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23년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서울시 중장년의 생애설계준비도는 100점 환산 기준 63.1점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40세 이상 65세 미만 중장년 1만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단 리포트에 따르면, 지표가 된 ‘생애설계준비도’는 ‘과거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현재와 앞으로의 자신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향후 목표 설정 및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이행하고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생애설계준비도는 크게 ‘생애이해’와 ‘생애영역 설계관리’로 나눠 측정됐다.
조사 결과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도는 63.1점, 생애이해 영역은 65.6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은 61.8점으로 나타났다. 항목별 평균을 살펴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가 67.9점으로 가장 높았고, 여가활동 설계관리가 59.1점으로 가장 낮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생애설계준비도는 63.3점, 여성은 62.8점으로, 여가활동 설계관리와 신체적·정신적 건강 설계관리를 제외한 영역 및 항목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약간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생애설계준비도가 가장 높은 건 만 60~64세로 63.7점이었다. 반면 만 45~49세가 62.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또, 생애이해 영역은 만 55~59세(66.0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은 만 60~64세(62.6점)가 가장 높았으며, 연령이 낮아질수록 준비가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가구 형태에 따른 세부 결과도 측정했는데, 기타를 제외했을 경우 2세대 가구가 모든 영역 및 항목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고, 생애이해 영역(62.6점)과 자신에 대한 이해 항목(65.5점)은 1인 가구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임소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50+정책동향리포트’(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와 지원 방향)를 통해 “인생 후반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중장년은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현재 준비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장년 특성을 반영해 생애설계준비에 대한 정의를 구명하고 관련 이론 고찰, 선행 연구와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지표의 영역 및 항목을 구분하고 문항을 구성하여 타당성 검증을 통한 지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평생현역시대, 생애설계에 빠질 수 없는 '일자리 지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의 세부 항목 중 ‘일(경제활동) 설계관리’ 점수(60.4점)는 타 영역의 평균보다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여가활동 설계관리를 제외하면 최하위다. 반면 최고점은 ‘재무설계관리’(64.8점) 항목. 지표의 정의를 토대로 풀이하자면, 경제적 관리(소득·부채·금융자산·부동산)을 위한 목표 및 계획(연금·투자·저축)을 실천하고 이를 점검·관리하는 것은 잘하는 편이지만, 일(경제활동)하는 것에 대한 목표 및 계획(자격증 취득·교육훈련 참여·교류 활동 등)을 실천하고 이를 유지·개선하려는 노력은 미흡한 것이다.
한편 수명 연장으로 길어진 노후, 전문가들은 줄곧 ‘평생직업’, ‘평생현역’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은퇴 전 축적한 자산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고, 여생이 얼마나 될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노후 경제적 관리를 고민한다면 일(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염두에 둬야 할 테다. 그런 점에서 경제적관리 대비 일 설계관리가 부족한 것에 대해 다소 균형을 맞춰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볼 수 있겠다. 물론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고 설계하기엔 어려울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더해지면 좋다.
송민혜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해당 리포트의 분석 자료(중장년 일자리지원 강화를 위한 경력설계상담의 현황과 시사점)를 통해 “생애설계는 직업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영역에서의 계획을 생애주기 단계에 걸쳐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관련 상담은 생애설계의 다양한 영역 중 직업, 경력 등 영역에 특화됐다.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서비스 대상자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도와주는 활동”이라며 “중장년의 일자리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담 시 조언이나 공감보다는 취업·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상담자의 역량을 키우고 방법을 논의·제시하는 역할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시 중장년의 일자리지원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생애설계상담(4대 영역, 건강·재무·여가·대인관계)은 유지하면서 경력설계상담을 강화하여 중장년의 생애 전 영역에 대한 종합지원 방향으로 상담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뉴딜 일자리로 운영되는 컨설턴트들이 생애설계상담을 제공하고 취업상담사 자격을 가진 인력은 경력설계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생애설계 다양한 영역에서의 상담과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건강을 잃고서야 절절한 심정으로 세상과 자신을 돌아보는 게 사람이다. 위중한 병을 얻었을 때 인생의 유한함을, 시간의 소중함을 비로소 뼈저리게 절감하며 새롭게 눈을 뜬다. 함지애(58, ‘지애의 봄향기’ 대표)는 40대 때 폐암 1기 선고를 받고 투병을 했다. 용케 조기에 발견된 암인 데다 수술이 잘돼 예후가 좋았다. 천운으로 병마를 다스렸으니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듯싶었다. 하지만 얼마 뒤 폐암보다 무섭다는 폐섬유증(폐가 굳어지면서 심각한 호흡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환)이 다시 기습했단다. 어이하나? 어떻게 일어서야 하나? 폐섬유증 수술을 마친 함지애는 고심 끝에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김제로 내려갔다. 그건 요양을 위한 낙향이었지만 귀농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남은 인생을 덤으로 여기고, 이제 시골에서 제대로 한번 잘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는 점에선 당찬 투신이자 기꺼운 모험이었다.
서울에 살 때 그는 의류유통업을 했다. 중년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을 동대문 상가, 남대문 상가에서 뛰었다. 뛰더라도 그냥 뛴 게 아니라 경주마처럼 열렬한 질주를 했나? 그의 가게엔 자주 고객들이 줄을 섰다지. 아마도 그의 천성일 패기와 근성이 성과를 불러들였던 것 같다. 마침내 자수성가로 우뚝하게 일어선 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몸에 중병이 찾아와 위세를 부리는 일이 없었다면 서울을 뜰 일이 없었으리라. 시골살이? 그건 그의 사전에 아예 없었다. 생각만으로도 시골 생활은 무섭고 싫었다고 한다. 그러나 병을 통과하면서 생각이 변했다. 삶의 방향이 확 바뀌었다. 이렇게 뜻밖에 찾아온 변곡점은 차라리 하나의 기쁜 선물이었다. 낙향 이후의 삶이 한결 새롭고 만족스럽다는 게 아닌가. 시골에 내려와 비로소 인생의 향긋한 열매를 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이왕 삶을 바꿀 거라면 다 내려놓고 가자!”
낙향 때 그의 머리에서 나부낀 기치가 그랬다. 인생을 레이스하는 데 쓸모가 큰 방편으로 여겼던 욕심과 경쟁심을 모두 내려놓기로 했다. 물질이든 행복이든 가급적 손아귀에 한가득 움켜쥐고자 했던 지난날의 타성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그는 생존의 정글에서 지친 노루가 쉴 만한 물가를 찾아가듯이 마음을 비우고 낙향했다. 사람이 마을을 비우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무가치한 것들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다 버렸다. 그게 병에서 벗어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유력한 길이라고 봤다. 함지애가 김제로 내려간 건 2012년. 초기 한동안은 요양에 전념했다.
“텃밭 농사로 거둔 깨끗한 채소류를 먹거나, 산야에서 약초를 얻어 섭취했다. 도시에 비할 수 없이 맑은 공기도 몸에 좋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시골 생활이 주는 평온함이었다. 마음이 그토록 편안해지다니, 예상과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맛보며 안도했다. 건강도 좋아졌다. 빠른 속도로. 웃음을 달고 살다시피 했으며, 이웃들과 좋은 사이로 지냈다. 아, 시골에 오기를 잘했어. 좀 더 빨리 내려올걸!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유능한 강소농 모델로 떠올라
잃었던 건강을 어느 정도 되찾으면서 함지애는 슬슬 농사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고즈넉한 생활은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을 해야 성장한다는 게, ‘일에 대한 불타오르는 열정이 있어야 즐거울 수 있다’는 게 그가 인생에서 배운 일종의 공리다. 농사에 뛰어드는 방식은 다분히 조직적이었다. 여러 농업 교육기관을 통해 공부부터 충실히 하는 한편, 대담하게도 5000여 평의 전답까지 마련해 바닥을 다졌다.
