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벗 삼아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은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지어 시골로 떠났으나 적응을 못하고 1년도 채 못 되어 도시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많다. 주택의 규모가 너무 크고 비싸 팔리지 않을 경우에는 도시로 돌아오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최근 잘 지어진 멋진 전원주택이 경매 물건으로 많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세컨드 하우스’다. 물론 이전에도 ‘세컨드 하우스’는 있었다. ‘별장’으로 불리던 집인데 오늘날의 ‘세컨드 하우스’ 개념은 좀 다르다. 별장은 고급스럽고 호화롭고 큰 주택이다. 그러나 세컨드 하우스는 자연을 만끽하고 싶을 때 내려가 지낼 수 있는 집이다. 물론 도시에 메인 하우스가 있어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다. ‘세컨드 하우스’의 조건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규모가 작아야 한다. “초가삼간이면 족하다”는 옛말이 있듯 방, 마루, 주방만 있으면 된다. 둘째, 도시에서 가까워야 한다.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지하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게 좋다. 또 30분 거리에 미술관, 박물관, 문학관 중 하나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외 절, 교회, 성당 등의 종교 시설이 있고 전통시장도 열리는 지역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칼럼니스트 조용헌 씨가 시골에 마련한 집에서 글을 쓴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작은 규모의 시골집이 있어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내려가서 쉰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다. 홍만희 시인도 홍천에 있는 세컨드 하우스에서 시 낭송회를 연다. 이처럼 세컨드 하우스는 도시인들의 꿈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려면 쉽지 않다. 그래서 새로 생겨난 직업이 ‘시골 마을 빈집 디렉터’다.
‘시골 마을 빈집 디렉터’는 어떤 직업?
시골에는 버려지거나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 많다. 이런 집들 중에서 규모가 작은 집을 손질해 도시 사람들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시골 마을 빈집 디렉터’다. 머리를 비운 채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공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 글 쓰는 공간, 각종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 등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해준다. 기획은 물론 빈집을 손질하고, 집 소유자와 연결해주는 일까지 모두 총괄해서 진행한다. 부동산 중개 업무를 보는 사람들도 전원주택을 소개하지만 그들은 주로 규모가 큰 집들을 중개한다. ‘시골 마을 빈집 디렉터’와의 차이점이다.
시니어에게 ‘시골 마을 빈집 디렉터’는 아주 적합한 직업으로 보인다. 운동 삼아 다니면서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나도 쉬엄쉬엄 다니면서 이런 일을 즐겁게 하고 싶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직업에는 인턴 과정이 없다. 이 분야에도 인턴 활동을 하며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한다. 기회가 오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시골 마을 빈집 디렉터’를 권하고 싶다.
‘주님 위의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시니어의 로망을 넘어서(?) 이제는 모든 세대가 인생의 마지막 꿈처럼 여기는 듯한 건물주라고 하면, 흔히 일반 상가 소유자나 빌라, 빌딩 주인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여기 좀 독특한 건물주가 있다. 김현우 씨, 주한 외교관들에게는 ‘피터 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는 주한 외교사절들을 대상으로 주거공간 렌트 사업을 하고 있는 흔치 않은 건물주다. 사업을 한 지 어언 30여 년이니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난 생활 또한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를 만나서 쉬이 볼 수 없는 삶을 들여다봤다.
동빙고동에 위치한 모로코 대사관 Owls Avenue에서 만난 김현우 씨의 나이는 거의 40대로 보였다. 아무래도 주한 외교사절들과 접촉해야 하는 업의 특성이 그를 젊게 만든 것일까? 외교관들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연예인들, 셀럽들 또한 그의 집을 빌리기도 했었다. 특별한 이들을 손님으로 모시는 건물주로서 살아야 했던 그의 감각 또한 계속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30여 년 전에 시작된 거죠. 남대문에 대한화재 건물이 있었는데, 독일대사관이 그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독일대사관 사람들에게 저희 집을 내주면서 일을 시작했죠. 그 후로 계속 대사관과 주재원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글로벌 회사가 인정한 인테리어 감각
그는 손님의 니즈에 맞게끔 인테리어를 짠다고 말한다. 최근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추세는 컨템포러리, 미니멀리즘이란다.
“주거문화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롱패딩이 유행하면 모두가 롱패딩을 입지만, 서양 사람들은 개인의 개성이 다 달라요. 특히 독일 사람들을 25년간 겪었는데 굉장히 합리적이에요. 헤어질 때도 나이스하고. 독일 사람들이 인간으로 치면 명품이라고 봐요.”
요즘 그에게 가장 재밌고 즐거운 일 또한 인테리어다. 그는 자신의 감식안에 대한 모종의 자부심도 있다.
“덴마크에서 온 레고 코리아 대표님이 저희 집에서 사실 때가 있었어요. 그분이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제가 코디한 가구와 그림을 그대로 다 계약서에 넣어 달라고 요청하시더군요. 유러피언 미니멀리즘적인 인테리어로 한 거였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정말 희열을 느꼈죠.”
젊게 살려면 가구 공간부터
그렇다면 이제 그에게 인테리어에 대해 물어볼 차례였다. 과연 젊게 보이는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을까? 그가 볼 때 한국 주거문화의 문제점은 ‘너무 많이 갖다 놓는다’는 것이었다. 가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컨템포러리하고 미니멀하게 해야 해요. 나이 드신 분들은 제발 오래된 가구 버리고 요즘 디자인의 가구를 들이는 게 젊게 사는 비결이에요. 앤티크하거나 바로크적인 디자인의 가구는 나이 들어 보이거든요. 좀 더 모던하게 꾸밀 필요가 있어요.”
