진단, VR 모의면접을 진행한 부대행사관 앞에는 중장년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는 등 해당 부스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관심 기업이 없더라도 취업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 등을 받아볼 수 있도록 ‘내일 설계관’이 운영됐다. ‘50+생애설계 진단지’를 활용한 생애설계 및 이력서 컨설팅 등 1:1 밀착 상담이 이뤄졌다. 아울러 쉽고 빠른 일자리 매칭을 돕는 ‘헤드헌팅존’, 채용 설명회 및 성공 취업 특강을 진행한 ‘설명회관’ 등 다양한 부스 운영으로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한 50대 구직자는 “관심 있는 기업이 있어 박람회에 참여했다가, 다른 기업도 상담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양한 기업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오늘 시간이 된다면 생애설계 컨설팅도 받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퍼스널 컬러 진단에 관심을 보인 한 여성 구직자는 “취업 시장에서는 개인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본다. 외적인 부분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면접에 중요한 이미지 컨설팅을 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눈에 띈 것은 40대 참여자가 늘었다는 점.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기획된 행사인 만큼, 제2직업을 고민하는 예비 퇴직자도 상당수 참여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중장년 구직자의 안정적인 일자리 정착을 위해서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발굴하고 효과적으로 인재를 매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박람회가 중장년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중장년 채용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hibition
◇아시아의 또 다른 바다
일정 7월 16일까지 장소 전남도립미술관
남해를 앞에 둔 지리적·문화적 특성을 가진 전남도립미술관은 ‘아시아’의 예술을 생각하며 ‘아시아의 또 다른 바다’전을 열었다. 과거의 바다가 지역의 경계로서 위치했다면 ‘또 다른 바다’는 시공간을 넘어 각기 다른 아시아의 지역을 공유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고 전시는 말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한 전시로, 아시아의 바다를 주제로 16명의 한국과 대만, 일본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파(波), 바다의 파동’, ‘몽(夢), 바다와 꿈’, ‘초(超), 바다 너머’, ‘경(境), 바다와 경계’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남 신안 출신인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김환기(1913~1974)의 작품과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전통 수묵을 현대화한 대만 수묵화의 거장 리이훙(1941~)과 일본을 대표하는 표현주의 현대미술 작가 나카무라 가즈미(1956~)의 신작도 공개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남도의 남해와 이어진 아시아의 동서남으로 향해 서양과 동양, 어제와 오늘의 바다를 돌이켜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일정 7월 2일까지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뮤지엄 전시1관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진행되는 전시다. ‘살아 있는 현대미술의 역사’로 통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60여 점을 포함해, 영국의 대표 팝아티스트 14인의 오리지널 작품, 판화, 사진, 포스터, 영상 등 1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부제인 ‘스윙잉 런던’(Swinging London)은 1960년대 사회적·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의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영국 런던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역동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광고, 영화, 사진 같은 대중문화 요소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들의 대담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은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예술계에도 영감을 준다.
●Stage
◇리어왕
일정 6월 1 ~ 18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연출 김시번
출연 이순재, 권민중, 서송희, 지주연, 최종률, 박용수, 임대일 등
2021년 첫선을 보인 연극 ‘리어왕 : KING LEAR’(이하 ‘리어왕’)이 2년 만에 돌아온다. 이순재는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리어왕’ 역을 단독으로 맡아 무대를 책임진다. 88세인 그는 한국 연극사상 최고령 배우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리어왕을 연기한 배우 중 최고령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리어왕’ 제작사는 이순재를 최고령 리어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 신청할 예정이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리어왕 연기를 펼치는 이순재는 “나의 필생의 작품”이라며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르나르다 알바
일정 6월 16일 ~ 8월 6일
장소 국립정동극장
연출 변유정
출연 정영주, 한지연, 강애심, 김희정, 홍륜희, 장보람 등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인 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다. 스페인 남부를 배경으로 권위적인 여성 가장 베르나르다 알바에게 억압받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알바의 다섯 딸이 품은 욕망을 열정적인 플라멩코 춤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 지난해 재연을 거쳐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이다. 초연부터 출연하고 있는 정영주와 함께 오디션을 통해 새로 합류한 한지연이 주인공 알바 역을 연기한다.
◇모차르트!