“농토에 벼, 찹쌀, 보리, 콩 등을 재배했다. 농사 방법은 친환경 농업을 추구하기로 했다. 안전하고 깨끗한 농산물로 고추장, 된장, 청국장, 간장을 만들자는 게 기본 방향이었다.”
혼자서 5000평이나 되는 너른 전답에 농사를?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주로 위탁영농 방식으로 농사를 했다. 이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 봄철의 논밭 갈이부터 가을철 수확까지 전 과정을 대행해주니까. 그런데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다. 사전에 부지런히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난 나름대로 열심히 농업을 공부했다. 건강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농사에 뛰어들었지만, 사실 초기 5~6년은 수련기였다. 거의 공부 기간이었다. 이때 다수의 농업 관련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았나?
“전주에 있는 한국농수산대학 가공학과에 적을 두고 배웠다. 버섯과 화훼 공부도 병행했다. 김제에 있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서도 배운 게 많았다. 전통장류, 조청, 꽃차 등에 관한 이론과 실재를 교육받았으니까. 이렇게 공부하며 농어촌체험지도사, 전통장류제조사, 꽃차 소믈리에, 천연발효식초 제조관리사 등 자격증 여러 개를 취득했다.”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판로 부문이다. 판로와 관련해서도 사전에 공부해둔 게 있었나?
“판로 문제야말로 농업 경제의 핵심이라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따라서 정보화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덕분에 농사 시작과 동시에 SNS 마케팅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농사의 출발은 식초 사업으로 열었다지?
“2018년에 식초 생산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다. 작업장과 체험장을 지어 생산과 체험 교육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가공 분야 가운데 식초를 선택한 이유는?
“아까 말했지만 난 농업 관련 공부에 많은 시간을 썼다. 딴엔 제법 공부를 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어느 수준인지, 뭐 좀 실력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테스트할 필요가 있었다. 테스트 수단으로 식초 사업을 택한 건 식초가 사람 몸에 가장 좋은 식품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남의 건강을 위해서도 식초만큼 좋은 게 없다고 봤으니까.”
촘촘한 사전 준비에 힘입어 식초 사업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유의 현미식초를 만들어 특허 등록을 냈으며, 연잎식초라는 희귀한 제품을 만들어 역시 특허를 받았다. 스스로 설정한 테스트를 좋은 성적으로 통과한 셈이다. 이후 그는 식초의 이웃사촌인 술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전통주에 관한 공부를 미리 해둔 상황에서였다. 따라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단 필이 꽂히면 냅다 덤벼들어 몰두하는 평소의 습성과 기량을 풀가동해 전통주 개발과 생산에 주력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가 주어졌다. 각종 경연대회에 출품한 그의 술이 큰 상을 연달아 받으며 일약 알아보는 눈이 꽤 많은 실력자로 부상했다는 게 아닌가. 그는 2019년 충남도 농업기술원이 후원한 ‘우리 발효술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2021년엔 ‘대한민국 명주대상’ 경연에서 청주 부문 대상을, 2022년엔 광주MBC가 주관한 ‘우리 술 어워즈’에서 ‘왕중왕’상을 거머쥐었다. 전통주 초심자가 거둔 만만치 않은 성취였으니 이변이라 말 못 할 것도 없겠다. 이제 그는 술과 더불어 유능한 강소농의 모델로 떠올랐다.
투병 이후의 삶은 덤으로 주어진 것
“난 술에 미친 여자다.(웃음) 좋은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양조엔 디테일한 기술력이 필수다. 누룩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효모로 단맛과 신맛 등 풍미를 지닌 술을 빚어내기 위해선 반복적 실험이 선행돼야 한다. 술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 미치지 않고선 도달할 수 없는 게 양조다.”
어떤 술들을 만들고 있나? 가장 자부하는 술을 꼽는다면?
“현재 6종류의 술을 생산한다. 대표 상품은 ‘초야’(初夜)라는 청주다. 신혼 첫날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술에 담았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탁주인 ‘순애보’ 역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술이다.”
시중에 수많은 민속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신의 술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나?
“남들은 흔히 말한다. 여러 가지 꽃을 양조 재료로 삼은 꽃술은 함지애의 것이 뛰어나다고. 민속주를 만드는 이라면 누구나 ‘이게 바로 한국의 술이야!’라고 자신할 만한 술을 만들고자 노력할 텐데, 나 역시 그렇다. 그런데 술의 풍미 수준을 가르는 건 기술력보다 정성스러운 마음과 손길에 달렸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를테면 어머니가 어린 자식에게 먹일 음식을 만들 때처럼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 마음. 그게 좋은 양조의 비결이라 믿는다.”
양조란 창의적 감각이 요구되는 난해한 장르다. 자력으로 단기간에 일정한 성취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궁금하다. 누군가에게 도제식 수업을 받은 적은 없었나?
“운 좋게도 좋은 스승들을 만났다. 명품 전통주 ‘호산춘’의 명인 이연호 선생님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인 박록담 선생님을 통해서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이 스승들 덕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시골에 내려온 이후 나는 이렇다 할 실패나 착오를 겪지 않았다. 이건 순전히 좋은 인간관계가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좋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좋은 걸 배웠고, 배운 걸 토대로 일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일뿐만이 아니다. 삶의 질 자체가 아등바등 살았던 서울에서보다 훨씬 좋아졌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일과 생활, 양면에서 선순환을 해왔다는 얘기다. 남의 가르침과 의견을 경청해 피드백으로 삼기. 이웃과 도타운 우정을 나누는 일에도 사업 이상의 정성을 쏟아 감흥을 누리기. 이쯤이면 결함 없는 생활이다. 인생의 중세시대라 할 만한 투병기는 어느덧 종료됐다. 여러 측면에서 서울에 살 때와 완연하게 변했다. 이제 그가 지닌 지배적인 감정은 만족감, 그 하나란다.
다만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유지되고 있는 양상이 있으니, 여전히 바쁘게 산다는 게 그렇다. 함지애가 만드는 건 식초와 전통주만이 아니다. 들에선 곡물을 생산하며 장류 사업도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대파에서 피어나는 보랏빛 꽃을 부재료로 가미한 이색 꽃두부도 생산한다. 마을 부녀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다. 김제 시내에 오픈 스튜디오를 두고 대표를 맡고 있는 ‘징게맹갱 우리술 협동조합’의 기지로 활용하고 있기도. 독거노인과 결손가정을 돌보는 자선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시내의 침체된 구역 일부를 놀이문화 공간으로 재생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일의 가짓수가 이토록 넘치다니. 그는 남몰래 비명을 지르는 건 아닐까? 일에 치여 부질없이 소비되는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투병 이후의 삶은 덤으로 주어진 거라고 생각하자 모든 게 감사하게 다가왔다. 희로애락은 여전하고 때로 눈물도 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비로소 하고 있다는 실감으로 행복하다. 돈을 벌려고 바동거렸던 과거에서 벗어난 것만도 어딘가? 밝고 에너지 넘치는 본성을 회복한 건 또 어떻고? 욕심을 내려놓고, 짧고 굵게 살다 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돈보다 소중한 가치를 가진 게 많다는 걸 알면서도 흔히들 까먹고 산다. ‘욕심에 휘둘리는 삶은 이제 싫어!’ 함지애의 드라마를 난 그런 외침으로 새겨두기로 했다.