그가 중시하는 또 하나의 인테리어 조건은 컬러를 많이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주로 화이트와 그레이, 우드색을 활용한다. 한 집에 컬러를 서너 개 이상 쓰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것은 패션 쪽에서 말하는 ‘세 가지 색 이상을 입지 말라’는 말과도 통용된다.
“집은 자기가 평생 살 수 없어요. 반드시 이사를 가게 되어 있죠. 그래서 보편성에 맞춰야 해요. 맞춤에 있어 가장 좋은 것은 화이트예요. 화이트에는 그림을 걸어도 되니까 일종의 캔버스라고 생각하면 되죠. 그래서 저는 화이트를 많이 써요. 자기만의 컬러를 그 안에 넣어도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독일의 포용력에서 많은 것을 배우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사업가로서의 그의 첫 인연이 독일이었고 지금도 그 연을 이어가는 만큼, 그는 독일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지금까지 중국을 육십 번을 갔어요. 아이 공부 때문에도 그렇고 가구 수입 등의 일이 있어서. 그런데 그때가 20년 전이었는데, 모든 대도시의 택시가 폭스바겐이더군요. 다른 회사택시는 하나도 없었어요. 차만 팔았을까요? 차가 팔리면 부속적인 파트들이 얼마나 많이 팔리겠어요.”
그가 본 독일 사람들은 계약이 끝나면서 안 좋을 수 있는 관계라도 끝까지 매너 있게, 상대를 배려하며 합리적으로 마무리 짓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이 주재원이라는 엘리트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를 일이나, 그는 그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가 직원들에게 절대 싸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떠한 일이든 절대 싸우면 안 된다고 가르쳐요. 분쟁이 생긴 후부터는 여러 가지 쌓이는 문제점들이 나오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게 되거든요. 분쟁은 최종적으로는 소송으로 가죠. 그러면 변호사 고용해야지, 서류 검토해야지, 증거 서류 준비해야지…. 내가 다 해줘야, 변호사는 그걸 보고 일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양보해라, 보듬어라’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그의 사무실에는 ‘Sue Zero(소송 제로)’라는 말이 붙어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그가 소송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미국의 유능한 엘리트들은 소송을 피하는 기술을 알아요. 그게 필요해요. 정신적으로나 건강 면에서 너무 좋은 것이니까. 포용은 무섭고 강한 힘이 있지요.”
좋은 공기가 행복이다
그는 차에서든 집에서든 에어컨과 히터를 쓰지 않는다. 건조한 공기가 피부를 망가뜨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큰아이는 제주로 보냈다. 서귀포와 서울의 미세먼지 차이가 어마하게 나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다.
용인 세컨드 하우스에서 사는 것도 공기 때문이다. 용인의 산속에 자리한 그 집은 큰 도로에서 1000m 더 들어간 곳에 있는 숲으로 둘러싸인 트리 하우스다. 봄부터 가을까지, 금·토·일의 주말 동안은 그곳에서 난방을 하지 않은 채 지낸다. 봄과 가을은 춥지 않냐는 말에 그는 구스다운 이불과 두꺼운 잠옷 그리고 러시아 친구가 준 솔잎가루 베개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런 생활을 10년째 하고 있다.
“공기의 소중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와 닿습니다. 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에요. 특히 디젤차. 최근에 판매된 승용차 대부분은 디젤차죠. 디젤차가 인센티브가 있고 연비가 좋으니 사람들이 많이 샀잖아요.”
그래서 그는 은퇴한 사람들이 도시에서만 살려고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디젤차로 가득한 서울 도심은 그에게 있어선 미세먼지 공장 같아 보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일을 해야 하니까 이해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울에 너무 중심을 두죠. 은퇴 후 여유가 되면 근교로 옮기는 게 정말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흙냄새가 올라오는 집, 별과 하늘이 가까워 일상에서 마음의 치유도 가능한 곳입니다.”
월·화·수·목은 서울에서 금·토·일은 자신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용인 세컨드 하우스에서 힐링을 하는 그는 워라밸과 함께 휴양, 문화, 여가를 향유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말, 중용
그는 건물 관리를 하며 여유로운 인생 후반기를 지내는 중이다. 어찌 보면 누구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시니어의 일상을 유유자적 보내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그도 30, 40대에는 일에 미쳐 있었다.
“일을 하면 미친 듯이 하던 시절이었죠. 이른 아침 논현동 건축자재상인들이 안 나왔다해도 일찌감치 가 있기도 하고 점심은 차에서 사과나 바나나만 먹으면서 지내고…. 그러다 독일 사람들의 삶을 보며, 저의 멘토들을 보면서 이렇게 살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그가 선호하는 단순하고 절제된 감각은 그의 삶의 법칙과도 연결되고 있었다. 젊어 보인다는 말에, 그가 ‘젊어 보이기 위해서는 절제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대답한 것도 사진의 취향이나 감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공자가 한 중용이란 말을 중요시합니다. 사람 관계도, 먹는 것도 밸런스가 중요해요.”
김현우 씨는 일과 취향, 삶까지 일치시킨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일치는 그에게 ‘지지부진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을 부여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이 세운 법칙에 따라 자신을 오롯이 정렬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만족과 행복 덕분 아닐까. 그 쉽지 않은 길에 도착한 그의 모습이 부럽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 살다 농촌으로 삶터를 옮기는 것을 귀농 또는 귀촌이라고 한다. 농촌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농사를 지으러 가는 것은 ‘귀농’이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은 ‘귀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시골을 찾는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가는 것보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 이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사람이 늘었다. 전원생활이 목적인 사람들은 연고는 없지만 새로운 삶의 터를 마련하기 위해 시골을 찾는다.
