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의 코로나19 팬데믹과 1인 가구 증가는 식문화의 변화를 가져왔다. 음식 배달 문화가 활성화됐으며, 밀키트를 포함한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 시장이 확대됐다. 더 나아가 식품 구독경제까지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다. 중장년에 초점을 맞춰 2023년 식품 외식산업 트렌드를 알아봤다.
요즘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워킹맘’ 김진희(52) 씨. 중학생 딸아이의 생일상을 차려줘야 하는데 요리할 시간이 도통 나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딸의 생일 당일 새벽 배송이 가능한 플랫폼을 통해 미역국 레토르트, 잡채와 소불고기 밀키트를 구매했다. 그날 저녁 김 씨는 미역국, 잡채, 소불고기를 조리하고, 배달 앱에서 딸이 좋아하는 음식점의 족발을 주문해 상을 차렸다. 어쨌거나 엄마가 차려준 생일상을 맛있게 먹는 딸의 모습을 보고 김 씨는 안심하면서도 미안함을 느꼈다. 자신의 생일 때 엄마가 차려주던 손맛 가득한 미역국이 그리워지면서….
중장년 소비자는 집밥을 선호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알고 보면 중장년은 외식산업을 주름잡는 큰손으로 통한다.
지난 5월 KB국민카드가 회원 2000만 명의 온·오프라인 주요 업종별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은 온라인 쇼핑몰 및 배달 앱에서 높아진 소비 영향력을 보였다. 이들의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 증가율은 38%였고, 배달 앱 매출액 증가율은 37%였다. 반면 20~49세의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 증가율은 13%, 배달 앱 매출액 증가율은 7%에 그쳤다.
더불어 50·60 주부들의 밀키트, 즉석섭취식품 등 간편식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멤버스와 신한카드가 데이터 분석 교류 결과 발간한 ‘가정간편식 소비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2022년 상반기 오프라인 마트와 슈퍼에서 50대와 60대 이상의 간편식 구매 비중은 각각 26.3%와 14.3%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각각 5.0%p 4.3%p 증가한 수치다.
성별로 보면 여성(70.4%)의 구매 비중이 남성(29.6%)보다 높았다. 남성의 구매 비중 역시 매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구매량 1위는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집밥의 대표 메뉴인 즉석 국쪾찌개가 차지했다. 이어 냉동 만두, 냉동 튀김, 즉석 카레쪾짜장, 냉장면, 즉석 밥, 즉석 죽, 냉장 밀키트, 냉장 간편 떡볶이 등의 순으로 구매가 많았다.
간편식으로 건강도 챙기자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5조 원에 달한다. 코로나19가 잦아든 후에도 간편식은 여전히 인기지만, 올해 들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띤다. 가정식과 외식의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식품 소비 형태로 성장했다. 즉 ‘한 끼를 때우는’ 간편식 개념에서 ‘식사’ 개념으로 변모한 것이다. 여기에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며 케어푸드(Care-Food)도 간편식 형태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케어푸드란 건강상의 이유로 맞춤형 식품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차세대 먹거리를 말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씹고 삼키기 편한 식품이 떠오른다. 그러나 점점 케어푸드의 개념이 넓어지고 있다. 당뇨, 신장 질환 등 환자식도 나오고, 건강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중년부터 젊은 20·30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CJ프레시웨이, 풀무원,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 주요 식품업체는 케어푸드에 대해 대용식이 아닌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초점을 맞췄다.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케어 식단은 식사 목적에 맞춰 영양이 설계된 반찬과 샐러드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3대 영양소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고려하며, 암·당뇨 등 질환별 전문 환자식도 제공한다. 지난해 매출이 4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풀무원식품의 ‘디자인 밀’은 생애주기별 영양 기준과 생활 주기별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식사를 설계한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칼로리를 조절한 ‘300 샐러드 및 라이스 meal’과 ‘500kcal 맞춤 식단’을, 소화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게는 ‘궁중섭산적’과 ‘7Days 영양진밥’ 등을 제공한다. 올 1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노령층을 위한 케어푸드(25%)보다 일반 성인을 위한 영양균형식(30%)의 매출이 더 높았다. 케어푸드 소비자가 전 연령대로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 음식을 만들어 즐기는 ‘홈스토랑’이 인기를 끌며 외식 브랜드, 호텔, 가전업계까지 간편식 시장에 진입했다. 또한 전 세계적인 ESG, 기후 위기, 가축 전염병 등 공급망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간편식을 출시하고 있다.