일정 6월 15일 ~ 8월 22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권은아
출연 이해준, 수호, 유회승, 김희재, 선민, 허혜진, 황우림, 민영기 등
뮤지컬 ‘모차르트!’는 볼프강 모차르트의 천재 음악가로서의 운명과 그저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 싶은 그의 고뇌를 그린다. 국내에서 2010년 초연됐으며, 이번에 7번째 시즌을 맞는다. 주인공 모차르트 역에 이해준, 수호, 유회승, 김희재를 캐스팅하며 세대교체를 꾀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토드 역으로 주목받은 이해준은 오디션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아이돌인 수호와 유회승은 안정적인 가창력을 인정받았으며,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신인 김희재는 이번에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이왕 즐길 취미, 더 잘해야 할 것 같아 지레 포기하게 되는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생산적인 취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면? 색다른 취미가 호기심에 은근히 불을 댕겨도 ‘저건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하며 멀찍이 내려두게 되는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주저하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사진 각 사 제공
STEP 1 워밍업
심호흡 크게 하고,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편한 자세로 누워보자. 손에 책을 들지, 리모컨을 쥘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소중한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받을지도 모른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모습에, 도전할 용기가 저절로 솟구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긴장으로 굳은 어깨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Sink or Swim, 2019)
2년 차 백수인 중년 남성 베르트랑이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 남성들과 수중발레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베르트랑은 수중발레단 모집 광고를 보고 수영장을 방문했다가 연습에 열중하는 이들을 발견한다. 베르트랑과 예민 까칠한 로랑, 파산 직전의 사장 마퀴스, 히트곡이 전무한 로커 시몽이 한 팀을 결성해 남자 수중발레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장을 내민다.
스웨덴 싱크로나이즈드 남자팀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중년 남성들이 물속에서 첨벙대고, 엄한 코치를 만나 두 시간 동안 사우나에 갇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이 무모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보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한 해 앞서 동일한 소재로 ‘스위밍 위드 맨’(Swimming With Men, 2018)이라는 영화가 제작됐다.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겠다.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 가능.
KBS1 다큐ON ‘래퍼와 시인’(2023)
70대 노인 두 명이 래퍼와 시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이른바 해방둥이 세대인 77세 임원철 씨, 일흔이 가까워 한글 공부를 시작한 74세 조남예 씨의 도전기.
임원철 씨는 자식에 손주까지 키워낸 일흔의 나이가 되어서야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됐다. 대학 입학으로 인생 처음으로 공부의 꿈을 펼치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그는 한 번 더 용기를 내 ‘실력 있는 래퍼’가 되어보고자 도전한다.
조남예 씨 역시 평생의 소원이던 글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래퍼 마이노스, 시인 김승일이 멘토로 나섰다. 라임을 배운 뒤 그의 인생을 가사에 담은 곡 ‘해방둥이’를 비트에 맞춰 녹음하고, 20여 편의 시를 엮어 한 권의 시집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옛말이 절로 떠오를 것이다. 유튜브,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
넷플릭스 ‘파티셰를 잡아라!’(Nailed it!, 2018~)
흉측한 케이크를 탄생시키는 미국의 베이킹 경연 프로그램이다. 엉망진창 능력의 아마추어 제빵사들은 도전 과제로 프로 제빵사의 케이크를 따라 만들어야 한다. ‘걸작’을 구워내면 상금 1만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펼쳐지는 난장판. 망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해냈다’(Nailed it)는 점이 중요하니까.
2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경쟁 프로그램 후보에 올랐고, 니콜 바이어는 최우수 진행자 부문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큰 인기를 얻으며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 각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영화 ‘치어리딩 클럽’(Poms, 2019)
웰다잉을 위해 실버타운 ‘선 스프링스’로 입주한 마사.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친화력 좋은 이웃 셰릴의 등장으로 실버타운 역사상 처음으로 치어리딩 클럽을 결성하게 된다. 나이는 많아도 열정만은 청춘인 8명의 예비 치어리더들은 전국 치어리딩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지만, 방해물이 만만치 않다.
영국 BBC ‘100인의 여성’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실버 치어리딩 클럽 ‘폼즈’(Poms)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출연하는 중년 배우들 역시 실제로 치어리딩을 해본 적 없음에도, 훈련을 통해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일지라도 도전에 한계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 가능.
STEP 2 자신감 만땅, 이제 뭘 도전해볼까?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가득한데, 무슨 취미가 있는지 몰라 브레이크가 걸렸다면? 흔한 취미는 싫거나, 남들은 취미를 어떻게 즐기는지 궁금하다면 아래의 책을 참고해보기를 권한다.