1960~70년대 산업화의 바람이 불어왔을 때, 농촌에서 지내던 많은 사람이 도시의 새로운 일자리와 희망을 찾아 자신이 살던 곳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도시로 떠났다. 이것을 ‘이농(離農)’이라 했다. 이농의 사전적 의미는 ‘농민이 다른 산업에 취업할 기회를 갖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기 싫어 떠나는 것, 즉 희망을 찾기 위해 터전을 새로 마련하는 것은 ‘이도(離都)’라 표현해야 맞다. 귀농이나 귀촌처럼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터전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시에서 가까워 교통 여건이 좋고 경치가 빼어난 곳에는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이도’해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들로 인해 마을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나 충청도처럼 수도권과 경계하는 지역을 둘러보면, 화전민이 살다 버리고 간 땅을 개발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이 많다. 도시생활로 넉넉해진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버리고 갔던 땅을 개발해 집을 짓고 여유롭게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귀농·귀촌자가 아니라 새로운 삶과 희망을 찾아 농촌으로 오는 사람들, 즉 이도해온 사람들이다.
작고 소박해진 전원생활
이렇게 도시에서 살다 시골에서 살고 싶어 내려오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움직임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전원생활의 목표가 작고 소박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예전과 같이 별장형 전원주택을 짓는 대신 노후생활의 대안으로 귀농·귀촌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품도 많이 빠졌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되면서 노후를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졌다. 또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도 달라진다. 노후생활비를 줄이려면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시골에서의 삶이 유리하다. 하지만 경치나 감상하고 좋은 공기, 맑은 물이나 마시며 살겠다는 꿈은 없다. 폼 잡고 사는 게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인 투자를 하게 되고 그 결과 화려한 정원이 있는 집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집을 찾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도시를 버리지 않는 귀농·귀촌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도시를 영원히 떠나 농촌에 정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마음이 있어도 대다수 사람은 도시를 떠날 입장이 못 된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거나 은퇴할 나이가 아니어서 가족의 반대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살 자신이 없고 두려운 사람도 있다. 그동안 살아왔던 도시를 떠나는 것이 이래저래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절반 살고 시골에서 절반 사는 반쪽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시골생활에 자신이 붙거나 기회가 만들어지면 그때 도시를 떠나도 늦지 않은 것이다. 최근 주말주택, 세컨드하우스가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다. 도시를 떠나지 않고 시골생활을 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다 보니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다랭이논 한 뙈기, 컨테이너 박스 하나로도 좋은 집과 정원이 될 수 있다.
수익형 전원생활
단순히 자연이나 즐기자는 목가적 귀농·귀촌도 많이 줄었다. 농촌으로 내려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귀농·귀촌 창업이 그것이다. 앞으로 ‘수익형 전원생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생활비가 넉넉하다면 주말형 또는 별장형 구조의 집을 짓고 유유자적 사는 게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은퇴는 빨라지고 수명은 점점 늘고 있다. 직장에서 퇴직을 한 후에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데, 이 시간을 도시에서 보내든 시골에서 살든 수입이 있어야 한다. 은퇴자들의 가장 큰 화두다.
수익 없이 살 수 있는 은퇴자들은 별로 없다. 은퇴자가 늘고 귀촌자가 많아지면 수익형 전원주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펜션에서 증명됐다. 시골에서 살며 민박집을 운영해 수익을 내는 것이 펜션이다. 지금이야 시들해졌지만 불과 5년여 전만 해도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펜션은 인기 창업 아이템이었다. 전원주택도 짓고 수익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장을 하든 펜션을 하든 전원카페를 운영하든 전원생활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시골로 이주한 은퇴자들의 노후가 윤택해질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시니어에게 최근 전원주택 시장에 나타난 수익 모델을 하나 추천할 수 있다. 바로 ‘임대형 전원주택’이다. 펜션처럼 단기 임대의 형태는 이미 큰 시장이 됐다. 하지만 월 단위나 연 단위로 임대하는 전원주택 시장은 아직 없다. 작업, 힐링, 요양을 위해 전원주택을 장기 임대하려는 수요가 점점 늘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다. 개인들끼리 알음알음 전원주택 임대가 행해지고 있는데 도심의 원룸이나 아파트 임대와 비교해볼 때 수익률이 매우 높다. 특히 놀리는 땅이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물론 토지부터 구입해야 한다면 투자비가 크겠지만 토지가 있다면 가볍게 접근해볼 수 있다.
‘시골 체질’인지 고민해볼 것
마음은 귀농·귀촌하고 싶은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생각해야 할 것도 두려운 것도 많다. 하지만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결정할 때다. 당장 실행해야 한다. 서둘다 금전적인 손해를 본다 해도 전원생활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 좋은 땅을 고를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먼저 결정한 사람에게 더 넓다.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면 정착도 빠르다. 정원에 나무를 하나 심어도 시작이 빨랐으니 그만큼 더 자라 꽃도 빨리 보게 되고 텃밭의 작물도 먼저 여문다.
실제로 귀농·귀촌해서 사는 사람들 중 ‘더 빨리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어차피 시골에서 살 마음이 있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산속에서 심심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자녀들 혹은 친구들이 자주 올까? 아프면 병원이 멀어 위험할 텐데, 시장 다니기도 힘들고, 교통도 불편하고, 뱀이나 벌레도 많고, 또 시골 사람들 텃세가 만만치 않다는데 왕따 당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들은 살다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내가 시골에서 살 수 있는 체질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딱 내 체질이야!” 하는 답이 나와줘야 한다. ‘강남 스타일’이 시골에서 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마당의 풀을 뽑고 화단을 가꾸고 나무를 심고 집 고치는 일이 재미있다면 ‘시골 체질’이다. 당장 시골생활을 해도 문제없다. 그러나 별장 같은 집을 짓고 잔디 위에 파라솔 펼치고 친구들 불러 바비큐 파티나 하고 커피 마시는 상상이 좋으면 얼마 못 가 다시 도시로 올라와야 한다. 이런 사람은 ‘도시 체질’이다. 어떤 시골생활을 꿈꾸는지를 잘 고려해봐야 한다.