중장년에게도 이와 같은 식문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을 맡은 바 있는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적으로 55세부터 75세까지, 골드 제너레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60세 전후로 은퇴했지만, 이제는 80대까지도 일하는 시대다. 이에 따라 현재의 중장년층은 소득이 높아졌고 취향이 고급스러워졌으며, 프리미엄 식품 서비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배달 앱 이용 감소와 구독경제 활성화
간편식과 반대로 소비자의 배달 앱 이용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앱 3사의 지난 3월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2898만 명으로 전년 동기(3532만 명) 대비 18% 줄었다. 지난 1월 이용자 수(3021만 명)에 비해서도 123만 명이나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출이 자유로워진 가운데,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배달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요기요는 최근 업계 최초로 월 9900원 배달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앱 내 ‘요기패스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최소 주문 금액 1만 70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도 요기요에 자극을 받아 구독 서비스를 시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우리의 일상에 구독경제가 깊숙이 자리 잡았는데, 배달 앱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원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하는 방식을 말한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2020년 40조 1000억 원으로 4년 동안 무려 55%나 성장했다. 2025년에는 최대 100조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 10명 중 5~6명은 식품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0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식품 구독경제 이용실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2%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66.2%가 ‘편리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비용 절약’(28.4%),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어서’(21.9%)라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식품 구독 서비스 하면 풀무원의 녹즙, 서울우유의 우유,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 배달 등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반찬, 샐러드부터 빵, 과자,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가능하다. 아워홈은 개인별 건강 맞춤 정기 구독 서비스 ‘캘리스랩’(Kalis lab)을 통해 개인별 맞춤 식단과 함께 다양한 건강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에서는 반찬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서용구 교수는 “이제 모든 시장은 구독 서비스로 갈 것”이라면서 “구독경제에서 중요한 포인트 두 가지는 구독자 수를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 어떻게 재구독을 하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MZ세대가 환경·동물보호 등의 ‘가치소비’를 한다고 알려졌는데, 중장년 또한 가치소비를 하고 있다. 소비의 큰손인 중장년의 마음을 사로잡아 구독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우리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노인 요양시설 활성화의 일원으로 요양시설 임대 허용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돌봄 종사자들은 사회서비스 시장화의 포문을 여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건강보험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은 건물·토지 소유 사업자만 설치할 수 있고, 임차(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씀)와 임대(돈을 받고 자기의 물건을 남에게 빌려줌)는 허용되지 않는다. 임차와 임대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건물·토지만 가능하다.
정부는 요양 수요 증가에 대응해 임차와 임대의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공청회까지 개최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면 요양 수요가 증가한다”며 “이들 신 노년층은 사는 곳에서 노후 생활을 보내길 선호해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 활성화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령화에 따른 공급난 해결”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가구소득, 소비지출, 저축 부문에서 약 2배가량 이전세대보다 높고 금융자산도 50% 정도 많다. 이날 공청회에서 문용필 광주대학교 교수는 ‘신노년층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 공급체계 연구’ 내용을 소개하며 “경제적 수준이 되는 일부 신 노년층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현행 표준화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서비스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령화에 따라 장기요양등급 인정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실정이다. 2022년 86만 명 수준인 75세 이상 인정자 수는 2040년 226만 명이 될 전망이다. 주로 시설에 입소하는 중증 환자인 1·2등급 인정자 수는 같은 기간 14만 명에서 37만 명으로 늘어난다. 시설 급여를 받는 장기요양기관의 수는 2008년 총 1700개에서 2021년 5988개로 증가했지만, 노인 인구와 지역 부동산 가격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문 교수는 “임차를 허용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시설 서비스를 확대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서 민간 요양시설 임차 허용 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경제력이 높은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권 지역은 지가가 높아 현재 요양시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문용필 교수는 “국공립 시설을 확대하고, 수가 인상을 통해 추가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필요하다”며 “다만 소요되는 국가 재정을 고려하면 민간 시설 임대 허용을 통한 진입 장벽 완화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민간 요양시설 임대를 전면 허용하면 시설 난립이나 신규 개설·폐쇄 사례 증가로 서비스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되 공급이 부족하고 다양한 욕구가 있는 서울, 광역시 등을 우선 적용하고 비영리법인을 먼저 허용하는 방안이 나왔다. 또 시설 운영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사전운영계획서 제출 의무화, 폐업 시 입소자 전원 조치에 관한 규정, 4인실이나 1인실, 저소득층 의무 수용 등의 후속 조치도 검토 사항으로 제시했다.
반대 입장 “복지 민영화, 시설 난립 등 우려”
노인복지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과 퇴출이 더 쉬워져 시설이 더욱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도 장기요양기관은 개업과 폐업이 빈번히 이뤄지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10인 이상 요양시설의 폐업률은 4.59%(2020년 기준)에 이른다. 임대가 가능한 10인 미만의 노인공동생활가정은 폐업률이 9.11%로 더 높다. 또한 사실상 자영업자인 개입사업자들의 수익 중심의 경영에 따른 영리화 심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규제는 한 번 뚫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고,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거치더라도 대규모 투기적 금융 자금의 시장 진입이 이뤄져 장기요양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며 “약자인 노인들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 협회 등은 이날 공청회장에서 요양시설 임대 허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여연대는 “요양시설 임대를 허용하면 시설의 갑작스러운 폐업, 영세 시설의 난립 등으로 입소 노인의 피해가 매우 커질 것”이라며 “시설이 늘면 노인들이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입소하게 돼 장기요양 재정수지가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27일 “민간이 소규모 자본으로도 사회서비스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려는 것으로 입소 노인의 주거 안정성을 저해하고, 시설의 이윤 추구 과도 경쟁으로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공공 노인요양시설 1%라는 척박한 현실에서 서비스의 다양화를 핑계로 공공복지 확대를 포기하고 복지 민영화를 본격화하려는 정부의 꼼수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일본에서 일명 ‘콤슨 사태’가 발생했다. 대형 민간노인요양업체 콤슨은 당시 지원금을 횡령하면서 강제 폐쇄 명령을 받았다. 이에 이른바 ‘개호(간호·병수발) 난민’이 속출했다. 또한 영국은 서던 크로스(Southen Corss) 파산으로 3만 1000명의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이 갑작스레 퇴거했다.