책 ‘사계절 취미 잡화점, 호비클럽으로 오세요’
황지혜 작가는 ‘취미 수집가’다.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고, 취미로 일상의 빛나는 순간들을 모은다. 혼자 도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비클럽’을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한다. 화분에 씨앗을 심고, 막걸리를 만들어 나눠 마시거나, 필름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는 등 계절별로 멤버들을 모아 취미를 함께 즐기고 서로의 취향을 나눈다. 황 작가가 말하는 취미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잘하는지와 상관없이,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모든 것’이다. 도전해보고 싶은데 망설여질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을 때, 잡화점처럼 온갖 취미를 모아둔 이 책을 펼쳐보자.
책 ‘오늘부터 그림’
‘대충 그럴싸하게 그린다’가 콘셉트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지 않고, 쉽고 즐겁게 그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제작된 책이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은 ‘그림을 못 그린다고 느끼거나, 그리기가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취미는 취미일 뿐, 전문가와 경쟁하거나, 생계 수단으로 삼거나, 세상을 놀라게 할 대작을 만들 것도 아니니까. 못생겨도 매력 있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 이 책과 함께 도전해보자.
[TIP] 마음먹은 취미, 여기서 시작하세요
1 오뉴 새로운 여가 활동을 찾고 삶을 새롭고 액티브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여가 플랫폼. 스마트폰에서 오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 중이다. 1층은 카페, 2층에선 여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별도의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으니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2 위드플 5670세대 시니어 전용 여행 플랫폼. 당일, 반나절, 숙박으로 이뤄진 여행 상품 ‘새로울지도’와 2~3시간 관심사를 향유할 수 있는 소그룹 커뮤니티 프로그램 ‘원데이클래스’가 있다. 위드플의 프로그램에는 테마가 있고, 여행의 경우 가이드가 아니라 실제 전문가가 함께한다. 숲해설 클래스의 경우 숲해설가가 남산 트레킹 코스를 함께 걸으며 숲 냄새를 맡아보고, 솔방울을 만져보게 하는 등 새로운 시각으로 숲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3 서울시50플러스재단 캠퍼스 및 센터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장년을 위해 통합지원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이다. 캠퍼스는 서부·중부·남부·북부 4곳, 센터는 도심권·동작·영등포·노원·서대문·성북·금천·강서·서초·강동·양천·성동·강북 등 13곳이다. 캠퍼스와 센터마다 여가·취미·일·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50플러스포털 홈페이지의 ‘직업교육+’ 메뉴 중 ‘교육신청’을 선택하면 각 캠퍼스 및 센터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취미나 여가 관련 강좌와 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4 클래스101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개인의 능력을 거래하는 ‘거래마켓’의 대표주자. 다양한 취미 활동을 배우기에는 제격이다. 공예, 부업, 주식, 일러스트, 코딩 등 취미에 대한 다양한 강의가 마련돼 있다. 또한 강의 프로그램별 맞춤 준비물이 모두 포함돼 있어, 뜨개질 강의를 신청하면 코바늘과 실을 받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상품에 가입해 4000개 이상의 온라인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는 1년 구독 서비스가 출시됐다.
이필모(49)는 결혼과 함께 배우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5년 전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슬하에 둔 그는 작품 속에서도 아버지 역할을 연이어 연기했다. 그 과정을 통해 어느덧 ‘중년 배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체감된다. 이필모는 이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배우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필모는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에 출연한다. 인터뷰 당시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었던 그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번에 새롭게 보여줄 모습을 묻자 “아버지 역할을 맡은 점이 아닐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극 중 주인공 로운의 아버지 역할을 연기하는 이필모. 재벌 캐릭터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친구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2021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연모’ 이후 두 번째로 아버지 연기를 펼친다. ‘연모’에서는 이휘(박은빈 역)의 아버지 혜종 역을 연기한 바 있다.
“이게 세월의 흐름인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한 감정이 들어요. 이제 주인공이 아니고 아버지가 되어 조력자 역을 맡게 된 것이니까요. 물론 모든 역할이 중요하고, 이전과 다름없이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지만 말이죠. 그리고 중년 배우가 됐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전과는 다른 제 나이에 맞는 새로운 연기를 하게 되겠죠. 중년의 로맨스 연기를 할 수도 있겠고요.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배우 인생이 기대됩니다.”