◆ 성공적인 시골 정착을 위한 8가지 단계 ◆
01 결심 | 귀농·귀촌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결심이다. 농촌으로 이주해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농업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준비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농촌과 농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다. 도시 회피식, 목가적인 생각만으로 결정을 내린다면 위험하다. 스스로 농촌에서의 삶을 상상해보고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 때 옮겨도 후회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농촌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마음만 갖고 귀농·귀촌을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02 가족 동의 | 귀농·귀촌해 사는 남자들이 이주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내 설득이다. 가족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하는 귀농·귀촌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귀농은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다. 정신적인 동료이고 노동력 도움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 귀촌하는 사람들은 터를 잡을 때도 자식들 잘 올 수 있는 곳, 집을 짓더라도 자식들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방을 만들고 집을 키운다. 그러나 이 경우 대부분 후회를 한다. 자녀들이 부모의 생각만큼 자주 찾아와주지 않기 때문에 계획은 엉망이 되어버리고 큰 방도 비게 된다. 이를 명심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03 자금 계획 | 빠듯한 예산으로 귀농·귀촌 계획을 세우면 실패하기 쉽다. 농업시설을 마련하고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예상했던 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자금이 모자라면 그동안 진행했던 것들마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특히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들이 발생한다. 토지 인허가 및 공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고 변수도 많다.
04 할 일 선택 | 귀농·귀촌한 후 할 일을 정하는 것은 진행 단계 전반에서 가장 중요하다. 귀촌일 경우에는 꼭 수익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귀농자라면 어떤 작목을 선택할까를 정해야 한다. 작목은 가족의 노동력과 자본능력, 기술수준 등에 따라 결정한다. 어떤 농사를 짓느냐에 따라 준비해야 할 토지의 규모가 다르고 거기에 알맞은 농기계도 필요하다. 또 작목 종류에 따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작목을 선택할 때는 지역별 특산품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각 도의 농업기술원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이용해보자. 작목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05 기술 습득 | 작목을 선택했다면 재배, 가공, 홍보 마케팅 등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도 필요하다. 영농기술은 다양한 귀농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고 선진 농가를 견학, 체험, 연수할 수도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촌 지역에 정착한 귀농인에게 현재 재배 작목 등의 심층 연수 또는 이주 초기 관심 있는 분야의 작목 재배기술 등을 지원한다. 선도농업인(농업법인) 또는 성공 귀농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영농 분야 등에 대한 기술 습득, 정착 과정, 상담 멘토 등이 그것이다.
06 정착지 결정 | 정착지는 자신이 선호하는 지역이나 정해진 지역이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할 수 있는 일, 작목을 찾는 일은 그다음의 일이다. 하지만 정해진 지역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선택한 후 정착지를 결정해야 한다. 귀촌이라면 선택의 폭이 넓겠지만 귀농의 경우 선택한 작목에 맞는 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시설원예와 같은 일은 도시 근교가 적당할 것이다. 벼농사, 채소, 밭농사는 평야 지역이 유리하다. 과수, 약초, 축산을 한다면 당연히 준산간 지역을 선택해야 좋다. 정착하기 위해서는 생활할 주택의 인허가를 비롯해 교통 여건, 생활 여건, 이웃 등도 검토해야 한다.
07 농지 및 주택 마련 | 농지는 영농 형태에 따라 규모나 토질, 물 사용 여건 등을 고려해서 구입한다. 농업용으로 구입할 때는 ‘국토의 계획과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농림지역’ 농지법 상의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주택용, 펜션, 전원카페, 식당, 숙박시설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는 ‘국토의 계획과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관리지역’이라야 한다.
주택을 마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존 주택을 구입 또는 여유자금이 부족하다면 임대를 고려한다. 땅을 사서 신축하거나 빈집을 수리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때 과도한 욕심은 금물. 주택에 무리하게 투자해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의 빈집은 대체로 간단한 수리만 해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니 잘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집이 들어서 있는 땅이 대지인지, 땅 주인과 집주인은 같은지 등도 꼼꼼히 확인해보자.
08 운영 및 생활 |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주를 했다면 드디어 전원생활의 시작이다. 이때 여유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면 수익을 위한 경제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농사를 지어도 적게는 6개월에서부터 몇 년을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귀농·귀촌에 성공하려면 기술, 여유자금,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일명 ‘버킷리스트(bucket list)ʼ라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버킷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항목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서베이를 통해 시니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여행, 취미, 관계·가족, 일·성취, 보람, 도전 등 총 7가지 주제로 나눠 알아봤다.
서베이 대상 브라보 동년기자단,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수강생, 낭랑18세 시니어 치어리더팀 등 50세 이상 남녀 140명(50대 61명, 60대 53명, 70대 이상 26명)
서베이 방법 주제별 버킷리스트 예시 항목 15가지 중 선택(중복 선택 가능) 및 그 외 항목이 있는 경우 별도로 작성
◇브라보 버킷리스트 상위 20위 목록
7가지 주제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여행’이다. 상당수 시니어가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올레길 투어’ 등 제주 여행과 관련한 버킷리스트를 희망하고 있었다. “쉽게 이룰 수 있으니까”, “외국어 부담 없이 여행하고 싶어서”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밖에 혼자 여행 떠나기(27),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25), 캠핑카/크루즈 여행하기(18),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9) 등
운동이나 레포츠 등 몸을 쓰고 활동적인 취미보다는 배움, 글쓰기, 책 읽기, 전시회 관람 등 문화적, 정서적 활동을 원하는 이가 많았다. 아직 특별한 취미를 찾지 못해 ‘새로운 취미 갖기’(24)를 버킷리스트로 선택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텃밭 가꾸기(21), 그림 관련 취미 갖기(19), 수영 배우기(16), 취미 동호회 가입(14), 수화 배우기(6) 등
가족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애인 같은 친구를 만드는 등 새로운 관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휴대전화번호를 정리하거나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는 등 관계 정리에 관한 항목들도 눈에 띈다.