경실련은 “노인돌봄을 포함, 사회서비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수익이 부족, 민간의 참여가 저조하거나 지역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경우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요한 것은 보편적 장기요양서비스 확충이며,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 현상을 ‘팬덤’이라고 한다. ‘팬덤’은 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팬덤’의 영향으로 산업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을 ‘팬더스트리’라고 부른다. 요즘 ‘팬더스트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K-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팬덤 분야의 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K-팝 아이돌의 해외 콘서트 투어나 관련 상품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팬더스트리의 예시로 들 수 있다. 팬더스트리에는 팬이 좋아할 만한 상품, 팬덤 플랫폼, 공연이 주로 활성화 되어있다. 가수의 팬더스트리 상품으로는 응원봉, 앨범, 인형 등이 있고, 팬덤 플랫폼에서는 스타에 관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한다. 즉 팬더스트리는 팬과 스타를 이어주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직접 만든 캐릭터 ‘BT21’은 팬더스트리의 성공적인 사례다. BT21의 여덟 개 캐릭터는 인형, 문구, 의류 등의 상품에 그려져서 판매된다. 또 단편 애니메이션 연재,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모바일 게임 등에도 활용된다. BT2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대기업은 전망이 기대되는 아티스트와 협업하기를 원한다. 팬더스트리가 단순히 팬을 위한 서비스 같아 보여도, 글로벌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중년층 팬덤 플랫폼
2019년부터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의 열풍으로 중년 팬덤 문화도 두터워졌다. 팬덤 플랫폼 ‘FFAN’ 같은 사이트나 ‘트롯픽’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은 중년 팬덤을 고려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년층 이용자의 영향력이 중요하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 중년층도 적극적으로 팬더스트리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중년층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관련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아티스트의 소식이나 이벤트 등을 알 수 있는 ‘FFAN’의 경우, 팬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발생하는 온라인 실시간 팬미팅 및 티켓•상품 판매 등을 곳곳에 넣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트롯픽’은 투표수 1위 가수에게 서포트 기사 발행과 가수의 영상을 대형 옥외광고 전광판에 송출해준다. 앱에 매일 출석할수록 투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서 팬은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중년층 소비에 따른 팬더스트리
요즘에는 중년층 팬덤의 지갑을 열 만한 산업이 확장되고 있다. 경제력이 있는 중년층의 소비 패턴을 파악한 기업들은 주로 고가의 상품을 내놓는다. 쌍용자동차는 ‘임영웅 효과’로 G4 렉스턴 매출이 53% 증가하며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놀랍게도 임영웅은 이후에 고가의 상품 광고를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팬은 스타를 보고 따라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팬들의 경제적 부담을 우려한 것이다. 스타가 고가 상품 광고를 거절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특이 케이스다. 실제로 자동차 광고 이후에는 음식과 헬스·뷰티 제품 등의 모델을 주로 맡았다.
가수 김호중의 6박 7일 크루즈 여행 티켓도 완판된 적이 있는데, 중년층 팬더스트리 시장에서는 고가의 상품과 아티스트의 협업 사례가 점점 이어지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오공훈 문화평론가는 “중년층 팬덤 산업이 커지는 추세에 따라 중년층의 팬더스트리가 K-팝 팬더스트리와 쌍벽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4년, 산림청 개청 이후 47년 만에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 탄생했다고 떠들썩했다. 외부 인사가 아니라 연구직 공무원이 국립수목원장 자리에 오른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목원 역사를 그려온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의 이야기다.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 여학생이라고는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혼자였다. 그저 막연하게 누구나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식물’이었을까.
내 삶은 ‘녹색 우주’
“대문 앞 가장 굵고 오래된, 집의 기둥 같은 단풍나무는 우리 아빠 나무, 동그랗고 아름다웠던 늘 푸른 사철나무는 우리 엄마 나무, 주목 나무는 동생 나무였어요. 저는 맏딸이라 꽃을 맡았어요. 황철쭉이었죠. 어머니가 꽃을 워낙 좋아하셔서 집 안에도 꽃이 많았고, 봄이면 매년 어머니랑 꽃씨를 심었어요.”
이 원장의 가족은 조그마한 정원 한편에 저마다의 나무를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된 건 어릴 때부터 꽃과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가정의 문화가 있었기 때문일까. 대단한 목표를 가졌던 게 아니라 그저 남들과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식물이 좋아 선택한 전공이기에 이 원장은 식물 연구하는 일이 ‘우연이면서도 필연’이라 생각한다고.
그에게 지도교수는 식물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꽃’을 연구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식물분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이후 1994년 산림청 임업연구원 임업연구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국립수목원’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한 이 원장은 식물 분류 및 수목원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식별이 쉬운 나무 도감’,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등 30여 권의 저서와, ‘한국산 조팝나무 속의 분류학적 연구’ 등 100여 편의 논문을 냈다.
1999년에는 임업연구원 중부임업시험장 수목원과가 산림청 국립수목원으로 신설되면서 광릉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수목원으로 승격했다. 이유미 원장은 수목원 발전의 흐름 속에서 희소멸종위기 식물 보전, 전국 생물 다양성 조사, 국가표준식물명 제정, 한반도 식물지 사업 등 다채로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국립수목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원장은 취임 후 3년 동안 유용식물증식센터를 개원하고, DMZ 자생식물원을 열었다. ‘우리 식물 주권 바로잡기’로 소나무에도 붙어 있던 일본식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바꾸어 알렸다. 우리 특산식물 33종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권위 있는 보고서 ‘레드 리스트’에 국내 최초로 등재했고, 국내 자생식물 2945종을 망라한 ‘한국 관속식물 분포도’를 발간했다.