함지애가 주는 귀농 Tip
•땅과 집을 마련하기 이전에 귀농 교육부터 충분히 하라. 지자체마다 운영하는 ‘1년 살아보기 프로그램’ 같은 걸 통해 농촌 생활을 미리 경험하는 것도 좋다. 그 과정에서 나의 숨겨진 역량을 발굴할 수 있으며, 과연 귀농을 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귀농 초기 3년 정도는 성공을 위한 수련기로 삼아 나를 알아가는 시간 내지는 농사의 방향을 모색하는 기간으로 활용하자. 농업의 경제 효과는 현명한 운영을 했을 경우에도 대체로 귀농 5년 이후에나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도시에서 쌓은 경륜이나 특기를 살려 재활용하라. 이를테면 꽃에 조예가 있다면 꽃차 사업에 도전하는 식으로.
•여성의 단독 귀농을 두려워하지 마라. 다만 남다른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귀농 초기엔 소득 발생이 전혀 없을 가능성이 많다. 예비비 확보가 필수다.
기업·전문가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가 가입 기업 대상 뉴스레터 ‘적시타’를 선보인다.
적시타는 탤런트뱅크 가입 기업 중 수신 동의한 1700개 기업에 매월 발송하는 뉴스레터 서비스다.
국내외 최신 비즈니스 트렌드와 이슈를 읽기 쉽게 정리해 전달하고, 관련 추천 전문가와 바로 매칭될 수 있는 추천 상품 링크를 제공한다.
최근호에서는 ‘신사업 발굴 분야’를 주제로 수출에 영향을 받아 하반기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K팝, 식품, 의료기기 등 분야의 소식을 전했다. 전문가 프로필로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서디리틀, 롤랜드버거 등 세계적인 컨설팅사를 거친 전문가들을 추천했다. 이와 함께 해외 주재원 전문가, 해외 거주 활동 전문가, 외국인 전문가를 한데 모아 글로벌 매칭을 지원하는 신규 특화페이지 ‘해외 비즈니스관‘도 소개했다.
더불어 뉴스레터를 통해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전문가 매칭 성공 사례와 고객 후기도 볼 수 있다.
탤런트뱅크 관계자는 “야구에서 적시타를 치면 승리를 이끌 수 있듯이 적시에 필요한 비즈니스 정보와 전문가 안내를 제공해 사업이 크게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았다”며 뉴스레터 ‘적시타’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적시타처럼 찾아가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기업 고객 및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더욱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 현상을 ‘팬덤’이라고 한다. ‘팬덤’은 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팬덤’의 영향으로 산업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을 ‘팬더스트리’라고 부른다. 요즘 ‘팬더스트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K-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팬덤 분야의 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K-팝 아이돌의 해외 콘서트 투어나 관련 상품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팬더스트리의 예시로 들 수 있다. 팬더스트리에는 팬이 좋아할 만한 상품, 팬덤 플랫폼, 공연이 주로 활성화 되어있다. 가수의 팬더스트리 상품으로는 응원봉, 앨범, 인형 등이 있고, 팬덤 플랫폼에서는 스타에 관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한다. 즉 팬더스트리는 팬과 스타를 이어주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직접 만든 캐릭터 ‘BT21’은 팬더스트리의 성공적인 사례다. BT21의 여덟 개 캐릭터는 인형, 문구, 의류 등의 상품에 그려져서 판매된다. 또 단편 애니메이션 연재,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모바일 게임 등에도 활용된다. BT2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대기업은 전망이 기대되는 아티스트와 협업하기를 원한다. 팬더스트리가 단순히 팬을 위한 서비스 같아 보여도, 글로벌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중년층 팬덤 플랫폼
2019년부터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의 열풍으로 중년 팬덤 문화도 두터워졌다. 팬덤 플랫폼 ‘FFAN’ 같은 사이트나 ‘트롯픽’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은 중년 팬덤을 고려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년층 이용자의 영향력이 중요하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 중년층도 적극적으로 팬더스트리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중년층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관련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아티스트의 소식이나 이벤트 등을 알 수 있는 ‘FFAN’의 경우, 팬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발생하는 온라인 실시간 팬미팅 및 티켓•상품 판매 등을 곳곳에 넣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트롯픽’은 투표수 1위 가수에게 서포트 기사 발행과 가수의 영상을 대형 옥외광고 전광판에 송출해준다. 앱에 매일 출석할수록 투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서 팬은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중년층 소비에 따른 팬더스트리
요즘에는 중년층 팬덤의 지갑을 열 만한 산업이 확장되고 있다. 경제력이 있는 중년층의 소비 패턴을 파악한 기업들은 주로 고가의 상품을 내놓는다. 쌍용자동차는 ‘임영웅 효과’로 G4 렉스턴 매출이 53% 증가하며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놀랍게도 임영웅은 이후에 고가의 상품 광고를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팬은 스타를 보고 따라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팬들의 경제적 부담을 우려한 것이다. 스타가 고가 상품 광고를 거절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특이 케이스다. 실제로 자동차 광고 이후에는 음식과 헬스·뷰티 제품 등의 모델을 주로 맡았다.
가수 김호중의 6박 7일 크루즈 여행 티켓도 완판된 적이 있는데, 중년층 팬더스트리 시장에서는 고가의 상품과 아티스트의 협업 사례가 점점 이어지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오공훈 문화평론가는 “중년층 팬덤 산업이 커지는 추세에 따라 중년층의 팬더스트리가 K-팝 팬더스트리와 쌍벽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시간을 잡아먹는 일들이 있다. 기획과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그 전에 해야 할 자료조사가 산더미다. 그렇다고 사무보조직원을 뽑자니 고정비가 만만치 않다. 누군가 10분만 도와줬으면 싶을 때,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실시간 온라인 사무보조 플랫폼 이지태스크다.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를 뽑자니 이력서 보고, 면접 보고, 최종 결정을 하는 데까지 최소 하루에서 일주일은 소요된다. 직원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대표들은 거의 모두 “사람 찾을 시간에 내가 하지”라고 말한다.
사람 찾는 시간, 어떻게 줄이지?
이지태스크는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었다. 프리랜서를 모아 하루에 딱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일을 해주는 서비스를 만든 것.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가 창업자 멘토링을 10년 동안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사람 구하는 일’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시간을 줄이자는 목표로, 시장의 미스 매칭을 줄여주는 온라인 사무보조 플랫폼을 개발한 이유다.
기존에 아웃소싱 회사들이 하던 일일 수도 있으나 이지태스크의 차별점은 인력 풀 관리를 관리자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적용된 시스템이 대신 해준다는 점이다.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표준화한다. 표준화 작업이 안정되면 미국, 일본 등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지태스크에서는 온라인 사무보조 프리랜서를 ‘이루미’라고 한다. ‘꿈을 이뤄주는 사람들’, ‘자신의 꿈을 이어가는 사람들’로 ‘이루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 ‘이루미’로 활동하는 사무보조 인력은 약 1만 5000명. 이지태스크에 가입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이루미로 활동하는 총 가입자 수는 약 2만 7000명이다. 실제로 일을 주고받은 누적 실시간 매칭 건수는 약 22만 8000건에 이른다.
업무 요청부터 정산까지 한 번에
일을 맡겨보고자 이지태스크를 찾은 고객들이 가장 처음 하는 단골 질문이 있다. “이력서 어디서 봐요?”다. 이지태스크는 이루미들의 이력서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루미가 할 수 있다고 체크한 일에 관련된 업무를 시스템이 자동으로 매칭한다. A고객이 ‘고객 모집 분석 자료 영어 PPT로 만들기’라는 업무를 요청하면, PPT를 만들 수 있는 이루미와 영어 번역이 가능한 이루미를 매칭해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고객만족도가 높은 순서로 알림을 보내고 바로 일할 수 있는 이루미가 업무 제안을 수락하면 매칭 완료. 업무를 요청할 때 원하는 일정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가장 빠른 일정은 30분 후부터 가능하다.