그밖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21), 7명 용서하기(17), 휴대전화번호부 정리하기(15), 첫사랑에게 편지 쓰기(7) 등
제2직업을 향한 욕구와 더불어 전문 분야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내고, 강연, 전시회를 여는 등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다.
그밖에 귀농하기(15), 창업하기(12), 10년 후부터는 일 안 하고 놀기(8), 자격증 10개 따기(8) 등
버킷리스트 서베이 전체 항목 중에서 ‘재능기부’가 1위에 올랐다. 단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살린 사회적 활동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그밖에 장기기증 신청하기(16), 아프리카 봉사활동 가기(15), 봉사활동 1000시간 채우기(13), 유기견 돌보기(6) 등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을 추구하는 웰빙(well being)을 넘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유언장 작성 등 웰다잉 관련 항목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밖에 드레스 입고 파티하기(17), 세컨드하우스 짓기(14), 레스토랑에서 고급 코스요리 먹기(13), 주식·펀드 투자하기(12)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는 이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이룰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버킷리스트 만들기’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순간 이미 한 가지 항목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공모전 참가하기(14), 파격적으로 염색하기(13), 무인도에서 살아보기(7), 타투(문신) 해보기(6)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위한 7가지 방법
도움말 박창수 작가
하나,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라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목표는 유럽 배낭여행부터 서울 나들이까지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경우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행 자금을 위해 적금을 든다거나 평소 걷기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등의 세부적인 목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귀농이나 창업 등 오래 준비해야 할 목록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실천할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리스트를 차례로 적어나가자.
둘, 작은 목표는 매년 갱신하라 큰 목표가 담긴 버킷리스트와 작은 목표를 써놓은 버킷리스트를 따로 마련하고, 작은 목표 리스트는 매년 갱신한다. 원대한 목표만 적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의욕도 저하되고, 실천 의지도 약해진다. 한 해, 한 달 정도 투자해 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작성하자.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며 얻은 자신감은 큰 목표를 이루는 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셋, 유행에 편승하지 마라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뤄가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원하는 목표나 유행에 따라 버킷리스트를 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만족도가 높을지 등을 깊이 생각해보고 진정 나만을 위한 목록들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 남의 눈치 보지 마라 돈이 많이 든다거나 스스로 주책없어 보이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족이나 친구들 눈치를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또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남에게 보였을 때 더 그럴싸하고 훌륭해 보이는 일들을 적곤 한다. 이른바 체면치레 때문에 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여행, 공부, 취미, 봉사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목표이지만, 그중에 한두 가지만이라도 나만의 개성과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것을 적어보면 어떨까?
다섯, 크게 쓰고 소문을 내라 자기 꿈을 소문내는 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기분 좋은 속박(?)을 느끼는 편이 낫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선언을 하거나 큰 종이에 적어 서재나 화장대 등에 붙여 자주 인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은 물론 스스로와의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진다.
여섯, 1+1을 생각하라 나를 위한 버킷리스트이지만, 그것이 사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외국어 배우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를 뛰어넘어 ‘외국어를 배워 어려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재능기부하기’ 등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법까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뜻깊은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일곱, 버킷리스트에는 점수가 없다 목표로 정한 버킷리스트를 꼭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물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경우에 말이다. 버킷리스트는 숙제나 시험처럼 누군가에게 검사받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부담 갖거나 서두르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발걸음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독자제보 브라보 버킷리스트 랭킹 20위 안에 해당하는 버킷리스트에 도전해 이뤄내신 분들을 찾습니다. 제보할 이야기가 있으신 분은 bravo@etoday.co.kr로 접수 부탁드립니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여덟 달 남짓한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바이애슬론, 컬링,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트 등 총 15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종목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종목도 있다. 하계올림픽과 비교했을 때 비인기 종목도 많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만큼 좀 더 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 경기 종목들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컬링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 팀이 예상 밖의 선전을 하면서 많은 주목을 끌었다. 특히 “헐! 헐~ 얍!”, “조금만 더요!! 네 언니~ 좋아요~”, “괜찮아요~” 라고 외치는 특유의 기합소리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스톤을 가운데로 옮기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투구 순서를 고민하고 상대 스톤을 밀어내는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매번 투구를 할 때마다 끊임없이 전략을 생각해내야 하는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린다.
네 명이 함께 일심동체
엄청난 두뇌싸움이 벌어지는 컬링은 리드(Lead), 세컨드(Second), 서드(Third), 스킵(Skip) 총 네 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룬다. 각 선수에게 두 개의 스톤이 주어지며 연이은 순서로 상대 선수와 번갈아 투구한다. 양 팀 총 16개의 스톤이 모두 투구되면 한 엔드가 끝나게 되고 각 엔드가 끝날 때마다 점수를 계산한다. 총 10엔드로 진행되는 컬링은 팀당 73분이 주어지며 경기시간은 약 2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만약 73분을 초과할 경우 패하게 된다. 한 팀에서의 역할은 총 3개로 나눌 수 있다. 스톤을 투구하는 투구자, 얼음 바닥을 문지르는 스위퍼, 주장으로서 작전과 스톤의 방향, 속도를 지시하는 스킵이다.