“돌아보면 참 놀라워요. 어쩌면 남들이 가는 길을 막 따라가지 않았던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민간이 할 수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은 국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에는 도감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그런 일을 찾다 보니 굵직하고 지평을 여는 일들이 된 것 같아요. 수목원이 발전해온 흐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셈이죠.”
이유미 원장은 “내가 평생 몰두하는 일이 자연이라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했다. 자연을 보면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매일 다르게 느껴졌단다. 무궁무진함이 담긴 자연과 식물이야말로 그에게는 ‘녹색 우주’라고 했다.
‘여성’이라는 타이틀과 ‘최초’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녔던 이 원장이다. 대학 시절부터 여학생은 혼자라 희귀한 존재 취급을 받았다. 이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제가 ‘최초’라는 말이 좀 많이 붙긴 했죠?(웃음) 남녀 차별이 많던 시절이었고, 필드를 다녀야 하는 일이다 보니 선입견도 많았죠. 직업 특성상 ‘여직원 혼자 보내도 돼?’라는 말이 종종 나오니까요. 하지만 남자도 힘이 센 사람, 약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빨리 달리는 사람, 느리게 달리는 사람 정도의 차이를 두려고 하죠. 한창 연구할 때는 ‘여성’이라는 말이 따라다니지 않도록 ‘여성’을 지우고 ‘전문가’로서 일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또 그런 시간을 다 지내고 보니 오래 일하는 여자가 드문 모양이에요. 스스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할 때는 ‘여성’을 지우려고 노력했는데, 기관장이 되니까 반대로 조직이나 사회 안에서 여성이 가지는 어려움에 대해 선배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를 더 고민하게 됐죠.”
식물과 세상 연결하는 ‘플랫폼’
이유미 원장은 처음 국립수목원장을 맡을 때부터 수목원을 식물과 세상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국립세종수목원으로 온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식물 덕후들이 모이는 장을 보고 나니 더욱 확신을 얻게 됐다. 반려식물로 유명한 베고니아를 키우던 배 팀장에게 사계절전시온실의 작은 공간을 내주었더니, 온라인에서 식물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안 주임의 활약으로 약 300종의 베고니아 컬렉션을 만들더라는 것.
어느 날 열린 수목원 축제에서는 분야별 식물 덕후 40여 명이 모여 자신의 장을 열더니 그들의 팬들이 새로운 걸 보러 모여들었다. 말 그대로 반려식물 축제 마당이 열린 것. 이제는 식물 덕후들이 자발적으로 수목원 내에서 ‘반려식물 상담소’도 운영한다. 수목원을 식물과 세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꿈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광릉숲을 중심으로 한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이렇게 세 개의 국립수목원이 있다. 각 수목원은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식물을 보전하고, 전시하고, 교육하는 건 국립수목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죠. 다만 기능적으로는 조금씩 달라요.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기초 종에 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드볼트라는 야생식물 종자저장고가 있고,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훼손된 생태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을 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수목원이죠. 축구장 90개만 한 면적의 논이었던 곳을 가꾸어나가는 거예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보니 정원·교육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연구원 시절부터 우리나라에도 국립수목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연구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막연하게 꿈꿨던 일들이 구체화되고 있어요. 훨씬 잘된 것들도 많고요. 수목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던 일들이죠. 보전도 처음 해보고, 기초 연구 틀도 만들고, 정원이라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수목원법이 제정되고, 도심형 수목원까지 왔죠. 이런 것들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20여 년 전부터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꿈꾸고 만들어온 그림에서 파생된 결과예요. 지금도 참 기적 같습니다.”
이유미 원장은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도심형 국립수목원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열섬 현상, 미세먼지, 탄소 줄이기, 기온 낮추기 등 식물이 가장 필요한 곳은 역설적으로 도시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조금 더 가속화된 반려식물 트렌드가 이를 보여준다. 이 원장은 이제 공존과 생명 순환을 고민한다. 보기 좋게 개량된 야생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매해 버려진다. 심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것. 그동안의 정원이 ‘식물 소비’였다면, 이제는 생명이 순환되도록 할 때다. 자연주의 정원이 유행한 배경이기도 한데, 그만큼 이제는 생물 다양성, 다른 생명과의 공존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한국식 정원은 자연을 들여온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된다.
“야생에 있던 식물들이 공원에 들어와 매해 피고 지려면, 나비나 벌 같은 ‘폴리네이터’가 있어야 하거든요. 꽃을 피웠을 때 수분을 해주어야 할 친구들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꿀벌도 사라진다는 말이 종종 들리죠. 다양한 생명이 함께 깃들어 살아야 하는 거예요.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도록 만드는 과정 자체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화가 되어야겠죠.”
야생의 식물이 우리 곁으로 오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반려식물로 유명한 식물은 대부분 외국 종이다. 정원과 관련해 화분 같은 소재도 대부분 수입품이다. 이유미 원장은 ‘홍지네고사리’, ‘파초일엽’ 등 우리나라 자생종이 반려식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실험적인 정원’이라는 뜻의 트라이얼 가든(Trial Garden)도 시도한다. 일명 케이테스트 베드(K-Test Bed) 사업이다. 자생식물이나 우리나라 꽃과 나무로 만든 신품종이 정원 소재로 적합한지 시험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민간 육종가들이 연구한 품종들이 꽃 농사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정원식물 전시·품평회는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돼 수출까지 이어지려는 참이다.