시스템 내에서 매칭 후 채팅, 화상 전화, 파일 업로드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화상 채팅을 위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켤 필요도 없다. 이지태스크 서비스 안에서 업무 요청부터 마지막 결과물 수령까지 원스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정산 관리와 기록까지 가능하다. 기업 고객으로 등록할 경우에는 월에 일정 시간을 충전해두고 기업 내 직원 누구든지 시간을 차감하며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직원이 어떤 사무로 어떤 이루미와 어떤 작업을 했는지도 모두 기록된다. 고객과 이루미의 합이 잘 맞으면 주기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만나 일할 수 있도록 ‘정기 매칭’도 해준다.
일을 맡기는 회사(혹은 창업자) 입장에서는 내가 맡긴 일의 목록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번거로운 절차가 생략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일자리 미스 매칭 문제를 시간과 업무 단위를 나누어 해결한 셈이다. 이지태스크라는 인턴 한 명을 두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서비스 만족도는 이용자의 재구매 패턴이 증명한다. 한번 사용해볼까 하고 1시간 구매한 고객이 다음에는 30시간을 충전하는 식으로 다음번 재충전 금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 있는 사람, 밤에만 일하고픈 사람, 주말에만 하고픈 사람 등 다양한 니즈가 반영돼 이루미 풀은 24시간 돌아간다. 10분 단위로 일을 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일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작업하면 일주일 걸릴 일도 이루미 10명이 작업하면 이틀에 마칠 수 있다. 인해전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루미가 한 일은 모두 기록되며, 경력증명서도 발급해준다. 이를 토대로 재취업에 성공하거나, 고객이 이루미를 채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취업 준비생, 경력단절 여성, N잡러, 은퇴 후 소일거리 찾는 중장년 등 이지태스크의 업무 시스템은 누구든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구조다.
세계 프리랜서 시장 규모는 약 398조 원, 우리나라 프리랜서 시장 규모는 10조 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의 30%가 프리랜서인데 국내는 10%에 불과하다. 그런데 2021년 벤처기업 신규 고용 인구는 약 83만 5000명으로 국내 4대 그룹 전체 고용 인력인 72만 명을 뛰어넘었다. 이지태스크는 앞으로 업무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구조로 바뀔 거라고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에서 해오던 수직 하달식 업무 처리 방식이 수평적으로 각자의 역할에 맞는 프리랜서와 협업하는 형태로 바뀌어가리라는 전망이다.
4050세대는 지금 직장에서 퇴직하면 몇 년을 더 일해야 할까?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세 그러나 이들이 희망하는 은퇴 나이는 73세다. 무려 24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최근 비자발적 조기퇴직이 늘면서 이러한 시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평생 현역시대’에 살고있는 4050세대의 두 번째 인생을 위한 ‘제2직업’ 지침서 ‘Lifetime Job’(평생 일자리)이 최근 발간됐다. 이 책은 본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4050세대를 위해 기획한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 시리즈 ‘dice@11pm’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Lifetime Job’ 편에서는 정부의 중장년 일자리 정책부터 다양한 전직 사례, 노후에 추천되는 직종 정보, 창업을 위한 고려사항 등이 담겨있다. 창간 후 8년간 중장년 독자의 건강하고 희망찬 노후에 대해 고민해온 본지가 그동안 취재하고 발굴한 정보가 집대성됐다.
여섯 개의 각 파트에는 트렌드와 가이드, 체험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녹였다. 정부기관과 지자체, 교육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일자리·서비스 정보를 담았다. 책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활용하면, 지면의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더 많은 정보에 닿을 수 있다.
먼저, 파트1부터 파트3에서는 취업에 대해 얘기한다. 파트1에서는 최신 중장년 취업 트렌드를 조명했다. 디지털 시대에 각광받는 N잡러에 대해 알아보고, 취업 전문가 20인이 꼽은 유망직업도 소개한다. 파트2는 취업 실전 편이다.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는 법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취업 기관 제도부터 이력서 작성법, 취업 컨설턴트의 조언까지 모두 아우른다. 파트3에서는 ‘기술이 있으면 평생 일 할 수 있다’는 말을 입증하는 기술직에 대해 소개한다. 중년이 취득하면 좋을 국가기술자격증과 기술직에 대해 알 수 있다.
파트4에서 파트6까지는 창업에 대한 부분이다. 파트4는 창업을 꿈꾸는 중년을 위한 창업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창업 준비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며, 독립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 중 무엇이 자신한테 맞는지 알 수 있다. 파트5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뜨는 온라인 창업 성공법과 함께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는 창직에 대해 소개한다. 파트6에서는 인기가 급증하고 있는 기술창업의 세계를 파헤쳤다.
본지는 ‘dice@11pm’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40대 이상의 ‘후기청년’ 세대를 위한 다양한 은퇴·노후 정보를 다룰 예정이다. ‘dice@11pm’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매일 밤 11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주사위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6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주사위처럼 ‘dice@11pm’도 여섯 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책은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처럼 어느 파트를 봐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발행하는 이투데이피엔씨 김종훈 대표는 “후기청년의 노후 준비를 위한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을 발간하게 되어 기쁘다. ‘늦은 노후 준비’로 불안해할 40대 이상의 후기청년의 미래설계에 도움이 될 책이라고 자신한다”면서 “노후 준비를 위한 금융, 거주 등의 정보를 담은 시리즈를 연이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발행하는 중장년 대상 월간지이다. 품격 있는 시니어들이 행복한 노후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강, 금융·자산, 주거, 뷰티,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심사하는 ‘우수콘텐츠 잡지’에 2017년부터 3년간 선정되어, 공공성과 유익함을 인정받았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마지막 순서는 ‘취업 후기 편’이다.
Episode_1“합격 문자도 받았는데 갑자기 입사 취소라니요?”
간혹 기업 측에서 합격 통보 이후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조율 가능한 상황인지 살펴보고, 이후 구직 방향 설정을 위해 정확한 이유를 파악해둬야 한다.
진행자 채용 확정 후, 출근을 앞두고 회사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나요?
백신혜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신혜) 네, 계약서 작성만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엎어진 구직자가 있었어요. 알고 보니 대표는 그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실무자인 팀장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꺼린다는 거였죠. 대표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실무자가 거부감이 심하니 결국 취소 통보를 했더군요.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황당하고 속상한 일이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채용 프로세스를 잘 따르는 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죠. 소규모인 경우에는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기도 해요. 가령 인턴십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중장년을 채용하려 했는데,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되면 합격자를 추렸어도 굳이 뽑지 않더라고요.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소장(이하 성희) 빈번하지 않은 사례지만 이따금 벌어지는 일이긴 하죠. 이유를 보면 예측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허탈해하는 건 결국 구직자거든요. 본인 탓이 아닌데 좌절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한번은 대표이사 면접 후 채용 연락이 늦어져서 확인해 보니 대표이사는 채용하고 싶은데 젊은 임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직무능력 및 향후 기여할 부분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PT 면접의 기회를 요청했죠. 구직자의 직무능력, 구직태도, 열정 등에 감동받아 젊은 임원들도 흔쾌히 동의 하셔서 채용된 경우가 있었어요. 나와 꼭 맞는 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구직서류 외에 직무수행 계획 등을 발표하며 스스로 기회를 개척해 보는 건 어떨지 추천 드립니다.
진행자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에 입사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는요?