데뷔 25주년 필모그래피
1998년 영화 ‘쉬리’로 데뷔한 이필모는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저는 타고난 끼가 많은 사람이 아니고 노력형 배우다”라고 자평했다. 중학생 때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현재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저는 매우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나마 중학생 때 키가 178cm였으니, 키가 크다는 게 특징인 정도였죠. 별다른 꿈도 없이 살다가 어느 날 홍콩 누아르 영화를 봤는데, 갑자기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이는 거예요. 전문 용어로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것을 그때 느낀 거죠. 그리고 그날부터 제 꿈은 배우가 됐습니다.”
이필모는 데뷔 후 연극에 주로 출연했던 터라 인지도가 낮았다. 대중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전까지를 무명 시절로 여겼다. 노력해도 빛이 나지 않는 무명 시절. 많이 힘들었지만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이필모는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었다”면서 빛을 볼 날을 기다렸다. 마침내 그는 2006년 KBS 2TV ‘아줌마가 간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아침드라마였지만 시청률이 2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어 그는 2009년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 출연하게 된다.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44.2%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고, 이필모는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극 중 솔약국집 둘째 아들이자 소아과 의사 송대풍 역을 연기했다. 이필모의 능청스럽고 유쾌한 연기가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딱 그 시절 나올 수 있는 청춘의 모습이었다.
“배우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제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창 방영 중일 때예요. ‘솔약국집 아들들’은 54부작인데, 30~40회가 방영 중일 때 가장 행복했어요. 가장 바쁠 시기이기도 한데, 대중의 반응이 느껴지니까 힘이 나는 거죠. 그런데 40회가 넘어가면 그 행복한 순간도 끝나요. 마지막이 다가오니까 아쉬워지는 거죠.”
‘솔약국집 아들들’ 외에도 이필모의 가슴에 오래 남은 작품들이 있다. 가장 먼저 그는 MBC ‘빛과 그림자’를 언급했다. 극 중 악역 차수혁을 연기한 이필모는 캐릭터의 사연에 깊이 공감하며 아직까지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MBC ‘가화만사성’에서 뇌종양 환자 연기를 펼친 것, tvN ‘응급남녀’에서 냉철한 의사 연기를 한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셋째 계획 가진 필연 커플
이필모에게 작품 선정 기준을 묻자 “불러주시면 감사하고 가리지 않는다”는 겸손한 답을 했다. 특히 가장이 된 현재 그는 가족을 위해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이필모는 2019년 인테리어 전문가 서수연 씨와 결혼했으며,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첫째 담호는 2019년, 둘째 도호는 2022년에 각각 태어났다.
“아침에 까치가 입에다 뭔가를 물어서 둥지의 새끼들한테 갖다주는 모습을 보고,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새끼 새들을 위해 알아서 돌아다니는 거잖아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인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부모가 되는 과정을 통해 많이 성숙해지거든요.”
이필모와 서수연 씨는 ‘필연 커플’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2018년 TV조선 ‘연애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 부부로 발전했다. 첫 만남부터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던 그들을 향해 대중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부부의 근황에 대해 이필모는 “아내의 장점은 털털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내한테 늘 고마워요. 담호, 도호를 예쁘게 낳아주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엄마로서 역할을 잘 해주고 있죠. 저희 부부도 여느 부부와 똑같아요. 가끔 싸울 때도 있죠. 저는 오히려 부부가 안 싸우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가 같이 사는 것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을 수는 없죠. 한두 가지만 맞아도 잘 맞는 것이고, 나머지 여덟 가지는 맞추면서 사는 거예요.”
필연 커플의 2세인 담호와 도호 역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필모는 두 아들의 장래에 대해 “연예인은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세상에 직업이 얼마나 많은데 힘든 연예인을 할 필요가 있을까. 연예인은 아버지가 이미 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또한 이필모는 셋째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아내와 어느 정도 얘기가 된 부분이라고. 그는 “옛날부터 아이가 셋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삼 남매로 자라서 그런지 둘은 외로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딸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 특별한 이유를 전했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애들이 방에서 뛰어나와 아빠를 반겨주는 것이 저의 로망이에요. 사실 예전에 여자아이 옷을 사놓은 게 있습니다. 최근 딸을 갖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생겼는데요. 부모님이 아프셔서 병원을 정말 밥 먹듯이 다녔어요. 병원에서 제일 많이 본 장면이 무엇이냐면, 중년 여성이 아버지를 케어하는 모습이에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늙고 병들었을 때 딸아이가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담호, 도호를 못 믿는다는 게 아니에요. 어쩌면 딸아이를 갖고 싶은 욕심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죠.”