19세기 영국에서 긴 항해 동안 운반되는 식물을 보관했던 상자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미니 온실처럼 현대식으로 개량해 특허도 냈다. 아직 판매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집 안에 온실을 만들 수 있는 길을 하나 내었다. 식물과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드는 일이다.
이유미 원장은 “나무를 꼭 친구로 두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존재는 ‘나무’다. “수백 년씩 자라 속이 비어가고 굳어가는 나무들도 봄이면 어김없이 말랑말랑한 새싹을 내놓습니다. 그 새싹이 또 꽃을 피워요. 나이가 들수록 자아가 강해지고 고집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나무처럼 평생 말랑말랑한 느낌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늘 지나다니는 집 앞, 회사 앞에 어떤 나무가 서 있는지 아세요? 혹시 은행나무 꽃을 본 적 있으세요? 가을이 되어 온몸이 노랗게 물들고서야 ‘은행인가 보다’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나무 안에 삶도 위로도 나의 모든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무 아래 멈추어 서서 한번 바라보세요.”
오뚜기 짜장라면 '짜슐랭'이 배우 김우빈과 함께한다.
지난 5월 오뚜기는 새 모델로 배우 김우빈을 발탁하고 신규 TV CF를 온에어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광고에서는 김우빈을 통해 물을 버리지 않는 차별화된 ‘복작복작’ 조리법을 알리고, 진한 짜장의 풍미를 지닌 짜슐랭의 특장점을 더욱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출시된 ‘짜슐랭’은 물을 버리지 않고 조리하는 새로운 ‘복작복작’ 조리법을 적용한 짜장라면이다. 짜장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일반 짜장라면 대비 분말스프의 중량을 늘리고, 로스팅 공법으로 볶아낸 춘장과 파기름ㆍ양파기름을 조합한 스프를 별첨해 차별화했다고 오뚜기 측은 밝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발휘하는 배우 김우빈을 새 모델로 발탁하고, 고급화되는 소비자 입맛을 겨냥해 짜슐랭의 차별성을 임팩트 있게 전하고자 한다”며 “기존과 달리 물을 버리지 않는 짜슐랭으로 고급스러운 맛과 풍미를 느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여름 역대급 불볕더위와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력 사용량 증가에 따른 사람들의 요금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각 사의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연계한 전기 절약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 기관과 협력해 시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스마트싱스를 통해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스마트싱스를 가정의 삼성가전과 연동하면 해당 기기의 전력량을 모니터링 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싱스의 ‘AI절약 모드’를 사용하면 누진 구간 도달 전 절전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더불어 제품이 꺼져 있을 때 온도·습도·공기 청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싱스 에어케어 서비스’와 반려동물의 털 길이를 고려해 에어컨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싱스 펫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싱스 자동화 루틴을 설정하면 외출·기상·귀가·펫 케어 등 상황에 맞게 공기 질을 관리한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LG씽큐’를 이용해 자동 수요반응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에 스스로 가전제품별 전력 소비량을 측정, 분석하고 절전모드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사용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활용해 소비전력을 기존보다 쉽게 아낄 수 있다.
‘LG씽큐’ 앱은 ‘가전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를 통해 LG 가전제품의 전력 사용량과 전월 사용량을 알려준다. 사용자가 월간 전력 사용량 목표를 설정하면 지금까지 사용했던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이후 예상 사용량을 예측해 준다.
한편, 두 기업은 홈 IoT 기술을 가전제품의 전력 관리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서울시, 한국전력공사, IT 기업 헤리트와 함께 아파트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주민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 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주민 DR 사업은 전력거래소 혹은 서울시에서 요청(DR 발령) 시 개별 세대가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각 세대가 주민DR 서비스에 참여해 주 1~2회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요청된 시간에 평균 사용량의 10% 이상 에너지를 절감하면 절감 성공 횟수 당 1000원을 제공한다. 참여자는 연간 최대 6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받아 카페 등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과 지역화폐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의 자산 관리 방법으로 최근 신탁이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신탁이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은 은행 재직 당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를 런칭하고, 국내에서 ‘최초’인 다양한 신탁 상품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범위를 넓혀왔다. 금융권에서는 그를 신탁 분야의 ‘선구자’라 부를 정도다. 그는 곧 트러스트2.0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며 상속뿐 아니라 생애 전반을 신탁으로 관리하는 시대다. 배 본부장을 만나 신탁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Q 신탁이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합니다. 신탁이란 무엇인가요?
신탁은 생전, 사후에 필요한 다양한 영역을 관리합니다. 가상의 자산 관리 법인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50대가 되면 각자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양합니다. 부모님의 의료비나 자녀의 교육비를 고민해야 하거나, 나의 건강관리를 위해 자산이 필요하기도 하죠. 투자로 자산을 늘리고 싶기도 할 테고요. 또 상속 이슈도 있습니다. 같은 금액을 상속 받더라도 세금 문제가 형제마다 다르기도 하고 공통으로 마련해야 하는 비용도 있거든요. 이렇게 부모님, 자신, 형제, 자녀 등의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 구조를 완화하는 계약이 신탁입니다. 중립적인 시스템으로서 하나의 도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Q 고령화 시대에 노후자산 관리의 한 방법으로 신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2006년에 신탁법 개정이 이뤄져서 유언대용 신탁이 도입됐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고객들이 사후에 자녀를 위해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기 시작했어요. 장애가 있거나 몸이 아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부모가 부재할 경우, 사후에 아이들에게 정해진 목적으로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하고 싶은 수요가 있었던 거죠.