성희 사실 기업보다는 구직자 쪽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비율이 좀 더 많은 편이에요. 중장년은 사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직 생활을 조금 해보면 기업 문화나 분위기가 금방 파악되거든요.
영희 입사하고 2주 만에 나온 고객이 있어요. 이분은 회사에서 기대하는 업무 능력과 본인이 보유한 업무 역량의 간극이 크다는 게 문제였어요. 또 중장년은 컴퓨터 활용에 미숙할 수 있잖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서류 작업을 했는데, 막상 직접 하려니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해요.
성철 문서 작업 스킬은 면접에서 확인이 안 되니까요. 막상 뽑고 보면 기본적인 엑셀, 워드, 한글 같은 걸 활용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어떤 분은 채용 과정에서 딸이 만들어준 서류로 통과했다가, 결국 실력이 들통나 퇴사하셨어요. 입사할 때 자신의 능력을 속여서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역량에 따라 눈높이를 낮추셔야죠.
성희 요즘은 문서 작업뿐 아니라 기업에서 사용하는 그룹웨어라든지 디지털 툴을 어려워하기도 해요. 팀원들이 알려줄 수 있는 상황인데, 도움받길 두려워하거나 자존심 상해하시더라고요. 그런 적응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와버리는 분들도 있어요.
영희 첫 월급이 나온 후 사전에 공지된 처우나 급여 조건과 달라 실망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와의 갈등이 아닌, 회사 대표나 상사와 성향이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분도 계시고요.
신혜 맞아요. 독특한 사례가 있는데, 입사하려던 기업에 알고 보니 이전 직장 부하 직원이 임원으로 있었던 거예요. 사실 이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죠. 자존심도 상하고요. 결국 스스로 포기하셨는데, 이런 경우는 입사 후에도 서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예요.
Episode_2“성과 압박이 심해요.동료들과 어울리기도 어렵고.”
이전 경력이 훌륭한 구직자일수록 새로운 기업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년에게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젊은 직원과의 관계 형성도 고충으로 다가온다.
진행자 구직에 성공했다면 목표는 이룬 셈인데요. 그런데도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요?
성희 입사 후에도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을 해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령 영업 직군에 가신 분들의 경우 출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성과 압박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성과가 안 나면 퇴직을 권고할 텐데, 그러느니 내 발로 나가는 게 낫지 않냐고 토로하시곤 해요. 일단은 성급히 판단하기보다는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길 권해드려요.
성철 특히 대기업 출신 중장년이 중소기업에 가면 그런 압박이 더 심하더라고요. 가령 ‘대기업에서 오셨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성과 달성이 가능하겠죠?’ 그러고서는 얼마 뒤 ‘대기업 출신치고는 성과가 기대 이하네요’라는 식인 거예요. 사실 대기업의 후광과 인프라 없이 중소기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개인 기량이 더 요구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이 힘들어하세요.
영희 질환으로 인해 5년의 경력단절 후 영업지원 담당으로 재취업 한 여성분이 계셨어요. 함께 입사한 동료는 거래처 분들이 방문하면 자발적으로 손님 응대도 하고, 동료들 업무지원도 하는데 본인은 문서작성 등 지시한 업무만 하고 있었다고 해요. 영업지원 부서이니 동료나 거래처 내담자 대응 등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처가 요구 되는데 잘 인지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어요. 이런 경우 긴장되는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어서 사진관 행정담당자로 전직하였는데 직무환경에 만족하고 잘 적응한 경우도 있었어요.
신혜 저 역시 취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분들이 계신데요. 고민하시는 걸 보면 애초 채용 공고에 명시된 직무보다 더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거나 업무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러면 직무에 대해 책정된 급여 조건이 맞지 않는 거죠. 그런 부분은 재협상을 요청하시라 권해드려요.
성희 큰 기업이라면 정해진 시스템 때문에 협상 폭이 좁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조율될 여지가 많을 수 있거든요. 입사 후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우선은 적응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에 점검해 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무작정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되고, 기업의 상황과 자원을 살펴보고 협상하는 요령이 필요해요.
진행자 업무적인 것 외에 어려워하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성철 급여나 처우는 이미 알고 들어온 부분이라 혼란이 덜한데,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의 전체 직원 60명 중에 혼자 중장년으로 입사한 분이 계셨어요. 다 20~30대였죠. 힘들어하셨는데 6개월을 버티시더라고요.
성희 성과를 내야 하거나 직무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요. 이때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기존 동료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서로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새로운 분이 입사하면 경계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고, 초반에는 서로가 긴장하기 때문에 교류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많은 조직이라면 ‘내 편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외로워하는 중장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입사 초기 관계 형성의 고비를 잘 넘기면 이후 조직 생활은 좀 더 원활해지는 것 같아요.
Episode_3“6개월 계약직인데 뭐 남는 게 있을까요?”
중장년 채용은 정규직보다는 기간제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단기간이라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다음 구직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끊임없이 경력 개발을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행자 만약 계약직으로 입사했다면 언젠가는 또 구직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근무하면서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두면 좋을까요?
성희 3개월이든 1년이든 이 기업에서 뭘 배울 수 있고, 어떤 걸 얻어갈지 생각하면서 지내셨으면 해요. 평생직장을 원한다면 앞으로도 이직·전직은 계속되니까요. 일단은 기록을 많이 해두시면 좋아요. 업무 일지를 쓰듯 어떤 일을 했고 무얼 경험했는지 상세히 적어두는 거죠.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되거든요. 이력서도 1년에 한 번은 재정비하시고, 한 달에 한 번씩 조금이라도 내용을 업데이트하시길 바랍니다.
영희 계약직의 경력도 경력관리가 필요합니다. 계약 기간 동안의 업무성과 및 실적을 잘하고 경력중심의 이력서를 미리 작성해 보는 것도 추천 드려요.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 없다면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여 경력 개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내에서 좋은 평판과 네트워크 관리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력개발 및 관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부터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성철 퇴직 후엔 대부분 ‘안정적이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원하세요. 근데 사실 중장년에게 그런 직장은 거의 없거든요. 현실적으로 채용 시장을 바라보고 관심 기업을 정해 꾸준히 역량을 개발하시라 말씀드려요.
영희 한 직장을 오래 다니길 원하신다면, 현재 다니는 기업에서 역량 발휘를 잘해서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때때로 그런 제안을 받는 분들도 있어요.
진행자 소위 ‘환승이직’이라고 하죠. 공백기 없이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언제쯤 이직 시기를 엿봐야 하나요?
성희 중장년에게 환승이직은 쉽지 않아요. 실상 계약 기간을 다 채우고 나와도 1년 넘게 기다려야 원하는 채용 공고가 뜨기도 하니까요. 만약 관심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다면 당연히 도전해야죠. 특히 재직 중 그런 기회가 생겨 고민이라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일 거예요.
성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꾸준히 트렌드를 살피고 교육을 받으며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
영희 저는 다니는 회사가 괜찮고 커리어 관리가 된다면 가급적 재직 상태를 유지하길 권해드려요. 계약직이 아닌데도 3개월, 6개월, 너무 단기로 직장을 옮겨 다니면 이력서상으로 볼 때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기도 하니까요. 일단은 좋은 회사에 신중하게 입사하는 게 우선이고, 웬만큼 업무를 유지하면서 경력 개발을 하시면 좋아요.