컬링의 묘미는 마법의 빗질
선수들이 투구를 하면 빗자루같이 생긴 막대기로 열심히 얼음 바닥을 문지르는 선수들이 있다. ‘빗자루로 왜 저렇게 열심히 문지르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컬링에서 이러한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스위핑’이라고 하는 이 행동은 브룸으로 얼음 바닥을 문질러 스톤이 빠르게 원하는 위치로 가도록 도와준다. 얼음을 닦아줄 경우 닦지 않았을 때보다 스톤을 약 3~5cm 더 나아가게 할 수 있고 컬의 각도를 펴주어 장애가 되는 스톤을 우회하여 목적지까지 보낼 수 있다. 이러한 스위핑은 스톤이 나아가는 길의 먼지와 불순물 등을 제거하고 얼음 표면을 잠시 녹여 스톤이 진행하는 데 마찰을 줄여준다.
상대 팀보다 중심에 가깝게
그렇다면 득점은 어떻게 할까? 컬링 경기장은 시트(Sheet)로 불리며 총길이는 45.72m이다. 반대쪽에 과녁같이 생긴 부분을 하우스라고 하는데 이 하우스 안에 스톤이 들어가면 득점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조건 들어갔다고 해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중심에 가장 가깝게 위치한 스톤만 득점할 수 있다.
‘金 시스터스’의 활약을 기대하며
한국 컬링은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 창설 이후 2001년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 여자 팀 우승,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8위를 기록했다. 단기간에, 출전하는 대회마다 높은 성과를 보여 평창동계올림픽을 더욱 기대하도록 만드는 경기 종목 중 하나다. 지난 5월에 열린 컬링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선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 컬링 팀이 송현고를 꺾으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들은 ‘김 시스터스’라고 불린다. 주장 김은정을 필두로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그리고 코치까지 모두 김씨이기 때문이다. 5년째 의성컬링센터 옆 아파트에서 함께 살며 동거동락하고 있는 이들은 이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심지어 의성여중과 의성여고 동창생인 여자 대표 팀은 학창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이자 언니, 동생 사이다.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 팀이 2년째 국가대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덕분이 아닐까! 다가오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선전을 기원한다.
이태문 동경 통신원 gounsege@gmail.com
NHK방송문화연구 미디어연구부를 책임지고 있는 하라 유미코(原由美子, 1962년생)의 까무잡잡하고 야무진 얼굴에서 관리직의 연륜과 함께 충만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주위에서 엄격한 상사, 철저한 커리어우먼이라고 부를 만큼 한 마디로 일밖에 몰랐던 전형적인 ‘일벌레’로 해외 출장도 잦았다. 주로 미국과 유럽 등을 많이 다녔지만, 정년을 앞두고 10년 정도는 한국, 중국, 몽골 등 아시아 지역으로 출장을 많이 갔다. 특히 한국과 관련해서는 양국 방송에 대한 공동 연구, TV 방송 제작 심포지엄 등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 경주, 제주도 등 각지를 돌았다. 미디어연구부의 업무 때문에 한국의 일본 연구자들과 동아시아, 일본 드라마 등을 조사하고 분석하기 위해 자주 한국을 방문했으며, 사람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다. 그러다가 쉰 살 무렵 부장을 맡아 현장을 다니는 일보다는 자료 수집과 분석, 조사 등 주로 의자에 앉아 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가끔 서서 일할 때 다리의 힘이 풀려 휘청하는 등 하반신 근육이 많이 약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크게 깨달았다. “사실 20년쯤 전에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가벼운 안면 마비 증세가 생겼지만 꾸준한 운동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앞으로 더 나이를 먹을 텐데, 제대로 서지도 못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일이 더 많아질 걸 생각하니 더 심각해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먹었죠.”
파도와 호흡하는 서핑에 빠져
그래서 58세 때 도전한 것이 서핑이다. 처음에는 근력을 키우기 위해 노를 젓는 타입의 서핑으로 시작해, 현재는 자신의 다리 힘만으로 파도를 타고 방향을 바꾸는 본격적인 보드를 즐기고 있다.
“건강을 위해 스포츠클럽에서 요가와 스트레칭, 체조 등을 해 왔고, 아울러 스탠딩 서핑도 했는데 사실 말이 파도타기일 뿐 스탠딩 서핑은 노를 젓기 때문에 파도가 좀 있으면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죠.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어떤 파도든 그 속에서 파도와 호흡하는 본격 서핑으로 바꿨답니다.”
하라 유미코는 줄곧 살던 도쿄(東京)의 집과는 별도로 일본의 대표적인 서프 포인트이자 수많은 서퍼와 서핑 동호회가 즐겨 찾는 가나가와현(神奈川縣)의 치가사키(茅ヶ崎)시에 별장까지 마련할 정도로 서핑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내고 있다.
“예순 살때 정년 퇴직을 하고 현재는 계약사원으로 일주일에 세 번 출근해 근무 중인데, 도쿄의 집은 화, 수, 목 근무 때 사용하고 치가사키의 집은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이용해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있어요.”
서핑을 위해 바닷가 입지를 충분히 살린 세컨드 하우스는 그야말로 그녀의 제2 인생이 꽃을 피우는 곳, 의외로 서핑을 시작하는 중장년들이 많아 서핑 이외에도 그들과의 교류도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아울러 스탠딩 서핑은 복근을 사용하고 노를 젓는 근력을 키우지만 본격 서핑의 전신 운동에는 미치지 못하며, 무엇보다 파도를 타면서 자연과 한몸이 됐다는 쾌감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짜릿해 정말 배우길 잘했다고 덧붙였다.
모전여전, 다시 찾은 건강 만끽
하라 유미코에게는 어머니(1931년생)와 여동생(1959년생)이 있다.