신탁은 계약에 기반을 둔 자산 관리 시스템입니다. 본질은 계약이죠. 믿을만한 사람에게 나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맡기는 것인데요. 스스로 온전하게 자산관리를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운영과 관리 방법들을 계약 안에 녹일 수 있습니다. 생전에 나를 위해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할 수도 있고, 혹시 내가 사망했을 경우 누구에게 남은 자산을 줄 것인지 상속까지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고령 사회가 되어가면서 사전, 사후의 자산 관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우리나라와 사정이 좀 다르긴 하지만 해외의 사례들을 보면서 신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Q 하나은행 재직 당시 은행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설립하셨어요. 유언 대용 신탁, 치매 대비 신탁, 증여 신탁, 기업 승계 신탁, 상조 신탁, 봉안 신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최초로 신탁 상품을 제안하시면서 국내 신탁 시장의 범위를 넓혀 오신 건데요. 구체적으로 이 신탁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증여 신탁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언 대용 신탁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온 것들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수탁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게 맡겨 관리하고 운영하다가 사후에 ‘누구에게 주라’고 하면 유언 대용 신탁입니다. 우리나라에 신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인가된 기관이 60개가 있는데요. 어떤 곳은 부동산만 취급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금전만 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영역이 다른데요, 대표적으로는 은행, 증권, 보험사가 신탁을 주도하고 있었죠. 2010년 우리나라에서 신탁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요. 이 시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원하는 방식으로 사후에 자산이 쓰일 것을 설정하는 자산 관리 방법을 찾는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신탁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기 전에 법무부의 유권 해석을 받아 유언 대용 신탁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어요.
치매 대비 신탁은 자산 관리 과정에서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이라는 조건으로 자산 관리 목적을 정하는 거죠. 제가 이 신탁을 만들었을 때는 두 가지 수요가 있었어요. 첫째, 내가 치매에 걸리더라도 자산이 나를 위해 쓰이면 좋겠고, 둘째, 사후에는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상속하고 싶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치매에 걸렸을 때 자녀들에게 자산을 뺏기지 않고 병원비나 생활비 등에 지출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더라도요. 처음 이런 내용의 신탁을 만들 때는 저에게도 상당한 도전이었습니다.
유언 대용과 치매 대비 신탁이라는 물꼬가 트이니 신탁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꼭 상속이나 유언을 대신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관리하는 것이더라고요. 고객들의 요구도 점차 다양해지기 시작했고요. 상조 신탁과 봉안 신탁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생전 관리부터 사후 관리까지 모두 맡기고 싶은 것이죠. 초기에는 요양원에 있는 분들이 급하게 이런 방법을 고민했다면, 이후에는 경도 인지 장애가 왔거나, 현재 몸이 안 좋으신 분들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원하는 방식으로 상속하고 싶어 하는 식으로 확장된 거예요.
상조 신탁은 자산 관리를 맡긴 금액 중 일부를 사망했을 때 상조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지정하는 계약입니다. 과거에 여러 상조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 시기가 있었어요. 상조 회사에 적립식으로 돈을 넣어두었던 사람들은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산을 만약 신탁으로 맡긴다면, 상조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나의 자산은 남게 되죠. 이후에 다른 상조회사와 계약을 다시 하면 되니까 신뢰성과 안정성이 확보되는 셈입니다.
또 자산 관리부터 마지막 장지까지 원스톱으로 신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제안했던 것이 봉안 신탁이에요. 용인 공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55만 평 규모로 신뢰성이 높은 곳이어서, 고객에게 할인된 금액으로 봉안당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것입니다.
Q 사람마다 생애 주기가 다르고 삶의 이벤트가 다른데, 이를 개인에 맞춰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신탁의 장점이네요. 그렇다면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가 다양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셈인데요. 금융, 부동산, 법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가족과의 갈등 완화까지 할 수 있는 소통 능력도 있어야 하겠어요.
그래서 신탁이 무척 어려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신탁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무 협약을 맺은 곳들도 신뢰성이 높고 안전한 곳으로 선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영역별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와 동력이 생길 거예요.
이번에 논의 중인 신탁업 혁신 방안 중에서는 전문기관과 금융기관이 위·수탁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시니어타운, 요양 법인 등이 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분이 편하게 신탁 상담을 받을 수 있겠죠. 물론 신탁의 업무 범위는 구체적으로 논의 되어야 하지만요.
Q 우리나라와 해외의 신탁이 많이 다른가요?
우리나라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은 아니어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법체계로는 증여 신탁의 경우 실질적인 신탁의 기능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미국에는 생명 보험 신탁, 연금 양도 신탁과 같은 상품들이 있어요. 기부와 상속을 설정할 수 있는 신탁 CRT, CLT도 대표적인 신탁이죠. 이런 신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려면 세금과 관련해서 제도가 완전히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에 연세의료원, 용인공원, 하나은행, 법무법인 가온 네 곳이 업무 협약을 맺고 신탁을 출시했어요. 연세의료원에 위탁자가 기부하면, 연세의료원에서 기부자를 돌보다가 돌아가셨을 때 기부한 돈 일부를 상조·장례·봉안당 비용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기부도 하고 사후에 필요한 부분을 서비스로도 받아볼 수 있는 것인데요. 이런 시작이 모여 각 영역이 결합하면 하나의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트러스트 2.0이 시작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신탁을 맡기려면 자산이 얼마나 있어야 가능할까요?