진행자 이런 고민도 구직에 성공한 경우에나 가능하겠네요. 혹시 계속해서 입사에 실패하시는 분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성철 만약 원하는 일자리에 계속 지원했는데 1년 이상 합격되지 않았다면, 구직 방법이 잘못된 거예요. 가령 직무와 무관하게 문어발식으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죠. 기존에 사양 산업 직군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이전 경력을 계속 고수하시는 것도 문제예요. 해당 직무는 계속 사라지니 취업문이 좁을 수밖에요. 또 원하는 직장의 우대 조건이 있음에도 역량 개발을 안 하고 포기한다면 결국 다른 지원자에게 밀리겠죠.
신혜 자신의 역량에 대해 나는 A기업도 맞고 B기업도 맞다고 여긴다면, 그건 스스로를 기성품화하는 거라고 봐요. 요즘은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어서 그에 걸맞은 조건으로 경력 관리나 역량 개발을 하셔야 채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계속해서 구직에 실패하신다면 그런 부분을 놓친 건 아닌지 점검해보셨으면 해요.
영희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 직무 강점이나 주특기를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다른 이와의 비교보다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경력, 자원을 잘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점 파악 없이 마구잡이로 이력서만 내면 계속 헛돌 수밖에 없어요.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구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컨설턴트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니, 꼭 도움을 청하셨으면 좋겠어요.
신혜 결국 재취업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적응력과 유연성이라고 봐요.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갖고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훨씬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성희 자기 인식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재취업에 도전 가능한 상황인지 먼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거죠.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조급하게 시도하면 결과도 좋지 않거든요. 그리고 현재 취업 시장에서 무얼 원하는지도 잘 살펴보세요. 나만 준비됐다고 채용되는 건 아니잖아요. 계속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역량을 개발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대접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존중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인정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성공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반드시 친절해야지요.
건강하고 싶습니까?
당연히 친절해야지요.
행복하고 싶습니까? 친절하고
친절하고 또 친절해야지요.
연기가 옆으로 기어가는 굴뚝
우리나라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부자로 첫손에 꼽히는 이는 아마 경주 최부잣집일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일화와 뒷이야기가 무성하지만 그 가운데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수평 굴뚝’ 이야기입니다. 보통 굴뚝은 지붕 꼭대기에 만들어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먼발치에서도 밥 짓는 연기가 하늘로 솟는 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반면 최부잣집은 마루 아래 섬돌 밑에 가로로 굴뚝을 냈는데, 아궁이에 불 때서 밥하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기어가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끼니를 잇지 못하는 배곯는 이웃들에게 설움이 되고 상처가 될까 봐 배려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복 짓는 경주 최부잣집
만물이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 보통 양력 5월 21일쯤으로 추운 겨울 견딘 보리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시기지만, 정작 일반 서민들은 먹을 양식이 떨어져 ‘한 많은 보릿고개’니 ‘춘궁기’(春窮期)니 하며 목숨 부지하기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딱 그런 때 누군가 새벽에 최부잣집 문 앞을 말끔히 쓸고 돌아가면 안주인이 아침에 일어나 “뉘 집 빗질 자국인가?” 하고 물어보고 먹을 양식을 보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양식 구하러 다니기 곤란했을 가장의 체면도 세워주고 자존심도 구기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했던 최부잣집 전통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덕을 베풀더라도 상대를 함부로 하지 않는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이 대를 이어 부를 축적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비책이 아니었을까요. 경주 최부잣집이 자리 잡은 터가 명당(明堂)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택(陰宅)인 묘지가 아닌 양택(陽宅)인 집이 명당일 경우 복이 당대에 그친다고 하는데, 최부잣집은 스스로 복을 짓고 또 지어오면서 그 기운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남이 버린 행운 줍는 오타니 쇼헤이
3월 22일 열린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에서 3번 지명타자로 맹활약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9회 초 다시 마무리 투수로 나와 야구 종주국 미국을 물리치고 우승컵과 대회 MVP까지 차지했습니다. 대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오타니는 훤칠한 키와 출중한 외모뿐 아니라 평소 몸에 밴 특별한 태도와 행동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습니다. 1994년생인 그는 운동장에서 ‘쓰레기 줍는 야구선수’로 불립니다. 경기 중에 출루하거나 투구(投球) 사이에 담배꽁초나 휴지가 눈에 띄면 바로 주워 유니폼 주머니에 태연히 집어넣습니다.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運)을 줍는 겁니다.”
오타니가 강조한 운은 그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직접 만든 ‘만다라트(Mandal-Art : 목표를 달성하는 발상 기법) 계획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최종 목표인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달성하기 위한 9가지 세부 목표 중 하나인 ‘운’을 이루기 위해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청소, 심판에게 공손한 태도, 물건을 소중히 쓰자 등을 적어놓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공의 밑바탕엔 작은 친절이 쌓이고 쌓여 대운으로 작용한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무엇입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유대교도 회교도 아닙니다. 가장 위대한 종교는 바로 친절입니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친절입니다. 친절은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필자는 문득 법정스님이 그립습니다. ‘무소유’(無所有)라는 어려운 가르침보다 훨씬 쉬운 ‘친절’(親切) 한마디에 사랑과 자비, 인(仁)과 존중을 담았으니까요. “사람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법정스님. 스님은 친절과 따뜻한 보살핌이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루며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2004년 하안거(夏安居) 해제 법문과 집필한 책(‘아름다운 마무리’)을 통해서 누누이 가르쳐주었습니다.
친절의 반대말은?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 레프 톨스토이
도대체 친절은 뭘까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한 것을 친절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친절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보통 ‘불친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필자는 ‘갑(甲)질’이 친절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나 권력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오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하고 육체적·정신적 폭력을 행하거나 괴롭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갑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친절하게 대하고 존중하라는 법정스님의 가르침과는 딴판입니다. 운행 중인 항공기를 억지 회항시킨 희대의 ‘땅콩 유턴’ 사건부터, 고용주가 저지르는 끔찍한 폭행과 욕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으로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무수한 사례까지, 열거하기 고통스러울 만큼 갑질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안(童顏)의 비결, 친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연구팀이 코로나19 기간에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 공명’(Positive Resonance)이 높을수록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긍정 공명’은 타인을 보살피고 배려하고 관심을 갖는 친절한 마음과 태도를 말합니다. 친절을 실천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23% 낮다고 합니다. 나아가 친절함은 염색체가 분열할 때마다 닳아 없어지는 ‘텔로미어’(Telomere)의 감소 속도를 느리게 하면서 노화를 늦춰 어려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니, 돈 안 드는 동안(童顏) 수술이 바로 친절입니다.
뇌 속에 새기는 ‘건행선’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하고 친절을 꾸준히 실천할 때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이 뇌 속에서 분비된다고 합니다.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함은 물론, 심장 박동 수를 느리게 하고 관상동맥 질환 위험도 줄여줍니다. 전에 느꼈던 기분 좋은 경험을 다시 느끼려고 우리는 친절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는군요.
친절과 관대함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인간관계를 다정하게 묶어주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이뿐 아니라 친절은 전염성이 강해 다른 사람의 친절한 행위를 목격할 경우 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일종의 ‘친절 피드백’이자 ‘친절 부메랑’ 효과입니다. 건강과 행복을 주는 급행열차, ‘건행선’이라 부를 만합니다. 길을 새로 놓았으니 누구든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 그것도 공짜로 말입니다.