어머니는 일흔 살 때 지금까지 꾸려오던 양품점을 접자 급격하게 체력이 쇠약해지고 각종 노인병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원인도 모른 채 살이 쭉쭉 빠져 체중이 35㎏밖에 되지 않은 적도 있었고, 급기야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미코의 극진한 간호와 꾸준한 치료 덕분에 현재는 체중을 55㎏까지 회복했으며, 건강도 되찾아 무엇보다 기쁜 일이라고. 치가사키에서 누리고 있는 제2의 삶에 맞춰 어머니를 노인요양원으로 옮겼으며, 매주 주말 시설을 찾아 오붓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건강이 회복된 어머니는 평일에는 노인시설에만 있지 않고, 치가사키에 있는 대학의 공개 강좌를 듣거나 문화센터에서 캘리그라피까지 배우고 있어 지난 10년간 투병 생활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유미코는 혀를 내둘렀다. 뭐든지 열정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살아간다는 점에서 아마도 모전여전일지 싶다. 미술을 전공한 여동생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현지 일본 요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친구와 함께 리옹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 화가에서 요리사로 변신해 자신이 만든 음식 맛을 보기 위해 찾아주는 손님들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 벌써 16년이 넘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듯이 이렇게 세 모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삶을 놓치지 않고 알뜰하게 만끽하고 있다고 하겠다.
62세 홍일점 바다에 서다
서핑 동호회의 회원은 대개 50대 초반의 중년들이 많은데, 인생의 선배 하라 유미코는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유일한 고령의 여자라는 점에서 홍일점. 평일의 바닷가에는 젊은 사람들이 드문 반면, 의외로 중장년층 서퍼들이 꽤 많다고 한다. 골프처럼 필드에 나갈 때마다 돈이 드는 운동과 달리 서핑은 바다와 파도, 그리고 바람을 느끼고 이용하는 공짜 운동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서핑은 매년 3~4월 봄에 시작해 11월 말까지가 시즌으로, 파도를 타지 않을 때에는 유연성과 근력을 키우기 위해 체조 등으로 몸을 만들어 둔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바닷가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크린 캠페인에 참가하는 바다 사랑도 실천 중이다. 이어 유미코는 파도의 속성을 알고, 파도를 다스리는 게 아니라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호흡할 수 있게 되면 먼저 일본 바다를 두루 섭렵한 뒤 세계 곳곳의 유명한 서프 포인트를 찾아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파도를 직접 맛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허벅지는 제2의 심장
끝으로 일에 매진하면서 건강을 잃었다가 어렵게 되찾은 경험이 있기에 유미코는 이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좀 더 빨리 했으면 생각하지만, 절대로 늦은 것이란 없습니다. 단지 안 할 뿐이죠. 생각이 있다면 행동에 옮길 것, 이걸 명심했으면 해요. 파도타기를 통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맞춰 산다는 가르침을 배웠는데, 일할 때 몰랐던 근육과 신경 등 여러 문제도 알게 되었고, 몸을 움직이면서 크고 작은 문제도 해소되고 몸도 부드러워지고 훨씬 가벼워졌어요.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즐길 수 있기 위해서는 몸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특히, 제2의 심장이라는 허벅지를 지금부터라도 단련해 두면 제2의 인생이 든든해질 겁니다.”
요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힐튼 헤드 섬(Hilton Head Island)이 은퇴자의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골프 애호가라면 PGA투어 RBC 헤리티지대회가 매년 열리는 아름다운 하버타운 링크스코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힐튼 헤드 섬은 미국의 은퇴자들이 좋아할 요소를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온화한 기후는 한파에 시달리는 뉴욕, 보스턴 등 도회지의 은퇴자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30도를 넘는 여름 더위가 9월까지 이어지기는 하지만 수온은 수상 스포츠에 최적이다. 저녁이면 선선해지니 휴식과 숙면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즈넉한 대서양 해변과 하얀 요트가 즐비하게 정박된 마리나와 야자수가 어우러진 항구의 전경은 숨 막히게 아름답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넓게 펼쳐진 바다, 하얀 모래와 맑고 깨끗한 습지 그리고 이끼로 뒤덮인 울창한 떡갈나무 숲은 대자연이 주는 은퇴기념 선물이며, 넉넉한 남부 인심은 은퇴자들에게 기를 불러 넣어주는 활력소다. 눈부신 햇살 아래 짭짤한 갯바람을 맞으며 160㎞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30여 개 골프 코스에서 라운딩을 하다보면 인생 후반기의 허무감은 어느새 충만감으로 바뀐다.
카약, 승마, 테니스, 낚시 등 갖가지 스포츠와 취미활동은 힐튼 헤드 섬의 주요 일과다. 19㎞에 걸쳐 펼쳐진 해안을 따라 무리지어 유영하는 돌고래를 유람선을 타고 관찰하며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을 위해 해변의 조명을 모두 끌 때면 자연과의 일체감을 맛보게 된다. 저지대 늪지에서는 새우와 게를 쫓아다니는 푸른 왜가리와 큰 입을 딱 벌리고 햇볕을 쬐는 악어를 만나는 놀라움도 있다.
맨해튼(여의도의 30배)만한 넓이의 힐튼 헤드 섬에서는 4만여 주민이 오순도순 지내지만 해마다 250만 명의 외지인이 찾아와 한가하고 여유로운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쇼핑 환경도 맨해튼 수준이다.