꼭 자산이 많아야만 신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49재 신탁을 만들었을 때 최소 가입비용을 1만 원으로 제안했어요. 적금과 다름없는 구조지만 굳이 신탁이라는 계약을 거치는 건 제3자의 개입 없이 내가 원하는 목적으로 명확하게 자산이 쓰이도록 하기 위해서죠.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해 1억 만들기 등의 목적을 달성하면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설정을 할 수도 있어요.
Q 신탁은 언제부터 맡기는 게 좋을까요?
60대보다 4~50대가 오히려 신탁에 관심이 높습니다. 부모님에게 상속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상속이 꽤 복잡하다는 걸 느끼고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건데요.
물리적으로 생각하자면 건강을 고려해야 합니다. 60대 중후반이 넘어서면 건강에 대비해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건강이 염려되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신탁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겁니다.
건강 이외에 시점을 생각해보자면 결혼을 막 하려고 하는 예비부부도 신탁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미국에는 이런 신탁 문화가 잘 되어있어요. 결혼할 때 각자의 신탁으로 자산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인데요. 내 자산의 얼마를 결혼 후 자녀의 대학 자금으로 쓰고 싶다거나, 혼자 계신 부모님에게 사용하고 싶다는 자산 사용 목적을 설정해둘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신탁에 관심을 가질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고령화 시대에 신탁은 원스톱 서비스로서 하나의 자산 관리 도구로 활용될 텐데요. 꼭 고령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에 이벤트에 따라 이제는 다양한 신탁 서비스가 갖춰져 있다는, 누구나 신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학 기술과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해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 속에서 현대인의 삶은 지속적으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졌으며 변수도 늘었다. 끊임없는 갈등과 지나친 경쟁, 소통 단절로 생겨나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저마다의 마음에 상흔을 남긴다. 사납게 일렁이는 사회의 굴곡과 함께 우리에게 찾아온 몇 가지 증후군을 소개한다.
기침 한 번에 불안해하는 건강염려증
건강염려증은 자신의 실제 몸 상태보다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며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강박장애다. 사소한 증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며, 의사의 진단도 믿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몇 년간의 팬데믹을 거치며 TV나 신문, 책, 유튜브 등 의학 정보를 다루는 채널이 늘고,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의학 정보가 난무해 나타난 결과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건강염려증의 원인을 설명하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신체적 불편에 대한 인내심이 낮아 감각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당면해 환자 역할을 함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피하려고 하는 경우, 상실이나 배신으로 인한 분노와 죄책감 등의 방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질환의 변종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건강염려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데, 공통적으로 병원을 돌아다니며 CT, MRI 등 각종 검사를 반복하는 닥터 쇼핑(Doctor Shopping)을 한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며 질병이 없다고 진단한 병원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나름의 치료를 진행하며 건강식품 섭취나 민간요법에 심취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오히려 건강 정보를 지나치게 접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평소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일상의 모든 것이 걱정 램프증후군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에 대해 마치 알라딘이 램프의 요정을 불러내듯 근심이나 걱정을 불러내 스스로 괴롭히는 현상이다. 과잉 근심이라고도 한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접한 범죄, 사건 사고, 재난 소식뿐 아니라 뉴스에 보도되지도 않은 추측성 글이나 루머에서도 대리 외상을 겪는다. 더 나아가 실제보다 과장해 받아들이고 막연한 공포감을 느낀다.
다수의 광고에서는 대중의 불안한 심리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다년간의 흡연으로 폐암이 발생한 사람의 인터뷰를 공익광고로 활용하고,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주입한다. 금융·보험 업계에서도 가난한 노인의 모습을 제시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유발하며 상품을 권유한다.
우리는 핵가족화·고령화로 인해 독거노인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개개인이 가족이나 공동체의 보호 속에 있지 못하고, 충격과 불안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따라서 과한 걱정이나 불안 때문에 장기간 학업, 대인관계, 직업 생활 등에 심각한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는 사람이 하는 걱정의 4% 정도만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96%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니 96%의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일상의 평화를 되찾아보자.
순간의 소비와 쾌락 좇는 도파민중독
현대로 올수록 세상은 결핍에서 풍요의 공간이 됐다. 손가락 움직임 몇 번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답이 나타나고,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 혹은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더불어 SNS, 게임, 유튜브·OTT 시청, 음식 섭취 등 중독적인 행동을 반복해 뇌의 도파민 생성을 자극하고,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여졌다.
도파민은 뇌의 시상하부에 의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주로 행복감이나 만족감,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애나 렘키(Anna Lembke) 스탠퍼드 의과대학 중독의학 교수는 적절한 도파민 분비는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지만, 폭발적으로 분비될 경우 신경회로가 손상돼 정상적인 작동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뇌는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시소와 같은 성질이 있다. 쾌락을 느끼는 순간 해당 행위를 다시 하고 싶은 욕구, 즉 고통으로 이어진다. 특히 현대인은 순간적인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대가를 더 많이 치르게 된 것이다. 행복을 느끼기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맞추고 정상적인 감정을 느끼며 살기 위해 자극을 찾게 된 셈이다.