아직도 친절이 어려운 당신에게
타인에게 공감과 관심이 잘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한테도 ‘왜 굳이’ 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Awe Walk’라고 불리는 ‘의식적인 산책’을 권해드립니다. 광활하고 웅장한 대자연뿐 아니라 동네 천변(川邊)을 산책하면서 해 질 녘 붉게 물든 노을을 보면 자신이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친절함으로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합니다(버클리대학교 폴 피프의 2015년 연구). 또 ‘자비 명상’(Compassion Meditation)도 좋습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헬렌 웡(Helen Weng)은 2013년 연구에서 사랑하는 사람, 자기 자신, 낯선 사람, 심지어 적에게조차 호흡을 신경 쓰며 선한 감정을 흘려보낸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타인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이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친절 근육, 친절력(親切力) 키우기
러닝머신 20분, 스트레칭 40분씩, 주 3~4일 필자가 아파트 단지 안 커뮤니티센터를 이용하면서 목욕 후 반드시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로커룸 머리카락 치우기입니다. 제 머리카락이 굵고 까만 데다 숱도 많은 편이라 머리 말리고 나면 바닥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로커룸 청소를 시작해 오늘 아침에도 대걸레로 머리카락을 치웠습니다. 경주 최부잣집만큼은 어림없어도 날마다 할 수 있는 필자만의 행복한 일상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걸레질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습니다. 치우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고 흉보는 대신 치우는 사람을 칭찬하고 덕담으로 하루를 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너나없이 좋은 일입니다. 척추기립근만 키울 게 아니라 친절 근육도 키워봅시다.
또 짬 날 때면 ‘자비 명상’으로 주변 모든 생명에게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는 마음을 가집시다. 필자는 무생물한테도 자주 말을 건넵니다. 네 식구 벗어놓은 더러워진 빨래를 20년 넘도록 거품 내고 헹구고 짜주느라 고생한 통돌이 세탁기한테 머리도 쓰다듬고, 엉덩이도 톡톡 치며 고맙다 말합니다. 밀린 겨울 이불 빨래까지 하루에 세 번쯤 돌린 날엔 미안하다 사죄도 합니다. 그 덕분인지 고장 한 번 안 나고 식구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1친절 운동’ 같이 하실 거죠?
최근에 ‘도시 버리기: 로컬 이주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책을 출판했다. 원본은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귀촌하면서 쓴 ‘도쿄 버리기: 코로나 이주의 실제’인데, 우리나라 사정에 맞춰 제목을 ‘도시 버리기’로 정했
모두가 도시와 아파트, 화려한 조명 속으로 돌진하는 현실에서 생뚱맞게 ‘도시 버리기’가 웬 말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그래, 복잡한 도시에서 살 만큼 살았다. 이제 숨 좀 편히 쉬고 산 좋고 물 좋은 데서 속 편히 살아보자’라며 공감할 수도 있다.
꿋꿋하게 도시 생활을 고수하는 것이 익숙한 삶의 방식이라면, 도시 버리기를 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낯선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바로 그 선택을 보통은 귀농·귀촌이라고 부른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귀농·귀어촌이라고도 부른다. 그 연원을 따져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오래전의 1세대 귀농·귀촌은 정년퇴임 후 퇴직금을 두둑이 챙겨서 그림 같은 집을 짓는 방식이 대세였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그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고 여기곤 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지역에 갈 때마다 지역의 오래된 거주 형태와 다른 화려한 집들이 농촌 구석구석까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주민들은 꼭 덧붙여 말한다. 그들의 귀향은 귀농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귀촌’이라고.
지금의 40~50대인 2세대 귀농·귀촌은 이른바 지역 활동처럼 목적성이 강한 활동을 지향하며 이루어졌다. 초고령화시대에 아직도 지역에서 막내 역할을 하는 이들은 활발히 지역 활동을 하며 새롭게 지역으로 들어오는 3세대 귀농·귀촌자들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갈 후속 세대가 부족하다는 난제를 고민하고 있다.
3세대 귀농·귀촌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으로 주로 30대 중후반, 즉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능동적으로 퇴사한 후 얼마 안 되는 퇴직금으로 도시를 이탈한다. IMF나 글로벌 경제위기, 그리고 팬데믹 위기 후에 그 흐름이 더 거세지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3세대가 굳건하게 귀농·귀촌에 성공했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들의 행태가 반드시 귀농·귀촌이 아닐 수도 있다. 도시를 떠나는 것은 맞지만 모두가 시골로 가거나 농사짓기 위해 이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귀농·귀촌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도시 버리기’는 정리해고, 불안한 일자리, 비싼 주거비, 층간소음, 부족한 놀이터 등 육아 부담, 그리고 (일본의 경우) 지진과 방사능 위험 때문에 도시 이탈 현상이 점점 늘고 있으며, 여기에 팬데믹 위기까지 가해져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분석한다. 수도권 거주 젊은이의 40%가 지방 이주에 관심 있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도시 인구 분산을 독려하는 지원금, 인구도 늘리고 주민세도 늘리려는 지자체의 지원금, 회사에서 지급하는 교통비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의 이탈을 촉진한다. 그렇다고 완전 동떨어진 전원 지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수도권과 어느 정도 연결된, 이를테면 기차로 2시간 이내에 있는 거리를 선호하고, 역세권보다는 집 크기를 따져 이주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살인적인 도시의 집값 때문에 더 나은 주거 조건을 따지는 것이다.
도시 이탈자들의 귀농·귀촌 생활은 어떨까. 우선 경제적으로 극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도시 버리기’에서는 인프라 시설, 열악한 인터넷 속도뿐만 아니라 차량 유지비(지역의 교통 상황 때문에 차량 소유는 필수), 난방비, 가스비, 수도세, 전기요금까지 어느 것 하나 그다지 싼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재미 삼아 요즘 유행하는 AI 서비스에 ‘귀농·귀촌 생활비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항목별로 산출한 금액이 1인당 족히 100만 원이 넘게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일거리다. 귀농·귀촌의 연령이 점점 젊어지는 만큼 경제생활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최근에는 농업만으로 소득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농반X(半農半X)¹), 즉 농사를 지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새로운 귀농·귀촌 생활의 장점도 많다. 여유롭게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고, 일거리가 없다 해도 막상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도 꽤 되며, 운이 좋으면 인심 좋은 이웃을 만나 사람 사는 따뜻한 정도 느낄 수 있다. 지역마다 속속 설치되고 있는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살이를 체험하면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보를 찾아볼 곳이 부족하고, 마음에 드는 정보를 찾기도 어렵다. 공간도 찾기 어렵고, 주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의 빈집뱅크 같은 정보 플랫폼도 없다 보니 알음알음 현지 주민들을 통해 집을 구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한 달 살기와 워케이션보다는 사계절을 겪어봐야 안심하고 이주할 수 있는 등 새로운 대안을 선택하려면 (도시에서의 단순 이주와 다른) 훨씬 강도 높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소통과 공존이다. 새롭게 이주하는 사람과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주민 간의 갈등이 만만치 않다. 서로 처음 경험하는 상황 속에서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집도 필요하고 돈도 벌면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봐야 할 것은 이웃과 같이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정부의 귀농·귀촌 지원에서는 이런 부분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을까.
1) 일본의 생태운동가 시오미 나오키가 1990년대 중반부터 주창한 생활 방식. 농업으로 가족이 먹을 음식을 충당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생활 양식을 말한다.
중장년이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고려할 때 ‘취미’는 큰 영향을 끼친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좋아서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을 말한다. 은퇴 후 취미 생활을 즐기다 연계된 직업을 갖게 되면, 당신도 ‘덕업일치’(德業一致,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은퇴 후 취미 생활은 무료한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준다. 그러한 취미가 일로 발전한다면 취미를 즐기는 동시에 건강도 챙기고, 직업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다. 일석사조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취미를 발전시켜 일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 ‘덕업일치’와 함께 ‘하비프러너’(Hobbypreneur)가 언급된다. ‘취미’를 뜻하는 하비(Hobby)와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러너(Preneur)의 합성어다. 취미를 발전시켜 창업하고 수익을 창출한 사람을 일컫는다. 디지털 시대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온라인 플랫폼 판매자 등이 많아지면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중장년이 직업으로 발전시킬 취미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봤다.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친자연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에게 어울리는 취미를 소개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수입 창출을 목적으로 취미를 갖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직업 상담가는 “사실 취미를 일로 연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구직 시 취미는 플러스 알파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리하는 게 좋아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학교 급식실에 취업할 때 도움이 된다”면서 “중장년분들을 보면 평생 열심히 일해왔기 때문에 은퇴 후 마음 편히 노는 법을 모른다. 취미 생활을 즐기다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축복할 경우지만, 일을 할 목적으로 취미를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당부를 전했다.