모친상, 건강의 중요성 깨달아
부모가 되면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닮아간다고 하지 않나. 이필모의 아버지는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그는 “현재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 요양병원에 계신다”라고 말했다. 삼 남매 중 막내인 이필모는 부모님의 케어를 담당했다.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닌 것도,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의 주치의·간병인과 소통하는 것도 모두 그다. 지난 3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차마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전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23일에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고, 4일 후 아버지가 골절상을 입으셨어요. 아버지는 현재 거동을 못 하시고, 귀가 거의 안 들리는 정도예요. 치매 증상도 있으시고요. 아버지께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말하지 못했죠.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오랜만에 아버지를 찾아뵈었는데, 간병인분이 ‘혹시 3월 초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그날 하루 종일 울었다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버지를 뵈러 가니까 이제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이필모의 어머니는 쓰러진 후 3개월간 병상에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힐링이 필요할 때 찾는 제주도에서 어머니를 보내는 시간도 가졌지만, 아직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뷰 당시 이필모는 영정 사진으로 쓰인 어머니 사진을 기자에게 공개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서울장미축제에서 그가 직접 찍은 것으로, 사진 속 어머니는 유난히도 밝게 웃고 계신다.
“장미축제에 같이 갔을 때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셨는데…. 그렇게 좋은 곳에 많이 못 모시고 다니고, 못 해드린 게 너무 많아서 가슴이 아파요. 어머니는 자식만을 위해 살았는데 말이죠. 어머니는 우리나라 격동기를 이끈 분이라고 생각해요. 나라를 위해 뭘 했다는 게 아니라 모든 힘듦을 묵묵히 견뎌내고, 자식을 잘 키워내셨으니까요. 어머니 덕분에 배우 이필모도 있는 것 같아요.”
이필모는 어머니를 보내고 ‘건강’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꼈다. “가족이 무탈하고 건강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는 깨달음을 전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운동한다. 건강을 유지해 오래 일하며, 아버지로서 역할도 다하고 싶다. 중년을 넘어 노년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이필모는 “색다른 향기를 내뿜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연기 참 잘했던 배우로 기억해줬으면”이라고 말했다.
“누구라도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없어요. 어려움과 힘듦의 정도 차이가 있는 거겠죠.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이겨내면 행복한 시간이 올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저도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 가족을 위해 이겨낼 거예요. ‘아버지’라는 거룩한 이름을 갖고 있으니까요. 아버지의 이름으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비극적인 사건이나 참사가 일어난 장소를 찾아 반성하고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역사교훈 여행).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주제로 하는 국내 다크 투어 코스를 소개한다. 현충일을 앞두고 가족들과 함께 소개된 코스를 따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항쟁의 역사: 일제강점기
코스① 남산 국치의 길
명동역 1번 출구 ▶ 한국통감관저 터‧기억의 터(현 서울유스호스텔 아래) ▶ 한국통감부(서울애니메이션센터) ▶ 노기신사(리라초교 내 남산원) ▶ 경성신사(숭의여대) ▶ 한양공원 ▶ 조선신궁(한양도성 발굴지)
*상당 구간이 언덕길이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코스②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독립문역 5번 출구 ▶ 서대문독립공원 입구 ▶ 독립문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집(독립문 맞은편)
*독립문을 기점으로 왕복하는 코스다. 역사적 사건 순으로 둘러볼 수 있다.
전쟁의 역사: 한국전쟁
코스① 피란수도 부산 유산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임시중앙청(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옛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등 총 9곳
*하루에 9곳을 전부 들리기 보다는 시간을 오래 두고 다닐 것을 권한다.
코스② DMZ 평화의 길
강화 코스, 김포 코스, 고양 코스, 파주 코스, 연천 코스, 철원 코스, 화천 코스, 양구 코스, 인제 코스, 고성 A‧B 코스
*현재 고성 B 코스는 안전 문제로 한시적 중단 상태다.
【여행 전 확인!】
다크 투어 예절
-경건한 마음으로 임하되, 지나친 엄숙주의에 빠지지 않기
-큰 목소리로 떠들거나 사진 촬영 등 집중하는 분위기를 흩뜨리지 않기
-누군가에게는 생활 터전이므로, 현지 문화와 규범을 존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