그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간헐적 단식, 찬물 샤워, 운동, 학문적 노력, 창의력을 발휘할 만한 일 등 ‘미리 수고하기’를 제안한다. 일부러 어려운 일을 먼저 함으로써 도파민 수치를 건강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중독된 것이 무엇이든 4주간 완전히 끊어보는 구속을 통해 뇌의 항상성이 회복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4주가 지난 후에는 각자에게 맞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면 된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임 씨(64세)는 직장에서 일하는 딸을 대신해 초등학생인 손녀딸의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황혼 육아’ 중이다. 육아만 거의 40년간 하는 임 씨는 문득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는 날은 언제쯤일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가운데, 노년층의 청소·육아 등 가사 노동 부담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무려 84세까지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무급 가사노동’이란 국민계정(GDP)에 포함되지 않는 가사노동을 말한다. 가정 내에서 보수 없이 이루어지는 식사, 육아, 청소, 돌봄 등 모든 가사 활동을 아우른다.
앞서 2021년 통계청은 ‘2019년 가계생산 위성계정’에서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490조 9천억 원으로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무급 가사노동이 세대별과 연령별로 얼마나 생산되고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2019년 기준 노년층(65세 이상)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80조 9000억 원으로 2014년 49조 2040억 원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노년층의 가사노동 생산 비중 역시 13.6%에서 16.5%로 늘어났다. 가사노동 생산액은 무급 가사노동을 시장가치로 값을 매겨 산출한 결과다. 특히 손주 돌봄이 노년층의 가사 노동을 늘린 주요한 요인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47세, 여성은 84세 해방
통계청은 가사노동 소비에서 생산을 뺀 차이를 ‘생애주기적자’로 정의했다. 집안일을 하는 것이 생산, 집안일의 혜택을 받는 것이 소비이다.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크면 ‘적자’ 상태가 된다. 반대로 가사 노동 담당자가 되면 소비보다 생산이 큰 ‘흑자’ 상태가 된다.
2019년을 기준으로 남성은 가사 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연간 91조 6000억 원 많았다. 반면, 여성은 가사 노동 생산이 소비보다 91조 6000억 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 노동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더 많다는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보다 가사 노동을 더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애주기적자는 돌봄 소비가 많은 유년층(0~14세)이 13조 6000억 원 적자를 냈다. 노동연령층(15~6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은 가사노동 소비보다 생산이 많아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노년층은 77조 4000억 원 소비, 80조 90000억 원 생산으로 3조 50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적자는 0세에서 3638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남성은 31세에 흑자로 진입한 뒤 47세에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여성은 25세에 흑자로 진입했으며, 84세가 되어서야 적자로 전환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의 흑자 기간은 16년이었던 반면, 여성은 59년으로 남성보다 3.7배 많았다.
남녀 모두 최대 흑자는 38세로, 자녀 양육 등의 영향으로 가사 노동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8세를 기준으로 가사노동 생산액은 남성은 259만 원, 여성은 1848만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 시기만 놓고 봐도 여성의 가사노동이 약 7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황혼육아 가사 노동 규모 약 3조
흑자를 기록한 노동연령층과 노년층. 그러나 노동연령층의 가사노동 생산 비중은 2014년 86.4%에서 2019년 83.5%로 2.9%p 감소했다. 반면에 노년층은 13.6%에서 16.5%로 2.9%p가 증가했다. 생애주기가 길어짐에 따라 가사노동 시간도 길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노년층의 돌봄 노동이 두드러진다. 2019년 기준 노년층이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로 발생한 흑자 규모는 4조 3210억 원으로 집계됐다. 노년층이 가족과 가구원에게 돌봄을 제공받기보다 오히려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노년층이 주로 누구를 돌보느냐 하면, 그건 바로 손자녀다. 유년층과 노동연령층은 가구 내 순이전이 많은 반면, 노년층은 가구 간 순이전이 많았다. 이 같은 수치는 노년층이 함께 살지 않는 손자녀를 돌본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9년 기준 가구 간 순유출된 노년층의 가사 노동 가치 규모는 총 3조 70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약 3조 1000억 원이 오롯이 가족 돌봄에 쓰였다.
지난해 본지가 실시한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 조사’(55~69세 황혼육아 조부모 302명 대상,한국리서치) 결과를 통해서도 ‘무보수 황혼육아’ 사실이 도출됐다. 조부모들은 대체로 주 3일 이상, 하루 7시간가량 손주를 돌보며 절반은 무보수로 자신의 노후를 할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녀를 돕는다는 보람, 손자와 쌓은 유대감 등 무형의 자산을 쌓고, 국가·사회·가정에 기여한다는 점에 자긍심을 크게 느꼈다.
통계청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인구의 연령별 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적 자원의 세대 간 배분과 이전 흐름에 대한 관심 증가로 국민시간이전계정을 개발하게 됐다”며 “이번 통계 분석이 정부의 재정 지출 및 육아 지원 등 저출산·고령화 대비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예술문화재단이 예체능 전문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O2O (Online to Offline) 플랫폼 서비스, ‘월드클래스’ 투자설명회를 지난 3일 하다아트홀에서 개최했다.
월드클래스는 정체된 예체능 시장 개선을 목표로 기획된 서비스로, 3일 투자설명회에 맞춰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월드클래스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성악 등 예술과 체육 분야의 전문가와 소비자가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지원해, 레슨 예약부터 공연 신청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한국예술문화재단 강마루 이사장은 “월드클래스는 대중공연예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체능 분야 전문가들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공익적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며 “월드클래스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전문 예술·문화인을 위한 생태계가 형성되면, 소비자와의 인적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클래스는 베타서비스를 통해 신뢰성과 상품성을 점검한 뒤 오는 10월 정식 출시하게 된다.