사부작사부작 취미 살리기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으로 불린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세계 2위에 이른다. 전 세대에서 관심이 높지만, 중장년층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다. 중장년 세대에게 커피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은 다방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마셨고, 식후 입가심이 되어주는 믹스커피를 좋아했으며, 카페가 많아지고 난 현재는 원두커피를 즐기고 있다.
원두커피의 맛을 알게 되면서 중장년층을 포함한 전 세대는 커피 만드는 법에 관심을 두게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서 홈 카페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자,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커피 만드는 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집에서 가까운 바리스타 교육기관 또는 학원을 찾아가면 된다. 국민내일배움카드(고용노동부에서 훈련비를 지원해주는 제도. 1인당 최대 5년간 300만~5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를 활용하면 무료로 교육받을 수도 있다. 교육을 수료한 후에는 민간형 자격증인 바리스타 자격증을 어렵지 않게 취득 가능하다.
커피 만드는 법을 알면, 시니어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어 수입을 거둘 수 있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 가운데 민간형 사업의 주력 분야는 카페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공급과 수요 모두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취업이 유리하다. 카페 창업도 가능하다. 내가 만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셈이니 매력적이지 않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적 소양을 살려 직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개그맨 김현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제2의 삶을 사는 중이다. 워낙 클래식에 관심이 많아 지휘를 독학으로 공부했다는 그는 이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그는 악보를 통째로 외워 지휘한다고 한다.
김현철과 같이 클래식을 사랑하는 중장년이 많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악기 연주를 배우고 아마추어 활동을 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김윤경은 유튜브 채널 ‘김윤경의 소소한 클래식’을 통해 클래식 음악 강의를 하고, 아마추어들의 연주 활동을 지원한다. 김윤경의 사례 역시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은 취미를 살린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소한 취미도 잘 살리면 소득이 생긴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면 시니어 작가가 될 수 있다. 작가가 되기에 늦은 나이란 없기 때문이다. 중앙지와 지방지, 종교지 등 13개 신문의 ‘2023년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보면, 전체 당선자 96명 중 40대 이상이 38명이었다.(40대 12명, 50대 이상 26명) 신춘문예 최고령 당선자는 68세의 노수옥 씨로 그는 ‘광남일보’ 시 부문에 당선됐다.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이 아니어도 온라인상에 글을 쓸 수 있는 창구가 많이 형성돼 있다. 블로그 마케팅으로 수입을 거둘 수 있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 작가가 되고 책도 낼 수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글짓기 대회도 많은 상황이다. 본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역시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을 열어 시니어 작가를 응원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취미 살리기
나이가 들수록 초록초록한 풍경의 자연이 좋아진다. 자연을 느끼며 가벼운 산책이라도 운동을 하면 심신이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2017년 영국 요크대학교 환경연구소 연구팀은 ‘녹지 공간이 노인의 정신적 웰빙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단순히 걷기부터 등산, 트레킹까지, 숲에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는 직업과 연결될 수 있다. 숲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알고 보면 무궁무진하다. 2018년 당시 김재현 산림청장은 ‘숲에서 일하는 100가지 방법’ 안내서를 내기도 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취미 기반 직업은 ‘숲해설가’다. 자신이 좋아하는 숲을 거닐면서 소득도 벌 수 있다. 자연휴양림, 수목원, 도시 숲 등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설하고 체험 활동을 돕는 일을 한다. 산림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서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평가를 거쳐 산림청장으로부터 자격을 부여받는다.
2020년 한국갤럽이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등산이었다. 무려 20년 동안 등산은 부동의 1위였다. 등산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등산을 가장 즐기는 세대는 중장년층이라고 할 수 있다.
등산을 즐기는 중장년이라면 ‘산악전문지도사’를 업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산악전문지도사는 산악 안전사고 예방 및 대응, 전문 등반(암·빙벽 등반) 안내, 안전한 산행 가이드 등 올바른 산행 문화를 선도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서 민간 자격을 발급하며, 2019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숲과 관련된 직업이라고 해서 꼭 활동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목공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목공예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좋다. 목공예 제작 및 판매 업체, 인테리어 업체에 취업할 수 있고, 개인 공방을 운영할 수도 있다.
◇걷기 취미 살려 걷기 강사 된 박미애 씨
“살기 위해 걷기 시작, 행복 전파하고파”
“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하루에 10㎞를 걸어요.”
일상에서 매일 하는 걷기는 취미를 넘어 직업이 될 수 있다. 걷기 전문가가 되면 소득 창출이 가능하다. 부산에 사는 걷기 강사 박미애(62) 씨는 이 사실을 몸소 입증한다.
박미애 씨는 한국걷기 그랜드슬램을 3회나 달성했다. 한국걷기 그랜드슬램 워커는 1년 내에 장거리 대회 4개, 총 521㎞를 완보한 자를 말한다. 박미애 씨는 “중학생 때부터 걷기는 내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걷기는 힐링’이라는 사실은 결혼 후에 깨달았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요. 시어머니는 대장암, 시아버지는 치매에 걸리셨어요. 매일 간호하며 사는 삶이 너무 팍팍했죠. 또 공부를 잘해서 외고에 3년 장학생으로 진학한 아들이 갑자기 일반 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가정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걸었습니다. 한참 걷고 나면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죠.”
본격적으로 걷기 전문가가 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56세였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에서 주최한 ‘해안누리길 종주 대회’에 참여, 8일간 160㎞ 종주에 성공했다. 걷기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과 같이 걸으면서 박미애 씨는 ‘나도 잘 걷는 편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모임 ‘청춘 도다리’ 강연을 시작으로 여러 군데에서 강연하면서 박미애 씨는 걷기 강사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면서 걷기 지도사 자격증 1·2급도 취득했다. 민간 자격증으로, 2급은 16시간 교육을 통해 쉽게 취득할 수 있다. 경력이 있어야 자격이 되는 1급은 전문성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박미애 씨는 강사로 일하면서 걷기의 기쁨을 전파한다는 사실에 행복했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에 그는 2020년 동서대학교 미래커리어대학 시니어운동처방학과에 진학했다.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박미애 학생은 학교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걷기에 관심이 많고 실천하고 있는 시니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들 충분히 강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좋은 강사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인체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봐도 건강 문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걷기 강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걷기 학교 설립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미애 씨는 걷기가 건강한 삶을 가능케 해준다며, “걷기가 나를 살리고, 우리 가족도 살렸다”고 표현했다.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동생에게 박미애 씨는 100㎞를 걷게 했다고. 걷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낀 동생은 건강을 되찾은 현재도 매일 10㎞씩 걷는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박미애 씨의 남편이 척수 손상으로 6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박미애 씨는 남편을 간호하면서도 매일 걸었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걷기’라는 취미가 불러온 긍정적인 나비 효과에 그는 오늘도 행복을 느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굉장히 좋았던 순간도 있었고 나락으로 떨어진 순간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걷기 덕에 힘을 낼 수 있었어요. 나이 들면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행복한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