특가 상품에서부터 디자이너 브랜드와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할 독특한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200여 개의 아웃렛과 상점, 그리고 6곳의 마리나 빌리지 상가는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의 눈길과 발길을 끌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자동차로 5시간, 사바나에서 45분(57㎞) 거리에 있는 힐튼 헤드 섬은 큰 다리로 내륙과 연결되어 있어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섬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이나 사바나국제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하면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미국 동부 연안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힐튼 헤드 섬은 원래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따뜻한 기후와 야자열매, 풍부한 해산물을 즐기던 곳으로 1663년 영국의 윌리엄 힐튼 선장이 처음 이 섬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 ‘힐튼 헤드’라고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섬의 73%가 은퇴자를 위한 주택단지
힐튼 헤드 섬의 73%는 10개의 대단위 리조트형 주택단지가 차지하고 있다. 이 주택단지 가운데 상당수는 매입 자격을 55세 이상의 신중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 단지에는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실내외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테니스장, 연회장, 식당 등이 갖추어져 있고 호수와 숲, 골프 코스와 마리나가 인접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섬에 정착한 은퇴자들은 평균 6차례 이상 방문하여 생활환경을 체험한 후 주택을 매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과 격이 없이 지내는 이 섬의 분위기를 느끼고 썰물 때면 90m나 밀려나 숨겼던 민낯을 드러내는 갯벌을 산책하면서 돌고래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된다.
이 섬의 지난해 주택매매 가격은 단독주택의 경우 52만달러, 타운하우스와 아파트는 20만달러 수준. 침실과 화장실이 각 2개인 아파트는 20만~40만달러, 단독주택은 25만~45만달러, 그리고 침실과 화장실이 각 3개인 주택은 40만~70만달러를 호가한다. 바다 경치가 아주 좋은 주택은 150만달러를 훌쩍 넘고 700만달러를 호가하는 그림 같은 주택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6개월 정도만 빌려 살아볼 수 있는 아파트도 구하기 어렵지 않다. 스튜디오형은 월 평균 600달러, 침실 1개짜리는 800달러, 침실 2개짜리는 900달러 수준이다.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며칠만 빌릴 경우에도 임대료가 치솟는다. 침실 1개인 주택이나 아파트도 전망이 좋으면 1주에 1200~1800달러, 해변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면 1000~1200달러 정도다. 봄과 가을에는 20% 정도 할인되고 겨울에는 50%나 싸진다. 2억달러 넘게 투입해 새 단장을 한 리조트의 하루 방 값은 일반형 기준으로 130~340달러 수준이다.
주거비가 웬만한 휴양지나 은퇴자 생활지보다 비싸지만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 총지출은 맨해튼의 50%, 워싱턴이나 보스턴의 75% 수준을 넘지 않는다. 재산세가 다른 지역의 25% 수준인 데다 소득세, 소비세 등 각종 세율이 낮고 85세 이상의 주민에게는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과 휘발유 값이 저렴한 것도 수월찮게 도움이 된다. 이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현역 시절 주택을 구입해 별장처럼 이용하다가 은퇴 후 눌러앉은 사람도 적지 않다. 세컨드 주택을 구입하면 세제 및 금융 혜택이 있는 데다 에어앤비를 비롯한 휴가용 주택 알선 사이트가 붐을 이루면서 목 좋은 곳의 별장은 재테크 수단이 되었다.
미국 남부 사람들이 테러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이 허리케인이다. 힐튼 헤드 섬 주민들은 1850년 이후 섬 주변 반경 80㎞ 이내로 81차례의 허리케인이 지나갔지만 큰 피해를 입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전설을 믿고 있다. 천혜의 지형 덕분인지 주민들의 후덕한 인심과 간절한 소망 덕분인지 알 수가 없다.
각양각색의 취미활동 그리고 평생교육도
힐튼 헤드 섬에서는 축제와 이벤트가 풍성하다. 해마다 열리는 다양한 뮤직 페스티벌, 해산물 축제, 고기잡이 경진대회, 카약과 보트 경주 등은 주민과 관광객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자리다.
멋을 살린 음악 카페, 길거리 밴드,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지어진 건물이 늘어선 메이 강변에 각종 포장마차와 공예품 전시판매점까지 어우러지면서 남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16㎞ 떨어진 블러프턴의 소도심에서는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남북전쟁 때의 화재와 파괴를 견뎌낸 대농장주의 저택과 교회는 박물관과 관광안내소로 활용되고 있다. 수백 년 된 거대한 나무와 옛 건물은 그림엽서로도 간직되고 있다.
은퇴자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요트, 카약, 낚시 등에 빠져 있는 ‘해양스포츠파’, 생태관찰 보존과 식물 재배에 몰입한 ‘에코파’, 골프, 사이클, 테니스와 달리기 등을 주로 하는 ‘육상스포츠파’, 공예품 만들기, 독서, 해변 일광욕, 흔들의자 등을 즐기는 ‘정중동파’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봉사활동과 평생교육은 이곳 은퇴 생활자들의 공통된 일과다. 해안사구와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에서부터 노약자 서비스, 도서관 운영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과 협력관계를 맺은 오셔평생교육원은 1600명의 은퇴 생활자들을 대상으로 400여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1년 회비 40달러에, 수업료는 과목당 15달러. 모두 다 합쳐 연간 95달러를 넘지 않게 책정되어 있다. 선생과 학생이 따로 없다. 자신의 전공분야를 가르치고 관심 분야를 배운다. 학습을 하다가도 기분이 내키면 밖으로 나가 현장학습에 들어간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관련 전문매체의 힐튼 헤드 섬 예찬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최고의 은퇴 생활지’, ‘인생을 바꿀 건강한 봄철 휴가지’, ‘하계 모임을 위한 남부 최고의 장소’, ‘2016년 북미지역 최고의 골프 휴가지’, ‘캐롤라이나 남부 최고의 사이클 친화지역’, ‘미국 남부 5대 하계 가족휴가지’, ‘세계 50대 테니스 휴양지’, ‘미국 최고의 섬’, ‘인터넷 검색이 가장 많은 섬’, ‘사우스캐롤라이나 최고의 해변’, ‘2015년 세계 최고의 여행목적지’ 등등. 이런 찬사 덕분에 이 지역 은퇴 생활자들의 만족감은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